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명 ¶
현 유스티티아 공작, 페리안트 루칸 유스티티아.
4개 원소의 정령왕 중 물의 정령왕을 모시는 가문인 유스티티아 가문은 제국의 시작부터 함께했으며,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에서 공을 세워 공작의 작위를 받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히스페리온 제국의 북쪽에 펼쳐진 얼어붙은 산맥에 자리를 잡았으며, 때문에 물의 원소 중에서도 그들만큼 강력한 얼음의 힘을 다루는 가문은 없다. 이와 같은 특성 탓에 유스티티아 공작은 '이스누스(isnus; 고대어로 얼음의 주인)'라고도 불리운다.
유스티티아 가문의 사람들은 태어난 이후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춘기를 겪듯 특별한 성장과정을 겪기도 한다. 한 세대에 최소 한 명 이상은 물의 정령왕과 크게 동화되어 일종의 각성을 하게 되는데, 각성을 겪은 이들은 모두 온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큰 변화를 겪는다.
외적으로는 머리와 눈이 선명한 푸른색으로 물들며,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게 되어 예민한 사람들은 각성한 자가 주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또한 내적으로도 감정적 변화가 둔해져 웬만한 일에도 큰 감정적 동요를 느끼지 않게 된다. 따뜻한 감정은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의무만이 남아 살아가게 되는 것.
그러나 각성자들은 달리 말하면 이성을 추구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물의 정령왕과 가까워져 뛰어난 정령술사가 되기 때문에 공작의 작위를 이어받게 된다. (한 세대에 두 명 이상이 각성할 경우 둘 중 더 뛰어난 자가 공작위를 이어받는다) 물론 이러한 각성이 모두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고, 공작가를 시기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에 누군가는 유스티티아 공작을 멸칭으로 '이스테르(ister; 고대어로 얼음의 종)'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적으로는 머리와 눈이 선명한 푸른색으로 물들며,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게 되어 예민한 사람들은 각성한 자가 주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또한 내적으로도 감정적 변화가 둔해져 웬만한 일에도 큰 감정적 동요를 느끼지 않게 된다. 따뜻한 감정은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의무만이 남아 살아가게 되는 것.
그러나 각성자들은 달리 말하면 이성을 추구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물의 정령왕과 가까워져 뛰어난 정령술사가 되기 때문에 공작의 작위를 이어받게 된다. (한 세대에 두 명 이상이 각성할 경우 둘 중 더 뛰어난 자가 공작위를 이어받는다) 물론 이러한 각성이 모두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고, 공작가를 시기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에 누군가는 유스티티아 공작을 멸칭으로 '이스테르(ister; 고대어로 얼음의 종)'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리안트는 자신의 세대의 유일한 각성자였으며, 따라서 그가 유스티티아 공작위를 이어받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0대 중반의 나이에 각성한 그는 각성 후 선대 각성자인 아버지를 따라 후계 교육을 받았으며, 이후 아버지가 설산으로 돌아간 후에는(유스티티아 가문의 죽음에 대한 완곡한 표현) 공작위를 계승했다.
각성하기 전 아주 어릴 적에는 희미하게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가? 모르겠다. 다만 가족이었으니까, 이해하지 못했어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어머니는 몸이 약해 일찍이 병으로 설산으로 돌아갔다. 설산의 냉기가 각성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릴 적에 꽤나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왠지 그분과의 추억을 되새겨보면 조금은 나른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그 뿐이다. 동생은 어머니를 꼭 닮았다. 그래서일까, 동생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각성하기 전 아주 어릴 적에는 희미하게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가? 모르겠다. 다만 가족이었으니까, 이해하지 못했어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어머니는 몸이 약해 일찍이 병으로 설산으로 돌아갔다. 설산의 냉기가 각성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릴 적에 꽤나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왠지 그분과의 추억을 되새겨보면 조금은 나른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그 뿐이다. 동생은 어머니를 꼭 닮았다. 그래서일까, 동생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릴 적의 페리안트는 꽤 활동성 있는 튼튼한 아이였다. 설산의 냉기 속에서도 몇 시간을 뛰놀아도 끄덕 없었던 아이. 그래서 일까, 친척들은 일찍이 그가 각성자가 되리란 걸 점쳤었다. 몇 시간을 뛰놀고 뛰논 후엔 본 것들을 모두 몸이 약했던 어머니와 동생에게 조곤조곤 말해주는 다정한 아들이자 오빠였다.현재에 와서는 그때보다 더 신체는 강력해졌으나, 이전처럼 뛰놀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그는 이제 장성한 성인이기 때문이다.
2.1. 그조차도 알지 못하는 그의 이야기 ¶
회귀 전 페리안트는 루미너스 후작가의 차녀와 혼약한 관계였다.
북쪽의 얼어붙은 산맥에 머무르는 유스티티아 가문은 중앙 황가와 관련된 권력에 항상 메말라있었고, 마침 루미너스 후작가의 두 딸의 미모와 성품이 뛰어나다 하니 그들 중 한 명과 페리안트가 연을 맺게 하자는 가신들의 제안이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이를 승낙해 어릴 적부터 루미너스 후작가에 종종 찾아가 페리안트가 후작가 여식들과 안면을 트게 했다.
어릴 적 마음이 따뜻한 소년이었던 그는 두 딸 중에서도 비교적 자신과 나이 차이가 적으면서도 사생아라는 이유로 소외받던 크엘티아를 외면할 수 없었다. 가능하면 적녀인 동생 쪽과 어울리길 바랬던 가신들 입장에서는 한탄스러울 일이었지만, 그런 가신들의 마음도 정치도 모르는 어릴 적의 그는 크엘티아를 꽤 친하게 어울렸다. 그녀를 이성으로 보았는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아마도 유스티티아 가문의 각성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크엘티아와 혼약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어릴 적 마음이 따뜻한 소년이었던 그는 두 딸 중에서도 비교적 자신과 나이 차이가 적으면서도 사생아라는 이유로 소외받던 크엘티아를 외면할 수 없었다. 가능하면 적녀인 동생 쪽과 어울리길 바랬던 가신들 입장에서는 한탄스러울 일이었지만, 그런 가신들의 마음도 정치도 모르는 어릴 적의 그는 크엘티아를 꽤 친하게 어울렸다. 그녀를 이성으로 보았는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아마도 유스티티아 가문의 각성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크엘티아와 혼약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하지만 그가 각성한 후, 상황은 급속도로 변화하였다. 감정이 얼어붙은 그는 크엘티아와 함께 한 추억은 가지고 있으나, 더 이상 그녀에게도 특별한 무언가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 때를 놓치지 않은 가신들은 빠르게 루미너스 후작가의 적녀와 그의 혼약을 추진하였고, 그는 이를 따랐다. 한 때 자신과 친밀했던 추억을 잊지 못한 크엘티아가 후작가에 불행을 몰고 온 것은, 그가 알지 못했던 미래의 이야기.
3.1. 크엘티아 ¶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페리안트의 약혼녀. 어릴 적부터 혼담이 오간 두 가문이었기 때문에, 그와 크엘티아는 오랜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오래 전, 그가 각성하기 전에는 분명 사이 좋은 친구 사이였으나 그가 각성한 현재로서는 이제 혼담의 의무의 감정만이 남아있다.
...남아 있는 게 정상일 터, 페리안트는 어느새부턴가 무언가 어긋나있음을 느꼈다. 뇌가 가진 기억은 얼어붙은 감정과 분리되어가기에 기억 속 감정과 현재의 그가 느낄 감정의 괴리는 그가 기억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의 괴리는 조금 달랐다. 미묘하게, 원래 자신이 기억하던 크엘티아와 다른 느낌.
유스티티아 공작령의 정령들은 어딘가 그녀가 위험하다고 그를 말리려 들지만, 어긋남의 원인을 알고 싶은 그는 오늘도 크엘티아의 접근을 막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언젠가부터는 기다리게 되었다.
이건 분명 위험하다.
...남아 있는 게 정상일 터, 페리안트는 어느새부턴가 무언가 어긋나있음을 느꼈다. 뇌가 가진 기억은 얼어붙은 감정과 분리되어가기에 기억 속 감정과 현재의 그가 느낄 감정의 괴리는 그가 기억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의 괴리는 조금 달랐다. 미묘하게, 원래 자신이 기억하던 크엘티아와 다른 느낌.
유스티티아 공작령의 정령들은 어딘가 그녀가 위험하다고 그를 말리려 들지만, 어긋남의 원인을 알고 싶은 그는 오늘도 크엘티아의 접근을 막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언젠가부터는 기다리게 되었다.
이건 분명 위험하다.
3.1.1. 회귀 전 관계 ¶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그대는 왜 자신의 여동생을 죽이려고 했던 거지?”
건조한 냉기만이 감도는 감옥의 창살을 감싸쥐며, 페리안트는 크엘티아에게 물었다.
당신을 원했기 때문에, 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고, 페리안트는 눈을 감았다.
감정은 얼어붙었으나 그녀와 함께 한 추억은 페리안트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그녀가 제 동생을 죽일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왔지만,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그녀는 이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페리안트는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원인을 되짚어본다. 각성한 후 자신이 기억 속 자신과 달라져버린 탓일까? 그렇다면 유스티티아 가문의 각성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 걸까. 생각의 꼬리를 잡고 잡던 그는 결국 모든 것에서 눈을 감아버리고 크엘티아에게서,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서 돌아섰다.
건조한 냉기만이 감도는 감옥의 창살을 감싸쥐며, 페리안트는 크엘티아에게 물었다.
당신을 원했기 때문에, 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고, 페리안트는 눈을 감았다.
감정은 얼어붙었으나 그녀와 함께 한 추억은 페리안트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그녀가 제 동생을 죽일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왔지만,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그녀는 이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페리안트는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원인을 되짚어본다. 각성한 후 자신이 기억 속 자신과 달라져버린 탓일까? 그렇다면 유스티티아 가문의 각성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 걸까. 생각의 꼬리를 잡고 잡던 그는 결국 모든 것에서 눈을 감아버리고 크엘티아에게서,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서 돌아섰다.
3.2. 니체타 모르가나 ¶
유일한 동생이자, 어머니를 꼭 닮아 병약한 여동생. 어릴 적 그는 니체타를 아낀 다정한 오빠였고, 현재도 가족으로서 의무적 감정이 남아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며 그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있다. 그녀를 볼 때면 어머니를 기억할 때처럼 어딘가 풀어지는 걸 느낀다. 차갑디 차가운 유스티티아 가문의 각성자 기준으로 이는 꽤 각별한 대우기 때문에, 니체타는 자연스럽게 유스티티아 가문의 금지옥엽 여동생이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병으로 설산에 돌아가기 전, 혹여나 자신이 각성하더라도 니체타만은 다정히 대해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이 있었다. 이것은 어머니의 부탁에 대한 의무다. 각성으로 인해 감정은 무뎌졌으나 기억 속 다정한 자신을 흉내낼 수는 있었다. 그저 그 뿐이다.
최근에 갑작스레 바뀐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는, 역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몸이 약한 그녀가 수도원에 가기 전 그 동안 부리지 못했던 투정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어느 한 가신의 조심스러운 추측에, 그는 이 가설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변화를 납득하였다. 니체타는 어머니처럼 몸이 약해, 얼어붙은 산맥의 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차라리 수도원에 보내 산맥의 바람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병으로 설산에 돌아가기 전, 혹여나 자신이 각성하더라도 니체타만은 다정히 대해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이 있었다. 이것은 어머니의 부탁에 대한 의무다. 각성으로 인해 감정은 무뎌졌으나 기억 속 다정한 자신을 흉내낼 수는 있었다. 그저 그 뿐이다.
최근에 갑작스레 바뀐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는, 역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몸이 약한 그녀가 수도원에 가기 전 그 동안 부리지 못했던 투정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어느 한 가신의 조심스러운 추측에, 그는 이 가설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변화를 납득하였다. 니체타는 어머니처럼 몸이 약해, 얼어붙은 산맥의 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차라리 수도원에 보내 산맥의 바람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3.3. 로즈센트 ¶
크엘티아가 종종 유스티티아 저택을 방문할 때면, 작은 소녀가 그녀를 항상 섬기는 종으로 따라오는 것을 보았다. 크엘티아에게서 느껴지는 어긋남의 원인이 혹시 저 아이일까? 느껴지는 기운이 묘하다. 만일 저 아이가 크엘티아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원인이라면, 저 아이를 치워버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