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aho-20

누군가 아이다호의 신호를 감지한 것은 삼 일 밤을 지새운 새벽이었다. 아이다호가 그 이변을 감지한 것은 20m 위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주 멀고 희미한 목소리였지만 고성능의 로봇이 감지하기에는 충분한 목소리였다. 아이다호는 그 목소리에서 알 수 없는 감각을 느꼈다. 이제껏  프로그래밍 되지 않았던 이질적인 감각. 그것을 아이다호는 바이러스로 인한 오처리로 규정했다. 그러나 아이다호의 결론과 별개로 사내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고, 그 목소리는 아이다호가 느끼기에 진동하는 기색을 띄고 있었다.

아이다호는 그 목소리를 샘플링 해 자신의 검색 가능한 데이터 베이스에 조회해 보았다. 그 결과 가장 유사한 결과는, 걱정, 불안, 두려움 이라는 키워드였다. 아이다호는 그제서야 사내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아이다호는 목소리를 내어 사내에게 자신은 로봇이며 안전하다고 전하고자 했다.

그런데,

"여... 기는... 아이다호... 20미터... 아래..."

자신의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성능의 로봇은 금세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자신이 느끼는 것 역시 두려움 이라는 감정이었음을. 그제서야 아이다호는 자신 안의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