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modified: 2018-08-27 00:56:29 Contributors
"말하기 전에 좀 더 생각이란 걸 해보시는 게 어떠실지."
이름 | 위링샤오 虞凌霄 (Yú Língxiāo) |
나이 | 17 |
성별 | 남 |
기숙사 | 백호, 4학년 대표 |
- 신장 179cm, 체중은 미상이나 매우 가볍다. 타고난 골격은 왜소하지 않았으나, 언뜻 스친 인상으로도 몸에 붙은 살과 근육이 적어 말라 보이기만 했다. 팔을 들거나 소매를 걷을 때마다 드러나는 손목과 손이 특히나 앙상스레 가늘었다.
- 목 위로 단정하게 자른 머리칼은 밝은 백색이었지만 순백이라 할 만큼 투명한 빛은 아니었다. 그런 동시에 빛깔이 탁하지도 않았으니, 가장 닮은 색을 말한다면 유백색이라 할 수 있겠다.
머리카락은 가닥이 가늘고 잘 엉키지 않는 직모였다. 아직까지는 푸석거리는 느낌 없이 적당히 윤이 돌았지만, 그만큼 상하기도 쉬운 머릿결이었다.
- 홍채는 연홍색으로 보이다가도 주황빛이 돌았고, 때때로 황적색을 비추기도 하는 모호한 색이었다. 색채를 꼭 특정해 말해야 한다면 산호색, 그중에서도 연한 홍산호의 색을 띄고 있었다면 이해하기 쉬울까.
- 눈매가 오르긴 했어도 사납다 하기엔 어려운 인상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 더 강했었던가. 시선을 내리깔 때의 눈빛을 보면 대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 눈의 검은자위가 조금 작아 시선을 위로 하면 흰자위의 삼면이 쉽게 드러나곤 했다. 그 덕에 무표정할 때의 인상이 꽤 차갑다. 사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항상 무표정했으니, 그는 매번 굳은 인상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 항상 차림새가 정갈했고, 용모는 별도의 치장 없이 단정하기만 했다. 지정된 것 외의 옷은 잘 입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름 외의 계절과 기숙사 내에서는 다른 겉옷을 걸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찬 기운에 약한지 겨울에는 특히 중무장을 하곤 했다.
- 단, 이것만은 예외인지 항상 왼쪽 검지에 혈적색 보석이 박힌 가느다란 반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 반지만은 빼는 일이 없었다.
- 다소 딱딱하고 깐깐한 면이 '없잖게' 있...지 않았다. 그는 '명백하게' 딱딱하고 때로는 신경질적이었으며, 그러면서도 기질적으로 항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남을 대하며 기본적으로 예절은 갖추었지만 할 말을 가림 없이 솔직하게 내뱉곤 했고, 태도에 온화함이 적었다. 그다지 적대적인 상대가 아니거나 불쾌한 기분이 아닐 때도 일관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봐선 그러한 태도는 습관으로 굳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냉담하면서도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는데, 남에게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았으며 폭력을 사용하는 일도 없었다.
- 매우 성실한 사람이었다. 제 의무와 역할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려 노력했고, 학업에 있어서도 게으르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미뤄두지 않고 곧바로 처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성미에 찰 때까지 일을 반복하거나, 무언가 놓친 것이 있을 때 더 예민해지는 것을 보아선 완벽주의인 듯도 하였다.
- 상기한 성질머리와는 반대로 친한 이들에게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고 다정했다. 기본적인 성격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이들을 대할 때 부족한 '배려'와 '인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
재료 | 주목 |
속재료 | 후의 갈기털 |
길이 | 24cm |
특징 | 가볍고 단단함. 검게 도색되어 있고, 손잡이 부분은 흰 사시나무로 되어 있다. |
- 코모도 드래곤. 이름은 칭샤青蕸(qīngxiá). 본 성격이 개에 가까운 탓에 항상 활기차고 신나는 거대 도마뱀이다. 특기는 낡고 지친 주인 고문하기.
링샤오: 살려줘
- 다니엘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묘두사를 맡아 키우게 되었다. 아직은 알에서 부화하지 않은 상태.
그리고 칭샤가 자꾸 알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1. 위가虞家에 관한 이야기
- 1-1. 배경
- 위虞는 각종 보석과 광물의 공예와 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순수 혈통 가문이다. 고가의 보석을 이용한 장신구와 공예품 등을 주로 만들어온즉 그들의 손을 거친 물건들은 그 모두가 귀중품이며 사치품이었다. 값비싼 것들을 다룬 만큼 그들은 오래전부터 부유했으며, 그 부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 치장과 장식을 즐겨 하는 것은 비단 마법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들의 주 고객은 마법사였지만, 머글 역시도 그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왔다. 머글 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그들은 근대 이후 머글들과의 교류를 자연스럽게 단절하였으나, 과거 교류해온 역사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상은 순혈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 위虞는 전쟁 당시 극렬 순혈주의자들이 만들어낸 배신자의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지 않을까. 그들은 직접적인 전투에는 나서지 않았으나, 그동안 모아온 재화를 사용하여 레지스탕스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금전적 손실이 상당했던 만큼 종전 직후에는 경제 사정이 잠시 위태로워졌었지만, 그들은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을 정도로 미련하지 않았다. 현재는 그마저도 안정된 상태. 여담으로, 그들이 주로 다루는 보석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산호와 진주 등의 유기 보석이다.
- 1-2. 구성원
虞海松(Yú Hǎisōng, 위하이송)
: 현 가주이자 링샤오의 아버지. 본래는 저보다 뛰어난 형으로부터 계승권 경쟁에서 밀려난 몸이었으나 전쟁 중 형이 사망한 후 가주직을 물려받고, 이후 형을 이어 저항 활동에 힘쓰게 되었다. 전쟁으로 잃은 가족은 형과 부모, 그 외 친척 다수.
虞紫薇(Yú Zǐwēi, 위쯔웨이)
: 링샤오의 여동생. 현재 12세. 아직은 학원에 다닐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 지내고 있다. 학기 중엔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근황을 잘 알 수 없지만, 최근 들어 무언갈 배우고 있는지 '공부하기 싫다'는 단말마가 담긴 편지가 그에게 자주 발송되고 있다(....)
또한 링샤오는 그녀를 매우 아끼고 있다.
그리고.....
麒蓝琰(Qí Lányǎn, 치란옌)
: 하이송의 아내이자 링샤오의 어머니. 쯔웨이의 출산 이후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사망했다.
2. 그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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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늘상 병치레가 잦았고, 감기에 걸려도 요양해야 할 정도로 허약했다. 신체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이상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곳은 호흡기였다. 앓고 있는 질환이 정확히 무엇이라 말하진 않았으나, 나타나는 병증의 양상과 사용하는 약의 종류를 보아선 천식이라 추정되었다. .....그러나 추측은 확실하지 않다.
격한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는 일이 없었고,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도 숨이 가쁜 듯 호흡을 고르는 일이 잦았다. 단순히 폐기능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 피부가 굉장히 약했다. 약한 풀잎이나 종이에도 살이 쉽게 베였고, 가벼운 장신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멍이 들곤 했다. 햇빛을 오래 보지 못해 항상 긴 옷을 입었고, 햇볕이 강한 때에는 좀처럼 양지에 나가지 않으려 했다. 특별한 원인도 없이 과민반응할 때도 자주 있었다. 광과민성 피부랬었나?
- 앞서 말한 증세 때문인지 그는 청결을 매우 중시했다. 먼지, 털, 꽃가루 등의 분진에서부터 환기 상태와 그 외 사항까지 모두 고려해 정돈해야만 심신의 안정을 찾곤 했다.
- 식사와 수면, 휴식을 조금이라도 미루면 컨디션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생활주기가 항상 정확히 일정했다.
2-2. 건강에 관련한 문제로 그는 현재 독실을 사용하고 있다. 청결, 생활주기, 환경관리, 관계에 의한 스트레스 등에 있어 룸메이트와 생활할 시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3. 프로 감점마. 그는 감점을 매우 즐겼다.
말만 들어선 그가 감점에 미친 악덕 학생 대표로 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감점하길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귀신같이 포착해 점수를 깎아댈 뿐, 누명을 씌워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트집을 잡아 부당하게 점수를 삭감하지는 않는다. 그는 어디까지나 공정한 사람이었다.
2-4. 손재주가 좋았고, 사소한 취미로 종이접기를 주 하였다.
이때 종이접기란 전통 오리가미식 규칙에 따른 종이접기가 주가 되었다. 물론 현대식 접기도 곧잘 했다. 실력이 뛰어나 때때로 남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으며, 이는 대체로 공예품으로서 평이 좋았다. 종종 자신이 만든 작품에 마법을 걸어 움직이게 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2-5. 그는 변신술에 능했다. 대상의 모습을 바꾸는 것과 생물-무생물 간의 변환에 특히 재능이 뛰어났다.
2-6. 머글 문화에 관해서는 조금 애매하게 알고 있다. 실생활보다는 학원에서 배우는 교과목 정도의 지식에만 머물러 있는 수준.
2-7. 고민하거나 생각에 잠기면 눈을 가늘게 뜨는 습관이 있는데, 이 모습이 꼭 언짢게 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보일 때가 많다.
2-8. 애칭은 링링. 어렸을 적부터 알아온 친구와 동생에게만 허용하는 애칭이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부르면 싫어하니 사용하지 말자. 그 대신 아리에스에게 샤오샤오라고 불리고 있다.
3.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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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성, 호흡, 초반과 후반부의 꽃 이름 나열, 저음 부분 참고.
5. 이어지지 않은.
- 내 무고하니 네 근상이 안온하여라.
拜启.
紫薇에게 고한다.
어제는 일이 많아 기별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즉시에 곧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만, 벌써 시간이 자정에 가까우니 발송은 내일이 되겠구나. 그러니 오늘 있었던 일을 어제라 말하겠다.
입학식에 그런 사달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덕분에 첫날부터 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잠을 설치진 않았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땅신령의 농간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집단적으로 추태를 보였다고밖에 설명하지 못하겠다.
부끄러운 이야기는 이만 하고, 근황 보고 겸 인사차 편지한다. 나는 어제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입실에 성공했으며 위기는 무사히 넘겼다. 父亲께도 잘 전해주길 바라며, 나는 그보다는 네가 무료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곧 입학할 나이가 가까우니 혹 외롭다면 너 역시 宠物-애완동물-을 들이는 것이 어떻겠나. 산 것을 돌보고, 정성과 애정을 다히는 것은 힘든 일이나 올바로 대하면 그만한 지기가 따로 없으니, 두어서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들이다면 따로 상의할 것을 잊지 말아라. 또한 너도 알겠지만 털이 난 동물은 사람 외엔 허해선 안 된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멋대로 사람을 들여서도 안 되고.
말이 길었다. 여하간 무탈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자주 기별할 터이니 너 또한 잊지 않고 편지하도록. 또, 이곳은 기후가 치명적으로 덥더구나. 모쪼록 더위를 기하고 건승해야 한다.
앞뜰의 배롱은 여전한가.
ㅡ네 친인 凌霄가.
......
再启.
무지개를 조심해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동화학원에 와선 안 된다. 납득하기 어려운 말임을 알지만 자세히 말하긴 치욕스러우니 이해하길 바란다. 그러니 부디, 제발, 학교에 다니게 되어서도 절대로 이곳엔 오지 말아야 한다. 내가 어제 그것 때문에 얼마나-(이 부분은 지워져 있다.)
다만 네 존엄을 위해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두어라. 몸소 七光을 뿜어내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 平日
걱정할 것 없다 이른 것은 거짓이었다. 수 분 휴식을 미루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몸이 그 지독한 구역의 충격을 멀쩡히 버틸 리 없다. 괜찮을 수 없었다.
눈을 뜨자 먼저 보인 것은 전날 밤에 완성하여 이제까지도 상 위에 올라 있는 편지였다. 오늘 보내겠다 했건만, 아무래도 발송을 더 미루어야겠구나. 보인 것이 편지인즉 따라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흘끗 보고선 눈을 감았다.
좀처럼 두통이 멎지를 않았다. 무의한 하루를 보냈었던가, 종일 있었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만큼이나 한만하게 앓았을 것이다. 수업엔 제대로 들었었나, 망친 일은 없는가. 무엇을 했기에...... 방이 어수선한가. 문득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리니, 이번엔 사방이 온통 엎지른 잉크로 엉망이었다. 손 근처에는 펜이 떨어져 놀고 있었다. 글을 쓰다 기진해 쓰러지기라도 했나 보지. 평소라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할 칭샤가 없었으니, 잠시 그를 내보내었던 짧은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것일 테다.
습관적으로 미간을 짓누르려다, 손에까지 만발한 액이 묻을세라 그대로 손을 내렸다. 의식하지도 못한 채 또 하루가 지나 있었다. 그 허무감에 치밀어오는 감정이, 아마 화였을 것이다. 제 자신의 허약함이 미웠는지, 사건을 터뜨린 신령들을 향한 것이었는지, 무엇을 향한 건지도 불분명한 분노였음이 틀림없었다. 기분이 불쾌하니 절로 숨이 가빴다. 그러나 지금은 도움을 구하며 의지할 상대도 없다. 고통은 저 혼자서 감내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누군가 있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늘 있는 일이었다. 시간을 두면 물러날 이상이다. 다시 눈을 감아 생각을 단순화한다. 머릿속에 무의미한 글귀를 그리며 가라앉히기에 힘쓴다. 그럼에도 상태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아서 결국에는.
"该死的....."
액이 묻지 않도록 주의하려 했었건만, 불쑥 들어온 현기증에 결국은 눈가를 거칠게 쓸어버린다. 눈이며 뺨에 검은 얼룩이 들러붙어 그렇잖아도 파리한 낯빛이 더더욱 멀겠다. 제 살을 짓씹을 듯 욕설을 뱉으면서도 말은 끝맺어지지 못한 채 흩어져갔다. 잔뜩 열 오른 눈을 짓누른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오늘이 불운해 힘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너는 언제까지고 이렇게나 앓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不眠之夜
ㅡ또.
너는 오늘 밤 죽은 '너'를 보았다.
꿈이란 모름지기 허황한 법이다. 큰 격정도 소란도 없이, 네가 눈 뜨자 그것만으로도 꿈은 끝이 났다. 악몽인지 아닌지는, 글쎄. 잘 알 수가 없었다. 너는 그저 사실만을 늘어놓은 꿈을 보았을 뿐이었다.
몸을 일으키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 손부터, 팔까지. 손가락 끝으로부터 시작하여 사지가 모두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깨워야 할 건 정신만이 아니었더라. 뜨였던 눈을 감고, 손을 뒤집어 눈두덩을 지그시 내리눌렀다. 머리가 무겁다. 함부로 일어났다간 그대로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손틈새로 뵈는 모습은 홀로 쓰는 방의 천장이다. 그 아래에 네가 있고, 옆에는 응당 밤새어 네 머리맡을 지키는 충실한 짐승이 있을 것이었다. 바싹 마른 눈을 도르륵 굴려 머리맡을 보자, 과연 짐승은 거기에 눈 뜬 채 너를 똑바로 보고 있다. 너만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혹여 밤새 네 안위가 위태로울 것을 막기 위해.
짐승의 시선을 피해 다시 위를 보았다. 안정하려면 모든 행동에 주의해야만 했다. 그렇게 힘 빠진 몸을 끄트머리부터 꾸역꾸역 일으키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였나, 첫때부터 시계를 보지 않아 경과가 모호했다. 눈 뜨는 시간 동안 하염없이 되새겼음에도 불구하고 꿈은 허황했다. 새겨낸 기억이 흩어져 점점 너를 떠나간다. 그러나 너는, 그 꿈을 잊고 싶지 않았다. 네가 모든 것을 기억해야만 했었나? 그것이 아니고서야 무엇을 위해.
"아씨오," 너는 그 즉시 잠기고 메말라 갈라진 목소리로 펜과 종이를 불러 꿈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잠들어 있었는지, 죽어있었는지도 모를 말끔한 몸. 미동조차 않고 누운 모습이 잠든 듯 보였으나 그에게 생이 없음을 알 수 있었던, 죽어있는 너와 같은 얼굴. 감은 눈꺼풀 아래 숨은 눈이 어떤 빛을 띄고 있을지는 너 자신부터가 잘 알고 있다. 꿈은 허황한 것이라 누가 일렀던가?
불쑥 네 심중에 지난 수업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트렁크의 공포가 비춘 모습이 딱 지금 때의 꿈과 같았었지. '죽음'을 보았던 것은 그 사건 때문이었을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어느 이유에서든 그것만은 확실했다. '너'는 그리도 선명하게 죽어있었다.
불을 켜지 않아 글자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필기는 썩 훌륭했다. 아무렇게나 휘갈긴 종이를 머리맡에 두고, 일어났을 때와 같이 천천히 몸을 뉘였다. 수면중에 깨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새벽 내내 잠들지 못할 것을 너는 알고 있다. 누운 까닭은 단지 휴식에 들기 위한 행동임이라.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너를 보고만 있던 짐승은 침상에 머리를 올려놓는다. 너는 그 짐승의 정성에 고마워하여 얼굴에 손을 가져다대어 비늘을 쓸었다. 그러다 유난히 거친 비늘에 잘못 쓸려나 살이 벗겨지며 피가 흘렀다. 깨어날 때 처음으로 움직였던 왼쪽 손이었다. 그것을 보고서야 너는 깨달아 탄식한다. 아, 피는 흐르지 않았지만 그는 죽어있었다. 더는 흘릴 피조차 남지 않아 죽었던 건지도 모르지.
그는 그리도 선명하게 죽어 있었단다.
새벽처럼.
- 정슬은
입학 이전, 12살 무렵부터 만나 같은 기숙사에 들어 오래 알아온 친구. 첫 만남은 그의 부친과 슬은의 어머니와의 친분을 통한 집안끼리의 교류를 통해서였다. 친구라 서술한 만큼, 그는 슬은을 꽤 친하게 여기는 눈치다. 아은阿溵이라는 애칭을 따로 붙여 부르는 것을 보면.
- 니샤카라 N. 라그나로크
같은 수업을 듣는 기숙사 선배. 특별히 친하지도 멀지도 않은 무난한 사이다. 함께 듣는 수업은 신비한 동물 돌보기.
- 아리에스 티리언
골칫덩이. 입학실 날 기차에서 처음 만났는데, 문제는 아리에스가 칭샤를 보고 달려들고, 칭샤도 신이 나서 같이 날뛰고, 그녀의 여우마저도 함께 뛰어노는 혼돈의 상황을 맞게 된 것에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거듭된 논쟁 끝에 샤오샤오라는 애칭을 허용해버리기까지 했다. 그는 현재 아리에스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절로 피곤해지는 무시무시한 신입생이라 생각하고 있다.
- 연화랑
그는 연화랑을 싫어했다. 평소 누구에게나 보이던 냉한 태도에 사사로운 반감이 더해졌으니, 내비치는 감정이 가히 혐오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이리도 반목하게 된 계기는 참 간단했다. 그와 화랑은 가문과 그 개인으로부터 사상적으로 서로 엇갈려 있었다. 둘 사이에 언쟁은 이미 당연한 것이며 소문에 따르면 때때로 폭력이 오가기도 했었다는데,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길이 없다-그가 타인과 몸싸움을 하여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다만 사실만을 이야기하자면, 그가 화랑을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