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라즈 루네티어!
언젠가 지구의 바다를 정복할 미래의 해적왕이시다!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니 그 전에 여긴 어디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거센 항해가 끝났습니다.
분명 아빠의 도움 요청에 바다로 향한 게 얼마 되지 않은 때의 기억같은데... 해양 게이트에 휘말려서 몇달간 개고생을 한 끝에야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군요.
파도를 따라 약간이지만 흔들리는 감각을 느끼면서 라즈는 지금까지의 기억을 회상하다가, 인기척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뺨 쪽에는 칼자국이 진하게 새겨져 있고, 특히 한쪽 눈은 희게 물들어 마치 귀신의 그것처럼 느껴지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부길드장은 낄낄 웃으며 라즈를 바라봅니다.
" 그렇게 바라던 해적 체험은 맘에 들었나. 아가씨? "
아뇨 뒤질 뻔 했는데.
"아뇨, 뒤질 뻔 했는... 헙!"
아니 내 본심이!
나는 크, 크흠. 하는 기침 소리를 부자연스럽게 내고 잠시 목을 가다듬었어.
"나만 고생을 했다면 몰라도 다른 분들도 게이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분주히 고생했잖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 단호하게!!! 이 자리에서 말해두겠어."
"그래서 아버... 크흠. 길드장과의 연락은? 몇 달이나 게이트에 붙들려 있었으니 고양이 손을 빌려줄 일도 디미 끝나서 없겠군..."
# 대화!
기억을 더듬어보니...
게이트에 끌려가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딱히 안 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즉. 나만 개고생을 했단 의미같은데...
" 하하하!!! 아, 우리 형님? "
부길드장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는 듯 라즈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얘기합니다.
" 우리 아가씨에게 일을 맡기고 아가씨가 실종되자 마자, 형수님께서 폭주하셔선 형님을 바다에 던져버리겠다고 노발대발하셨지. 그것 때문에 그런가 형님이 더 동그랗게 변해벼렸지 뭐람. "
동글동글해진 아빠를 상상하다가 라즈는 살짝 웃음을 흘리고 맙니다.
하긴. 엄마가 아빠를 긁긴 하더라도, 밥은 잘 챙겨줄테니까요.
아니,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나만 개고생을 했던 것 같은데...?
다들 다른 곳에서 고생해준거지???
"아하하하!!!!! 거기서 더 동글동글해졌대!! 아빠가 구시대 사람이었다면 분명 비만으로 인한 합병즈... 헙."
아니 또 본심이!!!
"그것 말고 이야깃거리 더 있어? 아하하하!!! 진짜 웃기다!!!!"
# 대화!
" 응? 더 좋은 소식이 있지. "
저 멀리 지평선이 시야에서 흐려지고, 인간이 쌓아올린 수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풍경.
드디어 육지다!!!!!!!!!!!!!!!!!!!!!!!
"와! 육지!!!!!! 지구의 땅을 밟는게 얼마만이람... 흑흑."
나 안 운다. 진짜로. 정말. 진짜라니까???
"먼저 엄마가 걱정했을테니까 무사히 돌아왔다고 인사하고, 아빠한테도 인사하고, 그 다음은... 할 일을... 해야지..."
아, 싫다...
# 아직 보이기만 하는거지 도착은 안 했죠? 대화!
곧, 바람과 함께 라즈는 육지를 밟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물 위에서 지낸 탓인지 오히려 땅 위에서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드는군요...
우욱...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육지 멀미인가.
나는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다고 외치는 장기와 뇌를 달래기 위해서 눈을 감고 잠시동안 심호흡을 했어.
그리고 나노머신을 열어 가장 먼저 어머니의 연락처를 확인했지!
라즈가 메세지를 보낸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라즈가 내린 배 위로, 두 사람의 인영이 눈에 띕니다.
라즈와 비슷한 느낌의 적갈색의 머리카락. 거기에 더해 180을 넘는 장신에 탄탄한 근육을 지닌, 누가 보더라도 여전사라는 느낌을 주는 여성과.
동글동글했던 아빠가 강화에 성공해 동글동글동글로 진화한 모습으로 라즈를 바라봅니다.
곧, 라즈의 어머니는 배 위에서 그대로 점프하더니, 라즈 앞에 떨어져 라즈를 살핍니다.
" 우리 딸. 어디 다친 곳은 없지!?? "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라즈를 한손으로 들어 살피기 시작합니다....
"엄마~!!!!!!!"
헐, 부길드장의 말대로 아빠 완전 동글동글동글해졌잖아? 이제 굴러다닐 수도 있겠어.
아무튼, 나는 엄마의 손에 번쩍 들려졌어.
"다친 곳 없이 완-전 멀쩡해. 그치? 캬... 딸도 벌써 40레벨이라니까?"
#대화
" 그래? 잘 했어! "
라즈를 땅에 내려준 어머니는 딸의 어깨를 몇 번 퉁퉁 내려칩니다.
그 우직한 손이 라즈를 내려칠 때마다 라즈의 몸이 땅에 좀 더 깊은 인사를 남기고 있습니다.....
" 에휴. 네 아빠는 네가 그렇게 되고 나서 며칠간 정신을 못 차리지 뭐니. "
" 호허허허..... 그야, 딸이 그렇게 됐으면 당연히 걱정하는 게 아버지의 마음이지 않나..... "
어떻게든 말을 꺼내던 아빠에게, 엄마의 눈빛이 닿자 그는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고갤 숙입니다.
어, 엄마... 나 지금 바닥에 1cm씩 박히고 있어...
"에이~ 무사히 돌아왔는데 아빠한테 너무 그러지 말아! 몇달만의 무사기원을 기념해서 가족끼리 식사라도 하자구!"
우선, 빠져나오는 건 나중에 하고 아빠가 불쌍하니 분위기 좀 돌려볼까...
"그래서, 나에게 부탁했던 일은? 어떻게든 해결했어?"
#대화!
" 어찌저찌 잘 해결은 됐단다. 호호... "
아빠는 숨을 가볍게 고르면서, 라즈에게 설명을 시작합니다.
" 예전에 말해줬듯이 해양 게이트 문제에 더해서 신원 모를 빌런들이 계속 해로를 이용하는 바람에 이용할 수 있는 해로가 안 그래도 제한적인데 더 제한적이 되었단다. "
덕분에 손해를 꽤나 봤지. 하고 그는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 네 문제가 터지고 나서... 좀 조용해지더구나. 덕분에 손해를 메꾸긴 했지만 그게 좀 더 길게 이어졌으면 GP를 물고기 밥으로 버릴 뻔 했지 뭐냐... "
"흐음..."
아빠 미안. 사실 들어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지금은 조용하다니 다행이네 뭐!
"지금은 잠잠해졌다지만... 신원 불명인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면 계속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손해는 매꿔서 다행이긴 한데 원 참. 큰일이네."
나는 오른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그리 대답했어.
"헉 근데 나 배고파."
그러고선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지! 하하!
#대화
배고프다는 라즈의 말에 엄마는 밝은 미소를 짓습니다.
" 그래! 그간 갖혀있느라 밥도 잘 못 먹었을텐데. 어서 집에 가자!!! "
그때.
그런 엄마의 흔쾌함에 조심스럽게 아빠가 의견을 냅니다.
" 여보. 그...... "
" 으응? "
" 그게. 나는 못 갈 것 같아서 말이에요. "
오.
엄마의 눈길이 꽤나 매섭게 아빠를 관통합니다.
식은땀이 저렇게 급하게 날 수 있는 거였구나.
" 아, 아니아니아니... 하지만, 딸이 돌아온 건 기쁘지만... 배에서 죽은 선원들의 배상금도 책정해야 하고, 부산물도 계산해야하고 그래서....... "
그는 아내를 바라보고 황급히 변명을 이어가다가 라즈를 바라보며 칩 하나를 건네줍니다.
10만 GP의 가치를 지닌 칩이로군요!
" 가, 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으며 쉬고 있으렴..... "
🥺
아 아빠... 어떻게 오랜만의 가족 식사를 빼먹으려고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려던 순간 아빠의 품에서 나오는 10만 GP!
내 표정은 금새 🥺에서 😄로 변했어. 아싸!
"에이, 엄마. 나 한동안은 어디 안 가. 가족 식사야 내일 아침이나 점심에 해도 괜찮으니까 아빠한테 너무 뭐라하지 말자! 일은 어쩔 수 없잖아."
음음. 사실 10만 GP가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어때, 아빠. 나 지금 받은 10만 GP만큼의 쉴드 쳐주고 있지?
"아빠, 내일은 꼭 시간 비워두기! 약속해!!!"
엄마를 위해 아빠한테 이리 으름장도 두고. 크으. 완벽해.
#칩 받고 대화 ㄱㄱ
라즈는 알고 있습니다.
저렇게 아빠가 말하는 순간. 내일도 시간은 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라즈의 엄마는 무언가 실망스러운 듯 하다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아... 고된 아버지의 삶이여... 나중에 머리를 뜯는것으로 복수하리...
"엄마, 우리 뭐 먹을까? 해산물은... 당분간 못 먹겠다. 스테이크 어때? 아빠한테 복수할 겸 아빠 카드로 긁자!"
나는 그렇게 조잘대며 엄마의 손을 잡았어. 가자! 집으로!
#갑시다 집으로
" 그것도 좋지! 하지만, 몸이 꽤 상했으니 엄마의 특식도 먹어야지! "
라즈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특식을 떠올려봅니다.
미노타우로스 아롱사태 찜 따위의... 게이트산 특산품들을 만들어주신 기억이 납니다.
과거에 공부를 안 하고 볼때는 잘 몰랐는데...
의외로 어머니의 포지션은 서포터였군요...
"와아!!!! 엄마의 특식?!?! 최고야! 벌써 군침이 도는데!!!"
엄마... 그런 이명을 가지고 서포터였던거야...?
이제야 깨달아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 신뢰할 수 있는 법! 오히려 좋아!
#엄마 손맛 가보자고
크... 홈 스위트 홈...
잠깐 낮잠 잘까?
#쿨... 쿨... 낮잠을 자요
잠에 듭니다!
으윽....크라켄......보물...........
크라켄이 보물과 손을 잡고 라즈를 땅에 버리는 꿈을 꿉니다......
"안 돼!!!! 보물아! 날 버리지 마!!!!!!"
바다에 빠지는 건 괜찮지만 보물이 날 버리는건 참을 수 없어!!!!
나는 그리 외치면서 잠에서 깨어났어.
흡... 꿈이라 다행이다...
쓰읍... 근데 이런 꿈을 꾸니까 개운하지 않네...
책상에 앉아서 정신수양 좀 할까?
# 잔여망념 50을 사용, 전투학 '포지션, 가디언의 전투 방식'을 복습. 서포터 선택!
포지션을 선택합니다!
엄마... 나 이제 서포터야...
음...
음?
"엄마? 내가 도울거 없어?? 식재료 손질이라던가..."
# 부엌으로 ㄱㄱ
도울 일은 없나? 하고 방에서 빠져나온 라즈는 놀라운 풍경을 봅니다...
날카로운 주방칼을 들고, 어머니에게서 저항중인 소형 코카트리스와... 어머니의 환상의 칼싸움을 말입니다.
" 좋아... 이정도면 충분히 신선한데...... "
조금만 더 신선했으면 드래곤 완자구이라도 먹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 그러어- 시군... "
눈을 비비려다 안경알을 만진 그녀는, 끼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천을 꺼내듭니다.
" 그야 약을 팔긴 하니까아- 약군인 법이죠- "
곧 어머니의 밥 먹으러 나오란 소리가 들리고 라즈는 잽싸게 튀어나갑니다!
닭의 뼈를 발라내어 잘 볶아낸 스튜가 눈에 들어오네요!
결국... 졌구나...
" 너 몸보신하라고. 엄마가 신선식품 매장에 다녀왔어. "
그녀는 매우 기쁜 표정으로 딸이 어서 숟가락을 뜨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크으... 맛있겠다! 코카트리스야? 잘 먹겠습니다!!!"
# 당장 먹어!!!!
먹습니다!
......... 꽤나 질긴 듯 하지만, 강한 압력을 통해 오랫동안 삶은 것처럼 부드러움이 충분히 느껴지는 식감입니다. 특히 국물과 함께 고기를 입에 넣었을 때. 국물에 스며든 닭 육수 특유의 기름진 느낌이 입에 남아서 얼핏 퍽퍽할 수 있는 음식의 맛을 증대시키는군요.
감탄이 나올 법한 요리입니다! 그리운 맛이었어요!
하루간 신체 스테이더스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하루간 건강 스테이더스가 8 증가합니다.
체력이 8% 증가합니다.
태그 : 닭을 보유한 적을 상대할 때 13%의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지이이인짜 맛있다... 처음 씹었을땐 어? 질긴가? 싶다가도 좀 더 씹다보면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에 적당히 기름져 강하게 느껴지는 육수의 맛이 전반적인 밸런스를 딱 맞춰주는... 역시 엄마야! 최고!!!! 맨날 엄마 요리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아..."
# 엄마는 최고의 요리사구나... 대화합니다!
" 전쟁통에 먹고 살려면 이것저것 만들면서 배우는거지 뭐... "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면서도 엄마의 표정은 기쁜 것처럼 입꼬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후후... 엄마 기분이 좋아보이는걸?
"그래서 엄마가 더 멋진거야. 혼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서 열심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거잖아?"
이건 아부가 아니라 진짜로.
"그래서 그런가... 엄마한테 요리를 배운다고 해도 엄마의 손 맛은 절대로 낼 수 없을것 같단 말이지..."
있을때 잘하기는 자녀의 덕목이 아닐까...
#대화
" 그럼! 내가 어떻게 쌓아올린 실력인데! "
아, 우리 어머니께선 요리에 자부심이 크시다!
"크윽... 슬프다!"
엄마의 뿌듯한 표정을 보고 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식탁... 위로 엎어지려다가 말았어.
"설거지는 내가 할게!"
#밥을 먹었으니 설거지를 해요
" 됐어! 이제 막 몸 나은 녀석이 무슨. "
엄마는 라즈의 등을 가볍게 밀어내면서 웃습니다.
" 푹 쉬기나 해. 어릴 적부터 네 아빠 닮아선 비실비실해가지곤. "
엄마...!!!!
"크윽... 맞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들떠서 게이트에서 막 빠져나온 것도 잊고 그만...!!!"
나는 장난스럽게 그리 이야기하고 작붕난 데덴네 표정으로 방으로 돌아갔어.
어... 근데 데덴네가 뭐지...?
# 방으로 컴백해서 나노머신으로 뉴-스를 봐요
뉴스를 봅니다!
동유럽에서 슬슬 몬스터 웨이브가 본격화될 기미가 보인다는 얘기와 함께, 초대형 게이트가 붕괴될 기미가 보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와!
뭐??!?!?!?! 동유럽에서 초대형 게이트가 붕괴될 기미?!?!?!?!?! 몬스터 웨이브?!?!?!!?!?!
"...오마이갓."
난 무교지만!
아무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자 헌팅 네트워크에 들어갔어.
#인터넷 서핑 신난다 슝슝~
으음...
헌팅 네트워크 내에서의 반응은 꽤나 갈립니다.
몰?라를 중심으로 하는 타 지역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헌터들.
이번 기회에 잠시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려는 유럽 헌터들.
저러거나 말거나. 자기들 살기 바쁜 헌터들.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어그로꾼들.
뭐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