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친애하는 나의 ■■■에게
"관심 있는 거라면, 글쎄···네 마음이려나? 아하하하하! 농담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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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유이 |
성별 | 남성 |
나이 | 외관나이 18세 |
종족 | 흡혈귀 |
종족 특성 | 신체에 손상이 있을 시 빠르게 회복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의 고통은 상해를 입었을 때의 고통과 맞먹는다. |
1. 외관 ¶
본인그림
178의 키. 연두빛에 윤기 나는 머리칼을 지니고 있으며 붉은 눈은 흡혈귀가 되기 전부터 지니고 있던 것이다. 유려한 외모는 흡혈귀의 정석이라도 되는 양 뽐내지고 있으며 동공은 흡혈귀가 된 후로 바뀌었다. 신체는 대체적으로 말랐고 얄쌍하다. 자랑할 거리가 있다고 하면 피아노를 치기 좋은 얇고 기다란 손가락 정도가 되겠다.
178의 키. 연두빛에 윤기 나는 머리칼을 지니고 있으며 붉은 눈은 흡혈귀가 되기 전부터 지니고 있던 것이다. 유려한 외모는 흡혈귀의 정석이라도 되는 양 뽐내지고 있으며 동공은 흡혈귀가 된 후로 바뀌었다. 신체는 대체적으로 말랐고 얄쌍하다. 자랑할 거리가 있다고 하면 피아노를 치기 좋은 얇고 기다란 손가락 정도가 되겠다.
2. 성격 ¶
능글맞고 장난스럽다. 그러나 매사에 신중하고 무언가를 분석하려고 하며 상대를 재단해도 신중히 한다. 그는 온화하지만 냉철하며 동시에 자비적이다. 어쩌면 폭력적일 수도 있으나 그것은 특정한 상황에서의 일이니 걱정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3. 능력 ¶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인 '빛'은 성스러운 기운을 내비추지만 사용하면 자신이 데미지를 입는다. 초자연적이거나 악하고 해로운 것을 없앨 수 있으나 빛에 닿는 자신은 마구잡이로 베인 것 같은 고통을 받는다. '악하고 해로운 것'의 범위는 자신이 인식하는 개념의 범위 내에서 작용한다.
4. 특징 ¶
-흡혈귀가 된 순간 모든 신체적 기능이 멈추어 외관나이, 장기기능이 모두 멈추었다. 그렇기에 무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져 꺼려한다.
-항상 은은하게 웃고 있는다. 그 이유는 상대의 경계심을 조금이나마 무너뜨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처음 본 사람이라도 친근하게 대한다. 이 또한 상대에게서 정보를 될 수 있는 한 얻기 위해, 경계심을 무너뜨리기 위함에서 나온 것이다.
-분노가 거듭될 수록 흡혈귀의 특성인 송곳니와 날카로운 손톱이 부각되어 나오기 시작한다.
-항상 은은하게 웃고 있는다. 그 이유는 상대의 경계심을 조금이나마 무너뜨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처음 본 사람이라도 친근하게 대한다. 이 또한 상대에게서 정보를 될 수 있는 한 얻기 위해, 경계심을 무너뜨리기 위함에서 나온 것이다.
-분노가 거듭될 수록 흡혈귀의 특성인 송곳니와 날카로운 손톱이 부각되어 나오기 시작한다.
5. 미션 ¶
- 그 도시에 대하여
- 몸이 재생되는 느낌과 그에 더불어 치유됨에 따라 느껴지는 고통 같은 건 없었다. 질끈 감은 눈을 떠보자니 낯선 숲이 있었으며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조종하듯 '도시'로 가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도시는 도대체 어디길래, 또한 이곳은 어디길래. 따듯하고도 서늘한 느낌이 몸을 기분 좋게 감쌌으나 중요한 것은 어색하고도 낯선 느낌이었다.
봄과 가을 그 사이의 것이 물씬 느껴지는 숲에서 나오니 자신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도시'로 추정되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 자신을 끌어들이려고 한 곳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더욱 경계의 대상이 되었으나,
나는 도시로 가야 해.
그 누가 묻지도 않았으나 계속 들었던 느낌. 누군가가 조종하고 또 지배하는 듯한 이 느낌. 이질감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의심할 뿐이고 그에 대치되는 도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것에 괴로워할 뿐이었다.
그러나 도시로 들어섰을 때는 무언가 달랐다.
미묘한 느낌. 그것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아주 잠깐 동안 저항감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착각일 수도 있을 정도로 짧디짧았던 시간. 과연 이 도시는 안전한 것인가.
자신을 부러 끌어들이려는 것도 도시에 무언가 있기 때문인 걸까.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도시에 들어선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기억을 되돌아 보자. 자신은 '고향'의 세계에서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의 연유를 알아가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사하고 서적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세계인 이곳에, 느닷없이 숲속에 떨어진 것이다. 아프지 않았으니 떨어졌다고 볼 수 있을진 몰랐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숲에 누워 있었으니.
과연 이곳은 안전한 곳인가.
자신을 흡혈귀로 만들었던 그 세계보다는 안전했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품고 도시 안으로 발을 디뎠다.
- 요정에 대하여
- 한적하고도 아무런 할 일이 없어 지루하던 때. 그는 여지껏 남을 돕고 방을 빌려 하룻밤을 지내는 나날을 보냈다. 너무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손을 빌려 주지 않으면 심심할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보통 심히 일하면 지쳐서 쉬고 싶어 하지 않냐 하느냐마는, 그가 누구인가. 정통 흡혈귀는 지치지 않는다. 워낙 체력이 왕성하다 보니 지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왔고,
그것들이 나타났다.
■■■니 뭐니.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이상하고도 신비롭고도 부정적인 존재임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을 통해 추측하건대, 그것의 존재는 강력하고도 지배력이 방대한 누군가였을 것이며 봉인 같은 거라도 당했던 것 같기도 했다. 단순한 추측에 비롯된 것이지마는. 어쩌면 잠시 지나가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
죽음으로 고해하며 사죄하라는 것인가? 공포로 억압하는 존재인 것인가. 뭐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대강 윤곽이 잡혔다.
그렇다면 이상한 요정 같은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알아 볼까?
그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마을에 오래 지냈다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았기에···-혹은 상인, 도서관에서 고서를 찾아 보아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유이는 일어섰다. 그리고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무척이나 좋네요."
"그렇지. 이런 날씨면 밖에 나오기 딱 좋다네. 그건 그렇고 무슨 용건인가?"
"다름이 아니고 요정에 관련해서 말이지요. 이곳에 존재라도 합니까?"
"글쎄다. 내가 나이 90을 먹고도 이곳에서 요정이라고는 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확실히, 이곳에 요정은 없어. 소설 속에 존재한다면 몰라도."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것의 존재는 무엇이지. 확실히, 요정이라기에는 흔히들 말하는 개념의 그것보다 사악해 보이기는 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래 청년···. 자네가 본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문이 풀리길 빌겠네."
이내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고민을 시작한다.
그 먼지 같기도 한 것들은 어째서 존재도 영문도 모를 ■■■에 대해 언급했던 것인가.
살짝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 요정에 대하여 2
- 과연 그것은 어떤 존재란 말인가. 그것은 물론이고 그 ■■■는 또 무엇이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 ■■■가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없기에 말로 꺼내서 물어볼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그냥 좀 쉴까···?
두통이 차츰 나아질 때 즈음에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악한 마왕! 내가 해치워 주마!"
순진무구하고 빛나는 눈동자로 나무로 된 칼을 장난스레 휘두르는 아이가 보인다.
"용사여! 감히 나를 없앨 수 있겠는가!"
순수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니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보이는 것이 어째 익숙하다.
아이들 속에서 생겨난 빛무리 같은 것이 제가 보았던 그것과도 같아 보였다.
저것이 그것이라면 말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잊은 채로 아이들과 빛무리를 쫓아갔다.
- 조각에 대하여
- 이곳은 무언가 이상하다. 평화롭고도 몽환적이며 동화 속 세계 같다가도 기이한 것들이 도사린다. 요정 같은 것이라던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라던가. 또 무언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어쩌면 조각이라던가···.
조각?
공고문이 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조각이 바로 그의 발치에 있었고.
조각은 주황빛으로 빛났다. 그것을 들어보니 신기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러나 점점 불쾌함이 엄습했고, 갈 곳 없는 살의가 치밀어 올랐다. 대상은 없지만 명확한 분노가 그를 덮쳤다. 조각에게서 눈을 뗄 수조차 없이 조각만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분노를 쏟아내었다.
눈이 형형하게 빛났고, 손톱이 뾰족하게 자라났다. 숨이 가빠지자 주체를 할 수가 없어 조각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뒷걸음질 쳤다.
"뭐야···? 방금, 아니, 그보다···."
눈이 원래대로 차분하게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손톱은 다시 들어가 정갈한 손 모양 그대로 복구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진정하려 애쓰며 심호흡했다. 조각의 소행이 분명했으나 공고문에 적힌 그 조각이 들어맞는 것 같았다.
"서로 돕지 그래. 나는 저리로 가 볼게."
근처에서 서로 돕자는 말이 오갔다. 그래, 도울까?
조각을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변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공고문에 적힌 곳으로 향했다.
- 추락자에 대하여
-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요새 마을은 꽤나 흉흉해져 있었다. 마치 자신이 살던 세계처럼. 흉흉하기도한 세상 속에서 언제나처럼 일상을 살아감과 동시에 일말의 경계심과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 그런 점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주민의 소리가 들렸다. 그순간에 들린 소리는 악의에 차고도 자신을 경계하다 못해 증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강연을 듣는 듯이, 몰려 있는 주민들의 웅성임은 유이에게 적지 않은 위협을 주었다.
하다 못한 유이는 이곳에 남아 있기 위하여 주민들을 제치고 중심에 섰다.
"여러분들, 들어보십시오."
마치 연설을 하는 듯한 투였다. 아무래도 급하다 보니, 어쩔 도리 없었다. 최대한 이목을 끌어야 했다.
"저는 추락자입니다. 하지만 불행을 일으키거나 하는 능력은 없죠. 되레 신성한 빛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이내 유이가 자신의 손에서 빛나는 빛덩이를 만들어 내었다가 다시 껐다. 손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홧홧한 느낌이 들었지만 최대한 아랑곳 않은 체하기 위해서 참았다.
"다른 추락자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능력이 없거나 제각각의 능력이 있거나 하겠지요. 이것은 추락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다만, 저는 확신합니다. 추락자가 아닌, 혹은 주민이 아닐 수도 있는 어떠한 외부의 존재에 의한 것은 아닐까요? 당신들도 모르는 어떠한 존재 말이에요. 아주 조용히, 깊숙한 곳에서 살고 있는. 왜냐하면 저희는 악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지껏 잘 대해 주었는데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악의를 가질 이유가 있겠습니까? 추측하건대, 들어본 바로는 저희는 이곳에 추락한 것이지, 알고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유이는 설득하기를 선택했다.
- 균열에 대하여
- 어느샌가부터 하늘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떠한 현상인가. 혹은 위험한 징조인가. 유이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만 마을 주민들은 하나 같이 평소와 같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하늘에 있는 균열은 본 적도 없다는 듯이.
"얘, 혹시 하늘에 무언가 보이니?"
"하늘이요?"
어느 날, 어린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더니 아이는 이윽고 하늘을 쳐다 보았다. 그러고는 홍조를 띄우고 발랄하게 웃으며 "와, 토끼 모양 구름이다!"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과연 저 균열은 무엇이란 말인가.
유이는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고 스스로에게 청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이상한 것이 보였다. 하늘에 있던 균열이 일그러짐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유이는 저것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 그리모어에 대하여
- "하! A.A, 이 아가는 A.A의 아가 아닙니까? 소중히 다뤄야 하지요."
유이는 팔짱을 끼고 A.A를 장난스레 노려보며 질타를 날렸다.
"아가, 그리모어라고요? 참 어여쁘게도 생겼네요."
그리모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A.A에게 말하던 말투와는 달리, 다정하게 어르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유이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좋아요,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달래는 것 또한 환영이지요.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곧이어 그리모어에게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다. 아무리 제 취향 스트라이크존에 들었다 해도 흉포해 보이니,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가."
조용하고도 나긋한 목소리로 그리모어를 아가라 지칭하며 다가갔다.
"쉬, 너무 난폭하게 굴면 아가가 다칠지도 몰라요. 물론 다른 이들까지도요."
마치 자기 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보호자의 음성과도 같았다.
"다치는 모습을 아가는 좋아하나요? 적어도 좋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혹여나 아가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겠고요. 그런 것은 원하지 않겠죠? 그러니 긴장을 풀고, 잠시 가만히 있기 놀이라도 같이 해 볼까요?"
- 바벨에 대하여
- 이곳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하루? 며칠? 몇시간? 이제는 아예 시간 감각이 없어진 듯하기도 했다. 슬슬 나갈 때도 된 것 같다.
"A.A, 이제 나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A.A는 말없이 곧장 문을 가리켰다.
뭐야, 저 문은 원래 없었을 텐데.
갑작스레 허공에 나타난 계단과 벽이 무척이나 이질스러웠다. A.A가 만들어 낸 것인가?
어떤 추락자는 많이도 추락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 문을 열게 된다면 또다시 추락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작별 인사와 함께 유이는 문을 열고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추락했다.
그가 새로 추락한 곳은 그야말로 無색의 경치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전광판 같은 것들은 형형색색으로 빛이 났으나, 총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차가운 무채색의 도시였다.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리 차가워 보이지는 않았다. 한 명을 붙잡고 이곳이 어딘지 물었더니, 비ː아벨이렸다. 아무래도 도시 이름인 듯싶었다. 그리고 낯선 사람의 행색에 그는 이윽고 유이에게 '천사님'이냐며 물었다. 아무래도 추락자를 칭하는 말인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추락자에게 호의적인 듯했다. 어쩌면 극한까지도.
추락자인 걸 알았으니, 물어보는 데에는 더욱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유이는 이김에 그에게 더 자세한 정보를 물었다.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대충 그의 말로는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세계의 이름은 바벨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이에게 문득 든 생각으로는, 그에게 할 질문이 더 남아 있었다.
"혹시, ■■■에 대해 아십니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말하느라, 이질적인 느낌이 입안을 감싸돈다.
- 곰에 대하여
- 추락자인 주제에 너무 나댄다니, A.A는 추락자를 안 좋게 보는 것인가. 그에게 함부로 대하면 나도 저 꼴이 날 수도 있겠군.
그리모어의 일로 그를 질타했던 것이 생각났지만 무슨 상관이랴. 이제부터라도 몸을 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곰을 가두어 보았자 당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있습니까? 없다고 보는데요."
그래도 저 작은 곰이 가여워진 것일까, 유이는 A.A를 설득하기로 했다.
우다다 달려와 벽을 치는 것이 꽤 귀여워 보인다. 유이는 그 모습에 곰을 풀어달라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가두기만 해봤자 관리해야 하는 당신만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풀어놓고 추락하게 만들어서, 알아서 지내게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과연 먹히기나 할까. 눈을 질끈 감을 뻔한 것을 참는다.
"아니면 거래라도 하는 건요? 제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 줄 테니, 곰을 풀어 주는 겁니다."
그가 제안을 수락할지는 모르겠으나, 유이는 우선 내걸고 보았다. 어쩌면 그가 무리한 일을 시킬 수 있더라도, 가여운 곰의 모습을 보니 잠시라도 이성을 잃기라도 했나 보다.
- 오팔에 대하여
- 오팔인가? 오팔과도 같은 모양의 보석이 제 손에 건네졌다.
'이 보석을 깨뜨린다면 고객님들이 추락하신 세계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사용하십쇼.'
추락한 세계에 남아 있을 수 있다니. 영영?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던 세계에 돌아가서 그 세계의 '비밀'을 파헤쳐야 했다. 추락하며 다른 세계를 알아가 보는 것도 나름 신선한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고의적으로 깨트리는 것이어도 싫었고, 실수로 깨트려지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안타깝지만, 받지 않겠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싫으니 말이에요."
자신이 추락한 곳이 자신의 세계일지라도, 혹여나 그 전에 실수로 깨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말이다.
6. 독백 ¶
- 유이
-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아리고도, 고통스럽고도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기억하고 말고. 그 누군들 그런 일이라면 기억 못하겠니. 머릿속에서 울리는 물음에 태연하게 대답한다.
단말마였던 줄로만 알았던 그 울림은 단말마가 아니었던 것까지. 그 이전에 무얼 하였으며 어쩌다가 목을 뚫리게 되었는지까지.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고통스럽고도 끔찍했었다. 그 순간만. 비록 그 순간 뿐이었으나 아픔은 아픔이다. 갑자기 습격당해 희번득거리는 그 눈에 잠식 당하고 이빨에 목을 뚫리게 될 줄은.
그러나 그는 염원이 있었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것. 어떻게든 강해져서 죽지 않고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기를.
분명히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웃었다. 절로 웃음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그는 비록 인간이 아니게 되었더라도 끝끝내 염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흡혈귀는 특별한 상황 이외에 죽지 않으니까! 그러므로 그는 이 순간을 끔찍하게 기억하리라고는 예상치 않는다. 되레 기쁜 일이라면 몰라도.
하지만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은 조금 서운하려나.
어찌 되었든 그는 흡혈귀가 되었으니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몸을 사리던 시절과는 다르게 당당하고도 힘차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해야 할 일이 반즈음 정해져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의구심을 품어 왔던 것. 어느 순간부터 인류에 여러 종족이 들어섰는가. 그 현상을 알아보기 위함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을 제외하고 난생 처음으로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밖으로 나섰다. 그는 이제부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찾아볼 것이다.
전문가도 찾아가 보고. 수소문 해서 다른 종족의 나이 든 이도 찾아가 보자. 고서도 찾아보고. 예전에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그러나 그 순간에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는 일이었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곳으로 갑작스럽게 이동하게 될 줄은. 생판 처음 보는 곳에 떨어져-이걸 떨어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어느 도시로 들어가게 될 줄은.
- 폭설
- "그러니까 거기를 몇 명이나 갔는데. 여태 보고를 안 하고 뭘 하고 있던 거니."
미간을 짚고 신경질적으로 낮게 읊조렸다.
추락하기 전, 직전보다도 조금 더 이전의 일. 부하직원의 실수로 인하여 일이 꼬여 버렸을 때에 유이는 곤란한 심정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조폭이 이래도 돼?"
"조폭이 아니라···."
"그거나 이거나. 다 똑같지 뭐. 동종업계 아닌가?"
부하직원의 말에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아아, 뭐···난 서류 작업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젠장할. 나와 봐.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 감사합니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외치는 부하직원에 유이가 그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으며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날은 유난히도 춥고 눈이 유독 많이 내리던 날. 폭설이라도 내리는 듯이 쏴아-하고, 거센 바람과 함께 눈이 몰아치던 밤. 유이가 도착한 곳에는 쓰러진 이들이 수두룩했다.
"얘네를 다 어쩌냐···."
잠시 고민에 빠진 유이가 먼저 직원들을 회수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양팔에 몇명씩 들춰 맸다.
"거기! 멈춰! 뭐야, 또 누가 있던 건가? 얘들아, 이리와 봐!"
"넌 또 뭐니?"
직원들을 들춰 매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불러 세우는 것이 들렸다.
이런, 일이 일어나겠군.
직원들을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이내 목과 손목, 발목을 돌리며 준비운동을 하고, 뛰었다. 그들을 향해.
외마디 비명은 눈 속으로 파묻혔고 유이는 다시 직원들을 들춰 매고 생각했다.
휴가 내고 왜 여기가 이 꼬라지인지나 살펴 봐야지···.
그리고 유이는 실제로 휴가를 내었고, 이 세계의 비밀을(파헤치지는 못했지만)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가, 추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