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동화학원³
"살아있는 것은 맹목적이긴 하지만 언젠가 변하고 말지. 과연 자네는 어떨까?"
Valentine Charlotte Undertaker [커미션] | |
나이 | 19 |
성별 | 男 |
기숙사 | 현무 |
1.1. 외형 ¶
음영을 집어삼킬 정도로 새카만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자랐고, 헝클어진 채로 쇄골을 넘어 가슴팍을 타고 내려온다. 왼쪽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지나 보인 얼굴은 창백했고, 다물린 입술은 핏기가 없으며 메말랐다. 유일하게 드러난 한쪽 눈은 음영이 져있다. 숱이 많고 긴 속눈썹 때문이다. 공막에 드리운 그림자 때문인지 분홍색 눈동자가 유독 돋보인다. 드러나지 않는 눈은 붉은색.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하는 걸까. 그 선명한 눈 밑은 다크서클이 짙게 져있다. 어딘가 부러질듯 가는 선, 마른 몸이 보였다. 늘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쓰며 그만치 검은 노리개를 차고있다.
아무리 너른 소매의 맵시에 가려졌어도 흘러내린 소매 사이로 드러난 손목은 나뭇가지 처럼 앙상하고, 손가락은 길었으며, 왼손 중지에 은으로 된 반지를 끼고 있다. 테이블을 가볍게 두들기면 단단한 소리가 나는 손톱은 검은색이다.
180이 넘는 큰 키를 가졌지만 앉을 때 보이는 어딘가 구부정한(주로 다리를 꼬고 오른쪽으로 기대거나 하는) 자세가 그의 키를 생각보다 작게끔 착각하게 만들곤 한다. 드러난 눈은 단안경을 썼기 때문일까, 퇴폐적인 인상에서 병약한 학자의 인상이 언뜻 엿보인다.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꽤 미형의 얼굴이었다. 머리를 빗어 넘기고, 잘 먹기만 한다면.
- 적폐 픽크루, 연성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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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성격 ¶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오는 사람을 밀어내는 건 아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기에 일상과 대인관계에 정해둔 선이 있고, 단지 선에 누군가 깊게 넘어오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그 선의 기준이 나름 유하니 또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다만 행동의 친절함, 단지 그뿐임을 유의하라. 다른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친절한 사람과 살가운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선을 그어놓은 만큼 개인적인 일에 관한 말도 거의 없다. 대화를 하면서도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마저도 패밀리어가 물어온 쥐 사체를 면밀히 살피는 일이다. 보듯 그는 타인이 보기에 딱딱하고, 재미없고, 음침하며, 어딘가 이상한 예술가에 가깝다. 좋게 말해 그렇다는 것이지, 나쁘게 말하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사람을 구분치 아니하며 독설도 서슴지 않는 싸가지 더럽게 없는 녀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딘가 인간다운 면도 반드시 존재하니, 이는 최소한의 사회성을 유지하기 위함에 가깝다.
1.3. 기타 ¶
- UNDERTAKER
- 무덤에 묻히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누군지 기억나게 해라.
죽음을 숭고한 행동으로 받아들이며, 삶에 초연한 가문. 상징은 금환(金環)과 그 속의 까마귀.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우리는 죽은 자의 마지막을 함께 할 사명이 있다는 것이 가문의 이념.
이들은 비단 장의사 일에 국한하지 않고 오러, 법의학, 여러 죽음과 맞닿아있으며, 마법사 전쟁 당시에도 순혈, 혼혈, 머글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무상으로 장례를 지도했으나, 혐오가 극에 다다른 세간의 시선은 따가웠다.
대다수는 이 가문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죽은 자는 억울하게 구천을 떠돌았을 것이라 하였지만, 이들의 행동이 지극히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했다는 등, 다른 세력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등 이기적이라 손가락질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그들이 현장에 나타났을 때 보였던 처절한 사투의 흔적은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 충분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전쟁 이후 쇄문하게 되어 일을 제외한 교류를 완전히 끊으며 최소한의 사회 활동에서도 자신을 향한 침묵 마법이나 다른 마법을 이용하여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제한하는 등, 정보도 자연스레 말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발렌타인이 입학하게 되었다.
- 언더테이커 가문의 현 가주이자 직계
- 교우관계 적음
- 독방
- 청궁 킬러
- 흡연자
- 슈가러쉬
- 한국어 패치
- 영국인
- 목소리
- 병약
- 복학생
- 평소 지팡이는 어디에 있는가?
1.4. 소지품 ¶
일상, 퀘스트, 미니 이벤트로 얻은 아이템 및 떡밥을 정리해뒀습니다.
- 고스트 아이스
- 작은 막대로 떠먹는 아이스크림. 사과맛이 난다.
한 입 베어물면 근처에 유령이 모여드는 게 보이고 오싹한 기분이 들지만 진짜는 아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으면 느낌이 사라진다.
- 퀘스트 떡밥 및 알현
- 얼음호수에서 설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두 눈이 있는 자리는 눈이었던 구멍만이 뻥 뚫려있습니다. 눈사람인지, 설녀인지 알기 어려운 형체가 얼굴의 절반 이상이 쭉 찢어진 입으로 깔깔깔 소리를 내어 웃었습니다. 불길한 공기가 주변을 에워쌉니다. 놀랍게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럼에도 그것은 소리를 내어, 웃고 있습니다.
무꾸리를 해보자, 이게 언제 끝날지
곧이어, 눈은 그대로 흩어졌습니다. 더 이상, 불길함도 서늘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 얼음호수에서 설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미니 이벤트 - MA의 장난
- 당신과 같은 한복을 입은, 하늘색 머리 학생이 보입니다. 그 학생이 머리가 새하얀 남성, 백정과 함께 있습니다. 학생의 목에는 로켓이 보입니다.
-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년이 보입니다. 당신이 아는 사람의 어린 시절 같습니다. 그 주변에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환히 웃고 있었고 누군가가 그에게 탈을 건넵니다.
- 그것이 존재했습니다. 그것에게 반기를 든 수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것이 손짓하자, 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목을 죄거나,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더 해봐.
- 당신의 머릿속에 영상이 하나 떠오릅니다.
어서 해
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의 손이 스스로의 배를 관통시켰습니다. 다시 아물어가는 게 보입니다. 그의 배 군데군데에서 뱀 비늘 같은 게 보입니다. 그것이 그걸 보고 웃었습니다.
- 당신과 같은 한복을 입은, 하늘색 머리 학생이 보입니다. 그 학생이 머리가 새하얀 남성, 백정과 함께 있습니다. 학생의 목에는 로켓이 보입니다.
1.5. 사용 지팡이 ¶
재료 | 백향목 |
속재료 | 세스트랄의 꼬리털, 루가루의 털 |
길이 | 10 Inch(약 25.4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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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패밀리어 ¶
큰까마귀, 달링관리를 잘 했는지 깃털에서 윤기가 나며, 지능이 높은 편과 더불어 구관조의 특성상 몇마디 단어도 구사할 수 있다. 발렌타인이 현재 유일하게 살갑게 대하는 존재.
2. 관계 ¶
선관은 이름 뒤에 ☆을 붙여주세요.
- 펠리체 W.스피델리
- "학기 이전에 만난 후배일세. 마차를 공유해 빨리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책도 양보해주더군. 음, 답례라도 보낼까?"
"뺩..젠장, 젠장! 조용히 해! 누가 절벽에서 떨어질 줄 알았겠..! 흐으윽. 조용히 해..부끄럽다고..!!"
일상에서 만난 후배.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공적인 일(책을 양보해주는 등 학교에 가는 행위였다.)을 행했다.
두번째 만남은 바닷가. 그는 대표의 자리에서 그녀가 이 외딴섬에서 홀로 낙오되는 것이나 여러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동행했으나, 절벽에서 다이빙을 당했다. 여기서 나온 희대의 명대사는 뺩....
- 주단태☆
- "제발 달라붙지 마. 질척거리지도 마. 젠장, 기둥에 묶어버리고 싶군."
일방적으로 밀어내는 관계. 단태의 플러팅에 익숙하지 않은 발렌타인.
- 레오파르트 로아나☆
- "그만 좀 때리게. 나 말고도 다른 녀석에게도 하는 말이야. 이러니 주궁 점수가 남아나질 않지...이 투견 같으니라고. 리덕토."
세미 혐관. 홀연히 나타나 점수를 깎으려 하는 발렌타인과 호전적인 레오파르트의 조합은 가히 환장이다.
최근 각시&양반탈 레이드에서 공격 받은 레오파르트를 도왔다. 치료 마법은 실패했지만..
2.1. 백정(홍 마노) ¶
분리 이유: 귀속 때문에 분리해둬요. 타니아의 경우 5-2문단 서사정리를 참고해주세요.
- 발렌타인의 의견
- "크루시오를 쏘더니 남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고 자는 줄 알고 착각을 해? 이런 백치에게 내가 쓰러졌다니..수치스럽군."
"…새로운 부류의 인간일세. 천박함을 배운 백지였네. 무얼 그려도 받아들일 백지. 언젠간 그도 관에 들어가겠지. 불을 붙여주는 호의와 사탕은 나쁘지 않았네만, 과정이 나빴지. 아주. 괜히 해달라 하였나. 죄책감이 드는군. 뭔가 열어서는 안 될 상자를 연 기분이야."
"…그래, 인정하지. 닮았네. 나와. 우습지 않나, 나와 닮았단 말 자체가. 아가라고 불러달라 하더군. 그래, 아가. 이게 온정을 바라는 말일 줄 누가 모를까. 어울려주지. 자네가 어떻게 비어버렸는 지는 묻지 아니하마. 비록 내 육신의 날은 머지 않았으나 그 남은 날동안 널 버리지 아니하리라."
"나는 자존심이 강해. 남들과 달리 제법 오만하지. 매구 앞에서도 혀를 놀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 허영과 자만으로 넘쳐나는 나는, 절대 자네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네. 그래, 경계하였어. 작은 오해로 속상하였네. 버리려 들었을 때 내게 기어이 돌아왔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네. 아가, 너는 내가 신뢰하는 유일한 인간이다. 부디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자유로만 가득하길 바라는, 절애하는 나의 아가."
"아가, 나는 살고싶다. 죽고싶지 않다. 너와 함께 하고 싶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 네게 아직 보여줄 세상이 많은데, 무수한 악의가 가득한 세상에 너 혼자 두고 싶지 않다. 부디 살아라. 절애하는 나의 아가야. 너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다."
- 관계성 정리
"…(중략), 이 육신은 머잖았기에 너와 짧은 시간 동안만 함께하겠지만, 남은 시간동안 내 모든 직위를 걸고 맹세하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버리지 않을 테니, 너 또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 내 삶이 끝나면 네 자유를 찾는 것을 조건으로, 부디 나와 함께 해줄 수 있겠느냐?"
-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크루시오에 맞고 쓰러진 벨에게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라는 말을 했으며, 벨은 그를 충분히 알지 못해서 농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 두번째 만남은 라온의 골목에서 맞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이어진다. 담배를 맞대 불을 붙이고, 그에 대해 짧은 정보를 알아냈으며, 사탕키스를 했다. 벨은 이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혐오를 느꼈다. 그렇지만 밀어내지 않았다. 어딘가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세번째 만남. 근사한 주말을 생각하던 벨에게 닥친 시련. 기숙사 창문 안으로 들어온 것이 평범한 매라고 생각했으나, 애니마구스인 백정이었다. 벨은 머글의 과자를 통해 백정을 대접한다. 그저 정보를 얻겠다는 의도였으나, 여전히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점점 얘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흐지부지된 정보와 더불어 백정을 끌어안았다. 그저 어울려줄 심산이었다. 하지만 신체 접촉을 해도 역겹지 않았다. 벨은 결국 인정하고 만다. 마노의 현재 모습을 유년시절 애정을 갈구하던 자신과 겹쳐봤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눈물이 터졌다. 어쩐지 백정은 자신과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싶었다. 자신을 거두라는 말에 그는 백정을 거두게 된다. 가주의 자리를 걸고 약속했다. 버리지 아니하겠다고.
- 네번째 자각. 양반탈과 각시탈에게 습격을 받았다. 벨은 백정을 의심했다. 인정하지는 않지만 신뢰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저주가 난무하고 학생이 다시 다쳤다. 이런 상황을 보면 벨이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속상했고, 백정으로 인해 다시금 무너지고 좌절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백정을 내쳤다. 백정은 벨에게 돌아왔다. 벨은 인정하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다. 오갈곳 없는 우리는 서로의 이정표다. 이 사람만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 다섯번째 절애. MA의 농간으로 벨은 어른의 모습이 되었다. 새하얗게 물든 머리카락과 옷, 레이스 안대와 입안의 수선화. 모를 수가 없다. 가주가 죽는다면 이런 모습으로 장례를 치른다. 10년 뒤의 벨은 역시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좌절의 순간이 잠시 찾아왔다. 죽음의 순간으로만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생각이 흐려지고 잡을 수 없었다. 벨이 좌절에 발을 내딛으려 할 때, 백정은 늘 그렇듯 순수한 모습을 보였다. "발렌타인, 보기 좋아." 벨은 백정의 말에 삶을 갈구하게 된다. 살고싶다. 죽고싶지 않다.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 수많은 후회를 삼켜내고 입을 맞췄다. 절애함을 고백했다. 서로에게 증표를 새겼다. 벨은 백정에게 구원 받았다.
나의 길을 같이하던 카나리아가 떠났다. 새로운 일행이 생겼다. 이번엔, 내가 미리 너를 놓아줄까 한다. 나는 어둠 속에 암약할 테니, 너는 부디 내 마지막을 보고 빛으로 떠나가거라. 그리고 살아라. 너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다. 내가 떠나면 부디 너는 아름다운 삶을 살거라.
- 벨은 그로 인해 시체에 집착하는 경향을 줄여가기 시작했다. 대신 다른 것에 집착하고 있다.
- "그래도 많이 먹고 쑥쑥 커야 해. 좀 더 먹을 필요가 있어." 백정의 조언대로 먹는 양을 늘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 버겁다. 음, 그래도 이제 구토까지 가지는 않는 것 같다.
- 벨은 백정의 추종자 행각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최소한의 제재는 있겠지만.
- 백정이 시간이 흘러 직접 깨닫기를 바랐으나, 차라리 자신을 추종하였으면하는 욕심이 생겼다.
- 백정이 시간이 흘러 직접 깨닫기를 바랐으나, 차라리 자신을 추종하였으면하는 욕심이 생겼다.
-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시간이 가기 전에 네가 자유를 찾길 바란다는 건, 유년 시절의 내가 하는 부탁일지도 모르지.
-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크루시오에 맞고 쓰러진 벨에게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라는 말을 했으며, 벨은 그를 충분히 알지 못해서 농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3. 기숙사 점수 ¶
2021.08.23 기준 71점 & 119갈레온 10시클
호감도 정리 | |||||||||||||||||||||||||||||
건 | 3 | ||||||||||||||||||||||||||||
곤 | 4 | ||||||||||||||||||||||||||||
감 | 8 | ||||||||||||||||||||||||||||
리 | 4 | ||||||||||||||||||||||||||||
무기 | -5 |
- 퀘스트 및 보상 정리
2021.06.17 당과점 단기 알바생 구함. 완료
고스트 아이스와 3갈레온 획득.
2021.06.30 리를 살려주세요. 완료
25갈레온, 기숙사 점수 10, 리의 호감도 1 획득
2021.07.01 꽃게잡이 완료
50갈레온, 기숙사 점수 10, 건/곤/감/리의 호감도 1 획득 및 무기의 호감도 -5
2021.07.09 주작의 회복을 위하여. 완료
18갈레온, 기숙사 점수 15, 곤의 호감도 1 획득
2021.07.10 리안 다이사쿠 에스카마리의 양도
20갈레온 획득
2021.07.13 도둑 잡기 완료
3갈레온, 기숙사 점수 10 획득
2021.07.14 무기 선생님을 위한 선물이 필요해 완료
10시클과 100번의 오르치데우스로 인한 체력획득
2021.08.23 테마 퀘스트 - 추모기간 완료
기숙사 점수 26점, 건/곤/리의 호감도 2 획득 및 감의 호감도 7 획득
4.1. 독백 ¶
- 결심
- 현궁의 얼음 호수는 당신이 자주 찾는 장소다. 누군가는 너무 추워서 싫다고, 누군가는 그 한기가 좋다고들 한다. 당신은 놀랍게도 후자에 속했다. 차갑게 얼어붙은 호수와 함께 그 주변의 한기에 몸을 맡기노라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나 뭐라나. 물론 당신이 하는 일이 많긴 하다. 가문의 일과 함께 교내의 일도 병행하지 않은가. 이번에 6학년이 되고 대표의 자리에 오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당신은 나무에 기대 앉아 뽀얀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는다. 잠을 자려는 것 같다. 잠을 자는 것은 좋은 일이나 한기에 오래 노출되어 감기에 걸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신을 나무 틈에서 지켜보는 나는 소리가 나지 않게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걸음을 재촉한다. 당신이 점점 가까워지고, 나는 당신의 곧게 뻗은 허벅지 위에 냉큼 올라탄다.
"윽." 당신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노련하게 품에 파고들자 당신은 뽀얀 한숨을 뱉으며 허공을 더듬는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나를 한참 찾기 위해 더듬거리다 등의 감촉을 느꼈는지, 그대로 꽉 끌어안으며 인상을 구긴다.
"내려오거라, 무겁다."
"실례에요! 그리고 절 이렇게 붙잡는데 어떻게 비켜요!"
"네가 재주껏 빠져나와야지."
"에잇!"
허공에서 손이 쑥 튀어나온다. 그리고 당신의 가슴팍을 꾹꾹 누르며 빠져나오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자 당신은 짓궂은 미소를 짓는다. 타이밍 좋게 바람이 분다. 너른 호수, 광활한 하늘처럼 맑은 머리카락이 투명 망토 사이를 비집고 나와 흔들린다. 당신은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한 번 감고는 정리하듯 다시 후드 안으로 밀어 넣어준다. 아! 친절한 사람. 나는 하는 수 없이 몸을 숙여 당신의 딱딱하고 마른 쇄골에 뺨을 기댄다.
"투명 망토는 어디서 났니."
"음...가림빛이요."
"다시는 안 가겠다고 그렇게 난리를 쳤으면서 결국 갔구나."
"그렇지만! 엉클 잭이 사탕을 사준다지 뭐예요? 그래서 따라갔는데 가림빛에서 사줄 지는 몰랐죠."
"저런, 안타깝군."
"그래서 엉클 잭이 가진 돈을 탈탈 털게 해주려고 이 망토를 샀어요. 어때요, 하나도 안 보이죠? 지금 다른 사람들이 보면 허공에 팔 얹은 걸로 보일 걸요?"
"그래, 그래. 그걸로 더 말썽이나 피우지 말거라. 그래서 어쩐 일로 왔더니."
"그게요..."
사실 이건 기회다. 지금을 기점으로 우리가 서로,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해도 해야만 하는 기회다. 아무도 우리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 들키지 않을 것이다. 놓치면 두 번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나를 신뢰하고, 나는 결국 그런 당신을 지옥에 밀어넣을 것이다. 그만큼 끔찍한 일이 없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기 위해 나는 투명 망토를 샀고, 이렇게 당신이 혼자만의 휴식을 갖는 타이밍을 노렸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연습해왔다. 단 한 번이면 충분하다! 나는 당신을 바라본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모두 나의 앞날을 위해서다. 그리고, 당신의 앞날도 약간.
"—."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른다. "괜찮니?" 하고 묻는다.
아! 이 친절한 사람. 모두가 당신을 현궁의 사신이라 부르지만 내게 당신은 유일신이다. 나는 결국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마음이 덜컹덜컹 흔들린다. 역시 아직은 할 수 없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 눈시울이 시큰시큰하였고 코가 찡하다. 결국 설움에 받쳐 눈물이 쏟아졌다. 당신은 뽀얗게 떨리는 숨결에 잠깐 놀라나 싶더니, 가슴팍이 젖어오자 군말없이 내 등을 토닥인다.
"추울, 추울까봐요.. 감기 걸리시면 어떡해요."
나는 애써 변명한다. 당신이 바라지도 않았는데 말이 횡설수설 나온다. 당신은 이런 말을 정말 싫어하는데! 그렇지만 당신의 친절한 손길이 느껴진다. 앙상한 뼈의 느낌이 등을 어색하게 쓸고 토닥인다. 당신은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다 천천히 허공을 올려다본다. 뽀얀 한숨이 하늘을 수놓는다. 깊은 한숨에 세월의 노련함이 묻어나온다.
"어찌 고작 그런 걸로 울고 그러느냐. 그리 목놓아 울어도 내 길이다. 더이상 네가 챙길 일이 아니지 않느냐."
아! 신이시여, 맙소사!
당신의 말에 나는 결국 대성통곡을 한다. 당신은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눈치 챘다는 걸 완곡히 돌려서 알렸다! 얼마나 쓸까! 나도 이렇게 괴로운데 얼마나 아플까! 내가 당신의 마음에 은으로 된 대못을 박았다. 그렇지만 당신은 이렇게 나를 달랜다. 나는 눈물을 펑펑 쏟는다. 흉한 얼굴이 투명 망토에 가려져서 다행이다.
"죄송해요..."
"무엇을 염려하느냐. 모두 괜찮다."
당신의 목소리를 끝으로 한참을 울었다. 나는 울다 지쳐 따뜻한 체온에 잠이 든다. 퉁퉁 부은 눈을 뜨자 기숙사 방 안이다. 벌써 어둑어둑한 밤이다. 당신의 달링이 창밖에서 나를 지켜보다 젤리를 두고 떠난다. 끝까지 당신은 내게 친절하다. 그래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를 수밖에 없다. 창문을 열어 젤리를 쥐고 다시 닫는다. 비닐 포장을 뜯는다. 아, 온갖 맛이 나는 젤리다. 그래. 우매한 내가 이 맛을 쉬이 알 수 없는 젤리처럼 그 아득한 지평선 너머의, 동경하는 자의 의중을 어찌 알까……
- 업무
- "으! 으엑! 웩, 세상에! 망할 인간들!"
"오, 세상에. 저번에 봤던 시체가 눈물겹게 그립네요."
두 여성이 소란스럽게 대화하며 눈앞의 시체를 어떻게 해야할 지 의논한다. 헛구역질을 하던 여성은 눈물을 벅벅 닦으며 "일단 꿰매야겠죠? "라고 말한다.
"그래야겠죠. 일단 구더기부터 제거하고요."
"분명 이쪽으로 안치될 때 제거하지 않아요?"
"바빴나 봐요. 우리 몫이죠."
다른 여성은 핀셋으로 팔 부분의 구더기를 제거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아마 그 빠른 시간 내에 또 알을 깐 것이 분명하다. 한참 선행 작업을 끝내니 머리를 쪽진 남성이 비척비척 걸어온다. 발렌타인이다. 그는 마스크를 쓰며 한숨을 쉬었다.
"뭐야."
"손님이죠. 토막나서 오셨어요."
"몇조각."
"13조각이요."
"절단면은."
"섹튬셈프라*로 판명이 났죠."
"질 나쁜 녀석에게 걸렸나 봐. 참 안타깝군."
"역시 인간들의 잔인함은 끝이 없어요. 어떻게 토막 낼 생각을 했담? 아무리 사랑하려 해도 사랑할 수 없는 역한 종족이라니까요."
"오, 우리는 아니고?"
"당연히 맞죠! 그래서 늘 유서를 가슴에 품고 다니잖아요. 수틀리면 죽어버리려구. 빌어먹을 인간이라 환멸이 납니다!"
"자네의 농담은 늘 즐겁군."
그는 시큰둥하게 시체를 살폈다. 미처 제거하지 못한 구더기를 핀셋으로 꽉 집어 통에 넣고 안색이 좋지 않은 여성을 돌아본다.
"어제 아바다 케다브라*를 맞고 죽은 손님이 눈물겹게 그립겠군. 그렇지, 캐서린?"
"…네."
"그래도 견뎌야 해. 자네는 어른이지 않나."
"지금 자기는 어른이 아니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물론이지. 난 아직 미성년자야. 특권을 누리는 권력계층이지."
"아, 저도 10년만 젊었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 소리 안 듣게."
캐서린의 중얼거림에 그는 바늘에 특수 처리된 실을 꿰어 준비한다.
"유족은."
"그걸 이제야 물어보시네요? 없어요. 듣자 하니 내쫓긴 사생아라던데 그것 빼곤 아무것도 몰라요."
"안타깝군. 마법약. 천에 적셔서 준비해주게."
"닦고 꿰매시게요?"
"그래야겠어. 이렇게 된 거 피랑 오물도 전부 빼고 꿰매는 게 나을 것 같은..오, 내장이 없군."
"다른 부위는 다 찾았는데 폐부터 시작해서 안에 있는 건 전부 못 찾았다고 하던데요."
"미친 인간들."
"아깐 인간이라면서요?"
그가 마법약을 묻힌 천으로 힘없는 팔을 들어 올린다. 창백하게 늘어진 팔을 닦아내며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그래서 늘 유서를 품고 살잖나. 수틀리면 머리에 아바다라도 쏴서 죽으려고."
짧은 농담이 오가고 일이 진행된다. 시체를 닦고, 피를 비롯한 액체를 빼내고, 약품을 채우고, 솜을 채우며 꿰맨다. 염습은 성공적으로 진행 되었다. 마지막으로 착용했던 장신구를 다시 입히고, 아름다운 정장을 입힌다. 관에 눕히고 감지 못한 눈을 감겨주며 그가 조용히 기도한다. 죽은자에게 편안한 안식을, 원인을 제공한 살아있는 자에게 끝없는 고통을.
- 4학년
- 라온의 골목엔 그가 있다. 교내에선 제법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라온에 가서 골목을 들어갔다 나온다. 많을 때는 여섯번이 넘게 방문한다. 명확한 이유는 없고 소문만 있다.
이러쿵 저러쿵, 사실 타 학교 학생과 밀회를 즐기는 것일 지도 모른다며?
이러쿵 저러쿵, 가림빛에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러쿵 저러쿵, 어둠의 마법사와 알선하는 건 아닐까?
전자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는 정학 내지 퇴학감이 아닌가. 진실은 저 멀리 흩어지고 해괴한 이야기만 남아있다. 무수한 추측 속에서도 가장 일리있는 것은 헛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를 골목에서 직접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라온의 그 많고 넓은 어둡고 으슥한 골목을 돌아가며 순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지만 진위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당신은 단 한 번에 그를 찾아낸다. 소문이 확신임을 아는 것이 당신이다. 당신은 귀곡탑을 향해 비척비척 걸어간다. 그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귀곡탑이 있는 방향의 골목에 상주한다. 그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는, 당신을 보며 표정을 구긴다.
"꼴이 말이 아니군."
"도, 도련님."
당신은 그의 발 앞에 엎드린다. 그를 보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러 나온다.
"타니아 리즐 블랙번."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미들네임과 성까지 붙여 부르는 걸 보아하니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 그의 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죄가 깊지 않나. 당신은 그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누구의 짓인가?"
그는 당신에게 일체 시선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그의 구둣발에 이마를 댄다. 그가 오해한 걸까? 이건 모두 내 잘못이다. 당신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북받치는 죄책감을 누른다.
"제게 직접 벌을 준 것이어요."
"기실인가?"
"제가 죽을 죄를 지었어요. 제가 모두 잘못한 것이에요. 벌해주세요, 차라리 죽여주세요."
아주 깊은 곳부터 시작되는 한숨에 당신은 몸을 크게 떤다.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자네의 잘못이지?"
"제가 감히 숭배하는 주인님의 가문을 모욕했어요.."
"타니아."
그가 당신을 향해 무릎을 굽힌다. "좋은 말로 할 때 고개 들게."
그의 단호한 말에 당신은 고개를 든다. 눈물과 디핀도로 온 몸에 상처를 내서 얼룩진 몰골이 추하다. 그는 당신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는다. 날카로운 엄지 손톱이 당신의 뺨을 훑는다. 당신의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왜 내가 자네의 주인이지?"
"그건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진..."
"가문의 일이지. 나와 하등 관계없는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도련님께서.."
"자네가 당연한 걸 말했을 뿐이지."
그가 당신에게 몸을 기울인다. 독하고 매운 향기가 눈을 찌른다.
"하지만 타니아, 나의 신실한 아이야. 내가 자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네. 들어보지 않겠나?"
"무엇이든요."
당신은 몸을 덜덜 떤다. 그가 당신에게 나지막히 속삭이자 온 몸에 다시 소름이 돋는다.
"우리는 네가 말했듯 시체 쫓는 까마귀지. 그런데 이 시체는 어디서 왔을까?"
"..."
"단지 네가 그걸 알고 늘 유의하며 살았으며 하는 바다. 그 이외엔 아무것도 내가 건드릴 생각이 없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신은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그는 말없이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인다. 불이 마치 나비의 날갯짓 처럼 휘었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타들어가는 성냥개비가 그의 중지와 검지 사이에 꽂힌다. 그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듣자 하니 난 쟤를 그렇게 키운 적이 없는데. 모든 블랙번이 이리 순종적이니..개도 아니고 유전자에 각인된 겐가? 같은 혼잣말이다. 그가 한숨을 뱉으며 당신을 내려다본다.
"그러니 일어나지 그러나."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 깊은 은혜에 승복하여 벌을 주시기 전 까지는 못 일어나요."
"..."
"정말요."
"번복은 없는 게지."
"도련님의 의지가 저의 의지에요."
"..자네의 그 빌어먹을..그래, 독특한 취향에 내가 이용 당하는 건 아니고?"
"도련님보다 더 하겠어요?"
"한번 훈계했다고 아주 기어오르는 군?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타냐는 모르는 일이에요."
"염병할."
당신이 입을 벌린다. 성냥개비가 떨어진다.
"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지켜보던 학생이 힉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난다.
"쥐새끼가 있었군 그래."
- 처벌
- 어두운 골목. 짓밟혀 명을 달리한 궐련과 홀로 남은 검은 청년. 그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사탕을 굴린다. 입안에 남겨진 사탕은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는 복숭아 맛이라, 방금 전까지의 위험한 공기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질적인 이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는 발을 돌린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당신을 보며 멈춰선다. 당신은 그보다 한 뼘은 더 크다. 입을 굳게 다물고 그와 같은 로브를 걸쳤으며, 손에는 양피지를 쥐었다. 그가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연다.
"uncle John?"
존. 당신은 부른 적 없고, 그에게 와서도 안 될 손님이다. 입을 굳게 다문 당신을 보며 그는 자세를 고쳐잡는다. 방금 전까지의 휘청이듯 위험한 모습이 아닌, 고압적인 태도다. 그 태도가 몸에 배어있듯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여긴 무슨 일이지?"
짝-
그의 고개가 돌아간다. 뺨이 화끈거린다. 이 개같은 배려는 눈에 보이지도 말라고 가려진 쪽을 치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세게 맞았는 지 모노클이 저 멀리 날아갔다. 가려진 머리카락 틈새로 붉게 달아오른 뺨이 보인다. 그가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당신을 노려보는 시선엔 감정이 담기지 않는다.
"용건을 말하라고 하지 않았나."
언더테이커의 뿌리깊은 불신과 환멸은 침묵으로 변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오러 일을 하는 어머니도 본인에게 직접, 사적인 대화가 나올 때 쯤이면 실렌시오를 걸어 현장에서 단 한마디의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시체만 보면 울기 바쁘지만 신기한 동물을 관리할 때는 철두철미한 캐서린도 그렇다. 그렇기에, 당연히 당신도 말을 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저 양피지를 공중에 띄워 그의 앞에 동동 띄우는 것이 충분한 대답이리라.
[Valentine Charlotte Undertaker.
먼저, 죽음이 함께하는 당신에게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금일 오후 감시자를 통하여 침묵의 규율 제 4, 7, 13, 15항을 위반하였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제 4항. 인간의 이름을 부르지 말 것.
제 7항. 본인의 이름을 먼저 알려주지 않을 것.
제 13항. 순혈우월, 머글, 혼혈 옹호의 뜻을 가진 자와 접촉하지 않을 것.
제 15항. 가문원이 아닌 자에게 죽음을 의뢰하지 않을 것.
귀하는 총 15개의 규율 중 4개의 조항을 어겼습니다.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학업의 지장을 고려한 바, 권한을 사용하여 묵인할 수 있었으나 가문의 근간이 되는 15번의 사항을 어긴 것은 중죄입니다.
이에 사흘동안 사형(絲刑)을 처하며, 해당 형벌은 집행자 존이 배정될 예정입니다.
후속 조치는 디터니 원액과 마스크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모쪼록 평온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H.J.U (붉은 도장이 찍혀있다.)]
"하!"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림도 없는 소리. 권한은 내게도 있다, 물러나게."
그리고 당신은 손을 휘적였다. 저 멀리서 실과 바늘이 날아온다. 손에 바늘을 쥐며 느릿하게 입을 연다. 실렌시오를 무언 마법으로 해제한 것이 분명하다. 당신이 한 걸음, 두 걸음. 그가 뒤로 물러난 만큼 걸어온다. 그가 뒤로 물러서다 벽에 등이 닿자 이를 악 깨문다.
"H의 결정입니다. 받아들이십시오."
"윤허하지 아니한다."
"도련님."
"내가 그 인간에게 사상을 지지한다 말했나? 아니면 연심을 품었다 고백하기라도 했나? 들었으면 알 것 아닌가, 난 숭고한 죽음을 바라였네. 빌어먹을 마법으로 인한 죽음이 아닌 숭고한 죽음을!"
"메구의 추종자에게 바란 것이 죄입니다."
당신은 우악진 손으로 그를 붙잡으려 한다. 그는 벽에 기대 미끄러지듯 주저앉으며 팔과 다리를 휘적여 반항한다. 가느다란 몸을 제압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긴 손톱으로 당신의 팔을 긁어내리는 손목을 붙잡고, 무릎으로 허벅지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다. 그 와중에도 꿈틀거리며 반항한다. "싫어, 놔, 싫다고. 안돼."
"도련님."
당신은 마법으로 실에 바늘을 꿰며 다른 손으로 턱을 부여잡는다. 확실하게 정면을 향하도록 얼굴을 고정시키고, 검은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밤이 되어 빛 한점 들지 않는 이 어두운 골목에서 당신은 그림자가 되고 공포가 되어 스며든다. 바늘만이 은빛 몸을 뽐내며 번뜩일 뿐이다.
"모두가 이정도는 지독한 농담인걸 알고, 묵인해도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형을 받아야 하느냔 말이야!!!!"
"타니아의 형벌을 기억하십니까?"
타니아에겐 4학년 중반 이후로 긴 머리에 가려진 구레나룻과 귀를 이어주는 부분에 작은 흉터가 생겼다. 사상을 지지하기로 선언한 타니아는 입부터 귀 끝까지 모조리 찢기는 형벌을 받았고, 수준 높은 마법으로 치료는 잘 되었지만 흉터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 형벌을 지켜본 것도, 치료한 것도 그였으니까.
"그게 무슨 상관인데."
"엉클 톰의 최후도 기억하십니까?"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그리 될까봐? 설마 그걸 계기로 사상을 지지하고 가문의 명예에 누를 끼칠까봐?! 그런 이유로 이렇게 하느냔 말이다!"
"모두가 당신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유일신인 당신이 그들처럼 물들고 숭고하지 못한 최후를 맞이할까봐."
"자네."
그가 마지막 변론을 하듯 입술을 비틀었다.
"앞으로 이 유일신 하나 모시기 좆되게 힘들겠군 그래."
바늘이 그의 입을 파고들었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입을 꿰매는 실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 치료
- 사형(絲刑)의 끝이 다가왔다. 그는 이 날이 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그간의 일이 어찌나 고통스러웠는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사건건 시비를 트는 주궁의 얄미운 어린 학생도, 느긋하게 치근덕대는 현궁의 학생도 만나지 않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가 틀어박혔다. 한마디도 할 수 없어 질문도 할 수 없었고, 교수님께서 혹시라도 질문을 하실 까봐 맨 뒷자리에 앉기까지 했다. 입을 꿰맸으니 식음을 전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에도 식음을 전폐하듯 최소한의 양만 먹고도 살아왔으나 먹는 것과 아예 굶는 것의 차이는 크다. 특히 이 상황에서는 기본적인 약조차 먹을 수 없으니 불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뭐, 언제는 들었냐 하겠지만.
그래도 오늘로 이 지긋지긋한 사흘간의 고통은 끝난다. 그는 창밖으로 부리를 툭툭 두드리는 다른 큰 까마귀를 들여보낸다. 까마귀는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달링에게 종종 발을 떼 다가간다. 이후 부리를 서로 스치듯 부딪쳐 친밀감을 표시한다. 딱딱 소리가 났다. 둘의 날개가 크게 위를 향해 뻗친다. 한참동안 의미를 알 수 없는 의식처럼 서로 날개를 펼치고 쫑쫑 원을 그리며 뛰던 모습은 달링이 먼저 날개를 펄럭여 횃대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큰 까마귀가 그의 팔에 날아와 애교스럽게 부리를 부비며 발목에 묶인 편지가 보인다.
[금일, 이 편지를 확인하는 대로 해제를 명합니다. 디터니 원액은 가방 안에 넉넉히 두었으니 사용하시길.
설령 이번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당신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가문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여 주십시오.
여기까지가 공적인 이야기.
아팠죠? 미안해요, 너무 심한 벌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도 용서해줘요.
쓸데없이 요즘 민감하다 보니 묵인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답니다. 하면 아니된다 했다간 내가 먼저 관에 들어가게 생겼지 뭔가요? 정말이지.
샬럿, 혹시 잭에게 원한이라도 샀나요? 신이 나서 형벌에 찬성하는데 어찌나 황당하던지.
하지만 당신도 어지간히 속을 썩였어요. 알죠? 어떻게 초면인 사람에게...그렇지만 생각해 보니 당신은 날 닮았어요. 샬럿. 이런 면까지 닮으면 어쩌자는 건지!
아무튼, 나도 한때 사형을 많이 당했답니다. 당신이랑 비슷한 이유로 말이죠. 이 편지를 쓰면서 골똘히 생각하니 그때도 잭이 찬성을 신나게 했다는게 떠오르는 군요.
생각난 김에 흠씬 리덕토를 쏴주러 가야겠어요.
두서가 없지만 이만 줄이도록 할게요. 상처 관리 잘 하고, 아프지 말고. 그 다음은 말 안해도 알죠? 당신을 아주 사랑한답니다. 그러니 평온한 꿈 꿔요.
- 사랑하는 H.J.U]
다물린 입 사이로 작은 웃음이 흐른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글과 그 온정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몇 부분에서 짚어보듯 가차없는 면도 있다. 그를 옹호하지만 죄는 인정하도록 한다. 그는 그 부분을 존경한다. 얼마 없는 인생을 조언해주는 훌륭한 분이다. 조만간 답신을 해야겠다 생각하며 편지를 곱게 접곤 가방을 끌어당긴다. 큰 까마귀는 인사를 하듯 고개를 여러번 숙이고 열린 창틈을 향해 다시 날아간다. 달링이 억울한지 빽 소리를 지른다. 이제 보니 달링이 좋아하는 지렁이 젤리를 꽉 움켜쥐고 도망친 것 같다.
그는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달링을 품에 안아 어르고 달랜다. 아기처럼 팔에 안겨 배와 부리를 간지럽히자 애교스럽게 몸을 이리 틀고 저리 튼다. 새끼 새처럼 삑삑거리던 달링은 그의 현란한 손길에 결국 졸더니 잠에 빠져든다. 사랑스럽다. 그가 사르르 미소를 짓고 준비된 방석 위에 달링을 내려놓는다. 얇은 담요를 이불처럼 덮어준다. 일련의 소란 이후 덩그러니 놓인 가방을 연다. 디터니 원액이 너댓병 들어있다. 그리고 소독약과 솜, 가위도. 그는 화장대로 가 앉는다. 같이 동봉된 가위와 솜을 꺼낸다. 먼저 솜에 소독약을 적시고 입을 아주 천천히 벌렸다. 실이 팽팽하게 당겨져 좋은 꼴이 아니다.
먼저 소독약을 바른다. 사흘이 지났어도 생살을 파고들어 실로 입을 봉했기 때문에 따갑다. 시간이 지나자 적신 솜을 내려놓고 가위를 든다. 천천히 하나하나, 입의 틈새를 따라 가로로 실을 잘라낸다. 실이 원활하게 잘리자 찬 공기가 입안에 들어온다. 이제 실을 빼내고 디터니 원액을 바르면 끝이다.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실을 빼낸다. 몇 부분은 아직 충분히 적셔지지 않아 딱딱하게 뽑혀 아프다. 그렇지만 흉터는 남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 다행이다. 실을 빼낸 그가 디터니 원액까지 바르고 나서야 깊게 한숨을 쉰다.
용서하라고 했지만 어쩐지 심술이 난다. 그의 손짓에 깃펜과 양피지가 날아 잡힌다. 그가 뭔가를 휘갈겨 적는다. 달링이 잠에서 깨면 이 편지를 부탁해야겠다.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가 욕실로 들어선다. 이제 잘 준비를 할 시간이다. 그것도 아주 만족스러운.
일련의 준비 후, 달링이 있는 방석을 이부자리로 가까이 끌고 온다. 이불을 덮고, 발을 천장을 향해 쭉 뻗고 잠든 달링의 배를 손으로 토닥여주며 그도 눈을 감는다.
[엉클 잭에게 성가를 부르도록 하십시오.
신성한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면 더 좋습니다.
추신. 소노루스 마법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침묵의 규율 제 11항. 가문 내부에서 성가를 부르지 아니할 것.
- 단촐한 식사
- "도련님은 저를 좋아하시나요?"
당신이 그에게 묻는다. 그는 대답했고, 작은 바람이 불었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는 바람이 얼음 호수에 차게 식었다. 바람을 양껏 맞는 온 몸이 푸딩처럼 떨려온다. 당신은 울며 뛰쳐 나갔다. 그는 사라진 발자국을 내려다보고 눈을 감았다. 호수가 차다. 그 사이의 온기가 여름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는 라온으로 향한다. 그날따라 재수 없게 궐련이 든 담배갑은 텅 빈 날이었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라온의 월식 주막은 오늘도 왁자지껄하다. 구석자리에서 손님과 그는 마주본다. 손님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검은 베일로 눈을 가렸다. 검은 옷차림은 마치 장례식에 참석한 것 같다. 그런 당신은 막걸리를 호쾌하게 마시며 테이블을 재미난 박자로 두들긴다.
"이거, 맛이 기가 막히는군요! 나는 지금껏 버터맥주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Jumo? 여기 한 잔 더!"
그 모습을 본 그는 말 없이 무알콜 막걸리를 마실 뿐이다.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오, 그래요. 글쎄요. 추억팔이?"
그는 천천히 사진을 밀어낸다. 날선 손톱과 앙상한 손이 손님의 앞으로 밀려나간다. 한 여성과 어린 그가 마주보며 웃고, 정겹게 껴안기를 반복하는 사진이다. 그는 이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사진을 찍고 머지 않아 앞니가 빠졌다. 이 여성은 그를 신나게 놀렸다. 그래. 당신의 얘기다.
"그걸 여기서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으음."
당신은 새 막걸리와 주문한 스테이크가 나오자 짧게 박수를 쳤다. "사실 이것도 맛이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Thanks."
그리고 막걸리를 또 호쾌하게 들이킨다. 만일 이 장소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당신의 모습에 감탄하며 박수를 쳤을 것이다. 나이프와 포크를 든 당신이 그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자 그는 잔을 내려놓는다.
"그래서 일도 빼고 라온까지 오셨다 이 말씀이신지."
"물론이지! 궁금한게 있다면 오는게 우리 아니겠니."
"그렇다고 어찌 기별도 없이.."
"말 편하게 하렴. 맞다. 오늘은 감시자도 없으니 말이다."
그는 눈을 굴려 주변을 바라본다. 없는 것 같긴 하다. 당신의 장난에 하도 속아넘어가서 그런지, 쉽게 믿을 수 없는 표정이다. 당신은 고기를 썰어 입에 넣곤 눈웃음을 친다. 잠깐의 침묵 뒤 그도 나이프와 포크를 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럴게요."
"이래야 양파지. 귀여워라."
"제가 양파라고 하지 말라 했잖아요. 발음이 다르다니까."
"그럼 뭐라고 불러줄까, 샤를로테?"
"엄마."
"그래, 그래."
그는 골머리를 앓듯 표정을 팍 구겼다. 눈 앞의 당신은 그의 어머니다. 세 잔째의 막걸리를 주문하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는 고상한 귀부인. 경박함이 섞인 모습과 달리 손짓만은 우아해 절로 시선이 간다. 그는 당신과 비슷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썰어 입에 넣는다.
"학교 생활은 어떻니?"
"늘 그렇듯 지겹죠. 재미 없는 일만 가득하고요."
"그거 말고. 네 카나리아를 뜻한 거란다."
"아."
"차였니?"
"제가요?"
"오! 세상에, 너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던 타니아가 어쩐지 어머님 오셨어요? 도 하지 않더니만!"
"아닌데요?"
"물론 농담이지. 네가 우리 집안에서 제일 날 닮았잖니? 날 닮았다면 카나리아 한 마리 놓아주는 건 쉽겠지."
"그건 제가 엄마 아들이라 그런 거고요."
"음, 난 내 남편 유전자도 많이 물려받았을 거라 생각 했는데. 아니니?"
그는 진심이냐는 표정을 짓는다. 당신은 그의 표정에 크게 한입, 다시 고기를 입에 넣는다. 그도 나름 크게 한입 입에 넣고 무알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잠깐의 침묵 뒤 그가 애매한 발음으로 운을 뗀다.
"그..엄마. 전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데요."
"기가 막히게 잘생긴 사람이었지. 근데 넌 아니구나."
"엄마 닮아서 그런데요."
"얘는 무슨 끔찍한 소리를. 식사나 마저 하자꾸나."
"말 돌리시는 거예요?"
"아닌데? 아무튼 카나리아는 놓아줬으면 됐다. 걱정은 된다만."
"돌렸구만."
"샬럿."
"네, 네."
식기가 서로 맞닿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식당의 소음에 섞여 들어간다. 당신의 말에 그가 포크를 떨어트리긴 했지만, 그 내용을 다시 전해 듣는 건 나중의 일이다.
- 떠나보내다
- 1학년이 시작 될 무렵의 봄날은 따뜻했다. 활기차게 학생들이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크게 울렸다. 그는 경쾌하게 종종 뛰어 사감 선생님이 있을 연구실을 찾는다. 작은 손이 똑똑, 문을 두드린다. 오늘은 감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기로 한 날이다. 이정도는 괜찮다고 도련님이 허락해 주셨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자 감 선생님이 보인다. 선생님의 흑요석을 닮은 눈동자 밑으로 뺨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이제 막 학교에 왔지만, 이 선생님도, 건 선생님도, 교장 선생님도, 교수님도 너무 좋았다. 그는 활짝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이번에 청궁에 들어가게 된 타니아 리즐 블랙번이라고 해요."
그가 허리를 세운다. 참 근사한 사람이다. 예쁘게 땋아내린 동화 속 호수처럼 새파란 물의 색을 닮은 머리카락도, 숲의 청명함을 닮은 눈동자도. 발그레한 뺨은 꽃을 닮았고, 미소는 봄날의 바람과도 같았다. 어두운 겨울 나무를 닮은 도련님과 달리 그는 봄을 온전히 가진 사람이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그는 수줍게 몸을 꼬다가, 당당하게 허리를 편다. 이건 모두 도련님을 위한 일이다.
"저는 이번에 같이 입학하게 된 현궁의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 도련님의 수행원이에요. 도련님의 건강이 그렇게 편치 않으신지라 제가 주기적으로 확인을 하고 본가에 전해드려야 해요. 부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일주일에 한 번은, 현궁의 얼음호수에 들어가도록 허락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일이 벌써 6년 전이다. 1학년 초를 포함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여름이 다가오는 후덥지근한 바람에 파란 노리개의 고운 실이 바람결을 타고 흩날린다. 벌써부터 머리카락은 땀에 젖은 이마에 쩍쩍 달라붙는다. 아마 치마를 입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허벅지가 미끌거렸을 것이다. 다행히 그만큼 짧은 치마를 즐겨 입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 그는 현궁의 얼음호수를 찾아가는 중이다. 남의 기숙사에 이렇게 자주 들어가도 괜찮은가 싶지만, 이건 사감 선생님께 엄밀히 허락을 받은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일 테니, 모두 봐줄 것이라 믿었다.
오늘은 우리가 마지막인 날이다. 지금 이 순간부로 나는 당신을 지옥에 밀어넣을 것이다. 당신은 내가 떠민다는 걸 알면 절망할까? 절망해도, 절망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그 모습을 보며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니까. 기껏 산 투명 망토를 가위로 찢어버린 다짐이 무색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현궁의 얼음호수는 아주 차갑다. 주변에 서리가 내려앉고 호수가 얼어붙은 것을 보자면 영원한 겨울이 내려앉은 것 같다. 당신은 그렇게 시간이 멈춘 장소에서, 마른 나무의 기둥에 등을 기대 앉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까다로운 당신이 자주 찾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름 바람이 얼음을 스쳐 차가운 바람이 되는 순간에는 눈을 감고 그 냉기를 느껴보았고, 주변의 서리가 내려앉은 잔디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다 똑 떨어트려 보기도 한다. 한참동안 휴식을 즐기면 쥐를 잡아온 달링과 함께 기숙사로 향한다. 오늘도 당신은 그 자리 그대로 앉아있다. 차갑게 변하는 여름 바람을 즐기다 앞에 선 그를 마주한다.
"왔니."
당신의 말은 언제나 달콤하다. 사람들은 현궁의 사신이라 불리는 만큼 목소리도 아주 무시무시하다 했지만, 모두 헛소리다. 모두 당신을 몰라서 그렇다. 숨이 섞인 목소리는 당신이 힘겹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이유도 지금 당장은 목을 쓸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당신을 사신이라 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밉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모두 다를 뿐이고, 사람들은 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몸을 일으키자 그와 비슷한 키다. 물론 그가 한뼘 더 작긴 하지만, 당신은 아직 허리를 펴지 않았다. 당신은 이런 나의 시선을 맞춰주는 아주 다정한 사람이다.
그는 주먹을 말아 쥔다. 더이상 놓칠 수 없는 이야기다. 우리는 아주 긴 연을 가졌지만, 이제 가위로 잘라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건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마음이니까. 폐쇄적인 우리는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사상을 접했다. 당신은 늘 홀로 다녔지만 그는 아니었다. 청궁의 학생들과 장난을 치고, 대화를 하고, 결국 그가 먼저 규율을 어기고 사상을 지지했다. 그는 4학년 때 입을 귀까지 찢는 벌을 받았다. 집안의 어른들은 형을 집행한 이후 앞으로는 큰일 날 소리 하지 말라며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아주 오래 전, 언더테이커 가문에게 큰 은혜를 입고 섬기기로 모신 우리가 감히 규율을 깨서는 안 된다며 혼을 냈다. 추종자에게 메구가 있다면 우리에겐 죽음을 숭배하는 그 가문이 있다며 상처를 더 크게 입혔다. 그렇지만, 정작 이 규율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지켜야 할 당신은 약을 세심하게 발라주고 치유 마법을 써줬다. 아마 그날 이후로 그는 이 마음을 부정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근 2년동안 당신의 분홍색 눈동자를 마주치니 입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도 당신은 긴 시간을 우두커니 서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려준다. 알고 있지만 묵인하는 당신을 보던 그는 결국 한참 뒤에서야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도련님."
"그래."
"도련님은 저를 좋아하시나요?"
"…"
"저는 도련님을 좋아해요. 정말이에요. 예전엔 제가 매일 약혼자라고 할 정도였잖아요."
"…"
"하지만, 저는 햇살도 좋아해요."
" …"
"따뜻한 자리에 앉아 꽃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사시사철 봄날인 제 기숙사에서 노는 것도 좋아요..."
당신의 분홍색 눈을 마주하자 심장이 방망이질 쳤다. 당신이 똑바로 쳐다보는 건 처음이었다. 늘 낮게 깔렸던 눈을 제대로 마주하니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몸이 뒤로 넘어갈 것만 같다. 이토록 당신이 그를 오래 쳐다본 적이 있었나? 여름 바람이 겨울로 바뀌기를 세 번이 지나고 나서야 당신은 천천히 손을 든다. 영정을 들듯 손을 모은다. 그는 이 무의식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당신이 어두운 지하실에 갇힌 뒤 생긴 버릇이라 했다.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안타까운 행동이다. 당신의 표정이 누그러든다. 입부터 시작한 누그러짐이 점점 얼굴에 퍼진다. 메마른 입술이 벌어진다.
"바깥 세상에 가고 싶나?"
당신은 친절하게 내게 묻는다. 대답하고 싶은데 또 눈물이 차오른다. 하지만 숨을 들이마시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이 모습을 쭉 유지하고,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
"…네."
"타니아, 난 네가 정말 좋단다."
결국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당신이 그에게 사무적이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당신은 가문원 모두에게 친절하지 않다. 사무적인 말, 사무적인 행동, 그리고 약간의 농담만 줄 뿐이다. 그런데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가 당신의 충신임을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난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네가 같이 햇살을 마주하는게 좋구나."
"도련님."
"혼자 있지 않고 네가 따뜻한 자리에서 서로 꽃을 바라보며 얘기하길 바란다."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심장이 곤두박질 친다. 방망이질을 멈추고 시간이 멈춘다. 눈물만 뚝뚝 떨어진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타니아, 나의 아이야. 나의 신도야.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지 내 무얼 더 바라겠느냐?"
결국 그는 소리를 내어 울었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우리의 끝은 늘 그렇듯 그의 눈물로 얼룩진다. 언성이 높아지지 않아도 눈물이 터져 나와 흐지부지 되던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끝이 나버렸다. 결국 서로간의 감정을 시인하고 끝나버린 날이 될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최악인 날이 될 것이 뻔했다.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제가 바깥에 물들어버려서, 제가 심한 말을 해서, 이렇게 곁을 떠나겠다 말해서…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감히 오랜 약속을 끊고 결국 죄를 지었어요."
당신이 그의 손을 잡아준다. 차가운 손이다. 하지만 그 안의 온기를 알고 있다. 당신을 올려다본 그는 죄책감에 몸부림 친다. 당신의 괴로운 표정을 처음 본다. 아무도 본 적 없는 그 민낯을 그가 기어이 보고 말았다. 세상이 잔인하다.
"죽은 자는 적어도 말이 없지. 하지만 살아있는 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 이상, 나는 더이상 돌이킬 수가 없지 않나."
"도련님."
"타니아, 왜 내게 기대를 하게 했지? 왜 나를… 어째서. 그래, 네가 떠난다면 내가 대신 어둠속에서 암약하여 너의 짐을 덜도록 하마. 부디 그 햇빛속에서 너는, 응? 내가 너를 아낀 만큼, 너는 행복해지길 바라."
결국 그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 손을 뿌리치고 한참동안 상처 입은 동물처럼 몸을 떨다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듯 뛰어간다. 그는 아마 시간이 지나면, 자유를 허가한다는 그 뜻을 받아들이겠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워 경중이 없었다. 당신은 이해한다. 뒤로 돌아 늘 그렇듯 차가운 기숙사 안으로 돌아가버린다.
6월의 막바지. 여름의 시작. 우리는 서로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길을 걷기로 했다.
- 狂症
- 그는 가끔씩 허공에 대고 영정을 들듯 손을 모으기도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도 있다. 귀를 기울여 듣자 하면, '쉿, 그 어떤 소리도 내어선 안 돼.' 같은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하곤 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빙그레 웃는 것이다.
"이 상황을 보고 잊지 마십시오. 샬럿."
하면서.
- 거울
- 심장이 뛴다.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 전신 거울 앞에 선 그는 단아하게 웃었다. 거울 안에서 춤을 추는 그가 보인다. 너울거리는 옷자락과 함께 웃음소리가 흐른다.
"안녕, 오랜만이네. 얼마만이지? 네가...그, 뭐지? 머글 사회에서 쓰이는 말이...그...너를 칭하는 말 중에 비슷한게 있을 건데."
"쿠마리."
"오! 그래. 쿠마리. 참으로 오랜만이야, 반가워요, 반가워...자. 네 욕망을 마주해야지, 아가. 뭘 하고 있니?"
당신을 더는 보고싶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농간인가? 대체 여기서 더 뭘 바라는 거지? 그는 지팡이를 떨어트렸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한다. 마음 같으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싶었지만, 문이 잠긴 것 같다. 덜걱거리는 소리가 났던 것 같기도 하고,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려고 덜컹덜컹 움직이기도 했다. 분명 그 소리를 들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부드러운 춤사위와 함께 그 좁은 공간을 빙빙 돌고있다. 공포를 직면하라. 한참동안 마주보자 드디어 거울이 먼저 입을 연다. 누군가 이 지문을 본다면 그것이 가능한가 싶겠지만, 세상은 넓고 미친 사람은 많지 않은가. 아마 그도 그 부류중 하나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면 너무 멀쩡하여 문제이거나.
"자, 이게 네 욕망이란다. 아주 푹 썩었구나."
거울 속의 그가 잔뜩 썩어빠진 시체를 안아 올린다. 그는 이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마른 침을 삼킨다. 좋지 않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 같다. 당신은, 그러니까, 나는. 그걸 품에 가득 안고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한다.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의 얼마 남지 않은 머리털을 손가락에 배배 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이 하는 행동에 몸을 떨었다. 이건 전부 나를 시험하기 위한 관문이다. 참아야 한다. 지하실의 문은 잠겨있다. 나갈 수 없다. 알고있다. 미친듯이 열어보려 했지만 손톱이 부러져도 열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있는 시간만 길어졌다. 머리, 머리가 어딨지 그는 손을 모았다. 마치 영정을 들듯.
"사람들은 널 손가락질 했지."
뭔가 쭙 하고 빠는 소리가 났다. 사탕을 빠는 소리와도 같고 일방적으로 입을 맞추는 소리와도 같다. 거울 속의 자신은 입에 부패한 살점을 묻히고 천천히 미소를 짓는다. 입매부터 시작해 얼굴까지 환한 감정이 가득 찬다. 황홀감에 젖은 눈동자와 약간의 저질스러운 탄성. 교성에 가까운 그 소리를 내뱉곤 볼을 부빈다. 애정이 묻어나는 손길이 백골이 된 부분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우리는 이렇게나 행복한데 말이야. 안타까운 샬럿. 세상은 나를 배척하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하고 미친 사람 취급해..모두 똑같이 혐오스럽지. 죽어서야만 아름다운 것을 깨달은 내가 있기엔 너무 좁은 세상이야.."
"역겹군."
"안타깝게도 이게 네 본 모습인데. 네가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했잖아. 저는 제 자신이 두렵습니다, 하고. 그런데도 다들 널 그 지옥같은 곳에 밀어넣었지."
"이제 좀 다물 수 없나?"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
그것이. 내가 표정을 굳혔다. 공포에 젖은 자신을 마주한다. 어린 소년은 잘린 염소의 목을 들고 지하실에 우두커니 홀로 서 거울을 마주했다. 피가 바닥을 적시고, 여기저기서 스산한 소리가 들렸다. 벌레가 기어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염소의 머리가 당연하다는 듯 그 주둥아리를 벌린다.
"내 분명 어떤 소리도 내어선 안 된다고 했지 않았나?"
"아, 아. 아아!! 아아악!!!"
그가 입학 이후 현궁의 기숙사에 처음 와 한 일은 전신 거울을 깨부순 것이었다.
구석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민원에 들어온 당신이 발견한 건 거울을 깨부수고 구석 자리에서 머리를 부여잡으며 발작하듯 울던 그였다. 손으로 조각을 집으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손을 써서 부순 것인지는 몰라도 피로 범벅진 손이 흉하다. 무슨 일이냐는 당신의 질문에도 잘못했으니 꺼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당신의 손을 뿌리치며 비명을 지르듯 울음을 높였다. 고통에 겨운 표정으로 몸을 엎드리며 상처입은 짐승처럼 몸을 떨었다.
"잘못했어요, 꺼내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게, 그게 쳐다보고 있어서, 그래서 소리를 냈어요, 제발, 제발. 다시 가두지 마세요. 더는 싫어요. 거울이 날 쳐다본다고, 거울이, 거울이, 거울이...치워, 제발, 아무것도. 날, 날 쳐다보지마, 제발...내가 그런 게 아니야, 전부, 손가락질 하지 마, 난.."
그는 몽중에서 깨어 몸을 일으킨다. 과거의 꿈을 꾸는 것은 오랜만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어내며 입을 꾹 다문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한참동안 색색거리며 숨을 쉬다, 기어이 눈물을 흘리며 바르르 떨리는 몸을 웅크리며 껴안았다.
그 상황에서도 숨소리를 빼면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지하실에서 잘 교육받은 결과였다.
- 비스크 돌
- 숲길을 걷는다. 후덥지근한 여름이라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났다. 벌써 앞머리 몇가닥은 땀에 젖어 붙었고, 등이 땀에 흥건해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가면 아주 시원할 것이다. 숲길의 나무가 우거지는 곳으로 들어가면 그림자가 드리우고 바람이 분다.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물레방아와 함께 오두막이 있다. 오두막은 제법 크고, 그것보단 좀 작은 물레방아를 따라 걷다보면 넓은 호수가 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낚시를 할까? 머글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까? 아니면 마법을 보여줄까? 기대에 찬 발걸음이 빨라졌다. 여름날의 해로 쨍쨍 달아오른 뺨과 미소가 사랑스럽다.
"Uncle Tom!"
"왔구나, 작은 양파!"
당신은 나의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올린다. 맑은 웃음소리가 숲 안을 가득 채웠다. 살집이 두둑한 손, 불뚝 나온 배. 덥수룩한 붉은 수염과 호탕한 웃음. 당신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어린 날부터 막중한 일을 맡게 된 나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당신의 덥수룩한 턱수염에 뺨을 부비며 맑게 웃는다. 덩치가 큰 당신은 손쉽게 자세를 바꿔 나를 한 팔로 안아 들었다. 나는 당신의 어깨를 꽉 잡고 입술을 비죽 내민다.
"샬롯-이 아니라 샬-럿이라니까."
"그게 그거지! 아니면, 샤를로테라 불러주리?"
"싫어! 이름이 길어지면 외우기 어렵단 말이야."
"그럼 어쩔 수 없지 않냐!"
"그렇지만 양파는 싫은데. 맵고 맛없잖아. 차라리 내 미들네임이 캐롤이면 얼마나 좋아? 당근은 달잖아!"
"녀석 참.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고집이 센지!"
"엄마 닮았지! 우리 오늘은 뭐 하고 놀아?"
당신은 호탕하게 웃었다. 당신의 웃음소리는 아주 우렁차다. 새가 파드득 날아오르고 툭 튀어나온 배가 요동쳤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꺄르륵 웃음을 터뜨린다. 당신은 오두막의 문을 손짓 한번으로 연다. 당신의 마법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며 당신이 내게 다시금 덥수룩한 턱수염을 장난스럽게 부볐다. 따갑고 간지러워서 깔깔 웃는 소리 사이로 당신이 말한다.
"오늘은 비스크 돌을 보여주마. 새로운 인형을 가져왔으니 너도 좋아할 게야."
"O...뭐였지? Oh-reoh? 그건 없어?"
"오늘은 오레오 말고 Mars가 있지."
"그게 뭔데?"
"Mars! 전쟁의 신의 이름이자 아주 달콤한 별의 맛이지!"
"우와! 머글은 그런걸 먹을 수 있는 거야?"
"그래. 아주 맛있는 초콜릿이란다."
초콜릿! 나는 군침을 삼킨다. 당신이 주는 초콜릿은 맛이 기가 막힌다. 마법사들이 먹는 초콜릿도 맛있긴 하지만, 개구리 초콜릿은 폴짝폴짝 뛰어 도망쳐서 여간 먹는게 힘이 든다. 그런데 머글의 초콜릿은 부드럽고, 여러 맛이 나면서, 또 도망치지도 않는다. 나는 당신이 차갑게 얼린 상자에서 검은 포장지를 꺼내는 걸 본다.
"이게 Mar-s야?"
"그래. 이게 별의 맛이란다! 먹으면서 구경하자꾸나. 어떠냐?"
"좋아!"
나는 포장지를 열심히 뜯는다. 당신의 어깨에 기대고 발을 동동 구르며 뜯은 포장을 다른 포장에 빙 두른다. 이렇게 먹으면 정말 편하다. 쓰레기를 두 번 버릴 필요도 없고. 별반 다를 바 없는 초콜릿 바를 입에 물고 오물오물 입술만 움직인다. 차가운 초콜릿을 녹이니 눅진한 캐러멜이, 그리고 그 속의 부드럽고 쫀득한 누가의 맛이 느껴진다. 나는 지하실로 내려간다. 본가의 지하실과 달리 엉클 톰의 지하실은 아주 예쁘다. 엉클 톰은 비스크 돌을 위한 장소를 테마별로 꾸며둬서 어딘가는 할로윈 느낌이 나고, 어딘가는 공주님이 사는 곳 같다. 건조할 뿐이지.
나는 입안에서 녹은 초콜릿을 잇새로 베어물며 오늘 들어온 인형을 본다. 키가 크고 검은 망사 레이스로 눈을 가린, 정장을 입은 남성이다. 손톱은 새파랗고, 피부는 밀랍같다. 손에 쥔건 검은 칠이 된 지팡이다. 꼭 머글들의 영화에서 나오는 찰리-채플린?의 지팡이 같았다. 잔뜩 상기된 볼과 함께 나는 꺄르륵 웃었다. 가슴에 달린 명찰 때문이었다. Blue Blood! 얼마나 상징적인 말인가? 나는 Mar-s 초콜릿을 다시 입술로 오물오물 짓무른다.
"이 형도 순혈주의자야?"
"그래. 잡느라 애를 썼지."
"엉클 톰. 포르말린을 조금 적게 넣고 글리세린을 더 넣는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진균이 번식하려는 흔적을 가리키며 맑게 웃었다. 당신은 껄껄 웃으며 역시 장의사 집안이 어디 안간다며 나를 어화둥둥 띄운다. 초콜릿을 먹으면서 몸이 들썩이자 결국 또 나는 꺄르르 웃는다. 오두막에서 처음 바닥을 밟고 남성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형아도 여기서 편히 쉬어."
비스크 돌은 참 좋다.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지하실에 가두지도 않고, 블랙번 사람들처럼 나를 숭배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맡은 자리에 가만히 있어서 내 얘기를 하루종일 들어주고, 건조하고 차가운 몸에 뺨을 부벼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간섭 없는 이 인형이 너무나도 좋았다.
당신이 아즈카반으로 들어간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지만.
그는 소리없이 눈을 뜨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옆에 누워 곤히 잠을 자는 백정을 보며 손을 뻗으려다 주먹을 꽉 쥐고 다시 눕는다.
"참 웃기기도 하지."
…웃기기도 하지. 그는 몸을 뒤척이며 작게 헛웃음을 뱉는다. 당신이 내게 온기를 전한 이후로 비스크 돌이 갑자기 역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나를 이리 만든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감히, 이 나를 다시 지옥같은 삶에 끌어들인 대가를.
- 덮어가리다.
- 그가 교감의 저택에 제일 먼저 와서 한 일은 저택 방 안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본가와 별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 느낌에 그는 간만에 그리움을 느꼈다. 물론 본가와 다른 점은 이곳은 바다가 있는 섬이라는 것이고, 그의 집은 숲이 우거졌다는 점이다. 그는 양 팔에 각각 달링과 매로 변한 백정을 안았다. 아직 룸메이트가 보이지 않아 그는 백정에게 경고한다.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아가."
그와 같이 며칠간 휴양을 즐길 사람은 엘로프 아델휠드다. 체격이 크고, 체격과 대비되는 아주 온화한 인상의 사람이다. 엘로프는 세상의 참상을 직접 보지 못하지만 살갗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점으로 인해 추종자를 공격할 때 도움을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이렇게 서로간의 편한 사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는 엘로프가 룸메이트가 된 것이 다행으로 다가왔다. 서로 깊게 묻지는 않을 것이고, 각자의 선을 지킬 것이라는 모종의 신뢰도 있지만 백정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저택을 둘러보던 중, 거울을 발견한 그는 천을 집어들어 거울을 가린다. 휫피, 하고 높게 울며 궁금증을 표하는 백정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능수능란하게 긁어주며 그가 나직히 속삭였다.
"조만간 설명해주마. 아가."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지났다. 서로간의 아무런 방해도 없는 하루였다. 그가 다음날 저녁이 되어도 엘로프가 돌아오지 않자 창밖을 본다. 걱정되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공격을 당했나 하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다. 눈을 좁히자 해변가를 질주하는 익숙한 콩고물이 보인다. 고작 며칠 봤지만 그는 쉽게 알 수 있다. 엘로프의 안내견인 라쉬다. 그럼 저기서 좌절하는 것이 엘로프겠다. 그렇다면 한참 뒤에나 오겠거니 싶다.
"아가, 이리 오거라. 어인 일인지 머리가 다 떴구나. 빗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는 백정을 돌아보며 손을 휘적인다. 손가락을 까딱이자 빗 하나가 날아와 그의 손에 잡혔다. 천에 가려진 화장대의 거울 앞으로 당신이 앉는다. 그는 눈을 낮게 내리깔며 당신의 뒤에 선다. 당신의 뒤에서 앞으로 손을 뻗자 비숍 소매로도 미처 가려지지 않은 앙상한 손목이 눈에 보였다. "잠시 실례하마." 손을 가져다대고 꽃으로 된 장식을 머리에서 떼어낸다. 거칠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친절하지는 않은 손길이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장식과 함께 그가 짧은 머리카락 한 터럭을 손바닥 위로 올려둔다. 빗을 가져다대고 조용히 빗는다. 익숙한 손길이다. 이전에도 이런 일을 자주 해보았다는 듯. 그는 어느새 나직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당신의 머리를 빗는다. 이 공간에는 둘 뿐. 채우는 소리는 머리를 빗는 소리와 콧노래였다.
경쾌한 노래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자장가 같았다. 그가 입을 열고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다. 잘 자렴, 아가. 네가 그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구나. 좋은 꿈 꾸렴. 너를 두렵게 하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단다. 무엇이라도 되려무나. 너는 바람이 되고, 물이 되고, 나무가 되겠지……. 가사를 듣자하니 어린 나이에 죽은 아이를 위한 장송곡이 틀림없다. 그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다시 한 터럭 올려 빗는다. 그와 대조하면 짧은 머리임에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빗질했다.
"거울을 너무 오래 바라보지 마렴, 아가."
그는 나지막히 속삭인다. 당신에게 조언하는 것이 기묘했다. 서로의 나이가 바뀐 것과도 같았다. 그는 차분했고, 당신의 머리를 가만히 빗어줄 뿐이다. 엉킨 부분은 세심하게 빗질해서 풀어주고, 빗질하며 빠진 머리카락은 조심스럽게 빼내 한곳에 모았다.
"그 안에는 아주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단다. 그것은 네 본질을 꿰뚫고 속삭이겠지. 네 자신을 마주하라고, 그 안의 공포를 명확히 깨달으라고. 만약 그 괴물을 마주하면 어떤 소리도 내서는 안 된단다."
왜? 그는 그 질문에 한걸음 앞으로 다가와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둔 당신의 머리카락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애정 섞인 행동은 아니었다. 그가 늘 어머니의 머리를 빗어준 이후 하던 의례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거울의 천이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단다."
그는 어린날의 자신을 떠올린다. 가주의 자리에 올라가는 시험은 꽤나 두려웠다. 총 4개의 시험. 첫 번째는 동물의 사체와 그 가운데에 놓여 평온히 죽음을 맞이한 가문원의 시체와 하루동안 밤을 지새워야 했고, 두 번째는.
"아가, 소리를 내면 안 된단다. 다시금 사람들은 괴물이 되어 네 곁을 둘러싸겠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울부짖을 것이란다. 깨달음을 얻지도 못하면서 갈구하고 발목을 붙잡겠지."
그는 눈을 감는 것을 오래 하지 않는다. 거울 앞에서 눈을 감으면 그때의 일이 생각나기 때문에.
"오로지 너만 정상이고 나머지는 미쳤다고 생각되는 기묘한 시간이 지나면 너는 지하실에 갇힐 거란다. 벌레가 기어다니고 무엇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곳에서 잘린 염소의 목을 들고 거울을 마주보겠지. 그러면 다시 괴물이 속삭인단다."
그는 그런 삶을 살았다. 가주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두개나 남았건만 그 하나가 유독 힘들었다. 그는 어두운 곳에서 거울을 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 생각했다. 어머니도 이런식의 계승은 원치 않는다 했지만 블랙번의 생각은 달랐다. 품에 안아 달래면서도 다시 지하실에 던져 넣었다. 수도 없이. 사흘을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내리굶으며 그 안에서 버텼다. 그 결과 그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었고 도피하게 됐다. 광증을 앓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스물 넷의 시간은 아주 길단다. 괴물은 네가 소리를 내도록 위로를 할 수도 있고, 다리 위로 벌레가 기어 올라올 수도 있지. 다리는 후들거릴 것이고, 배도 고플 것이야. 그렇지만 이겨내야 한단다. 나는 그게 두렵단다. 다시 마주하면 이겨낼 수 있겠지만, 어린 나는 이길 수 없단다. 그래서 천을 덮어 가린게야."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고, 자라났기 때문에. 그는 장식을 들어올려 당신의 머리에 곱게 달아준다. 한 걸음 다시 다가와 앙상한 팔을 당신의 어깨 너머로 뻗는다. 온기가 여전히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렵지만 이겨내야 할 시련이었다. 그는 당신에게 나직히 속삭인다.
"어렵느냐, 그래, 어려운 일이란다. 세상은 원래 어려운 법이지. 그러니 너는 쉬운 길로 가려무나. 내 그 길을 열어줄 터이니."
네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입술만 벙긋거릴 뿐이다. 거울에 덮인 천은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어 다행인 저녁이었다.
- 기행
- 타니아는 가끔 그가 미치도록 싫을 때가 있다. 그는 근사한 사람이고, 모든 면이 완벽하지만 가끔 성격이 발목을 잡는다. 공과 사가 뚜렷하면서도 사적인 일이 적다고들 하지만 그건 학교 안의 이야기다. 가문 내의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물론 큰 틀은 달라지지 않지만, 유달리 기행을 자주 벌였다. 특히 밤이 되면 아주 많은 기행을 벌였는데, 학교 안에서 절제하고 검소한 사람이 향락과 쾌락에 젖어있는 것을 보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관에 들어가서 잠들거나 난데없이 먹던 식탁을 뒤집어 엎는 건 역대 가주 모두가 즐겨하던 행위니 뒤로한다. 그는 달밤에 난데없이 가문원을 붙잡아 왈츠를 추기도 했고, 다음날 기침(起枕)을 위하여 그의 방 문을 열면 왈츠를 추던 가문원과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그의 침대 위에서! 그러면 그 사람은 얼굴이 빨개져서 실례했습니다 하고 이불로 몸을 감싸고 도망치니, 이는 자세히 언급치 않도록 한다. 휴식일에는 학생이면서도 밤이 되자마자 코냑과 시가를 즐겼으며, 어머니께 갑자기 동화를 읽어주질 않나, 보름달이 환히 뜬 날엔 밖으로 달려나가 정원에서 난데없이 옷자락을 휘날리고 빙글빙글 돌듯 춤을 추며 머글의 노래를(대다수 BTS라 불리는 머글 그룹의 것이거나, Nami라는 여성의 round-and-round라는 노래였다.) 소리높여 부르고 깔깔 웃기도 했다.
후자는 흥이 많은 건가 싶기도 한것이 가끔 어머니도 달려나가 같이 머글의 춤을 추었으니, 이는 집안내력이 맞는 것 같아 기행에서 제한다.
아무튼, 학교 사람들에게 조금 언질을 주면 현궁의 사신인 그가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해서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래서 이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무엇인가? 하면, 부패액이나 흙, 오물을 씻어내기 위해 시체를 안치해두는 욕조에서 죽은 사람처럼 늘어져 자고 있었다. 그를 찾기 위해 30분을 내리 돌아다녔으니, 타니아는 욕조에서 자고있던 그의 배를 손으로 꽉 쥐어 비틀었다. 그는 악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난다.
"오, 자네군. 무슨 일인가..?"
"회의요. 지금으로 보면.. 48분 지각하셨고요."
"아! 그렇군. 고맙네."
기지개를 켜는 그에게 중지를 치켜올렸다. 이런 소심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 기행을 벌여도 그게 기행인지 분간을 못하니 화가 났다. 그런데 하필 그가 뒤돌아 본다. 그는 손가락을 정확히 인지한다. 타니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다, 애써 웃으며 상황을 무마했다.
"짜잔, 반지 예쁘죠."
다행히 중지에 반지가 있어 다행이다. 이건 타니아가 아주 좋아하는 반지다. 이걸 끼고 주먹을 날리면 상대는 상처가 두 배가 된다. 그는 타니아를 가만히 바라보다 환하게 웃었다. 이윽고 그가 두 손을 치켜올렸다. 양쪽 중지에 끼워진 실반지는 그가 16살 적 선물 받은 반지로, 지금도 가끔 차고 다니던 장신구다.
"그래, 예쁘구나. 나는 두 개나 있단다. 부럽지?"
아니, 왜 내 주인은 날 살살 놀릴 때 제일 기뻐하지? 타니아는 그가 환하게 웃어서 더 어이가 없었다. 주변에서 꽃이 피어날 법한 미소와 양쪽 손으로 선사하는 중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오늘도 만족했다는듯 넓은 망토를 크게 펄럭이며 뒤로 돌았다.
"자, 일하러 가야겠군!"
타니아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다. 가는 길, 스스로 지팡이를 앞으로 집어 던지고 뛰어가는 그를 보며 완벽한 그의 일면을 자신만 알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렌타인! 물어와! 벨벨!! 아하하하!!"
"저 미친 도련님."
참 다행이다.
- 결단
- 라온의 월식 주막은 오늘도 왁자지껄하다. 각종 용서받지 못할 저주의 향연과 목숨의 위협이 오갔어도 언제 그랬냐는듯 교정은 평이해졌다. 그런 법이다. 누군가 죽거나 다친다고 해도 슬픔은 잠시 뿐이고, 사람들은 무엇이든 금세 잊고 살아간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구석자리에서, 손님과 그는 마주본다. 손님은 여전히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검고 챙이 넓은 모자와 검은 원피스를 입었다. 오늘도 장례식에 참석한 것 같다. 온통 검고 눈만 붉은 우아한 여성. 헬레나 제레미 언더테이커는 그의 어머니다.
그는 담배가 든 종이갑을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그녀는 깍지를 끼고 그 위에 턱을 얹는다.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눈에 띄게 불안한 모습을 보인 날은 사탕을 두 개 먹어놓고 하나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던 아홉살 적을 제외하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골머리를 앓으며 결국 손에 힘을 꾹 주며 내려놓는다. 이제 그녀가 얘기할 시간이다.
"우리 가주님께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본가로 달링을 보낼 정도였을까요."
서로의 패밀리어가 편지없이 본가로 가면 그녀를 호출하는 암묵적인 뜻이었다. 둘의 접선은 가끔 이렇게 이루어지곤 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말없이 한 손을 들어올린다. 헬레나의 눈이 커졌다.
"반지가 없군요. 가주가 되고 나서 단 하루도 떼지 않더니, 대체 어디에 두었습니까?"
"……신뢰의 증표로 주었습니다."
"샬럿, 당신이요?"
가주의 증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연인이나 동반자에 한했다. 헬레나의 눈이 그를 향한다. 타니아를 놓아주던 것도 좋은 결과였던 건가,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내 아들이 드디어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그녀가 농담을 던지듯 물었다. "누구에게?"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매구의 추종자에게."
사건은 번개가 치듯 순식간에 일어났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구석자리로 향했다. 커다란 짝 소리와 함께 현궁의 사신이라 불리는 학생의 고개가 돌아가있고, 여성은 거칠게 숨을 쉬며 뺨을 친 손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수군거림도 잠시였다. 그는 손톱 때문에 피가 흐르는 뺨 위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리고 반쯤 뜬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팡이를 꺼내 휘두른다.
"머플리아토."
이것으로 둘의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제야 그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아들이 농담이라고 하길 바랐다. 차라리 농담이라고 한 뒤에 자신도 미안하다고 엎드려 사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맨 처음 나온 말은 경고였다.
"소란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오늘은 아들이 아닌 가주로서 당신을 불렀습니다."
정말 추종자에게 가문의 정신을 넘겼단 말인가? 어째서? 부모의 입장에서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녀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는 손을 모아 올린다. 테이블 위로 검은 손톱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손톱을 바라보며 울적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어째서 가문의 정신을 추종자에게 넘겼습니까."
"저와는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싶었습니다."
"샬럿. 고작 그런 문제로.."
"어머니도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않으셨습니까."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둘에게 고통스러운 과거를 꺼내고 말았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는 입술을 앙 다물다 씹어뱉듯 서두를 뱉었다.
"누군가의 아픈 추억으로 남고 싶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버지를 떠나보냈지 않았습니까. 하루의 정을 통하고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워서."
"……."
"그렇지만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었지요."
제 손에. 헬레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제레미는 죽었다.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나의 남편. 근사한 오러 동로였고, 친절했으며, 서로 사랑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떠나보내기로 했다. 그녀는 장의사 가문의 사람. 단명하는 피를 물려받은 자. 아픈 추억으로 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먼저 떠났다. 남편이었던 자는 눈앞에서 어둠의 마법사에게 임페리오로 조종을 수도 없이 당했다. 결국 정신이 망가졌다. 어린 아들 앞에서 그녀는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치명상을 입어 손쓸 수 없는 상태였고, 부디 당신의 손으로 죽여달라 간청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섹튬셈프라로 그의 숨통을 끊었고, 그 시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아들은 소중한 동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믿었다. 아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장성했다. 남몰래 고통을 안고.
"살아있는 것은 맹목적이긴 하지만 언젠가 변하고 맙니다. 우리는 어둠에 암약하여 타인을 빛으로 떠나보내게 해야지요. 이 상황을 보고 잊지 마십시오. 샬럿. 우리는 죽음을 인지하는 자. 죽음은 인간에 의해 비롯됩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인간이지요… 하여 마땅히 안온한 내세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말을 기억하시는지요."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했던 말인데."
"저는 빛으로 이미 한 명을 떠나보냈습니다."
타니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후회합니다. 대책이라도 미리 마련했더라면 아픈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 텐데 그 아이는 이미 큰 아픔을 가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닮았기에, 우리를 닮아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는 몸을 잘게 떨었다.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사랑했더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떠나보냈을 것이다. 돌아와도 내쳤을 것이고, 공격했을 것이다. 어머니처럼. 그렇지만 닮았기에,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아픈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저는 곧 죽습니다."
그는 숨을 들이킨다. 편지로는 진작 했던 말이지만 자식이 부모 앞에서 먼저 죽음을 예고하는 것만치나 잔인한 말이 어디 있는가. 물론 어머니께서 먼저 이곳에서 우리의 굴레가 끊기길 바란다 하였다. 두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곧 죽을 것이라고. 2년 남짓 남았으리라 믿는다 하셨을 때. 그는 굴레가 끊기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뱉을 수 있었다. 우리의 굴레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저의 죽음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 때문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울 배짱도 없거니와, 그 사람을 죽일 자신도 없습니다."
그래서 반지를 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었다. 지독히도 아픈 미소였다. 외면하던 감정을 마주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수년간 인간을 증오하는 감정을 쌓았지만 역시 나는 그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 다시 인간을 믿고 싶다. 물러터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의 굴레를 네가 대신 버리고 떠나라고. 그렇게 하라고 반지를 주었습니다. 처분하실 것이라면 처분하십시오. 매구의 추종자를 제 사람으로 품은 것은 명백한 죄이니."
헬레나는 그를 바라본다. 내 아들은 이미 커버렸구나.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한번 일어난 일은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샬럿."
"어머니."
"단, 가혹한 운명은 그렇게 청천벽력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법이고, 당신의 곁에 있을 그 인간은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합니다."
비참한 삶이 마침내 끝날 때까지.
"당신도, 그 사람도 최대한 상처입지 아니하도록 하였으면 합니다. 내가 그러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 어미의 유언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오늘도 라온의 월식 주막, 구석자리에선 둘은 서로를 마주본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금세 잊고 살아간다. 본인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삶이 유일하게 인간에게 선사한 공평이다.
- 절애(切愛)
- 기숙사 창밖으로 펼쳐진 초여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쏟아지는 여름 햇살에도 소복하게 쌓인 눈은 녹지 않아서 창을 열면 더운 바람이 한 번, 찬 바람이 한 번 번갈아 들어온다. 창가에 서서 눈을 감으면 더운 바람이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가 얼굴 위로 우수수 쏟아지고, 따스함이 뺨을 간지럽힌다. 뺨이 온기를 머금을 때가 되면 그 뒤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뒤로 펼쳐진다. 목을 스치고 뺨의 열감을 스쳐주는 바람결을 넘실거리며 타고 들어오는 것은 학생들의 웃음소리다. 그는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소리의 근원은 입학은 제법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노는 것은 새롭고 즐거운 그 나이대의 어린아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귀를 간지럽힌다. 그는 이런 날을 완벽한 주말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날에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푹 쉴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전에 단 한 번, 이런 완벽한 주말이 잠깐 흔들릴뻔한 경우가 있었다. 바로 당신을 거둔 날이다. 그날도 이렇게 완벽한 주말이었다. 사건은 그에게 성큼 다가왔고,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잠시간의 시행착오였을 뿐이다. 그는 더는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완벽한 주말일 것이고,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라 믿었다.
그는 찬 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 뒤, 몸을 작게 웅크렸다. 창틀에 한 손을 짚고, 다른 손으로 입을 막자 짧은 기침이 흘렀다. 기침 소리를 뒤로 침묵이 오갔다. 고요한 바람도 멈춰버린 정적 뒤로 그는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마른 입술을 혀로 훑은 뒤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우며 창문을 닫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불어와야 할 바람도, 들어올 햇살도 드높은 벽이 서듯 희미해진다.
그는 소음이 잦아들자 뒤로 돌았다. 당신을 보기 위해서다. 당신은 별의 맛인 Mars를 먹고 있을까, 아니면 선택의 순간인 Oreo를 먹고 있을까. 어쩌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만히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당신은 행복하면 된다. 그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을 거두고 나서 오랜 시간 홀로 마음 앓이를 했다. 밤잠을 설치고 악몽을 꾸며 수도 없이 과거를 곱씹고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다.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 존재를 믿어도 되는 걸까, 내 선택이 앞으로의 큰 파문을 불러오면 어쩌나, 이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여러 날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지팡이가 부러졌던 날, 당신이 떠나지 않음으로써 하나의 길로 굳혀졌다.
"아가, 이리 온. 할 말이 있단다."
그는 당신만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은 천천히 마음이 열릴지도 모르지만, 아직 신뢰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신에겐 이 마음을 열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을 불렀다. 그는 당신이 오기 전에 손을 등 뒤로 숨긴다. 손바닥에 선명하게 묻은 피를 소맷단의 안감에 닦아내 빠르게 지운다. 당신은 조종 계획이 잘 짜인 임페리우스 마법에 당한 사람처럼 얌전하고 고분고분하다. 오늘도 대꾸 하나 없이 그의 앞으로 온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어느 날은 싫을 거고, 귀찮을 것인데. 차라리 그런 날엔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한다. 그는 생각보다 친절하기만 한 사람이고, 당신에게 직접 가주는 정도는 해줄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의 손을 그는 조심스럽게 쥐었다. 여전히 살이 붙지 못한 앙상한 손가락의 끝에는 검고 날카로운 손톱이 달려있다. 먹는다고 했지만, 평소에 먹던 양에서 조금만 늘어도 속이 받쳐주지 못해 게워내기 일쑤다. 노력하겠다 했건만 줄어든 위가 협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의 손을 쓸어내린다. 온기가 거의 없는 창백한 손에 당신의 온기가 전해진다. 잠깐 손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당신의 곧게 뻗은 손가락에 자리 잡은 반지를 검은 손톱으로 살포시 눌렀다.
"아가, 자네는 내가 왜 반지를 주었는지 아는가?"
그는 짧게 질문했다. 그리고 당신이 무엇이라 대답하든 간에 그는 네 말이 옳다고 답했다. 당신의 대답은 신뢰의 증표였을 수도 있었고, 같이 있어 줘야 한다는 종속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예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대답이라도 들었으니 족하다. 그는 당신의 손을 살포시 들어 올린다. 반지 낀 손에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뗀다. 당신의 살갗이 아닌 딱딱하고 차가운 다이아몬드 부분에 잠깐의 예의를 표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입술은 손등으로 갔을 것이고, 손가락과 손바닥을 이어주는 마디로 갔을 것이며, 끝내 손가락과 손바닥까지 입을 맞췄을 것이다. 그는 눈만 들어 당신을 올려다본다. 183센치미터인 그는 당신과 얼마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시선은 아주 조금이나마 올려야 한다.
"이전에도 말했듯 이 육신은 머잖았기에 너와 짧은 시간 동안만 함께 할 것이지. 나는 졸업 후 세상을 유랑할 생각이네. 이 몸이 결국 쓰러질 때까지."
그는 메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죽음을 예고하는 목소리에는 외로움도, 쓸쓸함도 없다. 한치의 후회도 없었고, 애환도 없었다. 그는 죽음에 초연했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그러려니 받아들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의 손을 어루만진다. 창백한 손등이 지난날의 악행을, 누군가를 수도 없이 죽였을 손을 덮어가렸다.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어. 내가 네 곁에 있을 시간은 적단 소리네. 자네를 지켜줄 시간은 적고, 이후 내가 사라진다면 자네는 매구의 추종자란 명성 때문에 영영 떠돌지도 모르지."
그래서 반지를 주었네. 그는 덤덤하게 당신의 처지도 언급한다. 당신은 매구의 추종자다. 그가 아무리 네 자유를 찾아 떠나라고 해도 마음대로 떠날 수 없다. 그가 없어지면 그나마 당신을 덮어 가렸던 가림막이 사라진다. 비극은 한순간에 청천벽력처럼 찾아올 것이며, 당신은 세상에 던져질 것이고, 마법부는 끝까지 추격해 당신을 아즈카반에 밀어 넣을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어둠에 암약해서 당신을 빛으로 내몰고 싶었지, 같은 곳으로 끌고 가고 싶은 생각은 일절 없었다. 그는 반지를 엄지로 매만지며 당신의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을 마주했다.
"그러니 아가. 내가 떠나면, 나를 두고 가게. 부디 날 데려가지 말아. 나를 두고, 홀로 반지와 함께 라온으로 가면 되네. 그리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마법부 직원을 찾게. 자네를 해치지 않을 사람이니 걱정하지 말고. 입에 실을 꿰고 있으니 쉬이 알아볼 수 있을 것이야."
이런 말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실은 누구보다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고, 발악해봤자 삶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여생 동안 이뤄야 할 것을 모두 이루고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 대상 중엔 당신이 있다. 당신을 빛으로 올리고 자유롭게 날려 보내고 싶다. 이미 떠나보낸 카나리아처럼 상처를 주고 떠나게 두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창공으로 안온히 보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담담해지기로 했다.
"그를 만난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반지를 보여주렴. 그러면 그가 널 안내할 거란다. 그를 따라가. 그러면 너는 마법부의 추격에서도 도망칠 수 있을 게야."
그는 가문원을 떠올렸다. 우두머리가 없어도 가문은 괜찮을 것이다. 누군가 죽거나 다친다고 해도 슬픔은 잠시뿐일 사람들이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금세 잊고 살아갈 것이다. 본인 살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한다면, 그것마저 덮어가리고 제 갈 길 갈 사람들이다. 대가 끊겨 새 가주는 생겨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름은 이어질 것이며, 당신 또한 그곳에서 안온한 여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은 너른 숲이 있고, 호수가 있단다. 멀리 가면 드넓은 바다가 있는 곳이지. 숲길 깊이 들어가면 오두막이 있단다. 해가 뜨는 날엔 넘실거리는 햇살과 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탐스러운 사과가 열린단다. 비가 오는 날엔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렴. 작은 오두막 속의 안식이 있을 것이야. 저택 안은 조금 소란스럽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운 곳이란다. 다들 네게 친절할 것이야. 금지된 마법을 써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 테지."
아가. 그가 운을 뗀다. 창 너머의 햇살이 넘실거리며 그의 뒤를 비췄다. 검은 머리카락이 쨍한 햇살에 하얗게 보이고, 검은 소맷단에 숨겨 묻힌 피가 햇살에 투명하게 윤곽을 비췄다.
"마노, 나의 신도야, 한순간도 스러져선 안 될 생명아, 시체 쫓는 까마귀가 절애(切愛)하는 아가야."
부디 너만큼은, 그곳에서 자유를 찾으려무나.
그는 햇살 너머로 미소를 지었다. 더없이 덧없고 한치 후회 없는 미소가 햇빛의 역광에 가려져 입매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마치 우리의, 나의 앞날처럼.
오늘의 완벽한 주말처럼.
- 그날 나는 죽었다.
- 시련은 청천벽력처럼 다가왔다. 유리병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환상을 본 이후로 유리병을 열 때마다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그는 환한 빛이 내뿜겨 나오자 놀라 주저앉았다. 이번엔 대체 뭘지!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빛 때문에 그런 건지 눈앞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다시금 지나도 눈앞이 흐린 것이, 뭔가 인위적으로 막아둔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눈에 이상이 생긴걸까? 손을 뻗어 얼굴을 더듬자 무언가가 걸렸다. 걸린것을 더듬거리며 윤곽을 따라가고, 끝내 목적지에 도달했다. 뒤통수에 묶인 것을 벗어 확인해보니 흰색의 레이스로 된 안대다. 그는 안대를 손에 쥐고 눈을 살포시 내리 깔았다. 머리카락은 길게 뻗어났고, 하얗게 물들어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머리카락도 그렇고, 하얀 안대도 그렇고. 이게 무슨 사단일까? 고개를 내린 그의 색다른 눈이 커졌다.
"...하!"
흰 옷자락이 보였다. 무언가 잘못 됐다! 그것도 한참이나! 그는 흰 옷을 지금껏 입어본 적이 없었다. 가주가 된 이후로 단 하루도 하얀 것에 손을 댄 적도 없거니와 대어서도 안된다 생각했다. 죽음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무슨 하얀색을 입겠는가. 그는 팔을 들어 소맷단을 봤다. 그 다음은 가슴팍, 다리로 시선을 옮겼다. 보이는 것을 종합해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유추했다. 새하얀 옷은 로브인가? 아니면 상복? 어떻게 보아도 평범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종교 의식에 쓸법한 의복처럼 품이 넓고 길긴 했으나 화려하지 않았으며, 되레 밋밋하며 길었다. 온통 하얀 색배치 때문에 이리저리 팔을 들어올리는 모습도 제법 우아했다. 누군가 본다면 성자가 아닌가 하고 의심을 가질 정도로, 그는 지금 새하얬다. 그는 백정을 향해 지금 모습이 어떠냐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혀에서 툭 막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입안에 들어있는 뭔가를 뱉어냈다. 그러자 노란 꽃이 바닥을 굴렀다.
그는 입천장에 붙은 꽃잎 하나를 마저 뱉어내며 이 꽃에 대해 유추했다. 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검은 손톱으로 머리를 짚으며 사색에 잠겼다.
도련님.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셔요?
하고 묻던 물빛 머리의 그 아이. 꽃밭에서 화관을 만들기를 좋아하던 어린 소녀.
…노란 수선화.
그리고 그런 소녀를 보며 나직히 웃던 어린날의 자신.
너는 나의 작은 중얼거림도, 순간의 찰나도 기억한 것인가. 그는 몸을 떤다. 창백한 안색, 어디 하나 빠져나오지 않고 단정한 긴 백색의 머리카락, 이젠 보기 안쓰럽지 아니하고 좀 말랐구나 싶은 체형과 세월을 맞이한 청초한 남성. 잊혀진 성자를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과 입안의 노란 수선화. 그는 짧게 웃으며 몸을 웅크린다. 상황을 깨닫고 나니 웃음만 나왔다. 나는 유랑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다. 그는 당신에게 속삭였다.
"아가. 안아주렴. 잠시만, 아주 잠시만.."
내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디. 네가 필요하단다.
- 티격대다
- 또 도련님께서 시체 씻는 욕조에서 주무셨다. 타니아는 씩씩대며 욕조 안으로 대뜸 들어갔다. 세상 모르고 잠든 모습이 얄밉다. 도련님을 찾느라 집안이 난리가 난 줄도 모른다! 타니아는 대뜸 배 위에 올라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게를 싣자 그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뜬다. 타니아는 비몽사몽한 그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요!!!"
"회의도 없는데 자게 내버려두지.."
"그래도 침대에 가서 주무셔야죠!!"
"귀찮아."
"안 일어나면 저 도련님 위에 누울 거예요."
"그럼 내 사인은 압사겠군."
"실례에요!! 저 가벼운 편이라고요!"
타니아가 들썩 몸을 움직여 다시 무게를 실었다. 그는 다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곤 무겁다는듯 팔을 휘적였다. 타니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가 웃었기 때문이다. 또 도련님은 놀릴 생각으로만 가득한게 분명하다. 이번엔 절대 장단에 맞춰주지 않으리라.
"압사 맞구만 뭘. 방학만 되면 포동포동해져선.."
"뭐라고요?! 용서못해! 일어나요!"
"안 일어나. 차라리 죽이게. 사인은 인간의 지방층으로 인한 압사라고 전해주고...윽!"
"아이, 진짜! 진짜 짜증나요 도련님!!"
하지만 돼지라는 말은 용서할 수 없다! 타니아는 계속 꾹꾹 배를 누르고 주먹을 말아쥐어 가슴팍도 마구 눌렀다. 원치 않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그는 버둥거리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이게 진짜." 그는 복수를 하듯 타니아의 땋은 머리를 양 손으로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그녀의 모습은 지금 그의 장난으로 말괄량이 삐삐와도 같은 모습이다.
"역시 못생겼군. 성격도 나빠."
"아 진짜 짜증나요!!!"
"업계 칭찬이군!"
"네, 네! 도련님 정말 천사 같으셔서 죽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실 것 같아요!"
"말이 심하군. 어떻게 장의사 집안에서 시체가 살아난단 소리를 하나!"
"도련님이 먼저 절 놀렸잖아요!"
"자네가 무거운 걸 어떡하라고 그러나? 내려오게. 욕조 밖으로 나가려면 자네가 먼저 나가야해. 무거우니 빨리."
"앗! 어~떡~하~지? 갑자기 저 돼지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에서 도련님을 아주 꽉꽉 눌러버리고 싶은데!"
발렌타인을 찾던 타니아마저 보이지 않자 직접 둘을 찾아나선 헬레나는 소란스러움이 느껴지는 문을 열었다.
"내려와!"
"싫은데요? 아! 편하다! 돼지는 여기가 너무 편하네요!"
"진짜 무겁다고!!"
"네, 네!! 안 들려요!"
서로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쥐고 투닥거리는 모습을 본 헬레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미소를 짓곤 문을 닫아 걸어 잠갔다. 문이 잠기는 소리를 귀신같이 들은 타니아는 드디어 내려와 문을 쿵쿵 두드렸지만 아무도 열어주지 않았다. "어쩌죠?"
발렌타인이 욕조에서 비척비척 걸어나왔다. "자네 혹시 지팡이 가져왔나?"
"아뇨. 도련님은요?"
"나도 안 가져왔지."
"도련님은 할 줄 아는게 뭐예요?"
"자네를 해고하는 법?"
"전 아직 취업도 안했는데요?"
"그럼 내 밑에서 일하게."
"정말요?"
"물론이지. 자넨 해고야."
그리고 약 30분 뒤, 타니아는 발렌타인을 한 팔에 안아들고 문을 주먹으로 부수고 나왔다.
- 복학
- 휴학한 경위는 단순하다. 수업 도중 의식을 잃고 병동에 실려 갔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가 맥없이 쓰러지자 옆 학생이 비명을 지르고 교수님이 그를 향해 달려온 건 기억이 나는데, 눈을 떴더니 병동보다 푹신한 침대였다. 그는 앓는 소리를 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누워있는 몸이 뒤로 더 넘어가 땅 밑 깊숙하게 끌려갈 것 같다. 조금만 움직여도 토할 것 같이 속이 뒤집히려 했다. 여기는 어디지? 안간힘을 써서 흐린 눈으로 보이는 장소를 가늠하려 했다. 열린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초여름의 숲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무래도 본가인 것 같다. 잠깐, 본가? 그러면 기숙사는 어떻게 된 거지? 마노는?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라도 할 걸 그랬다! 혼자 있는 걸 아주 싫어할 텐데, 내가 그를 버렸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몸을 일으키려다 누군가의 차가운 손길에 이마가 눌리고 그대로 다시 베개에 뒤통수를 박았다. 연락해야 하는데, 혼자 두면 안 되는데…우리 아가, 내 절애하는…… 푹신한 베개에 그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좀 들었을 때 캐서린이 들어왔다. 그녀는 마법부의 신비한 동물 부서 소속인데, 비번일 때는 그를 거들어 장례 절차의 예산을 짜거나 법의학적인 소견을 서로 내며 사인을 논의한다. 가끔 가문 내부의 일을 촉새처럼 알려주는데, 이 점을 높게 사서 나름 조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인 사이다. 매력적인 금발 머리는 그새 동물이 핥았는지 엉망이 되고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됐다. 그녀는 그를 보고 외쳤다. "맙소사!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신에게 빌지 말게.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게 매달려봤자 무엇 하나." 그는 건성으로 대꾸했다. 정신은 차렸지만 머리가 빙빙 돌아서 신에게 할 기도를 들어줄 형편이 아니었다. 깨자마자 드는 온갖 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마노는 어쩌지? 과제는? 상처받은 표정을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내내 목놓아 울던 캐서린에게 스투페파이 한 번을 썼다. 이제 좀들을 여유가 생겼다. 잠깐 기절했다 깬 캐서린에게 듣기로는 그가 쓰러진 이후 며칠간 의식불명인 상태라 했다. 마침 근처 병동에서 상처를 치료받던 오러 가문원이 연락을 전했다. 어머니는 이틀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의식 불명이 사흘을 넘어가니 가주 대리인의 권한으로 그의 상태가 심히 좋지 않아 폐를 끼칠 수 없으니 잠시간의 요양을 위해 휴학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엉클 잭[¹]이 가주님 관을 맞췄다니까요?"
"알겠으니 나가보게. 자네도 바쁠 것 아닌가. 나가는 김에 엉클 잭에게 성가나 크게 부르라 하는 것[²]이 좋겠구만."
캐서린이 놀라서 손뼉을 쳤다. "그 말씀을 하실 줄 알았어요! 다른 사람이 빙의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사실 내기를 했거든요. 그렇게 픽 쓰러지신 뒤로 노마지의 공상 소설처럼 다른 사람이 빙의하는 가설이 들어맞는지.."
도망치는 캐서린을 노려보던 그는 손을 휘휘 젓고 헤드 보드에 편하게 기댔다. 촉새 같은 캐서린은 이제 그가 멀쩡하다는 걸 가문 내부에 소문낼 것이다. 귀만 열어두면 바깥 상황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허리에 힘을 빼고 다시 베개로 몸을 스르르 뉘었다. 다시 뇌가 생각 모드로 돌아갈 시간이다. 일단 어머니의 결정은 대의를 따지고 보면 좋은 선택이다. 계속 의식불명인 상태로 학교에 있으면 누군가 그의 상태를 알아챌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대로 가문의 위치까지 탄로 나면 감히 머글과 잡종까지 그들과 똑같은 장례를 치렀다며 앙심을 품은 어둠의 마법사들이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심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마법사 사회에 특히 많을 뿐이다. 어머니는 이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을 뿐이다. 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내에 혼자 남은 마노도 있지만 해결할 일이 산더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제도 아직 덜 끝냈는데! 유독 과제가 억울했다. 그의 완벽한 과제에 미완성이라는 오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장이 뒤틀려서 몇 번이고 멀건 위액을 토하고 나서야 학점 따위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정신을 온전하게 차리고 어느 정도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되니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예전 같으면 맘 놓고 요양하면서 돌아가기 싫다고 늘어졌을 텐데 사람 하나에 코가 잘못 꿰인 이후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지만 마노가 무슨 죄가 있겠나? 불평 대신 맛은커녕 종이 씹는 식감이 나는 오트밀 죽을 한 스푼 억지로 입속에 밀어 넣고 씹었다. 문 너머로 캐서린이 농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리스틴, 복근에 좋은 밥이 뭔 줄 알아요? 볶음밥! 복근밥 보끈밥 보끔빱!" 그가 오트밀 죽을 그릇에 다시 뱉었다. 이런 곳에서 더 요양하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
"그럼 용건은 도련님 기숙사로 가서 매 한 마리에게 오레오랑 편지를 챙겨주는 건가요?" 호수나 가을 하늘을 보듯 새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거울 너머로 온갖 맛이 나는 젤리를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었다. "으, 까나리 맛이 있네."
그는 거울 너머의 타니아[⁴]를 보며 질색했다. "그렇지. 가급적 매에겐 아무 말도 하지 말게. 영리한 녀석이라 뭐든 알아들을 테니."
"도련님,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되신 건 아니죠? 매는 오레오도 못 먹고 편지도 못 읽어요."
"매가 먹을 리가 있니. 당연히 전서구지."
"아하! 그렇구나. 전 또. 근데 괜찮으세요, 도련님?"
"뭐가?"
"거울[⁵]이요."
"……."
"죄송해요."
"됐다. 사람이 변할 수도 있는 거지. 내 요양하는 동안 사고만 치지 말아라."
"저를 대체 뭐로 보시는 거예요?!"
"…사고뭉치 돼지?"
"도련님!!!!!"
"목청이 이리 커서야, 내 사인은 쇼크사겠어."
미친 게 분명하다. 유리 조각도 치가 떨리는데 손바닥만 한 양면 거울을 마주 보면서 연락을 했다! 덕분에 타니아를 통해 마노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두 번은 하고 싶지 않다. 그는 거울에 비친 핼쑥한 자신을 보고 문을 향해 집어 던졌다. 거울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지고 그는 다시금 양동이에 대고 헛구역질을 했다. 연락하는 동안 속이 뒤집히지 않는 게 용했다. 사람이 변할 수도 있다지만 그는 아직 한참 멀었다. 불쾌한 감정이 속에서 점점 강해졌다. 멀건 위액 사이에서 분홍색 조각을 같이 토했다. 결국 위벽이 떨어졌다. 은색 설렁줄을 당기자 주치의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 거울 조각을 보고 기겁을 했다. 알게 뭔가. 그는 흐린 시야 너머로 손을 까딱였다. "진통제."
진통제로 고통을 견디고 잠들었다. 깨니 새벽이다. 헤드 보드에 등을 기대 마노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다 보니 조급하던 마음이 점차 차분해졌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서 쓰러지는 모습이나 안 보이면 다행이다. 편지를 받아도 그가 믿어줄 확률은 희박하지만 이번만큼은 적은 확률에 기대보기로 했다. 그리고 치료에 전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보기 좋은 모습으로 만나서, 이번에는 홀로 두지 않을 것이다.
회복에 전념한 지 몇 주가 지났다. 이제 많이 좋아졌다. 새벽 4시에 눈을 뜨면 설렁줄을 당기고 미리 준비된 은쟁반을 무릎에 올려둔다. 그대로 코를 박고 기절하는 걸로 끝장나는 하루가 시작된다. 종소리에 들어온 주치의가 익숙하다는 듯 그의 몸을 침대의 헤드 보드에 가눈다. 정신이 든 그는 한때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이 없다며 혼자 있을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아주 익숙해져서 일정을 확인한다. 이제 가문의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 아직 주치의가 있어야 하지만 몇 달만 더 있으면 원내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이 샘솟았다. "오늘은 일정이 없나 보군요? 간만에 회복에 전념해도 되겠어요." 주치의의 시선이 그의 머리로 향하더니 다시 그의 일정이 담긴 양피지로 향했다. "아니면 염색을 하셔도 좋죠. 새치가 좀 많이 자라셨어요." 그가 괜히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그런가? 그러면 오늘 간만에 염색을 해야겠군. 쉬는 날을 둬서 뭐 하겠나." 말하기 무섭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비켜! 비켜요! 미성년자 시체가 10구나 들어왔어요!!"
침묵.
"안 됩니다, 가주님."
"돼."
"안 됩니다!"
"되고 안 되고는 내가 정해. 꺼져."
그는 침대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불길한 예감이 요동쳤다. 그는 감을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온몸에서 감을 믿으라고 외쳤다. 문밖으로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깊은 불안이 그를 휘감았다.
"비켜봐. 꺼져, 다 꺼져!!!"
"안 됩니다, 가주님. 아직 몸이..!"
"어차피 얼마 못 가고 뒤질 몸이다. 다 나보다 먼저 가고 싶은 건 아니겠지.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리도 소란.."
머리가 회전하기를 멈췄다. 뇌 한구석에서 붉은 사이렌이 울렸다. 이 천을 들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위험을 여러 번 겪었다. 이번에도 그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무뎌진 감정으로 뭐든 해야 한다. 그는 천을 붙잡고 들췄다. 아침 첫 햇살이 열린 문 너머로 가문 안을 환하게 비추고 천을 걷어내자 자잘한 핏방울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역광으로 거칠게 뜯겨 뼈가 드러난 시체가 검게 비쳤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세상은 절대 소설과도 같은 삶이 아니다. 시련은 청천벽력으로 다가오고, 죽음은 한순간이다. 오늘도 꿈이 있는 창창한 젊은 생이, 제각기의 소망과 기회를 품었던 소중하고 무고한 생명이 스러졌다. 그는 천 너머로 눈도 감지 못한 시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나머지 시체는 안 봐도 알겠다는 듯 히스테리 섞인 웃음을 뱉었다. 천 너머로 살랑이는 똑같은 옷자락만 봐도 뭔지 알겠다. 그는 나머지 천을 하나하나 들쳤다. 공교롭게도 모두 아는 사람이다. 그는 원내의 사람이었을 게 분명한 시체의 향연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 가문원을 돌아봤다. "전부 내가 나서지." 그의 어머니인 헬레나가 나섰다. "더 쉬셔야 합니다."
"어머니는 지금 가주 자리에 앉은 것이 누군지 다시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 일을 마친 이후엔 복학할 테니 그리 아십시오."
"불허한다면?"
"내 지금 누가 가주 자리에 앉아있다 했지?"
"……."
"어머니, 저는 살면서 패륜을 저질러본 적이 없어 정도를 모릅니다."
헬레나가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모든 것은 가주님의 뜻입니다."
"알았으면 준비하십시오."
그는 10구의 시체 모두 직접 염을 하고 관에 안치했다. 이런 행동을 하면서 울어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눈물은커녕 탄식도 나지 않는다. 인생 한번 아름답다. 차가운 감정이 가슴을 꽝꽝 얼리고 경악도, 망설임도 바스러트린다. 요양하는 시간, 건강. 이 모든 것이 이젠 낭비였다. 그는 고인의 관에 화려한 꽃을 가득 채우며 기도했다. 죽은자에게 편안한 안식을, 원인을 제공한 살아있는 자에게 끝없는 고통을. 짧은 기도를 마치며 밖으로 나섰다.
오늘의 날씨는 가을이 다가오는지 하늘이 빌어먹게 아름다웠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복학하기 아주 좋은 날이다.
----- [¹] 언더테이커 가문의 물류 유통책이자 가주 대리인중 하나로 성격이 장난스럽고 죽음을 가볍게 생각한다.
- [²] 가문에서 성가를 부르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으며 규칙을 어길 경우 최대 일주일간 실로 입을 꿰매는 형벌을 받게 된다.
- [³] 총을 이르는 말
- [⁴] 발렌타인의 수행원으로 블랙번 가문은 언더테이커 가문에게 은혜를 입은 뒤로 수행원을 전담하는 가문이 되었기 때문에 주종관계에 가까우나 현재는 놓아준 상태.
- [⁵] 발렌타인은 유년시절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지하실에 갇혀 잘린 염소의 목을 들고 24시간동안 거울을 마주본 이후로 거울에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 뮤즈
- 그는 본가에 있는 동안 여러점의 그림을 그렸다. 예술에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는 소리내 웃었다. 이런 점은 닮고 싶지 않아도 직계라면 다 물려받나보다. 캐서린은 제발 살려달라며 울었다. 고작 8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리에 쥐가 났다는 것이다. 눈물이 저렇게 많아서 어떻게 신비한 동물을 돌보나 싶다.
"어림도 없네. 자, 팔이 내려갔군. 조금 더 올려보게. 한..12˚정도?"
"안 돼..! 더이상은 무리라고요!! 가주님!! 꽃병이 제 몸값보다 비싼데 진짜 깨먹을지도 몰라요!"
"갚으면 되는 걸 가지고 무얼 그러나."
"제 몸값보다 비싸다니까요!"
"크리스틴도 팔아먹으면 되는 일 아닌가."
"고소할거야!! 당신 고소할거라고!!"
지나가던 크리스틴이 그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다. "아름답군요! 그렇지만 이건 캐서린이 아닌데요."
"내 뮤즈일세. 아름답지 않은가?" 그는 마지막으로 붓을 덧대고 만족스러운듯 팔짱을 낀다. 그의 그림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다. 옥색 머리에 붉은 꽃장식, 세로동공의 남성이 우는 모습으로 장미꽃이 든 화병을 들고 있었다.
"제가 아니면 대체 왜 저를 8시간이나.."
"그야 내 아직 사람의 형태를 가늠하지 않고 그릴 정도가 못 되니 말입세. 요양하는 동안 자네가 수고를 좀 해줘야겠어."
"혀깨물고 죽는다는 가설이요,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내 미리 첨언하자면 속설일세. 자네는 나와 부검을 한게 대체 몇 건인데 아직도 그걸 믿고 그러나?"
캐서린은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새 영감을 얻었다며 좋아서 손뼉을 쳤다.
- 그때의 나는 유순했다.
- 시련은 늘 그렇듯 한순간이다. 페인트볼이 터지자 그는 자리에 앉아 겸허히 이번에 다가올 농간이 무엇이든 받아들이려 했다. 끽해야 또 사슴뿔이 돋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머리가 핑핑 돌고 시야가 암전됐다.
***
소년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작고 귀여운 두상은 동글동글하다. 머리를 덮는 새카만 머리카락은 얇게 한움큼만 쥐어 낮게 한갈래로 묶었는데, 묶은 부분을 제외하고 주변은 똑단발로 잘려있다. 아마 어머니의 취향인 것 같다. 소년에게선 매캐한 담배 냄새나 깔끔한 향수 냄새가 나지 않고 어린아이들이 쓰는 달콤한 샴푸향이 난다. 그리고 약간의 초콜릿 냄새도. 어딜 그렇게 바쁘게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햇볕에 살짝 그을린 피부는 여전히 새하얘서 밀가루 반죽같다. 희고 말랑한 뺨 위로 색이 다른 두 눈동자는 여기가 어딘지 가늠하듯 크게 뜨여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는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엉클 톰이 주는 O-rioh[¹]와 Mar-s, 그리고 쉿[²]이다. 그것 말고도 톰의 오두막에서 뛰놀거나 비스크돌을 보고, 그의 육중한 팔에 올라타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9살 소년이다. 아직 9살밖에 안 됐지만 곧 위대한 선조를 따라 47대 가주가 될 것이다! 곧 가주의 승계시험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직계만 받을 수 있는 패밀리어를 얻었는데, 이제 막 알에서 태어난 귀중한 생명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이름을 달링이라고 지었다. 방금 전까지도 그는 달링이 삐약삐약 우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Uncle-Tom? Mommy?"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란 말인가! 본가에서도 이런 구조의 방은 없다. 엉클 톰의 비스크돌[³]이 전시되는 공간일까? 하지만 여기는 아주 따뜻하다. 그는 머글 사회 한가운데에 떨어진 마법사처럼 그자리에 굳었다. 영리한 새인 달링은 어린시절의 그를 기억하는지 반갑게 울며 날개를 펼쳐 품에 안기려 든다. 그는 처음 보는 큰까마귀가 날아들자 깜짝 놀랐지만, 품에 안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패밀리어인 Dear-겠거니 생각했다. Dear는 수명이 아주 길어 그가 태어났을 때도 함께 했는데, 자식처럼 생각하는지 이렇게 자주 안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새는 Dear보다는 체구가 작고 어리광을 더 부렸다. Dear는 아니고, 누굴까? 품에 안긴 새가 부리를 연신 부비며 낮게 울자 어설픈 손길로 새의 머리를 쓸어줬다. 그는 새를 한참이나 쳐다보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새의 발목에 있는 붉은 리본 때문이다. 지금은 낡았지만 그가 알에서 깬 달링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다. "달링? 맙소사, 달-링! 정말 예뻐. 벌써 자란 거야? oh. 그러니까..꼭 밤-의 여신같아!"
누군가 마법을 부린 걸까?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나이대 아이가 맞다는듯 방울이 딸랑대듯 맑은 웃음소리다. 10년 뒤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웃음이다. 달링을 품에 가득 안은 그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당신을 마주보고 웃음을 뚝 그치고는 슬슬 침대의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어버렸다.
"살아있는 사람은 무서워. 움직이잖아."
이 나이에는 조금 온건하고 순수한 방법으로 사람을 싫어했던 것 같다.
- 욕심과 월권
- 현궁의 기숙사 방은 오로지 그와 당신, 그리고 달링 뿐이다. 독방을 쓰기 때문이다. 달링은 그의 손을 애교스럽게 물다 창문을 열어주자 휙 날아가버린다. 최근 얼음 호수에서 놀아주는 1학년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 들어올 것이다. 그는 창문을 닫는다. 자리로 돌아오자 그는 생각에 한참 잠겨있다 손을 까딱였다. 주문 없이 무언가를 불러오는 건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머지 않아 성냥에 불을 긋는 소리가 들린다. 불꽃이 나비처럼 피어올라 춤추고 궐련의 끝에 입을 맞췄다. 불이 붙는다. 2년동안 흡연은 라온에서 해왔다. 기숙사 방에서 했다간 들킬 위험도 있지만, 그의 마음이 어딘가로 갈만치 인내심이 깊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최근 학생이 10명이나 죽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자꾸만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다. 매일같이 보는 죽음이지만 대체 뭐가 그렇게 충격적일까! 사람이 가끔 감상적이게 되는 날이 있는데, 아마 오늘인 것 같다. 연기를 한번 들이마시고 그는 깊게 숨을 뱉었다. 원내의 사람이 죽어 떠났는데, 당신이라고 안 그럴까. 모든 일이 끝나도 과연 내 곁에 끝까지 남아있을까?
안다. 욕심이고 월권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신은 매구의 추종자고, 나는 별개의 존재다. 당신이 내게 말했다. 제재를 가해도 백정의 탈은 절대 안 된다고. 그는 당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흔쾌히 수락했다. 그 자유가 당신을 오히려 옥죄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것이다. 그는 다시 연기를 들이마신다. 손 끝이 달달 떨렸다. 공교롭게도 당신은 악인이다. 지금껏 그 고운 손으로 몇을 죽였을까? 앞으로 몇을 더 죽일까? 그는 당신을 자유롭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왜 묵인하지 못하는 걸까? 묵인하지 말라는 명확한 이유도 없고 그래도 된다는 증거도 없다. 그러면 넘어가면 되는건데 굳이 또 손가락에 박힌 작은 가시처럼 거슬린다. 이제야 거슬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누군가는 당신에 손에 죽고 그의 손을 통해 땅에 묻혔고, 앞으로 그럴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 뒤집혀 원내측이 우세해지고 매구가 마지막 발악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언젠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고, 저번에 탈이 죽었다는 얘기처럼 당신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신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고, 내가 먼저 떠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언제라도 죽음이 도사릴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이 금이 간 얇은 유리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렇다고 그가 손대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랑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동화 속의 이야기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연기를 뱉는 숨결이 떨렸다. 불안정한 연기가 방을 채우고 사라졌다.
당신을 내 손으로 자유롭게 하는 방법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일까 두렵다. 당신의 몸이 내 손에 의해 싸늘해진다는 생각에 온 몸이 떨린다. 당신이 살아있기 때문에 온기에 기대보려 하는 것인데, 당신마저 식어버리면 어떻게 될지 두렵다. 상실은 더이상 겪고 싶지 않다.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만일 당신이 개심한다 쳐도 이미 죽은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남아갈 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도 슬픔을 이고 살아야 한다. 그는 그 상황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처럼 네가 개심했으니 됐어. 앞으로 참회하며 살자.' 라는 말을 뱉을 정도의 위인이 아니다. 이미 죽은 자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고, 한 가문을 좌지우지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의 감정으로 사사로이 판단하고 개심과 참회를 언급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다른 가주처럼은 되고 싶지 않았다. 손 안의 로켓을 만지작대다 이내 책상 위에 올려뒀다. 분홍색 눈이 어둠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 차라리 처음부터 매구가 아니라 날 만났더라면 달라졌을까…….
그럴 리가 없다. 달라지지 않을 망상에 이 상황을 맡기고 싶지 않다. 세상의 우연은 단 한번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철저한 확률로만 이루어진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후회와 될 리가 없는 망상에 기대기보단 오늘을 살아가는게 더 중요하다. 그럼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문득 코를 타고 뜨거운 감각이 느껴지자 그는 안면을 더듬는다. 턱을 타고 흐르는 이 느낌을 모를 리가 없다. 손가락에 번지듯 묻어나오는 피에 그는 눈을 감았다. 궐련을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고개를 숙이며 지혈을 우선시한다.
"계시 한번 끝내주는군."
신이 있다면 잔인한 자다. 그리고 한없이 자비로운 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궐련을 아무렇지 않게 책상에 비벼 끄고 손가락을 다시금 까딱였다. Accio Cigar. 느긋하게 다리를 꼬며 지혈도 덜 끝났는데 고개를 휙 치켜든다.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정적으로 살면 인생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불안에 몸을 맡기느니 차라리 하루 더 진하게 붙어먹고 말겠다.
"시간이 아까워."
- 공통분모
- 47대 가주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는 초상화가 없다. 초상화를 그리지 말라는 본인의 요청도 있을 뿐더러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한명 더 있으면 가문원이 견디지 못하고 죽을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그가 유독 일측면에서 잡들이 하는 것은 아냐며 용감하게 반발했던 캐서린이 인카서러스 마법으로 가문 기둥에 거꾸로 묶여 매달린 이후 가문원 전체가 납득하고 초상화를 그리지 않기로 했다.
***
그에겐 유독 44대 가주 베로니카의 모습이 겹쳐보였는데, 베로니카의 성격이나 외형과 비슷하냐 묻는다면 현재 나이가 제일 많은 관 제작자 윌리엄이 혹시 병원에 가보지 않겠느냐 진심으로 묻곤 한다. 베로니카는 풀 한포기 제대로 밟지 못할 정도로 심상이 연약하고 죽은 사람을 보며 눈물을 훔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로니카는 복슬거리는 분홍색 머리카락에 둥근 눈매의 붉은 눈을 가졌으니 가문원 전체가 토끼같다 했다. 윌리엄이 회고하기를 외형이나 성격보다는 병약한 모습이나 진통제 대신 초콜릿을 찾고 잠에 들지 못할 때 코냑을 약으로 쓰는 모습,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에서 그나마 비슷하다 하였다.
"죽은 사람을 보고 눈물을 훔치면서 코냑을 즐겨요? 조금 의외다. 저는 술도 못할거라 생각했거든요."
"술을 못하시지만 자주 드셨지요."
"왜요?"
"죽은 사람을 보면 괴롭다고 눈물을 훔치다 잠도 못들고 코냑 한병을 들이마셔야 잠에 들었으니까요."
언더테이커 가문 사람이 괴롭다고 운다고? 발렌타인은 죽은 사람만 보면 싱싱하다는 농담부터 던지고 봤는데. 타니아는 혼란스러웠지만 베로니카의 집권 시기가 마법사 전쟁이었단 사실을 떠올렸다. 납득이 가고 한편으로는 공감이 됐다. 타니아였어도 전쟁으로 시체가 우수수 들어온다면 죽고 싶었을 것이다.
- 펠리체 일상 - 후일담
- 어린 학생 두명이 인생에 대해 논의하는 시덥잖은 건배사, 끝까지 깐족거리는 여인과 수치심에 몸부림치는 그. 나름의 공모 관계를 구축한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어느 한쪽도 기를 쓰며 핏대를 세우지 않았던 좋은 결과였다. 이제 누구도 죽지 않을 상황을, 아니, 누군가는 죽겠지만 일단 이 속내 모를 두명이 아끼는 사람은 죽지 않을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든 될 일이다. 지금까지도 죽지 않고 살았으니 앞으로 더 노력하면 될 것이다. 그는 곧 죽을 팔자를 타고났고 변수가 없는 한 졸업까지는 이 계약을 이행할 생각이다. 그는 계약 조건대로 내색하지 않기로 했고, 돌아오고 나서 마노를 집요하게 노려보며 Hate를 외치는 달링을 달랬다. 평상시와 같은 날을 보내는 것으로 아무일도 없이 잘 마무리 되는 하루였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여인은 간식거리를 소복하게 담고 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예의상 하는 말이겠거니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이런 선물을 줄 거라곤 예상치 못했네만." 하며 거절하려 했지만, 반짝거리는 사탕과 상자에 담긴 초콜릿을 물끄러미 보고 결국 받아들고 말았다. 각종 간식이 그를 불렀다는 핑계였다. 그는 몰랐지만 초콜릿을 향한 시선이 유달리 생기가 만연했다. 히죽히죽 웃고 내빼는 모습이 얄미웠지만 나중에 다른걸로 돌려주면 되는 일이었다. 복수는 나중 일이다. 두고보자.
간식이 든 바구니를 들고 방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Oreo를 먹고 있을지, 아니면 Mars를 먹을지, Skittles를 먹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달링이 날개를 펼치고 다가와 바구니 손잡이에 턱 앉는다. "선물 받았단다." 하고 짧게 운을 뗀 그는 달링을 능숙한 손길로 긁어준다. 기분이 좋은지 고양이가 골골대는 소리를 어색하게 따라하고는 횃대로 다시 날아간다. 바구니에선 좋은 향기가 났다. 사탕의 과일 단내, 초콜릿의 부드러운 향, 오, 이건 쿠키인가? 가장 위에 보인 작은 유리병을 집어들어 위로 들어올려 본다. 유리알 같은 사탕은 빛에 비추니 속이 비쳤다. 한눈에 봐도 얇아보였다는 뜻이다. 아마 이게 겉은 사탕이고 시럽이 톡 터져서 눅진하게 단맛이 스미는 사탕일 것이다. 같이 먹으라고 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만약 감정표현이 풍부했다면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그는 사탕을 한번, 당신을 한번 본다. 그냥 입에 넣어주고 자신도 하나 먹으면 될 일인데 작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가 10살 많아졌을 적 인간의 온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주제에 호기심과 절애를 품어 재앙을 초래했으면서도 이번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려는 것이다. 당신이 이렇게 사탕을 주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고,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고쳐야 하고, 당신에게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켠에는 차라리 자신으로 덮어버리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욕심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양심이냐, 욕망이냐.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사탕이 든 병을 들고 조심스럽게 당신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차피 욕망이 이겼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가, 이것 보렴. 사탕을 받았단다."
그는 사탕 병을 가볍게 흔들고는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하나를 집어들고는 고개를 기울인다. 검은 머리카락이 한터럭 흘러내린다. 흐린 경계의 눈동자 뒤로 그가 고민하듯 당신을 가만히 마주보더니 운을 뗀다. 아마 당신의 무릎 위로 가볍게 올라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신을 내려다보며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겼을 것이고, 사탕을 입에 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요컨대 그가 어떤 모습을 보였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내 아직 사탕을 먹는 법이 익숙치 않은데. 가르쳐주지 않으련."
얌전한 고양이는 부뚜막에 올라가는 편이며, 그는 원내에서 제법 얌전한 고양이에 속했다. meow.
- 버킷리스트
- 정기적으로 라온에 오는 손님은 헬레나 제레미 언더테이커다. 그녀는 40대 초반으로, 현직 오러이자 언더테이커 가주 대리로 현재 내정을 맡고 있는데, 아주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망사로 된 베일이 달리고 챙이 넓어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운 모자, 머메이드 원피스, 오페라 장갑과 어깨에 걸치는 모피 숄까지 온통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에 참석한 것 같은 어두컴컴한 모습과 달리 걷는 모습부터 배어나오는 품위에 여러 사람이 시선을 뺏겼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시선이 유독 짙었는데, 팔짱을 끼고 옆을 같이 걷는 남성이 아주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근사하게 차려입었다. 옆의 여성처럼 모피 숄을 걸치고 있는데, 그 속의 옷은 번듯한 정장 차림이다. 평소처럼 구부정하지도 않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어 깔끔하게 귀 뒤로 넘겨 위로 올려 묶었기 때문에 두 눈이 완벽하게 드러났는데, 역시 사람은 꾸미면 된다는 지론이 그에게 딱 들어맞았다. 두 사람은 꼭 사교 모임에 참석하러 가는 상류층 인사 같았다.
그가 오늘 이렇게 차려입은 이유는 어머니가 버킷리스트를 달성하는 걸 돕지 않으면 길바닥에 드러눕겠다 항의했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는 노마지 출신인 오러 동료가 알려준 것인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는 사실에 그를 비롯해 가문원 대다수가 흥미를 가졌다. 죽음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성장의 기회라고 여기는 의도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이걸 기회삼아 무려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50개의 리스트를 적어왔고, 오늘은 24번 리스트인 '아들 꾸며놓고 라온 산책하기'를 하게 됐다. 그는 진득한 학생의 시선을 무시하고 어머니를 내려다본다. 어머니와는 키차이가 조금 나는데, 그래도 뭇 여성보다는 커 고개를 한참 내리지 않아도 된다.
"만족하세요?"
"물론이지! 내가 얼마나 이러고 싶었는지 몰라."
"죽기 전의 소원이라기엔 너무 소박하신데요."
"그렇지만 만티코어 송곳니를 산채로 빼서 피리 만들기를 우리 아들이 도와줄리가 없잖니.."
"그 소원을 제가 여덟살 때부터 들었던 것 같은데."
"당연하지! 제레미, 그이도 못하겠다며 발뺌을 하던 소원이란다.."
"아버지가요?"
"그래. 네 아버지는 다 좋은데 그런 부분에선 약해 빠졌던 사람이었단다. 만티코어가 얼마나 무서운 동물인지 모르냐며 다칠 지도 모른다며 길길이 날뛰더구나."
헬레나가 팔짱을 끼지 않은 손으로 뺨을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쉰다. 그는 그 모습에서 질색을 했는데, 어머니가 이렇게 한숨을 쉴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조만간 어머니는 만티코어의 송곳니를 빼올 것이다. 아니면 더 최악의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그는 어릴적 엉클 톰이 '인마, 헬레나. 네가 누구 동생인데 뭘 믿고 그렇게 먹고 늘어지기만 했냐. 관리 안 하면 곧 나처럼 될 걸?' 하고 호탕하게 웃자 오빠는 닥치고 있으라며 주먹으로 흠씬 두들겨 패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의 그 불꽃같은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아마 주먹으로 제압해 송곳니는 빼서 피리로 쓰고, 남은 몸은 길들여 등에 타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성큼 다가왔다. 그는 어머니가 가고 싶어하던 당과점을 향해 걷다가 은근한 시선이 꽂히자 잠시 멈춰섰다.
"아들."
"예, 어머니."
"이 어미는 아들을 위아래로 기깔나게 낳아줬는데, 제발 어느 한곳이라도 써먹을 날이 오면 좋겠답니다."
헬레나가 아무리 얼굴을 가렸다고 해도 위아래로 훑다 아래로 멈추는 시선을 그가 눈치채지 못했을리가 없다. 불투명한 검은색 막 뒤로 어딘가 붉은 시선이 음흉하게 휘자 그는 팔짱 낀 팔을 움직여 손을 빼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자 헬레나는 팔에 착 달라붙고는 대놓고 으흐흐 웃었다.
"어머, 얘도 진짜. 어딜 도망가려고."
"놔요, 놔. 저 돌아갈 테니까."
"아! 버킷리스트도 못 채우게 하는 아들놈 싸가지 때문에 갑자기 있지도 않은 지병으로 연약하게 쓰러질 것 같구나. 그것도 이 라온 한가운데에서."
헬레나가 손등으로 이마를 짚는 시늉을 하자 그는 질색을 하며 한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진통제를 먹고 나왔는데도 골이 아프다. 그는 길바닥에 드러눕는 참사를 막기 위해 곁에 남기를 택했고, 헬레나는 은근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래도 아깝잖니. 너 좋다 할 마녀랑 마법사가 잔뜩인데. 너도 근사하게 연애도 하고 그래야지. 여러 사람도 만나보고 헤어지고."
"그러기엔 이미 여생을 함께 할 사람이 있는데요."
"그거 아니? 어머니의 입장에선 허락 했지만 오러의 입장에선 허락할 수 없단다. 네가 그 숭고하지 못한 죽음을 양산한 장본인의 수하와 여생을 함께한다니.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나서 막아세우고 싶은 마음이 어찌나 큰지."
"아직도 불만이시군요."
"원래는 이해하려 노력했단다. 네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수하중 하나가 타니아를 죽였으니, 이젠 어머니와 오러의 입장에서 아주 껄끄러운 상대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는 헬레나의 얼굴이 가려졌어도 수심에 젖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년시절의 그에게 타니아를 붙여준 건 다름아닌 헬레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니아를 소개시켜주고, 딸처럼 키웠다. 또다른 가족이나 마찬가지던 타니아는 이제 없다. 죽음을 몇번이고 겪는 집안이지만 이번 일은 궤를 달리했다. 그는 어머니가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이유가 이마에서부터 콧등, 그리고 뺨까지 가로지르는 큰 흉터가 있기 때문임을 안다. 아버지를 어머니의 손으로 잃은 날 생긴 것이다. 그날의 상처는 새겨져 평생을 함께한다. 타니아를 잃은 날에는 얼굴에 흉터가 생기지 않았어도 마음에 큰 상처가 생겼을 것이다. 그는 침묵하다 말없이 팔 위에 올라온 헬레나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뗐다.
"원인을 제쪽에서 처리하면 되는 일이죠 뭐."
"얘도 참. 넌 아직 학생이잖니."
"학생이라고 뭐가 다르겠어요? 유서 품고 다니는 건 똑같은데."
"어머? 젊은 치기가 있는 법이지! 고작 처리가 말이 되니?! 지팡이 끝을 날카롭게 세공하고 다니렴. 갈레온은 원하는 만큼 보내주마. 그 새끼의 머리에 찍어내리렴. 지팡이가 두피를 어느정도 파고들면 봄바르다를 쓰면 된단다. 그러면 아주 끝장이 나지. 머리만 터진다니까? 대신 눈이 네쪽으로 튈 수도 있단다. 좋은 기분이 절대 아니란다."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이번에 과잉 진압으로 정직 처분 당한거. 그거 때문이죠."
"어머, 갑자기 없던 지병이……."
"엄마."
"그 새끼는 현장 사살 허가를 받았으니 쌤쌤이란다."
"됐다, 됐어요. 그 머리없는 시체 처리했을 캐서린이 고생 했겠지……."
"이젠 내정까지 꿰뚫는구나."
"울고도 남았겠죠."
그는 당과점의 문을 열어 헬레나가 먼저 들어갈 수 있게 도왔다. 단내가 훅 끼치자 두 모자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드디어 버킷리스트 25번이구나. 당과점에서 아들과 사탕과 초콜릿을 사기."
"이쯤 되니 궁금해지는데요."
"뭐가 말이니?"
"26번은 뭔가요?"
"내 아들 홀랑 낚아채간 도둑놈 얼굴 보기."
"예?"
"27번은 갈레온 더미를 던져주며 네가 감히 우리 아들과 만나는 도둑 고양이냐? 헤어져! 라고 외치고 반응을 보기, 28번은 도둑 고양이랑 만티코어 잡으러 가기, 29번은.."
"그만. 바꾸세요."
"어머? 지금 내 삶의 목표를 네가 마음대로 바꾸겠다 하는 거니? 이 불효자 녀석. 내가 너를 이렇게 키웠구나. 어쩜 어린 시절의 나를 이렇게 쏙 빼닮았지?"
그는 헬레나의 성격을 떠올렸다. 며칠 전 f로 시작해 k로 끝나는 4글자의 단어를 배운 그의 절애하는 작은 매는 헬레나에게 무얼 배울지 모른다. 그와 헬레나의 작은 실랑이가 이어졌고, 결국 헬레나가 여기서 드러눕겠다 선포하자 그는 백기를 들었다. 각자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방법은 제각기고, 삶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언더테이커는 인간적이고, 가장 평온한 방법으로 삶의 후미를 장식한다. 그 이후 들이닥칠 폭풍을 대비하기 위해. 그렇기에 라온은 오늘도 평화롭다.
4.2. 떡밥 해석 및 풀이 ¶
- 타니아와 발렌타인의 관계
한쪽의 선망과 짝사랑이 섞였던 주종관계.
발렌타인의 아주 옅은 첫사랑.
1. 언더테이커와 블랙번은 선조로부터 이어진 주종의 가문이다.
- 카나리아 독백에서의 언질
어른들이 '아주 오래 전, 언더테이커 가문에게 큰 은혜를 입고 섬기기로 했다'
해당 언급대로 언더테이커 가문의 선조는 친한 벗이었던 블랙번 가문의 선조의 목숨을 구해주고 몰락한 가문을 재건해준 적이 있다.
2. 블랙번은 이후 충신을 넘어서 신도의 성향을 가진 가문이 된다.
- 결심 독백에서의 언질
당신은 나를 신뢰하고…(중략)
언더테이커 가문의 사람들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다며 포기하는 모습. 쇄문한 언더테이커는 블랙번 가문과만 교류를 자행하는 등, 큰 신뢰를 보인다.
우매한 내가 이 맛을 쉬이 알 수 없는 젤리처럼 그 아득한 지평선 너머의, 동경하는 자의 의중을 어찌 알까……
3. 풋맨의 입장이라면 똑같이 침묵의 규율을 지켜야 한다. 이로 인해 타니아와 발렌타인은 균열이 생긴다.
- 4학년 & 처벌 독백에서의 언질
"제가 감히 숭배하는 주인님의 가문을 모욕했어요.."
타니아는 학교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사상을 접했고, 중립을 깨고 머글과 혼혈을 품어주려다 입이 찢기는 불상사를 겪는다.
타니아의 형벌을 기억하십니까.
4. 발렌타인은 타니아를 신뢰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발렌타인이 주인의 자격으로 타니아를 규율에서 놓아준 상태. 주종관계의 계약을 파기하였다.
5. 타니아는 삶을 떠났다.
타니아는 각시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나의 카나리아는 결국 손을 떠나버렸다.
- 카나리아 독백에서의 언질
- 발렌타인의 현 상황
시한부의 삶, 이겨내야 하는 과거.
살아있는 것에 상처를 받고 죽은 것에 위로 받게 된 존재.
1. 발렌타인은 몸이 좋지 않다.
- 카나리아 독백, 각종 일상과 이벤트, 그리고 시트에서의 언질
"숨이 섞인 목소리는 당신이 힘겹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이유도 지금 당장은 목을 쓸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타니아, '카나리아' 독백 中
손목은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고(중략)
발렌타인은 몸이 좋지 않다. 자주 두통을 느끼며, 단지 목소리 하나를 크게 높이는 것에도 핏대를 세워야 할 정도로 허약하다.
─ 발렌타인의 시트 中
영문 모를 두통과 함께한다.
가주에게 내려오는 단명의 증거이다.
그는 살아있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살아있는 것은 변한다. 맹목적인 것은 모조리 변한다. 엉클 톰은 아즈카반에 갔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믿었던 가문원은 자신을 지하실에 밀어넣고 문을 잠갔다. 살아있는 것의 애정은 모조리 퇴색되며 변한다. 그는 숨을 쉬며 살아가는 자신 또한 증오했다. 그래서 그는 죽어간다...(중략)
─ 추종자 백정과의 일상 中
"아가, 소리를 내면 안 된단다. 다시금 사람들은 괴물이 되어 네 곁을 둘러싸겠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울부짖을 것이란다. 깨달음을 얻지도 못하면서 갈구하고 발목을 붙잡겠지."
그는 가주가 되기 위한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집안의 교육도 있었지만 그 시험의 여파가 아주 컸다. 살아있는 것에 아주 큰 상처를 입고 죽은자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생겼다. 지금은 살아있는 것에 다시 희망을 건 상태다.
─ 발렌타인이 받았던 2시험, '덮어가리다' 中
3. 언더테이커 가문의 기둥.
- 처벌 독백과 추종자 백정 일상에서의 언질.
"앞으로 이 유일신 하나 모시기 좆되게 힘들겠군 그래."
─ 발렌타인, '처벌' 독백 中
"앙상한 손가락에서 유일하게 반지를 끼울 수 있는 곳은 엄지 뿐이었다. 그 반지를 비틀어 뺀다. 손쉽게 딸려오는 반지는 세월이, 연륜이 묻어있다. 초대 가주가 죽고 그 몸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반지를 조각했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죽은자의 정신. 자신이 언더테이커 가문의 가주임을 알려주는 권위의 증표."
그는 가문에서 가주의 자리에 있으며, 가문 사람들은 그를 광적으로 믿고 따를 지도 모른다.
─ 추종자 백정과의 일상 中
4. 생겨난 트라우마.
- 狂症, 거울, 덮어가리다'' 독백에서의 언질.
그는 가끔씩 허공에 대고 영정을 들듯 손을 모으기도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도 있다. 귀를 기울여 듣자 하면, '쉿, 그 어떤 소리도 내어선 안 돼.' 같은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하곤 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빙그레 웃는 것이다.
"이 상황을 보고 잊지 마십시오. 샬럿."
하면서.
─ 발렌타인의 광증, '狂症' 독백 中
…(중략), 어린 소년은 잘린 염소의 목을 들고 지하실에 우두커니 홀로 서 거울을 마주했다. 피가 바닥을 적시고, 여기저기서 스산한 소리가 들렸다. 벌레가 기어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가 입학 이후 현궁의 기숙사에 처음 와 한 일은 전신 거울을 깨부순 것이었다.
─ 발렌타인이 가진 가장 큰 두려움, '거울' 독백 中
"스물 넷의 시간은 아주 길단다. 괴물은 네가 소리를 내도록 위로를 할 수도 있고, 다리 위로 벌레가 기어 올라올 수도 있지. 다리는 후들거릴 것이고, 배도 고플 것이야. 그렇지만 이겨내야 한단다. 나는 그게 두렵단다. 다시 마주하면 이겨낼 수 있겠지만, 어린 나는 이길 수 없단다. 그래서 천을 덮어 가린게야."
─ 발렌타인, 백정에게 설명하며. '덮어가리다' 독백 中
"어머니도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않으셨습니까."
─ 발렌타인, 월식 주막에서. '결단' 독백 中
그는 가주가 되기 위한 시험으로 지하실에 갇힌 적이 있다. 그 과정 속에서 거울을 마주하는 것을 광적으로 두려워하며, 다른 시험의 여파로 각종 마법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임페리오에 예민한 것은 아버지가 임페리오에 조종 당해 죽음을 맞이한 이후였다. 그는 이겨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5. 죽어가는 자.
- 추종자 백정 일상에서의 언질.
"…(중략), 이 육신은 머잖았기에 너와 짧은 시간 동안만 함께하겠지만, 남은 시간동안 내 모든 직위를 걸고 맹세하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버리지 않을 테니, 너 또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 내 삶이 끝나면 네 자유를 찾는 것을 조건으로, 부디 나와 함께 해줄 수 있겠느냐?"
발렌타인은 삶이 머지 않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그는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인가? 아. 사실은, 죽고싶지 않다. 살고싶다. 나는 살고싶다...
"여생을 마치면 주인 없는 반지가 될 것이다."
─ 발렌타인, 추종자 백정과의 일상 中
"어머니, 저는 곧 죽습니다..(중략) 저의 죽음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 때문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울 배짱도 없거니와, 그 사람을 죽일 자신도 없습니다."
─ 발렌타인, '결단' 독백 中
- 카나리아 독백, 각종 일상과 이벤트, 그리고 시트에서의 언질
- 기타 떡밥정리
샬럿, 우리의 이 빌어먹을 굴레가 끊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 일상, 독백에서만 언급되고 풀리지 않은 떡밥을 늘어만 두고 있어요.
풀린 떡밥이지만 위에 언급하기엔 애매하거나, 다 정리되지 못한 것은 여기에 기술해요.
- 혼혈? 입양아? 순혈? 방계? 직계? - 일상(펠리체 W. 스피델리)
- 직계, 가주. 순혈로 밝혀짐
- 직계, 가주. 순혈로 밝혀짐
- 유리몸? - 이벤트(부네&백정 레이드) 및 독백
- 흡연의 이유? - 일상(추종자 - 홍마노)
- 유일신? - 독백
- 가주를 뜻하는 다른 말.
- 가주를 뜻하는 다른 말.
- 어머니? 샬럿? - 독백
-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행방 - 독백
- 미술에 재능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독백
- 최근 그가 이상할 정도로 유해지지 않았나? - 이벤트 및 독백, 모든 상황.
- 임페리오에 조종 당해 손쓸 수가 없었고, 어머니의 손으로, 그 품에서 돌아가셨다. 발렌타인은 그 모습을 보았다.
- 임페리오에 조종 당해 손쓸 수가 없었고, 어머니의 손으로, 그 품에서 돌아가셨다. 발렌타인은 그 모습을 보았다.
- 손톱과 거울, 마른 몸. 한숨섞인 목소리. uncle, uncle, Ah!!! Uncle Tom! plz, plz… No… ah.. - ¿¿¿
- 혼혈? 입양아? 순혈? 방계? 직계? - 일상(펠리체 W. 스피델리)
4.3. Undertaker ¶
유쾌하지만 누군가 죽는다면 더없이 좋아하고 슬퍼할 나사빠진 가문.
- 발렌타인에 대한 사항이 아닌, 언더테이커 공통 사항에 대해 기술합니다.
- 이건 발렌타인의 정보지만요.
- 정말 사탕귀신인가요? - 네!
- 진짜요? - 네!!
- 얼마나요? - 메이플 시럽을 마셔요..? 우와..
- 정말 사탕귀신인가요? - 네!
- 헬레나 J. 언더테이커
"저는 제법 자비로운 오러거든요. 자, 그러니까 순순히 투ㅎ... 이런 씨발!! 말을 하면 끝까지 처들어야지 범죄자가 어딜 째! 리덕토!"
언더테이커 가문의 前 46대 가주이자 현재 오러이자 가주 대리인. 발렌타인의 어머니.
발렌타인과 달리 쾌활하고 명랑하며, 거침없고 불 같은 성격이 특징. 검은 머리와 붉은 눈을 가진 미인이나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있다.
인간에 대한 혐오는 가지고 있으나 신뢰하기 때문에 현재 오러로 일하고 있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
"네 아버지는 근사한 사람이었지. 내가 하룻밤을 보내고 오블리비아테로 기억을 지우길 잘 했어. 그 사람이 어찌나 대단했는지..이 어미가..."
"그만. 제발 그런 건 혼자 아세요."
"너도 기깔나게 물려 받았으면서 왜 쓰질 못하는지.. 하지만 후손은 만들지 말거라."
— 헬레나와 발렌타인.
남편은 임페리오에 조종당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까지 망가져 섹튬셈프라로 직접 숨통을 끊어 현재 사별한 상태로, 추종자에 대해 분노하나 발렌타인의 반려는 허용하는 듯 하다.
- 화신 - 가문의 유래.
나의 신도야, 시체 쫓는 까마귀야. 들어라. 나는 깨달음을 주지도, 기적을 발하지도 않는다.
— 1대 가주, 루이스 헨리 언더테이커.
인간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이해하려 한다.
또한 이해 자체로 인간이 편하다고 느끼는 경향을 지닌다. 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간에게는 욕구와 능력이 있으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화를 피하려는 욕구가 있으며 그것에 대해 위험의 가능성을 추론하거나 발견하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욕구를 중점으로 보았을 때, 인간은 욕구에 대한 수단을 초월적인 믿음에서 찾기도 하며, 그 수단이 종교가 되면 종교를 가진 집단의 생존능력은 다른 집단보다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또한 종교적 사고, 습관, 가르침, 가르침에 대해 믿음을 주는 행동과 사건. 즉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의 헤게모니는 곧 종교가 된다.
언더테이커는 뿌리가 Undertaker, 즉 장의사로 비롯되었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였고, 초월적인 믿음을 찾았으며, 이들에게 종교는 허울 좋은, 높은 존재에게 기대 안식을 취하기 위한 허상에 불과하며 점점 집단을 이루고 번성해간다.
이것이 언더테이커의 시초이다.
죽음의 공포를 잊고 새로이 받아들이는 헤게모니.
이로 인해 죽음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당시의 잔재가 남아 그들은 아직 허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보고 있으나 결코 구원하지도, 깨달음을 주지도, 전하지도 않는다.
그것을 화신이라 명하니, 이들은 끔찍한 운명과 업보를 타고나 죽음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 문화
"저 진짜 이런 무식한 사람들이랑 일 못해먹겠어요. 어떻게 죽음에 대해서 두렵다고만 생각해서 일을 기피하려 해?"
— 발렌타인의 비서, 캐서린 메이 언더테이커
언더테이커 가문은 폐쇄 되기 이전부터 교류가 적기로 유명했다.
죽음을 숭고한 행동으로 받아들이며, 삶에 초연하기에 다른 가문이 피한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숭고한 죽음에 대해 묻는다면 일장연설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즉각 관을 준비했다.
가주는 죽음의 대리인이니 뭐니 하며 그가 직접 장례를 지도하는 것은 흔치 않다고 옹기종기 모여 염습 과정을 구경까지 할 정도였다.
죽음이 하나의 문화이자, 흥미로운 주제이며, 가주의 말이 진리인 것이다.
죽음을 대하는 직업이기에 귀하게 존중하나, 달리 말하면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삶의 일부로 대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이에 사람들은 그 기괴한 가문을 존중하였으나 누군가 죽어 장례를 의뢰하지 않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이 사항은 달라지지 않았고, 발렌타인도 이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 침묵의 규율
"나의 신도여, 한 순간의 스러질 생명이여, 시체 쫓는 까마귀들이여. 우리는 침묵해야 하며, 이 15가지의 규율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44대 가주 베로니카 톰 언더테이커
마법사 전쟁 이후로 생기게 된 언더테이커 가문의 규율.
이전에도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순혈이니 머글이니 하지는 말고 자제는 해라..하는 두루뭉실한 느낌의 규율이었기에 대대적인 수정이 오갔다.
말 그대로 침묵에 관한 규율이나, 사소한 예의범절도 섞여 들어간 것이 특징.
현재는 드러난 것만 기술한다.
제1항. ???
제2항. 화신이 아닌 모든 가문원은 사회에서 실렌시오를 사용할 것.
제3항. ???
제4항. 인간의 이름을 부르지 말 것. 다만 이는 공적인 상황에선 본인의 판단 하에 허용된다.
제5항. 아직 맥이 뛰거나 전혀 익히지 않은 날음식을 먹지 않을 것.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먹어야 할 경우 죽은 자를 위한 기도를 할 것.
제6항. ???
제7항. 본인의 이름을 먼저 알려주지 않을 것.
제8항. 가문에 대해 발설하지 않을 것.
제9항. ???
제10항. ???
제11항. 가문 내부에서 성가를 부르지 아니할 것.
제12항. ???
제13항. 순혈우월, 머글, 혼혈 옹호의 뜻을 가진 자와 접촉하지 않을 것.
제14항. 어느 한 쪽의 사상을 가지지 아니할 것.
제15항. 가문원이 아닌 자에게 죽음을 의뢰하지 않을 것.
- BLACKBURN
"나는 장의사의 명 받아 목 물어뜯어 주변을 죄 불태울 번견이니, 화신의 보좌로 명 받아 이 목숨 스러질 때까지 곁에서 한몸 불태우리라."
— 타니아 리즐 블랙번, 충성의 맹약.
블랙번 가문은 극단적인 이상주의 가문으로, 멸문 직전 언더테이커의 선조가 도움과 생존에 대한 가르침을 준 이후 언더테이커를 주인으로 섬기는 군신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초월적인 믿음을 찾았으나 그 믿음이 변질되어 광신으로 변모하였다. 이로 인해 46대 가주 헬레나 제레미 언더테이커(결혼 전 미들네임은 헬레나 줄린 언더테이커다.)가 5시험 중 2시험을 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허상은 진실, 진실을 더럽힐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래 된 세습과 규율, 전통을 폐지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였다.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는 이후 5시험을 통과한 이후 거울과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플래시백 증세를 비롯한 큰 PTSD 증세를 호소한다.
- 언더테이커와 군신관계를 형성한 휘하가문
- 주로 용병으로 이루어져 있다.
- 전통 중시의 보수파 가문
- 유일한 후계자인 타니아 리즐 블랙번은 현재 각시의 습격으로 인해 사망하였고, 현재 추종자에 대해 극단적인 사상으로 치우쳤다.
- 언더테이커와 군신관계를 형성한 휘하가문
- 가주의 시련
"나의 신도야, 한 순간의 스러질 생명아, 시체 쫓는 까마귀야. 우리는 죽음의 숭고함을 새겨야 하니, 이를 늘 염두에 두거라."
─ 47대 가주, 발렌타인 샬럿 언더테이커.
언더테이커는 가주를 가장 초대 가주의 피를 이은 ???로 믿고 따르나, ???을 숙지하고 있다.
그저 허울 좋은, 높은 ??? ???일 뿐.
그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사적인 욕심을 가진다면 죽을 날 가주가 직접 염을 해주길 바라는 정도.
다만 블랙번은 가주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 흠이라면 흠.
꽤 오래 된 전통이라 폐할 수 없는 지, 가주는 쓸데없이 귀찮은 나흘간의 5가지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드러난 시험만 기술.
제1시험. 하루동안 독방에서 시체와 함께 날을 지새울 것.
시체는 잘린 동물의 목과 가장 최근 죽은 가문원 중 유서에 시험의 인도자가 되길 원한다 쓰여있는 사람의 시체를 이용한다. 소리를 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는 앞으로의 삶에서 함께 할 것이 수많은 죽음임을 받아들이는 행위임을 엄숙히 선언하는 것이다.
제2시험.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한 뒤, 어두운 방 안에 가둬 동물의 목을 들고 하루동안 거울과 마주보게 할 것.
이때도 어떠한 소리를 내어선 안 된다.
내 자신과 그 안에 담긴 공포를 명확히 알아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것. 발렌타인은 이 이후로 절대 커다란 거울을 마주하지 않는다.
제3시험. ???
제4시험. ???
제5시험. 1시험에 ????
- 죽은 자를 위한 기도
-
죽은 자를 위한 기도문이라 알려진 이 문장은 언더테이커 가문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도문으로써, 죽은 자의 넋을 기리고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삶에 새기고자 만들어졌다. 가문에서 은어 내지 속담과도 같이 사용되는 일상 관용구로, 공적인 상황에서는 두가지의 용도로 쓰인다.
첫째. 시체를 발견하거나 관에 안치했을 경우.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할 경우 사용되며, 이 용례가 가장 흔하고 일상적이다.
둘째. 곧 죽을 자에게 쓰이는 경우.
비단 사고를 목격하는 상황이 아닌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에게 쓰인다면..명복을 빈다.
----- [해석] 죽은 자들에게 안식을 주고 산 자들에게 끝없는 고통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