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제가 알면 무어라도 도움이...으, 으브으..."
말을 이어가려는데 뺨 잡으시기 있으십니까...? 억울하다는 눈치 한껏 보내고 있다가 문 바깥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귀를 쫑긋한다.
"갑자기 UHN에서 호출이라니...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성주님?"
#대화
" 하나뿐이지 않겠니. "
그녀의 주위로 알 수 없는 의념의 기류가 느껴집니다.
" 너를 데려가려 온 게 분명하구나. "
- 성주님. 이곳에 계신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 잠시 나와주시지요.
공손한 말투이지만 조금도 인간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듯,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옵니다.
두 강력한 의념 각성자가 대치하는 것만으로 한결은 목이 얶메이는 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 손님으로 온 것이라면 그 기운을 숨기는 건 어떠시련지. "
- 죄송합니다만.
곧, 문이 열립니다.
그 앞에는 마치 어울리지 않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듯. 어색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듯한 남자가 있습니다.
감정이 죽은 듯 그 눈은 죽어 있었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 모습은 한결의 몸에 소름이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 한결 님도 계시는군요. "
곧 그는 성주의 감시 하에 한결에게 명함을 건네줍니다.
< UHN 중국 지부장 >
리오 후잉
" 본래라면 신 한국의 지부장이 오시는 게 맞겠습니다만, 최근 헨리 파웰 님의 묘가 테러를 받으며 썩 좋지 못한 상황이라 제가 오게 되었습니다. "
그 손이 잠깐 닿았을 때. 그 몸에선 느껴질 수 없는 거대한 질량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거인이 손가락을 뻗은 것만 같은. 그런...
나를...? 어째서요? 왜요?
수많은 ???가 혼재된듯한 표정으로 스승님을 바라다본다.
"저 이번엔 진짜 사고 안 쳤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조금은 창백해진듯한 얼굴로 고개 가로저었다. 아니 애초에 물고기밥 될 뻔한 사람이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닐 리가 없었으니...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낯선 이를 경계하려는 듯 일렁이는 스승님의 기운과 그에 맞서기라도 하듯 지지않고 기류를 불러일으키는 상대의 대치만으로도 목에 무언가 콱 메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 격의 차이인가. 아직은 범접할 수 조차 없는 아득한 경지인 것인가.
"...이한결입니다. 예까지 걸음하시게 하여... 폐를 끼쳤습니다."
공손히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양 손으로 명함을 건네받았다. 거인에게 주시당하는 듯한 그런 기분... 개미가 된 것만 같다.
#대화
" 아닙니다. "
그는 한 걸음 물러납니다.
그가 서있던 곳에... 아주 무거운 것이 올려졌던 것 같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그래서. "
스승님은 후잉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 무슨 일로 배로흑왕倍輅黑王께서 내 제자를 데리러 왔단 얘기인가요? "
" 아시지 않습니까. 특별반의 계약. "
UHN의 호출이 있을 때.
특별반은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UHN에 합류해야만 한다.
" 유럽에서 구원 요청이 왔습니다. 다수의 게이트가 폭주하며 몬스터가 범람하고 있지요. "
무언가 자리에 있지만, 그리고 데려가지는 주체는 본인이지만, 대화에서 살짝 소외된 듯한 기분이었다.
"..."
기분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혼자였으면 저를 데려가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 기세에 눌려 끌려가듯이 데려가졌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간단히 눈치챌 수 있었다.
#눈치...콘
스승님과 지부장의 눈빛이 가볍게 교환됩니다.
" .... 이곳은 양양성이네. 나는 이 성의 성주이고, 이 아이는 언젠가 이 양양성의 성주가 되겠지. "
곧 그녀를 중심으로 네 개의 속성이 휘몰아칩니다.
" 그대는 이 양양성에서, 내 제자를 데려갈 수 있다고 보는가? "
" 예. 불가한 일은 아닙니다. "
그러나 그는 조용한 표정으로 한결을 바라봅니다.
" 한결 군. 따라오십시오. UHN은 특별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 죽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내 아들을 데려갈 셈이냐!!! "
그녀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그를 죽일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 나를 끌고 가려는 UHN의 지부장과, 자식과도 같은 제자를 사지에 밀어넣고 싶지 않으신 스승님의 대치. 멍하니 상황을 지켜볼 때가 아니었다. UHN에 직접적으로 대치하게 되는 형국은 막아야만 했으니.
#망념을 20만치 쌓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큰 소리로 외친다.
"마마...! 어머니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죠, 언젠가 양양성의 성주가 되기 위해 더욱 정진하라고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배워가고, 싸워야만 합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스승님께, 아니 어머님께 고개를 90도로 숙인다.
"전 괜찮을 거예요.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것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나아갈 거예요. 그리고 더 강해져서 꼭 돌아올게요.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제 힘으로 차기 성주에 어울리는 이라는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서 전 이 기회를 잡아야 해요."
#혹시 몰라 한번 더 붙이는 #
움찔.
한결의 말에 반응하며 그녀는 몇 걸음 물러납니다.
그럼에도 계속, 그 기세를 흩뿌리며 마치 짐승처럼 분노를 토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좋은 선택입니다. "
후잉은 그런 한결을 바라보며, 건조하게 답합니다.
" 성주님. 성주님의 걱정 역시 알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들 역시 이들을 조건 없이 밀어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곧 그는 허공에서 무언가를 불러냅니다.
그것은 책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제목에는 '하비체프의 선 이해'란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전해주는 것이 좋진 않습니다만. 받도록 하시지요. 저희 측에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후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
치맛자락에 감싸인 채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스승님이자 어머니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해 나간다면 언젠가, 무난하게 성주 자리에 오를 지도 모른다.
허나 한결이 망나니같던 어린 시절로부터 뼈저리게 배운 교훈 한 가지. 그것은 다름 아니라 무언가를 손쉽게 얻는다면 그만큼이나 손쉽게 잃을 수도 있다는 담백한 사실이었다.
세상 어느 어머니가 자식이 가시밭길을 걷길 원하실까. 자식의 입에 단 것이 들어가면 자신이 쓴 것을 들이켜도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부모이리라.
그러나. 한결은 제 앞에 거저라는 수준으로 들이밀어지는 스킬북(?)을 바라보며 무언가 구린 냄새가 맡아지는 것만 같았다. 단순히 자신을 소환하는 것이라면, 특별반이라는 이름 하에 그저 데려가기만 해도 됐을 테다. 그러나 부담스러울 정도의 대가를 먼저 쥐어주면서 데려가려 한다는 건? 아무리 성주님이 뒤에서 바라보고 계신다 한들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 정도는 한결 또한 알아챌 수 있었다.
"...호의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UHN에서 이렇게까지 사려깊게 일개 헌터에 불과한 저를 배려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허면,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 에 대해서 말인데... 서로의 기대와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싶습니다. 제가 정확히 유럽의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 무슨 의미로 이런 대단한 선물을 주세요 님?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 개의 인영은 천천히 한결을 바라봅니다.
" 꽤나 당돌하군요. 당신의 스승이 당신을 어떻게 키워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
그 말에 스승님의 표정이 분노로 바뀌지만, 그는 이야길 이어갑니다.
" 제가 오지 않았더라면 당신의 스승이 당신을 보내지 않으려 했겠지요. 꽤나 당돌히 치맛자락에 숨어놓고는, 이제와서 저에게 비꼬는 것입니까? "
그리고.
한결의 몸이 마치 바닥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거체의 무언가가 한결을 내려보는 듯한 느낌. 차디찬 기계가 기름과 불로 하여금 생명을 얻어 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그 거대한 몸체가 한결을 내려보며, 천천히 손을 뻗으려 하고 있습니다.
" ...... 그만! "
곧 한결의 스승은 한결을 옷깃 뒤로 보내며 고개를 숙입니다.
" ... 제자와 내 무례는 사과하겠네. 오늘은 물러나주지 않겠나? "
" 어렵지 않습니다.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한결을 바라봅니다.
" 또 보도록 합시다. "
어느 정도는 사실인 말이기도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것은 또 아니었다. 누구를 치마폭에 아직도 감싸인 갓난아이 취급을 하는 건가.
"큽..."
움직이려 해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강철로 만들어진 검은 쇳덩이가 제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 근처만 중력이 더 거센 듯한 느낌.
꿈 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온 몸이 물 먹은 솜 같았다.
"..."
숨이 막힐 듯한 그 감각이 멈춘 것은 제 스승이 나서고 나서부터였다. 그렇게 격노하던 분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온 몸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겨우 사라졌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대화
배로흑왕이 떠난 자리.
곧, 그가 떠난 후에야 한결은 마치 참았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는 것처럼 과호흡에 빠집니다.
폐로 밀려오는 공기가 고통스러운 것을 선명히 느낄 수 있을 때에야.
꺼허억.....
한결은 입에서 침을 흘려내는 것을 닦으며 겨우 정신을 차립니다.
스승님은 매우 충격에 빠진 얼굴로 한결을 바라보는군요!
하하! 스승님 아니었으면 오늘 생사결 냈겠다!
"하아. 하..."
숨이 가빠온다. 가슴이 조여오는 것만 같다. 시야가 어지럽고, 충격에 빠져 나를 바라보는 스승님의 표정도 멀게만 느껴졌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려 해도 공기가 폐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만 같았다.
'숨을, 깊게, 천천히...'
속으로 되뇌이며 아주 천천히 호흡을 진정시킨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조금씩 숨쉬기가 수월해졌다. 그 자리에서 미친듯이 기침을 해내고 나서야 압박감을 떨쳐내고, 그동안 입가에 흐른 침을 닦아내었다.
"역시, 비꼬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
#대화. 등짝 몇 대는 맞게 생겼네...
스승님은 별다른 말 없이 한결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쉽니다.
" 이런 부분까지.. 날 닮으면 어쩌잔 얘기니. "
그녀는 말 대신 한결의 볼을 사정없이 늘려봅니다.
말랑말랑하지 않은 볼이 알 수 없는 애정의 힘에 의해 늘어나는 기분이군요!!!
" 그가 그래도 너를 긍정적으로 본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었다면 순순한 경고로 지나지 않았을테니 말야. "
경고...?
지금 숨 막히고 침이 줄줄 흐르는 게 겨우 경고라고요?
그런 한결의 생각관 달리 설하는 한결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쉽게 굽히지 않는 것은 무인에게 훌륭한 자세란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과 타인을 무시하기 위해 말을 굴리는 건 달라. "
그녀는 한결을 훈계하기보다, 한결의 잘못을 말하고 있습니다.
" 네가 한 실례는 크게는 나에게 위협을 준 것이고, 더 크게는 양양성에 있을 가게들이나 기업,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었던 행동이란다. 만약 배로흑왕이 내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양양성의 게이트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쓰게 되었을거고, 그 결과로 나는 양양성의 많은 이권을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르거든. "
그때야 한결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무슨 무게를 지니는지 이해하고 맙니다.
그 짧은,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 비아냥 한 마디만으로 '위의 사람'들에게는 명분이 되고 무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설하가 왜 그런 한결을 제지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 언젠가 네가 성주가 되었을 때. 오늘과 같은 경험은 네 방패가 되줄 거란다. 그러니 부디 싫어하지 않으면 좋겠구나. "
타이르기를 마친 듯. 그녀는 한결의 볼을 간지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배는 고프지 않니? "
"으븝..."
숨을 고르기가 무섭게 주욱- 하고 사정없이 늘려지는 뺨따구. 저항할 의지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픕니다... 아프다구요... 잘못한 건 알고 있지만...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순간 욱 하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어요..."
사실 제 잘못을 따끔하게 혼내시더라도 제가 일언반구 할 말이 없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부드럽게 타이르시는 말에 더욱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얼굴 빨개진 채 시선이 발 끝을 향한다.
"너무 생각 없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서 제 위치를 잊고,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주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치기 어린 자존심을 부리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포장하지도 않고 멋대로 내뱉게 된다면 어떤 결과까지 초래될 수 있는지 절절히 깨달았다.
"...경솔하게 행동해서 스승님의 명예에, 그리고 더 나아가 양양성에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어서는 스승님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이렇게 사고를 쳐 놓고는 새삼 부끄럽지만...
"그리고... 네. 조금 배가 고프긴 해요..."
#대화
곧 그녀의 눈이 살짝 붉게 반짝이는 것을 봅니다.
'우리 아들이 굶고 있다'
ㅋㅋㅋㅋㅋㅋ아
한결은 곧 식당으로 이동하여... 식고문의 시간을 겪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주 건강하고 맛있죠...
아... 악기바리...
한결은 스승님의 손에 이끌려 식당에 (끌려) 이동해서는 꾸역꾸역 스승님의 시선 앞에서 음식을 밀어넣어야 했습니다. 이제 배불러요... 라는 말을 차마 못 할 정도로...
"더... 더는 못 먹습니다..."
#근데 진짜 한계에요 더 못머거요
스, 스승님... 설마 훈육을 이렇게...
"읍..."
어쩔 수 없다. 당장 사는 게 중요하니까...
#잔여망념 20을 소모하여 건강을 강화하고, 스승님이 주시는 사랑의 음식들을 마저 받아먹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먹었습니다.
우욱...
잔여 망념이 20 증가합니다.
신체 스테이더스가 2 증가합니다.
하루 간 신체 스테이더스가 20 증가합니다.
하루 간 건강 스테이터스가 25 증가합니다.
하루 간 태그 : 미약한 생기 를 획득합니다.
" 다행이구나. 디저트도 먹을래? "
여기서 디저트를 먹는다면 영웅서가 최초로 음식에게 패배할지도 모릅니다....
"머, 먹겠... 먹게 해 주... 십..."
욱...
진짜 억지로 뱃속에 욱여넣고 있었건만. 물리적으로 안 되면 의념적으로 시도해서... 안되면 되게 하는 어딘가의 악기바리 정신이라도 발휘해 봐야겠다.
#한 개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하시겠습니까하시겠습니까하시겠습니까
???
"...도저히 더는 못 먹겠습니다, 마마..."
진짜, 의념을 이용해서도 도저히 더는 못 욱여넣을 것 같았다. 손을 절레절래 흔들며 지금도 억지로 올라올 것만 같은 음식들을 지그시 눌렀다.
#그만 먹을래요...
그녀는 아쉬운 눈으로 한결을 바라봅니다.
어머니... 설마...?
무언가 더 먹이지 못해 아쉬우시다는 표정이신데...
"진짜로, 더는 안 들어갑니다..."
손사래를 내저었다. 진짜로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음식을 퍼먹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더 못 먹습니다... 이미 먹은 음식을 갈무리해 소화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소화에 집중합니다.
하루가 지남에 따라 하루짜리 효과들이 사라지지만, 영구 지속되는 효과가 남았으니 괜찮겠죠!
" 하지만 한창 성장기에는 잘 먹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
하지만 그런 한결의 모습을 보며 '아이고 우리 아들 이것밖에 못 먹고...'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군요.
끅... 소화에 집중하려면 아무래도 신체적 활동보단 정신적 활동에 동시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배가 차서 정말 더 못 먹겠습니다, 성주님..."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동시에 네트워크에 접속해 전투학을 복습하기로 했다.
# 망념 30을 쌓아 '전투학'을 복습하고, 포지션을 '워리어'로 선언합니다.
음... 좀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 20정도 부족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
#얌전히 망념 50 들여서 포지션 선언 하겠습니다...
당신은 이제 워리어입니다!
와 이제 워리어에요
소화도 이제 다 마친 것 같고... 스승님은 아직 지켜보고 계신 건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밥 먹자 마자 공부를 하다니. 우리 아들은 판사가 될 거야!
이상한 눈빛으로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신 스승님이 계시는군요...
뭐, 뭔가 오해를 깊고 진하게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밥 먹자마자 스승님을 면전에 두고 복습을 해 버린 예의없는 짓일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흐뭇하게 보아 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주위를 생각 하고나서 행동을 해야지. 한번 더 다짐하는 한결이었다.
한결은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스승님께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었다.
"좋은 식사 감사히 먹었습니다, 스승님. 혹, 미진한 제자가 수련에 정진할 공간이 있을지요?"
#대화
" 수련장 위치는 너도 알지 않니? "
어...
네. 확실히 한결이는 알고 있습니다.
집이니까요...
음... 으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당장 수련장으로 달려가는 게 좋은 일일지는 잘 모르겠다. 좋게 넘어가 주셨지만 어쨌든 잘못 한 건 잘못 한 거니까.
#잔여망념 30을 들여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고민해봅니다.
지금 사태를 수습하고 싶다면 스승님께 얘기를 드리고 UHN을 찾아가서 무릎이라도 꿇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아니고 개같이 무시를 하겠다면 스승님께 가르침을 부탁해도 이상하진 않겠죠!
수련장. 수련장. 수련...장. 머릿속에 사실 그 위치를 기억은 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와서 잠깐 헷갈렸다지만 사실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거였다.
"아마 어제까지의 저였다면 여기서 바로 수련장으로 갔을 것 같아요."
신중하게. 하나씩. 조금 천천히라도 괜찮겠지. 말을 천천히 고른다.
"제가 배로흑왕에게 저지른 행동은 분명 실례가 맞아요. 순간의 치기로 한 행동이라고 해서 그 결과가 없어지지는 않는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언제나 스승님이 제게 너그러이 대해주신 것처럼 세상이 제게 항상 너그러울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 것 같아요. 그러니 제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오겠습니다, 스승님. 이번엔 제 발로 UHN에 가서 제 행동에 대해, 치기어린 말로 모욕한 것에 대해, 양양성에 폐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요. 스승님."
내가 마주해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잖은가.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저를 믿고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스승님."
#스승님께 간곡히 청합니다.
그녀는 한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 다녀오렴. "
그녀는 순순히 한결을 내어주는 듯 합니다.
" 누굴 닮아서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 "
물론, 살짝 한결의 볼을 잡아당기는 것은 잊지 않으시는군요!
고개를 끄덕거리는 스승님의 모습에 조금 마음을 놓는다. 물론 볼이 주욱 잡아당겨지는 건 내 업보였지만서도.
"다녀오겠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했다.
#스승님께 인사드리고 가까운 UHN 중국지부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동합니다!
지부의 분위기는... 좋게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들락날락하고, 이따금 고성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사고를 치려는 듯 무기를 꺼내기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런데... 놀랍게도... 직원들은 그런 이들이 뭐라고 하던지 말던지. 멀뚱히 관찰하며 자신들이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륙의 기상...?
아닌 척 시선을 여기저기 굴리며 주위의 눈치를 살핀다. 어쨌든 지금 한결은 지은 죄가 있는 몸이었다.
#주위의 눈치를 보며 지부 안으로 들어섭니다.
놀랍게도.
누구도.
한결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아 너무하네!!!!!!
그러면서 한결은 천천히 업무에 미쳐가는 직원에게 다가갑니다.
- 어서오십시오.
그리고. 그때야 한결은 그들이 왜 그렇게 침착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특별반의 이한결 님.
이 직원들.
모두... 기계입니다.
저기요들. 아무리 지은 죄가 있다지만 소문이 이렇게나 빠른 건가.
설마 배로흑왕이라는 분은 지부로 돌아오시자마자 '특별반 소속 이한결이라는 놈이 그렇게 싸가지가 없다더라' 하고 이야기라도 다 하신건가.
오만 생각을 다 하며 직원에게 먼저 말이라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한결이었으나,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한결은 무언가 이상한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어, 음. 특별반의 이한결입니다. UHN의 소집령에 응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지부장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 확인했습니다.
곧 직원 로봇은 번호표를 뽑아줍니다.
- 번호가 될 때까지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번호가 음...
1433번! 대기자는 1432명이니까, 어디서 한 번 죽고 오면 배로흑왕을 만날 수 있겠군요!
이게 아니야!!!!!!!!!!!!!!!!!!!!!!!!
일반적인 은행에서 보이는 대기 순서와 대기표였지만 대기열의 숫자를 보면 그건 더 이상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양양성의 일로 왔습니다. 시급한 일인데, 지부장님을 빠르게 뵐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다시 한 번 대화 시도
- 기다리십시오.
기계는 기계답게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것에 둘러쌓여 있으니 배로흑왕이 성질이 나쁜 게 아닐까요?
진짜 기다리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건가...?
주위에 의자라도 있나 주위를 두리번 거려보자.
#주위의 의자에 걸터앉아 지급받은 '하비체프의 선 이해'를 습득 시도하겠습니다
하비체프의 선 이해(F)
세상에는 다양한 선이 존재합니다.
아주 작은 흔적에서 선으로, 그 선이 뻗어나가는 것까지 있어 닿을 수 있는 선이 있다면 본능적으로 그것으로 뻗어나가는 것으로 어디라도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그것이 하비체프의 선 이해라는 기술입니다. 초기에는 아주 기초적인 선의 이동만이 가능하지만, 궁극에 이른다면 특정 거리를 선을 좁혀 이동한다거나 뛰어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전해지지만 그 경지에 도달한 이는 현재까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이동속도가 증가하며 전투 중 순간적으로 짧은 거리를 가속할 수 있다.
전수할 수 없다.
획득합니다!
무작정 사과하고 싶다고 오긴 했는데... 이거 정말로 무작정 대기하기만 해야 하는 건가...?
일단 조금 더 눈치를 보면서 주위 건물 배치도나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그런 다음에 스승님께 연락이라도... 해 봐야 할까...
#대기하면서 번호표 얼마나 남았는지 한번 더 로봇 씨에게 물어봅니다
- 1431번입니다.
한 명은 이정도면 화가 나서 뒤통수를 잡은 게 분명합니다!
조용히 한결이 주먹을 쥘까 말까 고민을 하던 때.
- 1431..... 991.... 563.... 399.... 138................. 차례가 되었습니다. 올라가십시오.
뭐지?
"에? 진짜로?"
한 명 보고나서 바로 자신을 올라오라 부르는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이 모든 기계들. 정말로 배로흑왕이 조종하는 게 아닐까.
#안내에 따라 지부장을 뵈러 올라가겠습니다.
올라갑니다!
마치 하나의 탑처럼 생긴 구조를 따라 한결은 천천히 그 위로 올라갑니다.
잠시 헤매긴 했지만 곧, 한결은 문 앞에 도착합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배로흑왕이 있을 겁니다!
사람을 압도하는 것 같은. 탑을 오르는 것만 같은 분위기.
끝없이 이어지는 것만 같은 구조물을 조금도 헤메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마침내 한결은 목표했던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배로흑왕을 만나게 되겠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자.
#서큐버스 페로몬 사용하겠습니다
서큐버스 페로몬을 사용합니다!
사실 할 수 있는 준비래봐야 페로몬 사용과... 마음의 준비 뿐이었지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심호흡을 하고 눈앞의 문을 향해 손을 뻗는다.
#똑똑. 문을 노크합니다.
가볍게 문을 두드립니다.
인기척에 반응하듯 안에서 들려오던 수많은 소리들이 천천히 멈추고, 문이 좌우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서류의 산과, 그것을 인간의 몸으로 불편하다는 듯 처리하고 있는 감정 없는 남자의 얼굴입니다.
" 아직 기억 데이터가 남아있을 때 찾아왔군. "
배로흑왕은 이전의 한결의 실례 따윈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건조하게 말합니다.
" 드디어 양양에 헌터가 필요 없단 얘기를 전하러 왔나? "
저절로 천천히 열리는 문. 문이 열리자마자 내부의 풍경이 한결의 눈 앞에 펼쳐졌다. 서류더미 사이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일처리를 하고 있는 상대의 모습은 그의 다른 기계들 못지 않았다.
'기억, 데이터?'
거기다 '아직은' 이라는 단서라면. 눈앞의 이 남자는 정말로 기계가 할당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듯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기 전 중요도가 떨어지는 기억들을 소거해버리는 것인가. 그렇다면 시간이 더 흘러 남자의 기억 속에서 한결의 실례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되기 전, 지금이라도 찾아온 것이 정답이었을 터다.
"...아닙니다."
준비한 말들이 무언의 압박감에 짓눌려 휘발되는 것만 같았다. 전번과 같은 실수는 이번엔 두 번 다시 허락되지 않을 터였다. 신중히 말을 골랐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이전에 저지른 천둥벌거숭이같은 무례를 진심으로 사죄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대화.
배로흑왕은 한결의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서류를 처리합니다.
높았던 서류가 한참이나 줄어들기 시작하고 사람이 처리하지 못할 분량을 기계의 그것처럼 해내가기 시작할 때.
" UHN의 이사라는 직함은 단순히 전투력이 높다 따위로 정해지지 않는다. "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며 서류를 내려둡니다.
수많게 쌓여있던 서류가 줄어들고 바닥을 보이기 시작할 때.
" 얼마나 헌터들에게 존경을 받는가. 그가 그 지역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투자했는가. 그것을 위해 어떤 결과를 받아들이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어떤 길드 출신인가.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어내고 있는가. 다른 세력과 융화될 수 있는가. "
그는 말을 이어갑니다.
"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시간이지. 잠이라는 인간에게 필요할 영역을 기계의 것으로 대체하며 버려냈고, 내게 있어 인간으로써 남은 것은 오직 폐와 심장. 그런 것들 뿐이니 말이야. 그런 기계에게 누군가를 위해 쓸 시간이란 그만큼 그를 인정했단 얘기. 나는 그대를 인정했기에 내 시간을 써 만나러 간 것이라네. "
펜대를 내리고.
그 메마른 듯 보이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면서, 배로흑왕은 한결을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 그러나. 실수로써 배우는 것도 있겠지.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불쾌와 무례를 기억으로 이해할 뿐.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인 까닭이다. "
그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사죄를 받아들이지. 그러나, 두 번은 없다. "
페로몬의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기억으로서의 연속성이 없는 배로흑왕에게 자신이 저지른 무례가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사죄가 받아들여진 것인지. 한결은 여전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만큼은 그것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을 정도의 예의는 다행히 가지고 있었기에.
그는 깊숙하게 허리를 접는 직각 인사를 건네며 감사 인사를 말한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그런 무례를 저질렀음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신 점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랬다. 한결이 뽑았던 번호표는 분명 1천번이 넘는 대기인수를 가리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줄어드는 대기열 수는 배로흑왕이 그에게 할애하는 시간을 의미했으니까.
"처음에 제게 말씀하셨던 바. UHN이 특별반의 계약 이행을 필요로 한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가치있게 쓰일 수 있는 곳이 있으시단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대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축객령을 내립니다.
그렇게... 문 밖으로 나오는 한결의 눈에 보이는 것은,
수천 개가 넘는. 한결이 열었던 것과 같은 '문'의 풍경입니다.
설마...?
배로흑왕과 독대한 줄 알았는데... 사실 수많은 콜센터(?) 직원 중 하나쯤 되는 분신과 마주했었던 걸까.
그나저나. 사과는 드렸는데... 유럽 파견 관련해서 자세한 정보도 들었어야 했는데...
#주위에 유럽 파견과 관련하여 문의할 곳이 있나 둘러보겠습니다
스승님은 무언가 아실지도 모릅니다!
순순히 한결이를 보내줄지 말지는 미지수지만요
음... 음...
일단 여기서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야 나오는 답은 없을 것 같았다. 방금 전 축객령 비슷하게 자신을 내보냈던 배로흑왕의 집무실에 다시 쳐들어간들 그가 자신의 '시간'을 다시 내어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다시 얻은 기회를 얻자마자 날려먹을 수도 있는 일이고.
#얌전히 다시 로비로 내려가 양양성으로 복귀하겠습니다.
양양성으로 복귀합니다!
별로 한 것은 없는데 많이 피곤하군요...
이것은 정신력이 떨어졌다는 신호입니다.
하루가 참 길기도 하다. 하루만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서 그런가.
피로의 여파인지 조금은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을 느끼며, 스승님께 복귀 인사를 올리기 전 몸을 정갈히 할 필요성을 느꼈다.
#샤워를 하러 가겠습니다.
샤워를 하러 이동하던 한결은 스승님께 붙잡힙니다!
" 다녀왔니? "
아아, 이곳은 그녀의 홈그라운드!
원정팀은 홈팀을 상대로 디버프를 먹는 법입니다!
"다녀왔습니다, 스승님."
우선은 먼저 씻고 난 뒤 찾아뵐 생각이었으나... 과연 양양성은 스승님의 터전. 귀신같이 알아채고 찾아오신 스승님의 모습에 고개숙여 인사한다.
#우선 인사부터
설하는 느릿하게 한결의 몸상태를 살핍니다.
다친 곳은 없는지. 혹시나 어딘가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그 눈이 천천히 한결을 훝어가던 끝에 그녀는 미소를 짓습니다.
" 잘 마무리된 모양이구나. "
으이그, 하고 한결의 볼을 잡아당기는 손길은 썩 따스하기 그지없습니다.
"으븝..."
무언가 만나뵐 때마다 볼따구가 빵떡이 되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 그러나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슴 한 켠이 몽글거리며 좋은 기분이 들었다.
"우선은 잘 해결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지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말씀드렸다.
"배로흑왕... 께서 어떤 분이신지 조금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UHN의 지부장이나 되시는 분이 직접 인시(人時)를 할애해서 와 주셨는데 제가 저질렀던 일이 얼마큼의 무례인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화!
배로흑왕의 이야기에 스승님은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 꽤나... 불쌍한 사람이란다. 불쌍한 것과 별개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말야. "
곧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한결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 시간이 꽤 지났구나. 피곤하지? 쉬고 얘기하자꾸나. "
"그분과... 꽤 오래 전부터 알고 계셨나 봐요."
묘해지는 스승님의 표정. 한결이 아는 것보다 무언가 더 얽힌 이야기가 있음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묻기에 적절한 때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것만 같았다.
"...네. 스승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만 같아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만 쉴게요..
스승님의 배려로 한결은 방으로 돌아갑니다.
방으로 이제야 돌아왔군. 하루가 정말로... 길었던 느낌이야.
#쉬기 전에 우선 샤워부터 하겠습니다
씻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캡틴은 집에 오자마자 이것저것 밀린 일을 진행하고, 참치들이 심심하리라 생각해서 진행하는 결과 방금 밥이 도착했는데 언제 간다고 타이밍을 잡을지 애매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충 그렇단 얘기입니다!
망념이 5 감소합니다!
씻고 나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대충 말린 뒤 침대로 러브 다이브 합니다.
일단 좀 자고 나면 머리가 뭐라도 더 돌아갈 듯 싶으니...
#수면을 좀 취합니다.
잠에 듭니다....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꿈도 꾸지 않고 잘 잔 것 같은데...
#눈을 뜹니다.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한결.
잠에서 깨어나니다.
정신은 살짝... 어지럽긴 하지만, 나른한 몸의 피로가 썩 나쁘지 않은 잠을 잤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꽤 오래 잔 것 같은데."
여전히 머리가 멍한 느낌은 없지않아 있을 지언정 적어도 몸의 피로는 나쁘지 않게 풀린 것 같다.
한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이를 닦고... 가 아니라.
#우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망념 20을 소모하여 현재 자신의 몸 상태를 진단해 봅니다.
몸을 움직여봅니다.
음... 살짝 무거운 듯 싶기도 하고, 가벼운 듯 싶기도 하고...
나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체력은 100%쯤 되는데 정신력은 관련된 특성이나 스킬이 없어서 모르겠다는 정도?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우선 스승님부터 찾아뵈어야 이후의 일이 뭐라도 진행 될 것 같다.
그리고 우선 그 전에 간단하게라도 한번 더 씻어야지. 자고 일어났으니까.
#간단한 세면 세족을 하겠습니다. 양치와 세수 같은 것들...
가볍게 세신을 마치자 익숙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소리는...!!!
- 일어났니?
아!
양치와 세면 등 가벼운 아침 세신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들려오는 익숙한 노크소리.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
지체할 것 없이 문 앞으로 가 정중히 문을 열었다.
"염려해 주신 덕분에 편히 쉬었어요, 스승님. 먼저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오늘도 늦었나 보네요. 죄송해요."
#대화.
" 별말을. "
그녀는 오늘도 따스한 손길로 한결의 볼을 쓰다듬습니다.
가끔은 과보호로 한결을 피곤하게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한결의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 ..... 소식을 들었단다. 몬스터 웨이브를 도우러 간다고? "
ㅖ?
쓰다듬어 주시는 따스한 손길.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온기.
잠시 아이처럼 그렇게 서서 온기를 받고 있었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은 조금 뜻밖의 말이었다. 몬스터 웨이브...?
"배로흑왕께서 사죄만 받아 주시고 추후에 볼 일이 있을 거라며 나갈 것을 종용하셔서... 사실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요."
#솔직히 몰라요 호엥
" 내가 걱정할까 그러는 거라면 괜찮단다. "
그녀는 따스하게 한결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 모르는데...
" 언제까지고 너를 끌어안고 살수는 없으니 말이란다. 아마도 네 성격이라면, 무시당하기 싫으니 몸부터 움직였을테니까. "
음... 그냥 시원하게 그렇습니다 하고 가는 게 어떨까요?
에라 모르겠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걸로 확정 지어두시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바득바득 저는 몬스터 웨이브 파견에 대해 1도 모릅니다. 라고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이미 전부 알고 말씀하시는 거... 맞죠?"
살짝 눈치보듯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여기서 싫다고 이야기하고 스승님 치마폭에 파묻힌다 한들 다음 번엔 두 번의 기회마저 버렸다며 배로흑왕이 다시 찾아올 게 뻔한 것 같았으니까.
"네. 그렇게 됐어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역시 숨기는 건 제 체질이 아닌가 봐요."
#뒤통수 긁적거리며 대화
" ...... "
그녀는 한결을 가볍게 끌어안고, 한숨을 내쉽니다.
" 겨우 살아왔나 했더니. 사느니만 못한 혐지로 너를 또 보내야겠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