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힘을 숭상하는 늑대인간들 사이에서 멸시당하기 딱 좋은 성격인 그녀가, 늑대인간들을 이끄는 전투대장 직위를 딴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그녀의 거대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늑대인간 기준으로도 압도적인 완력과, 그 덩치로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난 민첩성을 선보인다. 근접전에서 그녀를 마주치면, 그녀의 신형은 스러지고 흐릿하게 흔들리는 하얀 그림자만이 남아 적들을 도륙한다고 하여, 빛의 대륙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붙인 별명이 "흔들리는 눈보라" 라는 뜻의 "푸볼로 히엘레".
그녀는 원래 그저 존재감 없이 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려고 했다. 그녀가 귀환한 지 얼마 안 되어 서리이빨 부족의 전투대장 자리가 공석이 되지만 않았던들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공석이 된 전투대장 자리를 놓고 여기저기서 결투가 벌어지는 와중, 한 유력한 후보가 그녀에게 덩칫값도 못한다며 싸움을 걸었고… 단 세 합만에 무기가 부러지고 몸은 붕 날아가 나무에 처박히는 굴욕적인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그 소문을 듣고 다른 유력후보들이 "밖에서 굴러온 돌" 인 그녀와 서열을 정리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그녀에게 결투를 신청해 왔으며, 그냥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을 뿐인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후보들을 모두 물리쳤고…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후보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임을 입증하게 되어, 전투대장으로 임명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하여, 현재 전사들 중에서는 그녀를 못마땅해 하는 이는 있을지언정, 그녀를 얕잡아보는 이는 없다.
어둠의 땅의 것과는 다른 양식의 두 자루의 양손검과, 짧은 까만 각궁을 무기로 사용한다. 두 손으로 쥐는 커다란 양손검을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쓰는 것이 특징으로, 양손검 두 자루가 모두 예리하지는 못할지언정 매우 튼튼하게 제련된 양품. 하지만 그녀의 팔뚝보다 약간 긴 정도의 이 작은 각궁이야말로 눈여겨볼 물건인데, 작은 크기와는 반대로 인간 중에는 이 활을 만작할 수 있는 이가 매우 드문 억센 물건으로, 가벼운 화살을 매우 강하고 빠르게 멀리까지 쏘아내는 작고 조용한 흉물이다.
근접전을 우선으로 선호하는 다른 늑대인간들과 다르게, 그녀는 전투에 앞서 항상 원거리에서의 저격이나 견제사격을 먼저 가한 뒤, 적이 충분히 약해졌을 때 근접전을 시도하여 확실히 마무리한다. 상당한 명사수로, 이백 보 거리에서 작은 도요새를 쏘아맞출 수 있는 수준. 하지만 그녀가 활을 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그녀의 근접전 기량이 모자라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녀가 전투대장의 직위에 오르기까지 치러낸 모든 전투는, 전부 그녀의 검을 이용한 근접전으로 치러진 것이다.
그녀는 네 살의 어린 나이에, 인간들의 대륙에서 어둠의 대륙으로 보내진 탐사대에게 사로잡혀 실험 샘플로 끌려갔다. 하지만 연구실에 당도한 그 순간 탈출할 틈이 생겼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힘겨운 여정을 시작했다. 왕실 연구실의 지하에 위치한 고대 유적의 함정 가득한 미로에 걸려들어서, 아사 직전에 겨우 탈출한 것으로 시작된 파란만장하기 그지없는 귀향길은, 이후 빛의 대륙의 밤을 양분하는 2개의 거대 도둑 카르텔간의 항쟁이나, 마법 길드의 성물 실종 사건, 2개 제국간의 대전쟁, 왕국의 대혁명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골라서 거쳐가는 험난한 여정이 된다.
길고 긴 고생 끝에, 다시 어둠의 대륙의 북방, 그녀가 열아홉의 나이로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어엿한 한 명의 여전사가 되어 있었다. 아마, 그녀가 다른 늑대인간과는 판이하게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갖게 된 원인에는, 빛의 땅과 어둠의 땅을 횡단하며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이 한 몫을 크게 차지할 것이다.
생존 전략! 그녀의 지휘방침에 있어, 최우선 사항은 "적의 섬멸" 이 아니라, "아군의 피해 최소화" 이다. 비겁하고 비열해 보이더라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그녀의 전술은, 일선의 혈기 넘치는 늑대인간들에게서 종종 비웃음을 당하곤 하지만, 좀더 넓은 시야를 가진 이들에게는 경탄을 자아내게 만들곤 한다.
일단, 그녀는 전투대장이고, 그 직위를 맡기 합당한 능력을 여러 차례에 걸쳐 보여주었기에, 그녀의 지시를 무시하는 전사는 없으며, 그녀를 깔보는 전사도 없다. 하지만 딱히 그녀를 기꺼워하는 이도 별로 없기에, 늑대인간 부락 내에서의 인간관계는 말 그대로 괴멸적으로, 또래 늑대인간들 사이에서는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고 있는 상태. 이 점을 지적하면 우울해하긴 하지만, 딱히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듯하다.
허나, 그것이 그녀가 자신의 직위에 열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녀는 순진하고 이타적인 성격이기에, 전투대장의 직위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어떻게든 "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투대장의 업무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에이레의 부하들이 에이레를 어떻게 생각하건, 그녀를 따돌리건 말건, 그녀는 자신들의 동족을 위해 전투대장 노릇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