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 201?년 ?월 ?일, 약속된 아이들이 이 땅에 돌아오리라. ]
[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다시 깨어나,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리라. ]
[ 거짓된 주인을 무로 돌리고 다시 이땅에 우뚝 서, 영원한 번영을 맞으리라. ]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아담의 자손인 사도들이며,
우리 인류는 릴리스에게서 비롯된 릴림Lilim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얀 빛의 거대한 무언가가 이 땅에 내려앉는 모습, 붉은 구체가 가슴 중앙에 박힌 새하얀 모습의 천사가 하얀 구체와 함께 추락하는 모습. 이어서 또다른 검은 구체가 이 땅에 내려와 부딪하며 추락하는 모습, 그리고 뒤이어 또다른 가면을 쓴 천사가 피를 흘리고 있는 채로 이 땅에 일어서는 모습. 피로 하여금 천사의 주변을 중심으로 바다를 이루는 모습…..
그리고 가려진 무언가와 천사들이 만나는 형상까지.
사해 문서는 사도의 출현 시기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를 절멸시킬 방법을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너무나도 상세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에 문서 해독을 맡게 된 연구팀은, 번역본을 전해주면서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네었다.
[ 위원회는 미쳤어. 진짜로 이걸 실행할 셈이야 ]
번역본을 전해받고 나서, 우리는 다시는 그 연구팀과 연락이 닿지 못했다.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아예 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는 지금 와서 회상해 보아도 확신할 수 없다.
이후 해당 문서에 대한 해석을 가지고 우리 연구팀들 사이에서 크고작은 논쟁이 있어왔으나, 종극에는 두개에서 세 개의 의견으로 좁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엔, 내가 낸 의견 역시 있었다.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수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수없이 많은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줄곧 나와 충돌하며 반대의 의견을 내보이던 유리나는 이제 없다. 총사령관님께서도 이제는 내 의견을 들어주시겠지. 모두가 내 이론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려 하는 동안, 나는 속으로 이런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과연 인류를 위해 하는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