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라 |
- 초상화가
初喪畫家 - 죽음을 그리는 화가
肖像畵家 - 특정한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화가
" 그것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
의자에 앉아 공포에 질린 듯한, 그러면서도 우울한 표정을 짓고있는 여성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첫마디였다.
" 사람말도 유창했고, 생긴것도 그냥 평범한 여자아이 같았다구요. 표정도 되게 밝은 표정으로 웃고있어서..... "
" 그때 그게 이상하다는걸 눈치 챘어야 하는건데. "
그것은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었어요. 진짜 사람이었다면 길거리 캐스팅이라도 당하지 않았을까 싶은...
머리카락은 하얗고, 어딘가 빛나는 것 같은 옅은 라벤더색 눈을 가지고 있었죠. 커다란 크로스백 같은걸 매고 있었고.... 양손에는 각각 연필이랑 종이를 들고 있더군요.
우리를 마주치자마자 그것은 해맑게 웃으면서 우리에게 다가왔어요. 네, 알아요. '그런 공간' 속에서 밝게 웃는 사람 따위는 없을 거라는거. 그치만, 우리는 그만큼 공포에 질려있었어요. 너무 무서웠다구요... 그렇게 예쁜 여자아이가 모든 것을 녹일듯이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는데.... 겁을 먹을 수가 있겠냐구요.
인사도 했어요. 이름도 물었구요. 저는... 이름은 말해주지 않았어요. 말해주고 싶긴 했는데, 워낙 옆에서 친구가 조잘조잘 떠드는 바람에.... 어쩌면, 말하지 않게 하려했는지도 몰라요. 그 친구는 저보다 상황파악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일주일이나 됐는데 그 안에서 살아있던 것도 다 그 친구 덕분이었고...
아무튼 친구와 그것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요. 막,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그렇듯이... 별 거 아닌 이야기에도 막 웃으면서 반응해주고. 그땐 그 친구랑 그것이 저보다 더 오래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니까요?
그러다가 갑자기 그것이 친구를 그려주겠다면서, 연필로 도화지에 얼굴을 막 그렸어요. 그 때부터 그것은 우리와 아무말도 섞지 않았어요. 친구가 아무리 말을 걸어봐도 그저 무표정으로 그림만 슥슥슥슥.... 갑작스러운 변화에 뭔가 뒤통수가 싸해지는 느낌이 들었죠. 친구도 표정이 무섭게 변해서는, 갑자기 제 손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어요. 일단 영문도 모른 채로, 그냥 무서우니까 뛰었는데.... 한참 뛰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다됐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깔깔거리는 웃음.... 아직도 그 웃음소리만 생각하면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아요. 제가 조금만 정신줄을 놨어도 그 자리에서 속에 있던걸 다 게워냈을거라구요.
아무튼... 그것은 계속해서 외쳤어요. '■■야!! 이제 우린 친구야!!'
그리고, 그,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친구가...... '접히기' 시작했어요.
우득, 우득, 하고.... 빠득, 빠득, 하고.....
점점, 각진 모양으로 접혀가다가.... 초상화 있잖아요? 증명사진처럼 어깨랑 얼굴만 나온 모습... 접힌 부분은 액자처럼 되어선, 딱 그 초상화의 모습으로 은은하게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 되었어요.
그 뒤론... 제대로 기억나는게 없어요. 그저 그것이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밝은 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오고있었고, 저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앞만 보고 뛰었죠.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까... 당신들이 절 데려온 상태였구요.... 하아. 제발. 이제 집에 보내주세요. 기억나는건 전부 말했다구요.
네? 제 이름이요? 저는 말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마지막에 접히면서 불렀던 것 같기도... 어? 에? 아니, 설마요. 직접 말한것도 아니고, 그때 그것은 엄청 멀리 있었는걸요. 들었을리가....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녹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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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
- 방관하는 정의
방관하는 正義 -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방관하는 正疑 - 올바름을 의심하다
" 잘못이 있다면, 그저 바라보았던 것이겠죠. "
수호하는 조각상.
사실 조각상이라고 보기엔 어폐가 있다. 겉모습만 보면 정교한 조각상 같지만, 그것은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고,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마음에 드는 곳에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까지도 그곳의 입구에 조각상처럼 서서 수호한다.
'수호' 행위에 돌입하려면 조건이 필요한데,
1. 자신에게 수호를 '호소' 할 것.
2. '호소' 하는 '호소인' 이 선인일 것.
3. 불순한 마음으로 '호소' 하지 않을 것.
4. 위의 경우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명백히 '위험 상황' 이 일어났을 것.
해당 규칙은 그것과의 의사소통에서 직접 얻어낸 정보이며, 신뢰성이 높지 않다. 이유는 모든 규칙의 판단을 어떤 기준을 두지 않고 그것 본인이 하기 때문인데, 설령 길가다가 실수로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라도 악인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 수색작전 중 그것을 조우한 ■■의 ■■■ 실험 행위로 인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호소인' 2명이 완전히 같은 행위를 한 후 '호소' 했음에도 둘의 결과가 같지 않았다. 이를 미루어 보아 규칙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며, 온전히 그것의 판단대로만 수호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수호 행위 자체는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것은 원인을 제거하지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으며, 폭력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하나,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는 어마무시한 무력을 사용한다.
그것은 원래, 진정으로 정의를 수호하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였을거에요.
과거 기록을 찾아보면, 비슷한 형상의 조각상이 위협을 없애줬다는 얘기도 있고... 사람들을 대신해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는 판사와 비슷한 역할도 했었다더군요.
다만... 음, ■■전쟁을 기억하시나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으켰던 그 전쟁이요. 그 전쟁 중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것에게 '호소' 를 했던 모양이에요. 물론 그것은 어느쪽에도 개입하지 않았어요. 그야 그건, 선악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이익 싸움이었던걸요. 그것은 혼란스러웠지만 무관심으로 대응했고, 결국... 분노한 사람들에 의해 공격을 받게 돼요.
그때부터 그것의 정의관은 완전히 무너졌을거라 생각해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판별하지 못하는 수호신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요.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 보다는 자신의 주관으로 판단하게 되었죠. 법이고 규칙이고 다 집어던진 그저 동네 자경단과도 같은 무언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무관심해진거죠. 지금은 사람의 호소에 마음이 동해서 움직인다기보다는...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 움직이는 것에 가깝달까요. 그런 와중에 상대가 악이라면 '아 잘됐네 잘됐어~' 인거고요.
악이 아니더라도 딱히 신경은 안쓸거에요.
사실, 그것에게 잘못은 없어요. 단지 사람을 위해 정의를 행하던 그것이 사람으로 인해 정의를 잃어버린 것 뿐이죠. 물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나태하다느니, 너무 무관심하다느니, 자기가 무슨 신이라도 된 줄 알았냐던가...
잘못이 있다면, 그저 바라보았던 것이겠죠.
뒤늦게 지켜줄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어봤자... 너무 늦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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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
- 귀로
歸路 - 돌아가는 길
鬼路 - 귀신이 지나는 길
그것은 굉장히 잔혹해보일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상냥하기도 해.
■■■ 경관의 기록
최근 알 수 없는 실종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마치 원래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 처럼 사라져버리는 현상이다. 지금까지의 실종자는 총 7명.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조사를 하고있긴 하지만....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실종자들의 공통점이라면, 대부분 관광객이나 여행객이라는 점일까?
단서... 라고 해야하나. 기괴한 것이 발견됐다. 피가 묻은 인형. 천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가죽, 또는 피부. 인형이라고 하기에도 사실 뭐한게, 형상 자체는 사람의 형상이지만, 이목구비나 머리카락 같은 것은 없다. 만들다 만 구체관절인형은 저런 느낌일까?
감식 결과가 나왔다. 모두... 사람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DNA 감식 결과 실종자의 DNA와 일치했다. 끔찍하군. 대체 어떤 싸이코패스가 그런 짓을 벌이는건지... 다른 지역에서 같은 것이 발견됐다고 한다. 내일 가보기로 하긴 했는데, 워낙 복잡한 도심지인데다가 초행길이라...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그것은...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도 쫓고는 있지만 눈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거의 없거든. 당한 사람들도 아마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모를걸?
그러니 지금부터 말하는건 내 주관적인 해석과, 그것에 당하고도 '운이 나쁘게' 살아있던 사람의 기록을 합친거야. 알아서 걸러들으라구.
일단, 피해자들. 모든 피해자들은 길을 잃었거나, 초행길에서 '집에 가고싶어하는 사람들' 이었어. 단지 여행객들이라고 판단하긴 힘들다는거지.
아무튼 그런 사람들은 그것의 표적이 돼.
그것은 아마, 나쁜 의도는 없었을거야. 단지 집에 가고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준 것 뿐이거든. 그것은 '순간이동' 이 가능하니까.
편해보인다고? 하, 글쎄.
너 말이야. '순간이동' 이라고? 말이야 좋지. 공간과 공간을 이어 순식간에 이동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는 초능력이잖아?
하지만 말이야. '공간 2개를 잇는 포탈' 이든, '공간을 순식간에 접어 이동' 하는 것이든. 그 간극을 넘는 동안에, 인간의 몸이 그걸 버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난 아니라고 봐.
왜냐니, 그야. 결과가 이렇잖아?
그 간극을 넘어가는 동안에 인간의 몸은... 압축돼. 중력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든. 공간을 이동하는 동안에 버티지 못한 연약한 피부와, 뼈와, 그 외 조직들이 몸의 중심으로 압축되어간다고.
그러니 저런 모습이 되는거지. 아까 말했던 '운이 나쁜 사람' 에 의하면 만들다 만 구체관절인형 같다고 하던가? 대체로 보면 맞는 표현이야.
그런 모습이 돼서, 그것이 베푸는 '호의' 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거지. 물론 집에 돌아갔을 때 살아있던 사람은 지금까지 딱 한 명 뿐이었고.
그것은 굉장히 잔혹해보일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상냥하기도 해.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는 곳을 떠올릴 때, 한순간에 그곳으로 이동시켜준다니.
결과만 빼놓고 보면 행복한 이야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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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은&최은우 |
- 괴조 -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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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걸리는 것 뿐이에요.
- ■■■연구원의 기록
당신, 미쳤어요? 대체 어쩌자고 저걸 여기에 데려온거에요? 격리실에서도 쉴새없이 모습을 바꿔대는 통에 무너질 지경이었다고! 하아, 진짜. 자칫했으면 격리실이고 뭐고 이 건물 자체가 무너질 뻔 했어요. 알아요?
진정제를 10발이나 퍼부어서야 겨우 지금 잠들었어요. 당신 판단 때문에 지금 사람들 목숨이 얼마나 많이... 하, 난 몰라요. 당신이 직접 해결해요. 저것 하나로도 벅찬데 그것이 저걸 찾아내면....
절대, 절대로 격리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해요. 나오는 순간 끝이야. 알았어요?
아, 안녕하세요. 아까의 일은 미안하게 됐어요. 너무 불안한 통에 통제력을 잃어서 그만....
말을 할 줄 아냐구요? 그야 당연하죠. 지금은 사람의 모습인걸요.
언제 나갈 수 있어요? 오빠가 날 찾고 있을텐데...
네? 아, 맞아요. 사람은 아니죠. 사람이 그 안에서 무방비로 돌아다니고 있으면 금방 표적이 됐을 거에요. 그렇게 표적이 된 사람은 보통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죠. 저랑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은 무슨 통조림 뚜껑 따는 기계에 들어간 것 마냥 나선형으로 갈려서는 스프링 같은 모습이 되어버리거든요.
제가 가끔 편집증 증상을 보이는건 인정해요. 하지만 당신은... 착해빠졌다고 해야하나 순진해 빠졌다고 해야하나... 그런 저를 데려올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도 제가 편집증 증상이 있을때 그렇게나 무력한지 처음 알았구요.
사실 전 평소에도 다른 것들 처럼 강력하진 않아요. 오히려 최약체라고 봐도 될 정도에요. 그래서 이렇게,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소리 다른 것의 모습을 모방하는 능력을 얻게 된걸까요? 카멜레온처럼, 주변에 동화되어 모습을 숨기라고요.
오빠는, 음. 착해요. 바보긴 한데, 이렇게나 약한 저를 지켜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걸요. 덕분에 한시도 옆에서 떨어지려고 하질 않지만... 귀찮다구요.
이렇게 정보를 많이 줘도 괜찮은거냐구요? 뭐 어때요. 두 번 볼 사람도 아닌데요. 곧 오빠도 올거고.
응? 진짜? 진짜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안에 있으면 절 못찾을거라고?
농담이시죠? 오빠가 늦는건 그냥 그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뿐이에요. 바보라서 쉽게 넘어오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하여튼, 맨날 늦는다니까.
아무튼, 이야기는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나와야겠네.
기분 나쁜 바람 소리와 함께 녹음 종료
그것에는 정해진 모습이 없다. 모습을 계속해서 바꿔대는 통에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과 의사소통 하는 것을 즐기고, 원래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다니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다만 그렇게 돌아다니는 와중에 그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면... '오빠' 가 온다. 자세히 본 사람은 없다. 조우하고서 살아나온 사람은 없으니까.
그저 남아있는 기록 중 가장 온전한 것을 살펴보면, '폭풍 속 거대한 새' 정도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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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조 - 최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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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딴건 상대할 수 없다!
그것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온전하지 않다.
조우한 순간부터 생명은 의미가 없기에 그것을 조우한 사람이 현재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우한 즉시 기록을 하더라도 일대가 괴멸 수준까지 가기에 기록물은 온전치 못하다.
우리는 간신히 몇 장의 종이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 알아볼 수 있던 것은 '폭풍 속 거대한 새' 라는 글이었다. 다른 글들은 연구원들이 밤을 새가며 분석해 보았지만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어내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단어라면, '오빠', '바람', '무의미', '촛불'
해당 기록에 대한 조사는 계속해서 진행중이다.
■■■■■일의 기록
기록 중 파괴됨
현재 ■■시에서 캐시 트럭에 '물건'을 안전하게 실어 ■■시로 이동 완료했습니다. 현 시각부터 ■■■■■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준비 중 지연사항이 확인되어, 일단 '물건'을 캐시 트럭에서 꺼내 작전 지역으로 이동 중에 있습니다.
상황 발생. 상황 발생. 현재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모래바람이 덮쳐와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래 바람으로 인해 작전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 일단 후퇴 후 모래 바람이 잦아들면 재진입 하겠습니다. 허가를 요청... 어? 노이즈
..퇴! .... 일단,
........
통신이 어렵다! 일단 발ㅍ,
작전 중지! 작전 X발 중지!!!!!!!!
노이즈와 함께 비명소리가 섞임
저딴건 상대할 수 없다! 본부! 대체 뭘---
아,
노이즈
.
노이즈가 끊기고, 고요한 바람소리가 들림
아, 그런거구나.
그런거였어.
'''''점점 커지는 바람 소리와 함께 녹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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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하 |
- 아곡성
兒哭聲 -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
兒哭怒 - 어린아이가 울며 분노함
우는 아이의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나는 좋게 말하더라도 좋은 사람은 아뇨. 나를 거쳐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날 괴팍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곤 했지. 인정머리라곤 없고, 사소한 잘못이라도 뭐하나 좋게 넘어간 적이 없소. 그런놈이 무슨 바람이 들었었는지...
그저 평범하게 길을 걷고있을 때였소. 우리 동네에는 골목이 많아서, 큰길에서 조금만 빠져도 거미줄같은 골목길 속으로 빨려들어가곤 하지. 외지인이라면 금방 길을 잃을 게요. 다행스럽다고 해야할지 운이 나쁘다고 해야할지... 나는 그 골목길 정도야 눈감고도 지나갈 만큼 훤했지.
아무튼 그렇게 큰길을 걷고 있었는데, 골목길 안쪽에서 소리가 들렸소. 처음엔 희미했지만 점점 우는 소리라는걸 알 수 있었지. 목소리의 높낮이로 보아 어린 아이거나 젊은 여성일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소. 뭔가 별 생각이 들었던건 아니오. 그저...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소.
우는 소리는 생각보다 깊은 곳에서 들려왔소. 이만큼 들어왔으면 밖에서는 들리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던 것 같소. 그땐 그런 위화감보다는 호기심이 더 앞섰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들어갔는지... 진심으로, 그 동네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나도 이렇게 깊은 골목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소. 몇십분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마침내 울음 소리가 근처에서 들리더군. 그쯤에선 슬슬 짜증이 났소. 몇십분 동안 쉬지도 않고 울음소리를 내던 사람이나, 또 그걸 찾아보겠답시고 몇십분을 걸어온 나나. 전부 바보같았지.
그때 그냥 뒤돌아서 나와야 했던건데...
그렇게 씩씩대며 들어간 골목길 안에는... 한 소녀가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있었소. 끔찍했지. 가까이 다가가니 그저 울음 소리가 아니라, 마치 무언가를 외치듯 절규하는 울음 소리였소. 주변엔, 당신들도 봤다싶이. 앙상하게 말라서 뼈만 남은 사람의 형체가 몇 개인가 늘어져있었소.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내가 떠올린게 뭔지 아시오? 공포? 두려움? 그게 일반적이겠지. 하지만 그때 내가 느낀건... '연민' 이었소. '슬픔' 이었다고 해도 좋겠군.
우는 아이의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그토록 각박하게 살아온 내가 그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낀걸 보면, 알만하지 않소?
주변에 메마른 미라들은 제쳐두고... 그 아이에게 손을 뻗었었소. 내가 미쳤지. 대체 왜 그런 짓을 한건지. 어쩌면 같잖게 동정을 했던것일지도 모르겠소. 아이의 울음 소리는 너무 서글펐고, 나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대항하는 법 따위 알지 못했으니까. 팔이 뻗어지는 동안 울음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소. 마치 나에게서 관심을 끌려는 것 처럼 말이오. 나는 보기 좋게 넘어갔지.
그 다음은, 내 팔이 미라가 되어버렸지. 순식간에 피가 빠져나가버렸소. 고통에 정신이 들어 곧바로 팔을 뺐지만, 빠져나간 수분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더군. 게다가 팔을 너무 세게 빼버린 탓인지... 바싹 말라붙은 팔이 바스라져 가루가 되어버렸소. 그 고통은,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소.
거기에 주저앉아있던 아이는... 사실, 생각나는것이 많지 않소. 옷이 피에 푹 젖어있었고, 아이가 주저앉은 바닥엔 피웅덩이가 있더군. 그것 외엔 그저 작은 체구, 여자아이, 밝은 청록색 머리카락... 요즘은 민트색이라고 하던가? 뭐 아무튼 그 정도의 인상착의 말고는 기억나는게 없소. 평소에 기억력이 나쁜 것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지. 그런 강렬한 장면을 봤는데 인상착의 하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다니.
다만 그건 제대로 기억하고 있소. 내가 멀찍이서 지켜볼때 눈물따윈 없이 그저 우는 소리만 내고있던 아이가, 내 피를 앗아간 후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소. 끔찍한 피눈물이었지.
그 울음은, 어쩌면 슬픔이 아니라 분노였을지도 모르오. 우리는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지. 그저 '울고있으니, 많이 서글픈가보다'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아이에게 손을 내밀려고 한 것이오.
그 아이를 그렇게 슬프게, 또 분노하게 만든 것은 어른들 때문일지 모를 텐데도.
...너무 감상에 젖었군. 아무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다가간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생각하겠소. 그 옆에 말라붙어있던 치들도 같은 이유였겠지. 그들과 같은 몰골이 되지 않은 것으로 충분하오. 왼팔이니 일하는데에 엄청난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네들이 이 팔을 고칠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졌다고는 생각이 안드는군. 나는 이 괴팍한 성격은 버리지 않겠지만, 적어도. 어린 아이의 눈물을 막아줄만한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들더군. 한시도 빠짐없이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세상이오. 지금껏 귀를 막고 있었으니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뿐.
인첨공이라고 아시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아이들을 혹사시켜서 초능력이니 뭐니를 만들어낸다고 하더군. 당치도 않은 얘기지. 어른들은 느긋하게 앉아서 애들이 초능력을 얻는걸 지켜보고, 그 애들의 초능력으로 편하게 살아가고 있겠지. 아마 아이들의 비명따위는 무시할거요. 지금은 인천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발을 붙이고 있을 뿐이지만... 글쎄. 그 치들이 초능력이라는걸 손에 넣은 이상, 언제 인천이라는 벽을 부수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잖소?
이 얘기를 들었다는 건 비밀로 해주게. 입이 가벼웠던 내 친구도 이 이야기를 한 뒤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으니까.
팔은 좀 불편하겠지만, 어떻게든 살아보겠소. 이미 말한 내용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이 생,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살아야지.
인생을 돌아보는데에 이 정도 대가면 값싼 편이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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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우 |
- 기다리는 지옥
너를 기다리고 있는 지옥
내가 갇힌 기다림의 지옥
상처받은 마음에 더 이상 자리가 없어 겉으로도 드러나게 되었지만,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
언제부터인진 모르겠어. 그냥, 정신 차리고 보니까 그곳에 있더라고. 그저 웅크리고 앉아서는 벽만 보고있었지. 뭔가 말을 걸어온다거나, 움직인다거나 하지도 않았어. 그래서 우리도 그걸 그냥 방치해놨지. 꽤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위협이라는 생각이 안들었거든.
가끔씩... 뭔 흰색 털뭉치 하나가 같이 있기도 했어. 그땐 조심해야해. 그 흰색 털뭉치가 옆을 지킬때 근처에 다가가면, 별로 좋은 꼴은 못보거든.
아무튼, 그게 혼자 있을 때는 근처에 가면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 얼굴을 완전히 파묻고 있으니 표정이나 생김새같은건 모르지만, 여리여리하고 머리가 긴걸로 봐선 사람이라면 여자겠구나 싶은?
우리가 여기 배정받기 전에 딱 한번, 이 괴이를 담당하던 녀석들이 말소 작전을 진행했었는데... 결과적으론 뭐, 괴멸 수준도 아니었대. 전부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난자가 돼있었다나. 몇몇은 천장이나 바닥에 찌부러져있었다더라. 생존자 0. 그쪽이 괴이 사냥 부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걸 생각해보면, 꽤나 충격적인 결과였지. 그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거라고 해봤자 상처 뿐이야. 부대에서 피해를 입히긴 한거지. 그 상처는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고 있어.
그 이후에는 그냥 저기에 둔 상태로 방치하는 중이야. 괜히 깨웠다가 무슨 난장을 만들지 모르니, 본부에서도 그냥 냅둔채로 살자는거지. 본부가 제거를 포기한 괴이는 저게 처음일걸?
그나저나 여기에 여자가 배정받는건 또 처음이네. 커리큘럼인지 뭔지 하는 부작용이 쎄서 흑발 흑안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데. 아, 이쪽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구나? 그럼 일단 그것부터 확인하러 가자. 위협은 안돼도 매일 상태 체크는 하고 있거든. 여기가 워낙에 변칙적이어야지.
뚜벅거리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녹음 종료
웅크리고 앉아 구석을 바라보고 있다. 얼굴은 완전히 파묻고있어 보이지는 않으나, 마지막 목격에 의하면 그저 검은 구멍에서 검은 눈물을 끊임없이 흘려내고 있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저 흐느끼는 소리를 낼 뿐이지만, 한 번 자극하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자극한 대상에게 달려든다. 그것은,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다. 죽이지도 못하면서 상처만 늘린 것에 대한 분노다. 삶의 의지는 이미 옛부터 사라졌지만, 그것을 죽일 수 있는 이는 없다. 어쩌면 그것도 알고있을지 모른다. 마음만 먹으면 없앨 수 있는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흉터처럼 자리잡게 되는 것이 그 근거일테다.
가끔 그것의 곁을 지키는 흰색 털뭉치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흰색 털뭉치는 그것에게 가까이 붙어앉아 비비적거리거나 동물이 사람을 핥는 듯한 모습을 표방하곤 한다. 주변에 불청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낮게 으르렁거리다가,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면 공격한다. 해당 털뭉치에 대해서는 다른 문서에 서술되어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비를 베풀고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만큼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되돌려준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버렸기에, 같은 모습일지라도 인간은 버틸 수 없다. 그 많은 상처는 누가 내었으며, 그것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어 버린 것은 누구인가.
그것이 자비를 베풀지 않는 순간이 있다. 정확한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써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여성에게 비상식적으로 거대한 적개심을 품고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다. 해당 모습의 여성이 그것이 인지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갈 경우, 평소 자극되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여성을 공격한다. 여성이 어디로 숨던 찾아내어, 가로막는 장애물을 모두 분쇄하며 여성을 공격한다. 한 번 공격이 시작되면 막을 수 없으며, 여성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히고서야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마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없다. 상처받은 마음에 더 이상 자리가 없어 겉으로도 드러나게 되었지만,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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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오 |
- 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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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인간이었나?
■■은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이었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은 끔찍하리만치 인간과 닮아있으며, 끔찍하리만치 자연스럽게 인간과 소통한다. 다만 이 서술은 이미 정신 오염을 일으킨 ■■■에 의해 작성된 것이며, 해당 괴이는 지나가듯이 보면 인간과 닮아있지만 자세히 볼 경우 알 수 없는 노이즈 현상으로 인해 눈 부분을 확인할 수 없다. 너무 오래 바라볼 경우 ■■■과 같이 정신 오염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은 권장되지 않음.
다만 ■■과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소통을 시도하려는 행위는 권장되지 않는다. 말이나 몸짓, 글로 ■■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실험적인 행위는 지금까지 ■■회 실행되었지만, 모든 시도가 실험자의 정신적 오염을 야기했으며, 심한 경우 괴이화가 진행되어 ■■되었음을 알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과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행위는 권장되지 않는다.
추후 ■■과 소통을 시도하는 인원을 발견 할 경우 지체없이 그 자리에서 ■■할 것임을 알리며, ■■한 인원의 책임을 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다만 극히 드물게, 이쪽에서 접근하지 않더라도 먼저 ■■이 접근을 해오는 때가 있다. 이 경우 미술관 관람을 즐기면 된다.
본부에선 해당 인원의 가족에게 상당액의 위로금을 전달할 것을 약속한다.
■■은 과거 인첨공의 최대 박물관이라고 일컬어지던 인해 박물관 내부 인해 속 작은 미술관 에서 목격되며, 해당 괴이를 조우했을 경우엔 다음 지침을 따르면 된다.
1. 근처에서 배회중인 것을 목격했거나 지나쳐갈 경우
- 안심하고 탈출 및 수색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2. ■■과 눈이 마주쳤을 경우
- 즉시 눈을 감고, 귀를 막은 귀 웅크려 앉는다. 머릿속의 노이즈와 서늘한 한기가 멀어질 때 까지 움직여선 안되며, 노이즈와 한기 모두 확실히 사라졌다고 판단한 후에 눈을 뜰 것.
■■의 알 수 없는 노이즈를 직시했을 경우에도 동일한 행동을 취한다.
3. 어떤 방식으로든, ■■을 조우하고 목소리를 내었을 경우
5. 어떤 방식으로든, ■■의 '맨눈'과 눈이 마주쳤을 경우
특수 경우. 근처에 ■■이 없더라도, 인해 속 작은 미술관 에 있는 그림들을 오염시키거나 아주 작은 흠집이라도 내었을 경우
말. 말을 걸었어요. 그야 몇 시간이나 헤매다가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구요. 아니, 사람인줄 알았던거지. 뒤를 돌아보자마자 제 선택이 잘못됐다는걸 깨달았죠. 그, 그 이상한 노이즈. 눈을 가리고 있는 노이즈를 보고 이건 잘못됐다고 느꼈어요. 아니, 잘못된건 나였나?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가지 않았죠. 머릿속에선 치지직거리면서... 그것이 뭐라 입을 열었지만 노이즈에 가려져서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아, 아이? 인간? 몇 가지 단어정도는 들었는게 그게 다라구요. 아니, 인간이 아니었나? 아, 아, 아무튼. 벌벌 떨면서 이제 가봐야 할것같다고 하니까 길을 비켰어요. 뭐라고 해야하나, 알아서 하라는 느낌? 거의 신경도 안쓰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가든 말든 알아서 해라 그런.... 그래서, 뛰었죠. 머릿속이 좀 가렵긴 했는데 참을만 했어요. 근데, 아무리 뛰어도, 그 자리를 벗어나질 못했어요. 분명 앞으로 뛰고 있었는데... 인지 부조화에라도 걸린 느낌이었죠. 뛰고, 뛰고, 뛰고, 뛰고, 뛰고.... 아니, 걸었던가? 결국 지쳐서 멈췄는데, 그것은 아직까지 앞에 있었죠. 숨을 헐떡이다가 또 그 노이즈를 마주쳤는데... 그 감각은 진짜 끔찍했어요. 머릿속을 완전히 다 들여다보는 느낌... 그러면서 헤집어놓는 느낌... 저는 그것의 눈조차 보지 못했지만, 그것은 제 뇌 속 주름 하나하나까지 전부 보고있는 것 같았어요. 거기서, 으, 머리가 점점 이상해진 것 같아요. 귀는 하나잖아요? 하마터면 그것에 속아서 귀를 두 개나 단 채로 살아갈 뻔 했어요. 주머니에 날붙이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런 것들은 신체를 이상하게 변형시키기도 하는건가요? 제 눈은 제대로 3개가 붙어있나요? 하나를 뺏긴듯한 느낌이 들어서... 일단, 그, 네. 맞아요. 의자 안으로 뛰어나갔더니 리모컨이 생쥐를 하고있길래 연필이 말하지 말랬어요. 특수부대는 커피가 아파서 목욕탕이 넘어졌고...
정신 오염도가 일정 수치를 넘어 ■■완료
조사 결과, ■■에게는 원리를 알 수 없는 정신 이상을 자신을 바라본 대상에게 발현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괴이와 조우하여 노이즈(혹은 눈)을 마주친 인원은 빠짐 없이 정신 오염 증상을 보였으며, 해당 오염자를 방치하면 장시간 후에 ■■-2 개체로 변이하는 것을 확인. ■■-2 개체로 변이하는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현재까지 최대 72시간을 넘기지 않음. ■■-2 개체로 변이하기 전의 인원들은 모두 자신의 머릿속이 ■■에게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생각을 멈춰야 한다며 자해를 시도하는 것이 확인됨.
■■-2 개체는 공격성이 높으며 마찬가지로 정신 오염을 일으키는 특수한 전파를 방출하는 것으로 확인되므로, ■■와 접촉한 인원을 발견하면 즉시 격리실로 데려가 상위 인원을 호출하거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즉시 ■■할 것. ■■과 ■■-2는 인간이 아니다.
아니, 인간이었나?
아, 놀랍지 않나요? ■■의 ■■■는 아름다워요. 마치 우리를 모두 꿰뚫어보는 듯한. 모든걸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신경쓸 것도 없다는 그 눈빛. 당신, ■■■가 사라진 ■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은 그것을 굉장히 싫어하시지만, 우리는 그것을 축복으로 여긴답니다. 우리의 모든 것.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마저 ■■께 모두 바칠 수 있다니! 그것만큼 영광이 있을까요?
그러니 지침따위 집어치워요.
그 더러운 눈가리개를 찢어버리고서 우리 같이 목도합시다.
■■은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시겠지만, 괜찮아요.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말따위보다 더 중요한게 있는 법이잖아요? ■■■에 집중해봐요. 그럼 들릴거야.
거짓따위 없는 세계의 ■■은, 모든 것을 환멸하지만 모든 것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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