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찾아옵니다!
손님들이 드나들기 시작하고, 선영은 잠시 대기합니다!
오늘 지명이 있다면 꼼짝없이 나가게 될테지만, 그 전까지는 순번제이니 선영은 잠시간의 자유시간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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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은 당장 본인에게 지명이 내려오자 않음에 다행이라 여기며, 경대를 열어 잠시 가볍게 몸단장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화장이 무너지지 않게 고치는 것은 기녀에게 있어 기본된 자세인 것이다.
# 자유시간을 만끽하며 잠시 몸단장을 정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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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단장을 마칩니다!
"얘! 선영아! 지명이야! 지명!"
지명이 왔군요!
오늘의 손님은 누굴까요?
누구였으면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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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가뭄의 단비와도 같던 쉬는시간도 이제 끝을 고할 시간이 왔다. 지명이 내려왔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일과를 시작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선영은 재빨리 머리 단장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며 제게 알리는 말에 이렇게 답하였다.
"지금 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어요! "
# 지명을 받고 종종걸음으로 나가보아요!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정파이면 좋겠어용 누가 됬던 무림에서 살아남기 찍게생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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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영은 기루의 가장 높고 좋은 방으로 올라갑니다!
거기에는 남궁세가의 상징, 창천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은 세 명의 사내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다들 젊은 이들입니다. 다만 남궁세가의 직계...로는 보이지 않는군요.
방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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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라 할지라도 한 정파의 일원이니 지명된 이상 깍듯이 대하는 게 예의일 것이다. 그리 생각한 선영은 꾸벅 고개를 숙여 눈앞의 손님들께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려 하였다.
# 선영이 왓져염 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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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넘치는 선영의 인사에 상대들은 굉장히 만족한듯 합니다.
방에 들어가자 상다리가 부러질듯한 음식들과 술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선영은 먼저 분위기부터 띄워보는게 어떨까요?
어떤 악기든, 어떤 노래든 아이돌 뺨을 스물 여덟대 후려치고 아스팔트에서 탭댄스를 추게 만들만큼 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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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자리에 저를 불러주시어 감사드릴 따름이옵니다. "
선영은 인사를 마치고는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로 가 앉으려 하였다. 술상에 악기가 빠지면 안되는 법이니 우선은 가볍게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띄워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춤이건 뭐건 일단 곡조를 뽑아보아야 뭘 할수 있지 아니하겠는가?
"소녀, 지금 이 자리에 어울릴만한 곡조를 준비해 보았사옵니다. 한 곡 뽑아보아도 되련지요. "
그렇기에 선영은 비파를 들고 가볍게, 술자리에 어울릴만함 밝은 곡조로 연주를 해보고자 하였다.
# 아무튼 분위기 띄우기를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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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 비파를 들고 연주를 시작하자 흥이 한껏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남궁세가의 방계들은 서로 기녀를 끼고는 시끄럽게 떠들어댑니다.
대부분은 시답잖은 내용들이지만...
"이번에 사천에서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소? 가주께서 어찌 결정을 내리실런지..."
"의외로 당가가 마교도놈들을 몰아붙인다는 모양이외다. 허허허."
"들으셨소? 이번 전투에서 당가가 아주 크게 승리했다고 말이오."
...!
양질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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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얻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철면피이다.
무언가를 들어도 들은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 연주를 계속하며 고개를 돌리는 일 없이 조용히 방계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만 기울여 보기로 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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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번 전투로 세가의 참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 않겠소."
"...아무래도. 첫째 공자께서 나가실 수도..."
첫째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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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자라면 그 남궁세가의 첫째 공자를 말하는 것일까? 무슨 일인가 의아하였으나 선영은 내색할수도 내색하지도 못하였다. 그저 조용히 비파로 곡조를 뽑으며 계속 연주를 계속할 뿐이었다.
# 조용히 내색하지 않는 채로 연주를 계속하며 이야기에 귀만 기울이기 해보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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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귀를 기울여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양질의 정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곧, 시간이 끝나고 손님들은 돌아옵니다!
야심한 새벽, 손님들도 줄어들고 한가해졌을 때 쯤.
삿갓을 푹 눌러쓴 남루한 행색의 남성이 홀로 기루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 남성을 본 어채연이 재빨리 선영에게 눈짓합니다.
'남궁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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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시다면 여기서 소녀가 시를 하나 읊어보고자 하는데, 그래도 괜찮으련지요. "
만약에 이 도련님께서 허락하였다면, 선영은 조용히, 운율에 맞춰 시를 읊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달밤에 뛰노는 작은 토끼를 주제로 한 시를 읊어보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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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술을 마시고 있을 뿐입니다.
뭐 이 정도면 지원이가 보고 허락이네! 라고 했을겁니다.
선영이 토끼를 주제로 시를 읊습니다.
귀여운 토끼. 아주 귀여운 토끼입니다.
작고 귀엽고 하얀 토끼가 초원을 뛰놀다가. 새끼들과 함께 잠에 드는 그런 내용입니다.
재원이 술잔을 내려놓고 시를 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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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읊기를 마치고, 선영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물으려 하였다.
"마음에 드시는 시이셨을지 싶사옵니다. "
잔을 내려놓으신 걸 보아하면 얼추 긍정적이든 부정적으로든 반응이 왔겠거니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왜 많고 많은 동물중에 하필 토끼를 골랐느냐? 토끼는 그나마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호불호를 느끼는 이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 아 저 된건가용? 합격 인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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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재원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술을 쪼르륵 따르는군요.
이번에는 술을 따라주어도 뭐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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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것일까, 아니면 아니 그래도 좋다는 의미일까? 선영은 내심 지금 따라도 정말 괜찮을까 잠시 고민하였으나, 이내 단순하게 생각하자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 무뚝뚝한 사내는 정말 술을 따라도 상관없어할지도 모른다.
"소녀, 한 잔 올려도 괜찮겠는지요. "
선영은 사내의 잔이 비기를 기다리다가, 잔이 비려 할 때쯤에 조용히 술병을 들어보이려 하였다.
# 공자님의 잔이 비시는대로 술을 따라드리려 시도해 보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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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재원은 가만히 선영을 쳐다봅니다.
오싹.
무언가 오싹한 기분이지만 이내 사라집니다. 곧 남궁재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영은 조심히 두 손으로 술병을 들고 술을 따릅니다.
쪼르르륵.
맑은 청주가 하얀 백자기로 만든 작은 술잔에 따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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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방금 전에 뭔가 오싹한 느낌이 지나갔는데, 설마 뭔가가 잘못되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나 선영은 일단 지금은 안심하기로 하였다. 아무튼 지금 멀쩡히 목이 붙어있으니 다행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뭐가 되었던 의연하게 있어야만 하였다. 의연하지 못하여도 의연한 척을 해보여야 한다. 기녀는 손님을 대함에 있어 감정을 드러내선 아니되는 것이다.
"후후, 감사드리옵니다. 달이 차는 것을 보며 잔을 기울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나이다. "
선영은 병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고는, 이제는 술병이 아닌 비파를 들어보이려 하였다.
"괜찮으시다면 소녀, 지금에 어울리는 한 곡 들려드려도 되련지요. "
# 허락을 받는 대로 달밤에 어울리는 잔잔한 곡조로 비파를 연주하려 시도해 보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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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재원의 묵시적인 허락 아래에 선영의 연주가 시작됩니다.
소쩍새가 우는 소리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도 침묵하고. 그 방 안과 바깥에는 오직 황홀한 비파의 연주만이 가득히 울려퍼집니다....
연주가 끝납니다!
....짝...짝...짝.
3번.
남궁재원은 딱 3번의 박수를 칩니다.
단 한 번도 남궁재원은 기녀들의 연주를 보고 박수를 쳐본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오늘로써 그 전설도 끝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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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떻게 잘 된걸까?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조용히 "좋은 시간이 되실 수 있으셨다면 이 소녀는 기쁘옵니다" 같은 겸손한 말을 해보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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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재원은 고개를 아주 살짝 까딱입니다.
그는 선영이 따라놓은 술을 그대로 쭈욱 들이킵니다.
무언가 언짢은 일이라도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