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원

아침. 햇살이 치원의 얼굴을 살며시 비출 때 쯔음, 얼굴을 찡그리며 치원이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켜, 잘 떠지지도 않는 부시시한 눈으로 주변을 살짝 둘러본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돈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던 치원은 이내 일어나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계속해서 핸드폰을 만지다가 문득 창 밖을 본다. 오늘은 날씨가 꽤 화창해 11월답지 않게 따뜻했다. 날이 좋기도 하고 휴일이기도 하고. 이런 날에는 게임이나 한판 땡겨야 되는데..

"흐아아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라면으로 한 끼니를 때운 후 옷을 챙겨 입고 낡은 문을 열었다.
경찰 일때문에 이곳까지 내려와 사는거라, 집은 꽤나 초라하고 작은 옥탑방이었지만 치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달리 생각하면 마당도 있는데다 떼굴떼굴 구르고 다니진 못하지만 혼자 살기 정말 딱 좋은 크기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걸로 가격이 쌌다. 아직 스물 셋밖에 안된, 갓 경찰이 됐다고 할 수 있는 나이기에 돈이 별로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아무리 운이 좋아서 구했다지만 이 옥탑방은 내가 느끼는 가치에 비해 비해 터무니 없이 쌌다.
밖을 직접 거닐어보니 태양이 생각보다 너무 밝았다. 피시방은 왜 이렇게 먼지. 빨리 도착해서 느긋하게 게임이나 하고 싶은데. 작게 투덜거리며 주머니에 왼손을 꽃고 오른손으로 게임을 하던 때였다.

"꺄악, 도둑이야!"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갑작스럽게 여성의 핸드백을 빼앗는걸 목격하고 말았다. 지금의 나는 근무중인 경찰이 아닌, 휴일을 즐기는 시민 1인데도. 정말 하필이면 바로 옆에서 목격하고 말았다.
...하아. 찰나의 시간동안 그냥 지나칠까 수없이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한숨을 쉬었다.

"하아... 경찰입니다, 순순히 투항하세요."

전력으로 달리며 오른손을 뻗어, 소리 없이 능력을 발동시켰다. 스피드 컨트롤러! 그러자 곧바로 오토바이가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도 훨씬 수월하겠지만, 이건 단순한 둔화가 아니다.
이 오토바이 운전사에겐 주변 세상이 둔화된 시간만큼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지. 그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쾅!

결국 이렇게 되는거지. 꽤 오래 버텼지만, 신호조차 무시하고 사거리를 질주하다 본인 시점으론 갑자기 튀어나온 차를 피하기 위해 황급히 꺾다, 벽에 부딪히고 마셨다.
이정도면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바이크가 속도를 줄인 상태로 차들 사이를 빠져나가다 실수한걸로 보일거다. 상황이 급한만큼 성급하게 능력을 썼지만 일이 커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충격이 센지 한참을 못 일어나는 사이 능력을 끄고 숨을 고르며 다가갔다.
그대로 오른팔을 잡고 사정없이 확 꺾었다. 아악, 소리를 귓등으로 넘기며 곁눈질로 핸드백을 체크한다. 다행히 핸드백에는 별 충격이 없어보였다. 곧장 전화기를 꺼내, 112를 누르곤 하품을 했다.

"하아암.. 진짜, 오랜만에 좀 쉬려고 했더니.."

아무도 자신을 안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보여주는, 잠깐의 여유이자 진실한 본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