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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 | |
상태 메세지 | |
퇴마, 주술, 기타 등등 | |
최초 레스 작성 일시 | |
2022-08-21/15:01:56 | |
알아야 하는 정보 | |
본명 | 양현무 |
나이 | 19세 |
성별 | 남 |
국적 | 대한민국 |
종족 | 인간 |
생일 | |
직업 | 주술사 |
상태 | 생존 |
2. 특징 ¶
'무항산 무항심'을 좌우명 삼아 돈으로 살고 돈으로 움직이는 성격.
제주어를 익숙하게 구사한다. 일단 오너가 보기엔 그렇단거다...
눈 색은 능력을 쓸 때에만 변한다. 호박색 외에도 변할 수 있는듯.
궤변에 잔재주가 있다.
제주어를 익숙하게 구사한다. 일단 오너가 보기엔 그렇단거다...
눈 색은 능력을 쓸 때에만 변한다. 호박색 외에도 변할 수 있는듯.
궤변에 잔재주가 있다.
5.1. 알려진 정보 ¶
의외로 학교에서는 얌전히 있는다.
공부는 제대로 안하지만 입과 기막힌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스킬로 거슬리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학생인편.
성적은 기막히게 4~5등급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논술 봐야 함.
공부는 제대로 안하지만 입과 기막힌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스킬로 거슬리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학생인편.
성적은 기막히게 4~5등급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논술 봐야 함.
6.1. 잡담방에서 풀린 설정 ¶
"키갈은 조건 하나만 맞추면 돼. 얼굴! 얼굴은 중대사야."
사랑하는_사람에게_미움_받게_된다면_자캐는
쩔쩔매는편. 생각보다 찐사랑에는 순애보
자캐의_소유욕
귀신 잡아먹기
자캐를_웃게하는_것은
귀여운 사람
쩔쩔매는편. 생각보다 찐사랑에는 순애보
자캐의_소유욕
귀신 잡아먹기
자캐를_웃게하는_것은
귀여운 사람
#자캐의_서사로_라노벨_식_이름짓기
화로: SSS급 무속빌런 성공신화
화로: SSS급 무속빌런 성공신화
자캐가_입밖으로_내지_못할_진심은
사실 못됐거든. 쓰레기?
깊은_우울감에_빠진_자캐는
주저앉아서 계속 머리만 부비적거린다
자캐는_칼_총_어느쪽
한국에서 총은 못 구하잖아...
사실 못됐거든. 쓰레기?
깊은_우울감에_빠진_자캐는
주저앉아서 계속 머리만 부비적거린다
자캐는_칼_총_어느쪽
한국에서 총은 못 구하잖아...
첫 고백은 6살때 받아봤다. 이후로도 매년 받았다고.
초콜릿으로 만들었는데 달지 않고 카카오 풍미가 잘 살아있는 음료를 좋아한다.
화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흑막이고_정체를_들켰다면_하는_말
아, 좀 늦게 알아차리지. 넌 매너가 없냐?
자캐의_눈물이_비가_되어_내리는_세계가_있다면_그_세계의_평균_강수량은
남한이랑 비슷할거 같은데
자캐가_흘린_눈물이_보석이_된다면
아쿠아마린? 보석 잘 모르는데
자캐가_흑막이고_정체를_들켰다면_하는_말
아, 좀 늦게 알아차리지. 넌 매너가 없냐?
자캐의_눈물이_비가_되어_내리는_세계가_있다면_그_세계의_평균_강수량은
남한이랑 비슷할거 같은데
자캐가_흘린_눈물이_보석이_된다면
아쿠아마린? 보석 잘 모르는데
유당불내증 있음.
7. 독백 ¶
- 전학, 만남, 위화감
-
제주공항 착륙 후 소녀는 내내 야릇한 위화감을 느꼈다. 택시를 타고 서귀포시로 향하며 그 위화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강력한 악귀가 없어.’
원래라면 강한 악귀, 원귀도 당연히 존재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 섬은 이상했다. 육지에서 소녀를 진땀 빼게 했던 강력한 악귀나 원혼, 요괴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사람을 귀찮게 하는(운이 나쁘면 일가족을 죽이거나 사고의 수렁으로 빠트릴지도 모르는) 잡것들은 분명 사방에 널렸지만.
누군가 체로 거른 듯 대형 사고를 저지를 법한 존재들만 쏙 빠져 있었다. 육지에서 익명의 유능한 도사로 활동하며 이런저런 악귀를 보아온 국소희에게,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희한한 풍경이 심한 이질감을 일으켰다.
“이상한 일이네.”
머릿속에서 백호의 저음이 울렸다. 소희는 침착하게 가방을 뒤져 꺼낸 에어팟을 끼웠다. 그녀는 새삼 허공에 말해도 미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영화나 드라마의 귀신을 보는 사람들이 굳이 귀에 이 소품을 끼지 않고 말하는 이유가 늘 이해되지 않았다.
“다른 건 많은데. 왜 그런 것만 없을까요? 제주도라?”
“귀신이 많을 뿐이지 제주도라고 육지와 다를 건 없어. 오히려 전체 수가 많으니 악귀의 수도 더 늘어야 해. 이상하다. 아무래도 토착신에게 물어봐야겠어.”
“그래요 그럼. 일단 짐부터 풀고.”
소희와 백호는 처음 쉽게 원인을 밝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해결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더라도, 우선 이렇게 이질적인 현상은 원인을 알기 쉬우리라 본 것이다. 그들은 일이 한참 걸리겠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냈다. 이상한 원인이 이상한 결과를 만든다. 이상한 원인은 이해하기 어렵기에 당연히 이 일도 알기 어렵다.
그들은 숙소에서 짐을 풀고 거의 반나절을 신들과의 대화에 쏟았지만, 신들 중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알아낸 사실은 둘뿐이었다.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했다는 것, 한 번에 전부 사라지지 않고 나날이 사라지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들은 슬슬 미제 사건과 만난 기분을 느꼈다.
다행인 점은 소희는 19세였고, 그 나이대에 으레 그렇듯이 답은 학교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국소희: 화로 스진에서 중요한 모브. 도교적 도술에 해박함.
*탈주가 전문가가 아니므로 무속, 도교, 남아메리카 신화 등 고증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
- 카페에서 만나
-
현무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2층짜리 개인 카페는 서귀포시에서 해안가와도, 번화가와도 거리가 있는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외지인이라면 위치가 애매해서 장사가 되지 않으리라 여기겠지만, 되려 그 어중간한 자리 때문에 늘 손님이 적당한 수로 꾸준히 찾아왔다.
사람이 많이 오지는 않아도 꾸준한 유입이 있는 장소. 현무의 어머니는 애매한 것의 쓸모를 기가 막히게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 묘한 눈치는 영감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위치선정 외에도 자기 센스를 십분 발휘했다.
인테리어는 포근하지만 질리지 않을 정도, 현관 앞에는 돌하르방을 놓아 포토존처럼 꾸몄고, 늘 해외의 카페 유행을 인터넷으로 좇으며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만족할 법한 메뉴를 개발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현무를 얼굴마담으로 세워두었다.
소희 또한 카페 인테리어를 열심히 둘러보고 있었다. 구석진 곳에서 백호가 물끄러미 골동품을 보고 있었다. 현무가 부적 삼아 둔 것으로, 조그만 도깨비가 열심히 발발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움직임에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그 멍청함을 구경하는 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제법 재미있는 일이다. 백호는 반복되지만 미묘하게 변하는 행동들을 흥미있게 구경했다.
“학생이 일반계로 오면 공부나 할 것이지, 무슨 도술에 관심을 가진대?”
현무가 한참을 픽픽대다 겨우 입을 열었다. 소희와 현무는 화요일 밤에 만났다. 운이 안 좋았다. 처음부터 소희를 봤으면 경계하기라도 했을 텐데, 하필 분신을 만들어놓고 떠난 날 전학을 온 것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DIY라면 전문가에게 들통나기 마련이다. 소희는 그날 독하게도 분신과 현무가 만날 때까지 쫓아왔다. 현무는 어떻게든 엮이지 않으려 했지만, 소희는 넉살 좋게 카페에 와 현무와 수행평가 계획을 이야기하러 왔다고 어머니에게 말해 자리를 차지했다.
“야매로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
소희가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렸다. 현무는 지기 싫어 받아쳤다.
“나는 학생부 채우고 있거든? 학생의 본분을 잘 지키고 있거든?”
“너 성적 바닥이잖아. 아, 성적으로 음덕 채우기 그런 거야?”
“야, 성적은 어떻게 알았어?”
소희는 말없이 백호를 가리켰다. 현무의 표정은 점점 고까워졌다. 소희는 얼굴을 못 본 체 편안히 있었다. 기세등등한 그녀의 본론이 드디어 튀어나왔다.
“나는 네가 왜 기운이 나오질 않는지가 궁금한데.”
현무를 처음 본 날, 소희와 백호는 이 애한테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소희가 먼저 알아차리고, 백호는 소희의 말을 듣고 알아차렸다.
백호는 현무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소희는 그나마 현무를 볼 수 있어도, 현무에게서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소희의 눈에 현무는 돌이나 물과 같은 무정물과 같이 아무 기운도 없이 존재했다. 잘 만든 로봇 같기도 했다.
“사람인 이상 기운이 분명히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 이상한 일이네?”
“내가 취조받으러 온 줄 알아? 왜 나한테 그걸 물어?”
“사실은 조사하고 있는 일이 또 있거든.”
소희는 자신이 제주도에 온 이후 느낀 위화감, 수상쩍음,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이상함을 이야기했다. 그중 현무가 범인이란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도 눈치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현무가 사건과 유관하다 느낄 수 있을 이야기였다. 당사자인 현무는 속내를 더욱 잘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연관되어 있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게 말이 사실이면 여기 무당들은 호구냐? 너도 느낄 기운을 못 느껴서 날 의심해보지 않았겠어?”
소희는 말없이 음료를 들이켰다. 이거 맛있네, 괜한 딴소리로 주의를 돌린 소희는 다시 현무를 바라보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도 건물이 있더라고. 명경지수센터.”
현무는 잠시 움찔거렸다. 소희는 미동을 놓치지 않았다.
“아나 보네? 뭐 하는 집단인지.”
“그냥 유행하는 명상단체잖아.”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잖아?”
현무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명경지수센터, 본명은 명경지수 정신 개발 자아 관리협회. 최근 몇 년 새 뜨기 시작한 단체다. 유명인들도 제법 많은 사람이 가입한 단체였다.
“알 바 아닌데.”
“거짓말.”
소희가 얼마 남지 않은 음료를 쪽쪽 빨아댔다. 현무는 저러다 얼음까지 빨아먹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바닥의 바닥까지 맛있게 음료를 해치운 소희는 가벼운 대화를 나눈 사람처럼 일어섰다.
“나머지 얘기는 다음에 하자. 머리 아프겠다. 내일 보자?”
현무는 침묵으로 답했다. 유리문을 열고 떠나는 소희를 배웅한 현무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단체의 이름을 곱씹었다.
‘명경지수센터.’
- 왜 우리가 이런 걸 봐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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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고까운 첫 만남이었어도 현무와 소희는 나름 무난한 학교생활을 보냈다. 일단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사이이기도 하니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자는, 어느 정도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소희도 대답하지 않는 걸 억지로 추궁할 방도는 없으니 둘은 미묘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상태로 아슬한 대치를 유지했다.
물론 학교가 끝나면 소희가 집요하고 은밀하게 현무를 따라다니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현무는 필요한 정보를 감질나게 흘리며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사실 현무가 피할 방법은 많았지만 현무로서도 일상이 무료해진바 또래의 샤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또 소희는 복잡한 이유가 없으면 괜찮은 아이였다. 현무는 치졸하고 가장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이유로 관계 유지를 결정했다. 예쁘잖아.
소희는 갑자기 날아온 연락을 해괴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현무가 보낸 카톡이다. 웬일인지 만나자는 약속을 먼저 잡았다. 소희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이유는 만나서 듣기로 했다.
소희는 의아해하며 출발했다. 천천히 걸으면 되겠지. 굳이 집에 틀어박혀 있기보단 산책 겸 외출하는 게 나아 보였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소희의 눈에 특이한 모습이 보였다. 카페 안이 바글바글하게 차 있었다. 밖에서 기다릴지 고민하며 기웃거리던 와중, 통유리 너머로 재미있는 광경이 보였다.
현무가 앞치마를 입고 바삐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래서 늦게 오라고 한 거군. 소희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거의 12시가 되어간다. 아마 12시면 일이 끝나나 보네. 소희는 모르는 척 넘어갈지 그냥 난입할지 잠시 고민했다. 불쌍한데 쉬라고 하지 뭐. 현무가 앞치마를 벗고 나와 주위를 둘러볼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금방 서로 눈이 마주쳤다. 현무의 손에 음료가 두 잔 들려 있었다. 옷들이 죄다 비싸 보였다. 소희는 문득 대체 옷에 얼마를 쓰는 건지 궁금해졌다.
“자.”
“오, 고마워. 이게 뭐야?”
“설문대할망의 첫사랑.”
“...이름이 왜 그래?”
현무는 놀러 온 관광객들이 인스타에 올리면서 자기들끼리 공유할 만한 메뉴명이 좋다고 답했다. 다음 메뉴는 ‘돌하르방과 왈츠를’이라는 말에 소희는 입을 다물었다. 메뉴명 따위보다 중요한 질문도 있었으니.
“그래서 웬일로 먼저 불렀어?”
“감이 안 좋아서.”
현무가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현무는 최근 신탁이 매우 심란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운이 나쁘면 범죄와 엮일지도 몰라 아무래도 혼자 가기는 그러니, 같이 가서 조사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도사잖아. 어차피 일이랑 엮일 거라는 기분이 들어. 음료값이라고 생각하시던지.”
“이래서 주신 거였구만. 왠지 엑스라지더라.”
현무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소희는 한숨을 쉬었다. 출발이나 하자, 빨리. 둘은 한라산을 향해 걸었다. 가면서 왠지 ‘설문대할망의 첫사랑’이 자꾸 떠올라 소희는 몇 번을 이상한 사람처럼 피식거렸다.
관음사 코스 앞에서 현무는 잠시 멈추어 섰다. 눈꺼풀을 무겁게 감았다 뜨자 현무의 눈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그건 뭐야?”
“이러면 뭘 찾을 때 좋아. 루미놀 반응처럼 어딘가 뭉쳐서 빛나 보여.”
“동양 주술은 아닌 것 같은데.”
“아즈텍이야. 가자.”
현무는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이번에도 비싸 보이는 소품에 소희는 다시 돈을 얼마나 쓰는 건지 궁금해졌다. 이것이 정녕 청빈의 나라 조선의 후손이란 말입니까. 소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느 정도 걷고 난 후, 현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코스에서 이탈한 현무가 어서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소희가 뒤따라갔다.
“냄새가 느껴져.”
소희가 먼저 말했다. 불길한 장소는 악취가 머무른다. 생선이 썩는 듯한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소희는 설문대할망의 첫사랑을 올라오며 다 마셔 다행이라고 느꼈다. 현무는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감이 없다면 특이할 것 없어 보이는 장소에 현무가 멈추어 섰다. 소희는 그곳에서 악취의 근원이 흘러나옴을 느낄 수 있었다. 현무가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백호로 파봐.”
“백호님. 여기 좀 파주세요.”
내가 포크레인인 줄 아냐 이 녀석아. 백호가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냄새만 없었다면 땅을 파는 모습이 제법 고양이 같다고 웃었을 텐데. 이런 악취는 육지에서도 쉽게 맡지 못했다. 소희는 처음에 저주가 걸렸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현무와 백호가 심각하게 굳는 걸 보고 자연히 더 심각한 상황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 소희는 떨리는 마음으로 구덩이에 다가갔다. 그리고 한동안은 현무와 백호가 앞서 했던 행동을 반복했다. 돌처럼 굳기. 구덩이 속에는 한자가 빼곡히 적힌 천으로 빙빙 싸인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있었다.
“야, 이거, 설마, 그거야?”
“아니라고 하고 싶다.”
“한번 확인을...”
뻗은 손을 잡아챈 현무가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손대면 복잡해져. 일단 이대로 분석해보자.”
“경찰 먼저 불러야 하는 거 아냐?”
“경찰에 넘어가면 절차를 밟아야 해. 넘어가도 조사할 방법은 있지만 여기서 알만한 것들은 알아둬야 해.”
“알았어.”
“이거 읽을 수 있어?”
“해무원혼가야. 바닷가에서 한풀이로 굿을 할 때 부르던 노래야. 하지만 이상해.”
“뭐가?”
“제주도에서 쓰는 노래가 아냐. 북부지방, 못해도 중부지방이야. 남부에선 아예 다른 노래를 불렀어.”
“씨,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그래도, 오래돼 보이는데 일제 시절에 일어난 일은 아닐까?”
“아냐. 길어봐야 몇 년이야. 사람 먹던 신이 하는 말이니 정확하겠지.”
“아즈텍도 그렇고 너, 뭘 받들고 있는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마 한국인은 아닐 거야. 키도 평균보다 작고, 제물이라면 굳이 한국인을 쓸 이유가 없어. 아마 불법체류자겠지. 그리고.”
화로의 눈이 빛나기 무섭게 시신에서 녹색 빛이 나왔다. MRI 촬영처럼 속이 그대로 보였다. 안의 시신은 말라붙어 있었다. 소희는 그것을 본 기억이 있다. 미라. 시신은 미라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주술, 제물. 미라화까지 마쳤어. 분명 이런 일에 상당한 준비가 된 놈들이야. 굳이 한라산에 묻은 것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겠지.”
“명경지수센터일까?”
“걔네는 사이비지 살인마 주술단체가 아냐. 그리고 걔네는 이런 주술 안 써.”
“그렇다면 이런 역겨운 짓을 할법한 단체가 또 있다는 거야?”
“그렇다고 봐야겠지.”
둘의 말이 멎었다. 서로 생각을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소희가 먼저 정적을 깨트렸다.
“경찰에 넘어가면 어떻게 조사할 거야?”
“제주지검에 아는 사람이 있어. 부장검사니까 어느 정도 시간을 내줄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아는 사이야?”
“점을 봐줬지. 자식이랑 본인 연애운. 역시 그쪽이 신뢰도 쌓는 데는 최고라니까.”
귀신보다 무서운 게 인맥이지. 현무가 김빠지게 킥킥거렸다. 소희는 한심함 반 부러움 반으로 현무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세속적인 인맥이 있으면 유리할 것이다. 도사로서 속세와의 연을 최소화해야 하는 소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현무가 악취로 코를 막느라 작게 심호흡하고 말했다.
“알 만한 건 다 조사했으니 경찰 불러. 난 부장검사한테 전화한다.”
“뭐라고 하게?”
“주술이니 자문 겸 분석 결과 공유하자는 말이랑, 어지간한 사건이 아니니 언론에는 나중에 알리라고.”
- 무당도 수사에 끼워주나요?
-
국어영역이 끝나고 쉬는 시간, 소희는 속인지 손톱인지를 잘근거리며 씹었다. 주위 친구들처럼 답을 맞히지도, 다음 영역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국어 시간에 겨우 붙들었던 집중이 깨지자 소희의 머리에 남은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지금쯤 의기양양하게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양현무. 쓸데없는 라이벌 의식이긴 하지만 소희는 보기보다 유치했다.
처음 현무가 자신이 먼저 해부되기 전에 시신을 조사할 테니 빠져있으라고 할 때, 소희는 여러 대답을 생각했다. 나도 잘 볼 수 있어. 미라는 사진으로도 많이 봤잖아. 그리고 기왕이면 둘이 조사해야 얻을 게 많지. 뭐, 현무도 그 정도 대답이야 예상했겠지만, 더 나은 답변도 있었다. 하지만 현무가 던진 이유는 반박할 수 없었다.
“모의고사잖아. 검사 도움으로 몰래 조사하는 거니까 해부를 뒤로 미뤄서도 안 돼. 가능한 시간은 오전뿐인데 그때 모의고사 볼 거 아냐? 나야 모의고사는 자는 시간이라 상관없지만 넌 아니잖아.”
소희는 결국 시험을 선택했다. 이러니까 신선이 못되지, 쯧쯧. 백호가 혀를 찼다. 그나마 백호와 시야를 공유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쉬는 시간에 현무가 조사에 들어간다. 백호는 부장검사를 따라간다. 현무는 보이지 않지만, 시신은 잘 보이니 상관없다. 소희는 엎드려 얼굴을 파묻었다. 감긴 눈 너머로 실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철침대 위로 미라가 누워 있었다.
현무와 부장검사는 조금 일찍 만났다. 충분히 도움을 받을 입장이지만 그냥 가면 모양새가 별로일 것이다. 간 김에 최근 고민을 해결해줄 심산이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거의 큰아버지뻘인 부장검사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어유, 오래간만입니다. 도사님.”
“예. 잘 지내셨지요. 어려운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쉬운 말씀 하십니다. 제가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데... 사건은 언제쯤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현무는 구석진 곳에서 커피를 살살 타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흘러가는 걸 조망해야 좋은 경우도 있지요. 가급적 빨리 해결하려고 왔지마는.”
“우선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꽤 일찍 오셨군요.”
“예. 사소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요.”
부장검사는 선물이라는 말에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참 속이 투명한 사람이란 말이야. 저래서 법정 생활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지는 사람이었다. 현무는 커피를 들이켜고 말했다.
“요즘 일이 잘 안 풀리시지요? 그러니까, 승진운이 너무 막히지 않았습니까.”
“예, 예. 어째 모르는 게 없으십니다. 예. 이러다가 부장으로 퇴임하는 거 아닐까 걱정될 지경입니다.”
“뭐, 부정한 사람이 잘돼도 순리가 영 아니지요. 김 검사가 자리에 맞지 않아 보입니다.”
부장검사가 체한 사람처럼 콜록거렸다. 현무는 물이라도 건네줘야 하나 고민했다. 이내 기침이 멎자 부장검사는 커진 동공으로 현무를 쳐다보았다.
“뭐, 뭐라도 아십니까?”
“돈 냄새가 지독하게 나는군요. ㅇㅇ뉴스 기자중에 송민아라는 사람이 있는데 괜찮은 사람입니다. 아마 말하면 잘 해결해 줄 겁니다.”
“문제는 생기지 않을까요?”
“문제 생기면 말을 안 했지요.”
부장검사는 연신 감사하다며 꾸벅거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백호는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했다. 현무의 말만 빼면 아무리 봐도 부패한 검사와 무당의 합작으로 보였다. 백호는 나중에 소희에게 물어보라 하기로 했다.
다행히 백호도 들어왔군. 현무는 시계를 다시 한번 보았다. 이제 탐정이 될 시간이다. 현무가 부장검사에게 말했다.
“아직 따로 조사된 건 없지요? 부검은 언제쯤 진행됩니까?”
“가급적 빨리 해도 며칠은 걸릴 텐데, 급하십니까?”
“아닙니다. 괜히 앞당기면 의심받겠죠. 천은 따로 잘 보관되었죠?”
말을 마치고 현무가 천을 들춰냈다. 시신의 표정은 생각대로 끔찍했다. 검사는 감탄하듯 신음을 흘렸다.
“검사 인생에서 이렇게 끔찍한 표정은 오랜만입니다.”
“굶어 죽었거나, 다른 쪽이든 곱게는 죽지 못했을 겁니다.”
“아시는 게 있으십니까?”
“또박또박 말해주세요. 염매라고.”
검사는 고분고분 잘 발음했다. 염매. 백호 또한 일그러진 표정으로 시신을 바라보았다. 염매란 과거 어린아이를 굶겨 죽여 만들어낸 주술을 말한다. 하지만 이 시신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깔끔하게 빠진 악의, 지나치게 깨끗한 원념. 이미 저주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더불어 이것은 염매와도 다른 점이 많다. 백호가 입을 열었다.
“염매와는 다른 점이 많지 않으냐? 사람을 쓴다는 점만 같아 보일 지경이구나. 그러고 보니 처음 발견했을 때도.”
“노래가 달랐지요.”
부장검사가 현무의 말을 대신 전했다. 부장검사는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이 특별해진 기분으로 은근한 뿌듯함을 느꼈다. 부장검사가 이어 실제로는 현무가 어디선가 먼저 했을 말을 전했다.
“듣고 있냐 국소희? 쓰는 노래도 제주도가 아니고, 주술도 이상해. 뭐 하는 놈들인지 몰라도 어지간히 미친 거야. 어쩌면 조선 때부터 이 짓을 해서 목숨을 이어갔을지도 몰라. 비밀결사 같은 느낌이지.”
“다 듣고 있다.”
소희의 말이 백호를 통해 흘러나왔다. 현무는 쭉 시신을 바라보았으나 특별히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무는 깊게 한숨을 쉬고 검사에게 말했다.
“나머지는 전문가가 해야겠네요. 부검 결과 나오면 알려주세요. 자료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나머지는 부검 결과를 보며 생각해야겠어요.”
“알겠습니다.”
현무와 검사는 자리를 정리하고 나왔다. 누가 왜 저지른 범죄일까. 시신이 다른 산들에도 묻혀 있을까. 하필 제주도에 연달아 미치광이들이 찾아오다니 골이 아플 지경이었다. 모처럼 모의고사에도 쉬지를 못하다니. 현무는 서둘러 한라산으로 향했다.
- 교언영색
- 교언영색(巧言令色):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
화로는 서울에 며칠을 붙어있었다. 하루종일 쏘다녔다. 서울 구경을 위한 여행은 아니었다. 화로는 산, 강, 공사장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가급적 인적이 드물고 거친 장소일수록 좋았지만, 서울이 워낙 쥐 잡듯 개발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X, 시X! 차라리 지방을 돌았어야 했는데. X선비들이 유학이랍시고 조선 내내 부숴먹었구만!"
화로는 욕을 내뱉으며 으슥한 산을 기어올랐다. 중간에 몇 번 발을 헛디딜 뻔한 적도 있었다. 샛길을 따라, 우거진 풀을 헤치며 나아갔다. 마침내 화로는 열여덟 번의 등산 끝에 바라는 것을 찾아냈다.
'이거다.'
화로는 앙상하게 죽어가는 나무 앞에 섰다. 평퍼짐하고 매끄러운 돌이 놓여있었다. 화로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원시안진 보고만령 악독진관 토지기영
좌사우직 부득망경 회향정도 내외숙청
각안방위 비수단정 태상유명 수포사정
호법신왕 보위송경 귀의대도 원형이정
급급여율령..."
말을 마치자 차가운 바람이 멎더니, 나무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무 위에 앉은 영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작고 허약해 보였다. 세상으로부터 밀려나 보이지 않는, 서낭당조차 잊혀진 이곳에 숨은 혼령들. 그들 중 화로가 찾는 존재가 있었다.
"여기 역병신(疫病神)이 누구냐?"
아무리 쇠약해져도 신은 신, 냅다 반말을 갈기는 조그만 인간이 불손하게 구니 심기가 비틀렸다. 나무에 앉은 신 중 수염이 길게 난 노인 형태의 신이 크게 외쳤다.
"이놈! 서낭당에 찾아왔으면 예를 갖춰 술이나 내올 노릇이지 어찌 방만하게 구느냐!"
화로는 피식, 비웃음 섞인 웃음을 드러내곤
"어, 미안한데 이제 미성년자는 술 못사. 하여튼간 세상에서 밀린 틀딱 귀신들은... 너, 역병신 아니지?"
"이놈이!"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신이 몸에 불을 두르고 내려왔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무리하는 듯 보였다.
"내 네놈은 데리고 떠나주마!"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허세는..."
화로가 손을 뻗었다. 코앞에 다가간 신의 몸 속을 휘젓는 듯했다. 사람이었다면 심장이 있을 부위에 손을 뻗은 화로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신이 고통으로 찬 신음을 내며, 몸에 두른 불꽃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머저리같이 도망친 주제에 까불지 마! 어차피 역병신 아니면 필요도 없어. 자, 너희들도 잘 생각해서 대답해. 여기 역병신이 누구지?"
화로가 붙잡은 신은 마침내 사라지고, 재조차 남지 않았다. 역시 약해빠져서 신력이 바닥이군. 주먹을 바라보며 내뱉었다.
"이, 이자가 역병신이오."
치졸한 귀신 하나가 초라한 거지꼴의 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역병신은 심란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이미 나무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빨리 내려와. 셋 센다. 하나, 둘..."
"아, 알겠소! 내려가겠소!"
역병신이 화로 앞에 서 오들오들 떨었다. 키가 작아 화로의 반 정도 되는 모습이었다. 화로는 쭈그려 앉았다. 음흉한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자, 힘들겠어. 그치? 마마(媽媽)가 퇴출되고 완전히 나가리가 됐잖아. 이거 봐, 사라지기 싫어서 이런 추레한 거지꼴 서낭당에 빌붙어 사는 신세라니. 서울로 나가봐야 텃세에 뭐 하나 하지도 못하지. 이 얼마나 한스러운 일이냐, 안 그래?"
화로는 슬쩍 다른 귀신들에게 손을 휘적여 볼일 없다는 신호를 보낸다. 귀신들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화로의 말을 듣던 역병신은 분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이제 남은 신들도 잡귀나 돼서 연명하는 신세였다.
"자, 그런데 말이야. 천연두는 아니지만 비슷한 방법이 있어. 너는 산에 틀어박혀 몰랐겠지만 요즘도 병은 무섭거든. 아무래도 이건 붙은 귀신도 없어서 주인이 되기 딱 좋다 이말이지. 네가 원하면 도와줄 수 있어. 서로 상부상조 하는거야. 내가 지금 널 당장 소멸시킬 수도 있지만, 내 말을 들어주면 그러지 않겠지? 자. 어때?"
"마, 말해보시오."
역병신은 자신을 노리던 것이 아님을 깨닫고 크게 안도한다. 그러나 공손한 태도는 그대로였다. 망나니를 눈앞에 둔 죄수처럼.
"엠폭스(MPOX)라는게 있는데 말이지, 저 서양에서 건너 요즘은 한국에도 좀 돌고 있단 말이야. 이녀석이 천연두랑 비슷해서 마마신이 다루기에 딱 좋지. 듣기로는 지금 한국대병원에서 연구하고 있다던데, 네 능력이라면 빼가기 어렵지 않겠지. 이걸 갖도록 도와주지. 너는 날 도와 제주도에서 어디 하나만 감염시키면 돼."
"탐라를?"
"에이씨, 나대지 말고. 누가 제주도에 퍼트리래? 사람이 모인게 딱 분위기 좋은 장소가 있단 말이야... 거기를 좀 비워야겠어. 그러면 다음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역병신은 솔깃하면서도 망설였다. 자기만의 병을 얻는 것이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러나 이 마귀같은 종자가 권유하는 일을 선뜻 할 이유가 있을까? 역병신의 계산을 파악한 화로가 능글맞게 속삭였다.
"자... 국왕도 두려워하던 존재가 누구더라? 집집마다 한번 병이 퍼지면 모두 너에게 빌었잖아... 곰보자국 난 얼굴들을 보며 비웃던 시절이 그립지 않아? 버릇없게 웬 서양인이 만든 주사 하나에 이렇게 밀리는 처지라니. 원통하다 원통해! 네가 이런 대우를 받을 존재인가? 엠폭스는 전염 초기니 잘만 하면 세계로 퍼질 수도 있는거야. 세계! 청나라를 흔들고 싶지 않냐? 이젠 황제까지 노려봐야지, 암. 사람이건 귀신이건 마음을 크게 먹어야 대성한다. 밀어줄 테니 한번 해봐, 한번. 어차피 이러다가 소멸할 신세잖아? 뭘 고민해?"
독사같은 혓바닥에 역신은 설득당하기 시작했다. 솔깃, 솔깃. 마침내 황제의 침실에 드나들 생각에 날아갈 듯 기뻐지고 만 것이다.
"하겠소, 하겠소. 무엇을 하면 되오? 말만 해 주시오."
흡족해진 화로가 씩 웃었다.
"간단해. 내가 지금 연구중인 대학을 알려줄게. 그곳에서 병을 빼와. 그 다음엔 뭐, 바이러스만 빼돌려 들고가면 그만이지. 그리고 슬쩍 감염시키는거야. 감염자가 늘어나면 권세가 커지니 너도 자유를 찾을 수 있지."
둘은 대화를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마음 속에 각자의 계획을 갖춘 채.
- 사람 안에는 우주가 있으니
- 무릇 세인은 사람이 하나요 세상이 하나라 믿으며 살지만, 그렇다면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원칙이 하나라면 어찌 억울한 사람이 있을 것이요, 이치가 통한다면 어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는가?
지나간 과거조차 생각에 따라 좋았던 일이 나쁘게 되고, 나빴던 일이 좋게 되니, 세상에는 그대로인 것이 없다.
나라가 문호를 열고 이는 더욱 선명해졌다. 세상이 하나라면 이국의 사신들은 어째서 눈 색이 다를 것이며, 믿는 신이 따로 있겠는가?
세상에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상에 있는 것이니, 업이란 것 또한 본디 스스로 만드는 것. 이 책으로 나는 사람이 스스로의 세상을 만드는 법을 보이고자 한다.
-통일 신라의 만신 내천의 책 중 발췌.-
- 물의 길, 불의 길
- 사람이 우주가 되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내려오는 것으로 물의 길이요, 하나는 올라가는 것으로 불의 길이다.
물의 형상은 혼을 담는 것이고, 불의 형상은 혼을 태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물의 법칙은 스스로의 넋을 내려 보존하는 것이요, 불의 법칙은 자신의 넋을 태워 변화하는 것이라.
자신의 혼을 다루어 업에서 벗어나 자체로 질서가 되는 것. 이로써 사람은 다른 세계를 만들고 세계가 되니 이것이 내천의 법술이다.
내천에 성공하여 하늘이 되면 다른 하늘이 감히 뜻을 펼치지 못하니, 우주가 자신의 것이고 자신이 우주가 된다.'
-통일 신라의 만신 내천의 책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