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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항목 : 무림비사/스토리 - 남궁지원
- 이런 놈들을 데리고 무슨 일을 도모하겠냐! (화경만 둘임)
"...아, 참. 수빈 소저."
지원은 중원이 예전에 만났을 때 건네준 가주패를 수빈에게 보여주었다. 부탁할게 있을 땐 이걸 보여주면 된다고 했던가?
"형님께서 절 위해 준비하신 내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내단 줘용!
그리고 예전에 쓴 영약 기연 이걸로 처리해줘용!
***
모용수빈이 가신 회의를 들어가기 전.
"아."
가주패를 받고는 모용수빈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
남궁은 기다린다.
모용수빈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
곧 모용수빈이 돌아옵니다.
자그마한 목함을 스윽 건넵니다.
딸깍.
열어보니 누런 황토색 빛깔이 엄지 손가락 크기만한 단약이 보입니다.
"여기서 드시지 마시고 남궁세가로 돌아가신 뒤에 드십시오. 모용세가는 지금...혼란스러우니까요."
***
"형님께 감사인사를 전해주십시오."
남궁지원은 공손히 상자를 받아 품에 넣고는 마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이동용 마차
가격 : 도화전x5
효과 : 사용시 원하는 장소로 즉시 이동, 단 전투 중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동용 마차 구매
74 -> 69
***
이동합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어째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
...어째 분위기가 좀 그렇지 않나.
어째서인지는 가서 알아봐야겠다.
일단은... 상황 파악이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용
***
할아버지를 만나러갑니다.
다들 심각한 얼굴입니다.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면.
무려 남궁재원이 참석해있습니다.
"...왔느냐."
할아버지가 한숨을 내쉽니다.
"사마외도가 죽었다."
***
"사마외도가...."
지원의 얼굴이 굳었다. 이 일이 끝나면 아내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가장 상심하고 있을테니.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머릿속에서는 중원의 균형과 무게추가 움직였다.
"그럼... 현재 중원의 세력 구도는 어떻게 바뀐겁니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에용?
***
"우리도 파악 중이다...."
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십니다.
"너무 복잡해졌어. 어떻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모용세가에 비해서 너무 머리가 안돌아가는 것 같다구요?
기분탓입니다.
***
음...
여러분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같은 소리는 일단 미뤄두기로 했다. 애초에 몰라도 몸으로 떼우는게 남궁세가니까.
"그러면... 어떻게 할지는 정해진게 있습니까?"
적어도 여기 모여있으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도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냄궁했다
***
"...제갈세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아무리 빡대가리라도 오대세가는 오대세가구나!
믿고있었다구~~~
***
젠장 역시 오대세가 대빵이야 믿고 있었다구
"제갈세가를 지원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겁니까?"
#어른들 회의하는걸 좀 더 들어봅시다
***
"....?"
영향력 행사라는 말을 듣고 다들 기이한 무언가를 본다는 듯 지원을 쳐다봅니다.
"지원아 그게 무슨 소리냐..."
지원지원아 모용세가에 있다오니 모용모용이 옮은거니..? 라는 느낌으로 아버지가 쳐다봅니다.
"곤란에 처한 강호의 동도를 돕는 것은 마땅한 도리일 뿐이다."
할아버지가 근엄하게 말씀하십니다.
***
어지럽다. 내가 지금 뭘 들은거지.
아니 진짜 내가 모용이 옮은 건가? 설마 세가의 힘을 써서 돕는데 대가를 안 바라겠다는?
"...하하, 그렇지요. 사파를 막다 지쳐버린 친우를 돕는 것에 이해득실이 있겠습니까?"
지원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회의실에서 나왔다.
냄궁은 정치 몰라 예은이랑 쉴거야.
얘네 데리고 무슨 정치를 하겠다고.
#허예은 위로해주러 갑니다
***
- 깊은 슬픔
허예은을 찾아갑니다.
허예은은 울고 있습니다.
지원이 뒤에서 우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하염없이,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
"...낭자."
지원은 조용히 다가가서 예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자신과는 연이 없었지만, 아니 있다고 해도 악연 뿐인 남자였지만.
그가 죽어서 자신의 아내가 슬퍼하고 있으니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허예은을 위로해줘용
***
허예은 한참을 웁니다.
그러다 울면서 지쳐 잠에 듭니다.
잠에 드는 와중에도 그녀는 울고 있습니다.
허예은에게 '상태이상 : 깊은 슬픔'이 추가됩니다.
허예은의 모든 능력치가 하락하고 방 안에 칩거해 두문불출합니다.
***
#예은의 곁을 지켜주며 시간을 보냅니다...
***
상태이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그녀의 주변인들과 얘기를 하며 방도를 찾아봅시다.
***
어떻게 해야 할지..
남궁지원은 고민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 않겠나.
가족 잃은 슬픔을 가진 자는 쉽게 나을 수 없는 법이었다. 당가의 후계자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곤란함에 신음했다. 이런 일은... 유감스럽게도 그에게는 익숙치 않다.
지원은 실의에 빠진 그녀를 한참 곁에서 지켜보다가 바깥으로 나와 하인 하나를 붙잡았다
"편지를 하나 보내겠네. 준비해주게."
허창언, 제 장인에게 부탁할 일이 하나 생겼다. 아무래도 이런 건에 대해서는... 더 오래 함께 살던 가족이 더 잘 알지 않겠나.
#허창언에게 예은이 호재필의 죽음으로 너무 큰 실의에 빠져있고,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다는 내용과 함께 그녀를 위로할 수 있는 방안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도움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부친다.
***
장인에게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다음 진행 때 답장이 올겁니다. 만약 답장이 오지 않았다면 김캡에게 언급 바랍니다.
***
이제 그가 할 수 있는건...
"...이건가."
남궁지원은 모용세가에서 받은 단약함을 꺼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그는 단약을 꺼내 삼키고는 운기에 집중했다.
#형님의 은혜 섭취
***
영약을 삼키고 내공을 운기합니다.
.
..
...
....
.....
.....!
30년의 내공이 증가합니다!
현재 최대 내공은 110년입니다.
***
#내공도 얻었겠다 속터졌던 전의 회의도 지금쯤 끝났겠지? 할아버지 다시 찾아가용
***
오마이깠꺼흑
최대 내공은 현재 180년입니다.
할아버지에게 갑니다.
"무슨 일이냐."
***
"...마음이 조급합니다."
점점 둘러싼 사건의 규모는 커지는데 절정의 몸으로는 무언가 쉽게 할 수 있는게 없다.
초절정의 끝자락이라도 밟아야... 무언가 선택할 수 있을텐데.
"가르침을 주십시오. 할아버님."
지금은 경지의 돌파가, 그 무엇보다 간절했다.
#가르침좀 주세용
***
할아버지의 표정에 자그마한 의구심이 어립니다.
"네 나이에 그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 조급함 때문에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는 법. 과유불급이란 말을 모르느냐?"
***
"허나 모용세가의 내전에서 저는 거의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모용가주의 허를 찔러서 전력을 분산하긴 했지만 그뿐.
그마저도 가문의 힘이지, 자신의 힘은 아니지 않는가.
"...전장에서 무언가 선택하려면 힘이 필요합니다. 할아버님."
그리고 전쟁은... 아까의 회의만 봐도 머지 않은 듯 했다.
더이상 방관자로 있는건 사양이다.
#강해지고싶어!!!!
***
"힘은 수단일 뿐이다. 네가 힘을 얻어서 뭐에 쓰겠다는 것이냐? 무공은 본래 내 한 몸 지킬 정도면 족하고, 명성과 인성, 사람됨으로 주변에 훌륭한 친구를 많이 두는 것이 강호에서는 더욱 중요한 법이다."
할아버지는 지원을 다독이듯 이야기합니다.
"네 나이에 벌써 절정에 도달하였는데, 무에 그리 급하단 말이냐?"
할아버지는 지원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아...T의 집안...
마치 김캡이 홀로 F로서 T의 집안에서 살아남기를 하는 것과 같군요...
***
"가문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원은 이렇게 된 거,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적어도 자신에 대한 생각은 정리될 것 같았으니.
"가문의 힘 또한 제 힘이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가문의 힘은 아무리 강한들 제 본신의 무력이 필요할 때 도와줄 수 없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저는 가문의 힘에 비해 본신의 무력은 너무나 하잘것 없습니다."
남궁의 이름을 팔아 이기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다면
마치 자신이 남궁으로 운 좋게 태어난 것 외에는 장점도 없는 것 같지 않은가.
"...저는 오롯이 전장에서 제 손으로 선택하고 싶습니다."
#가르쳐줘용!!!
***
할아버지가 눈을 감습니다.
"그리 조급함에 실력을 올리다간 주화입마가 올 것이다. 우선 네 마음을 다스리는 것부터 다시 해야겠구나."
오 마이 깟
***
"...그렇습니까."
지원은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나의 무력감을 아는 것은 나 뿐이니.
결국 내가 뭐라도 해야한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오랜만에 가르침을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최근 절정 극에 달했으니, 얼마나 변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
"네 상태로 지금 검을 들면 심마에 휘둘릴 뿐이다. 네 마음을 먼저 안정화시키도록 하거라."
할아버지는 그리 말하고 떠나고, 그 뒤로 형인 남궁재원이 다가옵니다.
"가장 급할 때, 가장 천천히 가거라."
그리 말하곤 떠납니다.
***
그게 된다면, 그는 지금 무림인이 아니라 부처였지 않겠는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가슴 깊히 이해하기엔 조급함이 앞섰다.
그는 결국 납득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허창언에게서 온 편지가 있는지 확인하러 가용
***
허창언에게 답변이 와있습니다.
- 직접 가겠다
단 5글자입니다.
쾅!
그리고 대문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그는 잠시지만, 하면 안 되는 짓을 했나 고민하고는 몸을 움직였다.
#손님맞이하러 갑니다
***
지원이 나가보자 절정 극에 이르러서 10년 내에는 초절정에 도달할 것으로 강력하게 유추되는 가문의 기재 중 하나인 수문장이 쓰러져 있습니다.
당연히 일류의 경지에 이른 문지기들도 똑같은 자세입니다.
그곳에는 삿갓을 쓰고서 쓰러진 문지기들을 근엄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한 인영이 있습니다.
회색 먼지가 진득하게 쌓인 검은색 무복, 낡아빠진 삿갓, 허리춤에 비스듬하게 걸쳐놓은 오래된 장검 한 자루, 드러난 손에 보이는 흉터들.
지원이 밖으로 나오자 그 사내는 삿갓을 한 팔로 살짝 들어올리고 지원을 쳐다봅니다.
"빌어먹을 사위 보기 참 어렵군. 서신을 받지 못했느냐?"
방금 받았는데요.
***
"...서신이 늦게 도착해서 말입니다. 들어오시지요, 장인어른."
지원은 근처에 있는 하인들에게 눈짓하여 쓰러진 문지기들과 수문장을 데려가 치료하라고 한 후, 자신이 직접 허창언을 안내했다.
머리가 아팠다.
#일단 허창언을 예은이가 있는 방 문앞까지 데려가줘용
***
문지기들이 주섬주섬 일어나서 자리를 뜹니다.
생각보다 멀쩡한걸 보니, 대충 수문장이 날아가는걸 보고는 다들 눈치껏 알아서 쓰러져있었나봅니다.
수문장만이 정신을 못차리고 기절한 상태입니다...
둘은 안으로 말없이 한참동안 들어갑니다.
문을 열자 그 아름다운 외모는 어디가고 뼈와 살가죽이 거의 붙어있는 것처럼 말라버린 허예은이 보입니다.
허창언은 뒷목을 잡았고 허예은은 훌쩍거리며 둘을 쳐다봅니다.
허창언의 시선이 지원을 향합니다. 그의 눈에는 불꽃, 아니 강기로 이루어진 삼화취정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
젠장. 역시 이런 반응인가.
"...은매. 장인어른을 데려왔소."
지원은 애써 허창언의 시선을 피하며 예은의 곁에 다가가 부축하여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녀의 상태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졌으니, 허창언은 무언가 낫게 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목숨을 대가로 건 듯 하여, 아주 잠깐 후회가 스쳤다.
#부녀대면!
***
이글거리는 눈으로 지원을 쳐다보다가, 손짓을 나가라고 합니다.
지원은 조심스레 방문을 닫습니다.
방을 나서자 그곳에는 할아버지가 굳은 얼굴로 지원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니 잘못이다."
T의 집안은 공감따위 해주지 않는다네.
***
지원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위로 정도는 해주시면 안 될까요.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밖에서 할아버지랑 같이 기다립니다
***
할아버지는 잔소리를 계속 해댑니다. 지원은 그냥 흘려듣습니다.
T의 집안이 그렇죠 뭐.
한참 시간이 지나고, 허창언이 밖으로 나옵니다.
허창언은 남궁철언을 보고는 포권을 취합니다. 남궁철언 또한 포권합니다.
"제 딸아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내 둘째 손자 녀석이 귀하신 따님을 잘 돌보지 못하여..."
그래.
내가 동네북이다. 동네북.
지원은 조금 울적해졌습니다.
허창언은 사위와 할 말이 있다며 지원을 데리고 한적한 곳으로 갑니다.
***
난 어딘가
여긴 누구인가
할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듣다 정신을 놨더니 다시 정신줄을 붙잡았을 땐, 그의 장인이 자신을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왔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사위를 반쯤 죽여버렸군요.'
'껄껄. 괜찮습니다. 이놈이 바깥에 나돌아다녀서 며늘아기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야 좀 며늘아기도 얼굴이 밝아지겠군요.'
이런 전개가 될까 두렵다.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려용
***
"검을 들어라."
예?
다짜고짜 허창언이 칼을 뽑고 달려듭니다.
***
- 아내 울리고 장인어른 두들기
"진심이십니까?"
사위에 대한 불만 표출이면 이런 방식보다 더 지독하고 쉬운 방법이 셀 수 없이 많다.
허창언은 남궁세가 한복판에서 자신의 사위를 죽이려고 할 정도로 어리석은 자는 아니다.
요컨데 이건 시험이든, 아니면 일종의 가르침.
'문제는 그 죽이지만 않는 쪽일 확률이 높다는 거지만...'
남궁지원은 그렇기에 쓰게 웃었다.
"전력으로...가겠습니다."
- 8성 경천동지 낙뢰일섬 : 내공을 100 소모합니다. 한 줄기 벼락이 하늘에서부터 시전자에게 내리꽂힙니다. 내리꽂힌 벼락은 일정시간 유지되며 '보패 - 뇌검'으로 취급됩니다. 벼락은 파사현정의 묘리를 담고 있으며 모든 '魔' 계열과 '邪' 계열의 무공에 압도적 우위를 지닙니다. 추가 내공 10을 소모해 다이스 1,100을 굴려 50 이상일 경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벼락을 '보패 - 뇌검'에서 쏘아보냅니다. 추가 내공 소모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바닥에 꽂히기 직전 뇌검을 잡아채었다.
검이라기보단 번개. 그럼에도 남궁지원은 망설임없이 그것을 가지고 허창언에게 휘둘렀다.
#잔여내공 78/180
***
쩌어어어어엉 -
"과연. 남궁세가다운 기세야. 이게 그 창궁무애검법이던가?"
강렬한 폭음과 먼지가 휘날리지만 그 끝에 보이는 것은 검지로 지원의 칼날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있는 허창언의 모습입니다.
"괜찮군. 하지만..."
턱, 하고 갑작스레 하늘과 땅이 뒤집힙니다. 지원은 그대로 검을 놓치고 땅바닥에 널부러집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막 검을 잡기 시작한 어린아이가 된 느낌입니다.
"이래서는 안되지. 일어나게."
***
"..."
자신의 제일 강한 무공 중에서도, 자신이 내공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초식으로 만들어낸 보패를 고작 한 손가락으로 막아내고, 나를 손쉽게 뒤집었다.
이게 할아버님보다 먼저 화경 극에 도달한 사내의 힘. 자신과 어린아이보다도, 그 격차가 아득히 멀어보이는.
"후후."
웃음이 튀어나왔다. 위를 바라본다는 것은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다. 그의 편린이라도 엿볼 수만 있다면.
"이정도로 그만 둘 생각은..."
흑호난지평정 - 1성 영웅일격 : 내공을 10 소모해 강력한 일격을 펼친다. 다이스 1~100을 굴려 50이상일 때 적에게 두 단계 부상을 입힌다. 자신보다 한 단계 위 경지까지 피해가 들어가며 그 이상부터는 경지의 차이에 의해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강맹한 호랑이의 기운을 뇌검에 담아, 남궁지원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속의 속도로-
"...없습니다!"
검을 허창언을 향해 휘둘렀다.
#남은 내공 66/180
***
"처음보는 초식이로군."
허창언을 향해 진심전력을 다 한 남궁지원이 지닌 최고의 수를 펼칩니다.
크허헝 - !
호랑이가 분노하여 달려드는 것과도 같은 강맹한 초식.
그러나 -
탁.
이번에도 검지 하나로 무력화당합니다.
"이렇게 하는건가?"
허창언은 금새 남궁지원의 흑호난지평정을 바로 흙바닥에 똑같이 재현합니다.
지원이 바라본 초식의 형태는...
'완벽'합니다.
"문제를 알겠군."
그리고 허창언이 검을 내립니다.
***
"...보자마자 파악하시는 겁니까? 장인어른."
헛웃음이 나왔다. 방금 초식은 중원에는 알려지지 않은... 요컨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모르는 초식인데.
그걸 한번 보자마자 재현했다. 그것도 자신 이상으로.
재능의 차이인지 경지의 차이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검을 쥔 손에서 힘이 살짝 빠지는 것을 느꼈다.
"문제라고 하시면, 무엇입니까?"
#알려줘용
***
"초식에 너무 집중하고 있어."
허창언이 납검을 하곤 혀를 찹니다.
"중요한건 초식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사위, 자네는 무재는 뛰어난듯한데 어딘가 좀 이상하구만. 이건 삼류 녀석들이나 겪는 문제인데."
***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뭔가.
뭔가 놓치고 있던걸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알려줘용
***
"허."
허창언은 헛웃음을 짓습니다.
"간단한거다. 어릴적 어린아이들끼리 놀이를 할 때를 생각해보거라."
그가 검을 꺼내 휘적휘적 휘두릅니다. 마치 어린아이들같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지. 그저 나뭇가지를 들고서 휘적거리며 창룡일섬이니, 패도제일검이니, 벽파공이니...그런 초식 이름들을 외치며 놀지 않더냐?"
검이 흐물흐물 움직입니다.
"그 아이들이 휘두르는 나뭇가지에 무슨 대단한 묘리나 무학이 깃들어 있겠느냐? 그저 그 아이들은 멋진 초식 이름을 외치면서 휘두르는 것 뿐이다. 그러고 노는 것이니까."
흐물거리던 검이 어느순간부터 반듯하게 서서는 현묘한 기운을 품습니다.
"같은 초식명을 외침에도 항상 자세가 달라지지. 그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초식의 형태를 잡고 무공을 펼쳐내느냐가 아니다. 그런 초식을 펼치는 것이 중요한거다. 아이들끼리 약속을 해놓는 셈이지. '내가 황룡참을 날리면 넌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는거야', '그럼 내가 화방검산을 펼치면 막아내는거야' 같이. 즉, 놀이를 하는 것 뿐이란 뜻이다."
검은 다시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위, 자네는 마치 그 어린아이들처럼 초식을 펼치고 있네. 아, 당연히 진짜 어린아이들처럼 초식을 펼친다는 게 아니야. 의식이 그렇다는 것이지."
허창언이 죽립을 고쳐씁니다.
"자네는 놀이를 하고 있어. 대체 왜지?"
그의 눈은 남궁지원을 쳐다보고 있지만, 남궁지원을 쳐다보고 있지 않습니다.
***
지원은 잠시 검을 잡고 생각에 잠겼다.
왜인가...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굳이 따져보자면 전투라는 것을 일종의 손패 싸움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가? 아니, 내가 하는건 손패 싸움이라고 하기에도 조악하다.
초식의 목적... 놀이 같은 방식.
"사용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초식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수단. 수단을 통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이 존재한다고 해석하면 되는가.
결국 자신의 장인이 했던 말의 반복이지만, 무언가 알 것 같기도 했다.
요컨데 초식을 사용하려는 목적과 사용에 따른 이득, 자세, 위치 등등을 고려하거나....
"...목적성을 가지라는 것입니까?"
#
***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
허창언은 어느새 의자를 만들어 앉아있습니다.
흙바닥에서 어떻게 흙으로 의자를 만들어냈는지는 모르겠군요.
"아까의 창궁무애검 초식. 그것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한 번 문답을 해보지."
***
"장인어른과 제 격차. 엄청난 열세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서는 파사현정의 묘리를 담은 검을 쥘 필요가 있었습니다."
방금 대련을 복기해보기 시작한다.
자신의 눈 앞에서 장인이 무엇을 하든지 신경쓰지 않고, 그는 검을 쥐고 똑바로 장인을 바라본다.
#문답 시작.
***
"그럼 아니되지."
허창언은 지원의 말을 부정합니다.
"무공이란 것이 어디 항상 상성으로만 정해지던가? 언제나 항상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들이 발생하기 마련이지. 사위는 그 모든 상황에 하나하나 전부 반응할 수 있겠나?"
껄껄, 왜인지 즐거워 보이는 웃음입니다.
"말했잖는가. '초식'에 집중하지 말라니까."
***
그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초식을 사용하되 초식에 집중하면 안 된다.
아니, 자꾸 눈을 그쪽으로 돌리면 안 된다니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 한켠에서 들려온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은..
"애초에 처음부터 의도가 틀려먹었군요."
파사현정의 검을 꺼내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창출해낼 수 있는 이득이 있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일반적인 검을 사용하다 검을 놓친 척 하면서 새로운 뇌검에 상성차이를 얹어 갑작스러운 전력의 변동으로 빈틈을 만든다던가.
#이게맞나
***
"초식에 집중하지 말게나."
허창언은 여전히 껄껄 거리고 있습니다.
"사위, 초식에 집중하지 말라고 하니 초식에 더 집중하는 것 같구만."
***
"...강아지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강아지가 더 떠오르는 법이라던가요."
지원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니까, 초식이라는 것을 배제하고 생각해? 아니, 이러면 무인의 의미가..
"...질문 한가지만 하겠습니다. 장인어른께선... 전투하실 때, 모든 동작에 초식을 싣습니까?"
#
***
"그럴리가."
허창언이 크게 웃습니다.
왜죠?
***
"그렇다면... 초식이란 무엇입니까? 모든 검무가 초식에서 초식으로 끝날 필요가 없던 것입니까?"
#아하
***
"초식이란 길일세."
허창언이 그리 말합니다.
"아주 시원하게 잘 닦여있는 도로일 수도 있고, 초라한 오솔길이나 간신히 사람 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잔도나 다리일 수도 있지."
"중요한건, 사위는 길이 나있는 곳으로만 다니던가?"
***
"하지만 길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풀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이지 않습니까? 굳이 길이 아닌 곳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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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허창언이 다리를 꼽니다.
"산을 넘어갈 때 산적들이 길을 통해 튀어나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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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 싸움의 시작은, 초식을 쓰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군요."
초식을 쓰지 않아야 다음 수를 숨길 수 있다.
초식을 쓰는건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혹은 초식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때.
그런 때조차, 평범한 검 이후에 나오는 초식이야말로 위력이 극대화된다
"한번만 더...검을 나누게 해주시겠습니까?"
지금 깨달은 것을 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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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검 허창언이 검을 듭니다.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농부가 작대기를 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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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마음을 비우고 검을 잡은 뒤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한다.
기운을 자신의 장인처럼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더라도, 검을 들고 가능한 기운을 억누르며 의도를 숨긴다.
- 1성 변화무쌍 : 환, 강, 유...변화무쌍하게 검법이 변화한다. 검을 휘두를 때 예측이 어려워진다.
조용히 자신의 장인과 눈을 마주치며 장인에게 몇발자국 다가가던 그는, 검을 잡고 느릿하게 환의 묘리를 담은 검처럼 휘두르려고 하다가,
자신의 장인이 그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초식이 없는 일반적인 찌르기로 전환해 찔러들어갔다.
#남은 내공 6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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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군."
당연하다는듯 검으로 지원의 공격을 쳐냅니다.
"그럼 이건 어떤가?"
쾅!
절정의 무인인데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습니다. 희끄무레한 것도 보이지 않았고 양손에 강한 충격과 함께 지원의 검이 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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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버린 검을 쳐다보지도 않고, 남궁지원은 허창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 힘이 부족해서, 은매를 위험에 빠트린 적이 있습니다."
담담한 고백이자, 은은한 자기혐오와 더불어 나오는 강한 욕구.
"어떻게 해야 당신처럼 될 수 있습니까?"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담아 제 장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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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하였으니."
구월검 허창언이 칼을 지원에게 겨눕니다.
"내 딸이 선택했던 사내는 고작 조급함에 패배하는, 그런 멋없는 사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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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 장인의 말에 순간 몸이 굳었다.
"...마음을 비워야겠군요. 감사합니다."
쓰게 웃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후련한 모습이었다.
#예은이 언급에 넘어가버린 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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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묘조장. 기억하시게나 사위. 배가 고프다고 뜸을 들이지 않으면 밥은 먹을 수가 없는 법이라네."
장인어른이 칼을 집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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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게 한숨쉬었다.
"장인어른의 말씀대로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겠지요."
그러고는 자신의 떨어진 검을 들고와 자신의 검집에 넣고는
"제 마지막 검. 거기서 무엇을 더 고치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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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장인어른이 고개를 젓습니다.
"절정의 무인씩이나 되어 자신의 무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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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지원은 고개를 숙였다.
"제 길은 제가 찾아야 하는 것입니까."
어찌보면 제 장인은, 오늘 기본만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 기본조차 못하던 자신도 문제지만...
"...은매는, 어떻습니까?"
#은매는 괜찮나용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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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먼 옛날, 절정 고수라는 말은 곧 천하에서 몇 없는 대단한 실력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네. 일류는 말 그대로 어지간해선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고수들이었고. 지금은 그렇지 않지. 달마대사나 무당의 장삼봉 등이 절정을 월등히 뛰어넘었다 하여 초절정이라 불리웠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하여 조화경. 줄여서 화경이라 불리는 경지를 개척해냈지."
허창언은 지긋이 지원을 쳐다봅니다.
"확신을 가지게. 은아는 조금 나아진 것 같으니 가서 만나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