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째서 이렇게 초조해하나. 기도를 끝마친 재하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본다. 아마 실적 하나 없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 없노란 생각 탓이겠지.
남들에게 보호받는 꽃이 아니라 남을 보호하고자 하는 꽃의 가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
그래도 모든 것은 천마님이 점지하신대로, 무엇이든지 행해야 하니. 재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 기연을 구매해서 사용해용……
대성전 관련하여 제일상마전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어보자...는 기연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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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의 방향성을 조금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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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전을 포섭하기 위한 명확한 수단이 필요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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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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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았나요?
네 쫄았어요. 뭐가 올지 모르니까...
괴전파를 무시한 재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의 기도를 마쳤겠다, 오늘도 일을 해야지...
# 쫄았어용 그치만 아임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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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고요하고 거룩한 대성전의 입구에서 웬 폭발음이 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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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폭발음에 재하는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방향을 급히 틀어 달리기 시작했다.
# 님아 설마 아니죠
왓헤픈 왓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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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달려가자 그 곳엔.....!
제사상마전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아!
기연이여!
위대하신 기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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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폭발음,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불안한 직감… 뛰는 내내 제발 아니기를 빌고 또 빌었지만, 뜻밖의 인물을 마주하자 재하는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는 짧은 탄식을 꽉 눌러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현 시점에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한 사람이지 않던가.
"……"
그렇지만 이대로 두고 볼 셈이냐 한다면, 이미 발걸음은 잰걸음 되어 난동을 부리는 곳으로 조심조심 다가가고 있었다.
"위대하신 제사상마전 님을 뵈옵나이다…!"
안타깝게도 재하는 현재 자신이 소속됐다, 행여 마음 반 푼이라도 주었다 생각하는 곳이라면 헌신하다 못해 희생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일단 인사로 예의부터 갖추고 바로 말리려 들었으리라.
"어떠한 것이 제사상마전 님의 기의氣意 중 예銳한 것을 자극하였사온지요. 부디 고정하시옵소서……."
# 우리 대성전 다날아가네 진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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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꺼 왜 짤렸지;
제사상마전은 난동을 피우다가 재하를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짓습니다.
"네년! 미색이 출중하구나! 당장 대성전의 대전을 비워라! 네년과 함께 거기서 운우지락을 즐겨야겠다!"
보시다시피 훌륭한 범죄자의 씨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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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의심케 하는 목소리에 재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니까,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설마 저요? 상황을 파악하기도 잠시, 재하는 어지러운 머리 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어라, 나 아직 반전단도 안 먹었는데.
어라, 제사상마전 님이 나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어라, 대성전은 그러라고 쓰는 곳이 아닌데……
어라……
엥? ㅋㅋ 엥?? 상태에 도달한 재하는 일단 침착하려 애썼다. 일단은, 그러니까……
"……부디 고정하시옵소서, 소마는 남아로 나였거니와, 이, 이곳은 천마님을 모시는 곳이옵니다."
와 무력으로는 내가 짭도 안 되고 애초에 손대면 안 되는 분인데!! 아랫사람은 엉엉 울면서 하지마세요오!만 해야 한단 말이냐!!
……당연하게도 네… 까라면 까야 합니다.
# 엉엉엉
엉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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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마전이 왜 재하를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정도 정신머리가 있었다면 제사상마전도 세력을 일구어 당당히 교좌쟁탈전에 한 축으로써 참전했을겁니다!
그는!
정말로 지지하는 세력이 단 하나도 없는!
망나니입니다.
당연히 궁중의 상황도 모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관심이 없습니다.
"남자라고!"
제사상마전이 껄껄 웃습니다.
"더 좋구나! 당장 대성전을 비워라! 천마신께 쾌락을 바치마 으하하하!"
아시겠지만 지금은 기연을 사용 중입니다.
제사상마전이 억지로 재하의 손목을 잡아챕니다. 범죄자놈에게 왜 이런 대단한 재능이 있는건지, 재하는 반항해보지만 대단한 금나수의 수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끌려갈 처지가 되었습니다.
"크흐흐...이 정도 미색이라면..."
가까이서 본 제사상마전의 얼굴은...하아...왜 멀쩡하게 잘생긴 편인걸까요.
왜 천마신께선 이런 병신에게 찬란한 재능을 내려주신 것일까요?
그렇게 대성전으로 제사상마전이 재하를 끌고 대성전 안에 들어가 사람들을 쫓아낼 때.
누군가 한 명이 그 난동 속에서도 등을 돌린 채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넌 뭐야! 대성전을 비우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느냐!"
그리고 당연히 재하를 잡은채로 제사상마전이 그 사람에게 달려가 등을 걷어차며 말합니다.
일반인이었으면 몸이 터져 죽었을 파괴력입니다.
"..."
그런데도 그 남자는 멀쩡합니다. 그가 천천히 일어섭니다.
익숙한 등.
"바깥이 왜 소란스럽나 했더니."
익숙한 목소리.
"네놈이, 내 양자를 모욕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조상들 앞에서 죄를 지으려하는구나."
익숙하지 않은 눈빛.
"어."
익숙하지 않은 태도.
콱! 소리와 함께 남자가 제사상마전의 목을 한손으로 잡아챕니다.
"이...개씨발놈이...."
익숙하지 않은, 감정.
제일상마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