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𝕐𝕠𝕦 𝕒𝕣𝕖 𝕥𝕙𝕖 𝕤𝕦𝕞𝕞𝕖𝕣 𝕠𝕗 𝕞𝕪 𝕝𝕚𝕗𝕖 ¶
그녀의 사명은 그 누구도 아는 이 없어 전해지지 않는다.
전전대 토파즈의 축복을 받은 마법소녀 이브. 허나 11월의 마법소녀는 아니었다. 정령은 귀걸이의 큐빅에 깃들어 있었다. 그 이름은 다수의 기록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환한 백금발과 짙은 호박색 눈을 가졌던 소녀. 토파즈의 마법소녀가 으레 그렇듯 잔걱정 많고 다정했던 아이. 고아원에서 자라 출신도 국적도 본명조차 모르고 이브라고만 불렸지만 그런 것 신경쓰지 않고 항상 환하게 웃던 소녀. 그녀는 오래 전에 죽었다. 이제는 기억하고 추모해주는 이조차 없이. 누구도 그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없어야 했던 사람처럼.
- 꿈인가 싶다가도 네가 떠오르니까 그 밤은 진심인 거야
3.1.1. 리비아 에반스 ¶
언젠가 반드시 올 상실에 네가 무너지지 않고 강하고 착한, 내가 좋아하는 리비아로 남아 줬으면 해. 상냥한 리비아는 계속 상냥하게 남아 줘.
가장 친했던 절친한 친구. 생전 마지막으로 대화한 상대. 누구보다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마법소녀. 똑같이 열셋에 각성해 열일곱까지 함께했고 우린 어쩜 이런 것 까지 같냐며 깔깔 웃곤 했다. 이브가 리비아에게 털어놓지 못할 것은 없었고, 아마 반대도 마찬가지이리라 믿었다. 이브는 물망초가 떠나고 언젠가 홀로 남을 리비아를 걱정했다. 리비아를 믿지만, 많은 삶의 풍파에 일찌감치 닳아버린 이브는 슬픔에 떠내려가 자신을 잃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었다. 리비아의 상실이 가능한 한 아프지 않길, 고독하지 않길 원했고 그 상실을 딛고 다시 살아 주기를 바랐다. 다이아몬드의 마법소녀로 강하게 빛나는 리비아를 정말 좋아하니까. 그 모습 그대로 다이아가 영원하듯 그리 영원히 남아줬으면 했다. 그 곁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리비아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너무 오래 슬프지 않게. 결코 부서지지 않았으면 했다. 잔걱정 많은 이브가 평생 걱정한 상대였고 마지막으로 걱정한 이가 있다면 아마 리비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