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째서 이렇게 초조해하나. 기도를 끝마친 재하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본다. 아마 실적 하나 없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 없노란 생각 탓이겠지.
남들에게 보호받는 꽃이 아니라 남을 보호하고자 하는 꽃의 가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
그래도 모든 것은 천마님이 점지하신대로, 무엇이든지 행해야 하니. 재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 기연을 구매해서 사용해용……
대성전 관련하여 제일상마전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어보자...는 기연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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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의 방향성을 조금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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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전을 포섭하기 위한 명확한 수단이 필요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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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
쫄았나요?
네 쫄았어요. 뭐가 올지 모르니까...
괴전파를 무시한 재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의 기도를 마쳤겠다, 오늘도 일을 해야지...
# 쫄았어용 그치만 아임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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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고요하고 거룩한 대성전의 입구에서 웬 폭발음이 들립니다.
???
***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폭발음에 재하는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방향을 급히 틀어 달리기 시작했다.
# 님아 설마 아니죠
왓헤픈 왓헤픈
***
허겁지겁 달려가자 그 곳엔.....!
제사상마전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아!
기연이여!
위대하신 기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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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폭발음,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불안한 직감… 뛰는 내내 제발 아니기를 빌고 또 빌었지만, 뜻밖의 인물을 마주하자 재하는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는 짧은 탄식을 꽉 눌러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현 시점에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한 사람이지 않던가.
"……"
그렇지만 이대로 두고 볼 셈이냐 한다면, 이미 발걸음은 잰걸음 되어 난동을 부리는 곳으로 조심조심 다가가고 있었다.
"위대하신 제사상마전 님을 뵈옵나이다…!"
안타깝게도 재하는 현재 자신이 소속됐다, 행여 마음 반 푼이라도 주었다 생각하는 곳이라면 헌신하다 못해 희생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일단 인사로 예의부터 갖추고 바로 말리려 들었으리라.
"어떠한 것이 제사상마전 님의 기의氣意 중 예銳한 것을 자극하였사온지요. 부디 고정하시옵소서……."
# 우리 대성전 다날아가네 진정하세요~!!!
***
재하꺼 왜 짤렸지;
제사상마전은 난동을 피우다가 재하를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짓습니다.
"네년! 미색이 출중하구나! 당장 대성전의 대전을 비워라! 네년과 함께 거기서 운우지락을 즐겨야겠다!"
보시다시피 훌륭한 범죄자의 씨앗입니다.
***
귀를 의심케 하는 목소리에 재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니까,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설마 저요? 상황을 파악하기도 잠시, 재하는 어지러운 머리 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어라, 나 아직 반전단도 안 먹었는데.
어라, 제사상마전 님이 나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어라, 대성전은 그러라고 쓰는 곳이 아닌데……
어라……
엥? ㅋㅋ 엥?? 상태에 도달한 재하는 일단 침착하려 애썼다. 일단은, 그러니까……
"……부디 고정하시옵소서, 소마는 남아로 나였거니와, 이, 이곳은 천마님을 모시는 곳이옵니다."
와 무력으로는 내가 짭도 안 되고 애초에 손대면 안 되는 분인데!! 아랫사람은 엉엉 울면서 하지마세요오!만 해야 한단 말이냐!!
……당연하게도 네… 까라면 까야 합니다.
# 엉엉엉
엉엉엉엉
***
제사상마전이 왜 재하를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정도 정신머리가 있었다면 제사상마전도 세력을 일구어 당당히 교좌쟁탈전에 한 축으로써 참전했을겁니다!
그는!
정말로 지지하는 세력이 단 하나도 없는!
망나니입니다.
당연히 궁중의 상황도 모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관심이 없습니다.
"남자라고!"
제사상마전이 껄껄 웃습니다.
"더 좋구나! 당장 대성전을 비워라! 천마신께 쾌락을 바치마 으하하하!"
아시겠지만 지금은 기연을 사용 중입니다.
제사상마전이 억지로 재하의 손목을 잡아챕니다. 범죄자놈에게 왜 이런 대단한 재능이 있는건지, 재하는 반항해보지만 대단한 금나수의 수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끌려갈 처지가 되었습니다.
"크흐흐...이 정도 미색이라면..."
가까이서 본 제사상마전의 얼굴은...하아...왜 멀쩡하게 잘생긴 편인걸까요.
왜 천마신께선 이런 병신에게 찬란한 재능을 내려주신 것일까요?
그렇게 대성전으로 제사상마전이 재하를 끌고 대성전 안에 들어가 사람들을 쫓아낼 때.
누군가 한 명이 그 난동 속에서도 등을 돌린 채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넌 뭐야! 대성전을 비우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느냐!"
그리고 당연히 재하를 잡은채로 제사상마전이 그 사람에게 달려가 등을 걷어차며 말합니다.
일반인이었으면 몸이 터져 죽었을 파괴력입니다.
"..."
그런데도 그 남자는 멀쩡합니다. 그가 천천히 일어섭니다.
익숙한 등.
"바깥이 왜 소란스럽나 했더니."
익숙한 목소리.
"네놈이, 내 양자를 모욕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조상들 앞에서 죄를 지으려하는구나."
익숙하지 않은 눈빛.
"어."
익숙하지 않은 태도.
콱! 소리와 함께 남자가 제사상마전의 목을 한손으로 잡아챕니다.
"이...개씨발놈이...."
익숙하지 않은, 감정.
제일상마전입니다.
***
내 친구도 망나니 단점 가졌다지만 이렇게 망나니는 아닌데!! 오히려 귀엽고 깜찍하고 세상에서 가장 죽 잘 맞는 친구인데!!
물론 내 편과 남의 편 다른 건 알거니와 이분의 악명을 혼란한 정신 속에서 다시 떠올리니 망했구나 싶었다. 위키 좀 더 자세히 읽을 걸...
"네?"
기연을 사용 중이라서 남자라도 ok구나.
그렇지만 이쪽도 결국 스위치가 딸깍 한다니까요? 크아악 이거 내가 캐해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니까요?
그렇게 손목을 잡아채는 손길과 멀쩡한 이목구비를 마주할 적 재하의 세상이 암전되는 것 같았으니, 정확히는 몸과 혼이 분리되어 제3자의 시선에서 모든 것을 보고 느끼는 듯했다. 재하가 끌려간다, 재하가 잡혔다, 재하가 이러했다……. 모든 것이 타인의 시선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이미 머리 속에서는 어릴 적 기루 최상층에서 술 따라보라 하던 목소리가 쟁쟁히 울리고, 극 읊어보라는 목소리 또한 울리는 것 같았다.
손이 바르르 떨리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적, 끔찍한 광경을 마주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감은 것이 맞나? 재희라 부르는 목소리 너머로 선명한 이것이 누구의 목소리지? 양자? 내가 누구의 양자가 되었지? 재하는 혼란함 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기억을 밀어내려 애썼다. 그렇게 기억이 흐르고 흘러 루주가 목 꺾일 적, 재하는 두 눈이 홉뜬다. 제사상마전의 목이 쥐여지는 것이 명확히 보였던 탓이다.
"!"
그리고 재하는 혼이 몸에 돌아오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제야 자신이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떠는 것도, 얼굴이 눈물에 젖어들어 축축하단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싫사와요, 싫어요, 안 할래요. 같은 소리를 중얼거렸다는 것도. 재하는 버석하게 말라든 목구멍을 겨우 울음으로 삼켜 적셨다. 이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지 않을까, 루주 또한 내가 몸 웅크려 죽고 퇴장했는데, 주군께 거슬리는 상마전 하나 정도야……
"아, 아니되옵니다."
괜찮지 않다! 이대로면 거사에 지장이 갈 것이다. 아무리 제사상마전이 중죄를 저질렀다 한들 이곳에서 처단하는 것은 안 됐다. 재하는 끔찍하게 달려들 추문을 생각하고는 애써 입을 벌렸다.
"보는, 보는 눈이 많습니다, 고정하시옵소서……."
# 아빠 스테이 우리 여기서 막 죽이진 말아요 아빠악 때려도는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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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억...크어억..."
화경의 경지에 이른 제일상마전은 강합니다.
제사상마전 또한 초절정 극에 이른 고수 중에 고수지만, 가장 교좌에 가까운 친형의 손길 하나에 저항할 수 조차 없습니다.
재하는 말리려고 시도합니다.
다이스 판정 실패.
꽈득.
제일상마전은 분노했습니다.
***
이대로면 파국을 면치 못한다. 제사상마전이 아무리 내놓은 자에 가깝다 하더라도 대성전에서 혈육을 해치는 순간 무슨 파장이 번질지 모른다. 재하는 머리를 굴렸다.
이러한 일이 있었기에 악을 악으로 다스렸다 말을 한다면? 아니, 아무리 내 이야기를 한들 정치질에 제 삶을 바쳐 무엇이든지 무는 순간 맹렬히 몰아가는 늙은이들이 납득할 리가.
교국의 가장 큰 법칙도 그 치들의 아래에서는 무의미하거늘. 재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눈물을 벅벅 닦더니 한 걸음 다가가 무릎 꿇었다.
"대, 대성전입니다. 위대하신 분들께서 지켜보고 계시고 납득할 수 있사오나, 그분들의 목소리가 신민에겐 닿지 아니하옵니다."
나가서 처단하라 종용해야 하는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은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천마 님께서 이런 시련을 주시는 연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기어이 뱉었다.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제발."
아버지, 제발. 입술 달싹이며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덜덜 떨렸다. 불경을 저질렀다.
# 아빠 ㅠ... 아빠악
***
설득에 성공합니다.
빠드득.
그는 아직 교주가 아닙니다. 교주라면 혈육을 대성전에서 죽이고 천마신께 바쳐도 무방하겠지만요.
제사상마전의 목을 붙잡고 있던 제일상마전은 그를 무릎꿇리고는 단전에 손을 꽂습니다.
푸확 -
"꺼억....."
제사상마전은 무공을 잃었습니다...!
대성전은 침묵으로 감돌았지만, 은연중에 제일상마전을 지지하는 모양새입니다.
피를 보지도 않았고, 혈육의 목숨도 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일상마전의 형제들은 더이상 참지 않을겁니다.
본격적으로 내전이 시작됩니다.
***
"……."
미덕이다.
다행스럽게도 죽이지는 아니하셨으나 죽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시는구나. 단전을 향해 손 뻗을 적 재하는 그 모습을 모두 눈에 담을 뿐이었다. 색이 다른 두 눈에 비친 광경이 제각기 대비되는 듯하여, 그저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조아렸다.
"송구하옵니다. 소마가 조심하지 못하여……."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그 시기를 앞당기는 신호가 된 성싶어, 괜히 그런 생각을 한 탓이다. 내가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대비할 시간은 있었을 텐데.
# 아빠 마저 화 푸셔요...🥺
***
"각 지방에서 반기를 들고 일어날 것이다. 너는 속히 네 친우들을 불러모으거라."
제일상마전은 자신이 저질러놓은 일의 후폭풍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재빨리 자리를 뜹니다.
내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