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September ¶
- 海暮らしの始まり
- 요사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상할 정도로 대피소로 가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영문도 모르는 새 경찰의 손에 이끌려 대피소로 내려가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대피소로 가는 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입사 첫날부터 사이렌이 울려서 고대하던 직장에 출근도 못하게 되는 일은 사양이니까요.
사도로부터의 침입이 끊이지 않는 날이 계속되던 2015년 09월 01일, 합격 통보를 받은 신입 직원 여러분들은 기쁜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연구소에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건물들과 거대한 정화시설, 갈까마귀가 까악거리고 그리운 바다내음이 맡아지는 곳. 탁 트인 푸른 바다가 펼쳐진 수문 .
하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을 격하게 반겨준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거대한 멸균 시설이었습니다.
열로 지지겠다는 듯이 수차례나 끝없이 계속 되는 정화욕, 정화욕, 정화욕!
간신히 모든 멸균 과정을 끝내고서야 사원증을 쥐고 들어선 Visitor Center의 소강당. 여느 대학의 세미나실과도 같은 수많은 하얀 좌석들이 자리잡은 곳의 강단 위에는, 행정직 직원의 제복을 입은 짧은 샤기컷 머리의 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서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사업행정본부 인사총무과 소속 선임 행정원 스즈키 미카입니다. 연구소장님께서는 급한 일정이 있으셔서 금일 오리엔테이션 교육에 나오지 못하게 되셨기에, 부득이하게 제가 대신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합격 발표와 함께 앞서 공지되었던 오리엔테이션 교육이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모든 직원 분들은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
대체 왜 연구소장이 아니라 일개 선임 행정원이 나와서 소개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별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연구소장님은 급한 일정이 있으셔서 이번 오리엔테이션 교육에 나오지 못하셨기에 제가 대신 나오게 되었습니다' 라는 설명처럼, 단순 일정 문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소장급 위치는 매우 바쁜 자리이니까요.
한낱 신입 따위의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나올 사람이 아니다. 이말인 거겠죠?
신입 연구원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곧,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9월 1일.
대학교로 치자면 가을학기가 시작될 즈음. 자전축이 기울며 '가을'이란 단어도 무색해졌지만, 본질이야 달라졌겠는가.
쏜살같았던 멸균을 마치고 도착한 강당. 낯선 얼굴, 생경한 장소, 약간 들뜬 분위기. 마치 새학기를 맞이한 학교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스즈키 씨의 정중한 어투에 답해 주는 사람은 많았다. 그래서 요우는 대답하는 대신, 한 손에 쥔 사원증을 내려다보았다.
해양바이오본부 복원연구실─신입 연구원 코후쿠 요우幸福 遥.
그는 부서명이나 이름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고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대여섯장은 될법한 두꺼운 프린트들이 모두에게 나눠지고 난 뒤에야 시작된 오리엔테이션 내용은 특별할 것은 없었습니다.
해양 연구소 구역에 대한, 간단하면서도 좀더 세부적인 설명이 시작되었다는 것 외엔 정말로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해양 생태계 연구 기관의 구역은 총 10개의 멸균 구역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저희들은 간단히 말해서 이 구역들을 레벨 OO라 칭하고 있습니다. 각기 레벨 1부터 레벨 10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방문객들은 레벨 3 구역까지밖에 진입이 어렵지만 저희들은 레벨 10까지 진입이 가능하지요. 자격을 갖춘다면 말입니다. "
"나눠드린 프린트의 맨 첫번째 장을 읽어 보시겠어요? "
프린트의 맨 첫장을 살펴보시면, 꽤나 빼곡하게 레벨 별 멸균 구역이 적혀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이 분량....상당히 길군요. 정말 빼곡해서 읽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적혀 있기는 하군요.
프린트는 총 여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맨 앞이 접근 구역 레벨 설명지였고, 그 다음 장부터는 보직별 접근 가능 구역 설명이 적혀있는 페이지였습니다. 기타 구역은 편의시설 및 연구소 내 기타 시설들에 대한 자질구레한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크게 볼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맨 첫번째장에 적혀있는 내용은 방문객과 직원들의 보직별 접근 가능 범위가 적혀 있었습니다. 레벨1부터 레벨3까지는 Visitor Center, 소위 말하는 방문객 접근 가능 구역이기 때문에 우리같은 직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걸 잘 알려주듯, 스즈키의 딱 잘라 말하는 목소리가 강단에서부터 크게 들려왔습니다.
"정확히 레벨 4부터 레벨 6. "
"일반 행정직이 직원 출입증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은 여기까지입니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구역보다 높은 레벨은 행정원들에겐 접근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
손으로 엑스 표시를 크게 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한 뒤, 스즈키는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일반 연구직의 경우에는 레벨 4부터 10까지 모두 진입이 가능합니다만, 여기까지 진입이 가능한 경우는 어느정도 직급이 올라간 분들에 한합니다. 여러분과 같은 신입의 경우에는 레벨 4부터 7까지만 진입이 가능하며, 그 위는 선임 연구원들이 동행하지 않는 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으니 이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연구직 직원들이 접근 가능한 구역은 두 장을 빼곡하게 차지할 만큼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모두에게 열려있지 않은 곳에 대한 설명 역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다음장에 적혀있는 정화시설들의 경우 모든 구역이 레벨 10으로, 선임 연구원이 아닌 이상 절대 진입을 하기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설이기에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발전소의 경우 그나마 진입이 가능한 구역이 어느정도 있었습니다만, 이것도 일부 구역에 제한되어 있을 뿐이고 대부분의 구역이 신입들에게는 진입할수 없게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쓸데없이 나돌아다니지 말고 업무에만 집중하라는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별 채용직의 경우 역시 레벨 4부터 레벨 7까지만 진입이 가능합니다. "
"행정직과 달리 7단계 구역까지 진입할 수 있지만 그 뿐, 그보다 높은 등급의 구역은 접근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
특채직이나 행정직이나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하고 있던 스즈키는,
"단, " 이라고 강조해 말하며 돌연 이런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윤리감사실 소속 모든 직원분들은 예외로, 미야미즈 감사위원님의 허가하에 레벨 4부터 레벨 10까지 모든 구역의 출입이 가능합니다. 윤리감사실 소속 신입사원 여러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이건 또....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윤리감사실 소속 직원들만 예외로 하는 걸까요?
'미야미즈 감사위원님' 의 허가란 말은 또 뭐고요?
스즈키의 말을 사실로 증명하듯, 실제로 첫 페이지부터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맨 아랫줄에 '단, 윤리감사실 소속 직원의 출입증의 경우 제한에 상관없이 모든 곳을 출입할 수 있습니다. ' 라고 말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윤리감사실 직원들은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연구소장 직속에 위치한 부서라고 해도 행정직도, 일반 특채직도, 신입 연구직 직원들도 가지 못하는 구역을 윤리감사실 소속 직원들은 입사 직후부터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요.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올 법할 정도로 말입니다.
윤리감사실 직원들의 출입 가능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이후로도, 오리엔테이션이 끝날 때까지 해 주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오리엔테이션' 인, 질의응답은 없는... 그저 설명'만'이 계속될 뿐이었습니다.
"내일부터 여러분들이 배속된 곳에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나눠드린 프린트에서도 설명되어 있겠지만, 연구직의 경우엔 401동과 403동, 행정직과 특별채용직 직원분들께선 402동에서 근무하시게 될 겁니다. "
"그밖에도 많은 곳에서 업무를 보시게 되겠지만, 상세한 내용은 각자 부서의 선임 분들께서 설명해 주실 겁니다. "
다소 불친절한 오리엔테이션 설명을 마치고,
스즈키는 강단 앞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여러분께 이렇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질문이 있으시다면 손을 들어 말씀해 주십시오. "
소강당의 활기가 어떤 향수를 자극했던 것인지, 강단에 시선을 고정한 채 요우는 회상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일일이 되짚기 벅찰 정도로.
자다가, 산책하다가, 공중전화 걸다가 경찰에게 덥석 잡혀 끌려가곤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쨍한 원색 경광등이 먼저. 귓청을 찢어놓을 듯한 사이렌이 그다음.
어떤 경찰은 강압적인 억류에도 순종적으로 임하는 그를 희한하게 보았지만, 대다수는 그에게 무관심했다. 전후 사정 따위 알려 줄 리도 만무했다.
언제나 그렇듯 일이 돌아가는 경위는 알 수 없었다. 예측조차 불가능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대피소 구석에 기대앉아 무의식으로 침잠할 뿐이었다. 아니면 연로한 노인의 뒤죽박죽 기도에 동참하거나.
그리고, 요우는 그 사실에 별 불만이 있지도 않았다.
어느새 스즈키 씨의 설명은 마지막 장에 달했다. 다섯 번째 줄에서 여섯 번째 줄로, 여섯 번째 줄에서 일곱 번째 줄로⋯⋯ 넘어가고 있었건만. 요우가 보고 있는 페이지는 첫 장 레벨별 멸균 구역에 관한 깨알 글이었다.
그랬다. 양옆에 앉은 연구원들이 행정원의 안내에 따라 팔락팔락 바삐 프린트물을 넘기는 동안, 요우는 한 페이지도 채 넘기지 못했다.
주요 부분을 캐치하여 스피드하게 읽어 내는 남들과 달리, 융통성 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정독하고 있었으니까.
'아니다.'
호수처럼 잔잔한 푸른 눈동자에 조명 불빛이 반사되었다. 동시에 깨달음이 천천히 찾아들었다.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건, Visitor Center 건물로 들어오고도 코끝에 여전히 맴도는 듯한 바다 비린내였다.
죽은 생명의 흔적.
붉은 바다에선 결코 맡을 수 없는 냄새.
'⋯⋯.'
요우는 공상에서 헤어나오며 흰 가운 소매를 걷었다. 궁금한 건 많다. 연구소장의 행방, 윤리감사실 특혜, 출입 제한이 주어지는 이유. 자신의 직업상 눈에 띄는 특수생물보관실1.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땐, 한 발 빠르게 오리엔테이션을 소화한 신입들이 질문 중이었기에 손 들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의문을 해결해야 했다. 요우의 눈길이 프린트물 두 번째 장에 가 닿았다.
‘행정직과 윤리감사실.‘
그리고 금일 오리엔테이션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를 꼽아 보았다.
‘선임 행정원 스즈키 미카와 미야미즈 감사위원.’
그는 두 이름을 기억저장시냅스 서랍 상단에 배치하기로 했다.
.....
........
..............
요우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질의응답은 어느새 끝나 있었습니다.
특별히 질의응답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특수생물보관실은 멸종된 해양 생태계의 생명체들을 복원 및 보존하고 있는, 이 해양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복원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앞으로 일하게 될 곳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질문이 더 이상 없으시다면, 이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긴 설명,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
다소 불친절한 오리엔테이션 설명을 마치고,
스즈키는 강단 앞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여러분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첫 출근, 첫 업무.
숙소인 직원 단지에 짐을 풀고 여독을 풀고 나면, 내일부터 본격적인 여러분들의 업무가 시작될 것입니다.
어떤 업무가 시작되고 어떻게 일을 하게 될지는 여러분들 각자의 부서에 따라 아마 다르겠지 싶습니다.
다만.......뭐가 되었던 간에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이 연구소, 어딘가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프린트 마지막 장까지 정독을 마쳤다. 이쯤이면 질문할 수 있겠거니 손을 들어 올렸으나.
"아."
끝났다, 질의응답 시간⋯⋯.
스즈키 씨가 머리 숙여 인사하며 오리엔테이션을 마무리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남들이 손뼉을 맞부딪칠 때 홀로 손 들고 있게 된 셈이었다.
"왜요? 뭐가 궁금하세요?" 사교성 좋은 어느 신입연구원이 말 걸어온 건 그때였다. 요우는 겸연쩍어진 손을 거두며 미지근히 대꾸했다. "아닙니다. 스즈키 씨만 답해 주실 수 있는 질문이라⋯⋯."하고.
보아하니 다른 신입들끼린 벌써 인사가 오간 모양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 자유를 얻은 그들의 화제는 이러했다. "선임행정원님의 경어, 거리감 있지 않아요?" 그런가. 스즈키 씨의 경어엔, 되레 안정감을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온화한 연갈색 눈동자를 언급하며 두둔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뒤따랐고, 그들 무리는 곧 소강당을 떠났다.
그렇게 다들 흩어질 무렵. 요우는 강단에 남아 있는 스즈키 씨를 응시하다가, 그의 목 부근과 자기 손에 들린 사원증을 번갈아 보았다.
한적해진 소강당을 거의 마지막 순서로 나섰다. 목에 맨 사원증의 흔들림에 맞춰진 걸음은 직원거주단지로 향했다. 길을 찾기 위해 굳이 프린트를 꺼내 볼 필요는 없었다.
기억했으니까.
제대로 기억한 이상, 좌측 해마는 망각을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안내받은 시설들의 위치는 머릿속에 고스란히 자리잡힌 채였다.
그는 연구소의 기묘함을 곱씹으며 계속 걸었다. 사색은 짐을 풀 때까지도 계속될 예정이었다.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 適応の時間
- 평소보다 천장이 낮다. 아침 햇살이 비껴드는 창은 동향. 집이 아니구나.
요우는 식은땀이 맺힌 이마에 손등을 얹었다. 밤사이 이상한 꿈을 꿨다. 다사다난한 멸균 과정을 거쳐 오색 빛깔 바다에 도달하는 꿈을. 검지 끝에 검은 머리칼이 걸렸다. 그는 벽 너머로 옆방 사원이 씻는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도 침대를 벗어나지 않고 가만 누워서. "어디였더라, 여기." 라며 바보 천치 같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참 좋은 세상이다. 바보 천치에게도 턱턱 phD를 내주는⋯⋯. 그는 너무 늦지 않게 일어나 사원증을 집어 들었다.
@401동 8층 복원연구실 사무실로 갑니다.
각자의 여독을 풀고 난 다음날, 어느덧 첫 출근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연구직 직원들은 401동과 403동, 행정직 직원들과 특별채용직 직원들은 402동으로 출근할 때입니다.
과연 오늘은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가 보면 알게 되겠죠!
요우는 복원 연구실 사무실로 이동합니다!
복원연구실이 있는 층은 이상하게도 관계자 외 출입금지 라는 팻말이 붙은 연구실이 많이 보이는 층이었습니다. 추측컨대 중요 자원을 취급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복원연구실의 인상에 대해 설명하자면.....그렇습니다. 연구실의 정석 이라 할 수 있는 곳 되겠습니다. 여기저기 보이는 각종 최신식 현미경들이 늘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각자의 일에 너무 몰두중인 것인지, 사무실에 요우가 도착했음에도 큰 반응이 없습니다.
도와줄 사람을 찾아보시겠습니까?
끼이익, 달칵. 등 뒤로 사무실 문이 닫혔다.
먼저 도착한 연구원들은 각자 서류를 넘기거나 현미경 배율 조절하기 바빠 보였다. 그 가운데, 요우는 사무실 입구에 우두커니 서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멍 때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그건 나름대로 일터에 적응하려는 시도였다.
움직이려면, 그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얌전히 서 있습니다. 단, 어느책임연구원의도움이절실히필요해보이는아랫사람처럼. . .
사무실 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요우. 한참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 보면, 요우를 향해, 직원 한명이 반기며 다가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입이냐? 드디어 신입이 왔구나. "
"이야, 요시다 박사님이 아주 똘똘한 녀석을 뽑아 왔어. 네 이야기는 추천서를 통해 들었다. "
책임 연구원....은 아니고 선임 연구원 인 것으로 보이는 사람입니다.
연구원은 요우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가, 현미경이 많이 몰려있는 책상 한켠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해보였습니다.
"긴말 하지 않겠다. 저기 현미경 렌즈 닦기부터 시작하자! "
역시 어느 연구실이든 시작은 잡일부터 시작하는건 변하지 않는군요!
그는 순순히 끄덕이곤 책상 앞에 앉았다.
부드러운 티슈로 접안 렌즈를 닦고 있으니 학부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추천서 써 주신 분'의 사무실에 앉아 현미경을 닦았었지. 잡일은 새삼스럽지 않았다. 학계에 일찍 진출한 만큼 어딜 가나 연소자 취급 받았고, 자연스레 잡무는 늘 자신의 담당이 됐다.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관계자입니까?"
느릿느릿 닦다가 문득 질의했다. 앞뒤 없는 물음이었지만,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연구실에 출입할 수 있느냐는 의미였다.
@현미경 복복 닦습니다. 선임 연구원님 안경 쓰셨으면 안경도 닦아 드립니다.
"엉? 당연히 그렇지. 이곳에 온 이상 너 역시 관계자 야. 어디든지 출입할 수 있어. "
책상에 앉아 현미경 렌즈를 열심히 닦고 있는 요우를, 연구원은 마음에 든다는 듯 바라보며 이렇게 묻습니다.
"왜, 여기 오면서 본 특수연구실 이 궁금해서 그러냐? "
"그렇군요. 첫 직장이라서⋯⋯."
입사한 이상 관계자 가 되는 것이군. 당연한 사실을 새로 깨달았다. 이에 관하여 '요시다 박사님'의 견해가 궁금했지만, 당장은 묻어 놓기로 했다.
"⋯⋯ 궁금합니다. 적어도 현미경 청소보단."
멀티 플레이는 못하는 성격. 렌즈 닦기에 집중하느라 한 박지 늦게 대꾸했다.
TIP. @ 이 붙어있지 않은 레스는 처리되지 않습니다. (처리가 늦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허허, 이 친구 골때리는 친구로구만...... "
궁금하다는 요우의 말을 들은 연구원은 허허 웃으며 현미경을 바라보던 것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카드를 내려놓습니다.
블랙 카드 . 특정 직급 이상에게만 허용되는, 이 연구소의 어느 곳이든 진입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중요한 카드니까, 잠깐만 보고 와서 다시 돌려놓는거다? "
"나는 일이 많아서 널 안내해 줄 수가 없어요. 좋은 구경하다 빨리 돌아오라고 신입~! "
이 연구동 내에서라면, 이제 요우는 어느 곳이든 탐색할 수 있습니다!
블랙카드를 건네받았음에도 현미경 닦는 작업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다시 강조하자면, 요우는 멀티태스킹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반짝반짝 윤이 나게 된 현미경을 일렬로 정렬하고선, 블랙카드를 집어 들었다.
"감사합니다. 현미경은 다 닦았습니다."
원래라면 이보다 오래 걸렸겠지만. 그는 잡일을 떠맡았다며 투덜대는 대신, 출근 첫날에 해 봤던 업무를 맡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얼마나 느린 사람인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금방 다녀올게요."
@ 특수연구실 탐색합니다.
특수연구실 로 이동합니다!
연구실 내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조와 수조, 그리고 수조로 가득합니다.
소형 생물들을 연구하고 있는 것인지 연구실에 놓인 대부분이 작은 수조들 입니다.
고작 특수연구실에 불과한 곳에 이 정도 수조로 가득하다면, 특수생물보관실은 어느 정도일지 장담하기 어렵겠습니다.
어디부터 탐색하시겠습니까?
수조1
수조2
수조3
수조4
수조5
데스크
캐비닛
컴퓨터
특수연구실로 발걸음을 내딛고선,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 자리에 굳어 버린 석상처럼. 심지어는, 사무실에서보다도 더 오랜 시간 동안. 혼자 남았기에 더더욱 오래 멈춰 있었던 것이다.
어떤 수조 안에 설치된 기계가 작동하면서 수면이 일렁거리자, 전등 빛을 받고 있는 안면도 희미하게 물결 치는 것 같은 효과를 주었다.
"⋯⋯ 많다."
이 많은 걸 혼자 확인하긴 무리였다. 무엇보다 '빨리 돌아오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어쩌면 보관 중인 소형 생물 리스트가 컴퓨터에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선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확인합니다.
요우는 컴퓨터 앞으로 향해 화면을 확인합니다.......
방금 전까지 컴퓨터를 사용한 흔적임을 증명하듯, 키보드와 마우스가 잔뜩 흐트러져 있습니다.
모니터 한켠 구석진 곳에 PW : SCIENCE0913 이라 적혀 있는 메모지가 붙어 있습니다.
암호를 입력하라는 듯, 모니터에는 다음과 같은 잠금 모드 화면이 떠 있습니다.
컴퓨터 책상 한켠에는 해양 연구소에서 흔히 볼수 있는 배포된 다이어리가 올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책갈피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는, 꽤나 사용한 흔적이 많이 있는 다이어리입니다.
그 밖에 컴퓨터가 있는 곳에서 딱히 눈에 띌 만한 것은 찾을 수 없습니다.
9월 13일. 현존하는 인간 누구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그날. 그다지 좋은 기억은 없을 날을 비밀번호로 설정한 이유는 잊지 않기 위함일까. 조심스럽게 마우스를 그러 쥐었다. 이어 패스워드 입력창으로 커서를 가져가고는, 마우스에서 뗀 손을 키보드 위에 얹었다. 영문부터 천천히 입력해 나갔다. 느릿한 행동은 여기서도 여전히 진가를 발휘했다. 글자 하나라도 틀릴세라 하나하나 알파벳과 숫자를 대조했다.
문득 책상 한쪽에 놓인 다이어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선임연구원님이 옆구리에 끼고 계셨던 다이어리도 비슷한 디자인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도 조만간⋯⋯.'
연구 중인 생물 목록이 컴퓨터에 없으면 저 다이어리를 잠깐 들춰 봐야겠다. 어느덧 패스워드도 '⋯⋯ 1⋯⋯ 3'으로 하여 입력이 끝났다. 꽤나 공들였으니 잘못 입력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요우는 확신을 담아 엔터키를 눌렀다. 찰칵, 경쾌한 키보드 소리가 났다.
@패스워드 SCIENCE0913 입력합니다.
패스워드를 입력합니다.
모니터의 바탕화면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폴더를 죄다 드라이브 안에 집어넣어 놓은 모양이군요.
하지만 한가지, 한가지 메모 파일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다이어리부터 확인했어야 했나.
텅 빈 바탕화면을 바라보며 난감함을 금하지 못했다. 요우는 소리 없이 침음했다. 어쩌면 이 연구소, 아날로그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과 성향이 잘 맞는 셈이었다⋯⋯.
그러니까 어처구니없게도, 드라이브 안에 파일이 있을 거란 생각은 떠올리지 못한 것이었다. 메모라도 확인해 보려 마우스 커서를 메모 아이콘으로 옮겼다.
@메모 파일을 확인합니다.
메모 파일을 확인합니다.
메모 파일에는 딱 한 문장밖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거......
전임자나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적고 간 파일인 것 같은데요.
왜 이런 질문을 남겨놓은 지 모르겠습니다.
연구하던 와중에 회의감이라도 든 것일까요?
보관 중인 생물 리스트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으리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메모장에 담겨 있는 건, 어딘가 회의감 내지는 한탄이 느껴지는 물음표 찍힌 문장 하나뿐이었다.
’⋯⋯ 나는 왜 복원 분야를 택했더라.‘
그리고 메모를 읽은 순간, 위와 같은 질문이 뇌리를 스치듯 떠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해양 생물 복원은 운석 충돌 이래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분야였다. 선생님께서 ”열정이라면 좋지만 네 집착은 과도하다.“ 하며 넌지시 꾸중하셨을 정도로.
’⋯⋯.‘
면접 당시 지원 동기에 관해 어렴풋이 늘어놓았던 기억은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선, 자신이 뭐라고 중얼댔는지 따윈, 명확히는 생각나지 않았다.
시선은 자연스레 책갈피 포스트잇이 정성스럽게 붙어 있는 다이어리로 옮겨 갔다. 이어서 손끝도 다이어리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향했다. 컴퓨터 같은 기계장치보다 훨씬 익숙한 물건으로 말이다.
저렇게 오랫동안 공들여 연구한 사람이라면,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우리는 왜 복원해야 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복원해야 하는지.
@흔적이 많이 있는 다이어리를 펼쳐 봅니다.
다소 생각을 많이 한 끝에, 요우는 다이어리를 펼쳐봅니다.
다이어리에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 특히 대형 생물들(고래) 등에 대한 복원 시도 기록 등이 담겨 있습니다.
또, 이곳 연구실 내 소형 생물들에 대한 세세한 기록까지도요.
한 켠에 적혀있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전임자가 쓴 글 같습니다.
이거, 어쩌면.....
요우가 다이어리를 바로 보려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점은, 다이어리 중간에 있었습니다.
뭔가 휘날리듯 쓴 문장인데, 윗부분에 아주 작게 적혀 있었습니다. 요우가 읽을 수 있는 문장이면 좋겠는데요.
이거..... 독일어 입니다.
왜 이런 문장을 적어 두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임자가 많이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걸까요?
Überm Sternenzelt Richtet Gott, wie wir gerichtet.
외국어로 논문을 읽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기에 익혀 둔 독일어 실력이 빛을 발했다. 쉬운 단어만 늘어놓은 문장이지만 조합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소요됐다. 연구용 다이어리에 적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한 문장이기 때문이었다.
‘별들의 천장에서 신이 우리가 심판하듯 심판하시리라.’
그것은 역으로 말하자면.
“⋯⋯ 우리의 심판이 곧 신의 심판이란 뜻이지 않나⋯⋯.“
오만. 실로 오만이다⋯⋯.
왠지 모르게 고개를 드는 놀라움은, 지난 세월 외가 친척들과 지내며 종종 교회에 드나들었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신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부심 가져 본 적이 없는 탓도 있을 터였다.
찜찜한 문장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겼다.
@연구실 내 수조1부터 수조5 중 주목할 만한 생물에 관한 기록은 없는지 다이어리를 훑어 봅니다.
다소 찜찜함을 느끼며 요우는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겨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조 1에 확실히 금붕어 비슷해보이는 생물이 있긴 합니다만, 그 생물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이제는 볼 수 없는 남반구의 어류들을 복원해 내는 것은 실로 보람찬 일이다.
비록 다른 층과는 달리 작은 생명들을 담당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큰 생물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겠지
확실한 건, 이곳 수조1부터 수조5에 있는 어류들은, 남반구에 서식하는 어류들인 것 같습니다.
주목할 만한 생물은 특별히 보이지 않습니다만..... 다이어리에 있는 금붕어같이 보이는 것은 있습니다.
수조1에 있는 것이, 금붕어와 비슷해 보이는 물체입니다.
꼭 수수께끼 같다. 이 연구소만의 특색일까, 아니면 다른 연구소들도 미스테리한 구석이 있는 걸까. 여기가 첫 직장인지라 당장에 비교 가능한 집단은 없었다.
다이어리의 주인은 대형 생물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손떼 묻은 기록이 세세한 걸 보니 꽤 오래된 다이어리 같은데, 지금은 큰 생물 복원 프로젝트를 맡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작은 생물 담당일까.
금붕어는 사람들 사이에 기억력이 나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실제 금붕어의 지능지수는 한 자릿수가 아니지.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나는 금붕어와 닮았다.’
시덥잖은 생각을 하던 그는 다이어리 앞쪽에 적힌 문장들을 곱씹으며, 수조가 즐비해 있는 구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조1 속 금붕어 닮은 생물을 살펴봅니다.
수조1 속 금붕어 비슷한 무언가의 모습에 특별한 것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수조 속 어류들보다 높이 뜨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 보였습니다만, 별 거 아닐 겁니다.
그밖에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움직임이 지나칠 정도로 무겁고, 가라앉는 느낌이란 것 외엔.....
특별히 특징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금붕어 닮은 어류를 관찰하시겠습니까, 다른 곳을 관찰하시겠습니까?
지나치게 오래 자리를 비우고 있을 경우, 선임이 슬슬 요우를 찾으러 올 지도 모릅니다.
수조 앞에 멈춰 서곤 다이어리에 그려진 그림과 실제 생물을 번갈아 비교해 보았다. 분명 일 번 수조가 맞는 것 같은데, 어류의 움직임이 느리다.
물이 조금 탁한가. 그렇다기엔 수조와 연결된 기계는 무리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질 문제가 아니라면 단순한 질병일 수도 있을 텐데.
짧은 망설임. 요우는 다이어리에 포스트잇을 한 장 더 붙였다. 그 종이 위로 자신만의 관찰 결과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금붕어를 관찰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출입증까지 빌려 주셨는데⋯⋯. 선임을 곤란하게 만들어선 안 되겠지. 첫날부터 꾸중 들을 수도 없다.
원위치로 다이어리를 돌려놓았다. 이제는 복귀할 시간이었다.
@슬슬 사무실로 돌아갑니다.
비록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발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확은 있었습니다.
이 연구소에 대해 어느 정도 이상한 점을 알게 되었다는 점. 지금으로썬 그것 뿐이었지요.
그나저나, 그 금붕어. 대체 무엇이었던 걸까요?
보통 금붕어와는 다른 것 같았는데,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우는 사무실로 복귀합니다.....
- 先輩からのお頼み
-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컨드 임팩트가 남긴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도, 새로 배정받은 업무에 적응하기까지도.
허나 시간은 멈추지도 않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사람들은 지난한 여름에 적응했고, 선임에게 '느림보 거북이' 소리를 듣던 신입연구원에게도 연구소 생활은 차차 익숙해져 갔다.
솨아아, 요우는 세찬 물소리에 눈을 떴다.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음. 먼저 기상한 옆방 사원이 수도꼭지 튼 것이었다. 그 소리가 자명종 대신이란 건, 첫 출근 때부터 정해져 버린 루틴이었다.
요우 역시도 간단히 씻고 나와 옷을 걸치며 사원증을 집어 들었다. '아마네야의 사케동이다, 오늘은.' 마음속으로 점심 메뉴를 정하면서,
⋯⋯.
한편, 그렇게 텅 빈 요우의 개인실. 사원증을 놓여 있던 책상엔, Überm Sternenzelt Richtet Gott, wie wir gerichtet. 이라는 독일어를 자필로 옮겨 적은 포스트잇이 반듯하게 붙어 있었다.
@401동 8층 복원연구실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입사한지 2~3주가 지났습니다. 신입인 요우라 할지라도, 이제는 어느덧 업무에 적응하게 될 시기입니다.
평소와 같이 사무실로 출근한 요우, 컴퓨터를 킨다면 사내 메신저에 알림 하나가 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사수인 선임 연구원이 보낸 메시지입니다.
알림을 누르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보아 8시 정각에 보낸 메시지 같은데, 그렇다면 선임은 출근하자마자 바로 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리가 됩니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는.....모르겠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오늘의 업무를 시작해도 되겠지만, 선택은 요우의 몫입니다.
사무실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코후쿠 요우는 이제 없다. 요우는 익숙하게 문을 밀어 열고는,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금일 업무 스케줄을 재확인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자, 읽지 않은 메시지 두 건이 눈에 띄었다.
"⋯⋯?"
급한 용무인 걸까. 오전 내로 마무리해야 하는 일에 지장이 갈 염려가 들긴 했지만, 특별히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그는 3주 전에 비해 빨라진 타자로 답장을 전송한 후, 의자에서 일어났다.
@선임 연구원의 자리로 갑니다.
답장을 보낸 요우는, 곧바로 선임 연구원의 자리로 향합니다.....
선임 연구원은 평소와 같이 의자에 앉아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던 와중, 요우가 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잘 왔다는 듯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잘 왔다, 신입! 꼭 부탁할 게 있었어! "
"신입⋯⋯."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문장은 끝까지 매듭 지어 지지 않았다. 딱히 말투에 불만이 서리진 않았으나, 요우는 포켓에 다리를 걸쳐 놓은 안경을 빼내어 썼다. 그간의 경험상 어린 나이와 액면가 때문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네, 뭡니까."
저것과 관련한 일인가 싶어서, 선임이 보고 있던 보고서에 눈길을 주었다. 도수가 없는 안경이라 글자가 선명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선임에게 대답하며 그가 보고 있던 보고서를 살펴봅니다.
보고서를 살펴봅니다!
보고서에 적혀 있는 내용은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방문객 관련 주의사항 같은 제목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습니다.
보고서라기보다는 공문에 가까운 제목인 것 같네요. 뭘 읽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입........내가 진짜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뭐 하나 묻자. "
선임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슬쩍 보다가, 요우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너, 애들 잘 다루냐? "
이건 또 무슨 소리죠?
"애⋯⋯ 들."
낯선 울림이었다. 애들이라니.
외동으로 태어난데다가 친척 중에서도 자신보다 어린아이는 없었기에, 애들과 어울릴 만한 여지는 전혀 없었다.
"⋯⋯ 아뇨?"
─그 말은즉, '애들'의 범주에 포함되는 건 언제나 요우였단 뜻이었다. 방문객 주의사항 과 애들 다루기. 설마.
"아이들이 연구소에 방문한다고 하나요?"
@대답합니다.
"아.....그래. 그렇게.....됐다!!!!! "
아이들이 연구소에 방문하냐는 요우의 물음에, 마지못해 그렇다는 듯 선임은 대답합니다.
아무리 감정이 둔하다 할지라도 썩 껄끄러워 하고 있는 듯한 표정인 것은 잘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특무기관 쪽에서 중학생들이 견학을 오거든? 근데 그 온다고 하는 녀석들이 정말로....정말로!!!! 껄끄러운 녀석들이거든. "
"게다가 원래 인솔자는 할 일 있다고 쌩 하고 가버렸지 뭐야! 참 나, 자기가 고위급이면 다야?! "
특무기관이라면 특무기관 네르프. 를 의미하는 뜻일 겁니다.
뭐라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지만 아무튼 껄끄러운 녀석들, 특무기관 네르프에서 같이 올 사람들.
이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꽤나 한동안 머리가 꽤나 아플것 같습니다.
"신입아..... 하..... 너, 애들 인솔은 할줄 아냐? "
그리고 그 머리가 아픈 사람은 아무래도 코후쿠 요우, 당신이 될 것 같습니다......
깜박, 깜박. 느리게 눈이 깜박였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습니다만⋯⋯."
오전까지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특무기관 쪽 일과 형식적인 보고서를 올리는 일의 경중을 따지자면, 전자가 우위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전자가, 훨씬 귀찮고 어려운 일이 될 터였다.
그럼에도 무슨 심경이었을까. 요우는 어제 세워 두웠던 금일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아마네야에서 사케동을 먹겠다는 점심 예정까지도.
순순히 대답이 흘러나왔다.
"해 볼게요. 제가 하지 않으면 곤란해지시는 거잖아요."
@역시 대답합니다.
"고맙다, 고맙다 신입. 나중에 한 턱 쏘마.... "
나중에 한 턱 쏜다는 말은, 말 그대로 이 일이 끝나면 뭔가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일의 경중에 따라 비싼 음식을 사달라고 부탁해도 될 것 같군요!
"자, 이건 내 블랙카드. 아이들 안내할 때 쓰도록 해. "
선임은 그렇게 말하면서 요우에게 예와 같은 검은 카드를 건네주려 하였습니다.
이건.....이거대로 큰 수확이군요.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인솔 을 명목으로 해서, 요우는 1급 기밀 시설에 들어가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출근 첫날 이후로는 처음인 블랙카드를 받아들었다. '받아도 괜찮은 건가?' 부를 때야 늘 신입이라 칭하지만─ 어쩌면 날 믿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고, 요우는 생각했다.
'⋯⋯ 혹은 그저 직접 지도하기 귀찮은 것이거나.'
블랙카드로 업무상 필요 외의 딴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도 얼추 알고 있기 때문에 넘겨준 것이겠지. 사무실을 나서기 전,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게 붙잡아 두곤 한마디 덧붙였다.
"아마네야에서 쏘세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 사케동입니다."
@ 인솔 하기 위해 방문객 시설로 갑니다.
블랙 카드를 집어들고 요우는 Visiter Center로 향합니다!
처음으로 면접을 보러 왔을때,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을 때 외에는 거의 올 일이 없었던 방문객 시설에, 요우는 굉장히 오랜만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인솔 을 하기 위해 요우가 향한 곳은, 멸균 과정을 마친 모든 방문객들이 제일 먼저 발을 딛게 되는 곳. 수족관1 입니다.
ー 키이익 - !
양 쪽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수족관1에 들어서게 되면, 지금 막 방문객용 멸균 가운으로 갈아입은 채 안으로 들어서는 세 명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른 하나, 아이 둘. 각각 백발과 푸른 색의 사람이라기엔 실험쥐같은 낯을 하고 있는 아이들과.....검은 머리의 키가 많이 커보이는 어른입니다.
"여어~! 그쪽이 해양 연구소에서 온 신입인가? "
이제 막 수족관1에 들어선 요우를 향해 검은 머리의 어른은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이거 참.......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애들과 만날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두 아이들이 애들답지 않은 분위기를 내고 있단 것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복도에 울리는 발걸음 소리, 수족관 내 생물들에게 맞게끔 조금 어둡게 설정된 조명. 방문객들과 다섯 걸음 정도의 거리를 남겨 놓고선 멈춰 섰다.
"네. 복원연구실 소속⋯⋯ 코후쿠 요우입니다. 오전에 인계받고, 인솔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목에 걸린 사원증을 들어 세 일행에게 보여 주고는, 허리 숙여 꾸벅 인사했다.
이윽고 천천히 숙였던 상체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네르프에서 오셨습니까?"
@방문객들과 인사합니다.
"Well, well.....🎵 일단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
네르프 정복을 입은 어른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미소짓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요우를 향해 인사하였습니다.
"첩보부 부장 미즈노미야 슈이치다. 오늘 하루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신입! "
...초면인 사람에게도 신입이라 불리는 걸 보니, 요우의 액면 나이가 많이 어려보이긴 하는 모양입니다.
어른은 그렇게 말하며 뒤에 있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습니다.
"자, 이쪽은 타치바나 아유미, 그리고 스메라기 히카루. 오늘 사회 과목 견학 목적으로 오게 된 아이들이네. "
"나는 할 일이 많아서 오늘 인솔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말야. 오늘 하루동안 잘 부탁할 수 있겠지? "
각기 푸른 단발머리의 아이, 그리고 하얀 긴 머리의 아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순서대로 저 아이들이 타치바나와 스메라기 인 것 같습니다.
어딜 어떻게 안내할지는 요우의 자유이니, 재량껏 아이들을 데려다니면 될 것 같습니다.
순간 미즈노미야 씨의 등 뒤로 불투명도 낮게 누군가의 형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듯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건 똑같이 검은 머리카락의, 네르프 표식이 달린 옷을 걸친 누군가였다.
다만 그 누군가는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은 채 흰 가운만 걸친 남자였으므로, 미즈노미야 씨와 겹쳐 볼 수 없음은 명백했다.
⋯⋯ 나 아닌 인솔자가 따로 있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 인솔 업무는 온전히 내 몫인가.
"⋯⋯."
해내야 했다. 혼자서.
요우는 제자리에 서서 두 아이를 우두커니 내려다보다가, 다시금 느리게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었다. 거리는 좁히지 않은 상태였다. "⋯⋯ 그러니까." 느릿느릿 흘러나오는 말투가 답답하리란 건 알고 있다. 아이들이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길 바랄 뿐이다.
"타치바나 군, 그리고 스메라기 군."
"잘 부탁드립니다."
@수족관1, 수족관2, 수족관3 순서로 천천히 구경시켜 줍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
가볍게 인사를 마치고, 요우와 아이들은 수족관으로 이동합니다!
수족관1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금붕어를 비롯한 작은 물고기들이 거대한 수조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요우가 이전에 연구실에서 본 적이 있는 물고기도 보기 좋게 헤엄치는 걸 볼 수 있었지요.
여기서 헤엄치는 모든 물고기들은, 복원연구실의 손이 닿았고 닿았었던 것들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다시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비록 이곳에서밖에 살지 못하지만, 이들은 다시 복원되어 이곳에서 숨쉬고 있습니다.
"... ..."
타치바나는 수조 속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코후쿠? 씨지? 여기 생물들 소개해 줄 수 있어? "
스메라기는 친근하게 요우를 향해 다가와서 이렇게 물어오려 하였습니다....
"연어네요."
타치바나의 옆에서 조용히 수조를 구경하고 있기도 잠시, 스메라기의 물음에 곧장 답했다. "연어네요." 아까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른 대답이었다. 그랬다. 요우는, 해양생물 분야에서만큼은 입력과 산출의 과정이 무척 빨랐다. 평소의 느긋함과는 확연히 대비될 정도의 속도였고, 그러한 태도는 줄곧 요우의 해양생물 분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부각시켜 왔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살다가, 성체가 되면 다시 강으로 거슬러 와 상류에서 알을 낳았습니다."
"⋯⋯."
산란기에 바다로 돌아갈 때 자주 상어의 표적이 된다느니 등 조곤조곤하게 설명은 이어졌다.
보다 의욕적으로, "타치바나 군도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보세요."라며 덧붙이기도 했다.
@스메라기와 타치바나에게 설명해 줍니다.
"헤에~ 그렇구나. 재밌네. "
"지금은 여기서밖에 살지 못하지만, 원래는 그렇단 거지....? "
"다른 물고기는? 여기 이 물고기는 뭐야? "
스메라기는 그렇게 말하며 흥미롭다는 듯 연어를 바라보더니, 요우를 따라 계속 걸었습니다....
궁금한 게 있냐는 요우의 물음에, 타치바나는 잠시 말을 뜸들이다 이렇게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아유미, 에요. "
아, 이 아이. 타치바나 군 이라는 요우의 호칭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요?
"저는...... 백업 이니까요. 편히 말해 주세요. "
"그렇습니다. 여긴 소형 생물만 살고 있지만, 옆 수족관으로 가면 상어도 볼 수 있죠."
요우의 목소리가 수족관 내에 울렸다. 밀폐된 공간이라 사위는 적막했고, 간간이 유리벽 너머로 물고기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비교적 활기찬 편인 스메라기와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타치바나가 입을 열자 걸음을 멈춰 세웠다. 요우와 스메라기는 타치바나보다 앞서 걷고 있었기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몸을 돌려야 했다.
"백업⋯⋯ 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흐음~ 그래? 상어라, 재밌겠네. 빨리 가자, 코후쿠 씨! "
스메라기는 그렇게 말하며, 요우에게 재촉하듯 빨리 가자고 몸을 붙여오려 하였습니다....
조금만 더 주위를 둘러보면 이제 수족관2로 가는 입구가 보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요우는 대형 해양 생물들을 안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다음 레스에서 바로 수족관2에 진입해도 괜찮습니다!
"말 그대로에요. 저는 백업 파일럿 이니까, 편히 말씀해 주셔도 괜찮...아요. "
백업이냐는 건 무슨 소리냐는 말에, 아유미는 천천히 말을 꺼냈습니다.
아, 정식 이 아니라는 의미인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영문 모를 소리입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파일럿 이라니요?
'그렇지만 백업이라는 표현은 이상하게 들리는데⋯⋯.'
─라는 생각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스메라기의 걸음에 맞춰 다시금 발을 내디뎠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타치바나의, 아니 아유미의 이야기를 곱씹었다. 그건 해양 생물 분야가 아니었으니, 당연히 소화하는 데까지 또 오래 걸리고 말았다.
"저도 그렇습니다. 백업 연구원이죠."
아직까지 연구소에 제대로 발 붙이지 못한 신입. 그래서 업무 시간에 본업도 아닌 인솔을 하고 있는 연구원. 조금은 동질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유미가 거리낌 없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한마디 덧붙였다. "갈까요⋯⋯. 아유미. 저쪽에 보여 주고 싶은 생물이 있습니다."
@수족관2로 갑니다.
".......그렇군요, 연구원님도. "
아유미는 짧게 대답하며 그렇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요우를 따라갑니다.
수족관2에 진입합니다!
수족관2는, 무슨 진입과 동시에 하나의 끝도 없는 유리 터널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천장 위로 헤엄쳐가는 수많은 커다란 물고기들. 그 중에는 우리가 아는 것도 능히 볼 수 있었지요.
요우가 앞서 말한 상어는, 다른 수조에 격리되어 헤엄치고 있는 것인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렇지만, 돌고래도 있고, 정말로 이 연구소. 생각 이상으로 복원한 동물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두 번째 수족관은 첫 번째 것보다도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반원형 통로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심지어 머리 위든 어딜 보나 살아 숨 쉬는 해양생물들로 가득했다. 기대하고 있던 스메라기라면 옆에서 작은 탄성을 내질렀을지도 모르겠다.
요우는 "제가 속해 있는 복원연구실의 성과입니다." 하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태어났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떤 시인들은 바다海에서 어머니母를 보죠."
그리 중얼거리면서 수조에 가볍게 손을 얹자, "자식이 무한히 어머니를 사랑하듯, 인간 또한 바다를 포기할 수 없는 겁니다⋯⋯." ⋯⋯ 그 손 너머로 물고기 떼가 무리 지어 유영했다.
수족관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껄끄러운 녀석들'이란 표현을 사용했던 선임 연구원님의 우려와는 다르게 말이다. 온순한 가오리가 다가와 아는체하기도 했고, 지능이 높은 돌고래는 요우의 검지의 움직임에 따라 빙그르르 도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세 사람은 수족관을 나왔다. 휴식하기 위해서였다. 정원으로 향해 걸으며 요우는 문득 자신을 첩보부장이라 소개했던 자가 떠올라, "미즈노미야 씨께서 여기까지 데려다 주신 건가요?" 하고 물었다.
@수족관 구경 마친 후, 휴식하기 위해 정원으로 이동합니다.
수족관 구경은 다소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별 문제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스메라기는 모든 것을 흥미롭게 관찰하였으나 단 한 사람, 타치바나 아유미만은 무미건조하게 이를 뜷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수족관3까지의 모든 구경을 마치고 정원으로 나온 아이들과 요우 일행. 햇살은 따사롭게 유리 천장을 뜷고 내려와 여러분들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응. 슈가 여기까지 데려다 줬어! 사실 기술부에서 다른 사람도 같이 왔는데, 그 사람은 지금 여기 없어. "
요우의 질문에 스메라기는 술술 대답을 늘어놓습니다.
애칭이 붙어 있는 것을 보니, 꽤나 친한 사이인 것 같네요.
"사람⋯⋯."
그간 몰두한 것은 업무뿐이기에, 직장동료와 인간관계는 잘 쌓아 두지 못했다. 따라서 첩보부 부장님께 큰 도움은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길 안내 정도라면 할 수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곤 두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인솔자로서, 이 넓은 연구소에 둘만 남겨 둘 수는 없었다.
"슬슬 일어날까요. 이번엔 건물 안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연구동으로 갑니다.
"좋아! 코후쿠 씨가 앞장서는거지? "
".....네. "
연구동으로 이동합니다!
Visiter Center를 나와 연구동까지 이동하는 길은, 꽤나 길고 멀었습니다.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다소 지루해 하는 스메라기와, 묵묵히 걷는 아유미를 뒤로 하고, 요우는 앞장섭니다.
어느 층부터 둘러보시겠습니까?
"스무고개⋯⋯ 알고 있습니까?"
스메라기가 느끼는 지루함과 아유미의 침묵이 신경 쓰였던 건지, 아니면 그저 던져 본 것인지.
요우는 걷다 말고 뜬금없이 한마디를 흘려보냈다.
스무고개. 스무 개의 질문을 하고 스무 번의 대답을 받아, 상대의 생각을 알아맞히는 게임.
요우는 둘을 알지 못하고, 둘 역시 요우를 알지 못한다.
나름대로 초면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최적의 놀이였다.
"지금 제가 떠올리고 있는 지역을 맞혀 보세요."
스무 개의 질문을 허락한 끝에 내놓은 정답은 캘리포니아였다. 외가와 출신 대학원이 위치한 곳.
외국은 반칙이라느니 항의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스메라기와 아유미에게 게임을 빙자한 옛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캘리포니아에 살 땐, 매주 교회에 갔어요." 하면서.
⋯⋯ 어느덧 연구동 건물이 보였다.
@403동 1층 로비와 강당을 둘러봅니다.
스무고개가 끝나고 어느덧 도착한 곳은, 연구동이었습니다.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 보이는 로비에는, 수많은 엘리베이터가 좌우로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고, 중앙에는 강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습니다.
거대하고 묵직한 강당의 문을 앞으로 밀면, 서서히 내부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강당의 모습은 처음 요우가 Visiter Center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을 때와 완전히 동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릅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무언가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좌석
강단
커튼 뒤
강당을 살펴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하긴. 사람을 찾는다면 강당보다는 사무실로 가는 쪽이 자연스럽겠지.'
일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강당과 같은 구조라 내심 안정감을 느꼈다.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온 김에 아이들이 구경할 시간을 줄 수 있도록 한 군데만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강당 한 바퀴를 돌 듯이 하며 강단 앞까지 도착했다.
@강단을 봅니다.
강단의 좌우에는 국제연합의 깃발과, 일본 국기가 나란히 세워져 걸려 있습니다.
짙은 우드톤으로 이루어진 강단에서는, 특별히 무언가가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뭔가 A4파일로 보이는 것이 올려져 있긴 하지만..... 별 거 아닐 겁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긴 이상합니다.
"일본" 해양 생태계 보존 연구기관인데, 굳이 국제 연합의 깃발이 걸려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왜 하필이면 국제연합의 깃발이 같이 걸려 있어야 하는 걸까요?
타치바나 아유미와 스메라기 히카루는, 멀뚱멀뚱히 그저 요우의 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계속 살펴 보시겠습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해 살펴보시겠습니까?
연구소 설립에 국제연합의 입김이 들어간 건가⋯⋯.
해양 생태계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협업이 필요한 분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요우는 자신도 모르게 아유미와 스메라기의 머리를 양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가, "아." 하면서 손을 떼었다.
"여긴 안 계신 것 같습니다. 한 층 더 올라가 보죠."
@2층으로 올라갑니다.
"하핫, 그래. 좋아. 올라가 볼까! "
"....네. "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 둘 모두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되려 스메라기 쪽이 기뻐하는 듯 보이는 눈치이네요.
401동 2층은 특수생물보관실1, 1급 생물들을 보관하고 있는 곳입니다.
보통 때라면 코후쿠 요우의 출입증으로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요우는, 원래는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들어갈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오늘만큼 선배님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없는 것 같네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2층의 분위기는,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것인지 꽤나 음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정말로 특수생물연구실1로 진입합니까?
띵. 엘리베이터의 문은 경쾌한 단음을 내며 좌우로 열렸다.
이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되는가 싶긴 했지만, 블랙카드를 주신 이유가 있을 테니까⋯⋯.
Visiter Center부터 연구동까지 제법 오래 걸었기도 하고, 아직은 어린 두 사람을 더 걷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직원과 마주치면 미즈노미야 씨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곧장 나와야겠다, 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턴 조용히⋯⋯."
원래도 소란스러운 아이들은 아니긴 했으나 혹시 몰라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대 붙이는 제스쳐를 취해 보이며, 2층으로 발을 디뎠다.
@특수생물연구실1로 진입합니다.
"응, 알겠어, 쉬잇 - ! "
"....... 알겠습니다. "
차분히 목소리를 낮추며,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종종걸음으로 요우를 따라갑니다....
특수생물연구실1로 진입합니다!
ー 키이익 - !!!!
블랙카드를 찍는다면, 그 즉시 차가운 바람과 함께 천천히 문이 좌우로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이 차가운 바람. 연구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드라이아이스 연기도 보이는 것 같네요.
여름이라기엔 지나치게 춥고, 뭔가를 껴입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방입니다.
.......꼭, 극지방에 진입하는 것 같은 느낌이군요.
"추워...... 코후쿠 씨? 연구실이란 곳은 원래 다 이래? "
스메라기 히카루가, 많이 추운 것인지 덜덜 떨며 요우를 향해 물었습니다.
내부는 특별히 눈에 띄는게 아주....아주 많습니다. 우선, 이곳에는 수조가 없습니다.거대한 유리벽만이 좌우로 길게 늘어져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유리벽 안에 있는 생물은....
ー 크르르르......
'하긴. 이 아이들은 '여름'만 경험했을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요우 역시 여름 외의 계절을 맞이한 적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요우는 "여긴 생물을 보존하는 곳이라 그렇습니다. 생물에게 맞는 온도를 유지시켜 줘야 하니까요." 라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요우는 자신이 걸치고 있던 흰 가운을 스메라기에게 덮어 주었다. 그리고 유리벽 너머의 작은 생물을 흘금 보았다.
"새끼 호랑이네요. 고양잇과 포유류입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요우가 건네는 흰 가운을, 스메라기는 고맙게 받아들려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종종걸음으로 요우의 뒤를 따라가려 하였지요.
"고양잇과 포유류? 그런 건 또 뭐야? "
"......? "
이 아이들, 요우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세컨드 임팩트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니, 이정도는 당연한 것일까요.
특수생물연구실1의 내부에서는, 정말로 극지방에 사는 "포유류들" 을 관리하고 있는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세컨드 임팩트 이후 아예 씨가 말라버려 복원하기도 힘든 남극의 생명보다는, 북극의 생명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뜻밖의 수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양이와 비슷한 육식동물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성체가 되면 아유미나 스메라기 군보다도 더 커질 거예요."
이어지는 유리벽 안쪽으로는 요우조차도 그림이나 사진 자료로만 본 생물이 즐비해 있었다. '그랬지. 그날 남극에 운석이 낙하하면서 많은 종이 멸종했다.'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지식과 보존된 포유류를 비교 분석 하는 과정이, 연구원으로서 흥미가 돋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러나 곧 지금 자신은 연구자가 아닌 인솔자임을 되새겼다.
'도움을 구할 수 있을 만한 직원은 보이지 않는군⋯⋯.'
@3층으로 올라갑니다.
3층 역시 특수생물보관실2가 있는 곳, 원칙적으로는 기밀 시설이라 요우가 들어가기 어려운 구역입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자마자 보인 특수생물보관실2의 문은 카드키와 함께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사람은, 역시 이상하리만큼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로 특수생물보관실2로 진입합니까?
'애초에 보안 등급이 높은 곳을 택한 것이 실수였나⋯⋯. 어렵다.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은⋯⋯.'
그러나 엘리베이터의 문은 이미 열려 버렸고, 눈앞엔 굳게 닫힌 문이 있었다.
요우는 머릿속으로 연구동 단면도를 펼쳐 놓고는, 다음 목적지를 그리며 별 기대 없이 카드키를 가져다 댔다.
@특수생물보관실2로 진입합니다.
"코후쿠 씨, 우리 이상한 데 가는 거 아니지~? "
".....? "
스메라기는 직원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인지, 태평하게 아무 소리나 하고 있습니다.
때론 아유미처럼 조용히 있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는데 말입니다.
ー 키이이 .....
특수생물보관실2로 진입합니다!
이곳 역시 특수생물보관실1과 마찬가지로, 수조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은 상당히 후덥지근한, 여름다운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해양 생태계 보존 연구기관인데, 지금 모습만 보면 육상 생태계 보존 연구기관 같습니다.
.....그도 그럴게 유리창 너머에 있는 동물들, 바다와 전혀 연관이 없는 동물들입니다.
'특수생물'이란 건 해양 아닌 육상 생물이란 뜻이었을까. 1층과 전혀 다른 온도감이 전신을 감쌌으나, 냉기가 가시지 않은 손끝만은 차가웠다.
'⋯⋯ 꼭 방주 같다.'
신이 대홍수로 벌을 내릴 것에 대비해 지구상의 생물을 태웠던 배.
─그 정도 스케일이라면, 국제연합의 비호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아무래도 특수생물보관실엔 아무도 없는 것 같군요⋯⋯."
@7층 해양바이오 연구지원팀 사무실로 갑니다.
"이상하네? 원래 이런 데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게 아냐? "
"......스메라기 씨. "
"타치바나, 잘 들어. 누가 일부러 사람을 나가게 한 게 아니고서야 이정도로 사람이 없을 리가 없어. "
"지금은, 코후쿠 씨의 안내에 따르죠. "
뒤에서 한창 재잘거리던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요우의 말에 한 입 모아 "좋아요! " 라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요우의 안내에 따라, 다같이 처음 탔던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ー 키이이이....
7층, 해양바이오 연구지원팀 사무실로 이동합니다!
7층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요우는 수많은 흰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요우가 원하는 대로 도움 을 받을 기회가 충분할 것 같습니다.
벌써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괜찮겠지요!
"저⋯⋯."
시작한 말은 제대로 끝맺어지지 못했다. 직원들이 눈앞에서 흰 가운을 휘날리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한가해 보이는 쪽으로 다가가 보았으나, 도움을 구하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들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웅성거리는 쪽에 무슨 일인지 살펴봅니다.
요우는 웅성거리는 쪽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 시도합니다!
"보안 관리가 더 강화된다니 뭔 소리야? "
"내 말이. 지금까지도 충분히 심해서 힘들지 않나? "
"그.....선배님들, 이건 그냥 지나가는 소리이지 말입니다만....."
"뭔데. "
"연구소 내부에,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얼마 전부터 들어와있다고...."
"뭔 소리야 그건? 여기가 허가받지 않고 들어올 순 있어? 가뜩이나 규제가 심해서 들어오고 나갈 때 항상 애 먹는데. "
어......아무래도 당분간 선배님의 블랙 카드는 조심해서 빌려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더 관련해서 이야기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다른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겠습니까?
"⋯⋯"
중요한 이야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이어질 화제는 더 중요한 화제인 듯싶었다.
어쩔 수 없이, 존재감 없이 제자리에 서서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기로 했다.
@좀 더 들어봅니다.
"선배님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이지 말입니다. 외부인이 어떠한 절차도 없이 직원 단지에 들어와 있다구요.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단 말입니다. "
"하긴, 나도 얼마 전에 사원증을 차고 다니지 않은 못 보던 사람이 후지와라 박사님과 대화하는 걸 봤어. "
"......그거 진짜이지 말입니까? "
"진짜지 그럼 거짓말이겠냐? "
"아무튼간에 그럼 이건 복잡한 문제야. 우리 해양 연구소는 철저히 멸균 작업을 거쳐야만 들어올수 있는 곳이란 말이야. 이 말은 즉슨..... "
"......생물보관실의 생물들이 위험하다? "
"그렇지. 잘못하다간 병들어 죽을 애들이 산더미인데. "
고작 외부인이 침입한 거 가지고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가 싶은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아무튼간에 요우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슬슬 이동해도 괜찮겠지요?
"....? "
뒤에서 아이들이, 뭔 일이냐는 듯 요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말에 요우는 입사 첫 날 멸균 시설에서의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만큼 철저한 멸균이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건만, 아무런 절차 없이 들어온 외부인이 생물에 해를 입히기라도 하면 큰 피해가 있을 것임이 명백했다.
'이분들께는 도움을 구할 수 없겠다.'
요우는 뒤돌아 아이들에게 "잠깐 기다리세요."라고 말한 뒤, 바쁘게 복도를 가로지르는 직원 중 한 명의 앞을 막아섰다.
남이 가던 길을 가로막는다, 라는 것은 요우답지 않은 일이었다⋯⋯. 평소 같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 건, 아마도 책임감 때문이겠지. 이 해양 연구소에서 그는 자신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조금씩 변해 가고 있었다.
@직원에게 미즈노미야 슈이치의 행방에 대해 물어봅니다.
요우는 지나가던 직원을 붙잡고 미즈노미야의 행방에 대해 질문합니다!
다소 당황스러운....낯빛으로 직원은 요우에게 답변하려 하였습니다.
"미즈노미야? 그게 누구..........아~? 특무기관의? "
"지금쯤이면 윤리감사실에 갔을 거야. 그 사람 다짜고짜 볼일이 있다고 해서 행정동으로 가라고 알려줬어. "
?
특무기관의 직원이 윤리감사실에 무슨 볼일인 걸까요?
아무튼간에 요우에게는 잘 됐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다른 곳을 안내해줄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대화 시도만이 답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요우는 돌아온 대답을 한번 곱씹은 후,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로 돌아가면서 타고 올라왔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연구동은 여기까지. 다음은 행정동입니다. 미즈노미야 씨도 그곳에 계실 거예요."
@행정동의 윤리감사실로 갑니다.
"행정동인가? 좋아~! "
"... ... ...네. "
402동, 행정동으로 이동합니다!
윤리감사실까지 가는 길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복잡했습니다. 무엇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반직 직원들의 무슨 일인가 하는 눈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게 평상시라면 업무 차 방문한 것으로 이해하겠지만..... 지금의 요우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윤리감사실이 있는 8층은, 정말로 휑하리만치 사람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원래도 여타 부서들과 달리 혼자 직속으로 빠져있는 부서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사람이 없기에 소리가 더 잘 들리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문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라던가 말입니다.
".... ....감사위원님, 지금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신가요!? "
"..... ......인데. "
"안그래도 ....... ......을 데려온 것만으로도 골치아픈데, 이건....이건.....! "
윤리감사실의 문은 아주 살짝 열려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열릴 것 같은 정도입니다.
정말로 윤리감사실로 진입합니까?
걷는 내내 엄청나게 시선이 쏟아졌지만, 요우는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어쩌면 스메라기나 아유미보다도 더 늦게.
얼마나 눈치가 없었느냐 하면, 주목 받는 채로 행정동 1층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 캔을 뽑아 아이들에게 나눠 줄 정도로.
그렇게 각자 음료수를 들고 8층까지 도달했다.
윤리감사실에선 살짝 언쟁이 벌어지는 중인 듯했다.
"감사위원님과 대화 중인가 봅니다."
방해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요우는 차가운 캔커피 한 모금을 머금었다.
@둘 중 한 사람이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윤리감사실의 문이 열렸습니다.
"하아~! 참 뭐가 문제란 건지 모르겠구만~? "
어라, 저 사람. 미즈노미야 슈이치 아닌가요?
복장은 다르지만, 특별채용직들의 정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지만 저 얼굴, 분명히 미즈노미야 슈이치가 맞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저 안에서 감사위원님 이라 불리고 있었던 인물은.......
"미야미즈 감사위원님!!!!!!!! "
?
이게 지금.....무슨 소리죠?
머리가 좀 많이....멍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Well, well, 이거 참 곤란하게 됐구만........ "
한참을 요우, 당신과 요우 뒤에 있는 아이들을 번갈아 바라보던 미즈노미야 는, 곧 씨익 웃으며 요우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코후쿠 연구원님. 우리 참 곤란하게 된 것 같지? "
뜨거운 커피를 뽑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핫이었다면 분명 식었을 테니까.
캔커피가 비어 갈 무렵. 홀짝거리던 무의미한 몸짓조차 그만두었을 때 문 경첩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미야미즈 감사위원님!!!" 하고 어떤 목소리가 소리쳤다.
"⋯⋯ 미즈노미야 씨⋯⋯."
⋯⋯ '미야미즈'와 '미즈노미야'라. 호쾌해 보이는 남자의 외견처럼 재미있는 네이밍 센스였다.
먼저 불러놓고선 뒤늦게 덧붙였다.
"─이자 감사위원님⋯⋯ 이셨던 거로군요. "
@윤리감사실 내부를 훔쳐봅니다.
"아아, 그래..... 이렇게 된 거 더이상 시덥잖은 말투는 안 써도 되겠어. "
하, 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머리를 넘기던 미즈노미야 는, 좋을 대로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습니다.
윤리감사실 내부는 말 그대로 한 사람만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지나치게 빈 자리가 많고 휑했습니다. 아, 한 자리만은 비어있지 않았습니다....
짧게 커트한 머리의, 특별채용직 정복을 입고 있는 여성이 앉아있는 자리만은, 유일하게 비어있지 않았습니다.
"슈, 이제 속이는 건 하지 않기로 했어? "
"뭐 어떤가? 여긴 특무기관도 아닌데. 알 사람은 다 안다고.... 저 안에 있는 스즈키 처럼. "
스메라기의 물음에 미즈노미야 는 그저 어깨를 으쓱여보입니다....
내부에 있는 스즈키 의 모습은, 오리엔테이션 때 보았던 그 스즈키 와는 전혀 다른 외양이었기 때문에, 요우가 아는 스즈키와 동일인물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씨익 웃으며 미즈노미야 , 아니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요우를 향해 악수를 청했습니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이자 윤리감사실 소속인, 미야미즈 코우키다. 다시 한번 만나서 반갑네. "
"이왕 이렇게 온 거, 구경이라도 하고 갈텐가, 코후쿠 씨?"
어쩐지 복잡한 일에 연관되어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임이 인솔자 역을 기피한 것도 이와 유사한 사유였을까.
안쪽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스즈키 씨는 낯선 얼굴이었다. 요우는 고개를 숙여 목례하며 간단히 예의를 차렸다.
⋯⋯.
미즈노미야 씨의, 아니 미야미즈 씨의 말에 대한 반응 산출은 제법 오래 걸렸다.
요우의 특기. '새로운 정보는 굼벵이 마냥 느리게 처리한다'는 불변법칙의 재발동. 첩보부장인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감사위원이라니, 아는 정보들을 매치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 감사위원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아유미와 스메라기 군과 함께 들어가도 괜찮다면⋯⋯ 실례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서 있었거든요."
그는 복도 쪽을 눈짓한 후, 윤리감사실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윤리감사실로 들어갑니다.
"아아, 물론이지. 뒤의 두 아이들도 들어오게 하도록. "
"하지만, 딱 한가지만 명시해 둬도 되겠지? "
ー 철컹,
윤리감사실의 문을 활짝 열어보이며, '감사위원'은 씨익 웃어보이곤 이리 말해보였습니다.
"지금부터 여기서 있을 이야기들은, 우리들만 아는 비밀로 하도록 하지. "
"자, 그럼 들어오도록. "
윤리감사실 내부로 진입합니다!
감사실 내부는 겉보기엔 일반 사무직의 사무실과 다를바 없었습니다만, 세세히 살펴보면 뭔가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일단.....내부에 또 시설이 뭔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세 개의 붉은 단풍잎이 중앙의 국화꽃을 중심으로 각기 겹쳐있는 그림이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에 걸려있단 것이었습니다. 감사위원의 취향일까요?
어디부터 살펴보시겠습니까?
사무실 내부(상세히 살펴봄)
회의실
미팅룸(소회의실)
탕비실
감사위원실
"⋯⋯."
비밀이 많은 사람이군. 하지만 개의친 않았다. 이번에는 말로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스메라기와 아유미를 먼저 안으로 보낸 후, 요우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아이들을 어디에 앉혀야 하려나.'
오래 걸었으니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좋을 텐데, 하며 걸음을 옮겼다.
@사무실 내부 상세히 살펴봅니다.
"하하, 좋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실례하겠습니다. "
ー 철컹!
스메라기와 아유미가 들어온 것을 마지막으로, 윤리감사실의 문이 닫힙니다.
사무실 내부 책상의 수는, 확실히 요우의 복원연구실만큼 많지도 않았고, 많은 게 있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컴퓨터들이 하나같이 불이 들어와 있지도 않고, 누군가가 쓴 흔적도 보이지도 않아서, 이곳의 자리들이 하나같이 빈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상도, 어느 한 부분도 삭막하기 그지 없는 곳입니다.
....어찌보면 재미없는 곳에 들어왔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짧은 머리의 특별채용직으로 보이는 여성은 조용히 스메라기와 아유미, 요우 일행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빈자리 아무데나 앉게 했다. 어차피 주인이 있는 자리로 보이지도 않았으니, 이 조그마한 녀석들이 잠깐 엉덩이를 붙인다 해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우도 개중 한 의자에 앉았다. 구경해도 좋다 허락받았지만, 자신의 관할도 아닌 곳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닐 수는 없었으므로.
"⋯⋯."
그렇게 한참의 침묵이었다. 스메라기는 정적을 지루해할지도 몰라도, 요우에겐 적막이 익숙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뭐라도 챙겨 줘야 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즈키'라 불린 여성의 시선이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탕비실로 들어갑니다.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서로 좌우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등, 아직까지는 상황을 파악하려는 모습인 듯 합니다.105
요우는 탕비실로 들어갑니다!
TIP. 각 직군에 따라 탕비실 모습이 제각기입니다.
행정직 / 연구직 / 특별채용직 별로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탕비실 내부는 연구직들이 이용하는 탕비실에 비해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요우가 속한 복원연구실을 비롯한 연구직들이 이용하는 탕비실에는 캡슐 커피 머신이라던가, 에너지 드링크 라던가, 각종 뜯어먹을 만한 과자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데. 이곳은 딱히 그 정도로 시설이 잘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역시 연구소인 만큼 행정직이나 특별채용직의 경우, 연구직 만큼 지원을 많이 받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은 발견할 수 있네요.
저 수상할 정도로 많아보이는 저 박스.....
저거.....자판기 커피 그거 아닙니까?
자판기에 있어야 할 그게 왜 박스째로 여기 쌓여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부터 둘러보도록 할까요?
찬장
박스더미
테이블
냉장고
캐비넷
'⋯⋯? UOO 커피잖아.'
탕비실 전등 불을 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박스 채 쌓여 있는 자판기 커피들이었다.
방금까지 복도에서 기다리며 마시던 커피였으니, 그쪽으로 눈길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
'설마 윤리감사실에서 자판기 채우는 일을 하는 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요우는 박스 앞에 쭈그려 앉아 내용물을 뒤적거렸다.
@박스더미를 살핍니다.
요우는 박스더미를 살피려 시도합니다!
...
......
..........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UOO 회사의 밀크 캔커피들 뿐입니다. 하나같이 그것들로 만 꽉 채워져 있습니다.
어느 박스를 살펴 보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전부 그 맛밖에 없습니다. 블랙이니 뭐니 다른 맛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정도면.....UOO 커피에 뭔가 원수라도 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위원님 취향인가?'
어차피 윤리감사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둘 남짓 정도인 모양이니, 자기 취향껏 음료를 구비하는 것 정도야 별 흠도 아닐 것이다.
'너무 과한 것 같긴 하지만⋯⋯.'
요우는 자신이 가타부타할 일이 아니라 생각하며, 몸 돌려 찬장을 열어 보았다.
스메라기와 아유미에게 커피를 줄 순 없고, 다른 음료나 과자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밀크 캔커피 하나 챙기고, 찬장을 열어 봅니다.
요우는 찬장을 살펴봅니다!
간단한 다과.....라기보다는 정체불명의 것들이 있는데요.
아니 그보다, 잘못 본 게 아닐 겁니다.
저거..... 실제로 쓰이는 경찰용 수갑 입니다.
경찰용 수갑이 일반 탕비실에서 왜 굴러다니고 있죠?
'수갑⋯⋯ 이네.'
⋯⋯ 이런 게 왜 여기 있는 거지.
결국 큰 소득은 없었다. 어쩌면 탕비실 아닌 미팅룸이 정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들에게 대접하고 남은 과자가 있을지도⋯⋯.
챙긴 밀 캔커피는 스즈키 씨에게 드릴 요량이었다. 탕비실을 나서 미팅룸으로 걸어갔다.
@미팅룸(소회의실)로 갑니다.
대체 왜 수갑이 여기 있는 건지 수갑을 내버려두고, 요우는 미팅룸으로 이동합니다.....
미팅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보입니다.
둥글고 긴 테이블에, 여기저기 서류들이 쌓이다시피 올려져 있고, 펜 역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습니다.
추측컨대 방금 전까지 '스즈키 씨' 와 '감사위원 님' 이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류들은 대부분 펼쳐져 있거나, 반쯤 펼쳐져 있거나, 아예 TOP SECRET 이란 도장이 표지에 찍혀 있는 서류도 더러 보입니다.
소장실에나 있을 법한 서류들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서류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서류들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dice 1 100. = 68 3의 배수 가 나오지만 않는다면,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채로 편히 주변을 탐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팅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시겠습니까?
출근 첫날 다른 스즈키 씨의 말씀에서도 느꼈지만, 윤리감사실은 연구소 차원에서 특별 대우를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 일개 타 부서 사원에 불과한 신분으로 파고들 이유는 없어 의문 갖지 않았지만⋯⋯.
@미팅룸 자세히 살펴봅니다.
서류를 가볍게 정리하려 하며 요우는 TOP SECRET 도장이 찍힌 서류의 내용을 가볍게 흝어보려 하였습니다.
중앙에 찍혀 있는 인장으로 보이는 로고가 붙어 있는 게 인상적인 표지의 서류입니다.
붉은 원 안에 세 개의 이파리 도장. 그리고 원을 둘러싼 영어.....
Cabinet Intelligence and Research Office?
뭔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데요.
아니. 애초에 이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이게 일반 연구소에서 나올 이름이 맞습니까?
ー 철컥,
요우가 페이지를 넘겨보려 하기도 전에 무언가를 장전하는 소리가 뒤에서 나는 것을 요우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소리가 상당히 가깝습니다.
무엇을 장전했는지는 돌아보지 않아도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겨눠지고 있는지도요.
"그 이상 넘겨보지 않는 게 좋을 걸? 신입 친구. "
미야미즈와 비슷하게 밝으나 그보다 좀 더 높은 톤의,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만약에 요우가 그 말을 듣고 돌아본다면, 무언가를 도로 재킷 속에 집어넣고 있는 특별채용직 정복 차림의 '스즈키 씨'를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원한다면 일반 서류 정도는 보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여기까지 온 김에 궁금한 건 다 대답해 줄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
철컥, 등 뒤에서 안전장치가 풀리는 금속성 소리가 나자 그대로 손이 굳는다. 서류에서 손 떼고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뒤돌았을 때, 스즈키 씨는 재킷 안에 무언가를 넣고 있었다. 아마 총이었겠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봤다. 그건 '내각정보조사실' 도장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관계자가 저렇게 반응한다는 것은, 위험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뜻일 터였다.
묻고 싶은 건 당연히 많았다. 하지만 방금까지 목숨이 날아갈 뻔한 입장에서 당장 내각부 명칭을 입에 담기란 위험한 행위였다.
간 보는 것이었을까, 정말 궁금했던 것일까. 한참 뜸 들인 끝에 요우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건⋯⋯.
"스즈키 선임 행정원님과는⋯⋯ 가족 관계이십니까?"
⋯⋯ 제법 사적인 질문이었다⋯⋯.
@스즈키 미이코에게 질문합니다.
"응, 맞아. 내가 동생. "
"사내에서는 별 상관없이 따로 다니는 입장이지만. "
"긴장할 거 없어. 편히 말해도 돼. 어디부터 말해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아, 이건 연구직 쪽에도 이미 들어간 이야기일지 모르겠네?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
미이코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고는, 별 거 아닌 듯 말을 이어나가려 하였습니다.
"중요한 분 하나를, 여기 숨겼다더라? "
"상황이 어떻게 됐건 우리들은 모른 척 해줘야 하는 입장이니까, 만약에... 코후쿠...씨 맞지? 코후쿠 씨가 보게 되더라 하더라도 모른 척 해줘. "
"누가 사무실에 와서 난장판을 피워도 절대로 모른다고 말해 줘야 해. 요시다 박사님 부탁이야. "
꼭, 뭔 일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듯한 어투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면 나중에 요시다 박사님을 찾아가도 괜찮고. 뭔 말 하시면 감사위원님 이름을 대. "
"참, 아이들은 돌아갈 땐 내가 인솔할게. 그래도 괜찮지? "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군요."
"인솔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방금까지 몸과 몸 사이에 총구가 있었던 관계 치고, 분위기는 금방 풀렸다.
활기찬 스즈키 씨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준 덕분이란 것쯤은 요우도 직감할 수 있었다. 요우는 습관적으로 가운의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대꾸했다.
"하지만⋯⋯ 모른 척할 때 하더라도 '중요한 분'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략적으로 알아야 제 나름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침입자에 대해 질문합니다.
"글쎄? 그건 나도 잘 몰라! "
침입자에 대한 요우의 질문에 미이코는 해맑게 대답하였습니다.
"특무기관에 관련된 사항이니 감사위원님이 잘 아시겠지. 특무기관의 사람이니까. "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보안팀장이지만 내 영역 밖은 잘 모르거든. "
오른뺨을 긁적이며 다소 난감하다는 듯 말 끝을 흐리는 것으로 보아, 정말로 이 부분에 대해서 미이코는 아는 바가 없어 보입니다...?
정말로 잘 모르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까 일단 그런 것이겠지요.
"아이들 앞이라 물어보기 좀 그렇다면.... 좀 이따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테니 그 때 물어보는 건 어때? "
"이 방을 나가면 내가 바로 데리고 나갈게. " 라 덧붙이며 미이코는 문 뒤를 가리켜 보였습니다.
일단 아무튼간에 인솔 부분에 대해서는, 한숨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둘러본 내부에 대해 받은 감상과는 달리, 나름대로 체계는 있는 모양이었다.
감사위원이자 특무기관 첩보부장, 동시에 CIRO에 정기 보고를 올리는 사람. 미야미즈 감사위원님이라면 어떤 질문에 대한 해답도 전부 알고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를 테면 해양 연구 기관은 UN과 무슨 관계인지, 특수생물보관실에 육상 동물이 보존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비밀이 많아 보이는 장소에 더 머물어 스즈키 씨를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았더.
요우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하고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보안팀장님께 아이들 인계하고, 감사위원님께 '침입자'에 대해 물어봅니다.
보안팀장 '스즈키 미이코' 에게 아이들을 인계합니다!
스즈키 미이코는 그렇게 말하며 스메라기와 아유미의 어깨를 톡, 톡 쳐 보입니다.
미이코와 요우를 번갈아 바라보던 아유미는,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요우에게 인사를 합니다.
스메라기는 태평하다는 듯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다가, 아유미를 따라 요우에게 꾸벅 인사하였습니다.
다소 어색하게 들려질수도 있을 발음의 감사했습니다.
그 인사를 마치고,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요우에게 손을 흔들며 문 바깥으로 사라집니다....
ー 키이이 ....
이제, 정말로 윤리감사실 사무실에는 요우와 미야미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침입자' 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때가 되었습니다.
'침입자' 에 대한 질문을 들은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미묘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하......자네도 공공과학연구회 의 활약이 궁금한 모양이지? "
천장, 상 하 좌 우 모서리, 문 뒤쪽과 창문 너머를 차례로 돌아보던 감사위원은, "이곳에선 할 이야기가 아니네. " 라 덧붙이며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이려 하였습니다.
" 후지와라 박사 는 교토대학 출신의 전 기술부 차장이자, 이곳 해양 연구소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야. "
"하지만, 자네의 가족이 특무기관에 연관되어 있다거나.......그런 게 아니라면, 크게 관심을 가질 인물은 아니지. "
"그녀는 특무기관 네르프에서만 많은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니까. "
ー 달칵 - !
가볍게 실장실의 문고리를 열어제끼며, 감사위원은 요우를 돌아보곤 이렇게 말을 꺼내보였습니다...
두 아이를 향해 손 흔들어 주었다. '다시 만난다면 스메라기의 이름도 들어 둘 수 있길⋯⋯.' 같은 무의미한 생각을 하면서.
이어 감사위원실 내부를 샅샅이 살피는 감사위원을 응시하며 '이 사람⋯⋯ 역시 평범하지 않다. 무엇이든 쉽지 않았겠구나.' 라고, 목적어 없이 생각했다. 한편으론 그만큼 위험한 정보를 캐물은 것인가 싶기도 했다.
쨍쨍한 여름. 행정동 창문에 비스듬하게 비쳐 드는 햇빛이 두 개의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요우는 평소보다 말이 길었다.
"⋯⋯ 미디어가 멋대로 씌운 이미지일 뿐입니다⋯⋯."
"정말 천재라면 수상한 해양 연구 기관과 엮이는 대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쳐 일상을 영위하는 쪽을 선택했을 테니까요."
실장실 앞에서 멈춰 섰다. 상대가 먼저 들어가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감사위원님과 달리 제겐 숨기는 게 없으니 비밀도 없습니다."
"⋯⋯ 다만 아버지께서 특무기관에서 근무하셨었습니다. 푸른 반다나를 매신 뒤로 소식이 끊겼지만."
@함께 실장실로 들어갑니다.
푸른 반다나. 의 언급에서 멈칫 하던 미야미즈는, 순간 복잡한 눈길로 요우를 바라보다 말았습니다.
무언가 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걸까요?
".... 들어가지. "
실장실의 가장 큰 특징으로 말하자면 생각보다 비행기 모형이 많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이 자주 쓰는 곳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업무 중이라기엔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점입니다.
"후지와라 치사토는 교토대학 출신 박사로, 특무기관의 기밀 계획중 하나에 관여되어 있는 사람이다. "
"보안이 있기 때문에 무슨 기밀 계획인지에 대해선 자세히는 알려줄 순 없어. 하지만..... 자네는 연구직이기도 하고, 연관인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위치이기도 하니.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
" 공공과학연구회 는 과학은 인류를 위해 쓰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믿고 연구활동을 지속해온 조직이다. 특무기관 역시 과거에는 연구소였으니, 그런 사내 조직이 활동해도 이상하지 않지. "
".....그래, 인류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특무기관은 존재하고 있으니.... "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으나, 두루뭉실하게 말하고 있는 그의 발언은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합니다.
더 나은 생활 . 이 부분을 강조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의 의미로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후지와라 박사는 그 공공과학연구회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어. "
"그래서 이 곳으로 도망치게 도왔지. 가장 안전한 곳으로. 궁금한 점이 있나? "
이야기를 들으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실장실 내부를 천천히 걸었다. 비행기 모형들 중 불현듯 눈에 들어온 건 T-37. 미 공군 훈련기였다.
바다 건너 외갓집에 같은 모형이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모형이 쓰러지거나 손자국이 남지 않게 조심히, 날개 부분을 만져 보았다.
"후지와라 박사님⋯⋯. 동문이시네요. 제가 학사 졸업을 교토에서 했으니."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앞서........내가 코후쿠 연구원에게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야. "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뒤를 돌아보고는 이렇게 물어보려 하였습니다.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면, 자네는 마땅히 그러려고 할텐가? "
요우는 그와 마주 보았다. 목에 걸린 사원증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소속, '복원연구실'.
⋯⋯.
"하나의 종을 복원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저버리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배웠습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는 화법으로 말했지만, 연구자로서 밝힌 스스로의 견해였다.
"하나의 종을 복원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저버리는 건 마땅치 않다....... "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그렇게 말하며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리고는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습니다.
"그것은 자네의 스승에게서 배운 가치관인가? 아니면 자네의 아버님? "
이 질문은 지극히 사적인 질문이니, 넘어가고 싶다면 넘어가도 좋을 겁니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도 요즘 고민하고 있어. 내가 알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정확히는 내가 믿어왔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
"..... 아닌 건 아닌 거야. 자네의 생각과 같아. "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말을 덧붙이는 미야미즈 감사위원의 낯빛은, 다소 복잡해 보이는 감정이 드러나 보이는 모습입니다.
아마 요우보다 많은 것을 봐 온 만큼,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자네가 입사하고 한참 적응기간에 있던 동안, 특무기관에서는 대규모 파업 사건이 있었다. 공공과학위원회는 뒤에서 이를 주도했던 조직이고. 파업에 참여한 이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주도했던 이들은 좀 더 기밀 정보에 접근하기 쉬웠으니 알고 있는 게 좀 더 많았지. 지나칠 정도로 알고 있는게 많았어. 그렇기에 어떻게든 입막음을 시도하려는 것이지. 진실을 모두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
"자네의 부친이 특무기관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었지.... " 라 덧붙이며 잠시 고민하던 감사위원은, 요우에게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습니다.
"부친이 하던 일이 뭔지에 대해, 자네는 알고 있나? "
'마음에 든 대답이었나?'
그와 반대로 요우는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그저, 자신의 대답이 심기에 거슬린 게 아니기만 하다면 다행이었다.
"스승님이십니다. 그분께서도 감사위원님처럼 말씀하셨죠.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자신의 세계가 허물어진다고. ⋯⋯ 그 재미로 연구하길 멈추지 않는 거라고."
알고 싶다,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지 않은가.
웃었다가 한숨 쉬었다가⋯⋯. 감사위원의 낯빛 변화를 유의 깊게 관찰하며, 요우는 이어 반문했다.
자신 역시 알기 위해서.
"과묵한 분이셨기에⋯⋯ 잘 모릅니다. 특무기관은 무슨 일을 합니까?"
특무기관은 무슨 일을 하냐는 요우의 질문에,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다시금 천장 모서리를 좌우로 살펴보고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곤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세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는 일, 이라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알고 있어. "
"자네의 부친 역시, 그렇게 알고 일하고 있었을 테지. 푸른 반다나를 메기 전까지는. "
미야미즈 감사위원의 표현은, 어째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아마 자네의 입사 이전부터 이겠지만, 최근 들어, 많은 대피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나? 특무기관은 그것과 관련되어 있어.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는 적들을 막아내고 저지하는 일. 자네가 오늘 인솔한 아이들은 그 일을 수행하는 파일럿 이다. 쉽게 말해 준 군인이라 봐도 무방해. "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현장에 나서는 파일럿 아이들조차도, 전혀 모르고 있는 한 가지가 있지. "
딱, 하고 오른손을 튕기듯 손짓하며, 감사위원은 이렇게 혼잣말하듯 물었습니다.
"모든 적을 섬멸하고 나서,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
가볍게 천장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고는, 감사위원은 요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지금 내가 말한 것과 방금 전에 자네에게 물은 것은, 어느정도 통하는 것이 있네. "
"편히 이야기 하도록. 이곳에는 도청기가 깔려있지 않아. "
경찰 손에 이끌려 대피소에 구금되고, 영문도 모른 채 다시 풀려나길 반복했던 나날들.
해양 연구 기관에 적응하기 바빠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 내쳐지는 것입니까."
특무기관과 공공과학연구회는 대립 관계였을 터였다. 그러니 정리하자면 이렇게 되었다.
'특무기관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알려지지 않은 적과 싸우며, 하나의 종을 만든다.'
'공공과학연구회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연구회의 수장인 후지와라 박사는 도망자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요우는 그 위에 한 가지 스택을 더 쌓아 올렸다.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군인과 유사하다.' 군인이란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전사한 어머니 역시 군인이었으니.
도청기가 깔려 있지 않단 이야기를 듣고도 한참 침묵했다. 주어진 정보들의 교집합을 곱씹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 아유미는, 자신이 백업 이라고 했습니다."
"정답이네. "
"....나도 이걸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 유감스럽게도 사실이야. 아직까지는 보고하진 않았지만...... "
씁쓸하게 웃으며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었습니다.
자신 역시 얻은 지 얼마 안된 정보라 하며 웃는 모습이, 본인 역시 믿겨지지 않는 듯 짓는 헛웃음입니다.
"퍼스트가 백업 파일럿 이라 했다고? 아아, 맞아. 사실이다. 실제로 전장에 나서는 파일럿 아이들이 또 있으니까. 그 아이들이 나서기 힘들때 나서는 것이, 스메라기 히카루와 타치바나 아유미. 두 아이들이지. "
백업 파일럿 에 대해 관심을 갖는 요우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감사위원은, 더 궁금한 게 있냐는 듯 요우에게 묻습니다.
"두 아이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나, 코후쿠 씨? "
스메라기의 이름을 생각보다 빨리 알게 되었다.
다시 만날 확률은 희박하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계속해서 이어질 인연인 걸 수도.
톡톡 소리를 내는 손끝으로 시선이 향했다. 요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씁쓸함, 안타까움⋯⋯ 그런 감정은 담기지 않은 제스쳐였다.
'감사위원님께 관계자 라 불린 것이 무색하게도 불가해의 영역이다.'
특무기관이, 후지와라 박사님이, 파일럿들이, 미야미즈 씨가 지고 있는 무게가 외부인으로서는 체감되지 않았다.
「타인」인 것이다.
"파일럿은 정확히 어떤 적과 싸우는 겁니까?"
"ーー사도使徒. "
"특무기관 측에서는 그렇게 부르고 있네. "
.....지금, 성경에 나오는 그 존재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요?
말도 안되는 말을 내뱉고도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태연합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말하는 것처럼, 감사위원은 고개를 까딱이었습니다.
"뭐, 믿기지 않을 이야기이지만, 내가 실제로 보고 확인한 바는 그랬네. "
"정말로 징그러운 사도더군. 징그러울 정도로 닮아있었어. 유전자를 포함해서 모든 것이... 겉모습은 그렇지 않았지만. "
"마치, 인간이 진화한다면 저런 형태가 될수도 있겠다 싶은 모습이었지. "
"⋯⋯ 사도."
신의 사자. 달리 이르자면 천사쯤 되는 것.
그 단어를 중얼거리며 요우는 생각했다. 과연 누가 지은 명칭일까.
감사위원은 징그럽다 말하면서도 인간의 진화형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렇다는 것은, 혹시⋯⋯.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하나의 종'이란⋯⋯ 사도와 닮은 것입니까?"
사도와 닮은 것이라는 말에 순간,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움찔하려 하였습니다.
"ー글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는걸. "
하나의 종이 사도와 닮은 것이냐는 요우의 물음에 미야미즈는 말을 아끼려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만난 사이이다보니, 정보를 어디까지 오픈할 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한 배를 탄 사이까지는 아니니까요. 그렇지요?
"⋯⋯ 알겠습니다."
"무사하면 좋겠네요. 아유미도, 히카루도."
할 수 있는 건 탁자에 앉아 행정 업무를 처리하거나 파란 수조에 담긴 물이 넘실거리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고작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특무기관의 첩보부장이란 막중한 임무를 가진 분께서 해양 연구소엔 왜 계신 건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다면, 그 애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하..... 오늘은 정식 출근한 것이 아니니 봐주겠어? "
누군가에게 이미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인지, 미야미즈는 어쩔 줄 모르는 듯 머리를 넘겼습니다.
그렇지요.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어떠한 목적 이 있어서가 맞습니다.
CIRO에 소속된 자로써, 특무기관에서도 활동중인 그가, 해양 연구소에서 왜 감사위원을 하고 있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이쪽이 정식 소속 이기 때문이다. 라고 해두면 되나? "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피곤해. 몸이 두개가 아니라 세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야. 실제로도 이미 그래야 할 것 같지만. "
".....나도 어떻게 보면 위에서 발령난 입장이라고. 들이꽂은 거야. "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자네가 한 가지 알아보면 좋을 정보가 있는데... 어떤가.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인가? "
"인력이 부족한 건지⋯⋯ 고생이시군요."
"하필 바쁘시다는 말을 들은 직후라, 감사위원님의 일을 제게 떠맡기시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만⋯⋯."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말투로 느릿느릿 말했다.
이어서 살짝 기울어지는 고개. 긍정할지 부정할지에 관해 고민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빠르게 대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좋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한번 생각에 잠기고 나면, 한없이 가라앉게 되리란 것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에.
요우는 일부러 생각의 연쇄가 시작되려는 시초를 끊어 내며, 지금 진행되는 대화에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요우의 빠른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미야미즈는 순순히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우리 해양 연구소 전체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속칭 O계획 이라고도 하지. Ocean Project. 이건 이시가메 수석이 있는 해양성분안정화연구실을 중심으로 해서 현재 연구 진행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니, 자네가 속한 부서도 엄밀히 말하자면 O계획 중 하나를 진행중인 셈이야. "
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입니다만, 복원연구실 역시 O계획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맡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될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붉은 바다를 푸르게 만드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Ocean Project라 이름지은걸까요, 참 직관적인 이름이군요.
정말로 그 의미만 있는 이름일까요?
"이 O계획을 중심으로 알아나가다 보면, 자네에게 구미가 당길 정보에 다다를지도 모르네. "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이 연구소를 돌아다니며 자네 스스로 알아내 보도록. "
시간이 되었다는 듯, 짝 하고 박수를 딱 쳐보이며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손목시계를 슬쩍 내려다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인솔 업무도 끝났고, 정보는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지금부터는, 요우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내야만 합니다.
"...자, 그럼 슬슬 이제 난 나대로 옷을 갈아입어도 괜찮겠지? "
이만 가보아도 좋다는 듯,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요우를 향해 가볍게 손을 내저였습니다.
볼 것도 없습니다. 명백한 축객령입니다.
O 계획 은 낯선 단어였다. 아직까지 아는 것보다도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방증이었다.
묵묵히 설명을 새겨듣던 요우는 축객령이 떨어지자 감사위원의 얼굴을 응시했다.
한없이 유쾌해 보이는 남자. 그러나 그 이면엔 타인에게 쉽게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그것의 무게가 가늠되지 않아서, 그는 신중히 인사말을 골랐다.
"⋯⋯ 그럼 다시 뵙겠습니다."
⋯⋯.
실장실 밖.
요우는 감사위원이 그러했듯 괜스레 천장 사각을 올려다보았다.
육안으로 관찰되는 카메라는 없었다.
그럼에도 천장에서 눈을 떼진 않았다. 올라간 고개를 따라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어쩐지 품속에 넣어 둔 밀크 캔커피가 무거운 쇳덩이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제아무리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났다 한들, 지금으로선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터.
'⋯⋯ 우선은 돌아가자.'
느린 발걸음이 행정동 복도를 가로질렀다. 올 땐 두 개였던 그림자가 하나로 줄었다.
태어난 이래 줄곧 사로잡혀 있던 사념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내딛는 첫 걸음. 비록 그는 자각하진 못했지만.
코후쿠 요우의 기묘한 해양 연구소 생활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업무로 복귀합니다.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윤리감사실을 나와, 행정동을 빠져나와. 요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 돌아가야 할 곳.
연구동으로.
요우는 업무로 복귀합니다......
"어, 신입! 돌아왔냐? "
복원연구실에 돌아오자마자, 밝은 목소리가 귀에 내리꽂힙니다.
이제는 익숙하게 들리는, 요우의 선임의 목소리입니다.
요우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전혀 모르는지, 선임은 요우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인솔 일은 어땠냐? 애들 상대하기 까다롭지? "
"하, 진짜 골치아팠는데.....어떻게 일을 잘 해줘서 고맙다 신입. "
"아뇨⋯⋯. 좋은 애들이던데요."
"다시 온다면 또 직접 인솔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책상을 정리하려다 선임에게 대꾸했다.
"밥 사는 거 잊지 마세요." 라고도 덧붙이며, 밀크 캔커피를 건네주던 손이 멈칫했다.
"아, 질문이 있는데. O계획이라고⋯⋯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밥 사는 것 잊지 말라는 말에 "당연히 그러고 말고...." 라 말하던 선임은, 요우의 말에 "음? " 하고 눈썹을 올립니다.
"엉, 연구개발본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그거 말이지..... "
"뭐야, 너 정화시설에 관심이 생겼냐? "
정화시설 이란 말을 꺼내는 것으로 보아, 얼추 선임은 O계획에 대해 들어본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역시 O계획에 대해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것인지, 바로 구체적으로 뭔가 설명을 해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뭐, 그건 이시가메 수석님이 계신 해양성분안정화연구실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고, 우리들은 복원 과 관리가 주 업무이니. "
"우리는 우리 일에만 집중하면 돼. 너무 깊게 알지 않아도 된다. "
우리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말이 묘합니다만, 별 의미는 없을 겁니다.
저 선임이 별 의미를 두고 말했을리가 없습니다.
"정 궁금하면, 나중에 요시다 박사님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떠냐? "
"그분 역시 O계획을 이끄는 입장이시니, 뭔가 알고 계시는 것이 있을 거다. "
"알아 두면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넣어 두고 나갔던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으며 대꾸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바쁘지 않으실 때 가 봐야겠네요."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요시다 박사님이라. 여기저기서 많이 들은 이름이지만, 업무와 관련해 대면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지.'
친절한 분이시라고 정평이 나 있으니 면담 요청에 부정적이진 않으시리라 막연히 추측하며, 인솔 때문에 미뤄 둔 잔업을 처리하기로 했다.
@별일 없다면 퇴근 시까지 쭉 근무합니다.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고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요우는, 다시 잔업을 마저 처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에, 철컥 소리에, 뭔 일이 참 많았습니다만 그것들이 다 지난 일인 것처럼, 지금과는 꽤나 먼 옛날의 일 같습니다.
CIRO의 일도, 특무기관의 일도, 복원연구실의 연구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는 지금 요우의 일과는 까마득히 먼 일.
그러나 지금의 요우에게는 한 가지 모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선배로부터의 부탁이, 결코 요우에게 잔잔한 일상을 안겨주지 못할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 また、地下の所へ
- 대피소 구석 벽에 기대앉은 채, 묵묵히 소란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당화하는 동안에도 요우는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 뿐이었다.
금일 대피 명령은 단순한 헤프닝이 아닐 터였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연구소이니, 다른 사람들도 눈치챘겠지.
요우의 푸른 눈이 천장을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극도의 공포를 모른 척하려는 인간의 「자기방어기제」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돌아온 사무실.
요우의 컴퓨터 화면에는 해양 연구소 인트라넷 1:1 채팅 창이 띄워져 있었다.
자판에 손을 얹었다. 웬만한 중학생 수준의 독수리 타법인 건 여전하지만 타자 속도만큼은 빨라졌다.
@요시다 박사님께 면담 요청 합니다.
면담 요청이 있고부터 아주 긴 시간동안, 확인은 되었으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답변이 온 시간은, 어느덧 오후 시간이 되었을 무렵. 업무가 슬슬 끝나갈 때 즈음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당연하지만 요우와 같은 연구직 연구원들에게는 끝나갈 시간이 아닙니다.
지금의 시간은 오후 4시 00분, 퇴근을 준비하기엔 한창 이른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코후쿠 연구원님
요시다입니다.
오늘 저녁 6시 이후에 시간 있으신가요?
지금 시간이 내기 어려운 지라, 저녁 시간 이후에 뵐 수 있을까 합니다.
메신저로는 하기 어려운 내용이니, 사무실로 와주셨으면 하는데 어떠신가요?
답변이 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거절하시겠습니까?
메시지 전송 후 한 시간 내로 본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전 내내 업무 처리 하다가, 답장 올 낌새가 없다는 걸 요우는 점심시간 즈음에서야 깨달았다.
'바쁘신가 보군.'
서두르다간 일을 그르친다. 부서 내에서 이미 '거북이'로 통용되는 요우는 별명답게 편의점 샌드위치 하나를 사 물고, 사무실로 돌아와 느긋하게 오후 업무에 복귀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16시. 모니터 화면의 깨알 같은 글자를 집중해서 보던 중 메시지 알림이 떠올랐다.
박사님으로부터 고대하던 연락이었다.
@수락합니다.
요우는 요시다 박사님의 제안을 수락하였습니다!
정신없이 보낸 오후 시간대였습니다. 정리해야 할 데이터가 오늘따라 많았기 때문입니다.
관리중인 해양동물의 현재 수부터 시작해서 실험 데이터 정리 등등.....
그래도 요우가 해치우기 버거운 정도의 양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오후 6시를 넘겼습니다.
일반 행정직이라면 퇴근을 준비할 시간입니다....하지만 요우와 같은 연구원들에게는 아니지요.
특히 SW개발본부 연구원들이라면 더더욱, 지금부터 시작인 시간이 되겠습니다.
복원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의 경우.... 어느정도 짬이 찬 연구원의 경우 맡고 있는 연구실에 따라 교대하여 관리중인 해양동물을 관찰해야 할 업무가 주어집니다만, 아직 신입인 요우에게는 그런 일이 내려오진 않습니다.
신입들에게는 데이터 처리 및 정리 등의 잡다한 업무가 주로 주어집니다.
"여어, 신입. 저녁 메뉴는 생각해 뒀냐? "
한참 일을 하고 있을 요우에게로, 선임이 다가와 가볍게 말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저런.....타이밍이 좋지 않군요. 요우에게 선약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눈치입니다.
입사 전에도 주로 현장에 나가기보단 사무실에 앉아 흰 종이와 검은 글씨를 들여다보았다. 요우는 살아 있는 생물보단 계량화된 숫자를 다루는 데 익숙했고, 또 능숙했다.
그래서 옆자리 연구원이 해양동물을 관찰하러 나갈 때도 특별한 부러움 같은 감정을 품진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열중하던 중, 선임이 다가오자 벽시계를 흘금거렸다.
"저녁은 거를 생각이었습니다. 곧 요시다 박사님과 면담이 있어서요."
숨길 만한 사안은 아니란 생각에, 별다른 거리낌 없이 이후 일정을 이야기했다.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 있었다. 면담 시간에 맞추려면 환경 평가 지표를 늦지 않게 검토해야 했다.
@선임에게 대꾸하며 마저 일합니다.
"오, 요시다 박사님과 면담? 웬일이냐. 개인으로 만나는 경우는 드문 분이신데. "
선임은 고개를 갸웃이다가 그럼 됐다는 듯 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래.....그렇다면 알겠다. 근데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니냐? "
"곧이라면 이제 슬슬 가봐야 할텐데, 박사님보다 늦게 도착해선 안되는 거 아냐? "
엄연히 말하자면 요시다 박사님은 요우보다 한참 상관이신 분은 맞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연구소,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는 곳이었군요.....
"⋯⋯."
대꾸하지 않고 마지막 96번째 항목까지 눈이 빠져라 응시했다. 포스트 닥터였을 때 미국에서 만들었던 평가 지표를 떠올리며 종 분포도와 수생식물 분포 면적에 관한 항목을 몇 개 추가해 넣고는, 컴퓨터를 절전 모드로 바꾸었다. '컴맹이'라 불렸던 게 엊그제 같았다.
"운이 좋았죠. 가 보겠습니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조용히 일어서며, 선임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 아. ⋯⋯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슬 정리하고 약속 장소로 향합니다.
사무실로 향합니다!
요시다 에리카 박사님이 계시는 곳은 해양바이오본부의 유전자원실, 여기서 2층만 더 올라가면 되는 곳입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도 무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도 무방한 위치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올라가든간에, 사람에 치여 올라가게 되는 건 분명하겠지만 말입니다.
이곳 해양바이오본부는.....
이상할 정도로 부서간 교류가 많거든요.
수많은 크고 작은 연구실들을 지나, 요우는 마침내 요시다 박사님이 계시는 유전자원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유전자원실 내부로 진입합니까?
시간이 늦은 만큼 무언가 사 들고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양손은 비었고, 요우는 맨몸으로 인파 사이에 끼어서 계단을 올랐다.
해양바이오본부를 택하지 않은 건 요우에게 있어 행운이었다. 그처럼 존재감 없는 자가 소속되었다간 톱니바퀴만도 못한 신세가 될 것임이 분명했으니까.
'⋯⋯ 1014, 연속된 제곱수의 합. 약수는 12개⋯⋯.' 수학적 정보를 머릿속에 띄워 올리는 것으로 심호흡을 대신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복도에 나직이 울렸다.
@ 유전자원실 로 들어갑니다.
유전자원실로 들어섭니다!
ー휘이이…….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 주변에 놓여있는 수많은 샘플이 담긴 냉장고, 천장에도 벽에도 여기저기 달려 있는 에어컨, 여름이란 계절에 맞지 않는 긴팔을 입고 일하고 있는 직원들. 그 중에는 아예 담요를 어깨에 덮고 일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일반 오피스임에도 어쩐지 연구실과 같은 인상을 주는 곳.
유전자자원실의 인상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렇습니다. 이곳은 아주아주 춥고…춥게 일해야 하는 곳으로 보입니다.
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이, 야근이 어느정도 있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기야, 행정직이나 특채직이 아닌 이상 요우와 같은 연구직들에게 야근은 종종 있는 일이긴 합니다.
"아, 코후쿠 연구원님이신가요? "
이제 막 들어선 요우를 향해, 한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긴 머리를 땋아내린 직원입니다.
목에 걸린 사원증에 적힌 요시다 에리카 . 이 분이 요시다 박사님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잘 와주었어요. 코후쿠 연구원님. 자,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
연구실을 더 살펴볼 수 있겠으나.. 지금은 요시다 박사님이 부르고 계시기에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실장실로 따라 진입합니까?
서늘한 바람을 막고자 가운 앞섶을 여민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척 보기에도 편한 근무 환경은 아닌 것 같았지만, 바깥은 사시시철 여름 날씨다 보니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호화롭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요우는 가운에서 손 떼고 요시다 박사를 향해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는 진심이었다.
유전자원실에 와 보니 박사님과의 면담이 얼마나 귀중한 기회인지 더욱 체감이 되었다.
그런 만큼, 이 만남에서 값진 것을 얻어 갈 수 있길 바랐다.
@실장실로 들어갑니다.
실장실로 진입합니다!
실장실 내부는 하나같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입니다.
아마도 이 방의 주인은 더러운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창가 앞에 놓인 커다란 책상, 그 앞에 놓인 소파 두개와 테이블.
건너편 소파에 앉으라는 듯 요우에게 손짓하고는, 요시다 박사는 차분히 요우가 앉는 위치의 건너편에 앉으려 합니다.
"O계획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요, "
가볍게 쿠키 봉지를 뜯으며 접시에 쏟아내고는, 요시다 박사는 요우를 향해 묻습니다.
"어디부터 어떤 부분이 관심이 있는지, 들어봐도 괜찮을까요? "
앉아서 검지로 책상 아래를 쓸어 보았다. 실례가 되지 않도록, 요시다 박사에게 손이 보이지 않는 구도였다.
물론 요우의 지문에는 먼지 한 톨 묻어나지 않았다.
손짓을 갈무리하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Ocean Project."
"해양성분안정화연구실을 중심으로 연구소 전체 차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 알고 있습니다."
넓적한 접시에 와르르 쿠키가 쏟아졌다.
요우는 상대방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우선 O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붉은 바다를 푸르게 되돌린다'⋯⋯ 가 맞습니까?
@면담 이어 갑니다.
"O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
궁극적인 목적, 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쿠키를 집으려던 손길이 멈춥니다.
요시다 박사는 후후 웃으며 쿠키를 내려놓고는, 요우에게 사근사근 대답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잠시 한숨을 고르고는, 요시다 박사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세컨드 임팩트 이전처럼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
"어때요, 이정도면 충분히 대답이 되었을까요? "
"물론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이 아닌 뒤로. 세컨드 임팩트 이전의 바다로, 세컨드 임팩트 이전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요우가 바라 마지않는 것이었고, 일본 해양 연구소에 입사한 '궁극적인' 사유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이해관계의 일치였다.
"그렇지만 O계획의 상세 내용은 제 선임 연구원도 알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업무의 능률을 위해서라도 구체적으로 알아 둬야 할 것 같았습니다."
"모든 생명이라 함은⋯⋯ 인류 이외에도 지구상 모든 종을 의미할까요."
"그렇지요, 세컨드 임팩트 이전의 모든 종이 살 수 있는 세계. "
"그것을 위해서 우리 연구소는 노력해 오고 있어요. 섹터(Sector)와 같은 곳 내부에서라도 모든 생명체가 제대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
이건.....이거대로 또 새로운 정보인 것 같습니다.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실험실과 같은 공간일까요? 아니면........?
"지금 연구개발본부에서 준비하기 시작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이를 위한 첫 걸음이랍니다. "
"뭐, 우리 해양바이오본부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아닙니다만, 코후쿠 연구원도 알아두기는 해야 겠지요. "
가볍게 쿠키를 집어먹으려 하며 요시다 박사는 나직이 말하였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라,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보시겠습니까?
특수생물보관실을 떠올렸다. 다양한 육해공 생물들이 어우러져 복원되어 있는 곳.
그곳에 첫 진입했을 때, 요우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떠올렸었다.
"섹터는⋯⋯ 연구소 바깥에서 지어지고 있나요?"
박사가 먼저 쿠키를 집은 후에, 요우 역시 쿠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다지 간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의를 보여야 한다는 자각이 있었다.
"질문이 많아 죄송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입니까?"
@자세히 듣습니다.
"글쎄요, 거기까지는 자세히 모르겠네요. 이시가메 수석님만이 자세히 알고 계실 부분이라. "
요우의 질문에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듯 요시다 박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건.....이 부분에 대해선 요우 스스로 알아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에 관련해서 정화시설에 새로 장치를 만들고 있어요. 완전히 세컨드 임팩트 이전과 같은 해양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
"아주 미세한 것까지도 정화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답니다. "
쿠키를 한 입 베어물고는 요시다 박사는 말을 이어나갑니다.
"우리는 이를 안티-L 시스템 프로젝트라 명명하기로 했어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
"그렇군요."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일 것이다.
박사의 설명에 특기할 만한 점은 없었다. O계획도 안티-L 시스템 프로젝트도, '해양 연구소'가 가질 만한 포부였다.
다만 아주 미세한 것까지 정화하겠다는 건, '국제 연합' 정도 되는 조직의 협조 없이는 실현이 어렵겠지.
탁자에 떨어진 쿠키 부스러기를 티슈로 닦아 냈다.
"네. L은⋯⋯ 무엇의 약자입니까?"
@면담 이어 갑니다!
"글쎄요, 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힐 수 없는 기밀 사항입니다만......."
요시다 박사는 그 질문을 듣자마자 잠시 머뭇거리다, 머리를 긁적이며 마지못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L은 Laphael의 줄임말이랍니다. "
정말로 L의 약칭이 그게 맞습니까?
아무리 봐도.....L이 그 약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뭔지 알 수 없어도 이것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요시다 에리카 박사는, 요우에게 지금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정보에 대해서는 앞으로 요우가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요우에게는 이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려 시도하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라파엘Raphael이라⋯⋯ 무려 천사의 이름이군요."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인지 체감되는 약어입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이길래 이름조차 숨기는 것인지⋯⋯.
앉은 채로 가만히 머리를 숙였다. 기밀은 기밀이고 감사는 감사였다.
"대접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야 할지 방향성이 잡힌 것 같습니다."
@요시다 박사가 다른 이야기를 할 기색이 없어 보이면, 면담 마칩니다.
"별 말씀을요, 저야말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코후쿠 연구원님. "
요시다 박사는 그렇게 말하며 가벼이 고개를 숙이고는 요우를 향해 이렇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자, O계획에 관해 어느정도 궁금증이 충분히 풀리셨을까요? "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더 질문하셔도 좋아요. 시간은 어차피....퇴근 시간이지요, 슬슬? 넉넉하답니다. "
자리에서 일어서며 슬슬 자리를 파하려던 차였다.
그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스치는 몇 가지 정보들.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 말고 몸 돌려 요시다 박사와 마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시다 박사님은 교토대학을 졸업하셨다 들었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학사를 취득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후지와라 박사님과 동문이신 만큼⋯⋯ 박사님께서도 공공과학위원회에 속해 계신지요."
"..........네? "
순간, 말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요시다 박사는 요우를 말없이 크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공공과학위원회 , 후지와라 박사 , 어느 쪽에 놀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시다 에리카, 그는 지금 무엇에 놀라고 있습니까?
"공공과학위원회......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여쭤볼 것이 생겼네요. "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내쉬고는, 요시다 박사는 요우를 향해 이렇게 질문하려 하였습니다.
"어떻게....알고 있습니까? 후지와라 박사에 대해서? "
"대학에서⋯⋯ 유명한 선배님이셨죠."
라는 말로, 어쩌면 얼버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우는 대답을 고치기로 했다.
박사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려 노력하며, 그 다음 말은 보다 느리게 흘러나왔다.
"특무기관에서 오신 분께 전해 들었습니다. 사적인 대화 중 출신 대학을 말하니 후지와라 박사님에 대해 알려 주시더군요."
"⋯⋯ 제가 실례되는 질문을 한 겁니까⋯⋯?"
"아, 죄송합니다. 실례되는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
유명한 선배였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이면서도, 요시다 박사는 떨리는 손으로 쿠키를 놓았습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요시다 박사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특무기관에서 오신 분에게 들었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실례지만 여쭙겠어요. "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전부 비밀에 부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
"알겠습니다. 제겐 친구랄 만한 사람이 없으니 쉬운 일입니다."
⋯⋯ 믿기지 않게도 본인 나름의 농담이었다. 진실에서 비롯된 농담.
요우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다만 완전히 박사의 쪽으로 몸을 돌려세웠다.
"말씀해 주시면 듣겠습니다."
@요시다 박사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후지와라 박사는......대학 시절부터 제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과학적 가치관도 서로 비슷했고요. "
"과학은 사회에 이바지 되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사회 전체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공공과학위원회 였습니다. 저희들이 대학 시절일 때부터 이어온 오래된 모임이였죠. "
"...... 하지만, 사회 로 나간 뒤의 과학에 대한 대우는 실상과 달랐습니다. "
요시다 박사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우리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때로는 기업의 요구에 따라 의지를 꺾어야 했으며, 실상과는 다른 것을 개발해야 하기도 하였습니다. "
"인류를 구하기 위해 개발하고 연구한 것이, 실상은 전혀 반대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 줄 누가 알고 있었을까요? "
......이것,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요시다 박사 자신의 이야기인가요, 후지와라 박사의 이야기인가요?
"후지와라 박사도 슬슬 환멸이 왔을 겁니다. 더이상 이 조직에 몸을 담기 힘들겠다 여겼을 테지요. 그래서 공공산업노조에 대한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
"이곳으로. ーーー해양 연구소로. "
공공산업노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이지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퍼즐을 맞춰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특무기관 네르프의 이야기입니다.
"미야미즈 감사위원이 그녀가 도망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지금이면 외부에서도 찾기는 아마 포기했을 겁니다. "
"이곳은 보안이 철저한데다,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는 곳이니, 그 누구도 이곳에 숨어들어 온 이가 있다고는 생각치 아니하겠지요. "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고는 요시다 박사는 요우를 향해 물으려 하였습니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코후쿠 연구원님? "
"실상은 반대되는 것이었다 함은⋯⋯."
미야미즈 감사위원의 한숨과 '종'에 대한 이야기가 뇌를 스쳤다.
저것은 특무기관에 대한 이야기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첩보부장에게서 들은 단서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어 물었다.
"박사님 두 분은⋯⋯ 도대체 무엇을 연구하고 개발해 내신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
"저희들은 대체 무엇을 개발하고, 무엇을 연구해내 온 것일까요? "
허탈하다는 듯 웃으며 요시다 박사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요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려 하였습니다.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지요.
"저는 더 깊이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먼저 나왔지만, 후지와라 박사는 끝까지 완성을 하고 나왔을 겁니다. "
"그러니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나왔을 테지요. "
.....
........
지금, 뭘 듣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연구, 생명공학 쪽에서 참여한 인원이 많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성공했겠지요. "
"전투용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쯤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지....... "
무언가에 대적하기 위하여 전투용으로 개발된 로봇 형상의 생명과, 영문도 모른 채 대피소로 끌려가야 했던 나날들.
어렵지 않은 추론이었다⋯⋯.
그보다 요시다 박사의 담당 분야에 대해 질문하기로 했다.
더 잘 알고 계실 테니.
"연구하셨던 '보관'의 주체는 무엇이었습니까?"
"무엇을 보관하려 했던 것인지⋯⋯."
"최상층부는 이것이 과거의 원죄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것 이라 했습니다. "
"과거의 산물을 보관하는 곳, 거대한 탈 것이었지요. 제가 나갈 무렵에는 동력원은 완전히 개발되지 않았고, 나머지 부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습니다. "
"그 이후에 어디까지 개발이 진척되었을지는......잘 모르겠군요. "
말로만 들어서는 추측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요우라면 어떻게 능히 추측해 내리라 믿습니다.
"나머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후지와라 박사를 찾아 물으시면 금방 답이 나오실 겁니다. "
"제가..... ..... "
요시다 박사는 잠시 머뭇거리며 천장 여기저기를 확인하고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말을 이으려 하였습니다.
"그녀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
거대한 탈 것, 로봇 같은 생명, 그리고 파일럿.
조금씩 퍼즐들이 짜맞추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이름으로만 전해 들었던 이름의 행방을 안다는 이야기가 요시다 박사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요우는 고개 들어 시선을 맞추었다.
"⋯⋯ 박사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후지와라 박사는, 202동 10층에 있습니다. "
"제가 숨을 곳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쯤 직원들 중 하나로 변장해 있을 겁니다. "
202동은 행정동......행정직 직원들이 묵고 있는 단지입니다.
연구직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묵고 있군요. 이 또한 추측을 피하기 위한 것일까요?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코후쿠 연구원은 어디 말할 것 같은 사람이 아닐 것 같기 떄문입니다. "
"절대로, 절대로. 누군가가 물어온다고 해도 그녀의 행방을 말해주면 안됩니다. 명심하셨나요? "
행정동, 202동 10층.
속으로 중얼거리며 단단히 새겼다. 잊지 않도록.
"알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겠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하며 끄덕였다.
"다만⋯⋯ 박사님의 사진이 있다면 제가 받아 볼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생기셨는지 알아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후지와라 박사의 생김새를 묻습니다.
요우의 물음에, 요시다 박사는 조용히 증명사진을 내놓습니다.
비록 빛이 바래기는 했으나, 찍은 지 아주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 증명사진입니다.
"지금은 머리가 많이 바뀌어 있을 지도 모르기에, 다를 지도 모릅니다. "
"이곳으로 오면서 꽤 많은 것을 바꾸고 왔을 테니까요. 아무도 자신을 찾을 수 없도록. "
"...이 역시, 미야미즈 감사위원이 도와줬을 겁니다. " 라 덧붙이며, 요시다 박사는 요우를 향해 물었습니다.
"후지와라 박사에 대한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코후쿠 연구원님? "
요시다 박사가 보여 준 증명사진에선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요우는 이런 것을 좋아했다. 빛이 바랜 것, 오래된 것, 옛것⋯⋯.
지금으로썬 「긴 갈색 생머리」에 「동그란 검은 테 안경」을 쓴 여성이란 것 정도가 단서인가.
"바쁘신 분을 제 욕심으로 더 붙잡아 둘 수는 없으니까요."
가벼운 목례만 했던 아까와 달리, 일어서 있는 지금은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저야말로 좋은 면담 시간을 가진 것 같아 기뻤답니다. "
자리에서 일어서며 요시다 박사는 요우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려 하였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닌, 허리까지 살짝 숙이는 제법 정중한 인사입니다.
"조심히 들어가시길, 코후쿠 연구원님. 참, 그거 아시나요? "
"아마네야에서 오늘 특식이 나온다는 군요. 시간이 되신다면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랍니다. "
면담 시작 시간이 오후 7시, 그리고 지금이⋯⋯.
이제는 제법 한산해진, 올라왔던 계단으로 내려가며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 흘러 있었다.
저녁을 걸렀기 때문에 아마네야에 먼저 들를까 싶기도 했지만, 더 늦으면 행정동이 빌지도 몰랐다.
'⋯⋯ 확인차 먼저 가 보자⋯⋯.'
들고 나온 쿠키를 저녁 대신 삼키며 연구동을 나섰다.
@면담 마치고 202동 10층으로 갑니다.
202동, 직원거주단지로 이동합니다!
직원거주단지의 분위기는 바다 위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이란 것이 여지없이 티가 나는 곳이라 할 만 하였습니다.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곳에서 풀숲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주변에 드문드문 심어져 있는 나무, 지나칠 정도로 규칙적으로 띄엄띄엄 심어져 있는 나무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블록들.
이 모든 것이 이곳 직원거주단지를 인공적인 분위기로 느껴지게 하였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슬슬 저물어가고 있을......
아니, 지금쯤이면 이미 저물고도 남을 시간이지요.
완전히 해가 지고 가로등이 이따금씩 켜져있는 직원단지로 요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ー 키이이이이 ....
10층, 202동에 도착하였습니다.
202호에는 총 15호실이 존재합니다. 어디부터 찾아보시겠습니까?
복도 양옆으로 1호실부터 15호실까지 늘어선 방들을 훑어보았다.
하나하나 확인하기엔 방이 많을 뿐더러 쉬고 있을 직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았다.
복도에 난 창문을 통해 주홍빛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요우의 옆얼굴을 밝혔다.
그는 기다리기로 했다.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 문 열고 나오는 사람이 생길 때까지 일단 기다립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요우는, 곧 어느 층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이가 지긋해보이고 머리를 중간 길이로 자른, 회색으로 머리가 센 듯한 여인입니다.
....
.......
행정직인가요? 아니면 단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일까요?
복장만 봐서는 알수가 없습니다. 일상복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거기, 아이야. 여기 사는 아이니? "
그녀는 요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쪽으로 다가가려 하며, 이렇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왜 그리 가만히 서 있니, 어서 들어가지 않고. "
'아이⋯⋯.'
평상시 자주 듣는 호칭이기도 하고 나이 차이가 있어 별 꼬투리를 잡지는 않았다.
다만 가운 주머니에 넣어 놨던 뿔테 안경을 꺼내 썼다.
"안녕하세요. 찾는 사람이 있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류를 위한 과학에 힘쓴 분을요."
비록 도수가 없는 안경이지만, 상대의 얼굴이 한결 또렷해 보이는 듯도 했다.
@요시다 박사가 보여 줬던 사진을 토대로, 이목구비가 후지와라 박사와 동일해 보이는지 생각해 봅니다.
인류를 위한 과학에 힘쓴 사람, 이란 부분에서 여인은 표정을 굳혔습니다.
주변을 잠시 살펴보던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고는 요우를 향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복도 중앙 천장에 하나. 이쪽을 또렷하게 응시하고 있습니다.
"글쎄다, 아이야. 내가 네가 찾는 사람일지는 대답해 주기 어렵겠구나. "
"적어도 이곳에서는, 말할 수가 없어. 보는 눈이 많거든. "
.....?
보는 눈이 많다구요?
이곳에는, 지금 여인과 요우 둘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데요.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일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말해줄 수 있겠구나. 아이야. 손바닥을 이쪽으로 들어주련? "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요우를 향해 손을 뻗어보이려 하였습니다.
아, 저 부드러이 웃고 있는 표정.
묘하게 요우가 방금 전에 보고 온 '박사님' 과 닮은 모습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요우의 어깨 너머 천장을 향해 있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려 구태여 뒤도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저 미야미즈 감사위원이 보았던 것과 같은 것을 보았겠거니 속으로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
⋯⋯ 성격상 마주 미소 지어 주진 못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후 순순히 왼손을 내밀기만 했다.
@손바닥을 내밉니다.
여인은 부드러이 웃으며, 요우의 손바닥에 글을 적어내리기 시작하였다.
대답은 하지 말고 듣는 즉시 돌아가거라
이곳은, 이 연구소는 모든 것이 도청되고 있단다
도청만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지
하지만 네가 원하는 답을 내가 줄 수 있다, 정도만 알아두거라
"아마네야로 오너라. "
여인은 부드러이 웃으며, 요우를 향해 나직이, 간신히 들릴 정도로 만 속삭이려 하였습니다......
"꼭, 영업시간에 와주어야 한단다. 지금은 영업시간이 아니니, 다음 시간에 보도록 하자꾸나. "
"이곳까지 와주어서 고맙구나. 작은 아이야. "
손바닥에 천천히 쓰이는 히라가나를 받아들였다.
대답하지 말라고 했기에 여전히 고개만 끄덕였다.
어쩌면 아마네야는 도청 장치가 없는 몇 안 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행정동의 실장실처럼.
⋯⋯ 가까이 있는 박사만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게 눈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뗐다.
마치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누가 보면 매정하다 싶을 만큼 스쳐 지나갔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후지와라 박사와 헤어져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터벅, 터벅, 후지와라 박사와 헤어져 요우는 있을 곳으로 돌아갑니다.......
이 시간에 있을 곳이야 당연히, 요우의 연구직 숙소이겠지요.
ー 벌컥!
적막한 풍경이 요우를 반겨주려 하였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너무나도 긴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늘의 할 일을 마무리 할 시간입니다.
개인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당연했다. 출근하기 전에 소등했으니까.
들어서자마자 사원증을 빼내 책상에 올려놓았다.
불도 켜지 않고 곧장 욕실로 들어가 샤워하고선, 젖은 머리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축축한 머리카락이 베개를 적시는 게 느껴졌다.
요우는 왼손을 천장 쪽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을 올려다보았다.
"⋯⋯."
그 자세로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 내가 원하는 답이라⋯⋯.'
후지와라 박사와의 대화 전까진 모든 판단을 유보할 것이다.
도로 손 내리고 눈을 감았다.
@내일 출근하기 위해 일찍 잠에 듭니다.
답을 원한다면 고민하지 않고 즉시 뛰어드는 게 답일지도 모릅니다.
설령 그것이 끝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걸음일지라도.
휴식에 들을 시간입니다........
1.2.1. September ¶
- また、地下の所へ
- 그는 평소 곧잘 웃는 얼굴인 탓에 정장과의 괴리감이 큰 편이었다. 다행히 알아서 화사한 색의 겉옷을 챙겨 입는 덕에 이상하진 않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발 바쁘게 연구소 내부를 돌아다니던 그는 살짝 지친 채 사무실 내부로 진입했다.
"... 이야, 외로워라."
반겨주는 텅 빈 사무실의 모습에 약간의 허탈함이 밀려왔지만 새삼스러운 감정이기에 금방 떨쳐내고 구석에 박스째로 쌓인 커피를 꺼내들었다.
"이거 언제 다 처리하지."
@사무실에서 커피 마십니다.
윤리감사실에 들어섭니다!
...
....
.......
현 감사위원이 노아 말고 또 누가 있었죠?
아무도 없나요?
그렇다면....감사위원장 님은?
없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로, 슬프게도, 노아에게 인수인계를 해 줄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지금 노아를 반겨주는 존재는, 탕비실에 쌓여있는 수많은 자판기 커피 뿐입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일하는 이는 출근을 잘 안하는 사람이 분명합니다.
수상할 정도로 자판기 커피를 많이 쌓아두고, 곧 올지도 모를 신입에게 모든 걸 떠맡기고 간 사람이 분명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오미 노아는 업무에 떠밀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뭔지도 모르는 업무를 말입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노아는 커피를 마십니다........
.....
.......
.........
자, 뭐부터 시작하도록 할까요?
가만히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 텅 빈 사무실을 가볍게 돌았다. 또각또각 공허한 구두 소리가 얼마나 울렸을까, 그에게도 어느 정도 월급을 받아먹는 양심은 존재했기에 일단 컴퓨터를 켰다. 어이없을 정도로 가운데에 눈에 띄는 자리는 부담스러웠기에 적당히 옆의 자리에 앉아 녹색의 작은 USB를 꽃았다.
"정리라도 해둬야지. 보자, 각 부서 직원 수가..."
화면에는 착실하게 엑셀 속 숫자들이 정렬되고 있다.
@각 부서 인원별 표를 작성합니다.
오...... 마치 준비된 것처럼 대부분이 다 세팅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원래 일하고 있으시는 감사위원이 이것 만 세팅해 놓으시고 간 게 분명합니다.
그분께서 만약에 출근하시게 된다면 좋은 덕담 한번 나눠드려야 겠습니다.
각 부서 인원별 표를 작성합니다!
....
......
........
윤리감사실 : 2명
적으면서도 참...... 말이 안되는 글자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부서 안에 직원이 단 두명일 수가 있을까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면서도 쉽사리 믿기 어려운 숫자에 은은한 미소가 지어졌다. 반어법이다.
"딱히 많아서 좋을 부서는 아니지만, 좀 심하지 않나?"
이 연구소, 정말 괜찮은 건지 약간의 의심이 들었다. 문득 윤리감사실 인원은 추가 채용할 계획이 없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그는 가만히 자신의 휴대폰을 켰다.
"... 근데 그 사람이 채용하는 건가?"
자신은 아무래도 조금 예외적인 편이기에 가만히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그는 됐다 싶은 마음으로 다시 주머니에 휴대폰을 쑤셔 넣었다. 가만히 완성된 표를 바라보다가,
"..."
할 짓이 없어 커피 하나 더 마셨다. 연달아 너무 돌아다니면 사람들 긴장만 시키고 크게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을 하며.
결국 출근도 자주 안 하는 상사에게 문자를 남겼다. 어쩌라고, 황당하면 출근하라지.
TIP. 본진행에서는 맨 밑에 @ 명령문을 반드시 작성하셔야 합니다.
번호를 엑셀을 통해 어떻게 찾아찾아, 노아는 출근하지 않는 상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그러게요. 무슨 연유로 그게 궁금한 걸까요?
이....말이 안 나올정도로 직원이 없는 상황에 대해 항명이라도 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는 답장이 오자 그 나름대로 놀랐다. 솔직히 일주일 정도 뒤에 연락이 닿아도 그러려니 할 생각이었는데. 적어도 일말의 상도덕은 있군.
적당히 답장해뒀다, 자르려면 잘라보라는 식의 행보를 보여도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도저히 상사에게 보일만한 태도는 아니었지만.
@답장합니다.
그말은 즉슨, 노아는 한달 동안이나 혼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되겠습니다.
아, 이 외로운 사내 생활을 한달이나 보내야 하다니...... 끔찍하군요!
태평한 문자 내용을 보고 잠깐 웃은 다음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어차피 협동이 필요한 업무는 아니니, 혼자 열심히 돌아다니면 해결할 수 있다. 만약 그의 일 처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들, 달리 그걸 지적할 사람도 없고.
"그럼 마저 움직여볼까... 오늘은, 정비지원실을 좀."
본 업무는 우선 감사이기 때문에, 불시에 출몰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 그의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해지는 행선지이기에, 앞으로 이 연구소의 직원들이 편히 지낼 날이 얼마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403동의 정비 지원실로 향합니다.
403동 4층, 정비지원실로 향합니다!
행정동을 나와 연구동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습니다. 바로 옆 건물에 있었으니까요.
아주 다행이도 4층이었기 때문에.....올라가는 시간 역시 길게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연구원들이 무슨 일이냐는 듯 노아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말입니다.
하긴 감사위원이 이렇게 뜨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원래 있던 감사위원은 더더욱 그랬구요!
ー 드르륵,
이런저런 시설을 지나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노아를 바라보는 정비복을 입은 직원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거......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감사위원님? .....맞으시죠? "
"어, 원래 있던 감사위원님은 어디 가고 저분이.....? "
하나같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듯 노아를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이런, 진짜로 불시에 감사를 나온 셈이 되었군요.
어딜 가든 따라붙는 사람들의 시선에 살짝 질린 그는 속으로 이곳에 없는 상사를 욕했다. 이런 시선을 받으면서 권한도 많으면 욕먹기 딱이다. 어느덧 앞에 정비복을 입은 직원들이 보였고, 그들의 물음에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좀 갑작스러우시죠? 이해합니다. 아, 감사위원장님은 길게 외근을 다녀오시느라 제가 대신 업무를 수행 중이니까요.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히 체계가 괜찮은지만 확인하면 금방 돌아갈 겁니다."
이런 말을 한들 당사자들에겐 큰 의미가 없을 걸 알지만, 그래도 말하는 걸 멈출 순 없었다.
"아 맞다. 각자 하실 일을 하셔도 되고, 쉬고 계셔도 됩니다. 편하신 대로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사무실에서 들고 나온 커피를 한모금 마신 다음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비지원실 내부로 진입합니다.
"아, 미야미즈 감사위원님 대신이시군요....... "
"있으나 마나 한 그 감사위원님? "
"역시 그 분이라면 그럴 줄 알았어. 지금도 발 뻗고 어딘가에 누워 계실거야. "
대체......노아의 상사되는 분은 내부 연구원들에게 무슨 이미지로 자리잡힌 것일까요?
윤리감사실의 이미지는 대체 어떻게 자리잡혀 있는 것일까요?
"아, 알겠습니다. 감사위원님. 들어오십쇼. 이쪽입니다..... "
자판기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며, 노아는 정비원의 안내를 받아 정비지원실 내부로 진입합니다.....
....
.......
..........
어라, 의외로 괜찮은 분위기 인것 같습니다?
키이익 거리며 무언가를 조립하는 소리, 바쁜 듯이 타자를 두들기는 소리, 모든 것이 전자기기적인 소리로 시끄러운 공간입니다.
겉보기엔 일반 사무실과 다를 바가 없지만, 하나같이 정비복을 입은 채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디부터 살펴보시겠습니까?
사무실 책상
실장실
탕비실
회의실
들리는 말을 보아하니 평소 어떤 행실의 상사인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은은한 미소와 함께 정비실 내부로 진입하고, 정비복을 입은 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며 새삼 허한 윤리감사실 내부를 겹쳐보았다.
보통 여기선 긴급 상황을 위한 대기와 정기 점검 정도가 주된 업무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우선 사무실의 책상 위를 훑어봤다.
@사무실 책상부터 살펴봅니다.
사무실 책상을 살펴봅니다!
컴퓨터와 책꽂이,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 여기까지는 어느 사무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정비기구가 무수히 많이 늘어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공구들 중 무언가는 노아가 원한다면 몰래 쌔벼갈 수 있고.......아무튼 그렇습니다.
물론, 섣불리 행동했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남들에게 눈에 띄지 않게 가져가야 겠지만 말입니다.
한켠에는 컴퓨터 화면에 CMD화면이 크게 켜져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 컴퓨터 본체가 늘어져 있는 것을 보아하니 복구중인 모양이네요!
가만히 책상 위를 훑어보던 그는 문득 윤리감사실에는 망치나 렌치 등의 무기가 없는지 떠올려봤다. 물론 떠오르는 건 빌어먹을 커피 박스 외에 얼마 없었다.
우선 컴퓨터를 확인하고 옆에 있던 직원에게 가볍게 물어봤다.
"이 컴퓨터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이런 상태로 둔 건가요?"
@질문합니다
"아, 이 컴퓨터 말인가요? SW개발팀에서 보낸 물건입니다. 꽤나 골치아픈 녀석이에요. "
직원은 노아의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듣자하니 코드 작업 도중에 충격을 크게 받아 망가져 버렸다고........이리저리 풀어야 할게 많습니다. "
대체 얼마나 끝내주는 코딩을 하였기에 망가질 정도까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잘 복구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녀석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 "
SW 개발팀, 그 말을 듣자 이 컴퓨터가 다시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쪽에도 일이 있었는데.
"그쪽에선 특별한 프로그램을 쓴다도 하던데, 혹시 그것과 관련된 문제일까요."
혼잣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질문처럼 들리기도 한 애매한 크기로 중얼거렸다.
"아아, 네. 그렇죠.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혹시 복구에 오래 걸릴까요?"
@대화를 이어갑니다.
"네. 아무래도 일반 프로그래밍 언어와는 다른 걸 쓰니까요. "
"복구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겁니다. 과부하가 일어난 거라.....조금만 좀 풀어주면 바로 돌아올겁니다. "
정비원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키보드를 다시 잡습니다.
"물론 어디부터 뭣때문에 과부하가 일어난 건지 원인부터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
아.......역시 SW개발본부. 쉽지가 않은 곳입니다......
"그렇군요, 혹시 복구가 완료되면 개발팀에 연락넣기 전에 저한테 먼저 연락주실 수 있나요? 여기서 확인하고 싶은 게 좀 있어서."
싱긋 웃으며 해당 컴퓨터를 가리켰다.
"그럼 이쪽은 마저 복구해주시고..."
@사무실을 나서 탕비실로 향합니다.
" ? "
"알겠습니다.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즉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의미모를 요구에도 알겠다는 듯 정비원은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려 하였습니다.
감사위원이 확인하겠다는 것에 섣불리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듯 합니다.
탕비실로 향합니다!
커다란 냉장고가 입구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 이거 상당히.....크네요. 윤리감사실에 있는 것보다 더.......
훨씬 크고 나아 보이는 탕비실을 둘러보며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냉장고가 크네요. 보통 뭘 넣어두나요?"
@내부로 조금 더 들어갑니다.
"대부분이 에너지 드링크이고, 에너지 드링크만 대부분 들어있습니다. 특별히 감사위원님께서 감사하셔야 할 부분은 없을 겁니다. "
"비용적인 면에선 모두 제대로 영수증을 띄어놨습니다. 확인하실 부분이 있으실까요? "
직원은 다소 친절한 태도로 먼저 앞장서 나가 냉장고의 문을 열어보이려 하였습니다.
왼쪽 천장 모서리 하나.
정말로.......에너지 드링크 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드링크로 가득 찬 냉장고를 한번, 그리고 무얼 걱정한 건지 알 것 같은 직원을 한 번씩 바라본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괜찮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커피로 가득 차 있거든요. 비용 부분에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어쨌든 일을 하고 있다는 면목이 있어야 해서 돌아보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몸을 왼쪽으로 돌리며 잠시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처럼 천장을 응시했다. 그리고 입으로는,
"오늘처럼 감사를 나온 건 제가 처음이었나요?"
@천장 바라보며 짧은 대화 유도합니다
"네, 미야미즈 감사위원님께서는 평소에 거의 방문감사를 나오지 않으시는지라...... "
"대부분은 서류로만 확인하고 그냥 돌아가십니다. "
왼쪽 모서리에 반짝이는 거 하나.
직원은 정말로 노아가 처음이라는 듯 바삐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였습니다.
......애초에 그 사람, 출근 자체를 안 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아무튼간에 이렇게 방문해서 감사를 나오는 사람은 노아가 처음이란 셈입니다.
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이기를 반복합니다.
"그간에 연구 기록이나 보고서 같은 것도 필요하시면 보여드릴까요? "
"하하하, 쓸데없이 열정적인 신입이네요. 저."
목소리에선 옅은 웃음이 묻어 나오고 있었으나 정작 직원에게 보이지 않을 얼굴 표정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상태다.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잠시나마 정확하게 응시.
"네, 한번 보여주시겠어요? 이번 기회에 전부 확인하고 문제 없다면 그대로 지내기만 하셔도 되니까요."
@웃는 얼굴로 직원 돌아보고 고개 끄덕입니다.
반짝이는 것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넵, 보여드리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것들을 보여드리면 될까요? "
"책임 연구원님께 보고드린 보고서들을 들고 오겠습니다, 잠시만요..... "
직원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더니 무언가를 들고 오기 위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이제 노아 한 사람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직원이 다급하게 뒤로 물러난 사이, 빠르게 탕비실 내부에서 살펴볼 것이 있는지 돌아봤다. 냉장고도 다시 열어보고, 분명 '저것'이 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설령 그런 의도 없이 단순 감시 목적일지라도 그가 확인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탕비실 내부에, 눈에 띄는 것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냉장고를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왼쪽 위쪽에 반짝이는 것 하나.
탕비실 내부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찬장 중 하나를 열어보려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많이 달라질겁니다.
냉장고를 쓱 둘러보며 다시 한번 위쪽을 바라봤다. 무언가 있나?
….
찬장 하나를 열어본 채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메모지를 떼어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직원이 오기 전까지 빠르게 찬장을 열어보기 위해 맨 위에서부터 찬장을 하나하나 열어 확인했다.
@냉장고의 위쪽을 살펴보고, 위에서부터 찬장을 빠르게 확인해 내려옵니다.
냉장고의 위쪽에 있는 것은........녹음이 되는 카메라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CTV? 라기엔 지나치게 작습니다.
대체 이런 곳에 왜 이런 것을 설치한 것일까요? 피치못할 이유가 있어서 일까요?
ー 벌컥!
두번째 찬장을 개방합니다.
스티로폼 접시와 종이컵, 플라스틱 숟가락과 젓가락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게 없습니다.
아니, 정정합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식칼이 올려져 있습니다.
보통 식칼은 아래쪽에 꽂혀 있는게 일반적입니다. 어째서 식칼이 이곳에 있습니까?
ー 벌컥!
세번쨰 찬장을 개방합니다.
세번째 찬장에는....믹스커피 박스와 종이컵, 테이프와 청테이프를 비롯한 각종 사무용품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히 볼 것이 없습니다.
두번째 칸에 뭔지모를 권총이 올려져 있는 것을 제외하자면요.
네번째 찬장을 개방합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으나, 이곳에는 담요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주무시는 직원이 아무래도 있는 모양입니다.
ー ~🎵
노아가 천장을 하나하나 열어서 살펴보는 동안, 노아의 휴대폰에서 작게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만약에 핸드폰을 열어서 확인하려 시도한다면, 다음과 같이 표시가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상황에 갑자기 전화라니 굉장히 당황스러운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으시겠습니까?
녹음 기능이 있는 카메라, 가만히 바라보다 회수했다. 누가 설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
찬장 하나하나를 열수록 그의 얼굴에 경악 어린 금이 하나둘 생겼다. 우선 식칼은 그렇다 쳐도, 총은 도저히 이 부서에서의 이 장소에는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총은 그가 잡아들어 가장 큰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모든 찬장을 다시 닫아 원상복구 시킨 후 계속 울리고 있는 핸드폰의 화면을 켰다.
하필이면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딱딱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카메라와 총을 챙겨보고 전화를 받습니다.
....
.....이 목소리,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입니다.
날카롭게 곤두선 남성의 목소리, 낮게 말하고 있으나 발음 하나하나에 날이 서 있습니다.
깊게 한숨을 내쉬곤 남성은 말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날카롭게 곤두선 상대의 목소리에, 갑작스러운 내용들. 놀랄 법도 한데 어째서일까, 그는 마치 이 순간이 올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차분한 마음이었다. 탐색은 즐거웠냐는 말은 분명 대답을 듣고자 한 것이 아닌, 부정적인 어조가 섞여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익숙한 것으로 보였다. 오히려 아슬아슬한 선 위에서 이야기를 듣고자 말을 붙이던 모습보다 훨씬 안정적인 형태로.
@응답합니다.
좋습니다. 설명하도록 하죠.
당신이 있는 이 연구소 어딘가에,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들어갔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골치 아픈 쥐이지요.
당신의 목표는 그 쥐새끼를 찾는것이고, 찾아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없애는 겁니다.
.....
......지금, 뭐라고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들으시겠습니까?
상대가 누구인지 의문조차 갖지 않은 그이지만 어쩐지 상대를 알 것만 같았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어째서인지 그에게만큼은 지금껏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던 인물.
평소에는 나긋나긋한 톤의 목소리가 지금은 마냥 무뚝뚝하고 흔한 것처럼 나왔다.
목소리는 여전히 날이 서 있으나, 발음 하나하나가 또박또박합니다.
마치 이자리가 다른 곳이었다면 취조받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렇습니다.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허하게 공간에서 울렸다. 아아, 직원이 돌아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그리고 다시 지하로 돌아가야 할 곳은 존재했다. 그러나 정말 나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나?
....하하.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군요. 정말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전히 또박또박한, 날이 서있는 목소리로 남성은 말합니다.
[ 전체의 평온을 깨뜨리고 다니는 공공의 과학 은, 사라지는 게 낫다는 것이 상부의 명령입니다. ]
그의 무감한 얼굴이 조소하듯 살짝 찡그려졌다.
왜 이리 그마저 날이 서려는 모양인지. 글쎄요, 어째서인지 그는 유독 냉랭한 모습입니다. 마치 오래전의 분노를 삭여두기라도 한 것처럼.
.......네?
이건 또 놀라운 이야기인데요.
같은 아래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작전을 진행한다?
뭔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남성은 깊이 한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고는, 이렇게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내각과는 이야기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자 그의 표정이 한층 오묘해졌다. 같은 상부를 두면서 어째서? 그러나 당장 그가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 누굽니까? 제가 열심히 돌아다니긴 했지만 못 만난 사람이 훨씬 많은지라. 확실하게 알려주셔야 하는데요.
... 아아. 네. 모쪼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옳다고 믿는 곳을 향해.
ー 뚜우 - 뚜우 -
통화는 그 말을 끝으로,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끊겨버립니다...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전화인지라, 다시 전화를 걸기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노아는 이제부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이젠 도청기와 카메라가 사방에 깔린 이 연구소에서 상사 욕도 못하게 생기자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갈색 긴 생머리, 둥근 테 안경, 나이가 지긋한 여인, 쥐새끼, 과학, 상부의 판단, 그리고 공공의 안전.
"... 직원은 언제 오는 거지?'
@아까 자료를 찾으러 간 직원이 오길 기다립니다.
모든 전화가 끝나고 나서야, 직원이 다소 무거운 서류더미를 들고 탕비실로 들어섭니다.
때맞춰 왔군요. 지나칠 정도로 적절한 타이밍에 와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 부탁하신 서류 가져왔습니다.....! 2015년 프로젝트 진행 보고서입니다! "
아. 이 많은 서류들이 ......다 SW개발본부의 보고서들인가요?
봐야 할 것이 많겠군요.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비단 서류만이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는 직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저 조용히, 아무 말도 없이.
... 아아,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적어도 모든 이를 의심하며 살아가는 세상은 그가 바란 곳이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이 서류는 오늘 전부 보긴 힘들 것 같고, 제가 따로 사무실에서 읽어봐도 괜찮을까요? 마침 급하게 다녀올 곳도 생겨서."
싱긋 웃는 낯을 하며 그가 말했다. 분명 이곳에 들어올 때도 비슷한 미소를 지었는데, 왜인지 미소에 감도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감사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서류만 확인 후 따로 연락 드릴테니 앞으로도 계속 연구소를 위해 힘써주시길 부탁드려요."
그는 직원으로부터 서류를 받아들었다. 어쩐지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류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류를 받아들고 탕비실을 나와 그대로 사무실까지 직행합니다.
직원은 다소 바뀐 노아의 분위기에 의아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넵, 수고하십쇼, 감사위원님! "
감사위원님, 이라 불리는 것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 역시 무겁습니다.
모든 것이 무겁습니다. 노아가 사랑하는 세계는, 너무나도 무거운 현실입니다.
ー 벌컥!
탕비실을 나와, 바로 노아는 윤리감사실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연구동을 나와, 서류를 들고 행정동으로 직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개찰구에 서둘러 카드를 찍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층수를 누르는 그때까지, 뒤도 돌아보는 일 없이 그대로 직진하였습니다.
이것이,
노아가 가야하는 길입니다.
갈수밖에 없는 길입니다.
더이상 물러설 곳도, 물러설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다시 돌아온 사무실은, 싸늘한 풍경만이 노아를 맞아주고 있었습니다.
아아, 이 적막한 사무실. 이곳에는 이제 오롯이 노아밖에 없습니다.
그를 맞이하는 적막한 사무실의 풍경에 잠시 숨통이 죄여온다는 착각이 들었다.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나의 의지로, 내가. 나만이.
"나는 무엇을 위해..."
입술을 꾹 깨문 채 품에 안은 채 들고온 서류를 아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문득 그의 뇌리에 스쳐가는 생각.
이곳에도 있나?
그 생각이 들자마자 그가 한 행동은 너무나 당연했다.
@윤리감사실 내부에 도청기나 감시카메라가 존재하는지 조사합니다.
감시카메라가 있나 탐색합니다!
..
.....
.........
윤리감사실에는 다행히도,
감시카메라가 없습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는 없습니다. 도청기 역시 찾을 수 없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뭐어, 좋습니다. 어찌 되었건간에 잘 된 일입니다.
오늘의 할 일을 마무리 할 시간입니다.
... 없다.
...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
누군가를 의심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적당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원했다.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고 싶었다.
근데 나는 왜 여기에 있지?
"... 알아야 하니까."
비록 몽상가로 살아가더라도 그것은 진실과 현실의 위에 구축되어야만 의미있는 것이기에.
그렇지 않으면 꿈도 되지 못하는 것이라.
"... 오늘은 그만 들어가자. 당장은, 아니야. 그래 조만간이지만 당장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는 감사실을 뒤로 했다.
어둑한 복도도, 그곳에서 울리는 구둣소리도 뒤로 했다.
오늘 그의 품에는 약 1kg가 추가되었다.
@숙소로 복귀합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다시, 지하로.
끝없이 무거운 걸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노아에게 주어진 임무 이니까.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의 발자국 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아에게 주어진 현실은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원하기에 현실은, 지나칠 정도로 무겁습니다.
ー 벌컥,
무거운 마음으로 노아는 노아의 특별채용직 숙소로 들어갑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너무나도 긴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휴식에 들을 시간입니다........
2.1.1. September ¶
- また、地下の所へ
- 누군가로부터 다음과 같은 답장이 도착합니다.
나? 나는 잘 지내고 있지.
외근이 많아서 출근을 못하고 있긴 하지만
사무실을 잘 부탁하네.
눈에 띄는 사람이라고는....
최근 사무실에 불청객이 있었다 정도?
하하. 열심히 CCTV를 돌려보도록. 좋은 하루 되게!
배전소로 향합니다!
바깥으로 간간히 일하는 작업반 직원들이 보입니다만, 무시하고 지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그들은 당신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흘끔흘끔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이방인을 바라보는 듯한 경계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비밀리에 움직이기에는 지금의 당신은 지나치게 눈에 띕니다.
직원들의 시선을 돌려도 무방하고, 그대로 진입하셔도 무방합니다. 어느 쪽이던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사원증과 복장을 보여주자, 작업반 사람들은 그제서야 화색을 보이며 당신에게 OK사인을 보입니다.
들어가도 된다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아, 오래 기다리게 해드렸구만! 얼마든지 들어가쇼. “
다만 여전히 당신을 흘긋흘긋 바라보는 시선만은 여전합니다.
이것은 짐작할 것도 없이, 당신이 어디에 소속되 있는지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들은 당신의 소속 자체를, 이방인이라 여기고 있는 겁니다.
배전소 내부에 진입이 가능합니다.
배전소에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배전소 내부는 그야말로 미로와 같습니다.
그냥 미로가 아닌 선의 미로입니다.
완전히 일괄적으로 끊을 수 있는 부분은 배전소 내 배전실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시행할 경우 중요 시설들의 전기 역시 끊겨, 빠른 속도로 복구하기 위해 작업반에 달려올 겁니다.
레버와 선,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다만 레버의 경우 한 개만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한번에 모든 시설을 차단하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정 동 전체를 차단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당신의 모습은 아직까지는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 정도로 보이고 있습니다....
붉은 레버 - 연구동입니다.
주황 레버 - 행정동입니다.
초록 레버 - Visitor Center 입니다.
푸른 레버 - 정화시설 입니다.
남색 레버 - 직원단지 입니다.
보라색 레버 - 이곳, 발전소 입니다.
계속 살펴보시겠습니까?
배전소를 빠져나옵니다!
사원증과 정복을 보여줬음에도, 여전히 직원들로부터 미심쩍은 눈길은 여전합니다.
다음부터는 직원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조심스레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제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습니다!
401동으로 향합니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이따금씩 지나가고 있는 이곳은, 연구동이 위치한 401동 입니다.
연구동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당신을 신기하게 보고 있습니다.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배전소에서 만큼의 경계심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경계심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불편함은 있어보이는 것 같습니다.
ー 야, 야. 감사 왔다, 조심하자.....
401동의 어디부터 둘러보시겠습니까?
13층, HW개발팀으로 이동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내내 지나치게 조용했습니다만,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겁니다.
다소 오래 걸리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보인 13층의 풍경은.....
ー 아....오늘 점심 메뉴 뭐냐?
ー 몰라.... 난 직원 단지 갈란다....
퀭 한 얼굴로 가득한, 한 사흘 이상은 못 잔듯 보이는 몰골이 잔뜩 돌아다니는 풍경이었습니다.
이 모습....어디서 많이 본 적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마치 철야 작업을 하고도 또 새벽같이 일찍 출근해야 했던 공무원들과 같은 모습을 저들은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로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좀 더 내부를 둘러보시겠습니까?
직원에게 말을 걸어보려 시도합니다.
직원은 당신의 물음에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오, 정화시설에 새 장치를 달아야 해서 며칠째 철야중입니다. "
"아.... 이시가메 수석님은 하필 이런 때에..... "
단 두 마디로 사내 분위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계속 대화를 이어가시겠습니까?
레몬사탕을 건네줍니다!
“ ? “
“고맙습니다. “
직원은 다소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레몬사탕을 받아드는 모습입니다.
누군가가 주는 것에 놀라하는 것이, 아무래도 연구실 분위기가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SW개발본부에서 한창 진행중인 사내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있었거든요, 그 업데이트 계획을 갈아엎고 이번에 새로 수석님께서 신규로 장치를 정화시설에 설치하겠다고 하십니다. 여기까지는 좋아요. 문제는 SW개발본부가 쓰는 그 괴상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우리까지 익숙해 져야 한다는 겁니다. 대체 우리까지 왜 그것에 익숙해져야 합니까? “
SW개발본부에서 쓰는 괴상한 프로그래밍 언어요?
이건 또 이거대로 새로운 정보인 것 같습니다. 계속 알아볼까요?
"중요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일것 같은데요. 정화 시설에 관련된 거라면 다 중요한 겁니다. "
당신의 물음에 직원은 뒷목을 쓸어내리며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보이네요. 정화 시설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SW개발본부 직원들은 입사 후 새로 배워서 써먹는 전혀 듣도보도못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저희들은 알음알음 그쪽 도움을 받아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건 C언어도 뭣도 아니에요. 뭘 입력하고 새기는지 저희 스스로도 모르겠습니다. 꼭..... "
하아.....하고 깊이 한숨을 들이내쉬며, 직원은 이렇게 말을 덧붙이려 하였습니다.
"고대 문자를 각인하는 것 같다, 뭐 그렇습니다. 정말 머리아픈 일이에요. "
“정말로 고대 문자인지는 모르겠고, 생긴 게 그 모양이라는 겁니다. “
“하여튼간에 이 연구소가 독특해요. 입사 후 연구직들에게만 기밀 관련 서약서를 쓰게 하질 않나……. “
정말로 모든 연구직이 그럴까요?
글쎄요……안 쓰고 들어온 연구직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요?
이건 이거대로 새로운 정보입니다.
“에, 선생이 그걸 배운다구요…..? 전혀 이쪽과 연관이 없어보이는데? “
의아하다는 듯 직원은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어, 원하시는 게 있다면 샘플을 보여주기는 하겠다만, 그이전에 읽을수는 있습니까? “
"거 뭐냐, 고고학계쪽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 고안한 언어라던데........ "
"SW개발본부 쪽으로 찾아가서 아무 파일이나 달라고 그래보쇼. 아, 가면 이런 걸 보여줄 겁니다. "
위치를 알려주기 앞서 직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웬 모니터 사진이 찍힌 것을 보여주려 하였습니다.
...
.....
.......
이게 대관절 무엇인지는 당신만이 알 겁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딱히 없습니다만, 너무 꼬치꼬치 캐묻지 마쇼. "
사각지대의 카메라가 아주 잠깐, 당신 쪽으로 돌아갔다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직원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이렇게 충고를 건네려 하였습니다.
"이 바닥 사람들은 입이 무거운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말보다는 서적을, 데이터를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마 당신 스스로 해석해야 할 듯 싶습니다......
이동합니다!
403동의 지하 1층은 어두컴컴하고 흐릿합니다. 불빛이 이따금씩 보이긴 하지만 간간이 켜져있는 전등 외에 불빛은 보이지 않습니다.
끝없이 긴 복도를 걷고 걷는다면, 저 끝에 다음과 같이 적힌 팻말이 달린 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진입합니까?
전기실로 진입합니다!
전기실의 내부에 대해 살펴보자면, 배전실과 비슷하게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들리는 지이잉 소리, 무언가가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는 소리, 다양한 소리들이 이곳이 전기실이란 것을 인식하게 합니다.
이곳저곳에 불이 들어와 있는 붉고 초록이거나 푸르른 불빛.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하게 보이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ー 키이이이....
벽의 한 켠을 가득 채운 수많은 모니터들, 그리고 중앙에 자리잡은 메인 모니터들.
여기저기 다양한 설비가 되어 있는 것이 이곳이 보통 전기실이 아님을 짐작케 합니다.
모니터에 비치는 화면, 각 시설의 모든 현황이 보이는 화면.
이곳은 모든 CCTV가 모여 있는 곳, 모니터링실입니다.
작동시킵니다!
ー 지이이이잉.....
유감스럽게도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기록은, 403동에서의 기록 뿐입니다.
다만 한가지 알수 있는 사실은 분명히 있습니다.
사각지대라고는 없습니다.
어딘가에 진입하고 싶다면 손을 봐야만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엄연히 화면에 손을 댈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입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전혀 다른 것으로 덮어씌울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겠지요.
처음부터 이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거나.
당신은 자유롭게 이것을 손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둘러봅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보이지 않습니다.
종종 정비공으로 보이는 복장을 한 사람이 왔다갔다한는 것이 보입니다만, 그뿐입니다.
푸른 계열의 정비공 복장은 짙은 색깔이라, 크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화면은 얼마든지 손을 댈 수 있고, 아예 다른 화면이 보이도록 엎을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당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계속 눈에 띄는 것을 찾아보시겠습니까?
가는 길목, 그리고 SW개발팀으로 가는 길까지, 어느 하나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아무리 보안 때문이라지만, 대체 이곳에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카메라가 많이 설치된 것일까요?
전기실로 오는 길목에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다.
반면 SW개발팀으로 가는 길목에는 사람이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퀭한 얼굴로 내부로 걸어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 좀비들을 보는 듯한 감상입니다만....뭐 아무래도 괜찮겠지요.
일단은, 한 시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해당 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갑니다!
많이 지친 표정을 한 직원들이 책자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비밀스럽게 직원인 척 변장해 접근해서 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냥 바로 진입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경험해보았듯이, 명심하십시오.
섣불리 접근하였다가는 당신은 경계받을 것이고, 제대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겁니다.
정말로 바로 진입합니까?
" 네 ? "
연구원은 당신의 요구에 의아해하나, 곧 순순히 가운을 벗어줍니다.
"돌려주시러 찾아와주실 필요는 없고, 1층에 벗어서 놔두고 가시면 됩니다. "
"제가 좀 이따 행정동에 볼일이 있어서요. 뭔 일인지는 모르지만.....수고하십쇼. "
당신의 경계심을 풀려는 듯한 행동이 어느정도 효과를 본 모양입니다.
가운을 얻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내부로 진입합니다!
ー 드르륵.....
문이 지이잉 하며 열림과 동시에 보이는 풍경은, 수많은 직원들이 퀭한 얼굴로 타자를 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멀리 있음에도 맡아지는 이 청량한 향기.......에너지 드링크로군요.
멀리 있음에도 맡아질 수 있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책상에...... 에너지 드링크가 산더미같이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당신을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치 연구원 한명이 또 들어왔다 정도로 판단하고, 별 관심 없이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운을 입고 이곳에 들어오 것은 탁월한 선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부터 살펴보시겠습니까?
사무실 바닥
직원이 일하고 있는 데스크
빈 자리
캐비넷
탕비실
회의실
바닥을 살펴봅니다!
바닥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있습니다.
여기서 저 멀리이긴 합니다만, 팀장직으로 보이는 자리 옆에 무언가 두 개가 떨어져 있습니다.
멀리서 한 눈에 봐도 붉고 푸르고 길쭉한 것이, 어딘가에 꽂으면 재생될 것 같은 디자인 입니다.
정확히 두 개가 떨어져 있습니다. 붉은 색 하나, 푸른 색 하나.
그 밖에 눈에 띄는 것을 찾자면, 바닥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자료의 탑들 입니다.
보고서 같은 것이 삐죽거리며 나와 있는 것이 살짝이라도 손 대면 꺼낼 수 있을 것 같은 위치입니다.
어디부터 살펴보시겠습니까?
자료에 손을 대 보려 시도합니다!
조심조심해서 꺼내려 하였지만......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지기 쉬운게 자료의 탑.
곧, 자료의 탑이 오른쪽으로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봐, 조심해! "
키보드를 치는 걸 멈추고, 직원 한명이 당신을 향해 소리를 높입니다.
대충 상황을 확인하고는 직원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하려 하였습니다.
"쯧, 신입이 대형 사고를 쳤구만......조심해서 잘 올려놓으라고. "
가운 덕분인지, 다행히도 당신은 개발팀 직원으로 오인받아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이 자료들을 다시 원래대로 올려놓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ー 부스럭,
어라. 이상한 게 하나 끼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뭐죠?
검은 칠로 되어 있어 작성자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사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조심해서 정리하라고, 신입. "
쯧, 하고 혀를 차며 직원은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립니다....
조심스레 당신은 자료를 집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가운이 통이 넓어서 자료를 숨겨주는 데 도움이 되는군요.
주변에서 흘끔거리는 시선이 잠시 보이긴 했지만, 별 일 아닐겁니다.
계속 이곳의 조사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살펴봅니다!
예의 그 붉은 USB와 푸른 USB는 여전히 누가 주워가지 않은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자료의 탑을 다시 쌓아올린 덕에 바닥은 다시 깨끗해 졌습니다.
방금 전까지 온갖 보고서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다른 자료의 탑들 역시.....굳건하게 쌓여져 있습니다.
이동하려면 꽤나 조심스레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또다시 저 탑을 무너트리게 될 지 모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료의 탑들을 피해 이동해 도착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당신을 향해 특별히 시선을 두고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뒤에서 눈초리가 느껴지는 것이 오래는 못 있을 것 같군요.
USB는 이제 당신의 코앞에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USB를 손에 얻는데 성공하였습니다!
...
.....
.......?
뭔가 이상합니다.
팀장쪽 자리의 시선이 뭔가 곱지가 않아보입니다.
뒤통수 뒤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들어본다면, 팀장이 의심쩍은 눈으로 당신을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것입니다.
"신입. 맞겠지. "
고개를 까딱이며 팀장은 당신을 향해 묻습니다........
"신입은 바닥을 청소하는 게 취미인가? "
그의 시선이 미묘하게 미심쩍게 당신을 바라보는 듯 합니다.
당신의 감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좋은 느낌이 아닙니다.
팀장의 시선이 당신의 가운을 향하다가, 됐다는 듯 손을 저으며 가라는 듯 손짓하였습니다.
오른쪽 천장 모서리, 그리고 바로 머리 위.
"쯧, 조심성 없기는....빨리 자리로 돌아가세요. 버그가 산더미니까. "
그는 머리가 아파온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으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오늘 4단계의 코드를 다시 짜야하는데 여기서 뭐 하는건가? 나 참..... "
4단계? 무엇의 4단계를 말하는 것이죠?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보안 단계의 4단계 일까요?
계속 이곳에서 조사를 이어나가시겠습니까?
사무실의 빈 자리에 착석합니다!
모니터와 키보드, 필기구가 담겨있는 펜꽂이, 그리고 하얀 수첩을 비롯한 서적 몇개가 꽂혀있는 책꽂이. 특별히 볼 것은 없는 책상입니다.
책상 밑 좌측 모서리, 그리고 펜꽂이 안.
모니터는 이미 당신을 기다렸다는 듯 켜져 있는 것이, 언제든지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어디부터 조사하시겠습니까?
C/D 드라이브
바탕화면
내 문서
2015년도 O작업
2015년도 N작업
신입 입사자를 위한 안내서
책상 밑을 살펴봅니다!
...
.....
...........?
초소형 도청기가 책상 천장에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게 왜 여기 숨겨져 있습니까?
도청기를 떼어냅니다!
이 도청기는 앞으로 당신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계속 이곳에서의 조사를 진행합니까?
바탕 화면을 살펴봅니다!
바탕화면에 특별한 점은.....보이지 않습니다.
사내 메신저와 2015년 O작업 , 기본 양식 , 그리고 2015년 N작업 폴더 등, 전임자가 만들어놓은 각종 폴더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인수인계를 하기 귀찮은 건지 아예 만드는 양식을 따로 만들어 놨군요!
폴더를 열랍합니다.......
일곱개의 눈의 기적 을 열람합니다!
[ 태초에 가장 빛나는 별이 있었고, 또 하나의 별이 있었다.
원래 가장 빛났어야 했던 가장 빛나는 별은 또 다른 별로 인해 사그라들고 추락하였다.
또 하나의 별은 자신을 쪼개어 이 땅에 수많은 별의 조각을 뿌렸다.
가루에 가까운 별의 조각은 나무가 되었고, 물고기가 되었고, 고양이가 되었고, 사람이 되었다.
별의 가루는 급속도로 발전해, 별의 조각이 되었다.
별의 조각은 누구보다 많은 영예를 누렸다. 저 멀리 달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그리고 그 모든 일의 뒤에는, 일곱개의 눈이 있었다.
가장 빛나는 별과 또 하나의 별이 있을 적부터 지켜보았던 일곱개의 눈.
또 하나의 별이 자신을 쪼갤 무렵부터 그 눈들은 줄곧 이 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 땅에 손을 대기도 하였으며, 직접 영향을 펼치기도 하였으며⎯⎯⎯⎯⎯⎯
밤하늘의 별을 넘어, 신은 언제나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으실 지어니.
이것을 보는 이여, 귀를 막을 지어다. 눈을 가릴 지어다. 입을 막을 지어다.
신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으시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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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보통 문서가 아닙니다.
무언가에 관련해서 정리된 문서입니다.
단순히 이야기라기에는 독자의 입을 막으려 하는 이 문서는⎯⎯⎯
이것은,
경고장입니다.
이 이상 깊이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장.
지하에서 지상으로.
불온한 기운이 점차 올라오고 있습니다.
불길한 바람이, 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