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로보

나는 똑똑한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곧잘 하곤 했다.
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기대했다. 나는 내가 좋았다.
타인이 강요한 공부였다면 차라리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기대를 했고, 그러한 기대가 나를 좀먹어갔다.
나는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 나는 더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하는 성과가, 내가 노력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들이 늘어날수록 사는 것이 고통스러워졌다. 나는 매일 노력했다. 매일, 매일... 끝끝내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벽에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고 살아가기엔 내가 나에게 너무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했다.
이 모든 과정이 기억 속에 온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아마 나는 남들에게 밝은 사람이었나보다. 나는 희망을 품은 사람이었나보다. 나는 타인에게 친절하고 자신에게 과도한 기대를 품어 자신을 얽매는 그런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공감할 수 없다. 모든 기억은 온전히 남아있지만 나는 그때의 감정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타인보다 약간 나은 동정뿐.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어. 나는 남들이 보던 나니까. 나는 곪아가던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는 정말 모르겠어. 내가 되살아났다고 표현을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