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향―
환상향의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147계였으며, 여월如月*이었지요.
현재 시각은 진시辰時. 아침때의 모든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은 때입니다. 물론 이는 인간적인 사고방식일 테지만요, 요괴는 대개 야행성으로 지내고 있고 아침에 기상하리라는 법도 없으니.
평범하디 평범한 아침일 텝니다.
당신에게도 그럴까요? 아니면 오늘은 왜인지 모르게 어딘지 특별한 기분이 들었으려나요.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을 말미에 달아 자유롭게 행동해봅시다.
* 음력 2월을 달리 부르는 말.
**
오늘 날의 아침, 아리스는 주택에서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려보기로 했고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결정을 그리 얼마지 지나지 않아서 번복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나쁜 것은 없었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육신은 편하고 안정할지 몰라도 정신은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루함이라는 상태가 그녀의 마음을 점차 매워가기 때문 이였죠. 네, 그녀는 심심했습니다. 그러므로 무언가라도 따로 행동을 하는 것이 더 낮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그녀는 거주하여 머물고 있는 이곳, 안개의 호수의 근방을 그저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며 산책을 하면서 기분 전환으로서 삼기로 했습니다. 이곳의 좋은 풍경을 즐기면서 무엇을 할지 천천히 생각 해보기로 했죠. 사실, 그녀가 바로 할 수 있거나 해야만 하는 여러가지 일이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가사노동이라던가요. 하지만 그건 제하고 우선 다음 목표로서 해볼만한 것은...
#안개의 호수의 근방을 산책하기
**
산책! 상쾌하고 느긋한 산책은 좋지요. 버려둔 가사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뭐, 나중에 하면 되지요. 가사일을 하지 않는다고 어디 천제께서 노하셔서 세상이 쪼개져서 무너진답니까? 하하! 절대로 제가 동질감을 느꼈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절대 아님...
안개의 호수는 늘 안개가 짙게 끼인 곳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실제로 그러합니다. 하이얗고 신비로운 풍경이 인외가 튀어나오기 딱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였죠. 가령 호랑이 요수가 걸어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참방거리며 인어가 헤엄쳐와도 이상하지 않고...
"히, 히이이이이..."
아리스를 보더니 근처에서 작은 불씨인지 동그랗게 풀어진 떡인지 모를 희미한 유령 같은 것이 주춤거리며 살살 멀어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게 뭐야?
무시해도 좋고, 말을 걸어도 좋을 텝니다.
**
아리스는 그렇게 기분 전환 겸 다음 행동을 생각하며 정리라고 할까요, 그런 유사한 것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쯤에 산책은 그만두는 것으로하고 인간 마을에서 무언가 흥미로운 소식이 있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거나... 향림당으로 가서 무언가를 새로운 것이 있는지 살펴볼 수도 있겠지요. 또는 단순히 수다를 떨수도 있을겁니다. 생각이 이쯤 와서 보면 기묘한 소리를 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아리스는 알 수 있었습니다. 기분 탓, 착각, 등등 뭐라고 부르던지 표현할 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이 이건 실제라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겁니다. 그야, 이곳은 환상향이지 않습니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불꽃과도 같이 화한 혼령 같은 것이 갑자기 떠돌고 있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아니, 문제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곳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만큼이나 분위기가 으슥하고 기묘하기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니 만큼 이런 것도... 모여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리스는 그것이 무엇일지 일단 조심스럽게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대해서 관찰한다
**
가까이 살펴보려 하는 아리스. 하지만 그 불꽃 같은 유령인지 무엇인지는 히이이이이이-! 소리를 내며 더욱 뒤로 물러날 뿐이었습니다. 마치 자유 의사가 존재하는 듯이 말이에요.
"가까이.. 으... 싫어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더니 이게 뭐야.."
???
**
아리스의 행동은 딱히 무어라 할 만한 것은 낳지는 못했습니다. 이 존재가 마치 그녀에게 기겁하여 기피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이외는 말이죠. 사실, 그저 한번 관찰하려 했던 것만으로 단번에 많은 것을 얻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번뜩이는 직감은 상황을 꿰뚫어 보게 해주어 많은 것들을 알려 줄 수 있죠.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지만. 아무래도 이 경계심 많고 소심한듯한 혼령과도 같은 무언가는 혼자만의 고독함을 즐기고자 이곳에 온 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할지는 미묘하지만 그걸 아리스와 접촉하게 되는 것으로서 그것이 무참히 깨져 버렸고요. 실제로는 그것이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아직은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나 확실하다고 할만 한 것은 이 존재는 다른 이가 있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거겠죠
"당신에게는 지금 이 상황은 유감스러운 일이라 들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당신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 하고자 그렇게 반응하는 건가요? 뭐, 말하기 곤란하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비밀은 있는 법이죠"
아리스는 이 '존재'에게 적당히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는 그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그냥 이대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이러한 것은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 것이 빠르고 확실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지 않겠습니까? 뭐, 가끔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정체불명의 존재와 대화를 시도한다
**
"으, 으우... 으우우..."
정체불명의 것은 우물쭈물댑니다. 그나저나 정말로 유령과 흡사한 모양새로군요. 아리스, 환상향에서 지내며 지금껏 유령과 마주친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한 가지 사실을 귀납적으로 알아차렸을 법하죠, 유령은 보통... 말하지 않습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인간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렇다면 이 정체불명의 것은 정말로 무엇인 걸까요...?
"그냥... 산책이라고 할까. 구경이라고 할까. 그런 걸 나왔을 뿐이야. 혼자 있고 싶었다고."
정체불명의 것에 눈도 코도 입도 없지만, 어째선지 불만스럽게 눈알을 굴려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네가 다 망쳤어. 진짜 싫어. 알아들었다면 저리 가지 그래..."
어떻게 할까요?
**
아리스는 이 '존재'에게 질문과 함께 대화를 나름대로 시도했고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니 였지만 어쨌든 반응 자체는 이끌어 낼 수 있었으니 어느 정도는, 일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성공적이라고 표현됩니까? 아마, 될 겁니다. 적어도 이 존재가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유추해 볼만 것은 나왔으니 말입니다
"어머, 산책이라, 우연이네요. 저희가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다라... 뭐, 그렇기에 이렇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요?"
아리스는 이 존재의 대답에 태연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 말이 사실인지 그냥 해본 말인지는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으로 생각할 따름이죠 그나저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들 하죠, 그것은 바깥 세계가 아닌 이 환상향에세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봅니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환상향은 그런 곳이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이 존재는 단순히 혼령을 모방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 그렇게 행하고 있다면 일단 혼령으로 취급해 줍시다
"그런가요. 뭐,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죠. 누구나 자신의 안식을 방해 받는 다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합당하니."
아리스는 이 '존재'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긍정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 하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 존재는 그녀의 존재가 꽤나 불쾌한 듯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리스로서는 이 존재가 그러한 불쾌감을 계속 받게 끔 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고 말입니다. 그녀는 그녀의 일을 하고, 이 존재는 본인이 바라던 고요와 정적 속에서 기쁘게 고독함을 누리도록 두면 서로가 좋을 겁니다. 이 존재의 대해서 호기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서로에게 귀찮아 질 것 같은 일을 만들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지 않습니까? 아리스는 몇 마디만 더 나누고 이 존재가 바라던 대로 이 장소를 떠나기로 하고자 했습니다
"한가지만 더 묻도록 하죠. 이곳에 자주 산책하러 오나요? 그렇다면, 그 가늠하기에는 애메하긴 해도 앞으로도 다시 이렇게 될 가능성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네요"
아리스는 이 존재에게 장소가 장소인 만큼 앞으로도 있을 수도 있을 가능성에 대하여 조금의 비유가 섞어서는 질문을 건넸습니다
#잠시 동안 정체불명의 존재를 좀 더 살펴보고는 자리를 벗어나려 시도합니다
**
"돌아다닌 것은 오래는 아니니까아... 여기도 처음이고. 누군가 있을지는 전혀 몰랐어. 그러니까 싫다는 거야.. 응, 너 싫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싫어."
아리스도 꽤 모호하게 말하는 위인이기는 하지만, 이 정체불명의 것은 그 이상으로 제 할 말만 하는 녀석인데요? 정체불명의 것은 부루퉁하게 웅얼거리더니 다시 아리스로부터 슬슬 멀어졌습니다.
"갈.. 거야? 그렇다면 빨리 가버려."
히이이... 하며 개미 같은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아리스가 떠난다면 떠나는 만큼 차차 작아졌겠죠!
자리를 그대로 떠납니까? 떠난다면 어디로 떠날까요?
**
"그런가요, 오래는 아니고, 처음이라..."
아리스는 이 '존재'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의 질문을 그 나름대로 답해 주는 것을 보고는 서서는 턱을 괴는 시늉을 해 보이면서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이 존재는 평소의 방식과는 달리 다른 곳에서 하다가 이런 경우를 겪게 된 것이라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말이죠. 오래된 것도 아니고 처음이라는 뜻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갈라질 수 있겠습니다. 뭐, 굳이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변덕에 따른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아리스의 언행에 있어서 꽤 많은 비율을 가지는 동기이죠
"글쎄요, 재촉하고 싶으신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대의 이야기를 좀 더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점차 피어오르는데 말이죠"
아리스는 '존재'의 말에 대꾸하듯 그렇게 장난스러운 태도가 슬쩍 엿보이며 굳이 의문형으로 말했습니다. 그나저나 그저 그녀의 착각인 것인지는 몰라도 그 말의 언행을 보아하면 이 존재가 사실은 딱히 그렇지만 않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아리스 였습니다. 별것은 아니겠으나 어느 한 설화의 요괴가 떠올랐습니다. 아마노자쿠(天邪鬼). 마음, 의지, 그 뜻을 재주껏 알아내서는 그 반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려 하고 하도록 하는 요괴. 이것이 그리 맞는 비유는 아닐 테지만, 적어도 '원하는 것에 반대로 행한다', 라는 것 정도는 아마도 맞을 겁니다. 그것에 대상이 되는 것이 상대라기 보단 자신에게 향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 될 테지만요
"그럼, 불꽃의 형상을 갖춘 고독을 갈망하는 분께, 당신이 원한다면 떠나는 것은 가능하겠죠, 언젠가 되었든 저희는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디에선가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네요"
아리스는 그렇게 '존재'에게 향하여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안개의 호수는 아리스가 거주하는 곳임으로서 생각보다 쉬이 그렇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정체불명의 존재의 곁에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본다
**
"뭐, 뭐어- 야아... 갈 것같이 굴었으면 빨리 가버리라고. 완전 싫어."
적어도 이 정체불명의 것은 아리스의 선택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눈치입니다.
...아니면 아리스의 짐작대로, 스스로에게 향하는 아마노자쿠가 되었을 뿐일까요?
"어, 어디서 만난다니... 그렇게 끔찍하고.. 싫은 소리를..."
그것은 우물쭈물댑니다. 머뭇거렸지요.
"......좋아. 됐어, 너 같은 싫은 것. 끈질긴 것은 질색이니까 딱 세 가지 질문에만 대답해주는 걸로 하겠어."
뭔진 몰라도 내 이야기를 그렇게도 듣고 싶으시다면 말이야.
"알아듣겠어? 절대로 더 바라지 말고- 이 정도 자비로 만족하고오.. 끝나면 냉큼 꺼져버리라고..."
**
"뭐ㅡ 싫은 것은 싫다고 당당히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필요한 법이죠. 어느 의미로는 소통 자체는 성립한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제가 그토록 싫다면 그렇게 행동하기를 바라기만 하지 않고 이곳을 스스로 벗어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것은 내키지 않으신가요?"
아리스가 가칭으로서 부르기를, 불꽃의 혼령. 이 존재는 지금 그녀의 언행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그런 척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 진실의 여부는 지금의 아리스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그저 모르고 있을 뿐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그것은 가까이 있을 지도 모르죠.
"하하, 그리 섬뜩할 정도인가요? 제 어떠한 것이 그리도 싫으신 거려나요"
아리스는 혼령의 말에 불쾌해 하거나 기죽기는 커녕 오히려 작게 한 번 웃고는 그렇게 마치 되묻듯이 말했습니다. 이 혼령에게서 어쩐지 그리 말하기를 뭔가 다르다는 듯이 그 언행이 고르지 못한 것이 엿보이는 것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닐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아니고 정확히 셋을 해아려라, 다섯은 빼버려라. 대부분의 소원은 세 가지를 들어주곤 하죠.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아리스는 혼령의 말에 장난스러운 태도로 마치 무언가 의아하여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왜 굳이 5가 끼어 들었냐면 그것이 바로 농담이기 때문였습니다. 농담으로서 보일지는 재쳐두고요
"아무럼, 그대의 그 큰 아량에 감사해야겠네요. "
아리스는 그런 혼령의 말에 소리를 내지 않고 가볍게 손뼉을 치는 시늉을 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정체불명의 존재와 더 대화를 시도해 본다
**
"스스로 벗어나는 건......" 에서 더 말을 할 것 같더니 애매하게 흐리면서 얼버무린 정체불명의- 그래요, 아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꽃의 혼령'은 아리스의 태연자약하며 여유로운 태도에 학을 떼듯이 "진짜 싫어." 하고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하더랍니다.
셋. 더도 덜도 말고 딱 셋. 원숭이 손은 다섯까지 헤아리거늘 하필 셋인 이유가 있을지요.
"그야,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자, 첫 번째 질문은 끝났어. 네게 남은 권리는 이제 두 개뿐이야........"
아니 이 혼령이?
**
"어머, 그런 느낌인가요. 후훗."
아리스는 그녀의 질문에 굳이 혼령이 은근히 그냥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듯한 행동에 슬그머니 웃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이 존재는 아리스의 존재가 언급과는 달리 아주 싫은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아니면 단순히 무언가 행하고 싶은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가요, 단순 명쾌한 답이로군요. 결국, 들어주겠다는 것은 당신의 제의 이였으니까요"
아리스는 혼령의 대답에 긍정하듯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살짝 까닥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본인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니 딱히 무어라 지적할 필요성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애초에 무언가를 들어주겠다는 혼령 측에서 먼저 제안한 사항이므로 그 제안 사항도 마음대로 정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럼, 고전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을 법한 방식으로 가보죠. 당신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이름이나 정체성, 그리고 특징. 아무래도 좋죠?"
아리스는 혼령이 말한 그 남은 '두 가지 사항'에 그리 큰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방 금전의 태도에서 엿보이기를 이 혼령은 웬만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왠지 들기에 안다면 호기심을 충족하니 괜찮고, 이대로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듯한 방식으로 질문을 건넸던 것입니다. 환상향에서는 온갖 것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올바르게' 안다는 것이 더 드물 겁니다. 지금의 아리스에게는 말이죠. 그리고 가끔씩은 모르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혼령'과 대화를 계속한다
**
"망자지. 보이는 대로."
혼령이 부루퉁하게 답합니다. 아무래도 정말 혼령이었던 모양이지요? 망자라고 소개한다고 해서 모든 의문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쯤의 '모름'이야 도리어 즐거움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음.. 난 자비로우니까, 이름까지는 거저 주기로 할게. 최여나야. 친한 척 부르지는 마... 진짜 싫으니까."
남은 질문 하나. 단호하게 뱉으며 여나가 얌전스럽게 기다립니다. 아무리 싫다 싫다 하지만 아무래도 완전히 싫지 않은 것 절반, 그리고... 음... 아리스가 짐작하건대, 귀찮은 것이... 나머지 절반인 것 같기도 하고...
**
"그런 것 같네요? 보여지는 바와 같이. 다만, 종종 눈만을 믿어서는 오해가 있기도 하니까요"
아리스는 혼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며 짧게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보시다싶이 그 존재는 영(靈)이라고 생각되어 왔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대답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그처럼 보이도록 속이는 다른 무언가는 아니라는 뜻 정도는 됩니다. 즉, 퍼즐 조각을 하나 쯤은 얻어낸 셈이죠. 아무튼 이 존재는 이승의 존재가 아니며 본래라면 저승, 명계冥界, 황천黃泉... 등등. 단어야 어떻든 간에 말하자면 '사후 세계'라는 죽은 자 들이 겪게 된다고 하는 저 너머의 다른 계에 속하는 존재라는 이야기죠.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서는 흔히, 이러한 존재들이 이승에 남아있는 것은 무언가의 이유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종종 당사자조차 잊어버린 무언가를 위해서.
"어머나, 그토록 싫어하는 자에게 자신을 비롯하여 이름까지 친히 알려주실 정도이니, 그 자비로움이 실로 깊으시네요"
아리스는 혼령이 스스로의 이름을 말하기를, 최여나. 하여 말해주는 것에 아리스는 한 손을 그녀 스스로의 뺨에 슬그머니 대고는 이어 살며시 눈웃음을 띄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닌 것만 같아도 이렇게 조금씩 퍼즐의 조각이 아리스의 손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언젠가 그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되겠죠. 비록, 그 수단은 지금으로서는 더는 제대로 할 수 없을 지라도
**
"마음에 안 들어..."
뭐 이리 불만이 많은 혼령인지. 자비로움이 실로 깊으시네요, 하자 웅얼웅얼 꿍얼거린 여나는 이내 팩 하고 채근했습니다.
"질문 더 안 해? 없으면 당장 가고.."
하지만 이대로 떠나기에는 궁금한 점이 많죠, 걸리는 점도 있고 말이지요. 퍼즐을 맞춰가고 있거늘 중도에 내팽개치는 것도 결코 피차에 대한 예의가 아닌 노릇입니다. 더군다나 이 혼령은 무척이나 솔직하지 못한 면이 있어뵈고 말이지요. 그러니 그리 말한다고 덜컥 떠나가기는 힘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리스?
**
"네, 불만스럽기에, 불만족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그것은 사실일 거에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은 이어지고 있지요. 하고자 한다면, 무를 수 있어요"
아리스는 또 한 번 살며시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보아하니,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 쪽이 끊어 내기로 결정하여 그렇게 행동하기 전까지는 이 상황은 이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리스는 주변을 슬쩍 둘러 보았을 때 때 마침 나름대로 않기에 괜찮을 법한 평평한 모양의 적당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가 있었으므로 거기에 않기로 했습니다
"좋아요, 이제는 마지막 물음의 기회로군요? "
아리스는 마치 떠보듯 한 태도와 조금 장난스러운 억양으로 굳이 의문형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나가 말하기를, 질문을 갖는 횟수는 세 번 뿐이라고 명시했으니 되물어 볼 필요 없이 틀린 말도 아닙니다. 혹여나 마음을 바꾸어 횟수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저희가 꼭 나쁜 사이 이여야만 할까요? 아니면 무시되는 것도,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좀 더 긍정적인 사이가 되는 시도는 어떨까요? 그래요···, 이를테면 친구라던가? 비록 악우(惡友)라도 해도, 친구인 셈이죠. 후훗. "
아리스는 그렇게 마지막이 될 것처럼 보이는 질문의 기회에 대하여 그렇게 마치 달래듯이 부드러운 태도로서 끝에 작게 웃어보이고는 말함으로서 사용하였습다. 질문에 대해서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거부하던 아니던 그건 여나의 선택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요
# '여나' 와 대화를 계속하는 것을 시도한다
**
"......꽤- 무례한 질문이네. 이 정도면 질문도 아니야. 진짜 싫게 말이야."
'친구'가 되자라, 축약하자면 그렇게 되는 '질문'에 여나가 그렇게 음침하게 읊조리더니, 취하고 있는 불꽃 같은 형체를 한번 불안정하게 일렁이더랍니다.
"그런 질문을 한다고.. 내가 넙죽 넘어갈 거라고 간단히 생각하기라도 하는 거야?"
끔찍해. 한번 더 일렁.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러는 거야? 나도.. 이유나 들어보자. 잘난 듯이 웃는 낯짝 뒤로 무슨 꿍꿍이가 도사렸는지."
**
"그렇죠? 혐오스럽게 비춰 보이는 존재에게서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듣는 건...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네요? 당신이 거부한다면 그 뿐에요. 다른 무언가도 아닐 수도 있겠죠"
아리스는 여나의 말에 마치 타인의 일을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 언뜻 풍기면서 긍정하여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미움이 있다면 이러한 것은 갑작스러운 것일 겁니다
"간단히요?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간단히라면... 문제는 없었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죠?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왜 간단히 넘어가야 할까요?"
아리스는 여나의 물음에 스스로의 뺨에 손을 대고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오히려 되려 질뭇하듯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보이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리는 아니죠? 가능한 많은 환상들, 인간과 요괴 그 사이를 간극을 구분 짓지 않고 아울러 친분을 쌓는 게 제 목표... 이라고 해두고 싶네요?"
아리스는 여나의 질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 질문에 거짓말을 고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그것보다도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였죠. 인간과 요괴 더불어 환상은 그녀에게 있어서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 그것만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가능한 많은 존재들과 인연이라는 실을 매듭을, 실타래를 감아서 간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계속하도록 시도한다
**
"끔찍하네. 그야말로 악취미야. 너무 싫어."
관성적인 싫다는 말. 혼령이 당신을 흘겨보듯 합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너어... 있잖아... 내 이름, 기억하기나 해?"
**
"후후흣. 물론이죠!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끔찍스럽고 나쁜 존재에게 이름이 불린다는 것은... 더욱히 불쾌한 일이 될 수 있죠? 그렇지 않나요?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거든요. 허나, 정녕 그랬다면 이름조차 말해주지 않으셨으려나요? 그럼, 혹여나... 원하신다면 이름으로 불러드릴까요?"
아리스는 여나의 그 말에 웃음과 함께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이고는 살짝 장난스럽게 억양을 띄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몇번이고 아리스를 향해서 불쾌함을 표한 여나에 언급에에 맞춘 대답 이였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렇게 물어본들... 그리 '올바른'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뭐라도 될 수 있기에 가능성이라고 하는 겁니다
#여나와 대화를 계속하도록 한다
**
"빙글빙글.. 이상하게 멋대로 돌리지 말라고. 진짜 싫으니까."
아하.
이 말인즉슨 불러달라는 뜻이겠습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만 있다면야.
**
"후후훗. 좋은 길을 나두고 다른 길을 고르고 돌아가는 것은 그때의 이유가 있을 법이나 그런 거겠죠?"
아리스는 여나의 대답에 또 한번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최여나 씨, 당신의 이름을 이 아리스는 그대를, 그러한 단어로서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에 와서 파고들어 무언가가 모르는 사이, 변화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아리스는 들어 기억하였던 여나의 이름을 분명히 하고자 성까지 포함에서 부드럽게 차분한 태도로서 스스로의 가슴에 한 손을 얻고는 부르는 동시에 은근히 그녀 자신의 이름 또한 넣어서 말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떠한가가 중요할 것으로 짜여져 있을 것입니다. 아리스 역시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누구든 진정으로 '친우'로서 맺어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늘 곁에 있을 수 있어서 환영받고 서로 이어주는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을 때를 바라고는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정식으로 다시 소개를 한번 거쳐야 하겠지만, 이러한 것은 별개로 일종의 약식적인 사전 소개라고 할 수도 있겠죠
#'여나'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시도한다
**
"......"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서로를 그러한 개체로서 인정하겠다는 것. 자신의 세계에 그러한 존재를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 이름이 가진 효력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결코 폄하되는 일이라고는 없었지요. 그것은 환상이 아직껏 이어져오는 이 땅에도 여전하겠습니다.
하여 당신이 난생 처음 마주한 정체불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입에 올렸으니.
"......"
여나는 몹시나 큰 불만을 가진 듯이 불꽃을 험악하게도, 아주 험악하게도 일렁거리던 것이었습니다.
"그 굽히지 않는 모습이 무엇보다도 기분 나빠."
찬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아니, 뜨거운 기운일까요? 아니면 그 어느 쪽도 아닌지. 기이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대화하고 싶지 않아라. 썩 꺼져버려, 기분 나쁜 인간. 굽지도 않고 굽혀지지도 않는 척. 그리도 굽혀지지 않는 것 같으면 나중에라도 날 찾겠다고 미친 듯이 뛰놀기라도 하지 그래..? 그 당당한 발로 늪지를 걷듯이 하고 나를 찾는다고 비명이라도 질러보라고. 그러면 더욱 기분 나빠질 것 같으니까. 으응, 진짜 싫네......"
더 이상 할 말도 안 생겨.
진짜 싫으니까 당장 꺼져.
그렇게 말하며 여나가 낮은 앓는 소리를 냅니다.
아리스는 손쉽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여나 나름의 받아주는 모습인 겁니다. 그러나 가련한 정체불명에게는 아직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이라서, 아리스가 정말로 친구가 되고 싶다면 시간이 지난 나중이 되어 여나를 '직접' 찾아가야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정말로 여나의 으름장대로 물러나야할 시간인 것이죠.
이 성질 나쁜 물체가 팩 하고 도로 입장을 바꿔버리기 전에.
**
아리스는 방금 전의 그 말과 함께, 여나의 침묵을 바라보며 살며시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고 있을 때는, 그 침묵이라는 이름의 겨울에서도 타오르며 다름을 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봄이 오면, 겨울도 결국은 지나가게 됩니다
"그렇지요? 행함에 있어, 무언가를 원하거든 그리고 그렇게 하고자 의지를 다졌거든, 더 이상은 헤매지 말라. 라고 하던가요"
아리스는 여나의 말에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번 눈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궆히지 안되, 궆힘이란 필요할 것이니 세상은 정체하지 않고 곧 변하는 것이니 멈춰있는 것이라 보는 것은 덧없으라. 인간이라 하는 것이 그래 왔듯이 그 무르고 축축한 곳이라 하여도 길로서 매우고, 거센 소리조차 담으니 길에 당도한다. 이것이 혼령에게 닿을 소녀의 발자취가 된다"
아리스는 여나의 그러한 말들에 마치 시(詩)를 읊조리는 듯 한 태도로서 두 팔을, 올려 그 양손을 가슴에 두고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이제 정말로ㅡ, 시간이, 순간이, 때가 되었네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겠지요. 그것은 곧 시작으로 이어질 테니 그때까지는 부디 안녕히. "
아리스는 그것으로부터 이어지는 여나의 지금, 하나의 마지막이 될 말에서 따라서 아리스는 이제는 극의 장면을 마무리해야만 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리스가 되겠지요. 아리스는 여나의 그 앞에서 스스로의 의상에 치마자락의 양 쪽 끝을 잡아서는 살며시 낮게 올리고는 그 상태로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이며 정중한 태도로서 작별 인사를 보냈습니다. 잠시수 다시금 자세를 가듬고 되돌려 그 발을 띄도록 하고자 합니다
# 여나와 작별 인사를, 그 자리를 먼저 떠다도록 시도 합니다.
**
"....................."
소름끼칠 정도의 침묵으로서 여나가 아리스를 배웅합니다! 만일 돌아본다면 여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겠지요......
기이한 일이지만, 환상향인 이곳에서는 기이할 것도 없습니다.
아리스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혹은 무엇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