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가의 아침은 뭐랄까... 땀내가 난다.
조금 일찍 일어나 단련을 하고 거칠게 식사하고 이런저런 우당탕탕한 일이 많지만 천의 침소는 달랐다.
키우는 식물들이 풍기는 꽃냄새. 일어나서 난을 닦는 모습 그리고...
"후후후후.... 제법 무르익었군요..."
악당면상으로 난을 닦는 팽천까지 무슨 사기꾼 수괴의 방같은 것이다.
#아침맞이를 해용
***
팽가의 아침은 언제나 분주하고 소란스럽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천은 식물들에게 물을 주며 기지개를 피고 있지만, 햇볕이 잘 들어오는 아름다운 창문 바깥으로는 이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너 벌써 역기 쓴지 일각 지났다."
"일각밖에 안됐는데 왜?"
"여기 지금 사람 몇 명인지 안보이냐? 왜 너 혼자 제일 인기 많은 20관(약 75KG) 역기 독점하는데?"
"그럼 빨리 왔어야지!"
"얌마! 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니가 가져가놓고 그게 할 말이냐?"
"그럼 화장실을 가지를 말던가!"
라던가
"어휴 등신들. 역기 하나 가지고 시끄럽기는..."
"우리처럼 가벼운 무게로 여러번 반복하면 되는데."
"중량치는 놈들은 그걸 몰라요. 근육은 반복이라니까?"
라던가
"무릇 육체란 신성한 것이므로 다른 신외지물과 기구에 의존하는 것은 사도나 다름없으니..."
"저들이 사문난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근데 사문난적이란 말 이럴 때 쓰는거 맞지?"
"맞을걸?"
라던가...
***
팽천의 아름다운하루...아름다운 하루...
못참겠다! 조용히살자!!!!
팽천은 난을 닦다 말고 문을 열고 외칩니다.
"...역기를 누군가 쓰고있다면 차라리 역기를 든 누군가로 상체를 조지는건 어떻습니까?"
"저중량 고반복은 실로 효율적이지만 팽가의 사나이답게 고중량 고반복으로 조져보시는건요?"
"그리고 사문난적이라는 것은 그럴때 쓰는 용어가 아닙니다. 어시겠습니까?"
#뒤져라앗!!!
***
"오오오오옷! 천 도련님! 드디어 나오셨는가!"
"다들 시끄럽게 하지 말고 도련님이나 모셔와!"
"큭큭큭...신선한 냄새가 나는군..."
팽천은 자신이 말한 바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남자고 여자고 모두 거대한 대흉근과 광배근, 대퇴근과 이두박근과 삼두, 전완근, 승모근.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두꺼운 목을 지니고 있는 우리 친절하고 상냥한 친인척들의 지도 아래에 해가 질 때 까지.
아니, 달이 휘영청 뜨다 못해 살짝 넘어가는 시간까지 쇠질을 해야했으니까요...
팽천은 지쳐서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뜹니다.
온몸이 고통스럽습니다.
그리고 바깥에서는 어제와 똑같은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너 벌써 역기 쓴지 일다경 지났다."
"일다경밖에 안됐는데 왜?"
"여기 지금 사람 몇 명인지 안보이냐? 왜 너 혼자 제일 인기 많은 20관(약 75KG) 역기 독점하는데?"
"그럼 빨리 왔어야지!"
"얌마! 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니가 가져가놓고 그게 할 말이냐?"
"그럼 화장실을 가지를 말던가!"
라던가
"어휴 등신들. 역기 하나 가지고 시끄럽기는..."
"우리처럼 가벼운 무게로 여러번 반복하면 되는데."
"중량치는 놈들은 그걸 몰라요. 근육은 반복이라니까?"
"저럴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들것이지."
라던가
"무릇 육체란 신성한 것이므로 다른 신외지물과 기구에 의존하는 것은 사도나 다름없으니..."
"저들이 사문난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근데 사문난적이란 말 이럴 때 쓰는거 맞지?"
"어제 아니라 그러지 않았냐?"
"누가 그랬는데?"
"몰라. 기억안남."
"뭐 맞겠지."
***
천은 침상에 쓰러진채 여전히 악당면상을 하고 웃습니다.
"크큭.... 재미있는 분들이라니까요..."
염병하는 놈들이란 뜻입니다.
허나 이대로 방에 있으면 언젠가 누군가가 들어와서 또 영겁의 땀내지옥에 끌려가게 될터... 팽가의 지낭, 숫자를 셀 줄 아는 천재 팽천은 생각합니다.
#정문과 창문이 반대쪽이니 창문을 통해 나가서 담을 넘자...!
***
담을 넘습니다!
담을 넘자 그 곳에는...
왜인지 온갖 벽과 담, 그리고 거기에는 아주 자그마해서 손가락 하나 정도나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튀어나온 못이 박혀있군요.
아니면 상상하기도 싫지만 아무리봐도 손가락 힘으로 벽과 담에 구멍을 뚫은 흔적들이 보입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거나 벽을 올라가거나 하고 있습니다.
"어? 천 도련님 아냐?"
"이야. 어제 근력 수행장에서 열심히 했다는 소식은 다 들었습니다."
"오늘은 신법과 경신법을 익히려고 오신게지요?"
"이 절벽타기가 진짜 온 몸의 근육을 협동하게 만들어준다니까?"
"잘 생각하셨소이다!"
날렵하고 탄탄한 몸을 가진 친인척들이 팽천에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
"후후후... 이미 소문이 퍼져있던 겁니까..."
지능은 낮으면서 묘하게 소문퍼지는 속도는 빠릅니다.
애초에 남의 방 앞에서 근육단련하던 놈들이 누군데...!!!!
"팽흑흑흑..."
그렇다고 다들 자기랑은 다르게 섬세함이라곤 찾아볼 수없는 무공괴인들... 도망치는것은 어렵겠지요...
허나 팽가천재, 줄여서 팽천!!! 좋은 방법을 떠올리지 않을 수없으니!!!!
"아버지!!!! 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입니다!!!!"
#변명시자악!!!!!
***
"가주님께서는 폐관에 드셨는데 어찌 보러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껄껄껄! 형님. 천 도련님 말씀은 그게 아니지 않소. 가주님께서 폐관에 드신 장소가 어디요?"
"...! 아! 내 잊고 말았구려! 허허 천 도련님께서 절벽타기를 너무나도 하고 싶으셨나보오."
이게 무슨.
아.
팽천은 떠올리고 맙니다.
아버지, 팽욱헌이 폐관에 든 장소가 어디인지를.
바로.
저 위에 까마득한 절벽 위.
올라가는 계단이니, 길이니, 줄로 만들어진 것이니 그런 것은 하나도 없는.
마치,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세상에 존재하는 저 지구 반대편에 라딘 아묵리가의 울룰루 바위와 유사한 장소.
오직!
사람의 힘만으로 기어 올라가야만 하는 그곳...
그곳이 바로 아버지의 폐관 장소이자, 여기 이 미친놈들이 수련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대체 왜 세가 안에 이런게 있냐고요?
하북팽가는 언제나 당신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법입니다.
하북팽가여 영원하라...
***
"후후... 도대체 왜 집 뒷산에 이런게..."
당황하면 말이 안나온다더니 천은 그만 자살버튼을 눌러버리고 만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이미 저들의 정신은 절벽타기에 빠져있어 되돌릴 수없는것 같습니다.
"팽어흐흑... ...보호장구는 없습니까? 아니 예. 됐습니다. 팽가의 강철같은 근육이야말로 금강불괴를 뛰어넘는 최강의 보호장구라고 하실테니!"
아무리 절벽이 떨어져도 기연만 만나고 죽지는 않는 성지라고는 해도! 나약한 팽천에겐 어려운일!!! 아아, 팽가여. 하늘은 어째서 제갈이 아닌 팽가에 천을 내려놓았단 말입니까. 누가 한번 거절한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 된거 그냥 다같이 올라가시지요. 제일 먼저 올라가신 분께는 제가 시라도 써드리겠습니다."
#피할 수없다면 합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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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루가 지납니다.
팽천은 온 몸에 열이 난 것 처럼 격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북팽가에서 늦잠이란 허용되지 않는 법!
문 쪽에서는 근력 운동을 하는 미친놈들의 대화가.
창문 쪽에서는 절벽타기를 하는 미친놈들의 대화가 어떻게 된 게 아침 새소리보다도 일찍 들립니다.
이 새끼들은 잠을 안자나?
팽천은 퀭해진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참고로 지붕 위에는 구로스핍(크로스핏)이라 하여 저 두 가지를 모두 동시에 수행하는 개자식들이 있습니다.
답이 지하라 생각하셨습니까? 지하에는 연무장이 있습니다.
이 곳은 하북팽가.
무림 제일의 헬스장입니다.
...
천은 터덜터덜 밖으로 조용히 걸어나옵니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틀 운동했으면 하루는 쉬어줘야됩니다.
하북팽가도 그런 것 정도는 압니다. 오늘은 아무도 팽천을 붙잡고 운동시키지 않는군요.
메데타시...메데타시...
***
"후후후... 드디어 해방이군요..."
다행히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몸상태가 말이 아니라 무언가 할 수는 없었습니다. 붓을 잡으면 손이 떨리고 차를 내리려다 몇번을 엎었는지 이놈으 잡구석 언젠간 먹물냄새가 나게 해줄겁니다.
"...일단 좀 걸어야겠습니다. 앉아있으면 그대로 뒤질것같으니..."
#일단 좀 집안을 어슬렁거려봅시다
***
"도망쳐야겠군요"
휴식을 얻기는 했지만 그 사람들 눈에 띄면 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도망가야합니다... 적어도 집에서 벗어나야...
#일단은 장원안을 어슬렁거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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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도 수련과 운동의 일부!
사람들은 팽천을 끌고 운동을 하러가지는 않습니다.
자유!
자유가 그대에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
"...진정한 자유!!!"
드디어 근육덩어리들이 아니라 먹물과 지성이 가득한 철학자의 고향으로 떠날 수 있다는 뜻! 즉 서점으로 갈 시간이란 겁니다.
# 저잣거리로!!!
***
저잣거리로 나갑니다!
이곳은 팽가가 위치한 하북!
훗날에 불리기를, 북경이라 할 천하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중원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기도 하지요...
어디로 가보시겠습니까?
***
"후후... 그러고보니 읽고있던 책이 슬슬 신간이 나올때가 되었군요..."
무림의 정보하면 객잔이지만 험하게 자란 온실속의 헬창은 그런 평범한 정보도 잘 모릅니다! 팽가의 천재가 아는 방식은 가끔 책으로 정리되는 찌라시들 뿐...
#서점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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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갑니다!
"아이고, 도련님! 오셨습니까!"
젊은 책방 주인이 팽천을 알아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맞이합니다.
***
"후후후... 오랜만입니다 선생. 장사는 좀 어떤가요?"
팽가의 천재를 알아보는 것 같은 반응!!! 악역면상에 웃음꽃이 피어오르니 더더욱 악역같습니다! 저렇게 반기다니 언젠가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쳐 상도를 무너뜨릴 계획인걸 알면 까무러치겠군요!
"신간이 나온게 있나 해서 왔습니다. 최신 소식지같은걸 읽고싶군요. 집안에서는 대놓고 읽기 그래서."
#사장님 오함마... 아니 소식지 있어요?
***
"아아! 무림정론지라면 이번에 들어온 신간이 있습지요!"
책방 주인이 '무림정론지 겨울호'라고 쓰여진 책을 들고 옵니다.
"도련님께서 아시다시피 무림정론지는 1년에 4번, 계절에 맞춰서 나오지요! 대단한 이야기는 별로 없지만...그래도 시간 때우기에는 좋으실 내용입니다요!"
***
"후후후... 좋군요. 새 책의 냄새는. 좋습니다. 한 부 주시죠. 잠시 가게 구석을 좀 빌려도 되겠습니까?"
산 책은 집에 가져가면 읽을 시간이 잘 안날 수도 있으니 이런 가십지는 읽고 간다! 지니어스한 발상!!!
#사서 읽어볼건데... 생각해보니 지금 구매가 되나요?
***
하북팽가의 권세가 미치는 곳이므로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읽어볼까요?
***
"필요하신게 있으면 나중에라도 말씀해주시죠. 큭큭... 흥분되는군요."
마냥 근육의 성지가 아닙니다! 팽천이 누굽니까! 팽 지니어스! 중요한건 지니어스가 아니라 팽가의 지니어스라는 부분입니다! 대대로 이어져온 가문의 권세는 이곳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어디 천천히 한번 읽어볼까요."
#넹!!!!!
***
읽어보기 시작합니다.
무림정론지 겨울호는 가을 동안에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장강결전, 소림방장, 태극고검, 사마외도의 사망입니다.
그 이후 정파와 사파를 구분하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억눌려있던 무림 세력들이 준동하기 시작하며 정세는 매우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 무림정론지, 대체 어디서 발간하는걸까요?
***
"별다른 특이한 점은 없군요... 크큭... 하기사 장강결전이 일어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눈에 띄는 소식이 생길리는 없지요."
지금의 무림에서는 가장 큰일이라고 보아도 될테니까요! 정사파의 주요인물들의 사망, 그로인해 변해가는 세력도. 팽가도 중심을 잡아야겠지만 아직은 괜찮을겁니다! 아마!!!
"그러고보니 선생님, 이 책은 어디에서 가져 오는겁니까? 선생님께서 사실은 무림인이셔서 만들어온다거나 하시는겁니까? 큭큭..."
#그러고보니 진짜 궁금해졌어용!!! 이 책은 어디서 가져온거래요?
***
"무림맹에서 개방의 협조를 받아 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혹여 관심이 있으십니까?"
책방 주인이 껄껄 웃습니다.
***
"저나 가문의 다른분들처럼 무림인이 아닌 분들께는 중요한 자료가 되겠지요. 독서가로서 흥미가 없다고 하면 거짓일겁니다."
#당근빠따죠!
***
"크흠..."
책방 주인이 목소리를 가다듬습니다.
"그러시다면...무림맹에 한 번 가보십시오. 도련님. 아마 환영받으실겁니다."
***
"무림맹 말씀이십니까?"
같은 정파무림맹의 일원이니 무시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팽가 출신의 독서가라는 단어에서 오는 어마어마한 위화감을 덮을 정도는 아닐겁니다.
"그곳에서 이 책이 만들어지는 걸 직접 보고 참여할 수있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즐겁기야 하겠지만... 집안의 어르신들이 계시다고는 하나 가주님께서 폐관에 드신 지금, 제가 어찌 집을 비우겠습니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만큼 하북에 무슨 변고가 생길지 모르니 당분간은 선생님들 곁에 있어야지요."
#아쉽기는 한데... 당장은 무리가 아닐지!!!
***
왜인지 작은 소리로 '쳇' 같은 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만 기분 탓일겁니다.
"허어. 그렇습니까...참으로 아쉽게 되었군요."
뭐가 아쉽다는 걸까요?
"언제든 한 번 방문해보십시오. 정말 좋은 기회이실겁니다."
***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것 같지만 우리 믿음직한 하북사람이 감히 팽가의 자식을 무림맹으로 보내놓고 가격을 후려치거나 사파나 다른 문파나 하물며 마교의 첩자질을 한다는 비겁한 생각을 할리는 없으니 착각일겁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빌지요 선생님."
악역면상을 하고는 가게에서 빠져나옵니다! 슬슬 출출하기도 하고 객잔으로 갈까요!
#이제는 객잔으로!
***
객잔으로 갑니다!
객잔에 가자 본가에서 항상 나던 시큼한 냄새는 하나도 나질 않고 상쾌한 기분입니다.
향긋하고 다채로운 요리 냄새들과 강렬한 주향(酒香)이 아찔하게 코를 간질입니다.
"어섭셔어...?"
점소이가 팽천을 접객하려다가 흠칫 놀랍니다.
"어, 어, 팽...읍."
그리고 가문 이름을 말하려다가 스스로 입을 턱 막습니다.
"잘, 아, 안오시는 집안인데 어찌...아무튼 자리 안내해드리겠습니다요!"
***
가문 사람들은 도대체 하북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던 걸까요.
"적당히 소면이나 한그릇 부탁하겠습니다."
#주위 반응을 살펴볼게요!
***
왜인지 '그럼 그렇지'같은 점소이의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 앉습니다.
얼마간 기다리자 금방 소면이 나옵니다.
주변은 다들 대낮부터 백주니 황주니 하는 술들을 깔아놓고 요리와 함께 먹고 마시며 즐기는 중입니다.
흠...
'미.개.'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