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관 ¶
하늘은 언제나 저물어 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무에서는 저녁 쯤의 풀 젖은 냄새가 났고, 구름은 비가 오는 날 처럼 언제나 조금 어두운 기색을 풍겼다. 그곳은 언제나처럼 조금 어둡고 조금 습해서 해질녘의 골목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건물마다 걸린 간판과 네온사인의 불빛이 저녁 거리를 가득 메우고 사람 하나 사라져도 알아채기 힘들 듯한 붐비는 상점가의 정경에 담배 연기가 섞여들었다. 누군가의 말소리와 한숨과 작고 고된 숨소리가 섞여도 티끌조차 드러나지 않는 곳.
we on
"우리 모두 접속해 있다. We are online." 을 줄여 만든 이름으로, 웨이팡이 사용하는 sns 앱의 이름이다. 그러나 동시에 식료품 유통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다. 다만 표면적인 부분과 달리 세계 물류의 전반을 관리하고 있으며 인력 창출도 도맡아 하고 있는데, 그 능력의 원천은 마녀의 마법이었다.
"우리 모두 접속해 있다. We are online." 을 줄여 만든 이름으로, 웨이팡이 사용하는 sns 앱의 이름이다. 그러나 동시에 식료품 유통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다. 다만 표면적인 부분과 달리 세계 물류의 전반을 관리하고 있으며 인력 창출도 도맡아 하고 있는데, 그 능력의 원천은 마녀의 마법이었다.
상점가와 주택가
세계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황폐화 된 상태다. 거리의 절반은 거대한 나무들이 파고들어 다닐 수 없는 상태고, 지반과 건물이 파괴되어 있어 대부분의 거리는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그곳에서 가장 활성화됐으며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가는 작은 골목 한 곳 뿐이다. 늘 어둡기 때문일까, 골목의 불빛은 밤에도 꺼지지 않지만 주택가는 다르다. 주택가는 불빛으로도 빛을 밝힐 수 없는 어둠이 가득하기 때문에 누구도 불을 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상점가에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세계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황폐화 된 상태다. 거리의 절반은 거대한 나무들이 파고들어 다닐 수 없는 상태고, 지반과 건물이 파괴되어 있어 대부분의 거리는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그곳에서 가장 활성화됐으며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가는 작은 골목 한 곳 뿐이다. 늘 어둡기 때문일까, 골목의 불빛은 밤에도 꺼지지 않지만 주택가는 다르다. 주택가는 불빛으로도 빛을 밝힐 수 없는 어둠이 가득하기 때문에 누구도 불을 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상점가에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2. 세계관 내 소소한 설정 ¶
- 제품은 전부 한 기업체에서 생산되기에 상표가 필요없다. 푸른색으로 제품 이름이 적힌것이 특징.
- We On : Dieu du pain (웨이팡) 이 쓰는 sns. 세계관 내 유일한 sns다.
-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we on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한다.
- 마녀는 여성만 될수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만 태어난다. 원념이 쌓인 자리에 어두운 형태로 태어나며 곧 자아를 가지고 원하는 형태로 변화한다.
- 사역마는 저주의 업보를 대신 받는 존재를 뜻하지만 동시에 그들 스스로 계약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녀는 스스로 계약을 할 수 없고 반드시 동의가 필요하다. 이 규칙은 본래의 마녀들의 규칙이었으나 마녀들에게도 통용되는 것으로 보아 마녀들은 모체가 되는 마법적 힘을 거부할 능력이 없다. 여기서 본래의 마녀란 마법이 고여져 마녀가 생기기 전, 본래 마법을 쓰던 자들을 말한다.
3. 관련 독백 ¶
상단부터 읽어주세요.
번외는 세계관 이해에 도움이 될 뿐이지 스토리에는 영향이 없는 글입니다.
번외는 세계관 이해에 도움이 될 뿐이지 스토리에는 영향이 없는 글입니다.
- 끝사랑
- 해질녘의 거리에는 빵 냄새가 가득 찼다. 거리에 퍼지는 풍부한 단 냄새는 사랑에 빠지듯이 순식간에 홀려 들어가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랑을 하는 순간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사랑을 하는 기분만은 명백히 달콤하다. 그녀는 손 쓸 도리 없이 이미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오래된 습관처럼 기억을 더듬었다. 아주 오래 전 소중하기 그지없어, 결국 마지막 까지 놓지 못했던 사람을 말이다. 그 추억은 빛으로도 바랠 수 없이 찬란해 끝내 웃음이 새었다. 그녀는 오래된 기억에 이끌려 그를 골목 옆길로 불러내고 말았다.
해질녘의 그림자가 부쩍 길어 두 사람의 발을 붙들고 서 있다. 그녀는 말 수 적은 입을 애써 달싹이고서 오래 전 간직했던 마음을 읊었다. 마치 오래된 약속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달콤한 말은 이내 형체를 잃고 공기중으로 스며든다. 그에게는 닿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내게 사랑은 이른 감이 있어서. 누굴 좋아할 여유가 없네. 그래도 고백 고마워!"
그때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더라, 그는 금세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의 삶은 그의 빵 처럼 달고 행복한 기억으로만 가득해서 나쁜 기억은 금세 잊게 되는 법이었던지라.
- 제시의 방문
- 저녁이 되면 위온(we on)사에서 만든 전자시계에서 알림이 울린다. 하늘만 멍청히 바라보고 있다가는 퇴근 시간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팡은 서둘러 조리복을 벗으며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가게의 문 끝에 달린 벨이 울리며 문이 열렸다. 오랜 친구의 방문이었다. 그는 제시가 들어온 방향을 바라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어서와, 제시. 다행히 늦지 않았네. 널 위해 빵을 남겨뒀어."
"고맙다. 팡, 가능하면 신세를 지고 싶지 않지만... 빵을 먹지 않으면 악몽을 꾸거든."
멋쩍은 표정을 짓는 검은 고양이는 흉터가 진 눈으로 눈치를 보며 빵을 계산대로 가져갔다. 제시는 성인 크기의 고양이로 세상에 남겨진 어쩌면 유일한 고양이다. 제시는 아주 일부이지만, 자신의 나쁜 기억을 말한적이 있었다. 제시는 오래 전 전쟁이 있던 시절부터 살아온 고양이로 종종 악몽을 꾸며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기억은 제시를 뒤좇았고 전쟁만큼 긴 시간을 괴로움에 떨며 보냈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쁜 기억을 지운다는 빵이 팔린다는 소문을 듣고서 찾아온 제시는 제법 오랜 시간동안 빵을 사러 찾아왔다.
"제시, 기대해. 내가 특별한 선물을 줄 테니까."
놀란 것인지 눈을 멀뚱히 뜨는 검은 고양이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시간이 멈춰버린 친구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 할 것이라고. 영원한 해질녘이 아닌, 해가 뜨고 달이 지며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마모될 수 있는 축복을. 무뎌질 수 있는 하루를 그에게 선물하겠다고. 그는 웃으며 빵을 포장하고는 생각했다. 언젠가 빵 없이도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 마녀
- 그가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 들어왔을 무렵, 그녀는 빵집에 찾아왔다. 마녀는 난폭하고 잔인하며 악한 이들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빵집이 늘 그렇듯 손님으로 복작이던 곳에 그녀가 나타났다. 그 날도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고양이 같은 눈을 빛내며 가게 안쪽을 한 바퀴 부유하던 그녀는 자신의 발 밑에 서 있던 사람 한 명의 목을 가리키더니 그대로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몸부림치는 사람의 목에는 선명한 검은 손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마녀의 소행임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웨이팡이란 남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장난기가 도는 웃음을 띄고, 그녀는 고약하게도 죄책감이라곤 없는 멀끔한 얼굴로 허공을 날아 계산대가 놓인 가장 깊숙히 날아들어왔다. 그는 순식간에 벌어진 화려한 신고식에 잠시 얼이 나간 듯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때가 되서야 저 뒤쪽에서 목이 들려있던 사람이 추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웨이팡이니? 기억을 지우는 빵을 만든다던."
- 마녀의 방문
- 그는 최근 지하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뛰어난 크림빵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던 탓이다. 그는 얼굴이 희게 물들 만큼 빵을 또 만들고 만들다가 가게로 돌아갔다. 그가 피곤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환복한 뒤 카운터에 서 있으려니 가게문이 열리며 문 끝의 벨이 울렸다. 붉은 곱슬머리가 귀 밑 까지 내려오고 고양이 처럼 샛노란 눈동자가 가게 안을 즐겁게 흝으며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 익숙한 모습에 당황하며 표정을 굳혔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그림자처럼 새카만 빗자루를 타고 공중을 유영하는 모습이었으며 이는 영락없는 마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멤도는 그녀를 따라 당혹스럽게 굴러갔다. 건강한 빛깔의 피부와 생기가 도는 입술에 한 번, 검은 재킷과 반바지에서 한 번 시선이 멈춘 그는 그녀가 카운터로 날아오고 나서야 그녀의 노란 눈동자를 마주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세서야 그는 어색하게나마 웃음을 지었다.
"루나 틱, 여기까지 어쩐 일이에요? 오래간만이네요."
"팡이 보고 싶어서 왔지. 네 특별한 능력은 잘 있는지 확인도 할 겸. 기억 지우는 능력은 아직도 멀쩡하지?"
"그건 그다지 특별한 능력도 아니라니까요. 그렇지만 멀쩡해요. 가게에 손님들이 찾아주시는 만큼 아주 쌩쌩하죠. 그러는 루나 틱, 여기까지는 또 어쩐 일이에요?"
그녀는 속을 알 수 없는 매력적인 웃음을 지었다. 마치 처음 만났던 날 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을 내포하고서. 웨이팡은 그녀 앞에서 선량하고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위험한 사람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회피적인 면을 두고 누군가는 책임감이 없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자신의 목숨은 아까운 법이고 꿈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연락해. 너라면 내 사역마가 될 자격이 충분하니까."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만을 지으며 웨이팡을 바라보다가 광택이 도는 입술을 열었다. 그녀는 곧 긴 머리 만큼이나 붉게 빛나는 노을 속으로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마음 한 켠에서는 알 수 없는 불안이 자리했으나 마치 기억을 잃은 것 처럼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아 불완전한 불안감을 느낄 뿐이었다.
- 도둑맞은 빵
- 팡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가게를 닫고 거리로 나섰다. 주홍빛의 어두운 하늘이 웨이팡의 그림자를 길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는 품에 안은 종이백을 소중하게 들고서 골목 끝의 숲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늘 같은 해질녘의 거리는 바쁘게 빛나는 네온사인 만큼이나 분주하게 사람들이 스쳐가고 있었다. 요즘 부쩍 실종자가 늘었다는 소문이 있지만 작은 마을 안에 복작스럽게 붙어 사는 이 곳은 유일한 일터인 골목을 향해 모이기 마련이라, 어느 곳을 보아도 사람이 줄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사람' 만 있는것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아닌 것들이 해질녘의 그림자 처럼 몸을 어둡게 낮추고 사람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팡은 문득, '나쁜 이들은 아니지. 제시처럼.'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찰나의 순간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팡이 사과를 하려고 돌아 본 순간, 빠르게 낚아채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어느 틈엔가 웨이팡의 빵을 꺼내어 인파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빠르게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팡은 작게 탄식을 내뱉고는 급하게 빵봉투를 뒤졌다.
"어... 어? 안돼. 크림빵은 안돼!"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 마침 사라진 빵은 '신께 바치기로 한 크림빵' 이었다. 크림과 초코의 비율이 5:5로 정확하게 맞춰진 환상적인 빵은... 지금 모르는 여자에게 빼앗겨 멀어져가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 크림빵은 안돼!"
그는 서둘러 인파속을 비틀고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쫒아 달렸다. 팡이 그녀에게 가까워질수록 골목길의 인파는 멀어져 갔고, 대신 숨이 차오르며 심박수가 높아진 고동 소리와 경쾌한 발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팡이 골목에서 떨어진 주택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아챌 무렵, 그 고요한 그늘과 한 뼘의 주홍빛 햇살이 그녀가 숨은 건물 안쪽을 비췄다.
팡이 건물 앞 까지 걸어가자, 그녀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썩은듯이 검게 변색된 피부, 해양생물의 피부처럼 곳곳에 돋아난 돌기, 몇 밤을 울었는지 모를 정도로 붉게 짓물린 눈으로 빵을 먹고 있는 그녀의 모습.
...팡은 조용히 걸음을 돌려 주택가를 빠져나왔다. 빵 하나 쯤 빼앗긴다고 죽는 것은 아닐테니까. 오히려 죽을 것 같은 것은... 그는 문득 시체 같다는 표현을 떠올렸다. 살아있는 시체가 있다면 저런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골목 끝 신이 산다던 숲을 향해 나아갔다.
- 유착관계
-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태어나고부터 살아있는 모든 것 위에 군림할 능력이 있음을 깨우치고 있었다.
그녀는 마녀로 태어났다. 지나치게 뛰어난 능력과 불완전한 감정능력을 타고난. 그녀는 오로지 부정적인 감정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감정은 느낄 줄 몰랐다. 이는 그녀가 마녀라는 이름 아래에 악명을 떨치기 충분한 조건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아주 잘 활용해 영혼을 종속시킨 노예들을 대거 양산해냈다. 물론 능력에는 담보가 따르는 법이지만 이건 나중 이야기다.
영혼에 낙인을 찍어 원하는 형태로 조종하는 것이 그녀가 가진 힘이었다. 예를 들어 '대상이 갑자기 목이 졸린 채 공중으로 끌어올려지길 바란다.' 고 하면 대상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스스로의 목을 조르고 공중에 몸을 띄운다는 의미다. 자신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훌륭한 능력인가.
그럼 그 훌륭한 능력에는 그만한 담보가 뒤따르는 법인데, 대개 마녀란 자신의 사역마가 능력의 여파를 대신 맞게 해 자신은 아무런 영향 없이 능력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그 사역마에 대한 것인데 그녀는 we on 사에서 사역마가 될 제물들을 공수받고 있었다. 왜 인간인 그들이 인간을 팔아 넘겼을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루나 틱, 그녀는 웨이팡의 빵집을 나서 곧장 골목의 하늘을 날았다. 골목 한 켠에 자리한 사무실로 들어가기 위함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건물이 사용중이라는 사실 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벽면이 다 헤져 골조가 드러난 건물은 그 외형 만큼이나 내부도 삭막했다. 실내외를 연결한 파이프가 천장에 보란듯이 노출되어 있었고 희미한 전등이 내부를 위태롭게 비추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건물 1층은 인기 없는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2층에는 we on 사가 들어가 있었다.
(해질녘의 거리의 모든것을 섭렵하고 있는 그들은 단순한 기업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규모가 큰 기업에 불과하다 여기고 있었다. 다만 실상을 말하자면 그들이 소유한 페이퍼 컴퍼니를 포함해 we on사는 상가의 9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10%는 빵집을 비롯한 단순 식품매장 등으로 그들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영소 자영업이 해당됐다.
그런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위용을 으시대기 보다 골목 한 켠의 어둠속에 숨어들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을 생각하자면 적합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식품 생산 및 문화 매체의 전반을 담당하고 있었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인력 고용에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낙후된 시멘트 창 너머로 들어가자, 3명의 사람이 전부 고개를 들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이 확실한 3명의 사원들은 전부 통틀어 3명 만이 we on사의 사원 전부였다.
"오셨네요. 마녀님."
마침 침묵을 깨려는 듯 노트북을 앞에 둔 여자가 말문을 열었다. 그들 중 누구도 가볍게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두려워 하는 기색은 없었다. 단지 무언의 경계심은 서늘한 건물 안에 팽배했으며 조용히 돌아가는 시선이 마녀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럼 이동하죠. 마녀님도 바쁘실테니."
"후후, 레이는 네가 바쁘다는 말을 항상 돌려서 하더라."
마녀의 곤란한 농담에 그의 표정에 당혹감이 묻어났지만 다른 두 명은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건물 내부로 걸어들어갔다. 건물 안쪽에는 손발이 묶여 눈앞을 가린 사람들이 죄인처럼 모여 있었다. 마녀가 빗자루에서 내려와 묶인 사람 앞으로 다가가자, 세 명의 직원 중 한 명이 말을 열었다.
"그럼 마녀님, 바로 재료 수급에 도움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쪽 재료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요. 전기도 그렇고, 식자재도 그렇고요."
"알고있어. 린다, 준비된 인간들은 모두 필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거지?"
물론이죠, 그녀는 싹싹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마녀에게 답했다. 린다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녀가 두려워서라기 보다는 이전 차원에서의 습관이 남은 탓이었다. 그녀는 제법 오랫동안 장사꾼으로 일을 해왔으니까 말이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녀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눈 앞에 묶인 사람의 눈안대를 풀었다.
"얘, 여기까지 묶여 오느라 고생 많았지? 이제 자유롭게 해 줄게.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니?"
겁에 질린 사람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마녀는 속을 알 수 없는 말끔한 미소를 지으며 겁에 질린 사람의 뺨을 메만졌다. 순간 불쌍한 희생양의 눈에서 색채가 빠져나갔다. 아니 영혼이 빠져나갔다는 표현이 적당하려나. 그 모습에 겁에 질린 인간들이 도망치려 발버둥을 쳐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소름끼치는 마녀의 미소였다. 마녀의 눈짓 하나, 손짓 하나에 서너명의 사람들이 금세 시체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마녀가 고약하게도 웃음을 터트리자,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린다가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여기, 저들과 마녀님이 계약한 내용이에요. 이건 늘 그렇듯이 저희쪽에 보관해둘까요?"
"응, 그렇게 해. 역시 인간들은 여전히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하네."
"그렇다곤 해도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계약이 되었으니 구두로 답을 들으실 필요는 없는데도."
"그야, 저들도 알아야 하잖니. 이 세계의 주인이 될 존재가... 어떤 자 인지."
린다는 그녀가 소문보다 고약한 성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뱉지는 않았다. 그녀로서는 마을을 돌아가게 하는 자원만 마녀의 손에서 얻어내면 충분한 일이었다. 순간 마녀가 손가락을 돌리자, 전력 발생기의 숫자가 바쁘게 돌아갔다. 다음 순간 손을 펼치자 바닥에서부터 밀과 설탕 ,우유와 햄 같은 것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린다는 아마 알고 있을 것이지만, 이 마을의 모든 체재는 이미 마녀의 손에 의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을 팔아 마을을 돌아가게 하려는 노력은 그녀 나름의 인류애인 것이다.
"감사해요. 마녀님. 매번 신세를 지네요."
그런 형식적인 인사를 하는 것 또한 그녀가 가진 정의감의 형태였다. 마녀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손을 흔들고 돌아가면 그제서야 마을의 중심인 we on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멈춰버린 세계에서 인간의 대표가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 번외
- 그곳의 골목은 밤이 되도록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이 12시를 넘어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 해가 지지 않는다는 것은 해가 뜨지도 않는다는 뜻이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허락할 때 까지 밤의 거리를 활보하며 다닌다. 그렇기에 곤란하다고, 허려안은 생각했다. 그녀는 대용량 쓰레기 봉투에 '그들'을 넣은 뒤 위온사의 바깥으로 보이는 거리를 바라봤다. 취기가 걸음에서까지 느껴지는 사람을 보며 허려안은 세계가 중독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과거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취하거나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그러니 허려안은 그들을 질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가여운 것을 본 사람처럼 눈썹을 찌푸리고는 '그들'이 든 쓰레기 봉투를 아랫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하나씩 실었다.
'그들은 그저 일을 하러 온 사람들에 불과했다.' 자신의 능력이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거나,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살아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고, 더 좋은 조건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나쁜 사람은 없었을 것이고,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었다. 그들은 형식상이라는 말을 들으며 마녀와 린다 에반스가 손을 써 둔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손쉽게 자신들의 인생을 끝냈다. 그들은 지금 대용량 쓰레기 봉투 안에 있고 미동조차 하지 못한다.
위온사의 1층을 카페로 개조하자고 한 것은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마녀와 거래하겠다고 했을 때 이미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고, 이를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새벽에도 대용량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려안도 이렇게까지 심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허려안은 '그들'이 들어있는 쓰레기 봉투를 내려다 보며 조금 전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가여운 것을 본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고는. 그녀는 '그들'이 들어 있는 쓰레기 봉투에서 나오는 소리를 무시하기 힘겹다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것이 죽어가는 소리를 방관하는 것이 살인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그녀는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그들은 비록 정신을 잃고 쓰러진 채이지만 살아 있었다. 고통을 받으면 아픔을 느끼며 소리를 냈고, 아직 체온 조차도 식지 않았다. 허려안은 눈치가 빨랐기에 더 잘 알 수 있었다. 마녀와 계약한 인간은 죽을 수 조차 없게 된다는 걸. 자신의 의지가 아닌 그저 통증을 느끼고 괴로워 하며 죽어가고 있는 생물이 되어 버린다. 어떤 원리인지는 알 수 없다. 그야 마녀의 짓이니까 당연히 마법적인 이유였겠지. 허려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서 카페 바깥을 보았다. 가짜 카페에 고용된 이들이 카페 앞을 서성이는 것이 보였기에 허려안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마 그들을 내다 버리는 것은 하루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허려안도 그들도 익숙하다는 듯이 그 날 책임질 수 있는 인원만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선다. 골목을 그대로 지나치면 사람들 눈에 띄기 때문에 곤란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녀가 요구한 대로 지금은 폐허밖에 남지 않은 길로 갈 것이다.
이 밤이 지나면 그들은 세상에서 없는 존재가 된다. 요즘 세상에 장례를 치룰 생각도 못하겠지만 허려안은 자신이 최대한 연고가 없는 사람들로 모았음을 알고 있었다. 허려안은 자신이 공범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이 벌이는 일에 대한 끔찍함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아직은 그 속내를 들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린다 에반스 에게서 위온사를 빼앗고 다시 많은 것을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그 위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 비가 내리고
- 마녀는 제물 한 명을 띄워 건물 뒷문으로 유유히 걸어 나왔다. 마침 맞이할 손님을 대우하기 위함 이었다. 뒷골목은 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고 마치 밤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건물 틈새로 비치는 희미한 빛 만이 그 마을이 해질녘의 저녁이 반복되고 있음을 상기하게 했다. 마녀는 태평하게 서 있다 유유히 자신의 뒤쪽을 돌아보았는데, 우연이었을까 그 뒤에는 마침 누군가 가 서 있었다.
"간만이네. 신 님. 자, 이 아이를 구하러 온 거지? 데려가도 좋아."
마녀는 그 말과 함께 하얀 머리의 여성을 가리켰고, 그 자리에 제물로써 묶여 있던 소녀가 떨어졌다. 백발의 여성은 일련의 행동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추락한 소녀 앞을 막아섰다. 마치 그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마녀는 코웃음을 쳤지만, 그 사실은 그녀에게 크게 상관 없어 보였다. 그녀는 마치 경고의 빛을 담은 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마녀를 바라보았다. 마녀는 오히려 그런 행동을 즐겁게 바라보았지만.
"슬슬 내 볼일을 말하는 게 좋겠지? 신 님을 부른 건 다른 이유가 아니야. 나와 힘을 합치지 않겠어? 함께 세상을 다스려 보자는 이야기야."
"무슨...?"
"이런, 당황스럽게 했구나. 다시 잘 설명할게. 신 님이 시간을 다시 움직여 준다면, 예전의 위험에 굴복한 인간들은 우리 같은 뛰어난 지도자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이 말은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 당신도 변두리의 이름 없는 신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게 되고, 나도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야."
그 말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확히는 불쾌함을 느끼는 것이 아닌, 동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오만함으로 소중한 것을 놓치고 마는 자를 지켜보는 얼굴을 하고 그녀는 짧게 답했다.
"할 수 없어요. 전쟁의 흔적은 당신의 생각보다 크고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위협적이에요. 무엇보다..."
마녀의 손에 세상이 넘어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에 희생 될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으니까. 신이라 불린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침묵으로 거절의 의미를 대신했는데, 그녀에게는 마녀 역시 전쟁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 직후였을 것이다.
마녀의 미소가 지워짐과 동시에 소름 끼치는 미소로 돌아 온 것은.
뒷골목은 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기에 마치 밤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하늘은 먹구름을 몰고 오고 굵은 빗줄기가 바닥을 내리치듯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 모든 일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 숲에 들어서자 장성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들은 신목이라고 불렸으며 사람들은 가까이 하는것을 꺼리고는 했다. 나무는 신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길고 단단한 가지를 뻗어 숲을 울창하게 이뤘다. 빽빽히 수놓아진 나뭇잎 사이로 희미한 노을이 칼날처럼 세밀하게 스며들었다. 신목의 크기에 어우러지듯 거대한 크기의 바위가 겹겹이 쌓여 있었고 그 위로 붉은 노을이 드리웠다. 웨이팡은 문득 다른 차원에서 본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렸다. 그 광경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하고 나쁜 기억도 퇴색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매번 잊지 않아도 새로운 기억이 자연스럽게 다른 것을 잊게 해 줄 것이라고, 웨이팡은 언제부터 인지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제시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무가 울창한 숲 너머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방이 어둡고 빛도 희미해서 웨이팡은 어둠 속을 걷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쯤이었을까, 그는 나무 틈새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누구도 보이지 않았지만 붉은 안광이 어디선가 그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지는 듯 했다.
어쩐지 오늘따라 하늘이 유독 어둡고 같은 곳을 멤도는 기분이 들었기에 웨이팡은 적당히 체념하고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빵으로 신의 나쁜 기억을 지우고 그 보상으로 시간을 돌려받을 생각이었지만 막상 신을 만나고자 하니 일이 꼬이는 기분이었다. 웨이팡은 빵을 꺼내들어 두 덩이로 쪼개고 한 덩이를 입에 물었다.
머리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종종 느껴지는 이 기시감이 자신이 행복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거치면 분명히 행복한 기억만 남게 될 테니까. 입 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풍미와 함께 그는 자신이 헤메던 순간의 기억을 모조리 지웠다. 남은 반 덩이의 빵을 종이봉투 속에 집어넣으려는 순간 붉은눈을 한 검은 늑대가 나타났다. 피골이 상접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몰골을 하고서. 웨이팡은 동정심일까 늑대의 발치에 남은 빵 반덩이를 던져주고는 다시 숲으로 걸어들어갔다.
나무 틈새로 뻗어진 길은 누구도 다니지 않아 거칠고 척박했다. 삐뚤게 난 오솔길은 어느새 올라가는 구조였고 실날같이 내리쬐는 노을 빛에 의지하며 겨우 깊은 숲속까지 걸어올라갔다. 그때 웨이팡은 어둡게 반짝이는 검은 호수를 발견했다. 어둠 속에서 조차 윤슬을 잃지 않은 호수의 잔 물결이 그 호수가 검은것이 꿈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웨이팡은 그 신비한 풍경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호수 가까이 다가갔다. 호수의 물을 한손으로 떠 살펴보니 오수로는 보이지 않았고 그저 물이 검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마침 숲에서 검은 염소가 느리게 걸어 나왔다. 웨이팡이 넋을 잃고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염소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저주를 속삭이듯이 낮고 끔찍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히 말을 건냈다.
"여기서 당장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그 직후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전 염소가 붉은 눈을 빛내며 달겨들었다. 그 염소는 마치 부풀어 오르듯이 덩치를 키우더니 말의 형체가 되어 그의 소매를 물어뜯었고 그가 당황해 빵봉투를 떨어트리자 이번에는 까마귀의 형태로 변해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그는 내달리며 겁에 질려 달아났다.
순간 뒤를 돌아보자 검은 형체는 무수한 손으로 변모해 바닥을 긁으며 그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달렸지만 숲은 어두워서 마치 같은 어둠속을 멤도는 기분이 들 쯤이었다. 멀리 숲과 보도의 경계가 드러난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웨이팡은 죽어라 달려 숲을 벗어났고... 숲의 바깥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구름이 움직이며 빗줄기가 흐르는... 하늘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웨이팡은 작게 미소지었다.
- 번외
- 그곳의 밤은 유독 어두웠다. 거리를 지나치는 모두가 그렇게 느끼며 거대한 나무가 감싸고 있는 거리를 스쳐 지났다. 분명 골목은 해가 지는 와중에도 빛나는 네온 사인이나 형형색색의 전등이 가득 빛나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불빛 하나 들지 않아 캄캄했다. 이 기묘한 현상은 오랜 시간 초 능력자 들을 보아 온 사람들도 한 마디로 설명하지 못했다. 초능력 보다 미지의 것, 말하자면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그곳엔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곳이 가장 온전한 건물이 많은 것을 알았고 그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왔다. 정확히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러나 누구든 그 어둠을 두려워했다. 오히려 어른들은 그 어둠에서 자꾸만 오래된 악몽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래서 였는 지, 일과를 마친 사람들은 대부분 골목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술집, 카페, 음식점 가릴 것 없이 열려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 불빛 속에 있으면 조금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둠 속에 놓인 채였다. 밤의 유흥이 아이들에게 유익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어른들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게임으로 저 마다 의 세계로 모여들었다. 그 중에서 제일 대중적인 사이트는 게임 공략을 올리는 정보 사이트였다. 그곳은 한편으로 자신들의 방이었고, 집이기도 했으며, 아지트의 역할을 했다. 그 곳에 올라왔던 것이다. 이상한 게시 글 하나가.
<마지막 담력 체험 할 사람 구함>
22:38:19 조회 29 추천10
그거 아냐? 과거에는 여름 끝날 때 쯤에 담력 체험이란 걸 했다드라
무서운 일을 직접 체험하고 자신이 얼마나 용감한 지 시험하는 거였다든데
솔직히 우리 만큼 겁 없는 사람 잘 없지 않음? 어른들도 안에 있기 무서워서 다 빠져나가는데
그래서 담력 체험 해 볼 사람 구한다
다들 알지? 상점가랑 주택가랑 경계 나뉘어져 있는 거
거기서 만나서 제일 깊은 곳 까지 들어가보자
그건 확실히 객기였다. 누구도 그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지만 다들 자신을 어리게 만 보는 어른들에게 신물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13살 에서 16살 정도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이 함께 있었고, 조금 나이 든 아이들은 시시한 장난이라며 무시했으니까. 그렇지만 모인 아이들은 생각보다 수가 많았고, 대략 열 몇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모여서 골목 안 쪽 까지 들어가 보자고 이야기를 맞췄다.
골목의 어둠 속은 어떤 빛도 흡수해 버렸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둠 속을 오로지 손의 감각을 의지하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다만 골목은 오래 전에는 사용하던 길이었던 것처럼 한 줄로 쭉 뚫려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무리 없이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골목 깊은 곳을 가로막는 벽을 만지고 나서야, 아이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겉으로는 누구도 내색하지 않으며, 오히려 큰 소리로
"거 봐, 아무것도 없었네. 어른들이 겁쟁이였어."
하고 거들먹거렸다.
그렇게 김이 샌 아이들은 서로 웃음을 작게 짓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하며 다시 골목 바깥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때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기에 아이들은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걸어 들어 올 때와 다르게 발이 자꾸만 바닥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걸어나갈 수록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으며 마치... 누군가 끌어당기는 감각을 느끼며 아이들은 서로의 보이지 않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음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 전부 너로 인해 생긴 일이야
- 내리는 비는 생각보다 피부를 따갑게 때렸다. 빗방울을 맞은 자리는 부풀지도 빨개지지도 않았지만 체온이 자꾸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비라는 건 차갑고 추운 것이란 사실을, 계절의 이면에 있는 모습을 웨이팡은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개운했다. 이제 시간이 흐름으로써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것으로 제시의 혼란스러운 감정들도 퇴색되어 갈 것이라고.
때문에 웨이팡은 가장 먼저 제시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기도 전 웨이팡은 물러서고 말았다. 골목 안에서 부터 검은 것들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마주하고 말았으니까. 검은 것... 마치 그림자가 생명을 가진 듯이 꿈틀거리는 감각이라면 맞을까. 웨이팡은 서둘러 골목을 빠져나와 제시를 부르며 상점가를 돌아다녔다.
간판의 불빛이, 네온사인이 자꾸만 저마다의 형체에 그림자를 만들어 구분이 쉽지 않았다. 자꾸만 비슷한 체형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고 물어보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아챘다. 웨이팡이 놀라 돌아서자, 그곳에 당황한 얼굴의 제시가 있었다.
"너... 혹시 무슨 짓 한 건가? 갑자기 왜 비가..."
"제시! 얼마나 찾았는 지 몰라. 시간을 흐르게 만들어서 네게 알려주려고 너희 집을 찾아갔어! 그런데 주택가 골목에 이상한 게..."
제시를 다급하게 붙잡으며 한숨을 돌린 웨이팡과 다르게 상점가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이 저마다 같은 곳을 보며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주택가로 이어진 골목 안쪽에서부터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달아나고 있던 것이다. 웨이팡은 멀리 떨어져 있어 어떤 사태인지 가늠하지 못했으나 도망치는 사람들이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날수록 위기감은 현실이 되어 눈 앞에 드러났다.
눈 앞에는 정체모를 연기를 뿜으며 걸어오는 이들이 보였는데, 그들의 발밑에는 유난히 긴 그림자가 생기를 가진듯이 마주한 사람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어둠에 발을 붙잡히면 마치 보이지 않는 밑으로 가라앉듯이 시야 바깥으로 사라져갔다. 반대로 연기를 들이마시면 구토를 하고 쓰러진 사람이 생기를 잃은 눈을 하고 연기와 함께 걸어오는 것이다.
혼란한 틈을 타 마녀 몇 명이 사람을 채 가 숲으로 달아났다.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사람들은 구조의 손길이라도 바라듯이 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새 된 비명소리와 따갑게 울리는 빗소리 속에서 살아있는 존재들은 보이는 길로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다.
- 빵집 안에서
- 웨이팡은 길을 따라 무작정 달리다가 제시의 손에 이끌려 빵집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어두운 빵집 안에서 웨이팡은 제시의 빛나는 눈동자가 두려워 마주 볼 수 없었다. 그 눈동자에 담긴 감정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깥은 비명 소리로 인해 소란스러웠지만 빵집 안은 상반되게 조용했다. 너무 고요해서 서로의 말하지 않은 속 마음 까지도 들릴 듯한 공간이 웨이팡은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결국 견디지 못한 쪽은 웨이팡이었다. 웨이팡이 먼저 입을 열자, 제시가 반사적으로 말을 가로막았다.
"제시, 나는 이렇게 만들 생각..."
"역시 네 짓이었군. 모든 걸 망친 존재가... 너였어."
"제시, 나는..."
웨이팡이 말을 떼기도 전 제시는 어둠 속에서도 꿰뚫어 볼 듯한 눈을 하고 말을 잘랐다. 그만, 하고... 잘려진 말은 침묵이 되어 멤돌다가 제시의 노란 눈동자에 삼켜졌다. 어둠속에 오직 제시의 눈 만이 섬뜩하게 빛나고 한동안 멤돌던 고요를 깬 것은 제시의 낮고 쉬어버린 목소리였다.
"네가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오늘의 일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이 비극을 네가 시작했다는 것에 변함은 없을테니까."
제시는 그렇게 빵집을 빠져나갔다.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홀연히. 제시의 성격 상 어딘가로 은둔하러 떠났을 수도, 누군가를 도우러 갔을수도 있었다. 웨이팡은 그저 막연히 제시가 떠난 문 만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