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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명 ¶
애기들아, 재밌니?
937의 언니. 평상시엔 얄밉다가도 그럭저럭 의지가 되는 언니...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먹이를 찾는 들개처럼 재미를 찾아 헤메는 돌아버린 고3 수험생이다. 뉴스 속보마저도 학교에서 보는 것만 아니면 헤에- 오모시로이네? 를 외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방에서 딴생각 만만한 채 영단어 200개와 싸우다 도어락 소리와 함께 동생이 아마 935와 들어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개처럼 뛰쳐나가 동생에게 질질 매달렸다. 뭘 하는진 모르겠는데 나도 끼워줘! 맘 약한 그녀의 동생은 아마 거절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그녀를 받아줬을 것이다. 고3의 쓸데없는 잉여력을 발휘해 935 어머니와 과거 뭐가 있을 법한 남자들의 연락처를 턴 게 바로 그녀. 동생과 달리 호불호가 뚜렷하고 좋은 건 어떻게든 악착같이 매달려 얻어내고, 싫은 건 미친듯이 지랄해서라도 떼어내는 성격. 사람도 마찬가지라 좋은 사람에겐 한없이 챙기고 퍼주고, 싫은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 한다. 아마 무른 성격의 동생의 앞가림을 대신해 어릴 적부터 궂은 일 도맡아 하고, 이상한 놈 떼내던 탓도 있을 것이다.
3.1. 935 ¶
원래 옆집 동생은 친동생보다 예쁜 존재랬다. 그런 935의 부탁을 어찌 거절할까! 사실 자기가 멋대로 낑겨온 거지만. 절대 머잖은 시기의 모의고사에서 현실도피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절대. 935의 생일을 아빠의 생일 축하 노래도 없이 보내게 할 수 없었을 뿐. 하여간 끼어들었으니 그녀는 빠르게 사태를 파악했다. 내 동생한테 이걸 제안할 깡이 있진 않을 테니 이건 필시 935가 제안하고 937이 거절도 못하고 말린 일이렷다. 재밌네. 글러먹은 남만 못한 친언니는 조용히 낄낄거렸다.
3.2. 937 ¶
어릴 땐 분명 누구보다도 든든한, 조금 소심한 그녀를 대신해 화내주고 의견을 큰 소리로 말해 주던 언니였을텐데 어쩌다 이리 된 걸까. 얌전한 935와 937을 대신해 행동대장을 도맡던 언니, 무슨 일이 있을 때 어른들이 보기 전 제일 먼저 수습해주던 멋진 언니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연하의 동생과 한참 어린 935에게 모의고사 싫다고 질질 매달리는 한심한 언니, 동생이 사고쳤을 때 재밌어 죽겠다고 깔깔 웃는 못된 언니만 남았다. 어릴 땐 유별났다만 결국 평범한 현실 자매로 거듭났다.
3.3. 1011 ¶
야야, 저사람 잡아. 무조건 잡아. 친아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막둥이의 아빠 될 자격 있음! 그녀가 미는 아빠 픽. 요즘 세상에 혈연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상식이 제대로 박혔는가? 합격. 겉보기에 단정한가? 합격. 935에게 잘하는가? 합격. 헌신적인가? 바로 달려와주는거 봐라. 합격. 분명 싫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당당히 안 나오는 걸 보니 정황상 친아빠는 아닌가? 그래도 이 남자 놓칠 수 없다. 반드시 □□□씨와 결혼시켜 붙들어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