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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안개꽃과 검은 장미 - 조각엮기3

last modified: 2015-04-27 02:57:15 Contributors


본 항목은 본 스레의 캐릭터들의 조각에 대해 수록하고 있습니다.




1. 열한 번째 조각 : 체스피스를 들여다보다


(88판 수록. 조각 내용 일부가 잘려 있어서 올리고 갈게요. 전 아일리주에요.)


[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동그란 은구슬이 보송보송 달린 편지봉투에 군데군데 죽죽 그은 자국이 선명한 편지지에 가지런한 글씨가 적혀져 곱게 접혀들어가

' 아나이스 ' 와 ' 나이벤티아 ' 에게 동시에 두 장 날아갑니다 . ]



그라운드 바깥에서 서성이던 그림자 하나가 재주를 넘다 사라집니다 .
가볍게 두들기는 탬버린처럼 산뜻한 비트의 음악은 절망을 노래하기에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
옛 도시의 아방가르드처럼 문득문득 떠오르는 옛 추억을 끄집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촉매가 되어줄 수도 있겠지요 .
손목에서부터 시작되어 연결된 인연의 끈을 손에 움켜쥐고서 평평하지 못한 돌길을 걸어가는 당신들을 바라보며 운명의 여신들께서 그대들에게 미소짓는 것을 보면 안개 속에서 빛을 본 것만 같아 미소가 떠오릅니다 .
당신의 영혼은 살인마의 것 .
수면을 핑계로 수면 아래에서 숨을 내쉬는 거대한 고래 한 마리 .
당신도 수많은 고래 중 하나이자 수많은 새들 중 하나 .


ㅡ 작은 새를 손에 넣어서 옆에서만 노래부르게 만들었어요 .
아아 , 그래 . 이것은 뻔한 멜로디 .
어딘가의 카페에 앉아서 있다 멍하니 떠올릴법한 이야기 .
붉은 꽃을 그리던 아이가 오늘도 제일 먼저 다가와 자신을 지우기 시작했어 .
눈을 뜨면 만들고픈 홍화 ( 紅化 ) .
그런데 그것을 가라앉히는 박제된 작은 새 .
여행비둘기는 이미 멸종되어 사라져버린지 오래입니다 .
사라져버린 하나의 줄기 속에 피어오른 것은 이름 모를 작은 꽃 .
이름없는 자가 부르는 음유의 가락 속에서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의 숨결에는 기분나쁜 비릿함이 묻어나옵니다 .
산뜻하게 떠나는 여행길의 끝에는 그 어떠한 것도 자리잡지 못해서 .

당신을 위한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싸보아요 .
바늘과 압정을 넣은 찰떡을 뭉쳐 보슬보슬하게 담아두어보아요 .
황산을 섞은 소다수를 부으며 모두에게 축배를 .
비상을 넣어둔 쿠키를 나누며 하늘의 하늘에 감사를 올려요 .
죽은 기름이 들어간 휘핑크림을 섞으며 콧노래를 불러요 .
장소도 틀림없이 당신과 딱 어울리는 고고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눈여겨보아요 .
모두가 안개 속에 잠겨들어가는 아름다운 호수와 안개의 성 안에서 연회를 열어보아요 .
그대가 만들어내는 불행의 호수 속에 모두를 모아보아요 .
행복한 얼굴로 방실방실 웃는 작은 천사를 지키는 고결한 창 .
만약 끝도 없이 떨어지는 무간지옥이 존재한다면 , 당신과 당신의 꼬마 연인은 틀림없이 지옥 밑바닥까지 떨어져서라도 누군가에게 속죄해야겠지요 .

유폐된 노란 병아리를 잡아 부리를 부러뜨려보아요 .
겉으로는 밝게 보이지만 속은 곪아들어간 영혼에게 축복의 키스를 나누어주어요 .
봄날에 피어난 벚꽃잎을 뿌린 드레스를 입고선 하롱하롱 흩날리는 텅빈 유희를 , 유희를 .
당신이 나의 봄이시라면 , 나는 당신의 꽃이 되어 부서지겠나이다 .
옥처럼 찬란하게 부서지며 , 나비처럼 화려하게 불탈 것입니다 .
스스로 목을 부수어 목소리를 잃은 목각인형은 무어라 할 말이 있을까요 ?
무한한 조각을 지나가며 끝없는 여로형 소설을 써내려가는 누군가의 슬픈 자조 섞인 웃음이 아름답게 피어나리이다 .
ㅡ 마녀가 된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 ?
몇천년 전의 아이는 성의 어두운 복도를 지나 언제쯤 도착하게 되는 걸까 .
길고 긴 나선계단의 끝에 다다르는 것은 빛인가 , 어둠인가 .


판을 망치려하는 움직임이 보이면 가장 먼저 달려가 창을 겨누는 그대의 영혼에는 곧게 선 날이 보입니다 .
그대의 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은 , 아아 그래 . 애정으로 포장하고 기워내는 게 가능한 것 .
게임에 간섭하며 이 세계의 룰에 불복종하는 당신의 모습은 틀림없는 ' 광대 ' 의 마녀 .
무엇이든 자살로 몰아가는 기쁨은 틀림없이 재미있을 것입니다 .
무엇이든 당신의 장난감이 될 것입니다 .
틀림없이 오게 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영혼은 누구 ?
ㅡ 어느 쪽이든 , 기다려보겠습니다 .

.
.
.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



「 열한 번째 조각 . 체스피스를 들여다보다 」

아나이스 & 티아 조각은 아직 덜 밝혀진 부분이 .
챕터 진행하면서 더 밝혀질지 아닐지 결정 . 애니마와 마찬가지 .



2. 열두 번째 조각 : 손끝에 노니는 소실의 그물


[ 곱게 접혀져 싱그러운 풀잎들이 가득 그려진 편지지의 겉봉에 싸인 양피지 편지가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 시안 ' 에게 날아갑니다 . ]

* 수록된 편지의 내용은 유폐 새틀라이트의 ' 밤벚꽃에 너를 숨기고 ' 라는 노래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 일종의 참고자료 및 부분 패러디 .



밤벚꽃에 추억을 심어두고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존재가 보였나이다 .
바라다보이는 풍경은 사람 없는 검은모래빛의 바다 , 불꺼진 등대 . 부서진 풀잎피리 .
그대의 불꽃은 아름답진 못했지만 , 뭐 슬프게 보였다면 구경거리로는 괜찮았겠지요 ?

저 멀리 떠올라 휘엉청 빛나던 달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던 , 호수에 잠긴 양초는
그 자신의 촛농과 심지를 태워가며 흩뿌려지는 달빛을 응시합니다 .
부서져가는 달을 응시합니다 .
이제는 그 빛조차도 쓸모없게 되어 가증스러워진 빛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맨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들었나보군요 ?
오늘밤에도 밤벚꽃을 붉은 술잔의 벗삼아 띄웁니다 .
밤벚꽃에 부서진 달빛조각을 띄워두고 다함께 쓴맛나는 술을 들이켜보아요 .
혀로 음미하고 , 눈으로 음미하고 , 향으로 음미하고 , 종편에는 심장으로 .
이성을 잡아도 취해버려도 보이는 것은 도깨비불 , 도깨비불 .

반딧불이가 둥실둥실 떠다니며 초록불빛을 빛내나이다 .
오늘도 주위를 비춰보자 , 희미한 네온빛 아래에 펼쳐지던 것은 한 무리의 들꽃들 .
당도 높은 이슬은 오늘도 반디들에게 외면받나이다 .
한지에 쓰여진 먹물 담은 난초는 오늘밤에도 맑은 물빛에 씻겨져 세초되나이다 .
씻겨져내려 흘러가는 검은 먹물이 슬피 우는 것은 무엇 때문이려나요 .
발밤발밤 , 드문드문 밟히는 발자국마다 찍혀가는 것은 짓밟혀가는 풀들과 풀벌레들뿐 .
하고 싶은만큼 날뛰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이지요 ?
얼마나 날뛰는 것은 , 두 번째의 일 .
하고싶은 대로 하면서 날뛰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 말 .
미련을 한껏 담아 비웃는 탄내나는 깃털은 누굴 향해 비웃어줄까요 ?
미련조차 남지 못해 물 위에 남는 것은 잿가루와 잿가루 .
물로 씻어내지조차도 못하는 한 가닥의 실가닥은 붓과 벼루를 들고서 쓰윽 덮어씌우면 될지도 모르는 일 .
늦던 빠르던 결과는 똑같아 .
느리게 걸어가던 빠르게 뛰어가던 닿는 것은 하나의 끝 . 그대에게 남은 것은 하나의 끝 .
그대의 의사 따위는 고려하지 않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오늘도 가장 먼저 도착지에 도착했나이다 .
뒤돌아볼 이유 따윈 이미 물결에 씻겨져 내려가버렸어 .

미련이 둥둥 떠올라 물위에서 녹아내리는 촛농을 희롱합니다 .
달은 아름답기에 , 아침은 새벽의 손을 잡고 달려옵니다 .
하늘로 숨어버린 걸까나 ? 벚꽃에 숨어버린 걸까나 ?
외로운 몽상의 하얀달은 이제서야 하늘로 .
땅 위의 쓰르라미 소리에 발이 묶은 불꽃송이는 하롱하롱 개화해 일만 송이의 팬지꽃을 피워냅니다 .
사계절 내내 즐기는 꽃놀이와 여명의 눈동자는 틀림없이 유희의 절정일 터 .
연모의 마음을 물거품에 숨겨둔 채 절정의 풍경을 마음 속에 깊이 품고서 가라앉아간 아름다운 인어의 이야기를 술잔에 담고서 .
집착의 마음을 날갯짓에 숨겨둔 채 애상의 풍경을 마음 속에 깊이 품고서 떨어져내린 또하나의 별들의 이야기를 달빛에 담고서 .
태양이 떠오르는 때는 언제인가 .
세상을 일깨우는 소리는 결국 오늘도 시끄러운 소음이 되어갈 뿐 .
일시간의 즐거움은 곧이어 미숙한 허무함을 낳을 뿐 .
풀린 눈과 머리와 옷은 균형을 잃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
소리 없는 은방울 달린 비구니는 물 위에 서서 무아의 춤을 추는구나 .
수면에서 일렁이는 촛불을 가진 그대여 .
고요히 타오르는 불꽃을 , 부디 땅 위로 끌어올려 주시게 .
불빛을 땅 위에 퍼뜨린다면 , 그대의 이름에 걸맞는 또다른 연회가 벌어지리 .
너의 옷에 맞는 재로 지은 날개옷을 지어주리 .
별이 걸어간 길을 따라 , 촛농을 추스르고 촛불이 걸어갈 차례 .

주변의 소음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거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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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 번째 조각 . 손끝에 노니는 소실의 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