벌써 10년이 더 지난 이야기야.
실종사건이란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이제는 식상할 정도지. 그건 그때도 그랬어. 가족의 품에서 강제적으로 벗어나게 된 아이들의 나이는 어렸지. 많아봐야 고등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잔인한 어른들은 하얀 옷을 입고, 하얀 방에서, 하얀 아이들의 몸을 칼로 가르고 벌렸어. 열밤을 자고 일어나도, 백밤을 자고 일어나도 아이들은 그 하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결국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삿바늘 정도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런 아이답지 않음을 가지게 되었어.
그 하얀 공간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야. 같은 처지인 친구들. 그들은 아이들이 미쳐버리는건 바라지 않던 모양이었는지 교육도 시키고 아이들끼리 교류도 할 수 있게 했어.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아이들은 버텼지.
그리고 5년 후. 수백이던 아이들은 얼마 남지 않게 되어버렸단다. 남은 아이들은 통증보다 더욱 무서운것을 얻게 되었어.
맞아. 바로 능력이라는거야. 어른들은 그 무시무시한걸 아이들에게 덥썩 안겨버리고 축배를 들었어. 하지만 늘 치밀하던 어른들은 이때 한가지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버리지.
남은 아이들의 '폐기' 에 대한 문제를 어떤 아이가 엿듣게 해버린거야. 그 아이는 당장 아이들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어. 아이들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지옥을 벗어날 계획을 세우게 돼.
결과는... 실패야. 반정도의 아이들만이 성공하고 남은 아이들은 제압되어버려. 남겨진 아이들은 탈출에 성공한 아이들이 언제까지고 무사하길, 자신을 대신해서라도 앞으로는 자유롭게 살아가길 빌며 실험대 위에 올라가 죽음을 받아들였대.
탈출한 아이들은 5년만에 가족을 만날 생각에 들떴었지. 하지만 결국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버렸단다. 모든 아이들의 가족이 이미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다는것을 알아내는건 긴 시간이 들지 않았어.
아이들에게 남은것은 분노, 그리고 복수뿐이게 돼. 그 후 이 아이들은 범죄자가 되어버렸어. 웃기지 않아? 고사리손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는데 범죄자라니. 언론이란 역시 막강해.
다들 범죄자, 악당이라 손가락질 하길래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은 기꺼이 그렇게 살아주기로 했어.
한편. 죽음을 감수했던 남겨진 아이들은 다시 눈을 뜨게 되지.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잔혹한 미래를 선고해.
이후 남겨진 아이들은 '사냥개' 로 불려. 바로 탈출한 아이들을 잡아내기 위한 용도로 새로이 길러지게 되어버린거야.
만약 주인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아이들의 몸에 심겨진 칩이 반응해. 그리고 심장을 멈추게 하지. 심지어 당사자의 심장이 멈춰지는것도 아니야. 남겨진 다른 친구들 중 한명의 심장이 멈춰버려.
아이들은 그렇게 모르모트로써의 5년을 마치고 사냥개로써의 5년을 시작하게 됐어.
응? 이만큼이나 떠들어줬는데도 아직 모른척이야? 아니면 정말 모르는건가?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네. 네가 몸 담고 있던 곳이 얼마나 썩어 빠졌는지를. 사실은 말이야. 너 참 멍청해 보이는게 모를것 같긴 했어. 그래서 내가 말을 많이 해준거고.
하지만 아는게 없다는건 더이상 네가 살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겠지? 시간 더 끌면 내 친구들이 화낸단 말이야. 우린 바쁜 몸이거든.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