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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명 ¶
갈 곳을 잃은 나비는 한 번도 꽃을 본적이 없어 푸른 바다를 청무우밭으로 착각하였답니다. 쓰라린 파도물결에 휩쓸려 젖은 날개가 가라앉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남아서 방랑하는 삼월달,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게 번졌습니다. |
월영(月影). 본명은 천소아(素娥). 황제의 후궁이자 애첩 중 한 명.
하지만 그녀의 현 상황은 실질적으로 총애를 받으며 어느정도 비선실세의 의미도 가지게 되는 정부보다는 단순하게, 상대가 원하는 대로 웃고 울며 밤과 새벽의 즐거움과 애정을 파는 해어화에 가깝다. 이름만 겨우 남은 가문에서 팔아치운 여식. 본래라면 무수리나 팔자가 좋았다면 궁녀가 되었겠지만 황후의 명 덕에 운이 좋게도 승은을 입어 이름만이라도 후궁이 되었다. 하지만 궁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처럼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여인은 같은 후궁들 사이에서도 은근히 멸시당하고 있으며 아이를 낳아도 받쳐줄 외척이 없기에 이미 서열전에서 밀려있다.
뼈대만 남은 가문은 헐값에 소녀를 팔았고 기연이 닿아 기방이 아닌 황궁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나 기대한 태평연월은 간데 없고 어느새 깊이 모를 바다 속 풍전등화 신세라. 곤궁 중 잃어버린 옛 군자를 찾다가 물에 잠긴 어린나비처럼 구중궁궐의 어둠에 금새 질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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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002(황후) ¶
어둠을 틈타 피는 야화가 낮을 밝히는 모란을 어찌 감히 논할 수 있겠사옵니까여인으로서 존경하는 분. 자신과 그녀의 간극은 하늘과 땅과도 같으며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심에 매일을 감사하고 있다. 감사해야 마땅하다.
우연히 황제로부터 황후의 후궁모집이 누군가를 찾기 위한 것임을 들었다 자신에게 알리기 위함 보다는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에 가까워 확신이 없으나 그 순간에 제 가슴속에 퍼진 기묘한 안도감은 무엇이었을까. 그 날 이후 단순히 존귀하게 모셔야할 윗사람이 아닌 가까워 지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잘보이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곧 버려질것 같으니 이제는 황후에게 매달리느냐며 뒤에서 대놓고 오가는 모욕을 듣던 순간은 그런 자신이 왠지 모르게 비참했다. 황후와 마주할 일이 있을경우 극존칭을 쓰며 묘하게 인정받고 싶다는 분위기로 머뭇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