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레이터-머나먼 옛날,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외계에서 쳐들어온 전설의 동물 용과 흡사하게 생긴 생물병기들의 침략. 그들의 침략으로 인류의 삶의 터전은 붕괴해갔고, 어머니 지구는 점차 죽음의 혹성으로 변질되어갔다.

나레이터-모두가 절망에 잠긴 그때, 한사람의 영웅이 나타났다. 한때 ''베이커가의 멧돼지'라는 반멸칭으로 불리우던 3류 정치인이던 그가 처음 인류의 운명을 두어깨에 짊어지게 되었을때, 누구도 그에게 기대를 걸던 이는 없었다. 모두가, 심지어는 그를 지명한 이들조차 단지 조금이라도 인류가 오랫동안 버틸수 있도록 분투해주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나레이터- ――하지만 그는, 이루어내보였다.

나레이터-이 예기치 못한 영웅의 등장은, 인류에게 있어서 더 없이 커다란 호재였다. 그는 인류를 두차례에 걸쳐 구원하였다. 일차적으로 그는 지구상에 쳐들어온 외계병기들을 반년도 채 안되어 몰살시킴으로서 인류를 구원해보였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외계인들이 안일함 속에 남아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외계인-뭐, 스타 디스트로이어도 투입했고, 거기에 진겟타까지 투입했으니 가볍게 이기고 돌아오겠지. …그런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지? 혹시 도중에 길을 잃었나?

나레이터-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크나큰 번영을 이룬 베노테스 공화국이라고 해도, 그들의 휘하성계 전체와 동시에 연락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공화국은 각 성계의 자치를 존중해주고 있었으며, 보다 강력한 외계종족의 말살을 위하여 장교를 파견할때도 그 장교에게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부여하며 그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었다. 즉, 지난 1000여년간 승전에 승전만을 거듭해온 공화국에게 있어서, 파견장교가 그들에게 연락을 취해올 유일한 순간은 바로 승전을 보고해올때 뿐이었던 것이다.

외계인-…뭐, 언젠가는 보고해오겠지. 그런데 뭐 안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왜 이렇게 소식이 없지? 전황이 안좋은건가? 아니면 차원도약 도중에 항로를 잘못잡았나?

나레이터-그들이 그렇게 파견장교의 승전보고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인류에게 두번 다시 없을 천금같은 시간이었다. 그 150년이 조금 안되는 세월동안, 인류는 우선 기나긴 전쟁으로 파괴된 지구를 복구하였다. 태양계를 개척하였다. 함대를 만들었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그들이 언젠가 다시한번 지구를 향하여 시선을 돌릴 그날을 대비해나갔다.

나레이터-그리고 마침내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음을 자각한 공화국이, 다시 지구에 함대를 파견하였을때――.

???[1] - 전 함대 사격개시!

외계인 - 끄아아아아악-?!

나레이터- ――인류는 더이상, 그들이 기억하던 이들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