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에드가 리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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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메세지 | |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 |
최초 레스 작성 일시 | |
2020/11/24 02:43:55 | |
알아야 하는 정보 | |
본명 | Edgar Reamer |
나이 | 37 |
성별 | 남 |
국적 | 영국 |
종족 | 인간 |
생일 | 12월 20일 |
직업 | 시가 및 파이프 전문점 사장 |
상태 | 생존 |
상징색 | whitesmoke, crimson |
2. 특징 ¶
톡방에서의 말투는 보통 느긋함이 묻어나는 말투.
다만 말에서 미묘하게 가시가 느껴진다. 아리까리한 시비인 듯 아닌 듯 한...
다만 말에서 미묘하게 가시가 느껴진다. 아리까리한 시비인 듯 아닌 듯 한...
담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게 주인으로서는 사람 좋다, 는 평을 받고 있는 듯 하다.
5. 기타 설정 ¶
- 후각에 예민한 사람.
- 파이프 담배를 좋아하는 이유는 후각으로 느껴지는 것과 입으로 느껴지는 게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반대로 궐련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맛과 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 이런 게 음식 취향에도 드러나진 않지만, 맛과 향이 같은 음식이 아주 많지는 않기에 사실상 즐겨먹거나 별미로 취급하는 음식 자체도 없고 편식도 안 한다고 한다. 음식에 그다지 큰 가치를 안 둔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 가게에 자신이 따로 조각한 파이프를 모아 둔 곳이나 전용 진열장이 있다. 개 중 몇 개는 비매품인지, 자신이 주로 쓰는 파이프 외에도 여기 있는 파이프를 쓰는 듯 하다.
5.2. 자세한 정보 ¶
- 자세한 정보?
"뺏고 빼앗기는 건 당연한 거잖아? 난 그걸 온전히 받아들였을 뿐이야."
그가 사는 곳, 혹은 살았던 곳에서 사람들이 죽었다면, 그를 의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는 그다지 사려깊은 사람도 아니고, 누군가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아니며, 자기 즐거움이 때때로 안위보다 앞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에 그의 흥미거리가 되었다면 무운을 빈다.
7. 독백 ¶
- 에드가 씨와 파이프 손님들
그의 가게는 목가적인 풍경 안에 녹아든 엔틱한 가게였다. 여기 저기 치렁치렁한 덩굴손과 2층에서부터 내려오는 녹색 식물의 줄기는 그 가게가 사람의 숨을 마법처럼 중독시켜버리는 가게라곤 생각도 못 하게 만들었다. 물론, 주변의 목가적인 풍경도 한 몫 하고 있었거니와.
가게 안은 언제나 안개가 조금 낀 듯 담배 연기가 맴돌았다. 창문이 닫혀 있다면 스스로 이리 저리 맴돌며 유령처럼 온종일 가게 안을 돌아다녔고, 창문이 열려 있다면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창백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연기를 늘상 뿜어대는 손님들과, 가게의 주인이 있었다.
에드가 리머, 파이프 담배를 애정하는 그는 몇 년 전에 가게에 시가를 들인 이후로 안정적인 벌이를 하고 있었다. 종종 시가를 찾는 손님에게 어떤 맛인지 설명도 해주고, 궐련을 피우던 손님에게는 깊게 들이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등 붙임성 있는 모습도 보여주곤 하였다. 다만 처음 이 가게에 발을 붙여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허둥대는 병아리 손님을 보았을 때는, 꼭 시가보다는 파이프를 먼저 소개해주는 마니아 같은 사람이기도 하였다. 그의 영업은 오늘도 실패로 끝났는지 멋쩍은 웃음과 함께 다시 시가가 진열된 곳으로 병아리 손님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리머 씨, 리머 씨?”
“오~ 오셨습니까!”
이윽고 한 단골 같은 손님이 도착하자, 그는 환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홀을 지키던 알바생에게 카운터 자리까지 마저 내어 준 다음 자신의 작업실로 단골 손님과 함께 들어갔다. 그곳은 그의 아지트이며 동시에 그가 손수 깎은 파이프들이 나열된 곳이기도 하였다.
엔티크한 나무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고, 두 사람 분의 구두 소리가 또각인다. 한 사람은 가죽 의자에, 다른 한 사람은 그냥 선 채로. 서 있는 손님은 자신의 파이프를 내밀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색상의 파이프 하나가 내밀어 진다. 저런, 아직 하얀 색이면 쓴 지 얼마 안 된 녀석일 텐데.
“어휴, 어쩌다가 깨졌대요.”
“재떨이에 습관적으로 세게 털어 내다가 그만…”
“요 녀석 재질은 조금만 힘 주면 박살난다니까는. 떨어뜨리면 뿌서진다고 구매하실 때도 말씀 드렸잖아요. 그래서… 어디보자.”
다행히도 입으로 무는 부분은 다른 재질이었다. 나무보다 무른 돌멩이랑은 확연히 다른, 화려한 호박 재질. 요새는 금속제도 많이 나오는데 제법 고풍스러운 취향인 고객님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긴, 이 파이프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나무 재질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었으니까. 최근 흡연량이 늘어 여분의 파이프를 마련하고자 한 고객님이기도 하므로.
우리 연초 소비량이 더 늘어난 고객님에게 그래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부서진 부위를 간단하게 교체하는 방법은 있었지만…
“여기 이렇게 스페어가 있긴 한데, 아쉽게도 조각은 안 된 거라서요.”
“으으음.”
“아니면 옥수수대로 만든 친구라도 하나 데려가시면 어떻게, 전에 주신 도안대로 조각해 드릴테니까요?”
“…콘콥(옥수수대)이랑 수리비 포함해서 그럼 얼마나 나옵니까, 리머 씨?”
“어이쿠야, 잠시만요~”
이게 장사하는 맛이지. 계산기를 놀리는 투박한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만큼이요! 붙임성 있는 목소리와 대비되게 손님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으나, 몇 번의 상의 끝에 옥수수대 파이프 하나와 주문 제작 선금을 먼저 지불하기로 하고 곧바로 결제를 진행하는 걸 보면 이 쪽도 어지간한 마니아인 듯 하다. 순조롭게 결제가 끝나고, 에드가는 자기 분의 파이프에 연초를 채워 불씨를 타닥, 붙였다.
으음, 살 맛 나는구만. 다시금 카운터로 향하며 내뿜어지는 담배 연기가 달콤했다.
- 오늘의 수리 목록
분명 눈이 금방이라도 올 계졀임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비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물안개의 연장선인 것마냥 조금씩, 우산에 소리도 내지 않고 내려 앉던 것이 이제는 세차게, 자신이 왔노라, 하며 온 몸을 바닥에 들이 박으며 내리고 있었다. 물방울들은 항상 손해를 보는 존재인 것 같아, 안 그래? 항상 건조한 실내 안에서 연초의 상태를 확인하며 든 생각이었다.
아무튼, 비는 그에게 있어서 썩 좋지 않은 날씨였다. 그가 취급하는 상품들은 전부 습기에 예민한 것들 투성이였으니까. 그렇다고 너무 건조해서도 안 되고, 흡사 지하실에 와인 오크통을 들여 놓고 온도 습도를 체크하는 것 같았다. 정말 와인이었으면 또 얼마나 벌고 있었으려나, 하는 생각도 문득 들지만, 그 쓴 맛과 대비되는 온갖 향들은 영 내키지 않았다.
아니, 아무래도 좋은 날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날에는 유독 건조한 곳을 찾기 위해 모이는 마니아들이 있기 마련이어서, 가게 안은 무슨 비 피하는 천막 밑처럼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비 내리는 날에만 모이는 사람들도 아니고, 하는 생각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가려졌다. 실없는 생각이니 드러나도 상관은 없을 터였다.
“태우고 가시게요?”
“어우, 바깥 날씨 좀 보시죠, 사장님.”
아 그렇죠! 짓궂은 웃음이 지어지며 유독 바쁜 홀 어딘가에 있을 자리를 안내한다. 여기도 시가, 저기도 시가, 그 나름대로는 조금은 슬플 수도 있겠다.
“오, 부인.”
“안녕하세요, 리머씨. 그…”
“예예, 수리죠?”
그리고 오늘도, 그의 파이프 공방으로 향하는 문이 비밀스럽게 열렸다.
원래는 길다란 장죽에서 머리만 떼어 버린 모양에 궐련을 꼽아 피우는 게 취미였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처음 부인을 만났을 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곧바로 크루엘라 드 빌을 상상했기도 하다. 지금이야 좋은 동반자 같은 나무 파이프 하나에 정착을 하신 좋은 고객님이지만, 가게가 작았을 무렵에는 왜 궐련은 안 파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고객님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간은 사람을 바뀌게 하고 사람을 유하게 만든다. 이게 그냥 사람에게만 해당됐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나무는 습기에 약하고, 그래서 파이프에 사용되는 나무는 특히나 잘 여물고 잘 마른 단단한 소재를 쓴다. 오죽하면 기타 만드는 데랑 나무로 눈치 싸움을 했더라는 농담이 들려올 정도니까. 그러나 오래 쓰면 한계가 드러나는 법이었고, 부인의 파이프는 끝 부분이 뒤틀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아이고 저런.”
“…못 고치겠죠?”
“이거는… 새로 갈아 끼우시는 수밖에 없을 텐데요.”
사뭇 비련한 얼굴이 보인다. 하긴, 오랫동안 길들인 파이프에 애착이 안 생기기엔.
“…나무 재질로 하나, 사지요. 리머씨.”
“알겠습니다, 부인.”
그는 무는 부분의 연결 부분을 확인했다. 사이즈를 재고, 그 크기에 맞는 게 남아 있음을 기억해 낸 뒤, 부인이 딱히 조각과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기억해 냈다. 하긴, 클래식한 녀석에게 어떤 장식이 필요하겠어. 옛 친구와 최대한 비슷한 녀석을 데려와 알맞게 끼워지는지 확인하고, 그는 고개를 까딱였다.
-
“안녕히 가세요~ …음?”
“아, 리머씨.”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가 칭할 부인은 앞서 수리를 받은 사람과는 다른 부인이다. 이 부인은 그저 우연히 가게에 들렀다가 파이프 담배에 영업당한, 그 딴에는 뭔가를 판매하기 딱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었다.
“어, 설마 뭔가 고치실 일이라도?”
부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이거 생각보다 바쁜 하루가 되겠는데? 작업실을 나오자마자 다시 들어갈 처지에 놓이자, 그는 홀을 봐 주는 알바생에게 미안하다는 듯 한 번 어깨를 토닥여주며 카운터 좀만 더 보고 있으라고 손짓했다. 물론 그다지 미안하지는 않다, 어차피 그가 사장이고 알바생은 고용인이다.
“…응?”
그리고 그는 뭔가 이상한 걸 봐야 했다. 나무는, 그러니까 상당히 단단한 녀석이었다. 조각칼로 깎으라면 깎겠지만, 근본적으로 어디에 떨어뜨리거나 잘못 다뤄서 부서지는 건 아닌 재질이었다. 끽해야 파편이 조금 튀고 난 다음에, 그 부분만 열에 못 견디는 상태가 돼서 금이 가거나, 아니면 오늘처럼 습한 때에 지나치게 여러 번 노출돼서는 뒤틀리거나.
그러나 지금 보고 있는 나무 파이프는 상태가 달랐다. 이건, ‘부서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에요?”
“…계단에 실수로 떨어뜨렸지 뭐에요.”
“흐음, 그래요?”
파이프는 원래 앉아서 오래 피우는 담배이기도 하다. 물론 이동하면서 피라면 피겠지만, 서서도 피울 수 있지만 말이다. 이것도 조금 중요하지만, 다른 게 더 중요했다. 제일 약한 부분은 둘째 치고, 보통이면 금이나 조금 가겠거니 할 정도로 제법 튼튼한 곳까지 부서져 있었다. 이건 거의 처음 보는데.
…옅은, 연초 말고 다른…
“계단에 불씨가 안 튀었겠죠? 넘어지진 않으셨구요?”
“다행히 그런 일은 안 일어났지요. 그나저나, 빨리 바꿔주세요.”
조급해 보인다. 명백하게 조급함이 느껴졌다.
“어디 보자, 맞는 게… 이거거든요? 근데요, 부인.”
“…이런 건 보통 제가, 그… 파이프로 구타했을 때 좀 보는 건데요.”
이렇게 부숴지는 경우는 몇 없다. 사용하는 사람에게 물리적 충격이 가해졌을 때 같이 그 충격을 견뎌내야 했거나, 개구쟁이 어린 애 손에 들어가 내동댕이 쳐지다 못해 생을 달리 하거나, 아니면 필히, 이걸 둔기로 사용했거나. 다른 이유가 둘이나 더 있는데 왜 구타로 단정 짓는가? 연초 말고 다른 냄새가, 쇠 냄새가 났으니까.
“…다음에는 살살 다뤄 주세요?”
부인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급하게 결제를 한 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 세공사와 살 맛 나는 새벽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서로 뺏고 빼앗기를 반복한다. 그들이 인지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발 밑과 터전을, 각자의 시간과 감정을, 각자의 삶과 숨을, 갉아먹는 세상이다.
마감 시간이 한참은 지난 새벽, 에드가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오늘도 무르디 무른 돌을 깎고 있었다. 연초를 집어넣어야 하는 헤드는 입에 직접 물리는 물부리와 분리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 만지고 있는 해포석이라는 재질은 박살이 나기 참 쉬운 재질이었다. 물론 작업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는 만큼 이 곳에서 조각을 하는 게 맞기도 했으나, 집에 가지 않는 이유는 이동하다가 조각할 겨를도 없이 박살이라도 날까 걱정돼서 이기도 하다.
조각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톱밥 같은 잔해물들이 이곳 저곳에 날리거나 쌓이기 마련이었다. 쌓일 정도로 큰 조각을 만드는 건 아니었지만, 먼지가 쌓이다, 정도는 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쌓이고, 날리고, 심지어는 기껏 만들어 놓은 날카로운 조각의 틈새나 조각칼에도 뭉치고 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털어내고 닦아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보통 털어내고 닦아내는 데에 보통 자신이 들여 놓은 낡은 수건 같은 천을 사용하는데, 책상 위로 손을 올려 집히는 천조각을 닦으려 보니 생판 처음 보는 천인 것이었다. 크기부터 수건이라고 하기엔 작았고, 질감도 거칠기는커녕 새것 같이 부드러웠다. 이런 건 들여 놓은 적이 없는데, 그는 탁상 스탠드로 천조각을 비췄다. 올가 부인의 것이다, 나무 파이프를 박살내신 그 부인 말이다.
평소처럼 다치지 않게 튼튼한 장갑을 낀 채였던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아까의 부숴진 파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올가 부인이 흘린 것 같은 손수건-이런 크기의 천조각은 손수건밖에 없을 것이다-을 그 부숴진 부분에 살며시 문대 보았다. 갈색의, 어쩌면 적갈색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 깨끗한 천에 묻어 나왔다. 그리고 예의 그… 쇠 냄새.
이건 다 탄 연초 가루가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피다.
-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올가 부인의 집 앞에 그는 서 있었다. 새벽임에도 작은 불빛들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부인은 아직 잠에 들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당이 있는 집, 그러고 보니 부인의 남편은 출장으로 자리를 오래 비웠던가.
마당 자체는 평범했다, 어쩌면 어둠에 가려서 평범하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 뒷마당이 있던가? 그는 이 집에 처음 들르는 것이므로 그것은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분실물을 주워 그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온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비록 늦은 밤이지만.
초인종을 한 번 누르고, 노크를 하고, 하기 무섭게 문이 열린다.
“부인, 아까 손수건을 놓고 가셔서요.”
부인은 말 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내놓으라는 듯 손을 뻗었다. 그의 사람 좋은 인상은 요지부동했다, 손도 마찬가지로. 쉬이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손수건 대신 물음이 건네졌을 뿐이다. 고개를 저으려고 하는 부인에게,
“그러고 보니 제가 그 천으로 실수로, 그, 부인이 부숴 뜨리신 그… 걸 닦았거든요.”
들어가도 될까요? 덜덜 떨리는 손이 문고리를 잡고 있었으나, 이내 결심을 굳힌 듯 힘 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웃는 상으로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조금 거리가 있지만 뒷마당은, 그러니까 부엌 너머 창문으로 보이기에는,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거실 소파에 앉기로 했다. 힘 없이 들어간 집 주인은 고요한 집 안 속,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는 이왕이면 따뜻한 걸로 준비해 주세요, 부인? 아, 그리고… 보통 파이프로 뭔가를 구타한다고 한다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아이라고 알거든요, 저는? 네.”
딱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기척은 아직 멀리 있었다.
“남편 분이 출장을 가셨다고 저한테 전에 이야기 하셨었죠? 한창 파이프 고를 때 말이에요. 그리고~ 아이는 외동이신가요?”
산후 우울증은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만들고는 했다. 잘 해결된다면 부인과 그녀의 남편은 단란한 가족이 되었을까. 이미 남편이 해외로 출장을 간 시점부터, 그녀의 곁은 숨기지 못할 우울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규칙적으로, 혹은 불규칙적으로 아이는 그 우울감과 고요를 견디지 못하고 아이스럽게 칭얼거렸을 것이다. 그녀는 그걸, 버티지 못하고.
“아마 외동이겠죠?”
태연하게 말하는 얼굴은 이제 눈만은 웃고 있지 않았다. 기척이 다시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는 곧장, 일어나서, 자리를 피했다, 동시에 그곳에는 식칼이 꽂혔다.
“증거를 저에게 돌리려고 하셨나 봐요? 아니면-“
아, 괴성 같은 걸 지르려고 한다. 안 되는데. 소파에 칼이 꽂히고 뺴내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그 찰나에, 그는, 튼튼한 장갑을 낀 손을 뻗었다, 급습이다.
“소리 내지 마세요. 아니면 그냥 증거 인멸이셨겠군요? 그런데 저런, 칼을 이렇게 뻗으시면…”
버둥거리는 부인은 분명 그의 품에 있었으나 간단히 외면한 채, 그는 반대쪽 손을 뻗었다. 부인이 칼을 잡고 있던 것을 우악스럽게 주도권을 뺏어 오고 있었다. 저항하는 팔이 파들거리는 것이 느껴졌으나, 어림도 없는지 서서히 칼날은 부인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부인, 아무래도 제가 더 칼이랑 친해서 말이에요…”
우울증이 온 사람이 아이와 동반자살을 했다는 시나리오는 어때요?
-
예상대로 뒷마당은 앞마당보다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그는 준비해 온 삽으로,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흙을 파 냈고, 부인이었던 것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어둠이 걷히기 전에 다시 단단히 땅을 다지고, 사라진다.
-
모든 것은 뺏고 빼앗김의 연속이다. 나는 그걸 일찍 알아챘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빼앗는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이를테면,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 같은 것이다. 그 사람의 마지막 숨결은 파이프 안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깎고, 이어 붙이고, 다시 연초를 채워 넣으면, 나는 그 사람의 숨결을 온전히 빼앗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밤 새워 파이프 몇 개 분의 수리를 마치고, 하나 분의 담배를 태웠다. 살 맛 나는구만. 들이킨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이 달콤했다.
- 똑똑, 계세요?
- 올가 부인이 실종된 지 제법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실종 신고가 들어온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그것을 신고한 건 실종자의 출장 간 남편도 아닌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었다. 옆집 사람은 느긋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자신의 이웃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할 생활 습관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바쁜 사람은 숙면을 고파 했고, 이웃집의 아이가 칭얼거리다가 별안간 조용해지는 소리에 잠 못드는 감각이 예민하게도 경찰 번호를 누르게끔 했으니까. 물론, 그렇게 해서 신고를 한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터였다.
모든 것이 조용하다고 느낀 게 5일 전, 노크를 한 것이 바로 어제였다. 이유는 그저 간단했다, 노크를 하기 전날은 제법 일찍 퇴근했는데, 그 시간에마저 이웃집은 불 한 점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등에 먼지가 쌓여갈 것 같이 어두운 실내를 옆집 사람은 출퇴근을 하며 창 밖으로만 보아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창 안을 확인하기 위해 노크를 한 것이었고, 전등에 불을 킨 것은 집주인도 아이도 아닌,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이었다.
-
그래서? 신문 1면을 장식할 만한 뉴스는 아니었나 보다. 아, 지역 신문이라면 모를까. 에드가는 집과 가게 앞에 툭툭 쌓인 신문들을 주섬주섬 챙겨 가게로 출근했다. 손님이 오기 전까지 느긋하게 읽으면 좋을 온 세상의 가십거리 투성이 종이쪼가리. 누군가의 희비를 빼앗아 그럴 듯하게 옮겨 적은 잉크 투성이 장작. 날이 추워지면 실내 난방을 위해 난로를 옮겨오곤 하지만, 그렇게 구식인 난로를 쓰는 것도 아닌 터라 결과적으로 폐지함에 쑤셔 박히는 것이었다.
버리기 전에 그래도 독자로서의 본분을 다 하고자 하는 것인지 카운터에 앉아 신문을 읽는다. 조용히 팔랑, 하고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독자들의 역할이란 여기 써 있는 그럴 듯한 희비들을 다시금 빼앗아 잠을 깨는 데에 소비하는 것이다. 그냥 그 뿐이었다. 올가 부인의 실종도, 어렵게 연락이 닿은 남편의 전화 내용도. 이번엔 얼마나 걸리려나, 하여튼 언젠가 다시 보도될 그 죽음과 시체들도.
그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상관 있는 것은 이미 그가 취하고 남았기 때문이다.
-
담배가게는 늘 그렇듯 연기로 가득 차고 있었다. 시가에서, 파이프에서, 재떨이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모든 게 숨을 뱉는 듯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그는 그저 그 연기를 즐겼다. 에드가 리머는 사람들의 숨결이 가득 찬 자신의 가게를 돌아보았다. 문득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는 기기를 보자, 한 번은 환기해 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서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창문을 열었다. 사람 좋은 미소는 금방 손님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쉬웠다. 아무리 자동 조절기가 있어도 한계는 존재하곤 하는 법이라니까.
창문 밖에 경찰차가 보인다. 그것도 제법 가까웠다. 음, 이번에는 시체가 빨리 발견이 되었는지, 아니면 증언들이 차곡차곡 모였는지. 이 쪽으로 오는 건지 아닌 건지. 그냥 시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지, 찔러 보러 오는 건지. 알 게 뭐람.
“어서 오세요~”
“예, 경찰입니다. 잠깐 말씀 좀 묻겠습니다.”
“어, 잠시만요. 그러니까 저 말씀하시는 건가요?”
경찰은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지 고개를 제법 느리게 끄덕거렸다.
“으음, 영업 중인데 말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길래…?”
“올가 부인에 대한 건입니다.”
“아, 부인이요… 안 된 일이죠. 저희 가게 손님이시기도 하고…”
“실종되기 전 행적을 아십니까?”
“파이프 담배 수리를 맡기시고…? 그 때가 언제더라, 한 일주일 전에, 오후 4시 정도니까요. 음…”
“그 때 마지막으로 뵈셨습니까?”
“예…”
에드가 리머의 얼굴은 낭패가 조금 얼룩진 안타까운 상인의 얼굴이었다. 그 낭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경찰이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단순히 가게 운영 도중에 갑작스러운 소식에 난처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고, 손님 하나를 잃어 아쉬워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 거죽에 사람 알맹이라면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도 경찰은 에드가를 다독이면서 조사에 참여해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시 자리를 떴다.
에드가는 조용해졌다가 웅성거림으로 가득차는 홀을 지나 다시 카운터에 앉았다. 말을 걸어오는 손님들에게 태연하게 응수하면서. 참 안됐어요, 그렇죠?
- 처음 오는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눈이 내리고 곳곳에 소복이 쌓여 하얀 풍경을 만들어 낼 쯤에, 그의 가게에 드리운 넝쿨의 녹빛이 생화가 아닌 듯 여전히 녹빛을 띄며 눈을 맞고 있을 때, 그는 겨울이 오면 으레 그러하듯 가게 앞의 눈을 쓸고 있었다. 가게 전면의 유리창은 유리 벽처럼 완전히 한쪽 면을 채우지는 못해도, 겨울에 마저 충분히 햇빛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그 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앞을 점거하고 있던 눈은 어느새 작은 언덕이 되어 창의 바로 턱 끝까지 차오른 채였다. 잘 정리된 길과 눈에 꽁꽁 둘러 싸인 앤티크한 가게는 겨울 찬바람 속 고풍스러움과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갖춘 모양새이기도 했다.
가게의 내부는 여전히, 가을보다도 훨씬 더 훈훈한 기운이 들어 차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가게는 시가와 파이프 담배를 취급하는 가게이기 때문이었다. 취급되는 물건들이 기온이나 습도에 예민한 물건인 것도 한 몫 하지만, 홀 안에 듬성듬성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을 보자면, 차라리 사람들의 체온과 담배 끝의 데일 듯한 열기 때문일 수도 있는 터였다.
창문에 송골송골 김이 서리고 물방울이 흘러내릴 때쯤, 에드가는 언제나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창문을 한 번씩 열어 둔다. 아무리 기계가 내부 공기의 온습도를 관리한다고 해도, 환기를 핑계 삼아 창문을 여는 것이다. 찬 공기가 들어오며 잠시간의 싸늘한 분위기가 가게 안을 맴돌았지만,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드가는 손님들을 보다가, 온도를 한 번씩 체크하다가, 이를 반복하면서 흐르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리 누군가의 숨결을 앗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머리가 아프고 산소 공급이 덜 된다는 느낌을 받으면 창문을 좀 열어 재낄 수밖에. 무엇보다도 사람의 후각이 예민하다고 한들 장시간 비슷한 냄새를 맡다 보면 그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에. 물론, 이 부분은 굳이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맛과 향이 중요한 물건을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체류하는 손님들이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 거라던가, 새로 온 손님이 담배를 골라야 할 때라던가,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매출을 위해서라도 이 환기 작업은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가게 내부의 공기는 쾌적한 것이 어찌 되었건 간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테면, 그의 가게에 처음 온 손님이 조금 쭈뼛거리다가도 거부감 없이 가게를 활보하게끔 한다던가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한창 천천히, 연초와 시가들의 견본 제품을 구경하는 저기 저 사람처럼 말이다. 제법 말쑥한 차림새의 손님은 이 가게는 물론이고 이 동네에 처음 온 사람처럼 보였다. 에드가가 가게를 운영하는 동네가 어떤 규모를 가지건 간에, 눈 앞에 있는 손님이 이 곳에 도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손님의 옷은 경찰과도 같았고, 그는 그가 사는 곳에 있는 경찰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잘 알고 있는지는 예의,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그의 생일날 조사를 위해 찾아온 경찰처럼, 불쑥불쑥 찾아오는 경찰들이 많았다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즉, 저 손님은 다시 말하자면, 그가 사는 곳에 새로 들어온 경찰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니 지금 에드가가 손님에게 다가가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가게의 주인으로서 손님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러 가는 것이었고, 텅 빈 감상 속의 진의는 그저 얼굴을 외워서 곤란한 상황을 최대한 덜 만들기 위한 수작이었다. 사람 좋은 웃음이 능글맞으면서도 제법 친절한 어투와 함께 다가오고, 겨울철에도 눈에 반사되어 이리 저리 날아드는 햇빛에 유난히 창백하게도 반짝이는 금발은 어두운 것 하나 없어 보이게끔 만들었다.
“오, 어서 오세요 손님! 아이고, 방금 막 환기해서 조금 추울 텐데 괜찮으신가 몰라!”
“안녕하세요, 혹시 사장님이신가요?”
“맞습니다~ 아, 저희 가게가 처음이신 것 같은데 제품을 알려드리고 추천을 해 드릴까 해서 말이지요!”
“친절하셔라. 그럼 사장님의 추천을 좀 받아 볼까요?”
“좋습니다! 아 참, 시가가 좋으세요? 아니면 파이프 담배가 좋으실까.”
파이프를 좋아하는 에드가는 새로 온 손님이 어떤 담배를 고를 지 호기심이 서렸다. 경찰들의 대부분은 개량화된 궐련을 쓰기 마련인데, 그만큼 경찰의 업무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는 것이었고, 한 자리에서 오래 피워야 하는 에드가의 상품들과는 가까운 직업이 아니었다.
어쩌면 조금 가까울 지도.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른다는 건, 급박할 때가 있는가 하면 그나마 여유로울 때도 있을 터였고, 외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증거의 정리와 작전을 설계하는 사람들 말이다. 뭐, 이 경찰이 무슨 일을 하건 일단 그에게는 손님이었다. 바쁘지 않을 때 30분 정도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서류를 정리하거나 하겠지, 아무리 이 경찰이 빨빨대며 돌아다닌다고 해도.
까슬한 손가락이 이 곳 저 곳을 짚으며 연초를 소개하고 있었다. 어떤 향이 나고, 어떤 담뱃잎으로 만들어 졌으며, 무엇이 가향되었고 특징적인 맛은 또 무엇인지. 그러다가 두 사람이 파이프 담배의 진열장에 도착했을 때, 손님은 제법 흥미를 띄고 있었으며 에드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파이프 쪽에 흥미가 있으신 모양이에요?”
“아, 그게 얼굴에 다 보이나요?”
“아이구~ 보자 마자 신기하다고 눈이 반짝거리시던데!”
“하하… 굉장히 멋스럽게 느껴지잖아요.”
“뭐, 그렇죠. 앤티크하고 고급스럽고 중후해 보이고, 간지라는 게 살아 있잖아요? 시가도 그렇고 파이프도 그렇지만, 아무튼간에요.”
한창 그렇게 제품들에 대한 소개와 대화가 활기 차게 이어졌고, 손님은 끝내 나무 재질의 파이프 하나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각종 액세서리들과 함께 손님은 에드가의 안내에 따라 어떻게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가게 한 켠의 손님용 자리에서 친히 배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손님이 들어오고, 에드가는 그 손님이 저번에 예약한 어떤 손님임을 알게 되자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경찰은 손에 들린 나무 파이프 하나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파이프와 눈싸움을 하는 줄 알 것이다, 그만큼 경찰은 파이프를 째려보다시피 하는 중이었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는 소식을 눈 앞에서 본 또 다른 파이프 매니아가 당당하게 그 경찰에게 말을 걺으로써 이 눈싸움은 종결되었다.
매니아의 입에서는 가게 사장에 대한 이런 저런 일화들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파이프 담배를 좋아해서 항상 새로 온 손님들한테 영업하려고 한다거나, 그가 주문을 받아 손수 조각한 파이프는 진열대에 놓인 것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리고 이 가게의 일상과도 같은 이야기는 한가롭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경찰은 이야기를 경청하며 때로는 작게 웃고, 때로는 놀랐다는 듯이 반응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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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는, 경찰에게서 궐련의 매캐하게 타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저 문 밖의 경찰은 호기심으로 온 것일까, 아니면 비흡연자임에도 이 곳에 찾아올 다른 용무가 있는 것일까. 그저 금연 도중에 도피처 삼아 온 것일까. 작업실에서 계산을 마친 뒤의 에드가의 표정은 쌓인 눈처럼 고요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사람의 해맑은 웃음이 지어질 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