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항목:초능력 특목고 모카고 R2
"글쎄, 이렇게 보여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
2. 외모 ¶
"여기서 외모를 크게 따지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은빛 단발 머리카락은 조금 푸석푸석한 듯 생기가 없고 푸른 빛을 띄는 눈동자는 여전히 빛나진 않지만 이것들이 합쳐져 제법 귀여운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입학 전까지만 해도 눈동자처럼 짙은 푸른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시점부터 색이 조금씩 빠지더니 회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본인 말로는 여기서 고생했다는 결과라지만, 사실 본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였는지.
교복은 당연하게도 정복이다. 매주 세탁을 맡기며 잘 각잡힌 모습을 보이려 한다고.
몸에 딱히 군살이 있는 건 아니다. 체력을 위해 늘 유산소 트레이닝을 하다보니 딱히 문제가 있는 체형은 아니기도 하고.
키는 160..이 조금 안된다. 신장 측정을 할때마다 조금씩 기대해보지만 마치 역설처럼 160에 도달할 듯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3. 성격 ¶
"너무 무섭게만 보지 말아줘. 그저 피해를 주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것 뿐인데."
평상시에는 딱히 딱딱하지도, 무겁지도 않으며, 오히려 밝고 부드러운 성격이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커피를 쏟아도 뜨거워하지만, 실수였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줄 사람. 청소와 봉사활동 같은 일을 먼저 나서서 해줄,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저지먼트로써 활동할 땐 매우 차갑고 단호해진다. 탈선을 저지르는 학생들에겐 피도 눈물도 없는 정신 나간 여자란 소릴 듣고 있다. 그리고 본인은 그 소리를 듣고 불만을 품고 있다.
청윤의 이런 성격은 그녀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상인 공리주의와 연관이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하는 공리주의적인 사상에 깊게 영향을 받은 청윤은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소수에게 큰 악감정이 있다. 한 사람이 교칙을 지키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두 사람, 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네 사람이 있는데 어째서 관용을 베풀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청윤의 태도는 어떨 땐 모순적일 때도 있다. 만약 모두가 조용한 교실에서 눈치 없는 누군가가 떠든다면 나서서 조용히 시키겠지만 잠시 느슨해진 분위기가 된 교실에선 어지간해선 직접 나서지 않는다. 피해를 볼 사람이 지금 교실에서 떠들고 있는 학생들보다 적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청윤 본인의 말로는 자신은 저지먼트로써 일할 때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가끔가다 보이는 어두운 얼굴과 한숨은 전혀 연기 같아 보이지 않는다.
4. 기타&특징 ¶
- 리본을 만진 뒤 옷깃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다.
- 책도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원래는 철학책만 읽었지만, 요즘은 진로에 대한 책도 조금씩 읽는 중이다.
- 청소를 좋아한다.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그리 어렵지 않은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그녀의 기숙사 방은 좀 너저분하다.
- 공부의 경우는 못하진 않는다. 하지만, 특출난다보기에도 애매한 실력이다.
- 좋아하는 음식은 볶음밥, 싫어하는 음식은 도넛이다.
- 생일은 5월 15일.
- 아버지는 경찰, 어머니는 주부지만 계약직으로 사서로 일할 때도 있으며 오빠는 적절한 공대에서 공부 중이다.
5.1. 기본 배경 ¶
아버지가 경찰이셨다. 경찰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청윤은 정의롭게 보이던 아버지를 동경했고 늘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청윤이 공리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게 된 것도 크게 이상하진 않으리라.
하지만 중학생이 되기 직전 바라본 현실은 그렇게까지 밝지 않았다. 청윤은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과연 경찰이나 군인이 다수를 위해 싸우는 게 맞을까? 오히려 소수를 위해 다수의 행복을 뺏지 않는 걸까? 현실을 바라보고 나니 자신이 그동안 바라 온 것이 너무나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허무함에 빠진 청윤은 차라리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부모님에게 인첨공에 가겠다고 말했다. 설득은 의외로 쉬웠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아이가 직접 인첨공에 가겠다니, 자식의 꿈을 응원하는 아버지의 입장에도 이제 중학생이니 제대로 경찰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처럼 느끼신 모양이다. 서로 생각은 달랐지만, 목적은 같았기에 중1이 되고 청윤은 혼자 인첨공에 왔다.
그렇게 인첨공에서 지내며 경찰이 되고 싶었던 마음을 완전히 버린 줄 알았더니만, 청윤의 많은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생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샌가 이끌리듯 저지먼트에 가입하고 말았던 것이다. 청윤은 진정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두루뭉술하게 밖에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저지먼트를 계속하고 있다.
5.2. 연구원 ¶
청윤 전담 연구원이다. 학생들에겐 매우 무신경한 성격. 여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묶어두곤 전기 충격 훈련을 진행했다. 요즘은 바쁜 듯..?
5.3. 모카고 도서부 ¶
모카고에 존재하는 도서부. 독서 토론도 하고, 책을 읽은 경험도 공유하고. 평범한 동아리이다.
- 부장 - 검은 머리에 안경을 씀
- 초록머리 여학생 - 소극적인 성격
- 분홍머리 여학생 - 적극적임. 밝음.
성향이 좀 빨갛다는 소리를 듣는다.
- 파란머리 남학생 - 좀 관망하는 성격.
츤데레
5.4. Ullucky(율럭키) ¶
에어버스터에게 쓸려나간 스트레인지에서 빠르게 세력을 넓혀가는 중인 스킬아웃 집단. 능력자를 보유한 것과 인맥들을 만드는 운까지 겹치며 스트레인지의 몇몇 세력들과 충돌하고 있지만 건실하게 세력이 다져지는 중이다. 스트레인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태조 왕건의 왕건 부인들이나 야인시대의 명동파처럼 어떻게 알아서 논평하는 논평가들이기도 하다.
빨간 스카프 - 할리퀸 같지만 의외로 그냥 약쟁이이다. 포이즌 버스트(Poison Brust)[2] 3레벨 후반대의 능력자.
철모 - 새롭게 데려온 녀석들 중 스트레인지에 로망을 느끼고 커리큘럼에서 탈출한 녀석. 오버리미트 (Over Limit)[3] 능력자로 2레벨. FM 성격으로 충성심도 대단하다.
5.5. 인첨공 3학구 OO경찰서 ¶
인첨공의 평범한 경찰서. 뛰어난 안티스킬들이 여럿 있다. 최근에 인원 전입이 있었고, 4레벨이나 되는 형사가[4] 빠르게 당해 쓰러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모시호 - 대충 강력 4팀 아니면 마약과. 라인을 잘못 타서 인첨공으로 떨어진 형사. 막나가기로 결정해 마약들을 빼돌리고 있다. 청윤의 원수.
시호의 부하 - 대략 2~3명? 시호랑 같은 과로 간 사람이 있고, 정보과로 간 사람 한 명, 포섭한 사람도 한 명 있다.
시호의 부하 - 대략 2~3명? 시호랑 같은 과로 간 사람이 있고, 정보과로 간 사람 한 명, 포섭한 사람도 한 명 있다.
5.6. 기타 설정 ¶
샹그릴라 - 1부의 주요 소재. 계수를 떨어뜨리는 마약. 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 계수가 오히려 상승하며 중독 증세도 있다.
M 스테로이드 - 맞을 때마다 엔도르핀을 더 증폭시키는 약. 고통을 쾌락으로 바꾸는 약이나 중독성이 매우 높으며 자칫하다가 숨쉬는 걸 깜빡해 죽는 등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하이퍼 스테로이드 - 스테로이드보다 빠르게 복용자를 근육질로 만든다. 다만 조직 괴사 위험성과 근육 파열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은 편.
M 스테로이드 - 맞을 때마다 엔도르핀을 더 증폭시키는 약. 고통을 쾌락으로 바꾸는 약이나 중독성이 매우 높으며 자칫하다가 숨쉬는 걸 깜빡해 죽는 등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하이퍼 스테로이드 - 스테로이드보다 빠르게 복용자를 근육질로 만든다. 다만 조직 괴사 위험성과 근육 파열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은 편.
6. 통지표 ¶
대분류: 에어로키네시스(Aerokinesis)
소분류(특화능력): 컴프레스 스나이핑(Compress sniping)
개요: 대기를 압축해서 손가락 끝에서 총알처럼 발사하는 능력. 공기로 만들어진 총알을 자유롭게 생성해서 쏠 수 있으며 공기에 섞여있는 특정 원소만을 압축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저격하는데 특화되어있는 능력이나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저격수처럼 시력이 좋아지거나 움직임이 민첩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육체적인 조건은 스스로 만들어야만 한다. 조용하게 발사할 수도 있고 대포소리처럼 커다란 소리를 내서 발사할 수도 있으니 각각 상황에 맞춰 사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소분류(특화능력): 컴프레스 스나이핑(Compress sniping)
개요: 대기를 압축해서 손가락 끝에서 총알처럼 발사하는 능력. 공기로 만들어진 총알을 자유롭게 생성해서 쏠 수 있으며 공기에 섞여있는 특정 원소만을 압축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저격하는데 특화되어있는 능력이나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저격수처럼 시력이 좋아지거나 움직임이 민첩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육체적인 조건은 스스로 만들어야만 한다. 조용하게 발사할 수도 있고 대포소리처럼 커다란 소리를 내서 발사할 수도 있으니 각각 상황에 맞춰 사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7. 독백 ¶
- 정신나간 여자로 불린 이유
- 시기는 현재로부터 몇 달 전, 청윤이 1학년이던 시절이었다. 그때도 열심히 활동하던 저지먼트였던 청윤은 늘 그렇듯 순찰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학교가 조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발걸음에 뒤를 돌아보니 배트를 든 스킬아웃 둘이 다가오고 있었다.
2인 1조로 함께 순찰하던 동료가 앞을 보라고 말해 급히 다시 앞을 보니 앞에서도 스킬아웃이 다가왔다. 아무리 봐도 목표는 우리, 저지먼트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저지먼트에게 진압당하고 앙심을 품었는지, 아니면 학교 내에서 청윤의 벌점 기준이 엄격하단 소리가 돌고 있다는데 앞에서 둘, 뒤에서 둘이라. 스킬아웃들과 싸운 건 처음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봐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거, 불법인 건 아시죠?"
청윤은 딱히 긴장한 기색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옆에서 동료가 안티스킬에게 연락을 하곤 있기에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보려는 나름의 도발 수였다.
"이 상황에서도 그렇게 당당하다니, 이걸 맞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이미 눈이 뒤집힌 스킬아웃이 달려오며 배트를 휘두르려 하자 미처 삼단봉을 꺼내지도 못한 청윤은 급하게 그에게 달려들었다. 머리론 가슴을 빌고 팔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발로 손을 밟아 배트를 떨어뜨리게 했다. 하지만 직후 다른 녀석이 배트로 청윤을 공격했다.
배트가 머리를 스치듯 맞았고 얼굴 옆면이 벽에 제대로 부딪혔다. 놀라 청윤을 다급하게 부르는 일행의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앞이 흐릿했다. 땀인지 피인지 뭔가가 머리 옆으로 흘렀다. 하지만 청윤은 초점이 나간 눈으로도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머리를 맞춘 스킬아웃을 바라봤다. 당황한 스킬아웃이 미처 다시 배트를 휘두르지도 못하고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청윤은 그 불량배를 밀어붙이며 삼단봉을 꺼내 머리를 옆으로 내리쳤다.
맞은 불량배는 옆으로 쓰러지며 기절했지만, 그 사이 청윤에게 깔려있던 불량배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삼단봉을 든 손을 붙잡곤 배트로 치려고 하였다. 이에 청윤은 자신을 맞추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가까이 붙더니 얼굴을 손톱으로 붙잡곤 꽉 쥐었다. 불량배의 고통섞인 목소리도 잠시, 청윤은 조금 다리만 뒷걸음질을 치더니 벽으로 함께 달려들어 머리를 벽에 부딪혔다. 두 번은 무리였는지 결국 이 불량배도 뻗어버렸다.
때마침 일행도 두 불량배를 쓰러트렸는지 청윤에게 다가왔다. 일행은 청윤의 머리를 가리키며 피가 많이 나고 있다고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청윤은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곤 피가 흥건하자 이렇게만 말하곤 기절했다.
이후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청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들었다. 저 스킬아웃들은 저지먼트에게 한번 진압당해 앙심을 품고 있던 녀석들이었고 만만해 보이는 청윤 일행을 보고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경고의 표시를 하기 위해 습격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나마 둘이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았던 것에 배트를 제대로 휘두를 줄도 모르는 허접한 녀석들이라 살았던 것이다. 물론 그래도 불리한 상황에서 최대한 빠져나가려고 하기보단 무작정 달려들었던 것도 사실이기에 조금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배트에 맞았던 부상도 뇌진탕이라 몇주간 두통약을 달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잔소리와 두통보다도 청윤에게 더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그때 피투성이가 되어서 눈이 돌아가 막싸움을 벌였다는 게 스킬아웃과 양아치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고 퍼졌는지 그동안 엄격했던 것과 결합해 한번 탈선을 저지르면 배트에 머리를 얻어맞고도 어떻게 해서든 잡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신 나간 여자란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평상시 청윤의 모습을 아는 친구들이 많기에 탈선을 저지르는 학생들 사이에서의 소문을 제외하면 금방 잦아들었지만 자기 나름대로 잘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청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
- 왜 청윤은 은우의 백업으로 나섰을까?
- "나의 일은 끝났다.라..."
존 스튜어트 밀의 유언이었다. 공리주의라는 개념을 제러미 벤담에게서 받아 발전시켰지만 이후 정치에서 너무 진보적인 평등권을 내세운 바람에 웃음거리가 되었던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제러미 벤담은 유언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신을 그저 태우거나 묻지 말고 해부 실습에 쓰거나 시신을 보존해서 전시하자는 개념을 내새우고 자신도 박제가 되어 공리주의의 아이콘으로써 영원히 남았다.
"한번 꼭 뵙고 싶네."
그렇게 청윤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벤담의 박제를 보는 것이 오르게 되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도, 사회를 위해, 다수를 위해, 저렇게 자신의 한몸을 바칠 수 있을까? 경찰이란 꿈을 버리고서도, 열심히 저지먼트 활동을 하면서도, 머리가 깨지고 피를 질질 흘리며 백색광귀라는 별명을 얻고서도, 그 질문은 청윤을 괴롭혔다.
특히, 경찰이란 꿈이 버려지고 나서부턴 경찰이 되고 그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질문의 괴롭힘은 더더욱 심해져갔다. 그렇지만, 어느 날, 청윤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경찰이 아닌 다른 일로써 어떻게 사회와 다수를 위해 해야할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저지먼트로써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최선, 그것 만큼은 확실해.'
하지만 청윤의 시선은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하지만.. 각오가 더 필요할지도..'
- 막 나가기 시작한 청윤
- "..도저히 모르겠어."
그렇다, 이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현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한때 그녀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대부분의 경찰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그것을 증명한 무능한 태도는 청윤이의 스트레스 지수를 올린 것이 분명하다. 병원에서의 일도 청윤이에겐 스트레스였다. 실제론 그는 리더였고, 그만큼의 강함을 가졌다. 하지만, 청윤 본인으로썬 알길이 없었고, 블랙 크로우의 일원 한명도 제대로 쓰러트리지 못하는 자신의 약함에 대한 무력감이 생겨났다.
그 무력감은 열등감이 되었고, 열등감은 무능함에 대한 분노가 되었고, 분노는 자기혐오의 형태로 나타났다. 원래였다면 열등감에서 그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레벨3이 되어도 레벨4에겐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 도넛이란 단어도 그녀의 스트레스를 상승시켰으며 가고 싶지 않았던 시위 현장에서 샹그릴라가 안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씩은 동의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시위 현장에서 겪은 노이즈는 그녀의 무력감이 합쳐지니 자기 혐오가 되어버렸다. 자기 혐오란 감정이 생겼으니, 그녀의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지더라도 다시 생기곤 했다. 시위 현장에서 벗어난 뒤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몸부림칠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었다.
연습할 사항은 많지만, 고작 제압탄 밖에 쏠 수 없는 자신, 레벨3이나 되면서 약하다니, 레벨 0~2를 우롱하는 것 같은 자신, 부장에게 의견 표출을 하지도, 부장의 말을 따르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해보이는 자신, 그렇게 스스로의 모든 것을 깎아내려가다보니 그녀는 금새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커피만을 연거푸 들이키며 일상루틴만을 보내는 것. 책을 읽지도, 볶음밥을 먹으러 나가지도 못했다. 저지먼트로써의 모습이 조금 더 폭력적이면서도 지친 것처럼 변했다는 소문이 슬금슬금 돌기 시작했다.
#
참고로 이는 # 으로 끝났다.
- 청윤의 과거 - 1
- 어렸을 때, 정확히 몇 살부터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난 경찰이 되고 싶었다.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경찰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마치 현실의 영웅 같달까. 그때 모습을 보고도 경찰이라는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러던 중 어쩌다 읽은 어린이를 위한 공리주의 입문서를 통해 난 공리주의에 경도되었다. 공리주의는 경찰이 되겠다는 나의 꿈과도 잘 맞았다.
부모님께서도 경찰이 되겠다는 내 꿈을 듣곤 좋아하시며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다 하셨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다니며 난 늘 장래희망에 '경찰'이라는 말을 적고 다녔다.
그러던 초등학교 2학년 유독 시끄러웠던 하루, 난 부모님 손에 이끌려 마트로 가고 있었다. 원래는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버스가 중간에 멈춰버렸다. 그렇게 마트로
- 청윤의 과거 - 2.5
- 난 중학생이다. 소위 말하는 중2병이라고나 할까? 물론, 나는 딱히 그런 오글거리는 짓을 하진 않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 반은 늘 볼 수 있는 평범한, 그런 반이었다. 다같이 운동회도 열심히 참여하고, 상금을 타서 햄버거도 먹고, 현장체험학습도 나가고. 중2답게 늘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한 여자애는 뭔가 상태가 이상했다. 감정조차 드러내지 않은, 살아있는게 맞는지조차 의심될때가 있을 정도로 늘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발표 같은 걸 할라치면 폐렴으로, 골절로 빠지고 한다 하더라도 매우 딱딱한 목소리로 읽기만 했다. 늘 반에 억지로 끌려다니는 것 같았으며, 누군가는 인형 같다, 누군가는 산송장 같다며 걱정했다. 난 그 여자애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볼 수 없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던, 내가 아침으로 도넛을 먹던 어느 날..
"맛있네."
반 뒷문으로 들어온 청윤은 뭔갈 먹고 있는 남자애의 등을 봤다. 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찰나.
"안녕? 먹을래?"
남자애는 뒤로 훌쩍 돌더니 청윤이 앞에 도넛을 들이밀었고..
전혀 그럴 줄 몰랐다. 도넛을 보자마자 화장실로 가지도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 앉아 전부 게워버릴 줄은 말이다. 난 거듭 사과했지만, 그 여자애가 날 용서하진 않았다. 이제 중3이 다 되어가지만, 용서 받을 가망은 커녕 내 얼굴을 제대로 보지조차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거겠지. 하지만, 그 여자애의 눈에는 분명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리고, 게워낸 직후 표정도 일그러져 있었다.
- 청윤의 과거 - 2
- 그러던 초등학교 6학년, 내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뀌고 말았다. 조금 부끄럽지만 아버지께선 유능한 경찰이셨고 빠르게 승진하셨다. 하지만, 승진 시험에 만점을 받으셨음에도 그 해 승진은 없었다. 난 아버지만한 경찰이 왜 승진이 되질 않는 거냐며 이해하질 못했다. 이유를 알고 싶어, 난 경찰서 뒤에 몰래 있던, 나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밀통로로 기어들어가 경찰서를 조심스래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보고 만 것이다. 연줄도, 돈도 없는 아버지를 비웃는 경찰들을 말이다.
"남을 함부로 비웃지 마요!"
난 무턱대고 경찰들이 하는 말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입가에 점이 있고, 째진듯한 눈을 가진 경찰이 나를 비웃으며 다가오더니 말했다.
"꼬맹아, 어떻게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네. 세상은 다 이런거야. 뭔가가 없다면 실력이 있더라도, 아니 실력이 있기 때문에 더 고생하고, 고통 받는거야. 그게 세상이라고. 경찰도 다르지 않아. 그러니까 썩 꺼져!!!"
내 눈앞에서 윽박지르는 남자를 상대로 난 덜덜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눈물과 함께 그날 내 경찰에 대한 꿈은 박살 나고 만 것이다.
봐주겠다며 그냥 적당히 경찰서 바깥으로 나온 나는 집에 도망치듯 왔다. 그러곤 아프다며 일찍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곤 얼마 안 가 잠들었다. 꿈, 절대로 꾸고 싶지 않은 꿈을 꿨다.
가던 나는 인파에 휩쓸려 부모님을 놓치고 말았다. 난 울면서 부모님을 찾았다. 하지만 인파는 마트 방향이 아닌 큰 길 방향으로 밀려났고 갑자기 물 대포가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은 도구들을 던지며 반항했고 전쟁터와 같은 모습에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밀린 건지, 뺏긴 건지, 차 한 대가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위에 있는 대형 물체가 사람들 위로 떨어졌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현장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경찰들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찰은 어린 나에겐 마치 자신마저 잡아버릴 사신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경찰은 내가 휩쓸렸다는 것을 알았는지 봉지에 쌓인 도넛을 꺼내더니 내게 주곤 지나갔다. 하지만 내가 본 도넛은 도넛이 아니었다. 끔찍하게 찌그러진 시신과 그 시신에서 나온 듯한 피가 묻어 있는, 아니 피에 젖은 도넛이었다. 난 도넛도 내팽개치고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번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계속해서 달렸다. 천운이 따랐는지 부모님이 보였다. 난 부모님에게 달려가 안겼다.
일어났다. 어느새 울었는지 베개에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몸은 식은땀에 절여져 있었다.
난 더 이상 경찰의 꿈을 꾸지 않았다. 그저 생각만 해도 화가 나서 눈물만이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나를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로만 기억했다. 그때 알게 된 것이다. 인첨공이라는 곳을.
#
- 청윤의 과거 - 3
- 부모님께선 고심하시더니 인첨공에 가고 싶다는 나의 요청을 들어주셨다. 편지도 자주 쓰겠다고 약속하며 난 웃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인첨공에 도착하고도 난 한동안 산송장처럼 살았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조용한 아이로 지냈다. 하지만 커리큘럼이란 고문까지 견디기엔 너무 가혹했다.
"고작 거기서 포기하는 거야? 오늘 강도는 달성하기로 했잖아."
하루가 멀다 하고 전기 충격이 가해졌다. 조금씩 능력의 단서가 잡히자 하루 종일 바람만 쐬다 폐렴에 걸렸다. 강한 바람을 맞다 견디지 못하고 제대로 날아가 넘어졌다.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었다.
그러던 언젠가였을까,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을까, 지옥 같은 커리큘럼을 마치고 온 내 눈앞에 어린이를 위한 공리주의 입문서(situplay>1597003086>659) 책이 보였다. 1년 넘게 무시하고 먼지만 쌓이던 책. 그 책을 보자마자 다시 분노가 치밀은 나는 단숨에 그 책을 집곤 찢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조차 없던 내가 책을 찢을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난 책도 찢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이곳이 싫었다. 이 상황이 싫었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책을 창밖으로 집어던지려 했다. 하지만 말했듯이 일어날 힘이 없었다.
난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로 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다. 책을 읽으며 난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경찰이 되기로 한 언젠가, 경찰이 되겠다며 아버지 모자를 썼던 기억, 발표회에서 자랑스럽게 발표했던 기억, 이젠 전부 과거의 의미 없는 한 조각일 뿐이었다. 눈물이 나왔다. 한번 나오니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느꼈다.
"나 자신조차 행복하지 못한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신경 쓰겠어.."
내 꿈은 부서졌다. 그렇지만 이것이 내 인생마저 부서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제야 일어날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일단 살아가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난 중학교를 졸업했다. 레벨 1이란 칭호도 별 건 아니지만 달았다. 독서 동아리에서도 제법 이름 있는 부원이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서도 독서 동아리나 다니며 졸업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지먼트 모집 공고가 나오자 난 손을 들고 말았다.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공리주의를 실천하고 싶어서? 경찰에 미련이라도 있었나? 나 자신조차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쨌든 난 저지먼트에 들어가고 코뿔소 완장을 차고 말았다.
뭐, 어쩌겠나,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해야겠지. 아무래도 한동안 생각이 많아질 것 같다. 이후에도 수많은 힘든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초반에 청윤이의 순찰 중 냉정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포위 당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건 저지먼트가 되고 생각이 많아졌다, 어둡게 살던 버릇이 남아있었다는 약간 끼워 맞추기 식 해석이 되었고요.. 또,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던 독백은 이제 이 생각을 끝내고 100%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시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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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윤의 과거 - 후일담
- "그..그런 일이 있었구나.."
"미안하다고 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아버지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셨다. 청윤 본인도 눈물 젖은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아버지가 그러시는 것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네..?"
"그렇다면, 청윤이 넌, 새로운 꿈을 찾은 거니?"
아무말도 못한 채 청윤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괜찮은거야. 이렇게 이겨내줘서 정말 우리 딸 장하구나.."
아버지는 청윤을 안아주면서도 그 망할 자식이라며 중얼거렸다. 본인도 쌓인게 많으신 모양이다.
"한가지.. 위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네?"
"최근에 우리 경찰서에 대규모 감사가 들어왔더구나. 난 괜찮지만, 그렇게 라인을 잡던, 그 망할 녀석들은.. 아마 이번엔 걸릴 것 같다고 보는 움직임이 있어."
"권선징악..이란건가요."
청윤은 눈물을 닦곤 애써 웃으며 말했다.
"끝까지 울다가 갈 순 없잖아요.. 아빠? 지금은 즐기고, 추억 남기고 가요..!"
청윤의 아버지께서도 청윤이 애써 웃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쓰게 웃으며 청윤의 손을 잡았다.
7.1. 율럭키, 경찰 스토리라인 ¶
- 도서부, 사라지지 않는 트라우마
- "자, 그래서 이번달 독서 토론 주제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하는가? 라고 저번에 얘기 했지?"
독서부의 부장인 검은 머리에 안경을 쓴 남학생이 말했다.
"그래, 근데 이런 책으로 괜찮은.."
책을 안고 있는 초록머리 여학생이 조심스래 물었다.
"책의 저자가 옳고 그르냐, 그리고 책의 성향과 주장이 옳고 그르냐는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 실제로도 그렇잖아?"
대충 인첨공의 높으신 분이 쓴, 베스트 셀러 띠지가 둘러진 책을 들곤 분홍 머리 여학생이 말했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약간 관망하는 자세인 파란 머리의 남학생이 말했다.
토론은 열기를 더해갔고 슬슬 자유토론 시간도 끝나갔다.
"그럼 청윤아, 넌 어떻게 생각해?"
분홍 머리 여학생이 말했다
"으..응? 글쎄.."
평소보다 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청윤이 말했다.
"자신 있게 찬성을 했으면서 왜 그렇게 관망하는거야?"
"...잠깐, 왜 날 보는거야?"
반대측에 있으면서 토론을 거의 구경하던 파란 머리 남학생이 말했다.
"나도 방금 말했잖아. 가족이 만약 살인마에게 죽더라도 넌 사형제를 폐지할 수 있겠냐고."
"난..."
청윤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분명 그 상대를 죽이고 싶을 것 같아.."
그렇게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냥 상대에게 네 가족이 억울하게 사형당해도 괜찮겠냐고 한 후 법은 사람의 감정에 좌우되면 안된다고 말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청윤은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질 않을 것 같아.
"가족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할지언정.."
청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급격히 조용해진 부실에서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야 청윤아..!"
어느샌가 청윤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부장이 당황하며 일어서자 의자는 맥없이 쿠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으..응급상자!"
"아니 빨리 보건실부터..!"
다른 학생들도 허둥지둥거리며 뛰어다녔다. 청윤은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허한 눈으로 자신의 상처와 흐르는 피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추적, 잭팟, 새로운 시작
- 보통 좋은 날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청윤은 이상하게 자꾸 안티스킬이 있는 경찰서 쪽을 멤돌게 되었다. 감기 걸린 사람처럼 마스크를 쓰고,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면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자꾸 고민하게 되어 진짜로 기침이 나오는 것이었다. 경찰서를 둘러보다 보면 약간 인적이 드문 곳도 보이고, 일단은 외부인이니 눈치가 어느정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청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청윤이 과거에 목격한, 그 빌어먹을 자식. 부패경찰 말이다. 하얀색 무언가를 주고 받는 것까지만 봤지만 청윤은 갑자기 냅다 달려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왜, 여기. 그리고 어째서? 뭘?'
경찰서에서 떨어진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온 청윤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머리는 빙글빙글 돌았다. 청윤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아버지에게 물어볼 것을 생각하며 적으려고 했다. 하지만 몇자 적힌 메모장은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아예 새로운 메모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경찰관 모시호. 있는 경찰서는, 3학구 OO 경찰서.'
"아니, 진짜 능력이 대단하신데요 형님?'
자신이 잡은 라인에서 대규모 비리가 적발되어 인첨공으로 왔고, 연줄이 끊긴 자신은 사실상 끝날 것 같았지만, 이곳은 오히려 노다지였다.
"불량배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환장하는 마약에, 첨단 무기들까지.. 이거 너무 좋잖아."
인첨공의 증거 보관실은 그들에겐 금광이었다. 시스템에 증거물은 등록되지만 그 증거물들 중 절반 이상은 보관되지 않는다는 상태로 표시된다. 어떤 건 폐기되고, 어떤 건 검찰에 송치되며, 어떤 건 분실되거나 훼손된다. 그리고 사건에 따라 적당히 명분을 붙여 이를 암시장에 팔아치우는 것이 그와 동료들이 하는 일이었다. 경찰서 당 보통은 1600개 정도가 5년간의 사건 동안 모이지만, 인첨공은 그의 몇배였다. 이것 중 50개 정도만 적당히 팔아치워도 상당한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하아.. 도대체 어떡합니까 보스.."
3학구에서 샹그릴라 유통이 박살나자 스킬아웃 조직들은 전반적으로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었었다. 제법 이름을 날리던 조직인 Ullucky(대충 율럭키로 부른다)도 막막해진 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샹그릴라 건때도 그렇고, 악명 높은 사채업자 건도 그렇고 용캐 피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자고. 이번에 경찰 쪽에서 새로운 백도어가 생겼으니까.."
"아니, 최근에 대규모 인사 이동이 생겨서 혼란스러운 지금에요?"
"정확히는 바깥의 부패한 놈들이 좀 들어와준거지."
부하는 잠시 안절부절 못하더니 말을 꺼냈다.
"그럼 지금 남은 자금으로 경찰 쪽에서 뭘 사들이는거죠?"
"일단은 타 조직에서 압수된 샹그릴라들이랑.. 글쎄, 일단 좀 더 봐야겠어. 돈이 된다면 뭐든지 팔아 치울 수 있을태니까. 알겠어? 애꾸?"
말 없이 듣고있던 애꾸눈의 남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곤 말했다.
"샹그릴라 뿐만 아니라 특수 스테로이드나 무기까지, 원하는 사람들은 찾으면 충분히 나올겁니다."
"안되면.."
"하위 조직에게 강매, 맞죠 보스?"
"그건 맞아. 너무 비싸면 사줄 사람도 없으니 좋을 건 없지만."
/이전에 묘사된 부패경찰과 운좋은 범죄조직입니다. 조직 쪽은 이전 묘사가 잘 생각 안나서 수정된 느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 한편, OO경찰서의 태휘는...
- 스트레인지는 낙후됐고, 찬란한 인첨공에서 찬란하지 못한 부분을 담당한다. 그림자가 지역이 된다면 아마 여기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 사회, 빈부격차, 인간관계…… 어떻게 말해도 빛과는 거리가 멀다. 꾸며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온통 어둠만이 가득하고, 희망을 품으면 열 배의 절망으로 갚는 이상한 곳이라며 스트레인지라 이름을 붙이며 넉살 좋게 웃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이 어떻게 되었든 바깥사람들과는 거리가 아주 먼 곳이다. 끽하면 길을 잘못 들어 슬럼이나 다를 것이 없는 곳의 초반까지만 발을 들이고 여기는 무서운 곳이라며 벌벌 떨다 자리를 떴다. 스트레인지는 그런 곳이었다. 패배자의 영토, 자신들과는 관계없지만 어쨌든 소외된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고귀한 인간과는 다른 짐승의 소굴.
태휘 또한 스트레인지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두 골치 아픈 일이 가득하다. 소수 정예로 이루어진 강력 범죄 형사 수사팀 반장인 태휘가 출동한 사건 중,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끔찍하고 입에 담기도 어려운 범죄는 이곳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소에 정을 붙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인첨공의 벽이 무너져도 이 편견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하지만 태휘는 이 장소에 와야만 했다. 며칠 전 참관했던 부검 때문이다. 스트레인지에서 발견된 시체는 상태가 아주 좋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탓에 시체로 끔찍한 농담도 던질 수 있었던 안티스킬 법의학 연구소 소장 김 씨도 그날은 입을 딱 다물 정도였다. 이도 몽땅 뽑혔지만, 그나마 온전하게 남겨둔 어금니는 범인이 신원을 파악하라고 고의로 남겨둔 것이 뻔했다. 신원 확인 결과 안티스킬 일동은 분노했다. 같은 안티스킬 동료였기 때문이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스트레인지를 담당했고, 스트레인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부검에 참관했던 태휘는 자연스럽게 이 사건의 지휘를 맡게 됐다. 말이 지휘지 사실은 단독 수사였다. 데 마레에는 임무 때문에 잠시 자리를 이탈하게 되었다 미리 고지를 하고, 태휘는 스트레인지에 발을 들였다.
스트레인지 초입부와 중반부에서는 누구도 태휘를 건드리지 않았다. 건드린다고 해도 몇 초면 제압은 충분했다. 하지만 깊숙한 곳, 안드로이드가 가득한 폐기장 근처로 다가갔을 때 태휘는 사건을 되새겼다. 초반 탐문에서 피해자가 여기보다 더 깊숙한 곳을 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여기를 뚫고 지나쳐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위험한 일인 건 안다. 스트레인지의 소문 정도야 알기 때문이다. 아마 여기가 그 유명한 연구원들도 얼씬도 않거니와 자신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숙한 곳을 알리는 입구인 안드로이드 폐기장일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이라 을씨년스럽다. 산처럼 쌓인 안드로이드는 사람을 닮은 것도 있고, 구식 모델도 있었다. 태휘는 표정을 구겼다. 범죄자나 시체를 대하는 건 익숙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건 여전히 담력이 부족했다. 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어딘가 정신 한 구석에 결함이 있을 게 분명하다! 태휘는 거꾸로 늘어진 안드로이드와 눈이 마주치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최대한 안드로이드가 적은 곳으로 재빨리 발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태휘는 걸음을 멈췄다. 안드로이드도 거의 쌓이지 않은 폐기장의 끝자락에서 사냥 본능이 깨어났다. 위험하다는 경고가 등골을 짜릿하게 훑었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누군가 달빛을 등지고 뒷짐을 지고 태휘를 마주하고 있었다.
"돈도 안 받은 짭새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안티스킬입니다. 잠시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어떤 협조를 바라, 선생?"
뒷짐을 진 남성은 안면 인식 저해 장치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얼굴에 노이즈가 끼고 목소리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와 탐스럽게 땋아내려 가슴 앞에 드리운 새하얀 머리카락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그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꼈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사냥 본능에 몸을 맡길 시간이다.
"……스트레인지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혹시 뭔가 알고 있습니까?"
"여기서 사람 많이 죽는데 누군지 모르겠네. 아, 혹시…… 이 바닥 기어다니던 짭새 하나 말하는 거야? 난도질당해서 어금니 하나만 남은 애."
태휘는 경계하듯 발 하나를 뒤로 물리고 자세를 잡았다. 이 사람은 위험하다. 본능과 여러 사건을 해결한 노련한 감이 외치고 있었다. 위험하고, 뻔뻔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여러 스트레인지 인물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시체 소식은 누구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이지만 입을 벌려 확인할 만큼 위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안다고?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은 확실하다.
"난 거기까지 말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놀랍게도, 난 여기까지 알고 있고."
태휘는 금방이라도 제압하려는 듯 뒤로 뺐던 다리를 조금 더 길게 뻗었다. "네 짓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내가 그 돼지 새끼 살찌워서 길들이는 데만 2년이 걸렸는데! 나 같은 총 팔이가 사람을 어떻게 죽인다고 그런담?" 남성은 장갑 낀 손을 들어 손사래를 쳤다. 끔찍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뇌물 먹인 걸 그렇게 당당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그쪽도 어지간히 돌았나 봐?"
"인첨공에 안 돌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거 꺼내느냐 마느냐로 사회성 판가름 나는 거지. 사회성 안 좋은 건 맞지만."
"일단 이번 건과는 다르지만, 죄를 시인했으니 제압은 해야겠지."
"선생, 난 싸우기 싫은데 어쩜 좋아?"
"아니, 순순히 투항하는 게 이로울걸."
"정말이지! 어쩔 수 없네. 선생이 선택한 거야."
태휘의 주변으로 강력한 스파크가 튀겼고, 남성은 마찬가지로 한쪽 다리를 뒤로 물리더니, 사뿐거리듯 뛰어 한 걸음을 내디뎠다. 폐기장에 번개가 내리쳐 섬광이 번쩍이고, 우레가 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난장판이 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언덕을 만들던 안드로이드 더미는 번개에 맞아 새까맣게 녹아 서로 엉겨 붙고, 불이 붙은 것도 있었다. 고무와 실리콘, 합성 소재와 기름이 타는 불쾌한 냄새가 났다. 난장판이 된 폐기장에서 태휘는 꼼짝도 못 하고 바닥을 굴렀다. 안드로이드에서 나온 폐냉각수 웅덩이에 구르는 걸로 모자랐는지 몇 번이고 더 바닥을 구르며 기름과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아팠다. 쿵 소리와 함께 쌓인 안드로이드로 이루어진 벽에 강제로 몸이 멈췄을 때, 전기 머금은 몸 탓에 여러 안드로이드가 뒤엉켜 잠깐 기동을 시작하듯 기이한 소리를 내더니 금세 축 늘어졌다. 태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몇 번이나 공격에 성공했지? 아마 못 한 것 같다. 코밑은 축축하고 비린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피가 나는 것 같다. 입안도 터진 것이 분명하다. 태휘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태휘는 제압으로는 파이로키네시스나 하이드로키네시스 저리가라 수준의 대분류를 가진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였다. 레벨 4에 곧 계수 두 자리를 앞두는 능력자였고, 제우스의 창, 아스트라페라는 이름을 수여받기까지 했다. 안티스킬의 자랑스러운 정예 인력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한 자신이 무력하게 구른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태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코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서고자 땅에 손을 짚었다.
"선생, 놀랐어?"
"윽-!"
"그러니까 그냥 지나치지 그랬어. 살려주고 보내줬을 텐데."
"……나는."
"응?"
"나는 그래도 경찰이라서, 뇌물 주는 사람은, 못 지나치거든……."
태휘는 남성이 발로 손을 짓밟자 몸을 움찔 떨었다. 먼지가 약간 묻었지만 깔끔한 편인 구두에 무게는 없었지만, 손톱이 있는 곳을 절묘하게 짓밟아 일어설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눈앞의 남성이 힘을 주거나, 자신이 일어나면 손톱 두어 개는 빠지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잃는 고통이 무슨 대수지? 시민의 안전과-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면 이깟 손톱쯤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어, 선생?"
"!"
"선생, 눈물겨운 희생은 이해하는데, 지금껏 그 각오를 한 건 선생만이 아니었어."
"너, 정말로…… 이 구역에 있던 안티스킬이 네 짓이냐?"
"눈치가 좋은 것 같은데, 이상한 부분에선 눈치가 나쁘네."
"묻는 말에 대답해!"
"바락바락 대들기까지 하고, 제법 흥미가 생겼어. 이렇게 된 거, 나랑 질문 놀이할래, 선생? 다섯 개. 지금부터 다섯 개의 질문은 내가 뭐든 답해줄게. 그리고 모든 게 끝나면……."
"……."
"풀어주도록 하지!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거든. 오늘은 피 보면 안 되는 날이고."
"의도가, 뭐지?"
"오락이지. 선생이랑 싸워봤자 득 될 것도 없고. 선생도 알고 싶을 거 아냐? 안티스킬의 훌륭한 창이자 충실한 개새끼인 아스트라페가 어떻게 이딴 낙후된 미개인들의 지역의 흔해 빠진 총 팔이에게 탈탈 털렸지? 같은 거나……."
남성은 생글생글 웃었다. "윤찬혁 그 작자에 대한 정보는 어때?"
"너!!" 태휘는 엎드린 상태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노이즈가 일부 걷혀 드러나는 시선을 마주했고, 눈을 홉떴다. 자신과 똑같은 붉은 눈동자였지만 눈앞의 남성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었다. 태휘는 본능적으로 몸서리를 치며, 자연스럽게 데 마레에서 만났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같은 흰색과 금색의 눈이라도 이질적이고 인간과는 다르기 그지없던 희야와, 아무리 숨기고 있다 한늘 노련한 안티스킬인 자신에겐 차마 속일 수 없던, 그러면서도 저 작자와 비슷한…….
"분홍머리, 학생……?"
남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태휘는 짓밟힌 손에 체중이 실리자 끼쳐오는 격통에 어깨를 비틀었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보자니 눈앞의 남성은 옷 끝자락이 탄 것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멀쩡했다.
"윽-"
"나는 선생한테 생각에 잠기라고 한 적 없어. 선택하라고 했지."
"……네가, 네가- 그 사람에 대해 왜 알고 있지?"
"그게 첫 질문인가?"
"……."
태휘는 이를 악물었다. 끔찍하지만 지금은 이 놀이에 어울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부들부들 떨리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좋은 태도야. 내가 왜 윤 선생을 아냐고? 그 선생도 내 거래자 거든. 아주 중요했던 고객인데 당신들이 싹 뒤집어엎었지 뭐야. 상납금도 아직 못 받았는데."
"……너는, 돈과 관련된 녀석이냐?"
"그건 두 번째 질문?"
"그래."
"맞아. 금교 파이널스? 그쪽도 고리대금업으로 한탕 벌어먹지만 나는 조금 다른 쪽. 고리대금, 주가조작, 세탁, 인신매매, 도박, 아, 요즘엔 무기 로비스트도 하고 있고, 스킬아웃 자금도 대주고 있고…… 어느 쪽이 좋아?"
"……너는."
"응?"
"이 사건의…… 범인이냐?"
"하하하!"
남성은 시선을 맞추듯 무릎을 굽히더니 태휘와 정확히 눈을 마주쳤다. 여름의 끝물이라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인데도, 덥지도 않은지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호쾌하게 휘었다.
"말했잖아, 뇌물 먹이면서 2년 동안 길들인 우리 돼지 새끼라고. 내 짓이 아니야. 나도 솔직히…… 화가 많이 나거든. 통통하게 살 오를 때까지 잘 키워둔 걸 누가 냉큼 도축하면 화가 나, 안 나?"
"……."
"선생은 이 말이 기분이 나빠? 고귀한 안티스킬인데 돼지 취급받아서 싫어? 그런데 선생."
남성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당신들은 그 말이 몸서리가 날 정도로 싫은데, 왜 우리는 그 소리 듣는 게 당연해야 해? 우리 입장에서는 당신들도 똑같이 남 짐승 취급하는 족속인데."
"……질문 두 개가 남았다."
"말 돌리기는. 뭐, 나도 대답 들을 생각은 없었어, 인간은 전부 똑같거든. 그래서, 뭘 묻고 싶어?"
"너는…… 그림자냐?"
"선지자가 많은 걸 알려주었나 본데, 그건 아니야. 그쪽이랑 연관은 없어. 아, 있나?"
"똑바로 말해."
"나는 아니고, 선지자가 그쪽이랑 신나게 엮였잖아. 싹수가 노란 녀석 같으니라고. 나만 보면 머리 굴리면서 어떻게 해야 떡고물 더 얻어먹을까 궁리하는 기특한 녀석이긴 한데……. 정보도 제법 쓸만하고. 어? 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 몰랐어? 선지자의 호위면서."
태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남성의 눈은 파충류를 닮은 뱀 같은 동공을 가지고 있었고, 꼭 세로로 난 커다란 균열 같기도 했다. 그리고 저 균열이 지금, 태휘의 속에도 파고들어 선명한 자국을 남겼단 착각이 들었다. 선지자, 그러니까 안희야가, 뭐? 그리고 더 큰 궁금증이 생겼다. 물어본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을 알지만, 남성이 선지자라는 언급을 해버리고 윤찬혁 그 작자에 대한 얘기까지 한 이상, 판도라의 상자는 열 수밖에 없다. 태휘는 바르르 떨리는 숨을 가다듬고 물었다.
"너, 정체가 뭐야……?"
"선생, 정말 나 몰라? 우리 얼굴 자주 봤는데."
얼굴을 덮는 노이즈가 사라지자, 태휘는 눈을 크게 떴다. 머리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했다. 납작한 이마에 흩어지는 흰 머리카락도, 콧대도…… 아, 저 눈! 어째서 진작 알아보지 못했지? 태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떴지만, 남성의 얼굴은 달라지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태휘의 귓전을 때렸다.
"선생과 내가 가장 최근에 본 게 언제더라? 아, 그래. 당장 어제도 봤잖아? 데 마레에서……. 소장님과 함께 차도 마시고 웃고 떠들었지."
"당신이, 왜."
"그러게, 내가 왜 이럴까?"
"대체, 대체, 왜……."
"선생, 딱 하나의 질문을 더 받을게."
"……오늘 피를 보면 안 된다는 게, 소장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나?"
"재밌는 질문이네. 선생, 정답이야. 이렇게 눈치가 좋은데……. 그냥 우리랑 함께할래? 여기 제법 복지 좋아. 안티스킬도 곧 끝물인 것 같은데 차라리 우리랑 함께 하면 안전할 거 아냐."
"나는 이곳의 군인이며, 경찰이다. 시민을 지탱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내가 당신 같은 작자와 함께 할 것 같아?"
"눈물겨운 충견이군. 그리고 어리석어, 선생."
"컥-!!"
남성이 발을 떼기가 무섭게 쿵 소리가 들렸다. 태휘는 머리채를 휘어잡히더니, 그대로 안드로이드 더미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했다. 남성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스트레인지 잠입 활동을 하는 안티스킬을 위해 대상을 포함해 이 일대 지역에 사이코메트리에도 읽히지 않을 만큼 기억에 큰 균열을 주는 장치였다. 2년 동안 열심히 살찌운 돼지가 주인에게 바치기 딱 좋은 보상이었다. 기절한 태휘의 눈꺼풀을 뒤집어 깐 남성은 장치로 스캔하여 1시간 이전의 기억을 모조리 날려버리곤, 이젠 필요가 없다는 듯 불타는 안드로이드 더미 위로 대충 집어던졌다.
"의무를 가진 건 당신만이 아니야……. 우리도 의무가 있어. 그러니, 오늘은 살려주는 줄 알아."
레벨 4인 당신이 쓰러지면 사기는 한 풀 꺾이겠지. 여기 있는 찌꺼기들이 날뛰는 동안 나도 할 일을 좀 해야 할 것 같고.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태휘를 적당히 스트레인지 골목으로 내던질 사람에게 연락을 보냈다.
"어이쿠, 약속 늦겠네. 팥차는 싫은데."
- 미행, 무주공산과 보물창고
- 그 날로, 경찰서에 찾아가는 것은 청윤의 일상이 되었다. 다만, 너무 자주 찾아가면 이상하게 볼 것은 당연하니, 주변에 있는 가게나 은행 등을 찾아가면서 그 빌어먹을 자식의 위치를 늘 관측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허탕이었지만, 증오하는 사람의 모습은 의외로 하루에 한두번은 볼 수 있었다. 유독 다른 경찰관들보다도 자주 나가는 점도 있었지만.
"이건 너무 비효율적인데.. 좋은 방법..이..?"
버스에 올라탄 청윤은 잠시 고민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버스벨을 공기탄으로 누르곤 버스에서 내렸다. 스트레인지, 아무래도 오늘은 이곳에서 물건을 사야할 것 같다.
"이거 대박인데요 형님?"
"하하하..그러게! 그 레벨4니 뭐니하던 녀석이 된통 깨진 덕분에 약들 팔아치우기가 훨씬 편해졌다니까."
누군가가 죽고 다친 안티 스킬은.. 글쎄, 높은 사람이 막지 않더라도, 급격히 부실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돈다발이 그들의 손에 가득 쥐어져 있었다. 그때, 모시호는 더욱 육중해보이는 철문을 힐끔 쳐다봤다.
"잘만 하면..여기서..?"
"여긴 무슨 문이죠? 제대로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뭔가 훨씬 더 위험한게 들어있지 않겠어?"
돈은 마셔도 마셔도 갈증만 날 뿐이었다.
- 위치추적기, vs 비사문천
- 저지먼트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가다 스킬아웃들에게 암시장에 대한 정보 정도는 주워듣게 되는 법이었다. 불법적인 물건들까지 살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어두운 골목에서 후드티를 푹 눌러쓴 청윤도 이곳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뭘 원한다고?"
"위치추적기. 심을 수 있는걸로."
"몸? 몸이면 좀 더 비싸고.."
청윤은 바로 현금을 다발로 꺼내더니 건네며 말했다.
"몸에 심진 않을거지만, 대신 충격에 강한 걸로 2개."
"..여기. 연결 방법은..."
의외로 거래는 손쉽게 해결되었다.
"어이 아가씨, 돈 많아?"
아닌 것 같다.
어깨에 손을 올리자 청윤은 그 손을 뿌리쳤지만 거친 손이 청윤의 입을 붙잡았다. 그러자 청윤은 단숨에 팔꿈치로 괴한의 복부를 친 뒤 뒤돌아 공기탄을 3번 날려 쓰러트렸다. 쓰러진 괴한에게 다가가보니 용캐 제압용 공기탄을 날렸던 모양이다. 그때,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청윤은 눈치를 보며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이제 남은 건, 경찰서에 잠입해 신발 밑창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그래서, 모두 잘 모였군."
스트레인지에 위치한 작은 공원. 원래는 사람들의 휴계 공간으로 쓰이며 공연장에선 문화 생활을 위한 장으로 쓰였겠지만 버려진 스트레인지에서 율럭키의 영역인 이곳은 그저 모임을 위한 광장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무명 정도 되어보이는 숫자의 스킬아웃들이 모여 있었고 그 앞 단상에서 율럭키의 보스가 새롭게 들어온 단원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력을 빠르게 불려도 괜찮은걸지 모르겠네요."
좀 떨어진 스탠드에서 저들을 지켜보던 부하들 중, 파란색 스카프를 한 부하가 말했다.
"글쎄, 보스께서 생각이 다 있으시겠지. 사실, 요즘 그림자다 뭐다 바쁘잖아? 그 상황에서 박살난 조직들을 적당히 엮고 있는거라고 생각하면 돼."
안경을 쓴 부하가 답했다. 이때, 2인자인 애꾸가 달려왔다.
"깜짝이야, 뭐..무슨 일이..?"
"비사문천이라고, 들어봤나?"
"그 불교 나오는 사천왕 중 한명 아냐? 다문천왕."
안경을 쓴 부하가 말하자 애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요즘 1대 다수를 때려눕히고 있다던 자경단들 말이다."
"아니.. 그게 에어버스터 얘기나 허풍이 아니라 진짜였다구요?
스카프를 맨 부하가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 저기서 흰색 자켓을 걸치고 이상한 가면을 쓴 녀석이 오고 있어."
이에 움찔한 스카프를 맨 부하는 황급히 스텐드에서 뛰어내려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훨씬 싼 값에 샹그릴라를 보급 받는다, 그게 우리 조직의 특징이다. 다만, 제공되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며, 만약 개인으로 판매하다 잡힐 경우에는 조직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직접 샹그릴라를 보여주던 보스와 신입 단원들은 갑자기 뒤에 느껴진 바람에 급히 뒤를 돌아봤다. 엄청난 속도로 반대쪽으로 달려가는 중인 파란 스카프를 보고 다들 당황한 눈치였다.
한편 달려가는 방향에서 예상한대로 가면을 쓴 자경단원이 달려왔다. 파란 스카프를 맨 부하는 자경단원을 밀쳐버리려고 했지만 당연히도 자경단원은 피했다. 벽에 부딪혀 약간 충격을 받은 파란 스카프는 다시 자세를 잡고 자경단원에게 달려들려다 급히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바늘들이 마구 벽에 박혔다. 자경단원은 어떻게 재킷으로 막아내며 대부분 피했으나 갑자기 몸이 애꾸에게 끌려갔다. 실이 달린 바늘이었던 것이었다. 애꾸는 바늘을 더 꺼내 자경단원을 맞추려고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한 자경단원은 역으로 팔을 잡고 넘겼다. 그때, 파란 스카프가 달려들어 제대로 밀치자 자경단원은 싸움을 보던 단원들 사이로 던져졌다. 단원들은 급히 우르르 흩어지며 피했다.
"뭐야 저거! 비사문천 아냐!?"
"우린 끝이야!"
"저걸 봐! 거의 쓰러트리겠어!"
자경단원이 노린 건 단상이었다. 단상 위로 달려간 자경단원은 잠시 뒤를 보더니 급히 연막탄을 터트리고 자리를 피했다. 파란 스카프는 자경단원을 쫓으려고 했으나 보스가 말렸다.
"지금 상황에서 쫓는 건 힘들거야. 그냥 애꾸랑 함께 단상 근처로 와서 대기하라고."
파란 스카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애꾸와 함께 단상 아래에 대기했다. 그리고 안경을 쓴 부하가 스텐드에서 외쳤다.
"봤겠지! 저 1대 다수를 늘 쓰러트린다던 자경단원은 우리 율럭키 2명을 상대로 후퇴했다는 사실을 말야! 우리 조직에 들어온 너희들의 아군이 바로 저들이다!"
단상 아래에서 급히 올라간 보스는 안경을 쓴 부하의 말에 파란 스카프와 애꾸를 가리키며 박수를 쳐주곤 마이크를 잡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제군들!"
신입 단원들은 단체로 열렬한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 사이 보스는 자그마한 빈 자루를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보스는 급히 단상 아래로 내려와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기에 단상 위에는 샹그릴라만이 놓여 있었던 것이었다.
- 한편, 비사문천은...
- "상황은 잘 보고 받았어요."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가는 매캐한 흰연기에서, 어렴풋하게 달달한 딸기향이 감돌았으나 그 연기의 근원지를 붙잡고 있는 손가락의 주인의 표정은 괜찮아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나이에 맞지 않는 피로감에 절어있는 창백한 낯으로 곰곰히 생각에 잠긴 것처럼 오래됐지만 튼튼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상자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까만 담배를 태워내던 혜성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서있는 -그 중 한명은 면목없다는 양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사람들을 향해 도르륵 시선을 굴려 바라봤다.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괜찮아요. 가면도 멀쩡하고, 얼굴을 들키지도 않았잖아요? 그리고... 본래 노리고 있던 물건도 회수했으니."
모든 게 괜찮을 겁니다. 느린 어조로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의 톤이 부드럽다. 그와 동시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사람들이 한결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여보였지만 단 한사람- 후드를 푹 눌러써서 표정이 보이지 않는 사람만이 혜성과 눈을 마주했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담배를 끄는 자신과 다르게, 담배를 꺼내는 K를 바라보며 혜성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눈가를 슬몃 찡그렸다.
"이대로 내버려둘 셈이야?"
"집단의 복수를 실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많아요."
"이봐요. 캡틴. 우리가 꼬리말고 도망쳐버리면 저 **들이 기고만장해서 여기서 날뛸거라는 거 알고 있잖아! **! 그러다가 에어버스터가 다시 오면? 그땐 어쩔 셈인데!"
"나는 내버려두자는 말을 한 적 없어요. 집단의 복수를 실행할 수는 없지만, 귀찮게 만들 수는 있죠."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천천히 그 이채가 감돌며 파리한 불꽃처럼 시퍼렇게 일렁거리는 눈을 깜빡이다, 혜성은 책상을 톡 두드렸다.
"기존의 활동은 지속하되, 감히 우리에게 피해를 끼친 그들을 귀찮게 해버리세요. 매일 한번씩, 한명씩 돌아가며 추격하고 기습하고 약을 회수하다보면 그쪽도 반응을 보일테니까요."
"약이 없다면 어쩔까요?"
"없다해도 목적은 바꾸지 않습니다. 3학구 스트레인지 구역을 다시 지저분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는데 가만 있을 수는 없죠."
#
- 샹그릴라
- "형님.. 그런데 말이죠.."
"왜?"
"이 샹그릴라란 알약을 왜 그렇게 비싸게 사들이는걸까요?"
강력과 부하가 물었다.
"희소성."
모시호는 눈짓으로 대신 정보과 부하가 답하도록 시켰다.
"?"
"이걸 만들던 단체가 더 이상 만들거나 뿌리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양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중이라 희소성이 무한정 뛰고 있다네요."
"그렇게 돈을 들여서라도 사나?"
그러자 계속해서 입을 닫고 있던 모시호가 말했다.
"마약이란 것의 중독성이니 뭐니, 우리에게 그런 원인은 필요 없어. 중요한 건... 결과지.."
이번에 모시호가 들고 있는 것은 주사기를 꽂아 용액을 뽑을 수 있는 병이었다.
파란색 스카프와 안경은 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었다.
"이 스트레인지를 우리가 전부 손에 넣는게 가능할까?"
안경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꿈꾸는 건 자유지. 근데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파란색 스카프는 안경을 흘겨보더니 말했다.
"네가 좀 싸우는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 눈에서 빔을 쏘든지, 아니면 안경을 무한으로 복제해 날리든지?"
안경은 팩트를 날렸다.
"너 상상력이 참 빈곤하다?"
"야, 무시하지 마!"
"차라리 능력자를 한명 더 찾는게 어때?"
"글쎄, 그런다고 뭐가 될까?"
"그래도 한명 더 있으면 좋잖아? 그..빨간..스카프 같은 느낌?"
"너도 빈곤하긴 매한가지네."
안경이 받아치려던 그때였다. 황급히 옥상으로 달려온 부하가 가면을 쓴 자경단이 또 나타나서 단원들을 습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 이거.. 갔다 올게."
"몸 조심하고, 샹그릴라 귀한거니까 뺏기지 말고."
"먹지도 않는거..알겠어."
얼굴을 찡그린 파란 스카프는 빠르게 옥상에서 뛰어내려 싸움이 벌어진 장소로 뛰어갔다.
- 빨간 스카프
- "하아.. 매일 찾아올 계획인걸까.."
싸움 중에 머리를 맞았는지 머리를 부여 잡은 파란 스카프는 아파하며 보스에게 찾아갔다. 보스는 나무 상자 안에 가득 든 약물들을 꺼내보고 있었다.
"스테로이드? 이건 너무 수지타산이 안 맞지 않나."
"아뇨, 이 H와 M은 스테로이드의 발전판입니다. 효과가 어떻냐면.."
옆에서 안경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너무 기니까 요약하자면 H는 하이퍼, 훨씬 빠르며 강력한 효과를 지녀 사용자는 단숨에 근육질이 되며 M은 마조...가 아니라 메가. 고통을 쾌락으로 바꾸기에 강력한 마취 효과와 스테로이드답게 H만금은 아니어도 근육량까지 늘리는 약물이었다. 이를 앞에서 듣던 파란 스카프는 당장 맞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럼 저거 M이나 맞아볼.."
안경은 파란 스카프의 얼굴을 손으로 막았다.
"H는 독성이 강하고 M은 중독성이 강하단 말야. 중독자로 살면 좋을거 없잖아."
"에이.."
그때, 그들이 있는 건물 바깥 창틀에 갈고리가 걸리더니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뭐야!"
당황한 파란 스카프는 황급히 창으로 달려들려고 했지만 이번엔 보스가 파란 스카프의 얼굴을 막았다.
"내가 부른 능력자거든."
"혹시 갈고리 발사가 능력이라고 하시진 않겠죠? 보스?"
어느새 창문을 넘어온 키가 165 정도 되어보이는, 하얀 마스크를 쓴 여자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약통에서 하나를 냉큼 집어선 자신에게 주사했다. 주사하고 지혈까지 깔끔하게 끝내는 모습을 보니 한두번 주사한게 아닌 것 같았다.
"이 맛이지!!!"
"야 이 여자 미친 것 같은데.."
"그걸 이제 알았어?"
흡족해하는 보스와는 다르게 나머지 둘은 소곤거리고 있었다.
"불만 있니?"
갑자기 여자는 손에서 보라색 무언가를 뿜어냈다. 놀란 파란 스카프와 안경은 으아앗!!이라고 외치며 뒤로 넘어졌다.
"히히! 그건 피부에 닿아도 가려운 정도니까 걱정 마! 겁쟁이들이네!! 하하하하"
보스는 여성의 어깨에 손을 턱하고 올리며 말했다. 여성은 금방 어깨를 움직여 때어냈지만.
"이 여성은 포이즌 버스트(Poison Brust) 능력자로 식물이나 곤충에서 독 성분을 얻으며 내성이 생기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스트레인지에서 전설의 약쟁이가 있다길래 돈 대신 약을 주겠다는 조건으로 고용한, 뛰어난 인재야."
"이래뵈도 4레벨 직전까지 갔거든!"
여성은 브이자를 보이며 자랑했다. 반대로 파란 스카프와 안경은 뭔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 그리고."
보스는 여자를 불러새웠다.
"빨간색 스카프. 이걸 쓰는 건 어떻겠나? 파란색 저 친구와 비슷하게 맞추는거지."
"음..어떻게 할까.. 좋아!"
여자는 마스크를 뜯어버리곤 한쪽에 흉터가 크게 나있는 입을 잠시 드러내더니 스카프를 새롭게 둘렀다.
"좋아, 새로운 기분으로 가자!! 아, 그리고 친하게 지내자고! 약은 못 주지만!"
"필요 없어"
"필요 없는데"
빨간 스카프가 된 여자는 안경과 파란 스카프, 둘과 어깨동무를 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보스는 셋의 뒷모습을 보다 창밖을 바라봤다. 날씨가 참 맑은, 늦여름의 한 풍경이었다.
- 설치
- 평상시였다면 어떻게 경찰서에 들어갈지 고민했겠지만 지금 상황은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왜냐면, 동화와 소설 속 인물들이 된 학생들이 깽판을 치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소녀가 된 청윤은 그 사이에 숨어들어서 위치추적기를 설치하면 그만이었다.
"어이 거기 공주양반!"
청윤은 짧게 한숨을 쉬고 경찰의 뒤를 가리켰다. 경찰들이 뒤를 돌아보자 마자 공기탄으로 유리창을 박살냈다. 나름 블러핑이 먹혔는지 경찰들은 바깥에서 누군가 돌이라도 던진 줄 알았던 모양인지 창가에서 떨어지느라 청윤을 놓쳤다.
위치추적기를 모시호가 움직이는 곳을 따라가도록 설치해놓은 청윤이 할 일은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늑대를 잡아야 해!"
"아니 늑대는 여기 없다니까!"
"무지개 나라로 가자!"
"내 바이올린을 가져가지 마!"
"이게 도대체 뭔 난리냐.."
모시호는 동화 코스프레를 한 듯한 사람 둘을 붙잡더니 밀어선 경찰서 바깥으로 내보냈다. 그러곤 다른 경찰들이 경찰서의 문을 닫았다.
"이제 안에 사람은 없겠지?"
"모르겠어. CCTV가 고장났는 걸."
"빨리 진압하자..."
다행히 경찰서 내에서 추가적인 진압 작전은 없었다고 한다.
"저긴 또 무슨 난리래냐.."
쌍안경으로 모카고를 바라보던 파란 스카프가 말했다.
"아니..."
"저거 연구소에서 벌인 짓 맞지? 저 정도면 연구소를 털기만 해도 인첨공을 그냥 먹겠는데?"
안경은 관심 있는 표정으로 쌍안경을 빼앗더니 연구소를 향해 쌍안경을 향했다.
"혼돈은 늘 재밌지~ 가끔 저런 풍경을 보는 것도 괜찮더라. 굿 트립인지 배드 트립인지는 둘째치고."
빨간 스카프의 말에 안경과 파란 스카프는 서로를 바라보곤 말했다.
"약쟁이 쟤..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거야?"
"약 한스푼이면 뭐든지 가능하거든? 피부에 닿아도 효과가 발휘되는 이거.. 한번 해볼래?"
파란 스카프는 안경을 들곤 능력을 사용해 빠르게 그 자릴 벗어났다.
- 파란 스카프의 과거
- "그래서.."
"그래서?"
"어쩌다가 레벨3씨가 이런 곳에서 박혀있는걸까요~?"
오늘도 자경단의 습격을 어떻게든 뿌리친 빨간 스카프와 파란 스카프는 옥상에 앉아 있었다.
"시작은 버려진 스킬아웃이었어. 그냥 뛰어다니며 조금은 도둑질도 하고, 그런 평범한 아이. 그러다 어떤 손이 내게로 왔고, 연구소에 들어가선 일반인이 되길 노렸었지.
파란 스카프는 잠시 말을 멈추고 땅을 바라보더니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열심히 노력하니, 3레벨이 되더라고. 그런데, 어느날부터 연구소장이 이상해졌어. 그저 운동만 있던 커리큘럼은 언젠가부터 전기를 통한 테스트가 되더니 결국은 고문이 되더라고."
"..."
"거기서 끝났다면 모를까..."
"..?"
"그래. 연구소장은 연구소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전기로 구워죽이려 했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지."
"설마.."
파란 스카프는 씁쓸한 표정으로 빨간 스카프를 보며 말했다.
"그래, 내 손으로 죽였어. 정확힌, 짓이겨 죽였지. 그 일로 난 다시는 양지로 돌아갈 수 없었고, 이렇게 조직의 주요 인물이 된거야."
"그때 동기들은..?"
"극소수 날 따라온 녀석도 물론 있었지만, 내가 극구 반대하니까 대부분은 마음을 접고 잘 살더라고. 다행이지."
빨간 스카프는 측은한 표정으로 파란 스카프를 보더니 턱하고 팔을 어깨에 올리곤 위로했다.
"살인이라니, 의외네. 나 같이 약을 너무 좋아해서 이곳에 버려진 약쟁이처럼 살지 말고, 잘 살아보자!"
파란 스카프는 빨간 스카프가 이런 면도 있었는지 놀란 눈치였지만 어깨에서 뭔가 느껴졌다.
"..? 야!! 내 몸에 약물 좀 그만 바르라니까!!!"
"극복을 위해선 약도 좀 필요한 법이거든!!"
결국은 또 티격대는 결말이었다.
- 청윤, 율럭키를 마주하다
- 뚜벅 뚜벅, 걸음소리가 들려온다. 불안한 듯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상자를 들고다니던 남성은 청윤이 앞에 떡하니 나타나자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왜 그렇게 떠는거에요? 그냥 지나가도 되는데."
"..고마워."
남성은 빠르게 지나가려고 했으나 청윤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자 당황한 눈치였다.
"요즘 여기 근방에 안티스킬이 다니던데.. 그 상자, 안에 뭐가 들었죠?"
"약품.. 뭐 그런거지.."
"..참 더럽게 솔직하시네요. 그냥 채소 같은거라고 했어도 넘어갈 뻔 했는데."
"알거 없잖아!!!"
남성은 옆에 공손히 상자를 놔두곤 약물 하나를 몸에 꽂았다. 그러자 근육질로 변하더니 청윤에게 달려들었다.
"..총을 든 사람에게 달려드는 건 아무리 속사를 잘하는 사람이어도 하면 안되는건데 말이죠."
공기탄을 맞고 기절한 남성을 내려다보며 청윤은 땀을 닦았다. 분명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뒷골목임에도, 여전히 더웠다. 그래도 곧 이 더위도 끝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청윤은 상자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냐..."
이를 어찌나 꽉 깨물었는지 카드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 상자의 행방
- "그래서, 한명이 잡혔다고?"
"네..."
보스는 안색이 어두워진 낯빛으로 안경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럼, 연구소 쪽에서 유출된 약품들은?"
"그건 다행히 회수했습니다."
"다행이구만... 그나마 초짜라.. 버리기 쉬우니 말야."
바깥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파란 스카프와 빨간 스카프. 파란 스카프는 잠시 생각하더니 빨간 스카프에게 말했다.
"그거 들었어? 요즘 능력자들이 스킬아웃들 때려잡고 다닌다는거?"
빨간 스카프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답했다.
"글쎄, 난 신종 약이나 기다리고 있는데. 연구소랑도 커넥션이 있으면 하나쯤 만들어줄 법도 하잖아?"
파란 스카프는 한숨을 쉬었다.
"애휴.. 너랑 뭔 대화를 하겠냐.. 요즘 자경단이다 뭐다 하면서 계속 생기는 느낌이던데, 그ㄹ.."
그때, 안경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만큼 우리가 저들에 대한 보호비를 명목으로 돈을 모으기 쉬워졌고, 우리 조직에 들어올 신참도 늘어날 것이란 뜻이지."
"...그래 그거야."
말을 못마친 파란 스카프의 입이 삐죽 튀어나오는 듯 싶더니 창 밖을 바라봤다.
"뭐, 여기에 있다고 안전을 100% 보장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저항의 방법이라도 생길태니까?"
"그러니까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거다."
그때, 애꾸가 창 밖에서 들어왔다.
"..아, 그렇죠."
"모두 화이팅."
"화이팅!"
빨간 스카프는 상큼하게 말하곤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파란 스카프는 반대로 능력자 집단을 상대하려면 결국 본인이 움직여야한다는 것을 알기에 한숨을 쉬었다.
- 상자 쟁탈전
- 그놈의 상자가 또 사라졌다!
"어디 갔어! 어디 갔냐고!"
"그..그 어떤 얼치기가 날치기 해갔다고.."
자경단들의 습격에 맞서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고 했건만 누군가 이를 훔쳐갔다고 한다.
"진짜.. 어딘지는 알지? 내가 갈태니까 부하들은 위치만 파악하고 교전은 삼가라고 해. 알겠어?"
"ㄴ..네.."
파란 스카프는 머리를 마구 긁적거리더니 능력을 사용해 그 장소로 이동했다. 그때,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상자 어쩌고 하는 것 같은데.. 잠시 귀를 기울이던 파란 스카프는 단숨에 능력을 써서 소리가 들리는 벽으로 돌진했다.
"야..조심해! 이거 잡히면 진짜 끝이라고!"
"그 대신 이 상자 속 내용물을 팔기만 하면 대박이지..! 잘만 하면 여기서 나갈.."
"그래, 너흰 나갈거야. 감옥으로 갈태니까."
몇시간 전 상자를 압수하려다 놓친 청윤에게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 해봤자 이 근방 스트레인지 뿐이었다. 그때 들려온 이 대화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멤돌던 청윤에겐 최고의 행운이었다. 청윤은 띨띨한 2인조 소매치기들에게 불쑥 나타나 손가락을 겨눴다.
"..무..뭐야! 너마저 우릴 얕보냐!"
소매치기 중 한명이 칼을 꺼냈다.
팡! 팡!
직후, 기절한 둘은 내버려두고 상자를 챙긴 청윤은 온갖 오만상을 지으며 안티스킬에게 전화하려고 했
콰지직!
청윤은 무너진 벽과 파란 스카프의 태클에 휘말려 벽에 세게 부딪혔다.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벽에 너무 세게 부딪힌건지 숨을 제대로 쉬기도 힘들고 기침만 나왔다.
"으윽.. 콜록..콜록.. 뭐야..?"
"이 상자의 원래 주인이라고 할까.. 잠깐만, 넌?"
파란 스카프는 청윤의 인상착의를 보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때 상자를 가져가려가 부하 한명만 체포당하게 만든 녀석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누구야? 저지먼트든, 자경단이든, 안티스킬은 아닌 것 같.."
"닥쳐..."
".,,아직도 그런 말을 할 힘이 남아 있나봐?"
파란 스카프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청윤은 파란 스카프에게 달려들어 공기탄을 발사했다.
"이게..!"
당황한 파란 스카프는 청윤을 한번 더 벽에 부딪히게 하려고 청윤의 어깨를 잡곤 함께 벽으로 돌진했다. 청윤과 파란 스카프는 다 무너진 벽에 한번 더 부딪혀 거리로 튕겨 나와 굴렀다.
파란 스카프는 청윤에게 한번 더 돌진을 쓰려고 했지만 청윤은 어떻게든 정신을 다잡고 공기탄을 날렸다. 다리에 공기탄을 두방이나 맞은 파란 스카프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졌다.
청윤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윽..!"
"스트레인지의 일에.. 그만 좀 관여하라고.."
파란 스카프는 어느샌가 주운 칼을 청윤의 다리에 꽂았다 뺐다. 청윤은 고통에 신음하더니 기절했다.
"진짜.. 이건 정말 쓰고 싶지 않았는데.."
상자 쪽으로 기어간 파란 스카프는 상자 안에 든 메가 스테로이드를 꺼내더니 주사기의 20% 정도만을 채운 뒤 다리에 주사했다. 그러곤 칼을 던져버린 뒤 상자의 뚜껑을 닫곤 다리를 절며 그 곳을 떠났다.
파란 스카프가 떠난 직후 정신을 차린 청윤은 주변 벽을 지지대 삼아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안티스킬에게 전화는 갔고, 현장 소리가 들리긴 했을태니 알아서 잘 오리라. 청윤은 이미 꺼진 핸드폰을 챙기곤 그 자리를 떠났다.
- 구룡성채
- "그 얘기 들었어? 건물의 숲에서 조직 키우던 애들 박살났다는 소식?"
"아, OO파 얘기? 당연히 알지."
파란 스카프는 다리에 붕대를 감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걔네들도 약한 세력은 아니었고 보니까 퍼클의 부하인 레벨4를 납치했을 수준이라는데 저렇게 한숨에 훅 가는 걸 보니.."
"무서워?"
"..ㅁ..뭐! 안 무섭거든!"
파란 스카프는 얼굴이 빨개져 격하게 부정하더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우리 조직이 아무리 강해도 한번에 끝장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건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야."
그때, 둘 사이로 보스가 불쑥 들어왔다.
"보스!" "보스..!"
"아무리 강한 저지먼트라 하더라도 특수부대나 암부가 습격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걸. 가젤보단 늙은 사자가 강하지만 늙은 사자도 젊은 사자에게 밀리지. 그러나, 젊은 사자조차 코끼리는 피해. 어디에나 더욱 강한 사람은 많은 법이야."
"그럼 어떡하죠? 바로 항복이라도 해야하나요?"
안경이 약간 비아냥 거리는 투로 말하자 보스는 흥하고 웃더니 말했다.
"그렇지만 특수부대가 이유 없이 저지먼트를 때려잡지 않듯이 조직간의 싸움에선 명분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해. 명분 없는 공격은 다른 자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법이지.."
그때, 안경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맞네요 보스.. 그런데 레벨4도 납치한 조직이 왜 그렇게 쉽게 무너진걸까요?"
"아, 특수한 독을 썼다는 소문이 있던데!"
"특수한 독이라.."
보스는 뒤를 돌아봤다.
"으아! 내 독은 어디로 간거야! 떨어뜨렸나! 힘들게 만든건데에에에에!!!!"
빨간 스카프가 자신의 장식장을 마구잡이로 뒤엎고 있었다.
- 솔리스에 대한 논평
- "젠장, 큼직하게 났.."
"2학구에 폭탄 테러가 있었다는데 그 소식 들었어?"
신문을 읽고 있던 안경은 파란 스카프가 뛰쳐들어오자 놀란 듯 눈쌀을 조금 찌푸렸다.
"호버 택시 한 대가 연구소 '데 마레'로 돌진해 자폭 테러를 감행했다. 4레벨 능력자의 방어로 실행범 2명만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것에 그치다. 라는데."
"으음.. 솔리스.. 그 단체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걸까?"
"글쎄?"
그렇게 말하며 안경은 신문을 던졌다. 더 읽을 필요 없다고 생각해 버릴 생각이었다.
"...솔리스라~"
간만에 약에 취해 구석에 쭈그려 노래나 듣고 있던 빨간 스카프는 갑자기 노래를 바꾸더니 말을 이어갔다.
"거기 대빵이 윤씨였던가~? 건너 건너 인맥이 있긴 했지만 거긴 너무 사이비였단 말야~."
"마약만 하는 줄 알았더니 어떻게 그렇게 인맥이 넓냐..?"
"글쎄다, 과거 얘길 잘 안해줬으니."
솔리스. 과거 인첨공을 공포에 떨게했던 테러 단체였다. 분명히 망한 단체였지만 이번 일로 부활한다면 인첨공에 어떤 지각 변동이 발생할지..
"아, 그리고 어르신도.."
"어르신은 왜?"
"...까먹었어!"
빨간 스카프는 잠깐 생각하더니 갑자기 옆에 있는 주사를 집어 팔에 꽂곤 말을 이어갔다.
"..아! 그래! 들리는 소문을 보니 4레벨 정예 안티스킬을 때려잡다 못해 혼수상태에 빠트렸다던데~"
"그거야 안티스킬 쪽에서 유명한 얘기니까 알지. 그러니까 왜?"
"그 경찰말야! 데 마레에 자주 들락날락하던가 그랬을탠데! 뭔가 데 마레에게만 안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단 말야!"
계속해서 듣고 있던 안경은 팔짱을 끼더니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일단, 스트레인지를 담당하던 안티스킬 한명도 끔찍하게 살해당했잖아. 그 남자가 어르신 휘하에서 조력자로 활동했다는 것만 생각해도 그 솔리스니 뭐니가 다시 생겼다고 쳐도 어르신과 관련이 있는 일일까? 분명 그 혼수상태가 된 안티스킬이 데 마레에서 경호 쪽으로 활동했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어르신과 솔리스가 관련이 있다곤 할 수 없어."
"흠.. 그렇지만 묘하게 단계별로 진행된 것도 무시할 순 없잖아, 그렇지?"
"잠깐."
그때, 파란 스카프가 끼어들었다.
"이 일에 대해 의논하고 뭐하고는 괜찮다만, 난 가장 중요한 건 솔리스라는 세력이 다시금 부활할 것인가라고 생각해."
빨간 스카프는 고개를 돌려 파란 스카프를 바라보다 픽하고 고개가 고꾸라졌고 안경은 안경을 다시 올렸다.
"난 부활했다고 봐~,"
"..그래, 이미 그렇게 활동한 것에서 부활을 100% 부정할 순 없지. 그냥,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부활한게 잠깐의 회광반조인지 진짜로 테러집단인지지."
"어차피, 에어버스터가 잘 진압해줄거야~."
파란 스카프는 에어버스터의 눈을 피하면서 정작 에어버스터가 전부 때려잡으려면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피식하고 웃었다.
"흣.. 어차피 우린 피라미를 좀 잡아먹은 피라미일 뿐이야. 그걸 잊지만 않는다면.. 망하진 않겠지."
안경은 그렇게 말하곤 창 밖을 바라봤다.
"너무 폼 잡지 마~."
빨간 스카프는 손에서 약물을 마구 늘리더니 손뼉을 쳐서 뿌렸다.
"꺄악!"
"야 안경! 너 여자처럼 소리지르네!"
"지금 그게 중요하냐! 중독자 되기 싫음 빨리 나가자고!"
파란 스카프는 안경을 들곤 헐래벌떡 자리를 벗어났다.
- 양복남 - 율럭키 시점
- 스트레인지에서도 음식을 팔거나 하는 노점상들은 존재한다. 보통은 영역에 들면 보호비라는 방식의 상납금을 적당히 받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보통 그 정도 크기의 조직들은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았고, 자경단 편을 들면 골치 아파지니 받는 만큼 추가적인 편의를 들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보호비를 냈으니, 질 나쁜 양아치가 나타나면 쫓아내는 식의 최소한의 활동을 해주는 것도 당연했고 말이다.
"참.. 바쁘네.."
오늘도 한바탕 하고 자기 자리에 누운 파란 스카프는 천장을 바라보며 이 참에 명상이라도 배워 정신을 안정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부하가 헐래벌떡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또 왜..?"
"갑자기 무슨 알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나더니 무단취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아니 뭔.. 그 정도면 알아서 처리 가능하지 않아?"
"그런데.. 어르신께서 보냈다고 하고 있어서.."
"...어르신?"
갑자기 어르신이 율럭키의 영역 쪽으로 사람을 보냈다고? 잠깐 피가 얼어 붙는 것 같았던 파란 스카프는 일단 다른 간부들에게도 알리라고 지시하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안경을 데리곤 빠르게 달려나갔다. 부하가 말한 장소에 가보니 진짜로 스트레인지에선 보기 힘든 양복을 빼입은, 한 남성이 서서 상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혹시 그쪽은 불만 사항이.."
"어이. 거기 양복남."
"저.. 말하시는건가요?"
파란 스카프는 호기롭게 말은 꺼냈지만 움찔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안경이 한숨을 쉬며 파란 스카프 대신 앞으로 나가 양복남을 마주했다.
"혹시, 무슨 이유로 왔는지를 말해줄 수 있습니까?"
"아.. 그 이 구역의 조직이 성장하고 있기에 정찰 겸.. 그 아시죠?"
양복남은 손가락을 문지르며 율럭키가 상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요구했다.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지키려 했지만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안경은 짧게 심호흡을 한번 하곤 말했다.
"그, 어르신이 보내신 분이라는 증거가..?"
"아, 이거면 될까요?"
마치 경찰관이 배지를 보여주듯 주머니에서 홀로그램 안경을 꺼낸 양복남을 보자 안경과 파란 스카프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정찰과 그.. 원하는 걸 받으시려면 일단 기지로 오시죠?"
양복남은 군말 없이 따르는 듯 싶다가 잠시 멈추곤
"그건 기억하셔야 할게, 모든 것이 점수로 기록되고 있단 점이랍니다. 아시겠죠?"
본부에 도착하고 양복남은 율럭키의 보스와 마주했다. 커피와 간식을 먹던 양복남은 잠시 목을 가다듬곤 말을 이어갔다.
"..아시겠죠? 최근 3학구에서 급성장하는 조직에 대해 어르신의 정찰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는 겁니다.."
바깥에선, 다른 간부들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왜 어르신이 여기 온거야! 우리가 벌써 그렇게 커진건가?"
파란 스카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안경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아마 그럴지도.. 점조직들에게 갈취 당하기 싫어서 상인들이 단체로 우리 쪽으로 오고 있잖아.."
하지만 애꾸는 잠시 남성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글쎄, 진짜로 어르신이 보내서 온 건 맞겠지? 그런 사람이 왜 상인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는지.. 좀 이상하지 않나?"
빨간 스카프는 양복남이 마치 배지마냥 달고 다니는 홀로그램 안경을 보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건 분명 어르신 휘하 부하들이 사용하는 안경이 맞아. 그 건너 인맥 중 한명이 설명해줘써."
갑자기 혀 짧은 소리를 하는 빨간 스카프에 파란 스카프와 안경은 인상을 찌푸렸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 홀로그램 안경을 쓰는 자들은 그럼 어르신의 정보원이던가?"
파란 스카프는 갑자기 이상하다는 듯 빨간 스카프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끼어들었다.
"저런 안경은 보통 엔지니어들이 쓰지 않나요? 뭔가 이상한데.."
과거에 분명 저것과는 좀 다르지만 연구소 엔지니어가 홀로그램 안경이라며 자랑하던 기억이 있었다. 빨간 스카프는 말이 막히자 잠시 침묵하더니 짧게 고개만을 끄덕였다.
"모두, 들어오도록."
그때, 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방에 들어오고, 양복남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어르신의 후광을 뒤에 업었으니 너희들 따윈 두렵지 않다는 것처럼.
"일단 상납금에 대해선 부하들과 상담해봐야 되어서 말이죠. 잠시 나가주시겠습니까?"
양복남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짧게 고개를 끄덕하곤 화장실이라도 갔다 오겠다며 방을 나섰다.
"그래서, 왜 정찰과 상납금 받아오기라는 큰 임무를 받은 사람이 무전취식 같은 일을 한거죠?"
애꾸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물어봤다.
"그냥 상인들의 불만을 들으며 조직을 파악하려고 했다가 상인들이 서비스로 음식을 줬다는 군."
그냥 단순한 인심이었던 걸까.
"그렇지만.. 홀로그램 안경은 뭔가 이상해. 거기에 뱀 비늘 문신이 없다는 점도."
뱀 비늘 문신. 분명 그것도 어르신 측 조직의 상징이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보여주지 않고 대신 홀로그램 안경으로 스스로를 나타낸다고? 뭔가 확실히 이상했다.
"..얘기는 다 끝나셨나요?"
그때, 문을 벌컥 열고 양복남이 들어왔다.
"사실, 이런 식으로 가신다면 어르신께서도 분명 가만히 계시진 않을탠데.. 혹시 확인 하고 싶으시다면 어르신 쪽에 연락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경고하자면 그랬다간 분명히 어르신께 크게 밉보일겁니다."
그렇게 말한 양복남은 재킷을 벗곤 셔츠를 걷어 뱀 비늘 문신을 보여줬다. 그러자 모두 크게 당황해 뒷걸음질을 쳤다.
"이미 점수는 많이 떨어졌어요."
양복남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보스는 빨간 스카프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더니 짧게 한 단어를 속삭였다.
"잠깐만."
"..뭐죠?"
그때 갑자기 빨간 스카프는 손에서 뱀 비늘 문신을 향해 뭔가를 발사했다.
"끄악! 뭐야 이거! 아니 잠깐, 안돼!!"
그러곤 달려들어 문신을 마구 문질렀다. 그러자 조각들이 떨어져나오곤 깨끗한 맨살이 보였다.
"이럴 줄 알았어! 이거 싸구려 일회용 문신이잖아!"
애꾸는 한숨을 내쉬곤 바늘과 실을 던져 양복남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언제부터 가짜란 걸 아신거죠 보스?"
"어르신 쪽에게 선물을 보낼 정도의 연결점은 있어서 말야. 저렇게 어색하게 다닌 것부터 대강 눈치챘지. 고장난 안경을 들고 다닐때부터 알아봤어."
다들 놀란 눈으로 보스를 바라봤다.
"저 안경, 고장난 거였나요?"
"자세히 보면 실금이 가있거든. 저렇게 잘 안보이게 금이 간 거면 진짜로 맛 간거라 저러면 저 안경은 못 쓰는거야."
보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우리 완전 바보 될 뻔했네!"
"어르신에게서 왔다고 주장하다니.. 간도 참 큰 녀석이구만.."
안경과 파란 스카프가 한마디씩 던질 동안 보스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어르신이 보낸 사람이라며 간 크게 사칭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죠. 네.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미 연락을 보내놓은 것 같았다. 오늘의 사건은 스트레인지에서도 유독 이상한 사건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 양복남 - 양복남 시점
- 스트레인지의 삶은 늘 힘들고 괴롭다. 여기 있는 이 이름 모를 스킬아웃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밝은 미래가 있을 것 같아 인첨공에 들어왔건만 사기에 당해 돈을 모조리 날리고, 그 돈을 매꾸기 위해 사기를 치다가 결국 피해자이자, 범죄자라는 두가지 이름을 가지고 스트레인지 신세가 되었다. 스트레인지에서도 능력이 있다면 조직 같은 곳에라도 들어가겠지만, 그에겐 딱히 받아줄만한 곳도 없었다.
결국 소속조차 없는 그에겐 그저 쓰레기통들을 뒤지며, 뭔가 있을지 살피는 것 뿐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을 다니다보면 대부분은 쪽박, 어떨땐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주 가끔, 진짜 가끔은 대박이 터질때도 있는 것이었다. 그의 앞에 놓인 여행 가방, 수트케이스가 대표적인 예시였다. 수트케이스는 좀 헤진 부분이 있긴 했지만 매우 멀쩡했고, 안에 든 수트도 별 이상이 없었다. 이걸 암시장에서 판다면 분명 한달 정도 먹고 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거기에 안쪽에 들어있던, 잔금이 간 홀로그램 안경까지 나오자 이거라면 몇달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때, 사이즈도 딱 맞는 이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스킬아웃은 주위에 사람은 커녕 쥐 한마리 없다는 걸 확인하곤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입으니 확실히 인상이 살았다. 홀로그램 안경도 껴보고 마치 부자처럼 폼도 잡아보고, 사기를 쳤던 시절을 생각하며 돈을 끌어들이려는 시늉도 해보던 그는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자 당황해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그냥 길을 걸어가던 남성은 골목길에서 누군가 움직이던 것 같기에 호기심이 들어 골목길 안을 바라봤다. 그 자리에는 양복을 입고 홀로그램 안경을 낀 남자가 서 있었다.
"..거기서 뭘.. 잠깐.."
스킬아웃은 양복을 입었으니 돈 많은 사람으로 지목되어서 끌려나가 린치를 당하는게 아니냐며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남성을 바라봤다.
"아..아 죄송합니다! 그 안경은.. 분명 어르신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헐레벌떡 이곳을 뛰쳐나갔다. 그렇게 사라진 남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스킬아웃은 안경을 벗곤 잠시 바라봤다. 어르신이라, 분명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스트레인지에서 악명 높은 이름이니 말이다. 자신은 지금 그 휘하 인물로 보이고 있다는 뜻이겠지? 남자는 불길함이 들어 빨리 옷을 벗어버리려다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언제부터, 난 이 스트레인지를 나가지 않고 그저 먹고 살 생각만 하고 있었던거지?'
어르신의 부하라는 현재의 껍데기는 너무나 사기를 치기 좋은 조건이었다. 몇달, 몇년을 먹고 살 돈이 아니라, 아예 스트레인지에서 탈출할 거금을 벌 기회였단 말이다. 스킬아웃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거리를 나섰다.
먼저 수트케이스를 암시장에 팔아넘겼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목욕탕에 들어가 깨끗이 씼고, 이발까지 마친 그는 완벽한 엘리트의 모습이었다. 마치 훈장을 단 것 마냥 자켓 앞 주머니에 홀로그램 안경을 꽂아둔 그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어디가 누구의 영역인가를 들었고, '무언가'를 찾았다.
사기를 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었다. 너무 작으면 먹을게 없다. 너무 크거나 역사가 길어도 어르신의 조직과 잘 알 가능성이 높으니 위험하다. 자경단의 구역은 당연히 미친 짓이다. 그러다, 가장 좋은 구역이 있었다. 율럭키라는 조직. 3학구 스트레인지를 통합중인 역사가 길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맞는 조직. 타깃은 잡혔다. 이제, 남은 건 도박 뿐이었다.
스트레인지의 한 식당. 그냥저냥 평범한 오후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양복을 빼입은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단숨에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고정되었다. 깨끗한 양복에, 단정한 머리. 스트레인지에선 절대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장님~ 장사는 잘 되시나요?"
서빙을 받던 사장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냥 그렇죠. 근데, 누구신데..?"
"아, 전 여기 구역을 확인하러 온, 그 뭐랄까.. 감시관이랄까요? 이 식당도 율럭키 조직에 보호비를 내고 있죠?"
"감시관이라니, 공무원이라도 되.."
사장은 홀로그램 안경이 뭔지 알아보지 못한 눈치였다. 그때,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장을 막곤 말했다.
"이보슈 사장, 저 안경, 그 어르신이라는 사람들 부하가 끼는 안경이라구요..!"
"진짜로..?"
사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복남은 여유로운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전 그냥 이곳 상인 분들이 괜찮은지를 알아보며 율럭키가 어떤 조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니까요. 사장님껜 아무런 불이익이 가지 않을겁니다."
사장은 마음이 약해졌는지 잠깐 기다리라고 하곤 음식을 내왔다. 양복남은 정신 없이 음식을 먹으며 사장과 손님들이 말하는 불만 사항을 말했다. 그때, 음식이 조금 안경에 튀자 혹시나 하는 생각에 휴지로 닦아내곤 조심스래 주머니에 넣었다. 밥을 먹고 한쪽 길거리에 앉은 남성은 몇몇 불평 많은 사장들의 불평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그 무언가를 찾아낸 양복남은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좀 어르신께 중요한 건데.. 하나 챙겨도 괜찮겠죠?"
일회용 뱀 문신. 이것만 있다면, 분명히 앞으로 잡힐 일은 없을 것이다.
"어이. 거기 양복남."
아마 올것이 온 모양이다.
조직의 본부에서 보스의 앞에 앉은 양복남은 커피를 들이키고, 간식을 먹으며 최대한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왠지 모를 중압감이 계속 느껴졌지만.
"그래서, 우리 구역에 오신 이유가 뭐라구요?"
"..어르신께서 보내셨기 때문에 온 겁니다. 특별 정찰 활동 같은 느낌이죠."
본인이 들어오기 전까지 휴대폰만 만지던 보스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양복남은 말을 이어갔다.
"어르신께서 보내실만한 이유가.."
"율럭키 같이 성장하는 조직을 확인하지 않을 이유도 없죠. 일종의 안전 테스트랄까요?"
"그 상납금도요?"
역시 보스인가, 돌직구로 질문을 하다니. 땀이 흐를 것 같았지만 최대한 참았다.
"..어르신의 뜻을 제가 어떻게 감히 추측하겠나요?"
"그럼 시장에서 밥은 왜 먹은거죠?"
"그분들이 서비스로 주신겁니다. 안 먹는 것도 그렇잖아요?"
바깥에선 대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불안이 엄습했다.
"원하시지 않는다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 대신 어르신께는 제가 잘 얘기드리죠.."
"..잠깐만요. 부하들하고 얘기해보고 다시 말하죠."
걸려들었다. 아마 90%는 끝난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 그러죠."
부하들과 대화한다며 나간 것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뱀 비늘 문신 얘기가 들리자 피가 잠시 얼어붙는 것 같았던 양복남은 황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곤 일회용 뱀 문신에서 머리와 꼬리 부분을 찢고 자신의 팔에 붙였다. 머리와 꼬리 부분은 변기에 내려버리고 심호흡을 하며 급히 방으로 갔다.
'이대로면 망해. 어떻게든.. 어떻게든.. 역전해야해..!'
양복남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 한편, 양복남의 최후는...
- "그러니까, 내 이름을 팔아먹는 녀석이 있다 그거지? 시시하네."
서휘는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제 측근의 속삭임을 들었다. 긴급한 전보라길래 제 고양이가 자퇴라도 한 줄 알았건만 막산 들어보니 김빠지는 얘기였다. 스트레인지는 넓고, 겁대가리 상실한 것들은 자신이 스트레인지에서 얼마나 미숙한 건지를 드러내고 싶은 건지 제 이름을 팔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근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3학구 율럭키의 영역에서 벌어졌습니다."
"3학구?"
"예."
"아, 이래서 늙는 건 즐겁지가 않아. 내가 이빨 빠진 짐승인 줄 알고 득달같이 팔아먹으려 들잖아. 겁대가리 없는 녀석들."
"사람을 보내 처리할까요?"
서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참에 좀 움직여야겠구나."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떤 이유로 그리 걱정하는지 들어나 보자. 오늘따라 더 깍듯한 것도 이상하네."
"심기가 불편하신 듯하여,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니 휴식을 취하심은 어떠신지……."
"응? 걱정 해준거니? 하하! 나 기분 안 나빠."
자리에서 일어난 서휘는 빠듯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으, 하고 짧은 숨을 뱉고는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고양이가 앙칼지게 굴어서 좀 다쳤을 뿐이지, 내 심기에는 이상이 없단다."
"……마키나가요?"
"이번에도 내 업보지, 뭐."
밖으로 나서는 서휘의 눈이 가느다란 호선을 그었다.
"간격이 있어도 깨물 면적은 있거든. 그러니 도망치게 내버려두라 해. 내가 잡을 테니."
그리고 현재, 인천 첨단 공업 단지의 바다 으슥한 곳. 외진 부둣가는 기능하지 않는 조명 탓에 더 어둡고 불길했다. 서휘는 퍽 오만한 자였다. 도망치게 내버려두라 한 뒤 여유를 가지고 추격한 주제에 운 좋게 이 부둣가까지 내몬 것을 절대 행운이라 여기지 않았다. 자신이 실행하고, 자신이 이루어낸 결과였을 뿐이다. 만일 스트레인지 밖으로 도망쳤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잖니. 내가 부처보다 손이 좀 커서 말이다."
부두 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가 기다리고, 근처에 정빅된 배는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어찌 되었든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손을 떼거나 주제를 알았더라면 지금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서휘는 노이즈 속에서 안타깝다는 듯 생각하고는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주제를 알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조졌겠지.
"내 이름을 팔았다며?"
서휘는 점차 남성을 몰아갔다. 남은 장소가 바다 깊은 곳밖에 남지 않을 만큼, 천천히, 그리고 넓은 폭으로 이동하며 뒤로 내몰았다.
"비늘엔 성의가 없어, 우리집 엔지니어들은 기름때에 늘 절어있는데 그것마저 없는 양복쟁이야……. 이리 엉망인 녀석이 내 이름을 파는 상황을 용납할 수 있는 건 두 개의 상황 뿐이란다."
단 한 번이었다. 성큼 다가와 그 붉은 눈으로 내려다보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네가 내 이름을 팔고 다닐 만큼의 객기를 지녔는지, 아니면 우리 고양이든지. 안타깝지. 너는 둘 다 아니더구나. 단 한 번이라도 날 마주하고 뻔뻔하게 굴었으면 난 네게 흥미를 가지고 살려주었을 텐데."
그리고 순식간이었다. 발로 남성의 복부를 거세게 걷어차며 부두 밑으로 추락하게 만들고자 함은.
"이 어르신이 너를 지켜볼 예정이다. 살아남아서 네 쓸모를 증명할 시간을 주지. 일주일. 그 안에 뭐든 해서 만족할 결과를 스트레인지에 퍼뜨리면 살아남게 해주마. 아니, 한 자리 줄 수도 있지. 쓸모 가득한 인재일 텐데."
할 수 있지? 물에 빠져 정신이 없을 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는, 눈을 휘었다.
"그리고 꼼수 쓸 생각 말아. 지금이라도 못 할 것 같으면 거기에서 수영 포기하고 숨 쉬는 것도 포기하면 될 테고. 내 지금 박제 하나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니 유흥거리가 좀 필요한데, 잘 부탁한단다."
뱀이 눈을 휘었다.
"일이 잘 풀리면 율럭키의 아이들에게 술이라도 보내주든지 해야지."
그럴 일이 없어보이지만, 어찌 되었든. 뱀처럼 가는 미소를 뒤로 서휘는 반대방향을 향해 걸었다. 생사는 필요없다. 눈은 이미 지천에 깔렸다. 남은 것은 쓸모를 가늠하는 것과 고양이에게 잔뜩 할큄 당해 엉망인 어깨에 연고 바르는 일 정도겠다.
음, 일상적이군!
- 메트로폴리스 - 개장
- "한가하네~."
옥상 난간에 걸터 앉은 파란 스카프는 아주 오랜만에 한가함을 즐기고 있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기분 좋았다. 그때, 뒤에서 안경이 불쑥 나타났다.
"그 어르신 쪽 소식 들었어..?"
"아, 우리가 사칭을 잡아낸 덕분에 흡족해 하셨다는 소식?"
"그거 말고.. 메트로폴리스 말야.."
파란 스카프는 놀라 황급히 난간에서 내려왔다.
"그때 도박장이 워낙 잘 나가긴 했지만서도.. 이러다 중독된 녀석이 있으면 괜히 이상한 곳에서 돈을 끌어다 쓰지만 않으면 좋겠네."
"..어차피 부하 정도 레벨이면 꼬리를 잘라버리면 그만이니 말야. 너나 조심하지 그래?"
"난 현실에서 달리기만 하지 도박에서 달리진 못하는 사람이라."
파란 스카프는 그렇게 넘겼다가 자기가 중독자가 될 것 같냐며 잠시 안경을 째려봤다.
"근데 어르신이 다시 그 사업에 뛰어든다는 건 무슨 뜻일까..?"
"박살났던 3학구 스트레인지가 다시금 복구되고 있단 뜻이겠지."
"하아.. 제발 퍼클이 오지 않았으면."
벌써 율럭키는 잃어버릴 것이 제법 많은, 그런 곳이 되었다.
- 메트로폴리스
- "...그래서 내가 식물을 별로 안좋아 하는거야."
"그냥 편식 아냐?"
"..."
파란 스카프와 안경에겐 옥상에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별 의미없는 잡담이나 나누던 평범한 아침이었다. 아래 쪽이 시끌시끌해 내려다보니 어딘가에서 밤을 새고 온 듯한 빨간 스카프와 몇몇 부하들이 있었다.
"쟨 또 어디가서 그렇게 놀고 왔으려나.. 그냥 잠이나 재"
파란 스카프는 빨간 스카프는 늘 저런다며 무시하려고 했지만 안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파란 스카프의 스카프를 잡곤 끌고 내려갔다.
"으이.. 굳이 그렇게 끌고 내려올 필요가 있어,,? 어쨌든, 빨간 스카프 너.. 뭐하고 왔냐..?"
"응..? 음.."
"이런 곳이 새로 생기다니! 너무 좋네!!!"
부하들을 끌고 새로 생긴 도박장으로 온 빨간 스카프는 놀자판으로 그동안 약 판매 등으로 번 돈을 판돈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었다. 그 와중에 들고 온 마약을 주사하는 것도 잊지 않고 놀자판으로 즐기고 있었다.
"오.. 거기 귀여운데..?"
그때, 안드로이드 투기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블랙잭에 적당히 돈을 넣던 민트색 머리의 여자를 보곤 빨간 스카프는 다가가더니 갑자기 어깨동무를 했다. 옆에서 싸움에 열광하던 부하들 중 몇명은 이를 보곤 당황했는지 빨간 스카프를 말리려고 했다.
"야! 방해하지 마!"
빨간 스카프는 손을 휘둘렀다. 능력을 쓴 것도 아니고 그냥 뿌리친 것에 가까웠지만 부하들은 놀라 허둥지둥 물러났다. 그러곤 빨간 스카프는 좀 더 여자에게 무게를 싣곤 말했다.
"안녕? 이름이 뭐야? 난 율럭키라고 요즘 빠르게 크는 단체의 간부거든~. 돈도 많고, 능력도 있어! 독 같은 약물들을 만드는 능력인데... 에이! 다른 몸에 뭐 씌우고 빠르게 달리는 놈이나 머리 좋은 놈, 실하고 바늘 쓰는 놈은 놀릴때 빼곤 다 재미 없단 말야! 너도 우리 조직에 들,,"
도저히 보질 못하겠는 부하들이 다시 뜯어 말리려고 했다. 그때, 정하는 21을 잡으며 블랙잭에서 돈을 땄다.
"오! 뭐야! 그거 대박이네! 와..1!!"
박수를 짝짝짝 쳤다.
"어...모르겠어..."
빨간 스카프는 그렇게 말하곤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갔다. 부하들이 귓속말로 조심스래 말하자 안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고. 파란 스카프는 부들거리며 화를 냈다.
"...빨간 스카프를 막을 능력자라도 한명 더 스카우트 해야하나.."
"이이이이이 망할 약쟁이가!! 그러다 저지먼트가 진압하러 오면 다 죽는다고!!!"
"하아.. 귀여운 여자였지.."
가을 바람은 역시 여름보다 차가웠다. 창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빨간 스카프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기다려줘.. 누군지 모르겠지만 꼭 다시 만나는거야..! 과연 어떤 사람일지 더 알고 싶어지네..!!!"
희열을 느끼며 좋아하는 빨간 스카프의 뒤에서 파란 스카프는 한심한 눈빛으로 빨간 스카프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때, 애꾸가 뒤에서 불쑥 들어왔다.
"..빨간 스카프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하아.. 글쎄요. 새로운 스토리라인의 시작일수도 있고.."
"..뭐?"
- 구역 수비
- "...그래서 거래한다던 애들은 언제 오는거야?"
늘 그렇듯 으슥한 스트레인지의 뒷골목, 율럭키 멤버들이 모여 거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넌 뭘 그렇게 보냐?"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부하에게 다른 부하가 물었다.
"저기.. 뭔가 뻘건게 막.. 불 같기도 하고.."
"뭐? 야 잠깐만.. 엎드려!!!"
불이 날아와 부하들을 덮쳤다. 누군가는 머리에 불이 붙어서 놀라고 옷에 불이 붙은 부하는 마구 굴러서 불을 급히 끄려고 했다.
"너희 같은 애들을 태워버려야 스트레스가 풀려서~ 어차피 한 두명 정도는 죽어도 모를거고."
불을 발사한 남자는 멀리서 걸어왔다.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자, 아마 계속 스트레인지에서 난동을 부린다던, 그 능력자 집단의 멤버인 듯 했다.
"잘가~!"
저벅저벅 다가가던 남자는 손을 뻗곤 불을 모아 다시 한번 발사하려고 했다. 그때, 벽에 큰 구멍을 뚫곤 누군가 튀어나왔다.
"하아..진짜.. 이딴 쓰레기들은 쓰러트려도 계속 나타나네.."
"형님~ 저희도 쓰러트릴 사람은 남겨놓으실.."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자는 파란 스카프가 능력을 써 무너뜨린 벽에 휘말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를 뒤따라오던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치다 파란 스카프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도 완전히 제압이 된 건 아니라 어느새 불을 다 끈 부하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야 이 개.."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는 바로 능력을 발동해 파란 스카프의 오른쪽 팔에 전기를 흘려보냈다. 파란 스카프는 고통스러워하다 갑자기 힘을 줘 일렉트로키네시스 능력자를 벽에 던졌다. 마치 로프 반동을 하듯 벽에 부딪혔다 튕겨나온 일렉트로키네시스는 파란 스카프에게 얼굴을 두방 맞곤 한번 더 능력을 써서 돌진해 부딪히자 벽에 제대로 부딪히곤 기절했다.
"이.. 벌레들이..!!!"
"앗 뜨거!!!"
한편, 부하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파이어키네시스의 한쪽 팔을 붙잡고 다른 한명은 주먹을 날렸지만 파이어가 다시금 뿜어져나와 혼비백산하며 흩어지길 반복했다.
"아우씨.. 겁나 아프네.."
턱을 부여잡던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는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곤 황급히 불을 발사했지만 이미 능력을 발동해 막이 둘러진 파란 스카프에겐 먹히지 않았다. 결국 제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힌 파이어키네시스 능력자도 기절했다.
"너희 괜찮냐?"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냥 주민들이 알아서 신고해서 경찰에 넘기든, 연구소에 넘기든 하겠지.."
"그.. 약은 불에 타버렸는지 없어져"
"아아아아악!!!! 안돼!!!!"
여기저기 그을리고 화상을 입은 부하들은 파란 스카프의 절규에 놀라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 중립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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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는 다르게 율럭키의 간부들은 단체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애꾸가 들어오자 다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애꾸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듯 팔을 흔들며 앉으라고 했다.
"아.. SNS 없으시죠.. 그 여기.."
안경은 조심스래 SNS를 보여줬다. 신규 중립 크루, QU'ART'Z가 새롭게 결성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최근에 사설 CCTV가 설치되어선 안티스킬 담당사무소 앞으로 방송되더만 세력의 움직임을 보고 개입한 모양이군.."
빨간 스카프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사진을 찍으며 난리부르스를 부리고 있었다.
"헉, 여기 QR코드가 있다네요! 빨리 가봐야겠다!!!"
그러곤 바로 본부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파란 스카프는 영 안되겠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했다.
"중립이라니.. 이건.."
"나쁠 건 없지."
안경이 QU'ART'Z에 대한 얘기를 꺼내려던 그때, 애꾸가 안경의 말을 막았다.
"..네?"
"우린 조직들을 흡수할 뿐, 무너뜨리진 않을거야. 굳이 그런다고 버는 것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어르신 쪽이나 타 경쟁 조직이 우리에 대해 관심을 줄이지 않을 태니 말야. 오히려 경계선이 만들어질 뿐이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테러리스트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단 말이시죠?"
"그래. 그런 늑대형 점조직들은 추격하다 중립 구역으로 피해버리면 상당히 까다로워지는 것도 사실이지. 그 QU'ART'Z라는 곳이 충분한 무력이 있다면 좋겠는데 말야. 그게 아니라면..."
"아, 혹시 새로운 녀석 한명 발굴되지 않았던가요?"
파란 스카프는 뭔가 이야기가 점점 과격해질 것 같자 급히 화재를 돌리려고 다른 말을 던졌다.
"그래, 그 해머 말야. 인핸스드 컨디션과로 2레벨 짜리 한명 데려왔어."
아직 활약상이 많진 않아서 초급 간부가 한계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아마 곧 간부단에 한명 더 추가되지 않을까?
- 철모, 등장!
- 스트레인지에 중립지대가 생겼다지만, 싸움이 줄어들진 않았다. 오히려, 율럭키처럼 새롭게 통합하거나 재편에 성공한 조직들이 스트레인지에 다시금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는 일이 늘어났다. 물론, 능력자 테러리스트들처럼 막나가는 녀석들, 반대로 좀도둑들이 뭉친 도적단 같은 점조직들도 생겼지만.
"하아.. 머리 아프네.."
안경은 조직의 자금과 일정을 모두 관리하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의 실력은 분명 유능했지만, 솔직히 좀 과중했다.
"불만사항 정리는 좀 추가 인력을 뽑아주시.. 뭐야!"
<현재 거래를 통해 얻은 자금을 들고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기에 추격중입니다! 이상입니다!>
"어디인데! 한번 말해봐!"
<지금 OO길과 OO반점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안경은 급히 3학구 지도로 화이트 보드판을 뒤집곤 위치를 표시했다.
"그 녀석들 아마 구룡채성 근처로 갈꺼야! 그럼 잡기 골치 아파질태니 꼭 그 전에 잡아야 된다!"
<으윽.. 그 녀석들 새총으로 저와 함께하던 동료들을 전부 기절시키고 있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직후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리자 안경은 파란 스카프에게 말하려다 지쳐서 잠들었단 것을 기억하곤 근처에 있을 인원들을 합류시키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쓰러트렸습니다! 이상입니다!>
"..뭐?"
오늘 새롭게 소개할 율럭키의 하급 간부인 군모입니다. 군모를 쓴 것을 제외하면 큰 특징 없는 남성이지만, 율럭키에 대한 충성심 만큼은 아주 뛰어난, FM이란 것이 특징이죠. 어쨌든, 5명 쯤 되는 도적단의 아지트 근처까지 추적한 군모는 믿을 건 망치 하나 뿐이니, 저 도적단을 쓰러트리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아니, 새총으로 날린 기절탄을 망치로 쳐내는 걸 보니, 가능할지도요..?
"뭐야..?"
"각오하는게 좋을겁니다..!"
군모는 바로 도적단원 중 한명에게 달려들어 망치를 휘둘러 쓰러트렸습니다. 도적단원은 그러자 후다닥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단숨에 다리의 근력을 강화시켜 폭발하듯 앞서가 다시금 망치로 쓰러트렸습니다. 남은 3명은 서로서로 눈치를 보다 단숨에 달려드는군요.
"이 정도론.. 절 못 쓰러트린다구요!!"
철모는 해머로 3명의 몽둥이를 막곤 힘을 잠시 겨루더니 단숨에 밀어내곤 한명은 해머의 머리를 감싸쥐곤 주먹 지르듯, 다른 힌명은 등을 해머로 내리쳐 쓰러트렸습니다. 마지막 녀석은 군모의 손을 공격했습니다. 아뿔싸, 해머가 손에서 날아갔습니다.
"..자 이제 어쩔..커헉!"
잠깐의 어색한 대치가 이어지는 듯 싶더니 주먹 한방에 쓰러진 마지막 도적단원이었습니다. 군모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연락을 했다.
"쓰러트렸습니다! 이상입니다!"
"아, 이 녀석들은 잡아서 스트레인지 한바퀴 돌리며 본보기 삼는 것이 어떨지 감히 제안합니다!"
이렇게, 군모가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 중립 세력을 이용해라!
- 성하제로 인첨공이 시끄럽다지만, 안경은 최근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는 QU'ART'Z의 활동을 확인하고 있었다. 원래였다면 QU'ART'Z를 무시했겠지만, 빨간 스카프가 좋아하다 못해 거기 가입하겠다는 얘길 꺼내지 않겠냐는 말이 간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돈은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네~."
확실히, 블루오션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는지 수익성은 매우 뛰어났다.
"흐음.. 조금 배가 아픈데.. 얘네들을 이용해 먹거나 수익을 가져올만한 방법이.. 아!"
안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전화기를 꺼내들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QU'ART'Z앞으로 온 주문. 그런데, 조금 거림칙한 부분이 있다. 바로 외부에서 스트레인지 내부로 온 주문이라는것.
외부엔, 그냥 파티대행이고 서브컬쳐 크루로 알려졌을텐데... 일단, 배달이 왔으니 시행한다...만 혹시 모르니까, 약간의 보험정도는 해둘까.
저번에 리라언니한테 받고 고맙게도 아직 한번도 쓰지 않은, 통칭 1-up 팔찌를 휙하고 던져준다.
"00연구소에서 부터 스트레인지 안쪽 00건물. 조금...조금 쎄해서 하는말인데, 신원확인좀 잘하고 그리고...몸조심해"
수상쩍은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니까. 사실상 심부름센터인걸 스트레인지 외부에도 말했었나? 그리고 하필이면 목화고 근처?
으음... 생각의 비약일지도 몰라,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까.
"하아...그래서 회계로 누굴 구한담...으음..."
마저 하던생각이나 하자. 외부인사는 좀 그렇고. 우리애들...하기엔 꼴통 스킬아웃들이 회계를 할리가 없잖아...하아...
"결국 아웃소싱인가."
같은 스트레인지 업체여야 할텐데... 아직 외부에 알리기엔, 솔직히 떳떳한 돈...이라기엔 조금 그레이존이고, 대량의 세금을 내야할텐데, 명목상 사업자등록도 안해서 탈세기도 하니까말야.
...그냥 사업자 등록을 해버려? 그러면 좀 나으려나? 머리가 아파온다.
205 배달부가 찾아간 건물의 가게는 말 그대로 평범한 양장점이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뭔가 젊은 주인이 반갑게 상자를 안아들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 뭐, 한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가게 주인이 지나치게 젊은 것 같다는 점은 있겠지만.
남성은 배달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바로 가게에서 나오더니 목각 인형의 안에서 약봉지를 꺼냈다. 그러곤 인형과 철모를 쓰곤 안경을 향해 연락을 보냈다.
"물건 확보했습니다! 정말 빨랐습니다! 그리고 물건 손상도 없었고요! 약 100g 전량 확보했습니다!"
"아주 잘했어. 이대로라면 중립 지대를 통해 오히려 훨씬 쉽게 약을 얻을 수 있겠어."
"잠시만요.. 이거 약이 아니라 비타민인데요?!"
"뭐!!"
-와하하하...이걸 팔면 얼마야?
-저지먼트도 아닌 녀석들이 다 때려잡으니 먹고 살 수가 없잖아..
-그래서, 동맹을 만들자고 한거니까요. 현재의 3학구는 최소한의 힘을 가져야 될 상황이니까요.
- 그 빛나고 노란색인 뭔가를 걸고 벌인 싸움
"잡아!"
오늘은 스트레인지에 찾아갔다가 우연히 금을 주웠다. 주인이 없는 금이니 경찰서에 일단은 가져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저건 두목거라며 뺏으려들었다.
"하아... 귀찮게.."
손가락 5개를 전부 펼치자 공기탄이 산탄처럼 발사되어 3명을 날려버렸다.
멀리서 달려드는 녀석을 맞췄다.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은 그 동안 조금 늘은 호신술로 팔을 잡고 넘어뜨린 뒤 기절시켰다.
어느새 10명을 쓰러트린 뒤였다.
- 그 빛나고 노란색인 뭔가를 다시 찾기까지
- "그래서, 내가 부탁한 물건을 하나 잃어버렸다고?"
심기가 불편한 애꾸 앞에 부하들이 여럿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저, 형님에게 걸려온"
"내놔."
애꾸는 거칠게 전화기를 뺏곤 통화했다.
"..."
"됐어 전부 해산."
"...?"
"해산!"
"끼야악 네!"
부하들은 헐래벌떡 도망쳤다. 이를 지켜보던 파란 스카프와 철모는 본인들도 놀라 움찔하곤 도망치는 부하들을 봤다.
"금 진짜 좋아하신다니까.."
"네.. 그런 것 같.. 근데 어디 가셨죠?"
"응?"
애꾸는 온데간데 없었다.
잠시 후, 애꾸는 밝은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개인 방에 들어가선 문을 걸어잠궜다. 그 방에서 경찰이 일련번호로 찾아준 골드바를 정성스럽게 닦고 금고에 넣어서 감상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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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티가 나타났으니 경호를 해야지
- "이게 뭔 난리냐.."
안경은 얼굴을 찌푸리고 리버티 생방송을 시청했다.
"이거 완전 난리겠구만."
안경은 어느샌가 구경중인 파란 스카프를 보고 잠시 고민하더니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넌 리버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스트레인지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폭주하는 연구소장을 막다 살인까지 저질렀던 파란 스카프가 걱정되어서였다.
"..난 그저 살인범일 뿐이야. 뭐, 왜 그렇게 폭주하셨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병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다 사고로 머리가 좀 돌아버린거지. 리버티든 뭐든, 스트레인지랑은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파란 스카프를 보며 안경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철모와 빨간 스카프가 들어왔다.
"저.. 잠깐 나가보셔야.."
"스트레인지랑 상관 없다고? 스트레인지에 머무는 능력자는 대부분 파란 스카프, 너처럼 연구소에 학대당하고 도망쳐왔거나 소질이 없어 때려친 놈들이지. 오히려 바깥보다 이곳 출신들이 훨씬 쉽게 선동될거야. 계급 사회를 뒤엎고 인첨공을 뒤엎을 기회니까."
"..무슨 일이야?"
"지금 연구원을 죽이려고 벼르는 녀석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까요?"
그때, 보스의 메세지가 날아왔다.
"너희들이 연구소를 습격하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지만, 그런 행동은 개인 행동으로 간주, 너희를 책임지진 않겠다. 그리고, 율럭키는 OO 연구소와 계약을 맺었으므로, 그 연구소를 경호하는 추가 임무까지 주어졌으니 만일 이 연구소 측 사람들을 공격할 경우 그 즉시 조직의 배신자로 간주하겠다."
안경은 그렇게 보스의 메세지를 조직원들 앞에서 읽었다. 몇명은 반발하고, 몇명은 찬성하고, 몇명은 걱정했다. 하지만, 일단 한가지 학실한 건, 율럭키는 OO 연구소와 더욱 끈끈해지고 있다는 점, OO연구소에게서 샹그릴라를 제외한 약물들을 이전의 배의 양으로 공급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 연구소 경호
- 인첨공의 OO 연구소. 그 앞에는 정장을 빼입은 경비원들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떤 밝은 학생이 앞에 섰다. 학생은 멀쩡히 신분증도 보여주고 금속탐지기도 별 문제 없이 통과했다.
"...? 왜 이분은 따라 들어오시는거죠?"
"그저 보안 절차일 뿐입니다. 들어오시는 목적이 연구원 OO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싶어서였죠?"
"..네. 그렇죠."
<OO 연구원>
"..."
"들어가시죠?"
학생은 갑자기 경호원을 뿌리치더니 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주사기를 꺼내선 자신의 목에 꽂았다. 그러자 속도가 빨라져선 문을 부수고 들어갈 것 같았다.
"멈춰!"
그때, 철모가 문을 박치기로 부수고 튀어나오더니 학생을 덮쳤다.
"경호를 임무로 받았으니 이 안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학생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철모를 뿌리치곤 경호원을 집어던졌다. 경호원은 벽에 우지끈하고 부딪힌 뒤 기절했다. 철모는 다시 메달려선 슬리퍼홀드 자세로 기절시키려고 했다. 그때,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자 바라보곤 바로 손을 놓았다.
"..크억.."
파란 스카프였다. 달려와선 돌진으로 기절시킨 것이다.
"괜찮아?"
"전 괜찮습니다만.. 부하 한명이.."
파란 스카프는 잠시 상태를 확인하곤 기절한 것을 확인하며 괜찮다는 사인을 줬다. 직후 연구원들과 다른 경호원들이 달려와선 기절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최근 리버티 사태로 약물 거래가 줄...면 세상에는 좋을 일이겠지만, 연구원들이 어떻게든 살기 위해, 괴로움을 잊기 위해 사고 팔고 있었으며, 학생들은 연구원들을 죽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쓰기 시작하면서 유통량은 증가했고, 상당히 짭짤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휴... 저 연구소는 뭐 저렇게 원한을 많이 산거야? 아무리 봐도 몇명은 제 명엔 못 죽겠는데.."
한탄하며 들어오는 파란 스카프를 보고 안경은 별 말 없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
"하아.. 솔직히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잘 막지 않았어?"
파란 스카프의 한탄에 안경이 컴퓨터에서 시선을 때곤 말했다.
"저 녀석들, 살인에 쓰려고 우리 약물들을 쓰고 있잖아. 솔직히 어디에 쓰든 상관 없고 돈이나 벌려고 팔았는데, 그 상대가 우리가 되니까 이게 진짜 괜찮나... 솔직히 좀 걱정 돼."
"...그리고 요즘 비사문천이 어르신 측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혹시 막 비사문천이 어르신 측을 꼬드겨서 우리 바로 찬밥 신세도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통 신세가 될 수 있..."
안경은 손을 들어올려 파란 스카프의 말을 막았다.
"첫째로, 약물 문제는 현재의 특수한 상황 때문일 뿐. 우린 돈을 두배로 번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어르신 측과의 사이도 좀 적당히 걱정해. 보스께 술도 보내주신 만큼 우리 측을 전혀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고 난.. 확신하니까."
파란 스카프는 잠시 듣고 있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그래, 잘해봐 안경."
"...널 믿으니까."
- 본부 방어전
- 철모는 옥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불변의 법칙이라.. 아.. 역시 책은 안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반 정도 읽곤 슬슬 잠에 들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뭐야! 뭔 소리야!"
"저..저도 모르겠..아니 폭발 같습니다! 아래쪽에서요!"
황급히 뛰쳐올라온 파란 스카프도 확인했다. 앞쪽에서 뭔가 폭발한 것 같았다. 둘은 끄덕하곤 바로 뛰...어내리진 않고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설치해둔 등강기를 타고 내려갔다. 앞을 보니 이전에 때려잡았던 능력자 집단이었다. 이번엔 한 10여명이 단체로 몰려온 모양이다.
"..그렇게 우릴 패고도 그냥 넘어갈 줄 알았어?"
파란 스카프와 철모는 서로를 바라보곤 말했다.
"아무리 능력자라 무서운게 없어도, 우릴 건드려?"
"이제 슬슬 끝을 내야할 것 같습니다."
"율럭키가 괜히 3학구에서 이만큼이나 큰게 아니라고."
어느순간 뒤에 율럭키 단원들이 단체로 모여 있었다. 하지만 능력자들은 태반이 0레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이가 없다는 듯 달려들었다. 율럭키도 단체로 달려들었다.
철모는 능력을 발동해 빠르게 움직여 상대의 팔을 꺾곤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제압합니다!"
"아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그러곤 상대가 능력을 발동하기도 전에 팔을 부러뜨렸다. 그때, 철모에게 손에서 연기가 나던 능력자(프릭셔닐 히트)가 달려들었다.
"받아- 컥"
"능력 쓰면서 받아라라고 하는 사람이 어딨냐?"
하지만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파란 스카프의 돌진을 맞곤 날아갔다. 파란 스카프도 약간 타격을 입었는지 그을린 옷을 툭툭 털었다.
"빈틈이 아악!!!"
텔레포테이션 능력자가 불쑥 나타나 둘을 낚아채려고 했지만 팔에 애꾸의 바늘을 맞곤 딸려 올라가 대롱대롱 메달린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몇몇은 제압당하고 겨우겨우 얻어맞고 필살기 맞기 직전의 특촬물의 빌런처럼 모여든 능력자들은 앞에 나타난 빨간 스카프를 보곤 당황한 눈치였다.
"가라! 빨강몬!"
"입 다물어! 나한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큐알츠의 민트-"
"입 다물고 쏴라."
빨간 스카프는 칫하곤 손에서 마구 보라색 무언가를 생성하더니 마치 빔을 발사하듯 능력자들에게 뿜어댔다.
"꺄아악!"
"살려줘!"
그렇게 질나쁜 능력자 집단은 또 다시 털리곤 단체로 도주했다.
"...제압한 애들은 어떡합니까?"
"어르신께 넘기는 것도 너무 낭비겠지?"
"그냥 적당히 괴롭히곤 안티스킬에 넘기는 걸로 하지."
"아, 마침 그 사람에게 넘겨주면 실적도 올리고 좋겠네!"
그때, 위에서 구경하던 안경에게 철모는 철모를 고쳐썼고 파란 스카프는 브이를, 빨간 스카프는 윙크를 날리며 이겼다고 자랑했다. 안경은 한번 웃어주곤 능력자들의 '심문'을 준비하러 갔다.
#
- 율럭키의 인첨공 썰전 EP01-1 납치 한번에 도대체 몇개 조직이 달려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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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그때 그 양장점 자리에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생겼다. 그리고 율럭키의 멤버들 중 몇명은 제작진, 나머진 관중으로써 박수를 치면서 관람하고 있었다.
<자, 인첨공 썰전, 이렇게 1화를 시작하게 되었죠?>
"네, 하도 논평을 많이 한다고 아예 따로 보이는 라디오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어서 이렇게 아마추어 방송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보실..오 그래도 간간히 잡히는 것 같네요?"
실시간 방송 시청자 수는 의외로 수백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전파를 잡아서 라디오로 듣는 사람까지 합하면 좀 더 될 것이란 뜻이었다.
"어쨌든 1화 게스트로 한분을 불러봤습니다. 3학구 스트레인지에서 떠오르는 루키죠? 철모! 모셔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철모입니다."
<철모, 이렇게 말투가 딱딱해보이지만 그래도 나이 어려요! 그건 기억해두세요!>
"뭐, 파란 스카프 본인은 동안 외모로 제법 인기를 끌었는데, 약간 배부른 소리 아닌지"
<아니 동안 외모가 무슨 상관인데요. 제가 막 누님팬들의 사랑이라도 받는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대략 몇분 정도 가벼운 토크가 이어진 후...
"자, 그래서 오늘도 인첨공 관련해서 2가지 소식이 왔죠. 그렇죠?"
<네, 일단 첫번째로, 최근에 스킬아웃 집단인 XXX가 궤멸당했다는 소식입니다. 납..치를 했다가 여러 집단에게 공격당했다는데, 그 여러 집단이 제법 흥미로워요.>
어느새 대본을 뒤적이던 철모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여기 비사문천은 우리랑 싸우는 곳이라 아는데 글레이프니르는..?"
안경은 대본을 내리게 하며 말했다.
"자, 대본 내리시고.. 글레이프니르는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도시전설로 퍼진 집단이라는 점 정도만 알려져 있어요."
<..도시전설이라면 비사문천하고도 비슷한 점이 있네요?>
"둘 다 도시전설로 퍼진 단체라니.. 혹시 두 집단이 같은 집단은 아닙니까?"
<글쎄.. 그렇지만 여기 적힌 증언을 보면 '양측에서 잠시 대치하더니 유괴당한 사람을 데리고 나갔다'라고 되어있는데다가 둘의 복장도 완전히 달랐으니.>
"만약 두 집단이 통합하는 등의 일로 매우 거대한 세력이라 내부에서 두 세력이 존재한다면 모를까, 대치에 서로 다른 복장까지, 딱히 신빙성 있는 소리는 아니라고 보는 게 맞죠."
철모는 대답을 듣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정도로 몰려간 거라면 저희도 무사하지 못햇을 것 같은데 고작 십여명의 단체에 저지먼트, 비사문천, 글레이프니르까지 3곳이 몰려갔다는 것은 좀.. 과잉진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걔네와 지인 정도의 입장에서 봐도 좀 많이 순딩순딩한 집단이었는데 그렇게 박살나는게 이상하긴 한데..>
"그래서, 왜 그렇게 과잉진압을 했느냐, 유괴당한 사람이 다름 아닌 아이돌 온 더 로드 출신인 이리라라는 증언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중들 사이에서도 플랫폼이 몇명 있는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온 더 로드요? 확실히.. 한동안 논란의 대상이었죠..>
"그 논란이랑 이 논란은 별 관련이 없는 것 같지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특급 인물이라서 과잉 진압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경의 추측에 따르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군요."
안경은 웃으며 안경을 한번 올리는 지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때, 관중 사이에서 한명이 손을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안티스킬 혹은 저지먼트라도 단체로 움직이는 쪽이 맞지 않을까요? 왜 도시전설에 나오는 집단들까지 단체로 진압에 나선 것일까요?"
안경은 예상 못한 질문이라 당황하는 모습이었고 파란 스카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흐음.. 그건 확실히.. 이상하군요.."
<뭐, 전부 저지먼트거나 특별히 리라의 팬과 같은 가까운 관계들로 이뤄져서가 아닐까요?>
"그건 별로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전설로 점철된 사건인 만큼, 진실을 알긴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 진실을 알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군요.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 율럭키의 인첨공 썰전 EP01-2 나 무서워~ 이러다 다 죽어~
- "다음 주제는.. 네, 툭하면 레이저를 맞아댄다는 그 모카고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번에는 단체로 유아로 돌아갔다는군요."
<그 XX연구소에서 쏜 레이저 맞고 그렇게 된 거죠? 아니.. 그 연구소는 뭐 치외법권인가요? 저번에 단체로 마법소녀가 되었을땐 경찰서까지 습격했다고 하는데... 최소한 징계라도 받지 않을까요?>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몇명이 대학원생형을 받았다는 얘기 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 관중들도 웅성거림이 들렸으며 철모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곤 말했다.
"무슨 상부와 커넥션이라도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로, 지금 리버티 관련 얘기 때문에 살인사건이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그건 거의 살인명분을 만들어주는 짓 아닌가요?>
"살인 명분이 있는 만큼 방지 명분도 있죠, 모카고에는 에어버스터가 있으니 말입니다."
<퍼스트클래스...는 인정할 수 밖에 없군요.>
솔직히 너무나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어쨌든 살인이 빈번해졌습니다. 최근에 끔찍한 상태의 시신들이 발견되고 있다죠?"
<네, 장기가 빠져나간 상태의 시신이나 갈비뼈가 마치 날개처럼 펼쳐진 시신도 있었답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끔찍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사건은 피해자가..."
그때, 황급히 스태프가 들어와선 대본 위에 다른 종이를 한장 올려놨다.
"아..아니.. 음, 어쨌든 위험한 상황인..것 같으니 모두 주의하도록 합시다."
파란 스카프와 철모도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그러곤 눈이 휘둥그래져선 빠르게 자리에 앉았다.
<네,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율럭키 썰전이었습니다!"
그렇게 첫 방송은 황급히 마무리 되었다. 시청자들에게 의구심을 품어주긴 했지만, 어쨌든 첫방송 치곤 상당한 반응이었다.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에는 '어르신과 관련된 사건. 잘못 말할 시 위험.'이라고 쓰여 있었다.
/참고로 장기가 빠져나간 시신은 서연주, 갈비뼈가 날개처럼 펼쳐진 시신은 태오주의 훈련이나 독백에서 나온 얘기랍니다.
- 율럭키의 인첨공 썰전 EP02-1 도대체 퍼클이 몇명이 모인거야?
- 율럭키의 인첨공 썰전 EP02-2 안티스킬도, 다른 조직도! 다 망해간다!
- "네, 광고 잘 봤습니다! 이제 다음은 스트레인지 내 소식을 한가지 전해드려야죠!"
<다음 소식은.. 스트레인지에서 저레벨들을 마구 습격하던 능력자 집단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하는군요.>
빨간 스카프는 뭔가를 몇모금 마셔서 목을 축이곤 말했다.
"그렇죠! 습격 사건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요~"
<그 원인에 대해선 역시 저희 율럭키를 비롯한 스트레인지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조직들이 소탕하고 있기 때문이죠?>
"네, 비사문천도 소탕을 하고 있다 합니다."
"뭐, 저지먼트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요."
안경은 안경을 고쳐쓰곤 말했다.
"정확힌, 사이가 좋다고 할만한 집단이 거의 없거든요. 그나마도 집단이 워낙 비대하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에 가깝지만요!"
"사실.. 그 능력자들이 리버티에 들어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지만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리버티라.. 확실히 스트레스를 풀려고 그런 짓을 하는 녀석들이 많았겠죠.."
<연구원들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폭발시키고 리버티에 들어간다는 걸까요..>
"확실히 리버티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많죠~"
잠시 뜸을 들이던 이들은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오늘도 평온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잠깐만요, 시청자 반응 한번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시청자 반응~? 한번 보죠!"
- 수작업의 문제점
- "에어 건너...?"
철모는 또 부하들이 습격당해 약을 뺏긴 사건을 두고 범인이 누구인지 찾고 있었다. 파란 스카프께서 이기셨다던 4레벨, 그게 보통 사람도 아니고 에어버스터의 저지먼트 소속이라고 한다.
"그게 아니면 도적단이려나.."
지속적으로 약이 새어나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다만, 습격 방식이 전부 흔적이 남지 않는 총탄이라 어디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한건을 제외하곤 물기가 좀 있다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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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업 시작했다 끝나게 생겼다
- "그래서.. 왠 트럭입니까..?"
"어때? 여기라면 약 한두개 숨겨도 개가 아니면 못 알아챌 걸? 수작업으로 옮기니까 약을 너무 많이 잃어서, 큰 맘 먹고 준비한거야."
철모의 질문에 파란 스카프는 트럭을 쿵쿵 치면서 대답했다.
"오호...그럼 제가 짐칸에..?"
"그건 불법이라 그냥 조수석에 타면 돼."
철모는 고개를 끄덕이곤 조수석에 탔다.
오늘도 청윤은 미행했다. 매우 뜬금 없이 눈에 띈 한대의 트럭과, 경찰이 그 트럭에 실은 짐들은 자연스럽게 추격하게 되었다.
잠깐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청윤은 트럭에 올라탔다. 짐을 뒤져보니 약이 있었다. 확실한 증거에 청윤의 손이 떨렸다.
몇십분의 운행이 계속되던 중, 트럭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문은 열렸고, 철모를 쓴 남성과 청윤의 눈이 마주쳤다.
"아니..그 약은...?"
당황한 철모에게 청윤이 다짜고짜 탄을 쐈다.
"윽! 에어거너! 에어거너다!"
탄은 아슬아슬하게 철모에 맞아 빗나갔다. 벌써 자기 이름이 알려진 것에 당황한 것과는 별개로 청윤은 다시 한발을 발사했지만 갑자기 스프링이 튀어오르듯 차에 뛰어든 철모에게 부딪혀 벽에 처박혔다.
"밟으시는겁니다!!"
갑자기 트럭이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아마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청윤은 운전자를 맞춰서라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철모는 강력한 악력으로 청윤의 손을 잡곤 몸싸움을 벌였다. 청윤은 공기탄을 난사했지만 상대의 힘이 너무 강해 이리저리 빗나가기만 했다. 공기탄은 차 이곳 저곳에 맞았다.
"..?!"
그때였다. 청윤이 약을 들고 있던 손을 벽에 강하게 부딪혀 약을 떨어뜨렸다는 것을 확인한 철모는 청윤을 트럭 바깥으로 던지곤 힘이 빠져 주저 앉았다.
"..하아..이번엔 다 지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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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몸을 카본섬유와 비슷한 형질의 물질로 감싸고 이후 능력 발동으로 정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는 능력. 레벨이 올라갈수록 카본의 강도와 달려가는 속도가 올라간다. 몸을 둘러싼 물체덕에 시전자는 피해를 입지 않지만 한 방향으로만 질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단점. 능력의 사용이 두 단계에 거쳐서 일어난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 [2] 개요:식물이나 곤충에 있는 독을 분석해서 자신의 몸에서 생성해낸 후에 그것을 내뿜을 수 있는 능력. 식물과 곤충에게 있는 독을 모르면 생성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관련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독을 몸에서 생성해내기 때문에 해당 독에는 면역이 된다.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손가락 끝에서 독액을 분비한 후에 앞으로 발사하는 방식. 고레벨이 되면 다양한 독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독을 만들어낼 수 있다.
- [3] 개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모두 끌어내서 단번에 자신의 신체 능력으로 바꿔버리는 능력. 당연히 신체 능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이 초능력의 가장 큰 특징은 오로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레벨 3를 기준으로 해도 약 3분 정도밖엔 유지할 수 없으며 레벨5가 되면 10분 정도의 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그만큼 단번에 강력한 힘을 만들어낼 순 있으나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전이 되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다른 인핸스드 컨디션 능력은 지속적으로 on/off로 조절을 하나 이 능력만큼은 발동 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off로 돌아간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체력이 버틴다면 몇 번이고 사용할 수 있지만 당연히 쓰면 쓸수록 피로도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 [4] 자세한 이야긴 현태오 문서에서 태휘에 대해 검색해보시거나 태오주에게 직접 물어보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