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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과거사

last modified: 2015-12-17 22:55:22 Contributors


1. 연표

연도 장소 사건
1781 프랑스, 파리, 빈민가 5월 27일, 빈민인 부친 에두아르와 모친 카밀라 부부 사이에서 출생.
1788 프랑스, 파리, 빈민가 1월 5일, 부친이 사망.
2월 29일, 모친이 생계를 위해 성매매 시작함.
1789 프랑스, 파리, 빈민가 ->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2월 19일, 모친이 동반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 후 사망. 이 과정에서 가슴 부분에 절상을 입음.
1789 -> 성황후 849년 프랑스, 파리, 빈민가 ->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1월 4일, 굶주린 나머지 아사할 위기에 처함. 혼절하기 직전에 무심코 건드린 차원의 균열을 통해 브렌다리엔 왕국의 렌다르 시, 성황청 근처에 불시착. 미트라 루미네의 오르도 제노스 기드온에게 구조됨과 동시에 혼절.
성황후 849년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1월 5일, 성황청의 보건실에서 깨어남. 아르카이의 고아들을 돌보는 총책임자인 여사제, 그리고 기드온과 처음으로 조우. 기드온에게서 통역 마법을 받고, 이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음.
1월 10일,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고 10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에 배정됨.
4월 30일, 매번 찾아와주고 신경을 써 주는 기드온의 마음에 감복, 마침내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됨.
4월 31일, 통역 마법이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렌다리엔어를 배우고,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씩 산책을 다니기 시작함.
5월 9일, 처음으로 미사에 참석. 성가대에 흥미를 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몰래 성가를 연습하기 시작함.
6월 12일, 기드온에게서 팔라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음. 팔라딘이 되리라는 꿈을 어렴풋이 가지게 됨.
성황후 850년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3월 5일, 스콜라에 입학.
5월 ?일~?일, 릭서스 가 휘하의 해결사에게 납치를 당할 뻔 하나, 기드온에 의해서 구해짐.
8월 1일, 처음으로 미사에 참석. 성가대에 흥미를 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몰래 성가를 연습하기 시작함.
9월 25일, 성황청 밖을 처음으로 나섬. 이후로 성황청 밖으로도 나가보기 시작함.
11월 28일, 브렌다리엔어를 완전히 마스터함.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성격이 지금(성황후 859년 기준)과 같이 변화함.
성황후 851년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1월 2일, 자신과 같이 공부벌레인 아이들과 뜻을 모아 스터디 그룹 결성.
성황후 853년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3월 9일, 기드온에게 연모하는 마음을 품게 됨. 더욱 공부에 매진함.
성황후 856년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9월 2일, 안면이 있는 한 오르도 저스티카에게 노래 연습을 들킴.
성황후 857년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3월, 스콜라를 졸업하고 아카데미움에 입학.
4월 7일, 노래 연습을 들킨 오르도 저스티카의 소개로 성가대에 들어감. 노래에 빛의 힘을 싣는 법을 배우기 시작함.
성황후 859년 브렌다리엔 왕국, 렌다르 시, 성황청 파견을 나간 기드온을 기다리던 중 유적 추락 및 기드온의 수감 소식을 듣게 됨.

2. 전문

2.1. 탄생과 상실

1780년 4월, 프랑스의 수도 파리. 빈민가의 길바닥에서 태어난 소녀는, 자신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부모에게서 아리엘이라는 이름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생계를 위해 구걸 밖에는 도리가 없어 하루하루 비참하게 살아가면서도, 푼돈이라도 벌었을 때면 오늘은 가족이 모두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웃어주던 아버지는 소녀가 일곱살이 되었을 때 딸과 아내가 보는 앞에서 얼굴이 술기운으로 벌겋게 익은 상류층 신사의 구둣발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어머니는 제 아버지의 처참한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은 채 공포에 질린 딸을 안고,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에 새기며 그 유언을 따라 그 자리를 벗어났다.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난 모녀에게 세상은 더 잔혹한, 그들의 힘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역경을 수 없이 내보내었다. 어머니는 딸마저 잃을 수 없어 자신의 순결마저도 팔게 되었고, 딸을 위해서 강해지려고 애썼던 정신도 점점 무너져만 갔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서럽게 우는 딸아이를 보며, 더 이상 웃어주지 않는 딸아이를 보며, 자신이 어떻게 해도 딸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음을, 종국에는 딸아이마저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절감하고 절망한 어머니는, 소녀가 여덟살이 되던 해에, 산산히 부서진 술병의 긴 조각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마지막 힘을 다해 딸아이를 찌르려 했으나, 생존본능에 힘에 몸을 비튼 소녀의 여린 가슴에는 세로로 그은 붉고 아픈 줄만이 그어졌을 뿐이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절망하며 숨을 거둔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소녀는 하룻밤을 지샜다. 아침이 밝아, 빈민가에도 비쳐오던 우윳빛 햇살이 소녀를 비추었을 때, 소녀의 올리브색 눈동자에 빛나던 생기는 꺼져버렸고, 숨이 붙어있는 소녀의 육신에 깃든 영혼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스스로 단절했다. 소녀는, 마치 짐승처럼 생존본능에 의존해 온갖 것들로 주린 배를 채우며 연명했다. 말라비틀어진 풀, 쥐의 시체, 빵 부스러기, 음식 찌꺼기...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그저 본능에 의해서 움직이던 가늘고 조그마한 몸에는 자잘한 상처가 늘어났고, 결국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2. 불시착

먹을 것을 구할 기운도 없게 되어버린 채 1주 하고도 닷새가 지났다. 소녀는 장대비가 내리붓는 어느 밤에 차디찬 돌바닥에 몸을 뉘었다. 자신의 몸을 꿰뚫을 듯이 내리는 비가 자신을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들이 믿었던, 허나 자신에게는 허상만도 같았던 절대자가 있는 곳으로 어서 보내주길 바라며 눈을 감으려던 소녀의 시야에, 작고 가느다란 빛이 보였다. 돌바닥에 놓인 듯 보였던 그 빛은 마치 올이 풀려 갈라진 자신의 옷의 갈라진 틈과 같은 틈새에서 새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소녀는 왠지 모를, 운명과도 같은 끌림에 이끌려, 뼈만 앙상한 손을 그 위에 살며시 올렸다. 소녀의 손길에 살짝 벌어진 그 틈은 조그마한 몸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빛나던 그 틈새에 삼켜진 소녀의 몸은 허공에서 추락하다, 한 사내의 품에 떨어져내렸다. 소녀는 의식이 끊기기 전, 사내의 온기를 느꼈다. 어머니를 잃은 후, 처음으로 제 몸에 아프지 않게 닿아온 포근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듯한 온기에, 어머니와 함께 죽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영혼이 깊은 안도를 느끼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하며, 소녀는 눈을 감았다.

소녀가 눈을 떴을 때, 소녀는 온 몸이 무척 부드럽고 포근하지만, 동시에 낯선 것으로 둘러싸인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소녀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고, 창 밖을 내다본 것으로, 자신이 지금 말로만 들어왔던 침대라는 것에 누워 있었고,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도착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자신이 가끔 보아오던 성당 비스무리한 건물에는 십자가가 없었으며,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입고 있었던 옷은 자신이 살던 곳의 사람들이 입는 옷과는 사뭇 달랐던 것이었다. 소녀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느닷없이 오게 된 이 세계와 정체불명의 교회 등에 대한 작은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나 궁금증마저도 소녀의 굳게 닫힌 마음의 벽을 넘을 수 없었고, 소녀는 제 마음과 마찬가지로 입술을 단단히 걸어잠가버렸다. 소녀가 정신을 차린 지 조금 되었을 때, 문이 열리고 수도복을 입은 한 명의 나이 지긋한 노파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저에게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묻는 노파에게 입술을 꾹 다문 태도로 일관하던 소녀는, 발소리가 멀어지는 소리에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며 그 노파의 뒷모습을 쫓았다. 아무리 말이 안 통했다지만 조금 심했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을 때 쯔음, 노인은 다른 사람을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스물 네살 남짓한, 키가 큰 청년이었다. 소녀는 무심코, 청년의 환한 상아빛 눈동자가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청년은 소녀에게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행하였다. 소녀는 움찔거렸지만 왠지 모를 안정감에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소녀는 노인과 청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해하면서, 하지만 죽은 사람같은 무표정으로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보다 도로 고개를 돌려 허공을 응시하는 소녀를 향해, 청년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 뒤, 소녀가 살아오던 세계에 대해서 물었다. 하지만 이미 노파에게도 침묵만을 고수하던 소녀가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청년은 대답없는 소녀에게, 조금 전의 노파가 누구인지를 소개해준 뒤, 소녀가 온 이 나라, 도시에 대해서, 그리고 이 나라에 있는, 자신과 방금 전의 노파가 소속되어 있는 종교와 그 교단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청년의 이름은 기드온, 미트라 루미네라는 종교의 교단의 오르도 제노스라는 부서에 속해 있는 사람이며, 자신의 보호자가 되었다 했다. 노파는 아르카이의 여사제로, 본청의 고아들을 돌보는 총책임자라 했다. 소녀는 사내와 노파 두 사람 모두 보지 않은 채 마음속으로 물었다. 보호자? 귀찮게 이런 하찮은 계집아이를 맡아 뭐하게? 설명은 이어졌다. 소녀가 지금 와 있는 나라의 이름은 브렌다리엔 왕국이며, 도시의 이름은 렌다르이고, 청년과 노파가 소속된, 그리고 소녀를 거둔 미트라 루미네는 인간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빛을 믿는 종교라는 것이었다. 소녀의 싸늘한 무표정에 작은 흥미가 서렸다 사그라들었다. 그 때의 소녀로서는 사람의 마음에 빛이 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후, 이 세계의 자잘한 상식을 알려준 청년은 곧 소녀와 노파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소녀가 있는 병동을 떠났고, 소녀는 청년의 인사에 몸만 움찔 떨었을 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아, 내 보호자를 자처해준 사람이라 해도.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후, 소녀는 아르카이에 입학할 나이가 안 된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에 배정되었고, 자신의 방 안에서 나오거나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은, 당연히도 없었다.

2.3. 동행자

기드온이라고 이름을 밝힌 청년은 매일 같이 소녀를 만나러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잘한 상식, 제 부서에서 있는 소소한 이야기, 가끔 실없는 조크까지... 소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청년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도 모르게 청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자신의 태도를, 소녀는 인정할 수 없어서 억지로 더욱 매몰차게 마음을 먹고 계속해서 청년이 걸어오는 말에 묵묵부답으로, 청년의 시선에는 그를 회피하는 것으로 태도를 견지했다. 그럼에도 소녀의 귀는 저절로 청년이 하는 이야기에 기울이고, 청년이 없을 때에는 저절로 그 목소리를 찾게 되었다. 그런 자신의 마음마저 부정하던 소녀에게 커다란 동요를 안겨준 것은, 어느날 청년이 그 빛나는 눈동자로, 생기없는 소녀의 올리브빛 눈망울을 응시하며 어느때보다도 진중한 음성으로 건네어 온 말이었다.

"그 마음 이해해. 숨을 쉬는 공기도 바뀌고, 마시는 물도 바뀌었지. 쓰고 말하고 듣는 말도 바뀌었고, 사람들도, 옷도, 집도, 모든 것이 네가 살던 땅과는 다르겠지. 하지만 아리엘, 너는 지금 여기 이 곳에 있는 거야. 네가 이 곳에 어울리기 위해 나설지, 아니면 계속 이 방 안에서 지낼지, 그건 네 선택이지만, 아리엘, 이 오빠는 네가 좀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 오르도 제노스의 전투사제가, 한 아이에게

소녀는 며칠을 동요한 끝에, 누군가 완전히 닫아버렸던 제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음을 알고, 그 기분이 싫지 않다고 느끼고 있음을 인정하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는 청년의 지속적인 노력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청년이 하는 말을 무시하려던 것도 잊어버리곤 청년이 던진 실없는 농담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신을 멍하니 보는 청년의 시선도 의식하지 못하고, 한동한 내지 않았던 앳띤 목소리로 큭큭거리며 작게 웃던 소녀는 한 순간 웃음을 멈추었다. 소녀는 푹 숙여진 고개를 들어,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보호자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녀, 아니 아리엘은, 울고 있었다. 올리브색 눈동자에서 따뜻한 눈물을 퐁퐁 쏟으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소리를 참은 채,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그런 아리엘을 가만히 보고 있던 보호자, 기드온은 또 다시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어허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카던데..." 울음을 참는 것도 잊고, 흠뻑 젖어든 두 눈을 의아한 마음에 휘동그랗게 떴다가 결국 그 실없는 농담에 피싯 웃어버린 아리엘은, 결국 기드온의 조크대로 울다가 웃어버렸음을 깨닫고, 이번에는 참지도 않고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무관심에도 아랑곳않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써준 그에 대해서, 여러가지 감정이 복받친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아리엘은 기드온과 조금씩,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자신의 이름이 아리엘이라는 것, 프랑스란 나라의 파리라는 도시에서 살다 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살던 곳이 어떤 곳인지 까지 털어놓았지만, 아리엘은 자신의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는 털어놓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꺼내려 할 때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르고 정신이 흔들려, 그나마 기드온의 도움으로 진정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아리엘은 그에게 자신의 마음에 남은 상처를 말하지 못했고, 결국 그 것은 현 시점인 8년 후까지 지속되었다. 마음 속에 마저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는 별개로, 아리엘은 점점 기드온에게 마음을 열어갔고, 그를 자신의 보호자로 인정하고 마침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자 은인, 가족으로 여기게 되었다.

2.4.

보호자인 기드온에게 마음을 연 것을 기점으로, 아리엘은 그동안 흘려듣기만 했던 그의 지극정성 어린 잔소리를 받아들이고 이전보다 조금씩이나마, 적극적으로 자신이 오게 된 이 세계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바로, 기드온의 잔소리에 따라 빛의 교회의 아이들 모임에 얼굴을 내민 것이었다. 그 외에도, 그녀는 기드온의 통역마법이 걸려있음에도 자발적으로 자신의 새로운 조국이 될 브렌다리엔의 언어를 배우거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산책을 다니는 등, 작은 노력도 스스로 해나갔다. 심지어는 자발적으로, 기드온에게 함께 미사를 보고 싶다고 말하여 처음으로 함께 미사를 볼 정도였다. 처음으로 기드온과 함께 미사를 본 아리엘은, 빛의 교회에 더욱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본래 노래를 좋아했던 터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성가대를 동경하여, 몰래 노래를 연습하게 되었다. 아직은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렸기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에는 쑥쓰러웠던 것이었다. 이윽고, 아리엘은 열살이 되던 해에 스콜라에 진학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이 세계가 흥미로운 만큼 낯설었던 아리엘은 처음에는 또래의 아이들에게 낯을 가렸으나, 기드온과의 대화와 몇몇 상냥하고 적극적인 아이들의 도움으로 점차 또래 아이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었고, 수줍음 많고 서툴던 성격도 점차 기드온과 또래 아이들의 영향으로 밝고 상냥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함께 온다고, 아리엘은 이 시기에 커다란 시련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시작은 릭서스 백작가의 차남인 아벨 지기스문트 오름슈타인 폰 릭서스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였다. 도련님은 아리엘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애하였으나, 아리엘은 점차 적응중이고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기드온과 케일럽을 제외한 이 세계가 아직은 낯설었고, 아벨의 호의가 백작가의 내세워 행해진 것도 있어 주변 사람들은 물론 아리엘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가끔 있었기에 오히려 그 호의가 부담스럽다고 느꼈고, 이에 번번히 거절하였다. 아벨이 아리엘을 위해 도서관에 마련한 자리를, 아리엘이 매몰차게 무시하고 간 이후로 아벨이 관심을 끊는 듯 보여 홀가분함을 느끼던 아리엘의 앞날에는, 더욱 커다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강한 바람에 고리에서 빠져버린 방충 커튼을 닫아걸던 밤이었다. 아리엘이 바람이 잦아든 틈을 타 방충 커튼을 다시 고정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 돌아섰을 때, 그 틈을 타서 아리엘의 방에 침입한 의문의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아리엘을 나지막이 달랬으나, 아리엘은 사내를 믿지 않고 비명을 질렀고, 사내는 그 길로 아리엘을 납치하려 했으나, 그 시도는 때마침 등장한, 가운바람의 기드온에 의해 가로막혔다. 최대한 빨리 다른 사제들을 데려와달라는 기드온의 말에, 눈물을 닦고 씩씩하게 일어선 아리엘은 기드온이 막아주는 틈을 타 방을 탈출하여 다른 사제들을 부르러 향했다.

광장을 지나 도착한 전투사제들의 숙소의 문을 두드리며 다급하게 도움을 청한 아리엘이 만난 사람은, 금발을 말총머리로 묶어올린 스무살 쯤 된 여사제, 에카티였다. 자신의 다급한 외침에 상황이 심상치않음을 알아차리고 빠르게 갑옷을 입고서 방패를 든 그녀와 함께 기드온이 있을 자신의 방으로 향한 아리엘은, 문을 열어젖히려는 찰나, 문을 부수고 뛰쳐나오는 침입자와 맞닥뜨렸다. 침입자의 손에 들린 낫에 흥건히 묻어있는, 기드온의 것이 분명한 핏물을 보고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아리엘에게, 침입자가 손을 뻗었으나, 그 손끝이 아리엘에게 닿기도 전에 침입자는 에카티의 재빠른 응징에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에카티와 교전하던 침입자는, 교전 중에 아리엘의 방에 생긴 커다란 구멍으로 빠져나갔고, 에카티 역시 그 뒤를 따랐다. 크게 부상을 입은 기드온을 부축해서 이동할 지, 자리를 옮길 지 고민하던 아리엘은, 자신을 노리는 침입자로부터 기드온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침입자와 교전중일 에카티를 돕기 위해, 기드온을 뒤에 남겨두고 자신의 방에서 침입자와 에카티가 사라진 그 구멍으로 망설임없이 뛰어내렸다.

기드온이 가르쳐준 낙법으로 무사히 착지한 아리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바라본 방향에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세명의 사제와 점차 불이 켜지기 시작한, 에카티가 갔음직한 골목길이 있었다. 아리엘은 한 사제의 사슬갑옷 소리에 걸음소리를 묻으며, 세 사제들의, 그리고 손쇠뇌를 든 짧은 머리의 여사제, 나에즈의 뒤를 밟았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녀의 미행은 나에즈에게 들키고 말았고,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을 침입자라 오인한 나에즈에게 사과와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요는, 자신을 미끼로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아리엘의 요청에 난색을 표하던 나에즈는, 아리엘이 자신의 동행사제가 중상을 입었으며, 그가 기드온이라는 것을 밝히자, 고민 끝에 아리엘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2.5. 이후의 이야기

이 사건 이후, 아리엘은 더욱 더 스콜라에서 배우는 공부에 매진하게 되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기드온을 지켜줄 수 있도록 강해지기 위한 노력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공부라는 것을 인지, 실행에 옮긴 것이다. 물론 하루에 한번씩은 기드온과 만나 놀았지만 그 시간과 노래연습 및 운동 시간을 제외하곤 식사시간과 취침시간까지 야금야금 줄여가며 무서운 기세로 스콜라에서 배우는 내용과 둘이서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듯이, 그날 그날 배운 내용은 꼭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복습을 했으며, 시간이 남으면 지금까지 배워온 것을 스스로 꼼꼼하게 점검하고, 맛보기 수준으로만 예습을 하다, 서서히 조금씩 예습량을 늘려나갔다.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는 것이 용했지만, 아리엘은 자신이 살던 세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이 공부가 무척이나 재미있었고, 공부 중에 정말로 막힌다 싶으면 보호자인 기드온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기에, 무엇보다 어른이 되어 기드온을 지켜주리라는 커다란 동기가 있었기에, 크게 지장은 없었다. 열한살이 되던 해에는 월반을 하기 위해 뜻을 모은 동기들 다섯명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였다. 아리엘은 자신과 맞먹는 무시무시한 집념을 지닌 동기들과 함께하면서, 결국 자신과 그들 모두 10년간의 교육기간에서 4년을 월반하여 졸업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들과는 여전의 아카데미움에서도 함께 여전히 무시무시한 집념을 불태우며 공부하고 있다고. 열 세살이 되어, 어렴풋하게 기드온에게 미묘한 연심을 느끼게 된 아리엘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더욱 더 공부에 매진했다. 열 여섯살이 되던 해에는 스콜라를 졸업함과 동시에 노래 연습을 들킨 안면이 있는 오르도 저스티카의 소개로 성가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기드온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 외의 좋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라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다고. 열 여덟살인 현재에 와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취미활동에 가까운 성가대 연습이나,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인 기드온과 만남을 가지는 것, 그리고 식사시간이나 취침시간 외에는 스터디 그룹 친구들과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아리엘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리엘/행적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