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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

last modified: 2015-04-27 02:56:51 Contributors





"오랜만이야~? 넌 여전하네."

1. 프로필


이름: 릴리스(=릴리트)

나이: 1만 살 이상 (아담의 나이+인류의 나이)

영역: 몽환

성별: 여성

탄생: 자연 탄생

2. 성격

장난스럽고 가볍지만 진지할때도 있다. 친화력 만점.단것을 좋아하고 장난기가 심하다.
잘난척 기질이 있고 비밀이 많으며 놀리거나 능글거리기를 좋아한다. 약간의 똘기를 가지고 있고 장난에 대해서는 천재적이다.
갑자기 등을 팡 때리거나 순간적으로 점프해서 업히는 등 어린애적인 폭력성이 있다(?).
오지랖퍼에 뻔뻔해 보일 정도로 당당하고 제멋대로이지만 최소한의 선은 지킨다. 가끔 무지무지하게 화나거나
성인의 몸으로밖에 칠 수 없는 장난이 있으면 성인의 모습으로 변하는데, 모습이 성격에도 영향을 주는 것인지 존댓말을 쓰고 훨씬 침착해진다.


3. 외형

평소 모습은 로리 아가씨. 변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특정 모습으로 오래 있길 좋아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지만 주로 9살 내외의 로리의 모습. 이유는 움직이기 편해서..라고 한다. 땋은 백금발과 자주색 눈동자.
하얀 박스티 차림에 하의는 많이 걷어 올린 청바지. 형식적일 때는 검은 망토에 짙은 남색 로브를 입는다.
피부가 하얗다 못해 창백하다. 손목에 가끔 수갑을 연상시키는 은빛의 사슬 모양 팔찌를 끼는데, 조그마한 보석들이 주루룩 박혀 있다.
또한 언제나 허리에 작은 가방을 차고 있다. 어린애일 땐 122cm에 20kg.아주 가끔 성인의 모습일 때는 168에 51kg. 성인일 때는 머리를 풀고 다닌다.

4. 특징

인류 최초의 여자이자 몽마들의 여왕. 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모든 몽마들과는 친구 사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즐기는 별명은 '남녀평등을 주장하다 쫓겨난 최초의 여자이자 몽마들의 여왕'같은 잘난척기가 뚝뚝 흐르는 별명.
꿈에서 물건이나 마법 등등을 가져오는 수확이란 걸 하는 게 취미인 듯 하다. 평소 약이나 부적같은 것들을 가지고 다니며 이상한 액체를 만드는 것은 악취미.
로브와 신발이나 도깨비 빤스를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든 업무가 자동 처리되고 모든 꿈이 저택으로 모이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놨기에 할 일이 없다.
할 일이 없어진 이래로 이것 저것 많이 해 보는 중이고, 그래도 심심하면 다른 악마를 찾아가거나 무작위 포탈을 만들어서 뛰어든다.
주변에서는 어린애로 평가받고 있는 듯. 신의 이야기만 나오면 말에 가시가 돋친다. 좌우명은 신보다는 나은 악마가 되자.
몽환계에 저택이 위치해 있으며 마계에는 별장이 있다. 숨기고 있는 것이 많다.

5. IF 및 독백


6. 독백


릴리스는 약을 타서 짠맛과 쓴맛밖에 느껴지지 않는 액체를 홀짝거렸다. 사실 약의 효과로 미각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처음 머금었을 때 느꼈던 역한 맛을 회상하며 그저 책장만 넘기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신체 치고는 긴 손가락에 닿는 책장은 부드럽고 미끄럽고 미지근했다. 최근에 접했던 가죽으로 만든 것에 비해 감촉이 좋아 계속 만지작거리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인간들은 바보네. 찬양은 그리도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모르다니. 좋겠어 아주."

성경을 만든 인간은 엄청난 상상력을 가진 게 틀림없어, 진실을 기록하지 않고도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신께서 끼어들어서 개연성을 부여할 때도 있지만.

릴리스는 창세기의 첫 장을 펼치고 곧이어 두세 장을 연달아 넘기더니 책을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졌다. 무거운 성경은 날아가서 부드러운 카펫에 툭 하고 떨어져 힘없이 누워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 건 지겨워."

신체 크기의 다섯 배를 훌쩍 넘는 거대한 소파 위에서 뛰어내린 릴리스는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목구멍 아래로 퇴장한 약은 제 역할을 똑똑히 하고 있었고, 아마 그녀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 효과로 인해 감정과 감각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까지 억눌러졌다는 사실만 배제하면.

릴리스는 수많은 방을 가로지르고 복도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한 끝에 막다른 벽에 도착했다. 들어올린 손이 잠시 망설이더니 가공할 속도로 벽 안으로 침투했다. 그 뒤의 짐짝 같은 손목과 팔과 주인의 몸을 이끌고.

초침이 움직였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하던 방이 순식간에 초침이 경련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우습다는 듯이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Tick-Tock. Tick-Tock.
초침은 멈추지 않았다. 실험은 언제나와 같이 실패였다.

거울은 암흑 속의 형체를 반사했다. 이쪽 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위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이쪽으로. 릴리스는 온 사방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았고, 곧 형상이 산산조각나며 거울에 암흑이 가득 차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듯이 지켜보았다.

거울의 방은 언제나 재미있었다.

방에 거주하는 존재가 없어진다면 언제까지라도 이곳에서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아,아니지. 아니지. 이 방에 온 목적은 노는 게 아니지.

릴리스는 눈을 감고 거울에 손을 얹었다.그리고 방의 둘레를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한 발짝, 두 발짝씩 조심스럽게 떼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혹시나 발소리가 나게 되면 거울의 반사로 시끄러워질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일곱 바퀴째, 손끝에 균열이 만져지자 그녀는 몸을 틀었다.

"안녕, 릴리스. 오랜만이야."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피가 흐르는 고깃덩어리가 사슬에 묶인 채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여자아이는 눈을 감고 다시 방을 돌았다.

"다신 돌아오지 마."

또다시 일곱 바퀴째, 여자아이는 균열을 만지고 한숨을 내쉬었다.밖의 세계로, 따듯한 저택의 안으로 손을 뻗었다.

"진절머리 나니까."

그녀가 완전히 나가자 초침의 소리가 끊어졌다. 마지막 숨을 쉴 겨를도 없이, 방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6.1. IF : 전쟁의 말로

풀린 눈동자는 하늘을 향했다.
단안으로 보는 푸른 이불은 평소와도 다름이 없었다. 영원하지 못한 존재들과는 달리 끝을 알 수 없는 영원한 공간이기 때문일까.

손과 뺨은 따뜻하게 끈적거렸고, 태곳적의 어둠과 같이 온몸을 감싸는 온기는 떠나지 않았다.
마치 모친의 품과 같은 편안함 속에서-내게도 기댈 수 있는 엄마가 있었더라면-숨을 내쉬었다.
온기는 영원히 떠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체감하는 영원 안에서는.

기억은 끊기고 이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나운 맹수가 자리했을 것이다.

맹수는 인간계의 동물도 천계의 동물도 마계의 동물도 아니었지만 그 모두였다. 그 누구라도 그 피조물을 막을 수 없었지만 그 누구라도 그 피조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오로지 숨통을 끊어 놓겠다는 의지 하나로 움직이던 짐승은 적이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변의 일들은 침착한 판단을 용납하지 않았고 여린 맹수는 그저 상황에 순응하며 그의 이름대로 움직였다. 짐승의 이름은 본능이었다.

동물은 피 흘리고, 물어뜯고, 도망치고, 울부짖었다. 발톱으로 상대를 할퀴고 단단한 송곳니로 살점을 뜯어냈다.

그리고 온 세상을 붉게 물들였다.

맹수가 하늘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증오를 깨달은 것은 영원의 끝에서였다.

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한 짐승은 후회했다.
곧이어 다가온 이성은 짐승의 영혼을 빼앗아서 자신이 가져 버렸고, 동물의 신체는 선물받은 붉은 꽃을 받아들여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짐승의 기억과 영혼을 빼앗아가고 자신의 힘마저 소진해버린 이성이라는 이름의 괴물은 울부짖었다.

그 모든 것을 부정하리라. 그들에게 죽음과 절망을 선물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리라.
전쟁을 거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리라. 가장 증오하던 존재의 의지대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부정하리라.

창조주가 말했다.

한낱 줄 달린 구체관절인형의 부정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도 나는 부정하리라.
그 모든 악마와 천사의 존재를, 인간의 존재를, 신의 존재를. 세계가 존재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실패작의 존재는 무의미를 상징하기에.

숨을 들이쉬었다.

그만, 그만. 지나가버린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극은 이제 그만. 본능도 이성도 사라진 지금,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지금을 직시하고 코앞의 현재를 직시하자.

창조주는 비웃었다.
현재라는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지? 어차피 그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그대에게 현재라는 축복은 필요 없다.

숨을 내쉬었다.

점점 미쳐가고 있어.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고 나 역시 세상의 부속품이기에 미쳐 돌아가고 있어.
신은 광기를 만들었다.

그래, 지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과연 무슨 생각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을 지켜보고 있을까.
인간도 천사도 악마도 남지 않았다. 인간계와 천계와 마계는 붕괴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갔다.

세상을 만든 이가 세상을 미쳐 돌아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항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 인형들의 주인은 전지전능한걸.

인형극의 주인은 인형극이 지겨워지자 인형들에게 칼을 꽂았다.
무대와 인형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버려졌고, 주인은 인형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어쩌면 이 후에 당신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난 이후 또 이 꼴을 만들겠지.

내가 그 꼴을 안 봐도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만.
더이상 창조주에 대한 이야기로 낭비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기억을 더듬으며 영원을 끄집어냈고, 수많은 생각을 했다. 아마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고 싶어.
옛날 옛날에, 한 세상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미쳐 돌아갔습니다. 천사와 악마와 인간이라는 이름의 부속품은 멸망의 마지막을 함께했습니다.
신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저 멀리서 진득한 어둠이 밀려오는 것을 보았다.
눈을 감자 곧이어 머리카락 사이로 온기가 스며들었고, 따뜻한 파도에 몸을 맡기며 빛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