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제국 게이트 클리어
- 부수고, 더 많이 부수고, 더 더 많이 부수고 난 뒤에 수많은 기계들의 무덤 위를 몇 명의 가디언이 걷고 있습니다.
부숴진 기계 제국의 수호자들은 두 안광을 번뜩이며 침입자를 향한 노호를 뽑아내 최후의 발악을 하려 하지만 그런 것을 시도하기도 전에 무참한 발길질에 부숴져 사라집니다.
" 설마설마했어요. "
전투연구부의 부장, 김하은은 자신의 앞에서 기계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던 남자를 바라봅니다. 순백의 휘광을 업은 채 기계들에게 무참한 주먹을 날리던 가디언.
아프란시아 성학교의 학생회장인 이주월은 무심한 눈길로 남은 기계들을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 설마 학생회장이 직접 행차하시리라곤 말이죠. "
그 얼굴에는 약한 미소가 깃들어 있지만, 어쩐지 사람을 책망하는 듯한 말투와 섞여 기분을 교묘히 긁습니다. 다만 그런 것도 신경쓰지 않으려는지 주월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신이 해낸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 곳에는 무너진 성이 있었습니다. 옛적 게이트가 무너지기 전에 있었던 거대한 움직이는 성 같은 무언가가, 대지를 스스로의 무덤 삼은 채 잠에 들어버린 것은 오직 이 한 사람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 단지. 학교의 학생들이 다쳤다니까. "
" 어머. 그런 이유가 통하리라고 생각하시나요? "
하은은 천천히 주월의 옆에 다가갑니다.
" 단지 당신의 사랑하는 - 가 다쳐서는 아니고요? "
하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월의 팔은 하은의 목을 붙잡습니다. 켁켁거리는 숨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하은을 들어올리며 주월은 하은의 귀에 말을 꺼냅니다.
" 여기는 게이트 안이다. 게이트 안에서의 죽음은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 정도는 기억하지 그러나. "
" 헤.. 헤.. 물.. 론이죠...... "
그런 상황에서도 즐겁다는 듯 하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그 몸뚱아리가 들어올려진 채로 던져저, 바닥에 쳐박힌 뒤, 먼지투성이가 되었음에도 그 얼굴은 황홀한 무언가로 비틀어집니다.
" 회장님은 거친 것을 좋아하시나보네요. "
" 그만. "
마침내 게이트가 천천히 무너집니다.
" 돌아갈 시간이다. "
★ 게이트 '기계제국의 야심'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 몇일동안 '기계제국'과 관련된 게이트의 출현률이 증가합니다.
- 붉은 피의 바다의 여왕 (1)
- 키기기기기기긱.
세상이 베어지고 있습니다.
말 뿐이 아니라, 실제로 세상에는 수없는 상처가 생겨났습니다.
보고 있는 것은 에릭이지만, 휘두르는 것은 에반입니다.
에릭이 감탄하기도 전에. 무너진 세상 속으로 수없는 피의 손들이 솟아나 에릭에게 달려듭니다.
" 스승님! "
에반을 부르는 사람들은 스승을 걱정하지만, 에반은 가만히 서서 아론다이트에 의념을 집중합니다.
내가 베고자 한다면 그것은 무엇이라도 베어낼 수 있으니.
의념기
나는 지금, 나에게 오는 모든 공격을 베어내고자 하노라.
단로斷路
수천, 수만이라 표현해도 모자람 없을 손들은 에반이 검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사라집니다.
그것을 검사가 아닌 에릭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에반의 몸이기 때문인지 에릭은 지금 혼란 그 자체나 다름 없습니다.
의념을 운용하는 방법, 의념을 사용하는 방식, 의념을 대하는 방법. 그 모든 것들이 에릭이 사용하는 방식과는 천지차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슬프게도 에릭에게는 이것을 이해할 재능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세상은 급변합니다.
거대한 피의 거인이 쓰러지고, 붉은 바다 위로 연분홍빛 양산을 든 사람의 형상이 내려옵니다.
그 나근한 행동에도 게이트 전체가 요동치고, 에반 역시 의념을 끌어올려 아론다이트의 검강이 더욱 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어머나. 많은 자기들이 찾아왔네요? "
붉은, 요염한 입술이 열리고,
" 그런데 어쩌지. 난 지금 누군갈 사랑할 마음은 없는데? "
세상은 붉은 피로 뒤엎이기 시작합니다.
" 그러니까 '자기들'. 부디 일찍 죽어서 날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 "
그 붉은 입술이 자연스럽게 죽음을 고한 뒤에.
몇 개의 장면이 지나가고 에릭은 정신을 차립니다.
- 소녀
- 문이 열렸다. 세상이 바뀌었다. 아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 날과 다르지 않은 붉은 하늘이었다. 아이는 색맹이었다. 그것도 가장 특이하다는 붉은 색만 볼 수 있는 적색색맹말이다. 거기에서 나아가 아이는 모든 색을 붉은 색으로만 볼 수 있었다. 먹는 음식도, 보는 무언가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붉은 색이었다. 그래서 아이는 색을 몰랐다. 아이에게 있어 색이란 붉은 색의 명암 차이였다.
아이는 숨을 내뱉었다. 입에선 새빨간 연기가 내뱉어졌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아이의 감수성? 아니면 감정?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아이는 자라나 어른이 되었다. 진한 붉은 연지를 입술에 바르고, 방긋방긋 웃으며 삶을 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아이의 앞에서 그 지독한 문이 열렸으니까 말이다.
아이는 입을 방긋거렸다. 문에서는 수없는 존재들이 걸어나왔다. 강철의 군단이 세상을 휩쓰는 동안에도 아이는 누구도 건들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무시하기라도 하듯 문 너머의 존재들은 아이를 보고도, 지나쳐 넘어갔다. 아이는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도망쳤다. 더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 희망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누군가가 아이의 뒤에서 둔기를 휘둘렀다. 아이는 기절했다.
눈을 떴을 때 아이는 두 손발이 묶인 채였다. 꼼꼼히 묶여 풀리지 않는 그것에 체념한 채,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신 소리를 들었다.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피려는 행위였다.
" 저건 팔아 넘기려고 그러죠? "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들뜬 듯한 목소리였다. 꽤나 목청이 큰지 이 주위에 목소리가 울렸다.
" 그래. "
말을 취소해야했다. 그 뒤에 따라오는 목소리도 울렸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이 곳의 풍경은 점점 어둠에 익숙해지는 곳의 풍경에 따라 익숙해졌다. 낡은 컨테이너를 가정용으로 개조한 것 같은 풍경이었다. 아이는 조소를 지었다. 이제야 바닥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이제는 컨테이너에 갖히는 운명이라. 하며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날, 아이의 꽃이 꺾였다. 그 뒤로도 아이의 꽃은 찢겨지고, 밟히고, 부서졌다. 붉은 세상 속에서 붉게 피어난 자신의 탓이라고 아이는, 아이는 이해하려 했다.
그렇게 부러져 꺾인 뒤에야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그것은 이제 우는 법도,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잊어버렸다. 단지 몇 푼 되지도 않을 돈에 팔려버린 자신의 가치에 따른 이름을 가졌을 뿐이다. 물건이라는 이름 말이다.
게이트가 열리고 인간은 물건이 되었다. 자신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물건은 그저 휘둘렸다. 물건처럼, 물건답게, 휘둘리고, 사용되며, 마침내 부서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버려졌다.
하지만 그런 물건을 주운 누군가가 있었다.
" 괜찮나요? "
그는 물건에게 처음으로 '상태'에 대해 물어봤다. 고개를 갸웃거린 물건의 상태를 살피고 상처를 치료해주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 배가 고프진 않나요? "
더러운 빵으로 연명하던 물건에게 처음으로 먹을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비록 여러 재료들을 모아 만든 스프였지만 수 년만에 먹은 제대로 된 음식에 맛을 느끼기도 전에 마셔버린 물건에게 그는 자신의 몫을 더 나누어주었다.
때때로 물건은 원래 하던 것처럼 스스로 휘둘려지길 바랬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물건을 잡지 않았다. 다만 거부하고, 손을 잡아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물건이 놀랐던 것은 그때였다.
"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
이름? 이름이 무엇인지 물건은 몰랐다. 물건의 호칭은 아이였고, 꼬마였고, 꽃이었고, 물건이었다. 물건은 그 단어들을 나열했다. 아이, 꼬마, 꽃, 물건. 그러자 남자는 그 단어들을 듣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
" 그럼 당신의 이름을 제가 지어주어도 괜찮을까요? "
물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라고 부르더라도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자신은 아이니까. 아이는 어른이 시키는 것을 따라야 했으니까. 꼬마니까. 꼬마는 말을 잘 들어야 했으니까. 꽃이니까. 꽃은 누군가가 부르기에 따라 이름이 바뀌었으니까. 물건이었으니까. 물건은 정해진대로 불려야 했으니까.
" 저는 당신을 뮤리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부디 허락해 주시겠나요? "
뮤리엘. 뮤리엘. 물건은 그 단어들을 듣고 방긋 웃었다.
물건은 뮤리엘이 되었다.
situplay>1596246759>780 <- 에미리주 놀릴거
- 유망주-이현, 미야모토 준
- 가치를 재는 것을 어려워 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나 되었더라, 아마 의념을 각성하기 전까지는 무언가에 가치를 두길 좋아했던 적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물건에 가치를 매겨 중요도를 달리 하곤 했었다. 이 물건이 있으면 내가 행복할 수 있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준은 자신의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허공에 떠다니는 정보들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흐르는 의념의 형태나, 떠다니고 있는 의념의 잔재들에서 의념 각성자에 대한 정보를 읽곤 환경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남들이 보면 평범한 풍경일 뿐인 장소에서 준은 정보를 조합하고, 유추하고, 기억을 읽어냈다.
그리고 웃었다.
" 뭐야. 드디어 미친 거야? "
옆에서 준을 바라보던 이현은 질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준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당연할 반응이었다. 그는 가만히 의념의 흐름을 읽고, 주위 풍경을 바라보더니 미친 사람이 하듯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트렸으니까 말이다.
준은 그것을 이해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타인도 볼 수 있다면 아마, 이 정보의 바다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단 것을 알기에 이현의 웃음을 준은 이해했다.
" 너무 웃겨서 말이다. "
" 뭐가? "
" 이 게이트를 만든 녀석들 말야. "
준은 게이트의 한 켠에 있던 바위를 발로 툭 차버렸다. 바위는 그 형태에 어울리지 않게 허무하게 밀려나버렸다. 물론 가디언. 그것도 최고등급으로 평가받는 가디언들이라면 바위를 차는 것 만으로 가루로 만들 수 있으니 별로 특별한 장면은 아니었다. 다만 이상한 점을 말하자면, 바위가 밀려났단 것이다. 아무리 서포터라 한들 미야모토 준은 최상위의 가디언이었다. 그것도 유찬영의 수제자 소리를 들을 정도의 가디언.
이현은 그 장면을 보고 나서야 드디어 준이 말하는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름이 돋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UGN이 이번 오세아니아의 던전을 공략할 파트너로 연결해주었기에 이현은 미야모토 준의 파트너가 되었을 뿐이었기에 큰 관심도 없었다. 영웅이니 유명함이야 신 한국에선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고 부산에는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만든 길도 있었다. 그렇기에 달라봐야 별로 다를 것이 있냐고 생각했는데, 틀려버리고 만 것이다.
" 하.. 이거. "
이현이 머리를 헝클이며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아마 그녀의 지식은 슬슬 이 상황에 대한 지식으로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답안지를 눈 앞에 두고 있다면 어떤 공식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 진짜 개같은 게이트 맞잖아? "
이 게이트는 수많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의 발을 흐트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방금처럼 평범한 풍경 속에 진실을 숨겨두거나, 아니면 막힌 길 앞에서 뚫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왔던 길을 돌아가야먄 진짜 길이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게이트 '로키의 장난감 미로'. 뉴질랜드 웰링턴 중앙에 대놓고 생겨난 이 대형 게이트는 수많은 가디언과 헌터들을 잡아먹었다. 의념 파동은 하급도 아니고, 안개 수준의 게이트였지만 그럼에도 많은 가디언과 헌터가 이 게이트 안에서 죽어나갔다.
결국 위험감을 느낀 UGN에서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신 한국과 영국, 일본에 요청하여 각지에서 '유명한' 가디언들을 하나씩 강제로 착출시켰으니 말이다.
" 지금도 실시간으로 의념 파장이 바뀌고 있군. 이 안에선 말 그대로 공격의 좌표를 잡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준이겠어. "
" 그래서 제대로 된 길은 어딘데. "
" 왼쪽으로 13미터 앞 37도 위. "
그리고 UGN은 이 게이트를 가장 완벽히 클리어 가능할 사람들로 파티를 꾸렸다.
'셜록 홈즈' 미야모토 준.
'부산의 등대' 이 현
'황야' 게일 트라드넌.
이현은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대놓고 좌표를 알려주었는데 그걸 틀리는 게 더 힘들 것이다. 정확한 위치에 그녀의 의념에 의해 게이트가 천천히 구겨졌다.
주위의 풍경이 완전히 변한 뒤 이현과 미야모토 준은 자신들을 향해 도끼를 들고 있는 가면 쓴 무언가를 발견했다. 음속을 아득히 넘을 듯한 속도로 무언가의 목을 움켜쥔 이현은 미야모토를 바라보고 고개를 까딱였다.
" 아니. 일반이다. "
" 하. 진짜 짜증나네. "
목을 붙잡곤 한 번의 움켜쥠으로 몬스터를 터트려버린 이현은 한숨을 쉬었다.
" 아!!!!!! 딸이랑 남편 보고싶다.. "
" 그러고 보니. 이번에 아프란시아로 갔었던가? "
" 어 맞아. "
공통분모를 가진 이야기가 나오자 이현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이 분위기가 꽤나 맘에 들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현은 성격대로 화끈하고, 거친 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남들과 서스럼없이 다가가길 좋아했다. 하지만 UGN이 맺어준 파티의 인물들은 서로서로가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성격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현도 처음에는 이런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먼저 말을 걸어보기도 했고 초창기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들은 의례적인 답변들 뿐이었다. 아, 어, 그래 같이 감정 없는 대답들 말이다.
그런 분위기에 내심 질렸던 차에 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갑갑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우리 딸냄이 얼마나 예쁜데. 성격은 날 닮았지 외모도 눈은 날 닮았지. 근데 키는 누굴 닮아서 그리 작은지 모르겠단 말이야? 하지만 가끔 키가 컸으면 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남편하고 얼마나 마음이 속상했는지 모르겠어. "
" 확실히. 윤지아의 키는 작긴 했지. 하지만 그녀는 랜스 포지션이기에 키는 별로 제약이 되지 않아보였다만. "
" 우리 딸이 랜스로 갔어? 의외네. 하긴. 남편이 앉혀놓고 하루종일 넌 성학교로 가는 게 좋아. 엄마아빠 이명도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너 하고 싶은 공부 하면서 크는 게 좋다고 몇 시간이나 얘기했다니까? "
" 확실히. 청월의 수업 방식을 따라가기엔 그녀는 좀 힘들겠더군. 성격은 쾌활하지만 그만큼 참을성이 조금 적어보였으니 말야. "
" 그래도 역시 엄마는 청월고등학교가 좋지 않았을까 싶었지.. 청월이면 아는 사람도 많고 다들 어릴 적부터 지아를 봐왔으니까 지아랑 놀아주기도 좋았을텐데. "
그들도 별로 바쁘지 않은 사람들은 아닌데 말야. 하고 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 뭐. 이번 기에는 유난히 특이한 학생들이 많이 보이긴 하더군. "
" 그거 얘기해도 되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난 신 한국의 가디언이야. 내가 먼저 접근해서 빼가려고 하면 어쩌려고? "
" 그거 이상하군. 신 한국은 이전 성학교 학생회장을 영입하는 것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
" 그건.. "
" 물론 외무차관보가 실수한 것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말일세. "
" 하.. "
답답한 일임을 기억하는지 이현의 몸이 살짝 떨렸다.
" 그래서 얘기나 좀 해줘. 이번에 '셜록 홈즈'의 눈을 받은 학생들은 어떤 녀석들이야? "
준은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수첩을 열었다.
" 가장 간단히는 당신 딸도 내 눈길에 띈 학생 중 하나지. 꽤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것 같았거든. "
" 생각하는 거는? "
" 충분히 가르치면 신속 SS도 불가능하지 않을 정도. "
" 역시 지아야! 그런 부분은 자기를 쏙 빼닮았다니까? "
역시 딸바보는 어쩔 수 없는 건가. 준은 그 미소가 웃기면서도, 내심 부럽기도 했다.
" 외에 눈에 띈 학생이라면 타다 호마레. 이 녀석도 있군. "
" 걘 왜? "
" 글쌔. 신 한국쪽 데이터라 나보단 그쪽이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
" 잘 모르겠어서? "
" .... 뭐. 말해도 상관 없겠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최대까지 개화한다면 무기술 SS를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깨달음이 있다면 검성의 영역이라는 SSS도 가능할지도 모르지. "
" 아마 그럼 마도일본에서 노리겠네. 아마도? "
" 그렇지. "
" 다음은.. 강찬혁. "
" 신 한국의 이름이 꽤 많이 적혀있네? "
이현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담겼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신 한국의 귀족이었었다.
재능 있는 후배들의 등장은 이현으로썬 국력의 상승과 관련이 있었으니 당연했다.
" 이쪽은 솔직히 조금 특이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
" 뭔데? "
" .. 건강 능력치의 최대치가 SSS로 보이더군. "
이현은 꽤 놀란 눈을 지었다.
" 그거.. "
" 그래. 아마 이 정보를 러시아가 먼저 접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포섭하려고 할지도 모르지. 이름도 그럴싸하게 바꿔서 말이야. 게르찬혜프 비토보르비츠 식으로. 예카르의 숨겨진 아들. 정도로 꾸며댈 수 있겠지. "
준은 머리카락을 슬쩍 만지다가 어느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단지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일렁이던 공간 속에서 붉은 피가 떨어졌다.
" 아마 우리들의 '즐거운' 이야기에 적들도 반응을 한 듯 싶군. "
" 아.. 어쩔 수 없네. "
이현은 주먹을 맞부딪히며 자세를 잡았다.
" 이깟 게이트. 빨리 다 쓸어버리고 가야겠어. 영웅절은 가족끼리 보내는 게 맞잖아? "
" 부디.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군. "
이현이 질주함과 동시에 준은 입술을 한껏 끌어올렸다.
" 유난히 이번 년은 즐거울지도 모르겠어. "
재능 넘치는 가디언의 등장은 그로서도 환영할 일이었다.
어쩌면 그들 중. 지금의 영웅들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들이 생길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 나도 슬슬 제자를 들일 때가 됐어. "
기지개를 편 준은 늘어지는 하품을 마치며 황금빛으로 눈을 물들였다.
- #자캐의_사랑과_관련된_대사
" 너에게 꿈을 선물하고 싶었어. "
" 세상을 속여야만 해서라도 너 하나를 구한다면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
" 제 제자들의 피와, 그들이 흘린 눈물 하나까지. 모두 그대에게 돌려드리지요. 부디 쓰러지지 말아주십시오. 나이가 나이인지라 힘조절이 잘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
" 꼭 이해하려 하진 않아도 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역할은 내가 할게. 대신 너는 이런 날 이해해줘. "
"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아픈건 없어요. 힘든 것도요. 대신 내일부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만 있을거에요. "
" 가라. 그리고 행복해라. "
" 이빨. 너에게 준다. 나. 너에게 내 등을 준다. 너. 나에게 시간을 준다. 그러니 함께. "
" 말만 해. 말만 하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목욕을 하고 싶다면 이 세계라도 뒤집어보지. 대신 내 곁에서 죽지만 않으면 돼. "
" 사람의 살과 온기가 이만큼 따스한진 몰랐어. "
" 너가 내 세계에 들어왔는데 나는 네 세계에 흘러들었어. "
" 수백의 미래와 수천가지 길을 보았는데도 전 아직도 당신의 그 말이 가장 두렵고, 아프며, 사랑스럽답니다. "
" 저를 당신만의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
" 앙칼진 고양이 처럼 내 손을 물었군. 그래도 사랑스럽지만 말야. "
- 미야모토 준의 강의
- " 우와! 와... 감사합니다! "
바다는 설레임을 감추지 못 하며 생각 속에 담아두었던 질문을 문자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 저는, 개인과 의념, 그리고 의념속성의 관계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
의념이란 무엇인가? 의념 각성자란 비각성자와 무슨 차이를 보이는가? 의념 속성이 개인별로 달리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海속성의 의념은 그저 핏줄에 담겨진 속성인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항상성에 대한 고민이 섞인 나름의 대질문을 토해낸다
# 미야모토의 즐거운 학습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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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념에 대해 단순히 말하자면. 의념은 일종의 길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단순한 길이 아니라 수백, 수천가지 갈래로 나뉘어진 길 말이다. 가장 간단하게 우리들이 손에 무언가를 쥔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대부분은 '쥔다'는 과정에만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의념은 '손'에 '쥔다'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손에, 어떻게 쥐고, 어떤 방향으로 쥐고 하는. 수많은 방법이 생기는 것이지. 그리고 그런 행위를 취하기 위한 과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의념의 가장 기본적인 설명이지. 이것이 보통 학생들이 배우는 의념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다. "
준은 가볍게 목을 다듬고 말을 잇습니다.
" 의념은 간단히 말하면 대항점이다. 게이트 내부의 존재들은 게이트 외부의 존재들에게 알 수 없는 대항 반응을 지니고 있다. 아마 이에 대한 설명으로 게이트 내부의 존재들에겐 의념이 존재하지 않는 총기의 피해가 급감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의념 각성자가 등장한 것은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의념 자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베오울프 이야기나, 아더 왕 이야기 같은 기록들은 과거에도 의념이란 것이 존재했단 것을 어느정돈 말하곤 하지.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적이나 위업을 상대한다'는 공통점 말야. "
바다의 얼굴이 ?로 가득하기 시작하자 준은 머리를 긁적거리다 담배를 꺼내들고 맙니다.
담배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하고 조금 진정한 준은 말을 잇습니다.
" 정리한다면 의념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에 대한 정복 방법 말야. "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 의념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차이라고 해도, 의념을 사용하여 한계를 너머 성장한다. 로 설명할 수 있겠지. 말했다시피 의념은 방법이다. 그리고 인간은 방법을 찾아가며 성장했다. 사람을 죽이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 무기의 사용법을 찾았고 무기를 만들었다. 아군을 지키기 위해 성벽을 쌓았고 성을 만들었다. 그와 비슷하지. 의념 각성자는 의념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높은 한계를 지닌다고 보면 된다. 생각하면 간단하다. 의념을 각성하여도 일반인 사이에서 살려는 이들도 있다는 것과, 의념 각성자가 절대적 다수를 상징하진 않는다는 것 말야. "
준은 담배 하나를 다 피워내고 깊은 숨을 내뱉습니다.
" 그러므로 개인마다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더 빨리 달리고 싶다면 일단 뛰면서 스스로에 맞추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아니면 체계적으로 자신의 달리기 자세를 분석하여 더 알맞은 자세를 만드는 사람도 있겠지. 그래서 의념 속성은 '변화'한다. 방법이 맞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기도 하고, 방법이 맞다면 그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니까 말야. 그러므로 의념 속성은 스스로의 방법에 대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지. "
그는 숨을 정리합니다.
" 간단히 말하면 네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네 속성을 '바다'로 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스스로가 하기에 따라 의념 속성은 변화할 수 있는 법이니 말야. "
그리고 그는 피식 웃습니다.
" 그리고 너에 대해 고민하는 거라면. 단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지. 인간의 말과 인간의 행동을 하고, 인간으로 살고자 한다면 너는 인간이다. 내 대답은 끝이다. 이해했나? "
(+5분 안에 한 말입니다.)
- [ 의념적 응용을 통한 투기의 발산 ]
- [ 의념이란 어떻게 보면 물리적 힘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신체를 강화하며, 의념 속성을 통한 현실 구현이 가능하단 점에서 유독 그러하다. 그러나 의념의 응용에는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한다. 일례를 들어 게노미아 투기 흐름 유도식을 통한 의념의 흐름을 계산하여..
( 캐릭터의 영성 부족으로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로 귀결된다. 따라서 의념 사용자의 의념 흐름은 단순한 형태로 귀결되지 않는다. 각자마다 다른 의념의 흐름은 이러한 의념 사용자를 특정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즉 여기서 게노미아 - 파티야 개념 방식을 이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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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이러한 현상을 통해 의념의 파장을 바꾸는 것으로 흔히 가상 매체에서 사용하곤 하는 살기의 형태를 재현할 수 있다.
물론 설명 자체는 지나치게 쉬울 수 있다. 식에 대한 이해와 적당한 영성만 있다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게노미아 의념론의 일부를 응용한다면 이런 설명을 할 수 있다.
의념의 개인 파장은 의념 각성자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러한 의념 파장을 이상할 정도로 동일하게 맞추면 어떻게 되는가?
그는 간단한 설명을 위해 라디오의 주파수에 비유했다. 라디오의 고유 파장과 같이 의념의 파장을 맞춘다면 위의 방법을 응용하지 않고 자연스레 주위에 녹아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방법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파수를 흔들도 억지로 비틀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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