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modified: 2016-08-23 20:08:55 Contributors
이름 : 이선
나이 : 18
성별 : 여자
소속 : 저지먼트
키 169. 만져보면 제법 단단한 정도로 잔근육이 있다. 탄력있고 유연한 몸. 검은 머리카락을 귀 밑에서부터 양갈래로 땋아 늘어뜨려 놓았다. 종종 틀어올려 비녀를 꽂기도 하지만 주로 땋은 머리로 다닌다. 눈썹에 닿는 앞머리가 있다. 눈은 커리큘럼 진행 도중 호박색으로 변했다. 햇빛 아래서는 황금빛으로, 각도에 따라 잠깐씩 빨간색으로도 빛난다. 몸 곳곳에 작은 점들이 있다. 얼굴에는 왼쪽 눈 바로 밑에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점 두개, 입 아래 하나, 오른쪽 광대 뒤편에 눈에 띄지 않게 하나. 목부터 쇄골을 따라 점이 세개 있고, 목 뒤에 삼각형모양으로 점이 세개 찍혀있다. 몸 다른 부분에는 넓게 조금씩 분포한다. 살짝 내리깐 눈에 웃을 때 접히는 눈이나 부드러운 입가때문에 평소에는 무해하고 착실한 인상을 주지만 무표정해지면 왠지 잔인한 느낌마저 든다. 눈매가 살짝 올라가 있다. 사복을 입을 때면 늘 검은색옷만 입는다. 그래서 겨울밤에 마주치면 하얀 얼굴만 공중에 떠다니는 것 같다. 발바닥과 손바닥에 길게 흉터가 나 있다.
화내지 않는다. 화내지 못하는 건지 분노가 별로 없는건지. 상냥하고 친절한 인간을 따라하면서 그런 사람인 척 지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인간답지 못한 성격. 남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눈치보거나, 정해진 행동을 해서 자길 감추지만. 근본적인 이해가 없다.
4. 기타&특징 ¶
-혼자 있으면 순식간에 표정이 사라진다. 이걸 들킬까봐 늘 고민한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맺어야한다는 강박,집착이 있다. 정확히는 사람과 어울려살아야한다는 강박.
-남들은 잘 모르지만 웃음소리패턴이 정해져 있다. 이것도 고민.
-신경을 쓰거나 거짓말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흉터를 긁는다.
-정말 기뻐서 웃으면 꼭 채셔고양이같아서 이상하다. (문제는 진심으로 웃어본 게 한번뿐이라 자기가 어떻게 웃는지 모름)
-종종 (정신적으로든,신체적으로든)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면모를 보인다.
-혼자 있을 때는 주로 운동을 하거나 호러영화를 본다.
15살,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 유산을 받고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 학교에서 '위선'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자신의 본모습을 들켰다는 생각에 인첨공으로 도망쳐왔다. 학교를 그만두지 않은 것은 순전히 어머니가 고등교육을 받으라고 말했기 때문. 부모가 오직 인간과의 통로였기 때문에 15살 이후로는 늘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
희망 능력 : 천리안....이 제일 갖고 싶은데 안되면 물체를 통과하는 능력같은 것이 갖고 싶습니다
얻은 능력 : 클레어보이언스
대분류: 엑스트라 센서리 퍼셉션(Extra-Sensory Perception) - 감각조작
소분류(특화능력): 클레어보이언스(Clairvoyance) - 천리안
개요: 천리안 능력. 단순히 직선 궤도가 아니라 360도 전방향으로 능력이 적용되므로 사각이 없어진다. 즉 시야에 있는 물체 뿐 아니라 방안에 틀어박혀서 바닥을 쳐다보는 채로 우주에 떠다니는 인공위성의 모델 넘버까지 읽을 수 있다. 레벨 1에서는 단순한 망원시(멀리 보는 능력)에 불과하나, 레벨이 오를 수록 투시(막혀있는 사물을 뚫고 보는 능력)로까지 성장하는 점도 특기할 만함.
능력계수 : 64636
7.1. 땋은머리 리사이틀 ¶
- 접힘
날개뼈 조금 밑까지 자란 머리카락.
땋으면 딱 날개뼈에 닿는 길이.
여러번 빗어 부드러워진 머리를 어릴 적보다 길어진 손가락에 끼워 천천히 땋습니다.
말린 지 얼마 안 된 머리카락 사이로 라벤더향이 가득하지요.
혼자 땋은 머리가 이제는 제법 깔끔해보입니다. 오랫동안 계속해온 보람이 있네요.
'바뀔 생각도 없는 주제에!'
이선은 오늘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워서 변하지 않느냐고 누군가 물었지만, 이선은 그저 변화할 줄 모를 뿐입니다.
문득 남이 머리를 빗어주고, 다른 이가 머리를 땋아주던 순간들을 떠올리지만
그것이 그리워서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요, 굳이 말하자면 이것은 박탈감이겠지요.
'그런 식으로 웃지마...'
거울을 보면서 미소를 지어봅니다. 오늘도 똑같은 미소.
구석구석 배우고 기억한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혼자 알아낸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오늘따라 양쪽 머리카락이 서로 모양도, 길이도 달라보입니다.
이선이 만지지 않는다면 아무도 고쳐주지 않을테지요.
"변할 수 있어."
거짓말입니다.
'내가 모르는 줄 알아?'
오늘따라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이선은 뒤돌아 아무도 없는 방을 향해 인사하고, 집을 나섭니다.
7.2. 주말엔 호러무비쇼 ¶
- 접힘
"시끄러"
"아이고, 소리에 깼구나."
"왜 이런 걸 보는 거야?"
"시끄러워서 싫었니?"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어린 이선이 무표정한 얼굴로 잠옷을 입고 서 있습니다.
곁에는 소파에 앉아 있는 이선의 부모님이 보입니다.
한밤중에 잠이 깨서 조금 짜증이 난 눈치지만,
흥미롭다는 듯 스크린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선의 부모님은 선을 얼른 들여보내려다,
문득 이선이 흥미를 보인 것이 얼마만이냐는 생각에 영화를 멈추고 이선에게 묻습니다.
"엄마아빠는 재밌어서 보는 거야. 선이 눈에는 어때 보이니?"
"방금 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였는데ㅡ"
"응, 그렇지."
"나보고 그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
"저건 가짜니까 괜찮아. 저 사람한테서 도망치는데 몰입해서 보는 거야."
"왜?"
이선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하면 안된다는 걸 왜 재밌게 보고, 심지어 당하는데 왜 몰입하지?
"실제로 겪지 않고도 안전하게, 무서워할 수 있으니까."
"그럼ㅡ"
이선은 소파에서 눈을 떴습니다. 오랜만에 꾸는 꿈입니다.
나는 당신들 덕분에 매일같이 삶이 불안하고 두려워.
지금의 이선이라면 이렇게 답했겠지요. 하지만 정확히는 그또한 이선 본인이 원인입니다.
그 뒤 뭐라고 대답했었는지, 어쩌다 이선이 부모님이 선별해준 어린 아이가 무서워할 만한
작품부터 유명한 작품까지 섭렵하고, 하다하다 저주의 비디오같은 것을 보게 되었는지는
이선 본인은 벌써 잊은지 오래입니다.
분명 부모를 이해하려고 보기 시작한 건 기억나지만. 왜 이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걸까요.
고개를 돌리니 노트북 화면 속에서 여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시끄러워."
그래봤자 여전히, 이선을 왜 키웠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 접힘
나는 눈을 감고서 있다.
노아의 곁에서 눈을 감고 있다. 방금 전에 부장을 보고 올라온 참이다.
뛰어들었던 나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본 적도 없는 것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때문이었으면 좋겠다. 막연히 그리 빌 뿐이다.
어차피 나 자신의 마음을 아는 날은 평생 오지 않을 것이다.
결론도 무엇도 없는 우주같은 것이 머릿속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
아무것도 없어서 알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무지하다못해 어리석어 스스로를 모르는 것일까.
몰라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잖아.
눈을 뜨자 노아의 잠든 얼굴이 보인다.
시도도 말았어야 하는데. 이런 학교에, 이런 곳에 들어오다니.
무의미한 짓을 해선 안됐는데. 더이상 연명해서는 안될 삶이었는데ー늘 똑같은 결론만 남는다.
눈을 감아도 노아가 보인다. 감았다 뜨면 부장의 병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능력이 발전할 수록 잠깐 떠올린 장소를 곧바로 보고 있는 일이 잦아진다.
나때문에 다친 모습을 보아도 감정이랄 것이 솟아오르지 않는다.
결국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을 뿐이다.
부장은 분명 부원들을 위해 뛰어든 것이겠지. 생각해볼 것도 없다.
그럼 나는?
"그러니까, 자기암시를 너무 열심히 건 거지."
A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나는, 이 아이를 구하고 싶어하는 거라고. 다른 사람처럼!"
환청이...
"정신차려, 위선."
눈을 뜨자 어느새 병원 밖이었다.
...그래도 다들 살아남아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해야해.
- 접힘
병원의 창백한 빛. 눈꺼풀 틈새를 비집는 서늘한 공기. 오랜만에 맨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언제 망원시를 멈췄었지? 내 눈이 아닌 것으로 보는, 그 감각 자체가 전부 날아가버린 듯한, 맨눈으로 보는 세상은 하나도 반갑지 않습니다. 온 몸이 무겁고 무거운, 어쩐지 불쾌하고 기묘한 감각들만 남아 온몸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선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다 손바닥으로 눈을 덮어버립니다. 깜깜해. 손을 떼어내어야 세상이 보일텐데. 그대로 다시 누워버립니다.
기억이 납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라 그런 걸까요. 아직도 종종 잊습니다. 익숙해지고나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한결같이 어렵습니다. 그저 조금, 열심히 한 것 뿐입니다. 흔히들 훈련이 과했다고도 하지요. 설마 그 높이에서 떨어지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그렇게 말하면 당연히 거짓말입니다. 망원시를 하며 높은 곳에 오를 때마다 떨어질 것을 예상했습니다. 언제나요. 당연히 대비하려고도 그랬고, 습관적으로도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지요. 몇번, 치료를 받고 주의도 들어가며 훈련을 계속했습니다. 눈이 아픈 것은 늘상 있는 일이었고, 시야가 느닷없이 돌아오지 않는 것도, 미숙한 실력에 당연히 여겼지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눈 앞으로 돌아왔으니까.
'으악!'
비명소리. 신고 부탁드립니다, 건물 안에 스킬아웃이 있어요. 그리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나가던 이가 알아들은 말은 신고, 스킬아웃...정도입니다. 사실 상대는 그냥 세게 후려친 것 뿐인데요. 하필 그 때 눈 앞에 있던 시야가 급히 온 세상을 훑더니 어지럽게 도는 바람에...철거도중인 뻥 뚫린 벽을 지나 이선이 떨어진 거지요. 스킬아웃은 아마 잡힌 모양입니다. 분명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허우적거리다 떨어졌을 겁니다. 문득 어설프게 굴다 떨어지다니, 우습다 생각했지만, 의사나 간호사들은 걱정만 했지요.
무엇보다 망원시를 쓰지 못하고 지내는 나날이 한없이 나른합니다. 처음에는 돌아오지 않던 시야가 겨우 눈 앞으로 돌아오더니, 이번에는 먼 곳을 보기가 힘겹습니다. 저지먼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아쉬운 것은 아니지만, 늘 그랬듯 이선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하게끔 만들지요. 그것이 달리 비참하거나, 절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이선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게 그래왔듯이.
이선은 병실을 구석구석까지 외울 때쯤 퇴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