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내사항 ¶
- 해당 문서는 본 위키가 너무 무거워진 관계로, 따로 죽은 캐릭터, 시트가 내려진 캐릭터의 스토리를 기입하기 위해 생성되었습니다.
- 시트가 내려진 캐릭터 중 위키에 등재되는 기준은, 중요한 떡밥을 가진 캐릭터의 스토리에 국한됩니다.
2.1. 정파 ¶
무림비사/스토리 - 백월
무림비사/스토리 - 남궁여원
무림비사/스토리 - 류호
무림비사/스토리 - 녹사평
무림비사/스토리 - 태백
무림비사/스토리 - 남궁여원
무림비사/스토리 - 류호
무림비사/스토리 - 녹사평
무림비사/스토리 - 태백
- [용현아]
- 현아의 현재 위치는 바로......!
광동입니다!
사파들이 득시글대는 바로 이 곳....현아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걸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과연 현아는 이 곳에 올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행상인들 몇 명이 광동으로 가야했는데 호위가 없어 곤란해하던 차에 여기까지 오게 도와주었었죠.
이제는 다시 감숙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
" 흠! "
협행에 보상을 바랄소냐! 자발적으로 돈을 좀 줬으면 덥썩 받았겠지만 쫓아가서 너 왜 돈 안주냐고 행패를 부리면 그게 사파마교와 무엇이 다를까. 우선은 감숙으로 돌아가기 전, 광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어나 본다.
#소문을 좀 들어보자
**
광동은 사파, 그 중에서도 흑천성의 팔룡방의 세력에 속해있습니다.
팔룡방의 공포스러운 통치 덕분에 치안은 상당히 안정된 상황.
소문이라고는 옆 집 누구누구가 바람을 피웠다더라, 사실 누구누구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더라. 하는 시답잖은 것들 뿐입니다.
부부의 세계 무림판...!
**
" ..... "
그런 곳에 단숨에 쳐들어가 나 정파 사파 때린다! 사파 죽는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랬다가는 문파의 사용인만 다치고 나만 죽고 안 좋은 이야기가 이어지겠지.
#감숙으로 돌아갑니다!!
**
이동합니다! 광동에서 호남까지는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호남에서 사천으로 넘어갈 때 일이 기어코 터지는군요!
산길을 걷다보니 이상하게 큰 사슴같이 생긴 것이 한 마리 쓰러져있습니다!
**
현아의 지식으로는 그냥 특이하게 생긴 짐승입니다.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내버려 두고 간다.
2. 도와준다.
3. 죽여서 내단을 취한다(사파, 마교만 선택 가능)
**
" 내가 팔자에도 없는 수의사 일을 하게 생겼구나! "
쓰게 웃으며 쓰러진 원인과 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 도 와 줄 래
**
현아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어떻게든 해봐야겠군요!
**
#무리하게 일으켜 세우려 하지는 말고, 깨끗한 물과 과일 같은 것을 먹이고 추울까봐 천조각도 덮어주고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봅니다
**
현아는 우선 사슴을 인적이 드문 길로 끌고와서 깨끗한 물을 먹입니다. 천조각은...없으니 일단 자기 옷자락 중 일부를 찢어냈지요.
그럼에도 사슴은 색색 거리며 쉽게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니, 엉덩이 부분에 크게 상처가 나있습니다. 피는 멈췄지만 상처가 악화되는 상황입니다!
**
" 이런... "
#약초 같은 것을 구해서 찧어 발라줘 봅니다 흑흑 사슴아 아프지마
**
현아는 약초학에 대한 지식이 없습니다! 사람들에게서 구해보는건 어떨까요?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습니다.
**
# 사슴의 상처를 묘사하며 이에 걸맞는 약초를 구하고 있노라고 말합니다
**
현아가 그리 말하자 약초상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게 도움이 될거요."
그리고 가격은, 현아의 소지금중 5할 이상이었습니다. 아무튼 구매했습니다!
**
다행히 재산이 깎일 레벨은 아닙니다!
현아는 얼른 사슴같이 생긴 무언가에게 달려갑니다. 여전히 사슴은 색색거리고 있습니다.
조심조심, 현아가 약초를 발라줍니다.
음, 무언가를 먹여야 할 것 같은데요...!
**
#주변을 둘러보아 원기회복이나 기운이 날 만한 것을 찾아봅니다. 먹을거....
**
현아로서는 풀숲에서 뭐가 먹을것인지 당연히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이 사슴에게 사람이 먹는 것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인데...아까 있던 마을에라도 다시 가볼까요?
**
#마을로 돌아가서 약재상에게 기운이 달리는 사슴에게 먹일 만한 것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
"아까의 약은 고맙게 잘 썼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가 아직까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질 않고 골골대는게 기가 허한게 아닐까 싶어서 혹시 이런 경우에 쓰시는 먹일 약초 같은게 있으시면 다시 사가려 합니다."
굽신 굽신 양재상선생님 우리 사슴이좀 구해주세요
#마을로 돌아가서 약재상에게 기운이 달리는 사슴에게 먹일 만한 것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
약재상은 사슴에게 뭔가를 먹일 약초를 떠올려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상처'에 효능있는 것들 뿐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가야하던 찰나, 약재상이 무언가 떠올랐다는듯 박수를 칩니다.
"사냥꾼 오두막이 그 근처에 있을텐데 한 번 찾아가보는 것은 어떻소?"
**
"감사합니다! 어디로 가야 그쪽인가요?"
#길을 물어서 사냥꾼 오두막으로 고고
**
약재상이 알려준 방향을 점치고 현아는 그 곳으로 떠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그래서 다행히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똑똑똑똑똑.
두유워너빌더스노우맨~
이게 이제 몇 년 전 영화인 것이지요?
"뉘귀...?"
발음이 좀 많이 뭉개진 목소리가 문 안 쪽에서 들려옵니다.
**
"지나가던 무인입니다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
사냥꾼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수염을 만지작거립니다.
"뭐 좋쉬다."
그는 풀같은 것을 짓이겨놓은 것을 현아에게 건네줍니다.
**
"감사합니다. 일이 끝난 뒤 다시 와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뛰어서 사슴이에게 약초를 먹이러 가요!
**
현아는 열심히 달려서 사슴을 다시 찾아갑니다.
다행히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고 병세도 약화되지 않았군요!
약초인지 풀을 짓이긴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입에 흘려넣어주자 사슴의 안색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이제는 사슴같이 생긴 것이 홀로 잘 살아남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일 뿐입니다....
**
"너 때문에 내가 무슨 고생이라니."
조금 웃으면서 사슴의 곁에 앉아 털을 쓰다듬어 줍니다.
#호위 서주기
**
프륵...프르륵...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사슴 같이 생긴 동물.
다행히도 점차점차 그 호흡은 안정되어가고 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자 호흡이 안정됩니다.
아직 고비가 조금 남아있기는 하겠지만요.
**
#곁을 지켜보며 물을 주고 풀 뜯어주고 쓰다듬어주고 따듯하게 해주고 지극 정성으로 간호합니다
**
그렇게 열심히 간호합니다.
상제 또는 부처 또는 태상노군이 가호하신 덕일까요? 사슴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더니 현아를 말똥말똥 쳐다봅니다.
뭘 봐 짜샤!
핥짝.
그리곤 현아의 볼....이 아닌 머리카락을 질겅질겅 씹습니다.
...????
**
"........ 이보게 그건 먹는 것이 아니야....."
#머리카락 대신 풀 같은걸로 유인해서 머리카락을 안 먹게 해봅니다
**
깨어나자마자 배가 고팠고 현아의 머리카락을 풀로 오해한 것이었을까요...
현아가 풀을 주자 질겅질겅 씹어먹기 시작합니다. 물도 가져다주니 잘 마시는군요!
한참 식사를 마친 사슴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현아를 바라봅니다.
....
뭘 보냐니까 짜샤!
그러더니 사슴은 갑자기 몸을 휙 돌려 어딘가로 껑충껑충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
"따라오라는 의미인가??"
무협지 많이 봐서 이런게 무슨 의미인지는 압니다!
#뒤따라서 껑충 껑충 뛰어갑니다
저 멍청하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을 한 사슴의 지능이 현아가 자신의 생명줄을 연장시켜준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기를 바라면서 따라갑니다!
헥....헥....
무림인의 체력으로도 상당히 힘든 경주가 끝났을 때 쯤.
사슴은 웬 샘물 앞에서 멈춰 현아를 빤히 바라봅니다.
....아니 씨 뭘 보냐니까 짜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사슴은 샘물에서 목을 잠깐 축이더니 다시 껑충껑충 뛰어갑니다.
도저히 쫓아갈 수 없게요.
**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원래 이런 애들은 영단도 물어다 주고 비급도 물어다 주고 하는게 아니었나!
하지만 뭐 좋은 일 했다고 치고...
#샘물이나 마시면서 쉽시다
**
후루룩.
샘물을 마십니다.
!
내공이 2상승합니다!
????
**
"아니 이건...!"
#샘물 안에 들어가서 당랑공을 수련해봅니다
**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20%상승하고 끝입니다!
**
"힝."
#샘물을 마십니다
**
맑고 청량한 샘물입니다.
이걸 반복해서 마시면 내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기적인 일이 벌어졌을 터!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이 샘물은 딱 한 번의 효과를 제공합니다!
**
#사냥꾼의 오두막으로 돌아갑니다
**
사냥꾼의 오두막으로 돌아갑니다!
"뉘...오잉?"
사냥꾼은 다시 찾아온 현아를 보고 갸웃합니다.
왜 찾아왔니?
**
"방금은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그때의 은혜를 갚고자 왔으니 부디 바라는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정파는 은원을 잘 갚는다.
**
사냥꾼은 별 일 아니었으니 괜찮다며 현아를 돌려보냅니다.
은혜소매넣기가 거절당해버렸습니다! 이런 젠장!
**
"힝."
#그럼 당랑공이나 수련합니다 호잇 허잇
**
당신의 숙련도! 40%!
일단 뭐라도 하려면 이 깡촌에서 벗어나는게 순위입니다!
**
감숙으로 돌아갑니다!
#고 투 감숙
**
감숙으로 돌아갑니다!
아무 일 없이 다행이었군요!
사천과 호남의 끄트머리에서 감숙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안녕! 6시 내고향!
**
"감숙의 용현아가 돌아왔다!"
하지만 할 것이 없으니 소문을 들어봅니다.
#소문 들어보기
**
감숙은 오늘도 평화롭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축제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군요!
- [여운휘]
- 운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대장간을 찾았다. 고서점에서 기연을 얻은 자신이다. 분명 대장간에서도 엄청난 검을 만날 수 있을것이다.
***
제일 비싼검은 운휘의 개인 재산으로 구매할 수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재산단계를 모조리 소모할까요?
***
"......"
아니 무슨 검이 이렇게 비싸지???
1단계 짜리 검을 삽니다.
***
시작하자마자 재산단계가 2단계가 되었습니다!
【 엄청나게 튼튼한 검 】
무식하게 튼튼한 검이다. 만년한철이 아주아주아주 극소량이 미세하게 섞여있다.
- 이 검은 잘 깨지지 않는다.
***
"이제 뭘 해볼까요...일단 돈을 벌어야겠죠?"
그렇게 말한 운휘는 마을 사람들에게 혹시 유료로 도와줄 일이 없는지 미소지으며 물어보았다.
운휘는 자신의 외모를 아주 잘 알고 있다.
***
운휘는 미모를 이용해 봅니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운휘에게 호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중에서 운휘가 원하는 일거리가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크게 3가지가 튀어나왔습니다.
1. 도적무리 퇴치
2. 산적퇴치
3. 수적퇴치
....산적이랑 수적은 잘못건드렸다간 죽을테니 도적무리 퇴치가 가장 무난하겠군요.
***
"도적떼가 가장 무난하겠죠? 혹시 도적떼는 어디 있나요?"
***
도적무리의 위치를 듣습니다! 규모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동료를 모집할 수도, 혼자 갈 수도 있습니다!
이동에는 하나의 진행레스가 소모됩니다.
***
"흐음...규모가 상당한 도적단이로군요."
곤란하네요 하고 중얼거리는 운휘였지만 결국 혼자 떠나기로 하였다. 커다란 규모라면 좋은 실전이 되리라
***
정말 혼자갑니까? 선택 후에는 번복할 수 없습니다!
***
혼자 갑니다! 설마 데플 뜨겠어요...?
***
스레주는 한 번 경고를 하였습니다! 레스주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운휘는 홀로 도적무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저 멀리 보니, 웬 야영지가 세워져있습니다. 밥을 짓는 연기가 나고 목책과 천막도 쳐져있습니다. 흡사 군대와도 같은 진용입니다! 무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일단은 보이지 않지만요.
대략, 도적무리의 숫자는 천에 못미치는 정도로 파악이 됩니다.
삐이이이익!
그런데 하늘에서 명적이 쏘아지고, 고약한 소리가 운휘의 귀와 사방을 울립니다!
***
"1천, 1천이라..."
운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퇴로를 미리 찾아두며 새로산 검을 꺼내들었다.
***
퇴로는, 아까 걸어왔던 길입니다!
생각보다 쉽게 걸어왔던 길은, 이제 지옥과도 같은 천라지망의 유일한 생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아, 저건 무리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천 명은 에바였다. 그렇다고 물러간다고? 그건 아니지!
운휘는 야영지 근처로 숨어서 도적 몇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
명적이 쏘아졌고 도적들은 운휘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을겁니다!
무림인이 아니라지만, 상대의 숫자는 불합리한 수의 폭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들과 붙는다면 운휘는 오늘 처리된 시트를 묘비로 보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들은 운휘를 묘비에서 안식을 취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겁니다.
그리고 저 압도적인 숫자의 수색을 꾸준히 피해낼 무언가가 없습니다!
정말 매복할까요?
***
힝...사천으로 튑니다
***
운휘는 천만다행으로 가까스로 살아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정찰대의 역할을 해낸 것 같습니다! 정보를 미리 아는 것은 아주 유용한 일이니까요!
***
"그럼 이제 이 정보를..."
운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관아로 향하였다.
***
예전부터 언급이 되었고, 실제로 진행 중에 나왔던 일이지만.
관아는 이 스레와 세계관에서 그 어떤 쓸모짝에도 없는 병풍입니다! 그들에게 기대를 접으십시오! 관아는 도적무리를 통제하거나 토벌할 능력도 의지도 생각조차도 없습니다!
저 놈들이 정상이었으면 애초에 도적 퇴치 의뢰가 나타나지도 않았을겁니다.
***
아 맞다 관아는 쓸모가 없었지.
운휘는 관아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다른곳으로 옮겼다. 가장 가까운 구파일방으로 향한 운휘는 대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도적 일천여명이 있는곳을 찾았습니다! 도와주실 사람 계시나요!"
***
가장 가까운 문파는 아미파....
하필이면 아미파라니! 아미파는 얼마전 매리곤문과 격돌해서 길을 내어주고 전력에 피해를 입은 상황입니다! 거기다가 이들은 비구니(=여승)으로만 이루어진 곳.
문이 살짝 열리더니 어린 비구니 하나가 빼꼼 고개를 내밀곤 운휘를 쳐다봅니다.
"여기는 남자가 오시면 안되는 곳인데요?"
도적무리가 날뛴다는데 지금 그게 중요하냐!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
"...?"
아니 그래서요??? 도적 무리가 있다니까요? 그것도 1000명이나! 운휘는 한숨을 내쉬며 물러나기로 하였다. 세상에 믿을거 하나 없었다. 그래도 그냥 물러나기는 뭣하였는지 운휘는 아미파의 비구니에게 사천에서 가장 의로운 문파가 어디있는지 물어보았다.
***
의롭다 = 강하다. 라는 지극히 평균적인 무림인의 생각대로 비구니는 네 문파를 말합니다.
바로 아미, 당, 점창, 청성입니다.
사천에는 아미파, 사천당가, 점창파, 청성파가 정파의 거두이며, 사천 남부 끄트머리에 매리곤문이 깔짝거리고 있고, 서쪽으로는 천마신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구니는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의로운 문파를 거대문파인 자신들에게 묻다니. 자신들이 의롭지 않다고 돌려까는 것이라고 여기나봅니다! 운휘는 대답을 듣고 거의 쫓겨나다시피 박대받으며 문턱을 넘어섭니다.
***
"......"
무슨 의롭다는 문파가 도적도 안 잡고 있는건지! 매리곤문을 아미파가 막으려 했던것도 모르고 운휘는 고개를 절레절레 비구니가 말했던 네 문파중에서 가까운곳으로 향하였다. 여기서도 빠꾸먹으면 의뢰고 뭐고 때려칠 예정이다.
"1000명의 도적이 있는 거처를 알아냈습니다. 도적 무리를 쫓아내는데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
***
비슷한 거리로는 점창파와 사천당가가 있습니다. 둘 중 한 곳을 골라주세요!
자세한 사항은 위키의 무림전도를 참조해주세요!
참고로 거리는 지금 엄청나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
"...때려치워요."
안할랍니다. 저 멀리서 도적무리를 해치우기 위해 도와줄리도 없고. 운휘는 수련이나 하기로 하며 새로 산 삐까번쩍한 검을 꺼내들었다. 수왕검법 2번만 수련하고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해보자.
***
할게 없으면 일단 수련을 합시다. 수련은 좋은 문명입니다.
육성스레를 다시 세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운다면 없애야할 1순위 시스템인 수련. 스레주는 평소에 일하고 공부하면서 계산기와 숫자 키패드를 누르고, 스레딕에서도 숫자 키패드를 누르는 것이 두려운 것 같습니다. 내일도 눌러야합니다.
당신의 수왕검법 성취는 무려 90%입니다! 곧 상승하겠군요! 끼에에에엑!
4성이 되었습니다
- 4성 물수제비 : 돌을 던져 통통 튀어오르며 앞으로 나아가듯 검을 휘두른다.
***
배웠다! 물의 호흡 제 4형... 이 아니라 물수제비! 운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점창파로 향했다. 어차피 할것도 없는데 찔러나 보자는 마음으로 가는것도 있고 검을 겨루고 싶은 마음 또한 있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
두유워너빌더 스노우맨~
이것도 너무 오래되었군요. 하지만 스레주는 옛날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점창파에 똑똑똑똑똑! 하는 특유의 음율을 담아 문을 두들기자 사람이 나와 민원인 안내소 같은 장소로 안내해줍니다.
....아미파랑 달라도 너무 다른데요? 아니 그보다 일단 운휘가 민원인은 맞을까요.
***
어 운휘는 일단 민원인 맞다! 아마도!
"제가 도적 무리 1000여명이 있는곳을 발견해서 그런데... 어디에 말을 해야할지 몰라 여기를 찾아와 버렸네요."
운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숨을 골랐다.
"도적 무리를 해치워달라는 염치 없는 부탁은 하지 않으려 해요. 대신 제가 알려주는 위치 근처에 있는 문파에 도적 무리가 있다는것을 소문내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점창파의 일원은 난감해합니다.
"우선 죄송하지만, 저희 문파는 남들 대신 소문을 내주거나 하는 일은..."
체면에 손상이 가는 일이니 어렵다고 하는군요. 난감해하는 표정 뒤에는 아니 그런건 호사가들한테 술 사주고 시키는 일 아닌가? 하는 작은 분노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로는 문파를 찾아오지 않으시는게 좋겠군요."
명심하십시오! 점창파같은 구파일방, 오대세가. 그리고 그에 준하는 문파들은 현대로 치면 삼성, 포스코, 현대, 한화, SK, 두산, 마이크로소프트, 화웨이, 노키아 같은 재벌이나 기업입니다! 그리고 운휘가 있는 곳은, 점창파의 본문. 즉 대기업의 본사와 같은 곳입니다.
점창파의 일원도 운휘를 정중히 내보냅니다...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도적무리가 날뛰는데 무림 문파라는 것들이 나서지를 않는다니! 아니 도대체 왜!?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요?
***
"......"
안해! 안한다고! 운휘는 한숨을 내쉬며 점창파 밖으로 나왔다.
그래 수련이나 하자! 수련! 물의 호흡!
***
현대인의 감성으로 바라본 무림은 너무나 어려운 것입니다...소설에서 보니까 다 지들 알아서 막 맘대로 하던데 대체 왜....
10%를 달성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사람들을 같이 모아서 도적무리를 처리하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은 법과 경찰이 지켜주지 않으며, 자력구제와 복수가 합법으로 인식되는 곳이니까요.
***
"..."
그냥 사람 모아서 가볼까... 힌트 감사합니다 스레주!
***
다시 산과 개울과 계곡과 강을 넘어서 원래 마을로 도착합니다!
다행히 아직 도적무리가 마을을 휩쓸지는 않은 것 같군요!
그렇지만 저번보다 훨씬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보입니다.
***
"......"
운휘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보았던 도적단의 규모를 사람들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습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도적을 물리쳐야 한다는것도.
"계속해서 착취를 당할것인가요? 아니면 맞서 싸울것인가요?"
***
마을 사람들은 나서지 않습니다.
칼을 찬 무림인 하나가 수십 수백명을 홀로 상대하는 세상입니다! 도적단을 치우려면, 운휘와 같은 무림인들이 필요합니다!
***
"......"
역시 무리였나... 운휘는 머리를 긁적이며 도적단 근처의 문파를 찾아갔다.
"근처에 도적단이 나타났으니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
근처에는 도적단을 견제할만한 크기의 무림 문파가 없습니다! 하기야, 있었으면 진작에 나섰을테지요...운휘는 난감함을 끌어안은채 고민합니다.
아니. 이걸 뭐 어쩌라는거야!
....하지만, 낭인들이나 협객이라고 하는 떠돌이 무인들이라면 어떨까요!
***
"협인이 좋겠지요..."
운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협인이 어디 있느냐고.
***
협객! 일단 운휘가 있습니다!
그리고.....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영업사원마냥 발바닥에 불나고 땀나고 까지게 뛰어다니십시오!
원래 영업사원이 그런겁니다!
지금부터 운휘는 도적무리를 처리하기 위해 최소 동급 세 명의 협객을 모아야합니다!
***
"..............."
이렇게 해서 돈 벌어야 하나.
그래 투자를 해보도록 하자. 운휘는 호사가를 찾으러 술집으로 향하였다.
***
돈.....옛날이나 지금이나.
무림이나 현대나.
돈 벌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떠들고 왔다갔다하는 술집을 찾아갑니다!
도박판과 술판, 그리고 약간은 더러운 광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뭐 드릴깝슈?"
점소이가 메다닥 달려와 묻습니다!
***
"음... 혹시 호사가로 이름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내고 싶은 소문이 있어서 그런데요...
***
"....음식은 안시키세요?"
점소이는 김이 샌다는 얼굴로 운휘를 쳐다봅니다. 그래도 일단 칼을 든 무림인이니까 무서워서라도 대충 안내는 해주는듯 합니다만, 친절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군요!
"음?"
혼자 의자 세개는 쓸 것 같은 거대한 사내가 술잔을 든 채로 운휘를 바라봅니다. 점소이가 안내해준 호사가인 것 같습니다!
***
"이 주변의 이야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여 찾아왔어요."
운휘는 빙긋 웃으며 호사가에 말을 걸었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나요? 물론 보수는 지급할 예정이랍니다."
***
흐음? 하고 그는 어깨를 으쓱입니다.
"한 번 들어나 보겠소이다만, 영 마음이 가지 않으면 하지 않을테니 알아두시오 어흠."
제법 거만을 떠는군요. 돼지쉑...!
***
"......"
역시 숙이고 들어오니 거만해지는구나. 운휘는 속마음을 숨기고, 표정을 숨기고 돈 주머니를 내밀었다.
"보수는 돈. 부탁은 소문을 퍼트려달라는 것이에요."
도적들을 함께 토벌할 협인을 여운휘가 구한다는 소문 말이에요.
***
흐음?
하는 소리가 듣기 조금 거슬립니다. 그는 동전을 세어보고는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곧 소문은 퍼질겁니다!
***
운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이후에 밖으로 나왔다.
수왕검공 수련!
***
90%!
수련을 한창 하고 있을 때 쯤 어떤 사람들이 운휘에게 다가옵니다!
앗!
소문을 들은 사람들일까요! 두근거리네요!
***
아, 조금만 늦게 오지. 운휘는 살짝 아쉬워하며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혹시 여운휘를 찾아 도적단을 토벌하러 오신 협인이신가요?"
***
"하하하. 그리 띄워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예, 도적떼 소식을 듣고 이 한 몸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여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런데...다른 이들은...?"
미안! 너네가 일빠야!
***
"아마도 곧 사람이 오겠지요. 여러분들이 가장 처음 먼저 달려오셨으니 협인중에 협인이십니다."
운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협인들을 띄워주었다. 그 이후 말을 잇는다.
"다만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는 하나 도적의 무리가 1,000에 근접하였죠..."
네, 100이 아닌 1,000입니다.
"부담이 되신다면 돌아가셔도 괜찮아요. 아무도 욕할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에요."
***
온 사람들 모두가 물러날 때 한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하품을 쩍쩍 해대는 3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배를 긁는군요! 어머멋! 남사스러워라! 어찌 함부로 배를 드러내고 그런담!
실력은...운휘보다 뛰어나거나, 동수로 짐작됩니다!
***
"...어..."
배를 긁적이는 여인의 모습에 볼을 붉히며 운휘는 시선을 돌렸다. 남사스럽게! 아, 이게 아니지.
"남아주셔서 감사해요. 저의 이름은 여운휘라 한답니다. 소협의 이름을 물어보아도 괜찮을까요?"
***
"...소협이라니. 좀 무례하시네요."
그녀는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면서 말합니다.
"아무리봐도 제가 더 무림 배분도 높아보이고, 나이도 더 많아보이는데 말이에요."
꼰대였습니다!
***
"...대협의 존함을 여쭈어도 괜찮을까요...?"
아, 첫번째 동료가 꼰대라니! 꼰대라니!
***
"수란이라고 불러주세요."
영희같은 이름입니다.
그녀는 운휘가 그렇게 대답하자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대답을 잘 해주네요.
그 사이 다른 사람들도 오고 있습니다!
***
"수란...예쁜 이름이로군요."
운휘는 빙긋 미소지으며 이름을 칭찬해주었다. 좋든 싫든 함께 싸워야할 인물인 것이다. 그러는 사이 새로이 사람들이 도착하였다. 운휘는 굳은 얼굴로 새로이 온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와주신 협인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희가 상대할 도적단의 규모는 1,000여명. 1,000여명을 상대하는 일이에요. 부담이 되시는 분은 물러가셔도 좋아요. 아무도 욕하지 않을테니까요."
***
껍데기는 가라!
놀랍게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떠나갑니다. 남은 이들은 보통 운휘와 비슷한 실력이거나 더 뛰어난 실력의 이들만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열 명이 모였습니다!
온 사람은 수백명이 넘었는데!
***
"보수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음에도 이렇게 모여주신 여러분들은 실로 협인중의 협인이십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띄워준 운휘는 재산 1단계에 달하는 돈을 그들에게 꺼내보였다.
"그러한 여러분들께 마땅한 보수가 있어야 하겠지요. 이 돈을 여러분들께 보수로 지급하겠습니다."
***
재산 1단계를 나누자 큰 돈은 아니지만 뭐 그럭저럭, 정도의 돈은 됩니다. 그들 중 몇 명은 흡족해하고 몇 몇은 불편해합니다.
"그깟 푼돈을 받자고 토벌에 온 것이 아니오. 어찌 의와 협을 중시하는 협객이 분기탱천하지 않을 수 있겠소?"
그러면서도 돈은 잘 갈무리해서 품 속에 집어넣는군요.
이것이 정파무림!
***
"그럼...가도록 하지요."
도적단 아지트로 향합니다.
***
열 명을 이끌고 도적단의 거처로 이동합니다!
그 곳은 어느새 더 증식해서 1000명은 더 넘겨보이는 도적무리가 보입니다.
...숫제 반군을 일으키는 수준이군요!
***
"그새에 더 늘어났네요...반군도 아니고 무슨..."
운휘는 한숨을 내쉬며 검을 뽑아들었다.
"혹시 스스로의 지략에 자신 있으신분 계신가요? 있으시다면 생각나시는 작전을 말씀해 주셨으면 해요."
***
다들 한가로이 대답합니다.
"뭘 계략을 씁니까? 정면돌파하면 되겠구만."
여러분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
"...그래요 정면 돌파 하죠."
운휘는 검을 들고 도적들의 거처로 뛰쳐나갔다.
"갑니다!"
***
운휘를 필두로 모두 단번에 도적무리를 향해 달려갑니다!
떙땡땡땡땡땡땡!
종소리가 사방팔방에 울려퍼지고 도적들이 각자 나름의 무기를 꼬나쥐고선 달려듭니다!
촤악!
가볍게 한 명을 넘기고 연이어 세명 네명을 쓰러트립니다! 운휘! 달리세요!
아직 멈출수 없다는듯 운휘 뒤를 따라왔던 동료들 중 하나는 도적을 베고 그 배와 어깨, 머리를 걷어차면서 공중으로 날아오릅니다!
하앗!
그가 공중에서 몸을 돌리면서 무언가를 쏘아내자 뒤에서 달려오던 도적놈들이 우수수 쓰러집니다!
...진짜 열 명으로 되겠는데요?
***
쓸어버립시다! 무브! 무브!
***
운휘는 열심히 칼질을 합니다!
한 번 휘두를 때 마다 최소 한 명이 죽어나자빠지거나, 쓰러집니다!
피잉!
적진에서 화살이 날아들고 운휘는 가볍게 쳐냅니다!
"크흠. 화살이 나오니 조금 거슬리게 되었소. 어찌 하시겠소?"
동료중 하나가 운휘에게 의견을 구합니다!
***
"일점에 집중해서 순식간에 뚫고가 궁수를 때려부수도록 하죠."
이것이 무림인의 작전이다! 절망편! 다 때려부수는게 작전인것이다. 운휘는 선로를 펼치며 앞길을 뚫기 시작하였다.
***
운휘는 선봉에 서서 사람들을 이끕니다! 고작해야 단 열 명!
열 명 뿐이지만, 천 명이 넘어가는 도적무리는 속수무책입니다!
반각의 반도 되지 않아서 순식간에 운휘는 활을 쏘아대던 놈들 앞에 도달했고, 창을 쓰는 무림인이 창을 휘두릅니다.
창이 휘둘러지자 마치 창이 여러개로 분신술을 쓰듯 늘어나면서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도적 수 명이 절명합니다!
"으아아아아!"
저 멀리에서 도망가려다가 독전대에게 잡혀 목이 베인 도적이 보입니다.
"우리가 백배는 더 많다! 싸워라! 이 머저리들아!"
***
"저희가 백배는 더 강합니다!!! 한번에 쓸어버리죠!!!"
적보고 사기 떨어지라는듯 내공을 담아 외친 운휘는 머저리라 외친 도적을 베려하였다.
***
순식간에 운휘의 다리가 움직이고, 검은 쏘아지듯 나갔습니다.
콱....!
"조장이 죽었어!"
툭...데구르르르...
누군가의 발치에 사람의 머리였던 것이 굴러 닿자 다들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
"추격하도록 하죠! 저들을 놔둔다면 언젠가 똑같은 불행이 벌어지고 맙니다!"
운휘는 내공을 끌어올려 저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절반은 여기에 남아 잔당을 소탕해주세요!"
***
5명은 남아 잔당들을 처리하도록 하고, 운휘와 남은 넷은 도망자들을 쫓기 시작합니다!
"잠깐, 소협! 저들을 굳이 꼭 쫓아가야할 필요가 있어요!?"
한 여성 무림인이 운휘의 옆으로 바짝 붙어와 묻습니다.
"저 사람들이 다 전문 도적일리가 없잖아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도적떼가 된 것일텐데...!
***
"...흐음, 그러려나요..."
운휘는 잠시 고민하였다. 팔랑귀 같으니라고!
***
추격은 포기합니다!
그러자 도망자들의 숫자가 대폭 증가합니다!
"훌륭한 선택입니다. 소협."
거한에 대머리 하나가 씨익 웃으며 운휘의 등을 툭툭 두들깁니다.
***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대머리?
대머리???
태클은 걸지 말도록 하자. 운휘는 모여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
도적단은 완전히 와해되었고, 운휘는 가볍게 마을로 돌아옵니다!
보상을 받을 차례군요!
***
보상 받으러 갑니다! 끼얏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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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단계 1단계가 증가합니다!
와!
거지상태를 벗어났습니다!
주민들이 다 운휘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합니다...!
***
재산적으로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지만 운휘는 뿌듯함을 느꼈다!
"수련이나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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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수왕검공 무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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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왕검공 수련! 노려라 5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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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성 제류수기 : 주변의 물에 내공을 불어넣어 단단히 만들 수 있다.
축하합니다!
***
아직 안끝났다!
수왕검법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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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내에 수련레스가 몇 개인지 모르겠군요! 엄청난 수련의 홍수입니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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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운]
- 그를 움직이게 하는건 뿌리깊은 분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음 구석 깊이 자리잡은 사마외도 세력들을 향한 분노는 항상 그에게 검을 만번 휘두르고도 한번 더 휘두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지금까지도 그에게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해 미친듯이 무에 몰두하게 해주었다.
그 결과 그의 무력은 뛰어난 속도로 발전했지만 아무래도 도가계열의 무공을 익히기엔 성정이 맞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무에 대한 천재성은 그가 익힌 무학이 요구하는 바를 꿰뚫을 수 있게 해주었기에 무의 증진에 필요하다면 간헐적으로라도 분노를 다스리고 제어하는법을 익히게 되었고, 적어도 무학을 위해서라면 당장의 화 정도는 참을 수 있게 되었었다. 수련중에는.
"후우..."
그렇기에 그는 지금도 수련중이었다. 복마심법. 마를 항복하게 한다는 이 심공은 공동파에서 가장 유명한 절학으로 강호사에 이름을 남겨왔다.
그리고 그 복마심법은 지금 가부좌를 틀고 앉은 소운에게서 발휘되어 소주천에 이은 운기를 행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복마심법의 구결을 외우며 운기를 계속하는 소운.
그는 조급하지 않았다. 마를 꿇게 만들기 위해선 당장의 혈맥을 뚫는 고통도 금욕의 괴로움도 참을 수 있었다.
'정순하지 않은 기운은 모두 내뱉고 오로지 천지의 신령스럽고 정통한 기운만 흡수한다. 느리더라도 상관없다. 철저히 순수하고 근원에 가까운 정도의 기운만 흡수하여 단전에 쌓을테다. 그렇게 쌓인 내 복마진기는 마를 위협하는 가장 날카로운 검날이 될지니.'
***
복마심법을 수련합니다!
숙련도가 20%가 되었습니다!
망나니에 전투광인데 실력까지 출중한 편인 소운.
그에게는 스승을 포함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습니다.
다들 멀찍이서 그래도 쟤가 무공은 참 잘해. 하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는 있군요!
이것이 고독....
***
하루의 첫 시작인 심법 수련이 끝났다.
역시나 아니나다를까 누가 아침을 먹자든지 아니면 수련을 같이 하자던지 하다못해 스승이라도 한번 들러서 가르침은 아니더라도 안부라도 한번 물을법도 한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깊게 큰 숨을 내쉬고 결연한 눈빛을 번쩍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는 소운.
"안오면 내가 간다, 스벌."
***
관백도사 언도심의 처소로 이동합니다!
똑똑똑.
"들어오거라."
살짝 높은 음색의 목소리가 들리고 소운은 안으로 들어갑니다. 영 못마땅해 하는 표정의 스승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무슨 일이더냐."
아아...이것이 망나니의 서러움...
***
"사부, 아침 문안인사 드리러 왔소. 무공과 부지런함이 반비례하는 사부를 위해 내 수련할 시간을 쪼개어서 왔으니 그 보상은 해주어야지 않겠소?"
그는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다면서 다짜고짜 좌 허리춤의 검을 검집째 들어 포권을 취했다.
"그렇기에 한수 가르침을 부탁드리는 바요! 사제간의 정과 사랑이 넘치는 진검비무 한판 내려주십쇼! 솔직히 사부도 내 성질머리때문에 골머리 썩는것 다 알고 있소. 허나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실력만은 좀 봐줄만 하지 않겠소? 하다못해 차후의 가능성이라도. 내 이 칼자루를 사마외도 그 개... 개과천선 못할 놈들한테만 휘두르겠다는 맹세는 무조건 지킬테니, 그 칼좀 더 날카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쇼."
***
"허."
스승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흔듭니다.
"그래. 네 녀석은 원래 그런 놈이었지. 내 마침 할 일도 없으니 잠깐 봐주도록 하마. 따라 나오거라."
언도심은 검을 들고 밖으로 나섭니다.
Undosim....
그는 검을 빼들고 까딱거립니다.
"어디 한 번 날뛰어보거라."
***
"하하하하하하! 원래 그런놈이라니, 무례한 문안인사에 그런 칭찬을! 역시 명문거파 공동파의 차기 장문인! 어차피 장문인은 언도심! 이라는 환호성이 귀에 벌써부터 들려오는것만 같소."
이내 천수검법의 기수식을 취한 소운.
그는 놀랍게도 검법의 기수식을 취하자마자 분위기가 전혀 바뀌어선 날카로운 예기를 온몸으로 뿜어대는것만 같은 기세를 보였다.
"망나니에게 날뛰어보라는것만한 말이 어딨겠소. 아주 최고의 명령이요, 사부."
말을 마치곤 단전에서 복마진기를 끌어올려 검에 덧씌우며 검기를 생성해냈다.
직격으로 맞는다면 대번에 명을 달리할만큼 위험한 절삭력이 부여되겠지만 그는 그의 사부가 지금 자신의 검 따위에 절대 다치지 않을 인물이란걸 알고 있기에 마음놓고 전력을 다하는 것이었다.
"존명!"
명을 따르겠다는 한마디 외침을 남기곤 그는 한껏 검기를 끌어올린 검을 화살쏘듯 뒤로 당겼다가 천수검법 2식의 보법을 밟아가며 검을 내질렀다.
전방 전체를 찔러내는 찌르기, 다름아닌 천수검법의 공전세였다.
그는 정확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찌르기를 내질렀지만 이 공격 한번에 스승의 옷깃에 닿을 생각은 없었다. 검에 검기를 싣기는 했지만 휘두르는 검격에는 전혀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몸의 근육들만으로 찌르기 동작을 정확하게 구현해내려 했다. 그래, 다시말하자면 이 공격은 철저히 허초인 셈이다.
허초 뒤의 실초가 있는 대신 그는 발상을 다르게 하여 허초를 내지른 뒤 틈을 타고 들어올 사부의 공격을 반격하는데까지 생각이 가 있었다. 그는 공전세를 내지르며 방전세의 운기경로를 따라 기운을 일으킬 준비를 미리 해두었다.
***
"스승에 대한 예의는 어디로 팔아먹은게냐! 이런 놈을 막내랍시고 들인 내 잘못이지...어휴...어휴우...!"
언도심은 답답하다는듯 가슴을 쾅쾅 치댑니다.
천수검법 - 공전세
휘익....!
빠르게 다가오는 동시에 찌르기. 매우 위협적임에도 언도심은 여전히 가슴을 쾅쾅치면서 내가 저런 놈을 왜 제자로 들였을까를 한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끝이 목을 노리고 날아갈 떄 쯤 목덜미가 싸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바로 그 때 이미 공전세에서 방전세로 자연스럽게 검을 이어가는 소운.
카아아앙!
검기를 담지 않았는데도, 소운의 검기와 맞부딫히고서 아무런 타격이 없는 보검입니다. 스승은 소운이 보지 못한 새에 꺼내든 검으로 머리카락을 노렸습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면서 계속해서 자세를 바꾸고 검을 휘두르면서 방전세를 유지합니다.
"이 망나니놈아."
언도심이 껄껄 웃으면서 가볍게 발을 몇 발자국 내딛습니다. 그 움직임을 눈치채고 소운이 옆으로 몸을 돌리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움직임을 쫓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시도는 좋았다만 아직 이 스승님에게 한 칼이라도 먹이려면 반백년은 이르구나. 천수검법의 3초식까지의 헛점은 너도 잘 알게다."
톡톡 건드리듯이 검을 움직이자 소운의 머리카락이 팔랑팔랑 잘려나갑니다.
"머리가 좀 길었구나. 앞머리를 좀 쳐주마."
삭삭삭, 비지땀을 흘리면서 어떻게든 스승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방어해보려 하지만 스승은 그런 소운을 농락하듯 소운의 바로 옆을 점한 상태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은 덤입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봐야만 합니다!
***
몇가닥씩 계속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에 그는 자칫 흐트러질뻔한 집중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실전이었으면 이미 목이 베였어도 몇차례는 베였다. 정신 차려라 소운 이 멍청한 놈아!'
그렇지만 지금 당장 그가 익힌 3식까지의 천수검법으로는 옆에 있는 상대의 공격에 대응할만한 수단이 딱히 없는게 현실이었다.
스승이 지적했듯 3식까지의 천수검법은 전방의 적을 상대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
지금 필요한것은 그의 임기응변. 어떻게든 3식까지의 천수검법으로 맞상대 하는 수 밖에 없으니 유연한 사고를 통해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것은..
"난 머리 자르기 싫소! 입문할때 두발을 규제한다는 얘기는 못들었으니 안자를거요!"
그의 앞머리를 자르기 위해 그의 기준으로 전방위에 놓여있는 스승의 검을 방전세로 쳐내는 것이었다.
이것에서 끝난다면 다시 돌아올 스승의 검으로 인해 도루묵이 될것이 뻔한 상황.
그에 그가 임기응변으로 떠올린 타개책은 '연환격' 이었다.
방전세의 검격이 주는 반동에 회전을 가미해 힘의 방향을 바꾸고 그 힘을 받아서 곧장 다음 검식에 사용하는, 몸에 무리가 꽤나 가겠지만 그냥 검식을 전개하는것보단 현저히 빠를 수 밖에 없는 검격.
***
"제법 재미있는 발상이구나."
소운의 검이 튕겨내듯 힘을 받아갑니다. 그리고 당연히 내공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몸에 무리가 갑니다.
팔이 뻐근하고 어깨가 빠질 것 같은 충격!
허리를 뒤틀고 억지로 발목과 다리의 방향을 바꾸면서 검을 휘두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빠른 찌르기!
터어엉....!
애석하게도 그 공격은 스승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몸을 돌리며 스승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서 언도심은 절묘하고 기묘한 수법으로 소운의 찔러오는 검을 위로 쳐버렸으니까요. 어떻게든 검의 위치를 제자리로 돌리려 하지만 스승은 어느새 소운의 손목에 검면을 가져다댄 상태입니다.
"자. 이렇게 하면 손목."
그 다음에는 검면을 목 옆에 가져다댑니다.
"이렇게 하면 목이구나."
허벅지와 종아리에도 한 번씩 검면을 가져다댑니다.
"이렇게 한다면 다리겠고."
심장과 배를 겨눕니다.
"이러면 목과 같겠지."
껄껄 웃으면서 다시 스승은 검을 거둬들입니다.
"마음이 급했다. 몸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억지로 초식을 바꾸려 한다면 그 흐름이 깨지게 된다. 조급해하지 말고 언제나 차분해야할 것이다."
언도심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있습니다.
***
"에이, 쓰앙... 그 말 명심하겠소. 뭔가 좀 알것같구만."
그는 사부의 친절한 가르침에도 모난말로 얼버무리고선 깨달은 바를 갈무리 했다.
방금처럼 육체의 균형을 깨가면서까지 시도하는 검격은 필연적으로 위력의 저하를 불러온다.
육체의 균형이 깨졌으니 정기신중 신이 엇나가 버림으로 당연히 정기신의 균형이 깨질것이고 그럼 자연스레 기의 순환도 문제가 생기며 집중되어있던 정신도 혼란스러워져 검격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찌 해야하는가?
가히 무림의 천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그의 의식은 그에대해 어느덧 답을 내놓고 있었다.
그 답은 정의 강화. 정기신이 균형을 맞추어 합일을 이루어야 한다지만 소운은 분명 개중에도 서열이 있을것이라 생각했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개중 정이 우두머리이며 신과 기가 동등하게 그 뒤를 따른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공이든 근육이든 정신이 명령을 내려야 움직이고 수행하는것 아니겠는가?
'강한 정으로 내기와 근육의 움직임을 모두 통제하에 둔다... 이게 답이 아닐까?'
그는 사부에게 목례를 살짝 취해 보이곤 홀린듯이 검을 들어 사부에게서 살짝 떨어져 방금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재현해보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압도적인 정신집중 속에 온전히 내기와 외공을 자신의 수발처럼 사용하며 방전세를 빠르게 전후좌후 사방으로 펼쳐내는 식으로.
***
"그래. 이만하면 충분히 가르침이 된 것 같구나."
스승 언도심은 옳다꾸나! 하고 검을 거둬들였고 소운은 가르침대로 몸을 움직입니다!
과연! 천수검법에 지대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천수검법의 숙련도가 80%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몸이 좀 피곤하군요!
***
"문안인사를 좀 격렬히 드렸더니 이거 아침부터 뻑적지근한게 좀 쉬어야겠구만. 사부는 나이도 있으면서 어찌 그리 정정하오? 참."
그는 검을 회수해 검집에 납검한 뒤 포권을 해 물러가겠다는 뜻을 보이곤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리곤 돌아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혀서 하는것은 다름아닌..
'피곤할땐 심법 수련이 최고지.'
복마심법의 운기.
방금전 비무에서 내공을 소모하기도 했고 육체적인 피로를 회복하는데에도 운기행공만한것이 없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어차피 사문 내에서 외톨이 취급을 자타의적으로 받고 있으니 누가 찾는이가 없다는것도 이 선택에 한몫 했다.
'검의 성취에 진전이 있는것 같은데... 쓰읍, 아직도 갈길이 멀었군.'
상당히 빠르게 검법이 늘고는 있었지만 그에겐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애초에 그가 목표로 하는것은 평범한 것이 아니기에 조금 비범한 정도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후우..."
그는 잡념을 떨쳐내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복마심법의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고 잡생각이 심하게 머무를때엔 심마의 위협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익힌것은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하는 명문정파의 심법.
그렇기에 심신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통일하는것엔 그만한게 없었다.
***
천수검법의 성취가 4성으로 오릅니다!
- 4성 천수검법 3식 방후세 : 보지 않고 등 뒤로 검을 이용해 후방 전체를 방어한다.
복마심법의 숙련도가 80%에 도달합니다!
***
여느때와 다름 없는 아침.
그는 일어나자마자 사부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고 오곤 심법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다음의 성취까지 얼마 남지 않은게 느껴졌기 때문에 다소 설레이는 마음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후우... 이걸로 한걸음 더....'
명백한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무공을 늘려나가는 소운.
언제쯤 그 목표에 가 닿을진 몰랐지만, 차근차근히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러지 않고선 너무 멀고 큰 목표에 지쳐서 원동력을 잃어버릴수도 있으니.
***
복마심법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4성 마기감지 : 마魔의 기를 지닌 사람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복마심법이 20%로 상승합니다.
***
소운은 성취가 오른걸 확인하자 마자 사부의 처소로 향했다.
"사부, 방금 복마심법의 성취가 4성으로 올랐소. 어제 검법의 성취도 4성으로 올랐으니, 솔직히 재능 하나는 알아줘야하지 않겠소?"
쓰으,,,읍... 이라는 누가봐도 욕지거리를 참은듯 보이는 입버릇같은 소리를 덧붙이며 말한 소운.
"그래서 말인데 사부. 솔직히 말하겠소. 칼잡이라면 누구나 검성이니 검황이니 하는것들을 노리지 않겠소? 그런데 난 그런것들이 아니라 다른게 되고 싶소. 지랄맞은 무림을 단칼에 베어버릴수도 있는. 검신이 되고 싶단 말이오."
그는 당차게 포부를 밝히고 나섰다. 중간에 섞인 욕만 아니면 조금 더 그럴듯 해보였겠지만.
"내가 개망나니같은 성격에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살아서 공동의 모든 인간들이 날 싫어하고 피하는것 알고 있소. 허나 아까도 말했듯이 재능만은, 그뿐 아니라 속에 담긴 불길같은 의지 역시 진짜배기란 말이오. 헌데 아무리 뛰어난 원석이라도 가만히 두면 알아서 가공되는건 아니잖소. 그 어떤 고생을 하건 피와 살을 뜯어내는 노력을 해야하건 상관 없소. 가르쳐주시오. 더 고되게, 힘들게. 수많은것들을."
꽤나 긴 말을 이어해서 그는 살짝 목이 말랐는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말을 이어갔다.
"특훈, 시켜주면 고맙겠소 사부. 차후 사부가 검신의 스승이라는 명성이 휘날릴수 있도록. 내 꼭 그렇게 되겠소. 쓰벌."
***
- [제갈사화]
- 부채를 느긋하게 펄럭이던 사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색이 제갈의 성을 물려받고, 제갈의 후계자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다 3번 외치며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
바로 며칠 전. 사마외도 호재필이 제갈세가를 뒤흔들었습니다. 전각 몇 개가 박살났고 담장들은 박살이 났습니다.
아직 치우지 못한 시체들. 굳어버린 피가 보이는 검은 땅. 날카로운 것에 잘려나간게 분명해 보이는 나무들. 부숴진 문지방과 대문.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까지.
사화는 이 참담한 일에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습니다.
"공자님."
아. 익히 아는 얼굴입니다. 할아버님의 수족인 인물인데 이름이...
"가주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사화는 곧바로 가주에게 이동합니다! 자리에 앉자 곧 제갈국이 방에 들어옵니다.
"왔느냐."
몸은 붕대로 칭칭 동여맸고, 팔은 부러지셨는지 부목을 대고 있습니다. 새로생긴 얼굴의 검상까지. 며칠 전의 격전이 매우 치열했음을 보여줍니다.
"다친 곳은 없고."
그는 무엇을 위해 사화를 불렀을까요?
***
사마외도 호재필이 제갈세가를 뒤흔들었다. 사화는 침음을 흘리며 참담한 광경을 눈에 담는다. 아직 치우지 못한 시체를 향해 묵념한다. 아직도 이곳에 머무니 어찌하렵니까. 부디 다음 생에는 평화롭기를. 극락왕생 하소서.
"..할아버님께서 저를...?"
할아버님의 수족. 누구더라, 사화는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허나 기억보다 전언에 응하는 것이 더 급할 것이다. 사화는 사붓하고 다소곳이 앉아 제갈국을 기다렸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사화는 공손히 절하고는 제갈국을 올려다보았다. 평온하던 사화의 표정이 금세 무너졌다. 호재필, 그는 어찌하여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인가! 사화가 눈을 내리깔고 공손히 답했다. 그 목소리엔 옅은 고통이 어려있었다.
"소인은 가주님과 가문원 덕에 운 좋게도 몸을 보존하였으나, 가문에 남겨진 상처가 통탄스러워 소인이 이리 무사한 것이 한없이 죄스러울 뿐이옵니다."
사화는 이윽고, 사슴같은 눈망울로 제갈국을 바라보았다. 무언이었으나 뜻은 분명하다. 어떤 이유로 자신을 불렀는가.
***
제갈국은 콜록콜록 기침을 하더니 사화를 쳐다봅니다.
"호북선가에 파견된 우리 원로들 둘이 죽었다. 그 쪽은 우리가 지원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장강검문이 문제다. 너도 알고 있을것이다."
사화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군소문파들을 제외하고, 그나마 정파라고 쳐주는 제갈세가의 든든한 세 동맹을 말입니다. 정파삼남단이라 일컬어지는 호북선가, 호남장강검문, 강서궁문이 그들입니다.
"사마외도 그 놈이 우리와 호북선가를 쳤다. 당분간은 우리가 함부로 장강검문을 구원하기 위해 움직이지 못할거다. 그것을 노린게야....놈은 금봉파를 앞세워 강서궁문과 호남장강검문을 밀려들게다. 허나 우리가 지금 그들을 도울 인력이 없다."
그러니.
하고 제갈국이 기침을 합니다.
"너가 가서 좀 도와다오. 홀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안타깝구나."
아니! 무림맹은 대체 뭐하고 제갈세가가 이걸 다 나서서 한단 말입니까!
"무림맹 놈들의 도움따위는 기대치 말거라. 소림과 무당을 제외하고 모두 자기잇속 챙기기에만 바쁜 족속들이니. 다행히도 남궁과 화산이 조금 도움을 주기로 했다. 대신...클클...혼담을 제의받았다."
그 혼담은 필시 사화가 목표일겁니다.
"너무 걱정은 말거라. 이 할애비가 너가 싫다는데 마음대로 하겠느냐? 허나 그들의 도움을 받게 될 터. 너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으렷다."
당혹스럽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해줄 수 있겠느냐."
***
원로 둘이 죽었다! 사화는 사슴 같던 눈망울을 크게 뜨며 저도 모르게 입을 작게 벌렸다. 호재필, 그는 얼마나 더 많은 피를 이 무림에 흩뿌릴 생각인가!
그가 호북선가와 제갈세가를 쳐 장강검문을 구원하기 어렵다. 이대로 두면 강서검문과 장강검문을 밀고 사파가 호북을 치고 올라올 터다. 사화는 이야기를 듣곤 조심스레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사화의 눈과 입이 요요히 휘었다.
"…호재필이 사마외도의 길을 걸어 머리까지 외도하였을줄 알았건만, 꽤나 머리를 쓴 것 같군요."
사마외도 없는 곳에서 하는 사파 뒷담이 제일 재밌다. 헌데, 홀로 보낸다? 사화는 잠시 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무림맹은 이름 뿐이었구나. 이 또한 호재필의 계략인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가. 사화의 눈꼬리가 애처로이 휘었다.
"소인은 괜찮습니다. 후계가 아닌 손자의 입장에서 할아버님께서 제가 없는 동안 부디 무리하지 아니하시고 존체를 보존하시길 바랄 뿐이나이다."
사화의 공손함도 여기까지였다. 온화하던 얼굴이 점점 붉어지더니, 사화는 맙소사. 하고 운을 떼었다.
"무림맹이 돕지 아니하고 제 잇속을 채우는 것은 알았으나, 그, 그, 호, 혼담이라니...할아버님, 무..물론 혼기가 다 차긴 했지만 도움을 대가로 혼담이라니, 이건 조금 당혹스럽사와요..소인의 순정은 꽃이 만발한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우연치않게 만나 첫눈에 반....아니, 아닙니다..."
사화는 결국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화끈거림을 식히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붉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사화는 이내 얼굴에서 손을 떼고, 공손히 절했다.
"제갈과 무림을 위한 일인데 어찌 소인이 거부하겠나이까."
***
"고맙구나."
제갈국은 인자한듯한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사화는 저게 꾸며낸 미소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님은 일평생 살아오신대로 습관처럼 손자에게마저....저런 정치적인 표정을 보이십니다.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럼 지체할 시간이 없겠구나. 우선 장강검문으로 떠날 채비를 하거라."
사화는 바로 호남장강검문으로 떠날 수도 있고, 다른 준비를 하기 위해 잠깐 세가에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인자한 미소, 허나 저것은 꾸며낸 미소임을 사화는 잘 알고 있었다. 일평생의 습관은 무서운 법이니.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할아버님께서 그동안 시달린 것이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할테다.
사화는 조아렸던 머리를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방을 조용히 나오며 사화는 쓴 미소를 짓는다. 이제 자신은 호남장강검문으로 떠나야 한다. 사화는 방울을 챙기기 위해 제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난세로구나."
서늘하게 혀를 찬 사화의 얼굴엔 온화한 미소가 만연했다. 당연하다. 이럴수록 기회가 아니겠는가. 제 세력을 늘려 제갈세가의 든든한 뒷배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
***
사화는 이것저것 체크해봅니다.
내공. 문제 없습니다.
몸상태. 문제 없습니다.
무기. 문제 없습니다.
식량. 아 빼먹을 뻔 했군요. 혹시 모르니까 챙겨둡시다.
돈. 문제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모. 음. 오늘따라 더 훌륭합니다.
사화는 여비를 챙기고 이것저것을 준비합니다. 사화와 함께 갈 인원들도 뽑혀있는지 준비한 상태입니다.
호남장강검문으로 떠나시겠습니까?
***
내공도, 늘 골골대던 몸의 상태도, 무기도...
"간단히, 오래 먹을 것을 준비하거라."
"알겠습니다요."
식량도...돈도...사화는 마지막으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오늘따라 더욱 빛이 나는 것 같구나..이리 아름다운 얼굴이 정녕 선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도련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고얀 놈. 먼 길을 떠나는데 걱정해주지 못할 망정."
사화는 같이 갈 인원 또한 점검하곤, 이내 마지막으로 시체와 굳은 피가 적셔진 땅을 바라보았다. 대문 밖을 나서는 사화의 표정은 짐짓 비장해보였다.
***
사화와 일행들은 호남장강검문으로 길을 나섭니다!
한창 열심히 가던 길에.........고갯길이 소란스럽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사화는 궁금해진 나머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쳐다봅니다. 그러자 웬 놈들이 길을 막고있습니다.
"넘어가려면 통행세를 내란 말이다! 통행세를!"
서른 가까이 되는 인원입니다. 그들은 농기구와 병장기를 반반섞어 무장했습니다. 지나가던 보부상들은 아닌밤에 홍두깨를 맞은듯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보부상들의 인원수는 일곱 정도. 그들도 일반인 치고는 한 싸움 한다는데 수에 밀려서 그런지 대치만 하고 있습니다.
숲을 건너가려면....훨씬 늦어질겁니다. 사화는 한숨을 내쉽니다.
딱 보니까 녹림의 사람들은 아닙니다. 녹림의 고수들은 저렇게 저열하고 품위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봤자 사파지만요.
사화에게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1. 무시한다.
2. 사화가 직접 나선다.
3. 수하들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
고갯길이 소란스럽다. 사화는 고개를 내밀어 무슨 일인지 쳐다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시정 잡배로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녹림은 사파지만, 저리 저열하진 않다. 오히려 그들의 노략질은 무림맹이 감탄하고 잇속을 채우려 할 때 배워야 할 정도다. 보부상은 수에 밀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구나. 어떻게 해야할까? 사화가 슬쩍 눈을 굴려본다. 일곱 명의 보부상을 지나쳐 숲을 건너가기엔 늦고, 더군다나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제 성정이다. 저자들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나! 온전히 수하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은..
"시정 잡배라 하여도 무시하여선 아니되는 것이 중원이 아니겠습니까. 내공이 아무래도 부족한 자라 이래저래 불안함이 많으니,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나이까."
사화는 제 주변의 수하를 둘셋정도 지명하며 멋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혹시 몰라 방울을 소맷단에 숨긴 사화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나섰다.
"통행료는 얼마면 되겠습니까."
***
양아치들은 사화가 나서는 것을 보고 인상을 팍씁니다.
잘생긴 놈이라서 기분이 나쁜걸까요?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사화의 옷에 새겨진 제갈사화의 문양을 알아봤는지 눈을 크게 뜹니다.
툭툭. 그가 동료들의 팔꿈치를 건드립니다.
......
"하...하하...제갈세가의 분들이신지는 몰랐습니다...통행료는 필요없으니 지나가시지요...."
양아치들은 곧바로 태세를 전환해 허리를 굽힙니다. 보부상들은 이를 갈고 있군요. 저들은 통과할 수 없나봅니다.
그냥 지나갈까요?
***
눈치는 있는 녀석들인 것 같다. 사화는 주변을 살폈다. 허리를 굽히는 양아치와 이를 가는 보부상.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사화는 느긋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물어본 통행료는..."
사화는 보부상 쪽을 바라보곤, 다시금 양아치를 흘겨보았다.
"저 분들은 제갈세가에서 먼저 출발한 일행이나 제가 합류가 늦었습니다. 저 분들도 데려가야 할 것 같군요."
***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보부상들은 당황하면서도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반대로...양아치들의 표정은 썩어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 하나 나서서 뭐라고 하려하자, 동료들이 제지합니다. 이 근방은 아직 제갈세가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
관보다 무림의 영향이 강한 중원에서 제갈세가의 비위를 함부로 거스르는 미친놈씨는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길을 비킵니다.
사화는 보부상들과 함께 고갯길을 넘어갑니다! 넘어가고 양아치들이 보이지 않자 보부상들은 하나같이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들은 나중에 언젠가 자신들이 꼭 제갈세가에 도움이 되겠다며 감사인사를 몇 번 더합니다. 그리곤 헤어집니다.
보부상들 사이에서 제갈사화의 평판이 살짝 올라간 것 같군요.
사화는 기분좋게 발걸음을 옮기고...장강검문에 도착합니다!
***
제갈세가의 영향이 미치는데 어떻게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까. 사화는 보부상을 데리고 고갯길을 넘어가며 그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쓸데없이 피를 보고 싶진 않았으니까.
"도움이 되었다니 기쁠 바 그지 없습니다. 부디 조심히 가시길 바랍니다."
보부상에게 감사인사를 듣고난 사화는 그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나 더 걸었을까. 장강검문에 도착한 사화는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곤, 대문을 두드렸다.
***
도착한 뒤 사화는 문을 두들깁니다.
묘령의 소녀 하나가 나오더니 사화를 보고서 잠깐 몸이 굳습니다.
사화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소녀는 붉어진 얼굴로 인사를 합니다.
"호남장강검문의 제자인 권...담설이라고 합니다..."
옥골선풍의 힘은 개인적인 미의 기준과 취향마저도 뒤흔들 수 있는 힘.
함영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담설이라도 가슴에 방망이질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외모입니다. 사화는 익숙한듯 담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갑니다.
"어서오시오."
그 곳에는 문주가 앉아있습니다.
"제갈세가에서 이리 와주시니 기쁘구려."
사화는 이제부터 이 곳에서 진법을 개량하고, 지키고, 보완해야할겁니다.
***
"제갈세가의 제갈사화라 합니다. 호남장강검문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인사를 하고나서 본 소녀는 어째서 굳어버린 것인지. 사화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시간이 지나고, 붉어진 얼굴로 소녀가 인사를 하자 사화는 그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는지 미소를 지었다. 안내를 받고 얼마나 걸었을까, 문주를 마주한 사화는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제갈세가를 늘 도와주시는 정파삼난단 중 호남장강검문의 문주님을 뵙습니다. 소생은 제갈사화라 합니다."
사화는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진법을 개량하고, 지켜야한다. 보완해야 할 진법은 무엇일까?
"제갈세가를 도와주신 만큼, 저희도 당연히 도와야하는 법이니, 소생이 손을 대야 할 진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련지요?"
***
"얼마전...금봉파에서 습격이 있었소. 진법을 훼손하고자 했었는데 절반은 성공을 이루었지."
문주는 한숨을 내쉽니다. 간신히 물리치기는 했지만 모욕을 당한데다가 진법도 손을 봐야할 정도로 위태위태한 상황. 다시 한 번 금봉파가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진법을 좀 봐주시겠소? 우리는 진법에 문외한이라 무엇이 문제라 진법의 효과가 약해졌는지 알 수 없다오."
금봉파의 습격 때문에 진법이 발동되었고, 그 과정에서 금봉파의 수작질로 인해 진법에 약간 손상이 간 것 같습니다.
사화는 진법을 살펴봅니다!
으흠......
보아하니, 진법을 구성하는 기물 역할을 해주던 전각들이 무너졌거나, 피해를 입어 진법의 힘이 약해진 상황이군요!
***
"금봉파에서...."
사화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정을 듣는다. 금봉파에서 습격이 있었다니, 호재필은 이걸 노린 것인가. 어찌 이리 잔인하고도 극악무도한 일인가.
"물론입니다. 진법은 당연히 봐드려야지요."
사화는 부드럽게 웃고는 진법을 살피러 갔다. 살펴본 진법은...아하. 사화는 눈썹을 늘어뜨리며 어떻게 해야할지 말을 골랐다.
"이런...."
피해를 입은 건 어떻게 할 수 있지만...사화는 고칠 수 있는 진법은 고치기로 하고, 일행으로 따라온 자에게 물었다."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다른 진법 또한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
사화는 진법을 손보기 시작합니다....!
수준이 높은 진법...하지만 손도 못댈 정도의 어려움은 아닙니다.
한 동안 땀을 흘리며 진법을 손보자, 지금까지 익혀왔던 팔령진에 대한 이해도도 상승합니다!
팔령진의 숙련도가 78%가 되었습니다.
***
수준이 높다. 사화는 수준이 높은 진법에 감탄했다. 언젠가 자신도 이렇게 수준이 높은 진법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계가 있다고 해도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진법을 손보던 사화는 팔령진에 대한 이해 또한 늘어가자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정도면 되었을까. 사화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손댈 것이 있을까?
***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당분간 진법은 문제삼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사화는 새로운 할 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문주와 대화
2. 아까 얼굴을 붉힌 소저와 대화
3. 평범한 제자와 대화
4. 소문수집
***
충분하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사화는 고민하다 다이스 갓이 계시를 내리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 얼굴을 붉힌 소저와 대화하라니. 이름이..권 담설이었나. 사화는 괴전파에 발길을 맡겼다.
"실례합니다, 소저. 혹 대화가 가능하련지요? 아무래도 호남장강검문에 실제로 오는 것은 처음인지라..."
설명이 필요하여.. 사화는 눈을 내리깔며 조신하게 웃었다.
***
"아....아...네."
그녀는 당황했는지 귀가 벌개졌습니다.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그렇다고 정말 무엇이든지 물어보면 안되겠지만요! 무엇을 물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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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붉어진 모습에 사화는 옅게 웃었다. 무엇이든 물어보라 하였지만, 사화가 원하는 것은 정해져있었다.
"호남장강검문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다른 세가나 무림맹의 도움은 없었는지 또한."
민감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부탁드립니다. 사화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잇속을 채우려 드는 무림맹의 도움이 없다면, 필히 제 뜻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는가.
***
"...최근의 일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진행에 나온 적이 있으니 한 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절대 스레주가 다시 쓰기 귀찮아서 그런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진짜에요! 믿어주세요!
아...안믿으면 해삼!
"다른 곳에서의 도움은 없...아 최근에 남궁세가에서 도움을 주러왔습니다. 두 분이 와주셨지요."
한 사람은 초절정의 무인이더군요. 정말 크게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무림맹이나 다른 세가의 도움은...원래 정파삼남단과 제갈세가 말고는 없습니다."
화산파는 강서궁문으로 갔으니까요.
"금봉파와의 대립이 심해지던 차에, 금봉의 우호법이 운이 좋았는지 제자 몇몇만 이끌고 이 곳을 타격했습니다. 밤중의 기습이었고 진법을 노린 것이었죠. 제가 맞서 싸웠지만...쉽지 않더군요. 밀리고 난 다음 모욕까지 듣고 진법도 반 정도 부숴진 상태로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아들이...크게 부상당해서 돌아와 둘째를 그 곳으로 보낸 상황입니다."
현재 장강검문의 상태는 이 정도로군요!
***
남궁세가라면...알 것 같다. 두 형제일터지. 사화는 마저 이야기를 듣곤 슬픈 표정을 지었다.
"무림맹의 도움이 없었다니, 개탄스럽습니다."
잔인하지 않습니까. 사화는 마저 이야기를 듣고는, 결심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버텨주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힘든 싸움이었을 터인데..잘 버텨주셨습니다. 혹 제가 더 도울 일이 있으련지요, 소저."
제갈세가는 호남장강검문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
"저...는 아직 어리고 미숙해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지금 제 큰 오라버니가..."
사정을 들으니, 소문주가 한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 같습니다!
이런...사화는 의술에 조예가 없는데 어쩌죠.
다른걸 물어봅시다!
"저는 그 이상은 모릅니다. 더 자세한건 아버지가 알고 계세요."
더는 이 소저에게 물어볼 것이 없겠군요!
***
이런, 사화는 의학적인 조예가 없었다. 사화는 안타까운 일이라는 듯 눈을 내리깔고 도와주지 못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을겁니다, 소저. 모두 잘 될 겁니다..."
위로를 해주고, 사화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고개와 허리를 정중히 숙였다.
"알겠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어 감사합니다."
그렇다면....이제 남은 것은.
***
사화는 문주를 찾아갑니다!
"무슨 일이시오?"
무엇을 물어볼까요?
***
- [백호연]
- 아침 햇살에 호연은 눈을 뜹니다. 가벼운 세안을 마치고 옷을 걸칩니다. 허리춤에 검을 매다는것으로 외출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어디로 가볼까요? 호연은 발걸음을 옮기다 고서점을 발견합니다. 고서점이라... 혹시나 검법과 관련된 서적이 있을까 싶어 호연은 고서점에 들어가봅니다.
"실례하겠습니다."
***
호연은 고서점에서 무공비급을 찾아봅니다.
......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역시 쉽사리 발견되지는 않는군요..."
호연은 한숨을 내쉬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뒤적여 본다면 무공서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호연은 처음부터 다시 책장을 뒤적이기 시작합니다.
***
무공서적을 다시 찾아봅니다!
........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고서점이든 어디든 무공비급이나 서적은 찾기 어렵다는게 오늘로 세번째 증명이 되었습니다.
***
- [이서화]
- 집을 떠나서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미리 어디로 갈 지, 어떻게 내려갈지, 그리고 이 비급에서 말한 것 처럼 해남으로 내려가는데 얼마나 걸릴지 등은 거의 다 계산을 끝내놓았다.
처음으로 집 밖에서 맞이하는 밤과 밤하늘, 그리고 아직도 수도권이여서 그런지 나를 알아보는 좀 많은 사람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일을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지 그러니까 세상 유람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가족들의 친구분들의 대화 등등등.
계획보다는 많이 가지는 못했다만, 일단은 오늘 이 객잔에서 머물고 가기로 하자. 자리에 앉아서 운기를 게속한다.
검술을 숙련하기에는 공간도 많이 필요하고 민페일 터이니 일단 심법부터 어느정도 수련하고 시작하도록 하자.
***
여러분의 이야기가 시작한 지금은 첫번째 봄. 하남의 한 객잔에서 서화는 조용히 운기를 합니다.
음...후...하...음...후...하... 남해용왕심법의 구결을 따라 내공을 움직이고 호흡을 통해 강약을 조절하니 무언가 움직임이 보입니다.
서화 스스로가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림 전체를 찾아봐도 대단하다고 인정받을만큼 뛰어난 기재. 그것이 서화입니다.
놀라운 오성이 서화의 수련을 돕습니다. 남해용왕심법 전반부의 숙련도가 5% 상승했습니다.
그렇게 수련을 하기를 한참.
"선생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객잔의 점소이가 방문을 똑똑 두들기고는 손님이 왔음을 알립니다.
***
"네 누구신가요? 나가보겠습니다. 잠시만."
뭔가 좀 지난 시간대에 일어났던 해프닝이 있기에 조금 경계합니다, 분명 따라올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대비를 해야겠지요.
검을 챙겨들고 편하게 있던 자세에서 몸을 약간 긴장시킵니다. 그 책에 있던 내용 그대로, 뭔가 고양되는 기분을 뒤로 하고 문을 열려고 합니다.
***
문을 열자 눈에 살짝 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좋은 아침이외다."
어색하게 웃고 있지만 그게 진짜 미소라는걸 알게 된지는 며칠 되지 않은 사람. 주작단주 조성팔입니다.
"이거 내가 수련하는데 방해라도 한건 아닌가 모르겠소."
잘 알고 있군요! 아니 잠깐! 어떻게 알아낸거죠?
"놀랐다는 표정이오만, 이 쯤 되면 기의 잔향을 통해 다 아는 방법이 있다오."
여전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합니다.
"음...'그 심법' 을 수련한게요?"
남해용왕심법. 남해검문에 관심이 많은 그가 찾아온 이유는 역시 그것이었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이미 어느정도 조사를 하셨다면 알고 있으시겠죠."
그리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어짜피 알 사람은 어느정도 알 검법이기도 하고, 저 분이 말한 그대로, 기의 잔향을 감지하면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강한 물의 기운이 들어있는 신공인지라, 눈치채기도 엄청 쉬울겁니다 아마.
"그렇게 방해는 되지는 않았습니다, 거의 다 정리되가는 상황이라서. 어느정도 이 선에서 끊고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였죠."
약간 웃으며 대답합니다, 워낙 사람관계가 없이 자라왔기에 좀 이런 감정표현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러고보니 무엇때문에 오신건가요? 이 검법에 관해서인것입니까?"
***
"대단한 일은 아니외다."
크흠. 하고 그는 뭔가 눈치를 줍니다.
"손님이 되어서 함부로 주인 방에 들어갈 수도 없고...크흠...이것 참...목이 조금 마른데...어흠...다리도 좀 아픈듯 하오. 나이가 먹으니 그러는 것이지...커험..."
서화는 대충이나마 눈치채고 그를 방 안으로 들입니다. 문이 닫히자 그는 자연스레 자리에 앉습니다. 차도 내와야겠군요.
"소협은 남해검문의 후인 아니겠소. 그래서 내 제안을 하나 하고자 왔소이다. 소협에게도, 무림맹에게도 도움이 될 제안이지."
감이 잡힐듯 말듯 합니다.
"어디, 무림맹에 들어오시는 것은 어떻겠소?"
***
"무림맹이라....."
잠시 생각을 해 봅시다, 무림맹에 들어가면 일단 좋은 점은 많을것 같습니다만, 저에게는 이루어야만 하는 목적이 존재하죠.
"죄송하지만 그러기에는 좀 많이 힘들듯 합니다....."
말꼬리를 길게 늘입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저에게는 그리고 저에게 유지를 보낸 남해검문 분들의 이야기를 이어야만 해요.....
"그, 제가 처음에 이 비급을 읽었을때 저는 한 가지 맹세를 했습니다. 다시 남해검문을 살리겠다고요. 다시 남해검문이 해남의 종주검문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맹세를 했습니다, 그럴려면 결과적으로는 해남으로 내려가야만 하고, 저는 어디에도 묶여있을수가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럴려면 어떠한 시련이 있는지도, 무엇보다도 흑도가 점유한 장강 남쪽으로 내려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며, 최소한 화경의 고수가 되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지만. 무림맹이라는 이름에 묶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결국 내려가야만 합니다."
단호하지만 정말 미안하다는 느낌이 몸소 전해지는 말투로 나는 대답합니다.
***
"허어."
조성팔은 안타까운듯 탄식을 내뱉습니다.
"소협 혼자서 어찌 그런 대업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무릇 큰일을 도맡아 하려면 도울 사람들이 있어야하는 법일세. 홀로 해남까지 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호남의 흑천성주가 그대를 살려서 내려보내겠는가.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다시 한 번 물어보는군요.
***
"음......그렇지만 바로 내려갈 계획도 아니여서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자신도 바로 장강을 돌파한다는 계획을 새웠으나, 사실상 이 계획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계획을 크게 수정해야만 했던 기억이 납니디.
"무림맹이라는 것 자체가 조금 제가 움직이는데 방해가 될 듯 해서 그렇습니다. 뭣보다도 부모님과 맹이나 이런 대규모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여행을 하라는 것을 전재조건으로 무림에 나와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마 알 사람은 어느정도 다 알 사실입니다, 사실상 저, 그러니까 이서화는 무림에 출도했다기 보다는, 여행 그러니까 유람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무림에 나온것이니까요. 무술은 호신용으로 배웠는데 일이 커진것이고요
"결국 저 혼자 다니는것이 최선일듯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 [예해령]
- 꿈뻑, 하고 그대는 눈을 떴다. 몽롱한 빛이 감도는 검은 눈이 향한 곳은 하늘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대는 큼지막한 하품을 내뱉었다.
그마저도 흉하다기 보다는 귀엽다는 평이 나온다. 그대는 졸린 눈가를 비비고 일어섰다.
팔을 쭉 펴 기지개를 키고 잠을 자느라 찌뿌드드해진 몸을 풀었다.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나무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낮잠을 잤다.
그것 만으로도 그대는 만족했다. 잠을 잘 만큼 다 잔 지금은, 할 일은 되새기고 있었다. 딱히 없었지만, 부탁 받은 일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춤에 매달린 두 자루의 단창을 흔들거리며 그대는 고개를 한 쪽으로 천천히 기울였다. 머엉 하게. 응. 딱히 없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저 걷기로 했다. 잠을 깰 겸해서.
***
해령은 저잣거리를 거닙니다. 이곳은 하북의 한 저잣거리. 길을 걷기 시작하자 어염집 처자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면서 해령을 쳐다봅니다.
어린 소녀들은 흘깃흘깃 쳐다보다가 자기들끼리 신나서 꺄르르 웃어댑니다.
양꼬치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길래 잠깐 들러 킁킁 하고 냄새를 맡아보니 풍채가 좋으신 아주머니가 얼굴을 살짝 붉히시며 서비스로 양꼬치 두개를 손에 쥐여줍니다.
역시. 잘생긴 놈들은 죄다 죽어야...아니지. 사람은 잘생기고 봐야합니다. 남자들은 딱히 관심 없는 것 같습니다. 간혹가다가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요.
그렇게 산책을하며 돌아다니는데 기시감이 듭니다.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며칠 전부터 계속 보이던 소녀가 눈에 띕니다.
모란꽃을 수놓은 백의에 짙은 눈썹. 허리까지 오는 긴머리. 빗질도 잘 되었는지 정돈되어 있습니다.
윤기도 흐르는 것이 부잣집에서나 쓰는 무언가를 쓰나 보죠. 키는 150중반 정도. 손등의 흉터가 조금 걸리지만 하얗고 이쁜 손입니다.
만지면 말랑말랑할 것 얼굴. 볼은 옅은 화장을 했는지 발그레합니다. 아, 화장이 아닐 수도? 큰 눈동자가 내려간 눈매가 순한 인상입니다.
해령이 쳐다보자 그녀는 수줍은듯 고개를 훽 돌리고 몸을 숨길 곳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해령이 진짜 고개를 돌리게 만든 원흉이 서있습니다.
큰 키에 짙은 눈썹과 조각같은 얼굴. 약간의 잔주름이 그의 나이가 젊지 않음을 보입니다.
거기에 단단하고 돌출된 태양혈. 며칠 전 부터 계속 해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고수의 시선입니다.
***
그대여 아름다워라. 그대가 지나칠 때면 여성들이, 그리고 일부 남성들이 그대에게 시선을 둘지니. 그대여 아름다워라.
그저 지나쳐가던 양꼬치 집에서 호의를 받게 될 정도이니. ....물론 이런 게 마냥 이득이지 않다는 걸 그대는 알고 있었다. 라기보다 알게 되었다.
며칠 전부터 자신을 향하던 시선이 두 개. 하나는 여인. 긴 머리에, 하얀 피부. 모란이 수놓아진 백의가 잘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언뜻 봐도 좋은 집 태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열이라도 나는지 얼굴이 발그레한데, 이게 고뿔인지 아니면 상사병인지는 상상의 나래에 맡기면 될 것이었다.
일단, 그대의 시선이 향하자 몸을 숨길 곳을 찾는 걸 보면 부끄러움 많은 성격일 것 같긴 하다.
"........"
느긋하고 나른한 그대도, 일단은 정파의 무림인이었다. 왜 갑자기 이 얘기를 하냐면, 남은 한 시선이 무림인으로써의 그가 경종을 울리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키, 짙은 얼굴에 미모. 주름이 좀 져있지만, 나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중년의 미를 더해주는 느낌이 드는 한 사내. 분명 고수였다.
그것도 보통 고수가 아니었다. ..물론 경종이 울린다고 당황하거나 놀랄 그대는 아니었지만, 등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던 그대는,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제게 볼 일이 있으십니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
"하하하."
그는 말없이 웃습니다. 그의 등 뒤에 숨은 소녀는 남성의 소매를 잡고 당깁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걸 보니 서로간에 통하는 암구호라도 있는걸까요? 남자는 자세히 해령을 뜯어보더니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별 건 아니고. 나는 이 근처에 사는 팽 모라 하네. 자네 혹시 결혼할 생각 있는가?"
상남자특. 노빠꾸 직진으로 물어본다.
"너무 당황하지는 말고! 하하하하하!"
소녀의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아마 이 남자...집에 돌아가면 등짝을 세게 얻어맞지 않을까요?***
"...예?"
예? 네? 그대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잠시 동안 생각했다. 충격이 이연타로 들어왔는데 아무리 그대라 해도 평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팽 모요? 팽가요? 오대세가요? 그런 사람이 자신을 며칠동안 봐왔다는 사실에 그대는 잠시 정신을 놓을락 말락 했다.
그리고 이후에 직구로 들어온 제안이랄지 뭐랄지, 그건, 어, 음. ...그대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멍을 떄리는 수준에서 끝냈다.
너무 당황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불가능이란 건 알고 말하는 거겠지. 주먹을 꽉 쥐어 손바닥을 누른 그대는 눈을 감았다, 뜨고서 말했다.
".....아직 결혼 생각은 없습니다."
뭐랄까, 더 말했다가는 내일 그대는 무덤에 있지 않을까...
***
"그러한가?"소녀의 고개가 더욱 푹 숙여집니다. 실망한걸까요?
"하하하. 훌륭한 선택이네. 내 조언을 하나 하자면 말일세."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습니다. 목울대는 움직입니다. 어? 뭐죠? - 전음일세. 남자라면 반드시 기억해야할 충고이니 잘 새겨듣게.
해령이 생각하고 있는 그 오대세가의 팽씨라면 정말 대단한 조언을 해줄게 틀림없습니다. 소녀도 무슨일인지 궁금해서 고개를 살짝 드는군요.
- 언젠가 연애를 하게 된다면 말일세. 이 사람이다 싶은 위기가 오네. 그 때를 잘 참게나? 내 용돈이 한 달에... -
"여보!"
전음은 끊기고 대단한 적을 앞둔 것 처럼 진지한 얼굴을 했던 팽 모도 당황했는지 두리번거립니다.
옷주름을 잡고 있던 소녀는 반가운 기색을 띕니다.
"난 오늘 아무말도 안한거네. 알겠는가."
그의 안색이 창백합니다.***
그대는 지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기에,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기를 선택했다.
오대세가의 팽씨가문의 사람이기에, 어떤 조언을 해줄 지 기대했는데.. ..그 오대세가의 팽씨도 결국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 사실을 얼결에 깨닫게 된 그대는 그저 고요히, 입을 다물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같은 남성으로써 어찌 안쓰러운 마음이 안 들까. 팽 모가 해준 조언은 그대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남은 인새에 대한 뼈있는 말이었다.유구한 전통이기도 하고. ..아마 그대도 나중에 비슷한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는 그 말을 들었는데, 실패했다고 하는 미래가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일단 그대는 그렇게 대답한 뒤 몸을 돌렸다. 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앞에 있는 팽 모의 부인일 게 분명하다.
***
대단한 미인입니다! 어린 소녀가 좀 더 이뻐지고 성숙해진다면 꼭 닮았을 것 같은 여인.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이지만, 상대가 하북팽가의 사람이라는걸 깨달은 해령은 침을 꿀꺽 삼키게 됩니다.
보이는 나이의 두 배는 먹었을테니까요.
"부...부인."
부인은 팽 모를 한 번 째려보고, 가자는듯이 빠르게 손을 잡아 끕니다. 어어 하는 사이에 그는 소녀와 함께 사라집니다.소녀는 끌려가는 와중에도 힐끗힐끗 해령을 쳐다봅니다. 이제 해령은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
분명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을 고수란 것을 생각한 그대는, 그 와중에도 끌려가는 팽 모를 향한 애도의 마음을 심심하게 보냈다.
아무튼, 뭐, 그건 관련 없는 이야기였고... 그대는 이제 자유가 되었다! 뒷통수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하던 고수의 시선에서 풀려난 것이었다.
한숨 대신 하품을 크게 내뱉은 그대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대충 닦아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능한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새삼, 높은 경지의 사람을 본 탓일까. 그대는 모처럼 수련을 할까 싶었다.
뒷장이 없는 것들이었지만,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되지 않을까 했다. 그래봤자 아주 조금, 나아지는 정도일 것이다.
허리춤에서 흔들거리는 단창 두 개를 잡았챘다. 날씨는 좋고, 사람과 만났으니, 조금 귀찮음과 잠기운을 떨쳐내도 좋겠지.
***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해 수련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다가 누가 나타나서 애베베베! 놀랐징! 하면서 건드리거나 하면 주화입마에 빠질게 분명합니다!
또 자기 수련을 남이 훔쳐보는 것도 매우매우 불쾌한 일입니다! 해령은 아예 도시 밖을 나가서 사람이 없는 장소....산을 오릅니다.
조금 오르며 옆길로 좀 새자 동물들 말고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
막상 올라오자 그대는 생각했다. 여기서 낮잠 자면 참 좋을 것 같은데...힘들여 올라온 만큼 그런 충동이 그대에게 일어났지만, 그대는 곧 미혹을 떨쳐내었다.
장하다. 그대. 아무튼 그대는 허리춤의 단창을 들어다 양 손에 하나씩 쥐었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자 곧 움직임이 떠올랐다.
단창을 들고 그대는 몸을 쓰기 시작했다. 찌르고 휘두른다. 점점 그대는 빨라진다.
창을 던지고, 회수하고. 상상 속의 적을 상대로 쌍창을 회전시키며 공격을 막아낸다.
그대는 그대로, 숨이 찰 때 까지 몸을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
평소의 나른함은 잘 보이지 않았다. 깊고 검은 눈을 빛내며, 땀방울로 젖은 머리카락을 흔드는 한 무림인이 있을 뿐이었다.
옥가창법은 꽤나 화려한 창법이다. 그만큼 그대는 참 화려하게 보였다. 안그래도 외모가 뛰어나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
"..후우.."
어느 정도 수련이 끝나고, 그대는 그대로 땅에 엉덩이를 붙였다. 한 발자국. 딱 한 발작국 나아간 기분이 들었다.
마을에서 이 산 중턱까지. 그보다 훨씬 먼 길의 한 발자국이었다. 하나하나 모이다 보면 그래도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휴식의 차례였다. 그대는 숨을 내쉬고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
아 졸립다. 순간 그대의 머릿속을 스치는 건 그런 생각이었다.
***
휴식이라면 그것이다. 그것. 그대에게 있어 휴식이란 그것이 가장 맞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그대는 적당한 곳을 찾아 바닥에 등을 붙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곧 그대의 숨이 가늘어진다. 그대는 그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 그러니까 숙면을 택한 것이었다.
..다른 방법도 있을 터인데.
***
딱히 피곤하다거나 그런 것은 없지만 해령은 잠을 청합니다!
.......! 자고 일어났더니 개운합니다!
***
"...흐아아암.."
그대는 눈을 떴다. 몽롱한 눈을 깜빡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수면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아주 달콤한 시간은 지나치고, 그대는 다시금 일어섰다.
수련도 했고, 잠도 잤다. 이제 뭘 할까. ...뭐 일이라도 찾는 게 순리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그대는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돈도 벌 겸 해서.
***
산은 이미 진작에 내려와서 숙박업소에서 쉬었던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해령은 저잣거리에 도착합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해령을 힐끗거리기만 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종 같으니라고!
***
그대여, 그저 아름다워라.... 정말로 그저 아름다운 그대는,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대에게 이 정도 시선은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진 것이었다. 그대는 잠기운이 스며든 눈을 깜빡 거리면서도 길을 걸었다.
가만히 하릴없이 있기도 뭣하니, 무슨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흐아암.."
그대는 입가를 가리며 하품을 했다. 졸려서 그런건 딱히 아니고, 그저 버릇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면 정말로 졸린가? 진짜로? 방금까지 자놓고? 설마?***
다이스갓을 원망합시다... 평범한 저잣거리. 가끔씩 해령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여성이 추가되기만 할 뿐입니다. 지루하군요! 지루해!
지루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뭐라도....뭐라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다이스갓은...더이상 해령을 수동적으로 놔두질 않는군요
***
그대는 다갓이 뭔지 모르지만, 지루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능동적으로! 그대의 외모를 믿자!
여하튼 그대는 터벅터벅 걸어 어느 한 가게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이야기가 몰리지 않을까 싶었다.
"...이 근처에... ..일 거리 같은 건 없습니까..?
***
"일거리 말입니까?"
채소가게 주인이 눈을 크게 뜨고는 아, 그러고보니! 하고 말을 합니다.
"인근 산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려서 다들 불안해하고는 합지요...고갯길을 넘어가는 행상인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가보시는건 어떻겠습니까?"
의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조금 늘어지는 듯, 그러면서도 정중한 어조로 인사를 한 그대는, 채소가게에서 멀어졌다. 호랑이라, 상대하지 못할 건 없지 않을까,
그대는 생각했다. 정 문제가 생기면 제 목숨값으로 나머지를 살리는 선택지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고, 담담하게 그대는 생각을 정리했다.
그대는 천재가 아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무인에 불과했다. 조금, 자신을 낮추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대는 고갯길을 넘어간다는 행상인들을 찾아갔다.
***
행상인들이 있다는 곳을 찾아갑니다! 그곳에는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상인들이 서로 한숨을 내쉬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령이 나타나자 그들은 일제히 해령을 쳐다보고, 단창들을 쳐다봅니다.
"혹...무림인이십니까?"
무림인인건 확실할테지만 확인차 물어보나봅니다.
***
한숨을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는 그들에게 그대는, 몽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지, 미더운 모습이 아닐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대는 확실히 단창을 두 자루, 흔들고 다니는 아름다운 무림인이었고, 실력도 어디가서 객사하지 않을 정도로는 있었다.
호랑이 상대로 나름 선전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므로 그대는 무감하게. 무표정하게. 무덤덤하게 말했다.
"..네."
무척이나 단조로운 긍정이었다. 그대는 잠시 동안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을 더 덧붙이는 게 좋을까 싶어 말을 했다.
"..이 곳에서, 일거리를 찾을 수 있다 들었기에..."***
해령의 말을 듣자 행상인들은 반색합니다. 너무 좋아서 박수까지 쳐대는 인물도 있습니다."아이고! 저희야 도와주신다면 감사할뿐입죠!"
그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집니다.
"그런데....저희가 보시다시피 그렇게 부유한 사람들은 아닙니다요."
그건 누가 봐도 그럴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보따리 상인이었으니까요. 봇짐을 지고 왔다갔다하며 물건을 파는 장사치들입니다.
"그래도 저희 몇 명이서 함께 십시일반해서 모아놓은게 조금 있습니다. 협객께서는 대가를 바라고 하시는 일이 아니시기야 하겠지만 어찌 그러겠습니까요. 헤헤헤..."
대가를 바라고 하는게 맞긴 하지만 정파인들은 원래 체면상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파인도 먹고는 살아야죠.
"몇 푼 되지는 않겠지만, 은전입니다. 아마 한달은 힘들더라도 그에 족하게는 평범한 곳에서 숙박비를 지불할 돈은 됩니다요."
해령은 의뢰를 받아들일까요? 재산 단계에 변동을 줄만큼의 금액은 아니지만 행상인들 사이에서의 평판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
"예컨대."
그대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나른하고 미려한 목소리는 부드러이 행상인들에게 닿았다. 물론 그대는 돈이 목적이긴 했다.
하지만 사실, 그다지 없어도 상관은 없었다. 당장 가진 것이 있었으며, 솔직히 말하면 길거리에서도 잘 자는 그대로써는 돈을 쓸 일도, 딱히 없는 덕이었다. 그러니까, 그대는.
"여러분이 그보다 못하고... 제 손에 과일 한 조각 겨우 쥐어준다 하더라도.."
저로써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하고 그대는 잔잔히 말했다.
"언제, 출발할 건가요."
그 정도 은전으로도 충분하다며 그대는 말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그대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그대의 검은 눈이 몽롱하고 꺠끗하게 사람들을 비춘다.
***
"저녁이 되면 바로 출발합죠!"
왜 굳이 저녁에 출발하는걸까요? 괜히 무섭게......
"저희가 사실 장날에 맞추려면 반나절이라도 빠르게 움직여야합니다요...."
아하. 저녁까지는 떠날 준비를 마치고 바로 움직이는가봅니다. 장날에 늦는다니 좀 안타까워질 뻔 했습니다.
해가 서쪽 산봉우리에 걸리고 주홍빛 노을이 세상을 가득채울 때 쯤. 해령과 행상인들은 고갯길을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크르르르..... ....! 오직 해령에게만 들려오는 낮은 맹수의 울음소리. 행상인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고수님이 지켜준다니 안전하게 가겠어~하는 태평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해령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1. 선즙필...아니 선빵필승! 2. 대기 놈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
인간과, 짐승은, 다르다. 당연한 이야기다. 두 발로 걷는 인간과 네 발로 움직이는 짐승이 같을 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귀를 건드는 으르렁거림의 주인들을 인간처럼 생각하고 상대하면 안되었다. 네 발과 두 발의 차이가 얼마나 크던가.
그러니, 그러니. 신중하고 조심스레. 그리고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몸과 무기를 휘둘러야 했다.
그래. 그대는, 아주 짧은 생각을 마치고 단창을 빼들었다. 등 뒤에 있을 상인에게 슬쩍 고개를 돌려 입가에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그대는 쉬잇, 하는 소리를 내고 그대로 뛰어나갔다. 그대가 사용하는 옥가창법은 상당히 화려한 창법이다.
그래. 예를 들면- 갑작스레 짧은 단창을 내던지는 모습이라던가. 움직임이라던가-
그렇다. 그대는 짐승들 사이에서 화려하고 살랑이며 움직였다.
***
옥가창법 - 쌍창곡예
해령이 내던지는 창은 늑대 하나의 턱을 날려버립니다. 단창이 손을 떠나있는 동안에 해령의 양손은 분주히 움직입니다.
휙휙, 부드럽고 유연하게. 그리하니 결과적으로는 현란하게. 창이 한 번 움직일 때 마다 늑대 한 마리가 캐갱! 하고 울부짖으며 나가떨어집니다.
그렇게 몇 번 휘둘렀을까요? 돌아오는 창을 다른 손으로 잡아채고는 해령은 창을 휘두르면서 몸을 한바퀴 돌립니다.
휘이이익! 창이 움직이자 바람소리가 그것을 따라갑니다. 콰드득! 뼈가 부숴지고 늑대 한 마리가 또다시 땅에 몸을 뉘입니다.
컹컹! 컹! 어디선가 크게 짖는 늑대소리가 들려오고, 늑대들은 재빨리 도주합니다! 식후 운동 수준이었습니다.
***
- [권금언]
- 검은 좋아하나 휘두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과 내가 다칠수도 있다는 사실은 두렵다.
그런 겁쟁이면서도 검을 놓지 못 하는 까닭은, 아마도 이유 모를 동경일까.
검의 일로 하나하나가 흐르는 물과 같은 유려함을 뽐내어 시선을 뗄 수 없어서였을까.
뒷뜰, 흙바닥에 좌선한 채로 바닥에 내려놓은 검을 바라보다 이내 손을 뻗어 검을 잡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들에게 보일 만한 것도 되지 못 하였으므로, 수련은 언제나 숨어서 몰래 하곤 했다. 현재 장강검법의 성취는 3성까지다.
1성부터 3성까지 내가 아는 검법의 자세를 그대로 실행하며 수련에 임했다.
***
금언은 수련을 합니다! 하앗! 핫! 나름대로 성취가 있는 장강검법입니다. 숙련도가 1% 증가합니다.
힘든 수련을 끝마치자 물부터 찾게 됩니다. 땀을 뻘뻘 흘리니 옷이 다 젖었군요. 봄이 왔는지 새들도 지저귀고 꽃도 피려 합니다.
이것이 봄. 이것이 생명. 그런 감수성 때문일까요?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봄비마냥 금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통곡합니다! 숨어서 수련을 하고 있었지만 소리가 들리는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수련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 쟤 또운다!' 하는 생각으로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습니다.
툭. 그런데 누군가가 작은 돌멩이를 금언의 발치에 굴립니다. 훌쩍이면서 돌멩이가 온 방향을 보니 수련장의 담장 너머입니다.
그리고 그 위를 훌쩍 하고 뛰어오른 인물이 금언의 사실상 유일한 친구. 육평식입니다.
"아~거 새끼. 또 질질짜고 있네."
유일한 친구마저 빡친 모양입니다.
"야! 그만울고! 밖에나 나가자! 오늘 새로운 기녀왔댄다!"
천하태평하군요.
***
서럽다. 이렇게 열심히 수련하는데도 강해지는 느낌이 없다. 역시 나는 안 될 놈인가.
그 검로를 따라할 수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서럽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당장에라도 검 같은 건 때려치고 집을 나가버려야할까.
나 하나의 힘이 더해진다고 뭐가 바뀔 리도 없고... 울컥, 다시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이 줄줄 흘렀다.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흐르니 포기한 채 쭈그려앉아 훌쩍거리기만 했다. 나는 안 될 놈이야.. 안 될 놈이라고!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난 걸까, 역시 그 할배랑 같이 살았어야했나봐 물론 팔리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안 어울리는 도련님 행세보다는 그 편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우울함이 한층 폭주하던 중, 돌멩이가 굴러왔다. 돌을... 던진 거야...? 그만 울라고...? 나같은 건 쓸모없다고...?
다시한번 터져나오려는 눈물에 왈칵, 쏟아내려는데 목소리가 들려 대충 소매로 눈가를 닦고 고개를 들었다. 평식이다.
"쿨쩍... 이 시기에, ...킁... 계집을 사서 놀려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수련을 해야지, 평식아.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충실하게 일어서 흙먼지를 털어냈다.
"...그래도 술은 마시고 싶으니까..."
근데 돈은 내가 내는 거니? 그런 거니? 이녀석 친구답게 뜯어먹을 줄 아는 구나, 너야말로 참친구다. 그리고 눈물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원래 한번 터지면 쉽게 안 꺼지니까 눈물인거야! 친구 만났다고 울음이 그쳐?! 뭔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익숙한 사람을 만나면 사람은 더 슬퍼진다고! 뻔뻔했다.
***
친구비는 제때제때 내야하는 것. 잊지 말아주세요. 금언은 오늘이 바로 밀린 친구비를 평식이에게 지급해야할 날이라는걸 알아버렸습니다.
이 녀석. 사실 기녀랑 같이 놀자고 부른게 아니고 친구비를 받아내려고 온 것이었나봅니다. 물론 농담이겠죠. ...왜 대답이 없으세요? 무시하지 마세요.
아무튼. 금언과 평식은 엣헴! 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한 주루에 들어섭니다. 대낮부터 기녀들이랑 놀겠답시고 주루에 오다니. 이게 바로 레게노 아니겠습니까 행님덜?
"어서옵셔!!!!!!"
평식이 자주 오는 곳인지 점소이는 평식을 아는 눈치입니다.
"항상 그 자리로 안내해드릴까요?"
오냐~하고 금언과 평식은 자연스럽게 방에 들어갑니다. 그런 금언의 귀에 기녀들의 목소리가 살짝살짝 들려옵니다. 일류고수의 귀란...귀찮군요.- 장강검문의 도련님이야? 저 사람이? 그렇게 안생겼는데.
- 그 쪽 말고 옆이야.
- 아아...그런데 장강검문 곧 망한다던데...?
- 쉿! 얘가! 못하는 말이없어! 손님들 들으시면 어쩌려고 그래!
이미 들어버렸습니다.
***
어쩐지 머리 한 구석으로 '그대, 아시는가. 오늘은 친구비를 내야 하는 날일세.' 라는 말이 스쳐지나간 것 같다.
앗, 아...! 그래, 맞아! 친구는 원래 돈이 들어가는 관계잖아! 하지만 평소에 돈은 다 내가 내는데 친구비라는 것도 따로 줘야하는 거야...?
별도 결제야...? 아니, 그건 좀 뭔가 이상하지 않나? 하지만 친구에게는 그 독한 인간불신도 한 수 접고 들어가므로 헤어지는 길에 얼마 정도는 꼭 쥐어주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나하고 친구를 해주는 착한 놈인데 은자라고 못 쥐어주겠어. 평소에는 취미생활 (검 수집) 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은자를 쌓아두고 있으니 이정도 소비는 괜찮을 거 같다.
음. 아마도. 물렁해진 정신을 어떻게든 원 상태로 돌리려 애쓰며 걸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에 비수라도 찔린 것처럼 찔끔, 하고 만다. 곧 망한다던데, 망한다던데, 망한다던, 망한다......... 울컥. 다시금 서러움이 복받쳐오르기 시작했다.
"...평식아. 너는 듣기 싫은 말이 들리면 보통 무슨 생각을 하냐."
산발이 된 머리카락으로 귀를 막은들 손으로 막는 게 아닌 이상에야 소리는 들린다. 귀는 진짜, 쓸데없이 좋아서는...
훌쩍, 슬슬 멈춰가는 눈물을 소매로 대충 훔쳐낸다. 좌불안석, 그게 지금인 거지...
"나는... 방을, 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무리 너라도 질질 짜는 놈을 옆에 두고 낮술을 먹을 수는 없을 것 아니냐. 하며 눈치를 보았다. 저 바깥의 소리가 신경쓰이기도 하고.***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달라지지."
약강강약. 평식의 모토라면 모토일 수 있겠군요. 정파로서 쪽팔린 일일 수 있지만...고수들에게 잘못보이면 팔 한짝은 우습게 날아갑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한 처세술 정도로 기억해둡시다.
"방을 따로잡자고? 왜?"
평식은 이해를 못하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금언을 쳐다봅니다. 그렇게 보지마 임마...징그러워.
"혼자 술먹으면 무슨 재미야?"
옆에 기녀를 두는 것도 모자라 남자도 있어야 되나 봅니다.
***
평식아, 너 아무래도 파를 좀 잘못 타고난 게 아닐까?
ㅈ이 들어가는 것보다는 ㅅ이 들어가는 쪽이 훨씬 어울리지 않나 의구심이 들었으나 입이 무거운 특징은 여기서도 효과를 발휘해 개소리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마터면 하나뿐인 친구를 잃을 뻔 했다. 그러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평식을 보며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네모나게 뜰 수는 없지 않냐며 징그러운 감정을 한데 모아 꿀꺽 삼켰다.
토나올 것 같으니까 얼굴 좀 가리라고 할 수는 없잖아.
"술이야 옆에 따라주는 사람 있을 텐데 나 있다고 뭐... 달라질 건 없고, 그리고..."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밖에 매우 신경쓰이는 사람이 있어. 당당하게 우리 집 망할 거라고 하더라, 야.
그렇게 방문을 바라보다가,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고, 그리고 다시 방문을 바라보길 반복한다. 무릎 위에 올려진 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가, 에라 모르겠다 하기로 던져보기로 한다.
"조금 신경쓰이는... 사람이 있어서..."
둘만의 시간이 좀 가지고 싶다. 누가 보면 너... 기녀에게 사랑에 빠진 거니...?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일어섰다.
"그러니까 오늘은 방을 따로 잡기로 하자. 이따 올 테니까 걱정 말고."
***
"....너 설마....."육평식의 얼굴이 음흉한 표정을 짓습니다. 금언의 명성이 오르겠군요. 기녀와 사랑에 빠진 무림인으로요.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음흉한 미소를 지은 평식이놈을 뒤로 하고 금언은 따로 방을 잡아 기녀들을 불러들입니다.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 기녀가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해봅시다.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긴가민가 한데. 아니고. 몇 번 퇴짜를 놓자 드디어 금언이 찾던 기녀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손 끝이 떨립니다.
***
이 사람 엄청 떨고있는데요.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으려고 부른 줄 알겠다며 잠시 침묵을 지킨다. ...아, 조용하면 더 무서워하려나? 그럼...
"여쭐 게 있습니다."
차마 떨고있는 사람에게 짧은 말을 던지며 공포감 조성을 할 생각은 없었던지라 (근데 도련님이 존대하는 것도 무서울 것 같은데.) 우선 말을 높였다.
"저희 문파의 사정에 대해 잘 아시는 듯 한데 혹시 따로 들으신 내용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무리 우리 문주님이 좀... 안 좋게 당하셨다고는 해도 엄연히 문파고 사람이 있는데 그 문파의 도련님이 있는 상황에서 너무 당당하게 망할 거라고 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나 머리 나빠...
"죄를 물으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기루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아무래도 저보다는 여러 이야기를 들으셨을 듯 하여... 어떻게 안 될까요."
내가 너무 수상한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던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눈을 맞추며, 최대한 무해하고 순하게 웃으면서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기녀는 벌벌 떨고 있습니다. 이미 그 기녀를 제외한 다른 기녀들은 모두 자리에서 떴고 둘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금언의 경지로 방 안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차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잘 안들리게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기루에 금언보다 고수가 올 일도 없을 것이고 그런 고수라고 해봤자 여기서는 금언의 아버지 정도 밖에는 없으니까요.
안심하고 금언은 말을 꺼내보지만 기녀가 제대로 대답하지를 못합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금언은 여유롭게 술을 한 잔 따라 마십니다.
오늘은...왜인지 울지 않을 것 같군요. 조금 나중에나 내일이라면 몰라도요. 시간이 살짝 흐르자 기녀가 조심스레 입을 엽니다.
"호남제일고수가 호북제일세가를 막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그리고 호남의 그 왈패무리가...조만간 전력을 모은다고 했사옵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무림의 고수나 명문문파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금언은 이게 무슨소리인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호남제일고수. 호남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는...흑천성주. 사마외도 호재필입니다. 호북제일세가는 호북의 오대세가. 제갈세가를 의미합니다.
기녀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사마외도 호재필이 홀로 제갈세가 전체를 상대하고 있는 형국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왈패무리는 아무래도 금봉파를 말하는듯 합니다. 그렇다면 금봉파의 고수들이 전력을 모은다는 뜻이겠군요.
금언의 평범한 머리로 생각해보았을 때. 이런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제갈세가를 호재필이 막고 제갈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장강검문을 금봉파가 공격한다는 결론입니다.
***
와, 진짜 말해주네. 반정도는 포기했었는데 예상 외로 쓸만한 대답이 들려와 잠깐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자연스레 정보가 모인다더니 사실이었구나. 특히나 술처럼 사람의 경계를 쉽게 허무는 건 또 없으니까.
물어보길 잘 했다. 아무튼, 그런가. 흑천성주가 제갈세가를 막고 있을 때 우리 문파를 금봉파인지 뭐시긴지가 친다...
도와줄 사람도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친다면, 우리가 망할 거라는 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사면초가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제갈세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려워졌으니 다른 쪽에라도 손을 벌려야 할 텐데... 도와줄 곳, 있나?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기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도와주는 건...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는 일이잖아.
선의로 도와주는 사람따위 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다 뭐 콩고물같은 걸 얻어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소문주님이나 문주님께 전달...해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 너는 그런 걸 정보라고 가지고 왔냐고 한심하게 보실 거다.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건 없는 걸까.
***
기녀는 머뭇거립니다. 더 아는 것이 있는것 같기는 합니다만....순순히 대답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기녀는 입을 꾹 다뭅니다. 금언은 여기서 기녀를 더 추궁할지, 아니면 그냥 평식이를 보러갈지 선택해주십시오.
***
기녀는 입을 다물었으나 그건 아무것도 모르기에 입을 닫는 무지라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숨기려 하는 침묵에 가까웠다.
더 아는 것이 있나? 그럼 왜 말해주지 않지? 그저 기녀에 불과하니 말하면 신변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이야기는... 알지 못 할 텐데.
무엇보다 갑자기 입을 닫아버리면 정말로, 정말 정말로 수상하지 않나...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던 손이, 검지가 가볍게 위아래로 까닥거린다.
대놓고 감추고 있으니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지만 함정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 영... 불유쾌하다.
이대로 평식이를 데리러 가야할지, 아니면. 고민은 짧았다. 흔들리던 검지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길었던 저울질도 끝냈다.
말 안 해줄 것 같으니까 그냥 속는 셈 치고 물어나보자.
"...초면의 낭자께 괜한 부탁을 하는 것 같아 제 마음도 무겁습니다만, 부디 도와주세요. 낭자 외에는 믿을 만한 분이 안 계십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더 알고 계신 것이 있다면..."
제발 말해주면 좋겠다. 처절한 목소리를 내며 간절한 눈빛으로 기녀를 바라보았다.
***
금언은 신사적으로 나왔습니다. ...신사적으로 나왔기 때문일까요.
"저는...더 아는 것이 없습니다. 공자님."
기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
역시 바로는 안 되는구나. 생각보다 입이 무거워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를 굴렸다.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화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말을 하다 도중에 마는 것이고... 하지만 반대로 기녀의 입장이 이해가 가긴 했다.
기녀는 입이 무거워야만 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던가. 술에 취해서, 여색에 빠져서, 흐물해진 경계를 넘어 흘러나오는 온갖 비밀들을 귀에 담아둔 이들이 입이 무겁지 않으면 그 말을 한 이들에게 뎅겅 목이나 잘렸을 것이다.
무엇보다 곧 망할 문파, 그 문파의 둘째따위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겠느냔 말이다. ...나 말고 소문주님이 왔으면 달라졌겠지.
스멀스멀 우울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제가 무엇을 해드리면 될까요."
공짜로는 안 된단 거지, 그럼 대가를 주면 되는 일이다."정보의 출처가 낭자라는 것은 제 입이 찢어지고 눈에 모래가 들어가도 말하지 않을 겁니다. 낭자께 행여 위협이 될 만한 말, 행동도 하지 않겠습니다."
맹세 외에 줄 수 있을 만한 게... 은자...? 낙적...? 평식이나 소문주님은 이럴 때 어떻게 할까. 모르겠다.
***
.....기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습니다! 튼 것 같군요.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
안 넘어온다. 여기까지 했으면 충분하지 않나? ...충분한 것 같은데.
어깨를 붙잡고 탈탈탈 털어대며 왜 말하지 않냐고 통곡한다거나 다리를 붙잡고 질척거릴 생각은 없었으므로 (사실 머릿속에서 하긴 했다.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았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기 싫다는데 거기가 대고 뻗팅겨봐야 시간만 아깝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결례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뭐, 대충 알려준 건 있으니까. 그에 대해 감사인사를 건넸다.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니잖아.
***
평식이는 술에 취해서 꺼억꺼억 거리면서 헤롱헤롱거리고 있습니다.
"어어어어...왔냐...."
기녀들은 꺄르르 웃으면서 손을 흔듭니다. 기루를 떠나시겠습니까?
***
평식이가 술을 마신건지 술이 평식이를 마신 건지 알 수 없는 모습이다. 너... 술독에 빠지기라도 했니...? 대체 그 시간동안 얼마나 퍼마신 거냐며 혀를 찼다.
무인이라는 게 인사불성까지 술을 퍼마시면 어떻게 하냐.
"그래. 이제 돌아가자. 충분히 마신 것 같은데."
돌아가면 수련을 해보거나 아니면 객잔같은 데를 돌아다니면서 소문을 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금뭐시기들이 사람을 모은다면 자연스레 객잔에도 그런 얘기들이 흘러들어갔을테고, 보지 못했던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기루가 안 된다면 다른 곳을 볼 수밖에.
***
금언은 돌아갑니다! 총관이 헐레벌떡 뛰쳐나옵니다!
"둘째 도련님! 어딜 갔다 오시는 길입니까! 큰일...아주 큰일이 났습니다요!"
큰 일? 이라는 말에 금언은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대체...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죠?
"소문주께서..."
그 얘기를 듣자마자 금언은 거침없이 형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썩 친한 사이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핏줄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문파의 미래이기도 했던 형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짙은 혈향이 코를 쥐어때리듯 감싸옵니다.
얼굴을 찌푸리고 아래를 보자 형님은 간신히 숨만 쉬고 있고 의원들이 급하게 치료를 하는 중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나왔지만 이가 악물어지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구한테 가볼까요?
1. 아버지 2. 여동생
***
큰일? 무슨 큰일?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헐레벌떡 뛰어오는 총관을 보며 저러다 넘어지는 게 더 큰일이 아닌가, 같은 헛생각을 하다 들려온 소문주라는 단어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평소라면 시선조차 주지 않았을 방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문을 열어젖히는데, 코가 비틀어질정도로 강한 피냄새에 소매로 대충 틀어막으며 참담한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거 꿈 아냐? 꽉, 힘을 주어 허리를 꼬집어봤다.
아파서 눈물이 돈다. 명백하게 현실이다. ...거짓말이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니 잔 떨림이 몸을 뒤덮었다.
아니, 하지만, 그럴리가? 나같은 것보다 훨씬, 소문주는, 형님은... 가만히 서있던 것을 의원 하나가 발견해 축객령을 받아 얌전히 문을 닫고 돌아나오는데 여전히 현실감각이 없었다.
하지만 진짜, 이럴리가 없는데... 왜? 어떻게? 나보다 훨씬 강하실 텐데. 그럴... 텐데. 위험한 거 아냐? 죽으면 어떻게 해? 눈 앞이 깜깜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생각도 목소리가 되지 못 해 그저 벙긋거리기만 하다 세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문주님을 찾았다.
담설이한테 저런 얘길 어떻게 들려줘, 피투성이같은 험한 얘기는 들려주고 싶지 않다.
"무, 문주님! 방금, 소문주께서...!"
그러나 눈치를 보는 성정이 어디 가겠나, 말을 한 것은 좋지만 이미 정신상태가 영 좋지 못 해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어, 어떻게 해. 우리 어떻게 해...
***
급하게 문주를 찾아갑니다! 이미 아버지는 알고있다는듯 침착한 모습이십니다....
"왔느냐."
하지만 입만은 침착하지 못하신듯, 한참을 으드득 이빨을 갈다가 숨을 들이쉬고 대답합니다.
"같은 배에서 나지는 않았다지만. 네 형이 저렇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내가 나설 수는 없다. 내가 나서는 순간 문파를 지키는 진법이 무너질 것이야. 금언아."
금언은 그 다음에 나올 말을 눈치채고 있습니다.
"...네 형의 빈자리를 너가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겠느냐."
자식이 사경을 헤매고 있음에도 문파의 일을 먼저 신경쓸 수 밖에 없는 비참함이란! 금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합니다. 수락할까요? 거절할까요?
***
안다. 알고있다. 소문주가 저리 되었다 해서 문주가 직접 움직일 수는 없었다.
자식이 아무리 소중하다 한들 한 문파의 문주라는 자리엔 얼마나 많은 이의 목숨이 얹혀져있던가, 저곳은 한순간의 감정에 집어삼켜져서는 아니되며 또한 경거망동해서도 안 되는 자리였다.
이해하나, 포용은 다른 문제다.
".........명...하신다면, ...받들겠습니다. 하지만..."
손끝이 떨린다. 감히 내가, 나따위가 그 빈자리를 무슨 수로 채우지? 나같은 게 할 수 있을까? 사실 문주님은 자리를 채우는 걸 바라는 게 아니고 죽는 걸 원하시는 걸까?
온갖 좋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집어놓았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반대로 안 될 건 또 뭐냐는 안 좋은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이러다가 헛구역질이라도 나올 것 같아 최대한 어지러운 정신을 다잡으려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차라리 쓰러지고 싶었다.
"하지만, 제가... 간다고 해도, 특별히, 뭐가 달라질 거라고는..."
소문주님도 쓰러진 곳에 제가 가면 더 망하지 않을까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고개를 숙인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일갈, 혹은 호령이 뒤따라오진 않을지 두려웠다.
***
말을 하다가...하다가....울음이 터져나오고야 맙니다! 흑흑... 주체할 수 없는 눈물. 그리고 굳어진 표정의 아버지.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치지 못하겠느냐!"
버럭! 벼락같은 노호성이 터져나옵니다. 히끅히끅. 하는 울음은 멈추지 못합니다. 그러자 문주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게 내리칩니다. 타아앙!
절정고수의 내력이 들어간 손바닥. 나름 값이 나가는 탁자는 운명을 달리해버렸습니다. 끄윽...끄읍...
"배가 다르다지만 씨는 같다! 네 형이 저런 꼴이 되었어! 그런데도 어찌....어찌! 동생이란 놈이 의연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망정 이렇게 울기나 한단 말이냐! 대치중인 검문의 제자들이 보고 뭐라 생각하겠느냐! 똑바로 처신하지 못하겠느냐!"
간신히 금언은 울음을 그칩니다."필요없다. 당장 떠나거라! 어서!"
쫓겨나듯....금언은 장강검문과 금봉파가 대치중인 언덕으로 떠납니다. 수행원도 없이 혼자 떠나는 금언.
또다시 울음이 북받쳐 올라올 것 같지만 간신히 참아냅니다. 꽤 걷다보니 저 멀리 목적지가 보입니다. 안내를 종료합... 후우우웅-!
파공성과 함께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듭니다! 당황한 금언은 몸을 피하려 하지만 묵직하고 둔탁한 무언가가 등을 세게 칩니다! 커흑...!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욱신거리는 등. 재빨리 자세를 잡고 금언은 검을 뽑아듭니다! 상대는...두 명 정도군요.
봉을 들고 있는 것이 금봉파에서 보낸 놈들인 것 같습니다. 실력은 금언과 엇비슷하거나 한 수 처지는 사람들입니다.
"뭐...뭐야!"
습격이 완벽히 통할거라고 생각했었는지 상대들은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금언의 차례입니다.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
눈물이 그치라고 그쳐졌으면 제가 울보라고 놀림받을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억울해하면서도 손은 눈가를 닦아낸다.
그러나 닦아낸 것이 무의미하게 후두둑 떨어지는 방울들과 기어이 입 밖으로 조금씩 터져나오는 히끅, 울음소리에 죄없는 입술만 세게 깨문다.
축객령.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의연한 모습? 내가 누구 뒷모습을 보면서 자랐는데, 그 동경했던 모습이 피투성이로 돌아왔는데 의연한 태도를 고수할 수 있을까.
차라리 길가에서 거지새끼로 눈을 감을 걸 그랬어. 긴장을 풀면 통곡이라도 터질 것 같아 꾸욱 참고 또 참아내며 발을 움직였다.
사람도 붙여주지 않다니 역시 가서 칼 맞고 뒈져버리라는 뜻이었나보다. 소문주님도 못한 걸 내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소문주님이 피투성이가 됐으면 나는 사지조각이 될 것 아냐... 권금언(이었던 것) 이런 게 될 것 아냐... 억울하고 서러워서 도망치고 싶은데 그런 나를 벌하듯 큰 충격이 더해져 놀라 검부터 뽑아들었다. ...설마, 벌써요...? 여기서부터요...?
"...금봉파?"
진짜, 습격...? 왜, 왜 벌써 여기까지 온 건데? 내가 많이 걸은 것도 아니잖아, 왜 쟤네가 여기까지 밀고 들어왔어? 역시 도망쳤어야했을까?
엉망으로 얼키고 설킨 실타래처럼 아득해지는 머릿속과 떨리는 손에 꾹, 최대한 힘을 주어 검을 잡았다. 아니야, 난 안 죽어.
괜찮아, 진정하자. 이정도면, ...어쩌면, 나도 상대할 수 있을 지 몰라.
***
이미 선빵필승을 당해버렸지만. 금언은 침착하게 자세를 잡습니다.
장강검법 - 홍수
휘리릭! 검이 굽이치는 강물처럼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더니 촤악! 하고 가까이에 있던 녀석을 베어갑니다!
"커헉...."
목이 길게 갈라지면서 한 놈이 쓰러져버립니다!
"ㅁ....ㅁ....뭐야...!"
남아있는 한놈은 당황했는지 덜덜 떨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납니다......일격일살이라니요!***
(에헤이,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어디선가 들려온 '너는 선빵필승을 당했단다...' 라는 말에 부정하는데)
단번에 죽어서 옆에 있던 놈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아니, 어, 일격에...? 이, 일격에...? 내가, 어, 그, 방심한 틈을 노리긴 했는데, 일격에...?
나 서서 꿈 꾸나? 아니, 그럴 때가 아니잖아... 방심하지마, 그럼 죽을 거야.
입술을 꾹 깨물고 머릿속으로 들어찬 물음표의 홍수에서 어떻게든 이성을 부여잡으며, 칼에 묻은 피를 한번 휘두른 것으로 털어내 뒤로 물러나는 상대에게 한발자국 크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도망가면 곤란하니까, 여기서는.
***
장강검법 - 물보라
쉬이이이익......촤아아악.... 검이 휘둘러지면서 나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왜인지 물소리처럼 들리는건 착각일겁니다.
콰직....! 둔기로 맞은듯 상대의 다리가 이상한 각도로 꺾여버립니다!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한채 새된 비명이 튀어나오고 피가 흥건하게 바닥을 적십니다!
......금언도 상대도 치명상임을 직감합니다. "끄....끄으으윽...."
***
...왜 안 막아? 일이 이렇게 되니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지사... 어쨌든 다리가 저 모양이 됐으니 도망은 무리일 거 같다.
기어가봤자 내 다리가 칼이 더 빠를 테니까. ...다행이다, 나 아직 안 죽었어. 여기가 내 죽을 자리는 아닌가봐...
언제든 벨 수 있도록 검을 늘어트리지 않으며 상대를 바라본다. 다리 하나를 못 쓰게 되었어도 상대는 사파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긴장의 끈은 놓지 않는다.
"정찰인가? 왜 금봉파가 여기까지 들어왔지?"
***
"모...몰라!"
그는 울면서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데도....입을 열지 않는군요.
"차라리 얼른 죽여라!"
***
"...그렇게 말하면 죽여주기 싫은데..."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듯 중얼거린다. 쟤 지금 여기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게 누군지 모르나봐.
어쩌지, 여기선 뭘 해야 할까.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쫓겨났으니까 여기서 뭐라도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고민하듯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다가, 영민하지 못한 내 머리에 한숨을 쉬며 칼등 쪽으로 툭,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팔을 가리켰다.
"다음엔 팔이야. 대답해. 너희, 어디까지 치고 들어왔어?"
***
"모...몰라......우린 그냥 명령 받아서 여기로 온 것 뿐이라고! 그것 외에는 몰라!"
진실인것 같습니다. 그는 엉엉 울고 있습니다. 다리를 잃었으니...앞으로 무림인으로 살아가기는 너무나도 어렵겠군요.
***
"...정확하게 뭘 전달받은 게 아니라, 이동하라고 명령받아서...?"
왜지? 역시 정찰인가? 아니면 여기 뭐가 있나? 하필 두명만 보낸 것도 마음에 걸린다.
내 머리가 좀 더 좋았으면 이것저것 유추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영민하기는커녕 일차적인 문제만 보기에도 급급해 이럴 때는 영 쓸모가 없다.... 어쩐다.
"너희 말고 다른 사람은 더 없고? 어디까지 들어왔는지는 대답 안 했잖아, 그것도 말해야지."
***
"몰라! 더는 모른다고!"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죽을겁니다.
***
쓸모없는 놈이구나. 하긴, 내 앞날이 잘 풀릴리가 있나. 어쩐지 울적해져서 길게 한숨을 뱉고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무섭게."
너때문에 울고 싶어졌잖아. 가뜩이나 쫓겨나서 서러운데 하나뿐인 정보통은 뭐 말해주지도 않고.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다. 이대로 놔두면 죽을 것 같긴 한데 운 좋게 살아남을수도 있잖아. 확인사살이다.
***
그의 목숨을 끊어줍니다. 금언은 스레에서 최초로 살생을 했습니다!
딱히 뭔가가 주어지지는 않지만 이것이 앞으로 금언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줄지...다갓도 모를 일입니다.
주변에는 더 사람도 없습니다. 목적지로 갈까요?
***
어쩐지 뭔가 큰 업적을 달성한 기분이 드는데. 착각인가? 어깨를 으쓱이곤 가만히 선 채 축 늘어진 것들을 바라보다가, 속이 안 좋아져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렸다.아무리 사파놈들에 우리 문파를 노리는 악적놈들이라도 죽은 것을 보니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우울해, 토할 것 같고... 집에 가고 싶어. 그냥, 방 안에 틀어박혀서 이끼처럼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이미 집은 나왔고, 명도 받았으니 뭐 어쩌겠는가. 가야지. 주변에 다른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야지. 그래, 가자."
***
그 곳으로 가자 수십명의 장강검문 제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천막같은 것도 쳐놓고 불도 피워놨습니다.
"둘째 도련님을 뵙습니다."
척. 하고 포권지례를 표하는 인물. 금언과 비슷한 수준의 고수입니다.
"첫째 도련님은....어찌 되셨습니까?"
***
같은 문파의 제자라도 갑자기 말을 걸면 놀라는 법입니다. 화들짝 놀라 시선만 빙글빙글 돌리다가, 첫째 도련님이란 단어에 꾹 하고 옷자락을 세게 쥐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괜찮은지, 나을 수 있는지 확인도 못 하고 쫓겨났더랬다.
"...치료를, 받고 계시지만... 용태는 잘..."
푹 고개를 숙였다. 눈 앞에서 쫓겨났으니 뭘 더 알 리가 있나. 한동안 정양하면 나을 상처라고 자신을 속이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아, 그보다."오는 길에 금봉파 놈들과 마주쳤습니다. 이곳엔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주변을 둘러봐도 딱히 습격을 당했다던가, 하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물어보기로 했다. 유비무환이라잖아.
***
"그렇습니까...."
그는 얼굴을 굳힙니다. 이 곳에서 오랜 시간동안 제자들을 이끌어왔던 사람이 바로 금언의 형입니다. 이런 반응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저희는."
그가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다행히 별 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첫째 도련님이 그리되시게 된 격전 이후로 한 번의 전투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상한 일입니다."
***
여, 역시 소문주님이 아니면 안 되는 거겠지. 내가 와서 뭐에 쓰냐고 지금 속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지 않을까.
안 좋은 생각들이 회오리치며 머리를 잠식해서, 뭐라고 해야할지 눈치만 보다가 별 다른 일이 없다는 얘기에 의아한 듯 눈을 깜박거렸다.
엥? 그럴리가?
"...그건, 정말 이상한데요.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주제에, 아무도 모르게 사람 둘을 이 주변으로 흘려보냈다는 건..."
시커먼 수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뭐지? 한번에 움직이면 눈에 띄니까 소수의 사람만 움직여 이 주변을 빙 둘러 포위한 뒤 족칠 셈인가?
그게 아니면 전선을 유지하는 척만 하되, 실제 전력은 문파 쪽으로 돌려서 문주님을...? 아니, 이건 너무 나갔지. 그럴리가.
***
"저희도 그래서 지금 머리가 아픕니다."
그가 지금 제자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계속 여기에서 박혀있다보니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합니다. 녀석들이 아무리봐도 시간을 끌려는 속셈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뭘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는 잘..."
어? 금언은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
아, 이런. 수고가 많네, 이 사람들도. 역시 그 기녀님을 더 닦달해볼걸 그랬나.
곤란하다는 듯이 살짝 미간을 좁히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말이 있어 잠깐 멈칫거렸다. 어어, 그거... 분명 기루에서 들은 것 같은데.
"...사람을,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다. 제갈세가를 호뭐시기 놈이 막는 틈을 타서, 금봉파가 사람을 모은 뒤 장강검문을 칠 거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지금은 사람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걸 거다. 계속해서 싸워봤자 본인들 전력만 축날 테니, 최소한의 피해로 완벽하게 짓밟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재고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그 두사람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 금봉파가 보낸 연락책 비슷한 거였을까?
"금봉파가 사람을 모아서, 저희 검문을 칠 거라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혹시 금봉파에 사람이 모이는 느낌은 없었습니까? 전에는 보지 못 했던 이들이 늘었다거나..."
어디까지 모였지? 지금 치면 승산은 있을까? 우리도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해야하나? 도움을 청해야한다면 어디로?
불안하다. 너무 늦은 거면, 그럼 우린 어쩌면 좋지?
***
금언의 말을 들은 무사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곧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도, 도련님."
그의 손이 벌벌 떨리고 있습니다.
"혹여...석가장이 흑천성에 입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는지요...."
제발. 아니라고 해달라는듯한 눈동자가 금언을 향합니다. 대체 석가장이 뭐길래?
***
...석가장? 잘 기억이 나지 않아 턱을 쥐고 기억을 뒤적여본다. 몇번을 뒤적이고, 또 뒤적인 결과... 들은 적이 없는데? 중요한거야?
...혹시 그 기녀님이 숨기고 있던 게 저 얘기였을까? 일단 들은 적은 없으니 약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기까지는 미처 듣지 못 했습니다. ...그래도 그 새 흑천성이나 금봉파가 세를 불렸다는 소식은 없었으니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흑천성주 홀로 제갈세가를 막고 있다고 하니 전력이 될 만한 이가 들어왔다면 세가 쪽에도 사람이 투입됐을 겁니다."
장담은 못 하는 이야기지만 그들이 세를 불렸다면 알게 모르게 주변이 들썩였을 것이다.
게다가 흑천성주 혼자서 제갈세가를 막고 있는 상황에 흑천성에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가...?
새로운 전력이 들어왔다면 제갈세가를 흑천성주 홀로 막기보다는 그쪽에다가 사람을 투입하려고 하지 않을까.
단순 예상이다만. 그래서 석가장이 뭐하는 곳인데.
***
"도련님...."
그는 머리가 지끈거린다는듯 이마를 짚습니다. 살짝 불손하지만...그간 선봉에 서서 금봉파를 막아오는데 일조한 인물입니다. 용서해줍시다.
"석가장은. 그 유래가 깊은 문파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동쪽 강서지방에서 세를 떨쳐왔습죠. 본래부터 사파의 일원으로 강서궁문을 비롯한 여러 정파들이 함께 견제해왔던 거대 방파입니다."
석가장이라는 곳이 꽤 크고 세가 대단한 모양입니다.
"호남에 금봉파가 있다면 강서에는 석가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대단하지요. 다행히 석가장주가 흑천성에 부정적이라 입성하지는 않았습니다만...요즘 그 석가장주가 와병중이고 그 후계자들은 흑천성에 호의적이라고 합니다. 지금 금봉파가 홀로 우리 호남장강검문과 강서궁문 호북선가 셋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석가장주가 죽고 흑천성으로 들어간다면. 그래서 강서궁문과 대치한다면....금봉파는 곧바로 강서 쪽의 제자들을 빼낼겁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은 우리 쪽으로 몰려들겠지요. 하고 그가 말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석가장이 흑천성에 입성하는 그 순간이 문파와 가문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입니다!금언은 경악을 금치못합니다. 막아야만 합니다!
***
저정도 불손함이야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용서는 무슨, 너 이 새끼 아는 게 대체 뭐냐고 멱살을 잡은 것도 아닌데 뭘.
나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소문주님 대신 왔으면 머리채 뜯었을 거야. 화나지 않았으니 용서 또한 필요치 않다.
역시 선봉에 서서 싸운 사람답게 많은 걸 알고 있구나. ...기녀님 열심히 털어볼 걸. 이미 떠나간 기회에 질척거려봤자 후회감만 깊어지므로 던져버린 뒤,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석가장은 생각보다 대단한 곳이었다! 모르는 내가 멍청이였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검문의 운명이 다 그 석가장인지 석가모니인지 하는 그곳에 달려있다는........... 어, 뭐라구요...?
"...잠깐, 그럼... 그럼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잖습니까."
금봉파 놈들을 다 조져버리든, 흑천성에 호의적이라는 석가장 후계놈들을 만나러 가든, 강서궁문같은 다른 문파 쪽에 도움을 청하든...
여기 발 묶여있으면 안 되는 거 아냐...? 금봉파 상대할 놈들만 남겨두고 발에 불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거 더이상 우리 문파만의 문제는 아니잖아...? 아무리 금봉파놈들이 날고 기어도 세가의 진법을 쉽게 깰 수는 없을 것이다.
전선이 조금 밀려나는 손해를 보더라도, 다 죽자고 여기서 버티기 보다는 전력을 어떻게든 쪼개서 도움을 청하는 쪽이... 나을 텐데.
아... 아니 문주님, 절 왜 여기 보내셨어요. 설마 제가 여기서 금봉파 애들 잡고 있는 동안 담설이나 다른 사람들 움직여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셨습니까...?
***
"맞습니다..."
그는 한숨섞인 대답을 내놓습니다.
"저야 소문주님이 부재하신 상황에서 제자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 멋대로 어디를 공격하고 말고 등을 정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련님이 오시는걸 기다리고 있었던거구요. 하고 말이 덧붙여집니다.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이 자가 무슨 세기의 진법가라던가, 참모라던가. 그런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계획에 헛점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들어봄직합니다. 일단은 이 곳을 이끌어오던 사람이니까요.
"먼저 저 앞에 있는 놈들을 타격해야합니다. 마침 금봉파의 장로와 우호법이 빠진 상황입니다. 저희가 알 수 없는 이유지만....도련님이 말씀하신대로라면 아마 석가장 쪽으로 향했을겁니다."
하나만 보내도 될텐데 왜 둘이나 빠졌을까요?
"하나는 석가장으로 갔을테고 다른 하나는....잘 모르겠습니다. 제 능력 밖입니다."
깔끔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지금 금봉파에도 절정의 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문파와 부딫혔을 때 둘 모두 절정의 무인들이 쓰러졌습니다.
현재 최고 전력은 도련님을 비롯한 일류 무인들입니다."
적과 아군의 전력차를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전력차 정도는 믿어봄직 하겠군요.
"...그러니 기습을 하시는건...어떻습니까."
그가 쉽게 말하지 못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파인에게 기습이라니! 명예롭지 않은 일입니다... 현장최고지휘관은 이제 금언입니다.
아아...이런 막중한 책임이라니. 금언은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며서 울기 시작합니다. 앞에 있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듯 담담한 얼굴로 금언이 우는 것을 지켜봅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결정을 내려야할 때입니다!
***
세상에 이런 끔찍한 일이 다 있나. 또르륵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채 닦지도 못 하고 멍하니 현실에서 도피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미끼라뇨, 미끼라니요 문주님... 저같은 게 그런 귀중한 역할을 할 수 있을리가 없잖습니까...
아무리 소문주님이 운신할 수 없는 상태라 하셔도 그렇지, 이런 자리를... 제게...?
억울함과 부담감에 끄윽거리는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서러움이 복받쳐온다.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죽으면 어쩌려고?
죽지 못 해도, 심하게 다치면 어떻게 하는데? 점점 불안감이 차오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짓을 하라니 그딴 걸 내가... 어떻게... 뭐 이런...
"끅... 흑... 그럼, 큼, 정말 승산은, 있는 겁니까?"
도중에 목소리가 흔들려 헛기침을 하며 원상태로 되돌리곤, 소매로 대충 얼굴을 닦아내며 질문을 던졌다.
눈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으므로 그닥 의미없는 행동이긴 했다. 기습을 하고서 실패를 한다?
하물며 정파가 사파를 치는 데에 기습이라는 비겁한 방식까지 사용했음에도 패배한다면 어디 가서 좋은 소리를 듣겠느냔 말이다.
나야 살려면 뭘 못하겠어, 저잣거리 왈패들처럼 모래를 뿌리든 불을 던지든 할 수 있지만...
"승산이 없는데, 기습이라는 자충수까지 둘 수는 없습니다. 저는 소문주님이 운신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려던 것뿐이었고... 당장 오늘 기습을 해서 실패한다면 그 다음날은 어떻게 버틸 겁니까."
온지 하루도 안 되어서 말도 안되는 기습에 병력을 꼴아박아? 거기서 전력의 몇 할을 잃어버리면, 그동안 버티는 건 불가능에 사기도 꺾일 것이다.
사기 꺾인 놈들 데리고 여길 버티라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저자식 저거, 그냥 나 죽으라고 저러는 거 아니지?
***
그는 금언의 울음에 어떻게든 한숨을 내쉬거나 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려 애씁니다.
"...둘째 도련님. 승산은 충분히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끌수록 저희가 택할 수 있는 방도는 적어질 뿐입니다. 정면으로 맞붙어서는 저번과 같은 일의 반복일 뿐입니다."
그는 선제기습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실패를 한다면...무림인답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만..."
그도 어쩔 수 없는 무림인이라는걸까요? 진 다음은 생각하지를 않고 있군요!
"철저히 소모만하다가 끝나기보단, 그래도 성공하면 뭐라도 되지 않겠습니까."
한 마디로...도박에 가까운 수입니다. 금언이 선택을 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이 친구는... 왜 생각이 한쪽으로만 튀어나가는 건가... 기습해놓고 지면 어떡할 거야.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만 있는 건 아닌데 기습 = 이김 이게 무슨 논리란 말이냐.
우리 친구 머리 한쪽을 다친 거니? 왜 그, 전두엽이라던가 하는 그런 거. ...그래, 확실히 뭘 선택하든 다 뒈질 게 뻔하니 될 대로 되라는 식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근데 우리 오늘만 사는 거 아니잖아. 야, 우리가 죽으면 본가까지 직행으로 뚫린단 말이야. 알아?
진법도 꿱, 침대 위 소문주님도 꿱, 문주님도 꿱, 담설이도 꿱. 이게 될 지도 모른다니까? 네 말마따나 이기면 좋지, 근데 지면? 지면??
다 뒈진단 말야! 너는... 너어는... 훌쩍. 다시금 소매로 열심히 눈물을 닦으면서 진정하려 애썼다. 울어서 그런지 감정적이 된 것 같다.
진정하자. 진정하는 거야... 지금 저 놈이 다 뒈지자고 저러는 거 같긴 한데, 솔직히 저거 외에 우리한테 뭐... 딴 길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치?
세상에는 포기하면 편하다는 격언도 존재한다. 그래. 포기하면... 편하다! 슬슬 눈물이 그치고 있다.
눈을 부비던 손을 내려 허리춤의 검병 끝을 매만졌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야...
"...예. 하죠. 기습."
후우, 긴 숨을 뱉어내며 결연히 각오를 다졌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손이 덜덜 떨려오긴 했지만 어쨌든 나 또한 검을 잡은 무인이 아니던가.
죽는 건 싫어, 무서워. 아픈 것도 싫어, 그래도 가만있으면 안 되니까 조금만 더 참자...
"지면 뒤... 죽는다는 마음으로. 금봉파놈들을 칩시다."
아예 조져버리는 거야.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죽어도 금봉파놈들 목 셋은 끌어안고 간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보여주자.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조만간 제가 그쪽으로 가게 생겼으니 환영회 준비 부탁드려요...
***
진짜 울어버릴 줄은 몰랐지만. 기습을 앞두고 다시금 금언은 눈물을 흘립니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까에 대한 두려움. 어떻게 싸워야할지에 대한 고민. 뜨겁게 타오르는 가슴의 격정.
형님을 피투성이로 만든 적에 대한 분노. 전투를 앞두고 떨리는 손의 흥분.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 지금의 눈물을 만들어냅니다.
다행히 주변에 아무도없고 기습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금언은 얼른 눈물을 닦아냅니다.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시간은 달이 넘어가는 새벽 2시 반. 적진까지 대략 1시간 정도 걸릴테니 실질적인 기습의 시간은 새벽 4시입니다.
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시간을 더 보시겠습니까?
***
훌쩍. 멈춘 줄 알았는데 눈치없이 계속 눈물이 흘러서 거친 손짓으로 닦아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가장 중요한 기습 전 준비에서 코찔찔이 마냥 짜고 있다니, 이게 무슨 검을 든 무인이오 대장부란 말이냐.
격해지는 감정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 해서야 어떻게 강해지겠다고. 그러니까 적당히 좀 울란 말이야.
이러다 서러움을 못 이기고 통곡까지 하겠다며 꾹 아랫입술을 씹었다. 온갖 서러움의 집합에서 다른 곳에 신경이 몰리니 펑펑 흘러내리던 눈물이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아예 멈춘 건 아니라 눈 주변을 닦는 건 필요했다.
"...출발하죠."
좋아, 심호흡. 여기서 더 기다려봐야 달라질건 없어질 것 같으니 날이 밝기 전에 출발하자. 기습 중에 최고라 하면 단연코 야습이 아닌가.어두운 밤에 몸을 숨기면 턱 밑까지 처들어와도 모르...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한평생 운이 좋았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니 괜히 불안해진다.
...아냐, 잘 할 수 있을 거야... 기습이잖아... 우리가 기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건 예상해도, 정확히 몇시에 할 지는 모를 텐데 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행여나 눈 먼 칼이 아군에게 처맞는 일만 없길.
***
역시 금봉파놈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하긴 쟤들 입장에선 우리가 얼마나 우습겠어.
경계인원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지덕지인 상황이 아닐까. 저런 놈들도 하나 없이 다 처자고 있었으면 격렬한 분노, 분기탱천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럼 이제 저놈들을 조지면 되는 거구나. 어딜 어떻게 조질까 머리를 굴리는데 난데없는 시선이 쏟아져서 덜걱 몸이 굳었다.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봐? 그, 그렇게 보지 말아줘, 아니, 난...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놈이란 말이야...
그렇잖아, 대체 나보고 여기서 뭘, 뭐, 어쩌라는 건데... 내가 좋은 방법같은 걸 생각해낼리도 없고, 그, 네가 오히려 더 잘 알지 않아...?
...여기선 뭐라고 해야 하지...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생각하자. 생각... 여기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머리를 굴리고 다시한번 더 굴렸다. 머리에서 열이 난다는 기분이 들 때까지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린 결과.
"...우리의 패를 초장부터 전부 깔 필요는, 없을 겁니다. 기껏 한 기습이 저놈들의 생각대로 굴러가버리면 한 의미도 없어지니까요. 그러니 저쪽이 마음놓고 착각할 수 있게, 인원을 가르죠. 우리가 기습에 온 전력을 끌고 왔을리가 없다고 착각하도록, 큰 전력은 뒤로 빼놓은 뒤 저쪽의 전력을 소모시키다가 나머지가 뒤를 치는 게 어떨까 싶은데..."
물론 그렇게 되면 선봉을 담당한 아군의 피해도 극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손해 없는 싸움이란 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손해는 날 수밖에 없다. 다만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것만큼, 우리 측 피해는 그나마... 저쪽보다 적어지겠지. 그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
병력을 둘로 나눕니다! 한 쪽은 이류와 삼류무사가 주축이 되고 일류무사가 극히 적은 선봉. 한 쪽은 소수지만 전부 일류 이상의 고수들.
스레주가 제안한 최고의 방법으로 기습을 시작하기 때문에 다이스는 굴러가지 않습니다.
와아아아!!! 함성이 들려오고, 경계병들은 쓰러집니다. 정신을 차린 금봉파의 제자들이 서둘러 앞으로 뛰쳐나갑니다.
그렇게 5분 정도 기다렸을 때. 금언은 지금이 적기라는걸 느낌적으로 체감합니다. 그대로... 뒤로 뛰어듭니다!
촤악! 피가 뿌려지고, 칼은 피를 먹습니다. 금언은 장강검법의 묘리에 따라 검을 움직입니다.
하지만 내공을 쓰지 않은 채기 때문에 그 한계는 명확합니다!
적들은 갑작스러운 기습, 거기에 이어지는 후속타. 정신을 완전히 못차리고 있습니다!
***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앞으로도 쭉 이 상태라면 아군 측 피해는 거의 없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운이 원래 이렇게 좋았던가, 그동안의 불운한 경험을 떠올리자니 좋다고 방심할 수는 없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앞을 막아선 금봉파 한놈을 베어내려했다.
오는 길에 내공을 이미 사용한 바 있고 소주천도 하지 못한 상태로 이러고 있으니 장기전이 되면 불리하다.
질질 끌게 되면 지금은 우왕좌왕 하지 못 하는 사파놈들이라도 정신을 차리게 될 테지. ...그건 안 돼, 그전에 전부 죽여버려야한다.
금봉파 놈들을 상대하면서도 전장을 둘러보며 약한 곳을 찾는다. 지금은 내공 없이도 그럭저럭 상대할 만 하다.
그러니 우리의 칼이 닿지 않는 곳, 내공을 써야만 뚫을 수 있는 곳을 찾고... 동시에 지휘관을, 지휘하는 놈을 쳐야 한다.
머리없는 몸통이 뭐가 무섭단 말이냐. 머리를 치면 이 싸움도 끝나지 않을까.
***
금언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가볍게 검으로 후려치곤 빠르게 전장을 훑어봅니다.
내공을 쓰지 않아서 정확하게 판별이 되지는 않지만... 적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조장님!"
여기저기서 지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적어도, 이들 전체를 확실하게 휘어잡고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은 현재 움직일 수 없습니다.
금언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중앙으로 짓쳐들어갑니다.
쐐애애액!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드는 것 처럼 금언의 검도 적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듭니다.
장강검법의 묘리고, 구결이고 신경쓰지 않고 막무가내로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이제 되었다 싶어서 금언은 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합니다.
다들 하나둘 씩 물러나고 있을 때. 터어어엉! 바닥에 큰 진동이 울리고 갑작스레 날아드는 봉을 간신히 피해냅니다!
"하하..."
머리가 깨졌는지 피가 흐르다말고 굳은 사람입니다. 금봉파의 제자답게 봉을 들고, 이곳저곳에 검상이 가득합니다.기습이 막 시작되었을 때 얻어맞게 기절해있었나봅니다. 일류 고수들은 갑작스레 금언이 고립되자 급하게 이 쪽을 파고들려하지만, 죽지않고 기절하거나 했던 위인들이 일어나서 저지합니다!
승기는 우리 쪽에 있지만, 시간은 분명히 걸립니다!
"정파놈들이 이젠 새벽에 기습도 하네?"
킥킥 웃으면서 그는 머리가 지끈거려오는지 이를 악물고 봉을 겨눕니다. 그의 봉에서 금빛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합니다...!금언은 어서 내공부터 끌어올리십시오! 곧 상대방의 공격이 시작될겁니다!
***
...생각보다 더 엉망인데. 첫번째에 머리가 죽은 건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붙잡아두고 있나?
잠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날아드는 검을 쳐올리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어느 쪽이든 머리가 없다면, 이 이상 간을 볼 이유는 없다.
속전속결로 전부 죽인다. 한 차례 검을 휘두르며 적군을 베어내니 서있는 사람보다 누워있는 이들이 많아 이정도면 되었다 싶어 퇴각 신호를 주었다.
머리가 없는 걸 확인했는데 굳이 여기다 아군 전력을 갈아버릴 필요까지야 있을까. 전력을 줄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진동과 함께 무언가 날아든다. 빠르게 피해내긴 했으나 조금이라도 느렸다면 크게 부딪쳐 치명상이든 뭐든 입었을 것이다.
"정정당당히 상대할 가치도 없는 놈들에게 기습을 하지 않을 이유라도 있나?"
비겁한 사파놈들을 상대하는데 방법을 가려? 미쳤냐? 누가 사파놈 아니랄까봐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인다.입으로 싸울 것도 아닌데 더 나불거려봐야 의미도 없을 것이다. 검을 들어올렸다. 장강검법 2성, 홍수. 그 검로를 떠올리며 땅을 밟았다.
***
몸에 내공을 끌어올립니다...! 상대도 마찬가지. 둘은 동수를 이룹니다! 카앙! 한 번 부딫히고 나서, 금언은 장강검법 2식을 이용해 상대방을 베어갑니다.
상대도 그에 질세라 마주해서 봉을 휘두릅니다! 터어어엉! 이런...! 금언은 살짝 밀린걸 보고 눈을 찌푸립니다. 상대가 생각만큼 만만하지는 않군요.
"핫하 - !!!"
특이한 기합소리를 내지르며 상대방이 봉을 밀고 들어옵니다. 하지만, 장강검법의 묘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밀어낸 금언의 검은 다시금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상대는 그에 맞춰서 봉을 위로 살짝 세웁니다!
그리고 눈으로 보고도, 그는 검을 막지 못합니다! 아래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던 검은 거친 홍수마냥 갑작스레 위로 치고 올라옵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뒤로 크게 뛰어 검을 피해냅니다! 금언은 다시 자세를 잡습니다.
살짝 밀렸지만, 백중 49대 51 정도입니다. 아니 48대 52? 아무튼 살짝 불리하지만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믿어봅시다. 다음 행동을 명령해주세요!
***
...밀렸어? 크게 부딪친건지 손목이 욱신거리지만 딱히 상처는 되지 못하는 정도고, 전투를 이어가기에도 무리는 없어보였다.
그렇지만, 상대는 강하다. 머리에 피가 있는 걸 보면 누가 대가리를 조지긴 조졌다는 건데, 그 김에 칼 맞고 강 건너지 왜 피만 흐르는 상태로 멈췄을까.
대가리를 치는 게 아니라 잘라버렸어야지. 아무래도 우리쪽 손속이 거칠긴커녕 상냥하기 그지 없었나보다.
어느 새끼가 그런 거야? 칫, 혀를 차며 다시한번 검을 쥐었다. ...솔직히 좀, 많이 무섭지만.
"...하아."
그렇다고 여기서 어떻게 튀겠냐. 머릿속으로 검로를 생각했다. 우선은 이기는 것부터 생각하자.
***
금언은 곤곤래의 자세를 취합니다! 먼저 봉이 앞으로 쑤욱 들어오자 첫번째 자세와 초식으로 방어합니다!
터어어엉! 봉이 튕겨나가고 금언이 앞으로 검을 쭈욱 내밉니다! 후욱...!
"크읍...!"
쾅! 상대가 봉을 옆으로 크게 휘두르면서 검을 쳐냅니다! 금언은 혀를 차며 안 쪽으로 검을 회수하고 상대도 다시 자세를 잡습니다....!
***
"좀 처맞아줄 수는 없어?"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무슨 공격만 하면 피하고 난리란 말인가. 이럴 때는 한방씩 맞아주는 게 강호의 도의거늘.
물론 저자식 공격은 나도 피할 거니까 별 의미없는 말이긴 했다. 회수한 검을 다시금 잡아 숨을 몰아쉬었다.
가까이 가면, 휘두르기 힘들어질 텐데. 문제는 거리를 어떻게 좁히냐 이거지. ...내가 머리를 잘 굴렸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었겠냐고.
이를 갈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치켜들어, 그대로 한걸음 크게 도약했다. 한방. 일단 노려보자.
쟤도 설마 갑자기 내가 돌진할 줄은 예상 못할 것 아냐. ...하면 어쩔수 없고!
***
검이 안쪽으로 파고들어가지만 상대는 능숙하게 방어를 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아....하아..."
하지만 체력적으로 문제가 좀 있어보입니다...!"제기랄...! 비겁한 정파 놈들 같으니!"
모욕을 당했습니다!!!!!! 후....하지만 비겁했던건 사실입니다. 금언의 정신은 모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합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네."
우리 친구, 왜 이렇게 소리가 큰가요. 쫄리니? 사파답지않게 혀가 기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체력을 아끼고자 입을 다물었다.
비겁한 거 알고 한 짓인데 거기다 대고 비겁하다고 하면, 어? 내가 그렇구나...! 난 비겁해...! 하며 무릎 꿇을 줄 알았어?
"그것도 모르고 저질렀을까."
아이고, 이 친구 보소. 잘도 짖는다. 비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머리를 맞고 저렇게 피를 흘리니 시야 확보도 어렵겠지. 그리고 지친 것 같다.
늙어서 체력이 줄었나? 예의따위 밥 말아먹은 생각을 하며 검법의 구절들을 떠올린다. 계속 이어나가는 척 하다가 비틀면 어떤 느낌이 될까. ...해보면 알겠지!
***
곤곤래에 이어 홍수로 넘어가는 변화적인 초식을 펼치지만, 상대는 여유롭게 막아냅니다!
"크흐...."
하지만...상대의 기운이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내공이 거의 다 소모되었군요!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끝입니다!
***
이걸 막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인상을 마구잡이로 일그러트리며 검을 고쳐잡는다. 그래도 뭐, 얼마 안 가 쓰러질 것 같기는 했다. 다행이다.
나도 여기서 더 못 버틸 것 같단 말야. 지금까지는 운 좋게 다치지 않았다고 해도 계속 그럴리가 없잖아.
...쟤 알고보면 약한 놈인가봐. 아니면 대가리가 깨져서 그런가. 어느 쪽이든 나한텐 이득이지. 안 그랬음 육편이나 되었을 것이다.
크게 숨을 들이키고 검을 휘둘렀다. 이걸로 끝나면 좋겠는데.
***
상대방의 봉에서 기운이 급격하게 사라져갑니다!
"제기랄...!"
낭패를 봤다는듯 그는 최선을 다해 회피를 시도합니다!
장강검법 3식 물보라
촤아악....! 유려하게 곡선을 그어가며 배부터 가슴까지 길게 검흔이 남습니다. 다시 한 번 이어지는 금언의 공격은 피해냅니다!
"하악....하악..."
금언은 아직 쌩쌩한데, 저 놈은 지쳤습니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금방 끝낼 수 있습니다. 내공도, 체력도, 부상도. 모두 멀쩡합니다!"쓰벌....조땠네...."
킥킥 웃으면서 그는 봉을 잡습니다. 마지막까지 무림인으로 남겠다는듯, 그의 눈에는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금언은 상대를 죽일 수도, 제압만 할 수도 있습니다.
***
왜 항복을 안 하지. 저정도 부상으로, 항복은커녕 계속 상대하겠다니 완전 미친 짓이잖아. 죽고 싶은 건가?
아니면 꼴에 사파라고 자존심이 있으니 그건 못 하겠다는 뜻일까? 머리를 굴린다.
전투의 흥분으로 다소 거칠어진 숨을 정돈하면서 냉정을 찾으려 애썼다. 그리고 가늠한다. 나는 저 자식을 이길 수 있는가?
이기고 나서 이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는가? 글쎄다. 전자라면 몰라도 후자는 모르겠는데. ...나 여기서 죽나? 불안감이 손끝을 떨리게 한다.
무시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그럼에도 검을 고쳐쥐었다.
저 사파놈이 어떻게 되든 상관도 없고 상관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같은 무인이었다. 마지막까지 명예롭게 싸우다 죽겠다면 (근데 이딴 싸움에 명예가 있을까. 개싸움이잖아 이거.) 어울려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귀찮은 새끼."
그래도 귀찮은 건 매한가지라 혀를 찼다. 계속 여기에 묶여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돌아가서 쉬고 싶었고 이 진득한 피냄새나 전장의 분위기 따위도 좋아하지 않는다.당장에라도 벗어나고 싶다. 내가 어쩌다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우선 저 놈부터 죽인 뒤 활로를 찾자며 떨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자. 저녀석까지 해치우면, 사기는 완전히 꺾일 테지.
***
장강검법 - 물보라
촤아아악! 피가 튀기는 모습이 마치 물이 어딘가 벽에 부딫혀 여기저기 퍼지는 모습같습니다.
그르륵... 가래 끓는, 아니면 기포가 끓는 소리.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소리와 함께 그의 목은 시뻘건 선혈이 흐릅니다.
털썩. 차악!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금언은 주변을 바라봅니다. 어....라? 주변이 어느새 포위된 상황입니다!
***
다음 생에는 남의 문파 잡아먹으려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해.
마음속으로 명복을 빌어준 뒤 주위를 둘러보는데 역시 도주로는커녕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포위망이 꼼꼼해서 늘어트린 검에 힘을 주었다.
이걸 어떻게 뚫어야할까. 얌전히 뚫려줄 성질머리는... 아니겠지. 그래도 사파란 것들이 아닌가. 그래도 높은 놈이 한참전에 죽었으니...
"...얌전히 항복해주면 좋겠는데."
역시 무리겠지? 아무리 사파래도 동료가 죽었는데 항복입니다! 라고 외칠 리는 없고, 상대가 지친 틈을 타서 조져버리자고 할 게 뻔하다.
여기서 대거리를 한들 서로의 전력 깎아먹기밖에 안 될 텐데도. ...게다가 나도 자신이 없다.
아직까진 싸울 수 있었지만 이게 계속될 경우엔 나가죽을지도 몰라서. 그래도 그냥 죽기는 싫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발악해보자며 검을 들었다.
누가 수상하게 움직이면 바로 물보라 초식이나 밟아야지.
"너희의 우두머리도 죽은 마당에 계속 승산없는 싸움에 매달릴 셈인가?"
***
격렬한 싸움이 끝나고 긴장이 살짝 풀립니다.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지만 금언이에게는 내공도 충분하고 부상도 없습니다.
체력? 짱짱~합니다! 긴장감이 들래야 들수가 없는 상황! 긴장이 탁 풀리자마자...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옵니다.
금언은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 적들에게 항복을 권고합니다! 하지만 적들은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금언을 보고 미친놈인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봉을 들어올립니다!
....어쩔 수 없군요! 전투가 이어집니다!
***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가끔은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내가... 별루다... 하지만... 긴장하려해도 긴장할 수 없는 상황엔... 흘릴 수밖에 없잖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우는 나...★
머릿속으로 웬 괴전파가 흘러들어오는 기분이라 칼같이 끊어낸 뒤 검을 고쳐쥐고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다가가 빠르게 곤곤래의 묘리를 이용해 베어내려했다.
그래, 어휴, 나란 놈이 다 그렇지 뭘. 왜 그동안 눈물샘이 일을 안 하나 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한곳만 노리고 뚫는다.
나! 할 수 있지?! 할 수 없어도 해!
***
금언은 이를 악물고 주변을 훑어봅니다. 어느 한 곳 만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 때. 쫓아! 쫓으라고! 멀리서 들려오는 막연한 고함소리들.
금언의 시선과 신경은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곳에는...지원이 이를 악물고 절뚝이면서 금언 쪽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딱 봐도 작아보이지 않는 상처. 절뚝이는 다리. 피곤해보이는 얼굴. 금언은 볼것도 없이 지원이 힘겹게 오고 있는 방향으로 허리를 틉니다!
휘익...! 검이 가볍게 휘둘러지고 카앙! 하는 쇳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집니다! 하늘은 어느새 태양이 완전히 떠올라 새벽의 어스름을 쫓아냈습니다!
지원은 어떻게 해서든 금언을 막고있는 금봉파의 뒤를 치려하지만 다리를 접지른게 생각보다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선을 끄는데에는 성공합니다! 곧바로 금언은 앞을 가로막는 이를 베어 넘기고 지원을 향해 달려갑니다! ....!!!
전장의 칼부림과 고함소리 사이에서 둘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느껴지는. 가슴으로 들리는 뜨거운 목소리가 있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등을 맞댑니다. 이젠 하나가 아니라 둘입니다. 우르르르르...! 지원과 금언을 잡기 위해 금봉파의 대부분 전력이 투입되었나봅니다.
많은 숫자가 둘을 둥글게 싸메고 있습니다. 콰앙! 쾅! 하지만 그 뒤 쪽에서 격렬한 소리가 들립니다! 금언은 필연적으로 아군의 지원인것을 눈치챕니다!
지원의 호흡은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금언은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 그렇지만 이 인원에게 물리면 위험한건 자명한 일.
그 때 달려오는 아군의 지원은 정말 크나큰 힘입니다! 뚫어! 막아! 상반된 명령이 여기저기서 내려오고 둘은 등을 맞댄채 검을 있는 힘껏 휘두릅니다!
채앵! 팔목을 타고 들어오는 금봉파의 봉을 칼손잡이 끝으로 올려친 금언은 허리와 다리를 180도 뒤틀면서 상대를 걷어찹니다!"둘째 도련님!!!!!!!!"
상처가 가득한 그 무사와 눈이 마주치고 소리가 들려옵니다! 금언은 지원을 부축하면서 달리기 시작합니다!내공을 쓰지 않아 속도는 굉장히 느리지만 금봉파의 공격은 한풀 꺾인 상태. 둘은 마침내. 포위망에서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전투가 몇 분 더 이어지고 장강검문은 본래있던 목책으로 후퇴하는데 성공합니다! 대승! 대승입니다!
***
..이겼다. 덜덜 떨면서, 울면서 시작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승리로 끝을 맺었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이게 말이 되나?
내가 소문주님도 아닌데 이긴 거야? ...와... 우와아... 다시금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 입 안쪽을 씹어 참아내고는 이성줄을 붙들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하는 것은 나중으로 해도 좋다. 일단은 여기 있어선 안될 사람의, 심지어 다치기는 또 거하게 다친 공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금 마음같아서는 확 메치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따가, 얘기 좀, 합시다."
우린 할 말이 좀 많을 것 같아요, 그렇지요? ...진짜 이해가 안 가네. 몸 조심 하랬더니 그건 어디로 들어먹고 이딴 꼴이 되서 나타난 건가.
죽고 싶은 건가? 어디서 굴렀길래 저렇게 다쳤어? 누가 보면 선봉 맡은 줄 알겠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 음절 하나하나를 씹어뱉듯 발음하고 홱 돌아서서 아군을 살폈다.
다친 사람은? 죽은 사람은? 우리 쪽 피해는? 이겼는데 문주님한테 욕 먹고 싶지는 않단 말이야. 다들 괜찮아?
***
피해 보고를 받습니다! 일류무사는 오직 부상자만 있고, 사망자는 전무합니다!
삼류와 이류무사들은 부상자와 사망자수가 크지만 전체의 1할도 되지 않습니다!
"급보입니다!"
어? 저 멀리 본가 쪽에서 누군가 달려옵니다.
"당장....당장 복귀하라는 전언입니다!"
***
다행이다. 비겁한 기습을 사용하긴 했으나 우리쪽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적은 만큼 돌아가서 욕은 들어먹지 않을 것이다.
안심하며 다독이고 쉬려 하는데 대뜸 들려온 목소리에 뭐냐고 고개를 돌렸다. 큰 싸움이 끝나서 이제 좀 쉬어볼까 하는데 뭐? 급보?
쉬지 말고 구르라는 거야 뭐야, 하며 인상을 찌푸렸으나.
"...복귀라고?"
그 내용이 참으로 미묘해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까라면 까야지 뭘...
***
다이스는 우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인게 틀림없습니다..... 돌아가면서 살아남았다는 그 감정. 승리했다는 기쁨이 한데 어우러져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내립니다.
주르르르르륵. 주르르르르륵. 그 날의 울음이 내려온다~~~~ 도착하자마자 부상자들은 이송되고 금언은 급하게 아버지에게 불려갑니다!
"또 울고있구나."
이젠 포기했다는듯 한숨을 내쉬며 편지를 하나 건넵니다. 그 곳에는... - 石家場主 卒!
"앞으로 어찌 일이 흘러갈지 예측이 되지 않는구나. 제갈세가에서는 1공자에게 접근을 한다 하였다. 우리도 발을 맞춰야 한다만 움직일 수 있는 이가 지금 너 밖에 없구나."
오자마자 다른 곳으로 발령이라니!
***
저 어디 먼곳에서는 사랑비가 내려온다던데 이곳에 내리는 건 눈물비뿐입니다... ㄴr는 ㄱr끔... 이 아니라 많이 눈물을 흘린다... 오늘도 괴전파는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언제나 그렇듯 한 귀로 흘려내면서 문주님께 불려갔는데, 이전처럼 크게 일갈은 하시지 않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혹은 포기했다는 듯 푹 한숨만 내쉬셔서 어쩔 줄 모르고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게요... 저도 울고 싶어서 우는 건 아닌데요... 벅차오르는 억울함에 다시한번 눈물이 쏟아지려 했으나 내밀어지는 편지에 대충 닦아내며 천천히 읽어내렸다. 이게 뭐야.
"제가 말입니까...?"
문주님 인간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거기에 절 보내면 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당연히 저 정파놈이 울보란다 수근수근 저런 곳에 힘을 실어줄수는 없지 우리는 흑천성 외길을 타겠다 이러지 않을까요.
물론 사파 소굴에 담설이를 보낼 수도 없고 누워계신 소문주님을 보낼 수도 없으니 당연하지만서도요...!!
"...이제 막 돌아왔는데, 다시... 출발이요...? 그럼 여기는...?"
게다가 우리 아직 금봉파랑 끝난 거 아니잖아요! 저 질척거리는 놈들을 문주님 혼자 막으시게요?? 이건 좀 아니지 않냐며 펄쩍 뛰었다.
휴식도 없이 굴려먹다니 이거 아동학댑니다 아동학대요!
***
"미안하구나."
문주는 미안하다면서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과 말투로 대답합니다.
"어쩌겠느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너가 원하는 사람 몇 명 정도는 함께 갈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말거라."
그는 어딘가를 쳐다봅니다.
"이 쪽에는 남궁세가에서 온 원군이 하나 있으니 쉽게 뚫리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나와 함께 이 곳을 지킬테니."
지원과 함께 누군가가 온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이렇게 신뢰하시는걸 보니 실력이 뛰어나거나, 신의가 대단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서두르거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는 거 같은데요?! 억울함에 눈이 홉 떠졌지만 차마 따질 기력도 신경줄도 없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약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출이 까라면 까야지 뭘 어쩌겠는가, 아동학대고 뭐시고 문주님이 '자, 굴러라!' 하면 굴러야하지 않겠는가. 장유유서를 따른다던지...
아무튼간에, 하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저건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세가에서 오셨다는 원군이 설마 그 팔랑거리는 공자는 아니시겠지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좀 다치긴 했지만 그 사람도 푹 쉬면 우리집 하나정도야 뭐... 쉽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세가의 일원인데, 그럼. 그렇고 말고.
"...예. 분부 받들겠습니다."
문도 몇을 데리고 가자. 이번에 안 죽었다고 거기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잖은가. 나를... 지켜줄... 문도들이 필요해...! 데려가야지...!
***
핫하 굴러라 걔! ... 아무튼 금언은 물러나고 사람들을 모집합니다. 바로 출발하실 수도 있고, 더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어디선가 괴전파가 웃음소리를 낸 듯한 불길한 기분이 든다. ...하도 전장에만 있어서 신경이 예민해진 것일까.
익숙하게 귀를 파면서 기분탓으로 여기고는, 모인 사람들을 바라본다. 개인적으로는 제발 날 지켜달라며 모두를 끌고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곳엔 담설이도 소문주님도 문주님도 계신다. 나 하나보다는 그 셋을 지키는 게 나으니까 난 최소한의 인원만 데려가는 게... 좋겠어.
몸 상태야 만전이고, 다친 곳도 없고, 내공은 좀... 음, 부족하지만 설마 가는 길에 위험한 일이 생기겠어ㅎ 그런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출발준비를 마쳤다.
문주님 시간 없으시댔다! 출발한다!
***
금언과 일행은 아무런 일도 탈도 없이 석가장에 도착합니다! ......얼레? 어디서 많이 보던 뒤통수....
금언의 손이 왜인지 때리고 싶어 간질거리는 그런 얼굴입니다. 뭐지 하고 슬쩍 쳐다보니. 남궁 걔입니다. 아. 탁. 하고 금언은 이마를 짚습니다.
***
천만다행히도 석가장까지는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도착하고 나서가 문제였는데 저기 뭐라구요 익숙한 뒷통수요???
원시천존께서 드디어 나를 버리셨는가????? 탁, 하고 이마를 짚으며 원시천존께 소리없는 비명을 전하고는 일행을 모으고 모아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본 것이다. 그렇다, 갑작스러운 눈의 통증으로 아무것도 보지 못 했고...
아무튼 못 봤다. 내가 못 봤다면 못 본 것이다. 일견 처절하게까지 느껴지는 자기세뇌로 그 자리에서 벗어나, 방부터 잡고 보자며 객잔을 찾았다.
가뜩이나 사파랑 정파는 사이가 안 좋은데 석가장주 죽었다고 정파에서 아무런 연통없이 처들어가면 욕 들어먹기 딱 좋잖아!
우선 객잔을 잡고! 사람이든 연통이든 보내서 방문 약속을 잡자! 그냥 처들어가면 싸우자는 것밖에 더 되겠냐고!
***
금언은 객잔을 찾으러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음..여기 마음에 안드는데....할 때 쯤, 한 꼬마 아이가 금언일행을 붙잡습니다.
"강서궁문에서 찾으세요!"
강서궁문이라면 호남장강검문의 든든한 동맹입니다! 금언과 일행은 얼른 그 곳으로 이동합니다. 함정일거라곤...생각하지 않습니다.
강서의 강자 중 하나인 석가장주의 장례식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여기저기 작은 문파들에서 조기를 내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분간 싸움은 없을겁니다.
"아!"
강서궁문의 제자들인지 훤칠한 키에 활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그들은 포권지례를 취합니다."장강검문의 둘째 도련님을 뵙습니다. 강서에 오셨는데 저희 쪽에 머무르시지 어이하여 바로 오시지 않으시고...하하..."
숙박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
숙박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하는 경쾌한 괴전파가 울려퍼졌다. 아, 맞다. 강서궁문이 있었지.
우리 집은 금봉파 놈들때문에 고생했는데 이곳은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무일도 없었다면 다행이 아니냐며 크게 신경쓰지 않고 포권지례를 취했다.
"최근 검문의 문제로 정신이 없다보니 맹우께 큰 실례를 저질렀군요.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눈으로 보기에 강서궁문에 뭔가 큰 문제가 있어보인다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여기까진 싸움의 불길이 미치지 않았나보다.
여기서도 전장에 굴려졌다면 나, 탈주했을지도 몰라... 그보다 주변에 널려진 조기가 눈에 띈다. 석가장 때문일까. 그렇다면...
"...혹시, 석가장의 일은..."
***
강서궁문의 제자는 쓰게 웃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석가장주가...그렇게 된 덕분에 한시름 덜었습니다. 일단 사문으로 모시겠습니다. 보시면 어떻게 되었는지 아실겁니다.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니 양해해주십시오."
그렇게 금언 일행은 안내되어집니다! 안내...당해버렸다... 그렇게 도착한 강서궁문은, 복구 작업이 한창입니다!
삼분지 일은 전소되어있고 흙바닥에는 아직도 피가 다 빠지지 않은듯 검붉은 자국들이 즐비합니다.
...금봉파의 세력이 여기까지 안왔을리가 없죠. 금봉파 혼자 호북선가, 호남장강검문, 강서궁문을 상대하고 있으니까요.
"누추하지만 일단 이 곳에서 머무르시면 되겠습니다."
금언 일행은 남아있는 방 중에 가장 괜찮은 축에 속하는 방에 배정을 받습니다!
"여기 이 아이가 시중을 들겁니다."
아까 봤던 꼬맹이입니다.
***
괜찮은 곳은 앞뿐이었나보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심한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두눈만 깜박거렸다.
하기야, 금봉파가 이곳을 가만히 놔뒀을 리 없지. 그래도 이거,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더 심하지 않아...?
방을 안내받고, 누추하다는 말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고맙다며 감사인사를 전한 뒤 시중을 들 거라는 꼬맹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중을 들 아이까지 챙겨주다니,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 상황일 텐데 괜찮은 걸까.
...하긴 복구작업에 열중하는 사람들 붙잡고 말 걸게 놔두는 것보다는 그나마 널널한 꼬마애 하나 안겨주는 게 저쪽에서도 손해가 적겠지.
여독을 푸는 것은 아무래도 뒤쪽으로 넘겨두어야겠다. 아이를 불렀다.
"강서궁문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뵈는데, 내가 이곳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괜찮다면 아는 걸 말해줄 수 있겠니?"
뭔가 알아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석가장을 꼬드기는 것도 그렇고, 강서궁문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라거나...석가장을 꼬드기는 것에 우선하되 시간이 남으면 강서궁문을 돕는 것도 좋지 않을까. 빚이야 남겨두면 좋지 않던가.
***
"음..." 꼬맹이는 짐짓 어른스러운척 손으로 턱을 받치고 고민을 합니다.
"일단. 전쟁이 잠깐 멈췄어요!"
석가장주라는 거인의 죽음. 오랫동안 이어지던 전쟁을 잠시 멈출 정도의 힘이 있습니다. 물론 그 뿐만은 아니지만...
"그리고...석가장에 조문단을 보낸대요! 근데 조문단이 뭐에요?"
이건 제법 쓸만한 정보군요.
***
아이는 생각보다 쓸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조문단이라, 잘만 하면 그곳에 이름을 올려 같이 동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안 될 거라고 덮어 생각하는 것보다야 한번 도전해보는 게 낫겠지.
품을 뒤적여 주머니에서 정과를 꺼내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알려줘서 고마워, 많은 도움이 됐어. 조문단은... 그러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누군가가 죽었으니 그에 대해 같이 슬퍼해주는 사람들? 사실 나도 자세힌 몰라."
정과 하나를 더 손에 쥐어주고는 이제 뭘 해야하나 머리를 굴렸다. 우선 그 조문단을 뽑는 데에 우리도 어떻게 안 되겠냐며 말을 올려보고...하지만, 오자마자 바로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 실례가 될 것 같은데.
"...그 조문단은 언제까지 보낼 예정이래? 알고있니?"
바로 가는 게 아니라면 내일 정도에 말을 붙여볼까... 안되면 당장에 찾아가야지 뭘.
***
아이는 과자를 받자 희희낙락하면서 곧바로 입에 넣고 우물우물거립니다.
"모라어!"(몰라요!)
아이는 언제 조문단이 출발하는지까지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야 어으드이 마하노고 도로쏘오..."(그냥 어른들이 말하는거 들었어요...)
직접 찾아가서 결판을 내봐야 하겠군요?
***
- [장백진]
- 후우, 몇년을 기다렸던가. 곤륜산에도 사부님을 비롯한 도사들이 많긴 하지만 도교의 총본산, 덕망 높은 도사들이 모인 곳은 무당파가 아니던가! 몇년 동안 끝없는 수련을 거치고, 사부님께 그토록 조른 끝에 도착했다.
무당산에 오른적은 몇번 있었다. 사부님과 문주님의 부탁으로 사형들과 같이 물건을 배달하러 몇번 드나들기도 했었고, 사형들과 같이 수련을 하러 온적도 있었고. 하지만 올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산세가 높고 험하지만 오르는데 힘든 것도 느끼지 못하고 즐겁게 올라왔다. 정신없이 산행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대문이 보인다.
나는 문지기를 서던 무당파(?)의 무사로 보이는 자에게 삿갓을 벗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곤륜파의 3대제자 한수도사의 제자인 4대제자, 장백진이라 합니다. 무당파의 도사님들께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기한은 2년, 2년 안에 이 무당파의 원로 도사님들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여기서 도사가 되는 꿈은 고이 접고 빨리 곤륜산으로 돌아와서 마교들이랑 싸우기나 하라는 스승님의 일갈이 떠오른다.
아아, 그때 스승님에게 두들겨 맞기도 엄청나게 많이 맞았지. 그때 그렇게 맞았으니, 이번에 꼭 인정을 받고 말겠어!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서 죽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죽이진 않겠지만, 그 대신 전치 1개월 나올 정도로 얻어맞겠지?)
***
말을 하는 내내 습관처럼 욕이 튀어나올 뻔 했습니다. 백진은 본능을 이성으로 참아내고서야 드디어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소식은 전해들었습니다. 무량수불..."
책임자로 보이는 한 중년 도인이 나와 합장을 하자 백진도 어설프게 따라합니다. 무당파랑 곤륜파랑 합장 자세가 조금 다르네요. 이 곳이 바로 중원인가...!
"한수도사의 제자라고 들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우선 여독을 푸시고 내일부터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허허허. 하고 웃으며 그는 백진을 안으로 안내합니다. 태극문양이 그려진 무당파의 정문을 들어서고 손님들이 묵는 방에 짐을 풀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백진은 이 곳에서 살아가게 될겁니다.
***
어? 정말 한 번에 통과된건가? 문 앞에서 한 달동안 버텨야 할 줄 알았는데! 속으로 쾌재라는 쾌재는 다 외치며, 좋아하는 티를 숨기려 애쓰지만 숨기지 못하고 안내하는 도인을 따라간다.
일단 방에 도착하여 봇짐을 풀고, 삿갓과 겉옷을 벗은 뒤 방 바닥에 드러눕는다. 그리고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안도하는 의미의 심한 욕.)"
곤륜산의 공기와는 너무나도 다른, 맑으면서 머릿 속까지 차갑게 만드는 공기. 이제부터는 정말 새롭게 살아야 하는구나. 좋아, 가볼까! 심호흡 하고 검과 책을 챙기고 수련장으로 향한다.
의외로, 수련장에는 사람이 얼마 없다. 아마 지금 시간은 다들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쁜가? 싶다. 몇몇 도인들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무당산에 온지 첫날부터 대뜸 비무를 신청하기엔 조금 그렇다. 첫날부터 이러다간 쫓겨날지도 모르잖아!
그럼 뭐, 오늘은 가볍게 몸이나 풀까? 가자, 윗몸일으키기 육백개다!!!
***
2.2. 사파 ¶
무림비사/스토리 - 평
무림비사/스토리 - 주선영
무림비사/스토리 - 하리
무림비사/스토리 - 상혜연
무림비사/스토리 - 주선영
무림비사/스토리 - 하리
무림비사/스토리 - 상혜연
- [서단화]
- 힘없고 약한 아침
- 와! 힘세고 강한 아침!
" 으… 으으으… "
...이 아닙니다. 단화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어젯밤 먹은 저녁밥이 문제였던걸까요. 아니면 점심밥? 어쩌면 새벽 바람이 서늘했던 탓일지도요. ...하지만 일어나야 합니다. 언제까지고 누워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 아, 아아… 오늘이 마지막인가… 아버지, 어머니… 이제 이놈은 갑니다..."
당장이라도 삼도천을 건널듯한 혼잣말을 내뱉지만, 단화에게는 익숙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항상 그의 말대로 이루어졌다면 아마 그는 지금쯤 저승의 단골 손님이 되어있었겠죠.
잠시 뒤 뱀처럼 이불 밖으로 기어나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그는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합니다.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오늘의 그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 힘 없고… 약한 아침… "
그 말을 되뇌이며 그는 가까스로 준비를 마쳤습니다. 문 밖을 나선 그의 모습은 막 일어났을 때보다는 나은 것 같네요.
# 힘없고 약한 아침! 일단 밖으로 나갑니다
**
단화는 산서의 어느 작은 도시의 방에서 나옵니다...
사파가 왜 정파에 있냐구요?
당신의 의형제 진금란 때문이라고 해둡시다! 굳이 굳이 지낼 곳이 없다니깐 굳이 굳이 한사코 거절하는 단화에게 방을 하나 마련해주었습니다..
밖으로 나가자 상인들은 장사를 준비하고 있고, 농민들은 밭을 일구러 나갑니다.
어린아이들은 뛰어다니면서 멱을 감으러 가고 있고 노인들은 그늘 아래에서 장기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紅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붉은 깃발의 상행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고자 합니다.
또 다른 곳에는 천방표국이라 써져있는 간판이 보입니다.
음.
무엇을 해볼까요?
**
오늘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날입니다! 아니, 항상 그랬던가요?
단화는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봅니다. 일상적인 풍경 뒤로 붉은 깃발이 눈에 띄는 상행이 보이네요. 왠지 모르게 흥미가 생긴 단화는 상행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 나! 상행! 궁금하다!
**
단화는 종종걸음으로 紅이 적혀진 상행 쪽으로 갑니다!
그들은 문을 통과해 당당히 도시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호위하는 표사들은 하나같이 헌양하고 눈빛에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의형제의 천방표국에 뒤떨어지지 않는군요.
물건들은 아마포에 뒤덮여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가끔씩 건초나 천들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참을 지나 꽤 큰 건물로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은 근처에서 쉬기 시작합니다.
"음? 거기! 뭘 자꾸 보슈!"
대머리 빡빡이에 수염이 삐죽삐죽난 사내 하나가 단화를 보고 와하하 웃으면서 소리칩니다.
"표사 자리에 관심있나!"
이것이 스카우트...?
**
" 어이쿠야, 그 말씀 저에게 하신겁니까? "
이것이… 강호의 스카우트…? 단화는 그 자리에 멈춰서 대머리 사내의 말을 받아칩니다. 왠지 메이x스토리가 머릿 속에 떠오르지만 착각이겠죠.
" 마침 일이 없어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만... 뭐, 제가 도울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쇼. "
말을 걸어주었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요? 단화는 웃으며 사내에게 다가갑니다.
# 일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
"오."
오히려 그가 놀랍니다.
"그냥 놀리려고 한 말이었는데. 놀랍고만! 그래. 무림인이지? 칼 차고 있는거 보니까 딱 무림인이구만. 껄껄껄!"
그가 웃더니 옆에 고함을 칩니다.
"임시 표사 하나 구했수다! 행장!"
그러자 눈 밑이 검은 여자 하나가 흐느적 거리면서 나옵니다.
"...임시...표...사....?"
어. 왜 무섭지. 어.
**
단화는 행장이라 불린 여인을 바라봤습니다. 저 사연이 백만 가지 정도 있어보이는 얼굴로 보았을때 분명 흑막… 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엄청나게 피곤한 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 예,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 단화라고 하는 사람입니다요. "
단화는 웃음을 거두지 않고, 예의바른 강호인이 되기 위해 먼저 인사를 건네봅니다.
# 신속취업!
**
"....그래요. 임시 표사로 동행해주면 좋겠군요. 우리는 호북의 제갈세가까지 가야하니. 좀 먼 길이 될거에요. 다른 일자리가 없다면 상행동안 잘 하신다면 정식으로 채용할 수 있으니 힘내주세요..."
다다다 쏟아부은 행장은 다시 어딘가로 쏙 들어가버립니다.
....이렇게 대충 처리해도 되나 싶군요!
"임시로 합류한걸 환영하네! 단화? 이름이 단화인가? 허허허! 난 영태아재라고 부름 되네!"
빡빡이 털보 아재가 단화의 옆으로와 어깨 동무를 하며 껄껄 웃습니다.
**
" 예, 맡겨주십쇼. "
호북… 생각보다 먼 곳입니다. 제갈세가에는 무슨 일로 가는걸까요? 벌써부터 궁금한 점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하하, 그럼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요. 영태아재. "
단화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일단 궁금한 점을 물어보도록 합시다…
" 그런데 제갈세가… 에는 무엇을 옮기는 거랍니까? "
살짝 목소리를 줄이면서, 영태아재에게 말해봅니다.
# 제갈세가면… 부채를 옮기나요? 영태아재에게 물어봅니다
**
"응? 그런건 나도 모르지. 그냥 뭐 이것저것 물자인것 같던데..."
영태 아재는 머쓱하게 웃습니다.
"그. 제갈세가가 안그래도 요즘 흑천성주한테 많이 시달리고 있지 않던가."
그건 몰랐네요!
"그래서 물자가 많이 부족한가보이."
**
" 아하, 그렇군요? "
물자! 그 안에는 분명 부채도 있겠죠? 제갈세가 하면… 부채… 학 깃털로 만들어진 하얀 부채…
...뭐 그런 종류가 들어있겠네요.
그래서 언제쯤 출발하게 될까요? 단화는 만약 시간이 남았다면 잠시 수련이라도 할 생각이었습니다.
# 출발은 언제 하나용?
**
"우린 이제 막 이 곳에 들어왔으니 출발까지는 시일이 좀 걸리겠지?"
아재가 그렇게 대답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도 좋고 말이야."
당분간 함께 일할 사람들이 있겠습니다.
단화는 이제 막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
**
" 다른 사람들… 이군요. "
단화는 주위를 둘러봅니다.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 할 사람들이니 어색하게 지내서는 안되겠죠. 음… 그렇지만 수련할 시간도 충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단화는 일단 사람들과 안면을 트기로 했습니다. 수련보다는 이쪽이 더 재밌을 것 같네요!
# 주변에는 어떤 분들이 있을까요
**
한쪽 눈에 세로로 난 상처를 가지고 그 눈을 감고서 검을 닦는 삿갓을 쓴 남자.
어딜보더라도 눈에 띄는 화려한 붉은 염색을 한 비단 옷을 입고 창을 들고 있는 여성.
손에 서류와 세필을 들고 무언가를 쓰고 있는 어린아이.
가 보입니다.
- 눈나 형아 응애
- 주변에는 남성 한분, 여성 한분, 그리고 아이 한분… 아이 한분이요? 다른 두 사람이야 지극히 평범한 무림인의 모습이지만, 단화는 이런 곳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이 조금 신경쓰였습니다. 어쩌면 진짜 어린아이가 아닐 수도 있겠죠. 무림에서는 흔한 일이니까요...
" 오,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요? "
단화는 슬그머니 어린 아이 쪽으로 다가가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뭔가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방해가 됐을까요?
# 여기에 아이가?
**
아이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무언가를 계속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대충 보니까.....
물자의 수량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뭐, 뭐야 넌!"
아이 특유의 높은 목소리가 빽 질러옵니다.
아이 귀 아파라.
**
" 아이코... 방해가 되었다면 송구합니다만, 잠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요. "
초면… 신경질적... 말이 짧음… 째진 목소리가 조금 고통스럽게 귀에 박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단화는 가볍게 웃으며 두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넸습니다.
# 신병 받아라!
**
"뭐? 인사? 넌 뭔데?"
꼬맹이놈...아니 어린 아이는 탁. 하고 세필을 서류 옆에 꽂으면서 물어봅니다.
그보다 단화는 사파인데 참으로 예의가 바르군요! 김캡틴의 악의가 꿈틀거립니다...
**
" 저 말입니까? 이번에 임시로 일을 도우러 온 사람입니다. "
아아… 뭔가 불길한 느낌… 그래도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니 마무리는 지어야합니다.
" 그런 의미로, 잘 부탁드립니다요. "
이제 다른 두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봐야 할것 같습니다. 인사에 차별을 둔다는 건 나쁜 일이니까요! 아닌가? 아무튼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보기도 해야 할테니… 단화는 말을 마치고는 슬쩍 몸을 돌려 다른 사람들 쪽을 바라봤습니다.
# 신병 받아라 2트!
**
"표사인가? 물건들에 손댈 생각은 하지마! 지켜볼거니까!"
아이는 표독스럽게 쏘아붙이고는 궁시렁거리면서 지나갑니다...재수없는 꼬맹이 새퀴.......
단화는 반드시 저 꼬맹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훌륭한 생각을 합니다.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
후후후… 나는 사파의 힙스터… 건방진 꼬맹이를 교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 끝까지 예의바르게 대해주지...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한건 아니지만, 단화는 어린 아이가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다음은 누구에게 가면 좋을까요? 단화의 눈길은 창을 든 여자 쪽으로 향했습니다. 화려한 붉은 옷… 왠지 누군가가 떠오르는 옷차림이네요.
" 흐음… 안녕하십니까? "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간 단화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 외눈 남성분 미안해용...
**
"어머머?"
화려한 붉은 비단 옷을 입은 그녀는 활짝 웃으며 인사해줍니다.
"신입인가보네?"
저 그런데 그, 어, 혓바닥은 왜 낼름거리시는지 모르겠는데요. 부담스러우니까 넣어주시면 안될까요.
**
혓바닥? 무슨 의미죠? 레드 라이트? 단화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선 조금 놀랐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뭐, 너무 평범하면 재미없죠. 그렇지 않나요?
" 예, 임시로 표사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요. 잘 부탁합니다. "
어쨌든 제대로 인사는 해야겠죠. 이제 한 사람만 남았군요...
# 날름날름… 무섭...
**
"어디가려고...?"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몸을 돌리려는 단화의 어깨를 잡습니다.
으악! 아파용!
"왜 그렇게 빨리 가려고 그래...어디 급해...?"
으아앙! 제발 그 혀 좀!
**
" 예에? ...아뇨! 딱히 급한건 아닙죠…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이대로 떠났다가는 왠지 큰일이 날것 같은 느낌에 단화는 재빠르게 원래대로 몸을 돌렸습니다. 아까부터 신경쓰였지만… 정말 혀가 깁니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 크흠… 아, 그러고보니 존함도 묻지 못했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여쭈어봐도 될런지요? "
# 이름이라도 들어볼까용!
**
그녀는 배시시 웃습니다.
"정말...? 날 알고 싶어...?"
아뇨. 알고 싶은게 아니고요. 이름을...
"나는....나는...."
끈적하게 다가오면서 귓가에 뭐라 속삭이려는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챕니다.
"사람 그렇게 놀리지 마라."
**
끼에에에… 살려주세용…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누군가가 나타나준것 같습니다. 단화는 슬그머니 여자에게서 떨어져 뒤로 물러났습니다.
" 아이고야… 장난이 너무 심하신거 아닙니까요? "
손사래를 치며 여자의 어깨를 잡은 사람을 슬쩍 바라봅니다. 마지막 남은 외눈의 남자일까요?
# (두려움)
**
단화의 짐작대로, 그는 외눈의 남자였습니다.
"음."
그녀는 혀를 낼름낼름거리면서 외눈의 남자를 쳐다봅니다.
"남은 눈도 빼먹히고 싶어서 그래? 응?"
"돌려받기 전에 그만해라."
사이가 좋아보이진 않네요. 그는 그녀를 무시하고 단화를 쳐다봅니다.
"오자마자 욕봤구만 그래. 괜찮나? 난 청백, 저것은 적녀라고 부르면 되네. 참 재미없는 이름이지?"
재미가 없는게 아니라 무서워요.
**
대화를 천천히 들어보니, 그대로 있었다가는 정말로 실눈(안보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화는 여전히 웃고 있지만 여유가 조금 사라진 것 같군요.
" 물론 괜찮습니다… 아, 저는 서 단화라는 사람입니다요. 편하신대로 불러주십쇼. "
청백과 적녀, 두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아이에겐 이름을 묻지 못했지만, 뭐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 인사도 다했으니 슬슬 출발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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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휴식 후에 상행은 다시 출발합니다!
저 남쪽의 호남으로.......
여행 과정을 스킵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안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처음이니 일단 스킵 안하고 가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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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이 출발합니다!
다각...다각...다각...
한참을 지나다가 밤이 늦어 야영을 해야할 때 쯤. 단화의 눈에 흰여우 한 마리가 보입니다.
...네? 이렇게 뜬금없이요? 김캡틴은 개연성이란걸 모르는 사람인가?
**
띠용용?
" 응? 저건… "
야영 준비를 하던 단화는 왠지 모르게 여우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곳에 어째서 여우가 있을까요. 보통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데… 길이라도 잃은 걸까요?
잠시 고민하던 단화는 일단 다가가보기로 합니다. 야영지를 이탈하는게 신경쓰이지만, 잠깐이라면 뭐 괜찮지 않을까요?
# 일단 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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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우는 새끼 여우인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생김새입니다.
뭐, 귀엽다는건 부정할 수 없겠군요!
단화가 다가와도 딱히 도망치지도 않고 오히려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
" 흐음, 길을 잃은건가…? "
단화는 혼잣말과 함께 흰 여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봅니다. 도망가지 않는걸보니, 사람과 익숙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호기심이 넘치는 녀석일지도요...
#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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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우는 빤히 단화를 쳐다봅니다...
음...뭐지...도망가지도 않네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
쓰담쓰담쓰담...
이쯤되니 의문이 듭니다. 슬슬 도망갈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가만히 있네요? 혹시 주변에 뭔가 있는걸까요? 단화는 일단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 여우의 정체는 뭘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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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는 주변을 둘러봅니다.
주변에는 딱히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단화의 시선으로도, 김캡틴의 시선으로도........
**
" 흐음… "
그렇지만, 주변에도 딱히 특별한 것이 보이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확 데리고 가버리기에도 뭔가…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고 말이죠. 단화는 일단 다시 야영지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더 자리를 비웠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집으로 가는게 좋을걸. "
그러면서도, 약간 미련이 남은듯 여우를 조금 더 바라보고 있습니다…
# 마음의 평화를 얻었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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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단화를 쳐다봅니다.
정말 갈거야? 이런 느낌이군요.
그리고 단화는, 여우의 꼬리가 2개인 걸 발견합니다.
...
매혹에 저항합니다!
**
...앗!
뭔가 꼬부랑 말을 쓰는 자신의 모습이 스쳐지나간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요? 주위는 방금 전과 다름없는 풍경이고, 흰 여우도 여전히 꼬리가 두 개네요. ...두 개요?
단화는 여우의 꼬리가 두 개인 것을 눈치 챈것 같습니다… 머리는 당장 자리를 뜨자고 하는데, 몸은 왠지 여우를 향해 다가가고 있고요. 아니, 사실은 머리도 저 여우의 집사가 되라고 말하고 있었군요. 다시 천천히 여우에게 손을 뻗어봅니다. 과연 간택될수 있을까요?
# 매혹 저항이 의미 없는 것 같지만 여우는 못 참지용… 근데 이래도 되는걸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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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얌전히 있습니다....
똘망똘망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단화를 쳐다봅니다.
간택받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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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조심 데려가려 시도해볼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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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얌전히 단화의 품에 안깁니다.
데려가도 문제가 없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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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기한 동물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건 좀 더 고민해봐야 할것 같네요… 혹시 적녀씨가 먹는다거나 하진 않겠죠? 그런 생각으로 일단 품에 잘 숨겨서 돌아갑니다.
# 다시 야영지로 돌아갈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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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로 돌아옵니다!
이제 일행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호남에 도착합니다!
호남 성 안에 들어오자 가장 높은 전각처럼 보이는 건물이 반쯤 부숴져 있습니다. 제갈세가의 전각이겠지요....
"상태가 썩 좋지는 않군. 들었던대로야."
누군가가 중얼거립니다...
**
" 허어, 그렇군요. 설마 이 정도일줄은… "
그 말을 맞장구치듯이 받은 단화는, 고개를 돌려 방금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습니다. 근데… 누구세요…?
# 뉴페이스인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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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입니다!
그는 쯧쯧 혀를 차면서 저 멀리 있는 제갈세가의 전각을 봅니다.
"보이나? 어떤 감상이 들어?"
어떤 감상이냐고 해도...전 아무것도 모르는 데스웅...
**
뎃…? 단화는 그런 추임새를 낼것 같은 것을 꾹 참고 턱을 매만지면서 대답합니다.
" 감상입니까요? 흐음… 놀랍다고 하는게 맞겠지요. 제갈세가라면 엄청난 명문가인데, 그런 곳의 전각이 부서질 정도라면… 피해도 그만큼 심하다는 것일테니. "
# 상황이 심각하군용?
**
"정확하구만."
청백이 그리 대답합니다.
"소문을 모르나? 흑천성주와 제갈세가의 대립각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말이야. 저 동쪽 근방의 석가장이라는 곳 때문이라네. 뭐 이런 상단에게는 외려 호재겠지만."
그 때 였습니다.
"뭣들하나! 안 움직이고!"
저번의 그 싹퉁바가지 꼬맹이가 소리칩니다.
제갈세가로 움직여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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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조만간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일이로군요? 아니… 이 정도라면 이미 큰일일지도 모릅죠. "
그러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긴하죠. 일단 다시 움직입시다.
" 예, 예. 지금 갑니다요! "
# 드디어 의뢰 완수인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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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제갈세가 앞으로 이동합니다!
"잠깐. 표사들은 무기를 맡겨주셔야겠소."
단화를 비롯한 표사들은 무기를 맡기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에는...꽤 치웠다고는 하지만 역력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걸 단 한 사람이 해냈다니..."
누군가가 중얼거립니다. 누구지? 음. 모르는 사람입니다.
의뢰가 완수됩니다!
재산단계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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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부유해졌다거나 그런 기분은 안 들지만, 어찌됐든 오늘내일 식비는 번 것 같군요. 그것보다도 방금 전의 말이 신경쓰입니다. 그렇게 규모가 작은 전투도 아니어보이는데, 한 사람의 소행이라고요? 단화는 슬금슬금 다가가 넌지시 말을 건네봅니다.
" 단 한 사람이요? …이 흔적을 만든 자를 말하는겁니까? "
# 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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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모르나?"
오히려 그들이 놀랍다는듯 단화를 쳐다봅니다.
"저게 다 흑천성주가 저지른 일이잖나. 혼자서."
남의 진행을 잘 챙겨보고 위키 정독을 하라고 강요하는 캡틴이라니...어서 빨리 분조장을 소환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무튼. 얼마 전에 흑천성주가 한 번 뒤집어 엎었었네."
**
어…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 그렇습니까? 이곳 사정은 잘 모르는지라... "
아무튼 알았으면 된거죠! 명색이 오대세가 중 하나인데 한 사람에게 이런 일을 당하다니… 흑천성주가 강한 것도 있겠지만, 자존심 좀 구겼겠군요.
" 흐으음… "
그럼 의뢰도 완수했으니 이제 무얼 해볼까요. 단화는 잠시 고민해봅니다.
# 이제 뭘할까...
**
무얼 해볼까요...
캡틴은 무슨 선택지를 제시해야할지 혼란에 빠집니다!
저잣거리도 있고, 제갈세가를 둘러보는 것도 있고....또...이 기회에 날뛰기 시작하는 사파들도 있겠지요!
**
음… 으음…
단화는 이왕 온김에 저잣거리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한참 난리가 났으니 활기찬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일단 가봐야 알게 되겠죠.
# 저잣거리가 끌리네용!
- 그리고 여우
- 저잣거리로 이동합니다!
제갈세가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저잣거리는 나름 활기찹니다!
**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른 분위기네요. 하지만 오히려 좋습니다! 칙칙한 분위기에서는 밥도 목으로 안 넘어갈테니까요.
그럼… 우선 끼니를 떼워봅시다. 제때 영양을 보충하지 않으면 픽픽 쓰러지는 몸만 아니었어도 다른 곳을 먼저 갔을텐데...
# 밥…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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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러 가봅시다!
다양한 음식점과 노점들이 저잣거리에 흥건합니다!
어떤 것을 먹으러 가볼까요??
고기? 술? 야채? 국수?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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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국수를 안 먹은지도 한참 되어가는군요. 단화는 홀린듯이 국수집으로 발을 옮깁니다.
# 멸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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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국물을 시원하게 우려낸 멸치국수집으로 이동합니다!
후루룩.
맛있게 먹습니다!
꺼어억...
값을 치루고 나오자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
…
배부르니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그렇지만… 해가 슬슬 지고 있으니 일단 제갈세가 쪽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상행을 마치면 어떻게 되었었죠? 음… 다시 모여서 돌아가던가…? 당연히 그렇겠죠...?
# 무알못 단화주는 혼란에 빠졌다!
**
상행을 마쳤으니 단화는 이제 더 이상 거기에 고용되지 않습니다!
도비 이즈 프리!
일단 해가 저물어가니 숙소를 찾아보는건 어떨까요?
**
쿠팡맨은… 자유에요…!
단화는 우선 묵을 곳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길거리에서 노숙도 가능하겠지만 여러모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으니 그만둡시다.
# 그럼 숙소를 찾아볼게용!
**
숙소를 찾아봅니다!
허름한 곳
싼 곳
그냥 그런 곳
괜찮아 보이는 곳
아주 비싼 곳
을 찾아냅니다!
**
# 홍… 고민될때는 중간이 답이라고 했어용… 그냥 그런 곳으로 갈게용!
**
그냥 그런 곳으로 갑니다!
거기에는 어중이 떠중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어보입니다....
"식사? 숙박?"
오, 여관과 식당을 같이 하는 곳인가봅니다!
**
" 아, 숙박하러 왔습니다. "
식사는 방금 전에 했으니 괜찮겠죠. 단화는 방을 빌리려 합니다.
# 여우에게도 뭔가 줘야 될것 같긴 한데…
**
"3층 제일 왼쪽 방이요."
여우는 신경도 안쓰는 것 같군요.
아무튼 방을 받았습니다! 방에 다행히 간식거리가 있지만 여우는 딱히 먹질 않습니다...
자고 일어납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아침을 먹으려 나와보니 사람들이 시끄럽게 수군거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아 글씨 사람이 간만 쏙 빠져서 죽었다니께!"
네?
**
...띠용? 간만 쏙 빠져서 죽었다고요?
단화는 슬쩍 여우의 모습을 확인해봅니다. 혹시 꼬리가 하나 더 났다던가… 그런건 아니겠죠?
# 입마개가 필요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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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듭니다.
비비적 비비적. 비비고 만두.
다시 봐도 1개입니다.
너 저번에 2개 아니었니?
**
이상합니다. 지난 번에는 분명 두개였는데… 잘못 봤을리는 없고, 혹시 숨기기라도 한걸까요?
일단 여우는 품 안에 잘 숨겨두고, 방금 전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뭔가 물어봅시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수도 있을테니까요. 세상에 간을 빼먹는게 여우 하나 뿐이겠나요?
#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겠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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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물어봅니다!
혼란스럽고 해괴망측하며 괴력난신인 이야기라 그런걸까요?
단화는 딱히 별다른 것들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해괴합니다 해괴해...
해괴사 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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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다… "
특별히 쓸모있는 정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단화는 일단 밖으로 나가보기로 합니다. 여기서는 더 찾을게 없어보이네요.
# 슬금슬금 도망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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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건현장을 벗어납니다!
여우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커! 여! 워!
**
단화는 자기도 모르게 여우를 가볍게 쓰다듬어줍니다. 아아…. 너무 귀엽다….
아니, 이럴때가 아닙니다. 정말 이 여우가 사람 간을 빼먹었는지 확신할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숨겨둔 여우를 들키기라도 하면… 으악…
잠시 고민하던 단화는 상행을 떠나온 길로 다시 돌아가는건 어떨지 생각해봅니다. 돌아가는 김에 여우를 만났던 곳에 다시 놓아주고 간다던지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단화는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저잣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 도망간건 좋은데 이제 어떻게 하죵…
**
저잣거리를 터벅터벅 걷습니다.
여우는 좋다고 품 안에서 코를 골며 쳐자고 앉았습니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된거 아닐까요?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단 잘못본게 아니라면 여우의 꼬리는 분명 2개였단 말이죠?
이런걸 잘 아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요?
**
단화는 가만히 생각을 이어갑니다.
정상적인 여우라면 꼬리가 두개일리 없으니 분명 특별한 종류일테고… 그럼 영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가보면 알수 있지 않을까요?
않이… 근데 그런걸 잘 아는 사람을 어디서 찾죠? 하나를 해결하니 다른 문제가 또 가로막습니다.
# 뉴런에게 일 시키면 알아올까용…?
**
어려운게 아닙니다!
이런걸 잘 아는 사람들...신비잡학에 관심 많은 자들.
누가 있겠습니까?
무당!
**
띠용!
꽤 오랫동안 고민하던 단화는 드디어 정답을 찾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당에게 묻는다면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화는 더 시간을 끌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일단 무당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 오너가 무능하면… 캐릭이 고생한다...
**
무당집을 금방 발견합니다!
요즘들어 이런 언급이 잦아지는 것 같군요...무언가 일어나기라도 하는걸까요?
무당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여우가 으르렁 거립니다!
엥? 가기 싫어하는걸까요?
**
으르르르르…
이상한 소리가 나자 단화는 슬쩍 여우를 바라봅니다. 들어가기 싫은게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단화는 여우를 어떻게든 달래주면서 안으로 들어가보려 합니다.
# 동물병원 가는 댕댕이의 모습일까용...
**
여우는 어떻게든 안가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땅이 붙잡은 듯이 여우는 딱 내려서는 아둥바둥 움직이질 않습니다!
다갓 무기징역 때려!!!!
**
아무리 어르고 달래봐도 여우는 움직이지 않네요…
" 아이고… 이를 어째… "
그냥 두고 들어가는 법도 있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에 뭔가 저지를까봐 두렵습니다. 줄로 묶어놓으면 그럴 확률이 조금 줄어들까요… 물론 줄이 없다는게 큰 문제지만요.
" 정 들어가기 싫다면야 어쩔수 없지. 대신 얌전히 있어야 한다. "
단화는 그렇게 일러두고는 임시방편으로 간식을 던져준뒤 안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여관에서 슬쩍한...
# 간식엔 별로 관심없어 보였지만 없는것보다는 낫겠죠?
**
여우는 얌전히 자리를 지킵니다.
다들 신기한듯 쳐다보고 지나가는군요...다행히 뭐 건드리지는 않네요.
무당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팍!
들어가자마자 소금세례를 맞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왜 이제 온게야!"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산데.
**
으악!
단화는 들어서자마자 졸지에 살아있는 염장고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여우가 군침을 다시는건 아니겠죠? 아닐거라 믿습니다.
" 아이고, 이제라고 하셔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요… "
왜 이제 왔냐고 묻는건… 어제 일어난 사건이 여우와 뭔가 관련이 있다는 뜻인걸까요. 짐작은 가지만 일단 무슨 뜻의 말인지 묻기로 합니다. 단화는 소금을 툭툭 털어내며 입을 열었습니다.
# 으악...
**
"에이잉...쯔쯔...와서 앉으시게!"
무당은 부채로 탁탁 탁자를 내리찍...그래도 되나?
내리찍으면서 앉으라 합니다.
"그래. 필시 여우 때문에 온 것이겠지?"
와...용하다! 용해!
- [묵련]
- 묵가놈 어딘가엔 있지 않을까요 대체 어디 있을까 모르겠으니까 일단 무작정..! 시작!
***
버럭!
50대의 장년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침을 튀겨가며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어우야 핏대가 피부를 뚫고 나오는게 아닐까요?
"....찌 그리도 생각이 없단 말이냐!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고 다닌데도 이...!"
그리고 옆에서는 살짝 작은 체구에 왜소한 소녀가 우물쭈물하면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칼 맞고...!"
장년인의 호통은 끝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짝다리를 짚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호통을 듣고 있는 소녀.
묵련은 하품을 쩌억 하면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뭐 평범한 흑천성의 전각이군요. 팔천군의 팔천각입니다.
"이 놈이 그래도 정말!"
시작부터 뭔가 다이나믹하군요!
***
아무튼.
"아라이 씨, 영감이 한 줄로 끝내먹지를 못해요, X이발..."
뇌절 친다고 대놓고 궁시렁거린 묵련은 반성의 기미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귀중한 하루 하날 고대로 갖다 보낼 작정이신가 보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 픽 웃으며 친구...친구? 를 보고 동의를 구한다. 그래, 죄 없는 놈 끌여들이는 겸 스승을 비꼬는 것이다!
***
"저...저기...련아...스승님한테...그...그런 말투는....아닌 것...같은데..."
우물쭈물거리던 소녀, 묵련의 유일한 동성친구 금양지가 검지손가락으로 검지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시선을 내리깐 채로 말합니다.
"너!!!! 억! 어억!"
팔천군은 뒷목을 잡습니다.
***
그런 말투라니 참 내. 묵련은 권태로운 눈을 하며 뒷목을 주물거렸다.
"X이나 잡수라 그래-"
어깨를 으쓱이고는 뻔뻔하고 태평하게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뇌절은 이제 그만!
누가 보면 잔소리가 끝났는 줄 알 정도로 자연스럽고... 익숙한 행태였다.
***
묵련은 자리에서 벗어납니다!
어...어...하면서 애처롭게 손을 뻗는 양지가 보이지만 묵련은 모른체 외면해버립니다!
...어디로 가볼까요?
흑천성의 내부를 돌아보거나, 흑천성의 외부로 가볼 수도 있습니다.
***
양지쟝 미안해...
묵련은 되는대로 걸음을 옮기며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매일 보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흑천성.
오늘은 뭐 다른 것 없나?
***
흑천성의 더욱 깊은 곳으로 갑니다!
거대한 중앙광장이 보입니다.
정면에는 궁궐처럼 으리으리한 성주의 거처이자, 집무실이 있는 흑천궁이.
그 옆에는 파계각, 혈검각 등등 유명한 거대 사파들의 전각들이.
그리고 군들의 전각들이 존재합니다.
뒤쪽으로는 야금장들과 수련장이 있고, 거대 공용 목욕탕도 있습니다.
"서둘러!"
그런데 오늘따라 부산스럽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요?
***
이건 또 무슨 일이야. 흑천성의 보다 깊은 곳에서 부산스러움을 목도한 묵련은 시큰둥한 얼굴로 그사이를 가로질렀다.
"여봐라."
그리고 한 손으로 한 사람의 뒷덜미를 잡아채려고 했다. 거칠게!
"이것이 어인 일이냐. 으이?"
***
그는 이 곳에서 일하는 잡부였습니다.
간담이 서늘하군요! 만약 같은 흑천대원이었다면...!
"히..히익."
그는 묵련의 악명을 아는지 벌벌 떨며 입을 엽니다.
"오...오늘...성주님이 돌아오십니다요...!"
묵련은 직감합니다!
오늘 스승님이 입에 거품물어가면서 얌전하라고 한 이유가 있구나.
사마외도 호재필이 제갈세가, 호북선가, 강서궁문을 홀로 맞상대해 전력을 크게 깎아놓았고, 석가장을 따르던 군소 사파 문파들을 제압한 뒤 귀환합니다!
***
사냥감을 잡았다 놓아줬다 하는 것만큼의 유희도 없으리라.
묵련은 잡부를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그가 등을 돌리고 몇 발짝 내딛은 순간 느긋하게 뒤따랐다!
***
잡부는 허겁지겁 도망가더니 식자재를 나르는 곳에 도착합니다!
"뭐이리 늦은거야!"
"아..아니, 그게..."
"일이 지금 얼마나 바쁜데! 어서 짐이나 나르게!"
잡부는 열심히 짐을 나르기 시작하고.
그걸 지켜보는 묵련이!
***
재미없다. 그것도 존X. 순간에 흥이 식은 묵련은 느리게 쌍욕을 중얼거렸다.
여기서 더 볼일은 없을 것 같은데.
성주가 귀환하는 곳 알고 있으면 거기 구경이나 갈래용
***
성주의 귀환은 흑천성 밖.
호남의 성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흑천성주는 사실상 장강 이남의 왕이나 다름없습니다....
***
오오 왕 오오
묵련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불쌍한 양지양에게로 향했다. 양지양은 거꾸로 해도 양지양...
근데 스승님 아직 계시는 건 아니겠지.
***
금양지는 아직 거기에 있습니다.
마룻바닥에 앉아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중입니다.
***
쯧쯧, 줏대 약한 년. 뭔가 할 줄 아는 게 있는 듯은 한데 성격은 아무리 봐도 아니란 말이야.
"이보시오, 금대협."
텅텅 빈 칭호로 부르곤 실실거린 묵련은 손수! 무릎을 굽혀주며 고개를 기울여 손수!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손수!
"성주께서 지랄맞게 환귀를 하신단다. 덕에 이곳에서도 지랄, 저곳에서도 지랄이여."
알고 있음 말고.
"나와 그놈의 지랄 구경이나 가자꾸나."
***
금양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묵련을 바라봅니다.
"려...련아...그거 지금...나한테...같이 놀자고...한...거야...?"
믿을 수 없나봅니다.
***
아아 묵련주 통제를 받지 않은 과거의 묵련 지금까지 양지를 어떻게 대한 것인가요 아아
"어허, 씨X 말대꾸 한다 이게?"
지금도 별다를 것은 없다만... 묵련은 양지를 향해 얕잡는 시선을 보내고 무릎을 잡고 일어섰다.
"싫담 말고, 이년아."
...자리를 곧바로 떠나지 않고 잠시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아무리 봐도 닥치고 따라오라는 뜻이다.
양지가 같이 놀자는 말로 해석한 것도 사실은 길 가다 본 길냥이에게 재미로 먹이를 주는 것쯤의 태도가 아닐까...설령 못 먹는 먹이일지언정.
***
"아..아냐! 아냐! 가자! 가..같이..."
양지는 엉거주춤 일어섭니다!
금양지의 호감도가 1증가합니다.
***
묵련은 쯔쯔 혀를 찼다. 미련한 년...
그래서 성주는 어디까지 갔나요! 만나러 가용!
***
성주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 [설아]
- 연기를 좋아하진 않았고 그렇게 연기가 능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꾸며내고 해야만 한다고 가르침받은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살폈다.
#시작!
**
"도련님."
가문에서 청지기를 맡고 있는 노인이 부드럽게 설아를 부릅니다.
"이번에 만나뵙기로 한 분들께서 오셨습니다. 만나뵈셔야지요."
맞선자리부터 시작하게 생겼군요!
**
"벌써 그런 날이던가? 오늘따라 귀찮게 됐어."
사람을 만나기까지 하는 것은 몸이 약한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날아가는 낙엽에도 겁을 먹어야 하는 연약한 꽃에게 남자 역할이라니. 윗분들도 무심하셔라.....
# 맞선 보러 갑시다!
**
"이번에 만나뵈실 분은 매리곤문의 금지옥엽이십니다. 도련님. 정말 이번에는 마음에 안든다고 막 자리 박차고 그러시면 안됩니다."
청지기 노인은 뻘뻘 땀을 흘리며 웃는 낯으로 말합니다.
에이 무슨 소립니까. 제가 언제 그랬다고...
곧 설아는 매리곤문의 금지옥엽이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딸깍.
찻잔을 내려놓자, 머리를 양갈래로 길게 늘어뜨리고 붉은 눈화장을 한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설아를 보며 살포시 웃습니다.
"늦으셨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머리라도 박을깝쇼?
**
"제가 몸이 약해서 이런 곳에 쉽게 나오기가 힘들더군요. 여인을 기다리게 해선 안된다던데 그만 실수를 점했습니다."
최대한 미려하게, 미인의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내가 남자에게 이런 미소를 받고 싶지 않을까 하는 모습을 살리려곤 했는데 쉽지가 않네.
# 받아라 옥골선풍미소!
**
그녀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는 다리를 꼬고는 턱을 괸채로 설아를 올려다봅니다.
큰 눈망울과 날카로운 눈매가 설아의 전신을 훑습니다.
"앉으세요."
그녀의 뒤에는 웬 봉을 들고 있는 고수들이 여럿 서있습니다.
**
"이거 제가 선자리에 나왔는지 아니면 싸움자리에 나왔는지 모르겠군요."
주위 고수들을 슥 훝다가 털털하게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진 특별한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 앉았다 어쩔래!!
**
"별 말씀을요."
칭찬아닌데?
그녀는 칭찬으로 받아들였는지 웃으며 찻잔을 길고 매끄러운 손가락으로 천천히 돌립니다.
"하실 말씀 뭐 없나요?"
**
"결혼하실래요?"
사람은 돌직구를 박았을 때에 가장 효과가 좋다고 누가 그랬다. 일단 내 본체는 여자. 그러니 일단 팩트로 가자.
# 뭐!
**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뒤에 있는 봉을 든 사내가 고함을 치며 앞으로 나섭니다.
"갈! 어찌 기생오래비같이 생긴 놈이 감히 얼굴만을 믿고서 우리 아가씨께 어쩌고저째?"
쿵!
봉으로 바닥을 내리찍자 이쁘게 잘 다듬은 대리석 바닥이 깨져나갑니다. 아. 저거 비싼건데.
...일단 최소 절정 고수입니다.
"삼촌. 그만하세요. 추해요."
그 모습에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고 사내는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섭니다.
"음...결혼...제가 왜요?"
**
"그런거죠."
난 가볍게 어께를 으쓱였다. 결혼? 내가 왜?
"결혼은 사랑이라는 말.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얼굴만 반반한 제가 단순히 사랑이라고 한다고 행복하겠습니까? 결국 몸 약한 병신 소리 들으며 사는거랑 다름 없습니다. 그에 반해서 지금 저희는 가문과 가문 사이의 혼약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죠. 이해관계입니다."
기세. 결국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기세가 반이었다. 남을 볼 필요 없이 여인만 눈에 담으며 빙긋 웃었다.
"가문에 이득이 된다면. 그리고 제가 괜찮아 보인다면 결혼할 이유는 많죠. 없더라도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싫으시다면 않으셔도 되죠. 우린 가문과 가문을 비교하면서 혼약하려는게 아닙니까?"
#직구!
**
"음~"
그녀는 부채를 빙글빙글 돌리며 웃습니다.
"얼굴은 내 취향인데."
뒤에 삼촌이라 불린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합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삼촌?"
쩌적...쩌저저적...
삼촌의 두껍고 매서운 눈썹이 꿈틀거립니다.
"매리곤문의...금지옥엽에게......감히....!"
뭔가가 짙어지는 느낌입니다.
"감히 일개 표국 집안 주제에 흑천성의 매리곤문의 금지옥엽에게 그런 망발을 하는게냐! 너희 가문 가주가 애걸복걸하며 제발 한 번만 자리를 주선해달라고 하여 아가씨께서 직접 행차해주셨건만! 그리 오만방자하고 불손하게 굴어!"
"아아...시작했다..."
그녀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그 표정은 너무나도 재밌어서 미치겠다는 표정입니다. 숨길수 없는 아름다운 눈웃음을 치며 그녀는 설아를 바라봅니다.
해결해봐요.
그리고 내공과 전음을 쓰지 않고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하며 꺄르르 웃습니다.
성격 한 번 고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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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러누웠다.
"죽이시지요. 그럼."
# 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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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죽을 수 있습니다. 강행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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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금지옥엽께 제가 가만히 당해만 드려야 합니까?"
방긋,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여기가 매리곤문입니까? 내가 지금 매리곤문의 어딘가에 와 있닌요? 사람을 실험하기에 앞서선 나한테 고개 숙여라 감사해라, 제가 절이라도 해야합니까? 여기가 어딘지. 당신들은 잊으셨습니까?"
내공을 끌어올린다.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난 가문을 욕먹고도 가만히 있어야만 하나?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나는 귀주설씨의 둘째 공자입니다. 난 혼약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나왔지 당신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차라리 아가씨가 요구하셔서 나에게 화를 낸다면 모를까 당신이 저에게 화를 내면서 죽인다 만다 하십니까? 난! 사내가 자존심도 세우지 말란 말입니까? 미인 앞에서 차라리 거세를 하라 그러십시오!!"
#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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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릅니까?
동맹 관계가 깨질 수 있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절대 흥분하지 마십시오. 현재 세력관계에 대해서 다른 분들에게 여쭤보시는걸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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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야]
- "으으... 술 좀 덜 마실걸."
소야는 술을 마시고 길바닥에 누워있었다. 이곳이 인심이 좋은 탓인지, 아니면 길바닥에 쓰러진 놈 괜히 아리랑치기 하려고 접근했다가 되려 목치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지, 다행히도 그녀는 멀쩡했다. 다만 안 좋은 것이 있었다면 들어오자마자 상황파악도 안하고 술이나 마신 덕분에 이곳이 어디인지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끄윽, 술트름을 한 소야는 눈을 부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여기는 어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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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의 디폴트 시작점이라고 제 멋대로 지정한 곳.
이 곳은 호남의 한 객잔의 담벼락입니다!
"쯧쯧...젊은 아가씨가 어쩌다..."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혀를 차고 지나갑니다.
아니...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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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여기가 거기구나."
술을 마셨으니 이제 나가볼 시간이다. 술 없는 객잔은 무공 없는 무인과도 같다. 무공이 없어도 실력이 괜찮은 게 무인이라고 하지만, 결국 진짜 무인들의 싸움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객잔도 똑같다. 술이 없어도 거기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하며, 공연하며, 먹는 음식들 하며 모두 괜찮지만 그뿐이다. 술이 없으면 쓸모가 없다. 그리고 소야는 술을 들이킨다는 목표를 끝냈으니 이곳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었다.
"객잔이라. 돈은... 누가 내 줬겠지!"
소야는 그렇게 멋대로 생각하면서 객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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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 바깥으로 나갑니다!
사실 원래부터 바깥이었지만, 바깥으로 나갔다고 칩시다!
해는 중천을 살짝 넘겨가고 있고 사람들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선 이 곳은 호남. 의형제인 대희재가 있는 곳은 산동입니다. 거리가 꽤 되는군요!
**
"으음... 산동이라... 얼마나 멀더라?"
길 가는대로 막 살았던 소야는 의형제라던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뭐,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래도 그 아저씨랑 접점이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 그 사람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이 깬 소야는 그곳으로 가려면 일단 돈푼부터 벌어야지 않나 싶었다. 그 외에도 음식도 좀 사고, 술도 좀 채우고... 할 게 많았다. 갑자기 귀찮아지려는 것을 극복하고, 머릿속으로 천하를 그려보았다.
"어디보자 산동이 대충 북쪽인가? 흐음..."
소야는 정처없이 걷는다. 일단 방향은 북쪽이었다. 소야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주변의 행인들에게 물었다.
# "거, 다른 지방으로 가는 마차나, 행상이나, 뭐 그런 거에 끼고 싶으면은 어디를 찾아보는게 좋을거 같습니까? 무식한 촌년 하나 구원하는 셈치고 얘기 좀 해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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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보아하니 무림인인가? 그렇다면 상행에 끼는 편이 빠르지. 상회나 표국들이 있는 곳을 둘러보게나."
깔끔한 답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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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국, 상행... 네에. 감사합니다."
소야는 이제 상행이나 그런게 어디있는지 행인들에게 물어물어 찾기 시작합니다.
# "저기요. 상행이나 아니면 표국 같은 건 다 어디 있답니까? 다른 건 아니고, 그쪽에 제가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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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는 물어물어 표국과 상회들이 있는 거리에 도착합니다.
그 곳에는 표사 모집, 용병 급구 따위의 글들이 보이는군요!
표사로 취직이라...
**
"음... 표사라."
당장은 할 생각 없는데 말이지. 뭐, 어차피 그곳에 있어봤자 그렇게 오래 있지도 않을 텐데 싶기도 하고, 계약에 묶이는 몸이 될까봐 조금 싫기도 했다. 용병 급구, 표사 모집 등을 보다가 일단 표사 모집이라는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 실례합니다. 표사를 찾는다길래 왔습니다만..."
소야는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
"그... 표사가 물주분들 물건 안전하게 지켜주고, 누가 물주님들 물건을 소매치기하려 하면 목치기를 해주는 직종으로 알고 있는데 맞는지요?"
#나름 조심스럽게 여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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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합니다! 자자. 일단 이 쪽으로 앉으시고!"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가 웃으면서 바로 소야를 등떠밀며 자리에 앉히고는 차와 다과를 내옵니다. 그리고 세필과 벼루와 먹,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적혀있는 종이를 가져옵니다.
"여기에 쓰시면 돼요!"
어.
코꿰인 것 같은데.
**
"...음... 전 딱히 돈은 필요없고 산동까지만 가면 되는데요."
소야는 슬쩍 종이들을 읽어봅니다.
"그, 원래 계약서랑 상인 말은 끝까지 들어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읽어보고 결정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종이들을 이것저것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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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는...표국의 표사가 된다.
정도가 특기할만한 사항입니다.
그 외에 이런저런 조항들은, 이 곳 사정을 모르니 판단할 근거가 없군요!
"그 정도면 엄청 좋은 조건이니까 여기다 서명하시면 돼요!"
...정말?
**
"그, 저희 어머니랑 한번 이야기해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꼭 다시 올게요."
물론 기근에 아이를 판 어머니와 아버지는 낭인의 손에 거둬진 이후로 다시는 본 적도 없고 딱히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이럴 때만큼은 도움이 되었다. 그나마 그녀를 거둬준 낭인 아저씨가 그녀의 인생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차지하는 유일한 인물이었고, 의남매를 맺은 그 사람이 오라버니 같은 느낌이었다. 상당히 어색했지만.
"네, 죄송합니다!!!"
소야는 옷깃이라도 붙잡힐까봐 도망나와서 용병을 알아보러 갑니다
#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와 용병을 알아보고 싶어요
**
"앗! 아아앗! 안돼! 호구노예가!"
절규하는 여자아이의 비명을 뒤로 하고 소야는 빠져나와서 용병을 찾는 곳으로 향합니다.
그 곳에는 한 쪽 눈이 없고 그 자리를 짙은 흉터로 장식한 빛나는 대머리 빡빡이 하나가 앉아있습니다.
"...용병?"
**
호구노예가! 라는 말에 소야는 정말로 잘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다. 모든 선의 뒤에는 그만큼의 악의가 있다, 특히 상인의 선의에는 무조건, 절대로 그의 제곱에 해당하는 악의와 계략이 있으니 절대 믿지 말라는 낭인의 가르침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소야는 잘못하면 객지에서 실체 없는 쇠사슬에 매일 뻔했다며 안도하고는 용병? 이라고 묻는 남자 앞에 갔다.
"어... 네. 지금은 아니지만 되고 싶어서 왔는데요."
음. 보기만 해도 쎄보인다. 아무래도 잘못 건드리거나 성질 나빠지면 소야 정도는 한손으로 눌러서 찍어죽을 거 같은 느낌이다. 소야는 특히 공손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 "계약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산동, 아니면 화북이라도 가는 상행에 끼고 싶은데요."
**
"계약조건은 여기."
그는 종이 한 장을 내밉니다.
"보통보다 살짝 낮은 정도다.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어. 감안해라."
아까 봤던 곳보다는 높은데요?
"금방 출발하려는 곳이 있다. 여기로 가서 내 소개를 받고 왔다고 말해. 가서 대머리 독수리라고 하면 대충 다 알아들을거다. 씹어먹을 놈들."
어, 반갑다. 나는 대머리 독수리라고 한다.
**
"음 뭐... 아까 전에 표사인지 호구노예인지 뭔지보다는 훨씬 낫네요."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다. 이것보다 더 좋은 계약을 할 수도 없고, 소야가 저 대머리 독수리였더라도 처음 보는 꾀죄죄한 낭인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는 없었을 테니 불만은 없었다. 소야는 종이에 서명하고 꾸벅 숙였다.
"욕 안 먹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금방 출발한다는 그곳으로 간다.
# 일하러 갑시다!
**
"용병 더 안옵니까?"
"아 좀 기다려보라니까."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고 있던 참에 소야가 도착합니다!
"...뉘슈?"
"딱 보면 새 용병이잖수! 대머리 독수리 소개받고 왔나?"
**
"네. 그... 그렇게 불린다는 분 소개를 받았는데요."
소야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소 내가 그 사람이ㅡ
**
"그럼 됐군! 자자! 출발!"
탁탁. 하고 수레를 손바닥으로 치자 앞에서 쌍욕이 튀어나옵니다.
그들은 껄껄 웃어댔고 수레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상행이 시작됩니다!
**
"어디까지 가나요?"
소야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당장은 별일 없는거 같다. 당장은...
#별일이 있나요?
**
"아마 화북까지는 가지않을까 싶은데...중간중간 나타나는 도적떼랑 녹림이나 수림이 제일 걱정이지."
용병들도 잘 모르겠다는듯 하하 웃습니다.
"이게 상행이라는게 가다가 강도만나서 그 날 바로 끝날 수도 있는 거거든. 일단은 화북으로 간다고는 알고 있다네."
**
"내 몸이라도 건사하기 힘들수도 있겠지만, 뭐, 얻어타는 입장이니 힘 닿는 데까지 싸워야죠."
소야는 칼집에 손을 얹었다. 아무 일도 없어야 했다. 그 사람 앞에 시체가 되어 배달되는 꼴은 그 사람도 원치 않을테니
#강도가 올까요?
**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요즘은 좀 흉흉하지. 녹림이나 수림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강도떼와 도적떼들이 드글드글하니 원."
다른 용병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그래도 무장집단이 함께하고 있으면 어중이떠중이들은 건드리지도 않고 조용히 지나가는 편일세. 보게나. 우리가 지금 한 번이라도 습격을 받은 적이 있던가?"
아직은 없지요!
**
"저도 없었습니다. "
물론 소야는 매우 중요한 한 단어를 잊지 않았다.
#"아직은요."
**
"뭐 별 일이야 있겠소?"
클리셰가 나와버렸습니다!
과연 상행이 클리셰대로 이루어질지, 아니면 캡틴의 클리셰 부수기를 당할지......
**
"누가 그렇게 말하면 꼭 뭔 일이 생기던데요... 이번만큼은 아니기를."
소야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행에 몸을 맡깁니다.
#과연?
**
덜커덩. 덜커덩.
수레와 용병은 평화롭게 산길을 통과하고 있었을 때.
피잉!
"컥!"
용병 하나가 목에 화살을 맞습니다!
뭐여! 뭐여! 머선 일이여!
**
"내가 못 살아."
소야는 침을 뱉으며 칼을 꺼내고 주변을 경계합니다.
"다들 일어나세요! 돈값 할 시간입니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
도적떼입니다!
"얌전히 그 수레를 내놓고 꺼진다면 무덤 정도는 만들어주마!"
와하하하하!
산적...으로는 안보이고 그렇다고 농민이나 화전민으로는 안보이는 애매한 집단입니다.
용병들은 허둥지둥 대는 이도 있고 아니면 빠르게 자신의 무기를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중요한건, 이들 중 무림인은 없는 것 같습니다.
**
- [투귀]
- 떠돌다
- "흐음."
머무르던 에서 일어난 투귀는 방 값을 지불하고 밖을 나섰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쉬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어디로 향해볼까. 투귀는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호남의 북쪽 어딘가. 금봉파가 위세등등한 곳입니다. 저잣거리라도 나가볼까 하고 걸음을 옮기니 옆에 누군가가 어깨를 탁 치면서 씨익 웃습니다.
"이보. 투형. 어딜 가는 길이여?"
투귀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류무사 홍천수.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람이었고 투귀의 친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 시방 요즘 거리가 흉흉하다던디, 소식은 듣지 못했당까? 금봉이 장강검문을 친다고 소문이 자자하제잉."
도대체 어디의 사투리인지 알 수 없는 홍천수의 어투는 몇 년째 들어도 적응이 되질 않는군요.
"우리같은 놈들이 한몫 잡을 수도 있고잉, 아니면 객잔에 콕 박혀 있는게 정답일 수도 있제. 아니그렇수 투형?"
**
"반갑군 천수. 어디로든 발 닿는곳으로 가려한다네."
여느때처럼 고서점에 가사 무공서를 찾으려 끙끙대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투귀는 천수에게 마주 미소지어주며 대답하였다. 소문이라... 투귀는 천수가 말하는 소문에 대하여 고민하던 그는 천수에게 물어보았다. 그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하였고 말이다.
"천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나는 고민중이라 말일세."
**
"글쎄..."
홍천수는 입술을 내밀고 눈을 위로 향한채 잠깐 고민에 빠집니다.
"역시. 금봉파 쪽에 투신해서 잠깐 재미만 보고 빠져나오는게 낫지 않겠어? 이거 질 수가 없는 싸움이라고."
제법 전세에 대해 빠삭한 것 같습니다. 더 물어볼까요?
**
"상당히 유리한가 보군."
투귀는 잠깐 재미를 본다는 말에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다. 금봉파에 평생 있을것이 아닌 이상에야 오래 있을 필요는 없겠지. 게다가 크게 눈에 띄어버리면 정파쪽에서 거품을 물고 달려들것이다. 정사지간인 투귀는 잠깐이라면... 하고 입을 열었다.
"같이 가도록 하지 혹시 모르지 않은가. 재미를 보다 무공이라도 건질지."
물론 복면같은걸 구해다 쓰는게 좋겠지. 그럼...
**
"정확히는 모르지라."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거 투형도 생각을 해보쇼잉. 금봉파 공격을 우리같은 저잣거리 무림인들이 알고 있으면 그건 기만책이던가 거짓부렁 아니겠쇼잉?"
확실히 듣고보니 맞는 말입니다.
"뭐...알아도 장강검문이 막을 수 있는건 아니지라. 그런데 투형. 내 아무리 생각해봐도 장강검문을 치는 쪽은 조금 아닌것 같소잉."
아까까지 그 쪽에 끼자더니 뭐라는겁니까? 남자의 변덕은 갈대입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쇼잉. 그런거 아닝께. 석가장이라고 들어보셨지라 성님."
....? 잘 모릅니다. 석가장? 석가모니장풍인가요?
**
"흐음, 그렇군."
그런데 장강검문을 치는게 아니다? 석가장...석가장이라... 어감으로는 문파 이름인가 싶었다.
"금봉파가 치려는곳은 석가장이란 뜻인가?"
**
"에이 성님. 아니지라. 석가장은 사파아니요. 사파."
사파였군요!
...근데 사파는 사파끼리도 자주 공격하지 않나요? 무슨 대단한 동료의식이 있다고...?
"그 대-단한 흑천성에서 석가장을 원한당께. 성님 이건 처음 들으셨는가?"
길거리에서 양꼬치 하나를 사 입에 넣고 우물거린 홍천수는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장강검문을 치는게 다 석가장을 영입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쇼잉?"
**
"사파라...확실하게 끝을 내겠다는거군."
그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금봉파에 추가로 문파 하나를 더한다라... 장강검문에게 조의를 표한 투귀는 슬슬 이야기를 끝내야 되겠다 싶었다.
"좋은 정보 고맙네 천수.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 무공을 익히다
- 투귀는 고서점을 찾아 들어갑니다.
무공비급을 찾아보지만....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쉽네요.
**
"역시나 없군..."
고서점에서 무공 비급을 찾는다는것은 역시 이야기에서나 나올법한 기연이겠지. 투귀는 한숨과 함께 고서점을 나섰다. 어디로 향햐야 하나? 당연히 정해져있지 않은가?
**
투우권을 수련합니다!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
"후우..."
남들보다 자질이 있다고는 하나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투우권은 투우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초식간의 연계도 조잡했으며 부족한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투귀는 그것을 의식하며 처음부터 다시 투우권을 펼쳐냈다.
**
투우권을 수련합니다!
.....투우권의 숙련도가 10%가 되었습니다!
한참 수련을 하고 있는 와중에 홍천수가 투귀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방문합니다!
...대충 뭐 다 아는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군요.
"성님. 뭐하고 있소잉? 저번에 얘기한거 할 생각 있나 물어보러 왔는디."
금봉파와 장강검문의 싸움에 끼어들 것인지 아닌지 물어보려 온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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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수련을 하던 도중 그의 귓가에 홍천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알고 찾아온걸지... 투귀는 궁금해하면서도 목소리의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저번의 이야기라...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정체를 숨기고 잠깐 정도 발을 담그는거라면 좋다고 생각한다네. 깊게 연관되면 골치 아프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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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성님! 우리같은 저잣거리 낭인들이 정체를 숨기면 뭐 얼마나 정체를 숨길 수 있다 그러쇼잉!"
천수는 껄껄 웃으면서 투귀의 등을 툭 칩니다. 친밀감이 담긴 행위기에 투귀는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수백명이 맞붙을것인디 거기에 복면쓴다거나 하면 우리가 더 수상하지라. 어차피 난전이 벌어질 것잉게 너무 신경쓰지 마쇼잉."
척,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킵니다.
"이 홍천수가 성님보다 실력은 좀 떨어져도 이런 쪽은 더 잘안다 아니요! 아새끼들 우리 얼굴 기억도 못하지라. 아무튼 그럼 하는거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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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확실히 자신들은 무명의 낭인. 이름이 나봐야 얼마나 날까 싶었다. 복면을 살 필요는 없는가... 이런쪽으로는 홍천수가 더 잘 아는만큼 믿어도 좋겠지.
이어지는 홍천수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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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혔소잉. 성님. 우선 그럼 금봉파로 가실거지라?"
투귀는 어떻게 할까요?
1. 금봉파로 바로 이동한다.
2. 아냐. 나 좀 더 할거 하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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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도록 하지."
오늘의 할당량은 다 채웠다. 금봉파로 가서 일을 보는게 낫겠지.
"천수 자네에게는 말재주가 있으니 이야기는 자네에게 부탁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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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와 홍천수는 금봉파로 이동합니다.
금봉파에는 대머리빡빡이 두 명이 근엄한 얼굴로 진지하게 자신들의 모발을 다시 키울 방도에 대해 논하며 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던 때. 두 사람이 앞으로 다가오자 그들은 눈을 부라립니다.
문지기로서의 의무를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감히 풍성충이 어딜 들어오냐는 뜻일까요? 소림사도 이렇게 손님에게 박하지는 않을진저! 아아! 강호의 풍성함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흐흐흐. 나으리들. 금봉파에서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서 왔지라."
그러자 둘의 얼굴이 금세 풀립니다. 안으로 들어가 접수를 하니 이제 투귀와 홍천수는 당분간 금봉파에서 생활하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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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군 천수. 자네가 아니었다면 들어가는데도 고생이었을것이야."
투귀는 금봉파의 정문을 지나며 천수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한치 거짓 없는 진실. 실제로 투귀는 천수만큼의 말재간이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마저 수행을 할까 하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찾아오게나."
투귀는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할당량을 채웠다 하더라도 수행은 할수록 좋다.
연무장 비슷한 장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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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장으로 향합니다. 많은 인원들이 수련을 하고 있군요.
거기에 껴서 투우권을 수련합니다!
숙련도 15%를 달성합니다!
"앙? 뭐야? 투우권?"
지나가다가 주인공한테 괜히 시비걸어가지고 두들겨맞고 실려나가는 삼류엑스트라처럼 생긴 녀석이 투귀의 투우권을 보고 껄렁껄렁하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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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투우권이네만 무슨 문제가 있나?"
그는 껄렁하게 답하는 이에게 그렇게 말해주고는 투우권을 마저 연습하였다. 시비라도 걸려는것일까? 그렇다면 무시하는게 답이라는걸 그는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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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는 무시해버리고 다시 수련을 합니다!
엑스트라는 멋쩍어졌는지 멀어져갑니다. 클리셰를 회피하다니. 운이 좋은 녀석이군요.
투우권의 숙련도가 20%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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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를 회피한 엑스트라를 흘긋 본 투귀는 마저 투우권을 연습하였다. 투우권이 5성에 도달할때까지 계속. 계속. 공간이 없기에 투우장과 팔연권을 우선적으로 수련한다. 빈 공간이 생길때는 돌진과 뿔받기를 수련한다.
계속...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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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권이 25%숙련도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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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그는 한숨을 내쉬며 수련을 멈추었다. 마음같아서는 더 하고 싶었으나 오너의 투우권만 수행하기에는 오늘의 진행이 아깝지 않느냐는 닥달을...
무시하고 투우권을 재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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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가 30%에 도달합니다!
그 때.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이봐. 계속 그렇게 혼자 수련만해서 실력이 잘 늘겠어?"
천재란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만, 보편적으로 따져보자면 맞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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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또 누구인가 싶어 투귀는 투우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시비를 거는 어조도 아닌데 무시해봐야 석가장에서 썩 좋은 인상을 남기기는 어려울듯 싶었다.
"확실히 맞는 소리네만...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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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힐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닐세."
다행히 대머리는 아닙니다.
"어떤가. 한 번 겨루어 보겠는가?"
그도 주먹을 쓰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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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이라...좋지."
그는 이름 모를 이의 제안에 진한 미소를 띄우며 대답하였다. 이름 모를 이는 아무래도 권사인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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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상대방과 대련이 성사되었습니다!
투귀는 행동방침을 정해주십시오.
1. 최선을 다한다.
2. 무공만 사용한다.
3. 내공만 사용한다.
4. 죽일 각오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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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력으로 가겠네."
그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푸르른 권기가 손을 감싼다. 손끝을 마치 소의 뿔처럼 세워 이름 모를 사내에게 달려든다. 투우권이 4성에 닿아야 쓸 수 있는 기술을 펼친다.
【 투우권 - 뿔받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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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에서 내공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온 몸에 활력이 돋습니다! 강인한 힘! 믿을 수 없는 신체능력! 퍼엉! 하고 공기가 찢기는 소리가 나면서 투귀는 상대방에게 빠른 속도로 치고들어갑니다!
투우권 - 뿔받기
"흡....!"
상대방은 상체를 낮추고 다리를 대각선으로 벌리면서 양팔을 크게 원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원가권법 - 3식 원진권
양손이 상대의 가슴팍을 노리고 찢어지는 하나의 창, 화살과 같다면 그것을 방어하는 것은 커다란 원형방패와 같은 모습입니다. 부드럽게 몸을 틀면서 점의 파괴력을 약화시키려고 하지만 투귀의 힘이 더 강했습니다!
파쾅!
상대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투귀는 상대의 가슴에 양 손가락이 닿기 직전 재빠르게 주먹을 쥡니다. 이미 상대의 무공은 깨져버렸습니다!
쩌어어엉!!!
대리석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듯 투귀의 양주먹이 상대의 가슴팍을 거칠게 후려칩니다! 사람이 뒤로 공중을 한참을 날다가 뒤로 나동그라집니다!
데구르르르르르....쿵!
"커헙....큽..."
쿨럭, 기침이 나옵니다. 기침에 피가 아주 조금 섞여나옵니다. 느닷없는 일류고수들의 대련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졌소. 콜록..."
일어나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이는 사내는 간신히 양 무릎을 짚습니다. 기침을 하며 한 손으로 들고 눈을 찡그립니다. 고통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오오오....
주변에서는 탄성이 나옵니다. 일류의 고수들. 삼류나 이류. 저잣거리를 전전하는 어중이떠중이들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수들의 대결이었습니다.
서로 봐주는 것 없는 대련, 거기에 승리! 투우권의 숙련도가 10%상승합니다!
짝짝짝.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려옵니다. 모두가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봅니다. 투귀도, 사내도.
"훌륭한 비무였네."
봉두난발로 기른 머리. 어울리지 않게 쓰고있는 삿과 석장. 거기에 검붉은 것이 잔뜩 묻어있는 헤진 승복.
"나무아미타불...그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만. 이것도 인연 아니겠는가?"
소림사의 떙중이 여기있을리는 없고, 파계회의 사람입니다!
- 영입제안과 또 다른 수련
- "괜찮은가?"
숨을 고른 그는 나동그라진 이름 모를 사내에게 손을 뻗었다. 이 손을 잡을지 말지는 사내에게 달렸겠지. 만약 잡았더라면 투귀는 사내를 일으켜 부축을 하였을것이다.
- 짝짝짝.
들려오는 박수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스님이되 스님이 아닌 듯한 봉두난발의 머리. 머리를 조금만 굴려본다면 저 사내가 파계회임을 알 수 있겠지. 이야기라...
"좋지, 무슨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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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계회의 법명이라 하네."
법명이 법명인지 이름이 법명인지 알 수 없군요. 이런 식으로 현재 중국의 불교를 조롱하고 비꼬는 이들 파계회다운 이름입니다.
"보아하니 실력이 꽤 뛰어나더군. 이제 갓 일류가 된듯 하네만...사문은 있는가?"
투귀의 두뇌는 곧바로 상황을 판단합니다.
이건 영입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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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라네. 영입 제안인가?"
투귀는 법명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힘을 원한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자유 또한 소중하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딘가에 속할 생각은 아직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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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구려...나무아미타불..."
법명은 한쪽 눈을 찡그리고는 아쉽다는듯 물러납니다.
투귀는 다시 혼자가 되었군요! 천수는 뭘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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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아쉽다는듯 물러가는 법명을 바라보며 다시 수련을 할까 고민하는 그의 머리에 천수가 떠오른다. 수련은 잠시 미루어두고 천수를 찾아볼까.
싶었지만 그는 수련을 다시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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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투우권의 숙련도가 60%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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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볼까..."
슬슬 투우권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느낌을 받으며 그는 더욱 더 주먹을 휘둘렀다. 이 느낌을 잊어서는 안된다는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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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 65%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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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느낌이 오고 있었다. 투우권의 5번째 기술... 그것이 머리를 스치는것을 느끼며 투귀는 처음부터 투우권을 다시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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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가 70%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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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권은 그의 첫 무공이며 유일한 무공이었다. 저잣거리에서 투우권을 찾아냈을때의 그 기쁨. 처음 익힐때의 새로움. 그러한 감각을 돌이켜보며 그는 투우권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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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25%만 더 올리면 다섯번째 초식을 익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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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좀더...좀더...보일듯 말듯한 투우권의 5번째 초식. 그것을 보기위해 뻗어지는 주먹. 주먹은 허공을 가른다. 가상의 적을 맞춘다.
좀더... 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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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5번째 초식. 그것은... 그것은...
그러나 놓치고 만다.
그러나 엿보았다.
일순간 엿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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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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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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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무언가....무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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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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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무언가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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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는...투우권의 5초식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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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는 투우권의 새로운 초식을 펼쳐낼 수 있습니다!
【 투우권 】
성취 : 5성
사파의 기초 무공. 저잣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류 무인들의 권법이다. 성난 들소가 싸우려드는 모습같다고 하여 투우권이라 이름 붙여졌다. 강맹하고 저돌적인 것이 특징이다.
- 1성 투우장 : 손바닥을 휘둘러 타격을 입힌다.
- 2성 팔연권 : 빠르게 주먹을 8번 휘두른다.
- 3성 돌진 : 성난 황소처럼 일직선으로 달려든다.
- 4성 뿔받기 : 달려들면서 일점을 향해 양 손으로 강하게 찌른다.
- 5성 우두이격 : 일명 박치기. 머리를 이용해 적을 공격합니다. 다이스 1,100을 굴려 80이상일시 추가타로 다시 한 번 우두이격이 들어갑니다. 다이스를 다시 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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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수련을 마친 그는 숨을 내쉬었다. 반복하기만 한다고 하여 이 이상의 성취는 얻기 힘들겠지. 장강검문을 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그는 남는 시간을 고서점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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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는 고서점을 열심히 뒤적여보았지만....무공 비급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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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아쉽게도 무공비급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고서점의 절반 조차 탐색하지 않은것이다. 그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책들을 뒤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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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는 고서점을 뒤적거리다가....범상치 않은 책을 한권 찾아냅니다!
비급 【 팔각보 】 를 얻었습니다!
【 팔각보 】
기초적인 보법 중 하나. 오래전 사라진 문파의 것이라고 한다.
- 사용하면 팔각보를 익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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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팔각보라... 설마 무공 비급을 진짜로 찾을줄은 몰랐기에 그는 반쯤 놀란 상태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기왕 얻은 무공. 바로 익히기로 마음 먹은것이다. 인적이 드문 공터를 찾아간 그는 팔각보를 읽으며 걸음을 따라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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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각보 】
사파의 오래된 기초 무공 중에 하나.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필사본이 많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보법의 기본은 다루고 있으므로 보법의 기초를 다지고 넘어가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 1성 중앙보 : 팔각보의 기초 여덟방위를 움직이는 법을 터득한다.
새로운 무공을 습득합니다!
축하합니다!
와!
스레주는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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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금봉파로 복귀한 그는 단전의 일부가 빈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비무를 겨루었었지. 그는 단전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머무르는 방에서 소주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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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행합니다....단전에서 시작된 내공은 소주천을 마칩니다!
내공이 18년에서 20년으로 단전에 가득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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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소주천을 마친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새로이 익힌 무공을 수련할 시간이었다. 연무장에 도달한 그는 팔각보를 수련하기 시작하였다. 수단은 많을수록 좋았다.
- 끝나지 않는 수련
팔각보를 수련합니다....!
60%에 도달합니다!
**
"......"
팔각보를 수련하는 어느 찰나. 투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그는 방금 떠오른것을 무의식적으로 몸으로 펼치기 시작하였다. 팔각보의 다음 단계가 펼쳐졌다.
**
팔각보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해 투귀는 다음 초식을 펼쳐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팔각보 】
사파의 오래된 기초 무공 중에 하나.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필사본이 많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보법의 기본은 다루고 있으므로 보법의 기초를 다지고 넘어가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 1성 중앙보 : 팔각보의 기초 여덟방위를 움직이는 법을 터득한다.
- 2성 정북보 : 북쪽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며 달려듭니다.
**
그는 팔각보를 수련하며 운남 지방에서 나타난 영물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영물이라면 영단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수많은 고수들이 달려들어서도 잡지 못하였는데 자신이 잡을 수 있을까? 잡는다면 그런 대단한 영물의 영단은 얼마나 될까 하는...그러한 생각.
**
팔각보의 숙련도가 40%에 도달합니다!
**
그는 계속해서 팔각보를 수련하였다.
하나 둘 하나 둘. 점점 무언가가 보이는듯 하였다...!
**
팔각보가 80%에 도달합니다!
**
그는 여전히 팔각보를 수련하였다. 지치지 않느냐고? 전혀.
강해지는것을 즐기는 그에게 있어서 이것은 오히려 즐거운 일이었다.
**
팔각보의 숙련도가 20%에 도달합니다!
**
그는 멈추지 않고 팔각보을 수련하는 기관장치가 되었다. 반복 행동일 뿐임에도 그의 천재성은 팔각보에 대한 깨달음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팔각보는 다음 경지에 다다르겠지.
**
60%!
**
"후우..."
팔각보의 수련을 끝낸 그는 천수를 만나고자 하였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찾다보면 나오겠지.
**
천수는 웬 패거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투귀는 여기에 낄 수도, 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흐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 사이에 끼일 정도의 활발함이 그에게는 없었기에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무공 비급이라도 찾으러 가볼까...
**
무려 5!
비급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
"흐음..."
역시 쉽게 나오지는 않는군...
그렇지만 그는 계속해서 고서점을 뒤적거렸다.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흐음..."
그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그는 처음부터 고서점을 다시 뒤적이기 시작하였다.
**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
"......"
후후 포기할 줄 알고? 그는 계속해서 고서점을 뒤적였다.
**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
인간적으로 나올때 되지 않았니...?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다이스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다시 외공을 찾습니다!)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외공 나와라! 징기징징기자라징장장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
좀 나와라 제발...8ㅁ8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주문이 틀린걸까...?
수리수리 마하수리~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
나
와
라
!
**
투귀는 드디어! 고서점에서 하나의 외공을 찾아냅니다!
【 근경공 】
사파의 기초무공, 근경공을 담고 있는 비급. 딱히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
"드디어 찾았군..."
그는 씨익 미소지으며 인적이 드문곳으로 향했다.
**
【 근경공 】
성취 : 1성
사파의 기초적인 외공 중 하나. 고서점을 열심히 뒤지다보면 하나 쯤은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들 한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외공의 기초적인 단련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외공의 기초를 다지고 넘어가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 1성 근유우우우우욱! : 근육을 수련한다. 일반적인 근육보다 높은 효율을 가진 근육을 가지게 된다.
**
"좋구나."
그는 기쁜 마음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금봉파의 연무장으로 향하였다.
(근경공 수련)
**
근경공 숙련도 20%
**
수련하자!
무적의 근육을 향해!!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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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후욱..."
강도 높은 수련은 그의 숨을 차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오히려 기뻐하고 만다. 자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
60%
**
알통몬 진화!
근육몬!!
**
80% 실화인가?
**
근육몬 진화!!
괴력몬!!!
**
2성으로 진~~화~~~~
【 근경공 】
성취 : 2성
사파의 기초적인 외공 중 하나. 고서점을 열심히 뒤지다보면 하나 쯤은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들 한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외공의 기초적인 단련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외공의 기초를 다지고 넘어가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 1성 근유우우우우욱! : 근육을 수련한다. 일반적인 근육보다 높은 효율을 가진 근육을 가지게 된다.
- 2성 거한 : 키가 커지고, 덩치가 커진다.
**
"흐음..."
외공의 수련을 마친 그는 간만에 팔각보를 수련하였다.
**
80%!
- 투귀
- "......"
아무리 수련을 한다한들 이 이상은 나아가기 힘들겠지. 기대했던 장강검문을 치는 일도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는 강해질 수 없다.
그러한 초조함이 그가 다른 길로 향하는것을 도왔다. 운남 지방에 나타난 영물이라면 좋은 경험이 될테지.
그는 천수에게 미안함을 담은 편지를 남기고 길을 나섰다.
**
투귀는 완전히 장강검문과 관련된 일을 포기하고 떠납니다!
천수는 편지를 받을 것이고, 천수는 더이상 투귀에게 호의를 보여주지 않을 것입니다.
홍천수의 호감도가 1내려가며 3이됩니다.
투귀가 호남에서 귀주로 넘어갈 때 쯤에 들른 도시에서는 제법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사람들이 배꼽이 빠져라 웃으면서 사람 하나를 두고 골리고 있습니다. 보니까...칼을 차고 있는 것이 평범한 사파로군요. 그들은 원으로 둥글게둥글게 모여 한 명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가 둘러싸인 사람을 걷어차고, 그 사람은 힘없이 나동그라집니다.
"정의이이이이이? 야! 정의를 외치고 싶으면! 나부터 이기고 말해!"
정파인, 또는 정파의 성향에 가까운 이들을 사파인들이 탄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투귀는 이 상황을 보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호오?"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그는 히죽 미소지으며 내공을 돌렸다.
온 몸에 넘치는 힘이 만족스럽다.
그는 사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야 그렇잖은가? 쓰러진 정파보다 사파들이 그를 즐겁게 해주겠지.
그저 그뿐이다.
**
온 몸에 단전의 내력이 휩쓸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던 강력한 힘. 활력!
양 주먹에는 강렬한 푸른 기운이 맺혀지고 투귀는 곧바로 사파들에게 뛰어듭니다!
콰직!
단순한 주먹질 한 방에 사람의 머리가 사라진다면 당신은 믿으시겠습니까?
"뭐...뭐야!"
다들 허둥지둥 검을 꺼내고 반격하려하지만 그것보다 투귀가 훨씬 빠릅니다.
뻑!
또다른 주먹질 한 방에 내장이 파열됩니다. 음...몸을 뚫어버리기에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군요!
으...으아아아!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달아나기 시작하지만 투귀는 그들을 끝까지 쫓아가 때려버립니다. 주먹질 한번 한번이 이뤄질 때 마다 피가튀고 살점이 튀어오릅니다.
후두둑...
마침내 모든 사람들을 처리한 투귀가 손을 털자 푸른 기운이 사라지고 인간을 구성하던 물질이었던 것들도 같이 떨어집니다. 아,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것은 어쩔 수 없군요.
"......어....?"
그리고 가운데서 두들겨맞던 정파의 젊은이는 겁에 질린채로 투귀를 바라봅니다.
**
"......"
그러고보니 저 정파인은...
...
후환을 남길 필요는 없다.
죽여두는게 좋겠지. 그는 벌벌 떠는 정파인을 향해 다가갔다. 저 정도로 다쳤다면 내공을 쓸 필요도 없겠지.
**
끄악!
이 나쁜 정파놈. 너 때문에 내가 리다이스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이 악독한 다갓의 앞잡이, 다갓의 주구같은 놈! 죽어라! 죽어!
휴.
왜인지 방금 회귀를 해온 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죠?
아무튼 후환을 제거하니 후련합니다!
....
회귀자 투귀. 주화입마로 모든 내공을 잃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죽기 직전으로 거슬러왔다...!
이제부터...
나를 위해 살겠다.
......투귀는 귀에서 웬 헛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하고 귀를 팝니다.
**
"흐음..."
그는 시체들에게 서슴 없이 다가가 시체를 뒤지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좋은 물건이 나오면 좋으련만...
물론 이런데서 그러한 기연을 얻기는 힘들겠지.
**
투귀는 시체를 뒤적여봅니다...누군가 본다면 지탄받아 마땅할 끔찍할 일!
하지만, 주변에는 볼 사람이 없습니다...
뒤적여보지만 쓸만한건 찾지 못했습니다. 돈 몇푼 정도 주울 수 있었지만 상인같이 돈 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 단계에 변동을 주지는 않습니다.
.......
시간은 흐르고 투귀는 드디어 운남에 도착합니다!
**
"일단은..."
그는 인적이 드문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손실된 내공을 채워야 하는것이다. 얼마 안가 그는 인적이 드문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내공을 회복하려 하였다.
**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도 잘 오가지 않는...마을 어딘가의 구석탱이를 간신히 발견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여기에서 해버릴 수는 없겠죠! 평범한 사람은 올라오지도 못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나무 위로 올라가 자세를 잡습니다.
내공이 2 회복됩니다!
- 야수
- "후우..."
내공을 회복한 그는 나무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옮겨 아무에게나 묻기 시작하였다.
"이보게. 혹시 이 지방에서 나타난 괴물이 어느 산으로 갔는지 아는가?"
**
투귀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봅니다!
그 사람은 관아쪽 사람이었는지 포졸들이 흔히 입고 있는 옷을 갖춘 복색입니다.
"괴물...?"
그는 흠. 하고 수염을 잠깐 쓰다듬더니 아! 하고 손뼉을 칩니다.
"그 흉악무도하다던 괴물 놈 소문을 자네도 듣고 온겐가? 어느 산으로 갔는지는 모르네만, 확실한건 우리 관아는 아무런 신경도 안쓴다네."
어차피 매리곤문의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주지 않겠나? 껄껄. 하고 그가 말합니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난 일이긴 하지만...매리곤문의 사람을 찾아본다면 말해줄 수도 있겠지. 이 근처에 지부가 있으니 한 번 가보게나."
**
"흐음..."
매리곤문이라... 방금전 사파를 죽이고 온터라 문파와 얽히는건 영 꺼려졌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다른 행인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여기서 나타난 괴물이 어느 산으로 도망쳤는지 아는가?"
**
다른 행인에게 물어봅니다!
그는 밭을 메기러 가는 농민이었습니다.
"괴물...? 뭐 그런게 나타났다고 들은 적은 있는 것 같소만...나보다는 허리춤에 날붙이를 차고 계신 분들이 더 잘알고 있지 않겠수?"
관군이라거나 무림인이라거나. 하고 그가 대답합니다.
"이 운남은 넓어서, 나같은 농민은 고향을 떠나지 않는한 어디에 무슨 산이 있고, 어디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른다우."
투귀는 이마를 짚습니다. 엮이고 싶지는 않은데....가장 쉽고 빠른 길이 엮이고 싶지 않은 쪽이로군요.
**
"흐음...무림인이라..."
그는 돌아가는 길을 택하였다.
**
투귀는 조용히 길거리를 돌아다녀봅니다.
무림인 찾기가 썩 쉽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무림인인듯 병기를 허리춤에 찬 사람들을 찾아냅니다!
오호라.
"우리 매리곤문이 이번에 말이야..."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매리곤문인 것 같습니다. 어떡할까요?
참고로 투귀가 저지른 일은 밝혀졌으나 누가 범인인지는 모르고 쫓는 중입니다!
**
흐음...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때도 필요하겠지.
"이보게 그대. 혹시 여기서 나타났던 괴물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고 있는가?"
**
갑작스러운 투귀의 질문에 매리곤문의 무인들은 살짝 경계합니다.
"음..."
그리고 투귀의 질문에 대해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엽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문의 고수들이 놓친 괴물을 말하는 것 같군. 일단 그 괴물은 여기서 나타난게 아닐세."
그는 운남이 얼마나 넓은지를 설명하고 그 괴물은 그 중에서도 서남쪽에서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그 근처 어딘가로 도망치지 않았겠나?"
**
"답해주어서 고맙군. 이만 가보겠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운남 지방의 서남쪽에서 무림인을 찾기 시작하였다. 만일 무림인을 발견했다면 말을 걸었겠지.
"이보게 그대. 혹시 여기서 나타났던 괴물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고 있는가?"
**
한참을 서남쪽으로 이동합니다!
서남쪽이라고 해도 광활한 지방! 한 번에 알아내면 좋겠는데 말이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투귀는 계속해서 물어봅니다. 그 중 농민 하나가 괭이를 들고 밭을 가다가 붙들립니다.
"괴물...? 아아....예전에 꽤 난리가 있었던 괴물을 말하는건가...?"
그러니 옆의 농민들이 물을 들이키며 맞장구칩니다.
"거 옆마을에서도 꽤 죽어나갔었지."
"아마 여기서 남쪽으로 더 내려갔던 걸로 아는데....사실 우리도 잘 모른다네. 그 괴물이 사실 고수들도 다 이기고 사라진건데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겠나? 그래도 일단 저 남쪽에 있는 큰 산맥 쪽으로 도망갔다는건 다들 잘 알지."
드디어!
실마리를 잡아챕니다!
**
투귀는...! 남쪽에 있는 산맥으로 향했다!
혼자 찾을거냐고 묻는다면 투귀는 당연한거 아닌가? 라고 대답하겠지!
고서점 노가다를 하는거나 마찬가지다!
**
노가다?
그것은...어떻게 될까!
흠...
일단 산 초입에는 흔적이 없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군요. 더 깊숙히 들어갈 수도 있고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
'좀 더 가보는게 좋겠지...'
그는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
더 깊숙히 들어갑니다!
크르르르르....
예민한 일류고수의 청각은 멀리에서 자신을 노리는 하룻강아지의 탐욕스런 울음을 들어버립니다.
하.
스르릉.
천천히 검을 빼들자 십여 마리의 늑대 무리가 투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딱히 긴장이 되지는 않는군요.
선공하시겠습니까?
**
"호오."
그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늑대들을 바라보고는 보법을 펼친다.
【 팔각보 - 정북보 】
순식간에 다가가며 팔연권을 먹이고 다음 목표로 이동한다. 그 속도는 가히 질풍과도 같았다!
**
팔각보 - 정북보
앞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투귀의 검이 늑대의 피륙을 갈라버립니다!
피슉...!
듣기에 허무하고 어이없는 소리가 나면서 피가 튀기고 늑대들은 속절없이 쓰러져버립니다. 검에 묻은 피를 한 번 털고 뒤돌아 검을 찍어내리니 캥! 하고 늑대 한 마리가 또다시 절명합니다.
으르르르....
늑대들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자세를 낮추고 투귀를 노려봅니다.
....? 뭔가 이상합니다.
10초도 되지 않아서 두 마리가 죽었습니다. 이 정도면 공포에 덜덜 떨면서 오줌을 지리며 도망치는게 맞는데...
무슨 영향인지 늑대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투귀에게 덤벼드는 느낌입니다.
**
"호오?"
무언가가 있었다. 이 짐승들을 조종하는 무언가가 이 산에 있다는것이다.
짐승들을 조종하는 능력 또한 지니고 있다는건가 그 괴물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일단 이 늑대들을 처리하기로 하였다. 내공이 그의 전신에 힘을 실어 주었다.
**
투귀는 정말 가볍게 산책을 하는 느낌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다리가 한 번. 주먹이 한 번 움직일 때 마다 늑대들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버립니다. 내장이 터지고 몸이 터져나가지만 투귀는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5분도 되지 않아 십여마리의 늑대무리가 모조리 시체가 되었습니다.
가뿐하군요!
투귀는 피가 묻은 옷을 정리합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볼까요?
**
"흐음..."
그는 피를 털어내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기필코 오늘 안에 괴물을 발견하고 말리라.
**
투귀의 수련으로 인해 근경공의 성취가 상승합니다!
- 5성 강체 : 근육이 더욱 단단해집니다. 날붙이에 피해를 덜 받습니다.
열심히 뒤적여보았지만...그 괴물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흠!
다른 방법을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아까 그 늑대들이 상당히 수상하긴 합니다.
**
"흐음..."
그는 늑대들의 시체를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
조사해봅니다!
딱히 별다른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시체는 그냥 평범한 늑대 시체였으니까요. 그렇지만 다른걸 생각해봅시다. 왜 늑대들은 전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투귀를 막으려든걸까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하는 생각이 투귀의 머릿속에 잠깐 떠오릅니다.
늑대들이 온 길을 살펴봅시다....
**
흐음... 그러고보니 이 늑대는 어디서 온걸까
그는 늑대가 온 길로 가보았다.
**
발자국을 찾아보지만 가다보니 풀숲이 드러납니다.
음....여기서부터는 찾기가 버거워지겠군요!
**
흐음...
그는 간단히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탐색)
**
풀숲에서 늑대들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음...여긴 넘기고 가보려고 해도 왔던 길을 제외한 사방팔방을 뒤져봐야합니다. 비효율의 극치로군요!
하기사 매리곤문의 고수들도 포기하고 돌아섰다니...
**
(계속 탐색)
**
반나절을 꼬박 일합니다. 해가 서쪽으로 내려앉기 시작하고 빛이 어두워질 때 쯤입니다.
갑자기 투귀의 눈에 어느 풀잎들이 들어옵니다.
다른 풀들은 꼿꼿이 서있는데 반해 이 풀잎들은 살짝 누워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풀잎들이 바람에 자연스레 눌렸을리는 없고...투귀는 혹시? 하면서 발을 들어 다른 풀잎을 지긋이 밟아봅니다.
꾸욱 밟고 발을 떼자 풀잎이 살짝 누워있었습니다.
....!
투귀는 풀잎들이 누운 자리를 따라 계속 이동합니다. 그러자 늑대들이 살았던 동굴같은 것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늑대가족들이 10마리 정도 된다고는 해도 입구도 그렇고 들려오는 바람소리도 그렇고.
여간 큰 동굴이 아닙니다.
**
"호오?"
드디어 단서다운 단서를 발견하였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커다란 동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
거침없이 투귀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휘오오오오오오오....
서늘한 바람소리가 동굴 안을 거세게 긁고 지나갑니다.
꼴깍.
마른 침을 목구멍 너머로 흘려보내며 발을 내딛습니다.
오싹.
일류고수의 발달된 초인적인 기감은 안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외칩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거세게 요동치는 심장! 그렇지만 시선만은 심연처럼 어두운 동굴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본래라면 정신 다이스가 돌아가야하나, 투귀는 정식으로 사건에 대한 것을 얻고 온 존재. 다이스를 생략합니다!
뚜벅.
그 모든 공포를 딛고서 투귀는 다시 한 번 발을 내딛습니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디선가 괴물의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환청이 듭니다.
**
"후후...흐흐흐..."
이토록 강한 기백이라... 이곳에 있구나!
그는 전신의 내공을 끌어올리며 울음소리가 들려오는곳으로 달려들었다.
만일 괴물이 있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무공을 펼쳤겠지.
**
뚜벅뚜벅.
한 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밀려오는 싸늘한 바람과 커다란 공포. 그럼에도 불빛 하나 없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미 투귀는 안력을 돋아 동굴을 대낮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스름한 저녁처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오랫동안 걸어가자...
비릿한 혈향이 코 안을 파고들어옵니다.
**
멈칫.
투귀는 걸음을 멈춥니다.
저 멀리에 보이는.......벽이 있습니다.
...벽?
바람소리와 바람은 여전히 몸과 귀를 때리고 있는데, 벽이라고요?
**
흐음?
이 벽은 무엇인가? 어째서 가로막는것이지?
가로막는다면.
부숴야지.
그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
쿠웅......!
내공을 쓰면서까지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그오오오오..............
어디선가부터 드려오던 괴물의 거대한 울음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립니다.
벽은 멀쩡합니다.
....설마?
**
"...!"
그는 내공을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즉시 이탈하고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
다행히도 공격은 없었습니다.
멀리 떨어지고 나서 위를 봅니다.
..........그것은 하나의 생물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한 생물의 등입니다.
세상에.
저렇게나 생물이 클 수 있단 말입니까? 남만의 코끼리라는 것도 저렇게 크지는 않을겁니다!
**
"후후...후후후...흐하하..."
좋구나 좋아. 저 정도는 되어야 싸울맛이 나겠지.
그는 내공을 이용하여 벽을 타 오른다. 그와 함께 괴물에게 펼쳐지는 투우장!
【 투우권 - 투우장 】
"한 번 신명나게 싸워보자꾸나!"
**
괴물에게 정말 공격을 하시겠습니까?
현재 투귀의 힘으로는 오히려 투귀만 다치게 될겁니다!
**
(공격)
**
콰아앙!
강력한 수장이 벽을 뒤흔들었고 투귀의 팔은 극심한 고통에 물듭니다!
크아아악....!
아까 공격을 당해서 그런지 거대한 괴물이 무슨 방도를 생각해놨나...!
투귀는 부상 1단계를 얻습니다!
더 공격하시겠습니까? 다음에는 팔에 금이가거나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
"크으..."
그는 신음을 흘리며 괴물을 올라타기 시작하였다.
혹시나 모를 약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
매끈한 가죽에 달라붙습니다!
끄으윽...
팔이 아직도 진동을 하듯 떨려옵니다. 올라갈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는 않는군요.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푸르르르....
괴물이 몸을 한 번 크게 뒤흔듭니다!
쿠당탕탕탕...!
투귀는 그대로 떨어져 바닥을 구릅니다!
...이거 저 괴물을 공격하거나 죽이는게 목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런걸 어떻게 이깁니까!
**
"......"
그는 한숨을 내쉬며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무슨 저런 강한 괴물이 있단 말인가!
**
일단은 휴식을 취합니다!
.....비릿한 혈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흠?
**
"흐음?"
혈향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자신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씨익 웃으며 좀 더 휴식을 취하였다.
**
아주 오랜 시간.
며칠이 지나자 비릿한 혈향을 넘어선 역한 썩은내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
투귀는 여전히 피곤한 상태지만 괴물을 짓밟고 동굴 천장에 닿을 정도로 올라갑니다!
간신히 사람 하나가 기어서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통과하자....
새로운 공간이 있습니다.
**
"호오?"
(입장)
**
들어갑니다!
공간 안에는...이상한 벌레들이 빛을 밝히고 있고, 벽에는 이상한 낙서인지 그림같은 것들이 날카로운 단면의 물건으로 흠집이 나듯 새겨져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한 동물이 무언가를 행하는 자세들입니다.
아무리봐도 사람이 그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것은..."
설마...
그는 피곤함도 잊고 벽의 낙서를 흉내내보았다.
**
투귀는 피곤함도 잊은 채로 낙서를 몸으로 흉내내봅니다!
....사람의 몸으로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기꺼이 사람의 몸을 버려야만 할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투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 되어버릴테니까요.
시트가 내려간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몸으로 저 낙서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사람의 몸으로 할 수 있도록 저것들을 뜯어고치거나 사람을 살짝 넘어서면 가능합니다.
내공이 들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온 몸의 기맥혈맥이 터져나가듯 부풀어 오릅니다.
당연히 온 몸이 고통을 호소합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따라하면 따라할수록 몸은 찢어지고 뒤틀립니다. 눈은 움푹 들어가고 관절이 기괴하게 꺾이기 시작합니다. 내공도 버티질 못합니다. 점점 더. 점점 더!
그르르르르....
아까 들었던 괴물의 낮은 울음소리같은 목소리가 투귀의 목에서 튀어나옵니다. 본인이 뱉어놓고도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릴 정도로...괴물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성을 잊고 괴물이. 괴물이. 괴물이!
이름, 이름은 뭐였죠?
나의 이름은 무엇이었습니까? 나는 남자였나요? 여자였나요? 몇 살이었죠?
아니.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습니.
그르르르르르르....
그르르...
그르르륵.
크르륵?
크롸아아아아아아!!!!!!!!!!!!!!!!!!!!!!!!
그대는 정신을 번쩍 차립니다.
몸에서는 퀴퀴한 악취가 납니다. 허물을 벗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오랫동안 씻지 않아 나는 악취입니다.
털은 수북하고 간지럽습니다.
정신을 잃고 광인이 되어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인겁니다.
그대는 주먹을 쥐었다폈다 하며 낙서들을 쳐다봅니다. 이제는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알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기 위해 자신을 잊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을 찾을 때 입니다.
그대의 이름은.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었습니까?
**
"나의 이름은..."
옛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붙인 이름.
그 이름은...
"투귀."
**
.......
그래.
당신의 이름은 투귀입니다.
이름을 되찾고, 당신을 되찾자 머릿속에 놀라운 것들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무공을 익힙니다!
매우 수준높은 무공 구결의 영향으로 2성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이 무공은 여타 다른 무공과는 다른, 완전히 괴물의 무공입니다. 인간의 무공이 아니기 때문에 수련스레에서 수련할 수 없으며, 오직 죽고 죽이며 먹고 먹히는 살육전에서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 眞야수신권 - 도철 】
성취 : 2성
이름 모를 무인이 전설 속의 괴물. 도철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든 무공. 강맹하고도 날카로운 움직임이 특징이다. 전설 속의 동물인 도철처럼 저돌적이고 난해하여 익히기도 상대하기도 버겁다. 가히 신공절학이라 부를 수 있는 무공이지만 지금껏 세상에 나온 적은 없었으며 어딘가에 조심스레 보관되어져 있었다. 내용은 글이 없고 모조리 그림이며 사람이 적은 것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 1성 신공 : 최소한 권기상인의 경지에 올라야 익힐 수 있습니다.
- 2성 포식 : 달려들어 상대방을 움켜쥐어 상대를 쥐어뜯는다.
**
"기연이로구나..."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선다.
더러워진 이 육체를 깨끗히 해야겠지.
- 저주
- 일단 동굴 밖으로 나가고 한참을 지나가 계곡 같은 곳을 찾아냅니다.
정확히는 도랑이지만요!
그 곳에서 몸을 씻어도 악취는 쉬이 가시질 않습니다.
이런!
**
"..."
그는 옷을 걸치며 마을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씻을 장소를 찾는것이다.
**
마을로 가던 도중....몸에....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띠용????
가슴과 엉덩이가 부풀어 오르고 몸의 곡선이 유려해집니다.
....가슴이 무거워 아래를 쳐다보지 지금껏 본 적 없던 것이 달려있습니다.
헉!
투귀는 급히 사타구니 속에 손을 집어넣어봅니다.
없습니다!
없어!
없다고!
아아아아아아악!
씻으러 가던 것도 잊어먹고 비명을 지릅니다. 그리고 그런 투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비명들이 들립니다. 마을이겠군요!
**
"............."
이, 일단 씻어야...
그는 마을로 마저 발걸음을 옮겼다.
**
씻으러...마을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걸을 때 마다 느껴지는 이 익숙하지 못한 느낌.
흑...흐윽...흑흑...
절로 눈물이 흐릅니다...
마을에 도착합니다!
다들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
(여관으로)
**
여관에서도 비명소리는 여전합니다.
아니 비명소리는 잦아들고 이상한 소리들을 떠들고 있습니다.
저주가 내렸어...저주가...
이런 소리들이죠.
그 와중에 계산대를 지키는 꼬망아이는 의젓합니다. 10살 정도 되어보입니다.
...자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관심이 없는걸까요?
"목욕물을 포함한 방세는..."
투귀는 셈을 치르고 간신히 몸을 씻어냅니다!
**
"...후우..."
자신의 것이 아닌 육체를 씻게되어 해탈한 표정을 지은 그는 여관의 꼬마에게 의원이 어디 있느냐 물어보았다.
**
이 작은 마을에는 의원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그렇지만 의원은 아니더라도 한 할머니가 약초꾼이라고 하는군요...
찾아가서 보니 할아버지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간신히 부상을 치료합니다!
**
"후우..."
부상을 치유한 그는 그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였다.
**
여자의 몸이지만 다행스레 기혈까지 뒤틀린건 아닌 것 같습니다.
5성 10%!
- 5성 건가행일 : 내공의 집결이 단단해진다.
**
"흐음..."
이제 무엇을 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돌아다니는것은 그렇다.
고서점을 가보자.
**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고서점 노가다)
**
(실패)
**
(재도전)
**
(실패)
**
(재재도전)
**
(다갓의 배신)
**
"흐음...?"
성별이 돌아왔다...?
오늘의 일은 무슨 귀신 놀음이었을까.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고서점 밖으로 나왔다. 뭔가 일이 있지 않을까...
- 살마권
- 투귀는 천천히 마을을 돌아다녀봅니다...
저벅저벅저벅.
무기를 허리춤과 등에 찬 무림인들 여럿이 마을에 보입니다.
응...?
"이봐 거기."
눈가에 흉터가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무림인 하나가 투귀를 불러세웁니다.
"잠깐 협조를 좀 부탁하지. 누군가를 쫓고 있다. 혹시 최근에 어디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그의 매서운 눈빛이 투귀를 이리저리 훑어봅니다.
"으음..."
그리고 살짝 눈을 찌푸립니다. 투귀의 경지를 짐작한 탓입니다.
**
흐음? 무슨 일일까? 혹시 내가 저번에 살해한 그들과 관련된걸까? 아니면 내가 발견한 괴물에 관해서인가?
"흐음 최근 말인가? 무공에 진전이 없어 고서점이나 들락거렸다네."
그렇게 대답한 그는 무언가 재밌는 소식이 없냐고 화제를 돌린다.
**
사내는 날카로운 눈으로 투귀를 다시 한 번 훑어봅니다.
".......그렇다면 잠깐 동행을 좀 해주겠나. 우리도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네. 윗선에서 명령이 떨어져서 말일세. 시간을 뺏는 것은 미안하니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주겠네."
그 다음에 나올 말은 없고, 칼이 되겠지요. 아마도 근처 무림인들에 대해 모조리 조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건이 터져서 말이네. 우리 사문의 어린 제자들이 살육당했고 우린 그를 쫓는 중일세.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쪽에게는 어떨지 모르겠군. 아무튼..."
몇몇이 투귀와 사내의 주변으로 다가옵니다.
"바라컨대 협조를 부탁하지."
아...이거 어쩌죠?
**
"그렇군."
그렇다면 내 대답은 이것이라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마침 새로이 얻은 무공을 시험할곳이 필요했었다. 그는 보법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가며 쥐어뜯기 시작하였다.
【 眞야수신권 - 포식 】
간단한 일이다. 내공으로 힘을 끌어올리고 보법으로 거리를 좁힌다. 포식으로 하나하나 죽여나간다.
그 이후에 도망을 치면 되는것이다. 목격자가 없으면 범인이 자신이라는 증거도 없겠지.
**
"헙...!"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그는 철퇴를 꺼내며 투귀의 손놀림을 막아냅니다!
까드드드드드득......
맨손인데도 투귀의 믿지못할 악력은 철퇴를 살짝살짝 우그러뜨리기 시작합니다.
"놈!"
발차기가 몸통으로 날아들고 투귀는 아쉽다는듯 뒤로 몸을 가볍게 뺍니다.
"뭣들하느냐! 놈을 두껍게 원진으로 포위하라! 맞상대는 내가 할 터이니!"
이런.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갑니다!
**
"쉽게 맞지는 않는구나. 그렇다면..."
그는 다시금 철퇴를 든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 투우권 - 뿔받기 】
사내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지는 두 손! 그손을 닿기 직전에 나누어 각각 다른 초식을 펼친다! 먼저 왼손으로 펼쳐지는 투우장. 그러나 이것은 철퇴를 잡기 위한 초식이다. 오른손으로 펼쳐지는 야수신권!
【 眞야수신권 - 포식 】
**
투귀는 재빠르게 달려들면서 여러 초식을 동시에 사용합니다! 어느정도 숙달이 되어있기에 펼치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상대는 투귀와 같은 경지! 신권을 익히지는 못했지만 준수한 무공을 익힌 상대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
카아아아앙!
다시 한 번 포식을 철퇴로 막아내고 주변의 공격은 투귀가 어찌저찌 운좋게 막아냅니다.
우선 포위당한 것이 문제입니다...! 투귀는 눈을 찌푸립니다.
철퇴 사내를 상대하다간 분명 말라죽을게 틀림없습니다.
**
"쯧..."
귀찮구나.
그는 주변을 둘러싼 무인을 잡아찢을 기세로 손을 뻗는다.
【 眞야수신권 - 포식 】
(철퇴 사내의 공격은 피하며 주변의 포위망을 공격)
**
쉬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된다면 투귀는 진작에 포위망을 뚫고 나갈 수 있었을 터입니다...
구체적인 전략과 목표, 묘사가 필요합니다!
**
이래서야 일방적인 소모전일 뿐이다. 어찌해야 좋을까. 포위망은 물 샐 틈 없고 맞은편에는 자신과 동등한 경지의 무인이 버티고 있다. 각개격파 또한 시도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가 갈린다. 이 정도도 빠져나오지 못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계속하여 싸우는 수밖에는.
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전력을 담은 포식을 가로막는 자에게 휘두른다.
**
전력으로 공격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몇 번이고 언급되었다시피, 투귀의 맞수!
같은 경지이고 신공으로 밀리긴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을 상쇄할 수적 우세가 있습니다. 투귀가 전력으로 철퇴 사내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사방팔방에서 투귀를 향해 공격이 들어옵니다!
파악...!
그 와중에 창날이 투귀의 등을 약하게 훑고 지나갑니다! 짜릿한 통증이 일고 방어일변도인 철퇴 사내가 히죽 웃습니다.
"살인마놈...! 넌 오늘 이 곳에서 죽을 것이다!"
공격을 막을 때 마다 철퇴는 점점 더 못쓸 물건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투귀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만갑니다.
투귀는 낭인입니다.
낭인답게 싸우는 건 어떨까요? 이대로 일대일로 정정당당하게 싸워주면 쓰러지는건 투귀입니다!
**
어쩐지 이 싸움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였다. 무엇을 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해고 계속하여 당하기만 하는 불쾌한 기분.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하였지? 수단과 방법을 가렸나? 명예 따위를 신경썼나? 아니지. 그때의 자신은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였다. 명예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에게도 깎일 명예는 없었다.
"후욱..."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지친 기색을 보인다. 방심을 유도한다.
【 투우권 - 팔연권 】
팔연권으로 상체를 노린다. 상체를 반사적으로 방어할때... 단단한 그의 발이 철퇴의 사내의 고간을 노린다!
**
위험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용!
상대는 투귀와 동급의 고수에용!
키워드는 일대일과 정정당당이에용!
정정당당하지 않다는게 꼭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에용!
**
"후읍...!"
그는 포식을 응용하여 자신을 공격해오는 삼류 무인을 잡아챘다.
【 眞야수신권 - 포식 】
그리하고는 날아들어오는 공격을 잡고 있는 삼류 무인의 몸으로 막는다. 말하자면 고기 방패!
**
삼류무인은 무참하게 동료들에게 당해버립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군."
쯧, 하고 철퇴사내는 혀를 찹니다. 포위진에서의 공격은 살짝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신중해졌습니다. 앞으로 이런 전략은 기대하기 어렵겠군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뭔가 생각날듯 말듯합니다!
**
"귀찮구나...!"
그는 이를 갈며 팔각보를 전력으로 펼치기 시작하였다. 철퇴 무인의 공격은 무시하며 주변의 이류 삼류 무인부터 처리하기로 한것이다. 삼류 무인 하나에게 보법으로 다가와 포식으로 잡아뜯는다. 진의 빈틈이 생길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사냥하는것이다.
(철퇴 무인의 공격은 무시하고 이류 삼류부터 해치운다)
**
투귀의 남은 내공은 대략 10년 어치. 재빠르게 팔각보를 펼칩니다.
썩 대단치 않은 무공이기 때문에 전력으로 펼쳐도 달리는 것보다 살짝 빠른 수준이지만, 다행히 손가락 하나의 길이 차이로 철퇴에 뒤통수를 얻어맞지 않았습니다.
"이익...!"
콰직.
투귀는 맨손으로 사람 하나의 머리를 터뜨려버립니다.
쉴 시간이 없습니다!
**
비겁하다는 소문이 돌지도 모르겠으나 여기서 다 죽여 없애면 문제 없다.
그는 기관장치처럼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
앞으로 4레스 안에 모조리 죽이고 도망치지 않는다면 투귀는 그대로 죽을겁니다.
그리고...전부다 죽이기에는 내공의 양이 좀 부족하군요!
기관장치처럼 반복하지만 한 번에 한 명이 한계입니다! 철퇴를 든 무인은 집요하게 투귀를 노리고 있습니다.
단단하던 포위망은 헐거워집니다...!
**
으득...
내공이 점점 떨어져가는게 느껴진다.
그는 이를 갈며 삼류 무인 하나를 죽이고는 도주하기 시작하였다.
**
마지막으로 한 명을 더 머리를 짜부려뜨린다음 투귀는 전속력으로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피잉!
멀리서 파공음이 들리고 투귀는 급히 몸을 옆으로 뒤틉니다!
폭...!
귀여운 소리와 다르게 험악하게 생긴 날붙이가 투귀를 노리고 날아들었습니다...!
"쫓아라! 쫓아! 쏴라!"
퉁퉁!
피잉-!
활을 들고 있던 인물들이 투귀를 노리고 화살을 쏘아댑니다! 도주하던 와중에 화살까지 완벽히 막을 수는 없는 상황! 투귀는 어쩔 수 없이 상처를 허용합니다!
부상 1단계가 추가됩니다. 현재 부상 단계 - 1
적들의 추격은 계속 됩니다!
**
(보법 동원해서 전력으로 도망)
**
비겁한 녀석들이 원거리 무기를 이용해 투귀를 쫓고 있습니다! 투귀를 간발의 차 정도로 따라오고 있는건 철퇴무사 한 명 뿐! 나머지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집니다!
피잉!
그 때 화살이 날아듭니다. 다행히 다리는 아니지만 어깨에 정확히 꽂힙니다!
그리고 다시금 날아드는 철퇴를 투귀는 간신히 피해내며 달립니다!
"쏴라! 뭐하느냐!"
"거리가 더 이상 닿지 않습니다!"
그러자 뒤에서 섬찟한 느낌이 듭니다. 투귀는 더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합니다! 과연! 뒤에 시원하고 거센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강맹한 초식을 적이 사용한게 틀림없습니다...!
**
(도주)
**
투귀는 계속해서 달립니다!
남은 내공은 딱 2년. 아슬아슬했습니다.
간간히 화살이 날아오지만 힘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투귀는 그러고도 한참을 더 달립니다. 몸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잠시라도 쉬었다가는 따라잡힐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몇 시진이나 달렸을까요. 밝았던 낮이 어두워지고, 어두웠던 새벽이 밝아지는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투귀의 앞에 제법 깊은 강이 나타납니다.
남아있는 내공을 모두 소모해서 강을 건너갈 수 있습니다.
**
"후욱...훅..."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강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
투귀는 힘겹게 강을 건너는데 성공합니다!
....뒤를 돌아보지만 어두운 숲만이 보이고 아무도 쫓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법.
투귀는 한참이나 더 움직이고 야산의 한 동굴을 찾아 몸을 숨기는데 성공합니다......
투귀의 경지가 일류 초입에서 일류 완숙으로 상승합니다!
투우권이 65%에 도달합니다!
건가공이 70%에 도달합니다!
팔각보가 60%에 도달합니다!
근경공이 60%에 도달합니다!
진야수신권 도철은 아직 더 많은 피를 원합니다...!
**
"하아...하..."
그는 이를 갈며 내공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건가공 수련)
**
건가공이 90%에 도달합니다!
**
"상처를 치료할곳을 찾아야..."
그는 천재 특으로 별자리를 찾아 방향을 잡았다.
어디로 가야할까... 매리곤문이 있는곳은 안된다. 그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투귀가 별자리에 시스템적으로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대충 북극성을 기준으로 지리를 잡습니다.
...일단 북쪽 또는 동쪽으로 가야겠군요. 서쪽도 있지만 거긴 마교의 영역입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
"북쪽으로..."
**
투귀는 북쪽으로 북쪽으로 갑니다.
....멀리 연기가 보입니다! 마을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사람이 사는 곳일겁니다!
**
"...!"
마을인가...! 그는 조용히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향하였다.
**
마을은 아니었습니다!
도시였죠!
연기와 가까워질수록 둥근 성채도시가 아니라 일렬로 쭈욱 길게 늘어선 특이한 모양의 도시입니다.
그리고 왜인지 무시무시하게 생긴 깃발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설마?
**
"......"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에이 설마.
**
어디선가....이상한 구호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천세만세....마유신교....
....동쪽으로 갈걸.
투귀는 이마를 짚습니다.
**
'설마 죽기야 하겠는가...'
그는 한숨을 내쉬며 도시로 향하였다.
**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면서부터 교인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더니 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통행세를 냅니다.
다행히 많은 금액은 아니군요....
안으로 들어가자 상당히 번화한 거리가 눈에 띕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고 활기차군요!
사이비가 번성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주변의 사람을 붙잡아 의원이 있는곳을 물어보았다.
일단 상처를 치유하여야 했다.
**
사람들은 투귀의 행색을 보고 마교의 무관이 격전지에서 돌아왔다고 여깁니다.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그냥 여기선 칼차고 있으면 보통 마교의 무인이니까요!
제법 크고 좋은 의원을 찾아가는데 성공한 투귀는 성공적으로 상처를 치료합니다!
부상이 0단계가 되었습니다!
"껄껄. 꼴이 꼭 이번에 남쪽에서 벌어진 살마권같구려."
살마권...그게 뭐죠?
**
"살마권이라... 그것참 살벌한 이름이로군..."
그는 허허 하고 웃으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어 설마 저게 자신의 별호는 아니겠지...?
**
"허허허....살마권이라고 하기도 하고 권마라고 하기도 하고, 야수라고 하기도 하고....사람들마다 부르는게 다 다르더군. 중요한건 그가 매리곤문의 무인들을 죄다 학살하고 도망쳤다는 것이겠지."
의원의 뜸을 뜨면서 말합니다.
"자네가 혹 살마권인가 하는 자가 아닌가? 허허. 농담이네. 농담."
투귀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립니다.
놀라운건 아직 별호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는겁니다.
**
"허허, 보잘것 없는 삼류 무인인 나로서는 그런 별호라도 붙었으면 좋겠네."
(돌아다닌다)
**
투귀를 위한 사건 다이스가 굴러갑니다!
....거리에 나선 투귀는 한 묘령의 여인에게 붙잡힙니다.
"거기 지나가는 잘생긴 오빠!"
절대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강제로 붙들립니다.
아 왜 안구에 습기가...
"얼굴에 안 좋은 기운이 가득하시네요. 요즘 안 좋은 일 많죠?"
**
"...무슨 소리인가? 그런 일은 없었다네. 바쁜 몸인지라 이만..."
잘생긴 오빠 발언에 붙잡혀버린 그였지만 사이비에게 붙잡힌채로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살짝 힘을 주어 붙잡은 손을 떨쳐내려 하였다.
**
투귀는 그녀를 떨쳐내는데 성공합니다.
투귀의 별호는 대충 정해졌지만, 투귀는 아직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귀도 짐작하듯 좋은 별호는 아니겠지요. 입맛이 씁니다.
- 스레 제일의 수련광
- "흐음..."
이제 어찌하면 좋을지...
사천, 운남, 귀주는 매리곤문의 영역이었다. 아래쪽으로 나가는것은 자살시도나 다름 없는 일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는 감숙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
감숙! 공동파의 영역! 점점 더 투귀의 별호를 알아내는 길은 요원해져가지만, 일단 살아남는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매리곤문과 완전히 척을 져버린 투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파의 영역이 더욱 안전할지도 모릅니다.
투귀는 한참을 걷고 걸어....감숙에 도착합니다!
다행히 오면서 아무런 일은 없었네요.
**
"후우... 이곳까지 오지는 않겠지."
그는 숨을 돌리며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좀 즐거운 사건이 일어나길!
**
안타깝게도, 공동파가 지배하는 감숙은 너무나도 평화로웠습니다...
**
"고요하군..."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좀 더 걷기 시작하였다. 무공 하나도 끈덕지게 찾았던 그였다. 50%의 확률을 뚫는것따위 일도 아니었다.
아, 제 4의 벽.
**
사건이 없다고 나와도 스레주는 흑흑 울면서 어떻게든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다이스는 투귀에게 안즐거운 사건을 선사해주길 원하는군요...
투귀에겐 불행이요, 정파에겐 작은 기쁨인 일입니다.
우르르르.
투귀는 지나가는 무림인들을 보고 낌새가 좋지 않아 급히 몸을 숨깁니다. 그리고 청력을 돋아 한 번 말소리라도 들어봅니다.
"마교와 맞서기 전에 혹여라도 남아있는 마교의 세작, 사파 놈들을 죄다 쳐내야한다. 이 감숙이 안전해야하지 않겠느냐. 후방은 언제나 중요한 법이다."
공동파의 사람들은 사파나 마교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것 같습니다. 투귀는 입술을 깨뭅니다.
**
꺼흑 마이 깟!
그는 입술을 깨물며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어서 빨리 이곳을 떠야 했다.
**
사람들은 다행히 지나갑니다.
투귀는 영하로 떠납니다....이 빌어먹을 세상 같으니라고! 마음놓고 발붙일 곳이 없군요!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영하에 도착합니다!
**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음...!"
그는 침음성을 흘리며 영하 지방의 소문을 듣기 위해 걷기 시작하였다.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소문 영하 지방의 소문이 궁금한거다!
**
소문을 들어봅니다!
영하지방은 다른 곳에 비해 영세한 곳입니다.
- 곤문악적이라는 마두가 매리곤문의 제자들을 학살했다더라
- 이번 농사가 영 시원찮다
- 요근래 도둑이 기승을 부른다
정도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곤문악적은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는 사천 아래쪽 지방에는 발 디디기도 힘든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도둑이라...
딱히 그가 처리해줄 필요는 없겠지. 그는 고서점으로 향하였다.
**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어허 그런다고 포기할줄 알고?
**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
우씨 포기 안한대도?
**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
더욱 더 커다란 근육을!!
**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
왓츄고나두!
**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뚜둔뚜뚯뚯뚜뚜뚜뚜!
**
스레주는 울고 레스주는 웃습니다!
【 본중공 】
정파의 오래된 기초 무공 중에 하나.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저잣거리에 꽤 많이 나돌아다니는 편이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외공의 기초를 다루고 넘어가는데에는 나쁘지 않다.
**
"좋구나..."
그는 미소지으며 책을 펼쳤다.
**
【 본중공 】
성취 : 1성
정파의 오래된 기초 무공 중에 하나.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는 모르지만 저잣거리에 꽤 많이 나돌아다니는 편이다. 저잣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무공으로 그 내용은 뛰어나다거나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외공의 기초를 다루고 넘어가는데에는 나쁘지 않다.
- 1성 : 패산근육敗産筋肉 : 몸의 근육이 아주 보기 좋게 변한다.
**
"후후후..."
그는 만족에 가득찬 얼굴로 고서점을 나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용!
**
오늘의 진행은 여기까지 마칩니다! 아무튼 투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새롭게 수련할 거리가 생겼군요! 축하합니다!
**
"그럼 간만에..."
수련을 해볼까 하며 그는 인적이 드문곳으로 향했다.
#건가공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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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가공은 5성 100%에 도달합니다!
6성으로 올리기 위해선 조건을 해금해야만 합니다.
**
#근경공 수련! 근유우우우우욱!
**
당신의 근경공 숙련도 80%
중요한 이야기지만, 본중공과 근경공은 서로 원리와 세력이 다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언젠가 선택해야만 할겁니다.
**
"후욱...후욱..."
#근경공 수련!!!
**
당신의 근경공 5성 100%!
조건을 해금해야만 6성으로 올라갑니다.
**
본중공과 양립할 수 없다니 살짝 쇼크!
#팔각보를 수련합니다!
**
당신의 팔각보 80%!
세력이 다른 무공을 익히기 위해선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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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의 발걸음이 현란하게 개나리 스텝을 밟았다.
#팔각보 수련!
**
당신의 숙련도 5성 100%에 도달하였도다!
**
#이번에는 투우권 수련! 하나 둘 하나 둘
**
85%가 되었습니다.
무공이 많으니 수련할게 많군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을겁니다!
**
#투우권 수련! 라스트!
**
투우권이 5성 100%에 도달하였소!
**
"후우..."
그는 우드득 우득 몸을 풀고는 사건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좋은 사건! 좋은 사건 다이스!
#사건 찾아 삼만리
**
영하에서는 별 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민초들에겐 다행이고, 투귀에게는 아쉬운 일입니다!
**
"흐음..."
아쉽게도 이 작은 장소에서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좋을까?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하는가?
그보다는 일단 좀 더 소문을 찾아보자.
#소문 찾기 한 번 더 시도해봅니다
**
소문을 찾아봅니다!
- 곤문악적이란 놈이 이 영하 방향으로 도망쳤고, 매리곤문은 물론 감숙의 공동파도 그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매리곤문이 사천을 넘었습니다! 이유는 복수입니다! 아미파가 매리곤문의 북상을 저지하려 하였으나 삼일 만에 실패하였고 매리곤문의 고수들은 이제 감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농사가 아주 잘 될 것 같습니다.
- 영하에서 곤문악적이란 놈을 잡아 현상금을 타고자 무림인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오.
마이.
갓.
투귀는 머리를 싸매고 맙니다.
**
"......"
꺼흑 마이 깟! 매리곤문 이 질긴 녀석들!
그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사파 사냥을 하는 감숙으로 향하였다!
#감숙으로 향합니다!
**
공동파로 다시 투귀는 이동합니다!
가는 도중인데 저 멀리 언덕길을 넘어 상당히 거대한 규모의 행렬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안력을 돋보아 살펴보니....
거대한 상단이 물건을 가지고 움직이는군요!
**
"흐음, 이보게. 혹시 호위 하나 고용할 생각 없는가?"
그는 행상인들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별거 아닌 솜씨지만 무림인이라네."
#고용할 생각 없습니까!
**
갑작스레 나타난 투귀를 모두가 경계합니다!
"...무림인이라면 소속 또는 사문을 밝히시오!"
어?
나는 그런거 없는뎅..힝..
**
"사문 하나 없이 스스로 익힌 무림인이네만. 낭인이라 불러도 좋고 협인이라 불러도 좋다네."
그렇게 말한 그는 권기상인을 보여주었다.
"호위를 원치 않는다면 나는 갈 길을 가겠네."
#사문 없다는걸 말해줍니다
**
"낭인!"
다들 낭인에 대한 인상이 썩 좋은건 아닌듯 적개심이 서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우리는 신원이 확실한 이가 필요해서..."
상단주는 완만하게 거절의 뜻을 비춥니다.
**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갈 길을 갔다. 낭인 취급 심한건 예나 현재나 여전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문파에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가던 길 갑니다
**
감숙에 도착합니다!
매리곤문의 고수들과 공동파의 고수들은 모두 투귀를 찾고 있습니다.
매리곤문은 그렇다 쳐도 공동파는 왜...?
좋은 일일지 안좋은 일일지 감이 안잡힙니다.
**
"후우..."
못 먹어도 고라는 속담(?)이 있었다. 그는 야수신권 포식으로 자신의 몸을 찢어 자해한 이후에 공동파로 향하였다. 공동파의 대문을 두드리며!
"살려주시게! 곤문악적이라는 자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네!"
#뻥 칩니다
**
정말 그리 합니까?
같은 천재인 하란이의 천재 강점 이용을 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
#공동파가 왜 자신을 찾는지 추리해봅니다!
**
천재적인 두뇌는 이제야 자신을 알아봐주느냐고 감격합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안써서 그런걸까요.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야!!!
**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아니다. 좀 더 생각해보자. 어째서 공동파는 자신을 찾는걸까?
#굴러라 머리야
**
쓸모없는 머리 같으니라고! 투귀의 머리는 아무런 것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
"......"
나 천재 맞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한 번 머리를 굴렸다.
10퍼센트짜리 고서점도 뚫는 그였다. 포기할까보냐!
#다시 머리를 굴립니다. 마지막으로!
**
안된다? 그럼 될 때 까지 해라!
반복적인 것은 원래 지난하고 지루한 법이지요!
그리고 실패하면 더더욱 짜증이 납니다.
투귀는 짜증이 나버렸습니다.
**
"..."
그는 한참 동안 얼굴이 굳은 채로 있었다.
천재라며! 천재라며! 야 이 다이스갓아! 너 나 싫어하지!
#그는 결국 부딫혀보기로 마음먹으며 공동파로 향했다.
- 나찰녀를 만나다
- 다갓은 속마음을 들킨게 아닐까요? 얼굴이라도 보면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그에게는 얼굴 따위는 없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투귀는 조용히 공동파로 향합니다.
공동파로 향하는 입구에는 흉흉한 기운이 맴돌고 있습니다.
어?
좀 불안불안한데요?
**
"......"
느낌이 왔다. 아무튼 왔다.
이거 빼박 좋은 일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공동파 근처의 대화에 귀 기울여 봅니다.
**
근처에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분명히 여름인데도 바람은 서늘하고 오싹합니다. 까마귀가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그리고....코에 들어오는 아주 미약하고 옅은 혈향.
투귀는 눈을 찌푸립니다. 공동파가 그러고보니 사파 사냥을 하고 있다고 했었지요?
**
"......"
혈향이라니! 혈향이라니!
#섬서로 도망칩니다
**
투귀는 급하게 섬서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헐레벌떡 산고개를 넘던 도중, 멀리서 표국을 상징하는 오각깃발이 눈에 띕니다. 적혀있는 글자는....천...방...표...
천방표국!!!
정파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구세대의 강자라면, 천방표국은 광검문, 홍단표국과 함께 신세대의 강자! 신흥 명문 문파입니다! 표국이 무림 문파 역할을 하기도 하는 특이한 곳이지요! 그들은 아주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
"......"
에라 여기서 사파가 말 걸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는 마저 섬서로 달려갔다. 아직은 표사 라이프를 지낼때가 아니다!
#섬서로 갑니다!
**
섬서에 도착합니다!
중원 정파 무림의 중심지! 섬서와 하북!
그 중 하나인 섬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후우..."
설마 정파 무림의 중심지에 매리곤문이 쳐들어 오지는 않겠지.
쳐들어오면 전면전 각이다.
아마도.
그는 매리곤문의 동향을 주시할겸 소문을 듣기 시작하였다.
#소문수집
**
- 매리곤문은 정파 무림에 무림첩을 돌렸다. 내용은 정당한 피의 복수를 천명하는 것이었으며 사천의 정파는 이에 마지못해 수락하였다.
- 사천당가의 후계자, 당철운이 마교와 싸우던 도중 전사했다!
- 이름있는 무림인들은 모두 사천당가로 조문을 하기 위해 떠났고, 마교는 시신을 손상없이 당가에 돌려주었다.
- 매리곤문의 장로가 당가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며 장례식에 참석하였다.
정도의 소문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
"...망했군."
이거 참 대체 아 진짜 아...
그는 망했다는 생각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어쩔 수 없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매리곤문에게... 찾아갑니다.
**
매리곤문을 찾아가는 도중....
스레주의 억지 개연성 전개가 발동합니다!
웬 호호할머니 하나가 바위에 앉아서 투귀를 보며 낄낄 비웃고 있습니다.
...?
**
"......"
도대체 저 할멈은 자신을 왜 비웃는걸까. 안 그래도 좋은 일이 없는데!
#할머니에게 말을 겁니다.
**
"낄낄낄낄낄낄."
...거 참 기분 나쁜 할머니네!
투귀는 뭐라고 말을 겁니까?
**
"어째서... 그대는 웃고 있는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자신의 꼴이 우습기도 하겠지.
#왜 웃습니까!
**
딱!
투귀는 머리통에 돌을 맞은 것 같은 고통에 아악! 하며 머리를 손으로 쥐고 몸을 웅크립니다!
"장유유서, 노인공경도 모르느냐? 낄낄낄낄. 그리 버릇이 없으니 어디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겠느냐! 낄낄!"
아...아프다....
**
악! 내 머리! 그의 머리는 아주 단단한 돌머리건만 노인의 공격은 돌머리를 뚫고 고통을 주었다.
"...무슨일...입니까."
그의 입이 열리고 존대가 튀어나왔다.
#물어봅니다.
**
무림은 힘세고 강한 놈이 법이고 정의인 곳! 투귀의 입에서도 존댓말이 나와버렸습니다.
무시무시한 할머니로군요!
"에이이잉...쯔쯔쯔쯔. 사내가 그리 기개와 줏대도 없이 살짝 머리 맞았다고 바로 굽히더냐? 낄낄낄낄. 그러니 이리 쫓기고 있는 것이겠지! 내 매리곤문 제자들을 대낮에 당당히 죽여버리고 포위망을 뚫고 도망친 놈이 있다기에 한 번 보러왔더니만...영 못쓸 쭉정이로구나! 낄낄!"
신랄...신랄합니다...저게 칼질 이었으면 이미 난도질당했을 겁니다! 중구 형님!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요!
게다가 공경하래서 존댓말을 썼더니, 이제는 존댓말 쓴다고 구박까지...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한단 말입니까!
"이 놈아! 그러게 처음부터 예의바르게 어르신, 무슨 일로 그리 미소를 지으시는지요. 하고 물었어야지! 낄낄낄낄!"
그냥 미친 할머니가 아닐까 의구심이 싹틉니다.
**
"..."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것일지!
"...그저 어리석은 우자일 뿐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어찌하여 우자를 찾아오셨습니까?"
#굽히면서 어째서 찾아왔느냐 묻습니다.
**
"아까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젊은 놈이 벌써 가는 귀가 먹은것이냐? 낄낄낄!"
...어...아까 뭐라고 했었죠? 매리곤문에 쫓기는 놈 보러왔다...?
...관음증이신가?
**
"비웃으러 오셨습니까? 아니라면 어찌하여 찾아오셨습니까?"
자조적인 어투로 말한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와 함께 있으면 위험할것입니다. 이제 그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떠날래! 라고 말합니다!
**
"이 놈아! 머리도 좋다고 알려져 있는 놈이 그것 하나 생각을 못한단 말이냐!"
....도대체가 종잡을 수가 없군요!
"사람을 완전히 잘못 본게 아닌가 싶구만! 낄낄낄. 네 놈이 그 곤문악적이 정녕 맞다면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어야지, 어찌 비맞은 쥐새끼마냥 처량하게 제 한 목숨을 버리러 떠나려드느냐? 기개는 어디갔느냐? 네 놈은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만 칼을 휘두르던 소인배인 것이더냐?"
할머니, 아까 놀라운 꿀밤은 잘 봤지만 또 할라 그러시면 이번엔 안봐드립니다!
"짜증나냐? 화나냐? 낄낄낄낄!"
이 정도면 일부러 도발하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
"그렇다면 어찌하란 말입니까...! 이토록 힘이 없는것을!"
힘...힘......힘이 있었더라면!
예전과는 달라졌다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약한 자에게만 주먹을 휘두르는 소인배 취급이나 받고 있다.
아니,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지.
"...실례했습니다.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리곤문이 저를 찾고 있으니 말입니다."
**
"죽으러 가는구나!"
할머니는 낄낄 웃다가 웃음을 딱 멈추고 투귀를 노려봅니다.
......아니 대체 뭐냐고.
"죽고 싶어서 가는게냐?"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습니까?
**
"그럴리가 없잖습니까...!"
그저 방법이 없기에 가는것일 뿐이다.
#그는 방법이 없기에 가는것이라 이야기 하였다.
**
"그래서 다 죽어가는 놈마냥 제 목숨을 바치러 가겠다? 도망쳐서 숨어살더라도 살겠다는 마음은 없는 것이드냐? 낄낄낄!"
할머니는 멍청한 것! 하고 빽 소리를 지릅니다.
"이 늙은 몸이 내일 하루라도 더 살아보겠답시고 날 마다 몸을 움직이고 몸에 좋은 것들을 쳐먹고 있는데 젊은 놈이 빠져서 지 목숨을 그리 쉽게 내버린단 말이냐! 네 놈! 제정신인게냐!"
버럭 소리를 지른 할머니는, 흐음? 하고 투귀를 봅니다.
".......아니지. 잠깐. 잠깐만."
휙.
그녀의 손이 투귀의 멱살을 잡아챕니다. 그대로 투귀는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아귀 힘으로 코 앞까지 얼굴을 가져다댑니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서 본 것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그리고 예전 할머니의 아름다웠을 시절이 환상처럼 지나갑니다.
"너."
"정체가 뭐냐?"
그리고 할머니는 투귀를 휙 밀어내고는 목소리를 깔며 묻습니다.
"아니야."
그러더니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지. 아니겠지. 이런 놈이 천재일리가 없지 않느냐. 아니야. 혹시? 이 정도의 재능이라면 혹시?"
....진짜 미친년 맞는 것 같은데요. 투귀는 얼른 도망치고 싶어졌습니다.
"...좋아! 네 놈! 내 제자가 되거라! 내 제자가 되어 내 숙원을 이루는데 협력한다면 나도 네 녀석을 도와주마! 본녀는 강예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느니라!"
미친년 맞네요. 도망...도망쳐야...
**
"...조건을 내걸 처지가 아니란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그는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강예희의 제안은 자신의 인생관과 반하는 제안이다. 그렇기에 무례하고 뻔뻔한 행위임을 알고도 조건을 걸었다.
"제자가 되겠습니다. 숙원을 이루도록 협력하겠습니다. 다만 숙원을 이룬 이후에 저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숙원 이룬 이후에 풀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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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깔깔깔깔 - !!!
높은 웃음소리가 온 숲과 산을 들썩입니다. 푸드덕하고 온갖 새가 나뭇가지에서 뛰어롤라 날아가고, 작은 짐승들은 굴로 숨어듭니다. 큰 동물들은 숲을 달아나고 나약한 벌레들은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갑니다!
싱그러운 여름의 녹색들은 점점 누런빛으로 시들어버립니다...
투귀는 그 와중에도 홀로 멀쩡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투귀를 배려해준 것일지도요.
저릿저릿해져오는 막대한 공력에 투귀의 등에는 소름이 돋습니다.
강예희. 눈 앞의 할머니는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앙천대소를 퍼뜨리다가 점점 잦아드는 웃음소리. 그녀는 끅끄윽거리며 배를 잡고 눈물을 닦아냅니다.
"이 놈아...이 놈아...너는 대체 제자를 뭐라고 생각하는게냐? 뭐? 자유의 몸? 너는 부모가 없으면 자유의 몸이더냐? 다 크고나면 부모와 혈연관계를 끊고 피를 없앨 수 있느냐? 어리석은 소리이니라."
그렇습니다. 군사부일체! 군주와 스승과 부모는 하나와 같다라는 뜻입니다. 군주는 투귀가 모시는 사람이 없으니 제외합시다. 스승과 부모는 같다. 이것은 스승을 부모처럼 대우해라, 모셔라 라는 뜻도 있지만 거기에는 스승이 일정부분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직 한 쪽에서만 스승을 대우하는 것이 아니며, 스승 또한 제자를 자식처럼 생각해야합니다. 그것이 무림입니다.
결혼을 하지 못하는 소림사가 어찌 유지 되었겠습니까! 금남의 문파인 아미파는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저기 마교는 잘 모르겠으나, 무림인들에게 제자란 양자와 비슷합니다. 그보다는 살짝 떨어질 수 있겠습니다만...결혼을 하지 않은 무림인들에게 제자란 자기 자식과도 같습니다. 원칙적으로 말입니다!
즉, 사제관계는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하고 싶으면 하고의 관계가 아닙니다. 제자임을 부정할 때는 오직, 스승에게서 배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더이상 무림인이 아니게 되었을 때입니다.
"네 녀석이 생각하는 자유란게 뭔지는 모른다만, 네 놈 하고싶은대로 하려면 내 제자가 되는 것이 지금의 네 처지보다 훨씬 자유로울게다. 내 이름을 등에 업고 말이다. 낄낄낄!"
그리고 강예희, 그녀는 지금 투귀를 제자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투귀! 당신은 정녕 그녀의 제자가 되시겠습니까? 제자가 된다면, 그녀는 투귀에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
인연.
인연이라.
그는 말 없이 흙으로 된 바닥에 절을 하기 시작하였다.
"저 투귀는 오늘부로 스승님의 제자가 되어 숙원을 이루는데 전력으로 협력하겠습니다."
#구배지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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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는 정식으로 강예희의 제자가 됩니다!
강호에 곧, 나찰검. 또는 나찰녀로 불리우는 그녀가 생에 단 한 번도 거둔 적 없던 제자를 거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질 것입니다...
구배지례가 끝나고 투귀가 그녀를 올려다보았을 때, 왜인지 또다시 아름다운 미녀가 보입니다. 정신을 차리니 다시 스승님입니다.
"그래. 제자야. 네 녀석의 이름이 무엇이냐."
**
"투귀. 투귀라 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그는 자신이 투귀라는 이름을 붙이게된 경위를 이야기하였다. 집안의 화마부터 시작하여 저잣거리의 건달을 이긴 이후 새로이 이름을 붙인 이야기까지.
"...저도 질문이 있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의 숙원이란 무엇입니까?
**
"그게 무슨 이름이냐. 에이잉...내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제자 놈 이름이 그 모양이어서는 되겠느냐? 네 녀석이 남들에게 너를 어찌 소개하는지는 뭐라하지 않겠으나 내가 너를 부를 때는 따로 이름이 있어야겠다."
그녀는 쯧쯧 혀를 찹니다.
음, 투귀라는게 무림에서는 보통 별호이지 이름으로 쓰이지는 않긴 하죠...
"어디보자...싸울 투에 귀신 귀를 쓰렷다? 투는 문 문에 머리 두를 넣은 것이니, 파자하여 첫 글자는 두로 쓰고, 귀에는 사내 남자가 들어가있으니 그것을 파자해 남자를 뒷글자로 하여 두남. 강두남이라고 불러야겠구나."
투귀가 항변하더라도,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힌듯 합니다. 자기가 이름을 지어놓고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네이밍센스는 참 더럽게 없군요.
"이름이 두남이라니! 강두남이라니! 강도남같지 않으냐!"
...뿌듯해하는게 아니라 웃고 있는거였어?!
"아무튼 난 너를 두남이라 부를테니 그리 알거라."
세상에. 투귀는 공포에 전율합니다. 개명당했습니다. 남들에게 소개할 때 투귀라하는건 뭐라 안하는게 다행...인걸까요.
스승님은 상당히 제멋대로이신 것 같습니다.
"나? 나는 반로환동을 하고자 하느니라. 몸은 경지에 올랐으나 깨달음이 부족하여 화경에 반쯤 발을 걸친터라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하였지."
아 그러시구나.
**
"...............???????"
강두남? 강두남? 강두남?
그보다 반로환동? 그걸 어떻게 투귀가 돕는거죠???
#"스승님께서 생각하시는 저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
"이 한 몸으로 화경에 반쯤 발을 걸치기 위하여 모든 것을 했지만 딱 하나."
그녀는 씨익 웃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은 없느니라. 제자를 거둬 가르치다보면 내게도 깨달음이 오지 않겠느냐?"
공부도 누구 가르치면 훨씬 잘되듯이 나쁜 발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과연...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 스승님."
무공이다...!투귀가 익힌 삼류무공이 아닌 화경 직전의 무인이 익힌 뛰어난 무공!
그의 눈이 과도하게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아, 덩치가 이러니까 눈 반짝이는게 에바였다.
#"스승님 이 제자가 배울 무공은 무엇입니까...!"
**
화경 직전이 아니고, 화경은 화경인데 제대로 된 화경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그래 두남아. 너는 보아하니 권과 각을 주로 쓰겠구나. 특히 몸이 크고 단단하며 주먹에 잔상처가 많으니 권이 주 무기렷다? 그렇지만 이 검을 배워보는 것은 어떠냐?"
스승님은 은색빛으로 빛나는 검을 하나 꺼내듭니다.
"이 스승이 이래뵈도 나름 검에는 일가견이 있으며 강호에서도 검으로 이름을 날린 몸이니라."
레스주는 믿겠지만 투귀는 믿지 못할 것 같군요! 강예희라는 이름을 투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허창언이나 호재필이라면 모를까요!
**
"...스승님. 이 어리석은 제자는 고작 일류의 반열에 올랐을 뿐입니다. 만류귀종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일류의 경지에 올랐을뿐인 무인이 다른 우물을 판다면 대성하기가 힘들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이유로 권각술은 없습니까...?
#눈치 없이 권법을 달라고 말합니다.
**
빡!
우리 두남이가 미쳤구나! 하면서 그녀는 검을 쓱쓱 문지릅니다.
불쌍한 투귀...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은거기인은 괴팍하다고 했죠?
"내 나이가 올해로 백을 넘겼느니라. 가는 귀가 먹어 잘 안들리는구나."
응 아니야. 백 삼십을 넘겼어. 화경에 이른 무림인이 가는 귀를 먹을 수가 없어~
**
"악!!!"
이건 너무 아프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굴할 그가 아니었다.
"...그럼 검술과 권각술을 같이 배워도 괜찮겠습니까?"
는 개뿔. 그는 초절정의 벽에 굴하고 말았다!
#배우겠습니다! 대신 권각술도 좀...
**
강예희는 흡족해합니다. 협상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일단 이동하자꾸나. 매리곤문 놈들은 내가 잘 처리할테니 걱정말고."
...강호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할겁니다...
"가면서 설명을 조금 해주마. 이 스승님이 익히신 검술은 나찰검이라는 검술이니라. 들어본 적 있느냐?"
아뇨. 뚱인데요.
**
아뇨 들어본적 없습니다만!
이렇게 말하면 얻어맞겠지!
"이름 정도는 들어본적이 있습니다."
#구라치며 스승님을 따라갑니다.
**
"정말이냐? 나찰검이 아직도 강호에 이름이 오르내린단 말이냐?"
스승님은 퍽 기뻐하시는듯 보입니다.
그녀의 나이 방년 삼십삼세. 더하기 백.
무림을 은퇴한지가 투귀 나이의 두 배도 더 전의 일입니다.
"아무튼, 이 나찰검은 무림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절기중에 절기이니라. 화산의 매화검, 무당의 태극혜검과도 능히 견줄 수 있지! 마교의 천마검과는 겨뤄보았지만 패배하고 말았느니라."
저런.
아니 잠깐만.
**
"과연...그 천마검과도 맞붙을 저력의 검이란 말입니까."
그는 내심 놀란마음을 감추며 나찰검을 칭찬하였다.
나찰검 강예희. 그의 스승이란 도대체 어떠한 인물이란 말인가.
#칭찬하며 계속 이야기를 듣습니다.
**
"정확히는 전전전대 교주 놈이지만. 깔깔깔. 그 녀석이 이 스승을 한참 쫓아다니며 결혼하자고 졸라댔던 일은 아느냐? 그 때는 소교주였지 아마?"
아뇨. 뚱인데요.
"이 스승님은 지금은 이리 늙어 볼품없어졌어도, 젊었을 적에는 많은 이들을 홀리고 다녔느니라. 강호에 나찰녀가 떴다 하면 다들 두려워하면서도 이 스승의 미모를 감상하고자 구름처럼 남정네들이 몰려들고는 했었지."
스승님, 그거 너무 라떼 아닙니까.
"한 백년 전쯤인가 소교주라는 놈이 강호 무림을 즐겨보겠답시고 나왔다가 내게 푹 빠졌다는거 아니겠느냐. 그래서 난 나보다 약한 놈은 흥미가 없다했었지. 그러더니 그 놈이 글쎄 자기가 몰래 나온 것도 잊어먹고 천마검법을 쓰면서까지 날 이기려 들지 뭐냐? 결국 지긴 했지만, 그 놈은 중원에서 쫓겨났고 한 15년간은 어떻게 안건지 내게 계속 편지가 오더구나. 얼굴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무시했지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이제 없습니다...
"아무튼 이 나찰검법은 굉장히 뛰어난 검술이다. 대대로 사문의 장문인에게나 가르침을 받던 검술이지. 허나 내 대에 이르러 명맥이 끊길 위기였느니라. 내 두 번째 폐관을 깨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나 사문이 망했다지 뭐냐. 망한지 20년이 지나서 복수할 놈들도 다 죽고 없었고..."
두 번째 폐관이 과연 몇 년 전일까요.
"아무튼 그만큼 대단한 검법이니라. 좋아! 도착했다!"
웬 동굴 앞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에서 나찰검법을 수련할 것이니라!"
**
...??
네? 여기서요? 밥은...야생동물 잡으면 되겠고.
잠도 무림인이니 문제 없고.
음. 상관없구나.
"과연...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 스승님."
아마도
#나찰검 배웁시다!
**
검을 배우기 전...투귀는 검을 받습니다!
"우선 심법부터 새로 익혀야겠구나. 응? 뭐냐 이건. 왜 정파의 무공을 익혔어. 쯔쯔쯔. 아직은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더 수련했더라면 큰 일이 일어나도 일어났을 것이다."
혼났습니다! 아니...뭐 그럴 줄 몰랐죠...
"두남이 네가 배울 무공은 나찰신공이라는 것이다. 흠, 이게 원래 여자에게 더 효과적이다만 내 어찌 잘 바꿔보도록 하마."
무공이 경지에 이른다면 개량과 개조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
"나찰신공...!"
이름만 들어도 쩔어보인다!!
그는 검을 받아들며 그러한 생각을 하였다.
검...검이라...
#나찰신공 개량할때까지 검이나 좀 휘둘러봅니다.
**
스승의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다음 진행 쯤 되면 개량이 완료될겁니다!
투귀는 혼자 검을 휘둘러봅니다.
...그냥 몽둥이를 들고 휘두르는게 더 나을것 같습니다!
**
"흐음..."
아무리 혼자 휘둘러도 몽둥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그는 검을 휘둘렀다. 할거 없으니까!
#검이나 휘두릅니다.
**
할게 없으니 검이라도 휘둘러봅니다.
왕! 왕!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납니다.
야!
개 짖는 소리좀 안나게 해라!
"음? 아. 똘똘이구나."
스승님이 키우는 개였습니다!
작고 회색빛의 강아지 하나가 온 몸에 흙을 묻히고 헥헥 거리면서 동굴로 들어옵....
아니 뒤에 따라 들어오는 늑대는 뭐죠? 투귀가 서있는 것보다 키가 큰 것 같은데요?
"우리 똘똘이 왔구나!"
스승님은 그 거대한 늑대를 껴안고 좋아하십니다. 강아지..처럼 보이는건 새끼였습니다.
이거 맞는걸까요?
**
"......"
아니 뭔...
그는 할것도 없으니 검을 집어넣고 새끼 늑대를 쓰다듬으려 하였다.
우쭈쭈
#쓰담쓰담
**
헥헥헥!
똘똘이의 새끼인 늑대새끼는 제법 사람 손을 탔는지 바로 배를 발랑 뒤집어까고 낑낑거립니다.
- 댕댕이와 이상한 나뭇가지
- "흐음..."
#그는 댕댕이의 턱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
댕댕이, 라고 쓰고 늑대쉑...아니 새끼 늑대의 턱을 간질거립니다. 새끼는 낑낑거리며 꼬리를 휙휙 흔들어댑니다.
"다 만들었다!"
그리고 스승님이 성과를 보이신것 같습니다!
**
"역시 스승님이십니다. 무공의 개량에 이만한 시간만을 들이시다니."
그는 스승을 띄워주며 초롱거리는 눈으로 스승을 바라보았다.
#가르쳐주세요!
**
"우선 가부좌를 틀거라."
스승은 엄숙한 얼굴로 말합니다.
**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는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가부좌!
**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자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부터 혈도와 세맥에 내공을 흘려넣을터이니 그것을 잊지 말고 반드시 기억해라."
그리고 절대 입을 열어선 아니된다.
그 말을 끝으로 등에 손가락의 감촉이..아아아아아악!!!
투귀는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이를 꽉 물고 버팁니다!
온 몸의 혈맥에 기이한 기운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
#집중하고 뇌리에 새기기 시작합니다.
**
투귀가 느끼기에도 정말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뇌리가 아닌 몸에 새겨진 고통과 감촉을 기억하고 나니. 이제 그만 눈을 떠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투귀가 눈을 뜨자 스승님은 향년 133세가 되어버릴 것 같은 얼굴로 투귀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 홀로 해보거라."
**
엥 원래 스승님은 133세인데요!
말하면 얻어맞으니 그는 말 없이 방금전에 새긴것을 떠올렸다.
천재인 그에게는 간단한것이다.
#해봅시다!
**
향년, 이 붙어버리면 고인이 되어버린 사람이라는걸 깨닫고 투귀는 말하지 않기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음...
투귀는 열심히 해봅니다. 내공을 일으켜서 그대로...
어?
스승님이 해줬을 때는 분명 열려있었는데, 투귀가 내공을 움직이자 어째서인지 그 곳이 막혀있습니다.
스승님??
하고 물어보려 뒤돌아봤지만 스승님은 관짝춤을 당할 사람처럼 축 늘어져 계십니다.
저런.
**
#내공으로 뚫으려 시도합니다!
**
정말 합니까?
**
#해봅니다!!!
**
진짜로 합니까??
위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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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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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독양맥 타통을 포기합니다!
희안하군요. 스승님이 할 때는 잘 넘어갔던거 같은데....천재라고 하여 자만했던걸까요? 한 번 더 돌려봐야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을 잘못외운 것 같습니다.
**
#끼요옷! 될때까지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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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았는데 여전히 임독양맥에서 막힙니다...!
스승님이 깨어나실 때 까지 강제로 다른걸 하고 있어야겠군요.
무공을 배우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군요. 이것이 신공급 무공이란 말입니까?
**
아이고 아이고
무공을 익힐 기회가 왔는데도 익히지를 못하니!!!
스승님이 깰때까지 그는 댕댕이랑 놀기 시작하였다.
#댕댕이랑 놉니다.
**
댕댕이랑 놀기로 합니다!
댕댕이의 어미는 코를 골고 있는 스승님의 배게이자 이불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음, 하긴 엄청 크니까 가능하겠군요.
댕댕이는 심심한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합니다.
나가보시겠습니까?
**
"그래그래, 나가보자꾸나."
#댕댕이랑 밖에서 놀되 스승 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
댕댕이는 밖으로 나갑니다!
온갖 동식물로 가득찬 자연경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댕댕이는 좀 더 멀리 가고 싶어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
"흐음..."
#따라가봅니다!
**
따라갑니다!
댕댕이는 뭔가 넓은 공터에 도착합니다!
신기한건, 그 누구도, 그 어떤 동물도 습격해오질 않는군요.
음...?
**
"공터라..."
뭔가 신기한 공터였다. 일단 댕댕이랑 놀아보자.
#댕댕이랑 놉시다!
**
늑대랑은 어떻게 노는걸까요? 잘은 모르지만 일단 댕댕이가 무언가 하는지를 지켜봅시다.
왕!
댕댕이는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더니 나뭇가지를 잡고 뜯고 맛보고 있습니다.
**
"흐음..."
분명히 강아지를 키우는 거지가 이렇게 하고 놀았던가.
그는 나뭇가지를 집어들어 던져보았다.
#물어라!
**
댕댕이는 떨어져 내리는 나무막대기를 멀뚱히 쳐다봅니다.
?? 이게 아닌가.
다시 댕댕이는 나무 껍질을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습니다!
**
"흐으으으으음."
그는 나뭇가지를 집어들어 입에 물고 뜯기 시작했다.
#댕댕이 흉내!
**
미친게 아닐까?
하고 주변 사람들이 말할게 틀림없지만, 지금은 그 주변사람들이 없습니다. 투귀가 댕댕이마냥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자...뭔가..
뭔가, 이상합니다.
뭐죠? 이 기분?
더 해볼까요?
**
#더 흉내내봅시다!
**
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
댕댕이가 왜인지 한심하다는 눈으로 투귀를 보고 있습니다. 이게 아닌가...?
댕댕이는 필사적으로 나무를 가리킵니다!
아!
나무껍질을 뜯어봅시다!
**
"아하...!"
그는 댕댕이를 쓰다듬어주고는 나무껍질을 뜯기 시작하였다.
#나무껍질을 뜯읍시다!
**
나무껍질을 뜯어봅니다!
나무껍질은 생각보다 훨씬 손쉽게 뜯어졌습니다.
그 안은 텅 비어있었는데, 그 곳에는 웬 하얗고 동그란 것이 있습니다.
이게 뭘까요?
**
"흐음...?"
뭐지
영약인가
영약인가!!!!!
#냄새를 맡아봅니다.
**
딱히 별 다른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음...
영약....인가....? 아니 근데 영약이 이렇게 발견되지는 않을텐데요!
**
"흐음..."
모르는건 일단 입에 넣고 보자!
#먹습니다!
**
뭔지도 모르는 겁니다만, 정말 먹을까요?
**
#먹습니다!!!!!
**
섭취합니다!
털썩.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저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들을 수는 있지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댕댕이는 놀라서 오줌을 지리며 울부짖습니다!
**
엥???
아이고 나 죽는다!!!!!!!
#소주천 해봅시다!
**
소주천이고 뭐고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
아이고 시부레!
여기서 죽는것인가!!!!
#멍때립시다.
**
댕댕이가 꺼이꺼이 울자, 과연! 어미에게 매달려있는 스승님과 그 어미가 도착합니다!
"끄으응..."
스승님은 기진맥진하신 상황이라 뭔 말을 못하시고, 어미늑대는 댕댕이와 투귀를 입에 물고서 동굴로 돌아옵니다!
- [비담]
- 이구역의 미친사파는 바로 나야
- 힘세고 강한 아침! 내 이름을 묻는다면 이 구역 미를 친 년 비담!!
팔을 쭈우욱 뻗어 기지개를 펴고, 하품도 길게 하고, 몸을 일으킨 비담은 머리를 쓸어내린 뒤 얼굴을 부빕니다.
"오늘은 또 어떤 개판이 날 부를까~"
몸상태 무난! 검도 잘 있고! 외모도 무사히 잘 생겼고(?) 아주 무난한 아침입니다!
**
당신의 현재 위치는 광서!
팔룡방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딱히 재밌어 보이는 일 없이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이 동네의 흐름입니다. 비담에게는 아쉽게 되었지만 동네 주민들에게는 다행...일까요?
**
비담의 소망과는 다르게 동네는 평화롭고 잔잔합니다. 물론 그녀에게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였지만요.
"정말 더럽게 따분하네요오오오...."
말 끝이 질질 늘어집니다. 기분이 별로에요 비담? 그럼 더 돌아다녀봐요!
**
한 번 다이스가 굴렀으니 일단은 재미난 일이나 신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겁니다.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녀보지만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앗. 아니네요!
콰앙!
나무판자들이 부스러기를 흐뜨리면서 부숴집니다. 밖으로 사람이 튕겨나가듯 구르고 흙먼지가 피어오릅니다.
"아고고고..."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나?"
퉷. 가래침을 뱉고는 무림인 몇몇이 낄낄거립니다.
무슨 일일까요?
**
재밌는걸 찾아 돌아다니던 비담의 눈에 포착된 재밌는 장면! 뽀사진 나무판자와 떼구르르 구르는 사람에, 침을 뱉는 무림인까지!!
아아 이것은 당장 저쪽으로 가보라는 계시가 아닐까요! 가라 비담! 몸통박치기!!(?)
**
뭐에요, 채무관계야? 생각보다 시시한 이유잖아요? 비담은 쯧 혀를 차며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그냥 한쪽이 얻어맞고 나머지는 시시덕대면서 갈길가는 그런 재미없는 결말이 될게 뻔해요. 자아, 비담. 바닥에 구른 사람을 보고, 저어기 무림인들을 한번 보죠. 어때요, 만만해 보여요?
**
누군가에게는 무시무시한 일이 비담에게는 시시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뭐 근데 사실이잖아요?
대충 삼류~이류 수준입니다.
그런데...얻어맞고 있는 인물의 경지가 심상치 않습니다.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내공이 없는 일반인이라고 생각할만큼 잘 감추어놓았군요!
**
무림인들의 경지는 삼류에서 이류군요. 오히려 경지가 심상치 않은건 맞고 있는 쪽이였고요. 저런 사람이 왜 맞고있는 걸까요. 설마 힘숨찐인걸까요?
비담은 빙그레 웃으며 생각합니다. 무림인들을 때려주고 나서도 심심한게 안풀린다면, 이번에는 저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봐야지.
"짜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로운 무림인 등장~!"
입술에 침은 좀 바르고 거짓말을 하세요 비담. 지금 한 말중에 너한테 들어맞는 단어라곤 무림인이라는 것뿐이잖아요.
그녀는 자박자박 걸음을 옮겨 그들 사이를 가로막듯 선 뒤 검을 뽑으며 땅을 박찹니다.
**
팍! 파박!
순식간에 비담은 무림인들을 때려눕힙니다!
"....?"
얻어맞던 무림인은 대체 비담이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얻어맞은 무림인들도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아..아니...대체 왜...?"
순수한 의문만이 남아 비담에게 향합니다.
**
오 마이 갓. 비담. 역시 쓸데없는 말은 안지껄이는게 나을 뻔했어요. 모두가 의문을 표하는 가운데 비담은 뭐 문제있음? 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입니다.
"아이 참.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부끄럽사와요"
비담에게 과연 제정신이란게 박혀 있긴 한걸까요.
아무튼, 그녀는 다시 주먹을 치켜듭니다.
**
비담은 이어서 폭력을 행사합니다!
"어억! 억! 아...안..."
더욱 두들겨맞자 그들은 도망칩니다.
여기저기서 비담을 욕하는 말들이 들려옵니다. 이게 망나니지!
**
"아핳ㅎ핳ㅎㅎㅎㅎㅋㅋㅋㅋ"
도망치는 무림인들 좀 보세요! 배를 잡고 깔깔깔 웃던 비담은 자신을 욕하는 목소리를 가뿐하게 무시한 채로 맞고있던 사람한테 다가갑니다.
딱 한 발자국 앞에 선 채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쫘악 훑어본 다음, 고개를 갸웃였죠
"딱 봐도 일반인은 아닌거 같은데. 왜 맞고 계셨나요오~?"
**
그는 상당히 불쾌한 얼굴로 비담을 쳐다봅니다.
"돈 빌린 주제에 갚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맞고만 있어야지. 때려눕히기라도 해야하나? 염치가 없는 행위다. 내가 돈을 버는 능력은 없어도 신의는 있다."
신의는 있지만 돈은 갚지 못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빌린 금액이 좀 크거든."
그리고 자기가 말해놓고도 머쓱한지 눈길을 피합니다.
**
자신이 구해준(?) 사람이 불쾌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네요. 비담의 머릿속에 이 사람도 한대 때릴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까 살펴봤을때 딱 봐도 강할거 같았잖아요? 얌전히 참아냅니다
"........."
는 다음에 나온 말을 듣고 비담은 벙찌네요. 네, 할말을 잃었어요.
(얼마를 빌렸냐고 질문)
**
그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말합니다.
그것을 들은 비담의 얼굴에는 경악이 서립니다!
무려 재산 4단계에 달하는 금액...
그만한 돈을 빌린 이 인간도 대단하고, 그만한 금액을 빌려준 인간도 대단합니다!
아...절정 고수이니 그 정도 신용은 되긴 하겠군요.
**
"네?"
겨우 금액 말하는거가지고 얼굴을 붉힐 것 까지 있나? 라고 생각했던 비담이였지만 금액을 들으니 ... 충분히 그럴 만 하네요.
아니 저만한 금액을 누가 빌려줬으며, 어떻게 빌렸으며, 거기에 뭐에 쓰려고 빌린걸까요.
궁금증이 생겼을땐 뭐다? 물어보기다!
**
"...도박때문에...크흠..."
....뭔가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도 그냥 쓰레기였네요!
**
'때릴까'
콱 그냥 한대만 때리고 싶은데. 비담은 진지하게 고민하며 힘숨찐 무림인을 바라봅니다. 눈빛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뀌네요.
뭐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거나 아픈 가족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뭬요? 도박?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염치니 신의니하는 단어를 입에 담기에느은.. 이유가 좀 많이 한심하네요오.."
**
"도박은 언제나 옳았소."
그가 진지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예...그러시겠지요...
"아! 그거 일할 필요 없이 딱 한 탕만 제대로 잡으면 순식간에 돈 갚을건데! 왜 일을 하겠소?"
앗...아앗...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입니다....
**
상대가 진지하게 한 이야기가 비담의 귀에는 멍멍이가 짖는 소리로밖에 안들립니다. 아니 이봐요 아조씨.. 망나니도 도박은 친구로 안둔다구요
"아하핳ㅎ하하하.. 공자께선 신의를 찾으시는것 보니 정파신 것 같은데, 하는 짓거리하고 말하는건 영락없는 사파시네욬ㅋㅋㅋㅋ"
비담은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며 말합니다. 그러고선 주먹을 치켜들어요.
**
"나 사파 맞는데? 어? 어? 뭣하시는거요 소저. 주먹을 들다니. 강호의 도리에 따라서 선배에게 어찌 그럴 수 있소! 내가 맞아줄 것 같소이까!"
그는 비담의 주먹을 휙휙 피해내며 할 말을 합니다.
하...이런 도박꾼에게 절정의 경지라니.
스레주는 빌어먹을 놈이 틀림 없습니다.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도다!"
그는 한탄합니다.
**
"소녀는 도박꾼 선배 둔 적 없어요오..?"
주먹을 피하면서도 할 말을 하는 상대가 얄미운지 비담은 웃으면서 이를 살짝 악무네요. 빨리 강해져야 저런 얄미운 녀석들도 다 때려줄텐데.
그것보다 사파였구나. 어쩐지.. 정파라면 도박같은거 하고 다닐리가 없죠.
"와아- 채권자들 때려준 소녀만 나쁜놈이 되어버렸잖아요오.. 책임져요오, 도박꾼 사파 선배니임~"
**
"폭력 소녀같으니라고! 함부로 주먹을 놀리니 이 선배는 마음이 아프오!"
뻔뻔하기 그지 없지만 맞는 말이군요! 크윽...분하다!
절정도박놈은 비담의 주먹을 가볍게 막아내더니 뒤에서 팔을 살짝 꺾습니다.
"돈 빌린 자도 아닌데 이 정도 반격은 괜찮지 않겠소?"
**
"폭력 소녀라니! 이렇게 가냘프고(?) 어여쁜 한떨기 꽃(?) 같은 소녀에게 말이 너무 심하신것 아닌가요오"
비담... 양심 ... 없죠....?
뻔뻔한 말에 똑같이 양심을 내다버린 듯한 뻔뻔함으로 응수하면서 비담은 시전합니다! 발 밟기!
**
상대는 가볍게 비담의 발을 피해냅니다!
비담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폭력소녀이듯 상대도 도박쟁이에 빚쟁이지만 절정고수라는 사실.
참으로 이상한 관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 참. 폭력소녀가 아니라 왈패인데..."
칭호가 격상되었습니다...
**
아니 이걸 피했네;; 는 이게 바로 절정과 일류의 차이라는겁니다 비담! 분하죠! 약오르죠! 그러니까 힘내서 수련하라구요!
"도박꾼 서어언배에에나 왈패나 그게 그거 아닐까요오오오"
칭호가 생긴 기분이지만 기분 탓으로 넘기자고요 비담!
**
"허허. 풀어주면 또 날뛸 것 아닌가."
그는 사람좋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안통하는군요!
**
"아이 참 소녀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시나요오?"
꺾인 팔을 풀려고 바동거리는걸 멈춘 비담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도박꾼 빚쟁이 아조시를 쳐다보려 하네요.
순간 입모양으로 쳇. 한건 못본걸로 합시다...(?)
**
"본인이 소저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지 생각해보시겠소?"
껄껄 웃으며 오히려 힘을 더 줍니다.
....비담이 진정하기 전까지 풀어주지 않겠다는 다짐이 엿보입니다!
**
빚쟁이주제에 팩트폭력만 골라 말하다니 비겁하다!!!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눌러 삼키네요. 잘했어요 비담. 그거 말했으면 너 분명 한대 맞았을걸요?
그것보다 힘 더주고 있는데요? 아야야야 아파요!
**
허허허, 하는 짜증나는 웃음소리만 그에게서 들려옵니다.
"그렇다면 돈으로 화나지 않았다는걸 증명하시겠소? 큰 돈을 내게 준다면 안심하고 풀어드리리라."
...이거 삥뜯기 아닌가요?
**
"돈 받으러 온 사람들은 곱게 보내주고 아무짓도 안한 후배한테 삥을 뜯으시려는 건가요오..?"
비담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빚쟁이 선배를 쳐다봅니다. 내가 뭘 했다고! 때린거 맞지도 않았고 오히려 도움준건 내쪽인데!!
**
"그럼 당분간 이 땀내나는 선배와 이렇게 있어야겠구만. 허허허허. 나야 좋지."
삥뜯기에 반항하지만 오히려 더 큰 폭력만이 찾아왔습니다.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도다!!!
**
비담, 표정을 숨길 생각도 버린거에요? 대놓고 극혐! 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선배를 쳐다보네요. 강호의 도리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슬슬 팔에 감각이 없어지는거같은데 이거 기분탓인가. 아니, 기분탓 아닌거같은데... 끄으응...
"도박꾼에 빚쟁이에 땀내나는 선배에에에니이임... 이 불쌍하고 가녀린 후배에게 돈 뜯어서 뭐에 쓸건데요오오..."
**
날뛰지 않는다면 돌려주겠네."
그걸 어떻게 믿...아니. 아무튼. 그렇다고 합니다.
절정고수씩이나 되어서 정말 치졸하기 그지없군요!
**
"그걸 어떻게 믿나요오...?"
도박을 한다는거부터가 영... 그래도 무려 재산 4단계급을 대출받고 갚을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비담은 고민합니다. 저 사람이 튀어버릴수도 있어요. 아니 왠지 튈거같아. 돈 받고 바이바이 멍청한 후배님 할거 같다고!!!
**
"못믿겠다면 조금 더 이러고 있어도 되겠나?"
허허 웃으며 그리 말합니다.
이건 숫제 협박이나 다름없군요! 와! 강호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
아 그건 좀 아닌데요. 비담은 대놓고 싫다는 표정을 지었죠.
별 수 없죠. 사파는 강한게 체고시다. 약하면 좋게 따라야지 별 수 있나요!! 한숨을 폭 내쉬며 비담은 생각합니다. 포기하면 편해
"서어언배니이임.. 얼마를 원하시는지부터 말하셔야죠오.. 그리고 소녀가 의심이 좀 강해서어~ 약속 하나만 하셔야겠는데요오~"
**
그는 뻔뻔하게도 재산 1단계에 해당하는 돈을 요구합니다.
이게 바로 날강도로군요. 잘 봤습니다. 이 도둑놈아!
- 예상치 못한 만남
- 비담의 머릿속에서 자칭 선배가 도박꾼 빚쟁이로, 도박꾼 빚쟁이라는 말에 도둑놈이라는 칭호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따란!!
부들부들부들.... 하지만 안줄순 없죠. 비담은 결심합니다. 절정 되면 이사람부터 후두려 패고 돈을 다시 되찾겠다고요
**
비담은 돈을 삥뜯겼습니다!
그는 비담을 풀어줍니다.
...도망 안가네요?
**
내 피같은 돈이여 바이바이 안녕 흑흑..
삥뜯긴 돈을 생각하며 속으로 엉엉 울던 비담은 이상한걸 눈치챘네요. 뭐여 왜 도망 안감? 먹튀가 아니야?
**
"음! 정말 날뛰지 않는군! 돈은 돌려 드리리다."
비담은 맡겨놨던 돈을 돌려받습니다.
.....??????? 이 사람 뭐죠. 바보인가 호구인가. 아니면 둘 모두를 합한 무엇인가.
**
"?????????????????????"
비담은 어이가 승천한 표정으로 돌려받은 돈과 선배를 번갈아 쳐다봅니다. 음. 빚쟁이 도둑놈 도박꾼 선배에서 도둑놈을 빼도 되겠는걸요!!
(왜 돌려줬는지 질문)
**
"모욕적인 언사로군!"
그는 불쾌해합니다. 아니...신용불량자여서 빚도 못갚고 있는데 당연한 반응 아닌가요?
"내 지금 돈을 비록 갚지 못하지만 신의는 있다네!"
신의있는 도박쟁이...
**
비담은 깨달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 사람은 호구라고요.
신의있는 신용불랑자.... 절정 빚쟁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조합입니까...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비담은 꺾였던 팔을 주물거리며 편하게 자세를 바꿔 앉네요
(이름 질문)
**
"부끄러우니 말하지 않겠네."
암요. 부끄러울만 하죠. 빚쟁이에다가 도박꾼인데 별호가 멋드러지거나 하면 진짜 웃음거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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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에요. 왜 안말해주겠다는거죠. 부끄러워서 안말해주겠다는거 보니까 빚쟁이+도박꾼인거랑은 다르게 꽤 간지나는 별호라도 있나봐요?
좀 더 캐물어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또 아까처럼 팔이 꺾일거 같았죠. 단순 저릿한걸로는 안끝날거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아쉽다는 표정만 지어보입니다.
내 이름을 먼저 말하면 저쪽도 이름을 말하려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저쪽이 안말했는데 내가 왜 말해야되요. 그쵸 비담?
**
도박을 해서 한 번에 많은 돈을 따 빚을 갚겠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습니다.
와.
저게 사람새끼입니까? 짐승새끼지.
**
님 사람 아니죠?
아악 비담 참아요. 저 말 꺼냈다가 진짜로 한대 맞을지도 몰라요. 입술을 잘근 깨물어서 겨우 말이 튀어나오려는걸 참습니다.
가만보자. 저 빚쟁이 아조시는 돈이 필요하고, 절정이죠. 빚쟁이지만 절정이에요. 돈이 필요한 절정이다 그말이에요.
**
그 자는 표정을 굳힙니다.
"어찌 내 무공을 돈을 받고 함부로 가르치겠소?"
...이 남자.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습니다. 분명합니다. 교육을 원한다면 키워드를 다른 것으로 잡는 것이 좋겠습니다!
**
아니 이 남자 제대로 된 방법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나봐요. 이상한 곳에서 정색하는것좀 보세요.
표정을 굳히는 걸 보고 역으로 더 어이없어하던 비담은 고민합니다. 돈이 안통하면 뭐가 좋을까..
**
한 번...치켜세워줘 봅시다. 선배님의 무공이 너무 대단하고 어쩌구저쩌구 해서 배우고 싶다....라든지요.
호구놈이니까 먹힐지도 모릅니다.
신용넘치는 신용불량자니까요.
**
저 호구에 신용넘치는 신용불량자에 도박쟁이 선배를 어떻게 꼬실지 고민하던 비담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정석이였죠. 그게 뭐냐고요? 뭐긴 뭐야 아부지 ㅎㅎ
"아하하하.. 소녀가 말실수를 했네요오.. 신의넘치고 신용 가득하시고 잘생기신 선배니임~ 이 약하고(?) 가련한(?) 후배에게 가르침을 주실수 없나요오..?"
아부를 쓰려해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오너를 원망하세요 비담아 (?)
**
"허어...갑작스레 이리 사람이 바뀔 수가 있는가."
그는 담담한 척 하지만 콧구멍이 벌렁벌렁 거리는 것이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이러니까 빚을 그만큼이나 지지....비담은 남몰래 속으로 한숨을 내쉽니다.
**
비담은 슬쩍 절정고수도박선배의 표정을 살핍니다. 담담한 척 해도 기분은 좋아보이네요. 아니 저사람 진짜 호군가. 저러니까 빛을 지지..
한심하다는 표정 짓고싶은거 다 알아요 비담. 하지만 참아요. 기껏 기분을 좋게 만들었잖아요? 표정관리 하고! 심호흡 하고! 후-하... 오케이.
"아이 참, 소녀는 거짓말같은거 안하는걸요오..~ 멋지고 강하신 선배니임~?"
비담은 속이 좀 안좋아지려고 하는걸 참으며 손으로 입가를 살짝 가리고는 방긋 웃어보입니다. 넘어와라 쨔샤.. 나도 이 이상은 무리다...
**
비담은 무리를 합니다. 하지만 신이 만약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 신이 비담의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한걸까요? 아니면 눈물겨운 노력에 고개를 끄덕인걸까요?
"크흠. 거 낮부끄러운 소리는 그만 하시게나."
귀가 살짝 붉어진 그가 흠흠. 하면서 헛기침을 합니다.
비담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이미 넘어왔다는걸 깨닫습니다!
**
신님 감사합니다.. 아 여기 신은 다이스갓인가요? 그럼 다갓님 감사합니다... 라는 괴전파가 들린 것 같아 비담은 고개를 갸웃입니다. 뭐지, 기분탓인가..
아무튼 그건 그거고, 그녀는 눈치챘습니다. 상대는 이미 넘어왔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겁니다! 와! 선배님! 와! 빠른 성장!!! 비록 그 과정에 비참함(?)이 있었지만 아무튼 끝이 좋으니 만사오케이!
"그럼 선배님..~ 오늘부터 잘 부탁드려요오~"
꺄르륵 해맑게 웃으며 비담은 상대를 쳐다봅니다. 그나저나 계속 선배거리기는 좀 그렇지 않나요? 뭐라고 부를지 물어봐야겠어요. 아까는 안알려준다했지만 설마 지금도 안알려주겠어 ㅎㅎ?
**
"그냥 선배님이라고 부르시오."
그는 그렇게 말합니다.
"내 무공을 알려줄 수는 없는 법이고, 몇가지 수법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무공을 배우려면 그를 스승으로 모셔야 가능할터. 비담은 여기서 만족할 수 있고, 욕심을 더 부려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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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갓은 질러!! 를 했지만 비담은 신중했답니다. 일단 뭔 무공인지 알아야 결정할거 아니에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거 같다구요? 기분탓이에요 기분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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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법을 어찌 외인에게 함부로 말하겠는가. 우선 당장 소저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이 두 발을 가지고 부릴 수 있는 몇가지 재간과 기교 정도라네."
비담은 그 말을 듣고 일단 남자의 무장을 살펴봅니다.
....검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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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시만. 다이스갓님의 신탁을 잠시만 스탑합시다. 이 사람.. 검이 없는데요? 비담은 자신의 허리춤에 맨 검을 흘끗 쳐다봅니다. 그리고 다시 도박꾼 선배를 쳐다봤죠.
이사람 검 안쓰나? 그러면 무공 배워봤자 아닌가? 상관 없으려나? 아 몰라.. 고민하던 비담은 결정을 내립니다. 일단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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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그는 맨 몸을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아아! 저 황홀히 빛나는 이두박근과 전완근!
권사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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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별로 보고싶지 않은걸 봐버렸어요... 비담은 눈가에 손을 올리며 쓰윽 고개를 돌립니다. 다행히 썩은 표정은 안나와서 누가 보면 빛나는 근육(?) 덕에 고개를 돌린 줄 알겠어요
무기가 달라져버리니 스승은 무리일테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가르침이라도 받아야죠. 일단 뭐든 배워놓으면 언젠간 쓸모가 있을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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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을 이용한 재간이지. 잘 보시오."
그는 두 발에 힘을 뽝! 하고 줍니다.
그러자 근육이 단단해지는건 둘째치고, 땅이 쩌적. 쩌저적 하면서 갈라집니다!
"우선 그 재간을 하기 위해선 강한 다리 근육이 필요하오. 그리고 이렇게..."
쾅!
발을 크게 구르자 땅이 버티지 못하고 크게 갈라지고, 비담의 몸은 공중으로 살짝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이렇게."
촤악! 목덜미를 잡힌 비담은 어어 하는새에 땅에 매다꽂힐 뻔 합니다! 꽂히기 전에 그가 멈추는군요.
"어떻소!"
마치 신적존재가 와서 물 위를 걷고는 이건 이렇게 하는거야! 잘배워! 라고 하는걸 듣는 기분입니다.
**
이런 사람이 도박쟁이라니 역시 이 세상은 공평(?)하네요. 하날 주고 하날 가져가는..
아니 이게 아니죠. 어떻소! 라는 말에 그녀는 목덜미가 잡힌 채로 땅을 바로 코 앞에서 보면서 대답합니다
"멋있긴 한데.. 좀 내려주세요오.. 선배니임..."
땅이랑 코박기 하는건 술에 취할때만 하고 싶잖아요. 안 그래요 비담? 그것보다 설명 참 불공평한데요. 저거 내가 할 수는 있는거야?
**
그는 비담을 내려줍니다.
따라해보지만 실패합니다!
"쯧쯧. 당연히 실패하는게요. 내가 아까 한 말을 기억하시오."
분명 자기 대퇴근을 자랑하던 것이었을텐데요?
"이 수법을 하기 위해선 먼저 이렇게 다리를 단련해야만 한단 말이외다!"
...께흑?!
**
아니 아까 분명 아무것도 안알려주고 근육 자랑만 했잖아요!
어이없어하며 선배를 바라보던 비담은 다리 근육을 단련해야한다는 말에 .....?????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봅니다. 아니 그걸 알려주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 헬창의 길을 걷다
- "흠."
그는 비담의 다리를 쭉 훑어봅니다. 이상한 시선입니다.
마치...근육의 결과 질을 보는 듯한 그런 끔찍한 느낌!!!!
3대 500이 되게 해주지! 같은 무서운 느낌입니다.
"내공을 담더라도 몸이 버티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겠소. 우선 다리 운동부터 합시다. 자 날 따라하시오."
그는 비담을 체력단련장으로 데리고 가더니 이상한 기구를 어깨에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고 있습니다.
....저거 100kg은 넘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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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뭔가 이상한 시선인데요... 왠지 끔찍한 느낌.. 트레이너가 갓 등록한 삐약삐약한 신입을 바라보는 느낌.....3대 500을 칠수 있게 될거같은 그런 느낌..
불안해하면서도 비담은 그를 따라갑니다. 이상한 기구로 운동을 하는데... 저거 내가 했다간 깔려 죽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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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던거를 그대로 줍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들 수 있을거요."
과연! 비담은 자신의 몸을 너무 저평가했던게 아닐까요?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스쿼트 120kg, 비담에게는 그저 워밍업일 뿐입니다.
**
당신은 무려 스쿼트를 250kg까지 들고 나서야 자극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일류무인.
인간의 몸이 이룩할 수 있는 정점!
당분간은 저 절정선배놈과 함께 헬창의 길을 걷게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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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에에에에!! 헬창인생!!! 너무 즐겁다!!!!!!!!!! 3:500을 위해 가자구요!
#나...한다...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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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열심히 이상한 봉과 거기에 끼워진 철판을 어깨에 올리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합니다.
도박꾼은 흥미롭고 뿌듯하게 지켜보는데 정작 비담은 죽을 맛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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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맛인데 저 도박꾼 선배님은 즐겁게 지켜보고있네요
..... 근데 이거 언제까지 해야하는 걸까요. 운동을 멈추지 않은 채로 물어봅시다
#이거...은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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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냐구요?
그거야.
다음 진행 때 쯤에는 끝납니다! 원래는 오늘 끝나는게 맞는데 진행 레스를 많이 못쓰셔서....안타깝습니다.
**
운동이 날 하는건지 내가 운동을 하는건지 슬슬 헷갈려오기 시작하네요. 안 그래요, 비담?
아무튼... 열심히 합니다. 3대500!(?)
#나 한다 헤ㄹ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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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열심히 하다보니 며칠이 훅 지나갔고 그제서야 그 선배인지 헬스 트레이너인지 모를 인간은 그만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드디어 기술을 전수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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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눈앞에 있는건 헬스트레이너였던 거에요. 치킨을 시켜먹으려 하는순간 귀신같이 갠톡을 날리시는...
비담은 고개를 저으며 괴전파를 쫒아냅니다. 운동기구를 내려놓고 도박꾼헬스트레이너슨배님을 쳐다보네요
#이제 기술전수 해줄거에용?
**
그는 비담의 다리근육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변태같지만 변태같지 않은 미소입니다. 그 뭐랄까 성욕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을 보고 뿌듯해하는 장인정신과 같은 미소입니다.
한 마디로 어떻게 보면 정말 뿌듯해하는 표정이고, 어떻게 보면 변태 한 마리가 실실 쪼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비담은 잠깐 기분이 나빠졌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그럼 이제 다음 운동을 준비하지!"
뭐? 끝이 아니야?
막 뭐라고 따지려고 했을 때, 그 운동이 무공 초식이라는 것을 안 비담의 마음은 매우 관대해지고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가 하는 모양새를 잘 살펴보고 따라하십시오. 그는 근육으로 뒤덮인 육중한 다리를 기이한 방법으로 한 번 한 번 아주 느리고 세심하게. 그러면서도 빠르고 무겁게 땅을 향해 내리찍고 있습니다.
**
".........."
비담은 선배놈의 실실 웃는 표정을 보고 순간 때려주고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아무렴 뭐 어떤가요. 때린다고 해서 맞아줄거같지도 않으니.. 표정만이 잠깐동안 썩어들어갑니다.
이예ㅣㅣㅣ에에에 드디어 무공배운다아아아!!!! 속으로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는 선배놈의 행동을 관찰하네요
#끼요오오옷 무공배운다!!!! 선배놈의 행동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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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세 번을 따라하십시오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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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까짓꺼 해주마!!
#나!!한다!!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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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번 남았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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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3번이 아니라 이 3번이였군요!!!
#마지막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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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을 터득합니다!
【 일각진보 】
성취 : 1성
사파에서 이름을 날리던 진각객의 독문무공에서 파생된 기술. 그는 두 발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강력하고 현란한 기술을 바탕으로 무림에 이름을 드높였다.
그가 이룩했던 성취 중 일부는 다른 이들이 보고 개량하여 두발노리라는 하나의 기술로 재탄생되었으며 강력하고 무식한 단련을 통해 힘과 무력을 추구하는 기술이다. 부수고, 울리고, 파괴하는데에 특화되어 있으며 묵직하고 느린 편이다.
무공이 아닌 기술이기 때문에 오직 1성만 존재한다.
- 1성 쿵쾅! : 강하게 발을 구른다. 내공을 소모하면 소모할 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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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였습니다! 라는 알림창이 머리 위에 뜨는 느낌인걸요!
비담은 싱글벙글거리며 선배놈한테 꾸벅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어...이제 모하죠..?
#기술같은거 더 알려줄수있냐고 물어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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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으로 모시던가, 돈을 내던가!
이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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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배우는거로 끝내죠 뭐!!!
#나 찾는다! 다른 재밌는일!!
- 사건을 찾아서
- 신나고 재밌는 일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비담에게 신나고 재밌는 일이란 무엇입니까?
**
뭐긴 뭐에요 싸움구경이지!!!
#암튼 사건같은거 일어나는지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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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같은건 없습니다!
무림에는 지금 큰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기에 다른 곳에서는 오히려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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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없다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사회자양반 엉엉
#그러면... 고서점 노가다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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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문악적의 출현, 당가 후계자의 죽음, 석가장의 내분.
싸울만한 인물들은 이미 다 싸울만한 곳을 찾아 떠나고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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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내가 직접 찾아가봐야하나...
그래도 책은 찾고 가죠 비담 후후 받아라 오너의 의지!!
#다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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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의지를 받들어버린 스레주는 다이스를 굴렸습니다.
다갓 : ㅋㅋ 어림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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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다음 24 실화냐?
다시!! 다시!!!!!
#책!!!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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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뜰 줄 몰랐는데 이게 떠버려서 당황한 스레주의 모습이 보이십니까? 이게 원래 이렇게 쉽게 뜨는게 아닌데!
따로 원하시는 무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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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
5번만에 안나오면 서점에 불질렀다(?)
#암거나 검쓰는거면 좋은데 저는 쾌검류가 좋아용 아니면 발도술이나 모 그런거요 홍홍 그래도 검만쓰면 다좋아요 이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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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검법 】
성취 : 1성
사파의 아주 기초적인 검법. 옛 오나라와 월나라가 있던 동남쪽에서 만들어졌다고 하여 오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역사는 매우 깊은 편이나 내용은 깊지 못하다. 실용성없는 화려함과 대책없는 속도만을 강조한 무공이다. 허나 눈으로 보기에는 마치 5월의 싱그러움이 돋보이고, 봄내음이 난다고도 한다.
경지에 이른다면 말이다.
그래도 검법의 기초는 튼튼히 잡혀있어, 기초를 다지고 넘어가기에는 나쁘지 않다.
- 1성 발검 : 검집에서 검을 빠르게 뽑아낸다.
- 사건이 없으니 수련부터 하고
- 까짓꺼 경지 찍으면 그만이지.
비담은 천재에 노력하는 망나니!! 뭐든 열심히 하는 녀석이죠!!
일단 목표는 달성했으니.. 수련이나 좀 하죠 뭐!
#소강검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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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강검 20%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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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수련!!!
#소강검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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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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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수련!!!
을 더하면 지칠거같으니 한템포 쉬어줍시다
#쉬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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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은 푹 쉬어줍니다....
할게 없다니.
저 스레주를 매우 쳐라!
그렇지만 이건 어떨까요? 할게 없다면 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요?
모르겠고 저 스레주를 매우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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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으니 한번더 수련!!!
#수련 한번만 더하고 만들어보자 큭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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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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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한다!!수련!!!!
#소강검 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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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퍼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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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더하면!!!!!
#소강검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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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아직 해금되지 않아 6성은 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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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00%! 와아아!!!
이제 수련은 이쯤 하고 그거 해 봅시다 비담. 그거요
그게 뭐냐고요?
#뭐긴 뭐야 걍 돌아다녀보기지
- 석가장과 낭인
그냥 돌아다녀봅니다!
...딱히 별 다른 일은 없습니다. 이 곳은 참 심심한 곳이군요!
- 석가장에서 낭인들을 모은단다!
응? 어디선가 저런 소리가 들려옵니다!
**
돌아다녀도 딱히 할 일이 없다니. 비담은 지루하다고 궁시렁대며 눈에 띈 돌맹이를 걷어찹니다. 다른 지역으로나 가볼까~생각하던 떼
- 석가장에서 낭인들을 모은단다!
라는 소리가 들리네요. 아, 비담. 이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죠.
#저거 말한 애한테 가보자 ㄱㄱ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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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장에서 낭인들을 모집한다오! 일자리가 없어 곤궁한 처지인 사람들은 속히 석가장으로 가보시오! 석가장에서 낭인을 모집한다오!"
호객꾼...같은 거였군요. 대충 구인광고입니다.
아무튼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떻게할까요!
**
일자리가 없어서 곤궁한건 아니였죠! 애초에 비담은 백수였으니까! 부럽다! 오너도 백수하고싶다!!! 강남 건물주 백수!!!!
크흠. 머릿속에 들린 괴전파를 쫒아내며 비담은 걸음을 옮깁니다
#석가장 ㄱ ㄱㄱㄱ ㄱㄱㄱㄱㄱㄱㄱ
**
강남에 건물 하나는 몇 백억입니다. 일년에 사십억을 임대료로 받아가는 것들이죠.
아...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비담은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너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
눈 앞에 호랑이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은 일단의 무림인 무리가 보입니다.
뭐...뭔데. 그러고보니까 오면서 산길치고 너무 길이 잘 닦여있다고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정지! 정지!"
멀리서 무림인들이 소리칩니다.
"귀하께서 지금까지 이용하신 길은 우리 산채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유료 도로이외다! 이용하셨으니 이용료를 내주셔야겠소!"
녹림입니다!
**
아니 뭔 산에도 길이있음? 비담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네요.
#님들이 누군데요
**
"녹림의 일원입니다만."
그들은 정중하게 통행료를 요구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하이패스 삐삑...
**
아 녹림. 산길 닦아서 통행료 받는다는 애들 아닌가요? 산적과는 다른 애들...
비담은 고민할 것도 없이 물어봅니다!
#얼만데예
**
통행료는 대충 적절한 금액입니다. 지불하고 넘어갈까요?
**
비담은 망나니지만 주제는 아는 망나니! 녹림한테 깝치단 주옥되는건 알아요!!!
#얌전히 지불...★
**
얌전히 돈을 지불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도로를 자주 이용해주십시오! 쾌적한 산길여행에 도움을 드리는 호위 항목도 있는데 어떠십니까?"
호위받으면서 산길이 끝나는데 까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이게 녹림이다.
**
"소녀는 제 한몸은 지킬 수 있답니다아"
바앙긋 웃으면서 거절합니다!
추가요금 받을거 같거든요
#응필요없어
**
과연! 정확한 판단입니다!
비담은...석가장이 있는 강서에 도착합니다!
**
"와! 강서!"
돈을 살짝 뜯긴거만 빼면 별 다른일 없이 강서에 도착했네요! 축하해요 비담!!
이제 할 일은 하나죠!!!
#석가장 ㄱㄱ 이번에야말로 고고고
**
석가장 앞의 문은 고요합니다.
....아하!
비담은 재빨리 뒤로 돌아가봅니다. 과연 그 곳은 무림인들이 너도나도 싸워보겠다며 서로 편을 갈라 대치하고 있습니다!
- [문곡성]
- 마음의 안에는 무명도 무명이 다함까지도 없고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고집멸도도 없으며 지혜도 얻음도 없다.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을 수 있는 것 역시 없다.
얻을 것이 없기에 우리는 무언가에 의지해야만 하며 그것의 실체는 마음의 바깥, 물질에서 찾을 수 있음이 틀림 없었다.
가진 것을 없음은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채워나갈 것이 있다는 것을 기뻐해야 하는 것이며 무공과 무련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래도... 재미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단 말이지..."
그녀는 지금, 나무 위에 올라와있었다. 평소라면 수련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역시 매일 봉을 들고 흔들고 휘두르고 뼈를 뽑았다가 다시 넣고 하기를 반복하는 것은 작고 가녀린 그녀에게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 분명했다.깨달음은 금전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 믿는 여인이며 물질이야말로 가장 신비롭고 밝은 이치이며, 거짓이 없는 진실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치 그 자체이니, 존재의 허망함을 지우고 진실하게 허망하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녀에겐 마음에 걸리는 것이 넘치고 있었으나 두려움은 없었기에 숨을 쉬는 것과 함께 이치가 뒤바뀐 헛된 생각을 떠나지 못해 열반에는 이르지 못하며 삼세의 모든 부처조차도 그녀의 존재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일이 있을 것이라 평해지고는 했었다.
허나, 그녀에겐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노사의 원수를 죽이고 자신의 부모를 죽이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 여기는 자이기에 삶은 청정해질 수 없고 광명의 지혜따위는 얻을 수 없었다.마땅히 해야 할 바를 위하여 일을 하기에는 세상엔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그녀에게 세상은 복수와 이치를 뛰어넘은 놀이터였다.
***
곡성은 금봉십식을 수련합니다!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땀을 흘립니다.
아무리 연약한 곡성이라도 이 정도로 감기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정확히는 다른 무림인들은 병같은거 안걸리는데 곡성은 걸리지요.
아아...약점이여...조금만 몸관리에 소홀해도 병에 걸려버리는 저주받을 몸뚱아리같으니라고.
한숨을 쉬면서 자리를 정리하던 곡성은 흠칫하고 재빠르게 몸을 피합니다!
우당탕탕탕!
재빠르게 몸을 굴려가면서까지 피해야했습니다. 살기를 담은 일격! 거칠게 뛰어다니는 심장을 부여잡고 자세를 잡은 곡성의 눈에 보인 것은......유명한 인물입니다.
금봉파의 우호법 임정수. 그는 킬킬킬 웃으면서 만족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니...실력을 알고 싶으면 말이라도 하던가 다짜고짜 살수를 날리다니. 성격 정말 더럽군요.
자칫하면 죽을 뻔 했습니다. 다행히 부상은 없군요.
"네 년. 확실히 늘었구나. 킬킬."
왜이러는걸까요? 대체 죽이려 들어놓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걸까요.
"흑천성의 홍복이자 사파의 홍복이야."
뭐라고 하고 싶지만, 상대는 무림의 선배이자 곡성보다 월등한 고수. 말대답하는 순간 또다시 살기를 담은 방망이질이 날아들지도 모릅니다.
"석가장에 갈 것인데. 너를 수행원으로 달라고 했느니라."
대체 왜이러는걸까요.
***
훈련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조금만 더 무리해버리면 감기라도 걸리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그녀의 몸은 나약했다. 조금은 거친 숨이 나오고 있었던 것에 더불어 진심으로 살수를 날려대는 미치광이 영감이 있었다는 것은 안 그래도 나약한 그녀에게 있어서는 범의 앞에 서있는 개미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
“노사께서 소녀에게 그리 말씀 하시니 소녀의 지복이옵니다.”
천천히 일어나 거칠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은 그녀는 예를 차려서 임정수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노사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하오나 금봉파에는 소녀보다 월등한 무인들이 많지 않습니까…?”
아무리 위험한 것을 좋아하고 겁이 없는 그녀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금봉파에 속한 이상은 자신이 사파의 몸인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 상태에서 그걸 두번이나 피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이 노인 진짜 모르겠다. 치매라도 왔나 하는 생각이 든 그녀였지만 그런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금봉파의 우호법이다. 권력도 재력도 있는 인간. 나쁘게 대한다 하여 좋을 일이 없었다.“노사, 혹여라도 물어보고 싶사옵니다. …특근 급료는 나옵니까?”
***
"특근 급료! 당연히 있지!"
킬킬킬킬 하고 임정수가 시원하게 웃습니다. 덩달아 곡성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핍니다.
"살려는 드릴게."
곡성의 얼굴에 울음꽃이 필 것 같습니다.
"안따라가면 넌 내 손에 죽는다. 킬킬킬킬."
성격 더러운 노인네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정말 소문 그대로입니다. 막내제자라고 쓰고 자신의 꼬장과 수발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던데 재수없게 곡성이 그의 눈에 든 것 같습니다.
"어쩔테냐? 죽을테냐? 따라올테냐?"
아무리 황금이 좋아도 이승 공기보다는 아닙니다.
***
이런 미치광이 노친네를 믿기를 잘했다며 역시 초절정 고수에게는 고수다운 덕망이 있다며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던 문곡성은 그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분명히 아직 표정은 엄청나게 웃고 있었지만 그게 웃는건지 우는건지 구분하는 것은 숨을 쉬는것 보다 쉬울 것이다.“아이고~!!! 역시 임노사 이시옵니다!!! 최근 무림에는 마교 같은 놈들이 넘친다 들었사온대 정당한 보수를 주는 것은 역시 이곳 밖에 없사옵니다!!! 역시 소녀는 금봉파에 들어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옵니다!!! 소녀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사옵니다!!!”
하지만 어쩌겠나 말단직원이. 배운것 없는 머리로는 이 정도 싸바싸바 말고는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녀의 돈에 대한 뇌가 돌아갔다. 어? 임정수가 직접 가는거면 엄청 대단한 임무인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이 인간은 심장을 갈라도 땡전 한 푼 안풀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잘만하면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하오나 노사, 석가장까지 가는 일이라면 소녀에게도 무슨 일인지 알려주시면 안되겠사옵니까? 멍청한 머리로 이해를 할 수 없을 것 같사오나 일의 내용은 알아야 노사를 보좌할 수 있을 것 아니옵니까.”
***
임정수는 곡성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씨익 웃습니다. 통통. 강철봉이 곡성의 머리를 살짝 두들깁니다.
....혹생기는건 아니겠죠. 아프지만 참습니다.
사파는 꼬우면 강해지던가? 라는 논리가 통하는 곳이니까요.
"조만간 석가장주가 죽을거다."
네?
잘못 들은건가요?
***
그녀는 머리가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이후에 들은 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누가 뭘 어떻게 된다고? 석가장주가 뭐라고?
"석가장주가 말입니까? ...출발은 지금 당장 하면 되겠습니까?"
그녀는 지금 물어보고 싶은것이 많기야 했으나 그 이상의 질문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관계로 일단은 한 번 물러나기로 했다. 가서 알아보면 되는 일이지 가서 말이야.***
"그래! 당장 출발할테니 따라와라!"
정말...무슨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군요. 곡성은 빠르게 준비해서 그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
별다른 위험 없이 석가장에 도착했습니다! 지친 나머지 좀 쉬어야될 것 같군요. 어둑어둑한 밤입니다. 방을 안내받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
"생각보다 엄청 빨리 도착한것 같습니다."
석가장 까지 오는 길은 아무런 굴곡 없이 평탄했다. 물론 그 와중에 미친 노친네의 수발을 든 그녀는 조금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이기는 했으나 그걸 그대로 티를 낸다는 것은 목을 내놓겠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이번엔 바로 석가장주를 만나러 가시옵니까?"
그녀는 임정수를 바라보고는 다음 일을 물어보았다.***
"아니. 우리는 석가장주에게 가지 않는다. 킬킬킬킬..."
임정수의 말에 곡성은 당황합니다. 아니 그럼 여기까지 왜 온거죠?
"어차피 만나봤자 누워서 골골 거리기만 하는 면상을 봐서 무에 좋을게 있다고. 첫째 놈을 보러 가야겠다. 따라오거라!"
거진 싸움이라도 할듯이 곡성을 끌고 임정수는 첫째 놈. 이라는 사람에게 향합니다.
"오셨습니까. 어르신."
한 청년이 고개를 깊이 숙입니다.
"오냐. 흑천성에 들어올 생각은 굳혔느냐."
상남자 특징은 빠꾸없이 물어보는겁니다. 임정수의 거침없는 말재간에 당황한 청년은 얼굴을 굳힙니다. 옆에서 팝콘을 먹게된 곡성도 체하지 않기 위해서는 콜라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좀 더 주십시오."
그 말에 임정수는 화가 났는지 곧장 봉을 휘두르려 하다가 가만. 하고 멈춥니다. 그리고 실실 웃으면서 곡성을 쳐다봅니다.
오. 세상에. 설마요?
"네 년이 저 싹퉁바가지 없는 놈에게 싸가지를 좀 주입해줘야겠다."
이런 말도 안되는!!!!
***
무언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 임정수를 가만히 쳐다보면서 구름을 세고 있던 그녀는 자신에게 싸움을 하라는 임정수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다시한 번 물어보았다.
"ㅅ...소녀가 말씀이시옵니까? 이 어르신이랑?"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더듬던 그녀는 오기 전에 있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안하면 거의 100%죽을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비무를 하는 것은 몸에는 좋지 않을 터 였다. ...거 나의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문곡성은 큰 한숨을 쉬고는 들고있던 봉을 한바퀴 돌려서 잡았다. 상대를 파악할 틈도 없었다."제가 이기면 흑천성에 들어오시는 데에 더불어 제 치료에 돈을 아끼지 말으셔야 할겁니다. 죽지않을 정도로 부탁드리겠습니다."
***
첫째의 얼굴도 당황한 기색입니다.
"어...어르신. 제가 초입이라고는 해도 나름 절정의 무위에 올랐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리보아도 일류 초입인데 어찌 비무를 하라 그러십니까."
그렇게 대답하자 임정수의 눈길이 사나워집니다. 목이 자라목마냥 쏙 들어갑니다.
"........막내제자를 들이실거라고 소문이 파다하시던데. 혹시...."
"갈!"
쿠웅! 임정수가 봉을 땅에 내려찍자 첫째는 다시 입을 합죽이처럼 다뭅니다. 얄짤없이 비무를 하게 생겼군요. 곡성에게는 다행인 것이 진심을 상대하지는 않을겁니다.
"석철원이라고 합니다. 강서석삼검중 맏이로 강서석일검이라는 별호로 알려져있습니다. 선수는 양보하지요."
곡성은 행동방침을 정해주십시오.
1. 최선을 다한다.
2. 내공만 쓴다.
3. 무공만 쓴다.
***
- [무영]
- 아무리 떠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버린 그라도 바닥에 누워 자는 것은 영 익숙해지지가 않았죠. 자세가 잘못된 것인지 바닥이 영 잠을 청하기에 좋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허리가 조금 아픈 기분입니다.
늘어져라 하품을 내뱉고선 상체를 일으키고 팔을 위로 쭈욱 뻗으며 기지개를 폅니다.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에 뭍은 흙을 대충 손으로 털어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요. 아, 언제는 그런 걸 생각했었나요? 아니였죠. 일단 걷고 봅시다.
***
이곳은 강서의 어느 마을. 무영은 발길이 닿는대로 걷고 있습니다.
음? 왜 태양이 두개죠?
두개의 태양이 떠오르자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랐는지 숨을 죽이고 몸을 피합니다. 저잣거리는 한순간에 조용해졌습니다. 무영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곰곰히 생각합니다.
물론, 태양이 두개라니 나라가 망할 징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보통의 반응과는 좀 다르지 않나요?
태양이 두개다! 나라가 망할 징조다! 흉조다! 하면서 사이비가 외치고 사람들이 엉엉 울면서 옥황상제를 향해 절을 하는게 일반적인 반응 아닐까요?
왜 도망치는거죠?
태양이 너무 빛나서 무영마저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턱. 하고 어깨에 커다란 손이 올려집니다.
설마?
"여~동상. 잘 지냈드래요?"
아아....
빛나던건 태양이 아니라 그의 머리였습니다.
배건부채주 함영.
"내가 말한건 일없고?"
자기의 제안은 괜찮은지 묻는군요. 저번에 제안받은 배건채로 들어오라는 말입니다.
***
하늘은 푸르고 새들은 지저귀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인데 왜 사람들은 도망치는 걸까요. 깊게 생각할 것도 없네요, 태양이 두 개잖아?
"허.."
살다 살다 별 꼴을 다 보는군. 찬란하게 빛나는 두 개의 태양을 보며 그는 눈살을 찌푸립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정말로 태양이 두 개 떠오른게 맞을까요? 그렇다면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왜 다 고양이를 본 쥐마냥 빠르게 도망쳐 버린 걸까요.
이유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그의 어깨에 손이 얹어지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립니다. 아, 이제 깨달았지요. 찬란한 태양의 정체는 사실 대머리에 빛이 반사되어 생긴 후광이였다는 것을요. 천하를 주무를 수준의 외모를 가진 자들도 저런 후광은 못 가질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걸 그대로 뱉으면 목이 날아가겠죠. 참아냅시다.
"구름이 한 곳에 머물지 않듯, 유유히 떠돌아다니는 것이 낭인 아니겠습니까?"
***
"언젠가는 그 생각이 바뀔거드래요."
왜인지 안들어가면 빡빡이가 될 것 같은...설마 그러겠습니까.
하지만 배건채에 빡빡이 비율이 많다는걸 생각해보면...에이 설마요. 다 농담이겠죠.
"어디를 가는 길이드래요?"
저 덩치로 이렇게 말하니까 참 적응은 안되지만, 함영은 무영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
"하하하. 그랬으면 좋겠군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기 싫었는걸요. 한편으로 왠지 모르게 배건채에 들어가지 않으면 빡빡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거기다 배건채에는 이상할 정도로 머리숱이 자신의 본진을 이탈한 사람이 많았지 않았나요? 아아, 생각이 깊어질수록 점점 가기 싫어지는것은 기분탓이겠지요. 일단 저 말이 농담이기를 빌어 보아야겠어요
"발길 닫는 대로 걷고 있었소이다."
어깨를 가벼이 으쓱이며 대답합니다. 낭인이 뭐 그렇죠. 목적 같은거 가지고 돌아다닌 적이 있었던가요?
***
"남자가 되어서는 목표가 없어서 되겠간?"
....? 뭔가 이상한 사투리같은데요.
"그러니까 그냥 들어오랄 때 들어오면 좋드래요. 이 야기는 그만하고...석가장주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이래요."
석가장주요? 그게 누구죠?
"그래도 사파의 큰 어르신으로 강서 일대를 주름잡던 분이시더래요. 병문안 정도는 해야하지 않간?"
***
무영은 손을 들어 제 머리를 긁적거립니다. 언제 들어도 이상한 사투리네요. 이것 저것 전부 섞어서 짬뽕한 것을 듣는 느낌이였지요. 들어오랄 때 들어오라는 말에, 다른 말 없이 웃음으로 대답합니다
이어지는 말에 고민합니다. 자신이 낭인이긴 하여도, 사파는 사파니까요. 거기에 같이 인사를 드리러 가도 딱히 손해 볼 것도 없겠죠?
***
"같이 가면 좋드래요~"
과연! 빛나는 태양을 소유하고 계시는 그 이름도 찬란한 광두도객과 무영은 함께 석가장으로 이동합니다.
석가장의 사람들 모두가 함영을 알아보고 공손히 인사합니다.
"오셨소."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귀공자가 포권지례를 하자 함영도 같이 포권으로 인사합니다. 무영도 서둘러 인사합니다.
"문병안 왔드래요. 석가장주께서는 어떻간?"
"...의원이 말하기를 여름을 넘기지 못할거라고...준비를 하라고 하더군요."
쯔쯔. 함영의 혀차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기 이 짝은 내 아는 동생이드래요. 일 없으니까 인사하라."
"불민하지만 석가장의 소장주를 맡고있는 석동출이라고 합니다."
***
석가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무영은 제대로 앞을 보지 못했죠. 왜냐고요? 자신의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함영의 찬란한★ 태양 덕분이었지요. 너무 반짝반짝 눈이부셔~ 라는 다른 차원의 노랫가락이 괴전파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였고, 석가장의 사람들 모두가 함영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에 새삼 그가 꽤나 이름있는 사람이라는걸 다시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괜히 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죠?
다 좋으니 일단. 인사부터 해야죠. 귀공자에게 포권지례를 하는 함영을 보며 무영도 서둘러 그를 따라 인사합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여름을 넘기지 못할 거라면 그만큼 중증인 것일까요. 낭인인 자신에게도 큰 영향이 끼칠지는 몸으로 와 닿기 전까진 모르겠지만요.
***
반짝반짝 눈이 부셔 노노노노노~
아마도 노 다음에 붙는 말은 헤어 또는 털 또는 모겠군요. 함영이 들었다면 생사결을 치뤘을 노래입니다. 누구의 노래인지는 몰라도 참 망측한 노래입니다.
무영은 함영을 따라 포권을 취합니다.
"일단 어디가서 쉬면 되드래요?"
시간도 좀 늦었고 병문안으로 찾아뵙기에는 애매한 시간인지 함영은 숙소부터 제공을 받았습니다. 무영은 함영의 옆 방에 배정받았군요!
혼자 쓸 수 있는 독방이라니! 함영과 같이 방을 썼다면 그의 후광 때문에 밤에도 대낮처럼 환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을겁니다.
무영은 혼자 방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뭘 해볼까요?
1. 수련을 한다.
2. 나가서 누군가와 만나본다.
3. 함영을 찾아간다.
***
아니.....자꾸 그러면 진짜로 노래 흥얼거리고 싶어지잖아요. 머리에서 또 다시 들리는 괴전파를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로 흘러넘기며 무영은 함영의 뒤를 따라 걷습니다.
....... 그러고 보니 늦은 시각인데도 함영은 머리가 빛나네요. 와, 저거 자체발광이였어? 새삼 놀라며 숙소로 걸음을 옮깁니다.
음. 좋아요. 독방이네요.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늘어져라 하품을 한 무영은 머리를 긁적입니다. 길거리 노숙과 비교하면 꽤나 편한 방이네요. 이런 방에선...
***
무영은 수련을 합니다!
실전 건가공을 수련합니다....숙련도가 1% 증가합니다!
***
수련을 하니 확실히 뭔가 늘어나는 기분.. 은 정말로 기분탓 같은데요. 집중을 풀고는 무영은 한숨을 내쉽니다. 그래요, 열심히 하다보면 쌓이게 되 있고 그러다 보면 언젠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죠. 그쵸?
수련도 했고 이제는 뭘 할까요. 조금 더 쉬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건 너무 좀쑤시잖아요? 한번 나가 볼까요.
***
석가장을 돌아다니다가....자신과 비슷한 실력자와 그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 그리고 경지를 짐작하기 어려운 실력자 셋이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비슷한 사람과 뛰어난 사람이 비무를 벌이는 것 같은데...어...어떡하죠?
그냥 지나칠까요?
***
거의 산책하는 수준으로 석가장을 한가롭게 돌아다니던 무영의 눈에 사람 셋이 들어옵니다. 전부 다 실력자들 같은데.. 어, 지금 두명이서 비무를 벌이는 것 같은데요?
무영은 눈을 가느다랗게 뜹니다. 할 일도 없는데.. 한번 가 볼까요? 왜, 보는 것도 좋은 수련이라잖아요? 그냥 넘기기에는 아쉬운 기회기도 하고요. 그런 말 있잖아요! 제일 재밌는건 싸움...아아니 비무 구경이라고요!
***
구경을 하러 갑니다!
....?
왜 살기가?
무영은 급하게 나려타곤을 펼칩니다! 흙바닥을 구르면서 온 몸에 먼지와 흙이 묻었지만 살아남았습니다.
"낄낄...."
....웬 이상한 노인네 하나가 봉을 잡고 휘두르려합니다! 무영은 다시 한 번 몸을 구르면서 봉을 피해냅니다!
"제법 물건이로구나!"
노인네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봉을 거둡니다.
...아니 지가 시작하고 지가 끝내버리는군요. 뭐하는 놈이죠? 이런 신박한 미치광이가 세상에는 참 많네요.
"네 놈. 스승은 있느냐?"
그 때. 쿠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강건한 육체와 빛나는 태양과도 같은 머리가 나타납니다.
"어르신. 이 짝은 제 손님이드래요."
그러자 노인네의 얼굴이 확 구겨집니다.
***
원래 구경중의 제일은 싸움구경이지요. 보는 사람도 재밌고, 하는 사람도 재미...하는 사람은 재미 없나?
아무튼. 구경을 하러 가던 무영은 등골이 쭈뼛 서는 느낌과 함께 살기를 감지합니다. 별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이 흙바닥 위로 몸을 굴렸지요.
"이게 대체 ㅁ"
아이고! 말 이을 시간은 주세요! 이상한 노인네가 또 다시 봉을 휘두르고, 떽떼굴 구르면서 피해냅니다. 영 폼이 안산다고요? 목숨이 위험한데 그딴거 알게 뭡니까!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지요? 세 번째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네요. 기분이라도 좋아진 걸까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후우,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태생이 떠돌아다니는 낭인이라, 스승은 둔 적 없습니다"
공손하게 대답한 무영의 옆에 자★체☆발★광의 함영이 나타납니다. 어라, 둘이 사이가 안 좋은 걸까요?
***
"임정수 어르신. 이 무슨 무례한 짓이드래요? 배건채랑 해보겠다는 뜻이더래요?"
함영은 상당히 열이 받았는지 태양처럼 번쩍이는 머리가 이제는 붉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안돼! 더 진화했다간 정말로 세상에 태양이 둘이 되어버렷!
"크흠. 그런 것이 아니다. 이 놈아."
미친 노인네가 빛나는 머리를 보고도 대머리빡빡이라고 하지를 않는군요.
"아무리 우리 금봉파가 위세를 떨치더라도 녹림과 척을 지겠느냐. 그저, 저 놈..."
"제 손님이드래요."
"그래. 네 손님의 재능이 제법 뛰어나보여 시험을 조금 했느니라."
함영은 그제서야 자세를 풀고 팔짱을 낍니다.
"어르신 말씀이 맞드래요?"
무영이 대답할 시간입니다.
***
아주 기막힌 타이밍에 나타난 함영덕에 한 숨 돌리던 무영은 저 미X 노인네가 금봉파의 임정수 어르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음, 그것보다 저 머리.. 태양으로 진화하는건 아닐까, 잠깐 생각합니다.
허어.... 맙소사, 아까 그게 시험이였다고요? 분명 살기를 풀풀 날리면서 공격하는 걸 몸소 체험했는데요.
두번 시험했다간 사람을 잡을게 두말하면 잔소리 수준이네요. 대답을 잘못해서 저 노인네랑 척을 지고 싶지는 않죠 무영? 자. 대답 잘 합시다
***
그러자 함영은 약간 입술이 뾰루퉁하게 나옵니다. 그에 반해 노인에는 함박미소를 짓는군요.
"크하하하하! 보았느냐! 이 놈아!"
"되었드래요. 들어가 쉬는게 어떻드래요?"
무영에게 함영이 물어보자 노인은 곧바로 호통을 칩니다.
"갈! 내 아직 묻지 못한 말이 있거늘!"
함영이 귀찮은듯 한숨을 내쉽니다. 또 뭐냐, 라는 눈빛입니다.
"너. 나중에 한 번 더 보자꾸나. 난 이 곳에 며칠 머무를 생각이다. 임정수 어르신을 찾는다고 하면 잘 안내해줄것이다."
됐드래요? 하고 함영이 무영을 끌고 방으로 돌아가려합니다.
찾아갈지 찾아가지 않을지는 무영의 몫입니다.
***
잘은 모르겠어도. 임정수 어르신의 비위를 맞춰주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건 틀린 판단이 아니였나 보네요. 무영은 낭인 생활중에 늘은건 실전 무공하고 눈치보기하고 말 잘 하기뿐인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합니다.
나중에 한번 더 보자는 말이 살짝 불안한건 아무래도 기분 탓이려나요?
임정수 어르신에게 인사를 한 그는 함영의 뒤를 따라 방으로 향하려다가.. 잠깐 걸음을 멈춥니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좀 아쉬웠으니까요?
***
무영은 조금 더 돌아다녀보기로 합니다.
....
............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무영은 실망감을 안은채 방으로 돌아갑니다.
***
혹시 누군가를 더 만나 인연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영의 기대는 무참히도 깨져버렸죠. 왜냐고요? 아무도 만날 수 없었으니까요!
무영은 터덜거리며 발걸음을 방으로 향합니다. 으음.. 그러고 보니 함영은 뭘 하려나요?
***
함영을 만나러 갑니다!
자리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함영. 대머리도 독서 정도는 할 수 있는거 아닙.....
자세히 보니까 춘화집이군요. 무영이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하자 메다닥! 함영은 절정고수의 손놀림으로 책을 보이지않게 만들어버립니다.
"무...무슨 일이드래요?"
태양이 붉어졌습니다.
***
대머리가 독서를 하네요.. 가 아니지. 대머리도 독서 정도는 할 수 있죠, 그쵸 무영? 그래, 뭘 읽는지나 한번 볼... 타이밍 쥑이네
"..........."
오오 붉은 태양이다.. 자체발광에 색도 변하는 LED조명.. 까지만 생각합시다. 순식간에 사라진 책이.. 절정고수는 저런 쪽에서도 좋네요. 책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
말없이 서로 어색한 기류가 흐릅니다.
"......거 사내가 되서 그런 것도 좀 보고 그럴수 있드래요!"
아니. 누가 뭐라고 했나요?
***
나는 아무것도 못 봤는데? 하고 뻔뻔하게 굴기에는 너무 늦었죠. 네.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지는데요.
주제를.. 주제를 돌려야 한다. 무영은 빠르게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흠, 뭐가 좋을까요
임정수에 대해 물어볼까. 원래 그렇게 괴팍한(?) 어르신인지...
***
"임정수 어르신? 대단한 분이시드래요."
함영은 인정한다는듯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합니다.
"초절정에 달하는 무인이시고, 금봉파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이시드래요. 흑천성에서도 지위가 높으신 편이라고 들었드래요."
그런데....하고 말을 이어갑니다.
"성격이 좀...."
뭣같다는 거군요!
***
성격이 좀.. 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뜻은 뭣같다는 것이겠죠. 처음 보는 사람한테 살기를 한가득★ 담아 공격할 정도니, 네, 말 다했죠 뭐.
그러고 보니, 그때 시험(?)을 하고 나서 스승이 있냐고 물어봤었었죠. 거기에 나중에 한번 더 보자고도 했었고요. 이건.. 이거슨...서얼마.. 각인 것인가...
***
"제자....."
함영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자라기를 바라는 기우제....아니 발모제같은 의식일까요. 아니면 민둥민둥한 것이 쓰다듬기에 좋아서 그런걸까요. 한 번 쓰다듬어보고 싶은 행위로 유혹하다니. 과연 절정의 고수입니다.
"제자를 오십명을 두었는데 대부분은 죽었고 몇 명 안된다고만 들었드래요."
.......무림의 극한직업이랍니까?
***
함영이 머리를 쓰다듬네요.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인 저 머리를 쓰다듬으면 촉감이 과연 어떨까.. 강가의 돌처럼 매끈할까, 아니면 머리카락의 흔적(이였던 것)때문에 수염마냥 까끌할까..
아니, 이건 유혹입니다. 참아야 해요! 무영! 무림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저 행동에서 눈을 돌려요!!!
"예? 죽어요?"
지금 내가 뭘 들은 걸까요. 무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
"금봉파는 그러니까...."
자기도 잘 모르는듯 인상을 씁니다.
아아닛!
태양에 주름이 지다니!
"흑천성에 제일 늦게 합류한 거대 사파 방파드래요. 그래서 충성심을 증명한다며 선봉을 자처했드래요."
흑천성의 장강이남 제패가 절반쯤 되었을 무렵 고개를 숙인 금봉파....
"그래서 장강이남을 제패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호남의 장강검문과 그를 지원하는 제갈세가와 정파 최남단의 두 문파...이 둘을 꺾기까지 금봉파가 흘린 피는 어마어마하드래요."
장강이남이 전부 사파의 영역이 되기까지 금봉파는 항상 앞장서서 싸웠고, 그 영향으로 임정수를 비롯한 금봉파의 제자들이 많이 죽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정수의 성격이 저리 괴팍해진 것도....원래부터였을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겠군요.
***
태양에 주름이 진다... 이것은 지구멸망의 초석!!! 이 아니죠. 자꾸 함영의 머리만 보면 다른 생각이 들게 된다니까요?
턱을 괸 채로 함영의 이야기를 경청합니다. 아마도지만, 아무 이유 없이 처음부터 저렇게 괴팍했던 건 아닌 모양이네요. 환경이 저렇게 만든 것일수도 있겠어요. 아끼던 제자가 많이 죽었으니..
음, 그러면 남아있는 제자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겠죠. 굉장히 아끼겠네요, 거기에 엄청 강하겠고요. 누군지 궁금해지는데요?
***
무영은 모릅니다.
함영도 잘은 모릅니다! 아니 무영은 그렇다쳐도 너는 왜?
머리카락이 비어서 머리 속도 비어버린걸까요?
"그리 많은 제자가 죽어나갔는데, 제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건 이상하드래요."
아하...
금이야옥이야 하고 키우는가봅니다...
***
머리카락이 비어서 머리 속도 비어버렸다니 그거 말이 너무 심하잖아욬ㅋㅋㅋㅋㅋㅋ 이라는 괴전파가 울린 것 같아 무영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칼을 만지작거렸죠.
뭐, 물어보는건 이 정도로 됬고.. 함영이 마저 보던 책을 볼 수 있게 자리를 비워줍시다.
***
머리칼을 만지작거리자 머리털이 손에 묻어나옵니다.
...서...설마 나도?
무영은 다갓을 원망합니다.
다갓이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
내가.. 내가 머머리 후보라니!! 말도 안돼!!!!!!!
좌절은 금물. 그냥 엉킨 머리카락이 손에 걸려 빠진 거겠죠. 그러길 빌어 봅시다....
아무도 못 만난건 좀 아쉬운데요. 이렇게 된 이상 적당히 수련이나 해 보죠
***
수련합니다!
***
수련도 끝냈고, 이제 뭘 할지 고민이에요. 함영을 찾아가기에는 또 아까처럼 아주 기막힌 타이밍에 급습해버리면 피차 곤란할 테고 말이죠.
으음. 팔짱을 끼고 고민합니다. 무영, 뭘 할까요? 그러고 보니 아까 그 괴팍한 할아범... 그래, 임정수였던가요? 가 자길 한번 보자고 하지 않았던가요? 한번 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찾아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늦은 것도 같고.. 좋아요.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밤산책이나 해 보도록 하죠!
***
밤 산책을 나간 무영! 오늘은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했지만....
다이스의 자비는 없었습니다....기도가 부족했나봅니다...
***
망할 다이스! 나쁜 다이스!!!! 무영주가 다갓을 욕하면서 책상에 머리를 박는 동안 무영은 시간이 시간이라 다들 쉬고 있는갑다~ 하겠지요.
아무도 못만.. 나는곳.... 흑.. 돌아다녀봤자 뭐합니까... 이럴땐 그나마 생산적인 걸 해야겠지요. 안 그래요 무영?
***
무영이 고서점이라도 찾아갈라했을 때....
쿵쿵.
노크 소리라기엔 너무 묵직한 소리. 누군가가 찾아왔습니다!
"이 놈!!!!"
그 떄 들었던 노인의 목소리입니다! 왜...왜 찾아온거죠?
***
좋아, 고서점에 가서 비급도 찾아보고.. 만약 없으면 책이나 적당히 사서 읽으려고 생각했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죠. 무영은 의아한 표정을 합니다. 1. 왜 똑똑똑이 아니라 쿵쿵이지? 2. 날 찾아올 사람이 있던가?
아,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익숙한게.. 아까 낮의 그 괴팍한 영감이네요. .... .......... 대체 왜 찾아온 거죠?
불안한 느낌이 쫘악 흘렀죠. 노크 소리가 쿵쿵인 것도 그렇고, 날 부르는게 이놈!! 인 것도 그렇고. 설마 봉으로 문을 쿵쿵 찍은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아무 준비없이 문을 열어제끼면 봉에 맞아서 사경을 헤멜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안 열수도 없잖아요! 할 수 없지. 무영은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
무영은 최선을 다해 몸을 구릅니다!
나려타곤? 체면? 그런게 무슨 소용입니까? 내가고수의 공격에 한 번 맞으면 사람이 형체도 안남고 죽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쿵!
깍!
사람이 너무 아프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무영의 꼴이 딱 그 짝입니다. 아파서 꺼억꺼억거리며 머리를 부여잡습니다.
다행히도 혹도 나지 않았고 뇌가 흔들려서 어지럽지도 않습니다.
그냥....더럽게 아프기만 합니다.
기분도 참 더럽네요. 힘만 있었으면 정말! 콱!
하고 무영이 눈을 치켜뜨고 쳐다보자 임정수가 킬킬 웃으며 내려다봅니다. 무영은 자연스레 눈을 내리깝니다. 그렇죠. 이게 강호의 법도이고 도리입니다. 사파의 법칙이죠. 어디 약자가 강자에게 함부로 눈알을 부라리고 그런답니까? 무영은 그렇게 막되먹고 예의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절대 저 옆에서 번쩍거리는 도금된 봉을 보고 쫄아서 눈을 내리깐게 아닙니다.
원래 강호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라 그런겁니다.
아 맞다니까요? 왜 자꾸 그렇게 쳐다봐요?
"클클클....이 놈. 내가 찾아오라 한 지가 오래인데 왜 찾아오질 않는게냐? 정녕 이 늙은 몸이 직접 찾아오게 만들셈이더냐?"
아니...어제 부르셨는데요....
쿵!
도금된 봉이 마룻바닥을 내리찍자 무영은 아무말도 하지 못합니다.
"내가 왜 찾아온 것 같으냐?"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느낌은....맞아요. 어제보고 오늘도 밖에서 데이트하기로 한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만나자마자 여자친구가 방긋방긋 웃으면서 '자기야~나 오늘 뭐 달라진거 없어?' 라고 했는데 전혀 달라진게 없을 때의 그 기분.
알고봤더니 패디큐어를 했는데 그걸 못알아보냐며 삐지는 여자친구. 오빠 변했어. 라고 하는 미래까지.
주마등처럼 알 수 없는 광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무영의 두뇌는....일하지 않습니다. 천재가 아니니까요.
뭐라....뭐라고 답해야할까요? 잘못 대답해도 몇 대 얻어맞고 말겠지 죽이거나 불구가 되지는 않을겁니다.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정말이에요.
***
불안함을 감지하자마자 떽떼굴 굴렀지만 다이스는 얄짤없었죠! 진짜, 말이 안 나올정도로 아파서 비명도 못 지르겠네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던 무영은 내 뚝배기가 절반으로 갈라진 것 아닐까! 하고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지만 다행히(?)도 아프기만 더럽게 아플 뿐, 혹도 없고 어지럽지도 않습니다. 이게 바로 초절정의 뚝배기 때리기! 감탄이 나올 지경이지만 무영은 아니에요! 마음 속으로 욕을 열댓번 하지 않았을까요!
"......."
진짜, 마음같아선 똑같이 해주고 싶은데. 부들부들거리며 울분을 삼켰지만 봉이 마룻바닥을 내려찍자 무영은 냉큼 입을 다물었죠. 억울해도 뭐 어째요, 약하니까 까라면 까야지.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어제 불러놓고 왜 아직까지 안오냐면서 당장이라도 다시 자신을 후려칠 듯할 저 노인의 마음에 들 법한 대답을 해야 합니다. 왜 난 천재가 아닐까 라고 무영주를 원망해도 소용없어요. 천재도 다이스 굴려서 결정짓더만 뭐.
무영은 최대한 머리를 굴립니다. 어제 일을 생각해내서 최대한 그럴듯한 대답을 해야 되요. 제대로 대답해도 한대 맞을 것 같지만!
***
"그래!"
컬컬컬! 하고 그가 웃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봉이 휘둘러지지만 이번에는 무영이 피해냅니다!
...기분이 좋아지면....느리게 휘두른다....메모....
"어떠냐. 이 어르신의 제자가 될 마음이 있느냐?"
임정수가 무영을 보는 호감도가 1상승합니다.
현재 호감도는 4입니다.
***
무영은 히익 소리를 내며 휘둘러진 봉을 피합니다. 띠링! 임정수는 기분이 좋을 땐 봉을 느리게 휘두른다! 라는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가 아니죠!! 아니 왜! 대체 왜!! 맞췄는데도 봉을 휘두르는 건데요!!?!? 무섭잖아요!!
이쯤 되면 내가 무슨 대답을 하건 봉이 휘둘러지는건 변함 없을거 같은데요. 무영은 임정수의 눈치를 봅니다. 거절하면 땅에 파묻힐 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죠. 그렇다고 승낙하기에는 무영이는 자유의 몸이 조아용! 그리고 검도 조아용! 인데!
이럴 때 일수록 솔직하게 구는게 좋겠죠. 혹시라도 또 맞을까봐 무서우니까.. 슬쩍 뒤로 물러나며 물어봅시다.
***
퍽!
피할 틈도 없이 무영의 머리통에 봉이 날아듭니다!
끄아아아악! 아파! 아파요! 아파용!!!!!!
"이 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그런 것을 질문이랍시고 물어봐!"
하는 짓은 깡패면서 이미 스승이나 다름없습니다. 아직 사제의 연도 맺지 않았는데 스승행세라니....무영은 억울함의 눈물을 속으로 집어삼킵니다.
인생....하...
"금봉십식은 뛰어난 무공이다! 네 녀석이 익히고 있는 무공은...꽤 쓸만해보이지만 금봉십식이 훨씬 더 나은 무공이지!"
오...그래도 무영이 익히고 있는 무공을 알아보고, 깎아내린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 배려심이....
아니. 아닙니다. 툭하면 때리는 폭력배입니다. 평소에 아주 지랄맞다가 가뭄에 콩나듯 한 번씩 잘해주면 그래...이 사람도 사실 착한 사람이었어...의 감성에 젖을 뻔 했습니다.
무영! 세뇌당하지 마십시오!
100가지 중에 99가지를 잘하고 하나를 못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반대는 나쁜 사람입니다! 감정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하지만, 스톡홀름 증후군이 점점 무영의 머릿속에 자리 잡아가는 것 같은 기분은.....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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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기분이 나쁘면 빠르게 날아든ㄷ.. 가 아니죠. 무영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고 앓는 소리를 냅니다. 이번에는 진짜 아파요!! 아까보다 더 아파요! 감정이 실렸어!!!!
나 아직 제자 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하는 짓은 벌써부터 스승이라니! 무지무지 억울하지만 그래도 참습니다. 별 수 없어요!
"감..사합니다..?"
이걸 고마워해야 하나..? 얼떨떨한 기분인데요. 대놓고 무시하진 않았으니 겉만 이래도 사실 착하신 분..
까지만 생각해야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 기분 탓일 거에요. 아마.. 도...?
***
"뭐라?"
임정수의 눈이 호랑이처럼 부릅떠집니다.
"내 제자가 되지 않겠다는 뜻이더냐?"
마치 지금껏 나를 거절한 여자는 너가 처음이야! 같은 느낌으로 무영을 쳐다봅니다.
무영은 임정수의 제자가 되기를 거부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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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세상에 저 눈좀 봐요. 호랑이처럼 부릅떠진 눈을 바라보며 무영은 저절로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로 향합니다.
이거 잘못하단 또 뚝배기 깨지는거 아냐? 그것도 아까보다 더 세게!
"ㄴ...넵..."
아니. 뭐죠 저 태도는. 꼭 '날 차버린 여자는 너가 처음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으, 아니에요 무영. 쫄지 말자. 당당하게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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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동안 충격받은 얼굴로 무영을 쳐다보던 어르신은 등을 돌립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느니라. 클클클..."
그리고서 털레털레 사라집니다.
무영은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왜인지 함영이 기뻐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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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제안을 거절하면 또 그걸 이유로 한대 맞을 줄 알았죠.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던 무영은 예상 외로 임정수가 순순히 물러나자 안도합니다.
오늘 하루만 뚝배기가 몇 번을 깨질 뻔한 건지! 자유의 몸이 된 것에 기뻐하며 방바닥에 축 늘어진 무영은 아, 하고 내뱉더니 벌떡 일어났지요. 검을 들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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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소강검이 74%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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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뭔가 조금만 더 하면 뭔가 일어날것 같은 느낌!!!
호흠을 가다듬고는 다시 검을 휘두릅니다. 5성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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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검이 94%에 도달합니다.
소강검이 5성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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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검이 한 단계 진화(?) 한 것을 느낀 그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검을 집어넣습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뭘 하는게 좋을까요. 조금 쉬는 것도 괜찮으려나요?
***
다이스 네 이놈............
다이스는 오늘도 무영에게 새로운 만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
다이스는 오늘도 무영에게 새로운 만남을 허락치 않았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남자가 아니죠. 무영! 안 그래요? 다시 한번 누군가를 만나길 기대하며 돌아다녀 봅시다!
***
.....무영은 다갓에게 혹시...미움받는게 아닐까요...?
누구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다갓...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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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어요! 이쯤 되면 포기하는게 무영주의 멘탈에 매우 이로울 것 같다는걸 깨달았답니다! 빌어먹을 다이스 내 언젠간 반드시 12토막을 내버리고 말 거에요
***
똑똑.
방에 돌아가있던 무영에게 누군가가 찾아옵니다.
오오...다이스...너가 드디어 일을 하는구나! 하고 문을 열어보니...으악! 눈이 너무 부셔서 실명을 할 뻔 했습니다.
태양빛만큼이나 밝게 빛나는 머리의 소유자.
함영입니다.
"돌아갈시간이드래요."
아아...석가장에서의 생활도 이제 끝.
돌아가봐야할 시간이군요.
함영은 산채로 돌아갈테지만, 무영은 딱히 갈 데가 없습니다. 석가장의 식객인 것도 아니고, 손님으로 왔던 함영을 따라온 것이니 함영이 떠난다면 같이 떠나야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함영을 따라갈까요? 아니면 여기서 홀로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그도 아니면 석가장에 받아달라고 말이라도 해볼까요?
***
으악! 마이아이!!! 태양만큼이나 빛나는 머리! 함영의 등장에 무영은 무심결에 손을 눈가로 향합니다. 저 자체발광이 머리가 아니라 온몸에서 났더라면 함영은 아마 영혼석 3개를 지불한 초-미남 아니였을까요!
헛소리는 이쯤하고, 혹시 함영이 자신이 눈을 가린 것을 대머리때문에 그러나? 하고 의심하는걸 막기 위해 무영은 손으로 눈을 비비는 척 합니다. 이걸로 한 숨 돌리고, 돌아갈 시간이랬죠. 으음. 이를 어쩌죠. 무영은 갈 곳이 없어요!
자, 선택의 시간입니다. 함영을 따라갈지, 다른 곳을 가볼지, 석가장에 받아주세요! 를 할지. 검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던 무영은..
한번 다른 곳으로 가보죠. 떠돌아다니기 조아! 조아!!
***
어디로 떠날지를.....정하지 않았으나!
스레의 1일1레스 진행이라는 느린 템포로 인해, 한 번 지정하느라 행동을 못하면 시간 낭비가 크니 다이스를 통해 스레주가 어디로 갈지를 정하도록 합니다!
무림전도를 펼쳐주세요! 두구두구두구...!
무영은 해남으로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꿀 수 있습니다. 바로 출발할까요?
***
오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오딜갈까! 즐거운 선택의 시간인 거에요! 발길 닿는 대로! 낭인답게 떠나는 거에요!
모음 하나 차이인 광서로 가보자!
***
놀랍게도 두 개 지방을 거치면서 무영은 아무런 일도 겪지 않고 무사히 광서 지방에 도착합니다!
이곳이 바로 광서!
호사가인 무영이 알고 있는걸 생각해보면 이 곳은 사파 중에서도 그 유명한 팔룡방이 주름잡고 있는 곳입니다. 광서와 광동, 마지막으로 해남까지 제패하고 있는 팔룡방의 지역답게 이곳저곳에서 팔룡방의 문장을 달고 있는 삼류 무인, 또는 왈패들이 보입니다.
일반 민초들은 그들이 지나갈 때 마다 귀족들이 지나가는 것 마냥 조용히 옆으로 비켜서거나 하는 광경이 보입니다.
이제 성 안으로 들어가볼 차례입니다!
"잠깐."
광서 지방의 큰 성벽도시. 이 곳의 문지기는 무림인인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관아에 무림문파가 제자들, 속가제자들을 진입시켜 이런 곳에서 사문의 편의를 봐주거나 하는 형식입니다. 보통 이런게 가능해지고, 이루어져있으면 그 지방은 그 무림문파의 영역이라고 인정됩니다.
"거 보니까 무림인이신 것 같은데 사문이 어디요?"
그렇기 때문에 무림인들이 도시를 지키는 곳에서는 무림인들은 자기들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신분을 증명합니다...
그런데 무영은...사문이 없습니다...
신분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갈질 안정했네요. 일단 허기도 달랠 겸, 시장으로 가 볼까요!
***
시장으로 갑니다!
제법 소란스러운데요....?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까 팔룡방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퍼억!
보러가자마자 본 것은 어떤 남성이 얻어맞고 피를 흘리는 장면입니다.
"자릿세를 내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
얼굴에 칼자국이 여러개 나있는 남성이 팔짱을 끼고서 말합니다. 그 옆에는 팔룡방의 문장인 여덟머리를 가진 용이 그려진 옷을 입은 무림인 십여명이 자리를 잡고 있고, 막내로 추정되는 사람이 얻어맞은 남성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눈빛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러자 타격음과 피가 또다시 튀깁니다.
"무림인 따위가 어찌 관아보다 위세를 부리면서 행세를 하느냐!"
얻어맞은 이는 피를 내뱉고선 크게 소리치며 반항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얻어맞습니다!
***
여긴 무슨 맛있는 것들을 팔까요. 기대되는 마음으로 시장으로 향한 무영의 눈에 보이는건 유감스럽게도 맛있는 길거리 음식 따위가 아닌, 어떤 남성이 얻어맞고 피를 흘리는 장면이였죠.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자릿세를 안 내서 그런가보네요. 한 차례 얻어맞고 쓰러진 남성을 일으켜 세우고, 또 때리고, 다시 얻어맞고. 아프겠다고 생각하며 맞는 쪽이 아닌 때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저 옷은.. 아, 팔룡방의 무림인들같은데요. 칼자국이 나 있는 저 남성이 머리격인 걸까요.
만약 무영이가 정파였다면 달려가서 도왔겠지만, 안타깝게도 사파였죠. 정의니 뭐니 하는거랑은 100만광년은 거리가 머니까요.
***
엿들어봅니다!
- 에구구, 저 양반 또 저러네.
- 그러고보니까 이번에도 과거에 떨어졌다고 하지 않던가?
- 초시도 못붙었지만 기개는 있는 사람이지.
- 암암. 운이 없어서 그런거지 우리같은 일자무식보다는 훨씬 잘 아는 사람 아닌가?
- 그럼 뭐해? 관아는 이런데에 관심없고, 저 양반은 힘같은건 없잖아.
- 하긴...자릿세만 꼬박꼬박 내면 별다른 말은 안하니까.
- 사실 저 놈들이 자릿세 받아가는게 웃기긴 한데...
- 내 말이! 원래 그런건 다 관아에서 지켜줘야하는거 아닌감?
- 쉿! 지금 저 양반 맞는거 안보이우? 듣겠어!
- 아차차...입 조심해야지. 얼른 가자구.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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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말들을 엿들어보니 그닥 좋은 평판은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고 썩 나쁜 것도 아닌.. 애매한 쪽이려나요? 또 저러네 라는 말을 들으니 한두번 이런 적이 아닌 상습범이라는 것 하고, 자릿세만 내면 별 다른 말이 없다는걸 보면.. 돈만 잘 내면 터치는 안하나 봅니다.
근데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한쪽을 동정하거나 할 것은 아니에요. 그렇죠 무영? 당장 검을 빼들고 저 남성을 지켜준다고 쳐도, 이 근방 지역이 다 팔룡방 구역인데. 대드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죠.
***
적당히 구경을 합니다!
팔룡방은 적당히 때려주고 적당히 의원에게 보냅니다. 사후처리 서비스를 해주는 조폭과 같....전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사람들은 흩어졌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오직 한 곳, 무림인들이 지키고 있는 건물만 제외하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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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요 저건. 병도 주고 약도 준다? 적당히 때려주고 의원까지 보내주는게 친절한 서비스..는 개뿔, 그냥 조폭이잖아요! 그래도 그냥 내버려두는것보단 훨씬 낫겠지만요.
어느새 모인 사람들이 싹 흩어지고, 평범한 시장이 되었네요. 무영의 눈에 한 건물이 띕니다. 어라? 저거 지키고 있는거, 무림인들 아니에요?
저거 아무리 생각해도 뭐 있는거같은데.. 주변에 적당한 사람 잡아서 저거 무슨 건물이냐고 물어보자. 호사가 강점 뾰로롱 할수 있는거면 강점써보고..
***
호사가 강점으로도 알아먹을 수 없는 건물입니다.
대체 뭐죠?
지나가는 사람에게 붙잡고 물어보니, 그들은 무영을 촌놈처럼 쳐다봅니다.
"거 젊은 양반이 저런 것도 모른단 말이여?"
모를 수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절대 촌놈이 아닙니다.
"저거 그....뭐더라. 그 높으시거나 돈 많은 사람들있잖수? 그 자제들이나 젊은이들이 와서 막 음탕하게 논다고 그러던디....아휴 남사스러워서 나 원."
....무협판 클럽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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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무림의 클럽인 걸까요. 매우매우 들어가보고싶다.. 안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이 마음은 접어둡시다! 시장에 왔으니..
나도... 나도 할거야!! 고서점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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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는 무영에게 웃어주지 않았습니다....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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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무영은 끈기와 인내심으로 다시 한번 고서점을 뒤집니다. 자라나라 발도술 발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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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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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주건 무영이건간에 한두번 가지고 책이 나올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야할건 모다?!?!?! 뭐긴 모야 노가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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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갓은 무영에게 웃어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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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책방을 뒤적인다.. 마치 선배님의 족보를 찾는 새내기 대학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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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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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비급은 커녕 그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네요. 나쁜 다갓. 나쁜 다갓!!!
책을 얌전히 내려놓으며 무영은 포옥 한숨을 내쉽니다. 나중에 찾아봐도 괜찮겠지요 뭐, 고서점은 어디 안간다구용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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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번에 보았던 그....떡대들이 지키고 있는 기루같은 곳이 보입니다.
그리고 재밌는 일은 없었습니다...........
주변을 계속 돌아보니 평범하게 활기찬 시장입니다. 다만 간혹 자릿세를 내지 못했거나 돈을 빌리고 갚지 못했거나 하는 사람들이 얻어맞는 광경이 익숙할 뿐입니다.
으으...
이대로 그냥 시간을 죽이기만은 할 수 없는 법.
무엇이라도 해보는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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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혼파망이 펼쳐질 듯한 기분인데요. 머리를 긁적이던 무영은 일단 기루 쪽을 향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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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부터 새어나온 비명이 들립니다.
마찬가지로 문을 지키던 사람들도 비명을 지릅니다!
무영도 비명을 지릅니다!
으아아아악!
없어졌어!
놀란 가슴을 부여...부여잡을 수가 있군요! 아무튼 부여잡으면서 안으로 들어가자 난장판이 벌어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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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랜만에 등장했는데 이게 무슨 소립니까!!! 내가 여자라니!!! 여자라니!!!!!!!!!!!!!!!!!!!!!!!
라는 제 3의 벽을 깨고 무영주의 멱살을 잡고 싶은 무영과는 다르게 저는 아주 좋습니다 오홍홍 ts좋아 ts체고!!!
아무튼, 놀란 가슴을 부여잡(이게 잡히네) 은 채로 무영은 기루 안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하하 개판이네(코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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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들이 서로 헐벗고 있는 구역이 있고, 뭔가 장중한 분위기인 곳이 있습니다.
헐벗었다고는 해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지는 않은 것 같군요. 그냥 저런 옷을 입고 시중을 드는가 봅니다.
현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미니 스커트 정도의 수준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다른 곳은 저 곳 보다 격식을 차리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혼란에도 엄숙한 분위기라니!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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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머 남사시러워라. 근데 여자가 미니스커트 차림이였다가 남자로 변하면 그거 오 마이 아이 아닌가요?
괴전파를 무시하며 이 혼돈 파괴 망ㄱ.. 상황에도 엄숙한 분위기를 취하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한 무영은 주변을 쭈우욱 둘러봅니다
***
오 마이 아이!
호사가 삐이이임!을 시전해봅니다.
음...대부분은 알....지 못하지만 몇 명은 확실히 알아냈습니다!
헐벗고 있는 곳에 있는 인물 중 하나는 무림맹의 일원 중 하나고, 엄숙한 곳에 있는 나머지는 팔룡방의...유명한 후기지수들입니다!
***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고 싶군.."
.... 여자 목소리가 나와...... 무영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요. 나.. 설마.. 울고있니....?
호사가 삐이이임으로 살펴보자 몇 명 보이긴 하네요. 어어 잠시만, 무림맹이면 정파 아니에요? 무영의 머리가 기울여집니다.
***
만만해보이는 사람...이라지만 엄연히 전부 팔룡방의 일원.
다들 하나같이 무림인들 뿐입니다. 삼류부터 이류까지.
일류 이상은 다른 곳에 있지요.
그리고 이 곳은 팔룡방에 허락을 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곳. 최대한 만만해 보이는 이를 찾아봅니다.
"...? 그런 것도 모른다고?"
오히려 의심만 사버립니다!
***
- [우림]
- 평생이 기억 안나고, 어젯밤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자신의 일생과 다르게, 어젯밤은 분명히 무슨일이 있는 지 추리할수 있다.
길거리에 깨어난 자신과, 굴러다는 술병이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이려다.
#지독한 숙취와 함께 길거리에서 깨어난다.
**
길거리에서 일어납니다. 하찮은 거지새끼들이 우림의 몸에 손을 대려다가 화들짝 놀라 메다닥 도망쳐버립니다.
끄으응....
머리가 아픕니다. 딱히 잃은 물건도 없으니 굳이 저들을 쫓지는 않아도 상관이 없겠군요.
하늘을 올려다보니, 세상에나.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몇 개월 전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아도, 어제의 일 정도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음...분명 웬 아저씨 하나랑 같이 술을 먹으면서 시끄럽게 오도방정을 떨며 놀았고 오늘 또 보자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
오우 맙소사. 머리가 께질 듯 아프다. 그래도 어제 신나게 논 기억을 확인하면 만족감으로만 가득하다.
몸을 톡톡 더듬어 있을꺼 다 있는지 확인하고 벽에 기대 조심스레 일어난다. 숙취에 고통을 받아도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게 무림인으로서의 도리겠지!
물론 거짓말이다. 이 몸이 술을 더 견딜수 있는 지 알아보고 싶을 뿐. 오늘도 같이 만나 놀면 좋을 것이다. 해가 이미 중천이나 그 아저씨. 이름도 모르니, 서둘러 어떻게든 알아봐야 겠다.
#기억을 더듬어 찾으러 가자! 어느 주점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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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약속장소를 어거지로 떠올리며 이동합니다!
번지르르한 객잔입니다. 우림은 이 곳으로 발을 들이기 전에 내가 과연 들어가도 되는 곳일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될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도 일단 들어는 가봅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음!
안으로 들어가자 점소이가 뚱한 표정으로 우림을 훑어봅니다. 그 때 호수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서 거구의 남성이 번쩍 일어나 손을 흔듭니다.
아.
그 아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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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정도는 기억나 정말 다행이나, 도착한 순간. 기억이 맞는 지 의문이 든다.
조금이라도 이 곳에 석여 들어가게 몸에 길 먼지를 털고 들어가니, 이 멋진 곳에서 어제의 멋진 아재가 있는 게 아닌가!
어제 신나게 놀던 기억과 반가움에 금세 화사한 미소가 떠올라, 우림도 손을 번쩍 들어 마구 흔든다.
"안녕하시게!! 어젯밤 잘 돌아갔는가?!!"
# YO WASS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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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귀는 살짝 붉어진채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행동과는 다르게 말이 없군요. 어제는 분명 내가 이 바닥에서 말이야! 어! 좀 알아준다고! 어디 가기만 하면 다 허리 숙이면서 형님 안녕하십니까! 이런다니까!
라고 자랑했던 철딱서니없는 아재가 맞는걸까요?
아니면 술기운 탓이었을까요?
"여기로."
그는 의자를 빼내어 앉게 도와줍니다.
"어제는. 그. 잘..들어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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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벌건 것이, 분명 술기운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거늘, 왜 이리 조용한가?
답은 금방 나온다. 분명 이 불쌍한 아재는 아직도 숙취 중인 것이다! 판단을 끝낸 우림은 의자에 걸터앉는다.
"와하하! 왜 이리 사람이 다르나! 내 너무 잘 들어가, 깨어나 보니 길 바닥이지 않는가! 푸하핫!"
#어제 사람이 너무 마음에 들어버려 오늘 만나니 기분이 좋다고, 대단한 농담을 한듯 웃어 제끼며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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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그는 오히려 당황합니다.
"아니, 처자가 길바닥에서 잠들면 무슨 일을...아."
그리고 그녀도 무림인이었다는걸 금방 깨닫습니다.
"일단, 배가 고플테니 음식부터 시키도록 하겠소. 드시고 싶은 것이 있소? 아 그리고 혹시, 내 이름 기억하오?"
뚱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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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네와 먹으면 무슨 음식이라고 단맛이 날것 같-"
음식의 말에 신나게 답하다 그의 질문에 침묵에 빠집니다.
"...."
...........
"........어, 그게, 내 분명, 기억이, 크흠. 문제가 있어서. 크흠."
상관도 없는 기억상실을 걸고 넘어진다. 뇌가 다 억울할 지경이다.
"그, 아 그래! 분명 사람들이 형님이라 부른다 하지 않았나! 막 다 알아본다고 막!"
#다 기억났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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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형님이 아니네만..."
그는 살짝 풀이 죽은 것 같습니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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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쩌지! 풀이 다 죽어버려 황무지가 되어버린 아재를 보며 안절부절합니다.
"...내 미안하네. 그.... 어.... 내 얼굴을 봐서라도 용서하면 안되나!"
오히려 제 얼굴을 내며 당당합니다. 이 노무새....
"원래 중요한 것들은 술의 기운과 함께 하면 안된다고 배웠네. 술에 깬 지금, 그대의 이름을 알려 평생 간직하게 해주면 안되나."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당당하네요.
**
화악.
그의 얼굴이 붉어집니다.
오기 전에 먼저 낮술이라도 걸친걸까요? 이건 조금 괘씸하군요!
"저, 점소이! 여기 물! 물이랑 여아주! 여아주를 내오게!"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남자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 이름을 말합니다.
"서기필. 서기필이오. 팔룡방의 서기필."
쨍그랑!
옆에 접시를 치우던 점소이가 왜인지 접시를 깨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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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이 사람, 오늘 만나기로 해놓고 벌써 술을 걸친 것인가! 끌끌, 요즘 아재들이란!
괘씸하지만, 와중에도 갈증이 탓는지 물을 벌컥 들이는 그를 시원스레 잘 마신다 생각하며 재미있게 지켜본다.
"서기필... 내는 우림. 우림이요. 이름 모를 숲속의 우림."
장난스레 맞추어 부르다 익숙한 명칭에 고개를 갸웃한다. 팔룡방, 팔룡방...
"아! 팔룡방!"
기억이 번뜩 나 손을 짝 부딫친다. 접시의 깨지는 소리와 같이 해 귀가 나갈 듯하다.
"거 이 사람 대단한 형님이 맞았구만! 어딜가든 사람들이 허리 숙여 인사하다더니 사실이었네! 빠하하!"
#와하하, 웃으며 그의 팔을 아주 팡팡 두들긴다. 간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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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주변은 고요하고, 누군가는 벌벌 떠는 것 같지만 우림은 개의치 않습니다. 그 모습에 서기필은 더더욱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푹 숙이더니 소리칩니다.
"여아주! 여아주는 아직인가!"
벌벌 떨던 점소이 하나가 급하게 여아주를 내옵니다.
"그...리 생각해주어 고맙소. 음. 이 술 드셔본적이 있으시오?"
급하게 말을 돌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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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귀인이었구먼! 이 멋진 아ㅈ... 아니, 멋진 사람과 연을 맺다니, 내 얼마나 행운아인가!"
주변이 조용해 졌다만, 이야기하기 편해서 딱 좋아,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해 싱글벙글 웃는다.
이 간이 붓다 못한 인간이니, 구미호도 제일 처음 사냥 당할게 틀림없다.
"내 이런 귀한 술은 마셔 본 기억이 없으리다. 다만 그대와 마시는 것이니, 분명 달콤한 술이겠지."
물론 꽤심한은 그대로다. 얼굴이 이리 붉은 채로 술을 급하게 부르는 것을 보니, 이미 걸친 술은 이 술일까?
#그대의 눈동자에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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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술잔을 서로 맞부딫힙니다!
우림은 이제 그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스킵한 뒤에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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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별거 아니게만, 팔룡방의 서기필이라면 술친구야 정도야 쉽게 찾지 않겠나? 나야 좋지만..."
술잔이 짠, 부딫이며 미소을 짓습니다. 노는 게 최고!
"이 기억도 잃은 칠칠맞은 소인에게 무슨 재미를 보았나? 단순한 흥미일세."
#조오금 만 더 같이 놀지요 이 귀여운 아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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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그런 이유가 있네. 아무튼 있으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좋네."
그는 여아주를 물처럼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 쿨럭거립니다.
"켁...켁..."
뭔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저런...
**
- [정연우]
- 새 아침이 밝아왔으니 오늘의 일을 해야한다. 물론 이건 하오문의 정연우로서가 아닌 향서루의 한 점소이로서 하는 지극히 잡다한 일에 불과하지만 이 또한 일이 아니할까, 제 것인듯 제 것 아닌 이 가죽은 언제 덮어도 위화감이 가시지 않는다. 이 코, 이 입, 이 눈, 이 신분, 모든 게 제것이 아니라 가짜이니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빗자루로 가게 앞을 꼼꼼히 쓸어나갔다.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 준비를 한다. 이 곳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있는 게 좋다.
"아침 공기가 좋네요~"
***
아침의 서향루는 제법 분주합니다. 나이어린 점소이들이 이리저리 쏘다니며 청소를 하고 있고 그보다 조금 큰 점소이들은 물건을 옮기는 아저씨들을 돕고 있습니다.
연우와 연령대가 비슷한 점소이나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이곳저곳 둘러보며 무언가를 확인합니다.
"어. 왔냐."
자연스러운 어깨 동무. 점소이들의 큰 형님입니다.
"멀뚱히 서있지 말고, 이것 좀 석가장에 전해주고 와라. 어제 셋째 도련님이 거하게 드시다가 놓고가셨어."
비단보자기로 싸맨 함 같아보입니다.
"자잘한 애들은 니 아래한테 맡겨놓고."
***
누구는 청소를 하고, 누구는 짐을 나르는 걸 돕고, 아침부터 다들 뭘 열심히 하느라 바쁘다, 정리도 좋지만 여기서 뭘 더 해야 할 까 하던 찰나, 익숙한 손길이 어깨에 닿는다. 큰형님이시다. 이곳 우리 점소이들의 대빵.
"안녕히 주무셨심까! "
꾸벅 하고 깍듯이 인사를 드린 뒤 함을 받아든다. 비단으로 싸여있는게 지체 높으신 분이 두고 가신 거 같다. 석가장이라... 빨리 갔다 오면 오래 비울 일은 없을 테고 아무튼간에 빨리 다녀오면 될 거 같다.
"석가장이요? 멀지는 않을 것 같네요~ 금방 다녀오겠슴다 형님. 얘들아 청소 잘 부탁한다! "
바닥을 쓸고 있는 점소이들에게 눈짓을 하며 자릴 나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진 보나 뻔하다!
***
연우는 빠른 걸음으로 석가장에 도착합니다!
"어. 정가냐."
연우와 안면이 있는 경비무사가 반가운듯 손을 흔듭니다. 가볍게 인사를 한 연우는 귀한 물건이라 경비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직접 안으로 들어갑니다.
...근데 셋째 도련님의 방이 어디죠?
***
"좋은 아침임다~ "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 후 종종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거 봐라, 멀지 않다고 했지 않던가! 후딱 전해주고 돌아가면 문제가 없겠지. 무슨 일이 있겠냐만 싶지만 아무튼간에 빨리 전해주고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런데... 도련님... 방이... 어디시더라?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는 게 좋겠다. 여기 일하는 아이에게 물어보면 더 좋겠지. 씌워진 얼굴에 애써 미소를 다시 짓는다. 이 피부는 진짜 신기한 것이 뭘 해도 가짜인 티가 나지 않는다.
"저~여쭤볼 것이 있어요!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놓고 가신 물건을 전해 드려야 해요~ "
***
"아."
온화하게 생긴 중년인이 연우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짓습니다.
"셋째 도련님을 찾는구나. 따라오려무나."
그는 어느 한 방 앞으로 연우를 데리고 갑니다. 방문이 열리자 술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끄윽....윽..."
...무림인이 숙취라니. 일부러 숙취를 안날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또 술을 먹었거나.
"도련님. 서향루에서 물건을 보내왔습니다. 어제 놓고 오신 그거요."
그러자 셋째 도련님이라고 불린 남자의 눈빛이 한 번 빛나더니 다시 힘을 잃습니다.
"끄으윽...두고 가라 그래...꺼억..."
***
"정말요? 감사함다~~! "
거 봐라, 한명쯤은 아는 사람이 있지 아니한가. 종종걸음으로 중년인을 따라가니 그 도련님깨서 묵고 계시는 방이 보였다. 문이 열리기 전 까진 그럭저럭 괜찮았다. 문이....열리기 전까진....술에 단단히 찍으신 모습을 보아하니 아침까지 잔을 기울이신 모양인데, 그렇게 들이붓다시피 하시면 나중에 근손실은 오지 아니하실까 싶다.
"예에 나리, 조용히 두고 가겠슴다. "
저 만취하신 모습을 보아하니 물건만 조용히 놓고 갈 수 밖에 없없겠단 생각을 하며 둘 만한 탁자 위에 물건을 내려놓고, 조용히 물러서려 했다.
***
연우는 인사를 하고 나옵니다!
....웬 이상한 사람이 저 멀리 사라지는 것 같군요. 걸렸으면 큰일났을 뻔한 느낌입니다. 연우는 서향루로 복귀합니다!
***
무슨...일이...있었나? 등 뒤에서 서늘함이 느껴지는 것이 조금 찝찝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이유도 없는데 돌아가 볼 수도 없고, 형님께서 기다리고 있으실 테고 가게 일도 있으니 재빨리 가는 게 좋겠다. 새삼스럽지만 석가장이 향서루와 멀지 않은 곳임에 감사했다. 자,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다녀왔슴다~ "
갔다온 사이에 뭔 일이 있진 않았겠지, 에이 설마.
***
연우는 향서루로 돌아왔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고!
무슨 일이 벌어질 징조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꿀맛같은 하루가 되겠군요!
이제 슬슬 장사 준비를 시작할 때 입니다. 연우는 대충 휘적거리면서 괜시리 참견이나 좀 하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른다는 이야기에 연우는 재빨리 몸을 뺍니다. 제발! 제발 루주만 아니면 됩니다!
계단을 올라가니 기녀들이 연우에게 눈웃음치며 인사해옵니다. 능숙하게 받아낸 연우는 탁 트인 공간에 들어섭니다.
"왔어?"
신하영, 연우의 접선책이자 선배격이지만 지닌바 무공은 특출나지 않은 사람. 연우에게 여러가지 정보를 전해주는 인물입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지 뭐야?"
비 옵니다.
...연우는 이게 하오문에서 지령이 내려왔다는 뜻으로 알아들었습니다. 센스하고는!
"동쪽으로 나들이를 좀 가고 싶더라구. 그거 들었어? 동쪽에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지 뭐니? 나중에 같이 가줄거지?"
하영은 웃으면서 얘기합니다. 다른 기녀들이 기지배~또 혼자 독차지 하려고 그러냐~하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연우는 가까스로 웃는 얼굴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서향루에서 동쪽은 강서궁문. 매화꽃은 화산파.
나중에 같이 가라는 말은 가서 대체 왜 화산파가 강서궁문으로 왔는지 알아보라는 뜻입니다.
...거물 중에서도 거물이 이 강서무림에 나타났습니다.
***
화산...파? 강서에 대체 왜? 여기 뭔 볼 일이 있다고? 대체 이 강서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건지, 듣는 내내 뭔 소린가 싶은데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거물이 강서로 왔다는 것은 필시 무슨 일이 생길 거란 게 분명하다. 예를 들면 여기서 누가 죽을 거라던가.....결투라도 하러 온 건가?
"당연히 좋다마다요! 매화가 피었다니 그거 참 좋은 소식임다~ 먼저 자리를 알아보고 있어야 겠네요. 누님과 같이 가려면 어디로 가야 가장 좋은 데서 매화를 볼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하지 않겠슴까. "
아무튼간에 이 갑갑한 가면을 벗고 움직일 때가 왔다. 이놈의 인피면구는 자연스러운만큼 제 것이 아닌 것 같아 숨이 막힌다. 애써 미소지으며 조용히 눈짓하고 물었다.
"바로 갔다오는 건 무리겠죠, 누님? "
***
하영이 살포시 웃습니다.
"어머. 그래줄래?"
옆에서 기녀들이 꺄르륵 웃습니다.
"루주 언니한테는 내가 말해놓을게. 지금 갔다와봐."
출발할 시간입니다.
***
"감사함다~ 바로 다녀오겠슴다, 잠시 실례하겠슴다! "
기녀들과 누님께 인사를 드리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자릴 나선다. 할 일이 많다.....옷도 갈아입고, 되도록이면 여기 점소이가 아닌 것마냥 가면 좋겠는데, 위치가 눈에 띄이면 곤란하니,
***
강서궁문이 있는 마을에 도착합니다.......!
***
제 아무리 보통 무림인들보다 체력이 딸린다 한들 강호의 살수는 살수인지라 눈 깜짝할 새에 강서궁문이 있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인피면구도 벗어 잠시나마 이 갑갑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 않은가 싶다. 두건을 코까지 눌러쓰며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거닐기 시작하였다. 걸으면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조용히 들어보도록 하자.
***
갑갑한 인피면구를 벗고 드디어 연우의 진정한 얼굴이 세상에 드러납니다.
그래봤자 알아보는 사람은 없지만요.
들리는 소문들....은 딱히 없습니다. 살수의 경험으로 이건 화산파에서 상당히 극비리에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체 누가왔길래?
소문으로는 탐방이 어려운듯 하니, 여러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서 강서궁문으로 직접 잠입해봅시다. 대놓고 들어간다면 죽음을 면치못할테니까...
먼저 강서궁문에 들어갈 구실부터 찾아봐야겠군요!
살수의 영감이 이것저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1. 강서궁문에 납품을 하는 식재료 점원으로 위장해 들어간다.
2. 식객으로 위장한다.
3. 돈을 주고 사람을 매수한다.
4. 이 곳의 하오문도와 접촉을 시도한다.
5. 다른 정보업체에 문의한다.
***
한참을 마을을 둘러보며 걸어보았지만 이렇게 쓸 만한 말이 나오지 않는 마을은 처음 본다. 정말 화산파가 왔는지도 의심스러울만큼 마을이 조용하다. 이정도면 온 건지 안 온건지 아무도 모르게 들어왔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데.... 역시 이건 직접 안으로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자, 흔한 모습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1. 강서궁문에 납품을 하는 식재료 점원으로 위장해 들어간다.
***
연우는 하오문의 살수. 하오문도로서 많은 것을 익히고 실행해왔습니다. 알음알음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지식을 동원해봐도 당장 떠오르는게 없군요. 이제는 몸으로 뛸 시간입니다.
며칠동안 빠르게 강서궁문에 납품을 하는 식재료점을 파악해냈습니다.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그 다음은 점원으로 위장할 차례인데....
저기 지나가는 점원을 죽일까 말까. 너무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죽였다가는 큰일이 날게 분명합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피를 보지 않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제압을 했다가는 나중에 들켰을 때 위험해집니다. 연우는 점원을 매수했습니다. 돈이 좀 많이...지출 되었지만 이 정도야 뭐. 돌아가서 출장비로 청구하면 괜찮습니다. 영수증을 제출해야하는 불쌍한 연우는 꼼꼼하게 기록을 해둡니다. 재산이 한 단계 내려갔습니다.
매수하는데 성공했고 연우는 요 며칠동안은 식재료를 강서궁문으로 운반하는 점원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위장이군요!
식재료 수레를 끌고 강서궁문 안으로 들어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만 합니다. 강서궁문의 허접한 문지기들은 몰라도 이 곳의 문주나 화산파의 고수들은 연우가 무공을 익혔다는걸 보자마자 눈치챌겁니다!
절대...그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됩니다.
조사를 시작해봅시다!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2. 기웃거려본다.
3. 뒷간으로 가본다.
4. 길을 잃는다.
5. 누군가를 유혹한다.
***
어떻게 식재료점 점원을 매수하여 안으로 들어오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정보를 알아내는 건 이제 해결할 일이다. 위장은 특기 중의 특기였으니 점원인 척 들어오긴 했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솔직히 막막하긴 막막하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방향으로, 너무 돌아다녔다간 눈에 띈다....근데 잠깐, 여기가 어디더라?
"하이고~~이것 참,,,~"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사와요, 이를 어쩜 좋아~~~!
길을 잃는다.
***
길을 잃어버린척 연우는 허둥대면서 움직입니다.
그런데 저 쪽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습니다. 매화꽃을 수놓은 도포와 날카로운 인상.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
...확실한 무림인입니다!
"...?"
상대방은 연우를 보고 당황합니다.
살아남아야합니다! 이 위기를 모면하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궁리해주세요!
***
종종걸음으로 수레를 끌며 여기가 어디요 하며 돌아다니고 있는식료품점 점원(인 척 하고 있는) 정연우씨. 아니 나. 나는 지금 일생일대의 위기에 도달했다. 운이 아주 좋지 않게도 매화꽃 무늬 옷을 입은 사내와 마주친 것이다. 절대로 눈에 띄지 말아야 하는데 눈에 띄고 말았다. 아이고 이를 어쩜 좋단 말인가! 심지어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저 당황한 듯한 사내의 표정을 보라!
곧 죽을 지도 모른단 생각에 눈가에 눈물이 저절로 맺히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도망갈 수는 없다. 도망갈 수는 없다...!!! 정면 돌파를 하자. 답은 정면 돌파 뿐이다!
"하이구~~~~... 실례하옵니다 나으리~! 다름이 아니오라 소녀가 오늘 이 부탁받은 식자재를 전해 드려야 하온데 보시다시피.... 저택이 너무 넓은지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찾다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사옵니다..... 송구하오나 실례를 무릅쓰고 감히 제가 나리께 길을 안내해주십사 청해도 될런지요? "
(진심으로)울먹거리고 있는 얼굴을 하고 뒤에 끌고 있는 식재료가 가득 담긴 수레를 가리키며 사내에게 물었다. 본연의 얼굴이니 당연히 제일 진심어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솔직히 살기 위한 몸부림인 거 맞다!!!
***
상대방은 빤히 연우를 쳐다봅니다.
"......요즘은."
목소리가 맑고 청아합니다. 낮고 울리는 것이 목소리만으로도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듣기만 해도 살짝 설렐 정도니까요
"경지가 일류에 달한 무림인이 식자재를 나르는가?"
명백한 의심. 상대방의 눈은 의뭉스러운듯 연우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습니다. 양 관자놀이에 툭 튀어나온 태양혈.
고수입니다!
***
침착하자, 절대로 들키지 말라고 했는데 들키기는 했는데 길을 잃은 게 눈물나긴 하는데 아무튼간에 이 상황을 원활히 대처하기 위해선 정신을 꽉 잡아야 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잘 잡으면 산다고 했다. 진정해라 정연우! 진정 이 될 리가 없잖아!!!!! 코앞에 화산파가 떡 하니 있는데!!!!! 오늘 운 다 썼다!!!!!!
"아이 차암~ 나으리께서도 너무하시와요, 이렇게 비리비리해빠진 무림인이 어디 있다구요....수레도 제대로 못 들어서 가게 애들한테 놀림받는데요! 맹세컨데 소녀는 아니옵니다. 아니어요...믿어주시어요....."
참다 참다 눈물을 똑 똑 떨어트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같이 일하는 아이가 오늘 아프다고 하여서 대신하여 왔는데, 제가 길을 잘 몰라 이렇게 길을 헤매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사옵니다.... 길만 알려주시면 저 식재만 전하고 바로 가겠사와요 나리. 예에? "
수레를 가리키곤 눈물을 오른 손등으로 조용히 닦았다. 아, 이 얼마나 연기 아닌 연기 같은 행동거지인가! 살아서 가고 싶다! 나는! 살아서 가고 싶다! 라는 마음가짐 덕분이다!
"부탁드리어요 나리....예에? "
***
그 말에 그는 잠깐 표정을 굳히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립니다.
"재밌는 이야기로군."
빤히 연우를 쳐다본 그는 검에서 손을 뗍니다. 아니...언제 손이 저기로 갔죠?
"어디의 문하인지는 모르겠으나 알고 찾아왔다니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지. 오늘은 돌려보낼터이니 얌전히 돌아가라."
대신, 더 무언가를 캐내지는 말라는 무언의 압박입니다.
"네 얼굴을 보니 검을 뽑으려 하던 마음도 녹아버렸으니. 참으로 대단한 미색이다. 기억하고 있도록 하지."
오글거리는 대사를 끝마친 매화도포의 사내는 그대로 등을 돌린채 걸어갑니다.
연우는....살아남았습니다!
***
"????????????"
?????마음이...녹아?????뭔 소리를 하시고 계시는 건지??????순간이었지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저 정파 도련님은 사람 손발을 말아버리는게 특기인 것일까??? 사파에 머리를 대머리로 밀어버리는 족속이 있는 것처럼???? 이해할수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어....아무튼간에 살았으니 됐고, 돌아가는 게 우선일 거 같다.
***
연우는 조용히 강서궁문을 나옵니다!
얻은 것은 없습니다....
아니!
하나 있습니다!
연우의 삶을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서 뭐라고 해야할지 참으로 난감하군요. 조금 더 이 곳에서 지내며 조사라도 해보는게 나을까요?
***
자, 생각해 보자. 화산파가 강서궁문에 올 만한 이유가 뭘까? 저 정파놈들의 전력에 큰 손실이 생긴 것도 아닌데 굳이 강서궁문에 매화가 소리소문도 없이 조용히 잠입해 있을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다. 어쩌면 손실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지원하기 위해 보낸 걸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대체 무슨 손실이냐가 문제란 것이다. 밖에 알려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경우를 대비해서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경우가 생겨서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강서궁문의 누군가일수도 있고.....어쩌면 그 반대 일수도 있고.
깐깐한 정파 놈들이 터무니 없는 이유로 움직일리가 없지. 여기서 머물며 좀 더 정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마을을 떠나기엔 너무나도 온 시간과 쓴 돈이 아깝다. 점원으로써라도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
연우는 마을에 좀 더 머물기로 결정합니다!
일단 돈도 아깝긴 하지만 위장한 것들은 전부 내버리고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탐문을 할까요?
1. 시장바닥
2. 무림맹지부(매우 작다)를 기웃거려본다
3. 기루에 가본다.
4. 이 곳에 있는 왈패들과 접촉한다.
5. 하오문의 도움을 받는다.
***
정파소굴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는 건 역시 찜찜하다. 기루에 가보고는 싶지만 제일 먼저 가보는 게 아니라 두 번째로 가보는 게 더 나을 것 같고, 하오문의 도움을 당장 받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한 가지밖에 없다. 뒷골목. 뒷골목이다. 뒷골목으로 가자.
4. 이곳에 있는 왈패들과 접촉한다.
***
연우는 가볍게 허름함 거주지역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는 역시나 왈패들 몇몇이 건들거리고 있습니다.
"어? 당신 뭐야?"
그리고 이 곳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오는 연우를 보고 인상을 팍 씁니다.
"썩 안꺼져?"
이런. 그럴 수는 없는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썩 꺼지라는 말에도 물러설 기색이 없어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물러설 곳이 없다. 둘째도, 물러설 곳이 없다.
"아~죄송해요! 실례하와요~ 제가~ 기루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는데 그만 길을 잘못 잃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사와요~! 정말 실례되는 말이지만 길을 좀 여쭤보아도 될련지요~? "
뺨을 긁적거리며 조용히 두건을 내렸다. 잘 먹혔으면 좋겠는데... 가는 길에 뭣 좀 더 묻게.
***
왈패들은 연우의 얼굴을 보고 3초 정도 말이 없습니다.
"험험...무슨 일이십니까. 낭자."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를 깔고 문자까지 써가면서 제일 형님인 것 같은 이가 앞으로 나섭니다.
"길을 잃으셨다면 저희가 안내해드릴 수 있습니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수작질입니다.
***
2.3. 천마신교 ¶
- [송파련]
- 살랑살랑 나들이
- 몸의 시계는 해가 뜨기도 전에 맞춰져있다. 어릴적부터 약초를 캐서 장사를 하는 엄마랑 아빠가 그 시간에 일어나시는 것도 있고, 입마관에 들어가서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간만에 자는 잠이 꿀잠이었다.
"으...안돼... 파련이는 먹는 게 아니야요...안돼요 파련이는 밀떡이 아니얌!!"
쿠당탕! 도롱이 벌레처럼 이불에 꽁꽁 싸매인 파련은 결국 침상에서 굴러 떨어졌다.
"어으아. 아침..아치임..인가.."
# 힘세고 강한 아침!
**
파련이는 일어나다가 굴러떨어집니다!
쾅!
헉. 뼈가 부러진듯한 아픔.....이지만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종합병원이라도 무림인! 굴러떨어진 것으로 골절은 없겠지요. 무림인이 아니었다면 그랬을지도...
오늘은 약속이 있습니다. 친구 배주혁이 아침부터 보자고 징징거려서 어쩔 수 없네요! 만나러 갈 수도, 약속을 째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아야야..아야야야..."
무림인이라 다행이다. 아니면 뼈가 부려졌을지도 몰라. 엄마랑 아빠한테 이 밑에 방석을 많이 깔아달라 할까. 파련은 고개를 들었다. 침대 위에..뭔가 많다. 방석..방석..그리고 방석. 바닥에도 깔아달라 하면 좀 그렇겠구나.
"으."
오늘 주혁이가 만나자고 했는데. 파련은 쭈욱 기지개를 켜곤 미적미적 미리 준비된 세숫물이 담긴 쟁반을 가져온다. 이후 세수도 하고, 양지와 벚꽃 말린 가루를 이용해 이도 닦고, 머리도 빗고, 향유도 바르고, 새로 산 소맷단이 넓고 검은 비단옷과 홍옥으로 된 장신구도 끼고..
"음! 오늘도 예뻐!"
여차저차 준비완료!
"엄맘마 아빱빠 파련이 다녀올게용!"
# 만나러 갑시다...
**
배뭐시기를 만나러 갑니다!
"야! 늦었잖아!"
배주혁은 며칠간 씻지 못해 떡진 머리카락과 듬성듬성 난 수염을 긁으면서 이제 막 도착한 파련을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거 참 늦을 수도 있지 왜그런담?
"아. 아무튼. 너 입마관 졸업하고나서 근무지 배정 아직 안받았지?"
어케 알았누.
**
"뭐~래. 꾸미느라 좀 늦은거거든! 힝이다 힝. 아주 힝이야 이 바보야!"
너는 안꾸며서 모르겠지! 파련은 소맷단을 파닥거리며 같이 불만을 표출했다. 사람이 늦을 수도 있는 걸 가지구 그래!
"웅, 그런뎅?"
어떻게 알았지? 파련은 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
"왜~? 파련이 내당 들어가게 해줄라구? 근데 너 외당 아니었나~?"
# 왜왜 모슨129
**
"?"
배주혁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건 안되고. 대신에 우리 오화단에 들어올래? 너 오면 내가 잘 챙겨줄게. 나 이래뵈도 이번에 부대주 되서 한 명 정도는 꽂아줄 수 있거든?"
이것이 중세의 천거?
**
외않됀데?
"웅. 파련이 그런거 몰랑. 그리고 무림이랑도 안 맞는다구."
파련은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렸다. 천거라니! 파련이는 일단 백치처럼 몰라몰라를 시전했다. 그 깊은 내면에선 잘 챙겨준다고 해도 그 의도도 모르고 부대주가 되어 꽂아준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수에 그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싫다 생각하였을 것이다.
# 일단 에둘러 거절해용..
**
"너 어차피 금방 배정받게 될텐데...어딜 갈 줄 알고?"
배주혁이 다시 한 번 설득을 시도해봅니다!
"이상한데 떨어져서 개고생하는 것보단 나랑 같이 일하자니까?"
**
파련은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고 마냥 모른다는 눈치로 응히히 웃었다. 설득을 시도하는 모습에 잠시 고민하듯 음~ 소리를 내던 파련이 가늘게 눈을 떴다.
"네 제안도 천마님께서 파련이를 어여삐 여기셔 주신 기회라 생각하면 옳다고 생각해. 하지만 파련이는 무림과 맞지 않는 여린 성정을 가진 걸 주혁이도 알잖아잉.."
일단 여기서 좀 슬프고 힝구한 표정 좀 지어주고.
"파련이느은...친한 친구인데 같이 있는 곳에서 다치거나 서로 책임을 묻고 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설령 파련이의 앞날에 고난이 있더라도 그것 또한 천마님께서 파련이를 제련하시는 일이겠지...흑흑!"
소맷단으로 아예 얼굴을 덮어 가려본다.
# 훌쩍훌쩍..눈물연기를 시도해용
**
"...너 어릴적부터 봐왔는데도, 우는 연기는 아직도 적응을 못하겠어."
이런! 배주혁은 파련이의 소꿉친구입니다!
"내가 볼 때 너는 그 누구보다 자질이 있는데....너 맘에 안드는데에 전출갈 수도 있다니까?"
**
"에이..안 통하네..평생 적응하지 않는게 좋을걸~ 파련이 다른 공자랑 여식에게도 이거 막~ 쓸거라서."
힝구.
빼꼼 고개를 내민 파련이 응히히 웃었다.
"대체 왜 그렇게 파련이를 데려가려구 해! 말했잖아, 전출해도 천마님 뜻이니까 따라야 한다구. 너어, 혹시 흑심 품었니?! 아무리 파련이가 예쁘다지만!"
?
# 날 데려가려는 이유가 머야!
**
싸늘한 배주혁의 시선이 날아듭니다.
으..으응...미안...
"? 그거야 당연하잖아. 너가 일류무관이니까. 지금 우리대는 인력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고!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어!"
실력 때문이라는거군요!
"그리고 음. 너네 집은 좀 잘사니까...하하하."
얼버무리지 마 이자식아!
**
"우웅..미안.."
일류는 이해 하겠는데..정말이지 저걸 친구라구...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린 파련은 이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은 해볼게. 물론 정말정말 생각만 해볼 거야. 난 너 눈 앞에서 다치는게 싫다구! 그러니까 파련이 갈래."
# 앙녕..하고 ㅌㅌ를 시전해봐용
**
파련이는 도망칩니다!
어! 야! 야!
뒤에서 배주혁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해버렸습니다.
음, 날씨가 상쾌하니 참으로 좋군요! 어디로 가볼까요? 생각해놓은 곳이 있나요?
**
아! 날씨 좋다! 이런 귀한 날씨를 주혁이에게 허비할 수는 없다. 왜냐면 주혁이는..요즘 나한테 쪼끔..관심이 많아..아무리 파련이가 자칭타칭 바보에 멍청이라도 그건 알 수 있었다. 쟤는 내 돈을 보는 걸지도 몰라! 만약 그걸 숨기지 않는다면 머리끄댕이를 쫙쫙 잡아 늘려서 그 떡진 머리를 진짜 떡으로 만들어주거나 해야겠다.
"객잔객잔~"
파련이는 경쾌하게 소맷단과 치맛단을 팔랑이며 객잔의 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손님 받아랑!"
# 객잔에 가용!
**
파련이는 귀여워!
손님 받아랑!
쿠쾅!
파련은 객잔 문을 부숴질듯이 벌컥 열고 들어갑니다.
"아이고! 나으리! 어서오십시오! 무얼 드릴깝쇼???"
곧바로 점소이가 튀어나와 허리를 굽신굽신거리며 물어옵니다!
파련이는 무려 일류무관! 미지정이지만 어쨌든 일류무관입니다!
**
귀여운 나! 오늘은 귀여움이 무려 두 배! 파련은 응히히 웃으며 점소이에게 살랑살랑 말을 붙였다.
"이잉 말 편하게 해주시어요! 오늘은 술이 그렇게 당기지 않으니까~ 설병과 말리화차로 부탁드려용, 파련이 마음 아시죠?"
그리고 잔망스럽게 윙크를 하며 은잔을 꼬옥 쥐어주는 것이다.
# "좋은 정보도 있으면 사고 싶은데에."
**
"아하하...객잔에서는 그런것은 취급하지 않습니다요...나리..."
점소이가 땀을 삐질거리며 설병과 말리화차를 주방에 외칩니다.
정보는...객잔에서 못사나보네요!
**
꺅 수치스러워! 지금이라도 쥐구멍을 파서 그 안에 들어가서 쥐랑 담소나 나누고 싶은 심정이다. 파련이는 히잉. 하고 운을 떼었다.
"뭐라도~ 뭐~ 재밌느은 소문이라도~ 듣고 싶었는데에.."
힝구~ 하면서도 파련이는 또 자리에 뽀다닥 앉았다. 왜냐면 정보도 중요하지만!
"에휴에휴, 주혁이랑 얘기하면 꼭 진이 빠진다니까아."
# 맛있는 설병도 중요하니까..
**
파련이는 맛나는 설병을 먹습니다!
얌냠냠! 욤뇸뇸!
맛있게 먹는 파련을 보는 수많은 시선들...
물론 다가오지는 못합니다.
아 ㅋㅋ 일류무관을 건드리는 미친놈이 있다? ㅋㅋ
**
옴뇸뇸뇸뇸! 설병이랑 차는 역시 좋은 조합이다. 이따가 나가면 짠 것도 먹어야지. 단거 먹고 짠거 먹고 단거 먹고 짠거 먹으면 그게 최고의 조합 아니겠는가.
"오잉?"
파련은 양 볼이 빵빵한 상태로 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 욤뇸뇸뇸뇸...꿀꺽.
"모얌? 할 말 있는 사람 거수! 파련이랑 대화할 사람!"
# ?
**
다들 눈을 피합니다!
호엥...파련이...너무 서글퍼...
**
"히잉..."
아무도 없어...이렇게 파련이랑 대화할 사람이 없다구..?
"이렇게 예쁜 파련이랑 대화할 사람이..없다구..?"
# 힝구...마저 먹고 사람 없음 일어나용...
**
힝구.....
킹치만...파련이...일류무관인걸...? 부채로 사람 목을 슥슥삭삭 할 수 잇는골....
마저먹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힝...
파련이에게 다가올만큼 용기있는 친구들이 없는 객잔이었습니다. 쯧!
- 범 내려온다
- 파련이가 부채로 목을 슥삭삭 할 사람으로 보이시나용?!
하지만 맞다... 천마님을 위해서라면 쓱싹싹 한다구.
"안뇽안뇽 담에 또 봐요!"
객잔을 나왔으니.
"천마님께서 계시를 주셨어요!"
방방!
"삼! 삼!"
# 기연 샀다! 그럼 뭐냐! 만남이다! 삼 캐러 산으로 가용!
**
삼을 캐러 산으로 갑니다!
부모님에게는 당연히 우리 얼라 귀염발랄뽀작한 파련이가 간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류 무관인데 뭔 일이 있겠어요? 웬만한 것들은 죄다 썰려나갈텐데요!
...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산천초목이 벌벌 떱니다.
쿵.
쿵.
쿵.
쿵.
한 번 발자국을 옮길 때 마다 지진이 일어난듯 땅이 울립니다.
저 멀리에 보이는 푸른 안광. 어슴프레 보이는 흰 가죽과 검은 줄무늬.
파련은 공포에 질린채 이를 달달달 부딫히기 시작합니다.
- 크르르르르르르......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파련은 뒷걸음질 치다가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부상 1단계를 입습니다.
그렇습니다.
파련은, 이 산의 산군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좋은 삼을 캐서! 장사를 하고! 돈을 벌고! 엄맘마랑 아빱빠한테 효도 해야지. 사슴이 나타나면 잡아서 팔아야지! 파련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산을 올랐다.
"산중 호걸이라하는~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각색 짐승 공원에...?"
왜 나무가 떨리지? 이건 무슨 소리지? 쿵쿵..쿵..? 어? 아니..어?
"어어아..?"
진짜 부르면 오는 거야? 몸이 호달달달 떨렸다. 무시무시한 이 소리는..아니, 저 크기는 뭐야?! 파련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아야."
오늘은 운이 없네. 파련이 삼을 캐려던 바구니를 꼬옥 끌어안고 입가를 가렸다.
"안녕하세용 호랑님...혹시 생신이세용...?"
이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튀면 죽겠지? 엄청 큰 앞발에 모가지가 똑딱 따이거나 머리를 와악 물리거나 그러겠지? 부채가 어딨더라? 부채가...
# 쟤 친화력 통해용..? 일단 말 좀 걸어볼게용 안 되면 뭐 어쩌겠어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
거대한 백호는 바구니를 꼬옥 끌어안은 파련이에게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 위압적인 태도와 모습이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을 뒤집어까고 기절을 하기에 충분히 공포스러운 모습입니다.
일류무관인 파련이는 강력한 정신력으로 버팁니다.
- 크르르릉...
백호는 파련이의 눈 바로 앞에 자신의 거대한 머리를 들이밉니다. 머리 하나가 파련이의 몸통보다도 훨씬 커 보이는군요.
부채는, 허리춤에 있습니다.
앗. 그런데 생신이라면 선물을 줘야하지 않을까요?
**
엄청 크다. 저렇게 큰 호랑이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지? 파련의 샛노란 눈이 동그래졌다. 머리도 엄청 크고, 이런 산군님이 계시다고 왜 엄맘마랑 아빱빠는 알려주지 않았을...알았으면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파련이가 여기 존재하지도 않았겠지..
"생신 축하합니다..생신..축하합니다..? 사랑...? 하는 호랑님..? 헉 생신이시구나! 진짜 축하드려요!"
그러면 생신..선물...선물...
"선물로 사냥의 귀찮음을 덜어드릴까용...? 파련이는 맛이 없구..어..사슴을 잡아드릴까용...?"
선물!
"아니면 원하시는 선물이 있으신..가요?"
# 선물..고기..? 뭐지? 뭐지?
**
백호는 아무런 말도 없이 파련을 그냥 쳐다보고 있다가...
후릅.
입맛을 다십니다.
아, 안돼요! 파련이는 맛이 없어요! 짠 맛만 나구 텁텁하기만 할거에요! 이 긴 머리카락을 보세요! 분명 씹다가 이물감 때문에 뱉게 되실거라니까요? 근육과 굳은살이 박힌 손과 발을 보세요! 쫄깃하지도 않구 퍽퍽하기만 해요!
아무튼 파련이는 필사적으로 호랑이가 좋아할 법한 생일 선물을 떠올려 봅니다.
....뭐가 있지...?
아!
삼!
산삼은 어떨까요?
근데 호랑이도 삼을 먹나? 아 몰랑 아무튼 주면 먹겠죠!
**
"끼야앙! 파파파파파련이는 맛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 퍽퍽하구! 또! 이물감도 있고! 또...또 아 안돼! 이렇게 예쁜데 아직 연애도 못해보고 죽고 싶진 않다구요!"
고기는 안되겠고, 삼! 삼! 호랑님도 뭐 삼을 좋아하시겠지. 횡설수설 얘기를 꺼냈다.
"귀한 삼을 캐다 드릴게요!!! 자, 자 들어보세요..호랑이가 무슨 풀 뜯는 소리냐 하시겠지만 황산(黃山)의 우뢰 같으신 산군님께서, 더욱이 강해지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어요? 혹시 모르죠! 파련이가 귀한 삼을 캐서 드셨더니 더욱이 기운이 좋아지시고 그 찬란한 털에 윤기가 더욱이 빛나면서…"
소근소근..
"그, 남자한테도 여자한테도 차암 좋다던데...홍홍홍."
그러니까 파련이가 삼을 캐다드릴게용...하며 바구니를 꼬오옥 끌어올렸다.
# 삼 드릴게요 삼노예! 나는 삼노예!!!
**
백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련이는 재빨리 삼을 찾기 시작합니다!
.
..
...
....
.....
.....!
산삼을 하나 찾았습니다!!!
**
허어억 삼으로 살려주신다니 이건 멍멍이 야옹이 두마리가 한꺼번에 안기는 것 만큼 엄청난 이득이지!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용!"
파바박, 파바박. 8살때부터 했으니 근 9년동안 삼을 캐온 실력을 보여주겠어용! 땅을 판 파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헉."
이거 팔면 돈 되겠지. 근데 내 목숨값보단 덜 비싸겠지. 귀여운 파련이는 이정도로 만족해야할까. 이걸로 만족하실까.
"천마니이이임 파련이 죽고싶지 않아용.."
으헝헝...
#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호랑님 삼 두개! 두개두개!!!
**
일단 하나를 구했습니다.
더 구하기는 어려워 보이니, 파련은 털레털레 산삼 하나를 들고 백호에게 가져다 내려놓습니다.
백호는 그 큰 입을 벌려 산삼을 입에 물고는, 파련이 옆에 털썩 주저 앉습니다!
띠용!
그러더니 산삼을 우적우적 씹기 시작합니다.
......
파련이는 숨도 제대로 못쉰 상태로 얼어 있습니다.
그 때, 백호가 전부 먹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어린 인간의 아이야. 삼이 제법 맛이 나는구나. 내 생일인건 어찌 알고 이리 찾아와주었는지 모르겠으나...
- 종종 찾아오거라. 내 오래 홀로 지내 말벗이 필요하구나.
- 말벗 노릇을 해주면 내가 가끔 도움을 줄테니. 거절하지 말아다오.
라고 말을 합니다!!!!!!!
**
하나 더는 불가능하겠구나...이거라도 드려야지. 혹시 뿌리 하나라도 상할까 조심조심 흙을 털었다. 그리고 오들오들 떨며 삼을 진상하니..
"헉."
삼을 드셨어. 괜찮겠지. 내 오른손도 드신 건 아니겠지? 오른손 살아있네. 꽁꽁 얼어붙은 모습으로 호랑님을 지켜보던 파련은 이내 금빛 눈을 환하게 뜨더니 빵끗 웃었다. 살았다! 살았다! 살았어! 그런데 친구까지 해주신대! 파련이 지을 수 있는 미소 중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 친구가 생겼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정말 찾아와도 돼요? 호랑님 최고! 파련이가 꼭 자주 찾아와서 말벗도 해드리고..읍내의 맛난 것도 가져다드리고..또..또...좋아요! 좋아요!! 살려주신 것도 감읍할진대 말벗이라니! 어떻게 파련이가 거절하겠사와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생신 축하드려요! 라며 파련은 소매를 포닥포닥 움직이며 잠깐 눈치를 보다 산군을 조심스럽게 안아보려 했다. 누구나..꼬옥 안아주면 좋아한댔어...
"오늘은 천마님께서 호랑님을 만나뵈라구 여기 오라 하셨나 봐요! 응힝힝.."
# 호랑님 채고 호랑이 친구 채고
**
안아보기까지는, 아직 친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음. 조금은 내외할 필요가 있겠구나. 인간의 아이야. 아직 어려 인간 사회에 대한 지식이 혹여 부족하거든 네 부모에게 묻고 오너라.
매몰차게 안는걸 거절당해버립니다!
- 나는 이 산을 다스리고 있는 입장이니라. 지금 무언가 일이 생긴듯 하니 움직여 봐야겠구나.
파련이는 백호와 함께 갈 수도, 그냥 집에 가고 나중에 만날 수도 있습니다!
**
"히잉...네에에에...조심할게요..."
아직 안는 건 안 되는구나...동네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선 안아주시면 어이구 우리 손녀 하고 좋아하셨는데. (●ó⌓ò●) 스러운 표정을 짓던 파련은 양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렸다.
"일이 생겨요? 파련이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다. "이렇게 보여도 교국의 무인이어요.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고 싶사와요."
# 따라가도 괜찮나요 백호님? (๑•‿•๑)
**
- 네 나이 치고는 꽤 큰 기운을 가지고 있지만, 네가 돕기에는 어려운 일이로다.
백호는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따라와 보는 것 정도는 상관없겠지. 하지만 태워줄 수는 없으니 조심히 잘 따라와야 하느니.
그러고 백호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파련도 함께 달립니다!
백호는 마치 축지법을 쓴 것 처럼 한 번 발을 내딛을 때 마다 수 장의 거리를 앞서나가고, 파련이는 간신히 쫓아갑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 크르르르...
그런데 백호는 허공을 노려보며 살기를 마구마구 풍깁니다.
**
파련이가 돕기에 어려운 일이라고요? 설마 엄청 거대하고 크고 크아악 울부짖는 용이 나타났다던가 그런 건가?! 파련은 잔뜩 긴장하다 고개를 끄덕이곤 호다닥 백호의 뒤를 쫓았다.
허억, 엄청, 엄청 빠르셔라. 호다다닥 뛰어간 뒤 도착하니, 아무것도 없고..어어? 왜 아무것도...
"뭔가… 있나요?"
용인가? 아니면 설마 귀신?! 히익! 귀신은 싫은데!
# 설마 진짜 용 내려오나
**
??
파련이가 아무리 살펴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 어흥!!!
그런데 백호는 신경질을 내며 으르렁 거리고 있군요.
머선 129...
**
머슨..머슨129? 주변을 살펴도 없는데 뭘 보고 어흥..정말 귀신인가?! 우리 호랑님 괴롭히지 마라!
# 아주아주 무서운 뱁새처럼 허공을 노려봐용!
**
파련이는 매서운 뱁새마냥 허공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 ...거기가 아니다.
백호가 그 커다란 머리를 살랑살랑 젓습니다.
에헷. 귀여운 나의 실★수
아무튼, 대호와 뭔가의 으르렁거리는 신경전은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파련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검기라도 피워볼까요?
**
"여기가 아니었어요..?!"
응힝힝 귀여운 파련의 실★수...는 신경전이 절정을 향해 치닫자 어떻게 할 지 고민하더니, 부채를 허리춤에서 슬쩍 꺼냈다.
검기라도 피워보자..!
# 내공을 담아 부채에 기를 둘러용! (18/20)
**
부채에 기를 피웁니다! 말 그대로 선기!
백호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갑작스레 바람이 크게 붑니다.
....
- 갔다. 끝났으니 내공을 갈무리 해도 좋다. 인간의 어린 아이야.
끝났나봅니다!!
- 네 도움 덕에 빨리 끝낼 수 있었구나. 그래. 내기는 영령도 상처입힐 수 있는 법이지.
**
부채에 기를 피우자 바람이 불었다. 순간 감긴 눈을 더 꼬옥 감고는 호랑님의 말에 내공을 갈무리하며 부채를 다시 허리춤에 매단다.
"귀신님도 가셨어요? 다행이어요!"
소매를 파닥파닥 하던 파련은 응힝힝 웃었다.
"그런데 어째서 호랑님? 산군님? 백호님?을 위협하는 거예요?"
# 갸우뚱!
**
- 아직은 네가 알만한 일이 아니니. 천기가 허락치 않는다.
백호는 단호히 고개를 젓습니다.
- 이제 시간이 늦어가는듯 하니 내려가는게 좋겠구나.
일단은 이별의 시간입니다! 이별의 있다면 만남도 다시 있는 법! 백호는 파련이 만나고 싶다면 제법 자주 만날 수 있을겁니다!
- 청해
- 엄맘마랑 아빱빠한테 뭐라고 말하지? 엄마! 아빠! 나 친구가 생겼는데 호랑이야! 말을 해! 라고 하면 분명 뒷목을 잡고 기절하시겠지...이 일은 비밀로 해야지. 히히 비밀친구친구.
"밤이다!"
그럼 이제 뭘 할까! 바로바로.
# 뒷마당에서 수련갑시다 승봉홍엽서화 수련
- 4성 봉封 : 부채를 쫘악 펼치 휘두릅니다. 내공을 소모해 잠시동안 지정한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을 수 있습니다.
**
속박! 강해졌다! 함락!(?)
파련은 부채를 촥! 멋들어지게 거두곤 집 안으로 룰루랄라 뛰어갔다.
"엄맘마 아빱빠!!!!! 딸랑구 강아지 파련이 씻고 잘거얌!! 저녁뽀뽀 음뫄음뫄!!!!!!"
# 자고 일어나기로 해용...아침이 밝으면 김캡이 퀘스트를 던져주지 않을까...(?)
**
자고 일어납니다!
짹짹!
새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얘야! 편지가 한 통 왔더구나!"
앗, 편지!
**
음! 힘세고 강한 아침..오늘도 천마님의 은혜가 아주 철철 넘쳐나는 하루구나! 아침 기도를 올리고, 또 양치도 하고, 세숫물로 세수도 하고...
"편지요?"
우다다! 소매가 긴 비단옷으로 갈아입은 파련은 문을 열고 뛰어나온다. 연서인가? 아니면 친구? 아니면 발령..서는 아니겠지 설마?
# 편지!! 누굴까?!
**
발령이 났습니다! 파련이는 이제부터 외당 서열 5위, 청해단에 소속됩니다!
【 외당 청해단 】
외당 서열 5위. 아래에 운청대, 갈천대, 홍백대가 소속되어 있다.
단주는 둔언왕 벽계상으로 둔언벽가의 가주이다.
청해단은 곤륜파에 대응하는 습격, 타격, 기습, 전면전, 방어전, 침투, 암살, 공작 등. 곤륜파와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한다.
근근히 벌어지는 곤륜파와의 전투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상자를 내는 편이며 남방총분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
"..."
이 귀여운 파련이는 무림과 맞지 않아요. 아주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파련이는 외당에 맞지 않는다고 듣고 있습니까 천마님 제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 것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두시간 생각하고 저 멀리 서역까지 걸어간다 하는 시간이 있더라도 이건 좀.
파련은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리며 홍홍홍 웃었다.
"엄마..아빠..저 발령났는데요..."
엄마랑 아빠도 지금 문젠데 산군님께 어떻게 말씀드리지...말벗 해드려야 하는데...
# ㅎ..발령났어요...라고 말..해보아요..
**
부모님은 굉장히 기대하시는 얼굴로 파련이를 쳐다봅니다!
자.
어서 말해!
외당, 그것도 최전선으로 발령났다고!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으란 말이야!!(???
**
"..."
기대하시면 안 되는데..파련은 입술을 몇번 오물오물 말을 뱉으려다 말듯 씹었다 뗐다를 반복한다.
".....천마님께서 파련이를..아주..사랑...하시나봐요...."
...울망!!
"파련이...최전선..으로..가요.."
이것이..최전방 발령난 군인의 심정..?
# 엎질러졌다 my water
**
부모님의 얼굴에는 짙은 수심이 어립니다.
"그...그래...교국에 충성할 수 있는 길이니 어찌나 좋은 일이니...응...그럼...그렇구말구..."
그리고 애써 파련이가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밝은 모습을 보여주시려 하시는군요.
어쩌겠습니까.
이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다-갓 놈이 잘못한 것이죠!
난 몰라...모르는 일이야...
**
뱀 혼혈이랑 폐관보이는 좋아했으면서 어째 여캐 내니까 이렇게 수직 하강을 함? 다갓 이거 편파 아님? 다갓 분노조장 어장으로 불러야 하는 거 아님? 하는 생각을 파련이는 꾹꾹 눌러담는다.
"엄맘마 아빱빠 너무 걱정하지 말구..그러니까, 파련이가 엄청 큰 공 세워서!! 엄청 출세해서 올게요. 새끼 손가락 걸구 약속. 약속!!"
부모님 가슴에 어떻게 이런 대못을...빨리 속죄해야한다. 파련은 부모님을 달래려 하며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렸다.
"...그, 잠깐, 파련, 파련이. 다녀 올게요. 머리. 머리도 식히고...그리고.."
# 부모님 달래드리고 백호님 만나러 가요....
**
백호를 만나러갑니다!
- 무슨 일이더냐?
백호산군을 모시는 사당에 가서 파련이가 기도하는 척을 하자 과연! 백호가 나타납니다.
**
"산군니이이이임..."
눈물이 그렁! 하지만 파련이는 울지 않았다. 엄마 아빠 앞에서도 울지 못했는데 어떻게 산군님 앞에서 울겠는가. 파련이는 넙죽 절을 했다.
"산군님의 말벗이 되어 드리고 싶었는데, 그랬는데, 이 못난 파련이가 최전선으로 발령이 나고 말았사와요..."
훌쨕. 눈물을 겨우겨우 참은 파련은 오들오들 떨며 말을 이었다.
"사람을 보내어 주마다 편지라도 보낼까 하였으나 그것으로 기뻐하시지도 않을 것 같고, 만나서 대화를 하여야 더욱 심심하지 아니하실 것 아니어요..."
# 힝구힝힝구 용서해주시어요...
**
- 그런 것이더냐.
백호는 별 일 아니라는듯 웃습니다. 근처의 나무들이 덜덜 떨립니다.
- 걱정 마라. 네가 날 보고자 한다면 날 볼 수 있을테니.
??
아무튼 걱정 말랍니다!
**
훌쨕! 파련은 고개를 뽀짝 들곤 처연한 소녀의 표정을 가리기 위해 소맷단으로 입가와 코를 가렸다. 나무가 떨리는 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저, 정말요? 파, 파련이는 산군님의 약속을 깨서 산군님께서 혼자 외롭게 계실까봐..."
다행인데..다행인데...힝힝헝헝..
"다..다행이어요...그래도 몸 조심하시구 건강하셔야 해요..."
꾸벅...가기 전에 챙겼던 산사나무 열매를 드리고 가야겠다...
# 주혁아..!!! 누나랑 얘기 좀 하자!!!
**
산사나무 열매를 드리고, 배주혁을 만나러 갑니다!
"무슨 일이야?"
배주혁은 여전히 바쁜듯 제대로 씻지 못한 몰골로 파련이를 맞이합니다!
**
"주혁아. 놀라지 말고 들어."
심호흡을 한 파련은 씻지 못한 몰골에 곧 나도 저리 되겠거니 생각했다. ...머리를 단발로 칠까? 그런데 머리카락을 함부로 잘라선 안 될 텐데.
아무튼.
# "이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운 송파련이 외당 최전선으로 발령됐다."
**
배주혁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럴 줄 알았지. 그러게 나랑 같이 일하자니깐. 어디로 발령받았는데? 최전선이 어디 한 둘인가."
그는 살짝 꼬시다는듯 놀립니다.
하하.
듣고 놀라지나 마렴.
**
갑자기 짜증이 픽 치밀어오른다. 지금 꼬시다 그런 느낌이었지? 에잇 받아라, 꼬순 주먹!
내공도 담지 않은 애교스러운 솜주먹으로 빡! 하고 주혁이의 팔을 치려 하며 파련은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리곤 눈치를 봤다.
"청해단."
# 그래 서열 5위 거기.
**
"악!"
배주혁은 팔을 움켜잡고 엄살을 떱니다! 아니! 이 귀여운 파련이의 주먹이 매콤하면 얼마나 매콤하다구!
"뭐? 청해단?"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배주혁은 경악하더니, 곧 측은한 얼굴이 되어버립니다.
"어휴...몸 멀쩡히 돌아오란 말도 못하겠네. 숨만 붙어서 돌아와라..."
**
"엄멈머, 이게 왜 엄살이래. 파련이 주먹이 얼마나 고양이 앞발바닥 솜주먹인데."
그리고 고양이 앞발바닥으로 맞으면 더럽게 아프지. 그 말은 쏙 빼먹는다.
"너어어, 그럴거야? 난 몸 멀~쩡히.."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뭐, 살겠지. 살아야만 하지.
"살아 돌아올 거니까 너무 걱정 말구. 기별 해주기야. 약속. 나중에 공을 세우면 네 덕이라고도 해줄게."
#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해보려 해용!
**
떨떠름해하는 배주혁과 파련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합니다!
약속 못지키면 이 새끼 손가락은 잘려나가고 없는 것이여잉...
아, 아니 이게 아닌데.
"....그래. 꼭 몸 성히 돌아와라. 죽지말고."
**
손가락은 없는 것이여잉...곤륜파를 내 싹 쓸어버릴랑께..
"으응. 너무 걱정 말구. 내가 나중에 이상한 거 보내도 놀라지 말구."
꼬옥 안아주려 하고는 그가 얌전히 안긴다면 응힝힝 웃을 것이다.
"나 갈게, 안녕!"
# 꼬옥..빠빠이..이제 짐 챙기러 집에 돌아가요...
**
파련은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깁니다!
....더 할 행동이 남아있다면 지금 해두도록 합시다!
**
...백호님 만나뵈었고, 부모님 달래드렸고, 주혁이랑 대화했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자. 그래, 편지를...천인공노할 일이지만...
붓과 먹, 종이를 준비하여 한글자씩 적어내린다.
어머니와 아버지께. 알려야지.
금빛 눈이 여실히 휘었다.
—어머니, 아버지. 소녀는 기실 청해에서...
(중략)
어머니와 아버지께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아니할 것이며, 필히 살아 돌아와 은혜를 갚겠나이다.
# 엄맘마와 아빱빠께 사실대로 고하는 편지를 써요.
그리고, 드리고 떠나기로 해요.
**
부모님은 잠깐 마실을 나가셨습니다. 돌아오신다면 편지를 발견하시겠지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청해로 떠나시겠습니까?
**
# 떠납니다.
**
청해 방면으로 이동합니다!!
.
..
...
....
.....
천마궁이 있는 천산 산맥의 성벽만큼이나 높은 둔언시의 성벽이 눈에 보입니다.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통행을 허가 받으려 대기 중입니다. 파련은 당연히 그들 모두를 제치고 당당히 가장 앞으로 갑니다.
문지기가 파련을 막아서지만, 파련이 보인 신분패에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통과시킵니다.
곧바로 청해단 본부로 가시겠습니까? 둔언시를 살짝 구경하시겠습니까?
**
# 이렇게 된 거 주변을 살핍니다.
근데 호사가 특성은 자동으로 쓰이나용?
**
이렇게 뭔가를 살핀다, 알아본다, 기억을 떠올린다, 아는걸 생각해본다.
등의 행위를 했을 때 사용되는거에용!
주변을 쭈욱 둘러봅니다!
호오. 저건 둔언시의 명물이라는 옛 목책입니다. 저기가 왜 명물이냐면...
"올라와라! 이 개자식아!"
혈기 넘치는 청년 하나가 중년 남성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그, 그만해요! 제발! 제발! 내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그런 청년의 다리를 부여잡고 우는 여인 하나.
저 목책 위는, 둔언시의 합법적인 결투장이기 때문에 명물입니다.
**
아, 저건 명물이네. 파련은 소맷단을 모아 꼭 황제 앞의 관리처럼 손을 가리고 청년과 여인쪽을 향해 걸어가려 했다.
"저기이..."
높지만 탁한 톤의, 속삭이는 목소리. 감은 눈이지만 멋쩍다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있다. 파련이 노래하듯 예의 바르고, 조신히 물었다.
"무슨 일이어요..?"
# 왓헤픈?
**
여인은 파련을 보고 다급히 달려와 양 손을 붙잡습니다.
"제, 제 잘못이어요...제가 하룻밤을 실수해버린 나머지...제 연인이 저도, 그 상대도 죽여버리겠다고...."
....??
**
세상은 넓고..기상천외한 일은 많구나...네 눈이 천천히 뜨이나 싶더니, 이내 동그랗고, 아주..커졌다.
"○0○...?"
이건...뭐지? 말 그대로 사랑과 전쟁인가..? 네가 눈치를 보더니 눈을 다시 감는다.
"그 실수가 어쩌다 일어나셨는 지 제게만 말씀하여 주셔요. 입모양이라도 괜찮으니."
내공으로 청력과 시력을 돋군다. 여인을 면밀히 살폈다.
# 진짜..인가요..? 내공으로..그..진짠지 살펴봐요...ㄹㅇ임..? 내가..내가 뭐 도울 일은 없고..? 어..???
**
일류 고수의 눈썰미에 내공이 더해집니다! 일반인의 거짓 정도는 어린아이 손목비트는 것 마냥 쉽게 간파할 수 있을겁니다.
"그, 그러니까...제 가게 사장님과 제가 술을 먹다가...그만 실수를 하여..."
?
눈썹이 떨리고 동공이 멈추질 않습니다. 호흡이 거칠고 심장이 너무 빨라지는군요. 혈류의 속도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저 여인은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
파련은 조용히 한 걸음 다가와 여인의 손을 잡아주려 했다. 따뜻한 손이 진정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파련이 고개를 살짝 앞으로 기울여 여인에게 속삭이려 했다. 참으로 탁하고 조용한, 짐승의 읊조림이었다.
"거짓은 좋지 않습니다. 진실조차 알리지 못하고 속에 담아 이 하계를 떠나면 얼마나 원통하겠는지요. 하니,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잘 것 없는 무인이오나 힘은 있사오니, 부디 기실을 고하시어요."
원이 있다면 직접 해결해드리겠사와요. 파련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낮게, 재촉했다. 파련의 눈이 가늘게 뜨여 금빛 눈동자가 여인을 조용히 마주한다.
"누가 잘못했나요? 언니가? 아니면 간수조차 못하고 멋대로 휘둘린 아랫도리가?"
# 파련이가 나서겠다 약속해보려 해요...
- 사랑과 전쟁
- "저, 정말로 한 순간의 실수....실수입니다..."
거짓입니다.
파련의 모든 신체기관이 이 여인이 거짓을 말한다 고함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거짓으로 말하고 있는걸까요?
**
대체 무엇이 거짓일까. 이 여인은 무얼 숨기는 걸까. 찰나의 실수라면 무엇이 거짓일까? 파련은 골똘히 고민하다 눈을 감았다.
"허면 둘 다 소녀가 더 큰 악으로 단죄하면 되온지?"
그게 언니가 원하시는 일이어요? 파련이 응힝힝, 하고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난데없이 입을 다물었다.
"내 다시 말하도록 하지. 거짓은 좋지 아니하다 하였소."
고양이처럼 입꼬리가 귀엽게 올라갔다. 동그란 오목눈이 처럼 사랑스러운 외모와 달리 벼려진 어조였다.
# 진실이 뭘까용..옥골선풍과 친화성의 시너지로 마음을 좀 흐물흐물하게 풀어볼 수는 없는 걸까용?
**
"저,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정말...딱 한 번. 실수했을 뿐인데...."
거짓.
거짓.
거짓입니다!
어떤게 거짓일까요? 문장 속에서 공통되는 단어들을 찾아봅시다!
**
한 번, 실수..
# 김캡 설마...여러번..밀회를 가졌나요..?
**
맞습니다!
그리고 다른 거짓도 남아있습니다.
**
# 모두의 기운을 모아서...설마 합의하의 밀회였나용?
**
합의하의 밀회는 맞습니다.
자, 정보가 어느정도 종합되었군요!
1. 한 번이 아니다.
2. 합의하에 가진 관계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실수라는 것도 거짓이 됩니다.
3. 실수도 아니다.
파련은 어느정도 정보를 획득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파련이 소맷단을 들어올려 응흥흥, 하고 웃음을 흘렸다. 한 번도, 실수도 아니고...
"차라리 저 남자에게 당했다고 하면 혼자는 살아남았을 터인데, 마지막 양심인지, 아니면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같이 가고 싶었는 지, 불명예가 두려웠는 지, 혹은 머리가 짧아 그정도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였는지.."
그리고 검을 빼든 남성을 향해 응큼하게 웃어보인 것이다.
"한 두번이 아니라는데요..공자아,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소맷단 사이로 철선이 번뜩였다. 무엇보다 상큼발랄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공자는 어찌하시길 바라시어요? 직접 손을 더럽히실 생각이어용? 악을 악으로 단죄하는 건 옳겠지마안, 지금은 분풀이가 될 지도 모른답니다. 차라리 다른 손을 써보시겠어요?"
# 오빠야, 슥삭해드려?
**
"내가 알아서 하겠소!"
청년은 그리 말하고, 여인은 새하얗게 질립니다.
"소, 소저! 저를. 저를 도와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소저!"
아 ㅋㅋ
**
"알아서 하신다면야."
그리고 여인을 돌아보곤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리곤 잉힝힝힝!!! 웃었다.
"으음...아무것도 모르는 일이어요. 파련이가 도와주겠다 한 언니는 진실을 고하는 언니였지 거짓을 고한 언니가 아니지요. 파련이는 세상 모르는 바보 멍청이지만 참과 거짓은 구별할 줄 아는..."
뇽홍홍잉힝힝!!
"교국의 무관이온지라. 부디 올라가시어용."
# 응힝힝 웃어용
**
파련은 지켜보기로 합니다! 잉힝힝힝!
"당장 올라와라! 이 더러운 자식아!"
그렇지만, 중년의 남성은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아. 호사가로서 이런 걸 또 놓칠 수는 없지요. 만약 둔언시의 목책에서 누군가가 비겁하게 도망칠 경우에는 말입니다.
주변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잡아와서 강제로 세워도 문제가 딱히 되지 않습니다.
**
도망가네. 파련이는 나중에 저렇게 배짱없는 남자랑 결혼하고 싶진 않다. 교주님의 첩이라도 되고 싶지만 일단 받아주지도 않으실 것 같고...히이잉이다. 아주 히이잉. 결혼 못하면 뭐..미혼인 채로 살지..힝구.
"엄마야! 비겁해라."
쫓아가서 잡아와야지!
# 쫓아용!
**
파련이는 딱 세 발자국을 움직였습니다.
몸을 날리는데 한 번.
땅을 디뎌서 앞을 향하던 몸을 확 뒤로 돌아 목을 잡아챌 때 한 번.
그리고 목책앞으로 올라갈 때 한 번.
휙!
쿵.
"끄, 끄으으으...."
중년의 남성은 목책 위로 가볍게 올려짐 당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에 주변 구경꾼들이 신나서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감사하오."
청년은 파련에게 고개를 숙여보이곤 검을 중년 남성에게 던져줍니다.
"검을 들어라. 파렴치한아."
그리고 자신은 새로운 검을 꺼내드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
도망쳐봤자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파련이 손바닥 안이지! 쫑쫑쫑 사뿐사뿐 남성을 붙잡아 올려보내자 환호성이 오갔다. 파련은 양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리며 잉힝힝 웃는다.
"..으응?"
저 모습은...
# 구경하면서 남성의 검과 모습을 유심히 살펴요!
**
파련이는 검의 품새와 기세 등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저건.
상승무공! 그것도 청해단의 상승무공입니다! 무공의 이름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청해단에 소속된 무인들만이 배울 수 있는 상승무공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깜짝 놀라 관자놀이를 살펴봅니다.
태양혈이 툭 튀어나와있습니다.
...
그러니까.
절정고수, 청해단의 세 대주 중 하나입니다!
"죽어라!"
중년 남성은 벌벌 떨면서 검을 들었고, 대주는 단칼에 검과 중년 남성을 반으로 갈라버립니다.
"아...아아아아아...."
여인은 그 모습을 보곤 벌벌 떱니다. 윽. 어디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걸 보니 누가 지렸네요.
**
저건...상승무공? 그것도..잠깐만, 설마. 파련은 태양혈이 볼록한 자가 무엇을 뜻하는 지 알고 있었다.
"...세상에."
절정의 고수. 단칼에 남성이 잘려나가고, 누군가 지렸는지 비리고 기분나쁜 냄새가 난다. 파련은 응힝힝..하고 작게 웃었을 뿐이다. 요건 몰랐네.
"......대단하셔라아."
# 구경해용...
**
파련이 지켜보고, 대주가 이제 여인을 향해 칼을 겨누려 할 때.
휘가 등장합니다!
곧바로 사람들이 홍해처럼 갈라지고 휘는 목책 위로 올라갑니다. 아 여기는 그 곳이군요.
둔언시 전통의 투기장.
이 곳에서 벌어진 살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둔언의 법도입니다.
"...홍백대주 조원이 공자를 뵙소."
그리고 검에 피를 묻히고 있던 사내가 포권을 취하며 휘에게 인사합니다.
파련과 휘는 서로 시선을 마주칩니다. 이게 머선129?
**
"아휘 오라버니! 오랜만이에요!"
파련은 소맷단을 포닥포닥 흔들며 잉힝힝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처럼 꺄르르 응힝힝 웃더니 무슨 일이냐는 말엔 우응...하면서 운을 떼었다.
"그게요오, 저기 저 반토막 난 분이랑 여자분이랑 한 두번도 아니구 계~속 밀회를 저지르다 들통이 났다지 뭐에요. 그런데 도망치려길래 파련이가 꾸욱 잡아서 올려드렸더니 글쎄..."
소개를 듣곤 소맷단을 모았다. 그리고 급히 허리를 꾸벅! 숙이는 것이다.
"...저, 정당한 복수인 것 같은데 마저 쓱싹하시게 해주시는 건..."
# 쓱싹 허락해조...
**
파련은 휘에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벽휘는 이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정보 알게됩니다.
파련이 그렇게 말하자 홍백대주의 얼굴이 조금 풀립니다.
**
쓰다듬은 언제나 옳다! 잉힝힝 웃던 파련은 여인을 바라보곤 입을 뻐끔뻐끔 움직였다.
"악은 더한 악으로 단죄해야 궁극적인 선을 추구할 수 있어요, 언니."
안녕히!
# 팝콘팝콘
**
잉힝힝!
파련은 웃으며 여인을 내려다보고, 여인은 덜덜 떨며 검에 손을 가져가며 홍백대주를 쳐다봅니다.
"마...말했잖아요....정말이라구. 정말이에요! 딱 한 번 실수한거에요! 정말...술 기운에....!"
파련도 알 일을 대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모를리가 있겠습니까. 홍백대주는 아무말 없이 검을 겨눕니다.
"저는....억울해요...정말....날 사랑하긴...했나요....?"
여인이 검을 쥡니다. 그리고 곧바로 목이 달아납니다.
"너무 많이."
홍백대주는 여인의 목을 베어버리곤 곧바로 피를 털어버립니다. 그리고 파련을 보며 포권을 취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하오."
무뚝뚝하게 그리 대답하곤 홍백대주는 벽휘에게 눈짓으로 인사하고 목책을 내려갑니다.
- 원x공주
- 파련은 최후를 바라본다. 안타까운 사랑의 끝. 대주님은 분명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계시겠지. 위로해주기엔 한낱 미물이 어찌 말을 걸겠나. 때가 되면 조용히 말해드려야지. 괜찮을 거라고. 파련은 휘를 바라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로 발령 받으셨는데요?"
헉, 설마. 파련이 입을 벌리며 멍을 때렸다. 오라버니가, 오라버니가!
"같이 가실래용...?"
# 청해단 가용!
**
파련은 청해단으로 갑니다!
"새 단원이군. 반갑다. 본부 소속이지만 앞으로 우리와 자주 보게 될 게야."
두 대주들의 으름장이 이어집니다.
**
파련이는 대주님의 으름장에 응힝힝 웃으며 금빛 눈을 애교스럽게 깜빡이곤 꾸벅! 인사했다. 사랑스러운 소녀처럼, 그리고 한 마리의 파닥거리는 뱁새처럼.
"송파련이라 하여요, 허어억, 자주 뵌다니...그러면 누가 되지 않도록 여어얼심히 할게요!!! 부디 잘 부탁드려요, 대주님!"
예쁨받기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 꾸벅! 인사해요!
**
나름대로의 환영을 받습니다!
파련은 곤륜파에 대한 정찰, 습격, 정보수집등에 대한 임무를 받습니다!
**
임무 하러 가야지. 파련은 철선을 확인하곤 천천히 눈을 떴다.
...곤륜이라.
# 임무하러 갑시다...정보수집 하러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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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파가 있는, 청해로 이동합니다.
아무런 일 없이 청해에 도착합니다!
청해. 곤륜산맥이 있고, 곤륜파가 있는 곳. 중원 무림의 최전방!
그런데 어째, 사람들의 안색이 영 좋아보이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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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련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청해에 왔는데 다들 안색이 왜저리 안좋담.
지나가는 사람에게 조용히 물어보려 한다.
"저기..지나가는 길이지만, 다들 너무 안색이 안 좋으셔서...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여기에서 생겼나용..?"
# 왓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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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사람에게 파련이 물어봅니다.
"으응? 외지인이신가?"
그는 느릿느릿한 어투로 반문하더니 한숨을 푸욱 내쉽니다.
"갑자기 이상한 요괴들이 날뛰기 시작하지 않던가. 난리도 아니라네....도사님들이 급히 무언가를 준비 중이라고는 하신다지만...너무 무서워서 살겠나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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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외지인이..지만...정말요? 고생이 많으시겠어요..도사님들이 준비하신다 하여도 당장의 손실은 막기 어려울 것인데.."
파련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틈을 타서 곤륜을 훼방 놓으면 정말 개이득인데..
근데 여기서 내가 점수를 따면? 어떻게 되는거지?
일단 보고할까?
"혹시 도울 일은 없을까요?"
# 일단 남성분의 반응을 살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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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울 일...? 가녀린 아녀자같은데..."
파련의 외견, 그 효과는....!
"뭐 저 건넛길에 아낙네들이 빨래하러가기가 무섭다고는 하더만. 빨래라도 도와주면 뭐라도 도와주는게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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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용?"
송파련(무림인/낭랑 17살 여고생(旅苦生)/지금 빨래하러 감)
무림인인데! 아니, 그래도 내가 내공을 보여주면 마기라서 아앗 이놈 미친마교놈 아냐! 할거니까 참아야지. 예쁜 내가 참는다.
"좋아요! 저 빨래 정말 잘 하거든요! 감사합니다!"
응힝힝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예쁜짓예쁜짓. 예쁨 받고 곤륜놈들을 혼쭐내줘야지.
건넛길로 가자!
"언니! 예쁜 언니들! 빨래 도와드릴게요!!!"
# 빨래하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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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넛길로 갑니다!
거기에는 마을 아낙 십여명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옆집 영하댁이 빨래 하러 갔다가 사라졌는데 정말 빨래를 하러 가야겠어요?"
"그렇지만 하기는 해야하잖아요."
"10명이 넘게 가는데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래도 모르잖아요! 요즘 안그래도 흉흉한데...정말 요괴짓이라니까요!"
"요괴는 무슨 요괴. 그런건 다 전설에서나 나오는거라구요."
갑론을박이 한참 진행 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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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 안녕하세용!"
파련은 소맷단을 붕붕 흔들며 아낙들에게 다가갔다. 갑론을박을 잠재우는 이방인의 등장! 쟈쟈쟝.
"이방인인데 요즘 흉흉하단 소문을 들어서요, 아낙들만 가면 위험하잖아요!"
응힝힝 웃은 파련이 애교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제가 무림인이라 그런데, 언니들을 지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괜찮다면 빨래를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 도와줄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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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등장한 파련에 다들 경계합니다.
"...무림인? 그렇게는 안보이는데......"
....음. 귀엽고 깜찍한 파련이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그리고 여기서 무림인이라고 하면 보통 곤륜파의 도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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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귀엽고 깜찍해보여서 그럴 거예요."
파련이는 미인이니까 이렇게 된 거 미모를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곤륜파의 도사들을 무림인이라 칭하겠지. 파련은 감은 눈을 살짝 굴리며 응힝힝 웃었다.
"무림은 넓은 법! 다른 지역에서부터 멀리멀리 여행을 하고 있었답니다. 강호를 누비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곳저곳 돌다 청해에 왔답니다. 그런데 여기 마을 아저씨가 요괴 얘기를 하지 뭐예요? 도사님들을 믿겠지만 당장의 일은 어쩔 수가 없잖아요! 도울 일이 있냐 하니까 빨래를 도와드리라 해서 이렇게 왔어요."
그리고 특유의 방방 뛰는 성격과 일단 할 말은 다 하는 입담도.
"그러니까 네? 도와드릴 수 없을까요?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말라고 하잖아요! 이잉, 그러고 싶었어요.."
#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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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긴요. 귀여운 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킹치만 귀여우니 인정합니다.
"으음....."
파련이의 귀여움은 귀여움이지만, 무림인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탓에 아낙네들은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려워합니다.
이럴 때는 힘을 보여주면 해결이 되는 법이지만.
무림에 맞지않는 연약한 파련이는 안타깝게도 교국의 무공을 익혔어요!
물론 아낙네들이 그런걸 구분할 능력같은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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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잉. 어쩔 수 없네요."
무림과 맞지 않는 연약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동글동글하고 말랑하고 순수하고 오목눈이 같은 파련이는 교국의 아주 신성한 무공을 익혔지만!
우리 아낙 언니들은 몰라. 그냥 내가 귀여운 것 같으니까 괜찮다고 넘어가겠지.
"잘 보세요!"
주변에 놓인 짱돌 하나를 집어들어 위로 휙 던진 파련은 철선을 꺼내들고 멋드러지게 촥! 펼치며 그대로 휘둘러보였다. 마치 선무를 추듯! 우아하고! 곱게! 그리고!
"호잇."
내공을 담아 돌을 쫩 하고 가르려 한 것이다!
# 아모튼 그래요 파련의 눈물겨운 차력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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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돌이 갈라집니다.
그리고.
쩌억.
아낙네들의 입도 같이 찢어집니다.
"어머어머어머! 도사님이셨구나!"
파련의 무공에 바로 태도가 돌변합니다. 이것이...우디르?
"꼭 좀 부탁드릴게요! 요즘 안그래도 마을이 너무 흉흉해서...."
의뢰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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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힝힝! 이것이 바로 무림인이어요! 도사다 요 말이에요!"
응 사실 천마님 신도야.
"그럼 도와드릴 테니 안심하고 빨래하러 가실까용? 마을이 흉흉하다니까 마음이 아파요..다들 행복하게 살고 싶을 것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와주시지, 청렴하시다 하여도 도사님들이 이렇게 세심하게 돌봐주시지도 않고... 너무하셨네요. 그런 말을 꽁알꽁알 하면서도 잉힝힝 웃었다. 빨래하러 가자..
# 빨래하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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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빨래 하러 갑니다......................
아낙네들이 한참 빨래를 하고 있을 때.
파련의 기감에 무언가가 잡힙니다.
....맷돼지...?
아니.
그냥 맷돼지가 아닙니다.
등에 촉수를 달고 있는 맷돼지같은건, 듣도보도 못했으니까요!
"꺄, 꺄아아아아아아악!!!"
아낙네들이 비명을 질러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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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빨래다....소맷단을 빡빡 걷어붙이고 치맛단도 휙 올려서 찰박찰박 빨래를 밟아 더러운 물을 빼내던 찰나 파련은 고개를 번쩍 들며 부채를 쥐었다.
"와 저거 원령공주 재앙ㅅ"
아니 벽 넘지 말고!
"훠이! 저리 가! 언니들은 뒤로 대피하셔요!!"
부채를 쫙 펼치며 휘두르려 했나?
# 부채를 펼치고 내공을 담아 승봉홍엽서화 - 봉封을 사용해 묶어보려 시도해요!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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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들켰다 ㅋㅋ.
승봉홍엽서화 - 봉
촤악.
부채가 멋드러지게 펼쳐집니다! 그 틈을 타서 아낙네들은 급히 빨랫감을 들고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 꾸어어어어어어어억!!!!!
재앙신....아니 맷돼지가 포효를 하지만 무언가에 붙들린듯 움직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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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 그거 맞았냐고용 이제 송파련 야생소녀랑 군주언니의 사랑을 받나용?
"빨리 가세요, 빨리!"
도망치니 다행이긴 한데.
"다른 도사님은 부르지 마세요!! 혼자 할 수 있어요!!!!"
곤륜은 부르지 말라며 빼액 소리를 높인 파련은 재..아니 멧돼지를 향해 부채를 털었다.
# 승봉홍엽서화 - 옹산화병 甕算畵餠 을 사용해용! 다이스가 해당값이 된다면 아주 무시무시하고 집채만한 호랑이가 짓밟는듯한 환각을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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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봉홍엽서화 - 옹산화병
재앙ㅅ...아니 촉수 맷돼지에게 환각이 펼쳐집니다!
움찔...움찔...
촉수 맷돼지는 곧바로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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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안돼! 가지마!"
# 재앙신 쫓아요!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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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신을 쫓...아니!
촉수 맷돼지를 쫓아갑니다!
촉수 맷돼지는 정말 빠르게 도망치고 있습니다. 파련의 발보다 더욱 빨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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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안 멈추면 가죽 다 뜯어서 머리에 쓰고다닌다!!!"
이젠 원령공주를 넘어 귀x의 칼날까지 노리겠다 이 말인가? 송파련 당신은 대체?
"얼음! 얼음! 멈춰!"
# 승봉홍엽서화 - 봉을 다시 써봐요!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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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파련. 당신은 아쿠마입니까...? 어떡계 그런 자니난 일을!
승봉홍엽서화 - 봉
우뚜두둑....
촤아아아악...!
맷돼지가 멈춰서고 관성을 이기지 못해 저 앞으로 주욱 밀려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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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여워서 악마를 홀릴 수 있을 것 같다고용? 홍홍 고마워용!
"됐다! 어디 얘기 한 번 들어보자. 왜 습격했어!"
물론 대화는 통하지 않을 것 같으니 부추꽃밭으로 같이 데려가야지. 그리고 쓱싹하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파련이의 업적 달성!
# 승봉홍엽서화 - 화일소청을 사용해용!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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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봉홍엽서화 - 화일소청
.....!
바람이 붑니다.
푸른 맑은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
꽃내음과 따스한 햇살.
부추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이 지평선을 이룹니다.
- ?????
영문을 모른 듯 움찔거리면서 두려워하고 있는 맷돼지가 저 눈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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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고 했어용 (맴매 장전) //
"안녕, 멧돼지야!"
파련은 소맷단을 붕방거리며 따스한 햇살 속에서 맑게 웃었다. 부추꽃이 흐드러지게 핀 단 둘만의 공간. 천마님의 은총이 가득 담긴 이 긍휼한 곳!
"이상하게 달려들질 않네. 네가 그러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사람 말 할 줄 알아? 아님 알아들을 수는 있고?"
파련은 응힝힝 웃었다.
"나랑 얘기 좀 할까?"
싫음 맛있는 고기가 되는거구.
# 일단 대화를 시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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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돼지는 사람 말을 못알아듣는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습니다.
아니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 개울가 근처였는데.
갑자기 이상한 장소로 끌려오면 누구라도 무서워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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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듣지도 못하고, 반격도 안 한다. 어지간한 사람이나 동물에 속하는 것 같다. 파련은 고개를 갸우뚱 하고 기울인다. 나만 익숙해서 모르지..
"일단 쓱싹 하면 되겠당."
부채를 꽉 접고는, 토도도 달려선...
"근데 저거 고기 먹어도 되는 건가?"
내공을 담아 그대로 강하게 내리찍으려 했다.
# 내리쳐용!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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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립니다!
파스스스스...
동시에 환상이 깨져나갑니다.
촉수 맷돼지는 외상없이 까무러쳐있습니다.
죽은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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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번에 죽네?
"…이게 요괴가 아닌 것 같은데?"
파련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고개를 기울이며 멧돼지를 일단 번쩍! 하고 들어올려보려 했다. 왜냐면...
"고기!"
파련이...먹는 걸 좋아하니까...
고기니까...
# 히히 전리품 신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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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돼지 고기...를 얻습니다!
촉수가 달려있군요.
먹기에는 살짝 부적합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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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다리 네 개 달린 건 의자 빼고 다 먹는데!
하지만 파련은 포기하기로 했다...촉수 달린 멧돼지를 먹으면..어쩐지 원시천존의 매운맛을 보게 될 것 같다.
"힝구."
묻고 성불하라고 할까? 근데 얘네가 성불하면 뭐가 되는거지? 그냥 멧돼지?
막 썩어서 역병 돌게 하는 건 아니지? 그럼 곤륜놈들이 정화 하나 못한 탓으로 돌려서 개이득이지 않을까?
"멧돼지, 멧돼지. 먹을만한 부위는 있겠지!"
# 그래도 요괴놈 조졌다는 걸 알려야 하니까 돌아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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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갑니다!
"에구머니나!"
아낙네들이 놀라워 하며 파련의 곁으로 모여듭니다!
"정말 도사님이셨네! 도사님이셨어!"
"나는 도사님이 부채 휘두를 때 부터 알아봤다니까!"
감사의 표시로 은화 2개를 받습니다!
- 호랑이 형님
"네. 요괴요! 이~따만한 멧돼지 몸에서 기분나쁜 뭔가가 막 꿈틀거리고 그랬습니다!"
야호! 보고 끝! 방방! 쉬..라고?
들어가서 쉬면 할 일이 뭐겠어용.
"산군님...?"
호감도작이지.
# ㄱㅈㅇ~
**
근처 산으로 들어갑니다!
제사 비슷한 것을 드리고 있자니 곧 백호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납니다.
- 큼. 악취가 나는구나. 아이야.
백호가 후우. 하고 숨결을 강하게 불자 시원한 청량감이 파련이의 몸을 감쌉니다...
- 삿된 것과 마주했구나. 세상에 흉조가 들었어...
**
백호님은.. 정말 빠르시다. 파련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제사를 지내면 이렇게 빠르게 오시다니. 그것보다 악취? 파련은 열심히 킁킁, 옷단의 냄새를 맡았다. 음...오늘 매화의 꽃을 동동 담근 물로 씻긴 했는데 그것 때문인가?
"파련이 냄새나용?! 우왓."
시원하다. 이건 백호님의 무공..? 그런 건가? 파련이는 삿된 것이란 말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맞아요! 아주 이상한 멧돼지를 봤어요. 꿈틀꿈틀 뭔가 돋아나서요,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더라고요!"
소맷단을 방방 흔들며 그때 얼마나 징그러웠는 지 몰라요! 맛도 당연히 없을 것 같고..하고 종알거리던 파련이 방긋 웃었다.
# "그런데 살면서 요괴는 처음 봐요. 이 중원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
- 촉렵觸鬣이구나. 가장 나약한 요괴지. 멧돼지의 형상에 등에 수 개의 줄같은 것을 메고 다니며 사람을 즐겨 먹는 요괴다.
파련은 촉렵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 촉렵觸鬣 』
등급 : 최하급最下級
등에 수 개의 촉수를 달고 있는 멧돼지 형태의 요괴.
사람을 즐겨먹고 자신보다 강자에게는 쉽게 겁을 집어먹는다.
주로 산과 개울에서 서식한다.
**
"촉렵? 헉, 사람을 먹어요..?!"
그러고 보니, 파련이 무공을 쓰자 냅다 도망쳤다. 강자에게 쉽게 겁을 집어먹고 도망을 쳤으리라. 파련은 일반인을 잡아먹는다는 걸 깨닫곤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전형적인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요괴네요. 나빴다."
그래도 이 파련이가 혼내줬으니까! 파련은 방글방글 웃었다.
"산군님이 알려주셔서 오늘도 배움을 얻어가요! 잉힝힝, 산군님 최고!"
물론 요괴가 나타나서 곤륜 녀석들의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뭐 어떤가. 녀석들은 이거 모를 걸! 잉힝힝! 나는 산군윅기 있지롱!(?) 파련은..
# 애교스럽게 손하트를 뿅뿅 날려용(?)
**
백호는 저게 뭐지 라는 표정으로 파련이를 쳐다봅니다.
우매한 동물이라 그런지 인간의 고오급 표현을 못알아채는군요!
**
아니 이 표현을 모르다니!
"이건 산군님을 향한 련이의 애정표현이에요!"
손을 모아서...맞대고...동그랗게 손을 굽혀요!
"이얍❤"
# 하트발사!
**
백호는 도저히 모르겠다는듯 멀뚱히 파련이를 쳐다봅니다.
- ....좀...부끄럽구나....아이야...
잉힝힝....
**
잉힝잉잉...
"그것이 이 파련이와 더 친해진다는 증거 아니겠어용?!"
아니다.
"농담이어용..."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린 파련은 자리에 폴싹 앉고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그런데 산군님, 산군님은 여기까지 어떻게 오실 수 있는 것이어요? 엄청 빠르게 달려서? 아니면 저희가 쓰는 무공과 비슷한 걸 사용하시나용?"
# 궁금해용
**
- ...나는 신령이기 때문이다.
왜인지 그 한 마디로 모든게 해결되는 기분입니다.
**
"오왕."
신령이라는 한 마디가 모든걸 해결했다!
"저도 열심히 수련하면 신령 내지 신선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
#
**
"먼 미래에..."
현경! 듣기만 해도 아찔하다. 아무리 귀엽고 무림과 맞지 않는다니 뭐니 해도 이 파련도 무림인이다. 강함을 알게 모르게 동경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은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을까! 아니, 일단 내가 될 수는 있나?
"네!"
신선! 파련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 관심있어용!!!!!!!!!!!
**
- ....조만간 말이다.
백호가 뭔가 웃는듯 합니다.
- 용 하나가 승천할 때 선계의 문이 열릴테지. 내가 한 번 너를 데려가주마. 어떠냐?
**
"용이요?? 용이 있어요? 신기하다.."
용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파련의 금빛 눈이 초롱초롱 빛나더니.. 선계에 데려가주겠단 말에 환하게 웃었다.
"네! 네!! 사고 안 치고 얌전히 있을게요!! 약속할게요!!"
# 데려가주세요 신난다 선계탐험!
**
- 걱정 말거라. 때가 다가오니.
백호는 껄껄 웃습니다.
- 재밌는 인간 세상 이야기나 더 들려다오.
**
"인간 세상 이야기요? 으음...정말정말 많은 얘기를 알고 있어요!"
파련이는 소매를 붕붕 흔들고 웃었다.
"으음..파련이가 다 기울어가는 객잔에서 한 소협을 만났는데요, 그 소협이 정말정말 예뻤어요. 정말 독특하신 분이셨어요! 머리는 붉고, 눈도 붉고...그분께서 술을 권하여 서로 술잔을 기울였을 때! 소협이 말씀하시기를..."
재잘재잘!
"이 무림 역사라는 거대한 탑에, 내 이름 새겨진 벽돌 한 장을 올리게 되었으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닐 수 있겠소! 라 하였지요. 이 어찌나 멋있는 말인지요! 세상의 역사는 길고, 무림의 역사도 기니, 그 소협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면 말 그대로 천하제일의 반열에 들 가능성이 있을 터지 않겠어요!"
# 하란이에 대한 얘기를 조잘조잘 꺼내용! 방방!
**
- 호오. 호오.
백호는 과연 눈을 감고 파련의 이야기를 끝까지 집중해서 듣습니다.
- 그렇구나! 과연...과연 그리하도다.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납니다.
- 지금 막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다만. 네가 말한 자와 똑 닮은 자를 보러 갈 생각이 있느냐?
**
"네! 정말 멋있는 분이셨어요........."
네? 파련의 눈이 번쩍 뜨였다. 똑 닮은 자라면...
"하, 하란 소저가요..? 보, 보러가고 싶어요!!!!"
만약에 하란 소협이 용이시라면!! 나는 용이랑 친구가 되는 건가?!
대박.
# 갈래용
**
- 내 등에 타거라.
파련은 냉큼 백호의 등에 탑니다.
- 눈을 감고.
눈을 감습니다.
휘이이이이이이익.
무언가.
이상한 기운입니다.
쩌저적.
쩌엉 - !
뭉클한 것이 몸을 파고들기를 수 초. 파련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사뿐.
백호는 오색찬란한 구름 위를 밟고 있습니다. 파련은 놀라서 백호의 털을 꽉 쥡니다.
- 음. 조금 아픈데.
앗...
- 저기 있구나. 시험을 치루는 중인게야.
구름바닥에 앉아 무언가를 써내려가고 있는 하란을 파련은 바라봅니다.
**
잠깐이지만 느껴졌던 기묘한 감각과...선계! 구름을 내딛는 백호님도 신기하지만, 정말 여기가 선계...
"헉,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꼭 쥔 털을 다시 토닥토닥 놓아주며 하란을 바라본다. 와, 정말 하란 소협이야! 그려면 하란 소협이 정말 용이란 건가? 눈을 동그랗게 뜬 파련은 그녀가 시험에 방해되지 않도록 백호의 털에 폭 파묻혀 작게 소곤소곤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산군님. 산군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멋지고 귀한 선계의 광경은 보지도 못했을 거예요."
산군님 최고. 파련은 작게 잉힝힝 웃었다.
#
**
- 잘 지켜보거라. 용이 승천을 목격하는건 이 시대의 인간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일테니 말이다.
파련은 여기서 하란이 승천하는 것을 기다리면서 산군과 노가리를 깔 수도 있고, 그냥 선계 구경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네..!"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 파련이 기대었던 몸을 폭! 일으키곤 오색구름을 밟고 뛰어다니는 하란을 보고 잉힝힝 웃었다. 소협 귀여우시다. 헉, 잠깐. 여기는 선계..그러면..
"근데 여기에 삼십육장로와 천마님도 계시겠네요..?!"
헉! 나 한 없다 이대로 데스빔 맞고 죽어 천마님 품으로 돌아가도 인정(?)
# 노가리 까요! 겸사겸사 고개도 이리저리 돌려봐요! 선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나!
**
그 말에 백호의 표정은 동물임에도 사람이 알아볼 수 있을만큼 오묘해집니다.
- ....뭐 그렇기야 하지.....
슬쩍, 그는 허공을 바라봅니다.
- 그런데 너는 보지 못할게다.
???
**
그런 곳에 왔다니, 은혜가 넘친다! 이게 바로..성지..?
"제가 신선이 아니라서 못 보나요?"
어라? 볼 수 없다니...참..
"힝..."
이다..
# 주변을 휘휘 둘러봐요. 산군님 말고 또 누구 있나..?
**
백호와 하란 말고는 파련이의 눈에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
하란의 몸이 빛나더니 아름다운 붉은 비늘을 반짝이는 용이 되어 하늘 위로 날아오릅니다!
붉디 붉은 여의주를 입에 물고 금색빛깔의 찬란한 뿔을 들고 말입니다!
용의 승천 장면을 목격합니다!
정신이 2단계를 한 번에 돌파합니다!
**
아무도 없다. 이 우매한 인간에겐 감히 선계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 걸까? 선계에 대해 아는 건 없으니 추측은 자유겠지, 뭐. 파련은 다시 하란을 본다. 그 순간이었다.
"세상에."
하란의 몸이 빛난다. 파련이 입을 헉, 하고 벌렸다.
아름답다.
파련이 보았던 것중 그 어떤 것보다 붉은 비늘에서 광채가 난다. 마치 불꽃이 일렁이다 솟아나듯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홍옥보다 붉은 여의주를 물고, 자신의 눈동자보다 찬란한 뿔을 들고!
크게 뜨인 두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이런 장면을 내가 보았다고?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 광경을 보며 깨달음이 물밀듯 온 몸을 훑었다. 용의 승천이 내게 깨달음을 줬다. 고이 두 손을 모으고 파련은 환히 웃었다.
어딘가 살짝 무뎌진 미소가 아름답게 빛났다. 파련이 조심스럽게 백호의 털에 몸을 파묻으려 하며 작게 훌쩍였다.
"산군님, 정말..정말 감사해요."
# 감동 받았어용..최고다..
**
백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그대로 파련이는 백호의 털을 부여잡고 선계에서 아래로 떨어져내립니다!
화아아아아아악 - !!!
구름들을 뚫고, 하늘을 뚫고 산과 바다 강을 보며.
마침내 원래 있던 공간에 돌아옵니다.
**
정말,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산군님께 꼭 삼을 더 캐다 드려야지. 아주 귀한 백년묵은 산삼을 꼭 구해서! 아니면 만년설삼을 구해서라도! 이 은혜에 보답해야지. 파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람에 몸을 맡긴다. 너른 하늘과 구름, 바다, 산, 강을 본 파련은...
머리를 정리하고 원래 있던 공간에 도착했다!
"정말, 정말 값지고 귀한 경험이었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 꾸벅 절해용
**
백호는 고개를 젓습니다.
- 되었다. 괜찮으니 이만 돌아가보거라. 새 용이 탄생했으니 나도 당분간은 바빠 얼굴을 드러내기가 어렵겠구나.
그러며 백호는 자리에서 떠나갑니다!
**
"살펴가셔요!"
꾸벅!
백호님 최고. 바쁘면 방해하지 않고 부르지도 말고 얌전히 기다렸다가 신강에 있는 부모님께 부탁드려 삼이라도 보내야지.
에효, 이제 일하러 가자. 깨달음을 얻었어도 일은 일이다.
# 일하러 돌아가요!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나용!
- 다시 청해단으로!
- 아 ㅋㅋ 청해단 평화롭다! 주혁이한테 편지나 쓰
기엔 둔언시가 요상했다. 무슨 일이람.
"무슨 일이 일이어요?"
소맷단을 모으고 종종 걸어가 묻는다.
# 머슨129
**
경비를 서던 삼급무관에게 다가가 파련이 묻습니다.
"아, 소식 못들으셨습니까?"
경비는 조심스레 귀엣말로 말을 전합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는 소식이 파다합니다..."
악!!
**
용 보느라 몰랐지..우리 집 불타는지는..
"....어머."
전쟁이라니 김캡 이 무슨소리요! 파련은 애써 홍홍 웃으며 삼급무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듯 아주아주아주 예쁘게 미소를 지어줬다.
"난 또~ 응흥흥.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 전쟁..왜..이렇게 된 거 완숙 찍겠지..
...준비하러 가요..
**
청해단으로 복귀합니다!
정말 청해단은 평화롭습니다!
아니 전쟁 직전인데 왜 평화롭냐구요?
일상이거든요!
홍백대주가 복귀했다는 소식입니다.
**
이게 일상이래..받아들여야지..전쟁을 겪어야 무림인이 성장도 하고 죽어도 보고 도화전 없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홍백대주. 파련은 눈을 가늘게 뜬다. 고수는 감정이 서서히 무뎌진다 한다지만...누군가를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이 괜히 불을 지른 것이 아닌가도 싶고.
사과해야지.
# 만나뵈러 가용.
**
홍백대주를 만나러갑니다!
"...? 아. 그 때의."
조원은 파련을 알아보고 인사합니다.
**
"안녕하시어요, 대주님. 청해단으로 발령 받은.."
마치 양갓집 규수처럼 공손히 소맷단을 모아 올리며 인사한다. 송파련? 서류 상으로는 맞으니 그 이름을 쓰는게 낫겠지? 파련은 금빛 눈을 드러내며 어색하게 웃는다.
"송...파련이라 하여요."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의 어리석음을 사죄드리러 왔사와요. 소녀가 미흡하여 대주님께 상처를 드리었으니, 면목이 없사와요.."
# 사과해용...그때 마음 엄청 심란하셨을 건데 죄송해용...
**
"괘념치 않소이다."
조원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고개를 젓습니다.
"그 때 일은 꺼내지 않는 것이 내게 오히려 이롭다오."
**
그때의 일을 꺼내지 않는 것. 파련은 "새겨듣겠나이다." 하고 입을 벙긋거리더니 고개를 살포시 들었다.
"그런데..전쟁이 일어난다 하더인데, 참이온지요..?"
전쟁은 처음이다.
전쟁놀이야 당연히 해봤지만! 그거랑 이거는 격이 다르니까.
"만일 기실이라면 혹..곤륜..과의 전쟁이온지..?"
곤륜. 파련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
**
"곤륜이 이 방면으로 치고 들어올거라는 소문이 있네만, 확실한 것은 아니네."
조원은 그리 말하며 지도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교국의 무관이라면 의연하고 대범하게 행동하게. 겁먹지 말고."
**
확실한 것은 아니다. 파련은 지도를 바라본다. 무릇 교국의 무관이라면 의연하고 대범해야 한다.
"깊은 가르침에 감사하여요."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들곤, 잠시 우물쭈물 거리다 묻는 것이다.
"혹시, 대주님께선...이 청해에 오래 계셨나이까..?"
그렇다면 감히 여쭐 것이 있어..
#
**
"적게 있지는 않았네만."
물어봅시다!
**
기회다. 그럼에도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참동안 말을 고르던 파련이 떨리는 입술 사이로 고한다.
"그리하다면, 혹시, 금접선인(擒蝶扇人)에 대해 알고 계시나이까."
모른다 하더라도 괜찮다. 지나가는 이야기로라도 그 이름이 오가면 된다. 그러면, 그러면. 실낱같은 희망을 품는다.
#
**
홍백대주는 잠깐 눈을 감습니다.
"......왜 그게 궁금한가?"
**
"대주님. 저를 보시어요."
파련은 대주를 불렀다. 저를 똑바로 보시어요.
"묻는 이유라 함은. 이 제가 이유 자체이기 때문이렵디다."
파련은 표정을 거둔다.
사랑스러운 미소가 가라앉는다.
가늘게 감았던 눈을 뜬다.
그 무엇보다 찬란한 황금빛 눈동자가 드러난다. 귀여움에 가려졌던 숨이 막히는 아름다움이 온전히 그를 응시한다.
파련이 결연한 표정과 함께 손을 모은다.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온다. 잠깐 심호흡을 한 파련이 낭랑히 고한다.
"이 련은 일문삼부지(一問三不知)여 교국의 모두가 아는 백치요, 그 멍청함 때문에 무림과 맞지 아니하기 때문이옵니다."
이제 제가 금접선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연유를 아시겠사옵니까.
#
**
조원은 눈을 찡그린 채로 파련을 쳐다봅니다.
"..."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파련을 계속 쳐다봅니다.
그의 생각이 정리될 때 까지, 잠시간 시간이 필요합니다!
**
파련은 두 번은 없을 금빛 눈동자를 가볍게 꿈뻑이며 손을 앞으로 고이 모았다. 춤을 추듯 우아한 선이었다. 그래, 그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얌전히 기다리면서도 입가에 고아한 미소가 피어났다. 열린 창 사이로 나비가 날아들어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파련의 머리 위에 앉았다.
"부디 천천히 생각하시지요."
# Johnber
**
한참을 생각하던 조원은 천천히 고개를 젓습니다.
"이름을 분명 들어보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라는 거로군요.
"단주님이라면 확실히 알고 계실 터."
새로운 정보입니다.
**
"들어본 것 같아도 좋사와요."
파련은 눈을 감고 다시 응힝힝 웃는다.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리고 잉힝힝힝 하고 웃는것이, 방금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나비는 달랑달랑 웃음에도 매달려 있다가, 파련이 소맷단을 방방 흔들자 포르르 날아가버렸다.
"그것만으로도 파급력이 있는 것이니까요. 요 귀여운 련이가 금접선인님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 널리널리 퍼져서 귀에 들어가지 않겠어용?"
단주님이라면!
"우왕."
파련은 딱딱하게 굳었다. 단주가 누구겠나. 아휘 오라방방의 아빱빠 아니겠는가. 아니, 아버님.
"큰일났네용...이 귀여운 파련이를 만나주시기나 할까요..?"
그리고 파련은, 어색하게나마 호호 하고 웃었다. 진짜 망했다 어떻게 만나지? 그런 눈치로.
# 짤처럼 웃어용..!
**
조원은 막연히 파련을 쳐다보기만 할 뿐입니다.
"어떤 일인지 듣고 경중을 따질 수 있다면 말씀은 드려볼 수가 있소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파련은 옅은 미소를 입에 띄웠다. 그리고 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더니...대뜸 귀에 속삭이려 했다. 아주 중요한 비밀이라는 듯. 소맷단을 살짝 들어서 자신의 볼에 살짝 대 비밀 얘기를 하듯이.
"아이 차암. 어찌 부모자식간의 일에 경중이 있겠사와요. 딸이 잃어버린 아버지 찾는 일이라면 이 중원에서 아주 흔하고 흔한 일이지만…"
후우. 바람을 불곤 호다닥 뒤로 물러나고는, 깜찍한 그 나이의 소녀처럼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잉힝힝, 그 다음은 대주님이 판단하실 일이겠지용? 혹시 이 귀여운 파련이를 공격할건가용? 모욕죄는 아니죠? 잉, 파련이가 장난기가 많은 걸 감안해서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이잉, 잉."
# 일단 저지르고 볼게용 홍홍
**
후우.
파련이 귀에 바람을 불고 뒤로 물러선 뒤 말합니다. 조원은 이게 뭔 일인지 잠깐 몇 초 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팍!
홍백대주가 파련의 목을 손으로 붙잡고 든 채로 벽에 밀칩니다!
쿠우우우웅!
살짝 찡그린 눈으로 홍백대주가 파련을 든 채로 노려봅니다.
"일의 경중이 중함은 알겠으나, 경솔하시오. 내가 그대의 상관이라는 것을 잊으신 것 같소만."
살기가 피어오릅니다.
어.
좀.
많이 무서운데요. 어.
"혹여 내가 잘못 생각하였을 수도 있어서 묻겠소만."
꽈득.
목이, 아픕니다.
"죽고 싶으시오?"
조원은 정중하게 묻습니다.
**
바람을 분 것 하나가지고 이렇게..파련은 자신이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공포가 등골을 쫙 끼쳤다. 파련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의 주먹을 꽉 쥐었다. 목이 아팠다. 분명 틀어쥐고 계시겠지? 파련이 그 순간, 얌전히 미소를 지었다.
"죽음을 직접 선택하시게 하는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어주어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이 한몸이 교국을 위해 죽는 것이라면 명예로이 받아들이겠으나."
파련이 금빛 눈을 살포시 드러냈다.
"그것이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고 싶사옵니다. 그것이 진정한 교국의 신민이 아니온지요. 아직 아비도 찾지 못하여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소녀의 영민하지 못함을 이 자리를 빌어 참회할터이니. 부디 고정하시지요."
상관에게 장난 하나 치었다 하여 무례한 자가 되는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서 죽음을 묻는 것은 혹 훗날 날뛸 미친년의 싹을 미리 치시고 싶으시기에 그러신것이온지. 포부하나 없는 소녀가 무엇이 당신의 심상을 찔러 가시를 드러나게 하였을까?
불온한 생각을 꾸욱 삼키며 파련은 눈을 내리깔았다.
"요 파련이가 아직 많이 어리고 오냐오냐 사랑만 받고 교육을 못받아 분간을 못하였사와요. 용서해주시어요."
# 살려주세요 아니 아 ㅋㅋ ㅜ
**
툭.
손에 쥔 힘이 풀어지면서 파련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쿵!
"다음부터는 그리 하지 않는 것을 내 조심스레 권유하겠소."
어딜봐서 조심스럽게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사귀던 여인을 단칼에 죽이던 남자 치고는 의외로 조심스러운 일...인가...?
"단주님께는 말씀드리겠으나 똑같은 행동을 단주님께 하였다간 그대도 나도 저잣거리에 목이 내걸릴거요."
그 분은 이 곳의 왕이시니 행동거지에 조심하시오.
조원을 그리 덧붙이고는 나가라는듯 손을 휘젓습니다!
살았습니다!
**
아코. 파련은 콩 떨어지며 조심스레 권유란 말에 소맷단으로 입가를 가리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렇지. 사귀던 여인을 단칼에 뎅강 잘라버렸으니까 이정도면 뭐 살았지. 숨을 몰아쉬며 콜록거리던 파련은 눈을 슬며시 휘었다.
"예. 부디 조심하도록 하겠사와요. 저도 단주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아주 잘 알고 있답니다."
그리고 조심조심 뒤로 물러나며 문을 닫기 전, 소맷단을 아주 약간만 폴랑폴랑 흔들어 "하해와 같은 아량에 감사하오며 이만 물러나겠나이다." 하고 쇽 나가버리는 것이다. 닝힝힝 하는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나갔을 때의 표정은 닝힝힝 하는 웃음소리와 달리 차분했지만.
"목을 덮는 옷이 있던가."
목에 멍자국이 남겠다. 상처가 보이지 않도록 며칠간은 목을 가리는 옷으로 갈아입고 다녀야겠지. 그래도 뭐. 귀여운 파련이에게 아주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파련은 사랑스럽게 뇽힝힝! 하며 방으로 쫄래쫄래 들어가버렸다.
# 갈아입고 와용. 전쟁 난다는데 약점 보여서 좋을 일도 없구...
**
파련은 옷을 갈아입습니다!
잉힝힝!!
완벽합니다!
**
으응, 그렇지. 바로 이거지. 이 금욕적인 모습. 목을 덮는 모습이니 참 예쁘다. 한바퀴 거울에서 돌아본 파련은 뇽힝힝힝! 하고 웃었다. 속의 옷만 목을 가리는 느낌으로 했더니 이 무슨 아름다운 미녀가 있단 말이얌! 긴 머리카락도 그렇고, 사랑스러운 미소도 그렇고, 거기다 이 금욕적인! 모습!
"음. 역시 난 귀여워. 그리고 오늘은 좀 야시시 해보이네! 새로운 모습이야!"
이렇게 하면 미모가 더 뛰어나진다고 누군가 그랬다. 파련은 소맷단을 포닥포닥 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일하러 가야지!
# 일 있어용? 일 있어용? 일 있어용??? 할 일이 있나용???????????
**
단주를 찾아가지 않으시고 일을 찾아보시겠습니까??
**
아맞다 단주님...
# 단주님 만나러 가요..
- 금접선인
- 단주 벽계상을 만나러갑니다!
똑똑똑.
방문을 두들기자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오고, 파련은 종종걸음으로 들어갑니다.
"홍백대주가 말했던게 네가 맞느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군요!
**
똑똑! 허락이 들어오자 방실방실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들어오던 파련의 태도는 단주의 물음에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다. 발랄하던 모습은 차분하고 우아하게, 또 나긋하게 변했다.
"예. 단주님을 뵙사옵니다."
# 넹 맞아용
**
파련은 인사합니다!
뭔가 마음에 안드는지 벽계상은 눈을 찌푸립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평민 출신인가?"
어케 알았누!
"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 그래.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
예의가 없어보인건가.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이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데. 파련은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소맷단에 가리고 고아히 미소를 지었다.
"그렇사옵니다."
품위도 없어보였나?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전장에서 품위를 지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파련은 눈꺼풀을 들어올려 금빛 눈을 보이곤 생긋 미소를 지었다.
"예. 귀한 시간을 허비하시게 하여 죄송할 따름이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본론.
"금접선인에 대해 혹여 알고 계시나 하여 이리 여쭙나이다."
# 꾸벅...
**
금접선인이라는 말에 벽계상은 턱을 쓰다듬습니다.
"선인, 선인이라. 혹여 한자를 기억하느냐?"
한자?
**
한자. 파련은 벽계상 쪽으로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붓과 먹, 종이를 혹시 사용하여도 괜찮겠사옵니까. 혹여 불허하신다면 구어로 전하겠나이다."
허락한다면 써내려 갔을 것이고,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擒蝶扇人
"금빛 눈으로 모든 자를 사로잡고, 품행이 나비의 날개처럼 우아하며, 부채를 사용하였던 자였기에 그리 별호가 붙었다고만 알고 있사옵니다."
#
**
허락합니다!
파련은 한자를 써내려갑니다.
擒蝶扇人
벽계상은 한자를 보고는 등받이에 등을 기댑니다. 다리를 쭉 뻗고는 눈을 감습니다.
...
그는 천천히 생각하는지 파련이 더 말하려는 것을 손을 들어 막습니다.
"여기 앞에 일급 무관을 제외하고 모두 물러나라."
스르륵.
암중으로 단주를 호위하던 모든 병력들이 물러납니다.
".........청현의 별호를 다시 듣게 될지는 몰랐군. 눈 색깔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 있지. 무얼 물어보고 싶은게냐."
**
알고 계시는구나. 파련은 입을 다물고 그를 기다렸다. 병력이 물러났다. 기척조차 몰랐던 사람들이 사라지자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파련은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련아, 우리 작은 연꽃. 파청현의 유일한 금지옥엽아.
잠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금접선인이 사라지기 전, 곤륜과의 전투는 어떻게 끝났는지 알고 싶사옵니다."
그리고 눈을 온전히 떴다.
"날짜는 9년 전 중춘이었나이다. 그날따라 청해에는 꽃이 아름다이 피었고, 아버지는 진달래꽃을 엮어 옆머리 귀 근처에 꽂고 다녔사옵니다."
...
"혹 돌아가셨다면 그 유해의 위치라도 알고 싶사옵니다. 무례한 요구임은 알고 있사오나.."
부탁드리옵나이다. 알려주시옵소서.
#
**
벽계상은 조용히 연초 하나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여 매캐한 연기를 후우, 하고 내뿜습니다.
"9년 전 그 날이라."
9년 전.
그 날.
"살아남아라, 파련아, 네 이름을 기억하거라!"
교인이 파련을 낚아채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금접선인 파청현은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뒤를 힐끗 쳐다봅니다.
잘 달려가고 있습니다.
촤라라락!
두 자루의 부채가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고아한 풍채의 세 도사가 천천히 파청현의 앞으로 걸어나옵니다.
"무량수불. 비록 마인인 그대와는 악연이라할 것이 없으나 우리의 세력이 다르고, 핏값이 있는 것을 어찌하오리까? 목숨을 거둘 수 밖에 없는 이 일을 용서해주시구려."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백염의 노도인老道人이 말합니다.
촥.
노도인을 중심 축으로 놓고 두 도사는 삼각형처럼 뒤쪽에 시립합니다. 파청현은 부채를 들고서 셋을 노려봅니다.
거 참, 금접선인이라는 허명을 가진 이 파 모某를 잡기 위해 고고하신 곤륜의 도사가 셋 씩이나 내려오다니. 피식 하고 웃음이 조금 새어나옵니다.
"그럼 가겠소이다."
파청현은 두 자루의 부채를 꽉 쥡니다.
지금부터 송파련주는 과거의 시간대에서 과거의 인물이자 NPC, "천마신교 특급무관, 금접선인 파청현"으로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
송파련주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에 따라서 파청현은 살아남을 수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총 4가지의 목표가 준비되어 있으며 이 네 목표 중에 하나를 정해 클리어하시거나 원하는 엔딩을 만드셔도 좋습니다.
"천마신교 특급무관, 금접선인 파청현"의 제 1 목표 : 청해단주 벽계상을 비롯한 지원 병력이 올 때 까지 버텨라
"천마신교 특급무관, 금접선인 파청현"의 제 2 목표 : 청해단주 벽계상을 비롯한 지원 병력이 오기 전에 도사 셋을 처치하고 살아남아라
"천마신교 특급무관, 금접선인 파청현"의 제 3 목표 : 도사 셋에게 패배하여 죽음을 맞이하라
"천마신교 특급무관, 금접선인 파청현"의 제 4 목표 : 도사 셋에게 패배하나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쳐라
"천마신교 특급무관, 금접선인 파청현"의 제 5 목표 : 1~4의 목표를 제외한 새로운 엔딩을 짜올려라
부디 신중하고 원하는,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캐릭터가 송파련에서 파청현으로 변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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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하고도 부르지 못하고 멍하니 품에 안겨 도망치는 내 딸. 작은 연꽃, 나의 사랑이 이리도 떠나는구나. 너를 기억하라 아가야. 내 너를 필히 찾으리라. 그는 부채를 펼친다 두 자루의 부채에서 검은빛 환향이 일렁인다.
"천유양월, 천세만세..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옵지요. 우리의 세력이 같고 핏값이 없었더라면 어찌 만나였을지."
그리하여도 고아하신 분들이니 미천한 저를 만나주지 아니하였을지. 그는 그 말을 가만히 삼켜낸다. 셋. 셋을 이길 수 있을까. 허명을 가졌음에도 곤륜은 셋이나 나를 상대하려는구나. 참으로 겁이 많을지다. 아니면 비겁한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부채를 꽉 쥔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 부채를 꽉 쥔다.
나는 내 딸을. 장성한 내 딸을 필히 보고 말겠다. 그럴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미안한 아비가 아닌가. 아비에게 홀로 자란 나의 딸을 얼마나 더 절망으로 밀어넣어야 하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사지까지 몰려도 같이 가겠다.
# 제2목표, 살아남는다를 선택합니다.
**
천마신교 특급무관, 금접선인 파청현의 무공은 레스주가 무공을 펼친다는 '묘사'를 넣으신다면 거기에 맞춰서 김캡틴이 처리할 때 무공을 제대로 넣어드립니다.
송파련의 무공과는 다른 무공입니다.
질문권 역시 사용 가능합니다.
제 2 목표를 선택합니다.
질문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일단 일시정지를 해놓았습니다.
쉽게 풀어서 말씀을 드린다면
금접선인 파청현의 무공을 파련주가 즉석에서 메이킹하실 수 있다는 뜻이고, 김캡이 그걸 보고 즉석에서 바로 무공을 만들어드린다는 뜻이에용!
**
대박인데
좀 멋진데
김캡 오지는데
# 사용해용..! 질문권!! 지금 상황에서 선빵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가요? 환각을 통해 분열을 유도하는 방법 쪽으로 가고 싶은데 그건 불가능...한가요?
**
상대는 곤륜파의 절정 무인 셋이 진법을 짠 상태니, 최선의 방법은 선빵이라기보다는 먼저 저 진법을 깨는게 중요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어용!
환각을 통해 분열을 유도하는 것도 좋으나, 상대는 "고고한 도사" 들이라는걸 잊으시면 안돼용!
요즘 자주 보였던 정파 주제에 왜인지 하는 짓이 사파같은 친구들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도사들이라는 점! 잊지 마세용!
**
절정 무인 셋, 진법을 깨야한다. 그는 눈을 굴린다. 고고한 도사에게 분열이 통할까? 부채를 쥔 손목이 일순 비틀린다. 진법을 깨기 위해서라면 예측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 그 다음에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순간 강풍을 일으키듯 부채를 휘두른다. 시야를 방해할 생각이었다.
# 이..이렇게용..???
**
파초쌍선 - 기선일풍寄扇一風
절정의 내공이 담긴 강렬한 바람이 마기를 띄고서 날카로운 기운과 함께 세 도인에게 날아듭니다!
"흐읍...!"
전면에선 백염의 노도인이 검을 들어 크게 여러번 휘두르자 바람이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바람이 일고온 먼지와 나뭇가지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시야를 가리는데 성공합니다!
**
됐다. 시야를 가리는 것에 성공했으니 남은 것은 진법을 흐트러지게 하여 조금이라도 유리한 판세를 가져오는 것. 하지만 절정고수 하나 상대하자고 도사 셋이나 몰려왔으니, 핵심을 파고들면 된다 하여도 과연 이것이 성공할련지는 천마님 빼고는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기습은 당연히 알 것이고, 뛰쳐오르는 것도 알 것이다. 고고한 도사에게 어울리는 것은 필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와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라지만..
'내가 미쳤다고 우리 딸내미 못보고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가겠나?'
우리 딸이 며칠 전에 이 아비랑 같이 부채춤도 추는 법을 배웠는데.
그 통통한 손으로 종이부채 쥐는게 얼마나 귀여웠는데.
절대 못 죽지.
그는 소리를 죽여 발걸음을 가볍게 한 뒤,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땅을 딛고 높게 뛰쳐올라 거리를 벌리려 시도했다.
# 진법 깨려고 눈물의 부채쇼를 벌여볼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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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땅을 딛고 하늘 높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도사들이 반응합니다!
아주 작은 미세한 소리라도, 그들은 잡아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거기인가! 흐읍...!"
먼지를 뚫고서 흰색 무복의 도사 하나가 화살처럼 청현을 노리고 쏘아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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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여기입니다."
고아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부채를 펼쳤다. 무림인이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되는 지는 아직까지 떨어져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그는 참된 교인이자 인성자라 하더라도 보기보다 심성이 나빠 곤륜에 의해 비단옷에 흠집이라도 가면 심기가 불편할 자였다. 떨어지는 건 사양이다.
"영양가 없는 질문이오나 곤륜의 영험한 도사께서 셋이나 미천한 저 하나를 상대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요."
부채를 펼친 그는 기를 담아 크게 한 번 부채를 휘두르려 했다.
# 나죽네 나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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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쌍선 - 풍도風刀
부채를 한 번 휘두르자 바람이 입니다. 바람은 아주 날카로워 마치 거대한 하나의 칼날을 보는 듯 합니다!
"흣....!"
쩌저정 - !
곤륜의 도사는 검에 내기를 담아내 바람을 쳐내지만 그로 인해 추진력을 잃고 땅에 떨어져 내립니다!
그리고 곧 파청현도 더 뒤쪽으로 쉽게 착지 합니다.
타다닥!
곤륜의 세 도사는 빠르게 포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먼지는 어느새 가라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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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지자 그는 그 장면을 가만히 눈에 담고 뒤로 사붓하게 착지한다. 비단옷이 나풀거리며 착지하는 모습이 한마리 나비 같았다. 기어이 대답은 안 한다. 그럴 필요도 못 느꼈다는 건가.
그는 아름답게 미소를 지었다. 부채를 든 손을 한번 기묘하게 꺾고는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같이 가자.
천마님의 꽃밭으로.
# 일단 환각 시도해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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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쌍선 - 몽중화산夢中火山
막대한 양의 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주변이 흐물거리면서 살짝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뜨거운 열기가 일대를 덮칩니다!
"...헛허. 과연 흉악한 마두로다."
노도인이 헛웃음을 지으며 검을 고쳐잡습니다.
저 멀리 뒤에는 재를 내뿜는 거대한 화산이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바닥은 살짝 붉은 기운이 감돕니다.
거기에 펼쳐져 있는 잿빛 꽃과 풀들은 그리 미관상으로 아름다워 보이진 않습니다.
타닥...탁...
파청현은 부채를 들고는 셋에게 겨눕니다.
여기에서라면, 셋을 상대로 밀리지만 버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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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와 흩날리는 재. 붉은 기운이 감돌며 타들어가는 대지. 그 사이의 금빛 눈 가진 나비 한마리. 그는 부채로 입과 코를 가리며 눈을 휘어 미소를 지었다.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 말고 이 꽃밭이 말입니다. 천마님의 은혜가 이리도 거룩합니다. 하며 그가 부채를 겨눈다. 조금만 더 버티자. 그는 내공을 담아 부채를 펼쳐 한바퀴 돌듯 휘둘렀다. 검기를 날리듯 매섭게.
# 부채를 휘둘러서 공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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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쌍선 - 폭풍 : 전회
쾅!
강렬한 바람이 몰아치고, 그 바람에 담긴 내력은 하나하나가 무기가 되어 세 도인들에게 꽂혀들어갑니다!
터터터터터터텅!
세 도인은 어렵지 않게 막으며 청현을 포위하러 가기 시작합니다!
포위당하면, 필패입니다!
"내가 맡지!"
노도인이 앞으로 뛰어들며 청현을 향해 검을 찔러들어옵니다!
쩌정 - !
탁. 하고 부채를 접은 청현이 검을 막아내고 그 순간 다른 두 도인이 양 옆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막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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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위당하면 필패다. 그럴 수는 없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것까지 펼쳤겠는가? 검이 찔려들어오자 그는 부채를 접어 막아낸다. 듣기 싫은 소리가 몇차례 울리고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부채를 던져봤자 튕겨내면 그만이요,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의 눈이 여실하게 휘었다. 그가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휙 치켜올렸다. 검을 밀어내려 하며 그가 부채를 빠르게 털어내려 했다.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천유본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환각을 뒤틀 생각이었다. 딛을 땅이 갈라진다는 착각을 심으려 한 것이다.
"천유양월..천마님을 뵙습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부디 교국을 호령하시어 교인의 세상을 만드시옵고 이 세상에 천마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하시며 이교도를 모조리 처단하여 그 피꽃 이루어진 길에서 시체를 즈려밟고 오르소서, 우리는 그 꽃길의 양분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게 하겠나이다. 그 길 오르셔서…"
미쳤군 그래.
# 뒤트는게 가능하면 시도해볼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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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트는게 가능은 하지만 상대는 곤륜파의 도인이에용!
이 점 숙지하시고 시도하시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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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복하고 질문권 살게용... 청현이는 무알못 파일럿을 둔 죄가 있지만 나는 도화전이 많고 김캡은 고통받겠지(?)
# how to 도인 막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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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들은 정신력이 매우 뛰어나용! 음 좀 더 시각적으로 표현해보자면
보통 절정 무인들의 정신이 4.0이라면 저 도인들은 4.7이라던가 그런 식이에용! 당연히 정신적인 방어가 엄청나겠죵?
환각으로 딜을 넣으려면 일단 저 정신방어부터 뚫어내야해용!
그런데 이번은 제가 파청현의 무공을 아예 파련주가 '창작'에 가깝게 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드렸죵?
그 재량권을 이용해서 저 도인들의 약점을 캐낸다던가, 과거를 알아낸다던가 하는 식으로...무공을 만들어보시는 것도 가능해용!
무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재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셔서 도인들의 멘탈을 흔드세용!
정면으로 싸우면 무조건 필패하구, 정신방어 안무너뜨린 상태에서 환각으로 끌고 들어가도 필패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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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포위되면 죽는다. 필패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손목을 비틀어 부채를 역수로 쥐고 바람을 일으켜 위로 뛰어으롬과 동시에 눈에 내공을 담았다.
네 안의 가장 끔찍한 과거가 무엇이냐.
# 입딜 넣기 전에 피하면서 간파해봐요! 이게 머지? 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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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오릅니다!
금과마안金過魔眼 - 관통비사의 술術
눈이 타오르는 고통과 함께 파청현의 내공이 급속도로 소모됩니다.
몸은 순간적으로 떨려오고 체력이 쭈욱 빠져나갑니다.
떨어질겁니다!
황금빛 눈은 안광을 번뜩였고 눈 앞의 도인을 향합니다.
무언가 보입니다.
- 사, 사형...
- 상아 사매...죽으면, 죽으면 아니된다. 어찌 이리 간단 말이냐!
- 너무...추워요...
- 사매!!!! 제발! 눈 감지 말거라! 으응? 네가 그리 좋아하던 꿀 마음껏 먹게 해주마! 어서 일어나란 말이다!
- 헤...헤헤...사형...밝은 빛이...보여요...따뜻하고.....
- 상아야!!!!!!!!!!
- 아....
툭.
새하얀 도자기 같은 손이 땅에 떨어지고 젊은 도인 하나가 피로 물들은 여인 하나를 끌어안고 통곡합니다.
쾅!
떨어지는 파청현을 향해 어느새 도인이 날아들어 명치께에 검을 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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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였다. 눈이 타오를듯 아프고 내공은 빠져나갔지만 수지타산이 맞는다. 힘없이 떨어지던 청현은 무표정을 유지하며 눈을 감았다.
제게 이런 무공을 내려주시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로 무지한 자를 구원케 하소서.
짧게 천마님께 기도를 올리고는, 살짝 몸을 틀어 급소는 맞지 않도록 하려 했다. 몸이 벌벌 떨렸다.
# 질문권 복붙 신공!! 일단 환각 일발 장전해용!! 멈추는 순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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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파청현이 몸을 살짝 비틀고 아슬아슬하게 검이 급소를 비껴나가 찌릅니다.
푹!
"?!"
도인의 눈이 커지며 당황합니다! 하지만 그는 절정의 고수 곧 평정을 되찾을겁니다.
그 짧은 시간.
찰나가 주어졌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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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다. 그 또한 절정의 고수. 빠르게 평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 틈을 놓칠새라, 청현은 남은 내공과 함께 환각을 덧씌우려 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도인을 쳐다보려 하며, 모두 너의 탓이라는 듯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사형..? 아, 아아..사형..."
입술을 바르르 떨며 한 손을 올려 뻗어보려 하면서도, 청현은 처절하게 속삭였다.
"어째서...? 어째서..예요..? 아..아파..너무 아파요...추워..왜..왜..."
날 찔렀어요?
# 환각으로 입딜 시도해용! 복붙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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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청현의 금빛 눈이 금빛으로 빛납니다.
금과마안金過魔眼 - 인비인우人非人憂
"사매?"
도인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며 손에 든 검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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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형..상아에요.."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파요, 하고 한번 중얼거리고는 마치 뒤로 쓰러지려는 듯 비틀거리려 하며 청현이 입술을 한번 바르르 떨었다.
"아파요..어째서..어째서 저를..추워..밝은 빛이......"
# 입딜 계속 넣어봐용 가까이 와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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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라!"
뒤에서 노도인의 호통이 들려옵니다!
시간을 더 끌 수는 없습니다!
**
"사형..사형이 저를 찔렀으니까.."
손을 가늘게 떨며 뻗었다. 내공을 담아 소맷단에 숨겨둔 부채를 목을 향해 내지르려 했다.
"전부 사형의 탓이어요."
#
**
파청현의 부채가 목에 다다랐을 때.
"喝!!!!!!!!!!!!!!!!!!!!!!!!!!!!!!!!!!!!!!"
뒤에서 거대한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
픽!
목을 스치고 턱과 어깨에 강한 충격을 주면서 파청현의 부채가 빗껴나가고 도인은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추락합니다!
노도인은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파청현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네 사형을 챙기거라."
"어, 어르신."
"챙기라고 하지 않니."
그러더니 검을 한 두번 휘두르고 파청현을 향해 겨눕니다.
"사술따위를 이용하다니. 무인의 긍지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마두로다! 송산진인이 너를 직접 상대하겠다!"
"혼자서는 위험하십니다 어르신!"
"조용히 하고 네 사형을 치료하기나 하거라!"
송산진인이 땅에서 발을 한 번 구르자 그는 순식간에 청현보다 높이 뛰어오릅니다!
곤륜의 절기, 운룡대팔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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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무리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정도면 남는 장사는 아니다. 무려 노도인이 흥분하지 않았는가. 청현은 눈을 휘어 웃었다. 몸을 살짝 비틀며 노도인을 향한다.
"천마님께서는 미천한 자 또한 긍휼히 여기십니다.."
네 두려움은 무엇이냐?
# 질문권 복붙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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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산송진인은 허공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곧 검을 쏘아보냅니다!
분노는 때때로 힘의 원친이 되기도 합니다.
입딜이 아니라, 무공이 필요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앙!
파청현은 간신히 부채를 펼쳐 검을 막아내지만, 힘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파청현은 뒤로 끝없이 밀리기 시작합니다!
쿠웅.
나무에 등을 부딫히자 나무가 부러지고 허리가 뒤쪽으로 휘면서 이를 악물고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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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흡..!"
방심했다. 분노는 절망의 전이라지만 그 이전에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한데. 청현은 이대로 밀리면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간파를 하기엔 내공이 없어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청현은 이를 악 물면서도 손가락으로 부채의 대를 매만졌다. 이판사판이다. 가자.
네놈의 나락으로 내가 함께하겠다.
# 파초쌍선 중에 련이의 옹산화병처럼 원하는 환각을 펼칠 수 있는게 있을까요..? 그럼 과거사길 같이 걷는건데 안 된다면..안 된다면 질문권 찐으로 플렉스 할게용..진짜 오늘 왜이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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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쌍선 - 각골난망刻骨難亡
펼쳐진 부채에서 4개의 한자가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상대의 과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다음의 환각 중 선택하십시오.
1. 유년기
2. 소년기
3. 청년기
4. 장년기
5. 노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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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려]
- 저 먼 비단길의 사막향을 담은 눈이 천천히 뜨여진다. 메마른 눈은 한번의 호흡으로 단비를 맞은 듯 반짝이며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오늘도 천마님의 호흡으로 충만한 하루를…"
#기도 끝냈으니 밖으로 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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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옵니다!
천강단원은 언제나 고달픈 법! 지금 이 곳은 강서와 호남의 사이 어딘가인.
석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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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장! 본인의 위치를 알았으니 반 정도는 다 온 셈이다. 위치를 알았으니 이제 무얼 해야할지를 정해야 할 때였으므로, 탁한 눈이 의지에 번들거렸다.
"…저어, 그쪽의 소협? 네에, 네에! 그대를 불렀답니다. 어디, 잠시 소녀에게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나요?"
#천마님은 전도를 좋아하셔! 전도로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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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아...하더니 바로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이 곳에서 이미 천강단의 악...아니 위명이 퍼진게 틀림없습니다!
"려야. 려야."
그 때 누군가가 원려를 부릅니다.
"석가장주께서 찾으시는데."
누군가 들으면 펄쩍 뛸 얘기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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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더러운 것이라도 떨어져있었을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가는 등을 아쉽게 바라보며 눈을 껌벅인다. 작은 한숨이 터져나오고, '아까운 인재를 놓치고 말았네요...' 속삭이며 바닥을 바라보았다가─
"어머나."
부름에 깜짝 놀라 파드득 어깨가 튀어올랐다.
"부르신다면 응당 따라야지요, 그 또한 천마님의 인도이실테니..."
한껏 흥겨워진 발걸음으로 뛰어가려다─
"…헌데, 어디 계시나요?"
#석가장주님 찾으러 갑시다 watashi.. 위치 모른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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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본교에서 제법 지위있으신 분이 오신다니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하더군."
천강단원 선배가 그리 대답합니다. 원려는 그렇군! 하고서 안으로 들어갔고 석가장주라 불리운 남성이 진두지휘하면서 무너진 담벼락과 전각의 잔해들을 재빨리 치우고 있습니다.
사실 며칠에 한 번씩 이 곳 석가장의 주인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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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가 있으신! 대단한 분! 그런 분이야말로 천마님께 한 걸음 다가간 신앙이 투철하신 분이 아니던가!
눈을 반짝이며 있는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무언가 바빠보이는 사내에게 다가가 혹시라도 상대가 놀랄까 인기척을 내었다.
"원려라고 하옵니다, 미욱한 소녀를 찾으셨다 하시어 한달음에 찾아뵈었습니다만 장주께서 맞으신지요?"
#왜 불렀나요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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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장주라 불리운 사내는 웃으며 원려에게 대답합니다.
"접대를 그대에게 맡기고 싶은데. 가능하겠는가?"
아하! 본교에서 오는 높으신 분에게 하는 접대!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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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두 글자에 갸웃 고개가 기울어진다. pardon me? 얼굴로 색목인의 언어를 따라하는 말하는 듯한 기행을 보여주다가, 이해했다는 듯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소녀의 손이 필요하시다면 기꺼이 내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만, ...관련된 이야기를 자세히 듣지 못한 터라... 준비가 미욱할 듯 싶습니다. 아량을 베풀어 조금의 도움을 주신다면... 조속히, 실수없이, 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수인계는 해주는 거지? 사람 붙여줄 거지? 안그러면... 야아... 사수 없이 어떻게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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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장주는 무심하게 웃으며 원려를 내보냅니다.
뭐야.
뭐야!
진짜 사수도 없이 접대를 하라는건가!
원려는 허망한 얼굴로, 그 높으신 분이 온다는 장소에서 털썩 주저앉아버립니다.
이게 말이냐 방구냐!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인력이 없어도 그렇지!
**
웃는 얼굴이면! 침을 못 뱉을 줄 아셨나이까! 소녀는 웃는 얼굴에도 침을 뱉을 수 있나이다!
원망이 그득찬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를 어쩌면 좋냐며 주저앉아 퉷, 바닥에 침을 뱉었다.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으니, 땅에라도 뱉어야지요... 매우 소심한 반항이었다.
"...하지만... 위대하신 천마신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던 천강단원으로써 실수는... 할 수 없습니다..."
석가장주의 마음은 시정 잡배보다 쫌생이임이 틀림 없습니다!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대며 그래도 준비하던 사람은 있겠지 싶어 돌아다닙니다. 없으면 도와줄 사람이라도 좋아!!
#"이리오너라!" 사람을 구합니다! 헬프! 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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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퉤! 퉤퉤퉤!
바닥에 침을 뱉었을 때.
원려의 눈에 그게 보입니다.
본교에서만 볼 수 있는 상징을 단 마차가요.
아.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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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께서 길을 인도하셨다.
그 이름하야 jottdaem gil.
what the f■■k!!!!
창백했던 안색에 한줌 남아있던 핏기가 싸악 가셨다. 덜덜 떨리는 손을 소매 안쪽으로 애써 감춰넣으며 헛기침 두어번으로 목을 가다듬고는 천마님을 향한 신앙심을 얼굴에 발랐다. 철판 깔았단 소리다.
"석가장에 어서오십시오, 금일 본교의 귀한 분께서 걸음해주신다 하여 안팎으로 경황이 없으신 장주를 대신해 천강단의 작은 자리를 맡은 소녀가 인사 올립니다..."
#일단 인사.. 인사... 인사...! 덜덜 떨면서 일단 설마 천강단원 한명 꼴랑 나왔다고 불쾌해하나 조마조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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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뒤에 수행원들이 급하게 따라붙습니다!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진짜 안보내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한 여성같이 생긴, 아름다운 남성이 천천히 마차에서 내립니다. 딱 봐도 본교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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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장주님!
머릿속으로 폭죽을 터트리며 방방 뛰는 등 좋아하면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부동자세를 취한 채 귀한 분의 발치를 바라보았다. 귀한 분, 천마님의 호흡에 보다 가까이 닿으신 분...! 불쾌히 만들어선 안돼...!
2공자의 행방을 물으신다. 이건 나보다 저쪽이 더 잘 알 테지. 흘깃, 눈동자만 굴려 수행원들을 바라본다. 아 거, 나오셨음 말 좀 해보쇼. 나보고 어쩌란 거요, 판 깔았음 되지 않았소이까.
#한걸음 옆으로 물러서 수행원들의 옆에 섭니다. 나는 이제부터 석상입니다. 귀한 분을 앞에서 뵈었으니 나는... 이제... 죽어도 좋아... 천마님께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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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아직 이 곳에 오기를 허락치 않으셨습니다!
원려에게는 웬 여성을 호위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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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귀한 분이신가요? 나 그거 조아! 나 그거 할래!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소리없이 쪼르르 걸어갔다.
#호위할 분 어디 계시지! 찾으러 간다! 인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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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봐도 방금 내린 사람이 가장 높아보입니다만, 아무튼 왜인지 귀한 것 같은 여성을 호위합니다.
그 여성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있습니다. 벌벌 떨고 있는 것이...
포로나 인질의 모습과도 같군요.
원려의 인사에 그녀는 그저 벌벌 떨며 눈을 피할 뿐입니다.
**
?? 이분 왜 떨고 계시지.
이유를 모르기에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아차, 하고 무릎을 구부려 몸을 굽힌 채 눈을 맞췄다.
"이런, 소개가 늦었습니다, 아씨를 호위할 원려라 하옵니다. 부디 편히 부르시고…… 혹, 어디 편치 않은 곳이 있으신지요?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편히 말씀해주세요."
#일단 내려서 방으로 보내주자, 거기! 차 파킹 잘하고! 아씨! 우린 방으로 갑시다!
**
그녀는 조용히 얼굴을 가립니다.
....뭐지?
원려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녀를 방 안으로 안내해주기 시작합니다.
도착한 방은, 굉장히 호화로우며.
딱 봐도 감시 하는 사람들이 득시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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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왜 가리시는... 맙소사! 귀하신 분이 걸음을 하시니만큼 멱리를 하고 오셨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얼굴을 가리시나보다! 그렇다고 몸에 두른 겉옷을 차마 귀하신 분에게 덮어씌울수는 없는지라 "잠시, 빠르게 걷겠습니다..." 속삭이며 방 안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방 분위기가
왜 이러나요?
이건 귀하신 분을 모신다기보다는 오히려... 볼모와 다름없는 입장이 아니던가...?
"...아씨, 여독으로 고단하실 텐데 찻물이라도 올려드릴까요?"
뭐 내 알바는 아니다. 난 호위만 하면 된다.
#아씨 상태를 다시 살피자, 어디 아픈 곳은? 안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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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이 파리한 것을 빼고는 건강상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심리적인 압박이 더욱 큰 것 같군요.
원려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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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신앙만 찍어 사교성은 발톱의 때 만큼도 없는 지라 아씨가 왜 저런 반응인지 모르겠다. 음...
"...방이 싫으신가요?"
역시 좀 더 화려했어야했나? 귀한 분이시니까 막 삐까뻔쩍! 머쉿게! 어! 그랬어야했나?
"긴 시간을 갇혀계셨으니 바람을 쐬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괜찮으시다면 잠시 주변을 둘러보시겠어요?"
#안에 틀어박혀있으면 더 안 좋아질거같은데 우리 같이 산책할래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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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벌벌 떨며 원려를 쳐다봅니다.
원려는 그 눈동자를 보고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원려도 다른 이들과 다를바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원려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대체. 이 여자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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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천마신에 대한 신앙심으로 신실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어찌 그런 시정 모리배를 보는 듯한 눈길을 주십니까, 아씨...!!!
깊이 상처받았다!
"...저어, 아씨... 소녀는 아씨의 사람입니다... 소녀가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질렀나요...?"
아니 호위대상이 호위하는 사람을 무서워하면 어떻게 해요. 나 완전 끝장내게 모셔가지고 귀한 분에게 점수 따려고 했는데 이러면 죽도 밥도 안된다!
#ㅠㅠ 전전긍긍, 조심스레 손을 잡아 체온으로 안심시켜주려고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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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려는 손을 잡으려했지만, 그녀는 조용히 손을 뺍니다.
그 손끝은 벌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마교가 뭐 어쨌다고! 우리 천마신교랑 교국이 뭐 잘못했냐!
...왜인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
**
충격, 거절당했다.
오늘 두번 거절당했어. 이름 모를 소협분, 그리고 아씨... 세상에,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천마신이시여, 오늘은 소녀의 날이 아닌 것인지요...?
귀하신 분이 잘 돌보라고 했다, 잘 호위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아씨가 나를 무서워한다... 잘 돌볼수도 호위할수도 없다...
hell!
"......소녀가... 소녀가 기필코 아씨가 좋아할 만한 걸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기다려주시어요...!"
내가 기필코 아씨 웃는 얼굴을 보고 만다! 마! 호위대상이 나를 무서워하면 큰일난다고요~!!
#일단 밖에 나가서 아씨 진정시키게 심신안정에 좋은 찻물도 좀 올리고 꽃도 좀 뜯어가보자, 원래 귀한 규수들은 다 꽃이랑 이런거 좋아한댔다. (깊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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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려는 이제부터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일단 찻물도 올려보고, 꽃...꽃....
꽃은 뭘 따가야 좋은거죠? 규수들을 모셔본 적이 있어야지! 대충 이 근처에 있는 들꽃을 따갑니다.
일류고수이지만 꽃을 따다가 풀에 베이는 일도 가끔있으니, 손에는 자잘한 상처가 납니다.
그 상태로 열심히 찻물을 다리고 꽃을 따가서 그녀의 방에 가져다 놓습니다.
"....."
그녀는 여전히 공허한 눈으로 원려를 쳐다봅니다.
**
인간에게 크게 상처받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기분이 듭니다, 천마신이시여...
깊은 침묵이 사이를 가로지른다. 어찌 이것이 돌아올 수 없는 아씨와 저 사이의 길을 가리키는 듯 하옵니다...
"...아씨께서는 혹시 단 음식들을 좋아하시나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꿀에 절인 과일같은 것을 먹으면 퍽 나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햇볕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침 이곳도 잘 드는 군요, 어디 창문도 좀 여는 것이 어떨까요...?"
#창가에 섰다 의자에 앉았다 꽃다발을 들고 왔다 찻주전자를 들다 말다 하며 아씨가 반응을 보이는 것을 찾으려 한다. 장신구를 들고왔어야했나...!!
**
원려는 분주히 움직이지만 그녀는 그저 공허한 눈으로 그런 원려를 좇고 있을 뿐입니다.
....일단, 그녀의 마음을 열기 전에 그녀가 대체 뭐길래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답무]
- 와! 의외로 상쾌한 아침이다. 평소라면 분명 이불과 한 몸이 되어있었겠지만, 오늘은 신기하게도 바로 눈이 떠졌다. 역시 전날 밤 아무것도 안하고 자면 일찍 일어날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는 채비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
놀 줄 알았습니까? 교두? 어림도 없지! 답무는 나오자마자 출근해야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청년실업 따위는 답무에게 고려할 가치가 없습니다...공무원이거든요. 교육공무원...
답무는 나가자마자 바로 입마관으로 향합니다.
***
이럴수가. 왜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졌나 했더니, 모두가 싫어하는 출근 날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웃으며 밖에 나온 그는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다시 흐물흐물한 모습이 되었다. 그래도 어쩔수 없다. 일단 가보자...
***
입마관으로 가는 길에 많은 이들이 존경을 표합니다. 문지기도 존경을 표합니다.
하지만 답무는 알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내는 존경의 시선은 딱 여기까지라는걸.
안으로 들어가자 동료 교두들이 몇몇 와있었고 그들은 답무의 오른팔을 보고 썩 반기는 기색이 아닙니다.
...이런 취급은 익숙합니다.
"오늘부로 이론이 끝난다! 실습대비는 다들 잘해놨겠지?"
교육생들의 천국같던 시간이 끝나고 지옥이 다가왔군요! 답무는 이 중에서도 검을 가르치는 교두입니다.
곧 검을 기본 소양으로 배울 친구들을 만날 것 같군요.
큰일났습니다.
엄청 많을텐데. 아.
***
세상에. 일이 끝난 후 돌아가 그저께 다 읽지 못했던 매모라이주를 읽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글러먹은 것 같았다. 그는 항상 그랬듯이 검을 주무기로 삼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은 해야한다.
***
사용자 답무는 정말로 모든 기억을 잃고 잊혀지는 길을 선택하는겁니까...?
아앗...매모라이주에 뇌가 절여져버렸습니다. 답무는 간신히 새라포를 잊어냅니다.
잠시 기다리자, 곧 교육생의 6할 5푼이 우르르 답무 앞에 몰려옵니다.
?????
참고로 이번 기수는 개폐급들 뿐입니다.
힘내십시오.
이제 이들에게 편찰검을 가르치십시오!
***
그래도 뭐, 아무리 많아봐야 절반이겠지... 라고 생각하던 그는 무수한 교육생들의 요청에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리고 한동안 소리없이 웃... 지는 않았고, 심호흡을 몇번 반복한 뒤 교육생들의 앞에 섰다.
" ...편찰검은 기본 무예이니 크게 어렵지 않을겁니다. "
라고 운을 띄운 뒤, 왠지 고통만 가득할것 같은 시간에 발을 내딛었다.
***
답무의 편찰검은 기본 무예이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은 무색하게도.
단 한 초식!
단 한 초식도 어설프게나마 따라할 수 있는 인원이 없습니다!
발끝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릅니다. 이론 교두놈들 대체 뭘한거죠?
***
분명 자신이 왼손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으니 따라하기 어려울 뿐일거다. 그렇겠지. 그래야만 한다. 그럴리가 없잖아...
생각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에 그는 절망했다. 입은 괜찮다는 듯이 웃고 있지만 사실 머리에서는 별로 괜찮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다. 아직 시간은 남았고... 인내심도 남아있으니. 남은건 반복뿐이다. 어떻게 하다보면 나아지겠지.
***
수업이 끝날 때 까지.
그 누구도.
단 한 명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들은 답무가 능력없고 실력없는 교두라고 비난일색일 뿐입니다.
이것이 학원물 절망편입니다.
***
운이... 나쁘군... 어디선가 절반 확률의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예상했던 결말이었지만, 실제로 직면해보니 더 마음이 아팠다.
아, 방금 무슨 생각을 했더라? 어쨌든 그는 비난보다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자신의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축 늘어져버렸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릴순 없으니,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하겠다며 다짐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든 그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
모두가 떠나고 쓸쓸한 연무장.
그 곳에...어린 여자 교육생 하나가 손에 피가 나도록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
하지만 천마께서는 그를 버리지 않으신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넓은 연무장 가운데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환상이겠지 생각하며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보니... 어? 진짜 사람이다? 이미 수업은 끝이 났는데, 무슨 일일까 싶어 교육생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 아직 떠나지 않으셨군요? "
***
그녀는 손이 피투성이입니다! 에구머니나! 답무는 먼저 하나 남은 팔로 소녀의 검을 낚아챕니다.
손아귀가 찢어졌군요.
"아."
그제서야 그녀는 답무를 인식합니다.
***
" 이렇게 될 때까지 휘두르다니... "다친 손을 내려다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다. 이렇게까지 수련에 매진한다는건 감동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손을 혹사한게 더 신경쓰였다.
손이 아프면... 안돼용... 일단 뭐라도 감아줍시다.
***
가지고 다니던 붕대로 손을 감아줍니다.
??
붕대를 왜 가지고 다니냐고요?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압니까? 붕대는 필수품입니다. 반박시 대머리.
붕대를 감아주자 소녀는 감사합니다, 교두님 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붕대가 피로 물들지만 지혈효과로 곧 나아질겁니다.
그제서야 답무는 검을 돌려줍니다.
***
맨들맨들한 대머리는 붕대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머리로 회복 광선을 쏘...
그런 이상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검을 돌려준 답무는 잠깐 고민하다 소녀에게 다시 말을 걸어보았다. 보충 수업의 느낌...
" ...피가 멎으면 자세를 잡아보세요. 잠깐이라도 봐드릴테니. "
***
다행히도 피는 곧 멈췄지만, 검을 움켜쥐면 다시 상처가 벌어질겁니다!
***
가만히 생각해보니, 피가 멎더라도 상처는 아직 남아있었다. 이대로는 검을 잡기 힘들것 같다...
" 아니, 일단 상처가 멎을 때까지 기다리는게 좋겠네요... 혹시, 성함을 물어도 될까요? "
***
- [홍련]
- 귀영대 '후보생'인 만큼, 앞날이 불투명한 만큼 홍련은 코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일이라고 해 봤자 기초적인 무공을 갈고 닦는 것 뿐이었지만 그녀는 불만을 가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후보생이 된 것만 해도 자신에게는 천운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으니.
특출난 재능도 없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의 요행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홍련은 창을 좀 더 강하게 쥐었습니다.
***
홍련은 수련합니다!
수라창의 숙련도가 10%가 되었습니다.
쿵쿵쿵.
누군가가 밖에서 문을 두들깁니다. 무슨 일일까요?
***
창을 휘두르고, 찌르는 단순한 초식부터 반복하며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던 홍련은, 문득 들린 문 두드리는 소리에 창을 세우고 조금 가쁜 숨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곤 문 쪽으로 다가가면서 호흡을 완전히 고른 뒤, 누가 찾아온 걸까 생각하면서 문을 천천히 열어젖힙니다.
***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불쑥 들어옵니다. 홍련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오체투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교주, 천준원이 그녀를 몸소 찾아왔습니다!
"수련중이었구나! 그래. 솜씨는 조금 늘었더냐?"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주군이 물어봅니다.
***
문이 끼이익 하고 열리면서, 문을 두드린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반쯤 감겨 있던 홍련의 눈이 크게 뜨이나 싶더니 몸을 급히 낮춰 절을 하고 맙니다.
그도 그럴 것이 후보생일 뿐인 자신이 마주하기에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존재가 눈 앞에 있었으니.
몸을 낮춘 채로 천준원의 이야기를 들은 홍련은 힘겹게 입을 떼었습니다.
" 경험이 일천하여 아직 어디 내세울 솜씨라기에는 송구할 따름입니다... "
***
"그러한가?"
그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차를 따릅니다.
들거라. 하고 차를 건네주자 홍련은 조심스럽게 차를 받아듭니다.
"점점 형님들의 다툼이 커져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큰형님과 셋째 형님이 크게 붙었다는 모양이구나. 그렇지만 난 두 분에 비해 실력이 뛰어나지 못하다. 그래서 세력을 모아야하느니."
그가 빙그레 웃습니다.
"날 위해 2장로의 약점을 파헤쳐주지 않겠느냐."
....죽음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임무입니다.
***
주군이 자연스레 자리에 앉아 차를 건네 주자, 홍련은 조심스레 차를 받아 들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마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자신의 주군이 꺼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니까, 천마신교 내의 다툼, 그 중에서도 다음 교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소교주들간의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니 아무래도 즐겁거나 가벼운 이야기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첫째 소교주와 셋째 소교주에 비하면 특출나지 않다고 스스로를 낮추는 자신의 주군에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려는 듯 올려다보던 홍련은 일단 말을 아끼기로 하고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세력을 모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하고 의문이 생길 즈음 주군에게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찻잔을 바라보던 홍련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립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장로의 약점을 파헤치라니, 목숨을 담보로 행동해야만 할거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홍련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떴고, 잠시간 흔들리던 눈은 온데간데없이, 평소처럼 잔잔한 표정으로 홍련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 기꺼이 그리하겠습니다. "
***
소교주의 웃음이 짙어집니다.
"좋아. 좋네. 아주 좋아."
그는 박수를 짝짝 칩니다.
"방금은 시험이었어. 내가 설마 정말 사지로 그대를 보내겠는가.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약점을 파헤치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지."
그가 웃습니다.
"여기를 장악하게. 자네의 무공교두와 함께."
싱긋. 하고 소교주가 웃습니다.
진짜 임무가 내려졌습니다! 소교주는 곧 자리를 뜹니다. 이미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약점을 파헤치겠다고 한 홍련의 충성심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주군의 웃음이 짙어지고, 이윽고 박수를 짝짝 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홍련은 만족스러운 대답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
무모하다는 인상을 준 건 아니었을까, 자신을 사지로 보낼 줄 알았냐는 듯 이야기하는 주군에게 뜻을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인 홍련은, 그 자신의 무공 교두와 함께 이 곳을 장악하라는 진짜 명령을 듣고 고개를 조아립니다.
" 명을 받들겠나이다. "
그렇게 소교주가 자리를 뜰 때까지 최대한 예를 표한 홍련은, 그가 완전히 떠난 다음에야 숨을 길게 내뱉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
소교주를 보냅니다!
남은 것은 이 홍가를 장악하기 위한 준비와 실행 뿐...
그렇지만 어디를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난감합니다! 그럴 때는 무공교두를 찾아가 보는건 어떨까요?
***
소교주가 떠나가고, 식은 차를 몇 모금 넘긴 홍련은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이렇게 혼자서 고민하는 걸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심보가 글러먹은 것이겠죠.
안 그래도 소교주께서 무공교두를 언급하셨으니 한번쯤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무공 교두이자 홍가의 장로인 자를 만나러갑니다.
일단 홍련은 그의 수양딸로 되어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그는 호호백발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귀영대원 중에서도 상당히 나이가 많아보이지만.
꾸며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
무공교두이자 둔언홍가의 장로.
동시에 귀영대원으로 홍련의 선배가 되는 사람을 앞에 두고, 홍련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합니다.
일단은 인사를 해야겠죠.
수양딸이 보일 만한 예의를 갖춰 인사를 올린 홍련은 주변에 따로 듣는 귀가 없을지 살핍니다.
***
선선히 허락을 받습니다.
욱씬.
갑자기 공기가 살짝 무거워진 느낌이 듭니다. 앞을 보니 둔언홍가의 장로는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무언가 조치를 취했군요!
***
선선히 허락하는 것도 잠시.
욱씬 하고 자신을 포함한 이 방, 어쩌면 더 넓은 곳을 감싸고 있을 공기가 무거워진 느낌입니다.
그런 상황에 고갤 들어 보니 장로는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야기해도 좋다는 것이겠죠.
" ...소교주님의 명령입니다. "
***
"하나 기억해두어라."
그는 껄껄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습니다.
"소교주를 모시는건 너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귀영대는 오직 교주님의 명만 따른다. 소교주의 명은 너에게 있는 것이고 나에게는 소교주가 부탁을 해왔다. 충성을 바치는 것이 아닌 조금의 도움이라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딸깍. 하고 그가 찻잔 뚜껑을 엽니다.
"그래. 어떻게 시작하고자 하느냐?"
***
" 송구합니다. "
옳다. 귀영대는 교주의 그림자, 소교주들을 섬기는 게 아니다.
말을 꺼내는 방식이 조금 서툴렀던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홍련은 장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쉽사리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 실은 이런 일을 맡은 것 자체가 처음일 정도로 경험이 일천하여 무례를 무릅쓰고 온 것입니다. "
***
장로는 그러하냐. 하고 눈을 감고서 수염을 쓰다듬습니다.
"상책이나 너는 없고, 하책이나 너는 있는 방법이 있느니라. 중책은 내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들어보겠느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그러하냐, 라는 말과 함께 수염을 쓰다듬던 장로가 몇 계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눈을 조금 반짝입니다.
" 부디, 들려주시길 소망합니다. "
***
"하나는 너를 희생하는 방법이니라. 작금의 가주에게는 슬하에 어린 아들이 하나있다. 너와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아이지."
홍련의 얼굴이 살짝 굳습니다.
"정략혼이다. 그리하여 가주를 암살하고 새 가주를 너의 지아비로 하여금 앉히게 된다면 뜻을 간단히 이룰 수 있겠지."
그리고 말을 이어갑니다.
"그 다음은 내란이다. 둔언홍가 내에서 가주의 위치를 탐내는 이들을 지원하여 가주에 올리고 그 자에게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 있지. 하지만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며, 둔언홍가의 전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렇기에 하책이다."
다른 방법이 생각나는 것이 있느냐? 하고 질문이 돌아옵니다.
***
상책과 하책.
확실히 어떤 의미에서 상책이고 하책인지 알 수 있는 장로의 말을 들으며 홍련은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 가주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을 솎아내는 건 어떻겠습니까, 현 가주를 지지한다는 명분이 있다면 내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현 가주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그리고...가주의 아들.
정략혼이라는 가능성을 아주 버리기에는 굉장히 좋은 패일 터.
" 가주의 아들...과는 어찌 되었든 관계를 구축해두는 것이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
***
"둘 중에 하나를 고르지 않겠다라....욕심이 되어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정말 괜찮겠느냐?"
다소 건조한 관계기는 하지만, 일단은 수양딸과 계부라는 관계이니만큼 장로는 홍련에 대한 걱정을 살짝 내비칩니다.
***
" 괜찮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지요... 정략혼을 오히려 가주 쪽에서 제안해 올 수도, 혹은 누군가 가주가 되기 위해서 손을 내밀지도. "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이기에 두려운 것은 당연하나, 그렇다고 비교적 뚜렷해 보이는 선택지가 마냥 좋게만 흘러갈 것이라는 것 역시 확실하지 않았으므로.
더군다나 아직 온갖 곳에서 활약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던 홍련은 지금 가능성을 최대한 많이 붙잡아 두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 어느 쪽이라도 제 운명은 정해져 있을 테니 말입니다. "
실패하면 죽음뿐.
***
가주의 아들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여자를 왜인지 싫어한다.
정도의 정보가 떠오릅니다!
난이도가 너무 하드한데? 어떻게 된거죠 스레주?
***
- [이하명]
- 난 아주 독실한 신자다옹. 예배를 올리며 진행을 시작한다옹!!!
***
하명은 예배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예배담당이 하명이었나봅니다...그 옆에 있는 천강단원들은 엄숙한...표정이라기보단, 쟤가 얼마나 잘하나. 뭐 틀리는거 있나없나 하는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그렇습니다.
...선배 천강단원들이 예배를 평가하고 심사하고 있는겁니다!
으윽...으윽...
천상을 제패하시고 돌아와 모든 불신자를 심판하실 위대하고 영광스러우신 천마신이시여.........
예배가 끝납니다!
하명이와 함께 예배를 한 인물들은 내공이 3 회복됩니다! 하지만 하명은 소모한 내공이 없으므로 아무것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배 단원들이 몰려옵니다.
오늘 이 부분은 안좋았네~거기서 그러면 안되네~음정이 안맞네~
....눈물이 납니다..흑흑...내가 이러려고 천강단원이 되었나 괴롭고 자괴감들어...
아무튼 오늘의 아침예배를 마치자 조장이 모두를 불러모읍니다.
"자! 오늘 우리가 이렇게 운남에 오게 되었는데...자율포교활동을 시작할거다. 다들 조를 짜도 좋고 혼자 다녀도 좋으니 열심히 포교해서 많은 이들이 천마신님의 은혜아래에 들어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아자아자!
하명은 이제 포교를 하러 나갈 수 있습니다!
***
나는 한다 오늘의 예배..
***
또다시 예배를 합니다...
예배말고 포교를 하라니까요!
아무튼 예배를 했기 때문에 내공이 3회복되어야 하지만, 하명이의 내공은 풀입니다.
예배는 그만하고 포교를 하러갑시다!
***
" 안녕하세요. 혹시 천마님에 대해 아시나요? "
지나던 사람을 잡고 미인계를 통해 포교를 시도한다옹!
***
붙잡힌 상대방은 하명의 외모를 보고 헤벌쭉 해졌다가 이어지는 말을 듣고 정색을 하고선 팔을 뿌리칩니다.
어...어어...
"에잇...퉤...재수가 없으려니."
길바닥에 침을 뱉고 돌아선 사람. 하명은 난생 처음 받아보는 홀대에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너...너무해!
"어허. 그렇게 해서 포교가 되겠어?"
망연자실한 얼굴로 떠나는 이의 등을 바라보던 하명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옵니다.
...천강단의 선배로군요!
"자. 날 잘보고 따라해라."
선배님은 거드름을 잔뜩 피우면서 웃는 낯으로 한 행인에게 다가갑니다.
"안녕하세요. 길 좀 여쭙고자 합니다."
"음? 길? 어디 말하는거요?"
쑥덕쑥덕....말이 이어집니다.
"이야...감사합니다. 정말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혹시 요즘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화들짝 하고 상대가 놀랍니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그...그걸 어떻게..."
선배는 침울한 표정을 짓습니다.
"제가 관상을 좀 볼 줄 아는 편인데, 보아하니 근래에 몸에 안좋은 기운이 들 팔자입니다."
그딴건 세상에 없습니다. 하명은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기가 찹니다.
"그...그러면 난 어찌해야하오? 응?"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래뵈도 그런 것을 고치는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그...잠시 귀 좀..."
그리고 무어라 소근거립니다. 행인의 얼굴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그거 사이비 종교 아니요? 솔직히 믿기지가 않는데..."
"일단 한 번 와보시죠! 어차피 그 병 의원한테 가서도 잘 보지도 못하는 병입니다. 속는셈치고 한 번 오시면..."
한창 실랑이 끝에 행인은 알겠다고 하고 길을 떠납니다.
"에헴! 봤느냐?"
잘 봤습니다. 이게 바로 사이비들의 수법이군요. 하명의 눈이 짜게 식어갑니다................
1레스 더 진행가능합니다.
***
하늘같은 선배님이 순식간에 저잣거리 노상맨이 되어버린 모습에 그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신삥이의 서러움은 여기서도 이어지는구나. 조용히 지나던 분의 손을 잡고 안면에 미소를 피었다.
" 혹시....신을 믿으시나요? "
***
"신?"
지나가는 행인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옥황상제랑 부처님들 말하는건가? 아 그거야 당연히 알지."
믿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난 모르겠고 우리 마누라가 절에 참 자주 간다우.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슈?"
....분기점이군요! 잘 말해봅시다! 용산에서 여러 전자기기를 파시는 분들처럼요!
***
" 누구에게나 안녕을 위한 기도는 가질 수 있죠. 그리고 그것이 다른 신이 아니라 저 하늘의 모든 것을 내려보시는 위대한 천마신이라면 또 다를 것입니다. "
조곤조곤, 조용하지만 목소리에 힘을 담아서 하명은 눈동자를 천천히 집중했다. 맑은 눈망울 안에는 신앙 속에서 나오는 안심과 평안, 그리고 부드러운 행복감을 담았고 미소에선 당신도 믿는다면 이제 불안 하나 남지 않을 것이라는듯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혹시 저와 함께 제 신에 대해 알아보진 않으시겠나요? 미련 없이 떠나셔도 좋지만 오늘 천마신에 대해 들으신다면 당신의 성공 시대가 시작될겁니다. "
천마 신앙을 가지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됐다
***
이런!
빌드업이 부족했군요! 영업사원으로서 하명은 아직 덜 여물었나봅니다.
행인은 뭐야 사이비야? 하면서 눈을 찌푸리고 제 갈길을 가버립니다.
흑흑...하명쟝...포교 너무 어려운 거시에오....슬픈거시에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할쏘냐! 하명은 당차게 마음을 다잡습니다. 저런 멍청한 것들. 천마신님의 품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어차피 다 심판 받을 것을...끌끌...
...?
***
- [화맹운]
- 해가 뉘엿뉘엿 져가며, 작은 의원 겸 자택에 불을 밝힌다.
표사로서의 하루를 끝내고, 이제 그만 본업을 할 시간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또한 본업은 아니다. 다만, 표국의 표사보다는 조금 더 본연의 모습에 맞겠지.
낮도 낮이지만, 이러한 밤에는 더더욱 응급한 환자들이 많이 온다. 특히나 불미스러운 일이 많은 사람들이 말이다.
그렇기에, 밤에만 활동하는 의원이 필요한 법이겠지.
***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할 수 있는 시간.
아니 그냥 밤입니다. 맹운은 약초와 향의 냄새를 맡아가며 앉아서 책을 넘기고 있습니다.
사락...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듣기 좋은 종이소리와, 풀벌레 소리들이 들립니다.
듣기 좋습니다. 이럴 때 천마신께 기도를 드리면...
웅성웅성.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맹운은 읽던 책을 덮습니다.
"화 표사님! 화 표사님!"
밖에서 누군가가 급하게 방문을 두들깁니다. 맹운은 문을 열고 무슨 일이냐 묻습니다.
"이번에 하남으로 갔다가 돌아온 표행단에서 어딘가의 풍토병에 걸려온 놈이 있습니다!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수두룩하고 열이 나고 있습니다!"
방금 하남 쪽으로 떠났던 표행단이 돌아왔나봅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묵었던 장소들 중에서 병에 걸려 돌아온 것이겠지요. 맹운은 서둘러 환자를 안으로 들이라고 합니다.
호롱불에 환자를 비춰봅니다.
식은땀이 가득하고, 손과 팔, 어깨에 붉은 반점이 나있습니다. 이마는 뜨겁습니다.
그 외에 다른 증상은 없군요.
시스템적으로 의원행세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적으로 의원행세가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병의 증세인지, 치료법이 무엇인지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우선 응급처치부터...해야겠지요...?
***
풍토병이라... 이거 큰일이군.
우선 끙끙 앓고 있으니 편한 자리부터 만들어 주어야겠다.
물수건을 이마에 대 열을 내리며, 그 외에 어딘가 두드러기나 물린 자국 같은건 없는지 살핀다.
그리고는 환자의 의식을 살피기로 한다. 그저 앓고만 있는지, 소통은 되는지 말이다.
"정신 좀 차려보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정확하게 말해볼 수 있겠나?"
먼저 무슨 병을 앓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별다르게 외상은 없으니 우선은 열을 내리고 몸의 독소를 풀어줄 탕약을 내려서 먹여보도록 한다.
***
환자는 으으...으.....추워....으....
라는 말만 내뱉고 있습니다.
일단 맹운은 열을 내리는 탕약을 준비해서 먹여봅니다!
...
....
.....
......
음, 살짝 효과가 있는지 춥다는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이게 무슨 병이죠!?
"표...표사님. 살릴 수 있는겁니까?"
***
- [장혁산]
- 혁산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감은 영 잡히지 않아서, 그나마 자신보다 똘똘한 공혁수에게 물어본다.
"동지야. 내가 술 따라 천마신님 말씀따라 걷다보니 어디로 가는지를 까먹었는데 도최 여기가 어디의 뭐하는 곳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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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수는 한숨을 내쉽니다.
"야. 너 진짜 그러다가 파직당해. 파직. 우리같은 무관들이 연차도 못채우고 파직당하면 주변 사람들이 흉봐. 너 평생 집 안에 박혀서 살거는 아니잖아."
고개를 혼자 내젓습니다.
"어디긴 어디야. 평평시지. 복마전에서 서쪽에 위치한 곳."
복마전. 보통 교주가 거하는 궁궐을 천마궁이라고 하고 그 안에서도 교주가 높은 거마들을 만나고 그들과 정책을 결정하는 곳을 복마전이라 일컫습니다. 대충 수도의 서쪽에 있는 평평시라고 하는군요.
"우선 너 제대로 복직부터 할 수 있게 사람들만나고 다니자. 응?"
혁수는 의형제인 혁산이 교국에서 제대로 무관구실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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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리]
- 주리는 그날도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천마님을 향한 신앙깊은 기도를 올린 다음에야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선은 수련장으로 가서 수련을 하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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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는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갑작스레 눈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유없이 시작된 눈물은 바닥을 한 방울 한 방울 적셔갑니다. 천마의 은혜에 다시금 감동을 하게 된걸까요?
감정이 북받쳐오르면서 주리는 다시 주저앉아 눈물을 훔칩니다.
흐르는 눈물은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흑...흐윽... 이젠 이것이 눈물인지 콧물인지 침인지 구분이 안될 때 쯤. 조금 진정이 되려던 때, 인기척이 나서 뒤를 돌아봅니다.
"또 우는게냐."
못마땅한듯 표정을 찌푸리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팔짱을 끼고서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고 있군요.
주리는 이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호란강가의 가주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는 귀영대원입니다.
"제일상마전에서 너를 찾으신다. 속히 가볼 수 있도록."
쯧. 하고 혀를 찬 그는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제일상마전. 소교주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마전이라는 건물의 이름이고 그 중에서도 제일. 첫번째라는 의미가 붙은 것은 첫번째 소교주를 뜻하니 제일상마전은 첫번째 소교주이자 주리의 주군을 말합니다.
귀영대 후보생으로서 교국의 천마궁 안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주리에게는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주리는 천마궁의 제일상마전으로 이동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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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이것은...."
무마하려 해보지만 그럴 수 없다는것을 깨닫자, 얼굴을 정리하고 제일상마전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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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얼굴을 정리하고 제일상마전으로 이동합니다. 수십의 시녀가 발걸음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주리와 비슷한 실력도. 주리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실력도 있습니다. 여기가 복마전일까요.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안에 들어가니 커다란 발이 쳐져있고 그 너머로 소교주의 인형이 보입니다.
그 옆에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음에도 안면인식장애를 유발하는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 호위로 지키고 서있습니다.
직감적으로, 저 사람은 귀영대원이라는걸 눈치챕니다. 주리는 자연스럽게 오체투지를 합니다.
"요즘 셋째가 난리를 피운다는구나."
청아하고 듣기좋은 남성의 목소리입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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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리의 머리 속으로는 어떻게 3번째 분을 감시해야 하나 머리가 돌아갔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혹시나 더 자세히 명령을 설명해 주실까, 조력자를 말씀해 주실까. 더 명하실 것은 없으실까 고민하며 예의를 갖춘 자세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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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교주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습니다. 호위로 서있던 귀영대원은 손을 흐느적거립니다. 축객령입니다.주리는 더 어쩌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셋째 소교주의 동향을 파악한단 말입니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찾아보지만 딱히 생각나는건 없습니다. 가장 먼저 세번째 소교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인물에게 호감을 가지는지. 평소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정도는 어렵지않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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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자리를 나선 뒤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걸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우선은 삼공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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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는 삼공자에 대해 떠올려봅니다! .....호사가가 아니라서 딱히 알고 있는게 없군요!
첫째 공자의 이복동생이고 초절정의 무위를 가졌으며 세번째 소교주다. 이 외에 알고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혼자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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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리 혼자서는 할수 있는일이 아니기에 주리는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그게 누구냐, 바로 호적상 아버지인 가주님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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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는 호란강가의 가주이자 귀영대원을 만나러갑니다! 어...? 왜 그를 만나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하고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히끅. 히끄윽......
"하...."
짜증이 난다는듯 가주는 주리가 우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봅니다. 손이 부르르 떨리는걸 보니 한 대 때릴까말까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간신히 울음이 진정된 주리. 무엇을 물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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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합니다."
일단 고개 숙여 죄송스러움을 어필한 뒤에야 운을 떼는 주리.
"소교주님께서 임무를 내려 주셨는데, 홀로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도움을 청하고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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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영대원은 쯧. 혀를 찹니다.
"소교주님께서 너를 생각해 내린 문제다. 귀영대원인 나를 찾아오면 소교주님께서 너를 어찌 생각하겠느냐?"
질책이 담긴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뛰어난 두뇌의 주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귀영대원은 울보인 주리를 돕고싶어하지 않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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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교주님께서 다른 이가 아닌 저에게 명하심은 깊으신 뜻이 있겠지만, 홀로 전전긍긍 하다 실패하는 것 보다는 믿을 수 있는 이의 도움을 받아 성공시키는 것이 소교주님의 뜻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와 나빴다 진짜 왜 주리를 돕지 않는것이지? 울보차별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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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영대원은 냉정하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입니다.
"소교주는 너의 주군이지 나의 주군이 아니다. 귀영대원은 전부 중립이다. 우린 오직 교주님만을 섬기는 사람들이고 후보생인 너와는 입장이 다르다. 너가 귀영대원이 되고 말고는 윗분들의 영향도 있지만 내 평가도 무척이나 중요하다는걸 잊지마라. 내가 너에 대해서 점점 더 실망만 하게 만들것이냐?"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킵니다.
"밖으로 나가서 스스로를 증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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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푹 숙인체 짧은 대답과 함께 밖으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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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교좌가 공석임에 따라 기존의 귀영대원들은 중립을 표방하며 소교주 중 누구도 지지하고 있지 않지만 귀영대의 후보생으로 훈련을 받는 사람들 중에서는 소교주들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주리는 밖으로 나갑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저는 힌트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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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소교주를 잘 알법한 사람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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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법한 사람을 떠올려봅니다.
...주리는 인맥이 없습니다! 떠오르는거라곤 세번째 소교주에게 지원을 받는 귀영대 후보생. 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
그 외에 소교주의 시중을 드는 시비들. 누구나 생각할법한 사람들입니다. 주리에게 호의적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않을겁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나눠서 물어본 다음에 하나로 모으는건 어떨까요? 주리의 천재적인 두뇌가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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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재다! 능히 할 수 있다!"
소교주의 시중을 드는 시비를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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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교주의 시중을 드는 시비를 찾기 위해선 먼저 제삼상마전으로 가봐야합니다. 그런데 위장신분은 함부로 상마전에 가기에는 애매한 신분.
거기에 시비라고는 해도 못해도 주리와 동급의 고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주리의 천재적인 두뇌가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가장먼저 시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삼상마전으로 바로 가는 것은 죽음으로 향하는 급행열차. 제일상마전에서 제삼상마전의 시비들과 친한 이를 찾아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주리가 강압적으로 나선다면? 그 역시 죽음으로 향하는 급행열차입니다. 소교주의 시비는...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 일류고수가 되어야하고 출신성분이 명확한 집안 자제여야하며, 모두가 소교주의 여자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주리의 신분을 밝힐 수도 없습니다. 그럼 먼저 제일상마전의 시비와 친해져야합니다.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높은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우선은 제삼상마전이 아닌 제일상마전의 시비부터 공략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것이 주리의 천재적인 두뇌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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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가 접근해볼수 있는 제일상마전의 시비와, 그의 특징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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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곧바로 기억해낸 주리는 제일상마전의 2급시비에게 향합니다!
"어머. 호란가의 사람 아니신가요? 여기는 어쩐 일로?"
그녀는 다른 시비들을 부리면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주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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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사야]
- 햇살이 창문을 타고 넘어와 자고 있던 사야에게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나른한 몸짓으로 침대에서 일어난 사야는 근처의 탁자 위에 놓여있던 흰 베일을 집어들었다. 머리에 폭 눌러쓴 베일의 끝을 만지자거리며 사야는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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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는 수련장으로 갑니다!
그 곳에는 교국에 온 뒤부터 줄곧 자신을 챙겨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사야냐."
오랜 시간을 봐도 저 딱딱한 말투와 날카로운 기도는 익숙해지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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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오른손을 들어올려 베일을 걷어올린 사야는 언제나 그랬듯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살짝 목례했다.
"아직 정정하시네요, 채현 님. 이러다가 자칫하면 채현 님을 이길 날은 영원히 오지 못할 수도 있겠어요~."
그것 때문에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건데 말이죠?
싱긋 웃으며 말한 사야는 이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눈을 환하게 휘었다. 아무리 봐도봐도 적응이 안 되는 눈부신 미인의 미소였다.
"한 수 가르침을 내려주실 수 있을까요?"
베일을 완전히 걷어내 벗은 사야는 베일을 근처에 놓여있던 의자에 고이 올려두었다. 시야를 조금이라도 가려서 방해하는 베일은 자신보다 상위의 실력자와 대련할 때 방해가 될 뿐이었다.
허리에 차고있던 쌍검을 뽑아 든 사야의 눈빛이 나른한 맹수처럼 돌변했다. 사야는 유혹하듯이 혀로 입술을 느릿하게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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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정도는 해주마."
나채현은 도를 뽑지 않고 맨 손으로 자세를 취합니다. 사야의 눈썹이 치켜올라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류고수인 자신한테 맨손이라니요?
"와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야는 빠르게 채현에게 짓쳐들어갑니다. 채현은 한 발자국 옆으로 서면서 수도로 사야의 검을 탕. 타탕. 하고 튕겨냅니다. 다시 한 번 들어가지만 어김없이 막혀버립니다.
그의 무위는 절정. 사야와는 경지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를 상대함에 있어서 그는 적당히라도 사야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할겁니다.
지금부터 사야는 행동방침을 정해주세요.
다음 진행 때 방침을 정해 레스를 쓰시면 거기에 맞춰서 사야가 행동하게 됩니다.
1. 검술만 사용
2. 최대한 할 수 있는만큼
3. 내공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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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자신보다 상위의 실력자.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오만일 뿐이에요!
그러니 제가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에요. 그래야 실력도 늘고요.
자신을 기른 사림은 약하지 않다. 그러니 죽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사야는 진심으로 죽일 각오를 하고 검을 횡으로 휘둘러 베려했다. 혹시 몰라 항상 챙기고 다니는 품 속의 암기도 재확인 하며.
이걸 언제 써야 할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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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마공의 구결에 따라 내공이 단전에서 출발합니다. 온 몸을 순환하면서 일반인은 꿈도 못꿀 강력한 힘이 용솟음칩니다!
부르르. 떨며 이 힘에 취할뻔 했습니다. 사야의 쌍검에 은은한 검은빛이 맺히면서 잔상이 일어납니다.
"훌륭하구나."
나채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야는 곧바로 좌측하단을 노리고 뛰어들어갑니다!
귀쌍검 - 씨나락
맨손에 맺힌 강기가 사야의 첫번째 검과 부딫히고 반박자 늦은 타이밍에 사야의 나머지 검이 허벅지를 노리고 내리꽂힙니다!
터엉!
"귀쌍검이구나. 교국의 무관들이 모두 입마관을 수료했다는걸 잊은게냐."
곧바로 날아오는 수도. 사야는 흠칫하면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회피기를 사용합니다!
귀쌍검 - 각귀
우드득. 뜨드득. 몸이 기괴하게 비틀리면서 종이 한 장 차이로 수도가 비껴나갑니다! 사야의 콧잔등에 식은땀이 맺히고 한 박자 늦게 촤악! 하면서 옷 앞섬이 찢겨나갑니다.
....나채현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면 치명상이었습니다.
"확실히 일류라는 이야기를 들을만 하구나. 더 들어오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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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부탁드릴게요!"
사르르 웃은 사야는 신나보였다. 누군가를 죽일까봐 적당히만 하고 있었기에 오랜만의 실력 100% 발휘 전투가 즐거운 것도 이해는 간다.
끝나면 나채현에게 수련의 도움을 부탁해서 잘못한 점을 묻고 반성하고 수련하며 고치기로 했다.
후우, 완벽히 적중은 무리여도 잡거나 스치기만 하면 돼요! 적중하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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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독이 담긴 암기를 날립니다!
무공도 없고, 아이템도 없고 심법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오로지 내공을 이용한 힘!
쐐애액! 하고 암기가 날아가지만 탁. 하고 힘빠지는 소리와 함께 암기는 내동댕이쳐집니다.
그것만을 노린게 아니었단듯 사야는 재빠르게 안으로 파고듭니다. 암기를 쳐냈던 그 순간에요. 과연, 일류의 움직임이고 판단입니다!
귀쌍검 - 기기괴괴
예측하기 어려운 방면으로 검을 흩뿌리지만 나채현은 고개를 저으면서 옆으로 몸을 튼 다음 사야의 팔목을 잡아챕니다.
"끝났다."
더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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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졌어요. 역시 '아직은' 무리네요!"
내일 붙잡힌 팔목에 엄청난 피멍이 들 거라고 속으로 장담하며 사야는 항복했다.
"제 수련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못한 점이라든지 얼마든지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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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대련을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보려무나."
지도 대련이 끝났습니다!
사야는 입마공과 귀쌍검의 숙련도가 8%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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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혼자라도 조금만 더 수련하다가 갈게요~."
섭섭해하지 않고 수긍한 사야는 혼자서라도 수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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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의 숙련도가 13%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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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을 수련하던 사야는 계속 수련하기로 했다.
"좋은 바람이네."
사야는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래서 그런 지, 한층 더 바람을 잘 느끼기 위해 사야는 베일을 벗었다. 다시 2개의 검이 바람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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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을 수련합니다!
숙련도가 18%...좋은 숫자군요! 아무튼 좋은 숫자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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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는 검을 찌르고, 베고, 어느 때는 투척해보기까지 했다. 입마공을 써서 검에 내공을 담아보기도 하며 사야는 귀쌍검을 수련했다.
선함의 대표같은 그에게는 어쩌면 안 어울릴 수도 있는 검법이지만, 묘하게도 그것을 쓰는 그에게는 어떤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씩 다른 무기도 써보면서 그는 허수아비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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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의 숙련도가 23%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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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0개의 허수아비를 척살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먹고, 안 자기로 했다. 그가 손에 든 것은 검은색 내공이 서린 두 목검이었다.
"죄송해요, 허수아비 공자."
합장한 사야는 허수아비에게로 목검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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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이 28%에 도달합니다!
지겨움? 그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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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른 부수던 사야는 갑자기 검을 멈췄다. 검을 검집에 꽂아넣은 사야는 채찍을 집어들고 내공을 불어넣었다.
귀쌍검법을 채찍으로 쓰면 어떨까, 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냥 심심했다고 이해해도 된다.
채찍이 허공을 반으로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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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으로 귀쌍검으로 수련합니다.
귀쌍검은 이름부터 검으로 펼치는 무공!
채찍으로 펼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사야와 안면이 있는 나채현은 떠나간 상황. 그 누구도 백사야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습니다. 수련장에서 사야가 만날 수 있는 인물은 더 없습니다.
숙련도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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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은 무리지만 사야는 채찍을 다루는 게 좀 더 나아진 데에 만족하고 다시 검으로 수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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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의 숙련도가 33%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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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의 머릿속은 이제 수련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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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쌍검은 38%에 도달합니다!
숙련도가 48%에 도달합니다!
58%!
귀쌍검의 숙련도가 78%!
와!
오늘부터 수련 효율 떡상!
이제 소중한 진행에서 수련보다 다른게 늘어나겠죠?
..........쾅!
하고 새로운 초식을 사야는 습득합니다!
【 귀쌍검 】
성취 : 4성
입마관에서 가르치는 36가지 무예중 하나. 귀신 둘이 검을 휘두르는 것 같다고 하여 귀쌍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교국의 무관이라면 대부분 다룰 줄 아는 편이며, 이것을 특기로 하는 사람도 찾아볼 수 있다.
기초무예이므로 5성까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 1성 기기괴괴 : 예측하기 어려운 궤적으로 움직이면서 검을 휘두른다.
- 2성 씨나락 :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에 검을 찔러들어간다.
- 3성 각귀 : 몸을 기이하게 뒤틀어 공격을 회피한다.
- 4성 귀자결 : 두자루 검을 이용해 적을 마구 베어낸다. 이 초식에 당한이의 상흔은 鬼자와 비슷해 귀자결이란 이름이 붙었다.
숙련도 18%
짝짝짝.
북쪽의 수령동지같은 박수소리가 들려옵니다.
"축하하네."
누군가가 찾아왔습니다!
"외당쪽에 있는 사람이니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되네."
무슨 일로 찾아온걸까요....?
"소속이 어디인가?"
***
귀쌍검을 수련합니다.
***
수련합니다...!
귀쌍검의 숙련도는 58%입니다.
하지만 사야는...귀쌍검의 숙련도를 얻고 누군가의 실망을 샀습니다. 말을 걸어왔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수련만을 반복하는 사야를 본 누군가는 크게 소리칩니다.
"좋다! 좋아!"
그는 숨을 살짝 거칠게 쉬면서 사야를 노려봅니다.
"나채현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이리도 없을 줄은 몰랐군! 말을 걸었는데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자라니! 다시는 볼 일 없을걸세!"
등을 돌리고 누군가는 사라집니다.
사야는 외당의 주요인물을 실망시켰습니다!
앞으로 외당의 사람과 대화할 때 호감도에 악영향을 받습니다.
***
누군가가 떠나려고 하자 그제서야 알아챈 사야가 퍼뜩 쫓아가서 붙잡았다.
"헉...허억....!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집중하다가 그만 못 들었나봐요...!"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사야가 헉헉거렸다. 석고대죄라도 할 강렬한 기세였다. 베일이 떨어지지 않았는 지 점검하며 사야가 재차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별볼일 없는 소생에게는 무슨 일이십니까......? 아, 참고로 소생의 이름은 백사야라고 하옵니다."
숨을 토해내며 허리를 펴서 상체를 들어올린 사야가 연신 허리를 숙이고 계속 사죄를 했다.
"예의에 어긋난 짓을 한 것은 죄송합니다. 무엇이든 못난 소생에게 내리시는 벌은 달게 받겠으니, 부디 채현 님을 욕하는 것만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머리를 들어올리라는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있던 사야는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피를 삼키려고 애썼다. 수련을 너무 오랫동안 했는데 단 한 번도 휴식을 취하지 않고 떠나려던 사람을 쫓아 달리기까지 한 것은 사야의 몸에 부담이 엄청나게 컸다. 한 마디로, 사야는 지금 죽을 맛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아무리 몰랐다지만 실수로 무례한 짓을 저지른 것은 사야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
그는 뒤따라온 사야를 보고 눈을 찌푸립니다.
"이미 늦은 일이다."
그는 매정하게 사야를 뿌리치고 떠나갑니다....
멍하니 떠나간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야에게 누군가 다가옵니다.
"대체 무슨 일인게냐."
원림대주, 나채현입니다. 그는 꽤 곤란하다는 얼굴로 떠난 이와 사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제가...... 제가 무례를..."
패닉에 빠진 사야가 대략의 상황을 설명했다. 수련에 빠져 집중하다가 그만 다른 사람이 부르는 소리를 못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서 그 분이 화내셨다는 것까지 전부 다.
"제가... 채현 님의 이름에 먹칠을.... 쿨럭, 쿨럭!"
창백하게 질린 얼굴의 사야가 심적의 충격이 컸는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당장 가서 사죄를.. 어, 어떻게 하죠? 저분의 성함이.... 어딘지 알아야.."
횡설수설거리는 사야는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남에게 무례를 저질렀다는 것은 사야에게 그 만큼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
***
채현은 여전히 곤란하다는 얼굴입니다.
"그 분이 너에게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찌 말해주겠느냐."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이 일은 내가 한 번 해결해보마. 너의 현재 신분으로 만나뵙고 싶다고 해서 만나뵐 수 있는 분은 아니니 말이다. 허나, 외당의 사람들이 너를 당분간은 썩 좋은 눈길로 보지는 않겠구나. 사죄를 구하고자 한다면 외당 쪽에서 일을 하나 맡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 편이 그 분이 널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될지도 모를거다."
그래도 어릴 때의 사야를 키워준 사람인지,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줍니다.
"어떡하겠느냐?"
퀘스트군요! 보상은 외당 호감도 관련 삭제 정도가 될까요?
***
"당연히 하겠습니다."
굳은 각오가 서린 눈으로 사야가 수락했다.
***
"외당으로 찾아가봐라."
사야는 그 말대로 외당으로 찾아가봅니다.
상대방은 사야를 보고 흠, 하고 썩 좋은 눈길로 쳐다보지는 않습니다.
"자네가 그...원림대주가 말한 그 사람이겠군. 사천분타에서 지원요청이 들어왔네. 나가볼텐가?"
사천분타로의 이동입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받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면 됩니까? 그리고 거기서 뭘 하면 되겠습니까? "
사야가 그렇게 물었다.
***
자세한 것은 사천분타로 가서 알아보게나, 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사야는 지금 바로 출발합니까? 긴 여정입니다. 약골인 사야가 내공도 쓰지 않고 가다간 큰 일이 나도 여러번 날게 분명합니다!
***
내공을 쓰며 간다.
***
사야는 내공으로 온 몸을 지탱해가며 사천으로 이동합니다!
천마신교의 본단이자 수도만큼은 아니지만,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성에 도착합니다!
이 성 전체가 사천분타입니다.
정확히는, 이 곳의 관리들과 봉작을 받은 귀족들 모두가 천마신교의 교인입니다. 중원 황제에게 서임을 받았지만, 교국과도 충성을 맹세한 사이라는 것이지요. 당연히 사천 전체가 이런 것은 아닙니다.
청해의 서남부와 사천의 서북부만 이런 것이지요. 교국의 입장에서 보자면,,,일종의 군사수도 같은 곳이 여기입니다. 사천분타가 위치해있는 성벽도시니까요.
문지기의 검문이 있었지만 교국의 무인인 사야에겐 순식간이었습니다. 문지기들이 성호를 그으며 신앙을 고백, 증명했고 사야는 마주 성호를 그으며 웃어줍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저기에 사천분타의 상징과 천마신교의 상징들이 걸려있습니다.
이 곳이야말로, 10대 도시를 제외하고 중원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
사야는 사천시 - 교국에 도착합니다!
바로 사천분타로 갈 수도 있고,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
...일단 조사를 해봐야겠어요.
***
활기차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입니다.
주변에 천마신교의 상징이 걸려있는 집도 있고, 아닌 곳도 있군요.
아닌 곳은 뭐지? 하고 보니까 무림인들이 돌면서 무언가를 걷어갑니다.
아하...
종교세를 걷나봅니다!
더 조사를 해볼까요?
***
더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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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조사를 해봅니다!
이 곳은 중원의 법률보다는 관습법과 교국의 법으로 집행되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상인들은 교국에게 절대적으로 보호받고 있군요.
더 이상 딱히 조사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애초에 사야의 임무는 이 곳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니, 조사도 이 정도면 충분할겁니다!
***
사천분타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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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리으리한 사천분타로 이동합니다!
"아, 당신이..."
안으로 들어가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해보자 사람들은 안내를 해줍니다. 약간 불편해하는 기색은 있어보이는군요.
분타는 기본적으로 외당 소속이니, 호감도 하락의 영향을 받는 중입니다.
"이 곳으로 들어가면 해야할 일을 알 수 있을거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식으로 약간 불친절하게 알려주는군요.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들어가자, 그 곳에는 사야 못지않게 잘생긴 30대 외모의 남성이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오똑한 코, 풍성한 머리칼, 부드러워 만지면 묻어나올 것 같은 어두운 피부, 큰 키에 진한 눈썹, 떡벌어진 어깨와 쌍커풀없이 큰 눈.
가히 옥골선풍에 걸맞는 외모입니다.
그 옆에는 천마신교의 상징을 대놓고 등과 배 부분에 그려넣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모두 7명이군요.
"반갑습니다."
듣기 좋은 시원하고 낮은 목소리가 사야에게 들려옵니다. 사야도 마주 인사를 합니다.
"본인은 석주형이라고 하고, 이 쪽은 내 친우와 아우인 천강단원들이오. 꽤 젊어뵈지만 사실 나이는 마흔을 훌쩍 넘겼으니 말투가 좀 늙은이 같아도 이해해주시오. 하하하하."
그가 웃으면서 말하고 천강단원들은 피식거립니다.
"본교 쪽에서 본인이 청원을 넣은 것에 이리 사람을 보내어 도움을 주실 줄은 몰랐소."
석주형은 머리를 긁적입니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몸져누우셨다는데, 그래도 아들된 도리로서 가보고자....하는데 교국과 신교에 충성한 보람이 있소이다. 이리 잘생긴 호위까지 보내주시고! 하하하하!"
아버지 얘기를 하자 그는 잠깐 쓸쓸한 표정이 되었다가 다시 능글맞아집니다.
"그럼 바로 출발할 수 있으시겠소? 목표는 강서의 석가장이라고 하는 작은 장원이라오. 들어본 적은 없을거요. 대단하진 않은 곳이니까. 그래도 내게는 소중한 곳이라오. 그런것 치고는 가본 적이 많지는 않지만 길 안내 정도는 할 수 있다오. 걱정 마시오. 지금 바로 출발하고 싶은데 괜찮겠소?"
그는 아직 소식을 못들은 것인지 사야에게 제법 친절합니다. 바로 출발할까요?
***
"물론이죠, 친절하신 분."
잔잔하게 웃으며 베일을 더 눌러쓴 사야가 답했다.
'몸이 지치긴 했지만, 아직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도 이마 옆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저 무리하고 있는 자신의 몸이 임무가 끝날 때까지 버텨주길 간절히 기원할 수 밖에 없었다.
***
내공을 또다시 소모해 강서로 이동합니다....!
....아무일도 없이 강서의 석가장에 도착합니다!
"하하! 도착했군! 형제들! 이 곳이 내 친가라네."
석주형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석가장의 문 앞에 서서 말합니다. 천강단원들은 드디어 친구 집에서 한 번 묵어보는거냐고 웃고 있습니다. 석주형도 그래도 병문안 온 아들인데, 내쫓지는 않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떱니다.
그리고 문을 두들기려는 순간.
아이고오오오...아이고오.....
곡 소리가 들려옵니다. 천강단원과 사야의 얼굴이 굳어버리고, 석주형은 곧바로 문을 부숴버립니다!
콰앙!
"누, 누구냣!"
상복을 입고 있는 무사들이 검을 들고 뛰쳐나오지만 빠르게 석주형이 제압하고는 석가장 안을 둘러봅니다. 사야도 천강단원들도 안으로 함께 들어와 상황을 파악합니다.
상복을 입고 있는 이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곡소리.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 집안.
"...막내 도련님?"
그리고 석주형을 알아보는 상복을 입고있는 하인들.
털썩.
"내가...."
석주형이 주저앉습니다.
"내가....너무 늦게왔구나..."
천강단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로 그저 서있기만 합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저앉아 석가장을 바라보는 석주형. 그 사이에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서출의 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기어들어오느냐!"
분노가 가득담긴 목소리. 석주형과 닮은 구석이 많은 남성입니다.
"형님...아버지의 상 중 아니오. 내게도 곡할 권리가 있소."
그런 취급이 익숙한지 석주형은 이를 악물고 남성을 쳐다보며 말합니다.
"하. 우리 형제가 네 놈을 형제라고 받아들일 것 같으냐? 아버지께서 돌아가셔 안그래도 상을 치르는 와중인데 어딜 천 것이 기어들어오는거야! 당장 나가라!"
그 말에 천강단원들이 움찔합니다.
"어머니는! 천 것이 아니오! 천마신교의 교인이었을 뿐인데 어찌 그리도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것입니까 형님!"
"하? 누가 천것에 마교의 씨앗이 아니랄까봐. 제 놈과 같은 놈들을 바리바리 끌고 들어오기까지 했구나. 어서 썩 나가지 못하겠느냐!"
...개판입니다.
***
"...사람은 모두 다 달라요. 하지만 모두 똑같은 인간이죠."
가만히 듣고 있던 사야가 느릿하게 앞으로 다가가며 천천히 입을 뗐다.
"저는 천마신교의 일원이에요. 어쩌면 당신에게 저는 혐오스러운 대상일 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앞까지 다가간 사야가 발걸음을 뚝 멈췄다.
"전 당신의 형제 분과는 달라요. 천마신교의 일원이신 어머님 아래에서 태어나신 저 분과는 달리, 중원의 귀족 가에서 태어나 멸문당해 천마신교에 주워지긴 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들어갔으니까요."
그렇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그를 올려다보며 추억을 회상하듯 잔잔한 웃음기를 흘린 사야가 계속 말을 이었다.
"출생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출생이든 후의 미래 또한 모르죠."
저하고 정반대의 길을 걸을 수도 있잖아요? 전 천마신교라 그걸 바라지는 않지만, 그 분이 꼭 그러고 싶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우아하게 손을 들어올린 사야가 천천히 베일을 잡아당겨 벗어 자신의 얼굴을 들어냈다. 얼굴도 모르는 수상한 자의 말에 설득당할 확률은 적으니까.
"당신이 만약 저분의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났다면, 그때도 그런 말을 하실 거에요?"
어느 어머니든 대부분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 또한 그런 어머니를 사랑하는 법이랍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험한 말을 하실 수 있겠어요?
역지사지.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며 말을 하면, 자신의 마음도 넓어지고 평안함이 찾아온답니다.
봄의 꽃이 만개하듯 사르르 웃은 사야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것을 비난하지 말아줘요. 누구든 슬퍼하게 하면 자신에게도 언젠가 돌아올 테니까요."
반대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줘도,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와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이 있듯이요. 그렇지만 누구를 다치게 한 사람이, 끝에도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잖아요?
***
이런.
사야가 한 말에 천강단원들도 석주형도 당황하는게 눈에 보입니다.
사야가 한 말을 잠자코 듣던 상대방은 아무말없이 칼을 꺼내듭니다.
"그 잘난 혀를 잘라야 입을 멈추겠구나! 상 중인 남의 집에 와서 뭐라 지껄이는 것인지 모르겠군! 천한 서자놈과 어울려다니는 놈들 꼬라지가 그럼 그렇지!"
모...모욕적입니다!
이 무지막지한 모욕에 정신은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분노로 몸이 덜덜 떨립니다. 화가납니다!
"그, 그만! 안돼오! 소협! 죽을거요! 형님은 절정의 고수란 말이요!"
하지만 사야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런 모욕적인 상황에서 어찌...! 사야도 마주 두 자루 검을 꺼내듭니다!
"그래! 오늘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피를 보지 않을거라 생각했거늘. 이게 사파의 본질 아니겠느냐!"
쾅!
마룻바닥이 산산히 부숴지면서 상대가 사야에게 날아듭니다! 눈 한 번 깜빡이자 상대의 검이 사야의 코앞에서 멈춰있습니다...!
사야의 콧잔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립니다.
"무슨 짓이오!"
석주형이 막아주지 않았다면...방금 그 한 수로 최소 치명상이었습니다.
"무슨 짓? 상 중인 집에 소란을 피우는 네 놈들이야 말로 무슨 짓이냐!"
"형님!"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다!"
소란이 점점 더 커지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끄으윽..."
술병을 들고 있는 이도 보이고.
"이게 대체 무슨 짓들이냐!!!!!"
사자후가 터집니다!
석주형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내공이 흐트러집니다.
다음 1레스 동안 내공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숙부님."
드디어 상황이 진정국면이 되려나봅니다. 숙부라고 불린 인물이 눈을 찌푸리면서 바닥을 검집으로 쿵쿵 치댑니다.
"형님이 돌아가셨거늘, 어찌 이리 경거망동하고들 있는게냐! 단 하루도 슬퍼할 시간 없이 벌써부터 다투는게냐!"
크읍.
사야의 목에서 뭔가 울컹거려 뱉고보니 피입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석주형이 고개를 숙이자 숙부는 얼른 나가란듯 손을 휘젓습니다. 석주형과 천강단원, 사야는 밖으로 쫓겨납니다!
"....."
분위기가 축 처져있습니다.
사야의 천재적인 머리는 이 때 어쩌면 좋을지를 생각해내기 시작합니다...!
1. 우선 마교인원들은 숨어있고 석주형만이라도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2. 천마신교 천강단에서 공식적으로 방문을 하는 것으로 한다.
두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
'개인의 일을 천강단까지 번지게 할 순 없어요…'
#1
***
사야는 첫번째 생각을 말합니다!
다들 들어보니, 사야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석주형은 홀로 안으로 들어가고 사야와 천강단원들만 남아있습니다.
...이제 남아서 뭘해볼까요?
1. 천강단원들과 대화
2. 관광
***
'할 것도 없으니 대화나 해볼까요..'
#1
***
사야는 천강단원들과 대화를 선택합니다.
다들 침묵에 빠져있고, 사야는 대화를...대화를...
먼저 말을 걸어와주기를 기다려야합니다.
...
아무도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습니다. 호감도 영향이군요. 천강단은 어쨌든 외당 소속이니까요. 참을 수 없었던 사야는 먼저 말을 꺼내보기로 합니다.
사야가 한 말이 없기 때문에 주제는 임의로 스레주가 선택합니다.
- 저 석주형이라고 하는 분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사천분타장의 제자. 라고 하면 다들 그런 표정이 되지. 걱정말게. 아니니까. 우리 단의 부단주의 제자다."
흠...?
***
"호오. 그렇군요. 그럼 여러분들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고, 뭐하시는 분들인가요? 저는 백사야라고 하고, 대단하신 여러분들과는 달리 저는 보잘것 없어서 특별한 일들은 하지 않는 그저 천마신교의 일원일 뿐입니다."
***
인원들은 대충 자신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스레주가 정해놓은 것이 없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실제 이름이 제공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천강단원이라고 밝힙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야에 대해서는 썩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군요.
대화를 더 이어나갈 수도 다른 행동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무슨 질문을 할지 천재적인 머리를 굴려서 질문해본다.
***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머리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문제는 그 머리가 스레주라는 것이지요! 스레주는 사야주는 물론이고, 사야를 굴리는 입장이 아니라서 어떤 생각을 해야할지, 뭘 물어야할지 모릅니다! 물어볼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지침이 필요합니다. 지침이 없다면 스레주도...스레주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득이 되는 질문을 원한다면 질문권 구매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먼저 이렇게 생각을 해봅시다.
라고 두뇌 안에서 누군가 속삭입니다.
하하. 웬 헛소리가...그래도 무엇을 물어볼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법은 일단 좋은 것 같습니다.
헛소리의 말을 계속 들어봅시다.
1. 사야의 관심사를 정한다.
사야가 관심을 표하는 여러가지 주제들이 있을겁니다. 만약 사야가 헬창이라면 3대 500 내공 안쓴 내츄럴로 치실 수 있나요? 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관심사의 주제가 탈모방지라면, 어느 샴푸를 쓰면 효과가 좋은지, ts샴푸가 정말 대단한지. 쁘로빠시아는 한 번에 어느 정도 먹는것이 좋은지, 의사와는 당장 상담해야하는지 등등을 물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다 제쳐두고 저 사람이 뭐하는 사람이고 지금 이게 뭔 상황인지 궁금하다면 그에 대해서 질문해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중요한건 시스템과 진행에서의 이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사야라는 캐릭터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입니다. 진행은 사야가 무슨 소리를 해도 이어집니다. 걱정말고 하고싶은 것을 하세요! 모든 대사건은 캐릭터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도 진행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하고싶은걸 모르겠다면 캐릭터가 하고싶은걸 설정하세요! 그것도 아니라면 30분 정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거나 진행을 정주행 해보세요! 사야가 이런저런 지침과 관심사를 가지고 그것을 표출하고 행동하면서 더더욱 생동감 넘치게 활동할 것입니다!
2. 어떤 식으로 말하면 좋을지 생각해본다.
상황과 때에 따라 어떻게 말하는 것이 옳고 그르냐가 정해집니다! 꼬마아이한테 엄청난 격식을 차려 이야기하면 이상한 취급을 받겠고, 높은 신분이나 직위의 사람에게 껄렁껄렁하게 말한다면 경을 치겠죠!
상대방이 사야를 썩 좋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에 맞춰서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상황극(=롤플레이)라는 점. 잊지 않으면서요!
3. 그에 맞춰서 레스를 쓴다.
그러면 이제 완성입니다!
사실 길게길게 쓴 것 뿐이지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닙니다. 정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스레주에게 질문을 하거나, 질문권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생각치 않고 남에게 의존한다면 그 캐릭터는 점점 사야이되 사야가 아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개성넘치고 잘쁜 우리 레스캐들을 응원하는 스레주도, 사야주도 마음 아픈 일이 되어버립니다!
이 무림비사라는 세계관과 스레는 철저히 레스캐들을 세계관의 영웅(또는 희대의 빌런)이자 주연으로 캐스팅해 '성장일대기'를 찍는게 목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파워밸런스를 함부로 무너뜨린다던가 개연성을 무시하고 운좋은 일들을 막 뽑아줘서 "운이 좋군." - 디다트(개연성파괴범) 와 같은 일들은 방지를 하고자 하고, 여러분들이 지루히 여기시거나 너무 반복적인 행동만 하게 되는 것들은 패치를 통해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무림비사는 저와 여러분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며, 다같이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목표이지 결코 레스캐들을 괴롭히거나 고통주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근데 약점은 괴롭히는 용도가 맞습니다. 약점 = 스레주! 내 캐는 이걸로 괴롭혀주세요! 라는 의미니까요. 대신에 돌(영혼석)로 여러 이점을 취할 수 있는거니 넘어갑시다!
사이다가 오려면 먼저 고구마가 와야합니다. 지금 당장 생각하시는 것이 어렵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귀찮고 재미없으실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캐릭터가 움직이고 그에 따라서 스레주가 반응하고 그게 정답이라거나 사야에게 이득이 되었을 때. 그 희열감은 정말 스레주나 레스주나 이루말할 수 없을겁니다!
물론 그게 정답이 아니거나, 손해가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이 어떻게 항상 다 맞추고 완벽하고 그럴 수 있겠어요! 뭐 잘못한다고 해서 큰일나지 않습니다. 너무...많이 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않습니다.
항상 진행에서의 이득과 이익을 생각하게 된다면 진행하는 스레주는 준비해놓은 이야기는 풀어놓지 못하고 지루해질것이며, 레스주는 흥미를 점점 잃어갈겁니다. 그러니 그냥 질러보세요! 원래 놀 때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재미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라고 머릿속에 헛소리가 일장연설을 늘어놓습니다. 하....TMI너무 쌉오지구요. 너무 꼰대인 헛소리인 것 같습니다. 아니 그냥 뭘 물어볼지 생각이나 한 번 해볼까 하는데 뭔 저런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답니까? 마지막에 이상한 소리는 그냥 무시하도록 합시다.
아무튼 사야의 천재적인 머리라도 여기서 뭘 물어봐야할지는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주제는 필요합니다!
***
"그렇군요."
화사하게 웃은 사야가 다시 베일을 폭 눌러썼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공통의 관심사가 최적이죠. 저는 책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다만... 무인으로써 '이게' 관심사가 아닐 리 없죠.'
"좋은 무기네요. 어디에서 만들었는 지 알 수 있을까요?"
***
- [문소혜]
- 신앙에는 저마다의 믿음이 있고, 신실함을 표하는 방식또한 제각각. 나의 경우에는 겉으로 발산하는 활화산 같은 믿음보다는 깊게 파들어가는 망망대해같은 믿음이었다.
그렇기에 의심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으나, 결국 남아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나. 나의 방식도 틀리지 않았단것이다.
"......"
가부좌를 틀고 깊고 무겁게, 숨을 들이마신다. 눈을 감고 주변을 체화한다. 앉은 자리서 출입문까지 석 간 하고도 한 자 반. 손톱 반마디도 안되는 문틈. 마치 눈을 뜨고 있는 것 처럼 생동감 넘치게 풍경이 아로새겨져 간다.
***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쉽니다. 구결에 따라 신성한 힘을 관조합니다...
입마공의 숙련도가 5% 증가합니다.
똑똑.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깁니다.
"소혜야!"
여자의 목소리. 이번에 새로 교두로 임관하게 된 소혜의 동기입니다.
"수업 준비할 시간이야! 빨리 나와!"
얼른 준비하고 나갑시다!
***
"지금 나갈게요-"
호흡을 재차 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금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다듬고, 자리를 털고나온다. 사견으로는, 나의 목소리가 조금만 더 성숙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출입문을 옆으로 밀고 나온다.
***
나가보니 동기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총교두님이 오늘 직접 감독하신대!!"
총교두라면...금월한 총교두로군요. 초절정의 고수...이자 입마관의 총책임자입니다.
"그런데 있잖아..."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일까요?
"이번 기수...망했다던데?"
폐급기수로군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액션빔.
***
“아…”
폐급 기수는 늘 있어왔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사람 사는 곳, 거기서도 후학을 양성하는 곳이라면 제법 흔한 일일테지.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고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늘 그렇듯, 나는 답을 찾아 내 보일 것이다. 나의 신앙의 형태는 칭송이 아닌 증명과 고찰이니까.
"첫날이니까...조금 힘들게 가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살풋, 미소와 함께.
***
교육장으로 향합니다!
소혜는 100명 정도의 교육생을 보고 한숨을 감추지 못합니다.
껄렁한 자세, 입마관에 들어올 자격을 갖췄다는 저 오만한 표정들. 서로 낄낄거리면서 농담따먹기나 하는 모습.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뒤에는 금월한이 교육생들이 보지못하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동기들은 당황하고, 동기와 소혜를 총괄하는 선임 교두는 팔짱을 끼고 이번 신입 교두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소혜가 행동할 시간입니다.
***
정말, 폐급이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째 갓 들어온 것들이 세상을 다 지배한 것 마냥 굴다니.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들어온다고 끝이 아니다. 나는 이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지만 여기의 교육생들은 그 사실을 알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면...첫날부터 조금 가혹하게 할 필요가 있겠지.
"......"
교육생들을 슥 둘러본다.
내가 처음 입마관에 들어왔을때 교관은 하두만. 걸걸한 입과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했던 사람이었고 나의 동기라면 모두 알고 있는 '너희들은 평등하다, 이곳에서는 평등하게 버러지새끼들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의 출처이기도 하다. 하두만 교관에 비하면 이제야 버러지에서 벌레로 탈피한 정도지만, 그렇기에 그의 방식을 매우 존경한다.
"...교육생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을 가르치게 될 문 소혜 입니다."
"첫날의 과제는, 해가 지기전까지 저에게 한대라도 유효타를 먹이는 것입니다."
첫날에는,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좋겠지. 손뼉을 짝 쳐서 과제의 시작을 알리고는, 느릿하게 뒤돌아 걸어나간다.
***
교두 하두만.
금월한 총교두도 그에게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입마관의 터줏대감을 자처해온 인물입니다. 소혜의 기수를 마지막으로 그는 무관직을 내려놓고 일반 신민으로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그의 강렬하고 인상적인 교육은 소혜의 몸과 마음 안에 깊이 새겨져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소헤의 첫 교육생들에게 그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줄 때입니다.
타앙!
문소혜가 발을 구르고 눈치챈 선임 교두가 씨익 웃으면서 다른 교두들을 뒤로 물러나게 합니다. 소혜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뻗고 몸을 한 바퀴 돌립니다. 손에서 희미한 검은빛이 어립니다.
솨아아아아악....
환혈어라진 開 - 친지비극
교육생들을 향해 검은빛을 띈 안개가 뒤덮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그들을 잡아먹어버립니다! 이어지는 소혜의 말과 박수소리. 이미 시야를 봉인당한 교육생들은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소혜가 뒤돌아서 교두들이 있는 곳을 향하기 시작하자...
비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잘했다. 문소혜 교두."
선임 교두가 만족스러운듯 웃으면서 칭찬을 건넵니다. 이것 참 쑥쓰럽네요. 다른 동기들도 마음에 든다는듯 엄지를 치켜올려줍니다. 이번에는 소혜의 차례였으니 다음에는 자신들의 차례겠지요.
혹여나 기대감을 살피고 안 쪽을 살펴봤지만..............
비명과 울음소리만 가득합니다.
***
하두만 교두의 가르침 덕에 첫날부터 깔끔하게 해냈긴하나, 이 폐급천지인 이번 기수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걱정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았다. 동기들의 엄지에 나도 가볍게 엄지로 받아주었다.
"저치들, 내일 올 때는 정신 차려야할텐데요..."
이쯤하면 됐을 타이밍에 진법을 거두기 위해 손을 뻗은채로 대기한다.
***
"내일이라니. 설마 저걸 내일까지 펼쳐두겠다고?"
선임 교두가 고개를 젓습니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거두라는 뜻이로군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엄연히 교국의 시험을 통과해 입마관까지 들어온 인재들이다. 너희가 내 후배인 것 처럼 저 녀석들도 너희의 후배지. 너무 몰아붙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교국과 교주님을 위해 일할 인재들 아니겠느냐."
조언입니다.
"알고 있겠지만 이번 기수 통제에서 나는 조언과 위에 통제만 하게된다. 교두 교육 과정에서 배웠던것 만큼만 한다면 충분히 잘 키워낼 수 있을거다. 다른 교두들도 여기 문소혜 교두를 본받을 수 있도록."
짝짝짝. 다시 한 번 박수갈채가 나옵니다. 동기들이 소혜를 질투한다기보단 인정하는 쪽입니다.
....교두 교육 과정을 같이 굴렀으니 전우애가 생길법도 합니다.
***
"네에, 명심하겠습니다."
내일까지 거두지 않는다라는 방침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하게 가혹한 처사인 듯 한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교육생들에게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사실, 교육생들의 성취수준을 가늠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나의 의도도 그저 수준을 알려준다, 정도였기도 하고. 알량한 분풀이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테니까.
우선은 개개인별로 특화분야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뭐든 잘하는쪽부터 키워준다면 싹이 트긴 할테니.
***
진법을 거두자 교육생들은 다들 파김치가 되어있습니다. 캬 신라면에 파김치면 두봉지 뚝딱인데요!
....정신차립시다. 소혜는 고개를 흔들고 거지꼴이 되어버린 교육생들을 쳐다봅니다. 그들의 눈에는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아집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나쁘지 않군요.
앞으로 그 눈에 독기를 채워가면 됩니다.
입소식은 끝났습니다! 이제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겠지요....소혜를 비롯한 교두들은 각자 그들에게 옷과 침구류, 생필품등을 나눠주고 반을 배정하고 숙소를 정해주는 잡다한 일을 끝마친 뒤...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교육의 시간입니다.
꺄륵!
***
...교육생들이 모두 방을 찾아서 들어간 후에, 나는 잠시 쉴 시간을 얻었고, 지체 할 것 없이 바로 바람통할 문을 모두 닫았다.
내몸을 가장 잘 아는건 나이고 당분간은 체력을 치밀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 아프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바람이 아직은 차니, 조심해서 손해는 아니다.
"...휴우."
***
소혜는 휴식을 취합니다.
뭔가 되게 편안하고 잠자리에 어울릴 것 같은 노래가 지나갑니다.
....환청일까요?
아침해가 밝고 기상나팔이 울리기 전입니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누군가가 와서 소혜를 깨웁니다.
"일어나. 교육생들 기상할 시간이야."
이런. 아침점호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짧고 달콤한 휴식 뒤에 또다시 일의 연속이로군요.
어서 일어납시다! 일해야죠!
저 놈들을 굴려봅시다!
***
3. 망자의 기록 ¶
- 정파 - [당철운]
- 철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좋은 아침이었다. 역시 아침에는 심법을 돌리는게 좋겠지. 철운은 침상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
당천신공의 숙련도가 10%가 됩니다!
똑똑.
한창 심법을 운용중인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깁니다.
"공자님. 소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어머니가 부르시는군요!
갈까요? 말까요?
**
심법을 운용하는 철운의 귓가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님께서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찾아가도록 하지요."
철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침상에서 일어났다.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어머니가 있는 장소까지 걸어간 철운은 문을 두드리고는 천천히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머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
철운이 어머니를 만나러가자 그 곳에는 가문 어른들이 모두 모여있습니다!
"왔느냐."
어머니, 당세진이 아들을 반기고 앉으라는듯 손짓합니다. 상석에 앉아계신 할아버님이 진중한 눈으로 철운을 쳐다봅니다.
"올해 철운이가 몇이나 되었느냐?"
"방년 18세입니다."
어머니가 대신 답합니다.
"그 놈 손주가 몇 살이랬지?"
"큰 아이 말입니까?"
"그 놈일리가 있겠느냐. 당연히 작은 아이다."
"작은 아이라면 17세일겁니다."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듯 할아버님이 껄껄 웃습니다.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구나. 좋다."
무엇이 좋은 걸까요?
할아버님은 흡족하신듯 팔짱을 끼시고 어머니가 입을 엽니다.
"철운아. 아버님이 너가 화산논검에 나가 우승하기를 바라신다. 제일 조심해야할 것은 아마 남궁세가의 둘째일거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입니다!!
"나가겠느냐? 이 어미는 너가 나가기 싫다 한다면 아버님께 말씀드릴테니 걱정말아라."
그 말에 할아버님은 굉장히 불편한 표정이 되셨습니다.
**
"...화산논검 말씀이십니까?"
이야기가 오가고 나서 철운은 어머니의 말에 말 없이 고민하였다. 방 안에는 정적이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철운은 입을 열어 대답하였다.
"...우승은 힘들겠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 대신 서고에서 무공 하나를 배워도 괜찮겠습니까? 혹은 어르신들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철운은 청천벽력에 청천벽력으로 맞대응하였다.
**
"그것은 안된다."
어머니가 단번에 고개를 내젓습니다. 서고란 모름지기 가문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 아무리 직계라지만 그이 쉬이 드나들 수는 없는 곳입니다. 소가주인 어머니마저도 출입에 제한이 있을 정도로 엄격한 관리하에 보호받고 있습니다.
"우승하고온다면 서고를 열어주도록 하마."
그러면서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쳐다봅니다. 할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도 가르침 정도는 되겠구나. 따로 가르침을 청하고 싶은 어르신들이 있더냐?"
1. 당오현
2. 당세진
3. 그 외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어차피 찔러본거였으니 철운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작게는 실망하였지만. 아무튼 가르침은 가능한것 같았다. 이에 철운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외조부를 택하였다.
"외조부님께 가르침을 청하고 싶습니다."
#1번 당오현 어르신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
외조부의 얼굴에 왜인지 화색이 도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약간 시무룩해집니다.
"좋다! 당장 수련을 시작하겠느냐?"
지금 당장 수련을 시작할 수도, 다른 것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
외조부를 고르자 시무룩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철운은 볼을 긁적였다. 어쩔 수 없지. 철운은 시무룩해하는 어머니에게 말을 전하였다.
"다음에는 어머님께도 가르침을 청하여도 괜찮겠습니까? 독공을 상대하는 방법 또한 알아두는것도 좋겠지요."
그렇게 말이다. 지금 당장 수련을 시작하겠냐는 말에 철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하도록 하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
수련장으로 이동합니다!
당오현은 팔짱을 끼고 철운을 쳐다봅니다.
"아무거나 자신있는걸 펼쳐보거라. 내 봐가면서 알려주마."
**
자신있는 것이라... 철운에게 전투를 위해 있는 초식이라고는 단 하나 뿐이었다. 의가종공의 수술준비. 철운은 수술준비를 외조부 앞에서 펼쳐보았다.
수많은 수술도구가 땅에 박힌다. 땅에 박힌 수술도구를 발로 차 날리거나 휘두르는 모습을 외조부께 보여주었다.
**
의가종공 - 수술준비
후두두둑, 순식간에 수십 자루의 날붙이들이 땅바닥에 박혀들어갑니다.
하지만, 당오현은 고개를 젓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뿌려놓으면, 회수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길거다. 그럴 때를 대비해야하지 않겠느냐?"
가르침이 시작됩니다!
**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철운은 수술도구를 회수하고는 다시 흩뿌렸다.
방금전과는 달리 외조부의 조언을 받아들여 활용할 수 있는 정도만 흩뿌려진 수술도구였다.
**
철운은 할아버지의 말대로 다시 한 번 도구들을 뿌려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듯 고개를 젓습니다.
"넓게, 그러면서도 너가 정말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라. 항상 같은 곳에만 뿌리면 적이 고수일 때는 어쩔 것이며, 하수일 때에는 어찌 대응할 것이냐? 사람이 많고 적을 때에는 어찌할 것이고?"
좀 더 자세히 짱구를 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철운은 다시 한 번 수술준비를 준비합니다.
**
"......"
철운은 말 없이 수술도구를 흩뿌릴 뿐이었다. 어떻게 하더라도 외조부의 마음에 들기란 힘들겠지. 철운은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세번째 시도!
이번에는 과연...?
"좀 더! 내가 말해준 것들은 잊어먹은 것이냐?"
할아버지의 타박! 철운은 꼼짝없이 다시 수술준비를 하기 위해 뿌려놓은 날붙이들을 주섬주섬 줍습니다...
**
(수술준비 재시도)
**
수술준비를 펼칩니다!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만족하며 그만해도 좋다고 합니다!
후욱....후욱....허억...하악...헤엑...히엑...
내공도 안쓰고 순수한 근력으로만 하다보니 온 몸이 녹초가 된 것 같습니다....!
의가종공의 숙련도가 20%에 도달합니다!
"나쁘지 않았다. 이제 좀 쉬도록 해라."
할아버지에게 더 수련을 받을 수도,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습니다.
**
"......"
털썩.
아무리 노력파인 철운이라 하더라도 이번에는 지치고 말았다. 그대로 주저앉아 가부좌를 튼 철운은 소주천을 돌려 체력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
당천신공의 숙련도가 10%에 도달합니다!
**
"...잠시 재연이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철운은 사천당가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수련을 하느라 손실된 재연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것을 충전하기 위하여 철운은 아주 열심히 발을 놀렸다.
**
재연이는 고양이와 놀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는 것을 보고 움찔거리면서 뻗었던 손을 회수합니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밀고, 고양이의 하악질.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중입니다.
재연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합니다. 만지고 싶은데 고양이를 못만지는 서러움...
다행히도 고양이가 도망치지는 않....아 재연이가 먹을걸 조공중이었군요.
집사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
"......"
좋다. 좋구나. 아주 좋아. 재연이 고양이에게 거부당하는 아주아주아주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며 철운은 재연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이제 돌아갈 차례...그 순간! 철운에게 의문의 괴전파가 날아왔다!
수련 째고 고서점 가자! 쌍검술 얻자!
**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
철운은 한숨을 내쉬며 포기하였다. 역시나 고서점에서 절세의 비급을 찾는다는 기연은 이야기일 뿐이겠지. 철운은 세가로 발걸음을 돌렸다.
의가종공이나 수련하자...
**
당신의 의가종공 숙련도는 70%입니다! 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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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가종공을 수련합니다,)
**
의가종공이 4성으로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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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있는것은 단 하나의 수련 귀신. 철운은 당천신공을 5성을 찍고자 하였다.
**
당천신공 30%
**
(당천신공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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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천신공이 50%에 도달합니다!
**
(당천신공 수련)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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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마지막...!
(당천신공 수련)
**
당천신공이 5성에 오릅니다!
**
"......"
수련을 마친 철운은 재연 에너지를 충전하려 하였다.
**
히익...
철운은 몰래 재연이가 뭘 하는지 훔쳐....보는건 좀 아닌 것 같으니 당당하게 재연에너지를 충전하러 가봅니다.
훔쳐보다가 혹시라도 걸리면...끔찍한 일이 벌어질겁니다.
예를 들자면, 재연이가 철운이를 한 달 동안 안보려 한다든지...
히익.....
"무, 무슨 일이세요....?"
재연이는 방안에서 머리만 쏙 내놓고 철운에게 묻습니다.
**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찾아왔습니다.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친동생을 상대로도 여전한 딱딱한 말투였지만 철운의 표정에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끼잉...끼이잉...
재연이가 뭐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안에서 뭔가 낑낑 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재연의 귀가 붉어지더니 메다닥! 하고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끄응...끙...
철운은 이게 뭔 상황이지. 하고 잠깐 멍청히 서있다가 방 안을 살짝 엿봅니다.
새하얀 강아지 하나가 재연이의 품에 쏙 안겨서 칭얼거리고 있습니다.
음.
오늘치 재연 에너지는 맥스치를 돌파해버릴 것 같군요.
**
"......"
철운의 몸이 10초 넘게 굳어버렸다. 저 귀여운 생물체들의 조합은 무엇이란 말인가! 혹시나 코피를 쏟았을까 싶어 코 밑을 훑은 철운은 다행히 코피가 나지 않았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10초가 더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여는 철운.
"...그다지 숨기지 않아도 괜찮지 않잖습니까? 키우고 싶다면 어머님께 말씀드리러 가도록 하죠."
**
"그...렇지만..."
재연이는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마주치면서 철운을 힐끗 올려다봅니다.
"어머니는 화내실거에요...."
댕댕이를 키우는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뭔가 다른 이유들이 있는걸까요?
시무룩해졌는지 어깨가 추욱 늘어진채로 강아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
"...그렇습니까."
철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침묵하였다. 음 그렇다면...
"제가 허락을 받겠습니다. 그때까지 몰래 키우도록 하죠."
**
재연의 얼굴이 밝아지지만 불확실성 때문인지 다시 어두워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허락을 받는 것이 쉽겠지만, 허락보다는 용서가 쉬운 법입니다.
어렵군요! 어려워!
**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으니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철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연의 방을 나섰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있는 곳을 향하였다.
"어머님?"
**
어머니는 방 안에서 가볍게 명상을 하다가 눈을 가늘게 뜹니다.
"무슨 일이더냐."
참고로 어머니를 넘어서면 가주인 할아버지라는 벽도 남아있습니다.
**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하였습니다."
철운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일단 강아지를 발견한것은 자신으로 돌린다.
"보아하니 주인 없는 강아지로 보이는데 지나칠 수 없기에 묻겠습니다. 혹시 강아지를 키워도 괜찮겠습니까?"
**
"안된다."
어머니들은 애완동물 키우기 전 까진 애완동물에 부정적이십니다.
당세진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일단 안된다고 하는군요!
**
"...어째서 이십니까? 강아지를 키워서는 안될 이유가 있습니까?"
철운은 그렇게 말하였다. 우선은 어머니가 키우는것을 거부하는 원인을 알아보는게 중요하다.
**
"생명을 키우는 일이란 본디 한 때의 감정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무림인이 칼과 여러 무기를 들고 세력으로 나뉘어 서로를 해친다고 한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강아지가 귀엽고 이쁘기 때문에 들인다고 하는 것 아니냐? 그저 자그마한 동정으로 궁휼히 여겨 거두려는 것 아니더냐? 강아지 하나를 들인다면 너희들이 돌볼 것 같으냐? 저택의 사용인들이 챙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계약 상에도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 너희처럼 강아지를 이뻐하는 자들이 있지만 그 반대도 있을 것이다. 사용인들이 그것을 반길지 반기지 않을지 어찌 알겠느냐?"
어머니는 엄한 목소리로 철운에게 대답합니다.
"생명의 무게를 아직 모르는 강호초출이 어찌 생명을 거두고 키울 수 있다 자신하는 것이냐. 네 나이 아직 열여덟이다. 강아지 하나는 잠시나마 보살피다가 밖으로 내보내거라. 지금은 해야할 일이 있지 않느냐? 또한 너는 장차 이 사천당가를 이끌 몸이다. 한 때의 감정과 동정으로 이 어미에게 달려와 떼를 쓴다면 어찌 장래에 수백의 사람을 이끌고 수천의 사람을 보살피겠느냐. 허튼 소리는 그만하고 돌아가거라."
고작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온갖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정답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놨어도 결론은 안돼! 입니다.
***
"생명의 무게..."
과연 동정심임을 간파했다는것인가... 역시나 무림의 고수. 그렇지만 당철운의 어머니가 간파하지 못한것이 하나 있었다.
"그 말씀은 제가 강호로 나와 생명의 무게를 깨닫는다면 허락해 주신다는 것입니까? 지금 해야할 일. 화산논검에서 우승하기 위한 수행을 무사히 마친다면 허락해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해답을 방금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철운은 심각한 시스콤이란것이다!
"마교와의 싸움으로 실전을 거치고 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
어머니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듭니다.
"아들아. 미친게냐? 마교와의 싸움은 너가 세가 내에서 하던 대련과 비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후계자를 바꿔야하나...라는 소리를 작게 웅얼거리기도 하시는군요.
**
"알고 있습니다. 그곳이라면 좋은 경험이 되겠지요. 그곳에서의 싸움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이켜볼 수 있을것이며 그곳에서 다친 정파의 무인들을 치료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을 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허락해 주십시오.
"강아지를 키ㅇ...마교와의 싸움에 나서는것을 말입니다."
**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목숨이나 사지 중 하나를 버리려는 사람이 있다?! 뿌슝빠슝삐슝...
"...정 너의 뜻이 그렇다면 아버지께 말씀드려보마. 하지만, 거기에 도착한다면 매순간매순간. 죽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교와의 싸움은 장난이 아니니까요!
**
"감사합니다. 어머님. 이만 수행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물러나기 전에...
"그렇지, 제가 그곳에 있는동안 강아지는 재연이가 돌보도록 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
여전히 황당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입니다.
"그러도록 하거라. 어서 채비를 해야할 것이다."
철운의 목숨값으로 재연이는 강아지를 얻었습니다!
...이거, 좋은 일 맞겠죠...?
**
야호! 재연은 강아지를 얻었다!
정말 심각한 시스콤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물러난 철운은 싸움을 대비하기 위하여 의가종공을 수련하였다.
**
의가종공을 수련합니다!
50%!
수련한지 얼마되지 않아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공자님.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진짜 어서 채비를 해야했군요! 진행이 너무나도 빠릅니다!
그만큼 마교와의 격전이 치열하다는 증거입니다.
**
"준비 되었습니다."
언제 했는지 모르겠지만 준비는 완벽했다! 철운은 하인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가도록 하지요."
**
철운은...전선으로 이동합니다.....
**
(전선을 살핀다)
**
전선을 살펴봅니다.
저 멀리 오만하게 높이 쌓아올린 탑 위에 하나의 의자가 있고 거기에 누군가가 앉아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천세만세 마유신교! 라는 구호가 들려옵니다.
아군은 고지에 있는 작은 목책 성채하나에 의지해 간신히 버티는게 고작입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열세인 상황이고 지금은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고 대치 중입니다.
"죽을 자리에 찾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철운이 전선을 살필 때 한 여성이 말을 건넵니다.
**
"...죽을 자리 입니까..."
설마 이정도로 열세일 줄이야... 철운은 오만한 탑을 올려다보다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
"환자가 있는 장소로 안내해 주십시오."
**
"이 곳에 환자는 없습니다."
여인이 고개를 젓습니다.
"환자가 되었다면 죽었거나 후송되었으니까요. 다행히 포위당한 상황은 아니라 뒤로 뺄 수 있습니다."
...이걸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잘 모르겠군요.
"이 곳에는 의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싸울 수 있는 전사가 필요한 곳입니다."
아직 의무병에 대한 개념이 없군요! 헛 참!
**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때까지 저는 무공을 수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철운은 인적이 드문 장소로 가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하였다.
**
수련을 합니다!
60%에 도달합니다!
공자님! 공자님!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수련 중이셨습니까? 앞으로는 이 곳에서 수련할 생각은 버리시는게 좋으실겁니다. 이 곳은 한가하게 수련을 할만한 장소도 아니고, 어차피 싸우다보면 죽거나 강해질테니까요."
아까 그 여인입니다.
"놈들이 다시 몰려옵니다. 이 곳 책임자로서 오셨으니 지휘를 해주셔야만 합니다!"
그 전까지 지휘하던 사람은 누구냐 물어보자 자신이라고 대답합니다.
"명령을!"
천세만세 마유신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천유본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여기저기서 마교의 구호가 들려옵니다....
**
"명령입니까...?"
어찌하여 방금 온 사람에게 명령권을 주는것인지... 철운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전력을 다해 주십시오. 그리고... 죽지 말아 주십시오."
**
"공자님의 지위를 생각해주십시오. 당연한 일입니다."
핏줄 하나로 전선에 오자마자 지휘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아도 여기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철운은 무려 차차기 가주 신분입니다!
싸우러가자 다들 피칠갑을 한채 마교의 군세를 막아서고 있습니다.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천유본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천유본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천유양월, 천세만세, 지유본교, 천존교주, 독보염혈, 군림천하, 천상천하, 지상지하, 광명본교, 천유본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세 방향에서 동시에 짠 것 처럼 구호가 들려옵니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군요.
촤아악...!
마교놈 하나가 목책 위로 뛰어올라와 당가의 사람 하나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버립니다!
"넘어서라! 천세만세! 마유신교!"
와아아아아아!!!!!
한 번 뚫리기 시작하자 겉잡을 수 없이 밀리기 시작합니다! 지휘가 필요합니다!
여인, 이었던 사내는 자신의 몸이 뒤바뀐 것도 모른채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고 있습니다.
**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며 싸우십시오."
"목숨만 붙여주십시오. 붙인다면 제가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명령을 내리라 한들 철운은 강호 초출이다. 별다른 생각이 떠오를리가 없는것이다. 철운은 그렇게 말한 이후에 내공을 담은 수술도구를 마교인들에게 흩뿌리고는 수술준비를 펼쳐 함정을 깔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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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여인은 크게 소리칩니다.
"방어에 치중해라!"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리고 거기에 반응한 일선 지휘관들이 알아서 지휘를 시작합니다.
의가종공 - 수술준비
촤아아악!
수 십개의 날붙이들이 땅바닥에 흩뿌려지고 꼿꼿이 박혀들어갑니다.
자.
와라. 마교놈들아!
"천세만세!"
"마유신교!"
그런 철운을 보고 두 명의 마교인이 잽싸게 달려듭니다! 여인은 나무통을 손에 꺼내듭니다.
"공자님! 어찌하시겠습니까!"
천세만세! 마유신교!
천세만세! 마유신교!
여기저기서 여전히 마교의 함성이 들려옵니다....
**
"제가 한 녀석을 처리하겠습니다! 다른 녀석을 부탁합니다!"
철운은 그렇게 외치며 달려들며 바닥에 박힌 수술도구들을 차올려 급소들을 노렸다. 그와 함께 수술도구 하나를 집어들고는 집도를 펼쳐 달려들어 목을 노렸다!
**
파악...!
흙더미와 함께 수술도구가 차올려집니다! 빠르게 급소를 향해 쏘아져나가지만 철운에게 달려드는 마교인은 가볍게 피해내면서 씨익 웃습니다.
.....! 최소 일류의 고수입니다! 시작부터 좋지가 않군요. 철운의 이가 앙다물어지면서 빠르게 수술도구를 하나 집어듭니다.
의가종공 - 집도
파아앗...!
카아아아앙!
마교인의 검과 짧은 철운의 수술도구가 맞부딫힙니다!
"공자님! 내공을 끌어올리십시오! 이 녀석들은 위험합니다!"
여인이 철운의 뒤를 치려던 다른 마교인을 막아섭니다.
"천세만세!"
피에 취한듯 눈이 충혈된 마교인이 크게 소리치면서 내공을 끌어올립니다.
사아아아악....불길한 검은빛이 마교인의 몸에서 일어나고 철운은 균형을 이루다가 마기에 노출됩니다!
쿵.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뜁니다. 이건 독이 아닙니다. 손가락 끝이 검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썩은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손 끝이 차가워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철운은 급하게 칼을 떼고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납니다.
당황스럽군요!
"마유신교!"
그러자 마교인은 철운에게 따라붙으면서 다시 한 번 검을 휘두릅니다! 또 검을 맞부딫히면 마기에 노출되고 말겁니다! 옆으로 빠르게 발을 박차면서 허리를 숙입니다! 철운은 곧바로 수술도구 하나를 집어 마교인에게 날립니다!
카아앙!
"천세만세, 마유신교! 천마신께 영광을! 이단에게 죽음을!"
마교인은 이번에도 쳐내면서 고함을 지릅니다.
손끝의 감각이 살짝 무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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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철운은 크게 한 발 물러나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품속에서 수술 도구를 꺼내 던짐과 동시에 바닥에 박힌 암기 또한 차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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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을 끌어올리고 철운은 다시금 전력으로 맞섭니다.
날붙이들을 수술준비를 이용해 흩뿌린 뒤 발로 차올리며 접근을 막아봅니다!
손 끝의 감각이 무뎌져서 다행이군요! 발의 감각이 무뎌졌다면 낭패를 금치 못했을 것입니다!
날아드는 화살보다도 더욱 빠르게 날붙이들이 쏘아져나갑니다!
"천세만세 마유신교!"
상대는 눈을 부릅뜨고서 기괴한 각도로 팔과 다리의 관절을 꺾더니 움직이기도 버거운 자세에서 기이한 방법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카앙! 캉! 깡!
핏...!피잇!
몇 개는 스쳤고, 하나는 팔뚝에 명중했고 그 외에는 검으로 쳐내거나 피하거나 방어해냈습니다! 실로 놀랍습니다! 철운도 마음먹고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저 자는 철운보다 조금 뛰어난 실력인 것 같군요...!
크흐흐.
하는 삼류적인 웃음소리와 함께 그가 발을 쿵 하고 구르면서 철운을 향해 뛰어듭니다! 거리를 허용한다면 속절없이 밀릴겁니다!
**
"크흐...!"
철운은 전력을 다해 옆으로 뛰었다. 뒷걸음질 따위로는 피할 수 없는 속도였던 것이다.
그와 함께 상대의 뒤를 점하려 하며 내공을 실은 암기를 던졌다.
**
상대는 철운보다 살짝 위의 실력입니다. 경지는 같지만 간극의 차이가 있지요! 철운의 행동은 상대에게 읽혀버리고 맙니다!
옆으로 철운이 뛰자마자 마교도는 급하게 몸을 철운 쪽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그건, 안타깝게도 성공하고야 맙니다!
철운이 눈을 부릅떴고 마교도는 희열에 가득찬 광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듭니다.
까아아앙!
철운이 내던진 암기는 마교도가 휘두른 검에 튕겨나갔고 검은 곧 철운의 상체를 노리고 날아듭니다.
촤악!
깊지는 않지만 얕지도 않습니다! 철운은 부상 1단계를 입습니다! 피가 튀기고 마기가 몸을 침식해옵니다!
크윽.
화끈한 통증이 가슴팍에서 느껴지고 철운은 뒤로 크게 물러나 자세를 잡습니다. 마교도는 천세만세를 중얼거리면서 검을 다잡습니다.
**
"하아...하아..."
철운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바닥에 수술 도구를 흩뿌렸다. 지금은 상반신보다 발로 차서 공격하는게 좋을듯 싶었다.
암기를 발로 차 날린다.
**
지금은 다시 거리를 벌린 상황.
철운은 날붙이들을 바닥에 흩뿌렸고 그 시간동안 상대는 돌격해옵니다!
상대가 검을 휘두르면 철운이 맞을 거리! 철운은 발로 암기를 차올립니다!
퓩!
그는 팔뚝으로 다시 암기를 막아내지만 짜릿한 고통때문에 검을 휘두르진 못합니다! 대신 어깨로 철운을 들이받습니다!
쾅!
육중한 물리력에 철운은 뒤로 나자빠지고 상대는 인상을 쓰면서 검과 흙을 손에 쥐고 일어납니다! 철운은 다급히 그보다는 살짝 늦게 일어납니다!
**
"...!"
상대의 손에 들린 저것은 흙이었다. 철운은 다급히 수술 도구를 발로 차올려 흙을 든 손을 노렸다!
**
지금 철운은 뒤로 멀리 떨어져, 날붙이들을 뿌려놓은 자리와 거리가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 번 행동의 기회를 드립니다.
**
암기를 기습적으로 꺼내 흙 든 손을 향해 던집니다
**
암기를 기습적으로 쏘아보낼 때 상대도 흙을 철운에게 던집니다!
암기가 명중한듯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철운의 눈에 흙이 들어갑니다! 철운은 시야를 뺏겼고, 상대는 또다시 한 번 공격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는 철운에게 불리한 상황입니다! 내공도 반절보다 살짝 많은 상황...!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합니다!
**
"...!"
철운은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철운은 어리석었다.
어리석은자는...
**
당철운!
사천당가의 소가주 당세진의 장남으로 태어나 이른 나이에 일류의 경지에 든 후기지수 중의 후기지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남모르게 그를 사모한 여인들도 있었습니다.
허나 이제 그러한 것들은 중요치 않습니다.
날아드는 마기가 서린 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산도를 따라 처음으로 어머니의 배에서 나와 울었던 탄생의 때.
아직 갓난아기인 자신을 아버지가 안아보려하자 씻고오라고 타박하는 어머니. 그 말을 듣고 목욕재개를 하고 난 뒤에 당신을 안아보는 아버지.
몸을 뒤집고, 옹알이를 하고, 기어다니고, 처음으로 서고, 말을 하고, 글자를 깨우치고, 무공을 배우고. 가문의 사랑을 받는 모습.
어린 동생이 처음 태어나 어머니의 품에 안겨있고 동생의 볼을 잡아당겼다가 크게 울리고 꾸중을 들었던 일.
처음으로 초식을 완성한 날. 열번째 맞이하는 생일 때 받았던, 지금은 철운의 방에 있는 진검.
어린 동생을 괴롭히던 동네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패주고, 아버지께 흠씬 두들겨 맞았던 일.
할아버지에게 무림인은 강한 힘을 가진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한다며 폐관에 들게 하셨던 일.
열일곱의 나이에 처음으로 검기를 다루며 일류의 경지에 올라선 일.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동생에게 강아지를 키우게 해주기위해 부모님을 설득한 일.
마교와의 격전지로 떠나면서 당신은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눈물과 아버지의 침묵, 할아버지의 걱정들.
그리고 날아드는 싸늘한 죽음.
아아.
인생이여.
한낱 벚꽃처럼 아름답게 피었다가 신발에 짓밟혀 흐드러지는 슬픈 것이여.
뜨거운 통증, 추워서 벌벌 떨리는 몸. 힘이 없어 고꾸라지는 다리. 더는 무기를 들지 못하는 팔.
생기넘치던 눈은 빛을 잃어갑니다.
나는.
나는.
그르륵.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거품만 입에서 나옵니다.
도련님!!! 누군가가 당신을 향해 뛰쳐오다가 뒤에서 칼을 맞고 고꾸라집니다. 누구였죠? 누구였더라? 왜 나한테 도련님이라고 하지? 나는, 나는...
픽.
검은 것이 시야를 가리고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느낌도 없습니다.
아아!
당철운!
사천당가의 소가주 당세진의 장남으로 태어나 이른 나이에 일류의 경지에 든 후기지수 중의 후기지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남모르게 그를 사모한 여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오만했고, 자신을 과신했으며 주변 사람에게 무신경하였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만큼 사랑했고, 일류라는 경지에 든 뛰어난 무인이었으며 도망치지 않고 마교와 끝까지 싸우다 목숨을 잃은 명예로운 이였습니다.
당신은 흰 배경 속에 검은 글자로 이루어진 그저 설정이었을까요? 아니면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나마 숨쉬며 살아갔었던 생명이었을까요.
남아있는 사람들은 당신을 기억할까요? 아니면 잊어버리고 말까요.
부디 떠나간 곳에서는 언제나 행복하기를 빕니다.
캐릭터이자 무림비사의 주인공 중 하나인 당철운은 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