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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明細 ¶
명계와 현세 사이에 거하는 모든 이들이여⋯⋯.
들리지 않을 소리는 없고, 보이지 않을 몸짓은 없으리니.
현가 제■■대 직계손 현담영, 올해 22세로 가주의 적장남.
태어날 적부터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가문의 계승과 전통의 보존. 그 말답게 그에게는 다른 미래 따위 보이지 않았다. 담영 자신도 알고 있었으며, 과거를 되짚는 것만으로는 앞으로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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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가 제■■대 직계손 현담영, 올해 22세로 가주의 적장남.
태어날 적부터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가문의 계승과 전통의 보존. 그 말답게 그에게는 다른 미래 따위 보이지 않았다. 담영 자신도 알고 있었으며, 과거를 되짚는 것만으로는 앞으로를 알 수 없었다.
정말이니, 아가?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니?
"어머니, 소자 저번에 빌린 책들은 다 읽었사옵니다."
현무 가문의 장남 현담영은 아무런 신이한 능력도 타고나지 못하였다. 쓸모가 없으면 가차없이 내버리는 현가이기에, 일정 나이 이상이 되었는데도 이능을 발현하지 못하면 버려질 터였다. 그래서 이를 숨겼다. 어릴 적엔 매일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며 옛 성현의 말씀도 배우고, 괴력난신과 영매 행위에 대해서도 모조리 섭렵했다.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담영의 머리는 탁월했다. 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집안의 서적을 전부 독파하고 도서관에 발을 들였으며, 이후로 가문의 일을 배우는 동시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계속하였고, 결국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어느 정도의 미래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와 과거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담영의 머릿속에는 이미 도서관이 통째로 자리잡았으니.
난을 일으킬 인물이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
시간은 흘러 현재. 현담영은 어엿한 현가의 후계자로서 그 행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치 지혜의 화신과도 같은 어진 모습, 기품 있는 단정함. 거기에 단호한 결단력까지. 그러나 절도 있는 친절 속에 숨은 서슬 퍼런 비수가 어디를 향할까, 뭇사람들은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더러는 자기 가문 사람을 향하기도 하였으니. 동생 무영을 감금하는 데 담영의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가 직계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시 그것을 바로잡는 것 또한 주변인의 일이니까. 자기 동생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능을 얻어 본 적 없는 사람의 관점으로는 무영의 불안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일지도. 그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있으므로 그는 오히려 더욱 비정하게 비친다.
길을 잃었다, 라. 나가는 방향은 저쪽이다. ⋯⋯응?
그러나 도서관에서 어떤 견습 학자를 만나고, 담영의 삶은 다시금 꼬이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많은 부분을 꿰뚫어 보았다. 담영이 도서관에 있는 상당수의 책을 읽었단 것, 무영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 그리고... 가문의 유산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것까지. 현담영은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 앞에선 바보 같은 선택이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웃기지도 않았다. 다른 이들과는 한참 먼 그 사람에게 끌리기 시작했으니까. 이것이 증오인지 애걸인지 분노인지 집착인지 애정인지 담영은 알 길이 없었다. 스스로 죽인 감정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내가 현무의 모든 것을 계승할 수 있다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면 나를 찔러라. 언제라도 좋다.
허나 만약 나의 물음을 긍정한다면, 너는 평생 나의 곁에 남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진정 모두를 지키는 길이 될 테니.
3.1. 현무영 ¶
가여운 동생. 그러나 우리는 평생에 걸쳐 평행선을 그릴 것이다. 네가 가진 것은 내 수중에 없고, 너는 내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섬세하다. 우리가 힘을 합쳐야 했었던가, 하지만 나는 네가 유폐되기 전부터 그 결과를 예견하고 있었다. 나를 용서할 수 없겠구나.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고정된 미래가 아닌 나의 선택이니까. 그런 내게 남은 것은 더 이상 없어서, 한 줌의 연민밖에는 보내지 못하겠구나.
추가 예정.
3.2. 백영 ¶
「친우여, 서신하는 것도 오랜만일세. 이 종잇조각 위에 적힌 글자에서도 나의 마음이 읽히는가? 내 본심이란 것인즉, 그대가 웃었으면 함이라네. 하, 하, 하. 따라 읽게나.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어 보라는 이쪽의 배려라고 여겨 주게.」
어릴 적부터 교류가 있던 백가의 장남. 담영이 전국 대장정을 떠날 무렵 잠시 몸을 의탁했을 때 대련을 했다거나.
3.3. 황후마마 ¶
우리 가문에서 배출한 황후, 라기보다는 집안에 있었던 한 명의 여자로서 바라보기 위하여- 담영은 세상을 떠난 황후와 그 주변인들에 관해 도서관에 있던 기록을 '모두' 뒤졌다. 그녀는 어쩌면 담영 자신이 태어났을 때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진실을 파악하지 않았을까? 마치 어머니처럼, 아이를 봄에 있어서...
4. 他 ¶
평소 모습은 지혜롭고 온화한⋯⋯ 약간은 딱딱하지만 포근한 겨울 눈밭 정도. 속내는 읽을 수 없다. 마치 설원 아래 무엇이 묻혀 있는지 모르듯. 눈이 녹으면 드러날까?
백호 가문의 백영과 동갑. 타 가문의 장남들과도 친할 가능성이 있다.5명 모으면 파워레인저
오방운동회에서 현무반 반장으로서 간식준비 다했다 카더라
백호 가문의 백영과 동갑. 타 가문의 장남들과도 친할 가능성이 있다.
4.2. 森羅萬象 ¶
현가는 현무의 뜻을 받들어 오직 능력지상만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아무런 이능이 없는 구성원도 그 쓸모를 다할 수 있다면 받아들여 주는 것이 아닐까?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변질됐을 수 있나
가문의 원로들은 이미 담영이 영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그의 쓸모를 조금 더 엄격하게 지켜보았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훌륭하게 시험을 통과하였다. 지금에 와서는 인정받았다거나,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있다거나, 그런 상황일 수도.
가문의 원로들은 이미 담영이 영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그의 쓸모를 조금 더 엄격하게 지켜보았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훌륭하게 시험을 통과하였다. 지금에 와서는 인정받았다거나,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있다거나, 그런 상황일 수도.
어릴 적에는 영능이 없는 것을 숨기기 위해 어머님께서 여러 주구 같은 것을 손에 들려 주었을 수도. 얼마 이후로는 집안에서 감출 필요는 없게 되었어도 일반에는 드러내지 못했을 것. 전국 방방곡곡 떠돌 때도 이 물건들이 도움이 좀 됐을 듯.
어쨌거나 동서남중 다 가본 건 사실일 것 같은데... 떠났었던 이유야 무엇이든, 책으로만 보던 세계를 직접 유람하는 건 감회가 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