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평소 몸동작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 팔랑거리며 가볍습니다. 하지만 부분부분엔 단편적이기는 하나 우아함이 깃들어 있으므로 경박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군요. 하늘하늘, 사뿐사뿐이라는 말이 이 정도로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 합니다.
정말로 화가 난 그녀는 이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과연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안 그래 보이지만 은근히 철두철미한 구석이 있습니다.
가끔 '~사와요.' 라는 말투를 사용하곤 합니다.

사쿠라자와 가문은 대대로 '앵란'이라는 이름의 수호신을 모셔 왔습니다. 상징물은 가문이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지켜내 온 커다란 벚꽃나무였죠. 가문이 오래 된 만큼 수호신도 역사를 지니고, 세월이 흐르며 앵란은 단순한 수호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섯 살의, 가문의 역사를 완전히 익히지 못한 그녀는 그만 수호신의 목소리를 들어 버린 것입니다. 정확히는 집의 주위를 떠도는 첫째 오빠의 목소리였죠. 사쿠라자와 가문은 강령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호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점에서, 그들은 그녀를 요술사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수호신의 실체화라고만 여기게 됩니다. 밝은 그녀였으나 영기가 새어나간다는 이유로 밖에도 마음대로 나가지 못한 채 극도로 제한된 삶이 계속되자 그녀도 점점 생기를 잃었습니다. 갈수록 강해지는 요술의 힘 탓에 좀 더 넓은 범위의 영혼들이 느껴지는 것도 한몫했죠. 그럴 때 위안이 되어 준 것은 줄곧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격려해 준 첫째 오빠였습니다.
그녀가 15살이 되고 난 후의 어느 날, 평소에도 어딘가 다녀오겠다며 종종 사라지곤 하던 그녀의 첫째 오빠가 상기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어쩌다가 듣게 된 먼 나라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드래고니아 아카데미의 이야기도 함께 있었죠. 오빠는 그녀에게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여동생을 지켜 본 결과, 여동생의 재능이라면 조금만 다듬어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녀는 그때부터 활기를 되찾은 것은 물론이고,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수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5년 후 그녀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가문의 사람들은 극구 반대하며 붙잡으려 했으나 새로운 영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에 그녀의 출가를 허락합니다. 결국 그녀는 아카데미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수호신인 앵란은 세월을 거쳐 오며 붉고 흰 천을 휘날리는 벚꽃의 여신으로 의인화되었습니다! 가문의 역사가 적힌 두껍기 짝이 없는 책을 쭉 훑어 보면, 중간중간에 거사를 행할 때 축복을 내려 주었다는 식으로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사쿠라자와 가문의 저택 주변에는 커다란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으며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분홍 꽃잎이 비처럼 내려오는 장관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수호신에게 바치는 공물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