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정확히 언제부터 였는지는 까먹었어. 그런 것까지 기억하는건 귀찮으니까.
가만있자.... 굉장히 어렸을 때였을거야, 아직 학교로 오기 전이였으니까
그 무렵에 소위 말하는 동네 친구들이 있었거든, 같이 뛰어 놀던 남자애들이랑 키 작은 여자애 하나. 와, 그런데 진짜 다 까먹었네. 이름도 기억이 안나.
어쨌든 그날도 패거리끼리 몰려다니면서 놀았을거야. 그맘때 쯤에는 항상 그랬으니까. 그러다가, 여자애가 갑자기 자기 오빠의 지팡이를 보여주겠다고 하고는 가방에서 지팡이를 꺼내더라고, 꼬꼬마 어린 애들이 뭘 알겠어. 우와아하고 달려들었지. 난 무서워서 뒤에서 구경만 했지만, 그런데 한명씩 만져보고 휘둘러 보고하는 사이에 지팡이가 부러져 버린거야. 모두 큰일 났다 싶었겠지. 그리고 애들 답게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 시작했어. 네가 더 오래만졌니, 더러운 손으로 만졌니 어쩌니 징징대면서 말야.
그리곤 누군가 제안했어.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누가 잘못했는지 정하고 그 아이에게 모든 걸 떠넘기자는 이야기였지. 물론 난 항변했어. 만지지도 않았는데 왜 내가 그래야 하냐고 말이야.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어. '말리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아니다, 내가 쟤 만지는 걸 봤다.', '거짓말이 제일 나쁜거다. 니가 가장 잘못했다.'라고... 크흠
...지금 생각해도 아이들이 이렇게 영악해질수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 선동과 날조라니... 나름 착하다고 생각한 아이들인데 말이야. 사람의 본성이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걸까? 아니면 그저 내 안목이 틀렸던 걸까?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그 길로 아이들은 내가 지팡이를 부러뜨렸다고 입을 모았고, 지팡이의 주인과, 그 친구들에게 나는 불려 나갔어. 그 때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커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1학년이나 2학년쯤 되었던 것 같아. 어쨌건 말하더라고 '이거 니가 그랬어?' 그때 나는 대답했어. '내가 안 그랬어요.' 그리고 날아온건 욕설과 싸대기였지. 나는 두들겨 맞으면서 울었어. 계속 생각했지. '내가 왜?' '어쩌다 이꼴이 됐지?'
그랬더니 그때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이 사실은 불합리 했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 패거리 중, 누군가 유리창을 깨고 대표로 혼나고 사과했던 사람은 누구였지?
나였어.
누군가 공을 잃어버렸을때 가장 늦은 저녁까지 찾아다닌 건?
그것도 나였지.
단순히 남을 돕고, 배려하려는 호의를 이용당한거지.
폭력이 끝나고 나서, 나는 길바닥에 가만히 누워있었어. 힘이 없기도 했지만, 마음이 더 아팠거든. 그리고 생각했어. 모르는 대로, 바보인 채로, 멍청한 채로, 몇번이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했어. 그리곤 결론을 내렸어. 결론을 내리곤 후회했지. 만약 내가 조금만 더 머리가 좋았더라면, 나 스스로도 깨닫고, 진작부터 그렇게 행동했을 텐데.
"이제 그만 둘래."
'이젠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야. 더는 마음을 이용당하지 않을거야.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을거야. 그저 길고 긴 잠에 취해서 살아간다면, 이런 마음을 품을 일은 없을거야...' 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길로 집에 틀어박혔지. 친구들은
날 찾지도 않았고, 나 역시 찾을 생각이 없었지. 문제라면, 지금까지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는 거? 길고 따뜻한 겨울잠이야....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고? 그때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