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명 ¶
막 17세 생일이 지난 소녀. 절단의 힘을 가지고 있다. 성냥처럼 작고 부러뜨리기 쉬운 물건부터 집 한 채에 이르기까지 소녀의 손이 닿으면 손쉽게 절단된다. 절단면은 칼이나 톱으로 도려낸 듯 깨끗하다. 절단할 수 있는 대상은 생물도 포함이 된다. 그리하여 소녀는 소수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저택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몇년 전 추방된 저주의 아이를 데려다가 소모품으로서 쓰려고 찾아왔던 한 아이의 부(모)가 있었다. 그가 찾아왔었다는 사실은 치안을 담당하던 소수의 아이들밖에 모른다. 왜냐하면 그 부(모)가 아이를 내주지 않으면- 으로 시작하는 협박을 하면서 소녀가 그들을 제거-절단-했기 때문이지. 그 일에 대해서는 할 일을 했을 뿐.... 죄책감은 없다. 너의 부(모)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전하지 않았다.
말수가 적고 무신경한 듯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가족애는 누구보다 끈끈하다. 지금의 저택에 대만족하고 있고 아이들과 평화로운 현재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저택의 지금 생태계를 위협하려고 하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에는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낙인은 가슴에 있다. 옷을 입으면 가려지지만 속옷 차림이면 드러나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웃옷을 갈아입을 때는 조금 주저한다. 하의라면 훌렁훌렁 자유롭게 갈아입지만 말이다.
몇년 전 추방된 저주의 아이를 데려다가 소모품으로서 쓰려고 찾아왔던 한 아이의 부(모)가 있었다. 그가 찾아왔었다는 사실은 치안을 담당하던 소수의 아이들밖에 모른다. 왜냐하면 그 부(모)가 아이를 내주지 않으면- 으로 시작하는 협박을 하면서 소녀가 그들을 제거-절단-했기 때문이지. 그 일에 대해서는 할 일을 했을 뿐.... 죄책감은 없다. 너의 부(모)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전하지 않았다.
말수가 적고 무신경한 듯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가족애는 누구보다 끈끈하다. 지금의 저택에 대만족하고 있고 아이들과 평화로운 현재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저택의 지금 생태계를 위협하려고 하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에는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낙인은 가슴에 있다. 옷을 입으면 가려지지만 속옷 차림이면 드러나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웃옷을 갈아입을 때는 조금 주저한다. 하의라면 훌렁훌렁 자유롭게 갈아입지만 말이다.
3.1. 766(멜리) ¶
우리 모두는 매일 밤 언니에게 구원받고 있어.
아이들이 가족들과 찢어지는 악몽을 꾸지 않는 건 766의 덕이라고 믿고 있다. 766에게 자신도 보답하고 싶어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하다. 한 예를 들면, 같이 걸어다니다가 766이 기묘한 집 구조에 불만을 말해서 순전한 호의로 집을 절단해준 적이 있다. 집이 무너지지 않은 게 다행이란 건 둘째치고 뚫린 벽체로 휑하니 바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원상복귀하느라 다른 아이들이 생고생을 했었다.
넥케이프를 받았을 때 자신에게 준 물건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말똥말똥 눈을 뜨고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말해주길 바라며 한참을 가만히 있었던가. 가슴께를 덮어주는 넥케이프의 정감 가득한 의미를 읽어냈을지 어떨지는 과묵하여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자신이 가진 소유물들 중에서도 무척이나 곱게 다루고 있다. 만약의 일이지만 폴이 조심스레 다루는 넥케이프가 낡을 정도의 긴 시간이 흐르면 넥케이프는 자신을 만들어 준 주인보다도 오랫동안 만져지는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치안에 별일이 없으면 바느질하는 766의 옆에 앉아 폭신한 쿠션을 만지며 구경하고 있으면 (물론 말은 없지만) 바라보는 눈에 잔잔한 가족애와 행복감이 어려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런 나날이 계속되었으면.......
넥케이프를 받았을 때 자신에게 준 물건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말똥말똥 눈을 뜨고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말해주길 바라며 한참을 가만히 있었던가. 가슴께를 덮어주는 넥케이프의 정감 가득한 의미를 읽어냈을지 어떨지는 과묵하여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자신이 가진 소유물들 중에서도 무척이나 곱게 다루고 있다. 만약의 일이지만 폴이 조심스레 다루는 넥케이프가 낡을 정도의 긴 시간이 흐르면 넥케이프는 자신을 만들어 준 주인보다도 오랫동안 만져지는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치안에 별일이 없으면 바느질하는 766의 옆에 앉아 폭신한 쿠션을 만지며 구경하고 있으면 (물론 말은 없지만) 바라보는 눈에 잔잔한 가족애와 행복감이 어려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런 나날이 계속되었으면.......
3.2. 768 ¶
이대로가 좋다는 말에 고개를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었다. 말 섞을 상황은 적지만 소년을 볼 때마다 수고한다며 말해온다. 인상은 나쁘지 않다.
목 위의 상처와 아래에 있다던 낙인은, 그에 대해서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가슴에 있는데도 보고싶지 않은데 몸 전체라면 더더욱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쭈뻣대는 태도가 이해가기도 했다. 그래서, 상대방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적응할 수 있도록 억지로 다가가거나 살갑게 굴지 않았다. 그럴 만한 성격이 안 되었던 것도 있지만 말이다.
자원을 맡아 기록하는 일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저택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770의 실종 이후로 나이가 많은 언니오빠들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으나 소년은 폴에게 이대가 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래도 저택을 떠나거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상대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신경쓰이는 다른 언니오빠들보다 768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는 모순적인 결과가 됐다.
목 위의 상처와 아래에 있다던 낙인은, 그에 대해서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가슴에 있는데도 보고싶지 않은데 몸 전체라면 더더욱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쭈뻣대는 태도가 이해가기도 했다. 그래서, 상대방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적응할 수 있도록 억지로 다가가거나 살갑게 굴지 않았다. 그럴 만한 성격이 안 되었던 것도 있지만 말이다.
자원을 맡아 기록하는 일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저택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770의 실종 이후로 나이가 많은 언니오빠들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으나 소년은 폴에게 이대가 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래도 저택을 떠나거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상대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신경쓰이는 다른 언니오빠들보다 768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는 모순적인 결과가 됐다.
3.4. 775(조슈아) ¶
처음엔 말을 걸어오지 않기에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다. 저택의 아이들은 폴에게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했고, 본래 새로 오는 아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성격이었다. 소년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소녀에게도 소년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짧게 짧게 끊어 말하는 것들에 무척 잘 따라서 충돌은 없이 지내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 버릇없게 굴 때만큼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으로 사과할 때까지 노려보고 있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제는 슬슬 저택의 일원으로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소년이 역할을 탐색하는 중이어서 폴과 함께 치안 활동을 해본 적이 있다. 연기가 나면 인간의 냄새를 지울 수도 있고 동물을 질식시킬 수도 있고 시야를 가릴 수도.... 여튼 간에 저주는 쓸모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소년은 길을 찾도록 표식을 그리거나 그들이 목격한 것을 스케치해 저택에 전달하는 것 말고 다른 면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치안 팀에 합류하게 된다고 하면 그다지 환영도 반발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일을 가르쳐줄 것이다.
소년이 역할을 탐색하는 중이어서 폴과 함께 치안 활동을 해본 적이 있다. 연기가 나면 인간의 냄새를 지울 수도 있고 동물을 질식시킬 수도 있고 시야를 가릴 수도.... 여튼 간에 저주는 쓸모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소년은 길을 찾도록 표식을 그리거나 그들이 목격한 것을 스케치해 저택에 전달하는 것 말고 다른 면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치안 팀에 합류하게 된다고 하면 그다지 환영도 반발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일을 가르쳐줄 것이다.
3.5. 779(프히) ¶
.......미안해요.
교단의 전투 사제였던 779, 폴은 그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말없고 무심하게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은 머지않아 어떤 사건으로 분명해졌다.
둘 다 치안팀이었으므로 같이 행동할 일이 많았다. 그때 폴은 앞장섰고, 프히와 다른 아이들은 그녀의 뒤에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거미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하찮은 곤충에 놀란 한 아이가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는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모두를 동요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최악의 예감에 휩싸인 채 뒤를 돌아본 폴은- 프히의 얼굴 바로 근처에 있던 나무에 살벌한 절단흔을 남겼다.
.......정적이 흘렀다.
필시 프히가, 배신했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이 모든 소란이 고작 손톱만한 거미로부터 비롯된 오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 프히를 보았으며 쭉 경계해왔다는 걸 알았을 때, 둘의 눈빛이 맞닿았을 때, 관계의 이중성이 자못 우스웠으나 감히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던 자는 아무도 없었다.
폴은 짧게, 미안하다며 한 마디로 토막난 사과를 하고는 다시 돌아서 유유하게 제 할 일을 했다. 779가 수상한 행적을 추적할 때면 767은 조금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따라붙는다. 그 속은 짐작할 법도 하다.
둘 다 치안팀이었으므로 같이 행동할 일이 많았다. 그때 폴은 앞장섰고, 프히와 다른 아이들은 그녀의 뒤에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거미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하찮은 곤충에 놀란 한 아이가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는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모두를 동요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최악의 예감에 휩싸인 채 뒤를 돌아본 폴은- 프히의 얼굴 바로 근처에 있던 나무에 살벌한 절단흔을 남겼다.
.......정적이 흘렀다.
필시 프히가, 배신했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이 모든 소란이 고작 손톱만한 거미로부터 비롯된 오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 프히를 보았으며 쭉 경계해왔다는 걸 알았을 때, 둘의 눈빛이 맞닿았을 때, 관계의 이중성이 자못 우스웠으나 감히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던 자는 아무도 없었다.
폴은 짧게, 미안하다며 한 마디로 토막난 사과를 하고는 다시 돌아서 유유하게 제 할 일을 했다. 779가 수상한 행적을 추적할 때면 767은 조금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따라붙는다. 그 속은 짐작할 법도 하다.
3.6. 783(이사야) ¶
...........응, 예뻐... ㅡ 나는 정말로 어여쁜 것들에 둘러싸여 있구나.
어색한 아이에게 종이를 절단해달라니...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지만 조금 이상했다. 이사야는 절단된 종이로 익숙한 조형들을 만들어 네가 만들었다 했다. 괴상하고 낯선 저택 바닥에 꽃잎처럼 흩어진 가짜 학과 꽃들이 무심코 예쁘다고 생각해 버렸다. 그렇구나, 예쁜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야.
저택에 적응한 후로도 무엇만 하면 예쁘다는 말이 돌아왔다. 종이를 베어준 뒤로 능력이나 넥케이프에 대한 것은 어설프게 동의했지만 다른 것들은.... 부정했다. 무정한, 무도한, 멋 없는, 예리한. 아름다움과는 일절 상관이 없는 형용사들이 폴과 폴이라는 소녀를 둘러싼 것들을 설명했으니까. 하지만 그날 본 별무리는 정말로 예뻤다. 별그림자 아래로 이를 일깨워준 소녀의 옆모습을 보았던 날, 내가 접하는 모든 것들이 예쁘다는 말을 믿게 된 밤, 이유없이 가슴이 벅찼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었는데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무언가 저질러버렸다는 기분이 어깨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 마음이 새어나가면 언니의 표정은 변할까....
이대로가 좋았다. 저택의 현재를 부수고 싶지 않았다. 부수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만 하면 된다면 나는 절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이대로.....
저택에 적응한 후로도 무엇만 하면 예쁘다는 말이 돌아왔다. 종이를 베어준 뒤로 능력이나 넥케이프에 대한 것은 어설프게 동의했지만 다른 것들은.... 부정했다. 무정한, 무도한, 멋 없는, 예리한. 아름다움과는 일절 상관이 없는 형용사들이 폴과 폴이라는 소녀를 둘러싼 것들을 설명했으니까. 하지만 그날 본 별무리는 정말로 예뻤다. 별그림자 아래로 이를 일깨워준 소녀의 옆모습을 보았던 날, 내가 접하는 모든 것들이 예쁘다는 말을 믿게 된 밤, 이유없이 가슴이 벅찼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었는데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무언가 저질러버렸다는 기분이 어깨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 마음이 새어나가면 언니의 표정은 변할까....
이대로가 좋았다. 저택의 현재를 부수고 싶지 않았다. 부수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만 하면 된다면 나는 절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이대로.....
그날 별무리를 이루던 별들의 가루가 쏟아져 내리는 꿈을 꾸었다 입에서 쏟아지기 시작해 코나 귀, 눈으로도 번지듯 새어 나와서 뱉어도 뱉어도 비워지지 않았고 여남은 가루를 마저 털어내야 해 깨어나면 잠시 망상에 사로잡혔다 몇 년째 같은 꿈을 꾸어도 꿈속의 이사야는 실제의 이사야와 달라지지 않았고 넥케이프가 걸린 가슴의 언저리가 이따금 짓눌린 듯 무거워져 왔다
3.7. 786(이브) ¶
주인공은 멜리 언니야?
폴이 영웅소설 주인공의 조력자라는 엉뚱한 공상을 하는 아이. 무엇이든 자신이 연관되면 흥미를 유발한다. 그래서 이브가 자신을 두고 한 공상을 알아챈 이후에도 이브가 쓴 소설을 읽으며 책에 맛을 들여가는 중이다.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데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 안에는 폴이 모르던 세상이 있다. 이브가 쓴 소설 밖에도 서고에 무작정 찾아가서 책을 아무거나 한 권 달라며 이브가 추천해준 것을 읽기 시작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완독했다. 요즘 좋아하는 책이라면 개구리가 나오는 동화책.
동그랗게 말아올린 머리는 경단 같아서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이 두 쪽 그대로 절단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보송하고 동그랗게 말린 이브의 머리카락 두 덩이가 손바닥에 얹혀질까. 현실은 풀린 머리카락이 떨어질 뿐일 거라는 걸 알아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지만..... 남몰래 눈독 들이고 있다. (잘라보고 싶어....)
동그랗게 말아올린 머리는 경단 같아서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이 두 쪽 그대로 절단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보송하고 동그랗게 말린 이브의 머리카락 두 덩이가 손바닥에 얹혀질까. 현실은 풀린 머리카락이 떨어질 뿐일 거라는 걸 알아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지만..... 남몰래 눈독 들이고 있다. (잘라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