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김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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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세계관	방사능 아포칼립스

20XX년, 핵전쟁이 벌어진 이후의 아포칼립스 세계관.

김은오. 스물 다섯. 자칭타칭 좀도둑. 작은 체구와 흐린 존재감, 민첩한 몸놀림을 솔찬히 이용해 주인이 없는 물건은 물론이요 있는 물건까지 제 것으로 만들곤 한다. 그 덕에 존재감만큼이나 양심도 흐려진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개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뻔뻔한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격.

다만 최소한의 도덕관은 남아 있는지 타인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일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도둑질은 하더라도, 살인이나 폭행같이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꺼린다. 본인도 위선임을 인지하고 있어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히 입을 다문다.

찾아보면 꽤 많은 생존자 무리들이 남아 있지만, 그는 그 어떤 조직에도 속하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거래를 하는 일부 생존자들을 제외하면 깊이 관계를 맺은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한 편.

소지품은 커다란 배낭과 방독면, 보존식품 몇 종류와 생수, 그리고 탄창이 빈 권총. 빈 경찰서에서 주운 것으로 위급 상황 시에 협박용으로 써먹는다.

3.1. 352편집

지지리도 운이 나빴던 날, 누군가의 소지품을 슬쩍하려다 발각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죽기 직전까지 얻어터졌고. 상대방이 한눈을 판 사이 도망쳐 아무 골목길에나 몸을 숨겼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그와 마주쳤다. 한껏 날을 세우는 그녀에게 꿋꿋이 응급처치를 시도하는 모습이 그 당시에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군 줄 알고 덥석 도와준대? 라며 비아냥거렸던가, 아니면 순진해 빠졌다고 조소했던가.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그렇게 연이 닿아 요즘도 치료나 약이 필요할 때면 그의 약국을 찾고 있는데...

첫만남에서도 느꼈지만, 이 인간은 호구가 분명한 것 같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분명하다. 이런 사태에 무상으로 진료를 본다는 건 둘째치고, 제 뒷통수 치고 도망간 인간은 뭐가 예쁘다고 웃으며 반기는지. 옆에서 보고 있자니 자신의 복장이 터질 지경이다. 힘들지 않냐고 걱정할 때마다 '무슨 상관이야' 내지는 '신경 꺼' 따위의 반응이 돌아오곤 하지만, 그래도 내심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날그날 발견한 물건 중 의약품이 있으면 그에게 가져다 주곤 한다. 치료의 대가 겸, 어차피 자신은 가지고 있어 봤자 쓸 줄도 모르니까.

3.2. 353편집

긴 인생은 아니었지만 온갖 이상한 인간들은 유형별로 만나 보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특히 시국이 이 모양이 된 이후로는. 그런데 이 인간은,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놈인 것 같다. 전쟁 이전의 과거사는 알 필요도 관심도 없어 굳이 묻지 않았지만 입은 옷이 병원복이라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병원에서 탈출했나 보다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병원이 정신병원이었나 보다. 어느 날 뜬금없이 친구가 필요하다며 제멋대로 달라붙은 건 자신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널을 뛴다. 발랄한 것 같다가도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패악을 부리고, 그 모습에 열이 뻗쳐 화라도 낼라치면 설설 기기까지. 심지어 무시하면 제 물건에 손을 댄다. 훔치려면 차라리 눈에 안 띄게 가지고 사라질 것이지, 대놓고 보라고 하는 짓처럼 허접스럽기 짝이 없어 신경을 긁는다. 확 버리고 싶은데 버린다고 버려지지도 않을 것 같아서 지금은 적당히 자포자기한 상태.

3.3. 354편집

큰 접점은 없다. 먼발치에서 몇 번 보았던 게 전부고, 그마저도 눈에 띌라치면 자신이 먼저 도망쳤다. 로사의 대원 몇 명에게서 물건을 슬쩍한 적은 있지만 그에게는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첫째 이유는 그녀의 직업 특성상 생존자 무리와 마주치면 좋을 일이 없어서. 실제로 지금까지 다른 집단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전부 끝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내쫓기거나, 본인이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거나. 둘째는 옷가지 너머로 보이는 눈이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서. 그 싸이코 같은 눈이랑 마주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나 뭐라나. 손 대다가 걸리면 뼈도 못 추릴 상이라며 기피 대상 리스트 1호에 올려 놓았다.

3.4. 355편집

그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나, 자살동문회라는 단체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다. 날 잡아서 털어가려고 점찍어 뒀던 건물이 그들의 테러로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눈물을 삼킨 적만 몇 번이던가. 안 그래도 모자란 물자를 굳이 왜 생으로 날려먹는 건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들 중 하나.

3.5. 356편집

거래를 위해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쪽에서 멋대로 친구라고 생각하던지 말던지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라고 주장한다. 묘하게 깔보는 것 같은 인상이 마음에 안 든다. ROSA의 대원이며 354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는 정보도 많지 않아서 더 그럴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상대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험한 세상에서 사람 함부로 믿는 거 아니랬다. 특히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더더욱.

3.6. 357편집

치료를 받을 때나 의약품을 발견했을 때 매번 마주치는 인물 2. 352가 자리를 비웠을 때는 대신 그녀에게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 당최 어디서 이런 호구가 둘씩이나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나름 (352에 비해서는) 성깔도 있어 보이고, 할 말도 다 하고 사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봤자 조금 덜 만만한 호구일 뿐이지. 그래도 매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고맙긴 한지, 외출한 그녀와 약국 밖에서 마주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해 주곤 한다. 이를테면 어디는 사고가 일어나서 위험하다더라, 어느 동네는 전염병이 돌아 분위기가 흉흉하다더라 하는 경고나 어디에 버려진 병원이 있는데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 같다더라 하는 정보 같은 것들.

3.7. 358편집

아마 몇 번 스쳐 지나간 얼굴일 것이다. 358이 속한 생존자 집단은 많은 인원에 비해 보안이 그렇게 철저한 편은 아니었으니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 물자에 손을 대는 그녀 덕분에 집단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은 '전부 훔쳐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 쓸 정도만 가져가는 건데 뭐 어떠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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