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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1027 하소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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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초 레스 작성 일시 | |
2021-04-02 (불탄다..!) 12:56:07 | |
알아야 하는 정보 | |
2016년도에서 접속 중 | |
본명 | 하소은 |
나이 | 21 |
성별 | 여 |
국적 | 대한민국 |
종족 | 인간 |
생일 | 11월 25일 |
직업 | 대학생 |
상태 | 종강을 즐기는 중 |
2. 인간관계 ¶
3. 독백 ¶
- 하소은
- 이름 : 하소은
생년월일 : 1996.11.25.
성별 : 여
키 : 167cm
몸무게 : 49kg
혈액형 : A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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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은. 그를 알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 사람이 두 사람 있다. 천우혜와 위대원, 소은의 둘도 없는 오빠와 동생이다.
천우혜는 소은이 어릴 적부터 친하게 알고 지내 실로 가까운 사이였다. 얼마나 어릴 적이었냐 하면 소은이 6살 때부터이니 21년 인생 중 4분의 3가량을 알고 지낸 것이다. 그보다 딱 2살이 많은 우혜는 봄에 태어났는데, 그렇기 때문인지 상냥하고 따스한 성정을 갖고 있었다. 비록 소은은 외동딸인지라 친형제 자매와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친오빠보다도 더 애틋함을 확신했다.
위대원은 천우혜와 비교하자면 그와 만난 시간이 퍽 짧은 편이나, 그런데도 소은에게 있어서 귀여운 동생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었다. 소은이 중학교 3학년 때 만난 대원은 우혜가 소은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채워주었다. 미성숙한 8살과 같은 부분이 소은에게는 필요했던 모양이다. 소은이 초등교육과로 진학한 것에도 대원이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입장에서 소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혜와 대원은 소은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사랑한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님을 맹세할 수 있는 자들이다. 소은이 그들을 생각하는 만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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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은 본디 평범한 학생이었다. 중학교 3학년, 대원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반에 있는 듯 없는 듯 인상이 흐릿하고 수수한 학생, 성적이나 성격, 그 무엇을 통틀어도 눈에 밟히는 부분이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좋게 말하면 어느 곳에나 녹아들어 흘러갈 수 있다고 표현하겠다만, 나쁘게 말하자면 몰개성이라는 단어 한마디로 일축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겠다. 이런 소은이 변하고자 한 계기는 대원이었으며, 도움을 준 자는 우혜였다.
고등학생이 된 소은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중학교 때의 모습은 이름 세글자를 제외하고는 남아있지를 않았기 때문이고, 존재감 없는 소은을 기억할 만큼 친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소은은 고등학생이 되며 반의 중심이 되었다. 밝고 사근사근한 성격, 곧잘 지어주는 미소, 우수한 성적, 교칙에 걸리지 않을 만큼의 교복 수선과 외모 가꾸기까지,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처럼 변하였으면 어떠한가. 무언가 처음 시작되는 시기에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노라 하는 경우는 흔하고, 소은은 그것이 조금 더 두드러질 뿐이다. 그렇기에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소은은 사람의 중심에서 있다. 우혜와 같은 대학교에 다니며, 하교 후에는 대원과 함께 웃으며 지내고 있다.
- 천우혜
- 이름 : 천우혜
생년월일 : 1994.04.24.
성별 : 남
키 : 183cm
몸무게 : 76kg
혈액형 : B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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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혜. 소은의 둘도 없는 오빠인 그는 훤칠한 외모를 가진 미남이었다. 떡잎부터 남다르다는 말마따나, 고작 6살짜리였던 소은의 눈에도 8살 먹은 우혜는 멋져 보였다. 소은에게는 외모뿐만이 아니라 우혜의 모든 부분이 멋져 보이기에 객관적인 정보는 아닐 테다. 그 이유를 알고자 한다면 둘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혜는 소은이 6살일 때 마법처럼 나타났다. 그때 소은은 엄한 어머니가 무서워서 침대 밑에 숨어 있었다. 침대 밑은 벌레가 지나다니고 희끄무레하게 새어들어 오는 방 불빛에 의존하지 않으면 어둡기만 했다. 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몸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면 침대 밑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건지, 옷깃에 스친 건지, 먼지가 굴러왔는지, 정말 벌레가 기어올랐는지 모른다. 먼지가 쌓여 굴러다니는 것이 눈앞에 보였고, 코가 간지러워 재채기 소리가 나올 것 같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벌레보다 어머니 되는 그 여자가 더 무서웠다. 소은은 어머니가 자신을 찾지 못하길 바랐다.
하지만 자신의 방에서 나온 적이 없는 작은 어린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찾는 것은 다 큰 어른에게 있어서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책상 아래, 옷장 속, 침대 아래. 설마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을까. 침대 아래 숨어버린 소은을 찾기 위해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어머니의 눈. 그 눈과 시선이 바로 맞았을 때, 창문에서 떨어지는 게 더 아플지 어머니에게 맞는 것이 더 아플지 생각했다. 소은은 차라리 창문으로 도망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느 동화책에서 나오는 백마 탄 왕자님이 멋지게 나타나 주길 바랐다. 다만 왕자님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알았고, 왕자님이 있다 한들 자신은 공주님이 아니었다. 세상 어느 공주가 침대 아래에 숨어있을까. 소은은 초등학교를 생각했다. 조금만 더 커서 초등학교에 가면 어머니에게 맞지 않아도 될까.
우혜는 소은이 어머니의 손아귀에 끌려 침대 아래에서 빠져나올 때 기적처럼 나타났다. 소은이 아프지 않도록 대신해서 맞아주었다. 매번 그랬다. 소은이 아픈 것을 피하도록 하였다. 상처가 나면 고사리손으로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다 나을 때까지 새로운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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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의 어머니는 더러운 것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우혜는 그 점을 닮았다. 더러운 것을 싫어했다. 더 나아가서는 순서와 규칙, 검사에 얽매였다. 각도가 어긋나 놓여있는 식기, 작은 얼룩이 튄 신발, 다른 누군가와 닿는 모든 것. 그러나 소은에게만큼은 관대했다. 소은이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각에 맞춰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물을 따라 마신 컵을 그 자리에 가만두어도 괜찮았다. 가끔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가도 괜찮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소은이니까.
- 위대원
- 이름 : 위대원
생년월일 : 1992.03.23.
성별 : 남
키 : 176cm
몸무게 : 65kg
혈액형 : A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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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원. 소은의 둘도 없는 동생인 그는 소은이 제일 힘들어할 때 곁으로 찾아왔다. 소은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를 찍어준 것이 그 누가 뭐라고 하던 대원이다. 대원은 누나를 정말이지 아꼈으며, 누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이 끔찍이도 싫었다.
16살의 소은은 중학교 3학년이었으며 내년에는 고등학교를 가야 했고,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연합고사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소은의 어머니가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 커트라인과 한참을 동떨어져 있었다. 그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한다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입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였고, 제 편이라고 하나 있다 믿고 있는 우혜는 2살 차이가 나니 이미 고등학생이었다. 그것도 강제로 소은의 목표가 되어버린 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간혹 시험을 도와주겠다며 우혜가 자처했지만 소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며 거절했다.
소은은 노력했다. 제 어머니라는 여자가 앙칼진 목소리로 윽박지르고 손찌검을 해도, 때로는 곧 눈물이라도 흘릴 듯 절절하게 애원하고, 또는 관심조차 주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해도 할 수 있는 한 노력했다. 하지만 16살의 그가 속해있던 반을 맡고 있던 담임 선생님은 썩 훌륭한 선생이 아니었다. 그는 영어 선생이었는데, 고입을 잘할만한 학생만 케어하기에 급급했다. 하필이면 소은이 제일 약한 과목이 영어였던 점이 크게 문제가 되었다. 담임 선생은 막판뒤집기 같은 일은 기대하지 않았다. 소은이 노력하는 것에 되려 핀잔을 주고 적당히 다른 학교를 선택하라 일러주었으며, 다른 학생을 봐주느라 소은이 질문을 하러 찾아가도 받아주질 않았다. 선생은 이미 끝을 정해두었고 소은이 귀찮게만 느껴졌으며 귀찮음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썩 듣기 좋지는 않은 말들이 이어졌고,
그래서였다.
다행히도 운이 좋았다. 소은의 어머니와 담임 선생, 두 사람은 수면제를 복용했다. 물론 수면제 과다 복용 같은 거로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술과 함께 수면제를 복용하거든 운 나쁘면 죽는다고는 하던데, 어머니 되는 사람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더욱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농약, 락스, 쥐약, 수면제를 전부 다 섞은 후에 먹여버릴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범한 중학생 3학년이 그런 걸 갖고 다닐 리가 없다. 우선은 어머니의 수면제를 한 알 빼돌렸다. 담임 선생의 물병에 넣어두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난간에 서 있으면 된다. 자살 소동이다. 담임이라는 사람은 우수한 고등학교에 자신의 우수한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보내고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려는 작자다. 그런데 자신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학생 하나가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혹시라도 최악의 경우가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자신은 선생으로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왠지 무거운 몸뚱아리를 이끌고서 옥상으로 올라올 테다. 그럼 그때부터는 쉽다. 난간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떨어트리면 된다. 몸 가누기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고의성만 없어 보이도록 조심하면 된다. 학교에 있는 모두가 소은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것이다.
대원은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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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서 연합고사를 앞둔 중학교 3학년의 자살 소동이 벌어지다. 그를 말리다 5층 학교 건물 옥상에서 추락한 담임 선생님 김 모 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아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학생을 차별하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아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자살 소동을 일으킨 학생 또한 그 차별의 대상이었던 걸로 밝혀져...
경찰을 대상으로 한 보복 범죄가 유행하다. 저번 주 A 시의 한 민가에서 화재가 일어났는데 이 또한 경찰을 대상으로 한 보복 범죄임이 밝혀졌다. 순경 한 모 씨의 가족과 지인이 피해자였으며 한 모 씨는 올해 경찰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원은 재미없다고 생각하며 신문을 접었다. 모자를 접기는 쉬웠다.
- 한세미
- 이름 : 한세미
생년월일 : 1988.08.29.
성별 : 여
키 : 159cm
몸무게 : 49kg
혈액형 : O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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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미. 저 여자는 소은의 천적이라고 우혜와 대원은 생각했다. 첫 만남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책임감, 끈기, 아집, 죄책감 중 어느 것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일에 있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없었다. 경찰공무원, 경찰, 경찰수사관, 형사, 짭새, 민중의 지팡이, 기타 등등. 다양하게도 불리는 그의 직업은 법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자들을 쫓아 찾아내는 것이 일이다. 제일 낮은 직급, 이제 막 어깨 위에 꽃봉오리 하나를 달았던 적 끔찍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세미는 여전히 옷을 벗지 않았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를 잃고도 5년째가 되던 해, 잇달아 발생한 골치 아픈 사건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맞는 것을 지켜보았다. 중구난방의 피해자, 연쇄 살인임을 증명하는 괴상한 증거, 좁혀지지 않는 수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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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 새끼도 아니고. 전화벨 소리가 한번이 채 울리기도 전에 연락을 받고, 열심히 뛰어 곧바로 운전대 앞에 앉은 한세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조수석에 내던져진 종이 뭉치로 손을 뻗었다. 종이 뭉치에는 사이사이 사진이 클립으로 꽂혀 있었다. 사진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풍선이 바로 그것이다. 시체가 발견된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 혹은 시체의 바로 옆이든 그 위든 터져버린 풍선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풍선의 색은 오로지 빨강과 파랑 두 가지, 당연하게도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흔적이 남지 않은 것은 풍선에서 뿐만이 아니다. 현장이 그렇게 외지고 숨은 곳도 아니었다. 번화가나 상가, 대학가 골목길 같은 이동 인구가 많고, 누가 언뜻 들여다보기만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훤히 보이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도 범인은커녕 용의자라고 지목할만한 사람은 없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는 말이 생각났고, 한세미는 혀를 찼다. 방금 온 연락도 동일범의 소행이 확실하다며 와서 확인해보라는 연락이었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풍선 연쇄 살인의 5번째. 이번 현장은 한강을 따라 서울 반절 정도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심지어 지금은 퇴근 시간이고, 하교 시간에 걸쳤다. 새빠지게 달려가면 피해자만 바뀐 똑같은 현장이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고. 실마리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하며 안전벨트에 손을 뻗는다.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골반 옆으로 내려와 찰칵 소리를 내며 안절벨트를 채웠다.
아니, 곰곰 잘 생각해보면 엉켜있는 실마리는 하나 있었다. 바로 이전, 4번째 사건. 골목길에서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나기 전, 골목길로 들어가는 웬 여성을 보았다는 주변 가게 아르바이트생의 목격담. 우연이었다. 그 여성이 취향이길래 눈여겨보고 있었단다. CCTV를 확인해보았다. 다른 근처 상가 CCTV에도 또렷이 찍혀 있었다. 골목길 언저리에서 커다란 백팩을 메고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가방은 꽉 차 있어 보였다. 전자담배도 아닌 연초, 길거리 흡연은 해도 꽁초를 길바닥에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의 소유자. 키는 160 후반대, 마른 체격, 밝은 염색모, 검은 안경, 나이는 20대 초반 즈음, 겉옷으로 과잠에 블랙진. 피해자가 골목길로 들어가고 바로 따라 들어간 여성, 그리고 5분가량 후에 풍선이 터진 소리를 들은 최초 목격자가 골목길에 들어간다. 한세미는 생각했다. 그 여자가 용의자라면? 불가능한 가정이다. 네 번째 사건의 피해자는 목이 졸린 후 기절, 뇌사 상태에 이른 후 목이 부러져 죽었다. 무언가 도구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 맨몸으로 한 것인데 피해자는 성인 남성이었다. 5분 안에 성인 여성이 성인 남성의 목을 조르고 부러뜨리고 도주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기다 여성은 다시 골목길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골목길을 통해 피해자를 지나쳐 다른 골목길로 이동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치 않은가. 한세미는 상가 내 다른 CCTV를 확인했다. 가해자가 다른 골목길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후 범행, 도망갔다는 가정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지도 내에서 피해자가 발견된 골목길과 이어진 모든 상가 뒷골목 길과 상가로 이어지는 CCTV를 확인했다. 어떤 경로든 한 군데 이상의 CCTV에 찍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CCTV를 돌려보아도 용의자로 추정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땅으로 꺼진 건지, 하늘로 솟은 건지. 다른 경로가 더 있는 건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후 그 위를 건너뛰어 도주했다는 게 현실성 있어 보일 정도였다. 그 여자도, 아차.
여자 또한 사라졌다. 없다. 상가 뒷골목에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질 않았다. 사라져버린 여성, 한세미는 그 뒤를 쫓았다. 그 여성이 용의자를 목격했을 가능성과 미친 삐에로에 의한 피해자가 되어 시체로 마주할 가능성을 고려했다. CCTV에 찍힌 과잠은 서울에 위치한 대학 것이었다. 명문대 학생이라 알아보기도 쉬웠다. 우선 여성이 사라진 것이 맞는가부터 확인하려 했는데, 이상한 일이다. 생글생글 웃으며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후자의 가능성은 박살 났으니, 전자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했다.
소은이는 그때 저희랑 놀고 있었는데요, 이거 보세요. 휴대폰에 띄워진 사진이 시야에 불쑥 들이 밀어졌다. SNS에 올라간 사진을 여럿 보여준다. 위치와 장소까지 태그할 수 있는 참도 좋은 어플이다. 하소은, 15년도에 입학하여 현재 2학년으로 초등교육과에 재학 중. 키와 체격, 염색모는 일치했으나 4번째 사건이 일어났던 그때 소은에게서는 안경과 과잠은 보이질 않는다. 소은이 자취해서, 소은이네서 4차까지 달렸는데. 혹시나 해서 위치를 물으니 역시나 대학 근처다. 가방은 흔한 디자인이었고, 무엇보다 시간상 맞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전력 질주를 해도 소은이 친구들과 놀았다는 술집과 현장은 20분 이상 소요될 거리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닮은 사람일 뿐이라는 소리인가. 한세미는 허탕을 쳤다고 생각하며 돌아섰다.
한세미가 소은과 만나고서 며칠이 지난 오늘 아침. 한세미는 찜찜했다. 소은과 닮은 다른 대학생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초등교육과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흡연자가 적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CCTV 속 의문의 여성은 하소은인데,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석연치 않다. 한세미는 다시 한번 확인해보기 위해 SNS에 찾아갔다. 그 게시글 속 사진을 다시 살펴본다. 그리고 곧 욕을 지껄였다. 사진 속에 과잠이 있었다. 하소은이 아닌, 다른 남학생 의자 등받이에 과잠이 걸쳐져 있었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과잠이다. 그래서 곧장 하소은이 자취를 한다는 그 부근으로 무작정 향했고, 지금 그곳에 있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 근처 자취촌을 빙 돌았다. 소득은 없었으나 지금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 현장으로 가야 한다. 우선 주차를 해둔 차를 빼기 위해 몸을 틀어 뒤를 보았고, 한세미는 곧장 안전벨트를 풀고서 차에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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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은 동그라미가 좋았다. 그래서 풍선이 좋았다. 이상한 축제에서 가져온 이상한 풍선이 재밌었다. 빨간 풍선을 터트리면 파란 풍선이 있는 곳으로, 파란 풍선을 터트리면 빨간 풍선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얼마나 먼 거리여도 상관없다. 대원에게는 재미를 주었으며, 대원이 사랑하는 누나 소은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주었고, 이번에도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대원은 형 우혜를 찾았다. 빨간 풍선은 1개 남았고, 파란 풍선은 2개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우혜는 빨간 풍선을 미리 준비해두자고 말했으며, 대원은 빨간 풍선을 들고 집에서 나왔다. 이윽고, 마지막 남은 빨간 풍선은 하늘 위로 날아가고 말았다.
- 한찬영
- 이름 : 한찬영
생년월일 : 1993.07.18.
졸년월일 : 2011.07.16.
성별 : 남
키 : 174cm
몸무게 : 63kg
혈액형 : A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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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찬영. 소은과는 만난 적도 없지만, 생명의 은인이라고 치부해도 될 사람. 또한 우혜는 그가 남성임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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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미는 차를 빼기 위해서 몸을 틀었을 때 빨간 풍선을 손에 들고 있는 소은을 발견했다. 운이 좋았다. 자취촌을 빙 돌고 떠날 때가 돼서야 마주치다니, 이를 놓칠 수는 없었다. 소은이 범인이든 범행을 도왔을 뿐이든 상관없다. 일단 족치고 보겠단 생각으로 소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꼬리를 자르고 다닌 사건의 진범이라기에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왼 다리에 힘을 주어 축으로 삼고 소은의 왼무릎 안쪽을 오른발로 힘차게 올려 찬다. 그럼 상대방은 뒤로 넘어지고, 당연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위로 올라탄다. 왼 무릎을 구부려 소은의 명치께 복부 위에 놓고 힘을 주어 누르며, 오른 다리는 균형을 잃지 않도록 각을 벌린 채 주춧으로 삼는다. 그 후 왼팔을 넘어진 소은의 목 아래로 넣어, 그대로 목 뒤로 지나쳐 나온 손으로 옷깃을 꽉 쥐어 잡은 채 한세미가 허리를 곧게 편다. 소은은 한세미의 체중으로 복부가 압박되면서 잡힌 옷깃을 따라 상체가 딸려 올라오게 된다. 이대로 오른주먹을 마음껏 놀리면 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대원은 당황스러웠다. 이 사람은 누구길래 난데없이 나타나서 자신을 괴롭히는지, 누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넘어지면서 놓친 풍선이 멀리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빨간 풍선이 빨간 점이 되어간다.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된다. 하늘의 반을 가리고 자신의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여자를 쳐다본다. 무서웠다.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았다. 매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풍선을 들고서 신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눌리고 있는 배가 아팠고 숨쉬기 불편하게 만든다. 대원은 누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이 끔찍이도 싫었다. 대원은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버둥거렸다. 다리만큼은 자유로워 이 여자를 걷어차려고 했다. 한세미는 이때 한 번 내심 놀랐고, 한 번 비웃었다.
힘이 세다. 버둥거리는 힘이 만만치 않았다. 한세미는 본인도 힘이 약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복부를 압박하고 있으니 당연히 소은의 하체는 자유롭다. 발버둥쯤이야 예상하였고, 소은의 발이 대차게 자신을 향해 올라올 때 자연스레 남아있는 오른팔로 가드를 올렸다. 그런데 이 힘 또한 평범한 성인 여성의 것이 아니었다. 운동을 한 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성인 남성과 맞먹는 힘이라고 느껴졌다. 자신이 지쳐 과장되게 느끼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보자니 소은의 표정은 제대로 겁을 먹고 있었다.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모르는 게 분명하다. 제힘을 알고 있다면 겁먹을 리가 없다. 골반과 함께 하체를 틀어 균형을 무너뜨리게 하고 도주할 수 있는데 그 방법도 모르는 것 같다. 한세미는 그래서 놀랐고, 그래서 비웃었다.
형아! 애처로운 목소리가 한세미의 귀에 꽂혔다. 어린 아이 같은 비명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어른의 도움을 요청하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어린아이의 비명 같다는 뜻이 아니다. 어린이 특유의 높은 고음과 찢어지는 비명이다. 악에 받쳐 소리치는 그런 비명. 대원은 알고 있단 듯이 가볍게 발차기를 막아낸 여자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것이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 같았다. 악마 같았다. 소은은 대원에게 공주님이고, 우혜는 대원에게 기사님이다. 대원은 기사님을 찾았다. 도와주세요. 곧이어 공주님을 찾았다. 도망치세요. 눈물겨웠고, 눈물이 흘렀다.
한세미는 누나라고 외치는 소은과 눈이 마주쳤다. 굵은 눈물방울이 언제 맺혔는지 중력으로 인해 떨어지고 있었다. 한세미는 답지 않았다. 뭔 **이냐고 욕을 박았으면 박았지, 동요해서 손아귀에 힘이 빠질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동요했다. 한세미는 자신의 아래에 깔려 버둥거리는 것조차 포기하고 형과 누나를 찾는 여성이 여성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린 남자아이로 보였다. 그럴 리가 없는 성인 여성인데, 지금 자신이 제압하고 있는 것은 어린 남자아이라는 생각이 떨치지 않았다. 어린 여자아이라고만 생각됐어도 이따위 생각은 떨쳐낼 수 있었는데, 한세미는 결국 5년 전 세상을 떠난 남동생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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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혜의 트리거. 소은 혹은 대원이 위험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면 우혜는 바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소은은 극도로 사회생활을 꺼렸고, 우혜는 그런 소은을 대신했다. 그 시간이 자그마치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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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는 울며불며 자신을 찾는 대원에 반응했다. 우혜는 소은의 안전에 심혈을 기울인다. 소은이 위험 속에서 우혜를 찾으면 나타난다. 대원이 위험 속에서 우혜를 찾아도 나타난다. 셋은 분명 각기 다른 존재이지만, 소은의 몸 안에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원이 다치면 소은도 다치게 된다. 우혜는 줄곧 소은 대신 고통받고, 소은 대신 아파했다.
잠시만요. 저희 대화를 해볼까요. 손아귀에서 빠지던 힘이 다시 손아귀로 흐른다.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울고 불며 소리치던 소은이 침착하게 대화를 하려 했기 때문인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좀 더 달랐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이질감이다. 지금의 소은은 얼마 전 캠퍼스에서 만났을 때의 하소은이다.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 한세미는 미간을 구기며 소은을 내려다보았다. 우혜는 낭패라고 생각했다. 대원의 다급함과 불안감에 튀어나오듯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거짓말이 들통난 경찰에게 제압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차라리 힘이 센 것은 대원이다. 셋 중 제일 키가 크니 유리할 법도 하지만, 우혜는 몸 쓰는 방법 따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눈치가 빨랐다. 두뇌 회전 속도가 남보다 빠른 듯하다. 소은이 평생 눈치만 보았기 때문일까, 순간마다 우혜가 소은에게는 해가 가지 않도록 머리를 썼기 때문일까. 이 여자, 적어도 동생에게 무언가 있다. 손아귀에 힘이 빠졌던 것을 기억했다.
제 남동생이 많이 울고 있어요. 여동생도 많이 놀랄 거에요. 우혜는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 여자도 만만찮게 눈치가 빠르다는 점이 문제였다. 넌 누구고 5명은 누가 죽였냐? 떠보는 것이 아니었다. 우혜는 거짓말에 능했지만 한세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후에 어떤 결과를 부를지 생각했다. 한세미는 적어도 소은이 풍선 연쇄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확정 지었고, 이제 소은이 정범인지 종범인지를 가늠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알리바이가 확실한데도 복부를 압박하고 있는 힘의 크기만큼이나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목을 자를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저는 천우혜입니다. 5명을 죽인 건 대원이에요. 방금 만난 아이요. 8살. 진실에서 비롯된 거짓이 제일 속이기 쉬운 것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우혜는 진실을 고하며 거짓을 더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원이가 한 짓 때문에 소은이가 감옥에 갈 수는 없잖아요. 우선 놓아주실 수 있을까요? 숨쉬기 곤란한 것은 여전했으나 우혜는 힘겹게도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한세미는 흔들리긴 했으나 넘어가지 않았다. 그건 내가 아니라 피해자 유족한테 지껄여보시고. 되려 힘을 한번 실어 복부를 더 세게 짓누른다. 우혜는 본인의 결벽이 심한 것을 알고 있지만,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면서 그것에 대해 생각지 못할 정도로 코너에 몰려 있었다. 다급했다. 많이 이르지만 자신이 둘 수 있는 최강의 수를 꺼내기로 했다. 3명 더 죽었어요, 예전에요. 지금 체포하신다면 5건에 대해서는 몰라도 3건에 대해서는 함구할 겁니다. 한세미는 저 주둥아리를 한 대 치고 싶었다. 살인범인 줄 알았더니 사기꾼 기질도 있었냐? 우혜는 3건이 다 까발려지기 전에 한세미를 구워 삶아야 한다. 한세미는 3건을 다 까발리고 소은의 손에 수갑을 채워야 한다. 우선 첫 건을 까발리기 위해 소은을 일으켜 세웠다. 수갑을 채우고 조수석에 구겨 넣다시피 차에 태웠다. 넌 3건 다 불 때까지 집에 못 돌아갈 줄 알아라. 우혜는 말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3건 다 불어도 체포할 게 분명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