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무림비사武林秘史
─ " 통행료 없이 예를 지나시겠다고요. 장강 교룡의 제물이 되고 싶으시다, 이 말씀이시온지? "
【 이름 】 | 하리 |
【 나이 】 | 20? |
【 성별 】 | 여 |
【 세력 】 | 邪派 |
【 경지 】 | 절정 |
【 간극 】 | 초입 |
【 내공 】 | 45년 |
【 정신 】 | 4단계 |
【 명성 】 | 2단계 |
【 재산 】 | 금화 7 은화 56 |
【 인물 호감도 】 | 3 |
【 정신타격&부상 】 | 4 |
【 도화전 】 | 169 |
1. 【 외모 】 ¶
Picrewの「妙子式おんなのこ」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7ItKHiDp7w #Picrew #妙子式おんなのこ
흰 낯에 둥그렇고 큰 눈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심약해 보인다. 키마저 작달막해 더욱 그렇다. 인상과 달리 차림은 화려하여, 섬세한 자수가 놓인 붉은 옷에 비녀며 가락지에 팔찌나 목걸이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호화스럽다.
- 2021/06/11 변동사항
"내... 머리..카락......."
화산논검 16강전, 귀왕과의 전투에서 머리카락이 잘려 단발이 되었다.
- 2021/06/27 변동사항
"이거 이제 내꺼!"
동생 방을 약탈하여 옷들을 노획했다.
2. 【 성격 】 ¶
금과 재물을 무척 밝혀 같은 수적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독하게 수적질을 한다. 경험 많은 수적들도 하리가 하는 꼴을 보곤 저건 나찰들조차 기립박수를 칠 것이라며 감탄할 정도다.
없이 살았던 것과 배우지 못한 것에 지독한 한이 있어 무리를 해서라도 값비싼 치장을 하고 어려운 말을 쓰려 든다. 그럴때마다 옆에서 토하는 시늉을 해대는 의동생 탓에 별 효과는 없지만 어떻게든 양갓집 규수마냥 고상해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 아주 강렬하다.
- 변동내역
- 2021/06/11 천중원년 가을, 정신 3단계로 상승
2021/08/08 천중원년 겨울, 정신 4단계로 상승
3.1. 【 강점 】 ¶
- 의좋은 형제들
"비록 태어난 날은 다르더라도 죽는 날은 함께하리라!"
─ 어딘가의 도원결의
당신에게는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사실 동료보다는 형제, 가족에 가깝습니다. 물론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요. 당신은 이들과 모종의 사건을 통해 의형제 또는 의남매나 의자매를 맺게 되었고 그들은 어떤 일이든 당신을 지지해줄 것입니다.
설령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말이죠. 그렇지만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
당신 또한 그들을 지지해주는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언제나 든든한 가족처럼 우리는 하나입니다.
- 호감도 5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의형제를 맺은 NPC가 생성된다.
- 영혼단 1개당 1명의 NPC가 추가적으로 생성되며, 최대 5명까지 의형제를 맺을 수 있다.
가격 : 영혼석x2
4. 【 기타 】 ¶
본디 황하 하류 근처 마을을 떠돌던 거지패 출신으로, 같은 거지패의 또래인 방魴이와 함께 짝을 이뤄 구걸을 하거나 외지인의 호주머니를 털곤 했다. 하리가 7세쯤 되던 해,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하리는 망을 보고 방이는 지나가던 얼뜨기의 주머니를 노렸다. 그런데 손쉬운 먹잇감처럼 보였던 행인은 하필이면 간만에 육지에 올라 땅멀미를 하던 망나니 수적 청년 장삼張三이었던 것이다. 방이가 그 자리에서 붙잡혀 얻어맞느라 죽기 직전이 되자 하리는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와 제발 동생을 살려달라며 용서를 빌었다. 다행히 그것이 기적적으로 장삼의 마음을 움직여 방이는 살아날 수 있었고, 장삼은 그들을 수채로 데려와 수적으로 키웠다.그리고 이제 오장삼이 쩔쩔맨다
방이는 나이가 들고 수적들과 어울리며 이름을 형문衡門으로 바꾸었지만 하리는 여전히 그를 방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리도 방이도 갓난쟁이 시절 버려진 부모 모를 아이라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어릴 적 싸워서 이긴 쪽이 누나/오빠인 것으로 하자고 합의했는데, 아직까지 하리가 누나다.
- 이름의 유래
衡門之下(형문지하) : 초라한 집에서라도
可以棲遲(가이서지) :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泌之洋洋(필지양양) : 철철 넘쳐흐르는 샘물은
可以樂飢(가이락기) : 배고픔도 즐길 수 있다
豈其食魚(기기식어) : 어찌 물고기를 먹는데
必河之魴(필하지방) : 반드시 황하의 방어라야 하는가
豈其取妻(기기취처) : 어찌 아내를 취함에
必齊之姜(필제지강) : 반드시 제나라 강씨 딸이어야 하는가
豈其食魚(기기식어) : 어찌 물고기를 먹음에
必河之鯉(필하지리) : 반드시 황하의 잉어라야 하는가
豈其取妻(기기취처) : 어찌 아내를 취함에
必宋之子(필송지자) : 반드시 송나라 자씨 딸이어야 하는가
─ 시경(詩經) 국풍(國風) 제12 진풍(第十二 陳風)
5. 【 무공 】 ¶
- 중무팔검
- 【 중무팔검 】
성취 : 8성
사천의 동쪽 끝. 호남과 호북에 맞닿아있는 중경은 예로부터 많은 물류가 모여드는 교통의 중심지 중 하나였습니다.
이 곳의 물길을 장악하고 일대의 무역과 물길을 통제하면 많은 재물을 벌어들일 수 있었기에, 이곳은 또한 수 많은 수적들의 발상지이기도 했습니다.
정파나 사파. 어디선가 강대한 세력이 나타난다면 언제나 이 곳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여왔고, 토착 수적들은 이에 대항하며 자신들만의 독문무공을 개발했습니다.
중무팔검은 중경에서 개발되어 인근의 수적들에게 전해지는 기초적인 검법 중 하나입니다. 칼날이 부드럽게 휜 곡검에 특화되어 있으며 현란하고 빠른 쾌검.
- 1성 중아 : 적의 무기를 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밀착한다.
- 2성 반월비 : 변칙적이고 빠르게 검의 사정거리가 닿는 어디서든 예측할 수 없는 검격을 날린다.
- 3성 중무일검 : 휘어진 칼등이 하늘로 향한 채 동물의 발톱처럼 내리찍는다.
- 4성 중무이검 : 손목을 현란하게 놀려 검이 마치 회전하는 것 처럼 빠르게 베어들어간다.
- 5성 중무삼검 : 검을 십자로 강하게 휘두른다. 속도가 빨라 한 번에 두번의 검격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 6성 중무사검 : 검을 아래에서부터 변칙적으로 위를 향해 올려벤다. 속도가 너무 빨라 방비하기 쉽지 않다.
- 7성 중무오검 : 검을 휘두르던 도중 검을 손에서 놓고 다른 손으로 잡아채 경로를 뒤바꾼 후 다시 원래 손으로 되돌리며 휘두른다. 공격 궤도 예측이 어려워진다.
- 8성 중무육검 : 검으로 작은 원을 끊임없이 그린다. 화살과 비도 등을 쳐낼 수 있으며 회전을 통해 강력한 힘을 실은 검격을 날린다.
- 강래수공
- 【 강래수공 】
성취 : 8성
장강수로18채는 장강의 물류를 통제하는 수적들의 연합체로 시작된 일종의 연합입니다.
도적들 주제에 부유하지만, 그렇기에 많은 배척과 견제를 받아왔습니다. 3대 대채주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18채의 유기적인 협동이 필요하다 주장했고, 자신의 무공 중 하나였던 강래수공을 수적들에게 전수했습니다.
멀쩡히 잘 서있던 사람을 갑작스레 물 속으로 끌고들어가거나, 그 안에서 폭발적인 움직임과 부족하지 않은 호흡법.
많은 이들이 수적들과 물 근처에서 싸우고자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 1성 물의 호흡 : 단전을 형성하고 내공을 다루기 시작한다. 물 속에서 호흡이 가능해진다.
- 2성 소주천 : 소주천이 가능하다.
- 3성 검기상인 : 내공을 몸 밖으로 빼내 옅은 기를 검에 두른다.
- 4성 장강이 부른다 : 적을 밀치거나, 엎치거나 또는 공격하거나 해서 물 속으로 빠르게 끌고 들어간다.
- 5성 수신가행 : 물 속에서도 뭍에 있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다.
- 6성 수살귀 : 물 속에 있을 때 수살귀의 구결을 운용해 물 밖에 있는 자의 발목 등을 잡아채 끌고 들어가며 저항이 어려워진다.
- 7성 압력 : 주변에 있는 물의 무게가 더 늘어나도록 할 수 있다.
- 8성 수형검 : 물을 떠올려 검의 형태를 취하도록 합니다. 검은 통상의 검과 완전히 같은 성능을 지닙니다!
- 신변통검
- 【 신변통검身變通劍 】
성취 : 5성
신겁합일, 그 너머의 경지를 꿈꾸던 어떤 고수가 창안해낸 신법.
그 연원은 찾아볼 수 없으나 우연과 필연을 거쳐 항상 누군가에게 흘러들어오고는 하였다.
신검합일이 검과 몸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면, 신변통검은 몸을 검처럼, 검을 몸처럼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검을 쥐고 쭈욱 내뻗으라. 검은 몸이요, 몸은 검이니. 스스로를 검으로써 휘두르고, 검을 자신의 몸이라 생각하고 움직여라.
신체가 무수히 변화하며 검과 통하니. 그 이름을 신변통검이라 하니라.
- 1성 일체화 : 무기의 효과는 유지하되 신체의 일부처럼 보아 판정을 유리하게 합니다.
- 2성 각검 : 발을 이용해 검을 다룹니다. 손으로 휘두르는 것과 똑같이 판정합니다.
- 3성 검로 : 내공을 10소모해 몸을 검이 찌르는 것 처럼 일직선으로 재빠르게 이동합니다.
- 4성 통通! : 내공을 40소모해 검이 위치한 장소로 정말 빠르게 이동합니다. 단, 검은 시야에 보여야 합니다.
- 5성 수검 : 내공을 15소모해 팔을 소지중인 검 중 가장 뛰어난 검으로 판정합니다.
- 오방양극진
- 【 오방양극진 】
성취 : 2성
근처 마을에서 유서깊은 문파였던 전강문의 절기인 오방양극진은 다섯 방위를 점하고 두개의 극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하나의 강한 고수를 상대하는데에 주안을 두고 있는 방진입니다.
소수의 인원으로는 펼칠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지만 제법 진법다운 위세는 갖추고 있습니다.
유기적으로 계속해서 다섯 방위를 움직이며 극을 변화시킬수록 상대를 지치게 한다고 합니다.
- 1성 오방점령 : 5방위를 점해 적들을 쉬이 도망칠 수 없도록 포위합니다.
- 2성 방진으로부터 : 5방위를 점했을 때 아군의 판정에 작은 이로움을 더합니다.
- 금결수(E)
- 【 금결수(E) 】
성취 : 1성
상대방의 몸을 구속한 상태에서 상대의 혈맥에 자신의 내공을 불어넣어 이질감을 통한 내공의 운용을 방해한다. 하수일수록 효과가 뛰어나며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인물일수록 그 효과가 급격히 감소한다.
이계로부터 전해진 무학武學이나 중경일광의 독문수법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 적을 구속한 상태에서 봉맥술 사용 가능
- 간파(E)
- 【 간파(E) 】
성취 : 1성
이계의 고수가 내공을 이용해 개발한 수법.
내공을 소모하여 상대방의 특징을 간파해낸다.
어떠한 원리로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 내공을 5소모해 특징을 간파한다.
6. 【 아이템 】 ¶
- 소환단x2
- 【 소환단 】
가격 : 도화전x30
효과 : 내공을 10년 증진시킨다. 절정부터 살 수 없다.
- 지도가 새겨진 돌
- 【 지도가 새겨진 돌 】
정체불명의 장소로 가는 지도가 새겨진 돌.
- 정체불명의 녹슨 검
- 【 정체불명의 녹슨 검 】
너무 오래되어 부식되고 녹이 슬어버린 검.
신기한 기운을 품고 있다.
- 수리시 봉인 해제
7. 【 그 외 】 ¶
- 형문
- 장강수로채, 그 중 중경수로채의 일원. 옛 이름은 방. 하리의 의형제. 하리와 나이가 같다고 주장한다. 하리보다 한 뼘 정도 큰 키에 살집이 약간 있는 덩치. 혹은 살집이라며 돼지라고 놀림받기도 한다. 장난끼가 넘치지만 적 앞에서는 한없이 냉혹하며 잔인하기까지 하다. 같은 식구에게는 따뜻하지만, 남에게는 차가운 전형적인 수적 남성.
하리와 더불어 중경수로채의 젊은 일류 무사진의 대표격인 인물이며 함께 간부의 말석에 자리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하리와 같은 일류 고수로 알려져 있으며, 반수 정도 처지는 편이다.
하지만 중경수로채에서는 몇몇 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있는데, 바로 형문은 절정 초입의 고수라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형문은 하리와 오빠/누나를 가르는 비무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져왔고 아직까지 하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물어봐도 형문은 입을 꾹 다물 뿐이다. 어떤 사정인지는 몰라도, 형문은 하리의 의형제로서 언제나 하리의 편을 들어줄 것이며 그녀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지양할 터이다.
- 호감도 : 5
- 해운주화(E)
- 【 해운주화(E) 】
황금을 녹여 작은 동전의 형태로 만들고 그것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의념계의 기술력과, 상등급의 황금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목걸이. 소지자의 소유욕을 돋구게 만든다.
고대 왕조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알려졌다.
- 바다의 황금 : 때때로 바다 아래의 해운동굴에서 나타나는 미량의 황금들을 모아 만들었다. 해적과 수적들이 관심을 가진다.
- 파도의 목소리 : 정신이 크게 흔들릴 때 주화를 꼭 쥐고 기도를 올리면 짧은 안정감을 준다. 다이스를 굴려 70이상일 때 정신적 타격을 방어한다.
- 행운의 목걸이 : 이계에 존재한다는 나무, 행운목의 잎만을 먹고 실을 만드는 누에의 실로 만든 목걸이. 소지자에게 행운을 불러온다. 모든 다이스값에 +5
- 중경수로채
- 장강수로 18채는 서로 유기적인 협동과 수전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들입니다.
그 중 장강의 상류에 해당하며 유구한 수적질의 전통을 지닌 중경에는 장강수로18채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토착 수적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한 수적무리는 장강수로18채의 탄생과 함께했고 중경수로채라는 이름과 몇 명의 대채주를 배출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강대한 수적무리들은 남아있고 중경수로채는 긴 시간 동안 이들과 맞서고 있습니다.
하나의 강자와 그에 연대해 맞서는 중경의 수적무리들이지요.
현 중경수로채주 오장삼은 적극적으로 수적무리들을 회유하거나 무릎 꿇리며 중경을 완전히 손에 넣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발하는 다른 수적무리들. 점점 더 크게 번지는 마찰은 중경 일대에 피바람을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 하리에 대해 중경수로채의 모든 구성원은 호감도 4
- 중경수로채주, 중경일광 오장삼
-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함부로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마라."
40대 줄에 들어선 그는 중무팔검의 고수입니다. 의외로 학자같은 인상에 짧게 수염을 기른 외모는 호감형이니 아무도 그를 수적 우두머리처럼 보게 만들지 않습니다.
약자를 알아보는 본능적이고 탁월한 감각, 강자에게 굽힐 줄 아는 처세술, 세간을 판단하는 눈치, 어디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무공.
이 네 가지는 새롭게 중경수로채주로 선출된 오장삼을 있게 만든 것들입니다.
그는 싸움에 있어서 천부적이고, 전략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성격까지 좋았다면 그는 어디 명문 정파의 일원이지 수적 우두머리를 하고 있진 않겠지요.
더러운 성격에도 그는 인정과 실력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오장삼을 따릅니다.
예전부터 중경 일대의 수적 무리들에 대해 불만이 있었고 이제 채주가 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루려 합니다.
밖의 사람들은 그를 중경에서 가장 흉악한 망나니들. 삼광중 첫째인 일광(一狂)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자기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험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 금굴라수탈金屈羅水脫(E)
- 【 금굴라수탈金屈羅水脫(E) 】
기술계의 금속, 굴라수탈(글라스틸)과 금의 합금 목걸이. 금빛이면서 반투명하게 빛난다.
굴라수탈(글라스틸)로 뽑아낸 실이기에 어지간해서는 끊어지지 않는다.
- 착용시 매력 소폭 상승
7.1. 수련레스 ¶
- 수적이 하는 일
- 장강의 상류, 중경수로채의 영역.
곧 통행세를 거두는 수적들이 기다리는 구간이었다.
매번 물길을 지나는 자들이라면 이미 알아서 주머니에서 한 푼 두 푼 꺼내기 시작했을 터였다. 그러나 무슨 일에나 그렇듯, 한번씩은 꼭 이 바닥에 처음 발을 들이는 신출내기들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아니, 흐르는 물에 주인이 어디 있소!"
오늘 처음 상행에 나선 왕씨(42세, 전직 농군) 역시 그런 자들 중 하나였다. 왕씨와 마음이 맞아 같이 상품을 사고 배를 빌린 배씨와 장씨 역시 곁에서 옳소, 옳소 합창을 했다. 그 꼴을 본 수적들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로 눈짓을 몇 번 하더니, 곡검을 든 수적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여기는 우리 중경수로채가 지키는 영역이오. 우리가 인간들을 대신하여 물길을 가꾸고, 분기마다 장강 교룡께 제사도 지내건만, 어찌 작은 성의 하나 보이지 않으려 하시오? 우리 고생을 무시하는 겝니까?"
물길을 가꾼다 해봐야 배에 걸리적거리는 수초를 치우는 정도고, 그 제사라는 것도 수적끼리 술판을 벌이는 것에 가까웠지만, 곡검을 든 수적, 하리는 굳이 그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세상에 교룡같은게 어딨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괜히 지나는 사람 돈 뺏으려 헛소리를 하는구만!"
"됐어, 배씨. 얘기할 것 없어. 칼까지 빼들고, 이거 다 그냥 도적놈들이여!"
챙!
눈치 빠른데? 수적들 사이에서 웃음 섞인 눈짓이 오갔다.
왕씨와 배씨, 그리고 장씨가 칼을 빼들었다. 절대 한푼도 내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눈에서 타올랐다.
꼭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한번 말하면 적당히 알아듣고 속에선 욕설을 삼키든 어쨌든 겉으로는 성의껏 예물을 준비해 바치는 것이 보통이건만. 꼭 피를 봐야 알아듣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둘씩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에게는,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숫자는 겨우 셋, 검을 들었다 하나 무인조차 아닌 자들.
곡검을 든 하리의 입술이 호선을 그었다.
***
탓-!
모란같이 붉은 옷을 허공에 펼치며, 훌쩍 뛰어오른 하리가 상인들의 배 위에 사뿐히 착지했다. 제일 앞에 섰던 왕씨도, 기세 좋게 칼을 빼들던 배씨와 장씨도 어느새 근접해온 하리의 검에 대경할 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중무팔검,
제 1성.
중아
별다른 예고도 없이 짓쳐든 하리의 곡검이 배씨가 든 소검을 순식간에 잡아챘다. 휜 곳을 교묘히 꺾으며 놀리니, 분명 매끄러운 철조각과 철조각이 만났건만 아교라도 묻은 것처럼 딱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비록 중무팔검이 수적을 위한 기초검법이라 하나, 엄연한 쾌검의 묘리를 담은 제대로 된 검법의 하나. 무인조차 아닌 배씨는 어어 하며 속절없이 끌려갈 뿐 아무리 용을 써봤자 가까스로 검을 놓치지 않은 것이 고작이었다.
"방심하셨나봅니다? 배가놈아."
아하하하, 시원한 물이라도 들이킨 양 상쾌하게 웃은 하리는 계속해서 배씨를 몰아붙여갔다. 이제 겨우 일초식을 펼쳤을 뿐이었다.
***
예고 없이 배씨의 검을 잡아챘던 하리의 곡검은 들어올 때 그랬듯 나갈 때 역시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멀어지는 것만큼이나 재빠르게 다시 돌아와 난무하는 검격.
중무팔검,
제 2성.
반월비
현란하게 나고 드는 검격은 예측할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변칙적으로 들어왔다. 속도마저 번개같이 빠르니 배씨로서는 막기는커녕 눈으로 검로를 따라잡기조차 버거웠다. 찰나의 순간 동안 목을 베는 환상이 수차례. 그만 혼이 나가버린 배씨는 결국 쥐었던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 살려! 살려주십쇼!"
기다렸던 한마디였다.
드디어 나온 살려달란 소리에 미소지은 하리가 배씨의 떨어진 검을 저 멀리 걷어찼다.
하나는 이것으로 끝. 이제 둘 남았다.
여태 상황 파악이 안돼 어안이 벙벙한 장씨에게로 하리의 매서운 곡검이 날아들었다.
***
쐐애애액!
장씨의 검을 노린 곡검은 쇄도하는 매의 발톱같이 내려왔다. 장씨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 배씨만큼 검을 꼭 붙들고 있지 못했던 그는 어이없도록 싱겁게 검을 놓치고 말았다.
역시 가볍게 걷어차는 것만으로 떨어진 장씨의 검을 저 멀리 보내버리며, 하리는 곧바로 마지막 남은 왕씨를 노렸다. 앞선 둘이 순식간에 검을 빼앗기는 것을 보고는 애써 후들거리는 다리와 손으로 검을 붙잡고 선 왕씨 말이다.
중무팔검,
제 3성.
중무일검
휘어진 칼등을 하늘로 한 채 날아든 하리의 곡검이 짐승의 발톱처럼 왕씨의 검을 내리찍었다. 장씨가 검을 놓치게 만든 바로 그 수법. 어설프게나마 검을 꼭 붙들고 섰던 왕씨는 장씨와 달리 일합에 나가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크게 휘청이는 것만은 막을 수 없어, 겨우 잡았던 자세는 그대로 흐트러졌다.
그 커다란 빈틈을, 하리는 놓치지 않았다.
***
중무팔검,
제 4성.
중무이검
검이 회전하는 듯한 현란한 베기가 왕씨의 검에 수차례 부딪혀왔다. 그 큰 베기에도 하리는 가만히 제자리에 서 손목을 놀릴 뿐이라, 왕씨는 곧 자신이 희롱당하고 있을 뿐 저 악독한 수적이 마음만 먹는다면 능히 제 검이 아닌 목을 베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은 짧고 판단은 빨랐다. 왕씨는 제법 모가지가 꼿꼿한 편이었으나, 그것도 목이 붙어있을때나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거의 비명을 지르는 듯 절박한 외침이었다.
"전답 팔아 겨우 만든 장사 밑천인데 조금만 남겨 주시면... 아이고오! 아닙니다 쇤네가 헛소리를 했습니다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쇼!"
곡검의 흉흉한 기세에 곧 최후의 소심한 반항조차 사그라들고, 왕씨의 검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끝났다. 겨우 촌각이 지났을 뿐이었다.
***
그렇게 무사히 셋 모두의 무장을 해제한 하리는 잠시 숨을 골랐다. 아무리 상대가 무림인이 아니였다 하나, 막 중무팔검의 초식을 모두 펼친 직후. 지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바로 그때, 천천히 숨을 내쉬는 하리의 뒤에서 킥킥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 내가 했으면 벌써 끝났겠다."
"이게 또 누나라 안부르지? 시끄럽고, 통행세나 거둬."
깐족대던 수적은 걷어차인 정강이를 문지르며 투덜대면서도 착실히 하리의 말에 따라 벌벌 떨고 있는 상인들에게로 향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리는 외면하듯 뒤로 돌았다. 뜻대로 되었음에도 어두운 얼굴이었다.
- 비무해!
- 물은 잔잔하고, 바람은 순하고.
유난히 날이 좋고 평화롭던 날이었다.
"비무해!"
다짜고짜 하리의 검이 방이의 목에 겨눠졌다.
어찌나 갈고 닦았는지, 시퍼렇게 날이 선 검에서 반질반질 윤이 났다.
"모월 모일, 수적질 하는데 지가 더 잘한다며 비웃음. 모월 모일, 누나라고 부르길 거부함! 모월 모일, 내 당과 훔쳐먹음, 모월 모일, 새옷 어떠냐 물었더니 뭘 입어도 못났다며 약올렸음! 모월 모일, 웬일로 누님 누님 다급히 부르기에 친히 가봤더니 불 꺼달라고 함!!"
한참을 줄줄이 읊던 하리가 분에 못 이겨 몸을 떨었다. 그 탓에 손에 쥔 검도 함께 떨려 당장이라도 방이의 목을 찌를 듯 아찔했다.
"이건 다 네놈이 이 누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렷다! 방이 네 이놈! 그 못된 버릇을 고쳐줄 터이니 어서 검을 뽑거라!"
그러니까, 분명 평화로운 날이었을터였다.
***
땅!
곡검과 곡검이 부딪혔다기엔 이상한 소리가 났다.
방이는 어떻게든 핑계를 대며 싸움을 피하려 했지만 완고한 하리의 뜻에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었다. 하리의 기습이 예고없이 날아들었으나, 그 결과는 이것이었다.
회심의 중무일검이 가로막힌 하리는 손이 저린지 얼굴을 찡그렸다. 그 탓에 잠시 틈이 생겼으나 다행히 그 사이 반격은 없었다. 하리는 그대로 다시 한번 있는 힘을 다해 곡검을 내리쳤다.
까강!
이번에도 중무일검.
짐승의 발톱마냥 매섭게 할퀴어오는 일검이었으나 소리만 크고 말았다. 조금 전보다 더 간단히 가로막혀버린 검 탓에 큰 동작을 썼던 하리의 꼴만 우습게 됐다. 분명 당당한 검술의 하나이건만, 이리 손쉽게 막혀서야 쓸모가 없다. 차라리 촌부가 마구잡이로 휘두른 낫이 더 예측하기 힘들었을 터. 이래서야 일류 무사의 한 수라기엔 부끄러운 노릇이었다.
"이익...!"
하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직 겨우 두 번 막혔을 뿐이다. 아직,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다.
***
현란한 검격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보통 사람은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들 만큼 재빠르고 종잡을 수 없는 검격이었다. 중무팔검 제 2성, 반월비. 수많은 변초가 들고 났으나 그 중 허초는 하나도 없이 모두 급소를 노린 살초였다. 웃으며 지켜보던 수적들조차 말려야 하나, 하고 자리에서 일어설 만큼 살기 가득 위협적인 검이었다.
분명 그래야 했건만.
챙- 채챙- 챙-
반쯤 자리에서 일어섰던 수적들이 파하고 웃으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조금씩 뒤로 밀려나긴 했으나, 방이는 그 독랄한 검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막아냈다. 마치 사전에 합을 맞춰 연습하기라도 한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한 방어였다.
"둘이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역시 하리가 우세하긴 하네."
"쟤네 싸워서 이긴쪽이 누님, 오래비 하기로 했다잖어. 괜히 아직까지 하리가 누님 소릴 듣는게 아니지."
"그래도 형문이 저 녀석도 꽤 한다? 원래 저리 잘 싸웠나?"
"상대가 하리라 그런거 아니냐? 맨날 싸우다 보니 익숙허것지."
구경꾼들의 이야기를 들은 하리가 검격을 멈추고 방이를 노려봤다. 검까지 아래로 내린 완전한 빈틈. 그러나 방이는 섣불리 공격하지 않았다. 전투는 그렇게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고,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갑판 위의 대치가 이어졌다.
***
팽팽하던 대치를 깬 것은, 이번에도 하리였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너, 지고 나면 누나라고 똑바로 불러라. 자꾸 은근슬쩍 누님 소리 빼먹는데, 제대로 부르라고!"
거리를 견주어 보는 듯, 검을 들어 방이를 겨누고 섰던 하리는 이번에도 예고없이 베며 들어갔다. 검이 회전하는 듯 눈을 어지럽히는 검격. 중무팔검의 하나, 중무이검의 수법이었다. 팔을 노리고 베어들어건 검이, 살에 거의 가까워 옷자락을 베어낼 때쯤,
쩡-!
가까스로 그것을 막아낸 듯한 방이의 검에 하리의 검이 귀를 괴롭히는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이야~ 저걸 막네."
"역시 많이 싸워보니까 저런 묘기도 되는구먼."
"이번엔 형문이 저거 진짜 팔 한짝 나갈 뻔 했는데?"
"어이고, 옷자락 작살난거 봐. 지독허다 하리 쟤도."
하리는 다시금 검을 휘두르려는 듯 높이 검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이가 빨랐다. 짓쳐들어오는 방이의 곡검에 하리의 안색이 변했다. 하리는 다급히 검을 놀려 막으려 했으나 이미 대응하기엔 늦은 뒤였다.
***
쨍!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방이의 곡검이 하리의 검을 낚아챘다.
중무팔검 제 1성. 중아의 수법이었다.
다행히 검을 놓치지는 않았으나 하리는 꼴사납게 끌려가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자세는 흐트러지고 놀란 어깨는 아팠다. 이대로 한 수만 더 날아온다면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
"......."
찰나의 순간조차 무공을 배운 자들 간에는 목숨이 경각에 달하게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건만.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수 초가 지나갔다.
하리는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천천히 검을 빼냈다. 그 큰 동작이 끝날 동안 방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하리가 칼을 빼는 바람에 균형을 잃기라도 한 듯, 휘청이다 뒤로 한 발을 내딛는 것이 제 몸 가누기도 바빠 보였다. 구경꾼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겨우 만든 아까운 기회를 어처구니 없이 잃었다는 것이 총평이었다.
그 꼴을 본 하리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단순한 심통이 아닌, 제대로 화가 치솟은 표정. 하리는 분이 그대로 실린 기습을 가했다.
그 수법은, 검법이 아니었다.
***
"어어...!"
느긋이 구경하던 자들이 이번에야말로 정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순식간이었다. 수적들이 말릴 새도 없었다. 하리는 곧장 직선으로, 쏜살같이 방이에게 달려들었다.
강래수공,
제 4성.
장강이 부른다
돌진하는 힘에 몸무게를 합친 충격. 말 그대로 상대를 엎쳐버리는 수법. 방이의 몸이 기울고, 균형을 잡으려 허우적대던 팔조차 꽉 붙잡은 하리의 팔에 가로막혔다. 그러잖아도 갑판 끄트머리에 섰던 몸. 제아무리 무림인이라 한들 작정하고 균형을 뒤흔드는 데는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첨벙!
".......이러면 어떻게 된 거냐?"
"하리가 이긴거 아니냐? 하리가 엎쳐서 넘어간거니까. 저거 강래수공이잖어."
"그러네, 하리가 이겼네. 끝에만 살짝 밀릴 뻔 했지 내내 압도하기도 했고."
"에잉, 형문이 녀석 이번엔 이기나 했더니. 자, 내 돈 가져가라고."
- 꼭 쎄져야지. 쎄져서 짱이 될거야
-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주욱 잡아당겨 물을 짜냈다. 물 덩어리가 후두둑 떨어졌지만 물에 빠진 생쥐 꼴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머리며 옷이며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몇 번 짜거나 터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듯 했다.
흠뻑 젖은 겉옷을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두고, 호롱불 앞에 앉아 손에 든 곡검을 노려봤다. 불빛 아래 비춰본 검은 형편없이 이가 나가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분명 흠 하나 없이 시퍼렇게 날이 섰던 검이었다.
"씨이......."
하리는 낮의 비무를 떠올렸다.
순식간에 검을 낚아챈 중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대응할 수 없었다. 그게 중아였다는 것을 아는 지금조차, 솔직히 어떻게 막아야 할 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리는 이를 박박 갈며 움푹 패여버린 곡검을 매만졌다. 괜히 이가 나간 부분을 꾹 눌러봤지만, 그런다 해서 상한 검날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일은 당연히도 없었다.
중아의 동작은 따지자면 셋쯤으로 나뉜다. 상대의 검까지 접근하는것으로 하나, 그것을 제대로 걸도록 감싸는 것으로 하나. 그리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채, 올바른 방향으로 당겨오는 것이 마지막 하나. 셋 모두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림인이란 검이 날아올 때 피하기보단 맞서 부딪히길 좋아하는 족속이니, 접근까지는 비교적 쉽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걸고, 놓치지 않고 끌어당기기까지 한다면 꽤나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걸핏하면 상대의 검이 걸리지 않고 곡검의 바깥과 부딪혀 헛맞는 것으로 끝난다. 어떻게 잘 걸어내도 무게중심을 생각해 아래쪽에 제대로 걸지 않으면 미처 끌어당기기도 전에 스르륵 빠져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아래에 걸어서도 안 된다. 걸린 곡검 위 그대로 노출된 상대의 검날 탓에 멋모르고 당기다간 내가 상할지도 모르는 탓이다.
옳은 위치에 옳게 건 검을, 옳은 방향으로 잡아당겨, 상대의 검이든 균형이든 어느 것 하나는 빼앗아 우위를 점하는 것. 남의 것은 빼앗으면서도 내 것은 잃는 것 하나 없이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 한 수. 그것이 하리가 아는 중아의 요체였다.
그런데.
***
그것은 중아를 쓰는 입장에서의 이야기였다. 공격을 가하는 입장에서는 그 세 동작을 아는 것으로 족했다. 그러나 그것을 막고 피하며 대응하는 입장에서는 어찌해야 좋은가? 게다가 그것이 곡검끼리의 싸움이라면?
반월형의 곡선은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었다. 올곧은 직검이라면 무게중심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 만으로도 어찌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련이 깊은 자의 중아라면 제아무리 직검이래도 빠져나가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곡검보다야 직검이 빼내기엔 나을 것이다.
그러나 곡검과 곡검은 어떤가? 서로 아귀가 딱 맞으니 걸려들었을 때 빼내려면 방향을 한참 뒤틀어야 한다. 일단 한번 걸려들고 나면 급격히 불리해지는 것이다. 그만큼 빙 둘러 잡아채야 하고, 애초에 방향도 맞아떨어져야 하니 걸리기도 어렵긴 하지만.......
"잠깐, 그럼 내가 그렇게 걸려들기 좋은 방향으로 들고 있었다고? 내가 방이와 싸운 것이 몇 날인데!"
하리는 검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직 물기 가득한 머리카락에서 주륵 강물이 흘렀다. 신경질적으로 손을 털어버린 하리는 애써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이런 각도로 칼날이 서 있을 때 중아가 걸려오면 필패니까... 이익! 이걸 다 빼고 나면 할 수 있는 동작이 너무 제한되는데!"
***
하리는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중무팔검의 초식을 펼쳤다. 단순한 초식 시연만은 아닌 것이, 눈앞에 가상의 적이라도 있는 양 검을 맞대고 떼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어깨에서 둔통이 일어, 크게 검을 휘두를 적에는 사뭇 아미가 찌푸려지긴 했으나, 그 순간에조차 하리는 끊어짐 없이 검을 휘둘렀다. 수적이 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해온 검. 놀란 어깨 따위에 새삼 초식을 펼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한번 곡검이 허공을 넘나들었다. 상정된 가상의 상대는 조금 전과 똑같은 방향으로 똑같이 공격해왔다. 그러나 하리의 움직임은 아까와 달랐다. 자신있게 휘두르며 들어가다가도 멈칫하다 망설이고, 각도만 바꾼 같은 동작을 몇 번이나 다시 취하며 시도하기도 했다. 또 낯선 움직임을 시도하다 발이 꼬여 휘청이는가 하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답답하다는 듯 수차례 검을 고쳐쥐고 파지법을 바꿔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노력이 무색하게도, 하리는 상대가 잡아채기 좋은 자세를 취하지 않고도 싸울 수 있는 검로를 찾아내지 못했다. 한 동작 한 동작 낱낱이 분해해가며 고민했음에도 그랬다. 단 한 순간도 빈틈을 만들지 않고 하리가 검로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최소한 지금의 하리가 가진 역량으론 그랬다.
"짜증나......."
하리는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낮에 놀랐던 오른 어깨가 시큰거렸다. 하루 자고 나면 회복될 정도의 약한 통증이였지만, 거슬리는 것은 거슬리는 것이었다.
***
방이와의 비무 중, 단 한번이었다 하나 허를 찔리고 말았다는 것. 그게 그렇게 참을 수 없이 분했다.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 한 수를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는 것이, 그리고 그 상황을 파훼한 것이 하리의 한 수가 아니라 엉뚱하게 균형을 잃은 방이 탓에 나온 요행이었다는 것이 하리는 너무나 화가 났다.
지금까지 하리는 항상 방이보다 반 보, 때로는 한 보씩이나 진도가 앞서 있었다. 그런만큼 비무에서도 하리는 방이를 수월히 이겨냈다. 몸이 자라 타고난 덩치나 힘에 차이가 나기 시작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자주 싸우다 보니 서로의 수법에 익숙해져, 방이도 하리의 공격을 막아내는 일은 적잖아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언제나 기세를 압도하고 공격을 주도하며 비무에 이기는 것은 하리였다. 방이는 막기에나 급급해 제대로 된 공격을 해내지도 못해왔다. 여태껏 늘 그래왔다. 그랬는데.
그런데 갑자기 그 양상이 변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방이의 공격 중에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공격이 튀어나오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도, 마지막에 이기는 것도 하리였지만, 이기고 난 뒤의 시원한 맛이 사라지고 말았다. 특별히 날카롭던 방이의 공격이 하리가 의도하지 않은 이유로 허무히 스러질때면, 이게 정말 내가 이긴것이 맞나 하는 찝찝한 기분이 남아 하리를 괴롭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검을 뽑을 적만 해도, 오늘 하리는 순수한 검법으로만 방이를 두들겨 줄 작정이었다. 그런데 수세에 몰리고, 그런 상황이 나온 연유가 영 개운하지 못한 대치 끝에, 기어이 쓰지 않으려 했던 수공을 쓰고 나서야 이겨낸 것이다. 이게 우연일까? 단순히 그리 생각하고 넘기기엔 어딘가 걸리는 구석이 있었다. 하리는 우울한 얼굴로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이래서는 안된다.
하리는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아에 당하기 좋은 순간이 언제인지는 알았지만, 그 동작을 완전히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하리로서는 어떻게 하더라도 그 검을 피할 수 없다. 검이 붙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 힘을 역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시험해볼 가치는 있었다.
***
곡검은 휘어있어 같은 곡검에 걸리기 쉬우나 그것은 상대가 든 곡검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두 검이 붙고 나면 힘의 방향을 옮겨 오히려 당겨올 소지도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였다. 역으로 당겨오는 것까진 힘들어도, 최소한 힘을 흘려내 중아에 당하지 않을 수는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한 하리는 방안을 뒤져 연습용으로 쓰던 반월형 목검 둘을 꺼냈다. 양손에 하나씩 잡고 둘을 붙여 힘을 가하니 확실히 칼날의 각도와 칼끝의 방향, 검이 붙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둘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을 이리 움직이면 저리 가고. 저리 움직이면 방향을 뒤틀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힘을 뺐다 다시 가하면 자세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듯 했다.
"오늘처럼 그렇게 낚아채가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왼손에 든 목검으로 오른손에 든 목검을 감싸며 오늘의 비무 모습을 재현한 하리는 오른손의 각도를 뒤틀며 재빨리 앞으로 뛰어갔다.
"오히려 더 빨리 가까이 뛰어가 접근한 다음 방향을 바꿔 힘을 주면...!"
오른쪽 목검의 각도가 빙글 돌아가는 것과 함께 왼쪽의 검이 힘없이 옆으로 내리눌렸다. 지금은 하리가 두 검을 모두 들고 있어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하나를 맞은편에서 상대가 든 검이었다 생각하자면 상대는 팔꿈치가 아래인 채 손에 쥔 검이 내리눌려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거라면 확실히 해볼만 했다. 피하는 것보단 훨씬 가능성 있는 이야기같았다.
***
"이걸 이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겠지. 방어하는데만 쓸 것이 아니라 공격하는 데도 쓸 수 있는지도 알아봐야겠고. 또..."
내내 딱딱하게 굳어 있던 하리의 얼굴이 드디어 풀렸다. 점검해볼 것들을 하나씩 꼽아보며, 하리의 얼굴에 생글거리는 미소가 올라왔다.
"아! 곡검이 아닌 직검을 상대로도 통할지도 알아봐야겠다. 방이 녀석이랑 싸울때야 곡검끼리지만, 무림엔 직검이 더 많으니까. 우리 말고 곡검 쓰는 데가 어디어디 있더라? 에이 몰라. 하여간 직검이 더 많겠지. 한번 계속 연습하고 연구해보자. 잘만하면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신나게 재잘거리던 하리가 갑자기 우뚝 멈췄다. 그리고는,
"엣취!"
큰 소리로 재채기를 한 하리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긴 푹 젖은 옷을 입고 한참이나 검을 휘두르던 참이다. 이제야 달달 떨기 시작한 것이 오히려 늦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전에, 씻고 옷부터 갈아입어야겠지만!"
- 용문을 오르는 황하의 잉어
- 강래수공을 처음 배운 날이 떠올랐다.
아직 얻어맞아 멍든 곳의 붓기가 덜 빠진 방이와 함께 장삼이 아저씨 손에 이끌려 강가에 섰던 그날. 장삼은 여기가 바로 수적들의 젖줄이자 삶의 터전이라 말하며 강물에 발을 담그게 했다. 그때, 어쨌더라. 퉁퉁 부은 얼굴로 얌전히 물에 발을 내딛던 방이와 달리, 하리는 한사코 들어가지 않겠다 도리질을 쳤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고 윽박도 질러보던 장삼이 참다못해 억지로 끌고 들어가려 하자, 하리는 그만 누나로서의 체통도 잊고 비명을 지르며 풀쩍 뛰어올라 장삼의 가슴팍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난데없이 낭패를 당한 장삼은 하리를 어떻게든 떼어내보려 애를 썼지만, 필사적으로 달라붙어있는 아이를 흠없이 떼어내기란 무공을 배운 수적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리의 고집에 포기하고 만 장삼은 그날 하루 하리를 등에 업고 수업을 진행했다. 무슨 어린애가 이리 힘이 세냐고 투덜거리면서.
장강 밑바닥에 가라앉아 누운 채 기억을 떠올리던 하리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다 옛날 일이다. 하리는 느리게 숨을 들이쉬었다.
강래수공
제 1성
물의 호흡
강래수공을 배우면 물 속에서도 호흡할 수 있다는 말은 하리를 떼어놓기 위한 장삼의 헛소리가 아니었다. 정말 그랬다. 하리는 그것을 방이가 강래수공 1성을 다 배우고 나서야 겨우 믿게 되었다. 일각이 지나도록 방이가 물 속에서 나오질 않던 날, 하리는 정말 놀라 까무라칠 뻔 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그토록 악착스레 힘을 주어 장삼의 목을 감았던 팔을 놓고 방이를 구하려 첨벙 물에 뛰어들었을 정도였다.
그렇다. 하리는 그날 그때까지 장삼에게 업혀있었던 것이다. 죽어도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하리와 어떻게든 강래수공을 가르치려는 장삼의 실랑이는 방이가 강래수공 1성을 다 배우도록 계속됐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꼬박꼬박 하리를 끌고 갔던 장삼은 장삼대로, 그걸 또 매번 물에 들어가기 싫다고 수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장삼의 등에 붙어있던 하리는 하리대로 대단한 고집들이었다.
***
장삼을 따라 고향을 떠나 수채에 왔던 날, 하리는 그만큼 큰 물을 처음 보았다. 황하 근처 마을 출신이라 하나, 하리와 방이가 구걸하던 마을은 물에서 제법 떨어져 있었다. 조금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였건만, 그래서 거기까지 구걸을 다녀온 아이들도 많았건만. 어쩐지 하리만은 그러길 싫어했다.
그때 하리는 물이라는 것이 싫었다. 이유는 하리도 몰랐다. 너는 황하에 떠내려가다가 너절다리에 걸려있는걸 주워왔다 말하던 예전 거지패 두목의 말을 믿는 건 아니었다. 그 작자는 거지패의 고아가 머리가 굵고 식견이 들어 제 부모는 어디로 갔는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할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리만은 유별나게 물이 싫어, 그 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질색했던 것을 보자면, 정말 황하에 떠내려가던 것은 아니라도, 기억도 나지 않는 갓난쟁이 시절 한번쯤 물이란 놈에게 아주 호되게 당한 적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리는 생각했다.
그런 하리에게 처음 본 장강의 세찬 물결은 거의 세상이 뒤흔들리는 공포요 충격이었다. 수채에 올 적 처음 본 것이 하필 큰 비가 지난 뒤 굉음을 내며 뒤섞여 흐르는 탁류였기에 더욱 그랬다. 하리의 눈에 그것은 물이라기보단 거대한 괴물 같았다. 정말 용이 있다면 그런 모습일까? 그때부터 하리는 장강 밑바닥에 산다는 교룡의 존재를 남몰래 믿기 시작했다. 수적들끼리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였지만, 어린 하리가 듣기엔 그 말처럼 이치에 알맞는 설명이 없었다. 물이란 쉬이 흘러내리고 흩어지는 것이건만 어찌 저리 무시무시한고. 그러니 저것은 필시 장강 교룡의 힘이 닿아 저런 것일테다.
***
음- 파-
이제 충분히 호흡을 가다듬은 하리가 정좌하며 눈을 감았다. 가득찬 물에 귀가 멍멍한 가운데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물 속의 법칙은 밖에서완 달랐다. 아주 작은 소리도 멀리까지 들리는가 하면, 가까이서 나는 큰 소리조차 먹먹하여 들리지 않기도 했다. 물은 알 수 없는 저만의 규칙으로 체에 걸러내고 뒤튼 소리를 전달해왔다. 수적들에겐, 그리고 13년차 수적인 하리에겐 이젠 익숙해진 법칙이었다.
강래수공
제 2성
소주천
소란한 고요가 감도는 모래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하리가 안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끌어올리기 시작한 내공이 잔잔한 듯 세차게 맥동을 시작하니, 그 성상이 꼭 하리가 아는 물과 같았다. 하리는 여전히 장강 교룡의 존재를 믿었으나, 끊임없이 흐르는 장강의 도도한 물결이 꼭 교룡의 덕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힘없이 주르륵 흘러내리며 줏대없이 그릇에 따라 제 모양을 바꿔대는 것이 물이었지만, 그 옛날 하리가 본 것과 같이 거세게 흐르며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부수고 지워버리는 것 또한 물이었다. 그러한 물의 성질을 똑 닮은 내공을, 하리는 조심스레 인도하며 길을 따라 흐르도록 했다.
***
하리의 인도에 따라 때론 느리게, 때론 세차게 흘러가던 내공이 백회에서 멈췄다. 그 자리를 아쉬운 듯 맴도는 내공을 하리는 어르고 달래며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내공은 쉽사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꾸만 백회를 넘봤다. 파르르 떨며 용솟음치는가 하면 애가 닳은 듯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대는 것이었다.
얘, 아직 어림도 없단다.
말썽많은 짐승을 대하는 양 속으로 내공에게 말을 건네던 하리는 문득 등용문의 고사를 떠올렸다.
황하 상류에 있다는, 오르기만 하면 용이 된다는 문 용문. 그 아래에는 수많은 고기들이 모여있으나 그 중 정말로 용문을 넘는 것은 천년에 한 마리 나올까 말까 하다더라.
아무래도 호사가들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같이 들렸지만, 하리는 옛날부터 그 이야기를 퍽 좋아했다. 마침 하리의 이름자 뜻이 또 황하의 잉어가 아닌가!
넘기만 하면 물고기가 용이 된다는 문 이야기를 어디 길거리에서 듣고 온 날, 잔뜩 흥분한 하리는 눈을 반짝이며 저처럼 생선의 이름을 가진 방이와 함께 밤새도록 소곤거렸다. 얘, 우리는 여기 황하 하류 근처에서 구걸하고 살지만, 저 위쪽 상류로 올라가면 그런 문이 있다더라. 넘기만 하면 용이 된대. 그 문을 넘어가기만 하면.
후우-
떼쓰는 어린애마냥 한참을 고집스레 움직이지 않던 내공이 겨우 방향을 되돌렸다. 하리는 또 저 혼자 신이 나 이번엔 멋대로 혈도를 내달리려 드는 내공을 붙잡아 길을 인도했다. 13년을 보았음에도 물의 법칙이란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구석이 있듯, 그 변덕스러운 성질을 똑 닮은 이 내공이란 것 역시 그랬다. 이쯤이면 다 알았다 싶으면, 갑자기 돌변해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을 보여준다. 그토록 종잡을 수 없이 멋대로 굴다가도, 또 어떤 때는 아주 알기 쉬운 법칙대로 움직인다. 알 듯 말 듯, 언제나 어려운 것이 물이었고 내공이었다.
***
그러고보니, 알다가도 모르겠는거라면 하나 더 있네.
하리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떠오르려다 말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생각이 모여 단단한 형체를 갖추기도 전에 억지로 흩어낸 탓이다. 하리는 미간을 조금 좁혔다. 내공에 집중하기 위해서인지, 조금 전 떠오른 상념을 흩어내기 위해서인지. 그러나 뒤이어 떠오른 잡념의 행렬을 보자면, 전자의 이유는 아닌 듯했다.
하리의 이름은 얼굴도 모를 부모가 지어준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거지패의 두목이 지어줬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하리도 방이도, 하리가 선택한 이름이었다.
생선 중에 으뜸이 황하의 잉어고, 그 버금가는 것이 바로 황하의 방어라더라. 황하의 잉어와 방어라면 중원 어디에서도 인정하는 가장 값진 생선이라더라.
그 소리를 들은 하리는 대번에 하리를 제 이름으로 차지했다. 곁에 있었으나 한발 늦어버린 방이는 졸지에 방이가 되어버렸다. 방이는 제 이름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는 아니었으나-주로 버금간다는 부분에서- 자꾸 불리다 보니 제법 괜찮다 싶었는지 계속해서 그것을 제 이름삼아 써왔다. 수채에 오고, 나이가 들며 방이가 제멋대로 이름을 형문으로 바꿔버리기 전까지는.
하리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문이 다 뭐람? 하늘같은 누님이 신경 써 내려준 이름은 어디가서 엿바꿔먹고 그런 엉뚱한 이름을 지어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기왕 새로 지어왔으면 뜻이라도 좀 좋던가. 용도 봉황도 아닌 궁벽한 집안이라니! 이것이 바로 그 사춘기의 반항인가 뭔가 하는 그것이란 말인가?
하리는 팩 떠오른 생각과 짜증을 지워내며, 내공을 단전에 갈무리했다. 소주천의 막바지에는 숫제 산책나온 강아지마냥 쾌활히 굴던 내공이었다. 다행히 단전의 앞에서는 강아지와 달리, 돌아가는 것을 꺼려하지 않고 얌전히 쏙 들어가버렸지만 말이다. 이럴때는 또 순한 것이 내공이란 놈이었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자연히 단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꽤 오랜 시간 운기를 했음에도 내공은 늘지 않았다. 잡념이 많았던 탓이로구나. 하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나 발을 굴렀다. 그 추력으로 하리의 몸이 치솟아 수면 위로 향했다. 이제 다시 배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비장의 한 수
-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자세가 말이야. 기본이 안 돼 있어 기본이. 으이? 내가 그리 가르치디?"
정말 그런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흐트러지지! 이게 중무팔검이냐 막 휘두르는 잡검이냐?"
딱!
허공을 가르고 날아온 목검에 정수리를 정통으로 맞은 하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후회했다.
아이씨! 내가 대체 왜 장삼이 아저씨한테 자세를 봐달라고 했지?
***
방이와의 비무 뒤 중아의 묘에 대해 고민하던 하리는 홀로 칼춤을 추는 것만으론 두 힘간의 미묘한 균형을 다루는 이 새로운 깨달음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방이에게 도움을 달라 말하기엔 누님의 체면이 살지 않는 상황! 더군다나 방이를 이기려 만드는 수법을 방이가 익혀버려서는 꼴이 우스워진다. 그렇다고 다른 수적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느냐, 하면. 방이만큼 하리의 검을 잘 아는 자가 드물어 도움을 주려다 크게 다칠지도 모르는 일.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하리는, 방이 몰래 조용히 장삼을 찾아갔다.
똑똑-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잘못이었던 것 같다.
"아저씨, 바빠요?"
진짜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안 바쁘면, 나 수련 좀 도와줘요."
어떻게든 방이를 이길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하리는 그만 스스로 고통의 구렁텅이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던 것이다.
***
"어허 이 녀석, 검법 봐달라더니 딴 생각이나 하고!"
딱!
이리 된 경위를 떠올리는 그 짧은 순간 이미 하리가 딴 생각을 하고 있음을 눈치챈 장삼의 목검이 또다시 하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벌써 십수년째 맞은 목검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조금도 익숙해지질 않고 매번 새로이 아팠다. 하리의 맷집이 늘어난 만큼 그간 장삼 역시 더 아프게 때리는 법을 연마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무리 궁리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 몇 대만 더 맞았다가는 하리는 정말 꼴사납게 엉엉 울고 말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으아아아아!!"
강래수공
제 3성,
검기상인
비명을 지르며 치켜든 하리의 곡검에서 넘실넘실 검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검법만을 쓰기로 약속한 지도대련 중에 검기를 써서 비겁한 것이 무슨 상관인가? 하리는 이 검기가 장삼을 위협한 덕에 단 한 대라도 덜 맞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
"이 녀석이...!"
그저 온화하고 사람 좋은 학자같던 장삼의 얼굴이 흉신악찰같이 변했다. 온유하던 기도와 기세도 광포히 변했으며, 휘두르는 목검이 공기를 찢는 파열음은 뭇 인의 소름을 돋게 하는 굉음으로 변했다.
그러나 하리는 물러설 수 없었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너무 아팠다! 중아의 허점 보완이고 뭐고, 일단 안 맞고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장삼이 아저씨라 하더라도 아저씨는 목검이고 나는 검기까지 피워올렸는데, 설마 아까처럼 그리 쉽게 당하겠어?
그것이 열심히 머리를 굴린 하리의 얄팍한 계산이었으나...
***
아지랑이같은 검기가 피어나는 하리의 검이 표범과 같이 날래게 십자를 그었다. 중무팔검 제 5성 중무삼검, 경비를 서던 수적들을 단칼에 처치하던 바로 그 고절한 수법! 그러나 그 비장의 한 수조차 장삼의 앞에서는 어린애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크지도 않게 살짝 몸을 기울인 것으로 그 빠른 검을 막지도 않고 간단히 피해낸 장삼의 목검이 세차게 휘둘러졌다.
딱!
"중아를 봐달라더니! 네가 벌써 초식을 잊는 경지가 된 줄은 몰랐구나!"
또다시 정수리 위에 떨어지는 장삼의 목검. 악랄할 만큼 정확히 같은 자리만 노린 공격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비무가 끝나고 하리의 머리칼을 헤쳐보면 커다란 혹이 하나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하리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도 느려짐 없이 재차 곡검을 휘둘렀다. 첫 공격이 닿지 않을 것쯤은 하리 역시 예상했던 것이다. 조금 전은 단지 장삼의 눈길을 끌기 위한 허초. 이번에야말로 정말 검을 순식간에 낚아채가는 중아의 수법! 병아리를 노리는 매와 같이 하리의 곡검이 날아들었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
휙-!
쿠당탕!
"아야야야..."
검기를 두른 하리의 중아가 장삼의 목검을 잡아챘다. 그러나 균형을 빼앗기고 바닥을 뒹구는 것은 도리어 하리였다. 방이와의 비무가 있던 날 하리가 밤새 연구하던 바로 그 수법. 중아에 걸려들어 검이 얽히더라도 도리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바로 그 수법이었다.
"그래, 이게 바로 네가 말한 그거다. 어때, 직접 당해보니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감이고 뭐고 너무 순식간이라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더 이상 안 맞게 일어나지 말고 계속 여기 그냥 쓰러져 있고 싶다.
그게 하리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한 대 맞을 것을 각오하고 했던 회심의 기습마저 실패하다니, 이래서야 가망이 없다. 중아고 뭐고, 더 이상 맞지만 않으면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이렇게 탈진한 척 가만 쓰러져있으면 아저씨도 그만 때리지 않을까?
하리는 고개를 들어 슬쩍 장삼의 눈치를 살폈다. 장삼이 아저씨도 사람인데 설마 잠깐 정도는 쉬게 해주겠지, 하는 헛된 기대를 품으며. 그러나 장삼은 하리가 꾀를 부리려 든다는 것을 이미 눈치챈 듯, 도로 높이 목검을 들어 올리며 다음 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 악독함에 치가 떨렸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하리는 재빨리 머리를 감싸며 후다닥 일어나야만 했다.
***
"네 체력을 내가 뻔히 아는데, 벌써 쉬려고? 어림도 없지. 꾀부리지 말고 연습이나 하거라. 이번엔 내가 중아를 걸 테니, 네가 한번 역으로 당겨보란 말이다."
그렇게 말한 장삼이 반월형의 목검을 휘둘러 중아를 걸어왔다. 필부의 눈으로도 보일법한 느릿한 움직임이었다. 마침내 두 검이 붙은 그 순간, 하리는 기습적으로 검기를 장삼의 몸 가까이 치솟게 해 장삼을 위협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붙은 검의 힘을 이리저리 옮겨 장삼의 균형을 무너뜨리려 애썼다.
그러나 둘의 경지 차이는 분명했다. 손바닥 뒤집듯 간단히 하리를 쓰러뜨린 장삼과 달리, 하리는 아무리 용을 써도 장삼을 넘어뜨릴 수 없었다. 태산을 만난 듯한 막막함. 아무리 밀고 당기며 재주껏 검을 놀려도 장삼은 균형을 잃기는커녕 머리카락 한올 꿈쩍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오히려 어떻게든 장삼을 자빠뜨리려 기술을 걸던 하리 쪽이 먼저 균형을 잃고 휘청일 지경이었다.
"한번을 못 넘기는구나 한번을. 그것 한번이 그리 어려워, 으이? 어떤 수를 써서든 한번 넘어뜨려 보란 말이다! 혹시 알어? 그럼 내가 기특해서 비장의 기술이라도 하나 알려줄지."
하리가 하는 꼴을 보고 답답했던 것인지, 장삼이 실없이 공수표를 날렸다. 그러자 꿈쩍도 하지 않는 장삼을 보고 힘이 빠져있던 하리에게 도로 기운이 돌아왔다. 곡검을 고쳐잡은 하리의 얼굴이 결연히 빛났다. 그 비장함이 마치 조국과 민족의 명운을 건 마지막 대전투에 나서는 장수와도 같았다.
그런 비장한 의지가 고작 어떻게든 동생을 이겨먹고야 말겠다는 생각에서나 나오다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
어떤 수를 써서든 이라는 말은, 다시 말해 어떤 수도 상관없다는 말이었다.
재밌고, 멋지고, 관능적인 문구를 떠올린 하리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렇다면, 꼭 중아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 하리는 누군가를 엎치기에 특화된 수법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강래수공
제 4성
장강이 부른다
하리의 몸이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속력의 제곱과 질량의 절반이 곱해진 운동 에너지가 단숨에 장삼을 덮치고 장삼은 속수무책으로 휘청...
휘청였어야 했는데.
"네가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좀 참신한 방법은 없더냐? 뭐? 형문이는 당했다고? 허, 그 녀석도 교육 좀 시켜야겠구나."
하리의 마지막 한 수마저 간단히 파훼해버린 장삼이 혀를 찼다. 하리는 회심의 한 수가 그리 간단히 끝나버린 것보다도, 결국 방이를 쓰러뜨릴 비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 분해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머리를 긁적이며 그 꼴을 지켜보던 장삼이 하리를 달래려 조용히 귀엣말을 시작했다.
"거 뭐냐, 정 그러면 비장의 기술까진 아니어도 방법이 하나 있는데..."
이야기를 듣다 어느새 울음을 뚝 그친 하리의 눈이 점점 동그래졌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 상선이 보였다 하면 다짜고짜 배 밑에 구멍부터 뚫고 상인들 모가지부터 날리며 협상-혹은 단순한 겁박-을 시작하는 수적들도 있었으나, 하리는 그런 무식한 수법은 선호하지 않았다. 갓 수적질을 시작해 뭘 잘 모르던 시절을 제외하면, 하리는 웬만하면 상인들의 목숨을 그대로 보전해주는 편이었다. 목숨뿐 아닌 상품들 역시 통행료만 정확히 바치면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니, 수적 중에서도 특히 지독하다는 하리의 악명에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수적질을 생업으로 삼은 주제에 새삼 타인의 재산과 인명을 소중히 여기기라도 하였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하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기보다는 두고두고 알을 뽑아먹는 쪽을 높이 쳤을 뿐이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면 한 끼를 먹을 것이나,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먹으리란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하리는 더더욱 욕심을 내어, 물고기를 키우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아는 것으로 자식 하나 평생 먹고산다면, 물고기 키우는 법을 아는 것으론 대대손손 배곯을 걱정 없지 않을까? 그게 하리의 생각이었다.
"합!"
하리의 손이 수면을 덮쳤다. 그러나 노렸던 물고기는 간발의 차로 비껴가고 말았다. 힘차게 꿈틀거리며 강물 깊이 헤엄치는 종어鯼魚.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작 뒤쫓기를 포기할 속도였다. 그러나 하리는 강래수공을 배운 수적. 물 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수적에게 수영과 잠수는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하리는 재빨리 강물에 뛰어들어 놓친 물고기를 좇았다. 앞서 헤엄쳐가는 물엣것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속도였다.
***
민물 생선 중 양식이 되는 것 중에는 뱀장어가 있다.
자연산 실뱀장어를 잡아 와 양식장에서 7~10개월가량 사육한 뒤 출하하는데, 이러한 방식의 양식을 불완전양식이라 한다.
여기까지 들었다면 자연히 그렇다면 불완전양식이 아닌 완전양식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완전양식이란, 수정란부터 상품용 크기까지 모든 사육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양식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차마 생물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처음의 처음부터, 완전한 상품의 꼴을 갖추어 팔려나갈 적까지 주인 된 자가 완전한 통제를 갖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뽀그르륵 -
부지런히 헤엄치는 종어의 꼬리지느러미가 하리의 손끝에 닿았다. 다시 한번 잽싸게 잡아챘으나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놓치고 말았다. 가볍게 살랑인 지느러미는 보드라운 감촉만을 남기고 도로 멀어져갔다.
일류 무인이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놓치다니 부끄러울 일이었다.
더군다나 하리는 강래수공까지 배운 자가 아닌가!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쯤 약이 올라 분통을 터뜨려야 옳을 하리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얼굴만 보아서는 무슨 재미있는 놀이라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
하리는 완전양식을 하고 싶었다.
장강의 수적이 되어 물길을 다니길 십수 년. 언제부터인가 하리의 꿈은 장강을 제 구역삼아 완전양식이 이루어지는 양식장을 갖는 것이 되었다. 야생 물고기를 잠시 가둬뒀다 키워 출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나기부터 팔려나가기까지 그 모든 것이 하리의 통제 아래 있는 완전양식장을 말이다.
지금의 하리는 일개 수적. 아무리 이름높은 중경수로채의 간부라 한들 그 중 말석에 불과하니, 완전양식은커녕 불완전양식이 이루어지는 양식장조차 꿈꾸지 못할 처지였다.
그러나 하리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언제가 되든 반드시, 먼 훗날 어느 날에는, 거대한 완전양식장 하나를 손에 넣고야 말겠노라고.
촤악!
정말 도망치는 물고기를 잡을 생각이 있긴 한 건지, 이번에는 거의 장난에 가깝도록 멀리 하리의 팔이 휘둘러졌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듯한 팔이었으나 앞서가던 종어를 위협하기엔 충분했던 모양. 앞만 보고 헤엄쳐가던 종어는 급히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그것은 팔을 휘둘러 종어를 몰던 추적자가 의도한 방향 그대로였다.
쫓기던 종어로선 불행한 일이었다.
***
그래, 하리는 정말로 완전양식장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자연히 중원 사방에서 발생하는 상인들을 보이는 족족 잡아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것들을 모조리 강바닥에 수장시켜 상품을 뜯어내는 것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가장 낮은 술책이다.
상인들의 목숨만은 살려주어 다시 상품을 들고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책략이라 할 수 없는 계책 중의 쓰레기이며,
어느 정도 밑천까지 남겨주어 더 큰 상인이 되어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조차 아직까지 최상책은 아니다.
하리가 원하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
작은 보따리상부터 시작한 어리숙한 청년 하나가 선단을 수십 거느린 거상이 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자. 그리고 그렇게 키워낸 대상인조차 필요하면 언제든 출하해도 좋은 한낱 통통한 생선 하나로 볼 수 있는 거대어장의 주인.
하리는, 상인을 완전양식하는 장강의 주인이 되길 원했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잡았다!"
단숨에 물 위로 솟구친 하리의 손끝에 생선 가득한 통발이 딸려 올라왔다. 통발 안의 생선들은 자유를 찾아 퍼득였으나 그것은 이미 의미를 잃은 몸짓에 불과했다. 그 애처로운 몸부림을 지켜보는 것은 그저 생선들이 싱싱해 흐뭇한 하리의 선뜩한 시선 뿐이었다.
- 내공20) 누나가 미쳤어요
- 햇살 좋고, 바람 잔잔하며, 부서지는 물결조차 보드라운 어느 날.
"방이야~ 이거 봐라? 내가 뭐 가져왔게?"
웬일로 하리가 생글거리며 다가와 작은 냄비를 내밀었다. 자연스레 방이가 흠칫하며 방어태세를 취하고 갑판의 도주로를 확인하는 찰나,
"짜잔! 이 누님이 직접 만든 생선찜이란다! 맛있겠지, 맛있겠지? 식기 전에 먹으렴!"
"어... 고맙다...? 근데 네가 웬일이냐? 이런 착한 짓을 다 하고."
"스읍! 간만에 신경 써줘도 정말! 그런거 따지지 말고 어서 먹어!"
방이는 그렇게 이상하다, 이상하다, 되뇌면서도 하리의 강권에 어거지로 생선찜을 먹고 말았다. 놀랍게도, 입안에 들어온 것은 각오했던 것처럼 이상한 매운 양념이나 진흙덩어리가 아닌 아주 맛있는 생선찜이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쟤가 미쳤나? 그렇게 의심하면서도, 먹을수록 당기는 감칠맛에 젓가락은 자꾸만 냄비로 향하고 말았다. 아차 하는 순간에 그 많던 생선찜이 모조리 사라지고.
"다 먹었니?"
방이가 냄비를 비운 것을 확인한 하리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비무해!"
***
"아니, 바로 며칠 전에 하리 네가 이겼으면서 갑자기 또 무슨..."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리저리 이유를 대며 비무를 피하려던 방이었지만 검기마저 줄기줄기 뿜어내며 막무가내로 곡검을 휘둘러대는 하리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지못해 방이도 곡검을 꺼내 맞서기는 했으나, 밥 잘 먹고 갑자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잠깐, 밥?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하리가 그에게 먹을 걸 갖다주는 착한 짓을 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아까부터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압!"
방이의 추론은 거기서 멈춰야만 했다. 넘실넘실 검기가 피어오르는 하리의 곡검이 지척에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깡!
방이는 서둘러 하리의 일격을 막아냈으나, 채 자세를 정비하기도 전에 또다시 다음 검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머리 위로 높이 든 비스듬한 일검. 중무일검의 준비 동작이 분명했으나, 이쪽에서 중아를 걸기 딱 좋은 허점 가득한 자세이기도 했다.
"...!"
한눈에 빈틈을 알아본 방이였으나, 평시의 그라면 그저 적당히 중무일검을 받아치고 넘어갔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배도 부르고 이상하게 힘이 빠지는 날이었다. 아무리 하리보다 실력이 윗줄에 위치한 그라도 오늘 같은 날 검기까지 두른 중무일검을 안전히 받아치긴 어려울 듯했다.
이참에 하리에게 허점 하나 가르쳐주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한 방이는 큰 고민 없이 그대로 중아를 걸어갔다.
그것이 실수였다.
***
챙!
하리의 곡검에 정확히 걸린 방이의 곡검이 맑은 소리를 냈다.
'좋아, 이제 이대로 검을 당기다가 실수로 균형을 잃은 척 넘어지면...'
자꾸만 무거워지는 몸을 억지로 추스르며, 방이는 마지막 동작을 가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하리는 제대로 얽혀든 검을 보고 당황하기는커녕, 미처 방이가 검을 잡아당기기도 전에 제가 먼저 숨이 닿을 듯 가까이 달려든 것이다. 채 방이가 놀랄 새도 없던 순식간, 하리는 그대로 교묘히 검을 놀려 힘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쿠당탕탕!
예상치 못한 반격에 두 눈 뜨고 당한 방이는 화려하게 바닥을 뒹굴고 말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으면 됐는데! 이상하게 무거운 몸 탓에 대응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방이가 잽싸게 일어나려 했으나.
"열! 아홉! 여덟! 이일-곱!"
하리가 큰 소리로 숫자를 세아리기 시작했다. 언제고 도로 일어설 방이의 공격을 대비하기는커녕, 그저 신나게 방이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외치기만 하는 것이, 아무래도 방이가 도로 일어나지 못할 것을 확신하는 듯했다.
"여어섯~ 다아섯~ 네엣~"
"너 설마!"
일어설 힘은커녕 손가락 까딱할 힘도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낀 방이가 뒤늦게 뭔가를 눈치채고 소리를 질렀다. 하리는 그런 반응이 너무나 재미있다는 듯이, 혀를 한번 메롱 내밀고서는 계속해서 경쾌하게 숫자를 세어갔다.
"세엣~ 두울~ 하나! 아하하하하하! 내가 이겼지롱~~~"
냉혹한 승리 선언이었다.
***
"쯧쯧... 방이야. 너는 이래서 안되는거야. 사파인이 되어서 마비독 하나 예상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니? 이번에 이 누님께서 큰 가르침을 주셨으니, 이 은혜 각골난망하도록 하여라!"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못하는 방이를 보고 하리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약을 올렸다. 당당히 마비독을 썼노라 말하는 꼴이, 얄미움을 넘어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아니! 대체 어디의 무슨 사파인이 생사결도 아니고 비무 이기겠다고 독을 쓰는데! 너 진짜 미친년이지 어?!"
뻣뻣이 굳은 몸에 입만 겨우 산 방이가 버럭버럭 외쳤다. 그러나 하리는 그런 방이의 분노에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안한 기색은커녕 도리어 깔깔거리며 방이의 배 위에 털썩 걸터앉더니 급기야는 방이의 입을 쭈욱 잡아 늘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너-라니? 그 소리 한 못된 입이 이 입이니? 방이야, 똑바로 불러야지? 누! 님! 이라고. 아-하하하하하!"
그 꼴을 본 지나가던 수적 하나가 제 머리 곁에다 검지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물론 수적들의 복잡한 수신호 체계상으로도 그건 역시, 완전히 돌았다는 뜻이었다.
7.3. TMI ¶
- 하리가 생각하는 자신에 상상도
Picrewの「The Lady Of Hera」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VqzlGICScW #Picrew #The_Lady_Of_Hera
하리는 양심이 없다
- 에고그램
- 독사 같은 보스 타입 (acaab)
성격
운과 체력만 갖추어진다면 그 분야에서 귀재라 불릴 만큼 특별한 기업가가 될 수 있는 타입입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와는 지독함을 지닌 타입이죠. 하지만 그런 차가운 부분을 위급한상황이 될 때까지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교묘하게 위장해갈 줄 아는 능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강한 권력욕과 싫증낼 줄 모르는 물욕은 자본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의 샐러리맨 사장의 경우 굳이 아슬아슬한 선까지 파고들지 않아도 충분히 직책을 다할 수 있고 아무리 이윤을 늘려봤자 그에 대한보수도 뻔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행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타입의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로서 대성할 수 있는 것이죠.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완전히 반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타입의 배우자를 맞으면 상대의 야망을 이루는데 동조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주위사람들도 떠나가게 됩니다. 순탄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면 피하는 것이 좋을 상대입니다.
거래처 고객 - 모르는 사이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용을 당했다면 그만큼 되갚아 주면되겠지만 따지고 보니 이쪽에서야말로 뺏고만 있는 상황이라면 곤란하겠죠.
상사 - 이런 상대의 눈에 밉보이면 나중에 가차없는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그 점을 잘 생각해서 실수 없이 진퇴를 결정하십시오.
동료, 부하직원 - 중용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내부분쟁의 요인이 될 위험이 있는 인물입니다.
- 대학AU
- 무림대학교 사파학부 수상환경관리경영물리통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