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7274/810/ 의 캡틴 공지에 의거하여 캡틴의 동의 또는 타 참치 3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등재 가능.
2. 일상 ¶
- 윤 지아
- 윤지아, 묻어두었던 과거를 직시하다.
- 지아는 바람을 마주합니다.
세상은 이렇게도 평화롭고, 또한 조용합니다. 지아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에는 하나 둘, 작은 별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눈에 담아도 아프지 않을 만큼 반짝이는 별들이요.
지아는 고민합니다. 내 길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만 좋을까? 지아는 길을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 강해져야 하는지 모르지만 무턱대고 강해지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모자랐습니다.
지아는 흐릿한 기억을 찢어봅니다.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 기억의 일부를 찢어냅니다.
-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당신의 환상. 당신의 행복.
- 여기는 하멜른, 여기는 사랑의 땅. 여기는 행복의 종착역. 여기선 모든 것을 잊어도 좋아요.
- 반가워요. 아픈 마음을 지닌 모두들. 하지만 하멜른은 행복의 땅이기에~
- 행복하지 않은 것들은
- 모두
- 죽어줘야
- 겠어요♬
눈을 뜨고 있었다. 세상은 연분홍빛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올렸다. 고양감, 충만감. 그리고 그 이상을 뒤엎는 절망감이 있었다. 친구의 배에는 연붉은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 꽃은 내가 아무리 막으려 하더라도 한정 없이 피어나, 마침내 친구가 누운 땅마저 붉은 꽃으로 피워내려 하고 있었다. 손을 들어 아무리 틀어막으려 하더라도, 온 몸을 뒤엎어 피를 막으려 하더라도, 꽃은 하나 둘 피어나.. 마침내 땅을 뒤엎었다.
" 지아야. 가스나야. 니 와 우노. "
친구는 여전히 해맑았다. 우연으로 휘말려, 필연으로 죽는다. 나는 얼마 전 보았던 만화영화를 떠올렸다. 주인공의 친구는, 언제나 주인공을 위해 헌신하고 그렇게 죽었다. 나는 그런 헌신하는 친구보다, 그렇게 강해진 주인공을 더더욱 기대했다.
" 지아야. "
친구는 방긋 웃었다. 지아의 볼에 손을 올렸다. 붉은 꽃잎이 지아의 볼에 묻어났다. 나는 숨을 몰아 쉬며 친구에게 눈물을 흘렸다. 입에서 나오는 문장이 인간의 언어였던가? 아니면 비탄에 찬 어린 아이의 눈물콧물 섞인 절망이었는가는 몰렀다. 지금만큼 나는 스스로가 원망스런 일이 없었다. 영웅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부모님, 영웅이란 이름을 부러워하고, 자신도 그런 영웅이 되겠다고 말하던 친구. 그런 친구에게 손뼉을 치며, 그럼 나도 너와 같은 영웅이 될거야! 우리 듀오 이름은 뭐라고 할까? 하는 말에 친구는 답했다.
" 부산의 바람이 이런 일로 불어서 되겠나? "
이제 땅이 붉은 꽃으로 가득할 때에, 나는 울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저 언어로 규정되지 않을 울음소리를 내며 친구에게 물었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 울지 마라 가스나야. 머리 아프다. "
빠져가는 힘으로 억지로 주먹을 말아 쥐고, 친구는 천천히 내 이마에 주먹을 대었다.
" 부산의 바람 윤 지아. 니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내가.. 부산의 뱃고동이.. 부산의 하늘이.. 부산의 모든 것에.. 내가 있을 거데이. 그니까.. 지아야. "
친구는 말했다.
" 영웅이 되래이. 더 이상 나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사라지는 희망들을 무시하지 말고.. 밝고, 당당한 지아가 되래이. "
구슬픈 바람이, 게이트를 뚫고 불어왔다. 붉은 꽃 사이에 숨어있던 하얀 나비가,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 내가 지켜볼거다. 알았나 가스나야. "
......
..
.
명분.
명분이란 것이 중요한가요?
강해질 이유라는 것이 필요한가요?
지아는 지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묻어둔 기억의 일부를 억지로 헤집어, 상처를 입어 가면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나는!!
친구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 했던 바보같이 여린 소녀인데!
아직 제대로 어른조차 되지 못한 청소년인데!
내가, 내가!
무슨 이유로!
어떤 이유로!
강해져야만 하는데!
바람.
바람!
바람아,
바람아!
부산의 바람아!
부산의 파도야!
부산의 뱃고동아!
부산의 갈매기들아!
내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니.
내가 무엇을 통해 나아갈 수 있겠니.
지아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저 밝은 별 속, 유난히 마음이 깊어지는 밤에.
우연히 날아가는 것처럼, 한 마리 하얀 나비가 날아갑니다.
부산의 짠 파도내음을 삼킨 채,
훨훨. 날갯짓을 하며 날아갑니다.
-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지아는 부산으로 이동합니다.
오늘따라 바람은 또 왜 이리 조용한지. 하늘은 또 왜 이리도 맑은지 모르겠습니다. 구름도 적고, 햇빛은 적당히 따뜻하고, 날씨는 선선하며, 벚꽃은 천천히 고갤 내밀어 한가득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아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산의 하늘은 여전히 맑습니다. 부산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기만 합니다. 부산의 뱃고동은 오늘도 힘차기만 합니다. 부산의, 부산의.. 부산의.. 부산의 모든 것이. 한 사람을 담고 있습니다.
지아는 웃습니다. 이미 눈물은, 분노는 저 멀리서 많이 토해내고 왔으니까요. 이제 지아가 해야하는 일은 많고, 슬퍼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 부산 모든 곳에, 내 친구가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차는 열심히 달려갑니다. 차를 따라 움직이는 바닷가의 풍경에 지아는 천천히 눈을 감아봅니다. 의념을 높여, 청각을 강화한 채로.. 그저 지금 풍경 속에 들리는 소리들을 하나, 둘, 삼켜봅니다.
솨아아. 솨아아아.
끼룩, 끼룩, 끼루루루루 -
부우우우 -
소리.
저 많은 소리.
우리와, 너와, 내가 사랑했던 그 소리들.
너를 기억하는 나의 추억이 담긴 소리들.
부산이 전해주는, 푸른 파도가 담긴 이야기들.
차가 멈추고 지아는 천천히 내립니다. 이현은 이미 눈물을 흘리느라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천천히 걸어서 한 무덤 앞에 섭니다. 무덤에는 수많은 꽃들과, 작은 배와, 작은 등대와, 지아의 사진이 있습니다.
[ 부산의 파도 이 지우. 여기 잠들다. ]
지우야.
지아는 천천히 말을 시작합니다.
" 지우야. 내 각성했다. 너도 봤쟤? 내가 이따만한 태풍 만드는 거. 니가 말했다이가. 태풍이 오고, 파도가 치고 나면 우리는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태풍의 눈이 왔다고 하자고 했다이가. 태풍 속에서도, 파도 속에서도, 여기만은 조용하게. 평화롭게 만들자고. 우리 했던 약속 기억하나. "
지아는 천천히 무덤으로 손을 뻗습니다.
" 기억하재? 못하면 머리를 세게 박아삘기다. 그니까 꼭 기억하래이. 내 가디언이 될라고 학교에도 들어갔다. 친구도 사귔다. 나쁜 아들도 혼내주러 가봤다. 첫 시도라.. 실패하긴 했는데, 그래도 힘내고 있다. "
눈물이 흐르는 것을 세게 비비내고 지아는 여전히 웃습니다. 짠 바람 때문에 유난히 눈이 따갑다고 스스로 되새기고, 되새기며 지아는 다시금 웃음을 짓습니다.
" 미안해. 너무 늦었다. 그지. "
- 그걸 이제 알았나. 가스나야.
" 일찍 오려고 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아니. 너를 잊으려고 했었나봐. 그냥, 마음 어귀에 묻어두고 그냥 지아로 살고 싶었나봐.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 네가 자꾸 생각나서, 힘을 쓸 때마다 네가 기억나서. 그냥.. 미칠 것 같더라. "
- 괜찮다. 차라리 잊을라면 제대로 잊지. 뭐 하는 짓이고?
" 미치고 싶었어. 근데.. 미치고 싶어도 미치면 네 생각으로 가득할까봐. 또 그때처럼 울까봐, 또 그때처럼 힘들까봐. 그게 싫어서.. 가족들에게 그게 싫어서.. 너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래서! "
지아는 무덤 앞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눈물은 이미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상황에 다달랐습니다. 이미 목 놓아 울기 시작한 지아는 억지로 침을 삼키고, 말을 내뱉습니다. 망가지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으니까요.
"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진심으로 미안해. 더 늦기 전에..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 너를 잊으려고 했다는 게 너무 싫었어. "
얼굴 가득, 흐르는 눈물에 어울리지 않게 망가진 얼굴로, 지아는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 지우야. "
말합니다.
" 기다려줘. "
지아는.
" 영웅이 될게. "
두 사람의 약속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 부산의 바람이 되어서. "
주먹을 꽉 쥐고
" 다시 너에게 돌아와서 말할게. "
웃습니다.
" 부산의 바람. 윤 지아가 왔다! 하고 말야. "
하늘은 푸릅니다. 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옵니다. 세 사람의 눈물 속에서도, 시간은 그것도 모른 채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아는 무덤을 빤히 바라봅니다. 무덤 어귀에는 일본에서 보았던 것 같은 하얀 나비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바람을 타고 살포시 날아가던 나비는 어느 한 꽃에 앉아 지친 날개를 쉬고 있습니다.
무덤에 어찌 저렇게도 어울리지 않는 꽃이 피었는지 모르겠지만, 지아는 해맑게 웃습니다.
사프란 꽃 위에 살포시 앉았던 나비는 천천히 날갯짓을 하여 날아갑니다.
하늘 높게, 바람을 지나. 저 멀리 바다 위로.
그렇게 나비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멀리 사라진 뒤. 지아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웃습니다.
해맑게, 기쁘게,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따위 신경 쓰지 않고.
당차고, 즐거운, 우리의 지아로 돌아올겁니다.
- 유 진화
-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줘. (수련장 허수아비 도전 씬)
전후상황 : 수련장의 허수아비에 의념기를 세 번 사용해 세 번의 합격을 받아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을 듣고, 진화는 수련장의 허수아비에게 도전한다. 2번의 합격을 받아낸 이후 마지막 한 번의 합격이 남은 상황에서, 진화는 허수아비의 레벨을 생도 레벨에서 정규 가디언 레벨로 올려서 도전한다.
"하악, 학.....!!!"
숨이 차오른다, 안에 든 것이 올라올 것만 같다!!
그러나 스스로의 안에서 뭔가, 무언가 잡힐 것 만 같은 감각이, 지금 있었어...!!
아슬아슬 한계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나아가고 싶어!!
허선생님을 간절한 눈으로 본다.
내가 정규 가디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내가!?
그러나 상상한다. 게이트는 이쪽의 약함을 고려하지 않는다. 동료가 뒤에있고, 민간인이 뒤에 있을 때, 압도적인 격상의 공격이 향하는 상황 같은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실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해봤자 안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기 비하하며 체념할거야?
짝!!
자신의 양뺨을 힘껏친다. 얼얼하다. 두렵다. 실패가 두렵고 무섭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상상한 광경속에서 무력한 나 자신이 너무나도 두렵다.
좋아. 하자. 단 일격, 일격이라도 좋아. 견뎌내보자. 터무니 없는 격상을 상대로, 막아내 보자.
용기를 내고 한발자국, 걸어가보는거야.
작전을 세운다. 여태까지 세운 모든 기초와 방법을 떠올린다.
그러나, 문득 떠올린다. 정규 가디언 수준의 일격을 내가 눈치보면서 인지나 회피를 할 수 있을까. 어설프게 잔머리를 굴리다가,
눈치 채지도 못하는 순간에 일격에 쓰러지는게 아닐까? 그래.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그저 오로지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후우.....!!!"
머리를 맑게 한다, 집중해라, 집중해라, 집중해!!
압도적인 격상을 상대로 자만하지마라!! 스스로를 고평가 하지마!!지금 이 수련장에서 새겼던 교훈을, 모두 끌어내!!
상대의 무기를 본 즉시 그에 해당하는 최선의 자세를 찾아라.
여태까지의 허선생은 어쨌지? 그래, 내가 방패를 들고 서있다면, 방어를 굳세게 버틴다면, 그걸 뚫기 위해 최대 화력의 일격을 날려왔다.
나는 애송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규 가디언 수준이 자세를 잡고 날린 제대로된 '기술'을 견디긴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허선생은 날 어디까지나 '테스트' 하기 위한 것이다. 요컨데, 나를 '보고' 알맞은 행동을 취한다는 것.
여태까지의 경험들을 떠올려라. 허선생은 언제나 작동후 아주 조금의 텀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내 모습과 수준을 분석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틈에는 움직일 수 있다.
아주 짧을지 몰라도, '있다' 라고 인지하는 이상은 움직일 수 있다.
"우, 아, 아아아아아 - !!!!"
그러니까, 그러니까 달려든다....!! 두 팔과 다리의 신체를 최대한으로 강화시켜, 방패 손잡이가 으스러질만큼 잡고 달려들어라!!!
조금이라도 공격의 시전을 짧게 해라, 조금이라도 기술의 위력이 가볍게 해라,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라!!!
그리고 그 한계에, 뛰어든 직후에, 나에 대한 관찰이 끝나고 '틈'이 사라졌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최강의 방어 자세를 취해라!!
아끼지 않고 내 모든 의념을, 의지를, 때려부어라, 페이스를 조절하며 강화했던 건강을, 한계의 한계 까지 짜내라!!
팔만으로 버티지 마라, 두 팔을, 두 다리를, 전신을 당겨, 이 무거운 '무게' 를 이용해 신체 전신과 바닥을 향해, 충격을 분산시켜라!!
언젠가 임무에 갔을 때, 격상을 상대로 필사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상황 따윈, 반드시 온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료를 지키고 싶다면, 지금 그 경험을 쌓을때다!! 실력도 부족한데 움츠러 있다면, 견뎌낼 수 있을리가 없어!!
각오를 다져, 각오를 다져, 각오를 다져!! 사지에 달려들어, 활로를 찾아내라! 영웅들이 걷는 길을 걸어라!
내가 허선생보다 강한것은, 오로지 이 필사적인 마음밖에 없어!
나는 약하다. 겁쟁이고, 정에 굶주려있다. 그러니 원대한 포부를 가져도, 누군가에게 칭찬은 커녕 비웃음만 당했다. 그 끝엔 도망까지 쳤다.
화현은 내게 신랄하게 말했다. 왜 내 꿈을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냐고. 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냐고.
나는 밑바닥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의념意念.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기에 인류 얻은 힘이 아닌가.바라는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원하고자 하는 이상만은 무슨일이 있어도 흐려지지 않는다.
그것만은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겠다. 그것만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
내 의념은 '영웅'.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은 언제나 단 하나.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줘.
# 네. 도전합니다. 의념기와 함께 그야말로 전력을 다합니다. 충분한 완성도와 자세를 갖춘 일격이 날라오기전에 신체를 강화시켜 방패를 꽉 붙잡은체 뛰어듭니다, 그 직후 건강을 최대한으로 강화시켜 전신을 사용해 충격을 가장 완화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합니다. (의념기 사용후, 망념항아리 남은거 70 전부써서 초기화. 이후 망념 30을 쌓아 신체를, 60을 쌓아 건강을 강화합니다.)
허수아비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단지 당연하다는 듯, 검을 들어올렸을 뿐입니다. 그 태세는 이상할 만큼 허점이 많아보이고 또 보이지 않습니다.
순간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에 의해, 팔에는 선명한 핏줄이 끌어올려집니다. 근육을 한계까지 펌핑하고 자세를 잡고 버팁니다. 강철과도 같은 성벽. 무너지지 않는 영웅의 한계를!
철컥.
허수아비는 검을 뽑아듭니다.
자세를 잡습니다. 하단세로 내려잡았던 검이 천천히 올라오고,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진화는 말 대신 검의 대응법을 생각할 뿐입니다.
잠깐, 아주 잠깐의 틈만을 막으면 검은 대항할 수 있으니까요.
샥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진화는 방패를 들고 있던 팔에 힘을 줍니다.
철컥.
허수아비는 검을 집어넣고 가만히 작금의 상황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진화가 무언가 알 수 없는 틈을 느끼기도 전에..
카가가가가강
묵직한 공격이 방패를 덮칩니다.
무겁습니다. 단순히 무거움만이 아닙니다. 무언가에 닿은 것 같은 공격. 단순히 힘이 아니라.. '힘' 자체를 상정하고 베어내는 공격같습니다.
진화는 쥐고 있는 방패가 떨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를 꽉 뭅니다. 말로 안 되는 수준입니다.
쥐고 있던 손에 천천히 방패가 날아가버리고, 얼굴에 작은 상처가 생겨납니다.
상태이상 '골절'에 빠집니다! 치료가 완료되기 전까지 기술의 효율이 70% 감소합니다!
기술 부동일태세를 획득합니다!
부동일태세不動鎰態勢(D)
- 어떤 위험에도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자세를 취한다. 행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 비례하여 방어력이 증가한다.
방패술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이 화현
- 스레 최초 장인 등급 아이템 제작 장면
전후설명: 프랑켄슈타인 전에서 에릭의 히어로모먼트 장면을 그린 그림 영웅의 형상 - 고독한 자를 보여주기 위해 미술부로 에릭과 하나미치야 이카나를 부른 화현. 두 사람의 기억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둘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로 한다.
"감사합니다. 히히."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 바라는 것. 그런 것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 그러니까, 지금도 나는 바란다. 그들이 오늘 겪었던 일이 순히 기억으로 치부되어 넘어가지 않기를.
땅속에 묻힌 타임캡슐처럼 언젠가 다시 꺼내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으로써 오늘이 남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나는 펜을 든다.
이젤에 스케치북을 올려두고 고브릭 샤프를 들어 올린다. 두 사람의 모습을 차분하게 관찰하여 종이 위에 부드러운 선을 긋기 시작한다. 음! 좋아.
서로를 바라보는 구도로 두 사람의 인체를 그리고 거기에 옷을 그린다. 유카타가 어울린다면, 백 퍼센트 한복도 어울려. 그렇기에 하나미치야 선배의 옷은 매끄럽고 부드러운 비단으로 만든 저고리와 폭이 넓은 치마로 바꾸어 그린다. 입고 있으신 옷 자체의 색감도 훌륭하지만, 나는 여기에 뭔갈 더 추가하고 싶어.
저고리는 아무런 무늬를 그리지 않고 그대로 가되, 치마에는 뻗어난 가지와 가지에서 핀 홍매화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엔 장식 대신... 여우 귀를 그린다.
에릭 선배는... 어떻게 그릴까. 음... 역시 한 쪽이 한복이면 다른 쪽도 한복이지!
어느새 미소가 지어진 얼굴로 신이 난 듯 손을 움직인다. 이번에는 깔끔한 선으로 에릭의 인체 위에 저고리와 배자를 그린다. 바지 또한 핏이 잡힌 한복 바지로 입혀주고..
그 위에 고풍스러운 두루마기를 입혀준다. 두루마기의 아랫면에는 활짝 피어나는 연꽃을 영성을 이용해 잎 하나하나의 질감까지 제대로 살려... 오케이.
팔레트에 다채 물감을 여러 군데 짜고는 짜인 물감을 의념을 이용해 연분홍색으로 바꾸어 하나미치야가 입은 저고리를 붓으로 칠한다. 깨끗한 물을 받아와 물감을 씻어내고 이번엔 선명한 붉은색으로 저고리의 고름과 끝동, 깃을 섬세하게 칠해주어 반회장고리임을 나타내주고 치마의 색은... 연분홍색에 붉은색을 조금 더 더해 선명해진 분홍색으로 칠한다.
작은 붓을 들고 와 치마의 무늬인 홍매화의 가지를 질감을 살려 갈색으로 칠해주고... 붓을 씻어낸 뒤, 약간의 보랏빛이 감도는 붉은색으로 홍매화의 꽃잎을 칠한다. 하지만, 붓에 묻힌 다채 물감을 의념을 이용해 색을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 꽃잎마다 색이 비슷하지만 다르게.. 섬세하게 칠한다.
다음은 에릭 선배구나. 선배는.. 그러데이션으로 표현할까..!
새로운 붓을 꺼내어 물을 잔뜩 머금게 한다. 다채 물감의 색을 연푸른빛으로 바꾸고 붓으로 살짝 찍어 물감을 묻힌 다음... 종이가 젖어감에 따라 색이 번지도록... 천천히... 두루마기를 칠한다.
휴우... 힘들다. 붓의 물기를 짜내고 옅은 황갈색으로 물감 색을 변화시킨 다음, 그것을 붓으로 찍어 이번엔 저고리를 칠한다.
종이가 어느 정도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루마기의 연꽃무늬를 연분홍빛으로 칠한 뒤, 물감이 마르면 홍매화와 같은 색으로 연꽃잎의 끝부분을 살짝 찍어 색이 몰린 것을 표현한다.
힘들다. 하지만, 즐거워. 어떤 색으로 무엇을 표현할지 고민하는 과정 하나 하나가 재미있어서 쉬는 것이 아까울 지경이다.
이대로는 뭔가 아쉬우니까... 종이의 테두리 부근에 밝은 개나리꽃을 물감으로 툭툭 찍어내듯 그려주고...
영성을 활용해 전체적인 명암을 넣어준다.
"거의 다... 끝났어요!"
이제... 그림에 의념을 불어넣는다. 나의 의념으로, 그들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그림이 탄생하엿으면 좋겠다. 오늘을 떠올리며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그런 그림이 되기를.
#그림 그리기(C)와 영성, 다채 물감을 이용해 한복 차림의 에릭과 하나미치야를 망념 90을 쌓아 그립니다. 그림의 제목은 [ 봄과 함께 ]
선을 그려냅니다. 형태를 잡아냅니다.
그림에 녹아내는 것은 여러 감정들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대상들을 보기에 화가가 느꼈던 감정. 화가에게 주었던 감정과 느낌. 두 사람의 특색과 표현. 그런 것들을 녹아내립니다.
손유는 가만히 그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까딱입니다. 화현의 팔이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이지 시작하자 손유는 꽤 마음에 든단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그려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눈에는 어떤 감정을 담을까요? 아마도 두 사람의 감정은 미묘할 것입니다. 하나미치야가 에릭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잔잔한 호감, 애정 같은 것들이 가득했으니까요. 그러니 하나미치야의 눈동자를 조금 더 진하게 표현해봅니다. 마치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조금 확장된 동공과 얼굴에 볼그스름하게 올라온 붉은 기운을 표현해냅니다. 눈에선 조그마한 호감을, 살짝 올라간 손으로 한복을 잡은 손에는 호감을, 그러나 살짝 지은 미소에서는 우정을, 그런 감정들을 녹아내립니다.
에릭의 눈에는, 호감을 담습니다. 행동은 조금 더 조심스럽도록 살짝 쥐여잡은 옷깃에 손을 올린 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에릭의 얼굴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잘 살펴보면 오른쪽 귀가 붉게 달아오른 듯한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풍스런 신 한국의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살짝 불편한 티를 내면서도 눈의 기울기는 살짝 하나미치야를 바라보도록. 은근하게, 그러나 호의를 가지고.. 그려냅니다.
감정들을 녹아내리고, 표현하고, 만들어냅니다. 손유는 고갤 끄덕이며 말합니다.
" 첫 작품이겠군. "
▶ 봄과 함께 ◀
[ 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시작과 행복, 평온한 사랑. 그런 것들의 기운을 담고, 화가는 이 그림에 의미를 담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부드러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서로 부끄러운 듯 했지만 서로를 아끼는 듯 살짝 맞잡힌 손과 언뜻 멀어보이지만 옷깃을 당기는 것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가까운 듯 보이며 먼 거리감을 표현해냈다. 화가 이화현이 평범한 '화가'가 아닌 장인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첫 작품. 사랑과 행복, 한 순간을 녹아내린 작품이다. ]
▶ 장인 미술품
▶ 장인의 첫 작품 - 수많은 우연과 운이 따라주었지만 제작자가 장인 등급으로 탄생시킨 첫 미술품입니다. 제작자의 명성이 증가함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증가합니다.
▶ 설렘, 미소, 그런 것들. - NPC와 같이 관람하는 경우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호감도가 증가한다.
▶ 좋은 작품에는 여운이 남는다 - 첫 관람 시 망념이 15 감소한다.
▶ 조금 더 매력적으로 - 첫 관람에 한정하여 매력이 2 증가한다.
▶ 서로의 눈에 닿는 곳에서 - 관람한 NPC와 '연인' 또는 '단짝' 관계인 경우 위험 상황에 NPC의 체력을 공유받는다.
▶ 봄이 온다 - 3, 4, 5월에 관람 시 당일 입장한 게이트에 한하여 경험치가 50% 증가한다.
이 화현의 레벨이 21로 증가합니다!
첫 장인 물품의 제작을 축하드립니다! 자유 투자가 가능한 스테이터스 포인트 2를 드립니다. 자유롭게 분배해주세요!
- 백 춘심
- 백춘심, 그린 코스트 ▶일벌백계◀를 고쳐내다
전후설명: 성학교의 npc 강 윤(청월의 보건교사 강 윤과 동명이인)에게 검 형태의 그린 코스트 '일벌백계'의 수리를 의뢰받은 춘심. 춘심은 망념을 쌓아가며 수리에 임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좀처럼 검이 고쳐지지 않아서 애를 먹는다. 그러나 춘심은 결코 자신이 맡은 의뢰, ▶일벌백계◀의 수리를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검을 고쳐내고야 만다.
춘심은 망념을 99 쌓습니다.
검신을 만집니다. 검신은 낡고, 무뎌 있어 춘심이 맨손으로 잡더라도 베이거나 다치는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무딘 검이 무엇을 벨 수 있는지, 무언가를 베어내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춘심은 천천히 검신을 만집니다. 단순히 만지는 것 뿐만이 아니라 검신에 어떤 흔적이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형태가 남아 있는지, 어떤 기술을 사용하려 했는지.
말 그대로 검에 담긴 장인의 기억을 읽으려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아파오는 머리를 무시하고, 충혈되는 눈은 무시한 채 계속해서 검신을 살피고 그 부속된 것들을 살핍니다. 이해하려 시도합니다. 어째서 무딘 검신을 가지고 있을지, 어째서 이것이 일벌백계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어째서.. 어째서......
그 수많은 어쨰서들을 지납니다.
춘심은 손을 들어올립니다.
무던히 망치를 들어올립니다. 망치에는 특별한 장치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춘심은 검신을 두드립니다. 처음에는 약하게, 중간에는 일정한 힘으로, 세번째는 부서져라 온 힘을 다하는 것으로.
일벌백계가 부러질 일은 없으므로 춘심은 온 힘을 다해 검신을 두드립니다. 그 소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치면 칠수록,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이지만 춘심은 점점 웃음을 피워나갑니다. 즐겁습니다. 즐겁습니다. 즐겁습니다. 즐겁습니다.
이 과정 전체에서 제작자의 의도가, 제작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하물며 그것을 마구잡이로 두드리며 제작자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 한참이나 자신을 앞서나간 자의 물건에 경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대하고 있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수없이 두드립니다. 두드리고, 두드려냅니다.
마침내 일벌백계에 작은 흠집이 났을 때. 춘심은 알아냅니다. 그대로 화로 속에 일벌백계를 처박아 버립니다.
쿠르르르르르....
무언가가 녹아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나지만, 춘심은 더더욱 거세게 화로를 불태웁니다. 더욱, 더더욱 불붙여, 화로 바깥으로 불길이 입을 벌리고 춘심을 집어 삼키려 하지만, 춘심은 무시합니다.
더, 더, 더, 더!!!!
더 센 불만이 이제 진실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카르릉!!!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화로에서 울리고, 거센 불길이 수 분만에 잠잠해진 뒤에 엉망이 된 화로 속에 손을 뻗은 춘심은 그 안에서 하나의 검을 꺼내듭니다.
여전히 엉망인 듯 보이는, 그러나 듬성듬성 이가 나가 있던 모습이 아닌.
무엇도 벨 수 없을 검신이라지만, 그래도 바른 형태를 하고 있는 검을 잡고 춘심은 웃어버립니다.
참으로 제작자도 괴짜인 법입니다.
그리고 만만찮은 괴짜인 춘심은 그 방법을 알아본 것이죠.
결국, 검에 중요한 것은 의지였던 것입니다. 단순히 고치겠다. 가 아니라, 내가 너를 박살내는 한이 있더라도 너에 대해 이해해내겠다 하는 그 의지가, 검을 고쳐낸 것입니다.
야금술의 숙련도가 E로 상승합니다!
야금술(E)
- 기본적인 대장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 에릭 하르트만
- 에릭 하르트만&하나미치야 이카나, 너를 위한 영웅 (에릭 레이드 이후 - 인연 퀘스트 클리어 씬)
비가 내립니다.
수없이 살을 두드리는, 학원도의 긴 빗발은 닮은 빗줄기를 동반하여 하념없이 내려옵니다.
에릭은 상처 투성이의 상태로 자리에 쓰러진 채. 웃음을 짓습니다. 맥스는 하늘로 날아버렸으며, 사람들은 자신을 두고 떠났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혼자 있고 싶었기에 길에 누워 빗발에 이른 망념을 씻어내며 에릭은 마음을 다잡습니다.
흘러내리는 비 속에 마음은 많이도 담겼을까요. 아니면 아픈 마음과 여러가지들로 혼란스러운 마음에 무엇이 남았을까요. 그 빗소리에 가려져 웃음을 터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웃고, 자신의 처지에 눈물을 흘립니다.
봄입니다. 학원도의 두 번째 봄. 바뀐 것은 너무나도 많았고, 아픈 것도 너무나도 많습니다. 에릭은 한숨을 토해냅니다. 식어버린 온기에, 차가운 입김이 불어나옵니다.
뚜벅 뚜벅.
긴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곧 긴 비가 우산의 그림자에 가려져, 우산을 씌워줍니다. 백발의 머리카락과 눈. 여우를 닮은 그녀. 하나미치야가 에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 화현이한테 들었어. "
하나미치야는 손을 들어올려 에릭의 뺨을 내칩니다.
뜨거운 통증이 뺨을 타고 흐르지만, 에릭은 말 없이 그 손길을 받아냅니다. 사실, 조금의 건강만 강화한다면 있지도 않을 통증이지만 고통을 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말 대신. 하나미치야는 우산을 씌우고 그 자리에 천천히 앉습니다. 빗물로 발이 더러워지건, 아니면 빗방울에 옷이 젖어버리건,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이전처럼 약을 꺼내고, 에릭의 몸에 약을 발라주고, 입에 약을 흘려넣고, 부적을 꺼내어 온기를 더해줍니다. 에릭은 그 행동에 가만히, 몸을 움직이지 않고 받아냅니다.
봄입니다. 겨울에 마른 대지에 생명이 불어넣는 봄입니다.
무가치했고, 손을 뻗었고, 불어넣었고, 만들고자 했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비뚤어지고 있었고, 망가지고 있었지만. 하나미치야는 에릭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그냥. "
내 영웅이 되어주면 안돼?
하나미치야는 방긋 웃습니다.
" 맞아. 사실 나 너 좋아해. 그런데 네가 좋아한다고 해도 받아줄 수 없니, 혼란스럽니. 그런 말 해서 미안해. 그래도 난 바보같이 올곧았던, 영웅을 꿈꾸었던 순수한 네가 좋았지 영웅을 만들겠니, 영웅이 되어 동료들을 이용하니. 그런 영웅이 되길 바라지 않아. 그런데 네가 그런 영웅이 되고자 한다면. 난 너를 더 이상 좋아하기 힘들지도 몰라. "
용기.
누군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용기를 내야만 할 것입니다.
하나미치야는 용기를 내어 에릭을 붙잡고자 했고, 에릭은 이제 선택해야만 할 것입니다.
홀로 온전한, 영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단 한 사람만의 영웅이라도 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 말해줘. "
묻습니다.
*
꼴사납게 져버렸다.
그냥 패배한 것도 아니고, 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다.
빗방울과 겹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맥스는 떠났고, 춘덕이는 화현이 대려갔다, 프룬은 부러졌다.
더 이상 나에겐, 남은게 아무것도 없었다.
공허함 만이 나를 집어삼킨다. 또 다시 찾아온 나를 환영하며 붙잡는다.
빈혈과 어지러움으로 바닥에서 검은색의 기분나쁜 진흙에서 올라온 작은 손들이 내 몸을 붙잡는 것 처럼 환영이 보여진다.
이젠 상관없지. 그래..차라리 이대로 날 끌고가버려라.
그러나, 찰팍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환영은 곧 깨어진다.
하얀색의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며, 익숙한 여우귀를 지닌 그녀가, 우산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짝 소리와 함께 억지로 의식이 각성되었다.
하나미치야는 여린 손으로 내 뺨을 후려쳤다. 막을 생각도, 피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차라리 더 쎄게 쳐서, 내가 울고있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를 지키고 싶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 되고, 노력해도.
구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땐 너무 슬펐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완벽한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설령 내가 악인으로 보여지더라고.. 상관없다고 여겼다.
" ...... 미안해 "
사과할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실망시킨 사람도 너무나 많았다.
자신을 치료하면서, 언젠가는 또 다시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했던 하나미치야에게..나는 가장 먼저 사과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말을 꺼낸 이카나의 모습을 보며, 그저 그렇게 대단한 영웅이 될 필요 없이.
자신만의 영웅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이카나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나도.. 좋아해 이카나. "
이렇게 한심하고.
자기혐오에 절여져 금방 질투하고, 삐뚤어지는 어리석은 녀석이지만 그럼에도 너를 좋아한다.
니가 날 싫어하게 된다면 만들어낸 완벽한 영웅과 평화로운 세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정말..좋아하고 있어 이카나. 계속..계속 처음부터 쭉... 그러니까, 너를 위한 영웅이 될게, 두 번 다신 나약한 소리 안할게..그러니까 제발 날 싫어하지 말아줘 "
*
다시금, 봄입니다.
길다면 길고, 찰나라면 찰나와 같은 봄입니다.
일 년의 시간, 그리고 수 달의 시간이 더 지나. 에릭은 바뀌었을까요. 더 약해지진 않았을까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에릭의 옆을 바라보십시오. 수많은 친구들이, 동료가, 후배들이 당신을 지탱하고, 당신을 말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맥스조차도 당신의 모습을, 헛된 영웅심리를 부수고자 당신에게 빔을 쏘아내고, 당신을 버리고 도망갔을 때. 적어도, 적어도 한 사람.
하나미치야는 당신을 쓰러트리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담담히 지켜보았습니다. 담담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선을 넘어가려는 당신을 붙잡으며,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사랑.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입니다.
뒤틀린 가족애, 뒤틀린 애정, 망가진 소유욕, 해결할 수 없는 마음들. 그런 것들에 휩쓸려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잘못된 사랑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다잡을 기횐 충분합니다.
누군가가 손을 뻗어주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만의 영웅을 바라였습니다.
줄곧 혼자였으나, 이제는 수많은 사람이 생겼고. 적어도 옆을 지킬 사람이 생겼습니다.
소년에게 묻겠습니다.
소년은, 영웅이 되고자 하십니까?
에릭은 말합니다. 영웅이 되고자 하였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뒤틀린 애정에서 시작되었음을 에릭은 알고 있었을겁니다. 자신의 부모인 아브엘라에게서 재능을 인정받은 소녀를 영웅으로 키워내고, 아브엘라의 애정을 독차지하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모아 영웅이 되어, 그들을 장기말처럼 쓰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바뀌면 되는 것입니다. 에릭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하나미치야의 손을 붙잡습니다.
" 바보야. "
하나미치야는 웃어버립니다.
" 누가 널 버려. "
비 오는 날.
맑은 하늘을 보고 싶었던 어느 여우는, 하늘에 대고 기도했습니다. 하늘 님. 하늘 님. 비를 멈춰주세요. 비를 멈추고, 맑은 하늘을 보여주세요.
소년은 하늘을 보며 말했습니다. 영웅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쉽게 쓰러지지 않는, 검성과 같은 영웅이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두 사람의 염원은 완전히 같은 하나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각자만의 방식으로. 각자만의 사랑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에릭은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강하게 방출된 의념의 힘이 두 사람을 감쌉니다. 백색의 공간. 언젠가 보았던, 에릭의 세계.
하얀 소년은 에릭에게 웃으며 말합니다.
“ 또 만났네? ”
에릭은 고갤 끄덕입니다.
“ 어쩔 수 없지. 약속은 약속. 지켜야 하는 것은 지켜야 하는 것. ”
소년은 에릭의 심장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검게 물든 피. 그것이 굳어 이루어진 철을 집어, 자신의 입에 넣고 씹어 삼킵니다.
와그작, 와그작, 그 알 수 없는 소리가 퍼진 뒤. 후아. 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축하해. ”
영문 모를 대답을 남기고.
“ 이번에는 당신이 이겼어. 에릭 하르트만. ”
에릭을 끌어안습니다.
세계가 깨어집니다.
에릭과 하나미치야의 입술이 맞닿습니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의 온기가 전해집니다.
긴 빗발은 이미 신경도 쓰이지 않습니다.
그저, 그저, 그 긴 시간만이. 두 사람의 운명을 이어놓게 될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인연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하나미치야 이카나와의 관계가 애매한 사이에서 연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상승한 호감도는 하락하지 않습니다.
에릭 하르트만의 의념기 '레인 메이커'가 삭제됩니다. 새로운 의념기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특성 '시선'의 대상이 변경됩니다.
붉은 피의 바다의 여왕 → 붉은 피의 바다의 여왕, 여섯 하늘과 서른 여섯 날개의 주인
축하드립니다!
3. 전투 ¶
- 영웅절, 영웅들의 대련 11스레 5레스
- 사람을 죽이는 것을 업으로 삼은 적은 없었다. 그것에 대해선 과거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검성, 에반 보르도쵸프는 지금까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다. 수도원에서 태어나 수도사로 평생을 살아오던 과거부터, 문이 열리고 수없는 희생을 감당하며 셀 수 없는 문을 닫기까지 에반은 지금까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다.
그에게 사람이란 인류를 적으로 돌리지 않은 자였다. 게이트 너머에서 온 존재들은 인류를 적대했고, 베었다. 때때로 호의적인 존재들이 넘어오는 때면 검을 집어넣고 손을 먼저 내밀곤 했다. 그것은 사람이지 적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온 인류일 뿐이었다.
에반은 자신의 검을 메만졌다. 아론다이트. 독일에 열렸던 초대형 게이트 호수의 요정 이 열렸던 당시 에반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그곳에 뛰어들었다. 희생 정신과 숭고함, 여러 조건들이 맞물려 운 좋게 에반은 호수의 요정의 인정을 받고 아론다이트를 하사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에반은 호수의 여왕에게서 수많은 지식과 기술들을 배웠다.
그렇게 세상에 넘어오고 나서 에반은 수많은 제자들을 키웠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세상을 정상화할 수 없다. 인류는 다시금 위기 속에 뭉쳐야 했다. 인류는 다시금 일어나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희생에 무덤덤해졌다. 수많은 사람의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아닌 것의 피를 흘리게 해야만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영웅이라 부르고 있었음에도 에반은 그런 별명에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되었던 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았다.
- 스승님! 이것 보세요! 드디어 제가 검기를 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검기를 발현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마음에 웃던 제자는, 그날 열린 게이트에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 힘, 힘이 있잖아! 당신이 우리에게 힘을 가르쳤잖아. 그런데 왜! 이 힘을 쓰지 말라고 하는 거야? 우리들은. 우리들은 더 진화할 수 있다고!
뛰어난 재능을 시간을 통해 다듬었던 제자는 범죄 조직의 수장이 되어 사람을 벗어났다. 그 책임을 지고 에반은 자신의 제자를 베었다. 원통과 원망을 담은 채로 천천히 무너져내린 목을 꼭 끌어안았다. 그곳에 조금의 눈물이 흘렀다는 것은 모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
검성 에반 보르도쵸프는 영웅이었다. 사람을 위해 검을 들었고 사람을 위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인간 에반 보르도쵸프는 점점 메말라갔다. 자식과도 같던 제자들은 천천히 죽어갔고, 제자가 아닌 사람들도 수없이 죽어갔다. 그런 희생에도 에반 보르도쵸프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검을 휘두르고, 다시금 제자를 가르치고, 다시금 사람 아닌 것들을 베어내야만 했다.
아직 세상은 에반 보르도쵸프. 영웅을 필요로 했다.
*
오세아니아의 문이 열리고 마케마케의 아이들이 오세아니아의 땅을 침범했을 당시 나는 이제 갓 열살을 넘은 소년이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수많은 몬스터들의 침공 속에서 나는 환한 빛을 보았고, 그에 걸맞는 감정을 느꼈다. 나는 이 세계를 주무를 수 있다. 내가 바로 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휘둘렀고, 나는 그에 걸맞게 행동했다.
문이 열린 세계에서 내 힘은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때때로 같은 힘의 각성자가 나를 죽이려 들더라도, 찍어누를 힘이 있었기에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맛있는 것을 아무리 먹고,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더라도 심장은 공허했고, 또 메말랐다.
어느날 밥을 먹고 있던 도중에 문이 열렸다. 수많은 몬스터가 내 공간에 침범했기에 본보기를 물어 몇마리를 처형하고 게이트를 부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환희와 감사를 보냈다. 왜? 하는 감정이 들었다. 지금까지 저들은 나를 괴물로만 보았다. 아무리 가지고 먹어도 만족하지 않는 무저갱의 괴물. 괴물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마치 감동적인 무언가를 보는 눈으로 그들은 날 바라봤다. 그 시선이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문을 닫았다. 닫아가는 문이 하나둘 늘고, 무너졌던 도시가 하나씩 재건되고, 게이트를 닫고 나온 잡동사니들을 버려두고 왔다. 도시에는 나를 닮은 커다란 동상이 세워졌고, 전 세계에는 새로운 영웅의 재목이니 하며 내 모습이 퍼졌다. 그리고 마침내 마케마케를 죽이고 오세아니아 지역을 수복했을 때, 녀석들은 나에게 말했다.
- 오세아니아 지역을 통일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주십시오.
웃긴 이야기였다.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면 떼를 쓰고, 힘으로 짓누르며 가지려 하던 나에게 이들은 선뜻 황제의 자리를 맡기려고 했다. 나는 손을 휘둘러 이들을 돌려보냈다. 왕이니 황제니 하는 것은, 결국 지겨울 뿐이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나에게 오세아니아의 푸른 바다를 되찾게 해주었다며 청왕이란 호칭을 붙였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과 만났다.
침식되는 공간 속에서 내가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똑바로 걸어 내 앞으로 왔다. 내 눈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오세아니아를 인류에게 되찾아준 것을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녀석이 신기하여 내 힘을 방출했다. 세계가 천천히 마모되고 공기가 천천히 썩어갔지만, 녀석은 평온하게 미소를 지었다.
" 이만한 힘을 사람을 위해 써주셨군요. "
나는 그때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아무리 힘을 붓고, 죽이려고 들더라도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가져온 차를 마시며,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검성이란 과분한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난 그때야 알 수 있었다. 나는 오세아니아라는 땅에 갖혀 더 먼 세계를 보지 못했던 거라고.
세상에는 나보다 강한 자들도 많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강자가 못해도 서른은 더 있다는 말에 나는 의자에 기댔던 몸을 쭉 내밀며 흥미를 보였다. 검성은 나에게 하나의 명함을 주었다. UGN. 세계 가디언 협회라는 알 수 없는 곳에 소속되라는 말을 했다.
" 하나만 물어볼게. "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나를 상처입힌 것은 마지막에 상대했던 마케마케가 다였다. 그런 마케마케마저 죽인 나와 싸울 수 있는 강자가 30명이나 된다. 그 말에 흥미를 느꼈다.
이제 칭송받는 것은 질렸다.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지루했다. 그러던 차에 재밌는 장난감이 굴러들어왔다.
" 걔네들. 나보다 강해? "
나는 협회에 소속되기로 했다.
*
주위에는 수 겹을 넘어, 수백겹의 보호 마법진으로 가득합니다. 두 사람이 흘리는 의념만으로도 이미 학원도 전체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마수의 시체이지만, 그 시체마저도 공포로 떨리는 것 같은 느낌에 수많은 가디언들은 황홀감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가디언들은 강해지고 싶다는 꿈을 가집니다.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항상 목마릅니다. 얼마나 더 벽을 넘어야만, 정말로 강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에 영웅들의 싸움을 본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마련입니다. 작게는 영웅들의 기술을 관찰할 수 있으며 크게는 영웅들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정비할 수 있으니까요.
에반은 검을 뽑아듭니다. 아론다이트는 침식되기 시작하는 공간을 붙잡고, 찢어내어 가호를 내립니다. 은발의 알 수 없는 형태가 에반의 어깨에 내려앉고, 그 목을 끌어안습니다.
호수의 가호
에반은 마침내 검을 내밉니다. 그 행동에 청왕은 즐겁다는 듯이 의념을 방출합니다.
청왕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10대 후반을 넘어, 20대 초. 중, 후반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수많은 힘이 느껴집니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청왕은 손을 뻗어 자신의 창을 끌어냅니다.
지배
이 세계는 천천히 갉아먹히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청왕의 힘은 세계를 갉아먹고, 흡수하며, 자신의 마음대로 변화시킵니다.
몸을 숙였던 청왕이 가볍게 허리를 펴고,
투두두두두두두둥 -
공기를 지나, 소리보다도 먼저 수많은 찌르기가 검성을 향합니다.
카가가가가가가강 -
검성 역시 가만히 선 자리에서 그 수많은 공격들을 막아냅니다.
말 그대로 이상. 모든 의념 각성자들의 끝에 선 전투의 시작은 그만큼이나 싱거운 것이었습니다.
유찬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움직임들이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본 대부분은, 헉 하는 소리를 입에서 흘리고 맙니다.
세계가 침식되어 찌르는 창은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어디서나 나타납니다. 직선으로 찌르던 창은 허공에서 세 번의 방향을 바꿔 검성의 눈을 노리고 찔러가면서 그 끝에는 또 침식의 기운이 담겨 순식간에 검성의 목을 노리고 찔러갑니다. 그런 공격을 자리에서 서서 조금의 움직임으로 피해냄과 동시에 아론다이트를 휘두르자 침식되던 공간이 일순 찢기며 날카롭게 벼러진 검풍이 청왕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청왕이 미소를 짓고,
의념기
갑작스럽게 모두의 형상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대붕괴
침식된 세상은 마침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수십, 수백번, 수천번의 파도가 쳐서 바위를 깎아내듯 거대한 의념의 힘은 세계를 천천히 갉아나가 마침내 무너트리기 시작합니다.
붕괴되기 시작하는 공간 속에서 에반은 수 조각으로 나뉘어집니다. 팔과, 다리, 몸통 어귀와 눈, 머리같은 수많은 에반이었던 조각들이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청왕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를 위해 창을 내지르는 순간에,
의념기
붕괴된다는, 그 미래는 에반의 검에 '베였습니다.'
캉 -
허무할 정도로 창이 허공을 가릅니다.
카가가가가가
그 틈을 타고 휘둘러지는 창을 쳐내고,
캉, 캉, 캉, 캉
검을 휘두르며
단로.
마침내 베어냅니다.
콰아앙 - !!!!!
벽으로 내쳐진 청왕의 입에서 붉은 피 한방울이 흘려나옵니다.
단지 베이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무리하여 의념을 응용한 흔적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청왕은 미소를 짓습니다.
" 그래. "
지루하던 찰나에,
" 오길 잘했어. "
이만한 강자와의 싸움. 그것도 목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싸움은.
" 즐거워! "
그를 흥분시킵니다.
삼백육십도의 모든 각도에서 창격이 날아오고 그 창격의 범위는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습니다. 세상은 말 그대로 침식시킨 자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몸을 비틀고 구겨가며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공격을 대신 찔러넣습니다.
그런 공격에 상대도 어질러진 세상을 무시하고 의지로 자신의 검을 형상화하여 절대 피할 수 없는 것만 같은 공격을 받아냅니다. 피하고, 찌르고, 베로, 피를 흘리고, 고통받는 것을 반복합니다.
쿵.
에반은 헐떡이는 숨을 정리하며 눈을 감습니다.
쿠우웅.
지독하게도 서있던 청왕의 몸이 바닥에 쓰러집니다.
만약에라도 그가, 세상을 무시한 채 베고자 하는 것을 베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좀 더 일찍 바닥에 몸을 뉘인 것은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 참. 거친 전투다. 그죠? "
루카는 두 사람의 사이에 서서 방긋 미소를 짓습니다.
이 공간도, 참격도 결국 루카 베니시온을 침범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검성의 팔을 들어올리고 큰 목소리로 축하합니다.
" 자. 영웅 희망자 여러분! 여러분의 미래는 잘 보셨나요? "
수없는 상처로 죽음의 문턱을 지나던 검성과 청왕의 상처는, 이미 존재 자체를 잊은 것처럼 원래의 형태로 돌아옵니다.
수많은 가디언 후보생들과, 가디언들과, 헌터의 환호 소리에 검성은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드는 것으로 인사치례를 대신합니다.
" 쳇. "
다시금 10대의 모습으로 돌아온 청왕은 분한 표정을 삼키지 못합니다. 하지만.
" 재밌었으니 됐어. "
지금은 검성의 승리를 축하하며 박수를 쳤을 뿐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 영웅절 영웅들의 대련은 오늘 하루 수업을 대처합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수련 효율이 남은 기간동안 증가하며 관람한 모든 플레이어의 망념이 30 감소합니다.
- 검성 에반과 사마외도 호재필의 대련
사전설명 : 참치어장의 무림비사 차원과 영웅서가의 차원이 연결되며, 상호교류를 위해 이루어진 대련.
거대한 균열을 사이로 두고.
두 노인이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갈하다 못해 평범해보이기까지 하는 인상의 서양인. 키가 굉장히 큰 그는 눈 앞의 노인을 아찔하게 내려보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키가 150cm는 간신히 넘을까 싶은 백발의 노인입니다.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키 작은 노인은 허리가 꼿꼿하고 주름이 없으나 누가 보더라도 노인이라고 생각할만큼 깊은 눈동자로 자신의 앞에 선 서양인을 바라봅니다.
이처럼 모순적인 외모가 어디있을까요? 분명 젊은이같은 모습이지만, 보는 누구라도 노인이라고 할 법한 기이한 분위기.
그런 모순적인 이는 양 손을 합치더니 눈 앞의 서양인에게 포권을 합니다.
"내 일찍이 마교 교주와 손속을 겨뤄보았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외다. 현경! 현경이라! 그 경지를 마다할 무인은 없으며 모두가 꿈꾸는 목표일 것이오. 무림을 대표하여 이리 고명한 고수와 수를 나눌 수 있음에 이 호재필. 기쁨을 감출 수가 없구려."
사마외도 호재필.
그의 등에는 키보다 훨씬 긴 창 두 자루. 단단한 철제 봉 하나가 있습니다. 허리춤에 찬 검과 도. 팔목과 허리에 있는 수많은 비도, 엉덩이 쪽에 시위가 풀러진 활과 전통.
그를 사마외도라 불리우게 만든 무수한 무기들의 집합.
"내 비록 부족한 실력이외나 부디 고명한 고수께 한 걸음이라도 닿기를 바라겠소. 하수에게 선수는 당연히 양보해주시겠지?"
그는 평상시의 짜증서린 목소리가 아닌, 어딘가 열띈. 사춘기 소년이 좋아하는 소녀에게 고백하는듯이 얼굴을 붉히며 검을 만지작거립니다.
노인의 뒤 쪽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 내가 겨루고 싶었는데, 늙은이가 욕심만 많아서는.
- 나도 현경과 손속을 겨뤄보는게 꿈이었소.
- 제가 소싯적에 현경의 고수와 겨뤄본 적이 있었지요. 장인어른께 양보하는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 그 때 저 늙은이도 있었을 터인데?
- 쯧...쯧...후배들에게 양보는 못할지언정 다 늙어서 주책은...
호재필은 그 말들을 싸그리 무시합니다.
거대한 키의 서양인, 에반은 오묘한 표정으로 호재필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뽑습니다.
호재필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비도를 한 번에 모두 공중에 띄웁니다!
《 비격사일태 - 비격검 》
하늘에 수십 자루의 비도가 둥실 떠다니는 즉시 호재필은 창을 뽑아들고 달려듭니다.
"흐음..."
에반은 조용히 검을 내밉니다. 정확히 호재필이 찔러들어온 부분입니다.
《 염라창 - 황천도 》
검과 창이 맞닿습니다!
쩌엉 - !
화경의 고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귀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압도적인 충격파가 주변을 휩씁니다. 바람이 거세게 몰아칩니다.
그런 와중에도 에반은 한 점 흐트러짐없이 검을 다시금 듭니다.
핑!
에반이 검을 든 그 자리로 언제 들었는지 모를 호재필의 화살이 날아듭니다.
《 예궁 - 사천시 》
내공을 담은 강맹한 화살은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갑니다. 에반은 눈썹을 조금 찡그리더니 위로 검을 휘둘러 화살을 쳐냅니다.
그 때.
호재필은 공중으로 몸을 띄우더니 내공을 이용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비도들을 잡아 던지기 시작합니다.
타앙! 탕! 터어엉!
검으로 하나하나 쳐낼 때 바로 아래에서 호재필의 손이 바짓단을 잡아챕니다.
"....!"
재빠르게 에반은 발을 뒤로 빼고 허리를 낮추면서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는 호재필의 장법을, 검을 든 손으로는 어디선가 계속해서 총알처럼 날아오는 비도를 막아냅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현경의 고수지!"
자신의 모든 공격이 막히고 있음에도 오히려 호재필은 신나는듯 소리칩니다.
그러더니 강맹한 검은 구름들이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호재필이 어느새 뽑아든 검 한 자루에는 검강이 휘영청 떠오릅니다.
《 흑운암수공 - 흑운개화 》
검은 구름들은 부르르 떨더니 에반을 향해 검은빛의 번개를 떨어뜨리기 시작합니다.
꽈릉! 꽈릉!
번갯불이 번쩍일 때 마다 한 번씩 호재필의 검 또한 움직입니다.
《 흑천존검 - 7존 : 흑뢰육합 》
비도를 손에 쥐자 마자 던지고 휘두르고, 곧바로 장법으로 들이닥쳐오고, 검을 휘두르다가 갑자기 공중에 띄우더니 몸을 빙글 돌리면서 화살을 쏘고, 순식간에 창과 봉으로 공격해 들어가면서 검을 다시 잡아채 휘두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리치는 검은 번개.
콰아아앙!
에반은 기어이 일격을 한 번 허용하고야 맙니다.
"으음..."
목 주변에 지글거리는듯한 짙은 검상 하나.
호재필은 만족스러운듯 더욱 내공을 가열차게 끓어올립니다.
잠시 무덤덤하게 검을 늘어뜨리고 상처를 매만지던 에반은 다시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합니다.
그 모습은.
호재필과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호...?"
호재필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그 꿈틀거림은 광소로 변합니다.
"으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그러더니 갑자기 웃음을 떡 멈추곤 검을 휘두릅니다.
둘의 검로는 완전히.
일치합니다.
《 흑천존검 - 7존 : 흑뢰육합 》
《 흑천존검 - 7존 : 흑뢰육합 》
에반과 호재필의 검이 맞부딫힙니다.
사방팔방에 번개가 원을 그리면서 터져나가고, 땅은 박살나며, 하늘은 쪼개질듯이 떨려옵니다.
오직 둘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균열만이 조용히 웅웅거리고 있을 뿐.
마치 미리 연습한 공연을 하듯이 둘은 똑같은 자세와 똑같은 검로와 똑같은 미소를 짓고는 무기를 휘두릅니다.
무기와 무기가 부딫힐 때 마다 일렁이는 소음은 더 이상 단순한 소음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무겁고 무시무시한 폭력이 되어 일대를 덮쳐흐릅니다.
"크, 크흐흐흐흐흐!"
백 초, 백 합.
그렇게 겨루던 호재필은 뒤로 물러납니다. 그의 팔은 살짝 떨려옵니다. 비를 맞은듯 땀은 옷을 적셔버렸습니다.
에반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서 검을 겨눕니다. 그의 얼굴에는 땀이 한 방울 이마와 턱선을 타고서 바닥에 툭 떨어집니다.
서로간에 조용한 호흡이 오갑니다.
핏....!
호재필의 목 부근에 검상이 납니다. 정확히 에반이 상처입은 부위입니다.
"훌륭하군! 정말 훌륭해!"
"멋진 검이었소. 보답으로 내 검 또한 보여드리지."
척.
에반은 자세를 취합니다. 무릎은 굽히고 상체는 숙이고 검은 검집 안으로, 손잡이를 잡은 채로.
시선은 전방, 호재필을 향해. 뒷발은 살짝 떼고 앞발은 단단한 곰처럼 무겁게.
"시간."
"공간."
"결과."
"과거."
"현재."
조용히 에반이 하나하나 읊조립니다.
스승이 가르치는 말을 새겨듣듯 호재필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채로 경청합니다.
"모든 것에는 인과가 있기 마련이오. 이 일이 있었기에 저 일이 생기고, 이러했기에 저러하는 법. 세상의 이치이자 당연한 진리."
"그 모든 것을 베는 일검."
"한 번의 휘두름이 아무런 결과도 없을 수 있고, 수만 수억가지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는 검."
키이이이이이이이잉.....!
검집에서부터 검이 천천히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바이올렛 코스트, 아론다이트.
호수의 요정에게 사랑받는 이의 애검.
거기에는 너무나도 황홀히 빛이 일렁입니다.
"받으려 하지 마시오. 그저 보시오."
"그대의 수행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
그 말을 끝으로.
《 단로 》
- !!!!!!!!!!!!!!!!!!!!!!!!!!
.
..
...
....
.....
청력과 시야가 되돌아옵니다.
흐린 망막 사이로 무언가 검은 것이 보입니다.
이건.
둘 사이에 있었던 장소? 땅? 아니 이걸 뭐라 해야할까요?
깔끔하게 잘려나간 이 기이한 것을 우리는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아.
그래요.
공허.
파아아아아앗..........!
한 차례 공간을 갈랐던 아론다이트는 에반에게 돌아오고, 검집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잠에 듭니다.
잘려나갔던 공간은 기이한 공능에 의해 천천히 복구되기 시작합니다.
무림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어떠한 '존재들'의 간섭이겠지요.
그리고 이것을 본 호재필은 환희에 가득찬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방금 그 일검의 이름이 무엇이오?"
에반은 조용히, 나지막하니 입술을 달싹입니다.
"단로. 내 모든 것이 담겨있는 검이오."
"좋은 한 수를 잘 배웠소. 이 호재필의 눈이 개안을 하는 기분이구려."
호재필은 포권하고 에반은 조용히 목례합니다.
대련이 끝났습니다!
- 청월고교 학생회장 및 학생들(+연바다) vs 일류무사 전민, 66스레 429레스
- 상황 설명 :
학원도 인근에 열린 초대형 게이트 <태양 왕국의 서사>로 인해 학원섬은 혼란에 빠진다.
동북아 가디언 아카데미들에는 동원령이 내려지고, 이에 따라 학원섬의 교사들과 학생들은 힘을 합쳐 초대형 게이트에서 건너온 적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바다는 청월고교 학생회장이 지휘하는 파티에서 다른 npc학생들과 같이 전민에게 대항한다.
전민의 방어구 때문에 전민은 쉽게 쓰러지지 않고, 그의 항복 요구에 학생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자 청월고교 학생회장은 후배들을 진정시키며 의념기를 발동한다.
일측촉발.
상황은 그 문장에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상대가 가볍게 휘두른 검에 수 명의 학생이 밀려나버린 상황. 맨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육체단련부는 여전히 굳건한 방법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유지력만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일류무사. 그 벽은 아득합니다. 쉽게 상대할 수 없으리란 것은 생각했지만 학생들은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거칠게 몰아치는 연격을 몸을 바쳐 막아내고 있습니다.
" 막아낸다! "
이름 모를 육체단련부의 부원은 가볍게 휘둘러 쇄도하는 참격을 막아내기 위해 팔이 떨어지고, 피 흘리는 상황에서도 견고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제 3조! 연합 마도 준비! "
" 2조는 자리를 유지한다. 1조는 의념 충격상 계산 실시! "
"" 실시! ""
수 개의 부를 지휘하면서도 정보부는 틈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곧 무사의 몸에 백색의 점들이 공유됩니다.
약점 간파
" 의념 충격상 계산 완료! "
" 오케이. 얘들아! 준비해라! "
곧 랜스와 서포터들은 모여 자신들이 가진 마도 기술들을 발사해냅니다.
하늘 위로 오색의 불빛들이 비춰지기 시작하고 수많은 오색의 빛들이 일류무사의 몸을 두드립니다.
분명 치명타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류무사. 전민은 그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맞아내고 있습니다.
" 하. "
그는 웃습니다.
"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도록 하여라. 나는 그리 잔혹한 성질이 아니다. "
절그럭, 절그럭. 그저 과시용으로 보이던 지휘관의 갑주는 그의 몸에 입혀있단 사실만으로 충분한 방어구가 되었습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도를 향해 검을 뽑아듭니다.
기나긴 선 하나가 허공을 가르고, 적색의 참격이 순식간에 허공을 향해 퍼트려집니다. 빠르게 질주하는 검격은 마침내 마도에 닿아, 그것들을 산산히 찢어냅니다.
" 그럼에도 항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학살 이외에 어느 결과를 부를 거라고 할 수 있겠는가. "
그 말을 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약간의 동요가 생겨납니다. 대부분의 동요는 아직 제대로 패배를 겪어보지 못한 1학년과 2학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가디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아직 제대로 강해지지 못했기에 여전히 두려워하는 후배들을 진정시킨 것은 단 하나의 포효입니다.
" 전원! 동요를 멈추어라! "
학생회장은 다시금 목소리를 높이며 말합니다.
" 공포를 잊어라! 내가 이 곳에 있는 한. 너희들에게 패배는 없다. "
그는 자신의 의념을 불태우며 전민을 바라보며 선언합니다.
우리들은 승리할 것이다.
의념기
우리들은 이겨낼 것이다.
마침내 위업을 성공시켜, 세계의 영웅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영광이기에.
" 아르고노트. "
아르고노트의 출항
" 출항이다. "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빛이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학생회장의 의념과 공명하여 더더욱 거대한 파도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온 몸이 출렁이는 것만 같은 착각, 마치 배 위에서 걷고 있는 것만 같은 충격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짓지만 몇몇은 이제 이 모습마저도 익숙하다는 듯 대신 무기를 꽉 쥐여잡을 뿐입니다.
주위는 거대한 바다를 재현해냅니다. 짠 파도 냄새가 느껴지는 것을 느끼며 바다는 등줄기에 알 수 없는 전율감을 느낍니다.
이 바다는 거짓이 아닙니다. 바다가 손을 뻗었을 때 파도는 반응하여 살짝의 출렁임을 보입니다.
아군의 사기가 최고점을 유지합니다. 능력치가 B 이하인 경우 매력과 행운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B로 상승합니다. 매 턴마다 바다의 축복/가정의 축복/명예와 영광의 축복 중 하나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바다의 축복이 발동됩니다. 이번 턴에 한정하여 기술의 발동에 망념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 에릭 의념기 사상 예속 시전 씬 (vs 일류무사 구변무)
- 전후설명 : 학원도 인근에 열린 초대형 게이트 <태양 왕국의 서사>로 인해 학원섬은 혼란에 빠지고, 학생들이 각자 동원령을 대비할 때,
에릭은 힘을 빌리기 위해 자신의 '시선'인 '붉은 피의 바다의 여왕'과 접촉했다가 난입해온 홍왕 유찬영을 만나서, 붉은 피바다의 여왕에게 힘을 빌리지 않는 대신 유찬영의 의념기를 단 한번 쓸 수 있는 힘을 받아온다.
이후 에릭은 지훈, 가람, 하루, 나이젤, 신도 모리오와 함께 일류무사 구변무과 맞서다 고전하자 홍왕이 준 그의 의념기를 발동한다. 그 엄청난 힘에 따르는 엄청난 망념 때문에 망념화할 뻔하지만, 에릭은 그로부터 벗어나서 의념기 '사상예속'의 힘으로 구변무와 정면으로 맞선다.
두근,
에릭은 처음으로 이 감각을 느껴봅니다. 온 몸에 의념이 넘치다 못해 허공에 맺혀있는 모든 의념의 형태를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념의 움직임, 형태, 속성,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형태로 응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지배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서 의념을 끊어낼 수 있을지까지!
말 그대로 이 힘은 폭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힘 역시 유찬영의 미미한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한 에릭의 몸은 차가운 물을 전신에 흩뿌린 것만 같은 한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숨이 흩어집니다. 차가워진 숨이 흩어지고.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빛을 느낍니다.
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
이 순간을 에릭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의념을 각성했던 날, 자신에게도 가능성이 있단 사실을 확인받았을 때의 날. 그 날의 빛을 에릭이 잊을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백색의 빛은 천천히 뭉쳐 에릭을 바라봅니다. 곧 빛은 하나의 형태로 뭉칩니다. 곧 빛이 주물려 하나의 인형을 만들어냅니다. 그것은 어린 소년같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 쭈그러든 노인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웠고, 위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추악하고, 더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향기로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독한 향을 찾지 못할 만큼 말입니다.
빛은 키득거리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 오랜만이야. 에릭. "
어째서 빛이 자신을 알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단지 에릭은 선택해야만 합니다.
모든 것들이, 에릭의 머릿 속에서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긴 문장은 정리되어 하나하나의 단어로 흩어집니다.
이 긴 문 장 은 정 리 되 어 하 나 하 나 의 글 자 가 됩 니 다 .
ㅇ ㄱ ㄱ ㅈ ㄴ ㅎ ㅇ ㅈ ㅊ ㅅ ㅇ ㄷ ㄴ ㄷ
. . . . . . . . . . . . . . .
아무것도떠올리지않아도좋습니다.이공간속에서당신은전지하며또한전능합니다.무엇이라도이루고자하는것이있다면이루어집니다.가령당신이하나미치야를떠올렸을때당신이바라는무엇이라도해주는하나미치야가완성됩니다.당신이붉은피의여왕을상상하자붉은피의여왕을패퇴시키고그를지배하는당신의모습이나타납니다.당신이유찬영을상상하자유찬영의힘을잇고그의후계자가되어신한국을지배하는당신이나타납니다.그렇습니다.이세계는 당신만을 위한 세계입니다.
돌아가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욕심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힘을 휘두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뤄내는 전지하며 전능한 신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에릭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오릅니다. 이 곳에서라면 에릭이 바라는 모든 것이 가능하니까요.
그에 만족하여 에릭이 누우려는 순간, 에릭의 뒷주머니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 미처 메리에게 전해주지 못한, 안테로스의 눈동자입니다.
붉은 눈. 마치 에릭의 눈과 같은 눈동자.
에릭은 등에 느껴지는 고통과 함께, 눈을 뜹니다.
세상을 이루었던 전지함이 흩어집니다.
세상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전능이 사라집니다.
그 곳에 남은 것은 에릭 하르트만 뿐입니다.
평범한 에릭 하르트만.
재능도 없고, 칠칠맞지 못하며, 욕심을 부리고, 사람에게 의지하기나 하는, 그러면서 질투하는 에릭 하르트만입니다.
" 어라. 그건 별로야? "
소년은 에릭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 그게 네가 바란 세계 아냐? 모두가 너를 주목해주고, 모두가 너를 사랑해주는 세계. "
소년의 목소리는 달콤합니다. 끈적히 흘러내린 문장들이 에릭의 정신을 붙잡고 다시금 수면으로 끌고 내려갑니다. 에릭은 그 과정에서도 소년을 바라봅니다.
" 무엇이라도 할 수 있고, 무엇이라도 가능하잖아? 네가 바라는 재능과 세계. 그 모든 것을 주겠다니까? "
소년은 천천히 당신의 옆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수많은 '소년이었던' 에릭의 기억들입니다.
당신에게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하는 하나미치야는,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즈음 당신에게 입을 맞춥니다. 긴 사랑의 시간을 나눈 뒤 에릭은 하나미치야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는 아브엘라, 엄마가 당신을 위한 스튜를 끓여두었습니다. 늦었다고 당신에게 칭얼거리는 카사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먹여 티격대는 남매 전쟁을 열고 나서, 사이 좋게 한 대씩 맞은 뒤 저녁을 먹습니다.
하루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미치야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고 질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카사를 무시하고 아브엘라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잠들기 직전에 만석과 메세지를 나누며 주말에 같이 옷이나 사러 가잔 약속을 잡고, 하나미치야와 잠들기 전까지 문자를 나누다가 잠에 듭니다. 깨어난 에릭에게 소집 문자가 오고 프룬을 들고 급히 현장으로 간 에릭은 혼자서 게이트를 클리어해냅니다. 사람들은 에릭의 재능을 보며 감탄하고, 칭찬하며, 질투합니다. 그러나 에릭은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렇게 '사랑받은' 에릭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
.....
....
..
.
..
...
영원히.
영원히 꿈이 이어진다면.
이 꿈이 사실이라면.
아냐. 이 꿈은 사실이야.
사실이라고.
사실이라고.
봐. 이게 에릭 하르트만이잖아?
' 누구나 사랑하는 재능 넘치는 에릭 하르트만 '이잖아.
" 아냐. "
그럼 뭐야?
재능 없이, 멍청하고 질투 많은 에릭 하르트만으로 살고 싶어?
그런 너한테 질린 하나미치야가 떠나버리면?
" 두려워. 두렵지. "
너의 재능에 아브엘라 씨가 실망해버린다면? 자신의 제자이자 가족은 카사밖에 없다고 해버린다면?
" 슬프겠지. 아마 화도 날 거야. "
아무리 네가 날고 뛰어도 저 세계에선 넌 날 수 없어.
" 알아. "
이 세계에선 너도 검성이 될 수 있다니까?
" 알아. "
그런데.
.....
왜?
" 말했잖아. "
에릭은 웃습니다.
세상은 산산히 부숴집니다. 그 세계에 아쉬움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에릭은 웃으며 그 꿈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왜냐면
" 그 세계에는 하나미치야가 날 기다리고 있어. "
모든 것이 에릭의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하나미치아가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아브엘라 씨가 실망하실걸? 가족끼린 싸우는 게 아니라고 말야. "
무서운 얼굴로 제 머리에 당수를 날리실테니까요. 감정에 서툰 아브엘라 씨라면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아니, 엄마라면. 그럴테니까요.
" 그리고 나이젤, 지훈, 가람, 화현, ... 그 수많은 애들이 슬퍼할테니까. "
에릭은 웃으며 말합니다.
" 즐거웠어. 고마워. "
다시금 백색의 빛이 되어 나타난 소년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 묻겠다. 그대가 바라는 것은.
" 내 친구들을 지킬 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힘. 내 어머니가 실망하지 않도록,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줄 힘. "
에릭은 단호히 말합니다.
비록 에릭에겐 힘은 없습니다.
에릭의 재능은 다른 아이들보다 밀립니다.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아이들을 떠올리면 살짝의 질투도 느껴지지만, 이미 그런 것은 너무나도 먼 곳에 있습니다.
이제야 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제야,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나미치야는 괜찮을까요?
지금이라도 달려가 사랑을 말하며, 그녀를 길게 끌어안고 싶습니다. 연한 꽃향기에 숨이 막히도록 안고 싶습니다. 당황한 그녀가 웃으며 자신을 끌어안아, 누나가 보고싶었냐고, 그렇게 급했냐고 묻는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면 에릭은 웃을 것입니다.
아직 에릭은 어리니까요.
아직 에릭은 청소년이니까요.
조금 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었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 될테니까요.
빛은, 에릭에게 말합니다.
- 좋아.
- 내가 너의 소원을 이뤄줄게.
세계가 무너지는 중에도 에릭은 빛을 향합니다.
빛은 다시금 소년이 되어 머리 뒤로 손을 돌린 채, 헤실 웃습니다.
" 또 보자. 에릭 하르트만. "
...
지훈은 검을 들어올립니다. 흔들리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구변무의 거친 도끼질에 검을 나눕니다. 이따금 검을 막아낼 때에도 팔이 저릿함을 느끼고 이를 꽉 깨뭅니다.
간간히 가람이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금방 쓰러지는 것은 자신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은, 원래라면 가디언의 역할을 맡아야 할 에릭이 거대한 망념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저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단 하나. 망념화의 증세 뿐이라고요. 그래서 지훈은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물러서는 순간. 여기 모두가 죽으니까요.
신도는 에릭을 바라보며 고민합니다.
망념화가 이루어진 이상. 소년은 강력한 붕괴를 발생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되면 자신의 손으로 학생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신도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의념기
'에릭 하르트만'은 눈을 뜹니다.
사상 예속
" 이 파동은.. "
유찬영? 하는 짧은 목소리가 신도 모리오에게서 나옴과 함께
" 나는 이 전투에서 패배하지 않기로 했어. "
늦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 내가 그러기로 했거든. "
에릭은 웃습니다.
그 어느 순간보다 반짝이고 있을 자신을 상상하며.
온 몸은 그 어느 순간보다 힘이 넘치고 있습니다.
사상 예속의 힘으로 끌어온 것은, 승리하는 자신입니다.
구변무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가람과 지훈을 물리고 에릭을 바라봅니다.
" 놀랍구나! 이 세계에서 설마 3언자에 걸맞는 힘을 가진 자가 또 있을 줄이야! "
에릭은 프룬을 휘두르며 구변무에게 달라붙습니다.
그 틈에 물러난 지훈과 가람의 표정이 보기 좋게 변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간신히 자신을 치료하고,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에릭과 구변무의 공방은, 지금의 지훈에겐 꿈만 같은 모습입니다.
서로의 최대의 힘으로 공격을 나누는 에릭과, 구변무의 모습은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곳이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변무가 자신들을 놀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자. 온 몸에 느껴지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에릭은 구변무의 도끼를 받아치며, 이따금 프룬을 휘둘러 날카롭게 노리고 들어갑니다.
아쉽게 목을 베어내려던 공격이 빗나가, 아슬아슬하게 목에 긴 혈선을 남가고 물러납니다.
구변무는 물러났던 고개를 잡아당겨 에릭의 머리에 박치기를 겁니다.
어지러운 통증에 에릭이 물러나자, 곧 구변무는 몸을 당겨 거대한 태부를 휘두릅니다.
그러나 에릭은 프룬을 휘둘러 흘려내고, 다시금 검을 휘두릅니다.
나이젤은 가람의 건강을 강화합니다.
..뭐. 사실 저런 걸 보고 있으면 기가 좀.. 죽거든요.
- 에릭, 지훈, 하루 vs 엘로앙
- 지훈은 검을 붙잡습니다.
오늘따라 유독 잡념이 많습니다. 검을 휘두르는 것에 있어서, 잡념은 없어야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말이죠.
지독하게도 많은 생각들, 못 해내면 어쩌지. 그와 같은 생각들이 머릿 속에 파고듭니다.
손에 쥔 검이 원래의 검이 아니라, 한참이나 열화된 검이라는 감각 역시 지훈을 괴롭게 합니다.
검劍
그 물건의 가치를 지훈은 잘 모릅니다.
이제 갓 들기 시작한 검의 가치를 아직 알지도 못했으며, 검념을 읽어내고자 하지만 검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무슨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형태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지. 이러한 검에 얽힌 이야기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검념을 읽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합시다.
지훈은 몸을 당깁니다. 검집을 당겨 자세를 잡습니다.
흔히 일본도를 뽑아낼 때와 같은, 오니잔슈에 익숙한 발도의 자세입니다.
여전히 지훈의 손은, 익숙한 오니잔슈의 감각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검사가 익숙한 검을 찾아가지 못하는, 미련일 뿐입니다.
프하아.............
속에 꾹꾹 눌러놨던 숨을 토해내고,
검을 쥔 손에 터질 만큼의 힘을 줍니다.
그 의지에 반응하여 온 몸을 타고오르던 의념은 끓어오르듯 넘치려 하고,
푸른 눈동자는 한 순간 백색으로 물들어갑니다.
웅 웅 웅
거대한 힘을 검에 담아낸 채.
지훈은 검을 붙잡고, 단 하나의 생각만을 자신이란 호수에 띄워냅니다.
벤다.
의념기
한지훈의 검은 뽑혀듭니다.
하늘 높이 향했던 검이 사선으로 틀어 휘두르고,
일섬一閃
카가가가가각!!!!!
그 한 점에 닿아, 살벌할 만큼의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최소한의 보호?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무가치할 만한 폭력을 그대로 받아내면서도, 엘로앙은 창을 붙잡습니다.
하루의 방해? 그런 것은 통할 레벨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 힘에 대응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높은 기술의 경계를 이루었던지.
아니라면, 의념기를 사용해야만 할 것입니다.
엘로앙은 천천히 창을 뻗습니다.
창은 천천히 원을 그려냅니다. 아주 미려하게 뻗은 선이 하나의 점에서부터 이어져 원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거대한 불길이 원을 가득 채워냅니다.
불.
열사의 동화 속, 아이들을 이루었던 불.
아름다운 왕국을 지키는 기사단의, 불.
모든 것을 태워냈던. 모든 것을 지켜냈던!
그 왕국을 위해 모든 것을 태워냈던!!
왕국을 수호하는 창의 불길!!!!!!!
아르키우시스
사막의 봉화.
자!
받아보십시오!
한 왕국의, 최강의 창!
레베논 왕국. 국왕을 지키던 최강자들의 창을 견뎌내어.
그대들의 의지를 세우십시오!
에릭.
에릭 하르트만.
에릭 하르트만!
에릭 하르트만!!!
받아낼 준비는 되었습니까?
영웅이 될 준비가 되었는지 묻겠습니다!
에릭은 스스로의 의념을 끓어올립니다.
영혼을 두드리고, 자기 자신의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약해빠진 마음을, 망가진 감정을 두드립니다.
그를 통해 이루어내는 것은 완성된 갑주.
에릭 하르트만을 이루는 강철의 갑주를 만들어냅니다!
이 갑옷은, 에릭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투박하고, 아름답지 않은 외관일지언정.
단 한 사람.
당신의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그 사람을 위한 갑옷입니다!
의념기
그녀를 지키겠다 말하고 있습니다.
에릭 하르트만은, 단 한 사람만의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berserkr(베르세르크)
온 몸을 뒤덮은 갑주를 쓰고 에릭은 검을 붙잡습니다.
타오르는 것만 같은 고통을 감수하고 에릭은 두 사람을 자신의 앞에 세웁니다.
엘로앙의 창에 거대한 원을 관통하고, 불길은 그대로 응축되어 거대한 창을 만들어냅니다.
사막의 열기를 담은 창.
그 창이 에릭에게 쏘아집니다.
끓어오르고,
불타오르고 있으며,
온 전신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창을 마주한 순간. 에릭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러날 수 없다.
거대한 충격이 세포 하나하나까지 불태우고, 그 불길은 지상을 태워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 땅에 남는 것은 한 줌 물도, 곡식도 없이.
단지 거대한 사막만이 남을 것이기에.
에릭은 견뎌냅니다.
그 불길에 팔이 불타 가루가 되었음에도, 발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음에도.
에릭은 의념의 힘을 끌어올려 불길의 진행을 멈추고 스스로를 혹사해냅니다.
지킬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어째서.
그는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싸우고 있을까요.
하루는 에릭을 바라봅니다.
이것이 워리어의 싸움일까요? 이것도, 카사가 겪어야만 하는 싸움일까요?
그 작은 아이의 팔이 불타고, 녹아내리는 것을. 저런 고통을 겪어내는 것을 자신은 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하루의 몸이 앞으로 쓸리려 하는 것을, 지훈은 검을 찍어 막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바라봅니다.
이것은 우리가 관여할 것이 아니기에.
창.
초원의 모든 것을 불태울 사막의 불길을,
방패.
단지 한 줄기의 물줄기가 막아냅니다.
마침내 불길이 끝난 직후.
이미 오른팔은 재가 되어 사라졌고. 발은 타버려 재가 되었지만. 에릭은 그 자리에 서서 엘로앙을 바라봅니다.
보아라.
에릭은 휘청이지 않고 자세를 취한 채.
오직 엘로앙에게만 눈을 두고 있습니다.
워리어란,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지키며.
검을 붙잡고, 흩어지기 시작하는 갑옷 따위에 신경을 잊은 채.
적과 맞붙는 방패이다.
엘로앙을 향해 언제라도 달라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뒤에는 하루가, 지훈이 있으니까요.
자신이 다치더라도, 자신을 치료해줄 동료가 있으며. 자신이 아니더라도, 적을 베어줄 검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크리티컬 어택!
지훈의 공격이 마침내, 엘로앙의 부위를 파괴해냅니다.
[ Guardian Call ]
세 사람의 가디언 칩이 붉게 빛납니다.
[ Project ] [ Destroyer ] [ Install ]
선언하십시오.
세 사람의 힘을 하나로 합쳐.
그 일격을 적에게 새기십시오.
자, 영웅의 시간입니다.
숭고한 영웅의 마지막 일격을, 보조할 시간입니다!
자 영웅!
에릭 하르트만!
그대의 불타버린 육신을 버틴 채.
영웅의 일격을!
재현하십시오!
모든 것을 파괴할 재앙의 일격을 말입니다!
갑옷은 흩어져 에릭의 검에 달라붙습니다.
거대한, 하나의 대검을 이뤄냅니다.
남은 것은 선언하고, 휘두르는 것. 그 뿐입니다!
3.1. 히어로 모멘트 씬 ¶
- 에릭 프랑켄슈타인 전
- 전후설명: 프랑켄슈타인 게이트에서 워리어 카사가 쓰러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에릭이 히어로 모먼트를 사용해 위기를 타파한 장면.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프랑켄슈타인
이미 여기서 살아남기란 어렵단 사실 정돈, 모두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습니다. 숨이 막혀 버둥거리던 카사는 바닥에 처박힌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고 아군의 공격을 담당하던 메리는 붉은 드레스가 먼지에 젖어가는 것도 모르고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포터들의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닙니다. 두 사람 모두 전선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반복했습니다. 운이 좋지 않았을 뿐. 다림은 전선의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건, 운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저 운이 나빠서, 운이 나빠서..
에릭은 가방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가방 속에서 꺼낸 것은 정체 모를 책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방 속에 나타난 이 책에는 이제 갓 스무장의 이야기가 쓰여있었습니다.
에릭의 행동, 삶, 생각. 하나하나 모든 것이 쓰인 이 책을 처음에는 메리가 하는 지독한 장난이라 생각했던 에릭은 메리에게 책을 들여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에릭은 그때 돌아왔던 반응을 잊을 수 없습니다.
' 무엇이 보인다는 말인지 모르겠어서요? 제 눈에는 아주 깨끗한 백지인데 말이죠. '
에릭은 그 뒤에 이 물건의 정보를 알고 나서 작은 혼란을 느꼈습니다.
비록 '절대로 파손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더라도 이 물건에는 당당히 코스트란 이름이 붙어있었습니다.
만약 이 물건이 코스트라면,
에릭은 이 물건의 사용이 과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분명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이 것의 도움을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에릭은 이 물건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아군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것이.. 영웅이니까요.
에릭이 책을 펼치려는 순간, 책은 무언가를 거부하는 것처럼 스무 장 이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책은 천천히 에릭을 책의 첫 장으로 안내합니다. 검은색의 책장을 바라보며 에릭은 혼란을 느낍니다.
그것은 완전히 흑빛으로 물든 종이입니다. 아무 내용도 쓰이지 않은, 검은 페이지를 바라보며 에릭이 분노를 토하기도 전에.
책에는 붉은 문장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 협회의 7검 에릭 하르트만은 독일의 가디언으로써 수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동북아시아 가디언 아카데미 청월고등학교를 수학하고 학생회장의 자리를 역임하였으며 사랑하는 연인, 하나미치야 이카나와 결혼하여 독일의 가디언이 되었다. 그 뒤로 검성의 가르침을 받고 수학하여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악의로 가득 찬 목소리를 다스리고자 노력하였으며 수많은 대형 게이트들을 닫았고, 초대형 게이트인 '검은 역병'을 클로징하여 일약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에릭은 이 문장을 읽고 의문을 느낍니다.
검을 잡기로 한 것은 최근입니다. 그런데 이 종이에 쓰이는 문장은 마치 그때, 유찬영을 만나지 못 했고 에반에게 가르침을 얻었다는 에릭의 서사가 쓰여있습니다.
그래요. 마치 거짓된..
그 때,
에릭의 눈 앞에는 한 마리의 토끼가 나타납니다.
" 어라라? 제가 왜 여기 었어요? "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있던 토끼는 입을 오물거리며 에릭을 바라봅니다.
" 아하! 안녕하세여! 반가어요! 에릭 하르트만 씨 맞져? "
에릭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토끼는 보따리에서 무언가를 꺼내줍니다.
그것은.. 한 자루 검입니다.
" 일회용이에여! 아무리 그래도 미래의 물건을 현재로 가져오는 거는 힘들었어여! 그런데.. 에엑?! "
토끼는 놀란 눈으로 에릭을 바라봅니다.
" 당, 당신은 루나틱 샵에 이용 명단에 없는데요!? 하, 하지만 분명 주문자는.. "
띠리리리링-
토끼의 보따리에서 무언가가 울립니다.
" 네. 네! 아, 그냥 주라고요? 네? 아.. 돈은요? 주신다고요?! 세배로요!! 알겠습니따! "
토끼는 에릭에게 검을 전해줍니다.
무의식적으로 에릭은 검을 받아듭니다.
" 그 분이 말씀하셨어요! "
토끼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에릭에게 말합니다.
" 언제나 희생할 필요는 없데요! 때론 누군가에게 매달려서 방법을 기대보는 것도 방법이래요! 이만 갈게요! "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던 만큼, 토끼는 갑작스럽게 사라집니다.
에릭은.. 검을 붙잡고 앞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에릭은 폭발할 것만 같은 의념의 힘을 느낍니다.
에릭의 손을 시작으로 팔과 다리, 머리, 눈, 혈관 하나하나.
그 모든 곳에 스며드는 의념의 힘을 그대로 느낍니다.
.. 에릭의 머리카락이 연한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눈을 감고, 천천히 눈을 뜹니다. 눈동자는 진한 붉은 색을 띄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에릭은 알고 있습니다. 만약 에릭이 저 검은 페이지의 결과를 따라갔더라면 이루어졌을 결과. 그 일부일 뿐입니다.
협회의 7검. 그것은 협회에 소속된 강력한 일곱 검사를 뜻할 뿐, 그것이 에릭을 상징하는 이명은 아닙니다.
에릭은 자신의 이명을 기억해냅니다.
용살자(시구르드)에릭 하르트만
비록, 이미 말소된 미래라 하더라도, 지금은 힘을 빌려야 하는 순간입니다.
에릭은 검을 잡습니다.
용을 베는 마검, 발뭉은 에릭에게 묻습니다.
' 저것은 용인가? '
아니다.
' 그렇다면 왜 나를 휘두르고자 하는 거지? '
저것은, 무엇도 되지 못한. 괴물일 뿐이니.
영웅인 내가 처벌할 뿐이다.
발뭉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 그 지독한 영웅심은 여전하구나! '
에릭은 천천히 자세를 취합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에릭은 에릭이되, 에릭이 아닙니다. 검을 들고 있는 자세부터가 그렇습니다. 에릭의 파지법은 서툴었지만 지금의 에릭은 누구보다 능숙하게 검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릭은 천천히 걸음을 뗍니다. 그 것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바르르 떨고 있습니다.
단지 에릭은 천천히 걸어갔을 뿐입니다.
그리고 검집에서 발뭉을 뽑아들고 천천히 검을 휘둘렀을 뿐입니다.
키이잉
검의 청량한 검음이 울리고,
세상은 붕괴됩니다.
괴물의 육체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불가능, 비이상, 비현실적인 참격일 뿐입니다.
의념기
그러나 그것이 일격이라는 사실만큼은 모두가 눈치채고 있습니다. 다만 저런 것이 가능한 것은 최소로 두더라도 2세대의 중역밖에 없습니다. 3세대. 그것도 늦은 3세대인 에릭이 휘두를 일격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지독한 현실이 세상에 구현됩니다.
파프닐의 추락.
말 그대로 용을 베어버린 일격이 세상에 재현됩니다!
한 번의 참격에 세상 그 무엇보다 단단했던 비늘을 베어내고, 끝나지 않은 참격은 용의 목을 떨어트립니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더더욱, 멀리, 참격은 나아갑니다.
무너집니다! 무너집니다!
용의 거대한 육체를 망가트렸던 일격이 그와 어울리지 않은 상대에 의해 닿아, 말 그대로 몸을 찢어발겨버립니다.
하늘을 바라본 채로,
괴물은 에메랄드빛 눈으로 에릭을 바라봅니다.
에릭은 두 손을 모으고, 가볍게 고개를 숙입니다.
" 주의 품에선 안식을 찾으시길. "
그리고,
완전히 무너진 괴물의 육체를 끝으로.
에릭은 숨을 몰아쉽니다.
원래의 에릭 하르트만으로,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 경고. ]
가디언 칩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 망념의 한계치에 도달. ]
에릭의 망념은 아득히 100을 넘어 가르키고 있습니다.
[ 본 가디언의 망념화를 확인.. ]
그때,
메리는 천천히 에릭에게 다가와 에릭의 목을 물어뜯습니다.
모두가 그 움직임을 말리기 전에, 에릭은 그 행위를 알고 있기에 무거운 팔을 들어올립니다.
수없는 피를 삼킨 뒤에야, 메리는 천천히 떨어집니다.
" 내 손에 죽어야.. 죠.. 자기..? "
꽤나 섬뜻한 문장이지만, 더더욱 아름다운 문장이기도 합니다.
메리는 천천히 쓰러집니다.
게이트 '프랑켄슈타인'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정산과 함께 에필로그로 넘어가게 됩니다!
- 에릭 고블린 킹 전
- 전후설명 : 고블린 킹에게 잡혀간 미어캣을 구출하는 의뢰에 참가한 에릭, 성현, 나이젤은 고블린 왕과 그 휘하의 고블린들에게 고전한다. 숨어있던 고블린 왕을 찾아냈지만 성현은 고블린 왕에게 맞아 기절하고 나이젤이 전투불능이 된 상황에서, 에릭은 의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또 다시 히어로 모멘트를 사용한다.
두 번의 기회.
두 번의 사건들.
두 번의 상황들.
그리고 재현되는 상황.
아마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시련을 사랑하는 삼류 작가일 것이 분명합니다. 언제나 쉬운 길은 주지 않고 우리들을 시련 속으로 밀어넣고자 하는, 인기 없는 삼류 작가.
에릭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직 고블린들은 한참 남아있고 고블린 왕은 붉게 물든 몸으로 의자에 앉아 에릭을 내려봅니다. 성현은 충격에 몸을 추스리는 중이고, 나이젤은 긴 중독으로 피를 토해내고 그 충격을 버티기 위해 몸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 상황을 보고 있으면 신이 정해둔 운명이란 것이 꼭 패배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많은 시련 속에서 첫 성공이란 달콤한 과실을 맛보았기에 그 맛에 중독되어, 그 맛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밀어넣어지는 우리들은 실패. 실패. 실패의 그 쓴 맛을 느끼며 달콤한 과실을 느낄 수 없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린 상상하고 있을겁니다. 성공이란 달콤한 과실을, 그 과실로부터 오는 청량한 기분을, 행복한 감정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에릭은 품을 뒤집니다. 한 권의 책. 한때 비틀렸던 연인을 이겨낼 힘을 주었던 그 책을 펼치며 에릭 하르트만은 말합니다.
" 웃기지 마라. "
여기 있는 모두를 지키고 싶기에, 여기 있는 모두와 함께 하고 싶기에.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성공이란 과실을 맛보여주고 싶기에.
그래요! 쓸모없는 영웅심이라 하여도 좋습니다! 아니, 그 말이 맞다고 말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란겁니까. 나는 이기고 싶습니다. 나는 승리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를 통해서 나아가고 싶습니다.
나아가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입니까? 그것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누구라도 성공에 대한 갈망은 존재하지 않습니까?
자신은 그저 먼저 그 과실을 맛보았기에, 다시금 이들에게 그 단맛을 보게 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에릭은 책을 펼칩니다.
빠른 속도로 히어로 모먼트가 빛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황금빛의 글씨가 천천히 새겨지며 에릭에게 강렬한 빛을 전합니다.
에릭은 그 글씨를 새기며 천천히, 자신의 꿈을 상상합니다.
< 에릭 하르트만. 동북아시아 가디언 아카데미의 청월고등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성인이 되어 수많은 게이트들을 떠돌며 영웅적 행보를 남겼다. 자신의 연인 하나미치야 이카나와 친구 강만석과 트리오를 맺어 수많은 업적들을 남겼으며 셋 모두 게이트 '태양의 몰락'을 클리어하며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수많은 국가의 러브콜을 무시한 채 동북아시아의 청월고등학교로 돌아온 그는 교사가 되어 수많은 학생들을 키워냈으며 그를 통해 제 4세대의 동북아시아의 황금기를 가속화시킨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
그 문장을 보고 에릭은 피식 웃습니다.
마치 지금의 이야기가 아주 오래된 과거처럼, 두루뭉실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별로 나쁘진 않습니다.
최소한 메리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과, 자신의 사랑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점.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 역시 지켜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웃음과 함께 에릭은 천천히 검을 뽑아듭니다.
황금빛의 광휘는 천천히 에릭을 휘감아 그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작은 뿔테 안경이 눈에 씌이고, 이제는 연녹색을 띄는 머리카락과, 그에 어울리는 진한 붉은 눈동자가 떠오릅니다.
정신을 차린 성현은 천천히 앞을 바라봅니다. 분명 자신과 다르지 않은 투쟁심 가득했던 눈빛에는 이제는 지혜와 연륜이 남아 있습니다.
걸음걸이는 단정하고, 올곧습니다.
" 자. 성현아. 나이젤. "
에릭의 목소리는 꽤 괜찮은 중저음으로 변하였습니다.
귀에 선명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성현과 나이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의미 모를 힘이 온 몸에 끓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 선생님은 말야. 이 문을 닫는 것 보다는 우리 학생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거든? "
에릭의 선선한 웃음을 바라보며 둘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에릭은 장난이 아니라는 듯 천천히 펼친 책을 잡고, 펜을 들어올립니다.
의념기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왜냐면,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이끌었고
그렇게 만들 것이며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웅작성
성현과 나이젤은 온 전신에 넘치기 시작하는 힘을 받아들입니다. 마치 의념이라는 힘 자체를 온 전신에 주입해 넣은 것만 같습니다.
그런 힘을 받아내고, 버티며 전신에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봅니다.
가벼운 움직임에도 게이트 내부가 진동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짧은 걸음걸이에도 땅이 움직입니다.
갑작스럽게 불어넣어진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파티원들의 디버프가 모두 제거됩니다.
파티원들의 체력이 100% 회복됩니다.
파티원들의 레벨이 20 상승합니다.
파티원들의 무기술이 일시적으로 A로 판정됩니다.
에릭은 단지 웃으며 그런 여러분을 바라볼 뿐입니다.
에릭 하르트만케이론은 그런 스승이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나아가는 법을 알려줄 뿐입니다.
" 할 수 있겠지? "
싸우십시오!
가디언답게,
영웅답게!
- 연바다, vs 전민 전
- 상황 설명 : 청월고교 학생회장 및 학생들(+연바다) vs 일류무사 전민에서 이어지는 상황.
바다는 전민에게 대항하고자 히어로모멘트를 발동한다.
바다는 눈을 뜹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책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첫 장을 넘기고, 넘기고, 넘겨냅니다. 책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가 처음 태어났던 날 바다를 끌어안고 웃고 있었던 엄마와 아빠. 가정교육을 받고 홈스쿨링으로 학교를 다니며 마침내 학생이 되어버린 바다. 나이가 들어 의념을 각성하고 가디언이 될 수 있단 꿈에 부풀었던 바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런 바다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 의념을 봉인하고 일반인으로 살렴. "
바다의 아버지는 어린 바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바다는 여전히 뾰루퉁한 얼굴로,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다의 꿈은 저 지평선과 함께 자라왔고 바다의 세계는 지평선의 고하와 함께 커왔습니다. 이제 바다의 꿈은 의념과 함께 저 먼 지평선의 끝을 향해 나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너무나도 슬프게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싫었기에 바다는 도망치듯 가디언 아카데미에 입학했습니다. 밤길을 정처 없이 걷고 있던 바다에게 접근했던 의문의 스카우터. K는 방긋 웃으며 바다에게 하나의 명함을 주었습니다.
바다는 가디언 아카데미에 입학했습니다.
첫 의뢰에서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동아리에 들었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시간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바다는 그 시간들 하나하나를 말해, 자신의 삶 속에서 남겼습니다.
때때로 바다가 항구로 향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그 곳에서 본 지평선은 고향의 지평선보다 조금 더 가까웠기 때문에..
그 곳에서 바다의 꿈이 더더욱 가까워졌기 때문에.
" .. 아. "
바다는 목소리를 높힙니다.
내 지평선을 향해.
내 꿈을 향해.
내 이상향을 향해.
" 내 꿈을 더이상 빼앗지 마. "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그대의 꿈은 어디에 있습니까?
" 나의 낙원. "
바다는 걸음을 내딛습니다.
- 승전입니다! 연바다 함장님. 드디어.. 드디어! 대서양이 완전히 지구의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해로가 열렸습니다!
그녀는 굳은 의지를 세운 채 걸어가고 있습니다.
- 연바다 사령관. 그대를 태평양방어선 제1함대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그대의 그대의 지휘권은 UGN에서 보증하며 태평양에 파견나온 제1함대 소속 가디언들에 대한 지휘 권한을 가진다.
백색의 바다 코트를 입고 바다는 품에서 곰방대를 꺼내듭니다.
스승님. 스승님. 바다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 바다야. 내가 처음으로 내 낙원을 찾았을 때 어땠는지 아니?
" 스승님. "
- 그 작은 섬에 모인 사람들과, 풍경들과, 뱃고동 소리와, 파돗소리와, 바람 냄새와, 사람들.
유주영은 바다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바다야.
-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잊지 말렴.
- 내 늦은 나이에 본 처음이자 마지막 제자는 너 뿐이란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렴. 나 죽으면 이 학원도 땅이 네 거라니까?
그는 해맑게 웃으며 낚싯대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낡은 모자를 쓰고 다 헤진 티셔츠를 입고 웃습니다.
- 그리고 난 네가 어떤 꿈을 가졌는지 알게 되었단다.
- 바다야.
저 멀리.
바다를 향해..
솨아, 솨아,
철썩. 처얼썩.
거친 파도 끝에, 잠잠해지기 시작하는 바다 위로, 한 명의 인간은 웃고 있습니다.
- 저 먼 지평선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니?
스승님. 그 대답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낡은 곰방대에서 연기를 길게 뽑아내며 바다는 웃습니다.
" 바람은 북풍! 해양 상태 양호! 파도도 잠잠하다. "
스승의 물건. 낡아버린 지팡이를 잡고 하늘 높이 들어올리며.
바다는 입을 엽니다.
" 자. 드디어 기나긴 전쟁을 끝낼 날이 왔다. 오늘로 우리들은 대서양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먼 곳을 너머, 마침내 모든 바다를 우리들의 땅으로 되찾게 될 것이다. "
호탕한 선장의 목소리가 주위로 퍼지자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봅니다.
바다는 웃고 있습니다. 곰방대를 물고 연기를 피워내며.
" 그 포문을 열도록 하마! "
의념기
쿠르르르르릉.
주위에 있던 모든 물들이 멈춰버린 채로 하늘 위에 맺혀가기 시작합니다.
모이고, 모이고, 모이고, 모여들어갑니다. 그것은 바다의 모든 것들입니다. 지평선 너머, 자신의 낙원을 보았던 바다가 사랑했던, 바다가 아꼈던. 그 모든 것들의 형상입니다.
낙원으로부터.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쾅, 쾅, 쾅, 쾅, 쾅
그 간결한 충격들이 적의 몸을 두드립니다. 첫 공격은 미미하게.
두번째는 거칠게.
세번째는 집어삼킬듯이.
거대한 파도의 형상들이 무사의 몸을 휘감습니다.
천천히 만들어지는 바다 속, 해양의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긴 연기를 뽑아냅니다.
" 내 낙원에. 너란 존재는 남을 수 없다. "
거대한 해양은 진동하여 입을 크게 집어벌립니다.
수없이 부서지기 시작한 파도가 천천히 전민을 집어삼키고,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그는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저항하려 하지만 이미 수많은 피해가 누적된 채입니다. 그의 눈에 공포가 슬쩍 드러나려 할 때 쯤.
바다는 입을 엽니다.
" 지평선 너머에서 만나자. "
그 풍경이 지난 주위는 압도적인 무언가에 휩쓸려 하나라도 정상적인 것이 없습니다.
파도가 걷히고, 비척거리며 걸음을 걷던 전민은 바다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바다는 치솟는 망념을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중화제를 겨우 삼킵니다.
" 대단하군. 설마 이런 힘을 가진 자가 있을줄은 몰랐다. "
전민은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여잡으며 바다를 바라봅니다.
" 너는. 내가 죽음을 느끼게 만들만큼 충분히 강했다. "
그는 왼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두드리며 말합니다.
" 나 태양국 일류무사 전민. 그대들을 호적수로 인정한다. "
이미 수없는 피를 흘리고, 피해가 누적된 모습이지만. 그는 말합니다.
" 내 마지막이 머지 않은 것을 느꼈을 터. 어디 한 번 네놈들의 최후를 보여보아라! "
3페이즈가 시작됩니다!
- 화현&지아, vs 청망 전
- 전후설명 : 학원도 인근에 열린 초대형 게이트 <태양 왕국의 서사>로 인해 학원섬은 혼란에 빠진다. 동북아 가디언 아카데미들에는 동원령이 내려지고, 이에 따라 학원섬의 교사들과 학생들은 힘을 합쳐 초대형 게이트에서 건너온 적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화현, 지아, 카사, 에미리는 교사 벨로크와 함께 파티를 맺고 태양 왕국의 일류무사 청망에게 맞서지만 청망이 원거리 공격에 능하여 고전하는 상항에서, 화현과 지아가 각각 히어로모멘트를 발동한다.
영웅이란 무엇일까요.
아니면 적어도, 영웅이란 이름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화현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어째서 영웅이란 이름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영웅의 순간들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영웅은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 반짝이는 빛은 영웅에게 사람들을 끌어모으게 합니다.
그러나 많은 영웅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빛에 가려져, 그들만의 영광스런 길은 그들이 보지 못한 어둠을 가리고 있으니까요.
화현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게이트가 열린 직후의 풍경. 막아내기 위해 노력한 가디언들의 고생이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그렇지만 화현은 다른 풍경에 눈을 돌립니다.
무너져버린 건물들, 위치를 잃어버린 철골들의 모습. 한때 거대한 숲이었던 공원의 모습, 사람들이 걷고 웃으며 때론 울며 다니던. 이젠 망가진 길의 모습.
영웅이 활약하기 위해선 사건이 있어야만 하고, 사건은 필연적으로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맙니다. 그렇기에 화현은 스캐치북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상상합니다.
그들이 함께 걸어가던 공원.
그들이 함께 추억하던 집.
그들의 기억이 담긴 도로.
그들이 돌아갈 수 있었던 길.
수많은 '그 사람들'의 추억을 위해서.
화현의 손에 꽂힌 화살이 이유 모를 힘에 의해 천천히 빠져나옵니다. 청망은 자신의 화살이 빠지는 모습을 보며 놀란 눈을 짓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화살이 노리고 날아오지만, 화현이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카사는 급히 움직여 날아오는 화살을 정통으로 막아냅니다.
화살이 카사의 복부를 관통하고, 치솟은 망념에 의해 천천히 변신이 풀려갑니다. 카사는 후들거리는 몸으로 화살을 버티며 화현을 바라봅니다.
화현은, 그 얼굴에 미소를 짓습니다.
의념기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 화현아.
스승이었으며, 선배였고, 친구였던 이의 죽음을 밟고.
- 야. 울지 마라. 그 자식은 네 우는 모습을 보고싶진 않을 거 아냐.
또 다른 스승이자, 선배였고, 친구였던 이와 추억을 공유하며 눈물을 삼키고.
' 영웅이 되고 싶진 않았어. '
그렇게 감정의 동요를 참고 말하던 당신.
' 그저 000으로 이루어진 숫자가 되고싶진 않았으니까. 사실 가디언이 되면, 나도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
당신은 이야기합니다.
' 어때요? '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돌려주고,
" 고맙습니다. "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다시금 돌리고자 했고,
" 읏차. 어디.. 이번에는 무엇을 만들어볼까. "
의념이란 이름 위에, 추억이라는 흔적을 씌워 만드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추억의 재현자
창조자.
이화현입니다.
화현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손은 유독 빠르게 움직입니다. 에미리는 화현의 손을 치료하려 하지만, 치료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강맹한 의념의 힘은 이미 화현의 손을 매꾸어 완전히 치료하였으니까요.
선을 그리고, 선과 선을 잇고, 명암을 덧씌우고, 색을 불어넣습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워서. 너무나도 즐거워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보십시오. 보시란 말입니다! 당신의 재능은 이리도 반짝이고 있습니다. 당신의 미래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수많은 위험을 해쳐나가. 결국 이겨내고 있습니다!
믿으십시오. 당신의 미래를, 누구보다 밝게 빛날 당신의 순간을!
세상은 결국 백색의 종이 한 장일 뿐입니다. 단지 누군가가 수많은 그림을 동시에 그리며 그 그림을 움직이게 만들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 종이 한 장이 바뀐다 하더라도 겨우 찰나일 뿐이니. 문제 없지 않겠습니까? 화현은 미소와 함께 세상에 선언합니다.
내가 그려낸 것은, 세상의 단편이라고요!
그림을 완성해낸 화현은 그것을 찢어 세상에 불어넣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한 그림은 마침내 세상에 녹아듭니다. 녹아들기 시작한 그림은 청망의 몸을 비틀고, 움직이며, 마침내 바꿔냅니다!
이번 턴에 청망의 방어력이 0으로 판정됩니다!
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기술을 봉인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보며 지아는 손을 뻗습니다.
익숙한 돌개바람이 불어 지아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지아는 눈을 감고, 천천히 꿈을 그려냅니다.
그 곳에는 한 여성이 서있습니다. 키는 170을 넘는 듯 하고, 유려한 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아는 보자마자 그 정체를 추측해냅니다. 미래의 자신은 지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안녕. "
웃음을 지으며 밝게 인사하는 나에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회답합니다.
" 안녕. "
나는 나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걷습니다.
바람은 하나가 되어 일어나고, 너와 나의 길은 하나가 됩니다.
" 영웅이 된 나는 어때? "
" 하루하루 바빠. 다들 많이 바쁘지만 특히 더 바쁜 것 같다니까. "
" 힘들진 않아? "
" 힘들진 않은 것 같아. "
" 왜? "
그때 나는 나에게 웃으며 말합니다.
" 그야. "
" 꿈을 이루었으니까? "
고갤 끄덕입니다.
" 윤지아. "
나는 말합니다.
" 나에게 바람을 빌려줘. "
답합니다.
" 어떤 바람을? "
답합니다.
" 친구들을 구할 힘을. "
그 말에 나는 웃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를 밀어버렸습니다.
떨어지기 시작하는 몸. 나는 그 바람 속에 몸을 맡깁니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의념기
기류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짧은 폭풍우가 몰아치고, 비바람이 모두의 얼굴에 내려칩니다. 하지만 오직 지아는 조용합니다.
이 바람의 주인은 지아이기 때문입니다.
칼리카로스의 바람.
거세게, 그리고 또한 조용하게.
바람은 마구잡이로 불어오고, 뭉치고, 집어당기고, 찢어갑니다.
청망의 갑옷이 마구잡이로 흩어지고, 청망의 투구가 벗겨지고, 청망의 얼굴에 바람에 의한 상처들이 늘어납니다.
가르고, 찢고, 파헤치고, 뭉개고, 늘이고, 그렇게.
거친 상처들을 파해치는 폭풍이 몰려옵니다.
마구잡이로 찢어버리고 있습니다.
부수고 있습니다.
...
그 거친 바람이 끝난 뒤.
청망의 모습은 넝마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흐르고 있는 피와 살. 조금만 기다리면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도 그는 다시금 힘을 끌어내어 자신의 갑옷과 활을 만들어냅니다.
" 일생주명日生主名. 내게 이루라 하신 것 있으신 즉. "
그는 여전히 쓰러질 수 없다는 듯 활시위를 당길 준비를 합니다.
" 이 무사. 이 자리에 쓰러질 수 없음을 고합니다. "
그 투기는 모두의 몸을 저릿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그대들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명을 완수하고자 하오니. "
그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 태양의 주인이여. 영원하소서! "
그의 화살이 붉게 물들어갑니다.
그 몸도, 눈도, 마침내 붉게. 타오르게 됩니다.
" 무사 청망. 그대들을 호적수로 인정합니다. 그러니. "
그는 활을 들어올립니다.
" 태양궁의 진정한 힘을 지금부터 보여드리지요. "
3페이즈가 시작됩니다!
- 카사&에미리, vs 청망 전
- 전후설명 : 화현과 지아가 히어로 모멘트를 사용했지만, 청망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그 직후 에미리와 카사도 나름대로의 결의를 안고 각각 히어로 모멘트를 발동한다.
작은 핏덩이는 모포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거친 숨을 헐떡이며 울고 있던 여인은 아이의 볼에 작게 입을 맞추어 무언가를 내뱉습니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어 해맑은 미소로 손을 쭉 뻗습니다. 그 길게 뻗어진 손에 자신의 볼을 대어줍니다. 아이는 바구니에 담긴 채 멀어지는 여인을 바라봅니다. 제대로 여물지 않은 발성기관으로 열심히 어므, 어므! 하고 소리지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아기는 언제나처럼 큰 울음을 터트립니다. 커다란 울음소리는 숲에 가득 울립니다. 소녀는 살기 위해서, 자신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더 큰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때 늑대 한 마리가 천천히 바구니로 다가옵니다. 한참 눈살을 헤치며 다다른 곳에는 작은 바구니가 있었습니다.
인간의 물건이 있단 사실에 늑대는 주위를 살피고 신중을 기울였지만 특별한 냄새는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냄새가 난다면 바구니에서 희미한 냄새가 났습니다.
무슨 냄새인지 확인하기 위해 바구니로 얼굴을 들이밀자 조그마한 무언가가 나와 늑대의 얼굴을 만졌습니다.
놀란 늑대가 놀라 뒷걸음질을 치자 꺄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늑대는 천천히 바구니를 보았습니다.
피를 새긴 듯한 붉은 머리카락과 자신들을 닮은 노란 눈동자를 가진 인간의 아기.
물어 죽일까?
늑대는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에 송곳니를 세우고 인간의 자식에게 다가갔습니다.
한 번에 숨통을 끊으려 다가간 늑대는, 인간의 자식에게서 늑대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늑대는 놀랐지만 천천히 그 냄새를 맡다가 알았습니다. 이 아이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늑대새끼다.
바구나의 한 편을 물고 들어올린 늑대를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환영했습니다.
언젠가 이 새끼가 자라면 우는 법을 가르쳐주자. 늑대는 그리 생각하며 자신의 무리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자랐습니다.
숲은 여전히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수많은 '가족'들이 생겨나고 사라졌고, 카사를 데려왔던 늑대도 쓰러져 어머니 숲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는 늑대의 언어를 배우고, 늑대의 행동을 학습했습니다. 늑대들을 이끌었고, 늑대와 함께 먹었고, 늑대와 함께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인간'이 찾아왔습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 넌 인간이야. 늑대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라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비록 보송보송한 솜털밖에 없었기에 겨울에는 동생들을 끌어안아야 했고, 다른 늑대들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었지만 두 손이 조금 더 길어서 무언가를 잘 잡았을 뿐. 아이는 여전히 늑대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갈며 달라들었을 때 단 한 번의 손길에 아이는 쓰러졌고 인간은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 쓰읍.. 이런 일은 또 처음인데.
그렇게 말한 인간은 카사를 어깨에 매고 어딘가로 데려갔습니다. 그 곳에는 인간들이 만든다는 '집'의 형태가 있었습니다. 카사는 그 '집'에 끌려가 인간들이 앉아 쉬는 무언가에 앉혀졌고, 인간들이 우리들을 잡을 때 사용하는 '밧줄'이란 것과 비슷한 것에 묶였습니다.
이를 내밀고 으르릉대지만, 사실 아이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이기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말이죠. 하지만 곧 인간은 무언가를 만들어 카사의 입에 집어넣습니다. 먹고 싶지 않았지만. 그 것에서 나는 냄새가 유독 향기로웠기에 아이는 그것을 혀로 느끼다 꿀꺽 삼켰습니다. 덩어리진 무언가가 목에 걸려 고통스러웠지만 목을 넘어가는 순간 느낀 온기에 아이는 자신의 몸을 버둥거렸습니다.
인간은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는 그 눈을 바라보며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늑대에게 음식을 나누어준단 의미는 여러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 중 하나는, 바로 가족이 된다. 무리가 된단 의미입니다.
아이는 천천히 입을 벌립니다. 그렇게 벌려진 입에 무언가를 먹어 삼키며 아이는 상대를 바라봅니다. 비록 억지로라지만, 음식을 얻어먹은 만큼 상대는 자신의 무리였으니까요. 그리고, 무리라면 강한 상대를 따르는 것이 맞으니까요.
그것이 카사와 아브엘라의 만남이었습니다.
아이는 자라 카사가 되었고, 인간은 시간이 지나며 아브엘라란 이름을 말해주었습니다.
카사는 아브엘라에게서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은 상대에게 날 소개하는 것, 날 알리는 것. 그를 통해.. 상대와 친해지고자 하는 것.
아직 제대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카사에게 아브엘라는 그렇게 지식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카사는 자라며 여러 '인간'을 만나게 됩니다.
- 둘 다 나이가 비슷하니까 잘 지내라.
- 아브엘라 씨..? 얘 제 팔을 물었는데요?
아브엘라가 데려온 에릭의 팔을 물며 서열을 다지려 했지만, 에릭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물린 채 아브엘라를 불렀습니다. 카사의 머리에 손날치기가 날아오고 시무룩한 카사에게 에릭은 다가옵니다.
- 나는 에릭이야. 너는?
" .. 카사. "
두 사람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열여섯살의 나이가 되고, 이제는 시간만큼 나이를 먹은 나무집의 삐걱대는 나무문이 열리고 한 인간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 여전히 낡은 집이군.
- 맞아. 니 상판떼기같이 말야.
똑똑해 보이는 인간은 아브엘라와 이야기하다가 슬쩍 카사를 바라봅니다.
- 아마 내가 온 이유는 알겠지?
- .. 그래. 지겹도록 알고 있어.
-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쁘지 않을거야. 개인적으로는 이 녀석은 청월로 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 머리도 제대로 굳지 않은 애야. 청월의 분위기를 견딜 수 있을리가 없잖아.
둘은 여러 이야기를 두고 카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입된 기억 속에 카사는 '어른들이 대화할땐 끼어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가만히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카데미란 곳에 카사를 데려가기 위해서 왔는데 거기는 아브엘라만큼 강한 인간을 만드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브엘라와 같은 인간도 한가득 있는데, 그 곳에는 카사같은 인간도 많다고 하면서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카사는 아브엘라의 여러 생각을 보고, 감정을 보다가 천천히 말을 내뱉습니다.
" .. 나. 아카데미에 갈래. "
그리고 카사는 아카데미로 향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슴 귀신을 만나고, 잠을 자던 도중 친구들을 만나고, 세상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배우고, 때론 어른들에게 의지하여 믿음을 바라도 된단 것을 알고, 아픔이란 것이 이렇게나 힘들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카사의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습니다.
[ 가디언 카사는 동북아시아 아프란시아 성학교를 회고하며 스스로 '인간성'에 대해 배웠다 말했다.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수많은 악과 정의들을 만나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갔다 말한 카사는 자신의 서류상 부모였던 아브엘라가 헌터 범죄자에게 사망했단 사실을 안 직후 에릭 하르트만과 함께 헌터 협회를 뒤집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당시 헌터 협회를 지키고 있던 투왕과 전투를 벌였고, 패배하였으나 투왕의 관심을 사게 되었다.
투왕은 카사에게 다양한 것들을 가르쳤다. 헌터란 왜 존재하는지, 또한 헌터들의 생태가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것들 역시 배웠다. 카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또한 투왕에게 다양한 전투 기술을 배우고, 마침내 투왕과의 대련에서 첫 승리를 거두었을 때 헌터 범죄자의 정보와 함께 2대 투왕의 칭호를 얻게 된다.
그러나 헌터 범죄자는 그 사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어 길드를 운영중이었고, 카사는 단신으로 그 길드에 쳐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의념 범죄자들이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쓸리게 되었고, 제 3차 의념 전쟁의 발발로 이어졌다. ]
카사는 천천히 눈을 뜹니다.
온 몸에는 강맹한 의념의 힘이 전신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무엇이 오더라도 패배하지 않을 정도로 강맹한 힘과 더불어, 마음 깊은 속에 묻어두었던 투기는 천천히 끓어올라 카사를 깨우고 있습니다.
- 카사 벨로스티어. 벨로스티어란 이름을 알고 있나?
카사는 투왕과의 수련을 떠올립니다. 양 손에는 수십톤의 무게를 차고, 수십배의 중력이 가해지는 게이트 속에서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싸우며 카사는 듣습니다.
- 벨로스티어란 너와 나같은 황금의 종속의 한 무리명을 말한다.
순식간에 공간을 도약하여 수 개의 목을 취한 투왕은 카사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자신의 야성을 통해 한계를 넘어, 끝없이 싸우는 자. 벨로스티어의 이름을 가진 황금의 종속은 오랜 싸움이 지속될수록 그 야성을 깨우게 된다.
카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니까요.
카사는 청망을 바라보며 빠르게 쇄도합니다.
청망의 화살 두 발이 카사의 팔과 눈을 노리고 날아오지만 이미 수 번의 걸음으로 공간을 도약해낸 카사는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 부수고, 깨물어 멈추어내곤 접근합니다.
청망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듯 수 발의 화살을 걸어 쏘아냅니다. 다섯 발의 화살은 하나의 원을 이루어 순식간에 태양이 되어 카사에게 쏘아집니다. 그러나 카사는 그것마저 뚫어내고는 청망에게 접근합니다.
갑옷 위에 오른손을 올려 가볍게 만진 카사는 그대로 숨을 마시고, 남은 왼손을 내질러 한 번의 공격을 가합니다.
퉁, 쏘아진 주먹의 힘에 청망이 밀려나면서도 한 발로 땅을 딛어 그 충격을 줄임과 동시에 화살 세 대를 걸쳐 카사에게 쏘아냅니다. 카사는 그 화살들을 손으로 치곤 또 다시 근접합니다.
화살 두어 발이 카사의 팔에 박히지만 카사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왜냐면,
- 야수는 상처입는다 하여 물러서지 않는다. 왜냐.
오직 적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카사는 다시금 주먹을 내밀어 청망의 갑옷을 내려칩니다.
수 번의 공방이 이어집니다. 카사가 다섯 대의 공격을 때리면 일곱 발의 화살이 카사를 꿰뚫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상관 없습니다. 카사는 싸우고, 싸우고, 싸우며 투기를 끓어올릴 뿐입니다.
- 싸움을 시작한 이상 그것은 너와 나.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사는 자신의 투지를 그대로 끌어올립니다.
치고, 부수고, 내려찍고, 차고, 꺾고, 전투를 반복합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군들은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른 채로, 가만히 그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의념기를 사용하려 하지만, 급히 치솟은 망념에 온 몸이 떨리고 있음을 확인하고 물러납니다. 히어로 모먼트는 망념을 쌓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너무나도 많은 망념이 쌓였지만 캡틴의 재량으로 잠시 증가를 미루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금 싸움은 이어집니다. 이것은 카사 벨로스티어와, 청망의 일기토이니까요.
부수고, 치고, 때리고, 공격하고, 부수고, 부수고, 부수고, 부수고.
결국 견고하던 갑옷이 완전히 박살나지만 카사의 온몸도 피투성이입니다. 화살과, 검과, 불타는 태양의 빛이 카사의 온 몸을 상처입혔으니까요.
그럼에도 카사는 물러나지 않고, 마침내 갑옷을 부수어냅니다. 그리고, 미소를 짓습니다.
이제 이런 짓은 더 못하겠지만요.
의념기
모든 의념을 집중하고, 모든 투기를 끌어올린 카사는 단 한 점만을 노리고 주먹을 뻗습니다.
그 위치는 청망의 심장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청망 역시 막아내기 위해 검을 움직이고, 활을 움직이며 그 공격들을 하나하나 막아냅니다.
막아내도 상관 없습니다. 한 번으로 안 된다면 두 번, 세 번, 수백 번, 반복하면 되니까요.
극맹폭류타 極猛瀑流打
모든 것을 부수는 것 같은, 강대한 폭포를 닮은 주먹을 받아낸 청망의 입에서 혈수가 뿜어나옵니다. 카사는 마침내 마지막 한 대를 내지릅니다.
콰과광!!!!!!!!!!!
그 소리는, 거목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소리입니다.
멀리 밀려난 청망은 입에서 피를 토해냅니다. 선명하게 전해진 충격에 숨을 꺽꺽거리는 청망을 보며 카사는 밝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나 이미 카사의 망념은 100을 아득히 돌파한 상황입니다. 망념 봉인 인형이 급히 카사의 망념을 흡수하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
화현은 망념량을 체크합니다.
이 화현 76
카사 99(+168)
윤 지아 99(+41)
에미리 46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에미리는 천천히 책을 펼칩니다.
에미리의 세계는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죽고, 이권다툼을 위해 사오토메 社가 나누었던 수많은 영광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찢겨나갔습니다. 그를 막아내기 위해 노력하던 어머니는 '우연히' 범죄에 '휘말려' 죽어버렸고, 첫째 오라비는 '우연히' 게이트를 클로징하지 못해 죽었습니다. 둘째 오라비는 '우연히' 연인과의 치정 싸움에 의해 죽어버렸고 셋째 오라비는 '우연히' 게이트가 붕괴되어 지키던 도중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상복을 벗고, 다시금 입고, 다시 벗고, 다시 입고를 반복하던 에미리에게 다가온 것은 순수한 조의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비록 껍데기로라도 남아있던 '사오토메 사'의 이름을 위해 난생 처음 보던 사람은 자신의 삼촌을 칭하고, 처음 보던 남자는 자신에게 한눈에 반했다며 다가왔습니다.
비록 숨은 막힐지라도 시끄러웠던 식사 시간은 이제 침묵만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에미리를 지키던 야마모토가 갑작스런 심장 마비로 사망하여, 마침내 에미리의 옆에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에미리는 그때야 진정 눈물을 보였습니다.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우연'이란 것은 이렇게 이뤄지지 않는다고요. 단지 사오토메 오토기라는, 한 사람의 거인이 무너진 것의 여파일 뿐입니다.
게이트가 열리며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뭉쳤지만, 살아남기 위해 더욱 추악해졌습니다. 목숨의 가치가 얼마 되지 않는단 것을 알아버린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에미리는 야마모토의 싸늘한 시체에 몸을 기대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에미리란 이름의 나비는 단지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기에.
가족이란 꽃을 잃고,
요이치란 이름의 꽃을 잃고,
마침내 야마모토란 이름의 꽃마저 지게 되었을 때.
에미리는 드디어 긴긴 가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거대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에는 수많은 것들이 걸쳐져 있었습니다. 낡은 곰방대와 코트, 주사기와 메스, 화장품과 리본, 장갑, 안경. 그런.. 에미리의 추억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에미리는 나무에 손을 올립니다. 언젠가 모두를 잃었을 때 야마모토는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 아가씨도, 겨울을 아시게 되겠군요.
왜 당신은 이야기 해주지 않았을까요.
왜 당신은 또 미련하게 날 두고 떠났을까요.
당신의 말에, 당신의 행동에 놀라 당황하던 어린 나.
당신이 처음으로 사오토메도, 야마모토도 아닌, 에미리와 토우마의 관계로 해주었던 때의 나.
겨울을 알게 될거라던, 모든 것을 잃기 직전의 나.
그리고 겨울을 알아버린 나.
에미리의 겨울은 '황량함'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계 속에서, 혼자 봄을 기다리게 될 에미리는 잘못 우화한 미련한 나비일 뿐입니다.
불행을 몰고오는, 검은 색을 칠한 나비는 미련하게도 겨울에 우화하여 날아올랐습니다.
에미리는 웃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웃음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에미리는 웃다가, 웃다가, 웃다가, 멈추어버립니다.
뜨거운 불길 속으로 야마모토를 떠나보내며 에미리는 말합니다.
" 나쁜 사람. "
그는 불 속으로 사라졌고,
" 나쁜 사람. "
그는 다시 에미리를 두고 봄으로 떠나버렸습니다.
" 나쁜 야마모토 씨. "
자신은 이제야 겨울에 남게 되었는데.
" 나쁜 토우마. "
에미리는 마지막 장례를 치르고 회사를 매각한 뒤 세상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마치 이 세상이 질리고야 말았다는 듯.
그리고 그녀가 세상에 돌아왔을 때. 세상은 충격에 휩쌓이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죽어버린 예언자의 목을 들고 사람들 앞에서 밝게 웃었습니다.
" 그대들이 나의 미래를 흐리게 만들었기에, 나도 그대들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었을 뿐이랍니다. "
그리고 수많은 검은 나비들은, 볼리비아를 지워버렸습니다.
최악의 의념 범죄자. 흑접黑蝶 에미리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에미리는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청망. 청망淸莽. 그 이름답게 아름답던 당신의 미래를 부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에미리는 손을 뻗습니다. 그리고,
의념기
부정합니다.
부정
어디선가 수백마리의 검은 나비가 날아올라 청망의 몸에 올라붙습니다. 나비들은 청망의 몸에 내려앉아 천천히 청망을 갉아먹습니다. 나비가 닿은 곳으로부터 천천히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하는 청망을 에미리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천히 흩어지고, 사라지며 스스로를 부정당한 청망은 그런 와중에도 활시위를 걸어 에미리에게 쏘아냅니다.
나비 수마리가 날아들어 화살을 감싸자, 그것은 다시금 부정당하여 세상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 돌아가여라. 나는 너와 나의 세상을 기억하지 않으니. "
그리고 에미리는.
누구보다도 슬픈 얼굴로 웃으며 말합니다.
" 나私는, 에미리는 돌아갈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답니다. "
마침내 나비가 떠나가고 난 자리.
청망은 한 팔이 사라지고, 전신에 피를 흘리면서도 남은 팔로 활을 내려두고 검을 쥐고 있습니다.
" .. 아직. 아직! "
그 목소리는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 이 몸은 쓰러질 수 없다! "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 오라! 이 청망. 마지막까지! 내 불꽃을 불태우리니!! "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무사의 마지막을 지켜보아라! "
- 이청천+엔마 고도 vs 마양 전
- 상황설명 : 학원섬의 교사들과 학생들이 학원섬에 열린 초대형 게이트 너머에서 침략해오는 존재들과 맞서 분투할 때, 청천은 이미사, 이성현, 서진석, 기다림, 그리고 교사 엔마 고도와 함께 파티를 결성해 일류무사 마양에게 대항한다.
그러던 중 다림은 마양을 분석하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마양이 부리는 식신들 중 귀골아귀의 기습을 받아 일격에 전투불능 상대가 된다. 청천은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가 비명을 지르며 동요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림 쪽으로 달려와 뭐라도 하려고 시도하면서 히어로 모멘트를 발동한다.
전투는 격렬해집니다.
수 발의 집행은 무거운 기류를 뚫고 날아가, 상대의 살을 헤집고 폭발합니다. 강화된 후각은 매캐한 화약 냄새마저 맡을 수 있도록 하였기에, 진석은 더욱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탕귀에게선 살이 타는 듯한 냄새가 납니다. 실습에서 맡았던 게이트 내부의 존재의 살냄새가 아니라, 이따금 워리어 지망생들이 불길에 노출되었을 때 느끼곤 했던 사람의 살 냄새.
진석은 그렇기에 총을 들고도 생각을 굳히고 있습니다. 점점 꼬여가던 생각은 확신이 되고, 확신은 그렇기에 해답을 내놓습니다.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던 적이 마음에 더욱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 동요하지 말거라.
벨로카트리온의 목소리는 조용합니다. 이 비극 속에서도, 그는 이런 일은 아무런 비극도 아니라는 듯이, 그저 한 번쯤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듯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진석은 이 상황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싫어서 더 신경적으로 총구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과 함께 총구가 번개를 찢어낼 때, 수많은 공격 속에서 친구를 찾아 헤매던 마탕귀가 아군을 향해 그 물질단백질덩어리의 입을 벌렸을 때. 진석은 마탕귀에 몸에 박힌 총탄들의 위치를 기억해냅니다.
흐릿하게 생성되었던 미사의 보호막은 이제 선명한 방패의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폭발에서 보호할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은 충분합니다. 쏘아진 총탄은 마탕귀의 몸을 여전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짧은 도화선 위로 진석은 분노로 이루어진 불길을 토해냅니다.
살덩어리들이 터져나갑니다.
고통에 휩쓸린 생명이었던 것들의 울음소리가 기괴하게 울려퍼집니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였던 것들로 저마다의 고통을 호소하며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친구, 아파, 살려줘, 그만, 돌아갈래, 미안해, 잘못했어, 아파, 죽여버릴거야, 삼켜버릴거야, 안아줄게, 따뜻해…
그런 수많은 생명들의 절규에 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강하게 폭발의 의념을 이용하여 저것들에게 죽음을 주는 것 뿐.
그런 진석의 의도를 잃었는지 마양은 입가를 가리고 해맑은 미소를 짓습니다.
" 마탕귀는 죄인들을 합의 항아리에 욱어넣어 만드는 식신이랍니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인간이고, 생명이니. 결국 당신들은 영웅이라고 하지만 필요에 따라선 구원할 수 없는 수백의 존재를 죽인 학살자나 다르지 않아졌군요. "
" 궤변이다. "
마양의 말에 엔마 고도는 부정합니다.
" 이미 생명의 가치를 잃은 것에 삶이라는 가치를 억지로 부여하려 한들, 결국 그것은 꾸며진 결과물을 낳을 뿐이다. 만약의 만약을 거쳐 이 녀석들이 그런 짓을 했다고 친들 그것은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
엔마 고도는 그대로 손을 뻗습니다. 손에는 연백색의 강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손에 맺힌 강기는 천천히 모습을 이루고, 피어내어 마침내 하나의 형태를 이루어냅니다.
그것은 유성입니다. 대기의 틈을 비집고 긴 꼬리를 남기며 유성이 떨어집니다. 백색의 권강은 마탕귀의 몸을 불태우고, 살을 태우고, 마침내 숨을 끊어낸 뒤 마양에게 말합니다.
" 어리숙한 학생마저 전장에 세운 어른들을 탓할 것이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전장에 선 학생들을 탓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니. "
엔마는 단언합니다.
" 모든 책임은 어른들의 몫이다. "
엔마는 자신의 전신에 흉흉한 강기들을 풍겨내며 자신의 뒤를 바라봅니다. 쓰러진 채 온 몸을 지탱하고 있는 다림, 친구들을 막아내기 위해 망념을 소모하고 있는 미사, 살덩이들의 정체를 알고 그것들을 해방하기 위해 수십의 망념을 감수한 진석, 그리고 다림을 지키기 위해 급히 다가오는 청천까지.
이 모든 것이 자신과 같은 어른들의 실책이라고, 엔마는 슬픈 눈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 .. 교사를 그만둘 날이 왔을지도 모르겠어. "
엔마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몸을 그대로 부풀립니다.
순식간에 온 몸에 피어오른 연푸른색의 빛을 청천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스승, 소서가 말했던 무인의 최상위 경지.
이제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여 화경化境이란 이름으로 부른다고요.
그 상상 속 꿈의 경지에 딛은 사내는, 그대로 땅을 내려칩니다.
침묵.
처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땅이 흔들리고, 우리들의 시각이 흔들리고, 우리들의 세상이 흔들릴 때.
광음.
이후는 그렇게 변화합니다.
땅이 터져나가고, 몸이 떠오르고, 세상과 하늘이 반대로 변화하며
폭음.
너무나도 거대한 소리에 귀는 잠시나마 듣는 것을 잊습니다.
그 강대한 위력 속에 휘말린 학생들은 잠시 당황스런 눈을 짓습니다. 마양은 자신의 품에서 수 개의 부적을 꺼내듭니다.
순식간에 마양의 품으로 접근한 엔마의 주먹은 공기를 터트리며 수 번의 일격을 가하고, 그것을 막아내는 마양의 눈은 조금은 놀랐을지언정. 아직은 여유롭습니다.
그 순간에 청천은 자신의 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듭니다.
자신의 삶. 자신의 운명, 자신의 시간들이 적힌 책을 들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래를 향해 눈을 돌립니다.
그 풍경은, 어쩐지 익숙한 풍경입니다.
매화나무가 가득 피었던 숲. 망념에 허덕이던 청천에게 처음으로 소서가 망념을 조절할 이유를 알려주었던 날. 분노에 눈을 잃었던 소서가 청천에게 주먹을 내질렀을 때 소서가 그것을 가만히 맞아주었던 날. 청천은 소서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왜 피하지 않았는지, 왜 가만히 있었는지.
소서는 말했습니다.
" 분노로 행한 결과는 어떠하였는지. 그것이 개운하였다 할 수 있겠느냐? "
소서의 말에 청천은 이를 갈면서도 고개를 돌립니다.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을 가지고도 의지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린 청천에게 소서는 자신의 볼 어귀에서 한 송이 꽃잎을 떼어내어 청천에게 건네줍니다.
" 힘으로 이룬 복수는 힘의 결과를 낳는다. 죽음으로서 완성된 복수는 또다른 죽음을 야기한다. 삶으로서 행한 복수는 결국 잊으라 말하는 것 뿐이다. 내가 너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복수를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란다. "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 너는 너만의 방법으로 이미 한 번의 복수를 이룬 적이 있으니 말이다. "
소서는 미소와 함께 청천에게서 멀찍히 떨어진 채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그들이 뺏은 것을 다시금 뺏어 오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지만 그것이 네가 정한 정도正道라면 고개 숙여서야 되겠느냐. "
그 부드러운 미소를 청천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 너의 길을 걷거라. 청천아. "
소년, 푸른 하늘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유독 흐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하늘입니다. 붉게 물든 하늘은 내일의 사건을 불러올 것만 같고 비릿하게 풍기는 피냄새는 그 참사를 말하는 것만 같아서요.
[ 제 3차 의념 전쟁 당시 신 한국의 가디언이었던 이청천은 의념 범죄자들의 손에 자신의 양부였던 이소서를 잃었다. 그들이 양부를 죽였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는데, 그가 이종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고 게이트를 넘어온 족속들이 살아있는 꼴을 못 본다며 저항하려던 그에게 인질들을 들이밀며 목숨을 끊을 것을 증용했고, 결국 그는 인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심장에 핀 꽃을 떼내어 자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청천이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누나. 자신에게 비밀로 숨기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는 가족들. 이청천은 그 기세로 집을 떠나 수 개월간 수많은 의념 범죄자들을 붙잡아 신 한국의 치안청에 그들을 넘겼다.
결국 그 소식은 신 한국의 국왕. 유찬영의 귀에 들어갔다. 청천은 유찬영과 만난 자리에서 몇 가지 대화를 나누었고, 곧 신 한국의 치안부장으로 임명받을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음과 동시에 신 한국으로 귀화한 수많은 게이트 출신인들의 차별을 대변하며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 그리고, 가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달이 보일 때면 자신이 하던 일을 두고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한다. ]
클라우디는 허공에 몸이 뜬 채로 붉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구름은 뭉게뭉게 흐르고 있고, 시간은 어중간히 붉은 태양과 함께하고 있으며, 주위에는 수많은 약탈자들이 있고 그들에게 피해입은 피해자들도 가득합니다.
클라우디는 하늘에 대고 숨을 후 하고 불어넣습니다. 그 의지가 반영되기라도 하듯 작은 공간의 경계가 생겨나 청천의 색을 하늘에 불어넣습니다.
그 색은 맑은 하늘입니다. 클라우디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 하늘을 보며 클라우디는 장난스런 목소리로 마양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뻗습니다.
" 그거 아시나요? 유독 하늘이 맑은 날. 햇빛도 적당히 쬐기 좋고, 바람도 적당히 차가운 어느 날의 다음날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는 일도 많다고 해요. "
미소를 짓는 클라우디의 모습에 마양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지만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 엔마는 한 걸음 떨어진 채로 마양을 견제하며 클라우디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줍니다.
" 참 이상하지 않나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어떻게 그런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고, 번개가 내려치는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지만 그것도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
클라우디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그 미소는 천진난만한 아이같기도 하고, 사람을 홀리는 귀공자와 같이 유려하기도 하고,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배우같은 매력도 있습니다.
클라우디는 손을 뻗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의념기
" 클라우디가 전해드립니다. "
찬탈자 브라한
" 오늘은 내림의 흐림 주의보. "
마양의 몸에는 수많은 계약들이 묶여있습니다. 식신을 부린다는 것은 곧 식신의 정신을 사역한다는 것. 그렇기에 마양의 정신에는 수많은 식신들의 정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툭.
클라우디는 그것들을 끊어내며 미소짓습니다.
찬탈자는 마양이라는 하나의 주권을 완전히 짓밟아버립니다. 마양을 이루고 있던 계약의 흔적들, 사역의 증거들, 마양이 다스리는 모든 것들을 빼앗고 미소지으며 클라우디는 손을 뻗습니다.
빼앗은 것들은 클라우디의 손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마양이 분노하려 하기도 전에 클라우디는 케인을 천천히 움직이며 사역의 증거를 흩어버립니다.
" 당신이 빼앗았던 그들의 정신은, 내가 훔쳐 해방시켰답니다. "
클라우디의 장난스런 목소리에 마양의 눈이 떨리고, 식신들은 갑작스럽게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분노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조종당했단 것에, 자신이 사역당했다는 것에, 자신의 의지를 잃고, 자신의 힘을 바쳐 누군가를 섬겼다는 것에!
그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 .. 이럴리 없어. "
마양은 놀란 모습으로 품에서 수 개의 부적을 꺼내들지만 반응은 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해방되었기 때문입니다. 찬탈자의 손에, 찬탈자의 힘으로!
그러나 클라우디는 흐릿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이 기회가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요. 마양은 이러니 저러니 하더라도 뛰어난 무녀. 곧 자신의 식신들을 다시금 통제해낼 것입니다.
그동안 마양을 노리는 것이. 아군에게 정해진 역할이겠지요.
" 지금까지 Mr. 클라우디였습니다. 다들, 푸른 하늘이 뜨는 날 다시 만나요. "
그 장난스런 말과 함께 클라우디는 청천으로 돌아옵니다.
치솟기 시작하는 망념을 느끼는 것은 오랜만이지만, 저렇게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마양의 얼굴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일류무사 마양의 기술 '사역'이 3턴간 봉인됩니다!
- 지훈&하루, vs 일류무사 구변무
전후설명 : 에릭 의념기 사상 예속 시전 씬에서 이어지는 상황. 이후, 지훈과 하루도 각자의 이유로 구변무에게 맞서며 히어로 모멘트를 사용한다.
※지훈과 하루 이외에 나이젤, 가람 또한 히어로모멘트를 발동한다고 선언하였으나, 이 장면들의 투표 및 등재 시점에서 해당 캐릭터들은 시트 내림 처리 되었기 때문에 히어로모멘트 씬을 등재하지 않았습니다.
- 한지훈
지훈은 바라봅니다.
유독 힘없이 쳐진 자신의 팔과, 온 몸에 전해지는 탄력감은.. 지금의 자신을 탓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검은 무겁고, 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기괴하며, 이제는 어지러운 정신은 곧 무너질 것만 같았고, 결국 무너지고 있었으니까요.
치열한 공방입니다.
자신이 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를, 전투 속에서 서로가 나누는 공격 하나하나들이.. 마치 춤처럼. 지훈의 눈을 괴롭힙니다.
지훈은 묻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이라도 벨 수 있는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지.
다시금 기억해봅니다.
그 날의 추억을, 그 날의 기억을. 힘없이 쓰러졌던 어린 한지훈이 찾았던 길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길은 이것이 맞는 것인지.
보십시오. 수많은 '수단'들은 소용이 없습니다.
보십시오. 수많은 '가짜'는 이들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보십시오. 수많은 '위선'은 이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지훈이란 그런 사람입니다.
끝없이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길은 말하자면 끝없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느 곳에 있는가, 나는 어떤 길을 걷는가. 나는, 나는, 나는!
그 수많은 질문 속에서 지훈은 떠올려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나'라는 한지훈은 어떤 사람입니까? 결국 '나'는 소모품이자 도구들보다 못한, 말하자면 쓰레기가 아닙니까?
그 추악한 본성을 숨기고 있는, 그럴싸한 포장지를 둘러싼 쓰레기가 아니냔 말입니까!
보십시오.
치열하게 검을 나누면서도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힘을 휘두르고 있는 에릭은 아직 자신의 재능을 믿진 못할지언정,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릅니다.
가람 역시도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뇌전을 내뿜고, 검로를 다듬으며, 일격을 내지릅니다.
나이젤은 아군을 보조하며 때때론 공격을, 때때론 방어를 도맡고 있습니다.
하루는 아군을 보조하며 자신의 상처를 돌보고, 그러면서도 친구들을 향해 안절부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지훈이란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에게는 무언가를 지킨다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이 존재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행합니다.
당신에게선 언젠가의 희망따윈 필요가 없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수단따위로 다다르기 위해선 너무나도 먼 길이고,
가짜로는 이들에게서 이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며,
위선으론 이들을 이해하지도, 알아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훈은 자신의 검을 쥐고 있습니다.
묻습니다.
나에게 '검'을 둔다면 무엇이 남는지.
나에게서 '의념 각성자'라는 특이점을 놓는다면 무엇이 남는지.
나에게 '친구'라는 것들을 놓는다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지.
그러나 한지훈은 무엇도 떠올릴 수 없습니다.
검 외에는 길을 생각한 적도 없으며,
의념을 각성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한지훈은 존재하기 않았을 것이고,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전장에 있을 수 없을테니까요.
그렇기에 자훈은 책을 꺼내듭니다.
펼칩니다.
소망합니다.
나에게 '가치'라는 것을 물어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책에게 묻고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나에게, 길을 알려달라는 듯이.
책장은 빠르게 넘어갑니다.
지훈의 삶, 지훈의 생각, 지훈의 마음, 지훈이 남겼던 것들. 그 모든 것을 지난 채..
지훈을 한 장면으로 끌어올립니다.
지훈은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 검은 어느 곳에나 닿습니다. 공간, 시간, 개념, 그 모든 길을 너머 마침내 한 점을 향해 검을 휘두릅니다. 그 불가능마저 베어버리는 일격은, 한 남자의 검이 섬광을 발하자 곧 무너지고 맙니다.
지훈은 자신의 검을 바라봅니다. 여전히 아득히 멀기만 한 길입니다. 에반 보르도쵸브는 지훈을 바라보고, 다시금 평범한 철검을 집어듭니다. 이걸로 백 번의 대련에서 모두 패배하였습니다.
모든 수를 읽히고, 모든 길을 읽히며, 모든 방향을 읽히고, 모든 마음을 읽히고 있기에 지훈의 검은 닿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에반은 모든 것을 비우고, 발 닿는 곳을 향하며, 마음이 끄는 곳으로 이끌고, 마음마저 흐르는 듯 두었기에 자신의 검에 닿은 것입니다.
그 가르침 속에서도 지훈은 다시금 검을 잡아들지만 에반은 천천히 검을 내립니다. 그 얼굴은 의념 각성자라 볼 수 없을 만큼 노후하고, 또한 온화합니다. 이제는 진한 주름이 새겨진 얼굴과, 백색으로 물들어버린 머리카락은 그의 세월을 추측하게 합니다.
단지. 그 강대한 힘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지만요.
에반은 익숙하게도 여기까지. 하는 짧은 말로 지훈에게 대련의 마지막을 알립니다.
닿을 수 없는 검에 패배하여 다시금 고민하는 지훈에게 에반은 말합니다.
" 여전히 자신의 검을 찾지 못하고 있군요. "
지훈은 그 말을 떠올립니다. 영웅절, 그 찰나의 순간에 보았던 셀 수 없는 수많은 검들의 모습.
손에 들고 사용하는 검이 아니라, 검사 '한지훈'이 걷고자 하는 길을 검성은 다시금 묻고 있습니다.
지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립니다. 그대로 잠들기 위해 떠난 날, 정말로 갑작스러운 하루였을겁니다.
그리고 그 날 밤, 검성은 미지의 세계로 떠났습니다. 자신의 의념을 남기고, 자신의 육신을 남기고, 그 혼만이 길이 되어 정체 모를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검성의 장례식. 수많은 사람들의 통곡과 슬픔 속에서 지훈 역시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는 여전히 강했고, 여전히 인류의 영웅이었으며, 수많은 검을 쓰는 가디언들의 스승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스승을 떠나보낸 날에도 지훈은 검을 휘둘렀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스승의 죽음에도 슬퍼하지도 않는다고, 스승의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냐고요.
그러나 지훈은 말 대신 검을 휘둘렀습니다. 검성의 마지막은 추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행복한 소식을 들었다는 듯, 마치 인류가 이제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듯 웃으며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러니 슬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고통스러울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행복한 마지막을 맞았으니까요. 다만, 제자의 마음에 먹구름을 가득 심어주었을 뿐입니다.
수없이 검을 휘두르고,
수많은 식을 만들고,
수도 없는 승리를 경험하지만.
먹구름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저 공허한 마음을 이끌고 걸음을 옮기던 지훈은 에반이 자주 쉬던 의자에 앉아, 그가 자주 보곤 하던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날의 하늘에는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푸른 파도와, 하얀 물결들이 넘실거리던 하늘과 함께, 에반은 떠났습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고, 지나치게 어두웠습니다.
지훈은 검을 들고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검을 잡고, 하늘을 향해 크게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그 검이 닿을리는 없습니다. 아무리 강한 기예를 가졌다 하더라도 하늘을 벤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지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구름을 베기 위한 검이 아니라, 구름을 걷어내기 위한 검.
지훈은 그때부터야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걷고자 했던 독불장군의 길은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결국 무언가를 믿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결국. 진심을 담을 수 없다면 무엇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숨을 내쉽니다.
검을 내쥐고, 자세를 취하고 마침내 뽑아들며 긴 선을 긋습니다.
선은 형이 되고, 형은 공이 되며, 공은 태가 되어 마침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그 깨달음 속에서 지훈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자루의 검을 느낍니다.
그 검의 이름은.. 지금은 말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창천검.
푸른 하늘을 닮은 검사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온 전신에 드는 강렬한 힘도 마음에 들지만, 가장 좋은 것은 머릿속이 이상할 만큼 맑다는 것입니다.
마치 푸른 하늘과 같이.
지훈은 검을 쥐고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베고자 하는 것은 없습니다.
무엇이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단지 휘두르기에, 닿는 것에 반응할 뿐.
그 결과는 오롯이.. 검이 내보일 뿐.
창천검
오의
그러나 지훈은 소망합니다.
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기를.
개천
- 이하루
스스로의 손을 모으고, 눈을 감습니다.
하루는 누구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을까요? 단 한 번도 도움을 주지 않았던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의념이 단순히 빛이기에 가장 연관이 있는 신성한 무언가를 찾아 기도를 올릴 뿐일까요?
신성한 성녀? 그런 것을 바라고 있었다면.. 아쉽게도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하루의 삶을 요약해보자면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에 쥔 것은 가득 있었지만 더 많은 것을 바랐고, 더 부유해지길 바랐습니다.
당장 성격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는 성격이란 것.
언제나 솔직하지만은 않다는 것.
결국 필요에 따라 이득을 저울질하기 좋다는 것.
고아원에서, 성당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랐기에 그저 '신의 은혜'란 것에 보답하기 위해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을겁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무언가에 욕심을 부리더라도 " 난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움직일 뿐이야. "라고 했을겁니다.
의념을 각성했을 때에도 그게 신의 은혜라서가 아니라 그저 " 더 많은 것을 취할 명분이 생겼으니까. " 라고.
자기 자신만이 신앙심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누구에게도 자기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닙니까?
아니라고요?
맞습니다.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지금 이 생각조차도 아마도 공포에 질려 가졌던 생각일지도 모르죠. 그러니 잊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부터 당신이 볼 풍경은, 당신을 흔들테니까요.
바티칸.
기적과도 같은 신의 빛이 내리는 곳.
그 곳에서 하루는 검은 빛의 사제복을 입고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정해둔 것은 없습니다. 단지 걸음을 걸으며 긴 시간을 죽이고 싶었을 뿐입니다. 손에는 위스키 한 잔을 쥐고 홀짝이면서요.
누군가가 본다면 신의 증명이라는 사제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을 본다면 누구나 그런 말은 잊을 것이 분명합니다.
" 세인트 하루. "
누군가가 당신을 부릅니다.
하루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봅니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
이 시대의 교황.
성 비오 13세는 하루를 바라보며 묻고 있습니다.
" 아.. 교황님이시네. "
하루는 술잔을 쥐고 흔들거리며 웃습니다.
지금의 하루라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헤이하고도, 악한 모습입니다.
" 지루해서요. "
그 말에 교황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숨을 내쉽니다.
" 그냥 이단자들 머리나 깨고 싶네요. "
말 그대로 하루의 삶은 지루해졌습니다.
신의 은혜를 믿고 성스러운 삶을 살아온 과거에는, 자신의 삶이 행복했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의 삶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그러나 자신이 구한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범인을 설득하여 자수하게 했다는 것 만으로 피해자들이 울분을 토하며 그를 돌을 던져 죽였을 때.
점점 하루는 망가져갔습니다.
자신이 행한 일이 가치가 없다곤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가 행한 일로 이루어진 결과는, 결국 자신이 치료했기에, 설득했기에, 살렸기에, 죽였기에 이루어졌을 뿐이니까요.
하루는 점점 마모되어 갔습니다.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기적을 상징하는 백색의 머리카락을 검게 물들였던 것도 그때였습니다.
사람에게 질려갔던 하루는 바티칸에서 자신을 찾는다고 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티칸으로 향했습니다. 666 죄악심의회에 들어 거짓으로 신의 이름을 퍼트리고, 그들을 이용하던 자들을 처벌하였습니다.
그저 심판과 단죄만을 행했습니다. 그 뒤에 이루어질 것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바티칸의 책임이었으니까요.
이단자를 죽인다.
이단이 아니라 죄를 가진 자라면 벌을 내린다.
그도 아니라면 살린다.
그 세 가지 판단만 가지면 되었으니까요.
그렇기에 하루의 삶은 단촐해졌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심판에, 정작 자신의 뜻이 들어가기 시작했단 것을 알게 된 순간. 이미 하루는 신의 존재에 의문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는 신의 이름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들, 자신이 이룬 것들, 자신이 해낸 결과들 모두 신의 이름으로 행하였기 때문에.. 거기서 신이라는 이름이 빠지고 나면 모두 개인의 욕심과, 개인의 잘못과, 개인의 문제로 남기 때문입니다.
가디언 칩이 붉게 물들고 곧 푸른 십자가가 하루의 손목에 떠오릅니다. 교황은 웃는 얼굴로 하루를 배웅합니다.
하루는 긴 저격총을 쥐고 있습니다. 총에는 세 쌍의 날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하루의 등에는 검은 색의 날개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한 사람에게 열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붉은 옷을 입고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포교하는 저 자는, 신은 이제 곧 돌아올 것이며 그 가치로 의념 각성자라는 자신의 파편을 내보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 말하며 게이트에서 가져온 레드 코스트를 신이 자신에게 준 약속이라 말하며 말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휘말리고, 믿으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왼손을 천천히 들어올리고, 자신의 오른쪽 눈에 손을 가져갑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이 눈에 스며들고 하루의 안구에 푸른 십자가가 떠오릅니다. 바티칸의 기적. 성 베드로의 파편을 통해 눈으로 죄악을 보는 것입니다.
죄를 상징하는 붉은 색이 선명히 피어오르고 있지만 포교자의 색은 피로 얼룩진 수많은 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죽였고, 어린 꽃을 꺾었고, 재물을 탐했고,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이들의 수많은 운명이 피를 흘려, 한 사람의 운명을 피투성이로 만든 것입니다.
총구를 겨눕니다. 하루는 입술을 열고, 천천히 말을 뱉어냅니다.
" 주여. "
신을 찾으며,
" 죄인을 심판할 힘을 주소서. "
심판의 권한을 받고,
" 내 탄환으로 하여금 주의 말씀이 이어지게 하옵시고. "
바람을 말하며,
" 악은 처벌하고 선을 수호케 하소서. "
기도를 완성합니다.
붉게 타오른 총구는 빛을 뿜어냈고, 곧 불길이 지상을 휩쓸었을 때.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도 없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이 모두가 죄인이었으니까요.
수백의 사람이 죽었지만 하루의 표정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검은 머리카락이 살짝 거칠어진 것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을 뿐입니다.
" 미워하진 마세요. "
하루는 지상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당신도, 나도, 지옥에서 다시 만날테니까. "
4. 개그 ¶
- 카사, 짐권침해
연락처를 통해 연락을 넣습니다.
[ 일본으로 간다. ]
[ 처음부터 그 생각 뿐이었다. ]
[ 너도 갈래? ]
부장이 카사에게 물어옵니다.
***
울 부장 화끈해!!!
케이지의 공포는 이미 잊었는지 서둘러 답을 보낸다.
[ㅇ]
[으]
[응.!.!!..당.근.바ㅅ.따!!.!!!]
***
[ 대신 케이지에 넣어서 다닐거야. ]
[ 넌 약하니까 ]
서럽습니다.
***
.
...
가디언칩을 바라본다.
눈을 비빈다.
바라본다.
...
네???????????????????????????????????????
도.도망.도망가.ㅑㅇ.도망가야되.양대잖아?으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앙대ㅐㅐㅐㅐㅐ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