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보이지."
"아니, 그냥 비려 보이는데."
"좀 잘 봐. 살도 탱탱하고 혈색도 건강하잖아. 설령 비리다 쳐, 저 정도면 있잖아- 조리사만 실력이 되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구."
"그래? 내 눈에는 뭐 어떻게 해도 저건 비린데. 짓는 표정도 그렇고, 그동안의 내 식사 경험만 봐도 저런 건 항상..."
"당사자 앞에서 품평하지 마라, 이 자식들아. 그리고 하나도 비리지 않거든?? 증명해줘? 허벅지살이라도 고이 잘라드려??"
-어딘가에서 들리는 요괴 2인조와 인간 1인의 만담.

당신은 인간입니다! 음 뭐라 할까요, 별 볼일 없고, 터무니없이 약하고, 수명이 긴 것도 아니고 가진바 요괴보다 나은 게 있기나 할까 싶은... 주절주절 떠들지 않더라도 가장 잘 아는 것은 본인이리라 믿습니다. 무르고 슬픈 생명.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그 대신인지는 몰라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몹시 많은 것 역시 당신 인간이니까요! 길의 종류를 섣불리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차근차근 알아나가는 일 역시 성장의 길을 걷는 하나의 묘미 아니겠어요?

"불로불사?"
"새삼스럽게 굴어, 요괴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 요괴들 말이다. 도저히 무얼 해도 안 죽는 놈들. 그게 불로불사지 불로불사란 게 따로 있겠냐. 에잉, 이것아. 내가 어디 실력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아? 다 그래, 인마!! 다아 그런다구."
".........불로불사 인간이라고라?"
"허허, 생판 듣도 보도 못한 소리구먼... 쌩 인간은 맞다, 근데 늙지도 죽지도 않으면 어떡할 거냐- 뭐 그런 소리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릴... 진짜 있다는 건 아닐 거고? 어엉, 그치......"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만에 하나 그런 놈이 있다고 치자스라. 그건 인간이 아니야, 끔찍한 요괴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자칫하다 위험해지기 전에 먼저 잡아다가 족쳐야지."
-마을 변두리 퇴치사 정이산, 불로불사에 대한 반응.

당신은 맙소사, 불로불사입니다! 늙지도 않고 죽더라도 되살아나는 존재. 정확히는 평소에는 늙지만 않을 뿐 여타 인간과 다를 게 없는데, 죽음만 맞이하면 당신 의사와는 관계없이 반드시 부활하고야 맙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어요? 기억을 되짚어봅시다...... 아니, 물론 당신 기억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오너의 원활한 캐릭터 설정을 위해 아무튼 되짚어봅시다...... 무언가 잘못 먹은 것 같습니다. 평소 먹던 밥에 모르던 약이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내지는 무색무취의 불명의 액체를 멋모르고 마셔버린 것 같습니다. 내지는 불로불사의 영약인 줄 뻔히 알고도 모종의 사정으로 복용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연유든간에 당신은 그 무색무취의 액체를 섭취했고, 결과는 지금의 모습입니다. 당신은 아주 오래 전의 인물일 수도 있고, 의외로 최근의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타인에게 당신의 정체를 숨길 수도, 숨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드러내면 그다지 좋은 취급은 받지 못할 듯싶지만요. 당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을 뿐 엄연한 인간입니다! 불로불사의 인간이라고 미래를 추구하지 말란 법 있어요? 미래를 그려보세요, 미래에 당신이 될 모습, 영위할 삶의 모습... ...세상이 멸망할 순간은 나중에 생각하자고요, 이건 너무 어둡다.

"아무리 인간 요괴의 낙원이라 해도 바깥은 위험합니다요...! 무시무시한 요괴가 진을 친다 말씀 드리지 않습니까요! 도련님은 나리와 마님이 걱정되지도 않습니까요? 두 분이 도련님을 지키려고 얼마나 애쓰시는데!"
"이상해. 다른 아이들은 잘만 나가는데, 어른들도 나가는데 왜 나만 막는 거야? 이해가 안 가. 왜 나한테만 안 된다고."
"도련님은, 귀하고 또 귀한 몸이시지 않습니까요... 해질녘 되면 요괴의 세상이 되는 줄은 아시지요? 마을 바깥은 낮이건 밤이건 무조건 요괴 세상이에요! 철없는 아해들이 막막 나간다고 덥썩 같이 나가면 곤란하단 말씀입니다요. 자칫하다간 크게 다치고 돌아와요! 도련님은 밖에 나무를 할 필요도 없고, 약초를 캘 필요도 없고! 얼마나 편한데 어째서 위협을 자초하시는지 당최 모르겠습니다요...! 나리 말씀 잘 듣고 마을 안에 안전히 있읍시다요, 예?"
".........너, 있지. 뭐 좀 물어도 돼?"
"아이고! 쇤네한텐 얼마든지 하문하시는 겁니다요."
"인간이 요괴를 무서워하면, 반대로... 요괴는 뭐라도 좋으니 무서워하는 게 뭔지 말해봐."
"요괴야... 무서울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요. 불가사의한 괴력난신들인데....... ...쇤네는 말입지요, 어쩌면 그들은 그저 두려움을 받기 위해 세상에 난 것은 아닌지까지 가끔 생각하고는 합니다."
-언젠가 인간 마을에서 들린 대화.

당신은 요괴입니다! 인간의 천적, 인간의 공포며 경외, 신심, 그리고 육신을 씹어 삼키며 살아가는 존재. 당신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인간에게 당신에 대한 공포를 안기며 인육을 구해 먹는 일일 텝니다. 당신은 유명한 설화의 등장인물일 수도, 현대에 떠돈 괴담의 주인공일 수도, 크게 대단치는 않은 어떤 미신의 근원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과 구분 못할 모습일 수도 있고, 인외의 모습이 가미되었을 수도 있고, 동물의 특색을 지녔을 수도 있네요. 훌륭합니다! 그런데 어딘지 아쉽지 않나요? 가령 좀 더 색다르거나, 좀 더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멀쩡히 살아있는데 없다 없다 취급되는 기분을 네가 알아? 멍청한 인간 새끼들... 뭐, 팔도의 호랑이가 싸그리 멸종했다? 하. 산속을 다 뒤지기라도 했나 보지."
"하하, 이렇게나 건재한데 말이야."
"내 말이! 그런데도 이 꼴이라니까? 기가 차서 지나가던 승려나 한 명 잡아먹고, 음 그리고 맛있어서 또 하나 잡아먹고, 나는 아주 용감하니까 또 잡아먹었지! 몇 명씩이나! 그렇게 소불하 수백 명은 잡아먹은 것 같지... 반응도 없냐? 요괴 재미없어지게... 에이, 잘 있어라. 난 이만 간다."
"...음, 턱 긁어줄게."
"...어, 기분.. 좋, 좋아... 좋다, 좋...아...... 그, 그래서 말이야. 그렇게 잡아먹고 또 잡아먹다가... 갑자기 보이는 풍경이 낯설어라- 싶어지더라니 알아차리고 보니 여기 환상향이었더라니까?"
-호랑이 요수 주서월, 연회 중에.

당신은 짐승에서 깊이 비롯된 요괴, 요수입니다! 인간의 공포, 경외, 신심과 육신을 취하는 점에선 일반 요괴와 다를 것 없지만 기본적으로 우수한 신체 능력에 같은 종끼리의 단단한 결속력 등 꽤 많은 면에서 차별점을 지니는 종족입니다. 인간의 모습에 동물의 특징이 여기저기 보이는 당신은 동물에서부터 시작해 차차 요괴가 되었을 수도, 요수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랐을 수도 있습니다. 요수라 함은 보통 동물만치 낮은 지능의 소유자라고들은 하지만 당신은 드물게도 두뇌가 뛰어난 요수일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아니라면 말고... 아무튼. 실제의 금수에서 비롯된 당신이기 때문에 당신은 여타 요괴와 확연히 다릅니다. 정신적인 존재인 일반 요괴와 다르게 육체적인 쪽에도 존재가 잔뜩 치우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같은 요괴 사이에서도 그토록 특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자아,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욱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신지요!

"저희 텐구가 싫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좋습니다, 아주 흥미로워요. 과연 어떻게 싫으실까?"
"저 같은 카라스텐구는 끔찍한 파파라치에 속물이고, 카와텐구는 무해한 척하지만 누구보다 해악에 진심이고, 하쿠로텐구는 자기 주장조차 없어서 허구한 날 안 되는 일입니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만 남발하는 기계와 같다고요? 그러면서 산에선 말도 안 되는 텃세의 극치라니... 곧은 의견 표출에 자못 적극적이시어라! 이것은 참으로 감사한 정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야 한 개인의 견해 이리도 거저 받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모두들 진중하고 값진 입이라서 가진 생각이랍시고 경솔히 뻐끔대지 않는 것을 누구와 다르게 미덕으로들 삼더랍니다."
"어라, 뭡니까 그 눈? 사진은 감사히 받아가겠지만, 기자를 그리 험악하게 보아서 되는 일 같은 건 없는데요? 기껏 예쁜 얼굴인데 다 상할 뿐. 자자, 값어치 없는 문제니 이만 넘어가도록 하고, 이 앞으로 드릴 질문만 해도 산더미니 부디 들어주시겠어요?"
-카라스텐구 뉴도메이 치하야의 취재 현장.

당신은 텐구입니다! 요괴의 산의 주인, 환상향의 강세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잡은 텐구 사회의 자랑스러운 일원. 카라스텐구라면 나름 높이 출세할 수도 있는 삶을 영위하며 여러 중요 업무를 맡을 테고, 카와텐구라면 동분서주하며 갖은 잡무를 맡을 테며, 하쿠로텐구라면 높은 확률로 검을 차고 무관 역할을 할 테지요. 내지는 아직 실무에는 진출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일 수도 있고, 뭐어, 아니면 아예 사회에서 퇴출한 별종으로 독자적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당연히 요괴로서의 본분도 다하지만, 그보다는 텐구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닌 본분을 우선시해야할 텝니다. 별종이 아닌 이상 그것이 텐구 사회에선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령 출세하기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지... 이런, 너무 누설하면 곤란하지요?

"그들은 두렵게도 인간의 형태를 취할 수 있습니다. 쉽게 눈치챌 수 없으며, 엄니를 감추는 데 능숙한 그들은 언제라도 우리 주변에 섞여들고 녹아들 수 있죠."
"때가 되면, 그들은 짐승이자 흉악한 요괴로 되어 거리낌 없이 인간의 목숨을 탐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는 많은 경우 밤, 내지는 만월이 뜬 밤이라고 전해지는데 본디 인간된 몸이면 으레 신계해야 하는 시기인 줄로 압니다."
"하여 우리는 그들에 향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어설피 의심하는 일 또한 만들어서는 결코 아니됩니다."
"인간이 요괴를 해할 수는 없는 반면 같은 인간을 해치기는 더없이 손쉬운 까닭으로... 여러분은 아직 어립니다. 작금의 일로 분란하기는 하나, 혹여라도 이를 핑계로 다른 이라도 함부로 불신하여 다치게 하는 일만은 절무하기를 바라겠습니다. 낙원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퇴치사 어른들이 대신하여 힘쓸 터입니다. 우리들이 섣불리 나설 일이 아니라는 말씀을 지금 드리고 있는 겁니다. 잘 아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잔소리는 이쯤으로 하지요. 자, 이제 수업에 집중. 뺄 진도가 하고많습니다."
-가람학당 소속 교사 남위, 수인 퇴치 사태에 대해 떠들던 학생들에게.

당신은 수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단순히 성장이 느리고 수명이 길 뿐인 인간이지만 특정 순간에 짐승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요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존재의 보전을 위해선 물론 인육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요괴 말입니다! 조건을 만족하여 또는 예기치 못한 때에 짐승으로 변하는 순간에는 그야말로 두려운 괴력난신의 형상. 근원이 짐승 그 자체인 요수와 달리 짐승의 모습을 빌렸을 뿐인 독특한 모습을 취하는지라 공포는 가히 배가됩니다. 그런 당신은 인간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정체를 밝혔을 수도, 숨겼을 수도 있고요. 생각해보면 꽤 서글픈 삶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인간과 요괴 가운데 어중간한 위치에 있고, 그럼에도 분류는 요괴인데 마음은 대체로 인간에 가까우니까요. 당신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