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무림비사/스토리 - 재하
- 결혼식 가는 걸 허가해주십쇼
- 재하는 용이라는 소리를 듣고 괜한 악몽을 꿨다.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존재가.. 소교주님을.. 재하는 가느다란 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꿈이었구나."
오늘은 무슨 일이 터지겠거니. 이런 꿈을 꾸는 날마다 필히 무언가 있었다. 가령 전대 고수를 제압하던 날이라든지, 선자리.. 선.... 결혼은 얼어죽을, 씨발.. 혼자 살고 말지.. 재하는 입속말로 중얼거리고 한번 머리를 휘 털어 정신을 차리려 했다. 이후 가벼운 준비를 마친 뒤 머리를 틀어올리고 밖으로 나선다.
# 기연으로 상쾌하게 시작해봅시다..
같이 다닐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해용.. 요괴든 영물이든 종류는 상관 없는 것.. 흰색이면 깔맞춤이라 좋겠지만 붉거나 검은색 흉흉한 녀석이어도 괜찮아용(?)(진짜 나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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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연 101
재하 22
기연을 구매합니다!
기연이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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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음이 끌려 흰 장삼 걸치었다. 소맷단에 수수하게 감색으로 도깨비 문양 수놓아진 장삼에, 속의 옷도 하얗다. 이리도 수수할 수 없다. 청렴하고 결백한 차림이다. 감찰국장의 막중한 자리에 앉은 이상 가뜩이나 부리지 아니하던 사치 더 줄었다. 유일한 사치 상아 깎아내어 나비 조각된 비녀인데, 그마저도 10년 이상 함께 했음을 보여주듯 머리카락에 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어 낡았다. 고운 머릿결 반만 틀어올린다. 나설 준비 다 되었으니 재하 멱리 챙겨 쓰고는 밖으로 나선다.
타인을 시켜도 되기에 굳이 하지 아니해도 되거늘 밖으로 나서보아 사람들 목소리를 들어보곤 한다. 재하 오늘도 그렇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섰다. 교국 사람들이 무어라 하는지나 들어보자.
# 기연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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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갑니다! 교국의 사람들이 무어라 하는지를 듣는다구요?
어림도 없지...
재하는 어사대 감찰국으로 출근합니다...국장님 어딜 월루를 하려고 하시나요...출근부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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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의 사람들 소리 듣기는 4년 전으로 충분하단다.. 길고 긴 7년.. 재하는 그간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이 맑은 날씨에 웃는 사람은 세상 걱정 없을 아이와 백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아.. 출근하기 싫다..
# 터덜터덜.. 출근하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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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합니다!
감찰국장의 앞으로온 보고서와 편지들이 책상을 가득채우고 있습니다.
이게...직장인의 삶...?
재하는 아무 보고서나 집어듭니다.
- 산동에 광룡 출현, 이에 따른 기이한 요괴와 영물들도 함께 출현하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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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가 차분하지 않고 모 응힝힝사륜안처럼 조금만 더 감정에 솔직한 편이었다면 벌써부터 앓는 소리를 냈을 것이다.
"아으으으으.."
서술하기가 무섭게 재하는 앓는 소리를 내었다. 보고서는 물론이요 편지까지 있다. 보고서는 그렇다 쳐도 편지는 뜯기가 두려울 정도다. 아무 보고서나 휙 집어올린 재하는 산동에 광룡이 출현했다는 보고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괴와 영물도.. 재하는 눈을 비볐다. 요괴와 영물이라니! 글자를 잘못 읽었다. ..소교주님께 헌상할 내단도.
# 어 이거다 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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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께 보고드린다면 산동 지방으로 출장을 다녀올 수 있을겁니다!
겸사겸사 저번에 온 청첩장의 결혼식에도 다녀올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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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가면.. 청첩장의 결혼식도 다녀올 수 있을 테다. 다만 감찰국장이나 되는 입장에서 정사의 일에 함부로 개입하는 것으로 보여 어떤 꼬리를 밟힐 지 모른다. 재하는 눈을 내리깔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야겠지."
청첩장은 아직 품에 있다. ..공자, 결혼하시는구나..
# 보고드리러 가용! 겸사겸사 괜한 일로 트집 잡히기 싫어서 솔직하게 단순한 술벗인 줄 알았는데 남궁세가 사람이었고 청첩장이 온 일도 말씀드릴까 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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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을 독대합니다!
"무슨 일인가?"
제일상마전은 차를 즐기며 따뜻한 봄바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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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옥체 강녕하셨사와요."
재하는 깊게 절한다. 따뜻한 봄바람, 살랑이는 이 봄바람이 언제 혹한이 될지 모르기에 재하는 차분하게 고했다.
"소마 보고드리옵나이다. 산동에 용이 나타나였고 요괴와 영물이 같이 나타났다는 정보가 들어온즉.. 소마 부디 허락하신다면 산동에 다녀와보고자 하옵디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하고는 눈을 낮게 내리깐다. 낮추다 못하여 자신을 가장 밑바닥의 사람으로 만드는 저 모습. 오랜 버릇이었다. 품에서 무언가 꺼내니, 청첩장이었다.
"..소마에게 오랜 술벗이 있사옵니다. 그 벗이 혼인을 하옵기에.. 겸사겸사 다녀오고도.. 싶어서.. 다, 다만 남궁세가의 사람인 줄은, 소마도.. 미처 알지 못하였사와요.."
솔직한 연유는 없던 꼬리가 생겨 끌려나오지 않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남궁세가라니! 혼내지..는.. 않으시겠지..? 짐짓 혼날까 불안한 눈치를 숨겼다.
# 보고드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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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기운이 천천히 주변에 내려앉습니다.
호록.
차를 입안에 들이키고 달그락 거리며 찻잔을 내려놓는 제일상마전.
잠시간의 고요가 둘 사이를 채웁니다.
"쉴 때도 되었지. 다녀오게. 결혼식은 알아서 조심하리라 믿네."
허락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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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기운이 주변에 내려앉는다. 잠시간의 고요가 천년과도 같다. 재하는 차분하게 그 고요함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시간동안 혼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눌러내리는 법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재하는 천천히, 차분하게 신성한 기운에 몸을 맡겨 불안함을 상쇄시키기로 했다.
"망극하옵나이다."
허락이 떨어지자 재하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새하얀 뺨에 옅은 분홍기 어리고 수심 어린 미소가 얼굴에 만연했다. 산둥에 가 용에 대한 것도 알아오고, 또.. 재하는 마교와 정파의 사이가 첨예한 유리 같음을 안다. 잠시간의 심호흡.
"주군께 누가 되지 아니하도록 조심하겠사와요."
# 기이이잎게 절해요! 오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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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의 허락 이후에는 축객령이 있었습니다.
재하는 깊게 읍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다시 한 번, 중원으로 떠날 차례가 되었군요.
- 천강단이 또
- 축객령에 길게 읍하고 나온다. 그리고 밖으로 온전히 나왔을 때, 깊은 한숨을 쉰다. 잠시 멈춰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렸다.
중원으로 간다.
이번엔 전쟁이 아닌 다른 이유지만 그 당시 얼굴이 팔렸을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깟 명분 싸움으로 더럽히며 방해하고 싶지 않다. 소모적인 행위가 정말 행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이 행복하다면 행복한 것이다.
이제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가면과 멱리가 아직 남아있던가? 손을 떼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재하는 일단 일터로 돌아가려 했다. 휴가인지 출장인지 모를 애매한 것을 뭉뚱그려 말하고 처소로 돌아가서, 뒤 붙을 놈 없게끔 바로 출발해야지.
# 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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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합니다!
왜인지 누군가가 떠오르는 복장이고 차림새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목적지를 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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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호가 아닌 장삼 차림에 새하얀 멱리와 검은 가면임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당당히 주장해용!!
우우!!! 뱀혼혈폐관보이와는 다르다!!!
재하는 애써 무시하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챙길 건 다 챙겼다.
# 산동으로 가용! 가서 함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결혼식 참여해야죵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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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슨 잘 모루겟구용!
산동으로 이동합니다!
참 긴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단돈 5복숭아에 이동식 마차를 타면 산동까지 단번에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신강에서부터 산동까지 하나하나 다이스를 굴려가며 가셔야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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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이 많다. 재하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가령 이곳에서 이동할 경우 책잡힐 일이 많다든지. 운수가 암만 좋다 하여도 한 번 잡히면 질기게 붙잡아 찔러대는 것이 이 무림 아닌가. 재하는 머리가 아픈지 잠깐 앓는 소리를 내다 결정했다.
# 도화전을.. 내겠어용.. 파련이 때부터 다갓이랑 사이 급격히 안좋아짐 5~6개는 못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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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 17
이동용 마차를 구입합니다!
산동으로 즉시 이동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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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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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유리걸식하는 걸인들과 무너진 집, 부모잃어 통곡하는 아이들.
재난이 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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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 가면 속의 눈 홉뜬다. 가느다랗게 눈동자 떨려온다. 교국에서도 쉬이 볼 수 없던 광경에 한참이고 멈춰 그 광경 눈에 담았다. 바르르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깊게 심호흡 한다.
교국의 사람들이 아니니 나서지 말라. 명분 없는 호의는 누군가에게 독이 되고 날 찌른다. 뼈저리게 배웠던 것임에도 재하 손 모으고 깊게 심호흡 하여 들이마신 들숨 한숨으로 내뱉는다. 입 달싹였다. 천마님, 대체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입니까. 이 가여운 이교도들을 부디 가여이 여기소서.
짧은 기도 이후 앞으로 나선다. 뭐라도 도우면서 정보를 얻어야겠다.
# 뭐라도 도우면서.. 정보를 얻어봐야겠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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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주변을 둘러봅니다.
도와줄만한 일이 무어가 있을까요...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저 멀리, 천마신교의 깃발과 함께 보이는...
천강단의 깃발이 보입니다!
"여러분! 천마신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이 일은 그 심판의 전조입니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에는 무료 급식소와 의료용 천막이 쳐져있습니다.
"천마신께서 내리시는 음식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아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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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속에서 들려오는 포교 소리에 재하는 고개를 들었다. 교인을 만난 것과 이 끔찍한 장소에서 구휼하는 손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나, 이 다음이 문제일 테다. 이 소식을 과연 마교만 알고 있을까? 정파의 사람들도 몰려올 것이고, 어쩌면 그 좋은 명분으로 공격하려 들지도 모르지. 재하는 소리가 난 쪽으로 가기로 했다.
"천유양월. 천마님의 은혜가 함께하기를.."
# 나랑 대화 좀 해용 ㅎㅎ 정보 뜯으러 가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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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단원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빠르게 재하를 데리고 깊숙히 안으로 들어갑니다.
"미, 미쳤어요?! 중원에서 천강단원이 아닌 사람이 티를 내면 어떡해요! 그러다 추살당해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천강단원은 큼직한 눈망울로 재하를 나무랍니다.
음, 확실히 재하가 위험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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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멱리 속으로 작게 웃었다. 이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다. 안으로 들어서기도 가장 쉽고, 귀찮은 일 없이 접선하기도 쉽다. 다만 나무라는 모습에 검지를 들어 천강단원의 입술을 눌러 제지하려 하더니, 다른 손으로 멱리와 연결된 가면을 슥 벗어냈다.
"명분만 내세우는 이교도들이 곧 들이닥쳐 아무리 천강단원이라 한들 눌러내려 들 터이니.. 안에서 대화를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으니 용서하여주시어요. 바깥이 소란스러우면 어찌 상황을 듣겠사와요. 어차피 전쟁에서 얼굴 팔린즉 책잡힐 것이 뻔한데.."
곧 정파놈들 소문 듣고 몰려올 텐데 그 소란속에서 대화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재하는 살풋 웃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마가 감히 들어도 될는지?"
# ㅇㅋ 잘걸렸다 그님티? ..는 농담이고 천강단원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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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익!"
재하가 얼굴을 내보이자 천강단원은 놀래서 주저앉습니다.
"어, 어, 어, 어사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곳에 갑자기 감사팀장이 들이닥친다고 생각해보십시오....으으 끔찍합니다.
"저, 저희는 아무 잘못도 안했어요!!"
아니 그런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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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재하는 익숙한지 놀라 주저앉는 천강단원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잘 활동하는데 나타나면 무섭겠지. 신참이 와도 무서운게 어사대인데 감찰국장이 직접 당도한다면.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사오니 부디 진정하시어요."
재하는 일어서라는 양, 한 손을 뻗어주려 했다.
"소마가 알고싶은 것은 죄가 아니어요. 죄라면 소마가 직접 왔을리가 없지요. 다만 이리 직접 와서 알고자 하는 것은 산동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랍니다. 용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아 왔사오니, 이곳에서 활동하셨다면 무언가 알지 아니할까 싶어 감히 여쭙고자 하는 것이어요."
# 안 잡아먹어 일어나 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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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의 달래기가 이루어집니다!
...
다행히 천강단원은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그러니까...."
천강단원이 우물쭈물하면서 말을 시작합니다.
"산동에 갑자기 커다란 천둥과 벼락이 터져나가고, 홍수가 일어났어요. 하늘에서 용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곧 광검문주와 광검문의 무인들이 크게 다쳐서 문파로 돌아가는걸 산동 사람들이 다 봐버렸지요...그리고 얼마 안있어 산사태가 벌어지고 봄에 때아닌 우박이 마구 내리고..."
자연재해 몇 개가 산동지방을 후드려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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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차분하게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갑자기 커다란 천둥과 벼락이 터지고, 홍수가 일어났다. 하늘에서 용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광검문주는 물론이고 무인까지 다쳤다더라. 산사태에 때아닌 우박까지.. 이게 모두 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아무리 중원이 넓다지만 이렇게까지 벌어질 일은 아니었다.
"참으로 기이하기도 하여라. 아무리 중원이 넓다지만 한곳에서 이리 몰려 일어나는 건 고사하고 광검문주까지 크게 다치었다니.."
재하는 잠시 고민하듯 눈을 내리깔다 생각을 마쳤다는 양 천강단원을 흘긋 쳐다보았다.
"그 이후로 다른 일은 없었사온지? 요괴가 나타난다든지,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든지. 그런 것 말이어요.."
혹은 광검문주가 다쳤다 알려지는 곳이라든지?
# 더 캘 것이 있을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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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여기 도착한지 오래되지 않아 그런 것 까지는..."
천강단원이 고개를 내젓습니다.
광검문주는 그냥 큰 부상을 당했다고만 전해지고 그 외에는 정보가 없군요!
화경의 고수가 다칠 정도로 큰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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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그래도 좋은 정보 참으로 감사하여라."
화경의 고수가 다칠 정도로 큰 일이라. 그렇다면 나설 수나 있는 것인가. 조사만 하고 가면 될 일이다. 재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바깥은 혼란하고 천강단원이 할 일은 이 혼란 속에서 배곯고 괴로운 자를 천마님의 자비로 품어주는 것이던가.
"필히 정파의 사람들도 파견을 와 잡음을 만들겠지요. 그 속에서 무탈하길 바라나이다."
# 좋은 정보 감사해용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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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곧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뭐 정파도 구휼에 진심인 편이니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항상 천강단이 조금 더 빨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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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천강단의 건물에서 나옵니다!
살짝 막막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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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다. 가진 정보라고는 자연재해가 연달아 터진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소문, 화경의 고수가 다칠 정도로 큰 사건이라는 점 제외하고는 없다. 무작정 걷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깊게 숨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래도 힘내자."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보자. 둘러보면 뭐가 나올지도 모르지. 천마님이 나를 어여삐 여겨주시리라 믿자!
# 무작정.. 걸어볼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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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걸어볼까요?
1. 사람이 사는 곳
2. 숲길
3. 바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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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라 하면 바다의 용왕.. 사 귀인의 말이 떠올라 재하는 바다로 향하기로 했다.
#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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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따라 해안가를 걷기 시작합니다.
우르르릉...쾅....콰과광...
저 멀리 바다는 먹구름이 가득해 번개가 몰아치고 천둥이 울리고 있습니다.
끝에는 어느 한 산을 가리키고 있군요.
흐음?
-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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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를 걷다 보면 패각이나 그런 것이 눈에 보여야 할 텐데, 어째 오늘은 그런게 눈에 밟히지 않는다. 가만히 바닷가를 바라보던 재하는 번개와 먹구름 가득한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린다.
산?
# 산으로 향해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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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산으로 향합니다!
...
산으로 향하던 도중, 무언가 기운이 이상합니다...
기분나쁜 무언가가 전신을 훑고 바람처럼 어딘가로 향하는 그런 기분...
정말 기분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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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향한다. 자박거리며 걷던 도중 잠시 멈춰 선다. 목덜미를 싸하게 스치는 느낌. 전신을 싸르르 훑고 가슴부터 시작되는 짜릿한 느낌은 절대 좋은 것이 아니다. 훑고 사라지는 그 방향을 괜히 쳐다봤다.
..기분탓일까. 과연.
# 경계하며 불길한 느낌이 들던 방향을 찾아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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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찾아봅니다!
산 정상 쪽에는 흉폭하고 광포한 기운이.
산 중턱 쪽에는 그보다는 덜하지만 요사스럽고 사특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디로 갈까요?
**
흉폭하고 광포한 기운이 느껴진다. 홀로 가도 되는 것인가? 잠시 고민한다. 요사스럽고 사특한 기운도 있으니 어찌 해야할지 고민하던 재하는 중턱으로 향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오를 길에 마주할 수밖에 없다.
# 중턱으로 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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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턱으로 이동합니다!
...
....
.....
그 곳에는 웬 요괴들이 무리지어 서로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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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턱에 도착하니 요괴끼리 무리지어 대치하고 있다. 당최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나서봤자 좋을 일 없을 것 같기에 경계하며 지켜보기로 한다.
무슨 일이지..?
# 팝콘은 어디있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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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몸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봅니다!
보아하니 도깨비를 닮은듯한 거인 요괴와 그 무리.
그리고 무슨 새인지 모르겠는데 약간 흰 빛을 띄는 거대한 새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 채로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흐음...
상황은 백중세!
누구 하나가 먼저 나선다면 상대가 질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재하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도깨비 넌 내거야!
- 새와 도깨비. 재하의 눈이 흰 새를 한참이고 향한다. 하얀 새가 자신을 닮았거니 생각하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재하에게 있어 새라는 것은 날개 꺾여 죽는 것이었다. 이미 꺾여봤기에 잘 안다. 이미 죽을 새를 더 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암만 구해진다 한들 족쇄 묶이기에 날 수 없어 절망할 것이다. 7년이 지나 이미 높은 곳으로 날아갔음에도. 그리하여 날 수 없다 믿었다. 그렇게 합리화하기로 했다.
선택은 저 검은 거구의 도깨비다.
# 도깨비 선택할래용!!!!! 저번에 도깨비 컬러 블랙으로 변경한다 했던 것 같은데!!!!!! 블!!!!!!랙!!!!!!
**
검은빛의 도깨비는 마치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며 새를 쳐다봅니다.
쿠웅!
도깨비가 발을 구르자 그 부하로 보이던 요괴들이 벌벌 떨면서 새에게 달려듭니다!
와아아아아아악!
새가 날개를 퍼덕이자 칼날같은 바람이 연약한 요괴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합니다.
새액...새액...
휘하의 요괴들이 모두 쓰러지고 새가 지친 숨을 헐떡일 때 도깨비가 달려듭니다.
후우우웅!
거력이 담긴 주먹이 새의 부리를 후려칩니다.
빠악!
새는 속절없이 나가 떨어지고 도깨비는 그대로 새의 날개를 잡아 부러뜨립니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도깨비가 새를 집어들고 포효합니다!
곧, 도깨비가 내단을 취하려 들겁니다. 내단을 도깨비가 취한다면...
도깨비를 통제할 수 없을겁니다.
**
부하는 나가떨어지고, 도깨비는 그 틈을 노려 새를 공격한다. 재하의 색 다른 눈이 일순 가라앉은 것은 새의 날개가 부러졌을 때였다. 그저 구경만 할 심산이었건만, 이건 어쩌면 작은 반항일지더 모르겠다. 자신이 투영된 새의 날개를 꺾었으니, 꺾은 자를 갖고자 하는 반항. 루주는 돌아가셨으니 무덤을 파헤치지 않는 이상 너라도 내 곁에 있어야 이 변덕과 반항을 잠재울 수 있겠구나.
"그리하면 만족하겠사온지."
재하는 부채를 펼친다. 벚꽃잎을 하나하나 흩날리게끔 하며 내단을 취하기 전에 천천히 걸어 나온다. 여전히 수심 깊은 미소와 함께 부채를 턱가에서 살랑였다.
"몸이 말이 아니니 소마와 함께 가 푹 쉬시는 것은 어떠하신지요."
꽃잎이 돌아온다.
# 산앵 - 귀소 순으로 도깨비를 멈출 정도로만 공격해 볼게용! 내단 재하 거!!(?)
산앵이 2소모고 귀소가 5소모 맞겠죵??(혼란)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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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앗!
천앵 - 산앵
벚꽃잎이 흩날리고.
천앵 - 귀소
파바바바바바박!
꽃잎이 한 데 모여들면서 도깨비의 몸을 난도질합니다!
푸화아아아악!
도깨비의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쓰러지지만,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닙니다.
**
언제 보아도 익숙치 않은 무공이다. 꽃이라 하면 본디 아름답고 사람 하나 해치지 못할 인상을 떠올리나 이리도 쉽게 제압할 수 있지 않은가. 죽을 정도의 상처가 아니게끔 하였지만, 만일 죽일 의도였다면.. 재하는 부채를 접는다. 쓰러진 도깨비 앞에 서며 시선을 맞추려 했다.
"소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사옵니까?"
# 대화를 시도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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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재하의 말을 듣고는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봅니다.
흠...
'신성력'이 필요한 시점이군요!
**
재하의 눈에 부드럽게 감돌던 이채마저 가라앉는다. 죽은 사람의 눈처럼 내려다 보는 눈길이 텅 비었다. 대화의 반복은 격을 떨어트린다.
"소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냐 물었사옵니다."
주변에 다시 벚꽃잎이 하늘거리기 시작한다.
"혹 알아들을 수 없더라도 영민한 분이시라면 이 정도는 무슨 뜻인지 진즉 알겠지요."
잎이 제법 몰렸을 때, 재하는 사붓하게 미소를 지었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 자 앞에 선 저승사자의 것과 같다. 몸을 굽혀 도깨비의 목에 부채를 대려 했다. 만일 이대로, 자신이 도깨비를 제압했을 때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이번엔 제압이 아닌 목이 떨어질 것이라 무언의 협박을 하듯.
"이마저도 모른다면 어쩔 수 없지만.."
# 산앵만 써두고 각재용... 신성하다 신성해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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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을 끌어올립니다!
도깨비는 재하의 몸에서 내공이 끌어올려지는걸 보더니 안그래도 부리부리하게 큰 눈이 더욱 커집니다!
넙죽!
도깨비는 벌벌 떨면서 재하의 앞에 절을 합니다.
- 처, 처, 천유양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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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을 끌어올리니 도깨비의 눈이 커진다. 이러다 얼굴에 눈만 남겠다는 실없는 생각을 뒤로 도깨비가 절을 올리자 부채를 거둔다. 말을 하는 것은 물론이요 익숙한 구호에 재하의 얼굴에 처음 보는 미소가 가득 차오른다. 늘 만고의 수심 담던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제 주군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던 만족으로 가득 찬 미소가 가족을 만난 아이처럼 말갛다.
"지유본교. 이런 곳에서... 본의 아니게 소마의 미욱함이 형제님을 다치게 하고 말았사와요. 그렇지요..?"
참으로 안타까웁기 그지 없어라. 그리 말하는 재하가 작은 웃음을 흘렸다. 진심으로 안타까운 것이긴 한지 웃음소리도 이내 사그라든다.
"다친 자를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고작 새 한마리로 만족할 수도 없는 노릇.. 중원은 넓고 나의 주군께서 펼칠 위업은 헤아릴 수 없지요.. 하니, 형제. 실례가 되지 아니한다면.. 소마와 함께 하겠사와요?"
# 너 나랑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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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습니다.
- 누, 누구....
아 사람 말을 잘 못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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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지 마시어요."
말을 잘 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시감이 든다. 아무렴 그렇다. 자신도 말은 커녕 짐승 소리 내었던 날이 있다. 매달린 시체 밑에서 연명하던 날이. 잠시 가라앉은 눈으로 손을 올려 도깨비의 뺨 위에 얹었다. 안심하라는듯. 그리고 부채로 도깨비를, 자신을, 그리고 허공에 한 번 털어 보인다.
"가족이란 뜻이지요."
주군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재하는 다시금 자신을 가리킨다.
"재하."
그리고 부채를 도깨비를 향해 돌려보인다.
"너는?"
없다면 지어줘야겠지.
# 급 시작된 눈높이 교육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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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없음...
도깨비가 고개를 좌우로 젓습니다.
아하?
- 처, 천유양월...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는건가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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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다면..."
재하는 천천히 도깨비의 외관을 훑어본다. 검은 피부, 부리부리한 인상.. 재하이니 폐월이나 수화라는 이름을 짓기엔 무리가 있다.
"네 이름, 범무구."
딱 어울리는 이름이로고. 재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채를 탁 소리가 나게끔 폈다가 접었다.
"글 공부를 시켜야겠군요."
# 네 이름은 범무구范無救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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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무구范無救 】
선계의 천마신의 영역에서 살아가며 잡일을 돕던 하급 요괴. 도깨비의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그 핏줄은 선계로 천마와 함께 올라간 삼십육장로의 옅은 피가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귀신왕이 죽고 선계와 인세의 통공이 늘어남에 따라 새 삶을 꿈꿔보고자 인세로 내려왔다.
영역을 두고 다투던 도중 재하에게 굴복하였으며 이미 훌륭한 천마신교의 일원이다.
- 옅은 핏줄 : 아주 미약하게나마 위대한 성인들의 피가 흐른다. 무리를 이끌 수 있다.
호감도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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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만족스러운 결과다. 산 중턱이었으니 이제 정상에 올라야 할 텐데, 정상에 무엇이 있을지.
일단 고민은 제쳐두고 새 요괴를 살펴보려 했다. 죽었나?
# 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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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단 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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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갈라봅니다!
내단을 본 법무구가 입맛을 다십니다.
내단이 눈에 띕니다! 바로 섭취하시거나 법무구에게 주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주십시오!
절대!
절대 보패 이름 짓고 효과쓰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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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단이 있다. 재하는 잠시 고민한다. 먹는다면 자신에게 득이나 흑야*가 얻은 것이 아닌가.
* 흑야: 전승상 범무구를 부르는 다른 이름 중 하나.
# ..이거 반띵 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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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띵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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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본인이 먹는 것이 이득이거늘 재하는 정상적이질 못한 자니 못내 신경쓰인다. 입맛을 다시는 범무구를 보며 이리 오라 손짓한다.
"당신이 노고한 것이니 당신의 것이지 않겠습니까."
# 너 머겅!
진화하나(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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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입니다!
범무구의 덩치가 조금 커집니다!
새로운 능력이 개방됩니다!
- 요력개방 : 주변에 요력을 퍼뜨려 파동을 일으킨다. 미약한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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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좀 커진 것 같은데.. 재하는 고개를 쭈욱 빼든다. 참 크기도 하여라.. 본인도 체격이 여린 느낌이 들 뿐이지 키가 작은 편은 절대 아닐 텐데..
"몸은 좀 어떻습니까?"
곧 산 정상을 가봐야 할 터이니, 이정도는 묻는 것이 예의일 테다.
"출발할 것인데."
# 무구가 괜찮으면 정상으로 가볼거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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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무구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입니다!
- 천유, 양월...
오.
말이 좀 더 뚜렷해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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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좀 뚜렷해진 것 같다. 앞으로도 영약이 있다면 먼저 챙기게 해야할지, 아니면 말 가르치기에 온 힘을 다해야할지.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모습에서 재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가도록 해요."
# 정상으로!
- 이무기
정상으로 이동합니다!
...
정상에 다가가는 도중에 웬 동굴이 하나 보이는데...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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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재하는 잠시 범무구를 쳐다본다. 요괴라면 자신보다 훨씬 기감이 좋을 테니.
# "저기에 들어가도 되겠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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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무구는 겁에 질려있습니다!!!!!
- 용, 용 비슷한 것.
- 세다.
-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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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용 비슷한 것이 있다고."
재하 부채 펼쳐 잠깐 생각에 잠긴다. 용은 화경의 고수도 상처 입혔으니, 어미와 새끼인 이무기인가? 아니면 승천을 돕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고수도 상처를 입었으니 고작 일류인 나는 필히 죽을 것이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재하 천천히 고민하다 눈을 휘어 웃는다.
"무구야, 나보다 수십배는 강한 사람들을 이곳에 부르면 그 사람들은 죽을까?"
# 정파 버스터콜 시켜서 조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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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다.
범무구가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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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무구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든다. 여기의 마교도라 하면 본인. 마교도가 있음을 알릴 정도면 그정도의 경지와 내공을 가진 자. 내 천강단이 아님을 아는 자면.. 조만간 교국 내부를 쥐잡듯이 뒤져 간자를 색출해야겠거니? 혹 그것이 아니더라도 명분 주었지 아니한가. 논파한다 하여도 말이야 적당히 꾸미면 되는 법.
재하 뜻하지 않은 난관과 쾌재 동시에 찾아오자 일단 기척을 숨기기로 했다.
# 일단 조용히 대기타용! 귀영심법 그림자들 적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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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은 되고 있지만 상대는 용이기 때문에....킹쩔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더 기척을 숨기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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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휙 채이고 말았다. 경지가 자신보다는 높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절정의 고수 정도는 된다는 건지.
생포라.
이대로 정파 놈들에게 끌려가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말지. 수치스럽고 또 이 모습 역하여 손 들 수 있다면 얼굴 가려내려 시도하였다. 그러면서 나직이 속삭였겠지.
"범무구, 내 다시 부를 때까지 숨어계십시오."
# 일단 무구 도망치게 하고, 손이 자유로우면 얼굴을 가리는데, 그게 안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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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무구는 헐레벌떡 도망칩니다!
목이, 조금, 아프군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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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니 다행이지만, 목이 이리 아파도..
쿨럭.
# 설마 피 토하고 그런 건 아니죵? 이정도면 몹쓸 몸뚱아린데 아 맞구나 그렇지만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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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캡틴은 드디어 종합병원과 약골 약점이 활약할 기회에 기뻐합니다!
쿨럭...쿨럭!
피가 튀어나옵니다!
이게 과연 정파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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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놈에게 넘기더니 적법하게 해결하라? 자신이 지켜보고 있으니 허튼 생각도 말라? 재하 눈을 굴려 잠시 자신을 낚아챈 사람 바라보다 아직 마저 뱉지 못한 피를 입에서 주르륵 흘렸다. 뭔가 말을 하려면 일단 입에 있는 것을 뱉어야 하지 않겠던가. 본인이 한 일이라고는 모의한 것인데 그걸 어찌 들었는지, 마교도임은 또 어찌 알았는지. 명분 생겼으나 지금의 설욕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참 잔인도 하십니다."
그리 속삭이고는 비틀거리다, 분부대로 몇 걸음 걸었다. 안개에서 인영이 겨우내 보일 적에는 결국 참지 못해 걷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으려 했던가. 기어이 눈물이 뚝 흐른다. 불가항력이며, 약해빠진 몸뚱이가 서러웠다. 이제 감정마저 제어가 잘 안 되는지 입술을 질끈 깨물다 부들부들 떨더니, 고개를 들어 정파 있을 곳 눈물 그렁한 눈으로 쳐다본다.
# 일단 울고봐용 울어라 재하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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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니다!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차가운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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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떨다 눈물을 툭 떨군다. 그치기 위해 입술을 악 깨물다 기어이 여린 살갗 찢겨 터진다. 검을 뽑는 소리에 더 다가가지 않고 발걸음을 느릿하게 멈춘다.
# 더 다가가진 않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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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섭니다.
휘이이잉....
서늘한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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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몰아친다. 더 가도 죽을 것이요, 가지 않아도 죽을 것만 같다. 멈춘 발이 쉬이 떼어지지 않는다. 발소리가 멀어질듯이 들릴 때, 재하는 소리를 최대한 죽여 한 걸음 나선다.
모르겠다. 죽일거면 죽이라지. 발악하면 될 일이다.
# 앞으로 나아가용..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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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벅....저벅.....
곧, 익숙한 얼굴이 눈에 보입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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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재하는 주변을 살피듯 슬쩍 눈을 굴리며 다른 사람이 있는지 또한 살펴보려 했다.
만일 없다면, 조용히 그를 부르려 했을 것이다.
"..마교도를 호송하러 오셨습니까."
# 건아? 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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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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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이 앞에 모습을 드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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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드러냅니다!!
저 뒤 편에는, 이제는 잘 모르겠을 인연이 아직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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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범무구를 부르기엔 상황이 여의치 아니하며, 여인은 가지 않았을 테다. 이젠 인연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맞춰주기로 하였다.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낸다.
"호송하려면 호송하시지요."
그리고 해결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돌렸다. 아마 여인이 있을 곳을 바라보는 듯싶다.
"이제 되었지 않습니까. 빌어먹을 마교도도 잡았으니 된 일 아니덥니까."
# 나 팔아먹었으니 이제 충분하지 않음..? 뭘 숨기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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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거대한...그림자가 안개 너머에 비춰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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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다. 재하는 황당하단 시선으로 잠시 용을 쳐다보다 범무구의 말을 떠올린다.
"아우님. 소마 알기로는 용과 용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들었사오니.."
저 동굴 안에 있는 것이 용 비슷한 것이라면...
# 저거 용이 뭐 지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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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오오오오오오오.....
재하의 몸이 공포로 물들어갑니다...
끅, 끄윽...끄으으으윽....우웨에에에에엑!!!!!
구토합니다!
거기에는 피가 섞여있고 몸은 덜덜 떨립니다.
도망, 도망쳐야만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벗어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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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멀건, 투명하기 그지없는 위액을 쏟아야 정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분홍색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재하 눈 홉뜬다. 재하 병약하던 날이 한두 번인가, 피가 섞인 것은 진즉 안다. 오늘 피 여러 번 쏟는구나. 재하는 공포에 잠식된 머리 속에서 겨우 생각을 꺼냈다.
지원 요청을...
그렇지만 아우는 어떻게 하고? 사람 두고 가는 일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데. 아직 어린데, 그렇다고 이대로 있어도 폐일 텐데. 바들바들 떨다 다시금 토기가 치밀 적에 뒤로 한 걸음 저도 모르게 걷고 만다.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목을 비집었다. 계속해서 한 걸음, 두 걸음…….
"ㅈ, 죄송해요. 내, 내려가서..내려.. 범무구!!! 어디에 있습니까!!!"
# 무구 라이딩 어디갔어용!! 재하 못 걸어 업고가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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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무구는 땅에 머리를 쳐박고 벌벌 떨고 있다가 재하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 뛰어옵니다!
터업!
범무구는 재하를 들어 어깨에 메고는 산을 미친듯이 뛰어내려가기 시작합니다.
**
"마기.. 마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가시옵소서."
산을 내려갈 적 고개를 돌려 입안에 마저 고인 피를 거칠게 뱉었다. 숙인 고개 너머로 온화해야 할 표정이 굳다, 이내 얼굴이 어두워지고 눈만 선득하다.
"…범무구, 용 비슷한 것이 혹시 이무기입니까."
용이 지키는 영물이 무엇이 있겠느냐. 이무기 아니면 같은 용이겠지. 다만 용 비슷한 것이라 했으니.
# 천강단으로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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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모른다. 그런거. 무섭다. 위험하다."
범무구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습니다...
범무구는 본능적으로 가장 강한 마기가 있는 곳으로 도망칩니다!
흐린 시야 너머로 강건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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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을 텐데 이리도 장하다. 범무구를 힘줄 돋은 손을 겨우 까딱여 토닥이곤, 혈귀자가 앞으로 나서자 고개를 들었다.
"어사대 감찰국장 재하라 하옵니다. 산동에 용이 나타났단 보고를 받아 확인하러 왔던 중 용을 마주하여 급히 퇴각하였사옵니다. 무례를 용서하소서."
# 건이가 상황 설명 해줬죵? 재하는 이제 가만히 있어야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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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국장께서도 계셨구려."
혈귀자는 말을 조금 높여줍니다.
"내 유념함세. 그런데 다들...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네만, 어떡하시겠는가? 우리와 함께 움직이시겠는가?"
- 피의 결혼식
# 결혼식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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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결혼식에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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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줄 것이라 믿고 양해를 구하며 고개를 숙여보인다. 천마님의 광명하심 교국의 사람에게 함께 하기를. 그리 홀로 남겨진 재하는 나직이 범무구를 부른다.
"같이 가시지요."
가는 길에 옷이 엉망이면 쓰나. 관리 잘 된 귀하디 귀한 흰 비단 옷이요 상아 조각된 낡은 비녀는 모두 왕 씨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 유품으로 남긴 것이니.
내 이걸 입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 칼 갈고 치장한다 내가.. 하객룩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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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건 '결혼식'에 참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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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 가보자고용 참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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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결혼식으로 향합니다!
남궁세가의 대문 앞에는 사천당가가 서있습니다!
천마님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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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감찰국장 재하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평화가 있다 한들 가장 아래에서 한 사람이라도 고통 받고 있는데 어찌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겠냐는 이유다. 주변의 견제에도 재하 늘 검소하게 입었다. 다만 오늘은 다르다. 신부가 있으니 최선을 다해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으나 다른 부분에서 최선을 다했다. 검소하던 모습은 훌륭한 손님이 될 것이라 믿었다.
아무렴 귀태라 불린다 한들 영물이라 불리던 순간도 있으니, 그 껍질 다시 뒤집어 쓰는 것이다. 재하 새하얀 머리는 반만 틀어올렸다. 폭포수처럼 흐르는 머리가 요추를 넘어 넘실거린다. 유일한 사치요 아끼던 비녀는 자신의 벗에게 그날 쥐여주었으니, 다른 비녀가 머리에 자리잡는다. 이마저도 한때 어린 시절 패물로 받았던 것이라 비록 세월이 흘러 낡았지만 여전히 깃털이요 매달린 옥구슬은 닳지 않았고, 우아함을 고수하고 있지 않은가.
살결을 덮은 비단옷은 눈발처럼 새하얗기 그지없으나 마냥 새하얗지만은 아니하다. 눈발에 진 그림자처럼 은은한 비취색이요 하늘색 바림되어 지나치는 곳 겨울 바람처럼 상쾌한 바람 일렁인다. 섬섬옥수인 손 전체 덮은 긴 옷깃 여인의 수줍은 손길처럼 너울거리고 한 걸음씩 내디딜 적 작은 발 감싼 새하얀 신은 발목을 보고싶단 충동 일게 한다. 담담하고 커다란 눈이 잠시 멈춘다. 흰 사슴이 그리도 귀하며 영묘하다는데, 그 사슴이 인간 되면 이럴 것일 텐데도, 재하 천천히 혹시 몰라 가져온 멱리 뒤집어 쓰려는 것이다.
아무렴 사천당가 때문이다.
# 혹시 몰라 주변을 둘러봐용! 주변에.. 누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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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대문 앞에는 사천당가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아니 왜 쟤네 안들어가고 저기서 저러고 있는거죠?
들키는 순간...사천당가의 독과 암기가 날아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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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의 깃발. 들어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교가 온다는 사실이라도 알아챈 것인지, 아니면 문제가 생긴 것인지……. 어느 쪽이든 곤란하다. 이대로 들키면 독이요 암기는 시간문제다. 재하는 천천히 숨을 죽인다.
# 최대한 들키지 않게.. 주변에 기다리는 인파가 있다면 그쪽으로 숨어보려 시도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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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기다리고 있는 인파에 몸을 숨깁니다...
음, 거리가 좀 멀어서 잘 들리지는 않는데...둘째 공자와 사천백 사이에 의견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불만을 내뱉을 수도 없는게, 뭐 어쩔겁니까...화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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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숨기는 것은 성공했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의견 차이인 것인가, 화경이니 불만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테고..
..내공을 써서 한 번 들어볼까? 벗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 청력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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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딱히 소리를 숨기려는 의도는 없어보입니다! 재하는 그들의 대화를 듣기 시작합니다...
"뭬라? 네 장인될 구월검이 오더라도 네 할애비가 죽마고우이자 막역지우인 내가 찾아오는 것을 폐라고 여길 수 없다! 내가 너 똥기저귀도 갈아주고 업어도 주고 그랬는데 어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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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인다. 눈을 감고 무슨 대화를 저렇게 하나 집중했더니, 재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멱리 속에서 입가를 소맷단으로 덮어 가렸다. 이것 참, 막역한 분께서 토라지셨으니 차암 곤란하시구나. 나의 도련님. 어쩌면 좋아.
어쩌면 기다리는 사람들이 불평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만 듣는 건 아닌 것 같은데.
# 아싸 지원이 놀릴거리 하나 추가됐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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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당오현의 입담은 사천제일이라고 할 만 합니다....
지원이 비키지 않는다면 지원비사가 중원 모든 사람들이 알게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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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입담을 본받아야 하는데. 감찰어사 기강도 저렇게 잡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재하는 새로운 것을 배웠다. 공자께서 비켜야 할 텐데, 어쩜 좋아. 다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재하는 멱리의 비단 속에서 눈을 흘끔 굴려 주변을 본다.
# 지원아.. 개꿀잼이야 어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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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오현은 절단마공의 고수인게 분명합니다!
사람 궁금하게 해놓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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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마공을 이렇게 사용하다니.. 역시 당가의 고수는 격이 다르구나. 재하는 이 과거사를 더 듣고 싶어졌다.
# 빨리 더 털어봐용!! 쿠키 다 써서 미리보기 기다리는 독자처럼 일주일이나 기다렸다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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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항복으로 안타깝게도 해당 작품은 연중되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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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시오 작가양반! 연중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조기완결도 아니고 연중 후 무기한 휴재 돌입이라니! 재하는 아쉬운 마음을 꾹 참는다. 그렇지만 당가에게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주위를 슬쩍 둘러본다. 인파 사이에 혹여라도 아는 얼굴이나 적이 또 있을까 싶었기에.
# ..애니바디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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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다행히 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행!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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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다행이다. ..아우님과 형님은 괜찮을지. 이탈해버린 것에 대해 추후 사죄와 보상을 하여야겠지.. 재하는 멱리의 베일을 정돈하며 품 속에서 청첩장을 꺼내어 확인한 뒤, 슬슬 들어가기 시작하는 인파를 따라 한 걸음씩 내디뎠다.
#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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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갑니다...
남궁세가! 아! 안휘의 왕이나 다름없는 그 권세란!
푸른 기와로 장식되어 있는 지붕, 그 기와에는 하나하나가 전부 장인이 공들여 새긴 문양이 음각되어 있습니다!
교국의 십대명문가보다도 훨씬 더 번영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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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오니 참으로 장관이다. 잠시 멈추어 주변을 둘러본다. 온통 화려하고 이곳의 권세를 누리는 것이 보인다. 장인이 공들여 새겼을 문양은 고사하고 이 정도면 십대명문가보다 번영한 것이 틀림없는 모습이지 않은가. 즐거운 이야기를 들어 곱게 휘었던 멱리 속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태어나 자란 이후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이리도 당연히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나 해본 적이 있나. 물론 공상이야 하였다마는 진짜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 적은 일절 없다.
그래, 공자께서는 이런 곳에서 나고 자라셨으니 나 같은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온 것과는 어울리지 않겠지. 재하는 차분하고도 소리 없는 걸음을 계속 옮겼다. 얌전히 있자. 얌전히.
# 자리를 찾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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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의 결혼식은 바로 진행되는게 아닙니다!
며칠에 걸쳐서 진행되죠!
재하는 구석에 있는 접객실을 하나 배정받습니다. 거기에는...3명의 사람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 새로운 손님이시군."
이들도 하객으로 온 자들이겠지만, 구석의 접객실에 있는 것으로 보아 그닥 중요한 인물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결혼식. 접객실로 배정 받았으되 구석이다. 재하는 곤란함을 숨기고자 무진 애썼다. 사람이 있을 줄이야. 차라리 방치하듯 해서 홀로 있었더라면 괜찮을 텐데, 잠깐 머뭇거리다 고개를 꾸벅 숙이듯 포권을 취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는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멱리는 아직 벗지 못한 상태였다. 혹여라도 흰 머리 들킬새라, 머리카락마저 그러안고 앉는 모습이 조심스러운 몸짓이다.
# 안녕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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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이 많으시구려."
손등과 얼굴에 털이 굉장히 많은 남자가 껄껄 웃으며 환영의 인사를 합니다.
"우리끼리 한 잔 걸치고 있었던 참인데, 함께 하시겠소?"
**
수줍음이 많다는 말에는 "강호초출이요 하여 여러모로 부끄러웁기에.." 라고 답했다.
술이라. 재하는 멱리 속에서 차분히 미소를 지었다. 중원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일은 흔했고, 긴장이나 어색함을 풀기에도 제격이었다.
"네에.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요? 저야 좋사옵지요."
조금 가까이 앉아 합류하려 하였던가?
# 술...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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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을 쓰는 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그나저나 과연 남궁세가일세. 온갖 강호명숙들이 다 모이지 않던가?"
"소문으로는 마교 놈들도 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설마."
**
한 잔을 받으면 다른 잔을 기울여주고, 그렇게 멱리 속에서 흰 손이 뻗어나와 잔을 집어가면 다시금 멱리 속으로 사라진다.
"?"
멱리를 써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거하게 뱉을 뻔했다. 재하는 본인의 술을 물처럼 마시는 재주가 이 상황에서 목숨을 살렸거니 생각했다.
"대체 그건 무슨 소문이온지.. 마교가 온다니요?"
# 설마 내 얘기겠어? 무슨 소문인지 들어볼 수 있나용?
**
"거 글쎄. 전번에 정파 서군이 패배하지 않았소이까? 그 때문에 사천지부인지 뭔지 하는 것들이 정식 문파로...승인되었단 말이지. 그네들도 정식 문파이지 않냐면서 와보겠다, 그런 소리가 나돌고 있소이다."
와...
**
"..그렇군요. 정식 문파로 정해진 것을 돌릴 수는 없사오나 사천당가와의 사이를 알면서도 오겠다니.. 무모하기도 하여라."
재하는 술을 잔 가득 따르더니 여유로이 마신다. 멱리 속에서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얼마 없는 머리로도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정식 문파가 되었으니 참석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그렇다면 무모하게 오려는 이유는 입지를 굳히기 위함인가? 아니면 자존심 싸움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달을 벌이려 함인가.
"자아, 자. 그래도 서로 눈치가 있다면 그 비룡과 그 중원제일미의 결혼인데, 분위기는 조금 망칠지언정 경사에서 큰 분란은 만들지 아니하겠지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시고.. 잔 받으시겠사와요?"
사천지부는.. 눈치가 있을까? 재하의 멱리 속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술이 더 필요하다.
# 좋은 정보를 알았으니 적셔!!
**
"글쎄올시다...사천지부장이 이번에 바뀐다는 이야기도 들리니...모르는 것 아니겠소?"
...예?
일단 적셔~~~!!!!
**
"지부장이 바뀐다 한들."
재하는 잔에 술을 따른다. 한치의 떨림이나 물방울의 튐 없이 잔의 호수에 일정한 파문이 인다.
"적어도 대놓고 싸울 일은 없을 것이어요."
첫 부임부터 감찰어사가 무더기로 오는 것이 싫으면 어련히 사리겠지. 재하는 속내를 꾹 삼키고 잔 주둥이를 다시 천장을 보게끔 세운다.
"자, 한 잔 더 드시어요. 술이 식겠사와요."
# 적셔~~~~!!!!!!!!!
**
적셔~~~~~~~
그렇지만 과연 재하의 생각대로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무슨 김씨 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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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 적셔도 되는 거 맞나? 그래도 일단 적셔! 술잔을 비우고 술병을 쌓아라!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면.. 재하는 천마님과 Cap of Kim에게.. 빌기로 다짐했다.
# 이렇게 계속 마셔도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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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적시고 있을 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음...?"
다들 술잔을 내려놓습니다.
"소란스럽구려."
"무슨 사달이라도 난게요."
"그럴리가. 여기는 창천남궁이잖소이까."
**
재하는 잔을 내려둔다. 바깥은 소란스럽고, 재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병을 비운 사람이라기엔 여전히 고매하고 흐트러짐 없다.
"..으음, 제가 한 번 보고올까요?"
# 나가봐야겠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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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재하는 바깥으로 나가봅니다.
엥? 왜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검을 차고서 어디론가 달려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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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고오겠다 한 것이 그리도 잘못된 선택일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재하는 검을 차고 달려나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주변을 살피다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니, 사실은 조금 급하게. 아니, 마찬가지로 달려나가서. 취기도 채 오르지 못하고 등골이 싸늘하다. 멱리가 바람결에 나부낄 적 황급히 붙잡고 마저 달리려 했다.
제발 아니어라, 제발..
#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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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 위대한 교국의 깃발이 보입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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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교국의 깃발. 보기만 해도 신앙심이 흘러넘치고 마음이 충만해진다. 천마님, 주군, 나의 사랑하는 교국이여.. 참으로 환영하는 바이오나 인간의 마음은 역시 간사하기 그지 없어 생각하옵나이다..
아.. 양물 되었사와요...
재하는 은은하게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려 했다. 멀리서 들리는 쾌활한 목소리.. 눈치가 없는 녀석이 분명하다.. 들키면... 나도 들킨다......
# 지원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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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뒤로 물러납니다!
다행히...교국 사람에게는 들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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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들키지는 않았으나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재하는 채 오르지도 못한 술기운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만약 이렇게 도망쳤다가 사달이라도 나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나서야 하나? 그렇지만 공자께서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사달을 내실까. 복집하다. 차라리 오지 말 것을 그랬나. 그렇지만 그건 또 예의가 아니지. 재하는 안일한 생각을 뒤로하며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일단, 일단은 지켜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 지켜봐용... 재하 이즈 워칭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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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조심히 지켜봅니다.
...남궁지원이 굉장히.
아주 많이 화가 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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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 화가 난 것 같다. 재하는 천천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순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 교인인 자신은 손님이고, 마교도인 사천지부는 불청객이다. 자신도 정파의 사람을 해쳤지만 환대를 받았다. 자신과 같은 사람의 얼굴은 보고 싶었으며, 사천지부의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알고 있다. 저 분노의 방향이 다른 이유를 잘 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야할지 여전히 감이 서지 않는다. 나선다면 입지가 곤란해진다. 비단 본인이 아니라 공자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다. 저 사람도 자신이 품어야 할 교인이다. 눈을 감고 교국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럴 때는 감정을 죽여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고 입 또한 무거운 것인가. 멱리와 너른 소맷단에 숨겨진 손이 잘게 떨렸다.
재하는 눈을 감았다.
저는 이리도 어리석은 자인 것 같습니다.
# 속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어용.. 회개하며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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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며 기도합니다!
운이 조금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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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마치자 보인 광경에 재하는 눈을 홉뜬다. 암기, 그보다 더 위험한 무언가. 저 무시무시한 위협을 재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7년 전 전쟁에서 교국이 어떻게 열세에 몰렸는지 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무슨 상황까지 갔는지도 안다. 제오상마전이 오기 전의 상황을 과연 재하가 몰랐을까? 그 때문에 청해단은 전멸 직전의 피해를 입고 둔언백은 사경을 헤맸으며, 재하가 맨정신으로 사람을 죽인 계기가 됐는데?
사천당가다. 당가의 사람이 나타났다. 세가끼리의 유대를 보면 당연한 일이나 교국에게 있어서 필히 좋지 않은 일이다. 이러다 진정 피가 튈 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면 이제 망설이지 않고 나서야 하는가? 그런데, 나섰다가 더 위험해지면? 첨예한 대립에서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사천지부에서 뜻이 있다면? 어련히 돌아간다면? 한 걸음 내딘 것이 잠시 멈췄다. 오늘은 경사가 있는 날이요 사람들이 첨예함을 내려놓지 않을까? 그렇게 안일하게 믿어보기로 했건만 귀에 꽂힌 목소리와 찢어질 듯 내지르는 포효에 재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것이다.
세상은 절대 재하의 뜻대로 흐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누군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피가 튀었다.
그 이후는 가히 본능에 가까웠다. 짐승처럼 몸을 낮게 숙이고 미끄러지듯 내공을 싣은 발걸음이 떨어졌다. 기이한 몸놀림으로 부채를 펼치며 어떻게든 막아세우려 한 것이다. 자신의 무모함을 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멱리를 부여잡지도 못하여 조심조심하던 베일이 뒤집어 까지고, 끝단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검기에 잘려 베였다. 재하는 교국의 신민을, 제가 지켜야 할 사람을 어떻게든 지켜보려 했다.
"아."
그러나 지키고자 한 손길은 닿지 못했다. 수많은 생명이 순식간에 꺼졌다. 넘어질 뻔 하였으나 네 발로 기듯 황급히 달려가 어떻게든 부여잡았다. 그렇지만 이미 명 달리한 시체를 안았을 뿐이다. 목을 깊게 베인 시체에서 피가 흐른다. 새하얗게 차려입은 옷이 피에 물든다. 덜렁거리는 머리를 끌어안자 가슴팍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이 피에 젖는다. "그만." 재하는 시체를 품에 안고 쓰러지듯 앉은 채 상반신을 웅크렸다. 목을 비집고 나온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그만." 아마 나의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만두라 한 적이 없다. 네가 그만두라 하였더니? 아니오, 그런 적 일절 없습니다. "그만……." 비명소리 난무하는 전쟁에서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사옵니까…….
"안돼, 안 돼…. 제발……."
어느 한쪽의 감정에 치우쳐야 하는데 그것이 되먹질 않아 벌어진 일이다.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으나 필요가 없다면 죽여야 함을 알면서도 하지 못한 탓이다. 누군가를 괴롭게 하고 싶지 않으나 가끔은 당연하게도 해야만 하는 일임을 묵과했다. 속내는 이리도 추악한데 선함을 추구한다. 나는 추악한 사람이고 악으로 단죄한다는 것도 싫어하는 배교자에 불과한데 어찌 이런 내가 누군가를 단죄하려 들겠는가, 내가 어찌 누군가를 이끌겠는가, 막아 세우겠는가, 나는 자격이 없다, 나약하고도 잔인하니 인간 된 도리 없다. 우스운 사람이다. 나는 대체 무엇인가, 나의 존재는 어떤 것인가, 나는…….
"아, 아으.."
나는 알량하고도 결핍된 욕구를 채우고자 사람을 써 감히 선함을 과시하려 한 죄인이구나!
이 멍청아, 네 주제를 기억해야지. 네가 감히 선하다 할 수 있겠더니? 살아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목 매달면 묻어주지 못할 말정 주린 배를 채우고, 널 데려온 여인이 그리 핍박받다 죽는 것도 모르고 네 즐거움에 열중했고, 밥이요 먹여주며 널 타인에게 사랑 받을 수 있게 해준 루주를 결국 죽여버리지 않았느냐. 네깟 것이 어딜 감히 선하다 하려 하느냐. 보아라, 네 안일하고 선하고자 했던 판단이 또 사람을 죽였고, 이제 다른 사람도 죽일 것이다. 너의 탓이다, 너의 탓! 만물 죄악이 모두 너의 탓이란 말이다.
"으.. 으윽.. 윽……."
재하의 목을 비집고 짐승의 신음처럼 윽윽대는 소리가 퍼졌다. 목이 졸리듯 비참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 만고를 끌어안은 울음소리였다. 이런 경사에서 울면 크나 큰 실례인데, 재하는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으로 품어야 할 교인이 죽었기 때문이다.
네가 죽였다. 아니, 내가 죽였다.
땅이 갈라지고 소강된다 한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재하는 그 사이에서 온통 하얗고 붉은 것이 되어버렸다. 교인과 정파를 정확하게 나눠가른 선을 기점으로, 재하는 교인의 속에 있었다. 재하는 시체를 안고 오열했다. 끄윽대며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비참했다. 차마 일어설 수 없었다.
어쩌면 천마님께서 원대한 뜻이 있어 사용하였을지도 모르나, 이 미욱하고 여린 필부는 그럼에도 사용된 자가 교인이었기에 그 상실감을 이길 수 없었다.
점차 오열하는 소리는 작아지고 몸만 바르르 떨린다. 재하는 그대로 우두커니 시체를 품에 안고 가련하게 주저앉은 그 모습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난리통에 비녀가 부러져 산발이 된 머리카락과 멱리의 찢어진 베일이 쓸리며 얼굴을 드러낸다. 눈시울은 붉고 비참함과 만고의 슬픔 끌어안은 얼굴은 처연하다. 그 모습마저 현실이 아닌 꿈결의 사람처럼 지독히도 아름다웠다.
"……."
당신들도 이렇게 될 것임을 필히 알았을 텐데 결국 그놈의 이권이 우리를 좀먹는구나. 재하는 처절하면서도 괴로운, 죄책감이 담긴 눈길로 천천히 지부장이 있을 곳을 한 번 쳐다보듯 하며 시선을 굴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싸움을 멈춘 자신의 형인 중원을 향하며 비참한 듯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피한 시선은 마침내, 지원을 향해 멈춰섰다.
익숙한 얼굴이다. 그런데도 당신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재하는 당신을 알고 있는데, 당신의 얼굴이 한없이 낯설다. 눈과 코가, 그 입이, 목에 선 핏대가. 모두 낯익고도 낯설다. 도저히 조합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지을 줄은 몰랐는데. 과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의 삶은 무상합니다. 봄날의 꿈과 같이 부질없는 일몽一夢일 뿐. 나는 그 꿈속 기루 높은 곳 난간에 서있습니다. 맞아 죽느니, 혹은 희롱 가득한 삶에 평생 목줄을 매느니, 나의 삶 무상하여 내 님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것을 깨달을 때는 뛰어내리고 싶지요. 한없이 아래로, 본디 있던 곳으로……. 그런데 막상 뛰어내리고자 하니.
"역시, 당신은 난간 아래에 없었어……."
당신은 난간 아래에 없다. 내가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을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뿐. 재하는 이내 부서질 듯 환히 웃었다. 부들부들 떨리던 가녀린 미소와 함께 눈물이 흘렀다. 불가항력이다. 만고의 수심을 품은 물줄기가 뺨을 타고 흐르고 있음에도 미소는 무엇보다 아름다우니 이 모순이 아닐 수가 없다. 당신과 나의 사이처럼 모순이 아닐 수가 없다, 나의 삶처럼 모순이 아닐 수가 없다……. 간당간당하던 시체의 목이 기어이 뜯기었으니 목 없는 몸이 품 속으로 허물어지고 덜렁이는 머리 안은 채로 아름다이 미소짓는 모습이 그리도 요사할 수 없다.
"돌아.. 돌아가야 해.. 돌아가서.. 준비를.. 지부장, 누구의 탓입니까? 돌아가서.."
넋이 나갔으니 더욱이.
# 엉엉 내 사람들이 엉엉.. 시점은 중원이가 땅을 갈라낸 뒤 잠깐 소강상태가 된 이후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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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의 무인들은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수가 죽고, 적은 수가 다쳤습니다! 뒤로, 뒤로, 뒤로, 또 뒤로! 교국 사절단은 벌써 정문 입구에서 좀 떨어진 대로까지 밀려난 상태.
중원이 만들어낸 소강상태, 그리고 남궁지원과 그 휘하 철검대의 공격이 다시 오기 전의 짧은 시간.
재하가 그리 말하자 누군가가 웃습니다.
...웃는다고?
"이런데에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찰국장."
누구지? 너는 누구냐. 재하는 새하얘진 얼굴로 고개를 퍼뜩 듭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웃고 있지 않습니다. 피를 흘리고 바닥에 쓰러져가며 악전고투를 이어갈 뿐입니다.
"대어를 낚았군요? 제 주군께서 좋아하시겠지요. 음...그래도 우리 교국의 높으신 분인데 가실 때 가시더라도 순교자를 만들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압니까? 사후추존으로 시복과정을 밟게 되실지도?"
경박하여 듣기에 거슬리는 말투입니다.
"하하하.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안되십니까? 아 그럴 수 있지요! 그렇구 말구요. 그러니까 그게 음, 뭐였더라? 아! 감찰국장님. 지금 지부장이 그 쪽이 모시는 제일상마전의 수족인건 아십니까? 오. 물론 모르시겠지요. 교국에 계신게 아니라 이 곳에 계셨으니 말입니다!"
이 떠벌이는 지 좋을대로 떠벌리기 시작합니다.
"최근의 일입니다만, 제오상마전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지부장 임명권을 제일상마전께 넘겨드렸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뭐...적절한 소통을 위한 도움을 준 결과 무려 축하사절단이 결성되었죠! 그렇게해서 수족을 잘라내려 한 것인데...이것 참. 다른 수족 하나가 또 엮일 줄이야! 거기다가 결혼식까지 몰래 참여하신 것을 보니 꽤 친분이 깊으신 분이 이 남궁세가에 있으신가 봅니다?"
낄낄낄. 하고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제가 직접 감찰국장을 베어내기에는 위험성이 따르지만...이 일들은 모두 지부장과 감찰국장의 주도로 벌어진 일입니다. 아시겠지요?"
아니지만 그렇게 만들겠다는 뜻임에 분명합니다. 재하의 이가 앙다물어집니다.
"그럼, 기왕이면 순교자가 되시기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철검대와 남궁지원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재하는 눈을 질끈 감습니다.
정적에게 당했습니다.
**
"……."
침묵. 침묵, 침묵.. 오로지 그뿐이었다. 재하는 참담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체를 안아낸 팔을 무력하게 떨궜다. 피범벅인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린다.
"씨발."
단 한마디였다. 상스러운 욕설을 지껄인 뒤에야 재하는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아니, 두 번. 아니, 세 번.. 속이 꿈틀댔다. 정적에 의해 속이 끓는 이유는 하잘것 없는 나를 깔봄이 아니라 주군을 깔봄이기 때문이요 감히 천마님을 믿는 자가 순교를 이리도 장난스럽게 씀에 대한 불경함이라. 재하는 속을 추스리려 했다. ..아무리 추스리려 해도 비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기듯이 하였다. 무려 교국의 감찰국장이, 높은 자라 할 수 있는 자가, 무릎으로 기듯 하며 앞을 막아서려 한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조아렸다.
"순수히 경사를 축하하고자 함이었으나 생각함이 달랐기에 벌어진 일이었나이다. 중원제일미와 비룡의 혼사를 경하드리오며 벌하려거든 같은 중원에서 맞댈 자를 벌하지 아니하시고 부디 신을 벌하시옵소서.. 부디 이 경사에서 더 이상의 피와 저주를 뱉어.. 축복 받을 날을 끔찍하게 만들지 아니하시옵소서."
# 중원아 북We검 가보자고에용
**
재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닥쳐오는 압도적인 기세.
당사자인 두 사람. 재하와 모용중원은 서로 입에서 욕을 내뱉었습니다.
씨발. 이거 되야 할텐데.
꽈득........!
중원의 손에 어마어마한 힘과 내공이 결집되더니 그것이 터져나갈것처럼 부풀기 시작합니다! 이대로라면, 검이 그대로 터질지도 모릅니다!
화르르륵...
강대한 기운은 곧 검을 불살라먹을 것 처럼 타오르더니 검 전체를 뒤덮어버립니다. 부정형한 모습으로 일렁거리는 이것은 불길인지, 아니면 내공이 유형화된 검기의 다음 단계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고개를 조아린 재하의 목을 향해 중원의 검이 떨어져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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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꽃이 세상을 뒤덮습니다.
모용중원은 모든 내공을 소진합니다! 탈력감에 지쳐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재하는....다음 레스를 작성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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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에게 당했다 한들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그렇게 믿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재하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갔고, 일단은 교인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거니 판단하였다. 하여 재하가 나선 것이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압도적인 기세가 몰려온다. 재하의 혀는 고운 말과 온갖 단 문장으로 이루어져야 하거늘 쓰디 쓴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강대한 내공이 느껴진다. 자신이 형이라 믿는 자의 것이다. 검 전체가 강대하게 타오르듯 하는 소리가 들린다.
─ 이 일들은 모두 지부장과 감찰국장의 주도로 벌어진 일입니다. 그럼, 기왕이면 순교자가 되시기를!
재하는 눈을 감았다. 조아린 고개 사이의 표정은 평온했다. 어리석은 자. 그대의 혀는 너무나도 길었다. 두가 경하면 설이 중했어야지.
"범무구."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수족이자 형제를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교국으로 돌아가십시오."
이후 불꽃이 세상을 뒤덮는다. 뒤덮이는 불꽃 사이에서 재하의 눈이 감겼다.
"천마님."
위대한 천마시여,진정 이 미천한 소마를 보고 계신다면 기회를 주시옵소서.
죽는다면 그것도 당신의 뜻이요.
살아남는다면 그 또한 당신의 뜻이옵니다.
다만 감히 청하건대.
"소마는 아직 죽을 수 없나이다."
숭고한 죽음인 순교를 감히 개죽음으로 조롱하는 자를.
후손이 택한 자신을 능멸하는 죄인을.
사랑으로 품어야 할 교인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 배교자를.
감히 악을 저지른 자를.
부디 이 소마가 더 큰 악으로 처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옵소서.
보고 계신다면, 손을 뻗어주시옵소서.
재하의 흰 옷이 피에 물들었다. 피거품 무는 소리가 들렸다.
# 기도하며 눈을 감고.. 아끼고 아끼던 기연을 박아용... 제일상마전에게 이 상황이 유리하게 흐르도록...!!!
**
목숨을 포기합니까?
**
# 이 목숨은.........
천마님의.....................
것이에용..........
기꺼이 바치기...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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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거나 피해를 경감하거나 하는 행위가 전혀 없습니다. 이대로 진행합니까?
**
# ....내공 있는대로 쏟아서 수라선 광염 써도 괜찮은 부분..? 괜?찮다면..? 그걸로..? 진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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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기 어렵습니다. 백앵을 쓰시고 모든 내공을 다 터시던가 또는 귀영심법 5성을 사용하시는걸 추천합니다!
이렇게 안하면 무조건 죽습니다.
**
# 내공 다 털 수는 없으니... . ... . 귀영심법 써야겠네용.. 그래도 부상..?은.. 남아있는거죵..? 우리 모용냥이 내공 헛되게 할 수 없다..
**
재하는 빠르게 기도문을 읊기 시작합니다.
기도문을 다 외워갈 때 쯤.
태양이 재하의 눈 앞을 불태웁니다.
- !!!!!!!!!!!!!!!!!!!!!!!!!!!!!!!!!!!!!!!!!!!!!
빛과 어둠이 명멸합니다. 세상은 밝았다가 어두워지고 뜨거웠다가 차가워집니다. 소리는 들렸다가 다시 들리지 않습니다.
재하의 몸이 불탑니다.
"구, 국장님!"
교우들도 재하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뒤에서 비명이 튀어나옵니다.
타닥....타다닥...
피가 흘러나오다가 곧 불꽃의 장작이 되어 연기처럼 하늘 높이 올라갑니다.
저 멀리, 성벽처럼 굳건하고 웅장한 남궁세가의 담벼락이 보입니다. 창천이라고 쓰여져있는 현판과 푸른 기와가 멋들어진 그 건물 말입니다.
교도들과 남궁세가의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져가고 있고, 이를 악물고 있는 남궁지원의 모습이 제일 먼저 들어옵니다.
그 뿐일까요? 눈을 감고 있는 모용중원의 모습도 들어옵니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갑니다.
새액...새액...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형님도 참으로 너무하시지. 조금만 살살 때려주시면 어디 덧나는걸까요? 매사에 그런 식이면 나중에 형수님께 소박을 맞으실지도 모릅니다. 좀 적당히, 기도문을 외울 수 있는 정도로만. 어떻게든.
춥습니다. 온 몸이 덜덜 떨립니다. 입도 같이 덜덜 떨려옵니다. 눈꺼풀이 너무 무겁습니다.
아...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고통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경악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제서야 사람들의 표정 변화가 눈에 보입니다.
세상이 느려진 것만 같습니다. 사람의 표정이 이리도 생생하고 직관적이었단 말입니까?
남궁지원, 그대의 얼굴이 참으로 볼만합니다. 눈을 그렇게 크게 뜰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요.
모용중원, 형님의 얼굴이 어두워집디다. 그러게 너무 세게 때리진 마시지 그러셨어요.
후욱.
그리고 갑작스레 어둠이 찾아옵니다.
.
..
...
....
.....
.....!
"....큰일이로군."
재하는 정신을 잃습니다.
"사라졌어!"
거대한 불꽃이 세상을 심판하려는 것 처럼 재하를 향해 떨어진 뒤,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주변은 박살이 났고 교도들과 철검대를 가리지 않고 부상자가 속출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재하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잿더미조차도.
**
재하의 세상은 어두운 다섯 척 너비의 공간에서 시작된다. 가장 첫 기억으로 돌아가듯, 세상이 점멸한다. 밝았다 어두워지며, 뜨거웠다 차가워진다. 어린 날의 자신을 떠올리듯 재하의 표정이 평온해진다. 그래, 나의 삶은 가장 밑바닥, 혹은 그보다 더 아래. 창천蒼天. 내게 닿을 수 없는 곳.
"─"
그럼에도 내 손 뻗어보고자 하던 곳. 내가 단 한 번이라도, 닿아보고자 하던 곳. 비명이 튀어나온다.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어서 물러가라 해야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눈이 구른다. 남궁지원의 모습이 보인다. 재하는 힘이 빠져나갈 적 가늘게 미소를 지었다. 숨이 가쁘다. 목을 베였나, 아니면 불탔을까, 그것도 아니면 이 몸이 혼이 되어 보이는 것일까. 아, 안타까운 나의 도련님. 죄송하기 그지없는 나의 형님…….
춥다.
우습게도 추운 것이다. 사무치게 춥다. 외롭습니다, 지금껏 바라던 것 없었으니 이 황량하고 공허함이 나를 감싸나 봅니다. 나의 혈관을 타고 조목조목 흐르다 기어이 숨결까지 얼리겠지요.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천마님의 은혜 충만하니. 이 사무치는 추위가 대수입니까.
탄식이 흐르며 재하는 마지막으로 주변을 담는다.
다만 하나, 단 하나 인간의 삶에서 아쉬웁고자 함을 찾자면. 당신이 그 표정을 짓지 않았으면 했는데.
뭐해? 웃어야지.
"천유, 양, 월……. 천, 세만.. 세……."
어둠이 찾아온다.
# 그만 저는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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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하의 부상 단계는 '5 단계' 입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요."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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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소리가 들렸음에도 반응할 수 없다.
무슨 소리인지도 알 수 없다.
재하의 세상은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 혹시 저 기연 제일상마전쪽으로 이득되게 산거 반영 안.. 된건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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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매해주시면 됩니다!
저 때는 급박했기 때문에 김캡도 바로바로 처리를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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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구☆매해용!!! (김캡 뽀담!)
(구매후)
#그렇게.. 됐다... 사경인데 속으로 천마님 찬양이라도 해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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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그림자가 스물스물 당신에게 기어오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있지만 보이고 숨이 쉬어지지 않지만 냄새가 맡아집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지만 재하의 손가락과 발가락은 미친듯이 접었다 펴졌다를 빠르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차갑고, 물컹하고, 무겁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이런 것일까요?
보이지 않는 눈 앞에 별들이 빛나고 있습니다. 어두운 세상 안에 점처럼 박혀 빛나는 것들이 무수히 재하의 옆을 지나갑니다.
뜨겁고, 차갑고, 무겁고, 가볍고, 빠르고, 느리고.
심장이 한 번 뛸 때 마다 수십, 수백개의 불빛들이 재하를 스쳐지나갑니다.
뜨거운 빛에 몸의 절반이 타버리고, 차가운 기운에 몸의 절반이 얼어버립니다. 몸에서는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지만, 또 느껴집니다.
시각, 촉각, 미각 등...모든 것이 느껴지지만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화아아아악 - !
눈 앞이 갑작스레 밝게 빛나고 재하는 눈을 뜹니다.
거대하고, 어두운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쿠그그긍...그그긍....쿠르르르....그그극...
저건...
재하의 눈이 좁혀집니다. 하늘 저 멀리에 거대하고 길쭉한 것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마치 똬리를 틀고 있는 뱀처럼...
쿠르릉....그그긍....쿠그극...극...꽈드드득...
툭...투두둑...
비가 내립니다.
거대한 뱀이 목을 높이 세웁니다. 그제서야 재하의 눈에는 뱀 위에 앉아있는 작은 사람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멀어 생김새는 커녕 윤곽만 바라볼 수 있는 거리.
저 어마무시하게 커다란 뱀 조차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어떻게 저 사람이 보이지?
재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갑자기 뒤로 나동그라지기 시작합니다. 무형의 기운이 자신을 밀쳤습니다.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뒤로 밀어냈습니다.
뒤로 넘어지면서 재하는 끝없는 무저갱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자신의 머리카락 사이에는 여전히 거대한 뱀과 그 위에 앉아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멀어지는 그 와중에도, 그 둘만은 또렷하게. 또 또렷하게.
선명하게 보이면서.
쿵!
재하는 눈을 뜹니다.
"일어났습니다! 마의! 마의를 불러오십시오!"
"감찰국장이 눈을 떴소! 속히 소식을 전하시게!"
"환자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소란스럽게 굴지 말게!"
"동공 반응부터 확인해봐!"
"괜찮으십니까? 감찰국장님. 제 말이 들리십니까?"
뿌연 시야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 흐릿한 말소리들.
재하는.
살아돌아왔습니다.
**
죽음이 다가온다. 잘 아는 감각이다. 어째서 아는지 모를 감각이다. 이것이 죽음이구나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안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차가웁고, 물컹하며, 무거웁구나. 아마 이대로 가라앉는다면 나는 다시는 올라오지 못하겠지. 밑바닥보다 더 추운 곳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못했는데.
세상이 빛난다. 그 빛이 또 괴로웁기 그지없어 눈을 감고자 하나 이미 눈을 감아버린 상황이었다. 나는 있되 없구나, 존재하고자 하되 존재하고 싶지 않던 마음이 이리도 형상화 되었구나. 마음이 기운다. 존재하지 아니하면, 그랬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주군을 보좌하였을 텐데. 내 삶은 보잘것 없는 미물에 불과한데..
눈이 뜨인다.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인다. 세상은 밝으나 비가 내린다. 비라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것임에도 이리도 아무런 것이 아닐 수 있나. 재하는 작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윤곽만 볼 수 있는 거리임에도..
재하는 뒤로 나동그라진다. 손길.
그 두 존재가 누구인지 깨닫게 된 것은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나는 있다, 존재하고자 한다, 올라가야만 한다. 과거 그렇게 살아왔듯,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한다.
그분께서 날 보고 계신다. 내게 손 뻗으셨다. 내게 기회를 주셨다.
적어도 나는 내 자신을 괴로이 여겼으나 당신의 원대한 뜻에 필요한 존재였군요.
어쩜 이리도 어리석은 존재인지..
"다, 른.. 사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재하가 살아 돌아와 겨우 쥐어짜낸 말이었다.
# 천마님... 저 평생 천마신교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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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자신을 바라본 것이 누구인지를 깨닫습니다!
새로운 별호가 생성됩니다.
【 직신直臣 】
천마신의 기적을 목도하는 자들, 받는 자들. 천마신이 직접 살펴보는 자들.
우리는 그들을 천마신의 직신이라 일컫습니다.
어떠한 이유로 이들을 천마신께서 정하시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직 흥미본위로 쳐다본 것이실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교국에서 이 직신들은 출신과 능력에 상관없이 천마신의 시선을 받은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대우받습니다.
세상에 알려져있기를, 천마신의 후예들을 제외하고도 이 직신들은 죽음 이후 천마신의 곁으로 불려가 천마신을 위해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 0에 가까운 확률로 천마신의 시선이 느껴질 수 있음
- 교국의 인물들에게 있어서 명성에 +1
- 교국의 인물들에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존경과 호의를 받는다.
"다른 사람? 제일상마전 말씀이십니까?"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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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후 잠깐의 정적. 재하의 상태가 좋지 아니함을 알기에 이 정적은 충분히 자연스러울 테지.
"……."
혀가 길어 좋을 것은 없다. 숨을 잠시 고른다. 더듬더듬 단어를 뱉는다.
"..예. 제일상마전을, 지금 알현할 수 있겠사온지.."
그리고 잠깐의 침묵.
"...경대 또한 필요합디다."
# 주군... 아뢸 것이 있사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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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전하러갑니다!
꽤 긴 시간이 지난후 주위의 사람들이 물러나고 어둠이 주위를 감쌉니다.
작은 경대도 하나 보이는군요.
"예를 표하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재하는 병상에서 일어나려합니다.
"되었다. 누워있거라."
주군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날 찾았느냐."
- 결혼식 그 이후
- 주위의 사람들이 물러나니 작은 경대가 보인다. 고개를 돌려 비치는 자신을 확인한다.
이후 모습이 어떠하든 재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병상에서 일어나려 하니 주군께서는 되었다 하였으나 어찌 누를 범하랴. 겨우내 몸을 일으켜 고개라도 깊이 숙여 읍하려 하였다.
"..감히 소마가 주군을 발걸음 하시게 만들었으니, 송구할 따름이옵디다."
일단은 사과였으매 재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심호흡. 주변을 살핀다. 이는 비밀리에 드릴 말씀이 있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재하는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다.
# 경대로 과연 영혼석 3개 무사한지 체크 좀 하고.. 엿듣는 사람은 없겠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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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의 얼굴은........
붕대로 감겨있습니다!
뼈가 부러졌었다는데, 아직은 뭐...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돌 3개인데 걱정은 마세요!
"..."
제일상마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재하를 내려다봅니다.
침묵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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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심하긴 하였나보구나. 재하는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습다. 한참의 침묵을 뒤로 웃음이 나올 것 같다. 감정이 실리지 않고, 이 상황을 자신도 납득할 수 없을 때 나오는 그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 그렇지만 재하는 담담하게 그런 반응마저 삼켰다. 당연함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재하는 조심스레 입을 뗀다. "주군." 하고 담담히.
"결혼식 도중 사천당가의 여식이 교인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사옵니다."
이불을 그러쥔 손이 바르르 떨린다.
"듣자하니 교국에서 사절단을 보내었다 하더군요. 구하고자 하였으나 남궁세가 또한 가세하였고, 많은 교우가 순교가 아닌 개죽음을 당하였사옵디다."
이제 내가 주변 눈치를 봐서 무엇하리. 붕대 사이로 재하의 눈이 낮게 깔린다.
"제오상마전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지부장 임명권을 주군께 넘기었다지요. 정적은 축하사절단을 통해 주군의 수족을 잘라내려 한 것이라 소마에게 직접 시인하였사옵니다. 아마 소마가 그 상황에서 죽을 것이라 판단하였거나, 살아 돌아온듯 그 죄를 덮어씌우려 하였겠지요."
심호흡.
"순교를 능멸한 자요, 그 자리의 수많은 고수가 모두 목도하였으니 자칫 교국을 크나큰 위험으로 몰아갈 자를 막지 못하였사오니 이는 정적의 수에 당한 소마의 죄이옵니다. 부디 이 미욱한 소마를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무지한 내 죄도 있으나 이 판국을 아예 다른 방법으로 덧씌우고 뒤집을 수 있음을.
"..다만 진위의 판단은 주군의 몫이오나 천마님께서 이유가 있어 소마의 목숨을 삼도천에서 건져주신 즉. 죄를 받으라 하면 달게 받을 것이요, 처단하라 하면 처단할 것이옵디다."
깊이 허리를 숙인다. 제 몸을 일절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제 주군을 위하여.
# 통촉하여...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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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재하를 내려다봅니다.
침묵이 길게,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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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재하 또한 침묵하였다. 평소 같으면 송구하다며 빌었을 텐데도 이젠 재하 자신에게도 그럴 여력도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천마신께 처단할 기회를 주시옵되 부디 쓸모를 증명할 수 있게 해달라 하여 다시 삶을 얻었으나 나는 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비참하여라.
# 침묵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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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침묵이 이어집니다!
제일상마전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고있지 않습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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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이어진다. 어째서 주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가. 차라리 타박을 하셨더라면, 실망했노라 야멸차게 말씀하셨더라면, 기녀 아래에서 자랐으니 역시 쓸모가 없었다 쐐기라도 박았더라면. 경멸을 표했더라면.
"…죄송합니다."
단 한마디. 고개를 떨군다. 이젠 시선조차 맞추기 버겁다.
# 저질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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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제일상마전이 입을 엽니다.
"되었다."
그가 말을 이어갑니다.
"네가 첩자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있다. 내 의심은 방금 네 말로 걷어졌으나 다른 이들은 아니겠지. 스스로 증명해야할 것이다. 할 수 있겠느냐."
**
되었다. 단 한마디에 재하는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숙인 고개는 쉽게 올라갈 수 없었다. 무거운 공기 너머로 들리는 소식마저 충격적이기 그지없어 재하는 잠시 예의를 잊고 말았다. 바람 빠지듯 헛웃음이 작게 흘렀다. 자조적이고 이골이 나, 웃음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어 한숨에 가까운 것을 흘리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온몸이 성한 곳이 없으나 기어이 재하는 부복한다. 벌써 고통에 겨워 몸이 달달 떨려도, 붕대 너머의 상처가 터지려 든다 해도 재하는 깊이 절했다.
"주군의 은덕으로 소마는 기루에서 벗어나 명줄을 이어갈 수 있었사옵니다. 그 순간 이후로 소마의 주군은 오로지 제일상마전 한 분이십니다. 어찌 이 충심이 변하겠사옵니까."
루주가 죽었으니 버려져 거리를 떠돌다 죽거나, 혹은 타인에게 팔려가 인간의 삶을 잃었을 텐데. 그런 비참한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준 은인을 어찌 반하겠는가. 재하의 헛웃음은 그 삶에서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 좋을대로 떠드는 그 상황에 치가 떨렸던 것이다.
"미천한 소마를 버리지 아니하여주셔서, 주군의 깊은 아량에 감복하나이다. 주군의 수족 되어 죽이라 하면 죽일 것이요, 전장에서 목숨을 던지라 하면 기꺼이 순교하겠나이다."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겠는가. 재하는 깊이 절한 모습 그대로 눈을 가늘게 떴다.
"……소마에게는 더는 떨어질 곳이 없사옵니다. 주군의 광명됨 위하여 어떤 수를 쓰더라도 헤쳐나가야 함이 응당 옳지 않겠사오리까."
# 절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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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느냐."
서늘한 눈빛이 재하를 훑고 지나갑니다. 그가 갑작스레 소매를 펄럭이더니 공간이 일렁입니다.
쿵!
- 범, 범무구. 아프다, 죽기, 싫다, 살고, 싶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고 있는 범무구의 모습이 재하의 눈에 들어옵니다.
범무구는 바닥에 누운 채로 부들거리고 있고 천주원은 조용히 범무구의 머리를 짓밟습니다.
- 악! 아아악! 아아악! 아아악! 아악!
"내게 말을 하지 않은 것들이 더 있느냐?"
- 살, 살려, 살려주, 십, 십, 십, 십시, 오, 오, 오.
- 천, 천유, 천...
천주원의 눈에서 신성한 보랏빛 기운이 감돕니다.
"모두 털어놓아라."
마치 거짓을 꿰뚫어보는 그런 눈빛입니다.
"모조리."
**
"예."
거짓은 없노라 그리 고한다. 다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공간이 일렁이고 보이는 익숙한 모습에 재하는 눈을 홉뜬다. "범무구." 짤막하게 그 이름을 부를 때 익숙한 단어의 배열이 귀를 찔렀다. 죽기 싫다, 살고 싶다, 무섭다..
"아니, 아니됩니다. 아니됩니다, 주군.."
몸을 비틀거리며 침상에서 내려온다. 가족을 만들고자 하였는데 이리 잃을 수는 없다. 그렇게 평온하고 담담하게 살아왔노라 자부할 수 있었건만 막상 처음 겪는 상황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머리를 짓밟고 고하는 소리에 새하얘진 머리 일순 폭풍의 눈에 든듯 고요해진다.
"어찌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어찌 그 은혜를 버릴 수가 있겠나이까. 어찌 소마가 그 명 거부하겠나이까. 모조리 털어놓겠사옵니다."
재하 눈 홉뜬다. 어찌 속을 꿰뚫고 계시옵니까. 어째서 자신의 속을 꿰뚫는지 재하는 알 수 없었다. 고할 것은 모두 고하였다. 결혼식에서 소란이 일었고. 소란이 일었고.. 재하는 천천히 자세를 갖춘다. 절하듯 몸을 웅크린다. 재하는 머리를 크게 박았다. 쿵 소리가 났다.
"맨 처음 산동으로 향하였을 적 대치중인 요괴를 소마의 아래에 들였사옵니다. 우습게도 가족놀음을 동경하였기에 그랬사옵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용을 마주하였고 중상을 입었으며, 추후의 일을 특급무관 강건에게 맡긴 뒤 남궁세가로 향하였나이다."
다시금 한 번. 쿵 소리가 났다.
"그곳에서 사천당가의 여식이 사절단을 공격하였고 남궁세가의 둘째 공자가 가세하였기에 막기 위해 뛰쳐들었나이다. 이후 그 싸움을 중재하던 모용세가의 소가주에게 부디 희생은 소마로 족하게 하여달라 빌었고, 목을 내리침 당하였으나 천마님의 긍휼함으로 죽음을 면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나이다……."
붕대에 다시금 피가 스밀 때까지.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사옵니다. 그분과 이전부터 마음을 나누었으나, 이미 혼약자가 있는 몸이요 소마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을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하니 어찌 감히 인간에게 마음을 품겠사온지요. 하여 마지막으로 얼굴만 보고자 하여 갔을 뿐이옵디다."
모두 털어놓으라 하였으니.
"거짓 일절 없으며 소마의 주군은 오직 한분, 제일상마전 천 주자 원자 되시는 분이옵니다. 하나 이전에 거짓을 고한 바 있으니 이는 불충이요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죽여주시옵소서. 다만, 요괴만은 살려주시옵소서.."
재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바닥에 피가 스몄다.
# 난 모르겠다.. 흐아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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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재하의 시선에는 제일상마전의 발에 짓밟히고 있던 범무구의 얼굴이 보입니다. 머리에서 발이 천천히 떼어집니다.
"가족....가족이라..."
나지막히 들려오는 제일상마전의 목소리. 범무구는 벌벌 떨면서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닥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모든 혼담을 거절하였기에 가족에 관심이 없는줄 알았거늘. 따로 마음에 든...잠깐."
제일상마전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중원제일미를 말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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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발이 떼어지저 범무구를 향한 시선에 안도가 감돈다. 다행이다. 본인은 어떨지 몰라도 가족같은 사이니까.
"……호형호제라면 모를까 가정을 이루는 것에는 관심이 없사옵니다."
불필요하다. 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빌어먹을 외형을 잇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의아함 담긴 목소리에 재하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예?"
얼굴을 감싼 붕대가 살짝 벗겨져 눈동자를 온전히 드러낸다. 답지않은 당황이었다. 일평생 보이지 않던 감정을 은연중에 드러내던 재하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아, 그게."
뭐라고 말하지? 소마가 더 아름답지 않사옵니까? 라고 돌려말할까? 아니다, 이건 아니다. 직설적으로 남편쪽이오. 라고 말할까? 미쳤나? 재하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고 불안한 눈치로 이곳저곳을 훑었다.
"그게."
이쯤되면 본인의 행동에서 아닌데요.. 아닌데요! 아닌데요!!를 격하게 표명하고 있음을 알기나 할까..
"그, 그게.... 송구하옵나이다."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렇지만 성별이 같단 연유로 타인을 품지는 않으니까.. 소마도 눈이 있고..." 이건 또 뭔 개소리야.
# 불편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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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은 비틀거립니다.
"...이성과 혼인하여 가정을 이룰 생각은 있느냐?"
- 혼인
- 재하는 비틀거리는 제일상마전을 보며 시선을 피하듯 눈을 굴렸다. 재하 자라며 비록 아버지나 어머니가 없긴 하지만, 먼 과거 입마관에 있을 적 부모 있는 자가 속을 썩이면 저렇게 비틀거리더라 하던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여기서 솔직하게 말하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그렇다고 솔직하지 못하여 다른 사람도 괴로웁게 하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소마 주군께 감히 아뢰옵기 참혹한 발언이오나 만일 짝이 생긴다 한들 대를 잇고자 하며 정을 나누는, 부부의 덕목을 행할 생각은 없사옵니다."
재하는 담담히 고했다. 여인을 품는 마음도 있다. 당연히 있다. 하지만 재하는 정이 없다. 사람은 사람이고 마음에 품는 자도 사람이다. 애초애 헤어짐을 염두에 둔 아슬아슬한 밀애였다. 그 사람이 내가 있는 바닥으로 떨어지길 바라면서도 다시 올라가길 바라는, 많은 장애물을 실감한 뒤 확신이 서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관계.
……하여 서로 마음에 품는 자 다르나 사정 비슷하여 보여주기식으로 합의된 관계라면, 하여 언젠가 헤어질 관계라면 모를까. 애먼 사람에게 자신의 불행을 물려줄 생각은 없다.
"비록 소마 약관의 나이가 갓 지나였으나 치기어린 마음이 아닌 그간 짧은 생 살아오며 수도 없이 번뇌하며 스스로 깨닫고 정한 바이오니 너른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옵소서."
차라리 사랑을 할 줄 모르는 몸이었더라면. 재하는 속내를 억누르며 읍한다.
# 쇼윈도 부부는 할 수 있어용... 억장 와르르맨션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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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일상마전은 침대의 난간에 두 손을 올리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재하를 쳐다봅니다.
"대를 이어야만 할 것이다."
그의 눈에는 강대한 기운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제일상마전은 재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혼처를 내 다시 찾아보지. 귀족가의 여식을 붙여주마."
그리고는 등을 돌리고 방문을 나서다가 멈칫하고는 고개만 뒤로 돌리고 재하를 쳐다봅니다.
"혼인에 연모하는 마음 따위를 찾을 필요는 없다. 허나 대를 잇는 것은 내게 충성을 바칠 자의 의무다. 오히려 나야 좋다. 대를 이을 아이에게만 최선을 다하라. 네게는 정치적인 동맹이 필요하다. 알겠느냐?"
대답도 듣지 않고 제일상마전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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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야만 한다. 재하는 참담함에 웃음조차 내지 못하고 두 눈을 마주보다, 고개를 숙였다. 혼처를 찾는다니, 게다가 귀족가의 여식이라니. 저를 아시면서도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니, 아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일상마전이 나갔을 때 재하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싼다.
— 사랑은 쓰고 버려야 하는 법입니다. 어느 때는 칼로 써야하며, 방패로 써야하고, 때로는 매정하게 내칠 줄 알아야 하지요. 절대 온전할 수 없으며 영원할 수 없습니다. 애정은 소모적인 것이며 진심이 담겨있더라도 내 죽은 척 해야할 때 명마 칼로 찔러 죽이듯 언젠가 찢어내야 합니다.
자신이 늘상 하던 말이 자신에게 정확하게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잠시 속내를 가라앉힌다. 입술을 꾹 깨물고 감정을 다스렸다. 충정을 위해서라면.
지금은 자신의 처지에 집중할 때다. 같잖은 감정이 아니라.
# 일단 회복에 전념해용... 도화전으로 질문권을 써보기엔... 너무 뜻이 완고해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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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에 전념합니다.............
현재 부상 단계는 '2단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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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움직여도 된다. 누가 그랬지.. 의원은 부활을 위해 찾는 것이라고.. 제법 무림뇌스러운 생각을 뒤로 재하는 얼굴의 붕대를 풀었다. 옥골선풍에 해라도 가면 안 될 텐데.
재하는 앞으로 할 일을 떠올려야 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들리는 이야기도 없고?
# 붕대 off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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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를 모두 풉니다!
흉이 조금 져있지만...얼굴은 멀쩡합니다!
모용 형아! 고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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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얼굴은 이상이 없다. 형님께선 그렇게 무리하셨는데, 아내님께 소박을 맞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아내라. 재하는 웃음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 천천히 일어섰다.
뭐라도 해야지. 이미지 회복 말이다.
# 이미지.. 회복....... 해야죵..... 할 일을.......... 찾아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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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을 찾아보기 전, 누군가가 문을 두들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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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셔도 좋습니다."
재하는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누구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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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문이 열리고 무표정한 사내 한 명이 안으로 들어옵니다.
"감찰국장 재하는 명을 받으라."
그는 제일상마전의 인장이 붙어있는 서신을 들고 있습니다. 재하는 허겁지겁 자세를 다잡습니다.
"일주일 뒤 정오에 평평시의 검마루의 꼭대기층에 앉아있도록 하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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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다잡는다. 서신을 이렇게 보낼 줄은 몰랐는데.. 재하는 들리는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눈치가 빛을 발한다. 선자리다.
당일날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면 되는 건가. 아니면 그만큼의 사고를 치면 되나. 못된 마음에 불경한 생각이 스쳤으나 감히 천마님께서 손을 대어 살아났으니 그 목숨 헛되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해야 할 일도 있지 않은가.
"……감찰국장 재하 명 받드옵니다."
불행한 아가씨. 재하는 눈을 감았다.
# 아이고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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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의 영향으로 시간이 강제 스킵됩니다!
재하는 선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평평시의 검마루로 이동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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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흘렀다. 재하는 거울 앞에 앉아 헛웃음을 흘렸다. 우스운 일이다. 이 시간 동안 나는 내 사람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못 들었는데, 나는 다른 사람과 선을 보게 생겼구나. 마음 같으면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만 치고 싶을까, 잠시 자신의 삶에 대해 깊게 고민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떠오르는 생각은 선자리의 여인이 자신을 과연 달갑게 받아주기나 할까 싶은 마음이다. 여인도 강제로 선자리를 만든 것이라면 어쩌지? 서로 싫어한다면 참 다행이겠지만, 그 당장의 혐오를 서로 견딜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 재하는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머리를 빗었다. 일단은, 선자리가 개판이 나길 바라자. 개판이 나길... 바라자. 머리를 빗던 재하의 입에서 결국 차라리 내가 요괴였다면 자유로웠을까.. 같은 소리가 새어 나온다. 범무구를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지만.
반만 느슨하게 틀어올린 흰 머리가 폭포수처럼 골반을 넘어서 쏟아진다. 비녀의 끝에 달린 장신구에서 은은하게 찰랑대는 소리가 난다. 잔머리도 사랑스레 내려온 이목구비 대칭 완전하니 모난 곳 없다. 분칠하지 아니하여도 병약한 눈가는 붉고, 희고 긴 속눈썹이 색이 다른 눈에 그림자를 드리워 우수에 찬 듯하다. 살짝 그늘진 눈 밑이 알게 모르게 퇴폐미 돋보이게 한다. 오똑하게 선 코를 밑으로 도톰한 듯 얇아 이상적인 표본을 따둔 듯한 다물린 입술 또한 붉다.
인형과도 같이 감정이 희미한 얼굴을 뒤로 우아한 목선을 흰 옷의 깃이 가려낸다. 허벅지까지 내리닿는 긴 소맷단이 섬섬옥수 가린다. 가는 발걸음 긴 옷자락에 보이지 않으니 움직이는 꼴 유령 배회하듯 조용하다. 화려하게 꾸미지 아니하였음에도 화려한 듯, 그리고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신기루처럼 흐리다.
검마루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어렴풋한 동백과 장미향이 섞인 듯한 향유의 냄새가 나나, 족적이 사라지면 공기가 맴돌아 그 또한 아스라히 흩어져 길을 잃는다. 재하는 천천히 손을 모았다.
결국 도착하고 말았구나.
# 인생사.. 무상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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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다소곳이...?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 기다립니다.
일다경 정도가 지나고 평범한 외모의 여성이 재하의 앞에 천천히 앉습니다. 그녀는 차가운 인상이었는데 재하를 쳐다보는 눈동자엔 놀라움이나 감탄같은 감정이 없이, 무료함과 귀찮음이라는 감정이 역력합니다.
"평평이가의 이도혜라고 하옵니다."
그녀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재하에게 말합니다. 재하의 입장에서는, 꽤나...신선한 반응입니다.
"감찰국장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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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하게 기다리니 차가운 인상의 여성이 천천히 앉는다. 무료함과 귀찮음 역력하니 재하 속으로 우스움 감출 수밖에 없었다. 혼인은 정치라더니 주군께서는 필히 그런 여인 찾은 것인지. 시끄럽게 굴지 않아 다행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조용히 눌러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평평이가의 여식을 뵙습니다."
무미건조한 말투와 달리 잔잔한 어조로, 천천히 답한다.
"예. 교국의 감찰국장 재하라 합니다."
여인에게 바로 본론을 얘기해도 되는 것인가 고민했으나 무례를 범하는 것이니 입 다물기로 한다. 그정도 예의는 있다.
# 아니 이럴수가 클리셰 부수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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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차도 시키지 않은 채로 재하를 쳐다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감찰국장께서는 제일상마전의 심복 중 하나라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점소이가 그녀의 뒤에서 쭈뼛거리고 있습니다.
재하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봅니다. 주변은...아무도 없습니다. 이 넓은 공간에 오직 둘 뿐이군요.
"평평이가는 신뢰와 그 증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허나, 감히 지존의 옆자리를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 뜻을 이해하십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이도혜는 자신의 할 말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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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도 드시겠습니까, 권유하려던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재하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그렇습니다."
재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점소이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지금부터 네 이 이야기를 어딘가에 발설하는 순간 혀가 잘릴 것이다. 그런 뜻의 눈짓을 하고는 다시금 눈을 굴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이해하옵지요. 다만 한가지 묻고자 합니다.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여인처럼 할 말만 한다는 것은 지극히 무례한 행동이니 감히 감찰국장이 할 리가 없는 행동이었다. 다만 이미 선자리에서 무례를 범한 것은 여인이 아닌가. 재하는 차분하고 담담하였다. 차라리 지금 이렇게 서로 할 말을 주고받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판단하였던 것 같다.
"감히 지존의 옆자리는 요구할 수 없음을 이해하나, 그렇다고 출신 불분명하고 아득바득 기어올라와 그 충정을 타인에게 의심받는 잡것의 옆자리에 팔려가는 것에."
색이 다른 눈동자가 여인을 응시한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권태로움과 출처가 불분명한 환멸이 서린 눈이었다.
"여식의 의견이 한마디라도 있었습니까?"
# 싸가지 on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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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습니다.
"당연한 것을 묻는군요. 제 의견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감찰국장께서는 대의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시나 봅니다."
이도혜는 손가락을 까딱입니다. 그러자 점소이가 조심스레 다가옵니다.
"녹차 두 잔."
그리고는 귀찮다는듯 손을 휘젓습니다.
"그럼 결정되었군요. 혼인 날짜는 위에서 정한 뒤 내려올겁니다. 다행히, 감찰국장께서는 절 연모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아이만 있으면 됩니다. 이 부분은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저희 쪽에서도 적정한 선에서는 한 가지 양보해드릴 수 있습니다. 있으십니까?"
곧 녹차가 두 잔 나옵니다.
"그리고 윗 분들이 보시기에 흡족하실 수 있도록 여기 남은 녹차는 다 마시고 가시는걸 추천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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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둘이 만났구나. 재하는 비꼬는 듯한 말에도 눈을 가늘게 뜰 뿐이었다. 더 할 것이라면 하라는 듯.
"어찌 주군의 뜻이 대의를 앞서겠사온지."
재하는 안타깝다는 듯 눈썹을 휘어보인다. 이미 재하의 뜻은 소교주의 뜻이다. 어차피 정치적인 혼인인 것, 도구끼리 시답잖은 말싸움은 하고싶지 않다는 듯 주군을 대며 이후의 언쟁을 미리 끊어버리기로 했다.
녹차 두 잔의 관계. 혼인답지 않은 혼인. 연모는 무슨, 얼어죽을. 재하는 눈을 굴리며 한가지 조건에 턱을 괸다. 우스운 일이다. 별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재하는 그 말을 삼키고 녹차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서로의 쓸모가 다하면 별거하며 각자의 삶을 살았으면 싶군요. 너무 과했나?"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녹차 잔을 든 재하는 그제야 눈웃음을 한 번 친다.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잘 부탁드리지요."
사랑하진 않지만 고깝지도 않은 도혜 아씨.
# 이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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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하가 그리 말하자 이도혜가 웃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동의합니다. 허나 이는 저희 쪽이 양보하는 것이 아닌즉, 양보받을 것을 한 가지 생각해두시지요."
후룩. 그녀는 녹차를 한 모금 합니다.
"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하실 필요도 없기는 합니다만. 저희 쪽에서 제안을 드렸더니 제일상마전께서 거절하시더군요. 이 조건은 어렵다 미리 말씀드리는겁니다. 그리고..."
그녀가 녹차를 내려놓습니다.
"환영합니다. 동업자."
그녀가 일어나 포권지례를 합니다.
철저히 사업적인 동료로 대하고 있습니다. 지원아! 안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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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줄도 아는 사람이었나. 재하는 녹차가 든 잔을 고이 양손으로 거머쥐고 도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양보받을 것은 천천히 생각해도 되겠사온지."
손에 온기가 스미자 마음이 차분하게 다잡힌다. 이건 감정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될 문제다. 사랑은 쓰고 버리는 것임을 안다. 주군께서 후사를 바라신다. 이것은 거래일 뿐이다. 깊게 얽매일 일도 없다. 이 삶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달라지는 것이 없을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조금 멀리 내다보는 것이 낫지 않은가…….
녹차 한 모금. 차분하게 넘겼다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속이 불편하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날 불편하게 하지.
"아버지 노릇이라.."
말꼬리를 흐린다.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지금은 바로 답할 수 없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이 험난한 중원, 아이가 유복자가 될 가능성이 없을 리가. 재하 또한 일어나 포권지례를 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동업자."
다만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니, 재하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미소 중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선보였다.
# 도혜야... 우리 찐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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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혜와 재하는 전략적 제휴 동맹을 맺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 알박기
-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일단은 고분고분 따르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모두 비운 녹차잔처럼 세상사 비어있을 때도 있지 않은가. 그리 빈 마음으로 살고 천마님 뜻을 따라야지 별 수 있나.
그리고 어찌 되었든 명문가의 혼인이다. 곤두세워야 할 감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나 재하는 참아내기로 한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 선보는 거.. 끝났나용..? 건이 알박기 해줘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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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다!
..라기엔 결혼에 얽매인 유부남(예정)의 회한 담긴 마음의 소리였다..
돌아가서 주군을 만나뵐 수 있을까..
#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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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을 알현하시겠습니까?
보자..
1.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가? O
2. 상견례 끝나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O
3. 알박기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잔소리를 들어도 그러려니 넘어가는 이 시대의 참된 윗선같은 마인드를 품었는가? 이건 모른다.
만나자.
# 알현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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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국장이 소교주 전하를 알현하기를 청하옵니다."
긴 읍소가 이어지고 안에서는 허락이 떨어집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안에는 작은 체구의 남성과 제일상마전이 함께 앉아있습니다.
재하는 남성이 누구인지 눈을 좁힙니다.
감찰국장을 하면 많은 고위 귀족들과 관리들을 알게되기 마련입니다.
제일상마전과 함께있는 저 남성은...
평평이가의 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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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 재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 이가의 가주님.
문 닫고 나가고 싶다....
그럼에도 재하는 은은한 미소와 함께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시서화학의 힘아 날 도와줘...
"소마, 재하가 제일상마전과 평평이가의 가주님을 뵙사옵니다."
#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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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상마전은 들어와 앉으라합니다. 평평이가의 가주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재하를 바라봅니다.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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