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 : 무림비사/스토리 - 미사하란
- 산동 다시 갈거니까
- 민락이 떠나고 패울부가 들어옵니다!
패울부는 뭔가 지쳐보입니다.
- 무슨 일이시오?
***
"안색이 나쁘네요."
태풍 앞 호롱불같은 용궁 수뇌부의 안색이 좋으면 그것도 그거대로 이상한가. 내 안색은 좋은가? 그녀는 생각했다.
"그 때 알아보라고 했던 거... 확인되었나요?"
***
- ....
패울부가 조심스레 입을 엽니다.
- 시체는 확인되지 않았고, 용을 사냥했다는 소문은 파다하오만...그게 마교도의 짓이라고는 알 수 없었소.
엥?
***
"그놈 목소리에 실린 건 분명 마기였어요. 마기가 실린 웃음소리로 안개를 부수고 들어왔다니까요."
"사람도 동물의 것도 아닌 얼굴이 물 흐르듯 변하고, 가슴에 칼을 꽂아도 재생하던 그 괴물이.."
한 발 늦었지만, 그녀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본 것을 묘사했다.
"마지막 순간에 똑똑히 들었어요. 악즉선, 선즉악. 내 저지르는 악행이 미래에 있을 더 큰 악행을 막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천마신께서 너를 가엾이 여기기를. 빌어먹을."
***
패울부는 턱을 쓰다듬습니다.
- 허나 소문은 그렇지 않소. 아마 사실이라면...철저히 불문에 붙인 것이겠지. 그렇지 않소?
그것도...그럴 수 있습니다.
- 확실한 것은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의 흔적은 있었다는 것이오.
***
"그놈들 등에 천강 자가 없었죠. 천강단도 아닌 것들이 산동까지 들어와서 날뛴다? 그거야말로..."
선전포고죠. 광검문과 무림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 소문은 뭐라고 퍼졌죠? 협사들이 악룡을 처단했다 이런 식인가?"
***
"동청열비 진금란. 천방표국. 큰 기운이 다가오고 있으니 빨리 끝낸다 지껄이더니, 그게 진금란이었나. 마교도들과 싸우다가 마기에 당했나보네."
"저거 고쳐주고, 헛소문 지우고, 천방표국한테 도장이라도 찍을 수 있을까요?"
해상대국을 꿈꾸는 하란이는 표국이랑 친해서 나쁠게 없어용!
***
- 가능할 것이오. 우리가 노출되는건 어쩔 수 없겠지만.
패울부가 그리 대답합니다.
- 해보시겠소?
***
"대제학이 그러데요. 이대로라면 100년도 못 버틴다고. 독야청청도 종류가 있어서, 견줄 수 없는 힘을 가진자가 하면 절대자의 중립이고 약한 자가 하면 스스로 고독사를 기도하는 꼴이 돼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곰방대를 손 안에서 굴렸다.
"신선의 신성불가침.. 닿을 수 없는 고고함.. 그런 인식들을 조금 더 포기하더라도. 살아남으려면 인간들과 더 깊게 엮여야겠어요."
우리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곳에 존재한다. 그들은 알아야 한다. 무언가 일을 꾸밀 때, '그럼 복건 용왕은 어떻게 나올까?' 하고 생각하도록.
"곧 왕사가 생장술을 가르쳐 줄 것 같으니까, 승상은 마기를 치료할 의원 한 명만 구해주세요. 마교도랑 싸우다가 골골대면 마기밖에 없으니."
***
패울부는 조용히 허리를 굽히며 길게 읍합니다
- 찾아보겠나이다.
곧, 용궁의 어의가 파견될 것입니다.
- 헌데, 용궁의 이름을 밝히시겠습니까?
선택의 시간입니다.
***
'그것은 곧 모험으로,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아니되옵니다. 반대로 모든 길에 위험이 있음을 아셔야 하옵니다. 하나의 위험을 피하려 하면 다른 위험을 만나게 되는 것이 만물의 이치니, 차선으로 가장 덜 위험한 대안을 택할 뿐이옵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다. 모든 길에는 위험이 있다. 모든 길에는.
"....밝힌다. 여가 직접 산동에 가서 밝힌다."
***
- ...
패울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란은 어의와 함께 산동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행렬은 어떻게 할까요?
1. 용왕의 위엄을 살린다.
2. 검소하게 간다.
3. 그냥 남들 모르게 간다.
***
"겉모습만 화려하게 꾸민다면 강호의 무림인들은 도리어 우리를 업신여길 것이다. 또 그럴 돈이 있으면 창 한자루 책 한권을 더 사고말지."
#3번!
***
패울부는 용궁을 지켜야합니다. 따라서 하란과 어의, 그리고 수행할 인원인 해협삼검이 함께할겁니다!
생장술을 익히기 위해서 왕사를 부르시겠습니까?
***
이제 우리 왕사 카톡테러에 비명지를때가 되었는데 말이야 히히히히히히히히히ㅣㅣ!!!
***
혹등고래가 안으로 들어옵니다!
왜인지 더 젊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용이 되고나서 왜인지 동물들의 나이도 보이는 느낌입니다..
- 부르셨나이까.
응 그래. 불렀어.
***
우리 왕사, 깨달음을 얻어 회춘하셨나. 어디 친한 산신이랑 인형삼이라도 나눠드셨나.
"어서오세요...."
왕사를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조금 이상할지도..아니 무서울지도(?)
"벌써 궁을 세운지 7년도 넘었네요. 하지만 아직 더 배워야 할 것, 더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최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용은 단지 부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이 자라나게 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더군요."
***
- 물론입니다. 그간 수련에 성과는 있으셨나이까.
혹등고래가 그리 묻습니다.
수련? 뭘 말하는 것이지??
***
"풍상설우는..대성하였지요."
우리 하란이 불쌍한 풍상설우무새.. 이 불쌍한 아기용이 풍상설우 말고 다른걸 알기는 할까요 후원문의)000-000-00...
***
그 말에 혹등고래는 뭔가 흡족한듯 몸을 크게 떨며 웃습니다.
- 훌륭하십니다. 제가 생장술을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마참내!
***
아 풍상설우가 정답 맞았어?? 그녀도 왕사를 따라서 방긋 웃었다. 몬가 좀 만날 싸우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마음이 맞은 기분이다..
"산동의 쑥대밭에서 요긴하게 쓸 듯 하니, 빨리 시작해봅시다!"
***
혹등고래는 하란에게 생장술의 기초를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 우선 자연의 기운을 끌어모으십시오.
대충 내공을 끌어모으란 이야깁니다.
- 그 다음 하늘의 기운을 섞고...
?
***
내공을 끌어모은다. 바다 밑 열곡의 용암처럼 뜨거운 기운이 모인다. 그리고..
"어, 어?"
하늘의 기운 뭐요? 네?
일단 따라해봅니다. 모용통통배를 놀래켰던 실력 다시한번 가보자!
***
실패합니다!
- 허어. 그것이 아닙니다. 하늘의 기운...그러니까 선술을 한 번 사용할 때의 기분을 떠올려보시지요.
??? 그런게...있어...? 그냥 내공 쓰는거 아니었서...?
***
음...음... 그녀는 자신의 깨달음을 되새김질해본다.
내 안에 모든 것이 있다. 그리고 내 밖의 모든 것이 나이다. 내 몸 속의 기와 몸 밖의 기는 다르지 않다. 변화무쌍한 천기는 구름과 비, 천둥과 벼락의 백면상을 만든다. 내가 손을 휘저어 천기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나를 움직이듯, 내가 곧 천기다. 천기가 곧 나의 손이다. 나의 몸이다. 나의 일부이다...
***
움찔.
내공이 움직이는듯 합니다!
곧, 새로운 지식이 하란의 머릿속에서 용솟음칩니다!
【 생장선술 生長仙術 】
신선들이 가장 처음 익히는 선술 중 하나. 산천초목과 동물들의 성장을 돕고 원기를 왕성하게 한다. 극성까지 이 선술을 익힌 신선의 주변에서는 항상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고 사시사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며 동물들은 온순해지고 영물들은 조용히 누워 잠을 청한다고 한다.
다만 이 생장선술은 오래전부터 기초적인 선술이었으므로 악한 의도로 사용되는 역사 또한 깊었으며, 생장선술의 활용법에 따라 '업'을 짊어지게 된다.
풍요와 평화를 가져다주는 선술인 동시에 파괴와 절망을 가져다주는 이 선술은 모든 신선들이 익히나 극성으로 익힌 신선들은 극히 드물다.
***
"아!"
깨달음은 벼락처럼 떨어진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찰나의 직관으로 떨어진다. 하란이 받은 직관은 자신의 붉은 용 스승님이셨다. 따스한 햇볕,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 앉아있는 그 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알 것도 같네요."
***
(대충 생장선술 수련)
***
수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방에서 가져갈만한 자질구레한 것이 있나 서랍을 열어젖혔다. 문득 면경이 보였다.
"많이 바뀌었구나."
눈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 없는 늑대였을 때, 모용세가의 붉은 여우일때와는 인상이 사뭇 달라졌다. 그럼에도 이목구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만약 누군가 이 얼굴을 본다면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얼굴이 적호검희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이 여인은 용왕이시라는데, 그럼 적호검희가 용왕이란 말인가? 그게 말이 되나?
그런 의문이 모여서 물 밑 의혹이 되는 법이다. 확신하고 행동하기에는 애매한데 무시하기에도 껄끄러운. 용왕과 적호검희는 무슨 관계인가. 용왕과 모용세가는 어떤 관계인가.
조금이라도 혈검문이 머뭇거려주었으면. 그녀는 서랍을 닫는다. 산동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선 사형이 있던 동굴부터 확인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사형의 죽음은 은폐할 수 있을 수준의 것이 아니야.'
'어떻게든 사형은 아직 살아있는게 분명해!'
***
붉은 용의 모습으로 산동에 '출몰' 합니다!
당분간 산동 사람들이 공포에 절어 살겠군요...!
아무튼 도착했습니다!
***
출몰 엌ㅋㅋㅋㅋㅋㅋ 이무기 나가니까 용이 들어온다고ㅋㅋㅋㅋㅋㅋ
"주위를 호법하여라."
아무튼 그녀는 사형이 웅크리고 있던 동굴로 살금살금 들어간다. 아직도 안에 틀어박혀있다면 나가라고 호통밖에 더 들어?
***
해협삼검이 주위를 지키고 하란은 안으로 들어갑니다.
흐음...
안은 고요합니다.
사형은 확실히 이 곳에 없습니다.
***
"....."
호통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무도 없어? 사형, 진정 하늘나라(선계)에 가셨습니까? 하지만 용이 승천을 하는데 소문이 퍼지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
사형은 정말로 없습니다!
동굴 끝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던 흔적만이 존재합니다...
***
잠깐만용 김캡 강건이쪽 묘사를 보면 동굴이 아예 무너지지 않았었나용 몬가 꼬였음..
***
낄낄낄 의도된 것이니 그대로 진행하시면 되는거에용
***
님 진짜 어디감???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그 덩치가 사라졌다. 밖으로 나간 흔적도 없다? 뭔가 이상하다. 무언가가 일어났다. 사리가 맞지 않는다.
'용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건 인간의 눈으로 보아 나온 결론일 뿐. 용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나오는 결론은 다를 것이다.
***
훌륭합니다.
용의 눈이 뜨이고 하란은 마침내 동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
지금까지 하란이 보고있던건 동굴이 아닙니다.
그럼 뭐냐구요?
거대한 이무기가 탈피한 흔적...
즉, 하란은 거대한 이무기의 외피 안에 들어와있던 것입니다.
본래의 동굴은 완전히 무너졌고 탈피한 비늘 뒤에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
우리 사형. 다시 봐도 엄청 크다. 용의 모습으로 보아도 크고, 인간의 모습으로 보면 더 크다.
"승천...승천에 성공한 것인가?"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비늘 안쪽을 만져보고, 긁어보고. 동굴 밖에서 허물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기도 하며 희미한 기의 잔향이 있는지도 냄새를 맡는다.
그러나 묘한 것이 있다. 그녀는 오직 정신체만이 선계로 올라가 승천의 의식을 치렀다. 사형도 같은 교룡심법을 익혔다면 그녀와 같은 방식으로 승천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허물도 벗지 않았었다. 단서를 찾아야 한다.
***
무언가 이상합니다.
용이 아니라 무언가 아예 다른 것이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기의 잔향.
사형은 마기에 의해 고통을 받다가 도망이라도 친 것일까요?
설마하니 타락하지는 않았을테고...
***
마기! 마기가 있다. 사형은 마교도들과 조우하였다. 그들은 알려지지 않는 동굴 속에서 무엇을 하였는가?
적어도 사형은 마교에 살해당하지 않았다. 사형이 살해당하는 사건은 절대 숨길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지고 지맥이 뒤집어졌을 것인데.
불길한 느낌이 든다. 사형은 이곳에 있다가 마교를 만난 후 허물을 벗었다는 말인가? 게다가 허물의 모양도 이상했다.
"설마.. 설마.."
***
마기의 잔향은 산길 아래로 내려가다가 뚝 끊겨있습니다.
....이 이상으로 조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무엇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이 기분...
- 용왕행차
- 뭐지..뭐지..뭘까..
일단 동청열비부터 고쳐보자. 그들이 아는 것을 합치면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애들 데리고 진금란씨가 앓고 있는 곳으로 가봅시다
***
해협삼검을 이끌고 거대한 야영지로 이동합니다.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천방표국의 깃발이니, 이 곳에 동청열비가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
"겁먹지 말고 잘 따라오니라."
하란은 숨을 내쉬었다. 다시 들이킨다.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뿔이 솟고 동공이 째질 듯 좁아진다. 날카로운 비늘이 목덜미에 돋아난다. 누가 봐도 나 용이라고 광고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그녀의 의도가 그러하였다.
지금, 복건용왕께서 산동에 행차하신다! 그녀는 한 팔을 올린다. 아랫얼굴을 가린 소매를 너울거리며 무림인들 사이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
괴이하게 생긴 사람이 지나가는데, 그것도 절세의 미녀가 지나가니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해협삼검은 눈을 부라리며 사람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야영지의 입구에 다다르자 문지기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누, 누구시오. 이 곳은 천방표국의 야영지요."
용왕이시다! 무지몽매한 인간들아! 무릎을 꿇고 산해진미를 가져다 바쳐라!
***
"복건용왕이 동문의 잘못을 나누어 지기 위하여 왔노라."
그녀는 키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 한 눈이었다. 하란은 얼굴 반절을 가린 소매를 거두었다.
"동청열비 진금란은 아직 일어나지 못하였는가?"
***
"요, 용왕?"
문지기들이 당황합니다.
"그게 무슨..."
잠시 그러던 문지기들은 자기들 선에서 어떻게 해볼 수 없던 사항이라고 판단했는지 잠시 기다리라 말하곤 한 명이 급히 안으로 들어갑니다.
얼마 되지 않아, 곧 하란과 해협삼검은 천막 내부로 안내받아 들어갑니다!
***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이제 천방표국의 높으신 분이 나올텐데..
'발 앞에 엎드리는 건 바라지도 않을테니 칼부터 들이대지는 마라. 천방표국의 중진이라면 적어도 초절정의 고수가 나올텐데..'
***
해협삼검은 굉장히 불만에 가득찬 얼굴이지만...뭐 어쩌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죠!
곧, 안으로 들어가자 염소 수염의 남성이 앞으로 나옵니다.
"...."
그는 하란을 쳐다보더니 포권을 취합니다.
"귀한 분이 오셨군요. 정체를 밝혀주시겠습니까?"
아 용왕이라고!
***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정체를 밝혀달라니. 나는 이미 정체를 밝혔는데. 우리 가주님은 한번 보고 상황파악을 끝냈었는데. 인간들이란... 입으로는 미소짓고 있지만 눈을 감은 채 그렇게 생각했다.
"남방의 얇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예까지 달려왔거늘, 그런 오활한 말은 삼가하여라."
"여는 머리에 나뭇가지 붙인 인간도, 둔갑한 여우도, 용의 사생아 반인반룡도 아니다. 상제 폐하의 칙명을 받잡고 내려온 복건의 붉은 용왕이란 말이다."
코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긴 이무기와 용도 분간하지 못하고, 커다랗고 기어다니는 뱀을 보면 내단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나. 눈이 마주치자마자 칼을 뽑아서 배를 가르려고 하지 않는 것만큼은 고평가 할만하다.
"....동청열비 진금란의 용태가 많이 나쁜가?"
***
"그것을 우리가 어찌 믿겠소?"
그리 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불신이 가득하고, 몸짓은 경계로 가득합니다.
가뜩이나 칼밥 먹었다던 양반들이 이래 아둔해서야 원...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하란은 머리가 아파옵니다.
***
"..따라 나와봐라. 인간."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천막 밖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꼭 말이야 어? 성흔에 손가락 넣어봐야 아는 인간들이 있어요 어? 불경! 불경! 불경한 놈들!
#생장선술 5성 광역성장으로 천방표국 주둔지를 피톤치드 가득하게 만들어줄 수 있나용?
***
쌉가능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
#후후후후후 잿빛 폐허와 울부짖는 민초들만 보면서 정신력 깎이던 천방표국 놈들 내가 푸릇푸릇하고 사악한 초목들을 잔뜩 자라게 해서 신선한 풀냄새와 함께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지 후후후훟....
고!!
뿌득. 뿌드드드득. 까직. 까지지직.
땅에서는 온갖 식물들의 씨앗이 발아하면서 땅을 부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 이게 뭐..."
하란의 손이 목까지 천천히 올라오자 어느새 주변에는 꽃과 나무, 그리고 잘 익은 벼가 보입니다.
꽈악.
하란은 오른손을 꽉 쥡니다.
우뚝. 하고 식물들의 성장이 멈춥니다.
주변에는 잘 익은 황금빛 벼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습니다. 꽃 주변에는 꿀벌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하고 나비들이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습니다.
잡초들은 물론, 커다란 나무들도 굳건하게 버티고 서있습니다.
털썩.
기적을 목도한 사람들은 주저앉거나 용왕을 경배하고 있습니다.
***
인간은 강해도 인간이고, 용은 약해도 용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부수는 것은 인간이나 용이나 매한가지지만, 용은 부수고 다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지. 용왕! 용왕! 용왕! 그는 신이야!
"그래서, 동청열비 진금란의 용태는 어떤가?"
"산동에서 일어난 일련의 재해에 관하여 짐작가는 것이 있는데.... 그녀와 이야기를 해 보아야 상황이 명료해지겠구나."
***
"대, 대표두께서는 사경을 헤매고 계십니다..."
?????
"안에...드시지요..."
그가 천막 깊숙한 곳의 깊숙한 곳까지 안내합니다...
거기에는 식은땀을 흘리며 온 몸에 검은 기운이 퍼져있는 진금란이 누워있습니다.
"끄으으으윽...끄아아아아아악!!!"
검은 핏줄이 피부에 도드라져보입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
그녀는 뒷짐을 지고 설렁설렁 걸어들어갔다. 진금란은 누워서 앓는 수준을 넘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역시 척 봐도 마공이로고."
괴물이 말했던 강대한 기운, 그리고 겉으로 보아도 보이는 새카만 기운. 그녀가 죽은 뒤 진금란이 뒤이어 그것과 교전하였고. 이 꼴이 났다.
"네가 한번 보거라. 치료가 되겠느냐?"
하란은 어의에게 명한다. 그리고 동시에 용안으로 진금란의 전신을 훑어본다.
***
어의는 조심스레 진맥을 시작하고, 하란은 진금란을 차분히 살펴봅니다.
온 몸에 마기가 퍼져있습니다.
그것도...그냥 마기가 아닙니다.
근원에서 멀지 않은 마기.
즉, 천마의 직접적인 기운은 아니나 그에 가까운 자들에게 흐르는 마기입니다.
깊고, 어둡고, 깔끔한 어둠이 아닌 조금은 잿빛과 혈향이 섞인 그런 마기...
고등한 어떤 존재의 솜씨입니다.
***
"......."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곰방대를 습관적으로 반쯤 꺼냈다가, 의식적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여기는 병실이니까.
어쩌면 그 괴물, 대충 산야에서 굴러다니다 강해진 류의 것은 아닐지도. 마교 그네들에겐 신성한 무언가로 대우받는 존재인가.
#일단 어의가 진맥 끝날때까지 기다려보앙용
***
어의가 몸을 일으킵니다.
"전하. 진맥을 완료했습니다. 제가 치료할 수는 있으나 그 전에 생기부터 돋우어야 합니다."
호오. 역시 어의. 유능합니다.
"선계에 존재하는 강력한 존재의 기운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선계에 존재하는 강력한 존재로부터 기원한 하계의 기운입니다만..."
어의가 말을 고릅니다.
"전하. 마교의 기운은 보랏빛과 검은빛으로 나뉘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검은빛은 하급이고, 보랏빛은 상급이지요. 이는 일견 검은빛으로 보이지만..."
어의가 아가미를 펄럭입니다.
"눈속임일 뿐입니다. 누가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간교한 술수를 부렸습니다. 언뜻보기에는 별 것 아닌 마기에 중독된 것이라 쉽게 치료할 수 있을테지만 이는 보랏빛의 마기입니다. 이렇게 처리를 하면..."
검은색으로 울퉁불퉁하던 핏줄은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이리 제 모습을 찾게 됩니다."
어의가 공손히 고개를 조아립니다.
"이는 마교에서도 장로, 혹은 그에 준하는 강자들만이 부릴 수 있는 술수입니다."
즉.
하고 어의가 말을 덧붙입니다.
"마교의 강자가 이 땅에 왔었나이다."
***
"잔챙이 몇 명이 척후로 오간 것이 아니군. 용을 잡아보겠다고 칼을 갈고 온 게야.."
여기저기서 세작을 키워 적국에 오가게 하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며 공공연한 비밀이라지만, 수위가 이 정도까지 넘나들면 이것을 좌시할 수가 없게 되지. 그렇잖아도 지원 공자와 중원제일미의 결혼식에 마교도들이 들어와 난리가 있었다더니. 흐음..
"여튼 치료할 수 있다니 다행이구나. 생기를 돋우는데 특별히 필요한 것이 있느냐?"
***
"선계의 열매가 필요합니다. 전하."
씁...
***
- 4성 씨앗심기 : 내공을 60 소모해 선계의 '식물' 씨앗을 생성합니다.
- 5성 광역성장 : 내공을 80 소모해 주변에 존재하는 '지성없는 생물체들'의 성장 속도를 매우 급가속시킵니다.
이걸로 해결할 수 있을까용??
***
가능합니다!
실행할까요?
***
"잠시 기다리거라."
내공의 소모가 심할 것이다. 중간에 한 번은 운기하여 내공을 다시 채워넣어야지. 천막에서 나와 앞마당 앞에 섰다. 방금 기적을 일으켰던 그 자리다. 여가 이곳에서 신묘한 것을 다시 한번 보이리니 너희의 후손들은 이곳에 사당을 세우게 되리라.
#
- 4성 씨앗심기 : 내공을 60 소모해 선계의 '식물' 씨앗을 생성합니다.
- 1성 급속성장 : 내공을 40 소모해 주변에 존재하는 '지성없는 생물체'의 성장 속도를 급가속시킵니다.
로 선계열매를 만들어용!
***
기괴하게 생긴 열매 한 알이 툭, 하고 하란의 손에 떨어집니다.
이게 뭐람.
생긴게 꼭...꼭....
아기 얼굴처럼 생겼습니다.
***
남들이 보기에는 용왕이 신묘한 술법으로 선계의 열매를 가져오셨다! 이겠지만 사실 그녀도 열매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생긴 게 왜 이렇지.
'인형설삼 비슷한 것인가..'
하란은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가 어의에게 열매를 건네었다.
***
어의는 공손히 열매를 받들고 반으로 쪼개 진금란의 입에 넣어줍니다.
"남은 반은 정신을 차린 이후에 먹여야합니다."
그렇다는군요!
***
"수고 많았다. 여는 바깥의 아수라장을 손볼테니, 이 인간을 잘 살피고 있도록 하라."
아아 사형.. 당신이 싼 똥을 내가 다 치우고 있소. 허물만 남겨두고 어디서 뭘 하는 거요?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책임지는것이 상당히 짜증났지만, 그녀가 이 일에 개입하는 명분은 그와 동문이라는 사실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
어 실전각? 초절정각? 한번 가보자고
***
용의 모습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 축복을 내립니다!
만물이 상생하고, 생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일은.
산동, 그리고 복건 전체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미사하란의 명성이 4단계로 상승합니다.
***
선술이라는 명칭은 저잣거리 노름판에서 딴 것이 아니지. 그저 절반의 힘, 5성의 성취로도 이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이다. 파괴가 아닌 만들기 위한 힘.
그럼, 이 힘을 부수는 데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어디 자연이 인간들에게 친절하기만 하던가. 황충, 모기, 역병. 자신의 손 끝에서 소생하는 것들을 보면서 하란은 잠시 상념에 빠졌다.
허리까지 오는 풀숲을 사박거리던 그녀는 이제 진금란에게로 돌아가기로 한다.
***
"어의, 그 열매 반쪽은 먹였느냐?"
마기가 빠져나가도 마기가 주던 감각은 남아있기라도 한 것인지. 독주 일백 동이를 마신 후, 다음날 아침의 몰골같기도 해.
"이러면 뭘 물어보지도 못하겠군."
***
"예. 허나 정순하고 순수한 마기이기에 제정신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대체 어떤 마두가 이리 큰 상처를 남긴 것일까요?
- 우리들의 일그러진 전말
- 여기 주둔지 총책임자 나오라 그래!!!
땡깡을 부리진 않...고 그냥 만나러 가봐용
***
아까 봤던 그 사람이 나타납니다!
"하 총관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용왕에 대한 예를 갖춰라 하남자!
***
"마교도들이 아주 작정을 하고 들어왔더군. 평시에 좀도둑 세작들이나 오고가는 수준을 훨씬 넘었느니라."
아까 어의가 뭐라고 했드라.
"선계에서 보면 마선의 후예, 인계에서 보면 마교의 장로. 그 정도는 되는 놈이다. 치료하는 자를 기만하기 위하여 보랏빛 마기를 검은빛 마기로 눈속임하기까지 하였어."
"내 입으로 말하고도 어처구니가 없군. 선전포고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
하남자...아니 하 총관이 눈을 찌푸립니다.
"...산동은 신강과 정반대에 있지요. 그렇다고하여 우리가 그들을 치러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마교도 놈들. 우리 천방표국은 그들을 고객으로 삼고있지 않습니다만, 홍단표국 놈들이 우리를 따라잡겠다고 마교 놈들과도 교역을 하는 바람에..."
경제제재가 실패했다~~~이 말이야.
***
"돈에는 선악도 세력도 없다지만 말이야.. 그네들은 꽤나 위험하게 노는군."
그녀는 뜸을 들이면서 말했다. 여가 아는 것을 말해주랴?
"이건 용의 짓이 아니라 이무기의 짓이다. 용보다도 오래 살았지만 정작 용이 되지 못하여 미쳐버린 이무기. 너, 그 이무기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 허물만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마기의 잔향과 함께!"
"여는 지금보다 훨씬 이전부터 산동을 보고 있었다. 그를 만나서 대화도 해 보았다. 인간들이 몰려올테니 제발 그만두라고 애걸하여도, 하계 일 인간 일 따위 내 알바 아니라던 미치광이야. 그는 인간과 대등하게 말을 나눌 놈이 아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짐작가는지?
"하물며 여조차도 보기 싫다며 쫓아내던 자가, 동굴 안에서 마교도와 밀회를 나누더니 허물을 벗어? 왜?"
***
"....그걸 내가 어찌알겠습니까?"
하남자...아니 하 총관은 한숨을 내쉽니다.
"미친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한데, 미친 이무기라니? 상상이나 되겠소?"
그니까 그건 니가 용이니까 가능하다~~~이 말이야!
***
일단 수련은 이쯤하고 진금란에게 돌아가기..
***
진금란에게 향합니다.
진금란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누워는 있지만 눈은 뜨고 있습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보입니다.
"후우....당신은...?"
- 방금 막 깨어났습니다. 전하.
***
자기소개를 몇 번을 하는 거냐. 자기소개를 한다고 끝나지도 않는다. 그를 납득시키는데도 지리한 과정이 필요하거늘...
"복건용왕이다. 부디 한번에 납득했으면 좋겠네."
"확인할 게 있어 널 보러 왔는데 마공에 당해 오늘 내일 하고 있더군. 우리 어의가 유능해서 다행이지."
그녀는 입가에 손을 올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 아직 피곤할테니 머리 돌아가는 것이 느릴 것이다.
***
그녀는 하란 머리의 뿔을 봅니다.
"사람이 아닌 것은 알겠네. 용왕....이란 것도. 납득할 수 있어."
과연, 고수는 다르군요! 초절정 만만세다 이거야!
"우선 구해주어 감사하단 말부터 하지. 확인할 것이 있다 하였는데 무엇인가? 내 구명지은을 받았으니 성심성의껏 돕도록 하겠네."
진금란이 그리 대답합니다.
"내 이리 무력해보여도 대천방표국의 사람이야. 국주님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네. 무엇이든 말해주시게나."
***
"그럼 묻지."
와! 고수 데단해! 초절정 만만세!
"사람도 동물의 것도 아닌 얼굴이 물 흐르듯 변하고, 가슴에 칼을 꽂아도 재생하던 괴물."
"마기가 실린 웃음을 내지르던 마교 괴물과 교전하였는가?"
***
진금란의 표정이 굳습니다.
"모두 나가주시게나."
총관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진금란을 쳐다봅니다.
"나가!"
그러자 사람들이 나갑니다. 어의는 하란의 눈치를 봅니다.
내보내는게 좋겠군요.
***
"너도 밖에서 기다리거라."
그녀 또한 어의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을 명한다.
***
어의는 밖으로 나갑니다.
둘만 남았군요.
고오오오....
진금란에게서 강대한 기가 펼쳐지더니 주변을 둘러쌉니다.
"방음을 위해 내 무리를 좀 했네. 쿨럭!"
음...
"자네 말대로, 나 또한 그 괴물과 싸웠지. 마두였어. 강대한...마두."
***
기막인가. 방금까지 사경을 헤매다 일어나서 기막을 펼치다니. 이런 무인이라면 그 괴물에게 한 방 먹였을 법 한데. 어떨런지.
"추측컨데 마선의 후예, 마교의 장로. 그 정도는 되는 놈이다. 당신을 치료하는 자를 기만하기 위하여 보랏빛 마기를 검은빛 마기로 눈속임하기까지 하였어."
"..혹시 짚이는 자가 있는가?"
***
"..."
진금란이 인상을 씁니다.
"그런 괴물들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있지."
오?
"마교에는, 사람이 아닌 것들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가?"
그건 모르는데용.
"마교에는 괴물로 변하는 핏줄이 있네. 마교 내에서는 쉬쉬하는 것 같지만, 정마대전에서 그토록 피를 흩뿌린 괴물들을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리 없지. 그 중 하나가 기억에 남네. 그리고 그 모습도 굉장히 흡사했고."
진금란이 후욱, 하고 숨을 들이킵니다.
"장로나 뭔지는, 알 수 없네만...하나는 확실하지. 천산의 경씨 가문. 마교의 가장 강대한 혈족들 중 하나일세. 난 그리 생각하네."
***
"천산경가...."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 놈 덕에 깨달음을 얻은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놈이 깨달음을 주려고 그녀를 죽인 것도 아니니, 고마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 기다려도 모자라지 않고, 용은 백천년도 기다릴 수 있다. 놈들은 언젠가 대가를 치르리라.
"피차 이해를 빠르게 하려면 내 쪽에서의 상황도 말해야겠구나. 나는 너희들 생각보다 이전부터 산동에 와 있었다."
"하나만 미리 말하지. 그건 교룡이었다. 용이 아니라."
기억을 되돌려본다. 소식을 듣자마자 산동으로 달려와 미친 이무기를 만났다. 그를 설득하고자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산동이 뒤집힌건 유감이지만 그가 죽는 것 또한 바라지 않았다. 광증을 걷어내고 승천하여 용이 된다면 살아서 이 사달을 책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방법을 찾고자 동분서주하던 중. 마교도의 선발이 은신처에 다다랐다. 남자인데 여자처럼 곱고, 흰 머리에, 도깨비 요괴를 데리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뒤이어 무당파의 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당파 말고도 빨간머리 한 명이 그들을 따라왔는데 어디 소속인지는 모르겠다. 경지는 제일 뛰어나 보였다.
"나는 안개를 깔고 마교도 선발을 붙잡아 그들에게 넘긴 후.... 전부 쫓아내버렸지. 그 선발은 아직도 잡아두고 있는가? 적어도 천강단은 아니어 보였느니라."
그리고 뒤이어 천산경가 놈들이 몰려왔다. 교룡은 묵묵부답이고 그녀는 속절없이 밀려났다.
"그 때 즈음하여 네가 등장한 모양이구나. 강대한 힘이 느껴진다며 급히 돌아가더니만. 이리 다쳤으니 분명히 먼저 물러났겠군."
그 산에는 마교도와 교룡만이 남았을거고....
***
진금란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이미 늦은 상태였소. 마두는 강했지. 정말로. 빨간 머리라면....아."
무엇인가 기억이 났다는듯 감탄성을 그녀가 내뱉습니다.
"황보세가의...서자였던 것 같군."
사생아는 성씨를 물려받지 못하나 서자는 성씨를 물려받는다고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확실히, 황보세가에서 보낸 것 만큼 뛰어난 인물이었네. 그렇지만 마두는 나보다도 윗줄의 고수. 아마 도망쳤겠지. 그 때는 어떤 영웅호걸도...나설 수 없는 절망이었으니."
그녀가 몸을 움츠립니다.
"그래서. 확인할 것은 다 한 것인가?"
***
"그럴리가,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진금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눈 뒤에는 분노와 불안, 그리고 의심이 숨어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교룡의 은신처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허물만 남긴채 사라져 있었어. 그리고 은신처 안에는 마기의 잔향이 남아있었다. 그 잔향은 산아래까지 이어졌으니 적어도 그들은 교전하지 않은 것이야. 교전했다면 그리 조용했을리도 없고!"
내가 아무리 부탁해도 하계 일 인간 일 따위 내 알바 아니라던 미치광이야. 그는 원래 인간과 대등하게 대화하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교룡과 마교도는 온건하게 접촉하였다.
"은신처 근방을 그렇게 마교도가 점령하고, 이후 교룡이 마교도와 싸우지도 않고 허물을 벗은 채 사라졌다면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미 내 마음 속으로는 답을 정한 모양이지만, 다른 당사자인 그대의 입으로도 들어보고 싶군."
***
진금란은 인상을 찌푸립니다.
"내가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나도 그것이 용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용의 생태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내 알지 못하네."
아. 인간들이란!
"술법을 써서 그 자리를 벗어나 피신을 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
"그 자는 '피신'하지 않아! 본래라면 그는 금제에 묶여 산동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산동 안에서라도 숨어다니자고 내가 몇번을 몇번을....!!"
"......몇번을 말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단 말이다. 오만에 절어서는!"
그러고보니 금제가 있었다. 만약 우리 사형이 산동 밖으로 나갔다면 금제가 깨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녀는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어깨가 축 구부러졌다. 무림인들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동문 사형제. 평생 그런 것도 없이 살았건만 손에 잡히자마자 이리 사라지누나.
"내 사형.. 불쌍한 미치광이 사형이 정녕... 정녕 마룡이라도 되었다는 건가..? 아아...이럴 거면 차라리 인간들 손에 죽는게 더 나았을 것을..!"
***
진금란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하게 미사하란을 바라봅니다.
...
***
".......말해줘서 고맙군. 정말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났다. 다음에 만날 때 정말 마룡이 되었다면 당신은 더 이상 내 사형 아니오.
"이만 돌아가야겠어."
***
하란은 밖으로 나갑니다!
대한항공에 취직하려던 대학 선배가 취업에 실패하고 아시아나에 취업한 셈입니다!
...
어? 잘된거 아닌가?
비유가 좀 이상하군요!
아무튼 하란이 밖으로 나오자 별로 가득한 하늘이 보입니다.
달도 밝고, 별들도 밝은데.
저 하늘 너머의 위대하신 분들은, 고작해야 늙은 이무기 따위에게는 관심조차 없어보입니다.
하계에 있는 오로지, 어린 용 하나만이 늙은 이무기를 애타게 찾을 뿐.
슬피우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하란은 앞으로 걸어갑니다.
- 동정호(였던 것)
- 아무도 없는데 가서 생장선술 수련 한번 합니다. 5성 100%니까 6성 만들어놓자....
***
- 6성 과성장 : 내공을 100 소모해 '지성없는 생물체'의 성장 한계를 돌파시키고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과하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
"너희는 바다를 통해서 궁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여는 아직 일이 남았노라..."
구라고 기분을 심하게 잡쳐서 일탈을 벌일 생각이다. 가출은 성군의 덕목이며 이는 세종실록에도 기록된 사실이다.
***
호남까지 걸어가는건 겁나게 힘들다는 사실이 세종실록지리지에도 기록된 사실입니다!
외다리인 당신!
걸어가시겠습니까?
***
인디언인가 이누이트인가 아무튼 걔네도 화가 나면 풀릴때까지 걷는댓서용 ㄱ
***
걸어갑니다..
김캡이 기운이 없는 관계로 이동 다이스는 굴리지 않지만, 앞으로 한 번 더 이동을 하셔야만 호남에 도착합니다!
***
우리는 느리게 것짜 것짜 것짜 (것짜 것짜~)
호남 갑니다
***
드디어 호남에 도착합니다...
***
옛날 옛적에는 동정호에도 용왕이 있었다지. 유의전에서도 낙방서생 유의가 동정호 용궁에 다녀오지 않는가. 처음 읽었을 때는 옛날이야긴줄로만 알았지만...
아직도 용궁이 유적이 되어 남아있다면 깊은 물 속에 있을 것이다. 구경이나 해보리라고 그녀는 마음먹었다.
***
동정호(였던 것)으로 향합니다.
....오 세상에.
이 거대한 호수에 더 이상 물이 없다니요.
***
물이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솟았으면 일대는 안개로 뒤덮이고 하늘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재잉이 찾아올테지만 그럴 기미는 없고...
땅속으로 꺼졌나? 그녀는 호수 밑바닥. 물이 흐른 자국을 쫓아가본다.
***
저벅, 딱.
저벅, 딱.
저벅, 딱.
다리를 절면서 하란은 호수 아래로 내려갑니다.
호수의 물은 바짝 말라있습니다. 하지만 호수 바닥에는 강력한 무언가가 휩쓸고 지나간듯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건 물이 거세게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면서 생긴 흔적이라고요.
하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호수 저 멀리를 쳐다봅니다. 흔적들은 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곳이 동정호의 중심부라는 것이고.
또 다른 문제는.
동정호는 제주도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
멀다.... 용폼으로 변해서 날아가면 정말 이목을 심하게 끌텐데.. 복건용왐이 산동에 번쩍 호남에 번쩍...
그녀는 검을 뽑았다. 승천형으로 폴짝폴짝 뛰어서가자.
***
열심히 개구리마냥 뛰어댕기고...물론 이목은 어마어마하게 받았지만, 용으로 변하는 것 보다는 덜하겠죠!
아무튼!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로, 하란은 중심부에 간신히 도착합니다.
도착했는데...어...
이상한게 있습니다.
***
뭘 봐 뛰어다니는 평범한 무림인이라고 확씨.
#그 이상한 건 뭔가용 일단 용안으로 보기
***
웬 나무 상자같은게 있습니다.
???
뭐임.
대체 뭐임.
뚜껑이 열려있는데...음, 나무 상자가 아니라 문같기도 하고...
***
동정호 중심에 나무상자? 누가 배 타고 가다가 떨궜니? 하지만 물 흐른 흔적은 분명히 이쪽인데!
"이 작은 것에 동정호 물이 죄다 빨렸다고? 설마 그럴 리가...."
***
하란은 안으로 들어갑니다.
...
아래로 향하는 돌계단이 있습니다.
아니 ㅋㅋ 나무가 물 안에 있는데 안썩은 것도 말이 안되는데 ㅋㅋ
***
옳커니 이놈 걸렸다! 뭔진 몰라도 니가 다 마셨구나! 내 반드시 네놈이 빨아먹은 물을 도로 토해내게 하여 바닥에 떨어진 동정호의 도리를 바로잡겠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럼 이 안은 얼마나 크다는 거야? 동정호 물을 모두 마실 정도라고? 이 구멍이?"
***
돌계단은 바싹 말라있습니다.
....말이, 말이 안됩니다.
하란은 열심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내려가자 텅빈 공동이 있습니다.
웬, 나무 인형들이 죄다 박살이 나있는데요?
***
외 돌계단이 말라잇음? 이건 몬가...몬가 잇음....
한참을 타박거리며 돌계단을 내려왔다. 빈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이 곳에 위험요소가 있음을 암시하는 징후도 나타났다. 목인형도 있고, 목인형을 아작낸 무언가도 있다. 목인형은 자기 혼자 움직이는 괴뢰라도 되는 것인지?
그녀는 검을 뽑았다. 용안으로 보며 앞으로 걸어간다.
***
용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
무시무시한 기의 흐름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이 근방이 모두 그러합니다!
소름이 끼쳐오고 압도적인 기세에 몸이 눌리는듯 합니다.
도망, 도망쳐야...
***
"역시 예사 공간은 아니라 이것인가..."
동정호 물(부피 18 km³)을 빨아먹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숨을 크게 쉬고 있었다.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솟는다.
그렇지만 도망치진 않겠어. 그녀는 살기를 뿜는 모용벽과 석지훈 앞에도 서 봤고, 천마의 시선과 상제의 시선도 받아보았고, 천년묵은 미친 이무기와도 만나보았고, 죽음 뒤에 있는 무극과 대면하였다. 그녀는 이 정도로 겁먹고 도망가지 않는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간다. 기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면서 신중하게 나아가자. 나는 할 수 있다. 그녀는 생각했다.
***
훌륭합니다.
심호흡으로 하란을 압박해오는 무형의 기세를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발에는 무수한 목각인형들의 잔해가 걸려듭니다.
...평범한 목각 인형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목인형들이 어떤 형식으로 파괴되었나 관찰해봅니다. 사람이 한 짓인지, 자연물이 한 짓인지. 가만히 있다가 부서졌는지, 움직이다가 부서졌는지..
***
...처음 몇 개는 어...기껏해봐야 일류 무인들의 흔적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기괴합니다. 다리 쪽이 전부 부숴져있는데요?
이건 사람이 한 것도 아니고, 자연적으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닙니다.
강력한 어떤 힘의 작용이 있었습니다.
***
"일류 무인 몇 명이 들어왔군. 그리고 이건..."
사람도 아니고 자연현상도 아니다. 그렇다면? 기관이지. 이런 목인형들이 있는 시점에서 기관이 있을 확률도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다리를 노리는 기관이 있는가?
다리 공격에 유의하면서 전진해보아용 용안은 상시발동으로 해둘게용
***
힘들여 앞으로 갑니다...
용안에는 아무런 것도 걸리지 않고, 다리 공격도 날아오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기관이 파괴되어 있군요.
긴장감을 조금 내려놓고 하란은 커다란 문 앞에 섭니다.
***
"일류 무인들이라지만 어중이떠중이들은 아니구나. 어디서 한 가닥 하는 녀석들이 분명한데.."
그들이 기관을 돌파했다. 그런 무인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건, 무림인들이 여기서 노릴만한 뭔가가 있다는 건가? 보물창고라도 돼?
목인형들의 잔해를 지나자 커다란 문이 보인다. 저 문에도 기관이 있을지도. 열려고 하면 뭔가가 쿵 떨어진다던가.
***
문은 평범하지만, 거대한 철문입니다.
....잠깐. 철?
하란의 키보다도 훨씬 커다란 이 문이 통짜 강철로 만들어졌다 이겁니까?
미친건가.
***
"허 참, 한철이 아닌 게 그나마 겸손한 것인가?"
어떤 미친놈이 이런 곳을 만든거야? 여기가 동정호 유적인가? 일단 들어가보자
***
문을 엽니다!
끼이이이익.
쿠궁.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우 공간에서 푸른 촛불이 켜집니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바람소리와 함께 켜진 푸른색 촛불은 거대한 복도 양옆에 일자로 늘어서있고 그 끝에는 거적데기를 입고있는 미라가 앉아있습니다.
....뭐지?
- 나, 나, 나, 나, 나, 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독고구검을, 찾, 찾, 찾, 찾는, 찾는, 찾는다.
- 너, 너, 너, 너, 너, 죽, 죽, 죽, 죽인, 다, 다, 다.
미라가 일어납니다!
***
"강시가 호법을 서? 역시 예사 곳이 아니로다."
독고구검은 화경이 된 지 한달만에 오체분시를 당했다던 전대의 무림공적 아닌가.
"그 이름이 어찌 네 주둥이에서 나오는지는 차차하고... 간만에 힘을 조금 써야겠구나."
실로 오랜만의 전투로다. 그녀는 비릿하게 웃었다. 검이 검집에서 벗어나고, 공간을 안개가 채우기 시작한다.
#풍상설우 안개를 깔며 교룡비급 화룡포 공격 113/125
- 팔룡방 강시
- 콰아아아앙!!
안개가 끼자마자 안개가 다시 날라가다니! 이거 너무한거 아닌가 싶군요!
강력한 붉은 기운이 동공을 휩쓸고 붕대를 칭칭 감고있는 시체에 적중합니다!
- 아, 아, 아, 아,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오. 이런
하란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거라 직감합니다.
저 붕대를 감은 괴상한 시체. 음, 모습이 많이 특이한 강시같은데요.
- 너, 너, 너, 너, 너, 죽어, 죽일거야, 죽여버릴거야, 아파, 아파, 아파, 죽일거야, 죽어, 죽여버릴거야.
강시가 매끄럽게 검을 뽑아듭니다. 하란의 눈이 조금 커집니다. 칼에 글씨가 새겨져있습니다.
八龍斬史 人史亨通
팔룡참사 인사형통
팔룡방의 검입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검에 빛이 서리기 시작합니다.
파앗 - !
안개가 흩뿌려지고 하란이 검을 앞으로 들어올릴 때, 강시가 하란의 옆으로 돌고있습니다!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목 부근에 바짝세우고 뒤를 노립니다!
***
"팔룡참사 인사형통? 팔룡방이냐?!"
아까는 독고구검, 지금은 팔룡방.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중구난방이다. 여긴 도대체 뭐냔 말이다. 강시는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뒤로 돌아와 목을 노린다. 날렵하게 허리를 숙였다.
자세는 낮게, 칼끝은 높게.
#허리를 숙여 검을 회피합니다. 교룡검법 치악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수 차례 찌르려고 합니다. 111/125
***
후웅!
하란의 어여쁜 얼굴에 옅은 생채기가 나고 붕대에 구멍이 몇 개 뚫립니다!
그렇지만 하란은 얼굴을 구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찌른 느낌이 나지 않는군요. 생전 최소 절정 이상의 경지를 밟은 강시입니다.
- 독, 독, 독, 독고구검! 못, 못, 못, 못가! 내가, 내가, 내가!
뭐라는거야.
다시 한 번 검격을 나누고 강시가 이번에는 검을 중단세로 두고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습니다.
- 죽, 죽, 죽, 죽, 죽, 죽어!
정직하게 달려옵니다!
***
말을 조리있게 해라. 뇌와 혀까지 썩었구나.
그녀는 검을 상단세로 높이 들었다. 강시가 달려와 검의 궤적 안으로, 강시의 중단세 검이 궤적 안으로 들어올 때. 검을 내려치고 아래로 찍어 강시의 검을 묶는다. 나의 검은 중단세로 변하고 강시를 가리는 것은 없다.
#상단세 잡고 중단세로 오는 검을 폭룡강하로 찍어내립니다. 검을 걷어내는데 성공하면 텅 빈 몸에 정면으로 승천형 109/125
***
콰아아아아아앙 - !!!!!
격렬한 폭음이 울려퍼집니다!
끼긱...끼기기기긱....!
하란의 검과 강시의 검이 맞붙어 서로 힘을 겨루고 있습니다.
- 너, 너, 너, 너, 너, 냄새, 냄새, 냄새.
? 더러운 시체 따위가 어디 살아있는 용한테 냄새가 난다니...
- 용! 용! 용! 용! 용! 용! 용!
강시의 눈이 붉게 물듭니다.
어.
***
얘 눈이 왜 이래.
- 용! 용! 용! 용! 용! 용! 용!
아.... 이 강시 분명 생전에 팔룡방이다. 확실해. 어서 맥을 끊어야!
#정면에서 강시에게 불을 뿜어 기세를 꺾고, 교룡검법 용진세로 엮인 칼날을 타고 들어가 찌르려고 합니다 107/125
***
화르르르르륵!
불꽃이 강시의 몸을 뒤덮습니다!
카가가가가가각!
그리고 곧바로 하란의 검이 강시의 검을 타고 목을 노리고 찔러들어갑니다!
- 용! 용! 용! 용! 용! 용! 용! 용! 용!
그 때까지도 강시는 시끄럽게 굴고 있습니다. 불에 탄 주제에 대단하군요.
푸욱 - !
하란의 검이 강시의 목을 정확히 꿰뚫습니다.
...
?
- 그륵! 그륵! 그륵! 그륵! 그륵! 그륵! 그륵! 그륵!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불꽃 속에서 강시의 검에서 강렬한 빛이 발하고 있습니다.
- 그르르르르륵!
하란은 순간, 공포를 느낍니다. 포식자 앞에선 피식자의 감각. 자기도 모르게 검을 들고 뒤로 주춤거립니다.
- 그르르르륵 - !!!!!!!!!!!!!!!!
강렬한 빛이 하란을 향해 쇄도해옵니다!
***
찔렀다. 강시는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목을 아예 끊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칼날을 꺾었다. 그 때 강시의 팔룡방 검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단지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품는 두려움이 아니라, 이건..
'말도 안돼. 이런 게 가능한 것이냐?'
천하의 어느 대누각을 가져와도 그녀 앞에서는 이쑤시개다. 그녀는 자신이 어째서 토끼같은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세가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일단 피해!
#검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거꾸로 쥐고 승천형+비단유접보로 점멸하듯 뒤로 회피합니다. 105/125
***
후우우우우우웅 - !!
파공성이 울리고 하란은 재빠르게 뒤로 넘어갑니다!
콰직!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깊게 패인 것이 보입니다.
화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검풍에 하란의 비싼 옷이 찢어집니다.
- 그륵, 그륵, 그륵.
음, 이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군요. 잠시간의 공포는 순식간에 사그라듭니다.
팔룡방을 상대할 때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
저 사특하고 망령된 주둥이를 닫으니 귀가 편해진다. 이제 공기 새는 소리만 없애면 좋겠거늘.
"이렇게 되었으니 팔룡방 검술 구경이나 해보자꾸나."
와봐랏!
#방어/회피 태세를 갖추며 용안 on. 기의 흐름을 관측한다!
103/125
***
하란은 뒤로 휘익 물러납니다.
웅웅웅...
강시가 들고있는 검에서 검명이 일어납니다. 강렬한 푸른빛의 기운이 검을 중심으로 회오리치듯 모여들고 떨리기 시작합니다.
- 그르르르르르르륵.
키이이이이잉...!
위험합니다!
***
온다온다온다.. 쏘는 초식인가 휘두르는 초식인가? 생각하면 늦다. 움직여!
불티가 튀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꽃이 피어올라 놈의 기운을 향해 날아간다. 동시에 바닥을 쪼개고 띄운다.
#하란이의 내기를 강시의 검으로 들어가는 기운의 흐름에 억지로 쑤셔넣어 흐름을 불안정하게 하려고 시도. 그리고 바닥을 부숴 커다란 판 조각을 강시한테 날리려고 시도!
***
콰과과과과과곽 - !!!!!
기의 흐름이 거칠게 움직이기 직전, 하란이 뛰쳐나갑니다!
바닥 파편이 무분별하게 튀어나가고 하란의 내기와 강시의 검이 맞부딫힙니다!
까가가각!
하란의 비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충격을 완화합니다!
비틀.
순간적으로 하란의 몸이 휘청입니다. 이게, 이게 대체?
하란의 눈이 커집니다. 내기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하란의 내공은 현재 96년이 남아있습니다.
고고고고고...........
강시의 검이 더욱 빛나기 시작합니다.
빌어먹을!
하란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의족을 땅에 박아넣고 검으로 몸을 보호합니다!
콰아아아아앙!
하란의 몸이 뒤로 크게 튕겨나갑니다!
쿨럭....!
피가 흘러나옵니다. 2단계 부상을 입습니다.
- 용...죽, 죽, 죽, 죽어!
키기기기기기기긱...!
강시의 검이 다시 한 번 빛납니다...!
***
오랜만에 천재다이스 요청하는거에용 저거 어떻게 대응하는게 좋을까용??
***
팔룡방 친구들은 대요괴전, 대영물전에 극히 특화되어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마주치지 않는 것이고, 맞닦뜨렸다면 최대한 근접전을 피하셔야해용!
물론 경지에 이른 놈들은 원거리 공격도 핫하 흡수하고 반사한다! 하는 미친 놈들도 있긴하지만 저 친구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에용!
절정부터의 싸움은 상대방의 수를 알아내고 그 수를 하나하나 봉인해가는 수싸움이니 강시의 공격을 하나씩 제외시켜보세용!
***
"아, 저 쳐죽일 놈이!"
흡성대법까지 쓰는 거냐! 내기를 밀어넣는 방법은 위험하다. 그렇다면..
#풍상설우 10성 삼신선으로 공기 중 수분을 액화하여 강하게 회전하는 물덩어리를 만들고, 그걸로 강시를 가둬버리려고 시도! 물의 흐름에 정신차리지 못하도록.
101/125
***
훌륭한 파훼법입니다!
강대한 물의 기운이 뭉치고 실체화합니다!
- 그르륵! 용! 선술!
강시가 어느정도 잘린 목으로도 또박또박 발음하며 앞으로 달려오려 할 때 강한 회전력을 지닌 물덩어리가 강시를 뒤덮습니다!
- 쿠르르르르르르륵!!!!!
***
"물이 빠져도 여긴 호수 밑. 지대 자체가 품은 물이 양동이 백천만개란 말이다.."
그녀는 물을 돌린다 계속 돌리고 돌린다. 강시의 몸은 썩어있고 가죽에 빈틈이 많다. 물에 휩쓸리다보면 물을 먹기도 한다. 또한 인체 안에도 물이 많지. 강시에게도 해당되는지는 모르지만. 요점은 강시가 물을 잔뜩 머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은 얼면 부피가 늘어난다. 강시의 몸 속에 꽉 들어찬 물이 얼면 강시의 육체는?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얼어라.
#92/125 강시가 물을 충분히 머금을때까지 기다렸다가 삼신선으로 한순간에 물을 얼린다!
***
쩌어엉 - !
물이 업니다!
하지만 여기는 무협세계.
물리법칙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세상!
쩌적. 쩌저적.
강시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결코 쉽게 나갈 수는 없겠군요.
***
어딜 감히 빠져나오려고 하느냐? 그걸 내가 가만히 두겠느냐? 옥체에 손을 댄 죄는 가볍지 않노라. 그녀는 검을 들었다.
"흐으읍!!"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얼음채로 네 육체를 분쇄해주마.
#90/125 폭룡강하를 여러번 연속사용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강시의 몸을 얼음째로 부숴버리기
***
교룡검법 - 폭룡강하
하란의 몸이 높게 뜨고, 아래로 내달립니다!
동시에 강시의 검도 위를 향해 빛납니다!
위험합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지금 공격을 멈춘다면, 타격이 크겠지요. 상대는 강합니다.
하란의 천재적인 두뇌가 결정을 내립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강시의 검이 터질듯한 빛을 냄과 동시에 하란의 몸이 격돌합니다!
후우우우우우우 -
강렬한 연기와 바람, 먼지와 돌 조각들이 흩날리고, 하란은 비틀거리면서 털썩 주저앉습니다.
배에 큰 구멍이 뚫려있고, 내기도 빼앗겼습니다.
현재 부상 단계는 4단계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내공은 80년입니다.
흐윽....흐윽....후욱......
피가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하란은 고통에 손을 벌벌 떨며 배를 부여잡고 앞을 바라봅니다.
쩌저정...
툭...투둑...
후드드드득.
강시의 몸이 천천히 조각조각나며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 독고...구....검.....
프스스스...
이내 강시의 몸이 연기가 되어 흩어지고.
땡그랑.
검 한 자루만이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집니다.
***
"후욱...후욱...후욱..."
강시의 몸 속에 있는 사기가 다했는지, 육신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반대로 그녀의 몸에서는 생기가 줄줄 새어나온다. 그녀는 구멍이 뚫린 배를 힐끗 내려다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동요하지 마라. 이 몸은 나의 '몸', '나'가 아니다. 상하면 고쳐쓰고 망가지면 새 것을 가져올 뿐. 상처에서 날카롭게 올라오는 격통도, 흐르는 피와 함께 빠져나가는 기력도. 내 몸이 망가졌다는 신호에 불과하다. 그래, 단지 신호. 그깟 신호에 혼비백산할 이유는 하등 없다.'
'아직은 고칠 수 있는 선이니, 고쳐서 움직이게 하자.'
그리고 그녀는 가부좌를 틀어 앉았다. 생장선술의 묘리로. 흙을 물로 빚고 불로 구워 토기를 만들듯. 자신의 몸을 수복하려 한다.
#생장선술 세포분열로 배의 구멍 막기 30/125
***
훌륭한 판단입니다.
몸에 고통이 찾아옵니다. 하란은 이를 앙다물고 눈을 찌푸립니다. 몸이 자신의 몸이 아닌 것 처럼 꿈틀거립니다. 그 생경한 장면을 스스로 보고있자니 썩 안구 건강에 이로울 것 같지는 않군요.
하란은 고개를 돌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쉽니다.
후우...후...
부상이 한 단계 완화됩니다. 현재 부상 단계는 3단계입니다.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간신히 거동할 수는 있는 상태입니다. 일반인이라면 사경을 헤매고 있었겠지요.
***
큰 구멍은 막았다.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작은 구멍을 막고 부러진 곳과 찢어진 곳을 이어붙일 시간. 이 장소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상태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선술을 사용하기 위해 운기조식을 하여 내공을 회복하자..
***
스읍...하아...
고통이 가끔씩 몰려오지만 하란은 인내하는데 성공합니다.
모든 내공을 회복하기까지 앞으로 두 번의 운기조식이 더 필요합니다.
허나 시간은 마냥 하란을 기다려주지 않을겁니다.
***
...지금은 여기까지 할까. 천하에서 무림인들이 개미떼처럼 모일 것이다. 산동에서 그러했듯. 이곳에서 또 싸움이 벌어지면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대처하기를.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니까.
싸움의 전리품을 가지고 다른 공간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강시가 가지고 있던 검을 흘렸던데 말이지.
***
하란이 검을 집어듭니다.
- 꺄웅?
?
왜 검에서 동물의 소리가 들리지...?
검의 정보가 공개됩니다!
【 영살검靈殺劍 】
팔룡방의 장인이 1년에 걸쳐 한 번 벼려내는 영물을 베어내는 검.
허나 단순히 영물 뿐만이 아니라 온갖 요괴와 같은 사이한 것들도 베어내는 용도로 사용된다.
팔룡방의 절정 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검으로 팔룡방 고수의 상징과도 같은 검이다.
허나 팔룡방의 고수가 아닌 자가 이 검을 들고있다면 기억하라.
그들은 결코 복수를 잊지 않을 것이다.
- 팔룡방의 귀물 : 검을 팔룡방에게 돌려준다면 감사를, 그렇지 않는다면 적대 관계가 형성됩니다.
- 준명검 : 이름을 가질 수준의 명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합니다.
- 영력 : 영물과 요괴 등 인간이 아닌 것을 상대할 때 사용하는 모든 검법에 긍정적 보정이 작용합니다.
- 여우 영물의 혼령 : 이 검에는 여우 영물의 혼령이 깃들어 있습니다.
***
- 뀽! 뀨웅!
용안으로 검을 봅니다.
그 곳에는 꼬리가 세 개 달린 작은 여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면서 하란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
뭔가 캥캥거리나했더니 여우? 것도 삼미호다. 삼미호가 왜 팔룡방 검에 붙어있는가.
"넌 누구니. 왜 거기에 붙어있고?"
그런데 여우털 복슬해보인다. 조금만..
***
- 끼잉...낑...
대략 150년 전 쯤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여우 구슬은 내단이 되었고 몸은 여러 무기 재료가 되었으며 혼은 여기에 들어가서 검의 성능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이게...인간...?
***
"어허.. 불쌍한 것. 내가 다시 햇빛을 보게 해주마."
나같은 꼴이 났구나.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여우야.. 일단 다른 곳으로 가봐야하는데 아는 건 없니?
***
여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여우 구슬을 잃어버린 지금, 그냥 꼬리가 세 개 달린 똑똑한 여우일 뿐이라는군요...
***
그렇구나, 괜찮아. 귀여운건 귀여운 걸로 그 역할을 다한 거다. 그녀 얼굴처럼(?)
강시도 잡고 가련한 여우와 검도 주웠다. 더 깊이 들어가는 길을 찾자.
***
다른 통로를 찾습니다.
...하란이 갈 수 있는 통로는 오직 하나 뿐!
문을 열고 나아가십시오.
***
구멍이 열렸던 자신의 배를 매만졌다. 무어가 지렁이처럼 꿈틀대더니 다시 매끈하게 때워져 있다. 생경함을 느꼈다.
기억하자. 이것은 나의 괴뢰. 나는 괴뢰희의 인형사.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느니.
이리 오너라!
- 홍로문 해골
-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끼이이이이익.
쿠웅.
고오오오오오....
싸늘한 바람 소리가 들려옵니다.
- 오랜만의 손님이군.
붉게 타오르는 불꽃이 새겨진 하얀 무복을 입은 뼈다귀가 눈에서 붉은 안광을 피워내며 일어섭니다.
- 반갑다.
해골의 손에는 평범한 검이 쥐어져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옷이...전혀 헤지지 않았군요. 놀랍다!
***
"오호. 이 쪽은 말이 통하는군. 전에 만났던 강시는 죽인다! 죽인다! 소리치며 날뛰었었는데."
"나도 반갑네."
그곳에는 무복을 입은 뼈다귀가 있다. 안와 뒤로 빛이 번득였다. 무복에 불꽃이 그려져 있다. 놈이 화공을 사용한다면..
"옷이 멋지군. 어디서 지었나?"
***
- 아 그 녀석.
해골이 너털웃음을 터뜨립니다. 턱뼈가 덜그럭거리는게 참으로 볼만하군요.
- 팔룡방의 광검이었지 별호가? 원래 그런 놈이니 이해하게.
미친놈이란 소립니다.
- 아 이 옷 말인가?
클클클 웃으며 해골이 옷을 만지작거립니다.
- 난 홍로문의 사람이야. 이 옷은 홍로문의 고수들에게 지어주는 옷이지. 아 그러고보니까 바깥은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홍로문은 잘 있던가? 석가장이랑 한창 으르렁거리고 있었는데 말이야.
***
"지금이 천중 8년이었던가? 이 시설이 동정호 물을 모조리 삘아먹었네. 천하의 무림인들이 모여들고 있어."
홍로문이 석가장의 앙숙이자 백열팔로검...이 맞았나. 엮인 적이 없어 가물가물했다.
"화경고수 호재필이 강남을 제패하고 흑천성을 세웠지만. 홍로문은 여전히 홍로문으로 존재한다네. 그리고 석가장도. 절해고도 두 개처럼 말야."
***
- 음.
해골이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 그럼 됐어. 내 세가를 뛰쳐나오면서도 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잊혀지지가 않더군. 형님의 아이들이 잘 커줬어...
그러더니 해골이 일어나 검을 뽑아듭니다.
- 알려주어 고맙네. 그럼, 이제 목숨을 두고 붙을 시간이야.
해골이 웃은 것 같습니다.
- 이 뒤에 있는 우리 호걸, 독고구검의 비급을 노리고 온 것 아닌가?
***
".....아니? 나는 선도를 좇는 자다. 동정호 용궁 찾으러 호남에 왔는걸?"
진짜다. 일이 꼬이고 있지만 정말 진짜다. 비급을 노리면 천상의 비급을 노리지, 왜 인간의 비급에 목숨을 걸어야 하나.
"동정호 용궁은 필시 동정호 바닥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동정호 물이 사라졌고, 물 흐른 흔적을 쫓아 가장 낮은 곳으로 오니..."
낮은 곳으로 오니 여기였다. 그녀는 말을 멈췄다.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이곳은 얼추 독고구검의 비고 정도 되는 곳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간이 물 밑에, 동정호 물을 모조리 삼킬만한 시설을 지을 수 있나? 굳이 화경고수들을 한 수레 모아온다면 아주 불가능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러면 소문이 없을 수 없다. 중원 전역에 동정호 밑 시설에 대한 이야기가 천 년 동안 떠돌 것인저. 이곳은 인간 스스로 만든 공간이 아니다.
동정호의 가장 깊은 곳. 동정호 물을 먹을만큼 무식한 크기. 인간이 만들지 않은 곳. 생각나는 건 단 하나.
"너희들, 용궁 터에 이 곳을 지었구나. 여기가 용궁인거야."
"나는 비급 같은 거 모른다. 용궁! 용궁을 볼 거라고!"
***
그러자 해골이 낡은 옷을 펄럭이며 고개를 뒤로 크게 젖히고 웃습니다.
덜그럭. 덜그럭.
턱뼈가 부딫히며 나는 소리는 제법 기괴하군요.
- 용궁! 용궁이라!
그러며 해골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 맞아. 그랬지. 이 곳은 용궁의 터지. 네 말이 맞다. 한낱 인간들이 어찌 용이 사는 곳을 점할 수 있었겠나?
- 이 곳은 처음부터 비워져있었어. 낡고 썩어가는 건물들만이 남아있었지만.
- 뒤가 없다고 생각한 우리가 동정호에 몸을 담구고 아래로 내려가니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지 뭔가.
- 그리고 모두 여기서 불귀의 객이 되었지.
- 뒤쫓아온 정파 샌님들 때문에 말이야!
해골은 마치 수염을 쓰다듬는듯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 아차. 난 이제 수염이 없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혼자 낄낄거립니다.
- 그래도 보내줄 수 없네. 우리 영웅께서는 용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영면에 들었으니.
- 그의 잠을 방해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 용궁을 보고 싶다면 날 베고 넘어가시게.
두 눈이 텅 비어버린 해골이 하란을 응시합니다.
***
"흠..주인이 없다지만 남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면 염치라도 있어야지. 용궁 용왕님도 아닌 한 인간이 용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영면해? 기가 차서."
하란은 그리 말하며 영살검을 쥔다. 시험해보자.
#삼신선 바람으로 해골을 몰아내면서 용검세로 탄막 공격.
운기로 내공이 얼마나 회복되었는지 모르겠네용 ??/125
***
전면으로 기를 방출해내고 기의 움직임은 바람을 타고 앞으로 더 빠르게 날아갑니다!
- 이야. 이게 뭐지? 진짜 선술인가?
그러나 놀랍게도 해골은 어렵지않게 막아냅니다.
- 앞에 있는 녀석이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 이 뒤로 가기엔...
그의 검이 붉게 타오르는 순간. 해골이 눈에 간신히 보일 속도로 뛰쳐나옵니다!
- 무리겠는데!
콰아아아앙 - !
하란은 용살검을 들고 간신히 적의 찌르기를 막아냅니다.
끼기기기기기기긱...!
금속 마찰음이 들려오고 해골은 허리를 굽힌 낮은 자세로 하란을 올려다봅니다.
- 힘은 얼마나 쓰는지 보자고!
까가각...
하란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
'쾌검!'
하마터면 눈이 따라가지 못할 뻔 했다. 이 정도로 따라가기 힘든 것은 방에 들어온 모기 외에 없었다. 일단 하란은 검을 벗겨내기로 마음먹었다.
'속도를 쫓지 못할지언정 방향은 예측할 수 있다.'
놈은 반드시 속도로 승부를 보려 한다. 그녀가 할 일은 놈의 속도가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 버티는 것. 그리고 제 속도를 못 이기고 자빠지게 하는 것.
#칼을 기울이고 벗겨내어 경합 상태를 벗어나기. 서로 거리를 두면서 바닥에는 미끄러운 얼음을 깔고, 하란이 신발 밑창에 얼음으로 뾰족한 징을 만듭니다. 용안으로 기의 흐름과 움직임을 예측하며 비단유접보로 회피를 시도
***
과연 상대는 어마어마한 쾌검의 소유자.
문제는 검 실력도 어마어마하다는겁니다!
하란이 칼을 기울이고 빗겨내려하자 해골의 검도 그대로 따라붙습니다!
- 하하하! 그런건 안통한다니까!
이 놈, 기교를 원천봉쇄하고 있습니다!
***
이런. 칼이 제대로 엮여버렸다. 두 인외의 검이 줄다리기를 한다. 서로의 검신을 빙희처럼 타고들면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들어가서 꺾이고 코등이에 막힌다.
이대로 검을 벗겨내지 못한다면 필경 박투전이 벌어진다. 어차피 그녀는 검이 두 자루나 더 있으니 차라리 이쪽에서 먼저..!
순간 그녀는 검을 튕겼다.
- 캬르르르르르륵!
#포효로 스턴. 손팔에 비늘을 두르고 와룡수로 해골의 검을 붙잡기. 하룡이는 화룡이라 인간의 불에 다치지 않는다! 붙잡는데 성공하면 아예 검을 놓고 다른 손으로 해골의 멱살을 잡아 엎쳐버리려고 합니다. 96/125
***
훌륭합니다!
검이 울고 그 진동에 붙어있던 검들이 떨어져나갑니다. 순식간에 비늘이 돋아난 팔이 낡은 검을 잡습니다.
불길.
뜨겁지만. 아프진 않습니다.
하란은 검을 그대로 놓고.
해골의 멱살을....
어.
부욱.
해골의 낡은 옷이 찢어집니다.
- 와.
그리고 해골의 감탄사와 함께 해골의 발차기가 하란의 턱에 적중합니다!
쩌억!
***
파앙! 팡! 파아앙!
물방울들이 터져나가고 해골의 검과 전진이 막힙니다.
- 쓰읍. 이게 막히네.
해골은 여유로운듯 검을 한 번 휘두릅니다.
- 그럼 어디...
화륵.
불꽃이 검에 타오릅니다. 그러나 인간의 불은 하란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무슨 속셈일까요?
- 놀아보자고!
화악!
검이 어지럽게 날아듭니다!
***
턱 빠지는 줄 알았느니라 아.... 해골과 가급적 검을 엮지 않는 게 좋겠다. 해골을 다시 검에 불꽃을 피워올리며 달려왔다. 하지만 불꽃은 그녀에게도 있다!
화룡포와 적룡조격참으로 거대한 화망. 말 그대로 불의 줄기를 엮어 그물을 펼친다. 거세게 난무하며 사방팔방 날뛴다. 어지럽게. 더 어지럽게. 놈이 그녀를 놓치게.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지금!'
#90/125 화룡포와 적룡조격참을 어지럽게 펼처 해골의 시야를 가리기. 달려오는 해골의 측면으로, 불 줄기 뒤에 숨고 자세를 낮춘 채 비단유접보를 이용해 이동, 승천형 올려치기로 해골의 한쪽 다리를 작살내려고 시도!
***
콰아아앙!
하란의 계획이 정확히 적중했습니다!
다만, 뼈는 부러지지 않는군요!
- 이야. 이거 제법 아픈걸?
뿌득.
해골의 손아귀가 낡은 검을 강하게 쥡니다.
- 大홍로문의 직계를 뭐로 보는거냐!!!!!!!!
아니 그렇게 안봤어!!!
그의 검과 눈, 그리고 모든 뼈가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
"시끄럽다 해골바가지야!"
해골의 검이 타오르고, 해골이 타오른다. 놈은 화기를 다루는 성 싶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수기를 다루는 무인보다도 더 어려운 상대다. 수고롭게 물을 뿌려서 불을 끌 필요도 없으니까.
그녀의 자세는 낮고 해골의 자세는 높다. 내리치는 공격이 떨어진다. 손잡이를 올리고 칼끝을 내린 교룡린의 자세를 취한다. 단, 한 쪽 손으로 칼날을 받친다. 검은 손과 가까울수록 강하고 멀수록 약해지니, 두 손 사이의 검은 바위처럼 단단해진다. 그렇게 삿갓 위로 흘러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내리치는 공격을흘리려 한다.
그리고 빗긴 공격이 땅에 떨어질 때. 놈의 무릎 뒤 오금을..!
#88/125 하프소딩 교룡린으로 내리치는 공격을 빗겨내고, 폭룡강하로 아까 때린 다리의 무릎 뒤를 내려치기
***
시이이이이이익....!
검기와 검기가 서로 만나고 흐르면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하란은 이를 악물고 한쪽 발에 내력을 담습니다.
꽈아아아앙!
- 허?
후드득.
해골의 다리 한 쪽이 완전히 부숴집니다! 그러나 하란이 간과한 첫 번째.
- 난 죽은 사람이네만.
그는 고통을 겪지 않는다는 것.
후웅 - !
곧바로 하란의 목을 노리고 검이 날아듭니다...!
타닥! 탁!
하란이 급히 몸을 뒤로 움직여 검을 피해내자 곧 해골의 오금뼈가 천천히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하란이 간과한 두 번째.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 이 몸, 생각보다 꽤 괜찮더라고?
무언가 방법이 있을겁니다...!
***
꼴에 고통을 느낄 신경도 없다는 거냐.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대는 육체를 분쇄하고 작동불능으로 만들어 제압할 수 있으나, 저런 식으로 재생까지 되어버린다면... 골치아프군.
"놈... 유세 떨지 마라. 죽음에 관해서라면 이쪽도 할 말이 많아."
하지만 놈은 움직인다. 인과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찾아 부수면 될 터이다. 어디냐. 어디에 있나! 그것은 놈 안에 있나, 아니면 놈 밖에 존재하는가!
# 88/125 용안으로 기의 흐륾을 관찰합니다. 해골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꿰뚫어보려고 합니다
***
해골의 백회혈, 즉 정수리에는 음험한 기운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위에는 연한 기운이 실처럼 이어져 동굴의 문 너머와 닿아있군요.
- 뭘 그리 보시나. 응?
후우우웅 - !
어느새 다리가 전부 회복된 해골이 앞으로 달려와 검을 휘두릅니다!
***
'옳지. 저곳을 끊는 거다.'
정수리를 노리려면 그녀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게 수월하렷다. 그녀는 대기에 만연한 수기를 끌어모은다.
#86/125 삼신선으로 하란의 발 밑에 사람만한 높이의 얼음기둥을 솟아오르게 하여 해골의 머리 위 정도의 높이에 섭니다. 해골이 하란에게 휘두른 검은 얼음기둥에 박혀서 굳어버리고, 검을 역수로 쥐어 정수리를 치악으로 찌르려고 시도합니다.
***
수기가 모이며 얼음이 되고 발치에서 맥동하자 해골은 급히 뒤로 물러납니다!
- 이런! 너! 봤구나!
뭘?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 사람인줄 알았는데!
??
해골녀석. 제법 귀여운 면모가 있네요.
***
"어."
들켰다. 살인멸구다!그녀는 칼을 어깨에 기대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그녀의 걸음걸음마다 높은 얼음기둥이 솟아 그녀를 계속 높은 곳에 있게 하였다.
"인간이면 독고구검 이야기를 했겠지. 난 인간이 아니라서 관심이 없다네.."
#84/125 이렇게 된 거 도사처럼 싸워봅시다. 삼신선으로 팔방에서 얼음과 물을 들이닥치게 하여 해골의 움직임을 막고 나아가 가둬버리려고 합니다
***
화아아아악!
얼음과 물의 감옥에 해골은 맥없이 갇혀버립니다.
- 하.
그러더니 해골은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 갈 땐 가더라도 한 방은 먹이고 가주지!
홀리씻!
***
"어허. 이미 간 사람이 어딜 가려 하는가."
그녀는 팔을 들어 손목을 돌렸다. 해골을 가둔 얼음과 얼음이 서로를 밀어내며 괴교하고 영롱한 소리를 냈다. 얼음은 금이 가면서도 다시 붙었고, 또 다시 금이 가면서 서로 엉겨붙으니 비집고 나올 틈이 없었다.
#82/125 삼신선. 얼음을 단층처럼 어긋나게 하여서 그 안에 갇힌 해골을 머리 밑으로는 ㅎ/ㅐ/ㄱ/ㅗ/ㄹ로 조각조각내버립니다. 조각난 해골의 단면이 얼음으로 막혔으니 재생은 못 하겠...죵? 기혈도 어긋나버리고..
***
까득.
까드득.
까드드드드득.
해골의 뼈마디마다 꽝꽝 얼어붙은 얼음들이 삐죽삐죽하게 솟아나고 해골의 안광은 더욱 거세게 불타오릅니다.
그러나 이 곳은 용왕의 거처였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의 무덤이었으니.
하란의 앞에 있는 자 또한 그 영웅 중 하나였습니다.
- 넌! 용이로구나!
해골이 턱관절을 딱딱거리며 쇠긁는 소리가 납니다.
- 내 일찍이 세가에서 뛰쳐나오며 화경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경험을 하였으나 용은 처음이야! 놀랍구나! 놀라워!
시시각각 몸이 어긋나고있는 와중에도 해골은 호쾌하게 웃으며 하란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 그러나 그 경지는 얕고 미약하다.
뚝.
그의 웃음소리와 반응이 멈춥니다. 하란은 눈을 찡그립니다.
끝인가?
아니, 무언가 더 있는 것 같은데.
- 내 이름은!
까드드득.
얼음이 쇄골 아래를 전부 뒤덮어버리기 전 해골이 말합니다.
- 홍로문의 소방쾌. 홍로백귀(紅路百鬼) 소방쾌다! 기억해라 약하고 어린 용아!
섬짓한 공포가 밀려옵니다. 하란의 동공이 풀리고 손끝 뿐만 아니라 전신이 덜덜 떨려옵니다. 용루가 흐르고 뿔이 꺾일 것 같은 통증이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뚜둑. 하고 의족이 덜컥거리기 시작합니다.
있을리 없는 발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쩌저저적.
그 와중에도 얼음은 끊임없이 해골을 뒤덮어갑니다.
- 홍로문의 21대 문주! 몇 대 전의 망령이 여기 있었노라!
그리고 하란에게 날아오는 낡은 검 한 자루. 그 검에는 무수히 많은 붉은 기로 이루어진 실이 칭칭 감아진 상태입니다. 해골이 검을 던지고 난 뒤에 그의 몸은 완전히 얼어붙고 곧 박살나버립니다. 해골의 눈에서 빛나던 흉흉한 안광은 천천히 꺼져가고 이내 멀쩡해보였던 두개골도 재처럼 가루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퍽.
하란의 복부를 완벽하게 관통한 낡은 검.
온 몸을 옭아매던 공포는 완전히 사라졌으나 후유증으로 몸이 덜덜 떨려오고 또한 배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습니다.
5단계 부상을 입습니다.
행동 불능!
전투 불능!
사고 또한 어렵습니다!
그러나 꺼져가는 세상 속에서 한 줄기 빛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
이게 아닌데. 저 놈이 죽어야 하는데. 공기가. 공기가 그녀를 짓누른다. 뱃속이 찌릿거린다. 이상하다. 잘못되었다.
- 홍로문의 소방쾌. 홍로백귀(紅路百鬼) 소방쾌다! 기억해라 약하고 어린 용아!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해골을 보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낡은 검이 꼬챙이처럼 배에 박혔다. 덜걱대는 다리는 힘에 밀려 그녀는 주저앉고 말았다. 손으로 땅을 짚어보아도 힘은 실리지 않는다. 이윽고 그녀는 다리를 웅크리고 모로 쓰러졌다. 생각과 의식의 장작불이 사그라듦을 느꼈다.
이것은 주관적인 상태나 객관적인 상태가 아니다. 감각과 지성에 묶인 상태가 아니다. 이것은 의식도 아니고 의식이 아닌 것도 아니다. 이 상태는 인식할 수도 없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다. 이 상태는 포착할 수 없으며 특징을 설명할 수도 없고 생각도 할 수 없다. 이 상태에는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다. 이 상태가 곧 의식의 본질 진아이다. 이 상태에는 부분에 대한 의식이 없다. 이 상태는 태어남과 죽음을 넘어선 세계이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진아를 깨닫고 범아 속으로 녹아들어 하나가 된다.
그녀는 어렴풋이 그것의 단면을 느낀 듯 했다. 힘없이 입술을 달싹였다.
"......."
#سيكون الموت نهاية آخر وبداية
- 혼원
***
희미하던 빛이 조금 더 밝아집니다.
무엇이 보입니까?
***
그녀는 진동하는 실처럼 얕게 이어지는 의식인지, 의식 아닌 것인지 모를 것을 통하여 범梵을 엿보았다. 꿈과 세상을 자아내는 실인 범이 꾸는 꿈, 그 근원을.
종합적인 계획이나 합리적 구상 없이. 맹목적이고 강력하지만 우둔하고 목적도 없이 분투하는. 존재하는 것 외에는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는 채 하염없이 바라기만 하는 의지를. 아무 조리도 이유도 없이 쉬지도 않고 만족할 줄도 모르며 생존과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과 싸우는 그 의지를!
그녀는 거대한 난류에 압도당하고 휩쓸려 이리저리 내팽개쳐지는 것 뿐이다.
사람들이 찬양하는 아름다운 질서 뒤에 숨어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질서란 무질서의 그림자. 그곳에서는 질서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질서가 없음이 유일한 질서이고, 질서가 없는 질서란 그 자체로 모순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 뒤죽박죽. 부동하는 태산이 만화경처럼 천변지이하는..아아.. 생과 사 너머에, 존재와 부존재의 너머에, 선과 악 너머에, 명석함과 우둔함 너머에. 속세의 이분법 너머에 있는 것.
혼원
***
그렇다면 그 혼원과 당신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
누군가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구차한 설명과 사족을 붙여대지만 진리는 단순한 것.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짓 질서와 거짓 무질서 뒤에 질서도 아니고 무질서도 아닌 것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경험하고 뭔가 경계가 흐릿해지던 그녀는 마침내 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억지로 억지로 논리를 가져다붙여도 문자불립에 견월망지가 될 뿐.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주변만 뱅뱅 돌면서 중심에는 다다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녀는 혼원의 단편을 보며 염화미소의 이치로 받아들였다. 나는 모르겠다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앞으로도 알 수 없다고. 자신의 한미함과 무지를 인정할 도리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녀는 의미있는 한 걸음을 뗄 수 있었다. 닿을 수 없는 진리에 억지로 다다르려는 자는 언젠가 힘이 다해 쓰러진다. 꿈나무에 목매는 자는 나무가 자라면 목이 매달려 죽는다. 하지만 닿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걸어가는 자는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으며, 쓰러져 있는 다다르려는 자의 곁을 지나쳐 더 멀리 나아간다. 당장 그녀가 용이 되고 싶어서 용이 되었는가. 사형은 용이 되고자 하여 용이 되지 못했고, 그녀는 용이 되는지 뭔지도 모른 채 용이 되었다.
그녀는 끝없는 길을 걷고 싶었다.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도망가는 목적지를 정하고. 아니면 시작과 끝이 이어진 환로環路를 돌면서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시간은 영원하고 죽음은 허사이니 걷고, 걷고, 걷고 또 걷다가. 어느 순간 발밑을 내려다보면 거기에 뭔가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끝없이 자릿수가 늘어나는 숫자를 경외하지만, 사실 무한은 한없이 작은 0과 1 사이에도 있다. 혼원은 끝없이 크다. 그리고 혼원은 고작 한 걸음 아래에 숨어있다.
용이여, 생각하지 말고 걸어라.
***
그렇다.
알 수 없는 것.
한낱 인간, 한낱 용.
세상과 삼라만상. 온 우주의 이치를 깨우치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그 속에 있는 칠정은 무엇이고 오욕은 무엇인가? 단순히 문장으로 풀어쓸 수 있는 개념만이 존재할 뿐.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는가?
내가 느끼는 감정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은 무한히 유사하나 본질적으로 무한히 같을 수 없는 법.
세상은 어째서 존재하고, 우리는 어째서 살아가는가? 왜 숨을 쉬어야하는가? 왜 밥을 먹어야하는가? 우리는 어째서 기쁨을 얻고 또 슬픔을 얻는가.
나는 무엇이고, 또 세상은 무엇인가. 진리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이 세상 모든 것을 관통할 절대불변 만고의 진리라는게 있는가?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렇지만 용의 삶도 그러한가? 모든 인간은 죽지만 신선들은 죽는가?
죽는다면 어떻게 죽는가?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살아온 자들 또한 언젠가는 죽는가?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왜 죽지않고 살아있는가.
모든 것에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 도래하는가? 아니. 그렇다면 기실 이미 시작을 하기라도 한 것인가?
지금이 시작인지, 시작 후의 과정인지, 끝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내"가 현존하는 것은 사실인가? 모든 것은 하나의 공상이자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는가.
무엇이 우리를 생각하고 사고하게 하는가. 모든 것은 의문투성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새장이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영광된 땅이기도 하다.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가? 설명할 수는 있는가? 불가능하다. 그런고로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고.
미사하란의 정신에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정신단계에 변화는 없으나...그 이상의 무언가가 찾아옵니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말입니다.
혼원 속에 내던져진 정신. 그러나 우리는 아주 작고 사소한 몇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선택입니다.
어린 시절이 그리우십니까?
***
그녀는 태어나고 자신을 자각한 후로부터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거지 시절도, 막 스승님에게 거두어졌던 시절도.
그녀가 그 때를 기억하고 있음은 이미 그곳에 있다는 것. 그 시절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 그리움은 한때 가졌으나 멀어지는 것에게 품는 감정이다. 그녀에게 어린 시절은 멀어진 적이 없다.
#따라서 하란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은 여기에 있고, 그곳에 있기에
***
반로환동을 거부합니다.어? 잠시마ㅓ용ㅇㅋㅋㅋㅋ 반로환동 질문이었ㄱ나
다음 질문입니다.
감정은 좋은 것입니까 나쁜 것입니까?
***
감정은 무의미한 것이다. 한 용이 화를 내건 기뻐하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세상은 그저 돌아간다. 그녀가 보았던 혼원의 단편에도 감정은 없었다. 기쁨을 느끼고 무언가를 한다, 슬픔을 느끼고 무언가를 한다. 그런 인과는 없다. 그냥, 한다.
그리고 그런 혼원이 범이며 범이 수없이 쪼개져 만물에 깃든 것이 진아이매, 진아에게 감정은 없다. '나'란 진아이다. '나'는 '나의 감정'이 아니다. 감정을 잘라내는 편이 진아에 더 가까워지는게 아닐까? 진아를 찾는 과정은 소거법이다. 이것은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하며 마지막에 남는 것이 진아이며 혼원이며 범일 것이다.
#굳이 고르라면 나쁜..쪽?
***
감정이 극도로 약해집니다. 조금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합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가늘고 긴 것과 굵고 짧은 것 중 무엇이 낫다 여기십니까?
***
#오랫동안 걸으려면 가늘고 긴 편이 좋지 않을까..
***
검사를 선택합니다.
하란의 몸이 조금 변화합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태양혈은 완전히 툭 튀어나온듯합니다.
뿔 사이에서 두 번째 연꽃이 피어오릅니다...
초절정의 경지에 한 발자국 내딛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미사 하란 】
경지 - 초절정
간극 - 초입
내공 - 125년/125년
세력 - 정파(무공비급 -2)
정신 - 5단계
명성 - 4단계
재산 - 은화 46
인물 호감도 - 3
정신타격&부상 - 5
도화전 - 0
강점 - 녹의홍상(-3) 천재(-5)
약점 - 외다리(+5)
무릉도원 물품 - x
초절정이 되시면서 몇 가지 특전이 주어집니다.
【 무감정 】
한없이 무감정해집니다. 이성적, 합리적 사고에 이득을 얻고 동시에 감정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합니다.
경지에 이른 자여. 냉철해질지어다.
- 이성적, 합리적 사고를 하고 행동할 때 행동보정을 얻습니다.
- 감정적인 판단을 할 때에는 불이익을 얻습니다.
【 검사劍絲 】
뜻없이 방출하여 흔들거리는 기운들. 경지에 이른 자는 자신의 정신으로 기운을 제련하고 단전에서 엮어 하나의 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 결과물로 무림인들이 검사라 부릅니다. 검기를 엮어만든 이 실은 검기보다 월등히 강하며 오로지 검사 또는 그 이상의 무언가로만 상대할 수 있습니다.
- 모든 '검기'를 '검사'로 대체하실 수 있습니다.
- 검사를 사용할 때에는 모든 내공 소모가 2배가 됩니다.
【 검막劍幕 】
무형의 기운을 밖으로 내비추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것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경지에 이른 자가 자신의 정신과 단전을 모루와 망치삼아 벼려낸 이 얇디얇은 기운의 막은 마치 장인이 제련하고 만들어낸 방패와도 같습니다. 이 한 장의 얇은 벽은 오로지 검사 또는 그 이상의 무언가로만 뚫어낼 수 있습니다.
- 검막을 펼칠 수 있으며 검막을 펼칠 때에는 모든 내공 소모가 2배가 됩니다.
【 약호신강기弱護身鋼氣 】
경지에 이른 자들은 뜻대로 자신의 기운을 벼려낼 수 있습니다. 온 몸을 두르는 얇은 갑옷 또한 그러합니다. 정신과 내공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 무형의 갑옷은 당신의 몸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것입니다. 이 갑옷을 뚫어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검사 또는 그 이상의 무언가 뿐입니다.
- 약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으며 약호신강기를 펼칠 때에는 모든 내공 소모가 2배가 됩니다.
【 등평도수登萍渡水 】
드높은 경지에 이른 자는 기운을 정제해 얇은 무형의 판을 만들어내 그 위에 서있고는 합니다. 이 경지는 등평도수로 표현되며 보통은 물 위를 걸어다니는 고수들의 경지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이제 당신 또한 그런 고수의 반열에 오르셨습니다.
- 내공을 소모해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 허공답보虛空踏步 】
사람이 밟고 허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 무형의 받침대가 있다면 어찌 생각하십니까? 경지에 오른 자들은 이런 것들을 어렵지 않게 이행하고는 합니다. 허공에 몸을 띄우고 허공을 밟고 움직입니다.
- 내공을 소모해 허공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삼매진화三昧眞火 】
단순한 기운을 정제하고 제련하는 것을 넘어 변환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불꽃으로만 가능하지만 차후에는 더욱 많은 일들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 내공을 소모해 고온의 불꽃을 피어낼 수 있습니다.
【 고수高手 】
명실상부한 고수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당신은 홀로 수백의 일류 무인들을 상대할 수 있고 수십의 절정 무인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 무림의 어디를 가더라도 고수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리고 하란은 눈을 떴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의 사이에 숨어있는 그것 속에서 헤매이던 시선이 속세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모로 누운 채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초절정이다!!!! 일단 몸상태부터 파악해용 부상 상태 남은 내기 등등
***
부상은 여전하나 여전히 몸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조속한 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
팔 다리를 모아서 다시 땅을 짚었다. 맨살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와 작은 숨소리가 묘역의 벽을 타고 공명한다. 손바닥을 작은 돌 부스러기가 콕콕 눌렀다. 온 몸의 사지근맥이 비명을 질렀다.
"일단 새는 곳부터..윽.."
삐걱대는 뼈대를 겨우 바로잡고 자세를 바로 했다. 다시 고친다. 망가지고 다시 고친다.
#32/125 생장선술 세포분열로 급한 곳부터 치료합니다. 데미지 컨트롤!
***
부상단계가 한 단계 하락합니다. 현재 부상단계는 4단계입니다.
***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든. 비틀거리면서 땅을 밟고 일어난다.
"옷이 다 찢어졌으니, 원.."
산동에 갔다가 호남에 왔다가.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짧고 격한 여정을 견디지 못해 그녀의 몸보다 더 심하게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벗었다. 아니 이제 옷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니 몸에서 떼어냈다고 하는 것이 더 옳다. 지팡이검을 줍고, 영살검을 줍고, 얼음 조각 사이에 누워있는 해골 조각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옷을 내놓거라. 어쨌건 여는 앞으로 계속 갈 것이고, 옷이 있었으면 좋겠다.
***
옷을 줍습니다.
【 넝마덩이 】
막대한 손상을 받아 넝마가 되어버린 옷이었던 것.
수리를 필요로 한다.
- 수리 필요
***
".......?"
그녀는 몸에서 떼어내버린 자신의 옷이었던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기 손에 들린 또 다른 넝마짝을 본다. 계속 몸에 붙이고 있을걸....
...잠깐 수련이나 할까.
***
- 7성 초고속재생 : 내공을 120 소모합니다. 3단계 부상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습니다.
***
와! 끓어오르는 살점! 메워지는 구멍! 영구적 광기!(?) 하지만 내공이 없으므로 일단 다음 방으로 나아가기로 그녀는 결심했다. 전대 화경고수 강시를 넘었는데 뒤에 또 뭐가 있겠냐고, 별 거 없을거라고 바라면서.
- 전투 회피
- 진입을 합니다!
...거기에는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음 이름이 들개(아견)랑 고불린(고불)이었나...?
근데 웬 커다란 도를 가진...사람? 아니 사람이 아닙니다. 저건, 일종의 술법과 진법 등으로 만들어진 진짜를 모방한 가짜입니다.
강시라기에는 수준이 너무 높고, 신선의 일이라기엔 조악합니다.
기이한 존재군요. 문제는 저 자.
초절정의 경지입니다.
생전에는 화경의 경지였을게 분명하겠군요.
***
(고불 쪽 하오문주 조각상을 깨워서 야견 쪽 팽가 조각상이랑 싸움을 붙이려는 상황)
거지꼴을 하고 들어오니 이번에는 산 사람이 있었다.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다. 옷은 넝마짝이 되고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눈빛이 밑에서 형형히 빛난다. 그녀는 대충 천재적인 머리로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운기 행공이다!
***
천재적인 머리로 모두 이해합니다!
두 번 남았습니다!
***
#운기조식 2!
***
한 번!
***
'조급할 것 없다. 안과 밖은 같은 것이다.'
내 안에 세계가 있고 내 밖에 있는 세계가 나이니..
#운기브랙퍼스트!@
***
모든 내공이 회복되었습니다.
***
내공이 충만하다. 형체 없는 기를 빚어 형체를 만든다. 혈과 육과 골로 바꾼다. 그리고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생장선술 7성 사용합니다 새살솔솔돋아라!! 5/125
***
부상을 회복합니다.
현재 부상은 1단계입니다.
***
운기석식!
***
두 번 남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든 내공이 회복되었습니다.
***
눈을...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사리판이다.
도를 든 조각상과 비수를 든 조각상이 서로 싸운다. 도를 든 조각상이 일방적으로 몰아친다. 처음 보는 인물은 부들부들 떨면서 운기중이고, 야견은 귀에 흐르는 피를 닦고 있다.
저 조각상들이 서로 싸우다 제 풀에 쓰러져주면 좋은데...
뭐...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옆에서 말 얹는 시누이가 더 밉댔지. 굳이 저 싸움에 손을 대는 건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비수 든 조각상이 잘 버텨주길!
야견이 뭔가 발견하여 붙잡고 힘을 주는 게 보인다. 그녀보다 먼저 이곳에 들어왔으니 무언가 보고 깨달은 게 있을 것이다. 어디, 손 좀 더해볼까.
***
야견이 힘에 부쳐할 때 하란이 옆에서 거듭니다.
화악!
문이 완전히 열립니다.
***
"조각상은 조각상들끼리 싸우게 두고. 일단 피와 살을 가진 것들만 저 너머로 가도록 하지. 그게 좋지 않겠나?"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열린 문 너머를 가리킨다.
"내가 잡고 있을 테니 먼저 가라."
***
하란은 계단을 유지합니다!
콰아아아앙!
이런, 기녀가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
아직 한 명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비수를 든 조각상이 더는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잘 풀리지 않는다면 싸워야 할지도. 전생에 화경고수라도 조각상은 조각상인지라 그 기량이 한 단계 떨어지는 듯 하니 아주 못 할 싸움은 아니다. 그러나 가급적 시간을 더 지체하고 싶지 않아.
그녀는 말없이 손잡이를 잡고서 공기 중 수기를 쓸어모았다. 싸아아..
***
쾅!
기녀의 목이 떨어집니다!!!
싸움이 끝났습니다.
- ....몸풀기로는 적당하군. 넌 뭐냐?
팽혁이 몸을 돌리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하란을 노려봅니다.
움찔.
팽혁이 하란을 노려보자 쉽게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하란이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사지 중 남은 삼지 어딘가를 포기해야할 겁니다.
***
천재 다이스 요청해용
신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기습적인 선술로 돌풍을 일으켜, 문이 닫히기 전에 하란이와 미호를 문 뒤로 빨려 들어가게 하고, 팽혁은 반대 방향의 바람으로 몰아붙여 두 사람을 붙잡을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걸로 탈출하는게..가능할까용?
***
이건 그냥 해보셔도 되는거지만, 기왕 천재다이스를 굴리셨으니 가능한 것으로 판별!
***
용안이 데굴데굴. 손잡이를 잡고 있으니 문은 열려 있고, 도를 든 놈은 그녀를 죽일 듯 노려본다. 그리고..또 다른 산 사람이 들어왔다. 일류의 경지. 도를 든 인형과 단 둘이 두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리라.
그리고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하는게 인지상정!
"...집주인."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한 바람이 일어난다.
***
하란이 먼저, 그 다음에 좀 멀리있던 미호가 바람에 몸을 싣고 안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음과 동시에 문이 닫히지만 문은 부숴지지 않습니다.
어두운 계단 안에 두 남녀가 주저앉습니다.
- 조용히 하세요!
- "하하하하..."
이건 상상 못했을거다. 바보같은 조각상! 닭 쫓던 개가 되어버린 조각상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녀는 낄낄거렸다. 몸에 걸친 넝마짝이 부스럭거리고, 몸을 일으킨다.
"예까지 발을 들인 이가 많다고는 못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구나. 이미 선발대에 2명이 있기도 하니..."
이어진 통로 안쪽에서 은은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곳에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 분명하다. 서둘러 가봐야겠어. 그녀는 새로운 얼굴에게 말했다.
"초면에 이름도 모르지만, 밖에서 들어왔다는 공통점 하나는 있으니 자네도 4인조에 합류하도록 하게. 가보자고."
***
하란은 걸어갑니다!
곧, 웬 커다란 목상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게 보입니다.
저게...저게 뭐람...
용궁에 가져다놓으면 진짜 멋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까 상어나 고래가 용궁에 있어야 간지인 법인데 말이지요...
***
망가진 구조물과 장식물들을 눈으로 훑으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무 상어.....뭐지.
저런 걸 용궁에 가져다 놓으면 보기에 좋을 것이다. 등에 금위대 병사를 태워서 순라를 돌게 하거나?
# 상어가 날아다니는 곳으로 빨리 가용!
***
목상어를 저지하시겠습니까?
***
야견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그녀의 뒤에 숨었다. 저 목상어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놈이, 인간을 보고 날뛰는 건 그렇다 쳐도, 어디 해존 앞에서 이리 경망스럽게!
#이터널스에서 괴물 때리는 마동석처럼.. 달려오는 목상어에게 조용히 하세요! 를 줍니다.
***
꽈아아앙!
하란이 앞으로 달려나가며 목상어를 후려칩니다!
- 꾸어어어어어어어!!!!!
이 놈,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요?
***
"그거, 줘 보렴."
아까 겁먹은 한 인간(또 새로운 인물이다)이 야견에게 소리치는 걸 들었다. 구슬을 들고 있는 자를 공격한다. 공기가 터져나가는 주먹질로 진정되지 않는다면 검을 뽑아야 하고, 힘을 좀 더 써야 하고, 걸리는 시간은 좀 더 길어지고, 그 사이에 일행들이 상어 꼬리에 맞고 날아가면 어휴!
그들을 끔찍히 아끼는 게 아니더라도. 그냥 그녀가 하는 게 맞았다. 넘겨받은 구슬을 오른 옆구리에 낀다. 왼손으로 검을 잡았다.
"후..."
날숨을 쉬어 폐가 오그라들었다. 몸을 낮게 웅크린다. 몸은 뱀의 똬리처럼 낮게. 검은 치켜든 대가리처럼 높게. 아가리를 쫙 벌리고 퉁겨나가기 직전의 고개젖힘을. 언젠가 용이 되려 몸부림치던 이무기가 세상에 남긴 허물대로.
#구슬 넘겨받고 교룡검법 치악을 목상어에게 씁니다. 123/125
***
야견은 쫓기다가 구슬을 던집니다! 던져진 구슬을 하란이 받아듭니다!
목상어는 곧바로 하란을 향해 돌진해옵니다!
치악
꽈가가가가가가각...!
압도적인 질량의 힘이 하란의 공격을 버텨냅니다! 강대한 힘이 하란을 뒤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겠군요.
저 목상어를 일단은 쓰러뜨려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무겁다. 발이 제 자리에 박히지 못하고 긁는 소리와 함께 뒤로 밀린다. 다리가 멀쩡했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제기랄. 그녀보다 강한 힘과 힘으로 싸우면 해롭다.
교룡검법 - 용진세
원래는 검을 비틀어가며 찔러 들어가는 초식이나, 검을 휘고 꺾는다는 것에 착안하면 강의 속성을 지닌 칼을 순식간에 유의 속성으로 변환하여, 칼에 들어오는 힘의 뱡향을 바꾸고 벗겨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목상어가 제 힘에 휩쓸려 빗긴 방향으로 튀어나갈 때. 스쳐 지나가는 놈의 몸뚱이를!
#검사 발동! 용진세의 칼날이 휘는 것을 응용해 목상어의 방향을 틀어버리고, 지나가는 목상어의 몸을 폭룡강하로 찍어버리기 119/125
***
꽈과과가가가가가가각....!
검사가 한 줄 피어오르더니 그대로 목상어를 잡아 끕니다! 방향이 미세하게 틀어집니다!
폭룡강하
콰아아아아아앙!
그대로 내리치지만 목상어는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혼자서'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고양이손이라도 필요합니다.
- 목상어 레이드 개진
- 그녀는 주변의 인물들을 흘끔 보았다. 자신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가세하지 않으면..!
"개진! 개진한다!!"
하여 크게 외쳤다. 허공에 불씨가 팍 하고 피어올랐다.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원들을 바른 자리에 두기 위한 안내표지이다.
"불꽃이 있는 자리에 서라! 어서!"
#광해방검진 일자진 발동. 허공에 불꽃을 피워서 휘하 인원들 가이딩. 간지런 숨 지휘효과 추가 117/125
***
지휘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인원들은 지휘에 응답해주시기 바랍니다.
***
미사하란
진이 완성되었다. 맞바람과 싸우던 상어는 또 다시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온다. 힘은 그녀보다 강력하나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들이받기 뿐. 유능제강의 묘리를 사용할 시간이다.
'인간과 신체 구조는 다르나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바닷것의 몸에 흐르는 근육과 힘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물고기는 팔도 다리도 없이 진득한 물 속을 날아다닌다. 새벽에 기침하여 궁녀가 창문을 열면 항상 보이는 모습이다. 그녀는 물결처럼, 바람처럼 움직이는 물고기의 흐름을 안다. 흐름을 알면 손을 집어넣어 흐름과 싸우지 않고 비틀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침 상어는 뒤집으면 기절하는 습성이 있으니, 땅바닥에 등부터 떨어지도록 메쳐버리면 재미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
"균형의 맹점을 표시하겠다! 찔러라!"
눈꺼풀이 한 차례 깜빡이는 시간 안에, 세로로 찢어진 용안이 목상어의 전신을 훑었다. 놈의 어디어디를 찔러야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위력을 내어 목상어의 균형을 흔들 수 있는가. 아주 조금이라도 상관없다. 그녀가 비집고 들어갈 틈만 생긴다면!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쳐 세 명의 동행자들에게 어디를 쳐야 할지 지시했다.
야견
"후우....!"
야견은 주선생이 펼친 진법에 들어가, 상어를 바라본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인연이 얽히고 섥혀 여기까지 다다랐다.
팔부능선을 넘기까지 앞으로 한 걸음, 야견은 상대방의 균형을 흔들기 위해 상어의 약점, 호흡하는 기관에 지진격을 꽂아넣으려 한다.
약한 지진을 일으키는 일격이라면, 나무상어라도 그 균형을 흔들수 있겠지.
미호
하란이 표시한 약점을 향해 강력한 흑호난지평정 한방!
고불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도통 모르겠다만 아까 그 팽가놈과 비교하자면 저 물고기는 귀여운 수준이다.
고로 모두가 합을 맞춰 싸우는 것을 연습할 만한 만만한 상대라고 고불은 여겼다.
지휘를 따르며 최대한 물고기의 균형을 흔드는 방향으로..
고불은 사슬을 돌리다 놈의 꼬리를 향해 날렸다. 움직임에 중요한 요소일 꼬리를 일단 괴롭힌다!
#풍상설우 10성의 묘리로 바닥에서 두꺼운 빙벽이 솟게 합니다. 정면을 막는 게 아닌, 진행경로에 걸리는 방식으로. 측면추돌을 유도하여 목상어의 힘의 방향을 비틀고, 나머지 셋이 공격할 균형 약점을 만들어봅니다. 세 사람의 보정을 위해 광해방검진의 완풍백, 간지런 숨의 지휘효과 발동. 113/125
#야견은 하란이 포착한 약점에 지진격을 사용하여 균형을 흔들려 시도합니다. 20/30
#미호는 하란이 포착한 약점에 흑호난지평정을 사용하여 균형을 흔들려고 시도합니다. 95/105
#고불은 하란이 포착한 약점에 추풍쇄 어망투척을 사용하여 균형을 흔들려 시도합니다. 26/30
***
콰드드드드득!
빙벽이 올라오고 붉은 선이 몇 개 사라집니다! 푸른선의 갯수 또한 같이 줄어들지만 붉은 선보다는 적습니다. 약점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란 '혼자서'는 만들 수 없을 것 같군요!
후우우우...
바람이 불며 지휘의 깃발이 휘날리기 시작하고 가장 먼저 야견이 앞으로 돌진합니다!
지진격
꽈아아아아앙!
정확히 푸른선과 붉은선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하란의 눈에는 교차지점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보입니다. 야견의 입장에서는 그냥 목상어도 멀리있고 전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보이지만요!
교차지점이 흔들리자 목상어가 몸을 크게 오른쪽으로 틀면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붉은선과 푸른선이 새롭게 그어집니다! 기존에 파악했던 교차지점들은 사라집니다. 여기서 하란의 천재적인 두뇌가 힘을 발휘합니다.
아까 야견이 만들어냈던 지진격을 이용한 구덩이. 그 옆으로 붉은선은 비틀리고 푸른선이 곧게 뻗어있는 곳이 있습니다.
펄럭 - !
보이지 않는 지휘의 깃발이 휘날리며 미호가 허리를 앞으로 숙인 채 빠르게 뛰쳐나갑니다.
흑호난지평정
꽈아아아아아앙!!!!!!
이 쪽으로 몸을 날려오던 미호와 목상어가 부딫히면서 목상어의 한 쪽 지느러미가 박살이 납니다! 하지만 상대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목상어! 잠깐 뒤로 주춤합니다. 미호는 옆으로 재주를 돌며 착지한 뒤 숨을 크게 몰아쉽니다!
목상어가 주춤하고 있을 때, 고불이 쇠사슬을 앞으로 던집니다!
추풍쇄 - 어망투척
콰득!
쇠사슬이 부러진 지느러미의 잔해 쪽을 붙잡습니다!
- !!!!!!!!
목상어가 몸에 힘을 크게 주고 흔들기 시작하니 푸른선과 붉은선이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
#
하란 - 풍상설우로 바람을 불어 목상어를 구덩이로 밀어붙이기 111/125
야견 - 추혼법권 몌타로 목상어를 구덩이로 밀어붙이기 18/30
고불 - 추풍쇄 폭쇄타로 목상어를 구덩이로 내리꽂기 21/30
***
붉은선과 푸른선이 다시금 새롭게 그어집니다.
제일 먼저 야견이 달려나갑니다!
추혼법권 - 몌타
우득...!
목상어를 잡아서 칠 수는 없으니 간신히 옆으로 미는 것 정도가 한계입니다! 붉은선과 푸른선은 끊임없이 교차하고 있고 여전히 변화가 없습니다.
이어지는 폭쇄타, 압도적인 질량의 차이 때문에 본래라면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 자명하지만 야견과 함께 움직이지 정말 미세하게 목상어를 옆으로 옮기는데 성공했습니다!
그와 함께 불어닥치는 바람은 미는 힘에 탄력을 더합니다!
붉은선이 왼쪽으로 조금 이동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푸른선과 전부 교차하고 있습니다.
푸른선을 늘리거나 경로를 수정하고 붉은선을 줄이거나 분쇄하십시오!
***
'저 구슬을 들고 있는 놈을 노린다고!'
누가 그렇게 소리지르던 게 생각났다. 상어를 구덩이로 오게 하려면? 그녀의 발이 움직인다.
#하란이가 구슬을 들고 구덩이로 이동
***
하란이 구덩이 쪽으로 움직입니다.
그러자 붉은선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아니 이건 더 이상 '선'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하나의 면입니다.
모든 푸른색 선을 뒤덮는 거대한 붉은색 면이 주변을 온통 뒤덮었습니다.
- 고오오오오오오!
목상어가 몸을 한 번 더 비틉니다!
공격에 대비하십시오!
***
#질문권 사용
***
목상어를 이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붉은선을 지운다.
2. 푸른선을 늘린다.
핵심은 이 두 가지. 즉 막기와 공격하기 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것들을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됩니다.
레스에 #을 달고 "이렇게 움직였을 때의 결과는?"
이라고 쓰신다면 김캡이 그 상황에 맞춰 푸른선과 붉은선의 변화를 묘사합니다.
원하신다면 그 상태를 유지하며 다음 상황을 또다시 결과를 미리 받아볼 수 있으며 원치 않는다면 리셋 후에 다른 방법을 시도했을 때의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목상어를 이기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광역기를 써서 목상어의 공격을 뒤덮어버리시면 해결됩니다!
절정고수들까지의 싸움이 점과 점의 싸움이라면 초절정부터는 선과 선, 또는 면과 면이나 선과 면의 싸움입니다.
하란이는 지휘 개체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유닛입니다.
가만히 서서 지휘하고 도술로 지원하기보다 직접 전선에 나서서 하늘을 밟고 오르고 검기를 남발하고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야견과 고불, 미호가 공격할 틈을 만들어주어야합니다!
목상어의 공격을 하란으로 막으시고 야견과 고불, 미호가 목상어에게 타격을 입히실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목상어의 공격을 하란이로 상쇄한 다음 야견, 고불, 미호의 푸른선은 여전히 남아있을테니 말입니다!
***
#검막으로 목상어의 공격기를 방어하고... 야견고불미호에게 파란선이 생기는지 시뮬을 돌려봐용
***
콰과가가가가가가각 - !!!!
목상어와 검막이 서로 부딫히며 거대한 굉음이 일어납니다. 하란은 눈을 찌푸리며 안력을 돋웁니다.
셋에게 희미한 파란선이 보입니다. 목상어의 양옆과 배 아래로 향하는 세 개의 푸른선입니다.
***
미사하란
꼭 바둑같다. 내가 이곳에 두면 상대는 저곳에 둔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둔다. 예측과 예측이 맞물려 미래를 보게 한다. 목상어의 공격을 검막을 이용해 방어한다면...
희미하지만, 푸른 선이 보였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 망설임 없이 검을 세웠다.
야견
야견은 목상어에게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과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주선생(하란)의 모습을 본다. 나 혼자라면 저 파도같은 목상어에 부딫혀 날아가겠지만, 주선생과 다른 이들이 있다면...! 야견은 달려오는 목상어의 배 아래를 향해 지진격의 정권을 꽂아 넣습니다!
추혼법권 8성 지진격!
#미사하란 검막으로 목상어의 광역기 방어 107/125
#야견 푸른 선을 따라 목상어의 배 아래를 향해 지진격 8/30
#고불 푸른 선을 따라 목상어의 왼쪽에 파쇄타 19/30
#미호 푸른 선을 따라 목상어의 오른쪽에 살천회류 화우 93/105
***
하란은 여전히 검막으로 목상어를 방어합니다!
허나 문제가 있습니다. 점점 목상어의 힘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하란의 눈에는 다시금 거대한 붉은 '면'이 주변을 온통 뒤덮는 것이 보입니다.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야만 합니다!
파아앙!
세 명의 무인이 세 갈래로 나뉘어 달려나갑니다.
야견은 앞으로 달려나가다 허리를 뒤로 확 젖히더니 그대로 아래로 누워 목상어의 배 아래로 들어갑니다.
목상어가 그것을 눈치채고 방어하려 할 때 고불과 미호가 양쪽으로 달려나가며 팔을 휘두릅니다.
휙휙휙 - !
먼저 미호의 팔이 움직입니다.
살천회류 - 화우
파파파팍!
목상어는 지느러미를 한 번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미호의 공격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습니다만, 간발의 차로 늦게 날아온 고불의 공격에는 지느러미를 한 번 움직입니다.
추풍쇄 - 파쇄타
터엉 - !
방패에 막혀 떨어져나가듯 쇠사슬이 힘없이 허공을 향해 납니다. 그 때 야견은 이를 악물고서 목상어의 배 아래에 도착해 자세를 잡고 위를 향해 뛰어오릅니다!
추혼법권 - 지진격
꾸웅 - !
웅웅웅웅....!
주변을 뒤덮은 '붉은 면'이 조금 희미해집니다! 이 정도라면 하란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
#미사하란 목상어의 붉은 면을 상쇄시키기 위해서 용선술 구염진이 효과가 있을지 시뮬레이션
#야견 내공 회복!
***
야견은 내공 회복을 시작합...니다만, 그 자리에서 시킬까요?
용선술 구염진은 훌륭한 대처 수단입니다. 가능합니다!
***
면이 희미해졌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면을 부수고야 말 것이다. 익혀만 놓고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초식을 꺼낼 차례!
#미사하란 검막에 막힌 목상어에게 구염진 공격 후 선을 관찰해용 77/125
#야견미호고불 잠시 대기!
***
구염진을 쓰기 위해선 아군을 대피시키셔야 합니다!
***
#미사하란 검막에 막힌 목상어에게 구염진 공격 후 선을 관찰해용 77/125
#야견미호고불 피해욧!!! 구석으로!!!! 공격에 휘말리지 않게!!!!
***
셋은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체력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그와 동시에 하란이 검을 뺍니다.
붉은 면이 자주색이 될 정도로 짙어졌을 때.
진룡검법 - 기수식
후우....
하란이 숨을 내쉽니다.
빼꼼.
그러자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입에서 튀어나옵니다. 하란은 그 불씨를 위로 날려보냅니다.
살랑살랑 올라가던 불씨와 검막을 마침내 부수고 내려오는 목상어가 곧 부딫히고.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납니다.
***
자기 자신도 이 초식의 위력을 예측하지 못하였다. 가히 일만 태양이 동시에 폭발하는 듯한 빛이 좁은 공간을 넘치도록 채웠다. 짧은 순간 천장이 무너져 푸른 하늘이 보이는 것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오랫동안 지하에 머무르다 하늘을 보면 이리 눈이 부실 법 했다.
"으으..."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검을 쥔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쿨럭!
무리한 힘의 사용으로 인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미사하란, 강미호, 야견, 고불.
네 사람은 모두 부상 4단계입니다.
목상어는 불타서 잿더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어지러움과 고통 속에 보이는 것은...자그마한 목재 장난감.
상어 모양을 한 장난감 인형입니다.
바들바들.
그런데 저거, 움직이네요?
쿠구구구구구구....
다들 신음을 내뱉으며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을 때 쯤 똑같이 부상을 당해서 골골거리고 있는 웬 인간 하나가 소리칩니다.
"무, 무너질 위기다! 얼른 나가야해!"
***
처음부터..구염진..쓸걸...
그녀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괴전파를 애써 무시한 채, 절뚝거리며 걸었다. 괴상쩍게도 목상어가 완전히 불타 없어진 자리에 상어 인형이 남아있었다. 공간을 울리는 진동 속에서도 하란의 눈은 그 인형의 꿈틀거림을 명확히 보았다.
"빌어먹을. 이곳을 천천히 돌아보고 싶었는데..."
제 손으로 용궁을 폭삭 내려앉히게 된 꼴이다. 상어 인형을 손에 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발을 움직였다.
***
미친듯이 올라가 마침내 동정호가 보이는데...
어 가만히 있다간 물이 차오를 것 같습니다!
피해애애애애애!!!
***
불편한 다리로 계단을 오르고 올라서... 푸른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푸른 동정호의 폭류가 몰려온다! 와!
야견과 일행들은 이미 저 멀리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하란도 등골이 움찔움찔하여 도망가야겠다..생각을 하였지만...
'내가 왜 물을 두려워해야 하지? 물 속에서 숨도 쉴수 있는데?'
그녀는 자신이 용임을 깨달은 것이다. 동정호는 억소리나게 크고 깊으니, 물이 충분히 차오르고 붕괴가 끝나면 용의 형태를 하여 잔해를 뒤적거려도 되지 않겠는가?
***
ㄹㅇㅋㅋ 내가 용인데 왜 물이 무서워서 도망치냐고 아 ㅋㅋ
라고 생각했던 당신.
콰과가가가가가가가각!!!!!
거대한 급류와 함께 검막으로 버티던 하란은 곧 정신을 잃고 맙니다...
당신의 부상, 4단계이다...
***
저는그
만정신
을잃고
말았던
겁니다
***
정신을 잃고 깨어납니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네요! 바다는 아닌 것 같은데...
일어난 하란은 한숨을 내쉽니다.
이 길었던 싸움이 끝났다는게 현실로 다가옵니다.
다섯 번째 대사건, 독고구검이 마무리됩니다!
미사하란은 내공 최대치가 25년 상승합니다. 현재 최대 내공은 150년입니다.
목재 장난감을 하나 얻었습니다.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이제부터 패울부에게 '선술'을 배우실 수 있습니다.
상태창이 갱신됩니다.
【 미사 하란 】
경지 - 초절정
간극 - 초입
내공 - 150년/150년
세력 - 정파(무공비급 -2)
정신 - 5단계
명성 - 4단계
재산 - 은화 46
인물 호감도 - 3
정신타격&부상 - 4
도화전 - 0
강점 - 녹의홍상(-3) 천재(-5)
약점 - 외다리(+5)
무릉도원 물품 - x
- 유산을 계승중입니다.
- 정신을 잃은 그녀의 몸은 흐르고 흐르고 밀려와, 뭍에 반쯤 허리가 걸린 채로 깨어났다. 다시 차오르는 폭류는 호수 바닥을 뒤엎어놓았다. 물을 잔뜩 마신 입에서 흙탕 맛이 난다. 그녀는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서 나무둥치 옆에 앉았다. 근골이 비명을 지른다.
"용궁.. 그 용궁을...아...."
아직도 뇌리에는 동정호 용궁의 모습이 생생하다. 과거 신화시대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금 하계의 변경백이자 용족의 선봉장이 된 그녀로선 과거 용궁의 유산이 하나하나 간절하다.
동정호는 바다처럼 넓고 깊으매 거대한 용의 모습도 가릴 수 있다. 그녀는 무너진 폐허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자 작정하였다.
***
운기조식을 취합니다...
몸이 어느정도 회복됩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가...어딜까요?
***
그런데 잠깐, 여기가 어디요?
"........"
동정호 물가겠지 뭐. 그녀가 찾는 곳은 동정호 가장 깊은 곳에 있고. 그러면 동정호 바닥을 타고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 되는 것이 아니여?
***
주위에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동정호라고 하기에는 조금 경관이 다릅니다.
음...호북의 최남단인 것 같습니다.
정신을 잃고서 꽤 멀리 왔나봅니다.
그래도 뭐, 어렵지 않습니다. 용이 되어 날아간다면 동정호까지는 금방이니까요!
***
다시 보니, 동정호가 아닌가... 물살에 휩쓸려 북쪽으로 멀리 떠내려왔다. 그녀는 목을 돌렸다. 뼈 소리가 난다.
"떠내려 온 것은 물길이 이어져 있다는 게지? 남쪽으로 향하는 물길을 따라가면.."
동정호가 보일 것이다!
***
하란은 순식간에 동정호로 날아갑니다!
시간은 밤으로 판정됩니다.
어두운 밤, 그믐달이 떠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지만 그건 인간들의 문제일 뿐.
하란은 동정호 위에서 위풍당당하게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고요하...지는 않군요!
용의 등장에 모든 수중 생물들이 공포에 가득차 도망치고 있습니다!
***
어쩐지 물 속이 소란하다. 7년 전 호경 해원을 쳐죽인 것이 예까지 소문이 퍼졌나?
"어부나 무인들이 저 꼴을 보고 수상하게 생각하진 않으련지. 쯧쯧."
그녀는 호수 주변 지세를 관찰한다. 동정호의 가장 깊은 곳, 용궁으로 향하는 문이 있던 곳으로 가자.
***
한 번에 쑤욱 들어갑니다!
고오오오오....
묘역으로 통하던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용의 눈으로 보이는 또다른 문이 있습니다.
오직 '영안'이 트여있는 자들에게만 보이는 문입니다.
이 거대한 호수에 붉은 문이 있는데 이걸 못볼 수가 없죠!
***
'선배님. 제가 절해고도 같은 용궁에서 하계의 유일한 용왕 노릇한 것이 7년입니다. 인간들은 서슬퍼렇고 고관들은 궁이 100년도 못 갈거랍니다. 상제님은 제가 살해당해도 전혀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제가 선배님의 유산을 거두는 것을 너무 노여워하지 말아 주십쇼.... 사실 제가 무너뜨리긴 했지만서도, 내려앉은 종묘에서 신위라도 찾으면 제가 가져가서 잘 모시겠습니다...'
그녀는 중얼중얼거리며 문고리를 잡는다.
***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품 속에 넣어놨던 목상어가 다시 꿈틀거리고, 하란의 눈에는 폐허가 되어버린 옛 궁터가 보입니다.
***
'인간들이 이미 한번 헤집은 곳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과거 독고구검의 묘역을 만들 때,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을 리가 없다.'
즉, 인간과 그녀가 똑같이 좋아하는 것. 재물이나 영약같은 것은 이곳에 없다는 말이렷다. 다만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되 그녀에게 가치있는 물건은 남아있을지도....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품 안이 간지러웠다. 역시 목상어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건 도대체.."
***
목상어를 꺼냅니다!
꾸물꾸물...
고오오오오오....
초절정에 이른 하란이 느끼기에도 강대하고 광폭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안에 있는 것은 영혼의 일부분. 찌꺼기에 불과한 무언가입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자아가 없고 생전 누렸을 경지 또한 하찮을 정도로 추락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진동하는 이 목상어에 갇힌 영혼의 일부를 보십시오.
목상어는 어디론가 튀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곳을 따라가면 이 영혼을 쓰기 적합한 무언가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
"..."
그녀는 손바닥 위의 목상어를 눈에 가까이 대고 보았다. 이것은 찌꺼기였다. 지금 남아있는 것으로만 따지면 패울부보다 훨씬 많이 잃고 만 존재다. 적어도 패울부는 자아를 보전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녀와 일행들은 그 찌꺼기를 상대로 갖가지 난리를 친 것이다. 자고로 기술과 힘이란 시간이 흐를 수록 차츰 증가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사는 세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퇴보하고 있는 것인가. 목상어가 온전했을 시절 가지고 있었을 힘을 그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어디로 가고 싶니? 한번 가보자꾸나."
집게손가락으로 목상어의 꼬랑지를 잡았다. 목상어의 대가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그 쪽으로 몸을 옮겼다.
***
목상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갑니다!
그 곳으로 가자 웬 조각나 형체를 알아보기 쉽지 않은 철덩어리들이 있습니다.
그 철덩어리들은 무수히 많은 파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철의 호수를 이룬 것 같습니다.
목상어의 진동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이대로라면 손에서 더 쥐고 있기 어렵습니다.
***
"어엇..아!"
목상어가 발광을, 발광을 하더니만 마침내 손 안애서 튀어나가고 말았다. 그곳은 깨진 철 조각이 모이고 모여 물 속의 호수를 이룬 곳이었다. 물에 비린 쇠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장구벌레처럼 온 몸을 뒤틀면서 어디론가 향하는 목상어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녀석이 물살을 헤집고 나간 흔적을 쫒아가면 된다.
"항우가 동정호 용궁을 부쉈다더니, 이것도 그의 솜씨인가?"
고작 몇 개의 조각을 만진다고 깨진 면의 아귀가 들어맞을 리는 없다만, 그녀는 조각 몇 개를 살펴보았다. 이게 무엇인가? 무엇이 깨진 것인가? 어떠한 연유로?
***
깨진 철조각을 살펴봅니다.
음...봐도 사실 잘 모르겠군요! 이게 뭐람.
그런데 들고 있던 철조각이 진동하더니 곧바로 하란의 손에서 빠져나가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눈을 휘둥그레뜬 하란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봅니다.
그러자 보이는게...부숴져 땅에 떨어진 목상어, 공중에 떠있는...허연 빛. 그리고 그 빛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는 철조각입니다.
***
"....?"
철조각이 흔들린다? 처음에는 물살에 들썩이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철조각은 목상어마냥 요동치더니 이윽고 허공을 향해 날아가버리고....
머릿속에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다 찰칵, 멈췄다. 그녀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이 조각들이 상어의 본신이구나! 뭔가 조건이 맞춰져서 다시 하나가 되려는 거야!'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자기 아래에 있는 철조각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저것들도 빛을 향해 돌진할 것이며, 그녀는 바로 그 위에 있으니.
여기 있다간 날아가는 조각들에 신명나도록 얻어맞겠구나! 이크크!
***
비킵니다!
곧 철조각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거대한 형체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
..
...
....
.....
.....!
고고고고고...
얼핏보았을 때 그 크기만 20척은 훌쩍 넘어갈 것 같은 거대하고 압도적인 크기!
끼기기기이이익....
그 모습은...
말?
***
덩치를 가늠하니 크기가 약 20척(6.7m)정도 되는 말이었다.
말? 물 속의 말? 해마는...아닌데? 게다가 아까는 목상어더니 이번에는 철마냐? 연결이 되질 않아!
본신의 크기가 산만한 그녀가 크기로 인해 겁먹을 이유는 전혀 없지만, 영문 모를 일을 경계하는 것은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다를 게 무어랴. 끼끽거리면서 무거운 몸을 움직이는 철마를 그녀는 왕방울같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
- 이히히히힝!
이번에는 아예 말처럼 우는군요!
상어에 말에...대체 뭘까요?
자아가 붕괴되어 있어 제대로 대화는 어렵지만 용왕의 권능으로 대충 뜻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란이 눈을 찌푸리고 해석을 시도해봅니다...
- 나는, 용궁의 근위대장이었으며, 둔갑술에 능하였으나, 항적에게, 죽었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항적은 유방에게 패배하였고, 유방이 세운 한나라마저 시간의 물결을 피할 수 없었으니."
동정호 용궁의 근위대장. 아까는 목상어, 이번에는 철마다. 둔갑에 능하다는 것이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인가? 개천궁에도 둔갑하시는 분이 한 명 계시지. 사람 얼굴을 이해하지 못하여 제대로 둔갑하지 못하는게 흠이지만..
"초한쟁패는 벌써 천 년도 더 지난 일."
말이 똑바로 전해질진 모르지만 철마의 말에 대꾸하였다. 저 정신머리를 똑바로 되돌릴 법은 없나? 정상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
"복건성 용왕이 옛 선배께 인사드리는 바이오..."
***
- 복건성? 그 곳이 어디인가?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다보니 이제는 지명조차 바뀌었나봅니다!
하란은 대략적인 위치를 말해주자 철마가 투레질을 합니다.
- 변방이로고...그런데 어찌 용왕께서 한낱 멸망한 용궁의 근위대장에게 머리를 숙이시는가? 물론 그대는 내 주군이 아니니 군신의 예를 갖추지는 않고 있으나 어찌 군주된 자가 그리 망령된 일을...
아 ㅋㅋ 천년 지났다고 ㅋㅋ
***
"지금은 용이고 용왕이랍시고 함부로 거들먹거렸다간 목이 떨어지는 세상이기 때문이오."
대화가....통한다! 미치광이 사형이었으면 천년이 지났다는 말에 자기 머리채를 쥐어뜯으면서 발광을 하다 기승전결로 여의주를 빼앗으려 했겠지. 이 정도면 선녀가 아닌가.
그녀는 철마에게 세상 돌아가는 꼴을 알려주었다. 이제 용은 채 열도 남지 않았다는 것. 하계에 용왕도 자신 하나라는 것. 복건성에 자리잡은 인간들의 무림문파가 하필 용잡이 문파라는 것도...
"그래서 이 몸이 사방팔방을 쏘다녀야 하는 것이오. 서로 도울 용왕도 없는데 복건 안에만 앉아있다간, 복건 안에서 갇혀 죽을 뿐이니."
***
철마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 숫자가 늘었군!
...?
- 내가 기억하는 용의 숫자는 열이 되지 않았다오.
천년 전은 더 열악했던걸까요?
- 항적 그 놈이 죄다 쳐잡아죽이는 바람에...동해용왕의 손자였나 아들이었나가 그의 애마였다지. 물론 소문이라 나도 잘은 모르지만 말이오.
그나마 최근 사람인 항우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녔는지는 이제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 왜 용왕씩이나 되서 이리 밖에 계시는지는 잘 알겠소. 그런데...나는 왜 깨우신게요?
***
"오래도록 숨겨진 인간 영웅의 묘역이 동정호에서 발견되었다기에 왔었소."
묘역이 동정호 물을 다 빨어먹고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토록 거대한 시설이 이제서야 발견될 정도로 은밀할 수 있었을까. 이상하다 생각하여 파고드니 세상에."
"이 발칙한 것들이 용궁 터에다가 무덤을 만들어 놓은게요.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폭삭 내려앉혀버렸지."
그런데 혀가 길다. 그것은 철마가 물어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철마를 왜 깨웠냐고?
"내 궁이 모래 위 성채같은 상황인지라...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오. 폐허가 된 옛 선왕의 궁이라도 손수 잔해를 들추어야 하는 처지라."
"혹시 어딘가 갈 곳이 없다면....나와 함께..."
***
- 아. 그런 것이었는가.
철마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 내 많이 노쇠하고 혼이 닳아 같이 가기는 어렵겠소. 그러나...
철마가 바닥을 긁더니 작은 영혼이 빼꼼 모습을 드러냅니다.
- 내 딸이라오. 내 젊을 적에 사고를 친적이 있었지.
사람의 모습이었다면 왜인지 코를 손가락으로 훑었을 것 같습니다.
- 어찌나 아름다운 모습이던지! 내 당장 말로 둔갑하여 구애를 하고 10년의 기간이 지나 귀하게 얻은 딸이라오..
- 항적의 침입 때 끌려갈까봐 성장을 멈춘 채로 숨겨둔 아이이니 부디 괜찮다면 이 아이를 맡아주시오.
- 복건 용왕께 큰 도움이 될게요.
***
"고맙소 선배. 소중히 보살피겠소. 만에 하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기별하시오."
말로 둔갑하여 얻은 딸이라면 이 아이도 암말의 영물이 되는 것인가.우마뾰이 우마뾰이
"아, 그리고 괜찮다면 터를 한번 돌아보아도 괜찮겠소? 혹여 종묘의 신위들이 먼지만 쌓인 채 잊혀가고 있을까 하는 말이오."
"온전치 않다고는 하나 궁에 들어왔으니 주인에게 인사는 올리는 것이 도리 아니겠소."
그것도 이유지만, 사실 용궁에서 넝마주이를 하려는 속셈이었다. 가져갈 수 있는 건 모조리 챙겨야 해!
***
철마는 조용히 자리에 앉습니다.
- 원하는대로 하시게.
그리고 작은 영혼이 뿅하고 터지더니, 곧 새하얀 망아지의 모습이 됩니다.
- 예쁜 언니!
곧바로 하란에게 달라붙습니다.
***
역시 새하얀 망아지의 모습이었다. 망아지는 붙임성 좋게 언니 언니 하면서 그녀에게 달라붙으나, 그녀는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키는 그녀의 허리만한 꼬맹이가 실상 100년 산 용이었음을 선계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나이는...비밀로 하자. 겉보기엔 나이가 든 편이니 입 다물고 있으면 모를 거야.'
그녀는 속으로 생각을 삼켰다. 철마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한 후 걸음을 내걷는다. 발을 옮길 때마다 잔해 부스러기가 밟혀 잘각거렸다.
"넌 이름이 뭐니? 이곳에서 오래 살았니?"
***
- 몰라!
망아지가 고개를 젓습니다.
- 아빠가 날 데려온 다음날에 인간이 쳐들어왔어!
...이름도 없다고?
- 원래 우리는 이름 딱히 신경 안쓰는데!
***
"인간이 나빴네 나빴어.."
그녀는 반은 무너진 전각에 들어가 내려앉은 기둥을 들어올려 보았다. 하여간 부지런히 뭐라도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
"이름이 없으면, 그럼 어떡하지? 그냥 흰둥이라고 불러야 하나?"
***
- 흰둥이...?
망아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꺼림칙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게 말의 표정이군! 하란은 새롭게 느끼는 감정과 함께 부지런히 돌아다닙니다.
- 그런데 뭘 그렇게 찾는거야? 아무것도 없는데!
***
".....큰 호수에서 왔으니까 대연大淵?"
백마라고 부르기에는 일반명사인지라. 그녀는 잔해를 헤집기 위해 사용하는 뇌 활동의 일부를 할당하여, 흰 망아지의 이름을 생각해내었다.
망아지의 말대로 뭔가 보이는 게 없다. 상식적으로 인간들이 이미 헤집고 지나간 것이 뻔하다.
"아니야, 분명히 무언가 남아있을거야."
인간이 보기에 인간에게 값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 보기에 인간에게 값지지 않으며, 동시에 신선이 보기에 신선에게 값진 것은 남아있을지도 모르다. 이곳은 인간 문파의 터가 아니라 용궁의 터다. 분명이 있다!
"넌 아는 거 없니? 창고나 서고라던지..."
***
- 엇. 마음에 든다!
망아지의 이름을 대연으로 정하시겠습니까?
- 음...쓸만한 물건들은 여기없구우!
망아지가 바닥을 파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작은 쪽문이 나타납니다.
- 옥새를 보관하던 곳을 알아! 여기로 들어가면 돼!
***
"이름을 주니 지체없이 값을 치르는구나. 마음에 들어."
그럼 대연이라는 이름을 쓰도록 하렴. 그녀는 옅게 웃었다. 허리를 숙이고 손으로 흙먼지를 쓸었다. 차갑고 축축한 문고리가 보인다.
"묘역 아래 용궁, 용궁 아래 비고인가.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구나."
꼭 꿈, 꿈 속의 꿈, 꿈 속의 꿈 속의 꿈으로 내려가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이치같았다. 위에도 아래에도 천장과 바닥이 없노라..
***
【 대연 】
명마와 신선의 피가 흐르는 위대한 혈통.
그 모든 것을 갖춘 어린 망아지입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세간에 이름을 날린 위대한 말들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명마로 자라날 자질이 있습니다.
- 위대한 혈통 : 신선과 명마의 피를 이었습니다. 동급의 말들이 아니라면 모두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
- 역사적인 명마 : 실제로 역사적인 명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 천리주파 : 하루에 천리, 아니 그 이상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중원의 모든 지역을 한 번에 이동 가능합니다.
하란은 쪽문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에는 빛바래고 낡은 뭉툭한 도장이 있습니다.
이딴게...옥새?
***
신난다! 군왕의 위엄을 보여줄 백색 명마를 획득했다!
그녀는 어두운 계단을 한 발씩 내려갔다. 신하들이 난리통에 여기에다 옥새를 숨겼는가 생각하던 중, 볼품없는 도장이 손에 잡혔다.
"...오래도 썼나보군."
그야 나이가 네 자릿수쯤은 되는 신선과 영물들이 쓰던 도장인걸. 손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다가 눈 앞에 가까이 하였다.
***
기이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마치 사슬처럼 그 기운이 옥새를 감싸고 있는 것이 '정당한 후계'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어보입니다.
정당한 후계라...
***
"역시, 겉으론 볼품없어도 권능을 지닌 신기로구나."
하지만 신기는 공으로 신기라 하는 것이 아닌 법. 옥새는 하란의 앞에서 자신을 사슬로 잠궈버렸다. 옥새 주인의 후계라도 되지 않는 한 사슬이 풀리는 일은 없어 보인다.
"동정호 용궁의 세자를 위한 물건인가.."
용왕과 함께 죽지 않았을런지. 피 한 방울이라도 섞인 주인을 찾으려면 천상천하를 돌아다녀야 할까. 골치아픈 물건이었다. 손 안에 쥐고 뒷짐을 지었다.
***
아래를 계속 수색합니다...
웬 낡은 책이 하나 발견됩니다!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
나무 쪼가리, 다 삭아버린 종이 뭉치, 깨진 도자기..... 방 안은 돈 주고도 사지 않을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하긴, 그러시겠죠! 이 옥새도 인간들이 보기에 못났으니까 살아남은 것이겠죠! 경지가 높아 어수에 상처가 날 염려는 없었다. 그러나 더러운 것들로 범벅이 되는 느낌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익숙한 것과 마음에 드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었다.
"후... "
겨우겨우 온전한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그녀는 더러워진 손을 탁탁 털어버린 후, 그 책을 한 장씩 넘겨보았다.
***
眞龍劍
낡고 빛바랜 글씨입니다.
***
진룡검. 진룡이라는 말은 아무데나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닐 터. 용왕이 사용하던 무공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말하던 것이 바로 이거다. 감히 진룡검을 인간이 펼칠 수 있겠는가? 바로 인간에게 쓸모없되 신선에게는 귀한 물건이라!
다만, 그녀는 책장을 넘기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히 교룡검법의 맨 마지막 초식이...
"진룡검법 기수식?"
무언가와 무언가를 잇는 얇은 실선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순간 빛나고 다시 사라졌다. 그 진룡검법이..진룡검법이 설마...
"잠시만, 그게.."
그녀는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몇 년 전 찾았던 진룡검법과 관련된 종이뭉치들. 수천 번 읽었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건 분명, 분명히!
***
책을 가지고 '용궁'으로 돌아가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대연아! 대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기세를 타고 먼지들이 화산처럼 퍼졌다. 그녀가 오랫동안 방을 조사하는 동안 홀로 땅이나 긁고 있었을 대연을 급하게 불렀다.
"서둘러 복건으로 돌아가야겠다! 길은 내가 잡아 줄 터이니 어서!"
용의 모습으로 하늘 위를 날아다니면 그보다 빠를 수가 없으나, 과히 눈에 띄었다. 그녀가 동정호 위에 도착했을 때도 물 속의 억조창생들이 놀라서 날뛰지 않았던가? 허나 대연의 도움을 받으면 크게 이목을 끌지 않으면서도, 하늘을 나는 것에 준하는 속도로 이동할 수 있을 터.
붉은 머리의 외다리 미녀가 백색 망아지를 타고 바람처럼 내달리는 것이.... 거짓말로도 은밀한 모습이라곤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적룡과 비교하면야...
***
대연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웁니다.
- 어? 벌써? 갑자기?
아 ㅋㅋ 아무튼 갈거라고 ㅋㅋ
하란은 대연 위에 올라타고 대연은 발을 두번 구릅니다.
쾅!
선술이라도 되는 것인지 대연이 발을 한 번 구르자 호수 위였고 다시 한 번 발을 구르자 복건이었습니다.
- 여기 맞아?
복건성의 초입, 사람들은 갑작스레 저 멀리서 달려온 말과 그 위에 타있는 미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
"잘 왔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저쪽이다!"
말 영물이라 그런지 비범하다. 그녀는 대연을 용궁으로 계속 안내했다.
"이 모습은 이 모습대로 눈에 띄는군..!"
그녀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관심은 잠시 덮어두자...
***
용궁으로 순식간에 이동합니다!
- 바다다!
그래. 바다야. 바다.
대연은 바닷물 속에 과감히 몸을 던집니다. 허연 물보라가 일어나면서 대연의 네 다리에 소용돌이가 몰아칩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물 속인데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하란은 용궁에 도착합니다.
홈스윗마홈!
***
- 절대폐관해
- 분명히 그녀가 궁을 떠날 때는 산동에 다시 다녀오겠다는 명목이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니, 우리 전하께서는 초절정이 되어 흰 망아지를 타고 돌아왔다. 이게 뭐람?? 그녀도 처음에는 동정호의 난리통에 끼어들어 국고나 소소하게 채워보자는 생각이었을 뿐이었건만.
아 어쨌든 집이다 집 청소도 목욕도 빨래도 요리도 남이 다해주는 스윗마홈!!!
"어, 그, 뭐냐. 대연이 너는 잠시만 기다리고 있거라."
"이 아이는 대연이라 하는데 잠깐 방을 내어주거라. 간식이라도 들여주고!"
용궁의 최고존엄께서 시찰공문도, 멀리서 보이는 으리으리한 행렬도 없이 불쑥 나타나 말하는 상황은 얼마나 공포인가!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걸 신경써줄 인격자가 아니고, 마음도 다급하다.
"어디보자 어디보자. 분명히 여기에..."
개천궁 어딘가 깊숙한 곳에 있는 금고를 찾아갔다. 그녀는 금고를 열어 고이 모셔두었던 종이뭉치를 꺼냈다. 다시 한 번 읽어보자.
***
단서를 조합합니다.
.
..
...
....
.....
.....!
진룡검법을 발견하는데 성공합니다!
진룡검법을 수련하기 위해선 '폐관'이 필요합니다.
***
"......."
마침내! 진룡검법을 발견했도다! 하지만 그 내용이 심오하여 그녀마저도 폐관에 들어야 할 지경이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지금쯤 승상아니 왕사나 둘 줄 하나는 여기로 부리나케 오고 있으려냐?'
왕이라는 작자가 혼자 일을 벌리고 다니는 꼴이 퍽이나 우습다. 하지만 진룡검이 그럼 용왕의 무공이지 말단 병사를 위한 삼류무공일리가! 당장은 아니라도, 중원의 으뜸 호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건 가벼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동정호 근처에 있는 명문이 바로 석가장이지롱! 내가 거기 장주랑 밥도 먹고 다 했다 안카요!
"같이 가자니까 싫다면서 딸내미만 달랑 주다니. 이런 못난 아비를 봤나.. 하지만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흐흐흐..."
어차피 비상 상황에는 비상한 계책이 필요한 법. 해야 할 일이라면 일단 하고, 그 후에 승낙을 받는 것이 빠르다. 이게 뭐냐고 터져나올 불만은 권한을 조금 나눠줘서 해결할 수 있을 터. 왕사가 좋아하는 왕권과 신권의 조화 뭐 그런 거 말이다.
***
신하들을 개무시하고(?) 폐관에 들어갑니다...
하란은 본체로 돌아간 상태로 자리에 앉습니다.
앉는다는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앉습니다!
고오오오오...
책은 난해합니다.
우선 가장 첫 번째 기수식부터 취해봅시다.
***
광해방검진도 단번에 이해해버린 그녀였으나, 이런 건 좀.... 이게 뭐지? 우선 아는 것부터. 그리고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
이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저번에도 한번 써 보았던 기수식을 펼쳐보았다.
#진룡검법 기수식 123/125
***
【 진룡검법 】
성취 : 0성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을 향해 비상했다.
바다가 갈라지고 비구름이 몰아친다.
폭풍이 세상을 뒤집으며 벼락이 세상을 뒤엎는다.
천문이 열리고 용이 그 안으로 오른다.
진짜 용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였으니
이는 상서로운 일인가? 아니면 흉한 일인가?
- 봉인 : 오직 '용'의 모습을 취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련할 수 없습니다.
- 해주 : 진룡검법에는 총 여섯 개의 봉인이 걸려있으며 이를 특수한 방법을 거쳐 하나씩 해주할 때 마다 추가적인 효과와 초식이 개방됩니다.
- 0성 진룡검법 기수식 : 이무기가 언젠가 용이 되고 난 뒤에 펼쳐보이겠다고 만들어낸 검법이 천하에 흘러들어와 혼란을 걱정한 이들에 의해 진정한 힘을 봉인당하였다. 오직 등용문을 거쳐 용이 된 진룡만이 이 자세를 펼칠 수 있으리라. 기수식을 한 번 취할 때 마다 火의 기운이 담긴 용선술 구염진 球炎陣 또는 용선술 상생지화相生之禾 중 하나를 펼칠 수 있다. 한 번 펼칠 때 내공 30을 소모한다.
- 1성 염검우 : 허공에 '강기'를 생성합니다. 소모한 내공에 따라 수십, 수백, 수천개 혹은 그 이상을 소환합니다. 검의 형태를 한 강기는 '火'의 속성을 가집니다. 허공에 생성된 강기는 비처럼 무차별적으로 아래로 내리꽂힙니다.
***
날카로운 강기가 허공에 맺힌다. 바람 위의 깃털처럼 하늘거리다가도, 자철석이 강철에 이끌리듯 우뚝 멈추어 땅을 겨눈다. 직접 바닥에 꽂아보지는 않는다. 실내가 박살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구염진을 썼다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녀는 기억한다.
봉인이라 하면..무엇인가? 정직하고 우직하게 수련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찾는 데 오래 걸렸고, 대성하려면 다시 시간을 오래 두어야 한다. 아니면 신하들한테 궁을 다 맡기고 그녀는 아예 밖으로 나다니던지. 진짜 한번 해봐? 그녀는 생각했다.
"참.... 동정호 옥새가 있었지?"
용이 되어도 아직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용의 신체로 낑낑대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일단 진룡검을 일 초식이나마 익히긴 하였는데, 뭔가 변화가 있을까?
***
용안으로 옥새를 봅니다.
'기의 흐름'이 보입니다.
하란은 기의 흐름대로 자신의 기운을 옥새에 넣어 움직여봅니다...
그러자!
옥새는 하란의 손바닥에 사르륵 하고 녹아 사라집니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람!
하란은 호다닥 손바닥을 살펴보니 용안으로만 봐야 보이는 문신이 새겨져있습니다.
【 동정호의 옥새 】
동정호의 용왕임을 증명하는 옥새.
이 옥새를 지닌 이는 동정호의 모든 것의 왕이 될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제대로 된 사용을 하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동정호에서 즉위식을 이루어야한다.
- 임금 : 동정호의 모든 생물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숭배합니다.
- 어전 회의
- 아, 이건.. 조금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
"그저 쓸만한 것이나 주워오려고 했건만.. 일이 이렇게 되면.."
개천궁과 동정호 용궁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렇잖아도 승상과 왕사가 피곤할텐데 동정호 일까지 얹어주면 필시 목이 꺾이고 말 것이다. 동정호에는 동정호 영물들로만 이뤄진, 개천궁과 독립된 조정을 꾸리고 그녀가 두 곳을 오가며 관리해야 하는가?
그리고 복건성 용왕이 동정호 용왕의 관까지 썼다는 것이 알려지면 인간들은 또 어찌 나올 것이냐 이말이야!
"어전 회의를 열어야겠구나."
***
하란이 어전회의를 소집합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신하들은 어째 더욱 맛있어 보입니다.
음, 그러니까...마른안주로 말이죠!
***
"..."
오랜만에 보는 신하들. 인간일 적이나 용일 적이나 포식자 위치에 있음은 변하지 않아, 그들을 볼 때마다 문득무슨 맛이 날지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그녀는 이제 초절정의 경지. 즉 승상(보수적으로 잡으면 왕사까지)을 제외하고 단신으로 개천궁 무력의 전체를 능가하는 기량을 가지게 된 셈이다.
'신하, 해물, 마른 안주..'
신하들이 모두 소집될 때까지 그녀는 눈을 감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신하가 소집되자 그녀는 눈을 떴다.
"우선, 궁에 특별한 일은 없었는가?"
나 없는 동안 별 일 없었지? 예산은 얼마나 쌓였니?
***
"궁에 특별한 일은 없었사옵니다."
너가 없어서 처리못한 일이 밀린 것 빼고.
라는 뒷말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우선 밀린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루 진행을 완전히 투자해도 모자를만큼 많은 일들을 신하들이 늘어놓습니다.
***
'그냥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눈치있게 처리하면 될 일이지..'
역시 신하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나다니는 동안 궁이 알아서 돌아가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이 기우는 그녀였다.
일단 밀린 일... 쳐내자... 아이고 우리 전하 초절정에 동정호 옥새 가져오셨네 경사로다 경사야는 잠깐 미뤄두자..
***
밀린 일을 합니다...
하란의 얼굴은 점점 먹태처럼 되어가고 반대로 신하들의 얼굴은 싱싱한 횟감처럼 변해갑니다.
기운을 차렸단 뜻이자 맛있어보인단 이야기입니다.
하란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리 내 신하들이라지만, 정말 맛있게 생겼다구요.
옆에 낙지, 문어, 고등어, 연어, 참치, 상어...는 맛없어 보이지만 상어알은 진미라고 하니까요. 네...
소라, 멍게, 굴, 새우...
아. 배가 고픕니다.
***
가혹한 신하들이로다!
구중궁궐 공주님도 아니고, 전사의 심장을 가진 창업군주에게 재미없고 딱딱한 사무업무를 강요하다니!!! 이런 일을 할 시간에 밖을 뛰어다녔으면 동정호에 분궁을 세우고 진룡검의 봉인을 몇 개는 더 풀었겠다!
"하.. 힘이 빠지는군.. 배가 고프다.."
궁에 돌아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일하니 더욱 그렇다. 그녀의 배고프다는 말은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간식거리 가져오라는 말씀이시죠? 그쵸 전하? 맞.....죠?
***
조선의 이성계가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만 어? 그게 누구죠?
크으윽 괴전파야 내 머리에서 나가!
다들 허겁지겁 간식을 가져옵니다!
보니까...육지 음식이군요.
절대 바다음식은 내오지 않습니다.
두렵다...
***
원래라면 어마어마하게 더 쌓여있어야 했지만...
조물주의 힘으로 모두 해치웠습니다!
더 이상의 일거리는 없습니다만 원한다면 일거리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없다면, 이제 여의 차례로다."
그녀라고 밖에서 놀다온 것이 아니다. 신하들이 골머리를 앓아야 할 일들을 한 보따리 가지고 왔지!
"여의 경지는 이제 초절정에 다다랐으며, 또한 동정호 용궁을 계승할 권리를 얻었도다. 보아라."
어수를 신하들 앞에서 들어보였다. 손바닥에 선명히 박혀 있는 자문이 보일 것이다. 아, 신통이 모자라서 보이지 않나? 아무튼.
"어차피 외다리나무 위에 섰으니 이판사판으로 판을 키워볼테냐, 아니면 힘을 모아 개천궁부터 안정시키고 촉수를 뻗어야 하는가.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참, 여는 이제 초절정의 경지이니 그것도 고려하도록.."
***
왕사가 앞으로 나섭니다.
- 현재 내실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상황이니 밖으로 확장한다면 필히 쇠락을 불러올 것입니다. 내치가 우선인듯 하옵니다.
동시에 패울부가 나섭니다.
- 무조건 확장을 해야하외다. 당연한 것 아니겠소? 덩치는 크면 클수록 좋은법. 거거익선이외다.
둘은 말을 끝마친뒤 서로를 쳐다봅니다.
파지지지지직.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전기가 둘의 시선 정중앙에서 튀어오릅니다.
***
오..싸운다 싸워.. 암군이라면 신하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든 자기 마음대로 하겠지만, 막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좋은 군주는 좋은 조언을 듣는 법이라고.
어디 정보를 더 뿌리고 불을 지펴보자. 갑론을박의 과정에서 좋은 수가 나타날 것이다.
"여가 직접 동정호 용궁에 가 본 바로는.. 거진 폐허였노라. 거기다 그곳 터에 독고구검의 묘역이 있는 바람에 인간들의 이목을 끌기도 쉽고..."
"다만 전대 용왕을 모시던 근위대장이 영의 형태로나마 살아있다. 그리고 동정호 근처에 석가장이라는 사파 명문이 있는데, 그들은 혈검문과 달리 매우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현 장주인 한한검을 옹립한 자가 바로 이 몸이기 때문이지."
"참, 석가장은 흑천성 소속이 아님을 양지해야 한다."
***
기어이 신하들은 두 파로 나뉘어 싸웁니다.
아아...이게 '사화'를 바라보던 조선 왕들의 심정이라도 되는걸까요?
왜인지 흐뭇합니다.
"개천궁의 현 내치 상태를 알고는 하는 소리요? 대륙에 진출한다니. 그랬다간 여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혈검문이 참 좋아하겠소!"
"혈검문을 상대하기 위해선 그 체급부터 키워야하는거 아니오?"
"월경지잖소 월경지!"
"양동으로 칠 수 있다는건 왜 알지 못하는가! 또한 체급을 키워서 동정호에 인접한 석가장과 맹을 맺는다면 훌륭한 전략적 판단이 될 수 있소!"
팝콘...팝콘이 필요합니다.
***
'어쩐지 나 없어도 궁이 잘 굴러가더니..'
그녀는 흐뭇하게 웃었다. 신하들이 입 꾹 닫고 그녀만 쳐다보고 있었다면 진짜 간식처럼 모조리 삼켜버렸을 것이다. 자기는 놀러다니고 일은 신하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나,,, 불경한 생각이 든다.
"자자, 찬성파든 반대파든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궁이 영 부실하다는 사실 아닌가? 경들의 걱정과 다급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방법이 있지. 여가 수련하는 것이다."
현재 개천궁 무력의 절대다수는 여명군도 어용영도 아니다. 그녀와 승상이지. 그녀의 빠른 성장 전략보다 효율적인 전력증강안이 있다면 개탄없이 말하도록
"수련하고, 주변의 해적이든 뭐든 싹 쓸어서 자금도 융통하고..응??"
***
"그럼 그동안 일은 누가 하옵니까?"
다른 신하가 그리 묻습니다.
?
그건 니들이 해야지.
***
"일은 모두가 하는 것이지?"
"그리고 여의 일은 무엇인가. 해상해저 지상지저 억조창생이 의지하는 우산이자 방패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또 있느냐."
문파는 우선 문주가 강해야 한다. 그래야 문주의 그늘 안에서 문하들이 강해질 수 있다. 개천궁의 경우, 더욱 그것이 절실하다.
"동정호로 가면 '궁의 부실함을 해결할 수 있다', '궁이 아직 부실하므로' 동정호로 가면 안된다. 경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점은 우리 자신에게 있는 듯 하나니."
"현상에서 제일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조금이라도 써본 후에야 확장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으리라."
그 방법이라 함은 그녀의 수련이다! 가장 급진적이고 총력적인 수련!! 오직 수련!!! 그녀는 모든 업무를 신하들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수련할거라는 의지를 천명한다.
"그리고 말이다. 경들이 제각기 신조에 따라 열띤 논설을 펼치는 것이 이 주상은 심히 기쁘노라. 이런 신하들이 있기에 여가 없어도 용궁이 잘 돌아가지 않겠느냐."
"경들에 대한 신뢰가 여의 마음의 깃들었으니 더 많은 것을 보장해줄 수 있겠다. 일하기 편하도록..."
그녀는 손깍지를 끼고 턱을 괸다.
***
강건에게 팔한지옥이 있다면 개천궁에는 과로지옥이 있습니다!
뭐.
뭐 어쩌라고.
하란은 자신을 띠껍게 노려보는 신하들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해봅니다.
.
..
...
음, 쉽게 무시할 수는 없겠군요. 항상 하란이 맛있는 신하들을 보는것마냥 신하들은 하란을 '내단'으로 쳐다보는 느낌입니다.
대체 왜 육지에서나 당할 것 같은 시선이 이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개천궁에서 보이는지 모르겠군요!
- 수련 또한 중대한 일이나 개천궁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아뢰오.
- 수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시옵니까?
- 수련을 한다한들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사옵니다. 결재하셔야할 일과 서류들이....!
- 수련과 일을 함께 하실 수는 없는겁니까?
아아. 이 곳은 중세 중국입니다. 무도한 변방 대머리 댕기머리 오랑캐들이 지배하던 시대가 아니란 말이지요.
찬란하고 아름다운 유학, 공자의 학문이 종교와 윤리 모두를 집어삼킨 무시무시한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때입니다.
그리고 유교사상은 지배자 즉 군주에게 철인이 되기를 강요하는 끔찍하고 흉악하며 악독한 사상!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규칙에 근간해 신하들이 통촉 메들리를 부릅니다.
- 저어어어어어언하아아아아아! 수련과 일을 병행하시옵소서어어어어어어!
하란은 턱을 괸 손을 들어 그대로 이마를 칩니다.
***
'이 신조있는 신선한 것들이...믿음직한 새X들..아...'
아까 했던 말을 취소할까 생각하는 그녀였다. 뉴런아 도와줘...
***
천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갑니다.
유교사상은 신하들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닙니다. 이 끔찍하고 흉악한 사상도 때때로 군주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요.
군주가 아몰랑을 시전한다면 반란을 일으키는게 아닌 이상에야 신하들은 이를 바득바득갈며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아! 미래의 위대하시고 또 위대하신 고려 천자를 떠올리십시오.
이 외에 다른 방법을 원하신다면 말씀해주세요!
***
"아하하... 식사하고 잠자는 시간 줄여가면서 검과 사지를 휘적이는게 수련일진저 여가 뭔가 말을 더 붙여야 하는가? 새로 배워야 하는 선술도 한 보따리고."
수련이란 본래 바위에 떨어지는 낙수와 같거늘! 뭐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화경이 되어있는 꼼수를 바랐느냐! 천하에서도 손꼽히는 초천재인 그녀니까 이렇게라도 하는 게지!
"군군신신부부자자라고 하였지? 모두 각자 자리에 각자의 역할이 있다. 내실을 다지는 건 이 협해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경들만한 전문가가 없도다. 그러니 여는 여의 자리에서 경들을 위한 성벽을 쌓아올리겠노라... 하하하하.."
***
하란이 아몰랑을 선언합니다!
신하들은 다시금 통촉 메들리를 부르지만 그런 것 따위 귀를 닫아버린 군주에게는 소용이 없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던 국무회의는 그대로 끝나고 하란은 마음껏 수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방해들이 있기야 하겠지만요.
가령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통촉 메들리라던가...
***
하하하 복합상소를 한다면 경들을 밟고 지나갈 것이며 부월상소를 한다면 여가 도끼를 직접 들겠노라 하하하. 여는 결과를 보이어 경들의 입을 틀어막겠노라.
"여랑 같이 온 흰색 망아지 있잖느냐? 그애 대연이라고 하는데, 동정호 용궁 근위대장의 딸이니 여가 부르기 전까지 잘 보살펴주고."
"이건 침방에 줘서 고치라 해보거라. 분명 무언가의 보패이니라."
메아리처럼 울리는 통촉소리를 뒤로 하고 그녀는 수행하는 내시에게 말했다. 물 속이라 소리가 더 멀리 퍼지는 모양이지만 하룡이는 그런 거 몰라 수련하러 갈거야. 남환진군!!! 선술 가르쳐줘요!!
- 수련은너무즐거워
- 하하하 복합상소를 한다면 경들을 밟고 지나갈 것이며 부월상소를 한다면 여가 도끼를 직접 들겠노라 하하하. 여는 결과를 보이어 경들의 입을 틀어막겠노라.
"여랑 같이 온 흰색 망아지 있잖느냐? 그애 대연이라고 하는데, 동정호 용궁 근위대장의 딸이니 여가 부르기 전까지 잘 보살펴주고."
"이건 침방에 줘서 고치라 해보거라. 분명 무언가의 보패이니라."
메아리처럼 울리는 통촉소리를 뒤로 하고 그녀는 수행하는 내시에게 말했다. 물 속이라 소리가 더 멀리 퍼지는 모양이지만 하룡이는 그런 거 몰라 수련하러 갈거야. 남환진군!!! 선술 가르쳐줘요!!
***
불쌍한 패울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불러올까요?
***
.....나중에 천천히 오세요 승상..흑흑
일단 혼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생장선술 수련
***
10%
***
일주일 기다렸으니까 많이 기다렸다 남환진군 이리로 왓!!
***
남환진군, 패울부를 부릅니다.
- 무슨 일이시오.
딱히 왕을 공경하는 태도는 아니지만...뭐 패울부이지 않습니까!
***
패울부. 그녀가 스승님 겸 여친님이랑 닮았고, 밑에서 일하면 복권시켜준대서 일하고는 있음. 그리고 원래 생사경이었다. 하란이가 공경..해줘야 하나? 강자 공경 노인 공경....??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승상이 썼던 술법 기억하죠? 공간이 칼을 잡아버리는 그거.."
나도 이제 초절정! 그 선술을 배워서 쓸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말씀! 풍상설우를 대성하고 생장선술도 7성까지 다다랐으니 이제 선술의 기초가 부족하단 말은 하지 못할 것이야!
"슬슬 배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서요."
***
그 말에 패울부가 찬찬히 하란을 쳐다봅니다.
- 흐음. 확실히.
그러더니 고개를 몇 번 위아래로 주억거립니다.
- 그럼 가장 기초부터 다뤄봐야겠지. 공간을 접고 펴는 법부터 해보겠소.
...그게 기초라고?
***
예전에 광해방검진을 배우고 모용배를 깜놀시킨 전과를 심심할때마다 우려먹던 그녀. 이젠 그 썰도 유효기간이 거의 끝나간다. 하계에선 아인슈타인일지라도 선계는 이미 기본값이 아인슈타인이므로....
"...그건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
- 말 그대로. 공간을 접었다가...
패울부는 두 손가락을 힘차게 오므려봅니다.
두드드드드드득...
주변에서 기아한 소리가 들리며 공간이 '압축'됩니다.
- 피면 된다오.
패울부가 두 손가락을 다시 펴니 압축되었던 공간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갑니다.
***
"와아-"
대단하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공간이 압축된 곳을 중심으로 뭔가 빨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리 눈 앞에서 공간이 찌그러졌다 펴지는걸 본 자가 몇이나 되겠어? 하지만..
"대단하긴 한데요. 그걸 어떻게 하냐니까요?"
하란이가 하면 그냥 손가락 꼼질꼼질밖엔.. 귀여움 말고는 효능이 없다(?)
"처음부터 설명을 좀 하면서 다시 보여줘요. 용안 키고 볼테니.."
***
패울부는 하란을 뭔가 한심하다는듯 쳐다봅니다.
마치, 하란이 지금껏 많은 이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아니 왜 이걸 못해?'와 비슷합니다.
- 자. 다시 한 번 잘 보시오.
패울부가 손가락을 오므립니다.
두드드드드드득...
핍니다.
챠차차차창...
하란은 용의 눈으로 흐름을 제대로 살펴봅니다.
보아하니...
막대한 내공을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공간에 넓고 얕게 퍼뜨립니다.
그 뒤에는 의지를 담아 내공을 움직여 공간을 접습니다.
그러니까 종이접기를 하듯이 말이지요.
- 선술을 쓰는 것과 같소. 그 대상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뿐이지. 그 차이 뿐이오.
***
승상이 선술을 쓰는 것을 용안으로 자세히 보았다. 마치 종이접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처음 다룰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어쩐 상징과 기준을 부여하면 쉬울 듯 하다. 그녀는 승상을 따라 손가락을 허공에 폈다.
'일단 손가락 끝 여기를 원점으로 잡아서..'
심안으로 가상의 격자를 편다. 상하축, 전후축, 좌우축의 3축으로 공간을 표현할 수 있다. 원점과 격자를 통해 자신이 공간을 건드릴 범위, 표적을 정량화하고 인식을 확실히 한다.
그러면 자신이 접을 공간만큼, 범위를 표시하는 격자선과 면을 따라 간단한 정육면체 모양으로 퍼뜨린다. 그리고 힘을 줘서 눌러보았다. 바람은 공기가 빽빽한 곳에서 듬성한 곳으로 흐르는 현상이므로, 바람을 다루기 위해 어느 곳의 공기를 압축시키는 것처럼..??
***
꽈직.
뭔가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하지만 공간이 우그러집니다!
- 흐음...
하지만 패울부처럼 이쁘게 접히지는 않았습니다.
- 이제 펴보시오.
***
"어 됐다!"
아아, 이 감각... 맨날 손에서 검을 놓치다가 마침내 올바른 검로를 처음으로 그렸을 때의 그 감각이다. 어릴 때가 생각나는군..
하지만 아직까진 후하게 쳐줘야 절반의 성공. 접고 피는것까지가 한 걸음이다! 공간을 우그러뜨렸으면 기가 응축되었을테고, 그냥 힘을 풀었다간 퍽 터질지도 모른다.
작게 접힌 공간의 반탄력을 버티면서 천천히 부드럽게...오그라든 격자가 다시 돌아오는 감각으로..
***
공간을 천천히 펴봅니다....
다 폈는데, 어째 찌그러져있습니다.
- 흠.
패울부가 이쁘게 펴줍니다.
- 몇 번 더 하면 공간계 선술의 기초는 떼실 수 있을 것 같소.
***
아차, 반탄력으로 공간이 스스로 돌아오는게 아니었다. 패울부의 말 그대로 종이처럼. 접혀있다면 손수 펴주는 정성이 필요했다.
종이, 종이.. 종이를 접음은 평면을 입체로 끌어올리는 과정과 같다. 그럼 입체를 접음은 입체를 끌어올리는 것과 같을 터.
입체를 접고 피는 4축의 계로....
***
사차원을 이해하는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모르죠.
왜냐하면 하란은 인간이 아니니까요!
여러번 연습한 끝에 4차원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 이제 준비가 된 것 같군.
패울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 가장 먼저 배울 선술을 골라보시오.
패울부가 손가락을 세 개 펼칩니다. 여전히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게 어려운지 하란이 바라본 패울부의 손가락은 고작해야 세 개 뿐이었습니다.
- 하나는 '축지'
그가 발걸음을 한 번 내딛으려고 한 상태로 발을 멈춥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싶겠지만...
공간에 이해도가 매우 높아진 하란의 눈에는 패울부를 중심으로한 접어진 공간의 축이 정확하게 보입니다.
- 둘은 '접지(接地)'
패울부가 세 개만 있는 손가락 중 가운데에 있는 손가락으로 공간을 푹 찌릅니다. 공간 너머와 현재의 공간이 만나면서 그 사이의 통로가 생기고 하란은 저 공간으로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합니다.
- 마지막은 '결계'
이번에는 패울부가 박수치듯이 두 손바닥을 마주합니다. 그러자 공간의 왜곡이 일어나며 그 비틀림의 현상이 단단해지거나 혹은 뒤틀려 알 수 없는 미지의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재료가 되는 것 같군요...
- 무얼 고르시겠소?
***
"으으음."
3개 다 하고 싶은데? 다만 패울부는 3개를 동시에 배우면 그녀의 머리가 터질 것을 염려하여 나름 완급조절을 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가장 먼저'라고 말하였으니 하나를 배웠다가 나머지 둘이 사라지는 대참사도 걱정할 필요 없어보이니...... 그녀는 턱을 매만지며 한동안 고민하였다.
"마지막 결계요."
***
패울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그럼 잠시.
꽈득.
약간 저항감이 있는 물체를 세게 쥐었을 때 들리는 소리가 귓가에 박힙니다.
이를테면 사과를 손으로 부술 때 나는 소리, 같은 것 말입니다.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하란은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도 그럴게...
지금 이 장소는 용궁이 아닙니다.
호화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애정을 담아 만들어낸 하란만의 작은 용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변은 온통 백색일 뿐인 공간입니다!
- 백색이 아니야.
패울부의 말투가 살짝 달라진 것 같은데요? 하란은 눈을 부릅뜬 상태로 패울부를 바라봅니다.
그의 모습이 조금 이상합니다.
이걸 지금껏 써오던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신성하고 고결한 문어?
아니. 문어...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하란의 머리에서 가장 저 모습과 근접한 단어를 꼽으라면 문어일겁니다.
그러나 '저게' 정말 문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닙니다.
어떤 문어가 저렇게 거대하고, 또 작으며 촉수들에 눈이 달려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초절정의 고절한 경지와 위대한 용의 인자가 하란의 정신을 보조합니다.
3단계 정신타격을 받습니다.
- 빛이 없는 상태인 것이네.
곧 패울부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결계라는 것은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그러니까 일종의 창조에 가까운 무언가.
점점 그의 말이 깨져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
말이 어떻게 깨질 수가 있죠?
생각을 하면서도 하란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약한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 점이 이루는 세계, 면이 이루는 세계, 공간이 이루는 세계, 그 이상의 무언가...
문장은 문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더 높은 곳, 더 위에 있는 존재. 인과율. 아니. 법칙. 아니. 모든것. 아니.
머리와 눈이 타들어갈듯 뜨겁습니다!
천마의 시선을 받았을 때 보다도 더욱...
눈을감았음에도비치는실핏줄과그너머로보이는세상에는거대한무언가가아니거대한것인지작은것인지분간할수도없는어떠한것이보인다저건무엇이고이걸바라보고있는나는어떻게바라볼수있는것인지알수가없다아니알수있다알고있다아니다나는모른다그무엇도모른다나는아무것도보지못했다그렇지않다너는이것을봤다너를바라보고있는두개의눈아니세개의눈아니네개의눈아니하나의눈하나이면서도무수히많은눈동자아니저건사실눈이아니라태양일지도몰라태양이아니라다른무언가일지도모른다그저둥그렇고밝게빛나고시선이느껴지는것뿐일지도모른다내가보고있는게무엇인지이해할수없다아니이해했다저건천마도옥황상제도원시천존도석가도아니다저건그저이세상을이루는어떠한법칙존재영원불멸하면서도찰나의시간을살며과거에존재했었고현재에존재하며미래에존재하는무언가이면서앞으로도없었고과거에도없었으며미래에존재하지만과거에존재하고현재에도존재하고그렇지않는무언가이다저건죽은동시에살아있고살아있는동시에죽어있다미래는과거로이어지고현재는분산되어산란한다내가보고있는건진리인가아니진리가아니다그냥머리가아파온다
하란은 눈을 뜹니다.
【 통제선공 】
성취 : 0성
??
- 0성 압축/팽창 : 내공을 100소모합니다. 공간을 압축/팽창시킬 수 있습니다.
***
생각
무게가 있는 것.
짓누른다 짓누른다 짓눌린다.. 아아아.... 일자一者? 이게 일자인가? 일자의 편린? 아니면 범梵?
뜨거워지고 뜨거워지다 뜨거워져서 펑 하고 터져버리고
조각들이 녹아서 세계에 녹아들며 하나이자 모든 것이되어 하나가 되고 모든 것이 되고 하나가 아니게 되고 모든 것이 아니게 되고 하나가 아니거나 모든 것이 아닌 것이 아니게 되고....
눈을 뜨면 그녀는 땅바닥에 곧게 누워서 죽을 듯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여 발끝이 쥐가 날 정도로 쭉 펴지고, 두 팔은 가슴 위에 오그라들어 펴질 생각을 않는다. 이대로 죽으면 염습사가 시신을 펴는데 고생꽤나 할 것이다.
떨리는 혀로 꺼내는 첫마디는 별것 없었다.
"왜..내가 용왕이에요? 왜 내가 주군인데?"
***
- 상제의 명이다.
패울부가 그리 말하며 팔짱을 낍니다.
아...예...그렇군요...
***
어리지만 자기도 신선이고 오래 살다보면 저기까지 갈 수 있을지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나..
'엄두가 안 나. 깊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모르는 것을 지금 하려다간 집착이 생기고, 그 집착이 오르는 길을 영영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아직 남은 두가지의 선법이 남지 않았는가.
"다음은..접지...접지로..."
***
- 지금 상태로는 무리일 것 같은데.
패울부가 거부합니다!
***
"히, 히이잉...."
하지만 이럴 때를 위해서 준비한 게 있단 말씀. 여봐라! '그거' 가져오너라!
#도화전 12개를 소모하여 신선주 1개, 약주 1개를 구매!
***
신선주와 약주를 구매합니다!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198
남궁 지원 37
강미호 60
모용중원(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7) 101
강 건 (수련스레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 229
재하 49
야견 (대련 관리자 : 정산 건당 +5)(50% 할인권) 127
고불 (50% 할인권) 262
이수아 141
***
뚜껑 딴다! 마신다! 회복한다!
"자아, 어때요? 이제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신선주와 약주로 정신타격 3단계를 회복합니다. 공간선술 다음 챕터 텔레포트로 フトスト !
***
사용합니다!
- ...
패울부는 지긋이 하란을 쳐다봅니다.
- 급하다. 그리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
그는 다시 손가락이 여섯개 달린 인간의 형상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니 일곱개인가?
- 통제선공에 대해 어느정도 성과가 있으면 다시 알려주겠소.
거절당합니다!
***
"......"
솔직히 좀 삐질뻔. 뭐 그녀가 모르는 사정이 있으리라고 생각은 된다만. 패울부는 그녀가 왜 그렇게 급한지 알 텐데! 어!
"그럼 뭐.. 다른 것부터 하구.."
수련해야 할 다른 것도 넘쳐나니 어쩔 수 없지. 흥이다. 그러나 패울부를 바로 돌려보내진 않았다. 만나면 또 다른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일 할때 말이죠. 뭐 불편한 거 없었어요? 일을 이렇게 하면 훨씬 편할텐데 왜 쓸데없는 방식으로 하느냐는 그런 생각 말이에요. 당분간 내가 정무를 보긴 어렵겠지만, 저번 회의에서 했던 말은 빈말이 아니거든요."
***
- 음.
패울부는 고민합니다.
- 하나 있긴 하지만 군주가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오.
...?
- 인간으로 화할 수 있는 자가 나뿐이외다. 군주가 없으면 바깥으로 가서 귓동냥이라도 해와야하는게 나 홀로란 말이오.
진짜 들어줄 수 없군요! 대체 어느 나라에서 왕이 직접 귓동냥하러 돌아다니냐고 아 ㅋㅋ
***
"...밖에 나가면 적당한 인간들이라도 찾아 볼게요."
그 뭐, 어디든 있겠지...이만 가보셔도 좋아요. 우리 개천궁 진짜 심각하다...아..
#분노의 생장선술 수련
***
40%
***
싯달타는 무턱대고 감정이 없는 빈껍데기가 되어라 하지 않았다. 감정의 흐름을 바른 시선으로 관찰하면, 끊임없이 변하는 감정과 생각이 나 자신이 아님을 깨닫는다고 했다.
신체도 다르지 않다.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하지 마라. 신경이 작용할 뿐이다. 신체와 생명의 흐름을 바른 시선으로 관찰하면, 역시 끊임없이 변하는 신체와 생명이 나 자신이 아님을 깨닫는다.
신체와 생명은 꼭두각시 인형과 같다. 집착하지 말고. 놓아버리지도 말고. 중용을 지키며..
***
- 9성 역성장 : 내공을 200 소모합니다. '지성없는 생물체'의 성장을 되돌릴 수 있으며 약화된 지성체의 성장 또한 되돌릴 수 있습니다.
***
수련에 열중하니 어느 새 시간이 이렇게.. 가볍게 입은 무복이 흠뻑 젖어있다. 그녀는 손등으로 턱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 해신께 바치는 제물
나머지 하나의 기연으로 영약을 먹고 싶어용 선술 연비 너모 무섭다..
***
영약 기연을 사용합니다!
드디어 에버노트 이름 옆에 있던 무림비사 - 미사하란(기연 1개)에서 (기연 1개)를 지워냈습니다! 아아! 뿌듯합니다!
***
(캡틴도 기억하고 계셨군용! 감격!)
오늘은 정말 알찬 하루였다. 하루종일 업무 땡땡이치고 수련만 하기..
아니지! 용왕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강해지는 거니까 이건 그 무엇보다 업무에 충실하였던 하루인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이어서~."
용왕님은 체통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한적한 궁내를 쫄랑쫄랑 걸어간다. 씻고 드러누울 생각이었다.
***
쉬려는 하란에게 눈치도 없이 내관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와 아룁니다.
"전하, 뭍에서 웬 인간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사옵니다. 무림인은 아닌듯 하옵니다만..."
***
"뭐라?"
바다도 아니고 무림인도 아닌 것들이 난리치는게 신경쓸 일인가. 나 이제 뜨끈한 물에 담궜다가 누우려고 했는데!
"그 난리가 무슨 난리냐. 자기네들 멱을 따서 여에게 바친다고 저러는 것이야?"
무슨 개꿀잼잔치가 벌어지길래 저런 일이 하란이한테 보고가 오는 것이지?
***
"그것이, 해룡신께 비를 내려달라며..."
아, 흔히 말하는 기우제로군요.
"인신공양을 하려하옵니다."
아.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그녀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인간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인신공양을 금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 도리어 자연이 자신의 피와 살을 인간에게 주니 인간 또한 그래야 하는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복건용왕이 인신공양을 받는다는 사실이 퍼져봐라. 복건용왕 본인보다 사람을 많이 죽인 무림인들이 악룡이니 악신이니 하면서 몰려들 것이다. 슬프지만 힘의 논리가 그러했다. 망할.
"저 생기다 만 것들이!!"
용왕님..긴급출동하신다...
***
그들은 난리부루수(亂理部累水)를 추고 있습니다.
거센 파도가 부숴지는 절벽에서 커다란 장대를 여러개 늘어놓고 그 위에 사람을 매달아놨습니다.
"위대하신 바다의 해룡신이시여! 비를 내려주시옵소서!"
화려한 색깔의 깃털을 모자에 꽂아놓은 무당 하나가 칼을 들고 미친듯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무당의 옆에는 별로 영험해보이지 않는 귀신 하나가 제삿상에서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
난리치는 무당. 장대에 묶인 사람. 제삿상 주워먹는 잡귀... 총제적 난국... 골이 절로 뻐근해졌다. 일단 분위기 연출부터 하고 저들에게 가 보자.
원래라면 저딴 놈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격 떨어지는 일이다. 인신공양만 아니었어도.
***
갑작스레 낀 안개, 그리고 그 안개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거대한 용의 그림자.
무당은 물론이고 옆에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며 간절히 치성을 드리던 모든 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하룡이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야야, 쟤 침 떨어진다.
***
말을 적게 할수록 좋겠다. 쉬이 짐작하기 어려운 신비와 그에서 나오는 신앙이 그녀의 동력이니까.
'그르륵...그르륵...'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물에 젖은 아가미가 펄럭이는 소리만 안개 너머에서 들렸다.
비를 내리겠다며 하는 짓이 고작 인신공양이라. 뭐...사람 고기를 어디다 쓰라고. 안개 속에서 용 발톱이 쑥 튀어나온다. 사람이 꼭 빙당처럼 묶여있는 장대를 꺾어서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시 내려놓았다. 이건 양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필요없는 것이다. 이거 말고 뭐 없니? 비는 어련히 내릴 때가 되면 내리겠으나, 순환을 조금 앞당기려면 이걸로는 부족하지.
인간제물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식어버린 발톱은 제삿상으로 향한다. 자기 손톱보다도 작은 그릇들을 이리저리 건드리고 다녔다. 더러는 땅에 떨어져 음식이 더러워졌지만 누가 뭐라고 하랴?
***
다들 덜덜 떨고 있습니다.
음...뭐 더 없는 모양인데요?
무당은 황망한 눈으로 하란을 바라보고 있고 귀신은 도망치려고 준비 중입니다.
허어.
감히 도망?
***
뭣도 없다. 거래의 기본은 상호간 유용한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인간에게 유용한게 그녀에게 있되, 그녀에게 유용한 것이 인간에게 없었다. 정확히는, 눈 앞의 인신공양 헛짓이나 하는 이들에게 없었다. 용왕전하께서는 이 유용한 것 없는 인간들의 난리에 수련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조금 짜증이 나. 혈검문이 내게 이렇게 해 주면 좋겠는데, 이 서류상 인구수 1 같은 녀석들이.
'그르르...'
이건 아가미 소리가 아니라 목울림이다. 그녀는 귀신에게 앞발을 쾅 하고 휘둘렀다. 사람도 눈 앞에서 모기가 앵앵대면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휘두르지 않는가. 딱 그 정도 행동이었다. 인간들에게야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가 한 뼘은 들썩일 정도로 큰 것이지만 말이다.
***
쾅!
귀신이 짜부됩니다.
짜부된 귀신을 보자...하란은 왜인지 모르게 식욕이 돋습니다.
왜 맛있어 보일까요?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하란은 그만...
꿀꺽!
음?
이놈...
역시! 제법 맛있습니다.
무당이 혼절하고 굿판은 난장판이 되어버렸지만 뭐 알빠입니까?
귀신은 제법 강력한 영이었는지 혼과 백이 흩어지면서 내공에 큰 증진을 이뤄냅니다!
내공 1갑자가 증가합니다!
현재 최대 내공량은 210년입니다.
기연이 종료됩니다.
***
물질을 먹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식욕이 이상하게 끓었다. 끌리는대로 입에 가져다 넣었더니만.. 1갑자! 무려 1갑자가!!
"하하. 하하하!"
띨빵한 저 인간들은 그닥 쓸모가 없었을지라도, 그들의 준비가 어떤 행운을 불러온 것은 명백했다. 무림인이나 신선이나 경지 다음으로 최고인 것이 내공이지 그래. 그녀는 기분이 좋아져서 껄껄 웃는다. 인간들 귀에 거대한 용이 꺽꺽인지 크륵크륵인지. 하여튼 저 소리가 웃음소리인걸 알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 것을 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 밖으로 흐르는게 세상 일이지. 생각지 못한 행운을 주었으니 여 또한 돌려주노라..
안개의 발 뒤에 있던 용은 머리를 돌려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자욱한 안개는 사람이 피부를 목화솜처럼 두드리는 보슬비가 되어 떨어진다.
***
비를 내려줍니다!
뭐가 어찌되었건간에 비를 내려주었으니 기우제는 성공입니다...
앞으로 협해용왕에 대한 기우제는 뭔가를 다 부술 수 있는 깽판 기우제가 될지도!
***
용궁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아까 있었던 일련의 우당탕탕 기우제 소동을 반추해본다.
'다음에 기우제를 지내겠다고 제 손으로 상을 차려놓고 제 손으로 상을 엎으면서 난동을 피우는 건 아니겠지?'
그녀에게야 제물이나 제삿상에는 관심이 없지만 내단귀신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비를 내려주었다. 하는 순서가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는 용왕님이 인간 제물은 안 먹고 제삿상을 다 부수더니 비를 내려주신 게 아닌가.
"몰라.. 어떻게든 하겠지."
용궁 가서 씻구 잘래용.. 수련하고 인간들까지 상대해서 피곤함..
- 팔백만신의 나라
- 용궁에 돌아가 코코낸내합니다!
커어어억...커억....크어억....
개운합니다.
***
야!! 잘 잤다!! 힘세고 강한 아침!! 오늘도 용왕님에게는 정무 빼먹고 놀러다닐...아니아니 수련을 할 기책이 있도다!!
그녀는 서랍에서 지필묵을 꺼내어 첫 문장을 어떻게 쓸 지 고민하였다. 이것은 신하들에게 내리는 교지이며 공자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놀러 갈 때는 반드시 어디로 가는지 알려야 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조정간난...."
잠깐 고민하고 빠르게 붓을 놀린다. 조금 있으면 또 통촉하소서 돌림노래가 시작될 시간이다. 그 글은 이래저래 격식을 갖추고는 있으나 뜻을 풀어 말하면 결국 다음과 같았다.
[왜구가 옛날부터 겁나 설친다고 들었음. 얘네들은 중원에 와서 노략질하고 사람 죽이는 거 외에 하는 게 없음! 이 해신이 보기에 심하게 아니꼬와 한번 잡아족칠 필요가 있겠음. 동영 본토에 들어가서 아주 쑥밭을 만들고, 하는 김에 돈 되는 것도 다 쓸어오겠음 경들은 나 없어도 하던대로 하고 있으면 됨.]
#너모나 유교적이고 성군이 쓸법한 교지를 써놓고 런 합니다 신하들이 기뻐하겠지?
***
왕사와 승상이 비명을 지르겠지만 뭐 알빠입니까?
하란은 동영으로 이동하고자 합니다.
동영, 해동, 서역 등은 북방과 남만과는 다르게 무림비사와는 매우 이질적이고 독특한 곳입니다.
즉, 무림비사와는 매우 다른 무대이며 무림비사와는 다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이를 주관하는 존재에게 있어서 이는 상당한 심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특수 무대 '동영'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합니다.
단, 되돌아올 때에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며 한 특수 무대로 이동할 때에 대가는 일회성입니다. 한 번 지불하면 원할 때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대가를 지불하십시오.
1. 도화전 30개.
2. 무작위 보패 소실
3. 무작위 무공숙련도 하락
***
허허 어찌 비명을 지릅니까? 가장(?)이 밖에서 돈 벌어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수련도 하면 될 것이고..
멋모르는 인간들은 동영에 가는 길을 몰라 속을 썩일것이나. 바닷길에 꽤나 빠삭해진 그녀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주 동쪽에서 시작하여 호를 그리는 열도선을 따라 올라가면 동영의 남단에 닿는 것이다! 그녀는 동쪽으로, 그리고 북쪽으로 헤엄쳐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화전 30개 지불하고 갑니다...
아니 하는 김에 기연이랑 선계탕후루도 하나 살게용 도화전소모 총 118개
***
구매합니다!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118
남궁 지원 37
강미호 71
모용중원 126
강 건 (수련스레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 257
재하 72
야견 (대련 관리자 : 정산 건당 +5)(50% 할인권) 151
고불 (50% 할인권) 276
이수아 157
여무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7) 76
녹사평
백시아 8
자련
막리현
하란은 규슈 남단에 도달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규슈 최남단에 진입하기 직전입니다.
- 대륙의 용이 어쩐 일로 태양이 뜨는 곳에 오고자 하는가!
바다가 일어나 거대한 거인의 형상을 갖추며 하란을 막아섭니다!
....그래봤자 하란보다는 작지만요.
***
섬들을 따라 북으로 북으로. 열심히 헤엄쳐 올랐다. 무슨 동영 선계의 문지기 같은 녀석이 막아설 줄은 몰랐다. 이 밤톨만한게. 물 속에 잠겨있던 몸을 쭉 치켜세웠다.
"......"
동영 왜구들이 중원의 바다를 노략질한게 몇 백년의 세월인가! 놈들의 씨를 말려버릴 것이오! 라고 곧이곧대로 말하진 않았다. 여기서 왜구가 잘못했냐 화구가 잘못했냐 시시비비를 따지러 온 게 아니지 않은가? 돈 벌러 왔지.
"비켜보소."
쫴깐한게 일단 별 것 아니어 보인다. 대충 밀어버리고 어디론가 숨어버릴 수는 없을까?
***
- 아니! 이런 폭걸르르르ㅡ르를르ㅡ르ㅡ르르르르르..ㄹ....
쓱 밀자 거인은 그대로 바다에 잠깁니다.
나약하군.
이게...동영의 수준?
하란은 그대로 쿵. 하고 동영의 땅을 밟습니다.
이제부터 하란은 동영에 진입합니다.
동영은 매우 이질적인 세상입니다...
그들에게 무림인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사무라이들이 무림인과 흡사합니다.
허나 이들은 관군과 낭인으로만 존재합니다.
현재 동영은 기존 귀족세력과 신흥 귀족 세력간에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땅을 다스리는 지방 토호, 즉 영주간에 전쟁이 매우 활발한 세상입니다.
중원과는 다르게 언제나 전쟁과 전투가 일상이며 이는 단순한 무림인간의 전투가 아닌 군대와 군대의 전투입니다.
그 뿐입니까! 수백만에 달하는 영물들, 즉 스스로를 신이라 일컫는 오만한 영물들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 멀리 대륙에서 온 거대한 용을 탐탁치않게 여길겁니다.
팔백만 신의 나라, 해가 뜨는 곳.
위대한 아마테라스의 후손이 다스리는 신성한 땅.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동영의 수준은 이정도였나.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본디 새외에는 정체를 알 수 없고 신비로운 힘들이 도사리는 것이 아니었나.
"야오요로즈.. 뭐라뭐라 하더니. 그게 마냥 헛물은 아니겠지. 아무렴 새외라도 이리 약한 자들만 있겠는가.."
거인을 밀어내고 점차 바다가 얕아졌다. 그녀는 인간의 모습을 하였다.
...
..
...
해안에 올라 머리카락을 쭉 짰다. 그래서 왜구는 어디에 있는가. 낮선 식생과 낮선 지형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으나 그 외에는 특별한 게 없어보였다. 마침 상륙한 곳에 왜구의 본진이 있다는 터무니없는 행운도 찾아오지 않았고.
"중원말 하는 놈 한 명은 있겠지?"
영물들은 그녀를 백안시 할 터이니 바로 물어보기가 마뜩찮았다. 그럼 남은 것은 인간인데, 안타깝게도 '중화'에 물들어 자라온 그녀에겐 새외라 해도 중원말이나 한자가 통하는 구석이 있을 거라는 그릇된 믿음이 있었다. 동영에는 동영의 언어와 문자가 있음을 앎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녀는 어디로든 걸으며 사람 사는 곳을 찾아보려고 하였다.
***
사람 사는 곳을 찾아보....기 전에!
제법 커다란 기운이 또 느껴집니다.
이건, 절대 사람의 기운이 아닙니다.
- 크르르르...
거대한 늑대 무리가 하란의 시야에 나타납니다.
- 大きなミミズ!
- 嗅いだことのないにおいだ
- 何だテメー
??
뭐라는겨.
***
그녀는 품 속에 종이로 싸 온 탕후루를 보면서 작게 웃었다. 중원말 할 줄 아는 자를 찾으면 이걸로 살살 꼬드겨서 안내자로 끌고다닐 요량이다. 동영 촌놈들, 단 맛이나 본 적 있겠어? 하지만 그녀의 희망찬 상상은 얼마 가지 못했다. 웬 늑대 때가. 영물들이다.
"你說什麼?" (뭐라고?)
나 동영말 몰라.. 일단 으르렁거리는 기세가 우호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고 화내는 건가...?
전부 죽여버리고 내단과 고기를 취하는 방법 또한 못할 짓은 아니지만, 이곳은 머나먼 땅 동영이다. 중원에서도 후환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살생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 하물며 동영에서는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결정적 순간이 오기 전까지 불필요한 살생을 지양하고 시선을 끌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중간에 뜬금없이 발목이 잡혀 넘어지기 싫으면..
"知道了. 走別的路不就行了嗎." (알겠다. 다른 길로 가면 될 것 아니냐.)
***
서로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컹! 컹!
늑대들은 울부짖고 하란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줍니다.
그러자 늑대들은 의기양양하게 길게 우는군요.
아이고야 시끄럽고마잉...
입맛이 씁니다.
저게 다 내단인데.
***
"한입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그녀는 뒤돌아 궁시렁거렸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거.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지 않은가. 저것들을 잡고 푹 고아먹으면 동영까지 오는데 생긴 여독을 풀기에 좋을텐데.
"여기가 복건이었어봐라. 너희 모두 불경죄에 역모죄로 확.."
나는 아기 용왕 친구가 없네.. 흑흑
***
말 통하는 자를 찾아가기 위해선 바다로 빙 돌아가거나, 늑대들의 영역을 뚫고 지나가야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바다로 빙 돌아갑니다
이거 바다요괴들이랑 또 마주치는 각인데
***
바다로 빙 돌아갑니다.
왼쪽과 오른쪽 중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
#삐삑 왼쪽으로 갑니다 규슈에서 왼쪽이면 나가사키 방향인가?
***
왼쪽으로 갑니다...
왼쪽으로 이동하다보니 오른쪽에 해안선이 보입니다.
계속 가실수도, 중간에 멈추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이 쯤 왔으면 괜찮은가.."
#멈추고 인간폼으로 올라가봐용!
***
인간의 형태로 해안가에 나타납니다.
아무리봐도 늙은 것 같은데 소년의 모습을 한 어부들이 그물을 정리하다가 갑작스레 나타난 하란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뭐라뭐라 말을 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하겠군요.
허허. 그래그래.
***
'어부들이 오가는 곳인가. 마을로 통하는 길이 근처에 있겠군.'
깜짝 놀란 사람들은 그녀에 안중에 없었다. 여기보다 더 큰 곳으로 가야 한다. 항구를 낀 곳이면 더 좋다. 그 쯤은 되어야 말이 통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주변을 한번 훑어보고, 걸음을 옮긴다.
***
#걸어간다..그리고 기연 사용해용!! 백면금모구미랑 친구먹을래용!!!!!
- 명계하강
- 백면금모구미와의 기연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정말로?
***
아몰것다 구미호 볼거에용 파멸서사 나오면 그건 그거대로 맛있겠지. 어차피 남들은 구미호가 용왕님 홀렸다고 할거고 하란이 입장에선 불가항력이었다는거 사람들 신선들 다 알테고 할까말까 고민될때면 일단 하고보라고 했고(미쳐감
#백면금모구미와의 기연을 사용합니다
***
부활권을 하나 사두시는걸 추천합니다.
기연이.
발동됩니다...
***
낮선 바다의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별 것 아닌 바람인데, 왠지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느낌이 무엇인지 결을 정리해 보려고 했으나. 이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가던 걸음을 재촉한다.
***
걸어가던 도중, 무언가 황금빛이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그대로 정지합니다.
날아가던 새들도.
뛰어오르던 사슴들도.
바다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들도.
자라나던 꽃잎과 음악을 연주하던 풀벌레들도 모두.
모두 정지합니다.
압도적인 기운이 다가옵니다.
저게.
뭐지?
두 눈이 타오를 것 같습니다.
아니, 타오를게 분명합니다.
하란은 즉시 눈을 감습니다.
- 넌 누구니? 누구길래 전혀 없던 운명의 끈을 나와 이은거지? 뭐지? 뭘까? 선계의 위대한 존재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낸게 너같이 어리고 작은 용이라구? 그럴리 없는데...넌 뭐니? 응?
소리가 들리지만 들어서는 안됩니다.
하란은 두 귀를 막습니다.
얼굴이 따뜻해집니다.
***
재앙이 길 위에 있다. 바다거인을 밀어버리며 생각했던 동영의 수준이 이 정도냐는 오만. 불인한 하늘은, 입 밖으로 낸 적도 없는 생각을 응징하고자 하였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 있다. 숨결이 닿자마자 알았다. 승천할 때 천마신의 시선. 죽음을 맞이했을 때. 또는 패울부의 편린을 보았을 때. 그런 것들과 같은 부류다. 적어도 지금은, 어쩌면 영원히. 감히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것. 그녀는 폭풍 앞에 엎드린 사람처럼 눈과 귀를 닫았다. 무심하게 쓸고 지나가는 재양이다. 가만히 낮추고 있으면 지나갈 거야.
"سيكون الموت نهاية آخر وبداية......"
처음 들었을 때는 저주처럼 머리에 쑤셔박혔던 문장을 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력한 인간이 주술을 바라듯.
***
- 어? 뭐야. 재밌는 아이구나! 호호호!
강렬한 진동이 도처에 울려퍼집니다. 하란의 얼굴은 이제 따뜻한걸 넘어 축축해집니다.
- 시동으로 삼고 싶어졌어...으음, 표식이라도 남길까?
몸이 한계에 도달합니다.
- 이런! 이러다가 부숴질텐데...어쩌지?
빠직.
- 어?
미사하란은 다시 한 번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 아, 안되는데! 아직인데!
빠지직.
콰득.
꽈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죽음이 온 몸을 뒤덮어갑니다...
지금이라도 도망친다면, 살아남을테지만.
조금이라도 머뭇거린다면 죽을겁니다.
- 가, 가지마!
***
몸이 터져나가고 있다. 저것의 기세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별똥별의 폭풍 가운데 부딪치고 찢기고, 뜯겨져 나간다. 산산히 부서져 가루가 된다. 그녀는 두 번째 죽음을 직감했다.
'죽음..'
돌아가는 맷돌에 갇힌 가운데. 죽음을 떠올리자 정신에 맥이 조금 돌아왔다. 죽음. 죽음은 나중의 끝이요..
"بداية.."
시작이 되리라. 그녀는 남아서 버티기를 택한다. 죽음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일도 사소한 일도 아니며. 죽음과 살아남은 살면서 으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닌가!
#도망가지 않습니다.부활권을 구매합니다
***
مرة ثانية
سيكون مختلفا عن المرة الأولى
하란은 눈을...뜹니다.
눈을 뜬 그 곳은.
...?
어둡고 뜨겁습니다.
하얀색으로 가득한 도사와 검은색으로 가득한 도사가 놀라 하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그, 신선이, 명계에는 어쩐 일로...?
그 중 검은색으로 가득한 도사가 머뭇거리며 하란에게 묻습니다.
***
첫 죽음은 두렵고 황망하여 되는대로 휩쓸리다 깨어난 것이 고작. 하지만 이번에는 침착하게 모든 과정을 관조하려고 하였다. 자신에게, 주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운명의 장난이라. 두번째 죽음은 첫 죽음과 확실히 달랐다. 심지어 죽음의 경구도 달라졌다! 그녀는 이마를 탁 친다.
"이상하다..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나 죽었소! 정직하게 말하면 49일의 지옥순회로 끌려갈지도 모르니, 그녀는 일단 능청을 떨었다. 죽음에 놀라서 울부짖지 않는 심력이 이젠 그녀에게 있다.
"죄송하지만 돌아가는 길을 아십니까? 길을 잘못 든 모양입니다."
***
"..."
두 도사가 황망한 얼굴로 하란을 쳐다봅니다.
"그...여기 명계라니까요."
...?
그게 뭐.
어쨌다고.
"돌아가는 길 따위가 있을리 없잖습니까."
***
"아니 들어온 길이 있으면 나가는 길이 있는 것도..."
명계.. 사후세계. 그 말의 의미가 한 박자 늦게 떠올랐다. 뭐냐 그럼. 정말로 지옥을 돌면서 심판받아야 한다고? 아니, 그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명계에 진입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저 여기서 살아야 해요??"
아 ㅋㅋㅋ
***
"그...일단 이리로 앉으시고..."
검은 도사가 하란을 데리고 와 앉힙니다.
"여기, 여기, 여기...예예. 붓 드시고 예..."
그리고는...
"거기. 아니아니. 거기 말고. 그 아래. 예. 거깁니다. 예."
응?
"거기에 이제 이름을 적으시면..."
뭔 개수작이야!
"으헉!"
하마터면 강제로 명계의 판관이 될 뻔 했습니다...
취직을 넘어서 강제로 강등당할 판!
아! 너모 무섭다 저승!
"그으...신선께서는 죽으신게 아니십니까...?"
***
미사하란. 최근 나사빠진 급발진으로 신하들을 공황에 빠뜨리는게 취미인 악동 용왕. 하지만 그녀의 명석함은 사서에 기록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옥좌의 주인으로서 행정의 정점을 다루는 자! 어딜 감히 이런 서류 장난을! 종이를 구겨서 홱 던져버린다.
"죽긴 했는데...아니... 저번엔 죽어도 재깍 되살아나길래 이번에도 그럴 줄 알구.. 하긴 죽음이라고 매번 같을거란 보장도 없는 건데."
"아... 내가 바보지 바보야.."
그녀는 악성 민원인같이 꿍얼댔다.
***
"그럼 역시 명계의 판관이 되시는게 어떻습니까? 저희 복지가 나름 괜찮습니다."
하얀 도사가 씨익 웃습니다.
하얀 도사의 몸 중에서 유일하게 하얗지 못한 곳이 있다면 바로 눈 밑일겁니다.
...누가봐도 과중한 업무에 치여 죽어가는 얼굴입니다.
***
"....."
그녀는 자신이 아는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저승으로 떨어진 신과 인간들의 이야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귀중한 이정표.
명계의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이름을 바쳐서도 안 된다. 하여튼 여지를 줄만한 짓은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 정말 영원히 명계에 묶이거나, 명계의 사슬을 목에 달고 겨우 돌아가는 꼴이 될 것이다. 그녀는 자기 입을 자기 손으로 꼭 틀어막았다. 그리고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래도 명계에서 시작하는 건 싫어!!
***
"....쯧."
"...쳇."
...? 너네 지금 혀찬거야? 어?
"그러하시다면...역시 재판을 받으실 수 밖에는 없지요."
크흠, 하고 검은 도사가 말합니다.
***
"재판이요? 저는 염라대왕 앞으로 가는 건가요..?"
하란이는 아마. 뭘 해도 패소하지 않을까. 고작 지옥이 주는 고통에 겁먹을 그녀는 아니나, 가히 수백년 수천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시간이 너무나 뼈아팠다. 지옥의 형벌이 끝나도 복건용왕 미사하란으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그래도, 이제 와서 착하게 살 걸 하는 후회는 안 든다. 그녀도 지옥에 대해서 안다. 지옥의 기준으로는 부처도 유죄 판결이 나올테니까..
***
"어디보자...우선 진짜 아무짓도 안할테니 이름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명적과 선적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이번에는 알려줘도 됩니다.
김캡피셜입니다.
***
간악한 명계의 판관이 하란이 이름을 훔친다!!!!! 라고 다시 입을 막을까 했지만.. 김캡의 보증! 믿음직하다! 명계에 떨어진 신이나 영웅에게 수작질하는 신화가 한둘이어야죵!
"이름은 미사하란이구요. 복건성 용왕이요.."
***
"호오..."
도사들이 명적을 확인합니다.
"음...허..."
그리고는 신기하다는듯 장부를 쳐다보다가 하란을 쳐다봅니다.
"큼큼. 잘 봤습니다. 저희가 보아하니, 재판은 딱 하나만 받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참, 허어...이럴 수가 있나."
***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하나의 재판만 받으면 되는 것은 희소식! 하지만 두 도사들의 반응이 미심쩍었다. 그들도 처음 보는 경우가 나온 모양인데..
두번째 죽음이라 뭔가 있나? 일단 정상적인 일이 아님은 확실해 보인다.
***
"아니, 이게 참...말씀드릴 수는 없는데...허어...이런 경우는 정말 우리도 처음이라 말입니다..."
그들은 연달아 탄성을 내뱉습니다.
"아무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괜찮겠지? 남들은 가지 못하는 지름길 샛길이 열린 것이겠지? 그녀는 마음 속의 불안을 애써 달랬다.
살면서 일어나는 별 것 아닌 일 중 하나에 불과할 뿐...
***
따라갑니다.
그곳에는....!
놀란 눈으로 하란을 쳐다보는, 전통적인 판관의 복장인 저승의 판관이 보입니다!
옷의 색깔이 검은색인 것과 인간 시절에 봤더라면 보자마자 졸도했을게 분명한 외모만 아니라면 현세의 판관과도 딱히 다를바 없어보이는 평범한 판관입니다.
"그, 신참인가?"
아닌데요.
"신선이 판결을 받으러와? 아니 왜?"
그러니까요 아 ㅋㅋ
***
"엄..."
이 흑백 두분께 여쭈시지요. 선적도 이분들이 보고 확인도 이분들이 하시고..
***
판관은 급하게 확인합니다.
미묘하게 시무룩해진 것 같습니다.
주변에 서있던 다른 영가들이 하란을 보고 수군수군거리고 있습니다.
"어흠. 아무리 선인, 아니 선룡? 허어. 이를 참...아무튼 신선이라 하셔도 순서는 지키셔야겠소."
한동안 순서를 기다리고 곧 하란의 재판이 다가옵니다.
"...뭐 딱히 신선이시니 볼 것도 없겠지. 약식으로 판결을 내리면..."
"복귀"
미사하란이 눈을 감았다 뜨자, 다시 지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