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modified: 2022-03-22 11:57:48 Contributors
칼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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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메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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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레스 작성 일시 |
2020-11-27 00:00:20 |
알아야 하는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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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 프리드리히 칼라일 |
나이 | 신체나이 25세 실제나이 1028±50 |
성별 | 남 |
국적 | 지혜의 샘 소피아 |
종족 | 인간에 마수 조금 |
생일 | 10월 15일 |
직업 | 무직(전직 용사) |
상태 | 생존, 불사, 무통증 |
용사(였던 것)
마수도 죽이고 신도 죽이고 사람도 죽인 혼돈악. 그래도 예전엔 착했어요.
사방이 벽으로 막힌 지하에 가죽 안대를 쓰고 사슬로 구속되어 갇혀있었음.
정체감 분열로 착할때도 나쁠때도 차가울때도 따듯할때도 있음.
192cm
짙은 남색 머리(상징색 참고)
혈액이 검은색임
생각하기에 가장 괜찮은 용사 몸매를 상상해주세요(찡긋)
체지방률... 10%
부드럽진 않아도 말캉한 물같은 분위기를 풍길 것이다.
몸에 흉터가 많다.
체온이 낮다. 만지면 차갑다.
정신이 불안정해 자아가 미세하게 분리된 상태이다.
4.1. 자기차원(실락원) 인간관계 ¶
여자아이 하나, 남자아이 하나와 동거중이다. 칼라일이 돌봐지는 것 같기도 하니 육아보다 동거가 맞겠지.
우주 파인애플이었지만 지금은 훌륭한 악어거북 세마리 에토스(해), 미나스(달), 코스모스(우주)와 함께한다.
과거에 사랑하던 연인이 있었다. 칼라일을 도우려다 죽었다.
-처음으로 칼라일이 갇힌 곳에 온 별님
-선물한 라벤더 향이 오랜만에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게 함
-자꾸 작별을 재촉한 건,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보이기 싫어서도 있었다고 한다.
-램프 선물받음. 언젠가 안대를 벗으면 빛이 보고싶다.
-별을 그린다는 것에 그곳 차원의 사람들 대신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언젠가 선물할 게 없나 생각중
라벤더향 좋아함
기사집안 출신임
여름에도 추위를 꽤나 탄다. 밖에서는 마법으로 때우지만 옷과 난방의 차이라고 함. 그래서 칼라일 방은 벽난로가 상시 틀려있다. 누구도 여름에 그의 방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칼라일이 신을 죽이기 전에 집 주변에 넓게 펼쳐진 라벤더밭이 있었다.
신을 죽이고 나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부 말라 비틀어졌다.
돌아오고 난 뒤에는 되살아났다
5.4. 외전 컨텐츠 ~칼라일 방꾸미기~ ¶
분명 어둡고 썰렁하고 비참해야 할 감옥이 점점 러블리해지고 있다.
토순이가 준 선물
-라벤더향 방향제(하루 1분 향 퍼짐)
-문 모양 낙서랑 토순이 왔다감 낙서(무취 크레파스)
소원이가 준 선물
-남색빛 열쇠고리모양 램프
데이브가 준 선물
-해변의 그림이 그려지고 반짝이는 소라 껍데기가 있는 스노우볼 (만지면 파도소리가 들린다)
-푸른 글씨로 '힘들면 말할 것.', 파란 나비 낙서
너무 예뻐지면 칼라일이 자기는 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구석에 가지런히 정리할 예정
나비 낙서는 해방되며 나비가 되어 날아갔고, 선물들은 집에 간직하고 있다.
6. 캐릭터 TMI ¶
#자캐가_쇼핑하는_방법은
꼼꼼히 살펴보며 합리적 소비를
민트초코에 대한 반응
-좋아함. 미각이 없으니 민트초코향을 좋아하는거지만. 대신 미각이 멀쩡할때 맛봤다면 싫어했을듯
칼라일 생일 니체 생일임
#자캐_10차교육과정기반_K고딩AU
칼라일
K이름 : 김성현
학년 : 2
문이과 : 이과 예체능(양궁)
선택과목 : 지1 생1
학급내포지션 : 부반장(S.J 보필)
급식성향 : 나오는대로 잘 먹음
야자성향 : 양궁부에서 별일 없으면 참여
슬리퍼색 : 검정
외투 : 숏패딩
수학여행버스위치 : 친한 애들이랑
장기자랑여부 : 참여(열정적)
캐릭터는 악필/달필
달필
6.1. 잡담방에서 풀린 설정 ¶
원래 이름은 칼라일이 아니었다. 예전 이름은 지혜의 신전에서 받았는데 지혜의 신전 계단에는 "지혜로운 자는 오만함을 경계하라" 라고 적혀있음.
살짝 노안이다.
불로불사로, 회복하는 과정은 세포 하나하나가 회복하며 재조합되는 방식이다.
마수의 피가 섞여 부작용을 안고 마수들의 능력을 쓸 수 있다.
마시멜로 테스트를 할 때의 어린칼
-얌전히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할만한 게 없나 살펴본다
- 악마 용사
“악마 같은 새끼!”
멀리서 외침이 들려왔다. 칼라일은 그것이 자신을 향한 말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저지른 일과 겪어온 무수한 시선들, 그리고 자신이 죽여온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남기던 말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눈에 젖어 축축해진 손의 물기를 마법으로 모조리 끓여 날려버린 뒤 무성의하게 칼을 꺼냈다. 그것은 그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기보다 자신이 어떤 꼴이 되어도 지지 않는다는 생각의 결과였다.
칼을 빼어들기 무섭게 뛰어오른 그는 매와 같이 하강해 적의 목에 검을 꽂았다. 젊은 전사는 팔이 붙들린 채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허망히 목이 뚫려 일격에 죽었다. 칼을 뽑아 한번 털자 새하얀 눈 위에 붉은 기운이 흩뿌려졌다. 잠시 멍한 눈으로 땅을 보던 그는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듣는 이 없는 기도를 올렸다.
“어린 새가 길을 잃지 않게 인도하시고...”
이내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신에게 분노하듯 그는 다시 이미 흰 숨결을 내쉬지 않는 전사를 몇 번 반복해서 찔렀다. 주검이 된 몸이 기도할 때마다 흔들렸다.
“어디로 가야 하나이까?”
“어디로”
“아아아악!!”
동료의 사체가 훼손당하는 꼴을 도저히 보지 못하겠던지, 동료가 죽어갈 땐 차마 덤빌 수 없게 만들던 두려움을 늦게나마 이겨냈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외마디 소리와 함께 검사의 칼이 등을 뚫었다. 순수한 인간이었다면 분명 치명타였을 것이다. 그러나 칼라일의 주검 같은 신체는 뚫린 부위를 중심으로 검은 일렁임을 만들었을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약간의 어두운 기운이 액체처럼 뭉쳐 떨어졌을 뿐이었다.
그의 표정은 인형처럼 굳어있었다. 미동도 없었기에 검사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약한 현기증마저 느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이제 남은 일은 자신의 동료처럼 자신 또한 알아볼 수 없는 주검, 악마의 희생자가 되는 것뿐이었다.
“뛰어!”
익숙한 목소리에 검사는 즉각 칼라일에게서 떨어졌다. 친구 궁수의 외침. 이내 친구의 불타는 화살은 앞의 끔찍한 괴물을 저지시킬 화염으로 변해 눈 위에서 맹렬히 불탔다. 죽일 수는 없으나 붙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는 그대로 친구와 함께 악마에게서 빠르게 떨어졌다. 일직선으로 달리고 또 달려 멀어졌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을 거라 확신했다.
칼라일이 반경 100아르의 땅을 모조리 늪으로 바꿔버리기 전까지는.
- 돌아온 세상이여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때로는 멍하니, 때로는 고통스럽게 지나가던 시간의 감각이 마비되어갈 즈음 순식간에 그 사건이 발생했다. 붙들고 있던 구속이 풀리면서 그의 몸이 맥없이 쓰러졌다. 엎드린 채 잠시 몽롱한 기분을 느끼다 차가운 돌바닥이 그의 체온을 끝까지 앗아가자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서둘러 목을 더듬었다. 하나, 둘... 마지막 아홉 번째까지 풀렸다. 손의 감각이 목으로 전해졌다. 믿기지 않아 계속 더듬다 마침내 안대를 벗은 그는 그 어떤 속박도 남아있지 않음을 보았다. 자유롭다. 이제 풀려난 것이다. 밀려오는 감정에 꺼내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입에서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발성만이 나왔다.
"아아... "
바닥에 엎드린 채 웅얼거리며 눈물을 훔쳤다. 이게 용서의 결과인가? 그는 분명 기뻤다. 그러나 한편으로 더 큰 두려움이 있었다. 저녁에 기울어져 묻혀버린 태양처럼 직접 볼 수는 없어도 주위에 옅게 퍼진 빛으로 그것이 분명 저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두려움이다.
"마지막 남은 인간이 방금 죽은 거라면..."
잊히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역사 속의 잔재가 되거나, 둘째는 잊을 자조차 잊히거나. 그는 잠시 떨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순간을 위해 연습해왔다." 그는 되뇌었다. 그런 순간을 위해 연습해온 것이다. 죽은 바다를 되살리는 법도, 잠든 태양을 일깨우는 법도, 메마른 대지에 자비를 가르치는 법도 모두 최악의 순간을 위해 저물어가는 기억을 인양하며 계속 떠올리고 또 떠올린 것이다.
"괜찮아."
그는 떨리는 마음을 달랬다. 이럴 때 누군가 괜찮다고 위로해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지금은 혼자 싸워야 할 시간이다. 천년이 넘게 이곳에서 홀로 도망쳐 있었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손가락을 튕기자 방이 환해졌다. 사방이 돌로 되어있는 차가운 방. 그는 약간의 향수를 느꼈다. 이 방은 언제나 묵묵히 그를 감싸 세상으로부터 갈라놓았다. 그를 절대 떠나지 않았다. 바닥에 새로운 인연들이 주었던 선물이 보였다. 방향제, 램프, 스노우볼. 실제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벽에 있는 낙서들도 눈에 들어왔다. 칼라일은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벽을 쓰다듬었다. 영영 만나지 못할 사람과 작별하듯이. 선물들을 챙기고 벽을 살짝 두드렸다.
"같이 나가자."
그려진 파란 나비가 밖으로 날아와 그의 손에 앉았다. 너도 참 오래 갇혀있었구나. 작게 중얼거린 뒤 크레파스로 그린 문에 노크하자 길이 열리고 계단이 보였다. 천천히 한 걸음씩 올라갔다. 단단하고 차가운 돌바닥이 퍼석거리는 소리를 내며 작별을 고했다.
점점 선명해지는 빛을 보며 마지막 한 발을 내딛자 나비가 떠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태양 빛에 눈을 찌푸리기도 잠시, 따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풀밭이 눈에 들어왔다. 죽었던 구릉이 살아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던 마음속 두려움이 환희로 바뀌는 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의 눈물은 이제 두려움을 말하지 않았다. 단지 한 가지 감정만을 전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는 살아있어 준 모두에게 감사했다.
천천히 땅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생명을 품을 수 있는 땅이라는 게 느껴졌다. 더는 신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자연이 회복했다. 그대로 철퍼덕 누워 이리저리 뒹굴었다. 풀 내음이 풍겼다. 흙냄새와 어우러져 기분 좋았다. 사랑하는 라벤더 향기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한참 동안 뒹굴고 지쳐 누운 채 그는 소리쳤다.
"돌아왔다! 돌아왔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돌아왔다. 자신도, 새소리도, 흙도, 자연도, 아이들의 웃음도.
모두 돌아왔다.
- 옛 성터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듯하나 여름이니 실제 온도는 미지근할 것이다. 이 서늘함은 장소가 주는 것이다. 천년이 지나도 땅은 주인을 잊지 않았다. 기반은 거의 흔적을 잃었지만, 다행히 이곳의 중요한 기억 하나는 남아있었다. 따듯한 라벤더 향기가 언덕 너머를 타고 넘어왔다. 그는 천천히 후드를 넘기고 자신의 옛 성터를 바라보았다. 구릉 너머부터 이어지는 보라색 물결이 땅을 온통 덮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라벤더 파도와 함께 슬픈 기억이 향기를 타고 넘어왔다. 그는 차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혼자 과거의 이곳으로 건너간 듯이. 재조립된 성.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분노, 그것이 담긴 불꽃이 꽃밭을 뒤덮으며 떠올랐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과거의 기억을 떨치는 건 불가능하다.
다시 돌아와 그는 뺨을 닦아냈다. 멍하니 서 있던 사이 차가운 눈물이 얼굴을 흘러있었다. 잊지 말자. 욱신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라벤더밭 사이를 건너가며 그는 하나하나 과거를 떠올렸다.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걸을 수 없어 주저앉았다. 몸의 고통은 느끼지 못하지만, 마음은 통증을 잊을 법하면 더욱 극심해졌다. 그는 결국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어흑... 흑...”
엎드려 꽃들 속에 파묻혀 한참을 울다 해가 기울어질 때쯤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고개를 들어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초점이 흐릿하게 허공과 하늘을 향하길 반복했다. 그는 이내 누워버렸다. 눈을 감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다 잊혔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곳에서 계속 도망치길 바랐다. 라벤더 향이 마취제처럼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아무 효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이곳을 드나든 적은 많았지만 어떤 날도 마취되는 듯한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그저 정신의 마비 현상일 뿐이었다. 그는 계속 하늘을 보았다.
“일어나야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환청일 것이다. 이곳에서 이렇게 따듯한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처럼 잊혔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으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몸살을 앓고 일어난 것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 너무나 편안한 세상. 그렇기에 더욱 그 자신과 부조화를 느껴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는 것 같았다. 그 틈에서 겨우 힘을 뺀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살고 싶니?”
“아뇨, 모르겠어요. 모르겠어. 아무것도.”
“일어나야지.”
환청은 간단한 말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특이한 점은 조금 따듯하단 점뿐이었다. 환청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한 자신이 멍청했다는 듯 얼굴을 감싸고 피식 웃었다. 바보 같지. 그러나 그 목소리조차 그에게는 몸살로 누워 있을 때 갈라진 입술 틈으로 들어온 미지근한 물같이 느껴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심히 걸어 나와 뒤돌아 꽃밭을 바라보곤 약간의 꽃들을 베어 리본으로 묶었다. 조금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언덕 너머를 보며 그는 크게 몇 번의 심호흡을 했다.
“가장……”
곧 그는 작게 자신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굳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따듯한 바람에 멀어지는 향기를 등지며 계속 걸어갔다.
- 떠오르는 기억
-
창밖은 시커멨다. 어두운 공기와 대비되는 집안은 마법으로 밝힌 등으로 환한 분위기를 풍겼다. 타닥거리며 벽난로 불씨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옹기종기 모인 장작이 가끔 살아있는 것처럼 살짝 자리를 틀었다. 마법이 걸린 장작은 스스로 고루 섞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창틀에 놓인 양초가 실내 온도 때문에 약간 녹아내렸다. 방을 채우는 진득한 라벤더 향이 머리를 취하게 하는 것 같았다. 가마같이 아늑하고 더운 방에서 그는 책상 자리에 앉아 벽난로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를 연료 삼아 일기를 쓰고 있었다. 감옥 밖으로 나온 뒤부터 일기를 쓰는 게 일과가 되었다. 새로운 세상에 빨리 적응하고 배운 것들을 복습하려면 글을 쓰는 게 최고였다. 더불어 일기를 돌아보면 그날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가끔 생기는 공백은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일기를 쓰려다 만 시간까지 떠올릴 정도로 머릿속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그때 왜 일기를 쓰지 못했는가는 주변 기억을 토대로 유추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쌓여있던 궐련 꼬투리와 부여잡은 머리, 눈가에 남아있는 약간의 축축함 또는 주변 풍경을 통해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오래된 정신적 문제는 자신을 오랫동안 갉아왔지만, 아직도 여유가 있다는 듯이 그를 빈틈없이 옥죄고 있었다. 정신이 갈라진 것 자체는 아주 오래된 일이었다. 오히려 지금이면 상당히 복원된 수준이다. 죄를 받아들이려는 그와 무시하고 덮으려는 자신이 서로 갈라져 있었다. 한때는 수십 가지 감정이 통제 불능으로 뻗어 나갔지만 어떻게든 수습한 지금은 자아가 몇 가지로 남았다. 숫자가 줄어든 건 좋은 신호였다. 줄어든 숫자에 반비례해 강해진 자아는 나쁜 신호였다. 그러모은 자아의 숫자 자체로는 줄어들었으나 마치 찰흙을 몇 덩이로 모은 것처럼 각각 덩어리진 자아의 힘은 강해졌다. 어떤 자신은 그때의 일을 합리화했다. 변화를 두려워한 인간은 죽어 마땅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일출이 돌아오며 생명이 돋아났다는 사실이 더욱 그 논리에 설득력을 더했다. 다른 자아는 종종 자신을 비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과거의 기억과 그때 죽인 사람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지금처럼.
뚝, 어느새 초침 소리가 멎었다. 또 시작이다. 눈앞에 일렁이는 불꽃이 점점 최면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진한 라벤더 향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처음엔 하나의 아지랑이였던 것들이 점차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 눈앞에 나타났다. 웅얼거리는 소음들도 기억의 조각을 끌어내어 단어를 갖추었다.
점점 다가온다. 라벤더 향만큼 강렬한 기억이, 바람이 불어오듯 풍겨온다. 환각은 대체로 아는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거나 과거의 순간이 재현되는 경우였다. 강하게 연결된 관계. 깊은 마음을 나눴던 사이일수록 피하고 싶었다.
"칼라일..."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스러웠던 사람. 햇살 같던 목소리가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도저히 놓을 수 없다. 이렇게라도 만나고 싶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알시아"
"그래."
젊은 여성이 가까이 와 얼굴을 매만졌다. 부드럽고 포근한 크림색 목소리가 들렸다.
"힘들어보이네."
"네가 바라는 거잖아, 진짜가 아닌 네가..."
볼을 어루만지던 손길을 멈추고 그녀는 두 팔을 벌려 칼라일을 안아준 채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바라는 일이야. 하지만 칼라일,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바라지 않더라도 넌 벗어날 수 없어. 그래서도 안 돼. 가끔 버릇없는 네 일부가 자꾸 우릴 밀어내지만 말이야. 네가 죽였잖아. 안 그래? 널 감쌌다는 이유로... 그래, 내가 죽어버렸지. 너도 알고 있잖아. 비명이 들리지 않니? 끔찍해라. 네가 저지른 일이잖아."
"난, 난... 알시아..."
두 눈이 겁먹은 아이처럼 흔들렸다. 입술이 떨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두 뺨에 차가운 물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손을 뻗으려 했지만,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웃은 뒤 몸을 끌어당겨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도 알고 있잖아, 난 알시아가 아니란 걸. 네가 필요해서 만든 거라고. 기억해."
온 힘을 다해 겨우 고개를 들었으나 알시아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초침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냄새 때문이다. 냄새가 진해서. 속으로 중얼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열었다. 창틀을 붙잡고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차가운 여름 바람이 불어왔다.
*알시아: 칼라일의 옛 연인. 함께 모험한 마법사였으며 신을 죽인 칼라일을 도우려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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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악마 칼라일• |
오기 좋은 곳은 아닌데. 어쩐 일로 왔지? |
-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나를?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어. 제발로 지옥에 찾아온 사람은 더욱."
BAD END. 당신은 빛이 들지 않는 지하 감옥으로 보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악마 하렘을 만들기 위해서
"엉뚱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원한다면 어울려 줄 수는 있지"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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