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명 ¶
"인간들이 우리 마녀와 성인(Saint)을 어떻게 나누는 지 아느냐? 저들 마음에 들면 성인, 마음에 안 들면 마녀이다. 그렇다면 기꺼이 어울려 주어야지."
평소에는 시칠리아에 머무르며, 발푸르기스의 밤에 몇 년에 한 번씩 참석하는 마녀 라비나. 어쩌면 마녀들 중 가장 오래된 존재 중 하나라는 말이 있다.
그녀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그녀는 기꺼이 인간들과 '어울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칠리아의 작은 성에서 '살아있는 성녀'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녀가 비공식이지만 성녀로 취급받게 된 데에는 그녀가 그 작은 마을에 일으켰던 '기적'이 원인이었다. 당시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고통받던 성의 인물들을 '신성한 빛'으로 치유해주었고, 그 대상 중에는 성주와 그 후계자였던 유일한 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막 그들을 치유해 주었을 때에는 마녀로 의심받는 시선이 조금 있었으나 그녀는 당당히 주장했다.
그녀는 시칠리아의 작은 성에서 '살아있는 성녀'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녀가 비공식이지만 성녀로 취급받게 된 데에는 그녀가 그 작은 마을에 일으켰던 '기적'이 원인이었다. 당시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고통받던 성의 인물들을 '신성한 빛'으로 치유해주었고, 그 대상 중에는 성주와 그 후계자였던 유일한 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막 그들을 치유해 주었을 때에는 마녀로 의심받는 시선이 조금 있었으나 그녀는 당당히 주장했다.
"신이 허락하신 이 기적이 아니었으면 많은 생명이 축복받은 삶을 잃었을 것이다"
그녀의 당당한 주장에 그 작은 성의 무지한 인간들은 설득당했고, 그 후 수 세대가 지난 현재까지도 '죽지 않는 성녀'로 대우를 받으며, 또한 성주가 정치적 위협을 느껴 자신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마을의 외딴 성당에서 삶을 지내고 있다. '죽지 않는 성녀'로 오랜 기간 지내왔기에 다른 마을에 소문이 퍼질 법도 한데, 소문이 퍼질 기미만 보이면 그녀가 마을의 사람들을 설득해 소문이 퍼지지 못하게 봉쇄했기 때문이다.
"기적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나를 찢어 죽이는 죄를 범할까, 내가 죽으면 너희들이 다시 마귀가 퍼트릴 병에 고통받을까 두렵다"
사실상 그녀는 그 작은 마을을 확실히 쥐어잡은 상태로, 그로써 다른 마녀들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그 병을 퍼트린 것이 그녀인 줄을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사실 그 병을 퍼트린 것이 그녀인 줄을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대단한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다. 하지만 사자가 살기 위해 노루 수십 마리를 잡아먹고, 토끼가 살기 위해 매일 같이 풀을 뜯어먹듯이 이 또한 마녀인 그녀가 살기 위해 인간을 이용할 뿐이다. 그것이 그녀의 규칙이다.
인간이 자신과 닮았으나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늑대인간이나 흡혈귀를 두려워하고, 지금은 마녀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다. 이 종족의 위기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을 이용하는 것이 뭐가 나쁘단 말인지.
인간이 자신과 닮았으나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늑대인간이나 흡혈귀를 두려워하고, 지금은 마녀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다. 이 종족의 위기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을 이용하는 것이 뭐가 나쁘단 말인지.
하지만 워낙 독단적이고 때론 무자비해보이는 모습이나, 혹은 잘 알지 못해도 그저 편안히 인간들 틈에서 사는 마녀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만 등 여러 이유로 발푸르기스의 밤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본인도 이젠 어린 마녀 친구들 사이에서 놀기 어렵다고, 가끔씩만 참여해서 생존 신고를 하고 있다.
참고로 인간들 틈에서 잘 살고 있어서(?) 인지, 그녀는 딱히 계약한 존재나 부리는 사역마 등이 없다. 있어봐야 눈에 띄기만 하고 성가시다는 주의.
3.1. 록산느 ¶
"겁쟁이인지, 대담한건지"
악마와 계약한 강단 있는 마녀인지, 악마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마녀인지, 항상 그녀에게 록산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다른 평을 내놓는다. 그녀의 생각으로는 마녀는 인간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다, 언제고 그들을 다스릴 수 있는 상위의 존재다. 하지만 록산느와 같은 적지 않은 마녀들은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하거나 그들을 피해 지낸다. 단지 라비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악마와 계약한 강단 있는 마녀인지, 악마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마녀인지, 항상 그녀에게 록산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다른 평을 내놓는다. 그녀의 생각으로는 마녀는 인간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다, 언제고 그들을 다스릴 수 있는 상위의 존재다. 하지만 록산느와 같은 적지 않은 마녀들은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하거나 그들을 피해 지낸다. 단지 라비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3.2. 아스나스타 ¶
"까다로운 짐승 같으니"
혼잣말로 그를 부를 때는 악마보다는 짐승이라는 표현을 더 즐겨 쓴다. 그녀 역시 옛 문헌들을 통해 그의 본모습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스나스타의 마음에 들 만큼 아름답지도 젊지도 않고, 그녀 역시 악마 따위를 필요로 할 정도로 약하지 않기에 서로 어쩌면 소 닭 보듯 하는 관계일지도. 록산느 곁에 붙어 있는 걸 보며, 저 까다로운 입맛의 악마에게 록산느가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정도는 짐작하고 있다.
혼잣말로 그를 부를 때는 악마보다는 짐승이라는 표현을 더 즐겨 쓴다. 그녀 역시 옛 문헌들을 통해 그의 본모습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스나스타의 마음에 들 만큼 아름답지도 젊지도 않고, 그녀 역시 악마 따위를 필요로 할 정도로 약하지 않기에 서로 어쩌면 소 닭 보듯 하는 관계일지도. 록산느 곁에 붙어 있는 걸 보며, 저 까다로운 입맛의 악마에게 록산느가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정도는 짐작하고 있다.
3.3. 미카엘라 ¶
"오, 자네인가. 이번 계약자와는 얼마나 오래 지낼 생각인겐가?"
그녀는 미카엘라의 악명을 잘 안다. 오래 전 그녀 역시 자신보다 선대의 마녀들에게 미카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꽤 오래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나에게 감사해야지, 안 그렇소?"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묘하게 미카엘라보다 자신을 우위로 여기는 듯하다. 적어도, 그녀가 에스더와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왜냐하면 에스더를 그토록 위태롭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이니까. 자신이 아니었으면 에스더와 같은 계약자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 당연히 내게 그 지분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녀는 미카엘라의 악명을 잘 안다. 오래 전 그녀 역시 자신보다 선대의 마녀들에게 미카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꽤 오래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외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나에게 감사해야지, 안 그렇소?"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묘하게 미카엘라보다 자신을 우위로 여기는 듯하다. 적어도, 그녀가 에스더와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왜냐하면 에스더를 그토록 위태롭게 만든 건 바로 자신이니까. 자신이 아니었으면 에스더와 같은 계약자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니, 당연히 내게 그 지분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3.4. 에스더 ¶
"작은 별아, 그래서 내게 복수할 거니?"
에스더에게 있어서, 어쩌면 일방적인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그녀를 마녀로 만든 원인. 당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적당히 인간들을 '도우며' 이용할 방법을 찾아다니던 라비나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에스더가 사는 동네에 가게 되었을 뿐이다. 마을에 심한 병자가 있으니, 그를 잘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질을 타고난 한 소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 어쩜 이리도 이용하기 좋게도 그 병자의 누이였다지.
그녀는 에스더에게 작은 제안을 하나 했다. 인간의 약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니, 마녀인 자신이 그를 고쳐주겠노라고. 그 대신 너는 마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순진하고 간절했던 누이동생은, 라비나의 속삭임을 받아들였다.
하필 인간을 마녀로 만든 데에는 큰 뜻이 없다. 종의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라비나로서, 종의 개체를 늘리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 아니겠는가? 때문에 에스더와 같이 그녀가 마녀로 만든 몇몇 마녀들은 마치 자신의 딸처럼 여기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에스더는, 뭐랄까 자신에게 적대적인 말 잘 안 듣는 딸 같은 느낌으로 여긴다.
어찌되었든 동족 간의 분쟁이나 분열은 그녀도 원하는 바가 아니기에, 어쩌면 그녀가 몇 년에 한 번씩만 발푸르기스의 밤에 참여하는 원인 중 하나. 즐겨야 하는 연회 및 서로 간의 생존을 확인하는 기쁜 연회에서 동족 상잔이 일어나선 안 되지 않느냐는 이유이다. 아마도 에스더는 그녀를 죽도록 원망하고, 그 공허한 분노는 자신을 향할 게 뻔할 테니까.
"그런데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 오누이는 죽었잖아? 감사해야지"
에스더에게 있어서, 어쩌면 일방적인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그녀를 마녀로 만든 원인. 당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적당히 인간들을 '도우며' 이용할 방법을 찾아다니던 라비나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에스더가 사는 동네에 가게 되었을 뿐이다. 마을에 심한 병자가 있으니, 그를 잘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질을 타고난 한 소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 어쩜 이리도 이용하기 좋게도 그 병자의 누이였다지.
그녀는 에스더에게 작은 제안을 하나 했다. 인간의 약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니, 마녀인 자신이 그를 고쳐주겠노라고. 그 대신 너는 마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순진하고 간절했던 누이동생은, 라비나의 속삭임을 받아들였다.
하필 인간을 마녀로 만든 데에는 큰 뜻이 없다. 종의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라비나로서, 종의 개체를 늘리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 아니겠는가? 때문에 에스더와 같이 그녀가 마녀로 만든 몇몇 마녀들은 마치 자신의 딸처럼 여기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에스더는, 뭐랄까 자신에게 적대적인 말 잘 안 듣는 딸 같은 느낌으로 여긴다.
어찌되었든 동족 간의 분쟁이나 분열은 그녀도 원하는 바가 아니기에, 어쩌면 그녀가 몇 년에 한 번씩만 발푸르기스의 밤에 참여하는 원인 중 하나. 즐겨야 하는 연회 및 서로 간의 생존을 확인하는 기쁜 연회에서 동족 상잔이 일어나선 안 되지 않느냐는 이유이다. 아마도 에스더는 그녀를 죽도록 원망하고, 그 공허한 분노는 자신을 향할 게 뻔할 테니까.
"그런데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 오누이는 죽었잖아? 감사해야지"
3.5. 크리스티안 ¶
"악마가 되었다고, 진짜로? 꺄하하-!"
에스더의 형제, 그녀가 오누이를 찾아갔었던 이유. 이용하기 좋았던 그의 자매의 인상이 워낙 깊어서인지, 자신이 마을을 찾아온 이유인 크리스티안에 대해서는 사실 비교적 인상이 약한 편이다. 아마 그녀의 기억으로는 작은 소년이었다지.
뭐가 되었든 그녀는 크리스티안을 고쳐주었지만 에스더를 마녀로 만들고, 오누이가 떠돌아다니고 무수히 상처받게 한 원수이다. 그리고 라비나는 알지 못했지만, 결국 인간들의 손에 죽을 뻔했던가?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는 들었지만, 어쨌든 크리스티안은 현재 그녀의 앞에서 (비록 악마지만) 잘만 살아 움직이고 있어 사실 와닿진 않는 소식이다. 거기다, 그녀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것도 사실 라비나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발푸르기스의 밤에서 크리스티안을 다시 보았을 때, 그녀는 꽤 흥미롭게 여겼다. 저런 반쪽짜리 악마라니, 그 옆의 미카엘라와 에스더가 잘 교육시켜주고 있디? 지내는 곳의 인간들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크리스티안을 맡아서 '교육'시켜줄 의향이 있지만 그녀의 사정과 에스더의 사정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에게 크리스티안의 존재는 흥미롭다는 듯하다.
"한 명은 마녀, 한 명은 악마라니. 이 정도면 너희 핏줄에 뭐가 있는 게 아닐까?"
에스더의 형제, 그녀가 오누이를 찾아갔었던 이유. 이용하기 좋았던 그의 자매의 인상이 워낙 깊어서인지, 자신이 마을을 찾아온 이유인 크리스티안에 대해서는 사실 비교적 인상이 약한 편이다. 아마 그녀의 기억으로는 작은 소년이었다지.
뭐가 되었든 그녀는 크리스티안을 고쳐주었지만 에스더를 마녀로 만들고, 오누이가 떠돌아다니고 무수히 상처받게 한 원수이다. 그리고 라비나는 알지 못했지만, 결국 인간들의 손에 죽을 뻔했던가?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는 들었지만, 어쨌든 크리스티안은 현재 그녀의 앞에서 (비록 악마지만) 잘만 살아 움직이고 있어 사실 와닿진 않는 소식이다. 거기다, 그녀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것도 사실 라비나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발푸르기스의 밤에서 크리스티안을 다시 보았을 때, 그녀는 꽤 흥미롭게 여겼다. 저런 반쪽짜리 악마라니, 그 옆의 미카엘라와 에스더가 잘 교육시켜주고 있디? 지내는 곳의 인간들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크리스티안을 맡아서 '교육'시켜줄 의향이 있지만 그녀의 사정과 에스더의 사정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에게 크리스티안의 존재는 흥미롭다는 듯하다.
"한 명은 마녀, 한 명은 악마라니. 이 정도면 너희 핏줄에 뭐가 있는 게 아닐까?"
3.6. 마벨 ¶
대략적인 인식은 집 나간 딸. 에스더와는 확실히 다른 이유로 아픈 손가락이라면 아픈 손가락이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마녀.
인간이 싫다기에 친히 마녀로 만들어주었고, 성녀가 거둔 아이로 데리고 살아주었다. 그러다 마녀로 사는 삶이 싫다기에 떠나보내주었고, 자신과 멀어지고 싶다는 것 같아 기꺼이 놓아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떠나가 놓고 잘 살기라도 하면 될 일이지, 인간이 싫어 마녀가 되고, 마녀로 있기도 싫어 자신을 떠나 놓고, 인간으로서 자신도 유지하고 싶어 북쪽 땅에서 그리 척박하게 살아가니 라비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딸이다.
그래, 딸아. 어디 한 번 멀디 먼 곳에서 네가 선택한 아이들과 함께 잘 살아 보려무나. 하지만 너도 언젠가 반드시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인간들과 부대끼며 그들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결코 홀로 설 수 있는 종은 없다는 것을.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돌아올 생각일랑 하지 말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 너를 아는 인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지만, 혹여나 네가 돌아와 네가 자랑하는 그 파괴 마법으로 내 일상마저 파괴해선 안 되지 않겠니?
그러니 라비나가 마벨을 다시 만나는 그 날은 어쩌면, 두 마녀 중 한 사람이 자신들의 오랜 삶에 권태를 느끼는 순간일 것이다.
인간이 싫다기에 친히 마녀로 만들어주었고, 성녀가 거둔 아이로 데리고 살아주었다. 그러다 마녀로 사는 삶이 싫다기에 떠나보내주었고, 자신과 멀어지고 싶다는 것 같아 기꺼이 놓아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떠나가 놓고 잘 살기라도 하면 될 일이지, 인간이 싫어 마녀가 되고, 마녀로 있기도 싫어 자신을 떠나 놓고, 인간으로서 자신도 유지하고 싶어 북쪽 땅에서 그리 척박하게 살아가니 라비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딸이다.
그래, 딸아. 어디 한 번 멀디 먼 곳에서 네가 선택한 아이들과 함께 잘 살아 보려무나. 하지만 너도 언젠가 반드시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인간들과 부대끼며 그들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결코 홀로 설 수 있는 종은 없다는 것을.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돌아올 생각일랑 하지 말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 너를 아는 인간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지만, 혹여나 네가 돌아와 네가 자랑하는 그 파괴 마법으로 내 일상마저 파괴해선 안 되지 않겠니?
그러니 라비나가 마벨을 다시 만나는 그 날은 어쩌면, 두 마녀 중 한 사람이 자신들의 오랜 삶에 권태를 느끼는 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