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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 살인범 K 파일 』 (1995.4 / 확인자: 이재용 경장)

last modified: 2018-08-01 12:06:36 Contributors







BGM






이것이 경기도 XX시 12명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게된 계기라면 계기일까..







차트 오픈. 끔찍하게 난도질 당한 피해자의 사진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강력반 팀원 이재용 형사가 희생자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첫번째 피해자의 몸에는 수십차례의 자상. 두번째 피해자는 사지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 세번째는 골절, 파열, 파상등의 복합적 내상으로 사망."



살이 찢긴채 훼손된 시체와 기계로 잘라낸듯 깔끔한 단면을 사지에 남긴 사진. 현장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일그러진 얼굴.



강력반 팀장 조영담이 이형사가 앉은 테이블쪽으로 사진들을 보기 좋게 하나하나 밀어준다. 피해자가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 설명을 덧붙이며.




"네번째 피해자는 머리만 달랑 남겨두고 살점 몇개 제외하면 아무것도 안남았어."
"사람을 지점토처럼 찢어 발겨 놓다니 완전 미친새끼가 따로 없구만."

누가 보아도 손쉽게 저지를수 없는 현장의 모습. 조팀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막 한장. 네번째 피해자의 사진을 이형사에게 던져준다.




"감식반 애들이 건진건 없댑니까?"

난생 처음 보는 시신의 모습에 이형사또한 침을 꼴깍 삼킨다. 엽기적으로 살해된 사진들을 더는 볼수 없다는듯 한쪽으로 치우며 조팀장에게 묻는다.




"없어. 하나도 없어. 실오라기 하나, 지문 하나조차도 못찾았댄다. 뭐 증거 하나라도 흘려줘야 사건에 진전이 있지.."

조팀장은 이형사의 질문에 대답을 끝내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거참 그 새끼 철두철미하네. 아, 잠시만요."

답답한 마음은 이형사도 마찬가지. 그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은채 고민을 하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때, 그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삐삐소리.

그는 잠시 실례하겠다는듯 짧게 말하고 삐삐를 꺼내 번호를 확인한다.



"야 임마. 아직도 삐삐쓰냐?"

조팀장은 이형사가 삐삐를 만지작거리는걸 보다가 이형사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등을 툭 치고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잠시후 그의 손에 쥐여진 것은 휴대전화.

마치 자랑을 하듯 은근슬쩍 꺼내든 휴대전화의 키버튼 덮개를 열어 버튼을 누르는 시늉을 한다.



"형님 또 충동적으로 지르셨네."

그러나 이형사는 별로 부러운 눈치가 아니다. 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조팀장의 손에 들려있는 휴대전화로 시선을 옮긴다. 그에게 있어 휴대전화는 주변에서 얼마 볼수 없는것이라 신기하다는 생각정도일뿐이다.



"난 삐삐 쓸랍니다."

이형사는 웃는둥 마는둥 미적지근한 표정으로 일관하다 조팀장의 손을 쳐내며 자기 손에 쥐여진 호출기를 흔들어 보인다. 그때쯤이었을까.




"조반장님! 또 터졌습니다!"

문이 급히 열리며 강력계 형사 한명이 조팀장을 찾는다. 숨까지 몰아쉬며 다급히 찾는것을 보면 무언가 또 다른 사건이 터진 모양이다.











수십분 후 사건의 현장에 도착한 조팀장과 이형사는 노란색 폴리스 라인을 넘어 감식반원들의 사이로 들어간다.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주변은 경찰들에 의해 확실히 통제되고 있었고 현장의 보존을 방해할만한 요소는 없었다.

현장에는 흩뿌려진 피, 수십개의 작은 살조각. 그리고 뱃살과 장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빈껍데기일뿐인 시체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누가 막내좀 챙겨라!"

처참한 시신의 모습에 막내 형사가 구역질을 이기지 못하고 속을 게워낸다. 보다 못한 조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막내를 가리키며 누가 좀 쟤좀 챙기라 외친다.

"뭐 좀 발견한거 있냐?"

조팀장은 시신의 잔해를 줍고 있는 감식반원 한명의 어깨를 붙잡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붙인다. 그러나 상대는 썩 좋은 표정이 아니다.

"계속 작업중입니다만 아직 이렇다할 건수는 못찾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온통 피바다라."

감식팀 팀원은 바닥에 떨어진 티끌 하나라도 모두 수거하겠다는듯 핏줄이 선 눈동자로 비닐봉지 안에 증거물들을 담으며 대답한다.





"허, 허이고."

시체에 가까이 다가간 조팀장은 코를 막은 손수건을 더욱 세게 움켜 잡으며 텅 빈 시신의 흉부쪽을 쳐다본다.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아~ 조팀장님! 애들 한창 현장감식중인데, 확인 끝나는대로 결과 알려드릴테니까.."

사건현장은 꽤나 예민했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조팀장이 너무 알짱거리던 탓이였는지 곧 형사들의 눈 앞에 감식반장이 나타나 성질 가득한 한소리를 내뱉는다.



"에이씨. 형사가 사건현장도 못 들어오면 그게 형사냐?"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 성질을 내니 조팀장도 기가 한풀 꺾여 꼬리를 내리고 들어간다. 그리고 조용히 현장의 중심부터에서 어슬렁어슬렁 발을 뺀다.








"요새 세상 좋아졌다? 짬도 안되는 새끼가 기어오르고 말이야."

현장 구석으로 쫓겨난 조팀장이 한탄 섞인 목소리를 중얼거리며 담배를 문다. 그의 코에서 담배연기가 흩날리고 담배 심지는 천천히 타들어간다.



"에이, 너무 그러지 마십쇼. 요즘 들어 감식반 인원들 스트레스 이빠이 받지 않습니까. 이런 사건이 한두개여야지."

이형사는 위로의 의미가 담긴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최근 엽기적인 살인이 빈번해지며 감식반의 업무가 몇배로 불어난것은 모두가 인정할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이 싸이코 새끼 빨리 잡아야하는데. 이게 몇번째냐. 에휴..."

조팀장은 화제를 전환해 이 새끼는 내 손으로 반드시 잡고 만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살인범 검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하늘 한가운데 달이 뜬 늦은 밤. 두 형사가 타고 있는 승용차 한대가 한산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재용아."

조금 졸린 눈을 하고 있던 조팀장이 조수석의 이형사를 부른다. 이형사는 조금 졸고 있었던듯 입가의 침을 손으로 닦아내며 잠에서 덜깬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냐? 어떤 미친놈이 매일마다 사람을 엽기적인 방식으로 죽이는데 현장엔 증거 하나 없고. 이게 과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냐?"

조팀장은 눈을 깜빡이며 룸미러로 이형사를 쳐다보며 말한다.



"여럿이서 죽였나보죠."

이형사는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며 대충 대답을 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살인사건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매치가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잖아."
"단순히 충동적인 살인이나 미친새끼가 그냥 지 꼴리는대로 사람 찌르고 다녔던 사건들 다 돌아봐도 이런 경우가 없었어."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고, 사람을 걸레짝을 만들어. 그것도 매일 두세명씩."


"아무리 싸이코새끼여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몇명씩이나 사람을 죽이는 놈은 없거든. 여럿이서 모여도 마찬가지고."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수록 조팀장의 목소리 템포가 빨라진다. 과연,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시신을 훼손하는 엽기적인 살인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정도로 슈퍼울트라캡숑 또라이인가보죠 뭐."

이형사는 코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듯 대답한다. 아무런 목적 없이 사람을 죽이다 못해 능지처참의 꼴에 이르게 만들 정도의 미친 인간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느냔 말이다.













살인마를 잡기 위해 형사들이 잠복 수사에 나섰다. 조팀장과 이형사도 예외는 아니다. 자정이 넘어선 시간이지만 둘은 차 안에서 두눈을 깜빡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또라이 새끼 하나 때문에 이게 뭔 개고생이냐. .........................야 나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

조팀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졸린 눈을 비빈다. 그리고 잠시후. 그는 문을 급하게 열며 조수석의 이형사에게 내뱉듯이 말을 하고 주변의 화장실을 찾아 부리나케 뛰기 시작한다.



"어우씨.. 하아.. 죽는줄 알았네."

근처 공원의 화장실을 발견한 조팀장은 안에 들어가자마자 지퍼를 내리고 소변기의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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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늦어?"

오십분이 넘도록 자리로 되돌아 오지 않는 조팀장. 이형사는 결국 차에서 내려 조팀장을 찾기 시작한다.

얼마 가지 않아 근처의 공원에 있는 화장실이 그의 눈에 띄었고 이형사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팀장님!"

그리고 딱 여기겠거니 하며 문을 벌컥 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닥에는 검붉은 피웅덩이가, 그리고 기형적으로 생긴 살덩이가 조팀장의 상반신과 함께 연결된듯 집어 삼켜지고 있었다.




이형사는 갑작스러운 잔혹한 광경에 멍한 표정으로 뼈가 바스라지고 살이 짓이겨지는 소리와 함께 점점 사라져가는 조팀장의 몸뚱이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의 눈에 보이는것은 잘게 다져진채 공중에 떠 있는 조팀장의 시체뿐이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그때, 화장실 구석에서 누군가 이형사를 부른다. 후드를 뒤집어 써 얼굴을 알아볼수 없다.




"당황스럽죠. 이게 무슨 일일까, 겁도 나기도 할테고."

와삭와삭 씹혀먹혀지는 조팀장의 신체는 결국 다리 한쪽을 남기고 모두 살덩이의 주둥이 안으로 쓸려 담겨진다.

마지막으로 잘게 씹혀진 시신이 꿀꺽 삼켜지는 소리와 함께 살덩이의 게걸스러운 트림 소리가 들린다.




"하아아, 하아.. 하..... 으아아아아악!!!!!"

하지만 이형사는 듣지 못한다. 그는 다리만 남긴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조팀장의 잔해를 보며 이성을 잃은듯 고함을 지른다.

잠시후 작은 공원에 총성이 울린다. 화장실 창문 너머로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불빛이 수차례 반짝인다.








무언가 머리를 둔기로 세게 내려찍는듯한 충격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이형사가 천천히 눈을 뜬다. 화장실의 천장이 보인다.

그리고, 후드를 뒤집어 쓴 누군가.







"가만 있으면 좋았을텐데. 친구가 오랜만에 포식을 해서 살려줄수도 있었거든요."

그는 발로 이형사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며 히죽인다. 이형사는 당장이라도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를 반 죽여 놓겠다는듯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구속되어 전혀 움직일수 없었다.



"이거 좀 뜬금없는 질문인데. 아저씨. 혹시 신 같은거 믿어요?"

후드를 쓴 남자는 바둥거리는 이형사를 보고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다리를 구부린다. 그리고 그에게 얼굴을 더 가까이 해 소근거리듯이 그에게 묻는다.



"나는 안 믿어요 신 같은거. 그런데.. 어느날 그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형사는 입을 굳게 닫았지만 후드를 쓴 남자는 상관 없다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구부린 다리를 편다. 그리고 호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허공쪽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보여요?"




이형사의 눈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살덩어리.




세상의 모든 종류의 고기를 갈아넣은것을 다시 뭉쳐놓고 꼬매놓은듯한 흉측한 모습의 무언가가 화장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묶고 있던것도 살덩어리의 일부. 이형사의 안색이 순식간에 시퍼런 빛을 띄기 시작한다.












이형사의 호출기에서 강한 진동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