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AIRSS

세에레

last modified: 2015-05-23 00:58:11 Contributors


상위 항목:흰 안개꽃과 검은 장미


"바라는 것은,이곳에 있었어."

1. 프로필


이름: 세에레(Se-ere)

나이: 1만 살 이상, 기원(祈願)대공

영역: 오만

성별: 남성에 가까운 무성

탄생: 타천사

2. 성격

나긋나긋하고 생글생글 잘 웃지만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을 볼때도 똑같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S.
다만 루시퍼에게는 소프트한 얀 성향을 보였...다가 현재 완화된 상태.

3. 외형

허리까지 기른 밝은 색의 은발 머리를 풀어내려 머리핀을 꽂은,금빛 눈동자의 겉모습 (만)은 천사같은 중성적 미인.앞머리는 눈을 살짝 덮는 정도로 기르고 있다.
주요 복장은 얼굴을 다 가릴 만큼 커다란 모자가 달린 헐렁한 검은 로브...에서 루시퍼 수제의 은청색 망토로 바뀌었다.
만든 솜씨는 나쁘지만 본인은 상관없는 듯 즐겁게 입고 다님. 은색의 물방울 모양 귀걸이를 양쪽 귀에 달고 있다. 딱히 의미는 없고, 그냥 예뻐서 달고 다닌다는 듯.
키는 185 언저리, 상당히 마른 몸. 등에 날개를 찢어낸 흉터 두 개와, 목덜미께에 새 모양의 문신이 있다.

4. 특징

1만 년 전, 루시퍼의 반역 때에 루시퍼 와 의견을 같이 하다 천계에서 떨어진 타락 천사.날개는 찢어낸 상태.
능력상으로는 거짓이나 몽환 쪽에 가깝지만 루시퍼를 주인으로 선택, 오만의 영역에 터를 잡았다.
루시퍼를 부르는 호칭은 주인님에서부터 루시퍼 님, 폐하, 당신...아무튼 다종다양. 연인이 된 지금은 새벽별이라고 부르는 것을 즐긴다.
능력은 상대의 바람(기원)을 왜곡된 방식으로 이뤄 주는 것. 거미를 순하게 하려고 하면 거미가 죽는 등,절대 완벽한 기원은 이룰 수 없다.
커다란 기원일수록 부작용은 강해지고,자신의 몸에도 부담이 간다. 의식하면 더 끔찍하게 바꿔 오는 게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패시브.
기원을 물어볼 때 가능한 한 상세하게 대답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능력이 강한 관계로 신체능력은 상당히 약한데다 무력 개발에 손을 대지 않아서,
악마를 상대로 할 때의 무력은 평범한 공작 급. 오만 영역이니만큼 천사를 상대로 할 때는 좀 더 강해지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약하다. 유일한 공격기는 오만 영역 특유의 검은 불꽃.

5. IF

5.1.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

만약 어떤 악마가 어느 날 죽는다고 해도,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까,당신이 없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당신을 잃은 나는?

정원에 드는 햇볕이 맑은 오월의 오전,연인을 잃은 악마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쓰던 침대와 이부자리를 들어내고,손때묻은 테이블에 딸려 있는 다리 길이 맞지 않는 의자 하나를 빼내고,서재의 책에 꽂혀 있는 책갈피를 손수 찾아내다 그 사이의 낙엽까지 빼낸다.안락의자 두 개를 하나만 남겨놓고,부엌의 컵과 식기와 접시도 한 짝씩만 들어낸다.옷장을 비워내고 창고의 물건까지,꼭 자기의 물건만 빼내온 악마는 마당 한켠에 쌓인 물건들에 불을 붙였다.검은 연기가 몇 시간을 오르고,결국 산더미같던 물건들이 검은 재 한줌과 약간의 도자기 조각으로 바뀌자 그 재를 쓸어모아 내다 버리는 수고조차 마다않았다.

마당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깨끗해졌을 때,날은 어느새 오후였다.
악마는 이제 두 명이 살았던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집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은청색 망토 대신 곱게 낡은 검은 로브를 걸치고,풀어내린 머리에 꽂혀 있던 은빛 머리핀을 뽑아냈다.벗은 망토 위에는 머리핀을 올려서,삼 년째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먼지낀 붙박이장 구석에 숨겼다.결국 버리지 못한 미련의 자락이었다.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온 악마가 저택을 나섰을 때,노을이 서편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악마는 저택을 나서기 전에 꽃가지를 하나 꺾어 비녀삼아 머리를 틀어올렸다.천계까지는 먼 길이었다.지금 핀 꽃송이는 천계에 가기 전에 시들 터였다.

오랜 길을 걸어 결국 악마가 천계에 도착했을 때,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검문과 심문을 피하느라 꽃송이는 다 떨어져 있었고,틀어올렸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다.평소라면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하지도 않았을 차림새로 악마는 누군가의 집 문을 두드렸다.세상에 오직 한 명,악마만큼 악마의 연인을 살리고 싶어할 이의 집이었다.문은 느리게 열렸다.

달이 서산 위를 지나던 그 밤,누군가는 죽음에서 되살아나고 누군가는 세간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정원에 드는 햇살이 맑은 오월의 아침,어떤 악마는 잠에서 깨어났다.깨우는 이도 없는 단잠이었다.
악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아침을 차려 먹었다.중간에 컵을 하나 깼지만,혼자 사는 집에는 여분의 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악마는 수프 볼에 우유를 따라 마셨다.늘 그랬던 것처럼,아무 일도 없는 아침이었다.

만일 어떤 악마가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은 나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5.2. IF : 전쟁 속에서

꽤나 단순한 이야기다.
모두가 평화롭던 이상향에, 반동 분자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다른 이들을 속여 신께 거역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전부 거짓말이지만.

피범벅이 된 들판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더라. 놋? 메사? 다메섹? 호바? 사웨? 아니,어디라도 좋다. 어디나 이와 같은 꼴일 테니까.
처음에 타천한 것은 루시펠, 그 뒤를 잇듯 떨어져 내려온 바알과 릴리스. 일 년 뒤에는 메타트론 또한 그에 가세했다.
아아,당신이 아끼던 자식들이 이처럼 재빨리 타락하는 모습을 보고 계십니까?

지금도 근방에서 넷 중 하나가 미쳐 날뛰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비틀리지 않는 걸 보니 릴리스는 아닐 테고, 글쎄.
저 멀리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운 이 열기는 루시펠...아니, 루시퍼가 아닐까. 그렇다면 좋은 일이다.아마도 오늘 해가 지기 전에 합류할 수 있을 테지.

"그러니까,얼른 기원하라고 말하잖아."

쉽게 죽여주겠다니까, 응?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굴어, 피곤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것은 한때 그 몸에 붙어 있었던 사지의 조각. 한 손에 쥔 것은 매끄러운 금빛의 머리채...익숙한 얼굴. 누구였더라?
아아, 그래. 내 이웃이었지. 맞은편 집에 살았었어. 정원 가꾸기를 좋아했는데.

"저 산, 무너지라고 기원해. 이건 명령이야. 알지? 아, 저편에 천사들의 군대가 오고 있다고? 산이 무너지면 다 깔려 죽을 거라고? 응,노린 거야!"

이렇게 빌면, 내 부담이 줄어들더라고. 그러니까 얼른 말해...응? 안 말해?
머리채를 쥔 손에 불꽃을 발하자 단백질이 타는 메스꺼운 냄새가 들판에 퍼졌다.
그렇게 일 분, 이 분, 숨 넘어가는 목소리와 죽어서도 죽여버리겠다는 저주와 단말마의 비명.

"착하지. 그러게 곱게 죽여준다고 할때 빌었으면 편하잖아."

방금 전까지 천사'였던 것'의 고기를 풀밭에 내던지며 재가 묻은 손을 털어냈다.

"그 기원, 기-쁘게 이뤄줄게. 아아,맞다. 다음 군세에는 네 연인도 있었다고 했지? 연인과 같이 좋은 곳 가세요."

산이 무너지는 진동을 발밑으로 느끼며 깔깔 웃었다. 아파라,확실히 큰 기원이니 부담도 크네. 오늘은 일찍 자야겠어.

"그거 알아?내 기원은 '비는 이'의 희망을 배신해."

온몸에 울리는 진동을 웃어넘기며 들판에 주저앉아 옆에 뒹구르는 사체에게 말했다.

"네 연인은 확실히 죽었어. 축하해, 저 어딘가로 가면 그가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럼 안녕,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
울림이 멎을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산이 무너져서 길이 막혔나...돌아서 가야겠네.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열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했다. 루시퍼 님도, 지금쯤 끝나셨으려나?

"...이런, 로브에 피가 묻었네."

만나뵐 때, 피냄새라도 나면 곤란한데. 그 분은 전쟁을 기꺼워하지 않으시는걸...
이를 어쩔까. 태평스런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아, 있구나."

내가 죽였던... 아, 누구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로브. 피 안 묻었나? 안 묻었네. 혹시 묻었다고 해도 까만 색이라 티도 안 날 테고...
로브를 갈아입고, 걷는 발걸음은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