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녕의 한적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어두운 밤입니다. 마치 강호무림에 드리워진 암운과도 같은, 그런 새까만 밤.
그런 하늘에 기이하게 음산한 달이 둥실 떠오릅니다. 어두운 밤에, 밝게 빛나는 달.
밝은 보름달이 으슥한 밤하늘에 자그마한 빛으로 주변을 밝힙니다.
천천히 하늘을 보며 '기이한 일이로다.' 하며 지나가는 중원의 앞에 심상치않은 마을이 등장합니다.
불에 타고 어질러진 작디 작은 마을.
꺼억, 꺽.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에 급히 경신법을 이용해 달려가봤지만 이미 숨은 끊어져 있었습니다.
중년의 남성이 내뱉던 마지막 숨소리에는 의미모를 단어들만이 나열되었군요.
음? 무언가 이상한 것이 느껴지는데...?
끼끼끼끼끼끽 -
킬킬킬...
흐...흐흐...흑...흐흐흐...흐윽흑...흑흑.....
중원은 급히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뜹니다. 하지만 기이한 곡소리는 그런 중원을 따라옵니다.
조금 멀어지는가 하면, 다시 들려오고, 다시 멀어지는가 하면 다시 들려오니...
어느새 만월은 사그라들고 칠흑과도 같은 도로를 달리던 중.
...
어느샌가 사방이 꽉 막히고 오직 앞으로만 향할 수 있는 길 끝에, 거대한 석문이 보입니다.
정말.
기이한 일이로다.
***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
# 검을 꺼내들고 경계를 시작합니다.
// 그 혹시 이제 의수 이용해서 건곤대나이 가능한가용?
***
60% 정도의 효율로 가능
거대한 석문을 눈 앞에 두자, 귀에 들려오던 귀곡성도 뚝 끊깁니다.
...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군요.
그렇다고 뒤를 한참이나 되돌아가도 결국은 같은 자리로 돌아올 뿐입니다.
'초절정'의 고수가 빠져나갈 수 없는 진법이라...
***
기이함과,
알 수 없음.
중원은 본능처럼 두 팔을 길게 뻗고 한 구절을 왼다.
"나는 너희들의 삶을 보는 자요."
허나, 장생을 주러 온 자는 아니라.
- 4성 수해결(水害抉), 본선은 너희를 이롭게 하려 온것이 아니니 : 내공을 150 소모해 주변의 땅에 홍수를 불러일으킵니다.
530/680
#
***
콰과가가가가가가가각 -
물이 들이닥치기 시작하고 강대한 폭력이 문을 박살내려고 할 때!
- 니미 육시럴...
홍수가 천천히 잦아들며 찰박거리기 시작합니다.
- 떼죽음 당할 일 있나? 신선 청년?
뒤에서 도복이라고 하기에는 기이하고. 그렇다고 승복이라고 하기엔 전혀 아닌...
특이한 옷을 입은 장년의 남성이 걸어옵니다.
그는 갑옷을 걸치고 딱 봐도 쓸모없어 보이는 큰 칼을 옆에 차고 있는데, 수준은 아무리 잘봐줘도 이류에 턱걸이하는 하수입니다.
- 네 눈에는 지금 이것들이 제대로 안보이나? 씨벌 진짜. 하여간에 무림출신 신선들은 영...쯔...쯔...
***
"보지 못했소."
중원은 썩 뻔뻔하게 상대를 바라보았다. 알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럼 이상한 진법을 치지도 말고 알아서 자신을 걸렀어야지.
"갑자기 웬 밤에 약초찾다 잡혀오면 무림 출신들은 대부분 이럴거요."
# 그게 무림뇌지 뭐
***
"이런 개니미럴..."
그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벽을 퉁퉁 칩니다.
"그러지 말고, 이 벽이 뭐로 이루어졌는지 한 번 자세히 살펴봐라. 어린 신선. 무림 출신 놈들은 뭐만 있으면 일단 칼부터 휘두르고 지랄이야 지랄이..."
무림인 출신 신선들에게 당한 것이 썩 많았나본데요?
***
"흐음..."
중원은 상대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니 본인도 과거 굉천군에 당할 때가 떠오른 까닭이다.
# 신선의 눈으로 살펴봅니다.
***
중원의 눈에 한 때 신성이었던 것이 분명한 잔해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닙니다.
고결한 신성이 타락하여 어두운 원망이 되었고, 그것들이 주변에 꾸물꾸물 기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저 문 너머와 천장, 벽, 이 바닥을 가득 채운 상태입니다.
"그래. 이제서야 보이나?"
그것은 기운인 동시에 물질입니다.
"아마 그 무지막지한 물줄기가 저 석문을 때렸다면, 아주 큰일이 나도 단단히 큰일났을거다."
쯥, 하고 남자가 앞으로 나서서 퉁퉁, 석문을 두들깁니다.
"여긴 수많은 요괴들이 탄생했던 곳이지."
어딘가 안쓰러움과 분노가 함께 섞인, 기이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옛날에, 언제인진 모르겠는데. 암튼 엄청 옛날에 하늘에서 쫓겨난 신선들이 갇혔던 곳이더라고. 여기가."
그러며 뒤돌아서 중원을 쳐다봅니다.
"천마한테 쫄아서 도망친건지, 옥황상제한테 밉보여서 쫓겨난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그가 팔짱을 낍니다.
"그 신선들이 결국 여기서 못빠져나갔단거? 그러니 아주 위험한 곳이다."
척, 포권을 합니다.
"나는 관도라고 한다. 별호는 신산태율. 수선의 도를 걷고 있지. 미리 말하지만, 나는 무림 출신 신선들은 선배로 대우 안하니까 그렇게 알아둬라."
몇 대 맞으면 선배님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은데...
***
"그 전에 하나 정정토록 하지."
중원은 검을 빙글 돌리고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무림 출신이지만 무림 출신이 아냐. 신선들이 흔히 그러듯 오욕칠정을 버리고 선도시험을 치고 신선이 되었다. 선배취급을 하지 않는건 그러려니 하지만 말이 짧은건 썩 좋지 못하군."
"나는 중원. 수명성 휘하 장생칠선에 속한다. 장생팔선이라고 불러도 되겠고 요하를 다스리고 있지."
"그래서. 선배로 대우 안 한다니 참 궁금하군. 네 스승께선 어느 분이시기에 선도를 각자 존중하지 말라고 하시더냐? 나도 가서 가르침 좀 받아봐야겠다."
# 이놈이 어딜! 깝치려고!
***
"뭣."
관도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하는 짓이 아무리봐도 무림출신인데, 다른 선도를 밟았다고? 그게 말이 되나? 그래봐야 무공을 통해서 익힌 것이겠지!"
이 자식.
생각보단 똑똑하군요.
"아무튼 난 무림 출신들은 선배로 인정 안해! 내 스승님? 하! 무림 출신들보단 훨씬 위대하신 분이시지! 무려 투전승불의 스승님이시라고! 나는 투전승불의 사제란 말씀."
...요괴놈은 사형대우 깍듯하게 하는 주제에 무림 출신은 선배로 인정하지 못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어...
"알겠어? 나는 무림 출신이랑은 아주 격이 다르단 말이야."
뒤지게 패주고 싶습니다.
***
"오냐 그렇다면 무림식으로 가야겠구나. 내가 수명성 출신이니 죽지만 않으면 고쳐주마."
# 오직 선술 없이 과거 폭력과 강형욱이 기겁할 방법으로 댕댕이를 조련했던 것처럼 관도에게 예절을 주입해줍니다.
내공 520/680
***
일각 정도가 지나고...
얼굴이 퉁퉁 부은 관도가 포권을 합니다.
"우잉에 아이이 이으잉 엉애잉응 옹아애어 애오아이아(무림에 학식이 깊으신 선배님을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음.
예절주입기 성능 확실하고만.
"아이아오(가실까요)?"
관도가 문 앞에 부리나케 달려가서는 꼿꼿하게 섭니다.
***
# 따라가면서 그... 치료나 해줍시다..
***
치료해줍니다...병주고 약주고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일까요?
"자 엽니다..."
문이 열리려는 바로 그 순간.
아주 저 멀리서부터 미약한 소리 하나가 들립니다.
쿵.
쿠웅.
쿵.
쿵쿵.
쿵쿵쿵.
쿠웅.쿵.
쿵.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거대한 무언가가 쿵쿵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오메 육시럴."
***
"...옛날 상선분들은 그 뭐냐. 저런 거 만드시는 게 취미였다냐..?"
중원은 조용한 감탄사로 연왕검을 뽑아들고, 그 위에 기를 엮어냈다.
- 모든 '검기'를 '강기'로 대체하실 수 있습니다.
- 강기를 사용할 때에는 모든 내공 소모가 10배가 됩니다.
- 5성 절격 : 내공 10을 소모합니다. 검기를 한 방면에 집중시킵니다. 절삭력이 통상의 검기보다 강해집니다.
410/680
"어디. 내구력을 한 번 보자꾸나."
# 강기를 검에 피워낸 상태로 북위검 - 절격을 사용합니다.
***
쩌억 -
일격에 괴물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습니다.
후우우욱...
거대한 몸체가 앞으로 쓰러집니다.
"피, 피해!!!"
은근슬쩍 다시 말을 놓는 저 싸가지없는 놈은 무시합시다.
중원은 강기를 피워올린 검을 몇 번 성의없이 휘두릅니다.
촤악 - 촥 -
깍둑썰기로 이쁘게 잘려진 괴물의 몸체가 정확하게 중원과 싸가지없는 새기를 피하며 쓰러집니다.
쿠우우웅 -
"......."
관도는 입을 벌린 채로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봅니다.
***
"그다지 단단하지는 않군. 따지자면 절정에서 중급 정도일까."
어깨에 칼을 건 채로 중원은 긴 하품을 하며 관도를 바라봤다.
"이런 놈이 한 수백 있다면 나도 죽을 수 있는데. 그런거냐?"
# 이동!
***
"그...글쎄요..."
관도가 앞장서서 허리를 굽신거리며 안내합니다.
미세한 바늘로 낸 구멍이라도 되는듯, 천장에 작게 뚫려있는 구멍에서 달빛이 비칩니다.
그 아래에 거대한 동공이 보이는데 마치 심연의 무저갱을 보는 듯합니다...
얼핏 신성한 자태로 보이는 천장과 대조적으로 벽에는 말라붙어 거뭇해진 핏자국과 날카로운 손톱 등으로 긁은 흔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흔적을 보며 눈을 찌푸리고 관도 또한 입술을 깨물 때,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떨어진 자야. 드디어 그대가 진정으로 늬우쳤는가. 하늘의 견고한 뜻을 드디어 이해했는가. 우리들의 의미를 잊지 말아주오. 우리들의 뜻을 억측하지 말아다오.
- 하늘의 문을 열고 승천하라. 낙화의 역은 변화이니. 그대에게 다시금 신선의 문이 열리리라.
***
승천.
그리고, 그와 반대될 이곳의 이름.
"자격 잃은 신선이 깨달음을 통해 다시금 선도를 밟을 수 있게 된다면 이곳이 선계로 향하는 문이 되는건가?"
#
***
말은 더 들려오지 않습니다.
***
# 주변을 수색해봅니다. 무언가 더 알 수 있는 게 있거나. 뭐 숨은 게 있거나?
***
신성한 기운들과 부정한 기운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정확히는 부정한 기운들이 신성한 기운들을 잡아먹은 흔적들입니다.
...추론해봅시다.
***
낙화라는 이름처럼 원래 이곳의 목적은 신선들이 죄를 지었을 때 처벌을 위해 지상에 내려보내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신선이 되기 위해 땅을 거닐며 업을 쌓아 승천하거나, 깨달음을 쌓아 하늘로 오르던 것처럼 원래는 죄 지은 악한 신선을 꾸짖어 그 죄를 알고, 다시금 자신이 떨어진 곳으로 돌아와 승천하는 것이 원래의 상선들의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모습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신선들은 그 목적을 다하지 못했으리라. 쫓겨난 자신들을 억울해하며 하늘로 계속 손을 뻗다가, 억울함은 원망이 되어 하늘을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냈겠지.
신성하고, 올곧던 기운은 그렇게 추례하고 혼돈스런 기운이 되어 이곳에 머물렀을 것이고. 입구의 그 괴물들처럼 되었을 것이다. 즉.
"한때 가장 신성했던 문은 지금에 이를러선 수많은 악을 짓누르고 있는 요람이 되어버렸구나."
#
***
정확합니다.
이곳은 신선들이 떨어진 곳.
즉, 신선들을 심판하기 위해 지상에 떨어트리던 형벌의 장소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신선들의 뜻이 희석되기 시작하고, 결국 추락하여 타락하는 존재들이 나타나면서 기어이.
낙화가 완성되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마찬가지지."
앞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옵니다.
"자네와 자네의 종자, 그리고 나 역시도. 이곳에 갇혀버리고 만 불쌍한 존재들이라네. "
종자라는 말에 관도가 질색팔색하고 있습니다.
***
종자라고? 중원은 찌푸린 얼굴로 자신을 무림 출신의 무식한 무언가로 여기다 신나게 두들겨 맞았던 관도를 잠시 바라봤다. 녀석도 썩 불쾌한 표정이다.
"객께오선 누구시기에 이 저주받은 동부에 살고 계신거오."
혹시나를 대비해 칼끝을 세우면서도 그 끝은 자연히 위로 솟아 하늘이나 벨까 싶은 모습이었다. 이는 경계는 하되 공격할 의지는 없음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혹, 낙화하신 선인이라도 되시는거요?"
# 누구냐!!!
***
"선인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그저 한낱 무부일 뿐이라네."
그가 껄껄 웃다가 콜록거리더니 각혈합니다.
"너무 경계할 필요 없네. 내 꼴을 보면 알겠지."
***
터져나오는 피라.
중원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인계의 눈 위에 신선의 시야를 뜬 채로 조심히 물음을 꺼낸다.
"본인은 중원이라고 하오. 저 요서에 있는 요하를 다스리는 장생칠선의 하나이지. 혹 소개를 들을 수 있겠소?"
# 인사
***
"이거야 원. 신선이셨군."
그가 조용히 예를 표시하지만, 약간 불경한 느낌입니다.
"내 소개야 뭐 어려울 것 없소. 옛날에 이곳에 떨어져 갇힌 비운의 사내지. 이름은 모학이라고 하오. 무림인이었지. 옛날엔."
***
"모학?"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통에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짧게 들어본 바 있는 것 같소. 본인도 한때 무림에서 활동한 바. 명성 있는 선배를 만나뵈어 반갑소이다."
# 띄워주기
***
모학의 눈에 약간의 생기, 또는 즐거움이 비쳐집니다.
"내 이름을 들어보셨소? 허허...잊혀졌을 것이라 생각했거늘, 바깥에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지 않은듯 하오."
관도는 중원의 옆에서 '아무리봐도 처음 들어보는 듣도보도 못한 이름인데...'라고 중얼거리지만, 중원과 모학 둘 다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
"저는 이 동굴의 끝을 보고자 합니다. 혹, 선배께서도 저와 함께하시며 조언을 주실 수 있으실지요?"
# 고고
***
"나 또한 바라마지 않던 바요."
모학이 합류합니다. 관도는 여전히 아무리 생각해도 듣보잡인데 라고 하지만 일행중 그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
"허허. 관도 이 녀석은 무림에 관심이 없어 그러니 선배님께선 너무 괘념치 마시지요."
미안하다 관도야...
# 가자!!!
***
나아갑니다.
안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던 도중, 갑작스레 땅이 무너집니다!
"이런 육시럴..."
관도의 한맺힌 욕설을 들으며 중원은 침착하게 허공에 체류하다가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어이쿠!"
관도와 모학은 땅에 당나귀처럼 뒹굽니다.
솔직히 좀 웃겼지만, 참는데 성공했습니다.
저 앞에, 아주 미약한 빛이 보이는 구덩이가 보입니다. 저기로 나아가야겠지요.
그 때, 저 안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울부짖는 소리, 킬킬 거리는 웃음소리, 괴물들이 저주하는 목소리...
요괴들이 몰려옵니다.
***
두 사람은 당장 실력을 내기 힘들 터.
병자와 용병자를 두고 중원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연왕검을 뽑고 자세를 잡았다.
- 정복자의 기세 : 어딘지 모르게 상대방은 착용자에게 강한 압박감이나 공포 등을 느낍니다.
- 1성 금장신공 : 사용시 기가 황금빛을 띄며 안광 또한 황금빛을 띄게 됩니다. 위압효과가 나타납니다.
- 2성 공포백 : 수준 낮은 적들에게 공포를 심습니다.
"신선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급 되지 않는 놈들은 꺼져라."
408/680
# 공포다 공포!!!
***
- 끼에에에에에엑!!!
- 큰 귀신! 큰 귀신이다!
- 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죽을거야
요괴들이 도망치던 방향에서, 한 사람이 빼꼼, 하고 튀어나옵니다.
"주, 주, 주, 죽이지 마시오...!"
***
아니.
아니 그 뭐야.
쟤네 왜 도망가지?
중원은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빼꼼 모습을 내민 사람을 바라봤다.
"...객은 누구시오?"
#
***
"난 비호훤이라고 하오."
그가 포권을 취하며 인사합니다.
"당비문이라고 하는 작은 문파를 이끌고 있소. 이곳에 갇혀버려서 나갈 기회를 찾고 있었소만 나도 함께 움직일 수 있겠소?"
***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계속 전진해야만 한다.
# 가자!!!
***
본래는 흉흉한 기운이 가득했어야 하지만, 이제는 그냥 깔끔해진 통로를 걸어갑니다.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니, 거대한 동공이 나타나고, 그곳에는 커다란 제단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제단 위에는 썩지 않은 신체 부위들이 셀 수 없이 있었으며, 일정한 규칙을 두고서 나열되어 있는 아주 끔찍한 모습입니다.
그 중앙에는 검고 메말라버린 작은 심장이 보입니다.
"허 참. 뭐 이딴 육시럴..."
관도가 혀를 차며 말합니다.
"억압은 결국, 이런 식으로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기 마련이지..."
모학이 중얼거립니다.
"...여기, 신선들이 있던 장소라 하지 않았나? 끔직하기 그지없구려."
비호훤이 인상을 찌푸립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나아갈 때, 저 시체 조각들이 한 데 모이며 괴이한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