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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항목 : 무림비사/스토리 - 재하
- 친우를 위하여
- 들어와 앉으라니, 아예 쐐기를 꽂는구나. 재하 고개를 깊이 숙여보인 뒤 조신하게 들어오며 차가 있는지 눈길로 가벼이 훑는다. 만일 차가 없었더라면 "소마가 차를 내어드려도 괜찮을지.." 하고 말했겠지만, 아니라면 얌전히 앉았을 테다.
"이리 귀한 시간을 방해하여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얌전히, 무감정한 눈에도 차분히.
"소마가 감히 청하고자 하는 사안이 있었사오나.. 감히 말씀드려도 괜찮을지."
# 👀
*
"무엇이냐?"
제일상마전은 눈을 감고 차를 음미하고 있었고 평평이가의 가주는 재하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니...왜 쳐다보시지...
*
"다름이 아니오라.."
재하 천천히 입을 벌린다. 노래하듯, 시를 읊듯 차분하니 나긋하다.
"소마와 함께 하던 특수무관 강 건에 대하여 감히 말씀 올리고자 하옵디다."
서두를 떼었으니 이제 본론이겠다.
"이번에 산동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입지가 좋지 못하여 외면 당하고, 되레 배척 당하고 있사옵기에.. 같이 생사를 넘나들은, 의형제나 다름없는 입장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볼 수 없었사옵디다. 특수무관 강 건에게 부디 제일상마전을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이 어떠하온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눈을 살포시 굴리곤 평온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사붓하니 꽃망울처럼 수줍기 그지없으나 재하 특유의 수심 잘 녹아든 미소다. 이내 수줍은 듯 소맷단으로 사붓하게 입가 가린다.
# 이.. 이게 맞나? 이게 맞나????
*
"호오."
평평이가의 가주가 탄성을 흘리고 제일상마전은 눈을 가늘게 뜹니다.
"...일개 특급무관이, 본좌를?"
그리고는 조금 불쾌한듯 찻잔을 내려놓습니다.
"감찰국장. 단주들도 나를 알현하기란 쉽지 않다. 네가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맞느냐?"
*
그럼 쩔수없군용....
# 질문권을 써봐용.. 건이 알박기...... 아니드헲
*
질문이 무엇인가용?
*
# 어떻게 해야 소교주가 최대한 기분이 덜 나쁠 선에서 건이가 알현을 허가받을 수 있을까용?
*
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57
남궁 지원 126
강 미호 (수련레스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154
모용중원 6
강 건 20
류호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6) 232
청려 28
경의 79(50% 할인권)
주선영 67(50% 할인권)
위연 101
재하 11
야견 120(50% 할인권)
고불 56(50% 할인권)
남궁 여원 10(50% 할인권)
여무 6
홍맥
1. 소소한 성의(뇌물 : 최소 보패)를 보인다
2. 정치적 공적을 세워 그 보답으로 인사 청탁을 한다
3. 강건이 제일상마전에게 '정치적'으로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조리있게 설명한다
4. 반전단 먹고 애교를 떤다(?
5. 오체투지하고 그냥 빈다
*
맹랑한 재하의 살아남기 특집.. 오늘도 시작되다! 는 무슨, 살려만 달라. 재하는 머리를 굴려보려 무진 애썼으나 이게 웬걸, 하늘에서 반전단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잠깐, 그러면 결혼은 어떻게 하고? 후사도 못 얻을 텐데 강행하실 생각은 아니겠지. 아니면 설마.. 재하는 '어른의 사정'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속으로 여러 번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비룡의 아이를 교인으로 기른다면 괜찮.. 아니 괜찮지 않아 이게 무슨 생각이람 하지만 괜찮은? 아니야 아니라고
"……알고 있사옵니다. 다만.. 일개 특급무관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재하는 잠시 자리에 앉았던 모습을 정돈한다. 일개 특급무관이라. 자신의 자리가 새삼 실감이 된다. 아득히 높고, 과분한 자리.
"소마 고하나이다. 특수무관 강건은 일개 특급무관이라 불리오나 천마님께서 직접 손 뻗어 직신이라 불리우는 자입니다. 또한 7년 전 전쟁에도 참전하여 공을 세웠으며, 역적을 처단하였으니 그 자체로 민심이 굳건히 다져진 자요 아직 그 누구도 손대지 아니하였으니 현재 그 누구의 추문이 없을 원석 아니오리까."
의자에서 일어서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이내 긴 머리가 바닥에 닿는다. 절도있는 자세요 예법의 교본으로 써도 완벽할 오체투지다.
"천마님이 있기에 교주님이 있고, 교주님이 있기에 천마신교가 있으며, 천마신교가 있기에 교인이 있사옵고 교국이 있사옵디다. 너른 아량과 자애를 베푸시어 민심을 더욱 가까이, 그리고 확실하게 사로잡으시옵소서."
# 이?게 맞나? 아무튼 반전단 반드시 구할 것(메모)
*
"추문이 없다?"
제일상마전이 코끝을 찡그립니다. 뭔가 이야기들이 오간게 있나봅니다.
"...후우."
평평이가의 가주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있고, 제일상마전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깁니다.
"그는, 신뢰할만한가?"
이는 단순히 믿음직하느냐라는 질문이 아닌, 재하처럼 자신에게 제대로 충성할 수 있는 인물이냐는 뜻입니다!
*
재하는 코끝을 찡그리는 모양새에 조용히 눈을 감는다. 절하던 모습을 뒤로 머리카락이 바닥에 고이 내려앉는다. 새하얀 머릿결 때문인지 눈밭에서 절한 모양새처럼 보인다. 아무렴 그것도 하라면 할 테지만.
"신앙 아래에 충정하지 아니할 자 없사오니."
재하 고개를 든다. 신뢰에 대하여 질문했을 적, 눈은 물찬 제비처럼 고운 호선을 긋고 입매는 새하얗고 가지런한 치열 희미하게 내보인다. 도톰하고 석류즙 바른듯 발간 입술 우아하게 휘니 말 그대로 미인이 내보일 수 있는 가장 환하고 눈부신 미소다.
"……만일 그렇지 못하건들 소마의 안목이 잘못된 바. 이 눈을 멀게 하시옵소서."
강수를 둔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건아. 아우야.. 눈치 챙겨라.
# 건아... 가보자고
*
평평이가의 가주는 여전히 침묵을 고수합니다.
"...감찰국장. 재하는 고개를 들라."
제일상마전의 서슬퍼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두 눈을 걸겠다는 말에. 한 점 거짓도 없으렸다?"
그의 눈이 신성한 보랏빛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
고개를 들었다. 보드랍던 미소에 점차 무기질적인 감정이 서린다. 꾸밈 없는 얼굴. 무표정. 신성한 보랏빛 기운을 마주함에도 물러설 수 없다.
"……일개 소마가 어찌 교국의 신성한 왕자를 농간하려 들겠사옵니까."
후회는 내 기루 밖으로 나올 적부터 하지 않겠다 다짐하였기에. 아니, 하나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당신의 얼굴을 조금 더 많이 담아둘 것을.
# 걸어용..... 마이 눈알...(해탈)
*
"좋다."
제일상마전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를 데려오라."
예? 언제까지요?
"지금. 당장."
제일상마전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평평이가의 가주도 같이 일어납니다.
"나를 따르는 장로들과 단주들을 모조리 소집하시오. 여기, 제일상마전으로. 내 의관을 정제해야하니 서두르시게나."
그 때서야 평평이가의 가주가 예. 하고 말합니다.
"감찰국장은 지금 당장 그를 이 곳으로 데리고 오라. 내 인내심은 길지 않다. 군주는 노여워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강건 뿐만이 아닌, 재하를 시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진행이 끝나기 전에! 강건을 제일상마전 앞에 대령하십시오!
강건은 물건이 아닌데! 아무튼! 로켓배송이 필요합니다!
*
허락이 떨어졌으나 벼락도 떨어졌다. 재하는 숨을 멈춘다. 시험이다. 아우를 데려오는 것으로 모자라 데려온다 한들 장로와 단주가 보는 앞에서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순간적인 아찔함에 세상이 자신과 함께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찰나다. 재하는 멈췄던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명 받드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려히, 그리고 수수하게 치장한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읍한다. 나가는 동안에도 주군께 누가 되지 아니하고 쓸모를 증명하겠다는 독기 서린 눈을 숨기며.
"범무구, 어디 있습니까. 부름에 답해야지요."
오늘은 같이 쓸모를 증명할 때가 되었구나.
# 악!!!! 무구에몽!!!!!
*
범무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나. 왔다. 불러서.
*
"귀엽기도 하지."
참으로- 사랑스럽다. 부르면 재깍 모습을 드러내고, 배운 단어도 많고. 혹자 끔찍하다 한들 재하 눈에는 지나치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정도였으니 재하 심미안 그렇게 좋지 못함 여실하다. 차치하고.
"혹 산동에 있었을 적, 동행한 붉은 머리의 남성을 기억하시나이까."
재하 눈 휘었다.
"최대한 빨리 찾고 싶은데, 인간의 몸으로는 혼자 도저히 할 수가 없나이다. 마땅한 도움이 필요한데, 도와주실 수 있겠나이까."
아니 된다면 그 튼튼한 몸으로 날 업고라도 뛰어야지. 휜 눈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일단 무구야.. 무구야 잘해보자 우리.. 안 된다면 도화전으로 헬프 쳐야지 안 되겠다..
*
- 너. 죽는다? 못 찾으면.
범무구가 물어봅니다.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
너가 아니라 재하라고 몇 번이고 말했거늘, 그래도 혼내지 않기로 했다. 알기 어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못 찾으면 죽을것이다. 눈만 뽑히면 좋을 테지만 그럴 분은 아니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그 또한 천마님의 뜻 아니겠사온지."
다만 담담하다. 여전히 속내에서 당신을 떠올리지만 짓누른다. 지금은 일할 시간이 아닌가. 살아남으면 그때 떠올리자. 어차피 지금의 당신은 내가 아닌 그 사람의 것이니까.
"참으로 다행이어라.. 다만 엇갈릴 수 있으니 신중하시어요."
재하 고개를 돌린다. 감찰국 사람을 찾아 전갈을 넣던지 해야겠다.
"범무구, 소마는 이곳에 남을 터이니.. 모셔오는 일은 혼자 할 수 있겠지요. 지존께서 호명하시었으니 탈없이 정중히 모셔야 합니다."
# 수도에서 대기하며 채비해용!
*
재하는 의관을 정제합니다.
감찰국의 부하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
의관을 정제한다. 절제된 미, 단아함, 그 사이의 숨겨지지 않는 이질적인 본인의 색. 재하는 차분했고, 소맷단 너머에 가려진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뒤로 돌았다.
"무얼 두려워 하십니까.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었나이다."
담담하다. 차분하고도 올곧다. 올곧고도.
"설령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더라도 소마의 선에 그칠 것이니 두려워 마시지요."
독기가 서려있다. 재하 뒤 돈다. 익숙한 기척 때문이다.
"오셨나이까."
재하 느긋한 미소 짓는다. 절정의 경지인 당신이 알아볼 것이다. 아무리 느긋하다 한들 소맷단에 가려진 손이 가늘게 떨림을.
"그때 이야기한 그 일에 하잘것 없는 자의 목숨이 달려있지요."
눈 감는다.
"이제 홀로 스스로를 증명해내야만 할 것입니다."
# 불안한 부하들을 달래다가.. 건이랑 대화하기.. 해봐용.. 진행 발견해서 다행이다;
(강건 - 독고구검 연동)
*
부하들의 불안을 달래줄 때 쯤.
강건이 재하의 눈 앞에 등장합니다.
가벼운 이야기 후에 제일상마전으로 이동하십시오.
*
재하 눈 휘었다. 가늘게 떨리는 손을 꽉 붙잡듯 소맷단의 주름이 크게 진다. 재하 허리 곧게 편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앞으로의 일은 천마님께서 정하시는 것이리라.
"하면 들어가지요."
재하 숨 깊게 들이마신다.
"감찰국장 재하가 특급무관 강건과 함께, 제일상마전의 알현을 요청하나이다."
# 가보자고
*
알현을 요청합니다!
"감찰국장 재하와 특급무관 강건이 알현을 청하오 - !!!"
긴 읍소가 이어지고, 악귀의 형상이 새겨진 거대한 문이 끼기기긱 하고 열립니다.
문이, 열립니다.
거대한 옥좌. 그 곳에는 미남이 앉아있습니다. 권태로운 표정의 미남은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아래를 오만하게 내려다봅니다.
재하는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입니다. 강건 또한, 그리 합니다.
힐끗하고 쳐다본 주변에는 이름과 얼굴을 듣고, 본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1장로. 평평이가의 가주와 같은 강력한 십대명문가의 가주들도 보이고.
교국의 무력을 책임지는 단주들도 보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쟁쟁한 강자들이나 고관대작들이 조용히 허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모두 옥좌에 앉아있는 한 명의 사람을 위해서 말입니다.
끔찍한 침묵이 실내에 감돕니다.
"고개를 들라."
강건과 재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듭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은. 저 멀리 옥좌에 앉아있는 미남자가 그들의 눈 바로 앞에 쪼그려앉아 쳐다보는 느낌입니다.
"호오....."
의미를 알 수 없는 탄성이 들려옵니다.
"네가. 강건이렷다?"
이에 강건은 조심스레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움찔, 하고 장로들이 몸을 비틉니다.
재하는 궁중예절에 대해 강건이 무지하다는걸 깨닫고 안색이 하얗게 변합니다.
"되었다."
미남자는 저 멀리 옥좌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그리 말합니다.
"...너. 재밌는 녀석이로구나. 내가 감찰국장을 총애함을 알고 그를 이용한 것이더냐?"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재하가 나서려하지만 강대한 기운이 재하의 입을 틀어막아버립니다.
"...아니. 아니구나."
홀로 묻고, 홀로 답합니다. 미남자는 씨익 웃으며 강건을 보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기이한 일이로다."
강건은 다시금 고개를 푹 숙입니다. 압도적인 기운에 고개를 들고있기가 어렵습니다.
"들어라. 내가 너에게 고개를 숙이라 명하지 않았다."
그러자, 강제로 강건의 고개가 위로 향합니다.
깊은 보랏빛 기운이 서린 눈동자와 시선이 선명하게 마주칩니다.
"옳지. 그래....너는..."
하핫. 하고 미남자가 환하게 웃습니다.
"돌아왔구나. 그래. 멸문한 줄 알았던 서기관이 돌아왔어."
꿈뻑.
강건이 한 번 눈을 깜빡이고 미남자는 여전히 기분이 좋은듯 웃고있습니다.
"감찰국장."
재하는 자신이 다시 말을 할 수 있음에 놀랐다가 침착하게 답합니다.
"서기관임을 알고 있었느냐?"
서기관? 그게 무엇이지요? 재하가 머뭇거리는 사이. 남자는 또다시 스스로 답합니다.
"아니로군. 그래. 아는 것이 이상하지.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느냐."
짝.
옥좌의 남자가 박수를 한 번 칩니다.
"서기관의 후예야."
찐득하고 공포스러운 목소리가 강건의 귀에 울립니다.
"너는 내게 충성하러 온 것이냐? 아니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온 것이냐? 그도 아니라면 가문을 위해 왔느냐?"
위험한 질문이 강건에게 도달합니다.
강건은 제일상마전의 질문에 답변하십시오.
*
문이 열렸다. 재하 익숙하게 들어갈 수 있었으나 지금까지 알현했던 것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무릎 고이 꿇고 예 갖추며 따라하라는 듯 조용히 눈짓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은 것은 제 아우가 궁중예절에 무지하다는 것이요 강대한 기운에 입이 막혔기에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침묵, 서기관이라는 알 수 없는 말. "하문하소서." 더듬거리며 대답을 고민하나 다시금 송구하옵니다, 같은 말으로 고갤 숙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은 이제 온전한 아우의 몫이었기에, 예 갖추며 처분 기다릴 뿐.
# 팝콘 가져와!
*
강건에게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
재하 얌전히 고개 조아렸다. 재하 이야기할 것 없기에. 예를 갖추고 명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뿐.
# 선택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용~
*
제일상마전은 재하 앞에 서 있습니다.
???
"받아라."
*
공손히 받아낸 것에 재하 깊이 절한다. 주군께서 내린 모든 것은 재하의 삶. 독이라도 기꺼이 먹을 수 있는 자였기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압도적 감사.. 받아용!
*
"먹어라."
섭취하시겠습니까?
*
"받들겠나이다."
주군을 처음 마주하고 따르기로 하였던 순간부터 마음 먹은 것이다. 주군의 명이라면 독이라도 삼킬 것이라고. 맹종이란 본디 그런 것이었기에.
# 먹어용!
*
천마신단을 섭취합니다.
천마신의 후예가 아니므로 효과가 매우 크게 감소합니다.
내공이 50년 증가합니다!
현재 재하의 최대 내공은 90년입니다.
"경지를 올려라."
제일상마전이 재하를 쳐다보더니 그리 말합니다.
"심기체의 부조화는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전...실전이 필요하다...
*
예를 갖춘다.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짤막히 목숨 건져내어 이끌어주신 천마님께도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는 조심스레 눈 내리감는다.
"감찰국장 재하가 명을 받드옵나이다."
# 실전.. 실전이 필요하다.....
*
축객령이 떨어집니다!
*
명 받들겠노라 소맷단에 손 숨겨 허리 깊이 숙이고는 축객령에 얌전히 일어서 자리를 떠난다. 문 닫히는 순간까지, 나서는 순간까지 꼿꼿하니 우아하게 걷더니만 문 닫히자마자 참았던 숨 토해내는 것 어쩔 수 없다.
걱정하고 있을 텐데 이참에 가서 감찰국 사람들 우애나 더 끈끈하게 만들어야지..
...방해물이 없다면.....
# 비척비척 직장인 모드 on..
*
감찰국으로 향합니다!
"구, 국장님!"
다들 재하가 죽을 줄 알았나봅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아니 그러게 대체 왜 그런 무리한 청을 하신거에요!"
"와...국장님 돌아가시면 우리 다 짤릴 뻔했던 거 아십니까?"
"국장님...국장님 어깨에는 저희가 올라타있다 이겁니다. 예?"
"제일상마전이 국장님을 이뻐하는거지 저희를 이뻐하는게 아니라니까요?"
아.
다시 나갈까.
- 국장님이 회식 쏜다!!!
- 아.. 감찰국에 발 들인 것을 후회하는 시간은 출근하고 퇴근을 기다리는 순간까지라 생각했는데..
"예, 돌아왔사옵니다."
돌아오기가 무섭게 귀가 따갑다.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뒤로 재하는 골이 울려도 미소만 짓기로 했다. 무리한 청임을 알았고, 죽으면 잘리는 것도 알았고, 어깨에 올라탄 녀석들이.. 아니 이 자식들이? 내가 혼란스럽다! 재하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였으매 화답하는 것도 산뜻하였다.
"살아 돌아왔으니 더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신들 상사가 어떻게 굴려먹을지 벌써부터 눈에 보일 텐데."
살벌한 농담이지만 재하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사리사욕일지언정 걱정해주는 사람은 있구나.
"농입니다. 이렇게 된 거 회식이라도 할까요?"
# 얘들아 회식할까?
*
"회...식....?"
부하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집니다.
"혹시, 이번에도 닭은 아니겠죠?"
아.
*
닭은 아니겠지요..? 재하는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고기라면 닭죽밖에 먹을 수 없는 병약한 몸뚱아리라..
"무엇이 드시고 싶으신지 서로 머리를 맞대보시지요."
세상에 이런 상사는 없다.. 부럽다..
"오늘은 무엇이라도 좋사오니."
# 너희가 먹고 싶은 거 골라볼래..?
*
"소."
"소!"
"소?"
"소!!!"
그 말을 아십니까?
돼지고기는 호의.
소고기는?
흑심.
*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라 하지만.. 재하는 흑심을 채워줄 수 있었다. 눈에 넣으면 아픈 어깨 위의 내 새끼들...
"좋습니다. 채비하시어요."
# 가보자고
*
십여명이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납니다!
음...열명...소고기...1인분 2만원...기본 20만원...술값에...한 명당 1인분만 먹지는 않을테니...
앗. 김캡이 너무 과몰입을 해버린 것 같습니다.
*
아득히 스치는 금전적인 부분...
재하는 지금껏 받아먹은 봉급을 기꺼이 털겠노라 마음먹었다..
가자.. 회식..
# 재하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털자...
*
소고기를 먹으러 갑니다.
거 뭐 동시대 어느나라에서는 불교에 심취해서 소고기 먹는걸 금지했다고 하지만, 뭐 알바 아닙니다.
교국은 아니니까요.
부하들은 희희낙락하며 복식을 정돈합니다.
"저, 그런데 국장님."
?
"사복 입고 갑니까?"
사복을 입고 간다면 좀 더 서민친화적...인 장소로 갈 것이고, 아니라면 고관대작들이 주로 즐기는 곳으로 갈겁니다.
감찰국장은 고관대작에 속할테지만, 부하들은 아닙니다.
*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젠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 조금씩 육류를 입에 댈 수 있다는 점이다. 교국은 금지된 음식이 거의 없어 다행이지. 재하는 고개를 돌린다. 사복이라. 사복.
"예. 사복 입고 갑시다!"
굳이 사복 입는 연유라 함은 금전사정도 있겠지만 그 분위기를 회식자리에서 견디고 싶은 생각 없기 때문이겠다...
그리고......... 오늘같은 날은 그냥 이래저래 유통되는 술이 마시고 싶기도 했고... 그래.. 와인보다 소주가 마시고 싶.. 잠깐, 와인은 뭐고 소주는 또 뭐지? 괴전파를 치우기로 했다.
# 서!민!친!화!술!판!가보자고!(?)
*
어제 소주 먹다가 결국 토한 김캡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듭니다....어 뭐지 뭔가 이상한 괴전파가 들린 것 같은데...
아무튼 무시합시다!
일행은 저잣거리로 나섭니다!
저잣거리라고 하더라도 이 곳은 수도.
상당한 규모로 번화한 번화가입니다.
2층, 3층으로 지은 가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국장님! 제가 자주 가는 소고기 집이 있는데 거긴 어떠십니까!"
전형적인 MBTI가 P인 부하가 그리 외칩니다.
우리 갈 때 가게 정하고 나온거 아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쩔래미.
*
번화가. 재하는 주변을 느릿하게 둘러보다 부하를 흘긋 바라보고 주변을 흘긋 바라본다.
"그러지요."
이내 선히, 으레 그렇듯 미소 지었다. 평소 재하 계획 쓸데없을 정도로 많이 짜보는 성격이라지만 모르는 곳 가느니 아는 곳 가는 게 낫다 판단한 듯싶다.
# 고고링~~~
*
부하 직원이 신나서 안내합니다.
찾아간 곳은....꽤 허름한데, 사람은 엄청나게 많이있는 가게입니다.
"어...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요..."
직원이 나와서 어색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어떡할까요?
다행히 날씨는 가을 날씨라 선선합니다.
*
꽤나 허름하더라도 사람은 많고, 그에 따라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는지는 알 수 있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날 사람도 있을 테니 가벼이 묻고, 오래 걸리면 떠나든지 해야겠다. 제 사람 있을 곳 쳐다본다. 어떻게 하고싶냐는 듯. 마땅한 곳 또 있으면 그쪽으로 몇명 보내보거나 범무구라도 보내서(안 된다) 알아내겠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떠오른다.. 과거의 고통이.... 기다리다 모든 가게가 다 차버리던... 괴전파의 고통이...
# 크아악 김캡 나한테 왜이래용
*
"일각 정도면 됩니다!"
15분!
하하하! 김캡은 4일 내내 술을 마셨기 때문이지!
*
일각 정도면야 뭐.
"그렇다면야."
.....차라리 벗이었더라면 자그마한 대화라도 해서 여흥이라도 즐길 텐데 시간의 흐름이 너무 선명하지 않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나 혼자만 이러는 건지.. 재하는 은은한 미소를 뒤로 터져나가는 속을 겨우내 갈무리했다. 시련이다. 시련...
"……오늘은 소마도 술을 마실까 합디다."
회식때 술도 안 마시던 존재가 마신다니. 어색한 분위기 바꿔보고자 꺼낸 말이지만.... 이런 말 해도 되나..? 내가 술 마신다고 술맛 떨어진다 하면 어쩌지? 피하면..? 부하직원 한정 I는.... 죽고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 얘들아 기회야 먹여서 조져
*
부하들의 눈빛이 바뀝니다.
"국장님."
가장 선임인 부하가 어렵사리 말을 꺼냅니다.
"오늘."
예...
"집에 멀쩡히 들어가실 수 없으실 것이고."
예?
"가실 수도 없을겁니다."
조졌다.
*
…원래 이런 시선이었나? 재하는 눈빛이 바뀌었을 때 불안함을 직감했다. 가장 선임인 부하가 말을 꺼낼 적 "예에." 하고 느릿하게 답해주던 재하 우뚝 멈춘다.
"……예?"
집에 멀쩡히.. 재하는 입마관 시절을 떠올렸다. 첫 시험을 마치고 단체로 술을 마셨던 날 붙었던 재귀비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뱉은 말은 뭐다? 주울 수 없다..
조졌다...
#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
"손님들 들어오십쇼!"
직원이 외치고, 재하는 열 명이나 되는 부하직원들에게 끌려갑니다.
아.
아...
김캡도 결국 후배들에게 붙잡혀서, 21학번짜리 애들이 김캡이 소주 꺾어마신다고 첨잔하는거 먹으면서 새벽 5시까지 집에 못가고 붙잡혀 있었던게 며칠 전입니다...
고통...받으십시오...
*
기다릴 때는 마냥 미안하던 일이 지금은 도망치고 싶은 공포로 받아들여진다. 손님들 들어오십쇼! 듣고 싶지 않던 소리와 함께 재하는 끌려갔다. 무려 열 명이나 되는 부하직원에게.
"잠깐 아직 마음의 준비가"
이대로면 죽는다.. 이대로면..
"잠깐.."
꺾어 마시면 죽을 것이고 그냥 마셔도 죽을 것이다..!
"정말 마음의 준비가.."
발꿈치에 체중을 실어 최대한 버텨보고자 했으나 재하는 이왜남이요 가벼운 체형에 속했으며 쉽게 끌려갔다.
"천마님..!"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 가련하되 고통 받는 것 여실히 느껴지니 이 즉슨 집사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고양이가 된 것이다..
# 고통..... 받으십시오........... 끌려갑시다..
*
어제 소고기를 먹은 김캡은 소고기를 아주 기깔나게 묘사할 수 있다 이겁니다.
커다란 불판이 세 개가 있고 식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재하는 가장 중앙 자리에 강제로 앉혀집니다.
"자자! 여기 탁주 10병이랑! 토시살, 갈비살, 살치살 각각 5인분씩 주쇼!"
감찰국의 과장이 기합을 넣어 외칩니다. 점소이들이 똥씹은 표정으로 달려가고 가게 주인으로 짐작되는 요리사는 싱글벙글 웃고 있습니다.
"이야. 거 자주 오시던 분들이 또 오셨구만. 그래 오늘 내 요리 하나 더 넣어드리지!"
요리사가 아니라 대협이었습니다. 대협께서는 이미 구워놓은 오리 한 마리를 떡하니 내려놓습니다.
"하하하!"
그리고는 시원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갑니다.
"여기 따뜻한 차도 좀 주시오!"
부하 직원이 외치고 점소이들은 툴툴 대면서 차를 내놓고, 고기와 밑반찬들을 깔아놓습니다.
"치이익. 치이이이이이익. 치이이이이익."
막내가 고기를 구우면서 입으로 익는 소리를 내는군요. 하하. 근데 왜 벌써 다 익었죠.
"앗. 소고기 먹을 때는 고기 많이 올리면 안됩니다!"
어...응...나도 알아...
다들 신나보이네요.
*
어제 드셨겠다?? 부러워 죽는단 것이에용... 아니 이게 무슨 괴전파람. 재하는 가장 중앙 자리에 강제로 착석하고 말았다. 중앙이라. 빠져나갈 수도 없으니 뒤졌다는 건 익히 알 수 있었..
히히 천마님 저 오늘 다시 뒤져요!
기합을 넣어 외칠 적 재하는 오늘은 진정 죽었노라 생각했다. 사실 나는 이미 죽은 것이다.. 그래, 죽은 거야... 탁주 10병.. 한명당 1병씩만 마신다 쳐도 과연 1병씩만 마실까.. 저게 시작이겠지.
"참으로 감사하여라."
대협! 오리까지 줄 정도면 이제 도망칠 수 없다! 밑반찬으로 나온 야채 하나 입에 무는 것 보니 육식동물 사이에서 살아가기로 결정.. 아니 해탈한 토끼같다. 시간 좀 지나 쐐기까지 박혔음을 깨달았으니..
"자, 자. 오늘은 양껏 드시어요."
재하 은은히 미소지었다. 공포는 승화되고 해탈한 것 분명하다.
# 즐기자고 가보자고
*
고기가 구워지고 순식간에 부하들의 입으로 사라집니다.
그 뿐입니까?
술은 어느새 스무 병이 더 와있습니다.
핫하 쥬거라
*
어린 새끼 먹이는 어미새의 심정이 이것일까. 잘 먹으니 참으로 사랑스럽지. 재하 본디 범무구도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마냥 아기같다 할 정도의 기이한 심미안 가지고 있으니 이런 마음도 당연한 걸까.. 아니라고? 아닐 리가..
용기를 내 겨우 고기 한점. 씹을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쉬이 떨쳐지는 건 아니었지만 이젠 그나마 삼킬 수 있어 다행이지 않은가. 그리고 술 한잔. 재하는 잔 내려놓고 나서야 깨달았다.
꺾어.. 마셨다.
# 이제 슬슬 중죄를.. 저질러볼까용...!!
*
주변의 소리가 사라집니다.
공기도 무거워집니다.
모든 시선들이 재하에게 향합니다.
침묵 속의 군중들이 보입니다.
그 때, 누군가가 병을 집어듭니다.
"하하하! 국장님이 빨리 새 술 드시고 싶으신거네!"
헉.
부하직원이 첨잔을 해버렸습니다!
"쭈욱 들이키십쇼 국장님!"
김캡도 꺾어마셨다가 초면인 21학번 아가한테 첨잔을 당했다 이거에용.
*
꺾어 마신 걸 깨닫고 시선을 잔에서 뗐을 적 재하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그러니까.. 7년 전 감찰어사로 임명 받았을 때나.. 이후 제일상마전에서 지나칠 때마다 보이는 관료들 눈치 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침묵을 이길 수 이길 수 없었는지 고운 얼굴 창백해진다. 가뜩이나 희던 얼굴 더 새하얘지더니 부산히 눈 굴리는 모습 새롭다. 첨잔의 광경에 입술 속의 살 자근자근 깨물더니 눈 질끈 감고는...
쭉 들이켰다! 이내 완벽히 빈 잔이라는 걸 보여주듯 머리 위로 잔 탈탈 털어보인다.
가보자고.
# 국장님 술잔 비우신다!!!!!
*
후후. 어제 김캡도 꺾어마셨더니 4살 어린 동생들이 첨잔을 해서 그대로 당하고 왔습니다.
재하도, 똑같습니다!
잔이!
비었다!
국장아!
*
오너는 갑작스러운 데플 예고에 뒤질맛인데 재하는 몰?루겠지 당연히 몰?루지 이게 회식자리 (오너시점) 절망편이다 하아.....
"밤 새워 마시는 전주라 하였습니까?"
당연히 재하는 모르기 때문에 두 배로 고통받아야 했고..
"따르십시오."
잔이! 비었다면! 뭐다? 채워라! 마셔라! 우리의 식도는 본디 마실 것을 넘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 밤 누가 내 상대를 하시겠습니까. 저도 오늘밤은 마음 갈 때까지 밤새도록 마시겠습니다."
연잔 해도 되는 거임?
해도 됨
# 오너의 착잡?한 심정을 마심으로 표현해봅니다..
*
그러자 중간 정도되는 짬밥의 부하가 앞에 앉습니다.
그 부하는 평소에 낯빛도 추악하고...아니 좋지 않고 몸도 왜소하기에 다들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네?
뭔가 다들 킥킥 웃고 있습니다.
뭐지. 뭐냐!
"국장님."
집중하지 않는다면 듣기 어려운 가는 목소리입니다.
"죽을 준비 하시죠..."
꼴꼴꼴꼴꼴...
그가 조용히 커다란 사발에 탁주를 따르고 재하에게 건네줍니다.
*
재하 은은하게 웃다 못해 아예 해탈한 듯싶으며 이렇게 된 거 술에 집중하고자 하니 과거 떠올린다. 국장 자리에 오르고 나서 스트레스로 인해 술이 없으면 잠도 들지 못하던 나날을...
"오늘 네발로 기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응어리 풀어줄 테니 오시지요."
탁주 받아들고 주변 슥 훑더니 고개 한번 끄덕이고 그대로..
# 원! 샷! 아 오늘 국장님 안 좋은 일 있으셨다고!!!!
*
원샷을 하자마자 바로 술잔이 채워집니다.
맞은 편에 있는 부하도 잔을 다시 채웁니다.
"멀었습니다 국장님."
ㅏㅎ하!
*
재하는.. 그래, 취했다. 보통 취한 줄 아는가? 아니다. 첨잔이라는 중죄를 저질렀으니 코가 비뚤어지는 것이 응당 옳은 일 아닌가... 한 잔, 두 잔, 그렇게 몇 잔을 제대로 된 안주 집어먹지도 못하고 마셨음에도 끄떡 없을 줄 알았더니만..
"오라방.."
옆자리 앉은 외간 남자요 제 부하직원에게 폭 기대는 것이 아닌가. 삽시간에 일어난 일을 뒤로 애교스럽게 눈 깜빡이며 살풋 눈알 굴리니 반쯤 풀렸어도 사랑스레 눈 휘는 법 알았다.
"한 잔만, 응? 한 잔만 더 따라주시어요.."
이왜남?
# 이왜남?
- 허예은
- (남궁지원)
이런 곳에 계셨구나. 시끄러운 분위기 하며 술의 냄새며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원래라면 좋아할만한 것이어도 적진 한복판이라 생각하니 예민해지는 것이겠지.
그러니 빨리 재하 공자를 찾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가 저 멀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잔뜩 취해서 다른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으로.
"공자... 여기서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재하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온 그는, 애교스럽게 말하는 재하를 싸늘한 눈치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질투 on
*
그래, 마시자!
흐린 정신 속에서 보드랍고 사랑스레 미소 지어 보이는 모습 뒤로 들리는 목소리 기민한 귀가 알아챈다. 재하 잔 두 손으로 고이 쥐더니 쭉 들이키다, 고개 돌렸다.
"으응?"
싸늘한 눈치와 달리 재하의 눈이 물 찬 제비처럼 호선을 긋는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미소를 뒤로 잔 내려놓았다. 이내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던가.
"다들 그마안, 그만.. 소마가.. 아는 사람이어요. 네에.. 아는 사람이지.."
팔 쭉 뻗어본다. 폭 안기려 들며 손가락으로 턱 길게 쓸어보려 들었다.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달리 눈 탁하다.
"대협께서.. 여기까지는 어인 일로 오시었을까요?"
# 얘들아 그만~
*
(남궁지원)
주변 감찰부원들의 시선따위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가. 그의 신경은 오롯이 재하에게 쏠려있었으니.
"...공자를 데려가기 위하여 왔습니다만..."
싸늘한 눈빛으로 제 턱을 매만지는 재하의 손을 흘긋 보다가, 재하의 손을 낚아채었을까.
"공자께서 설마 저 이외에 다른 이에게도 이리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붙잡은 재하의 손을 바라보다, 이내 휙 잡아당긴다.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시간이 별로 없으니.
"일단 가시지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설명은 가면서 해드리지요."
#재하를 밖으로 이끌어용
*
데려가기 위해 왔다고? 재하 눈 나긋하게 휘어 보이더니 고개를 기울인다. 낚아채는 손길에도 아랑곳 않는다.
"질투하시었을까……. 의미 없음을 아실 텐데도?"
나지막이 입술 달싹이다 끌고 데려가려 할 적 잠시 눈 동그랗게 뜨더니 잠깐, 하고 입술 오물대더니 고개 팩 돌린다.
"달아두시어요, 감찰국장 이름으로..!"
제가 산다 했던 것은 다행스럽게도 기억한 모양이다. 질질 끌려가면서도 술기운에 몇 번 비틀대다 눈 아래로 내리 깐다.
"왜.. 왜 여기 오시어서는.."
# 머선일인데 오빠 잠깐만 손목 아야 앗 질질질..
*
(남궁지원)
#이동용 마차 구매해서 재하랑 손잡고 남궁세가로 가용
*
재하와 손을 잡고 남궁세가로 이동합니다!
본래는 마차를 사고, 그 다음 레스에 이동하는게 맞지만 그간 진행이 없었던 점, 상황이 급박하고 긴박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한 번에 처리되었습니다!
*
(남궁지원)
"공자."
지원은 예은을 만나기 전에, 재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아내가 공자를 만나고 싶다 했으나... 저는 아내가 공자께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공자께서 목숨을 잃으시는 것 만큼은 제가 어떻게든 막겠지만... 아마도 제가 도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위험에도 만나달라고 해야하는 상황에 그는 고개를 푹 떨군다.
"...죄송합니다 공자. 그럼에도 아내를 만나달라고 해서."
#늦어서 미안해용!!
*
술 기운이 채 가시지 못했지만, 마차에 탔을 적 재하 느낀 것은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싶은 감이다. 아니면 오대세가의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교국까지 와 자신을 데리러 올 리가 없지 않나. 재하는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도, 겨우내 눈을 떴다. 마차에서 내렸을 적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내공으로 취기를 밀어내려 했다.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처음부터 이야기 하는 것이 옳았을 터이옵지요."
아내에게 할 말은 이쪽도 제법 많은 편이었다. 그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재하는 고개를 푹 떨구는 지원을 향해 손을 뻗더니, 조심스럽게 뺨을 쓸어주며 고개를 들어올리게끔 하려 들었다.
"미안하다는 말은 이쪽이 해야할 듯싶지요."
이마를 툭, 기대보고는 눈을 느릿하게 내리감는다.
"일단은 치장을 해야할 듯싶습니다. 이런 몰골로 어찌 아내님을 만나겠사온지."
# 대화할 준비를 합시다..
*
남궁세가에 도착하고 둘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갑니다.
안채, 그 중에서도 허예은만을 위해 준비된 건물. 그 곳으로 들어갑니다.
어두운 밤임에도 허예은의 방에는 불이 켜져있는지 그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 들어와.
재하의 귓전으로 전음이 꽂힙니다.
...지원의 본처, 중원제일미.
무엇보다도 천하제일인의 딸이자 사마외도의 손녀 허예은의 전음입니다.
지원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전 기연을 사용해용 예은이랑 재하 대화가 좋은 쪽으로 흘러가도록 보정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용..
*
적용됩니다!
*
준비는 끝마쳤다. 다시금 단정히 머리를 빗고 진정한 안주인을 마주하기 위하여 단장마저 끝마치었으니 이는 응당 당연히 주어진 예의요 안주인을 무시하지 아니하며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채로 들어섰을 적, 재하 긴 머리 나부끼며 천천히 호롱불 너머 그림자 바라본다.
"……."
전음. 진정한 안주인이요 본처의 것이겠지. 재하 천천히 앞으로 발 내디디곤 사붓히 걷는다. 발 딛는 소리 하나하나가 예의 치르고 있으니 절대 시끄럽지 아니하다.
"감히 미천한 필부가 중원제일미요 비룡의 본처를 뵙습니다."
그리 예 차리며, 재하 들어서려 했다.
여인의 마음은 여인이 아는 법.
공교롭게도 재하는 여인으로 자라난 사내였다.
# 들어가용...
*
안으로 들어가자 모란 무늬가 화려하게 장식된 하얀 옷을 입은 미녀가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재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앉으시게."
그녀의 말투는 고풍스럽습니다.
다행입니다.
우선 그녀가 재하를 보자마자 칼을 뽑고 목을 썰어버리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재하의 데드플래그가 일시정지됩니다!
*
화려한 모란 무늬. 모란의 유래를 알고 있는가, 수컷 모牡 붉을 단丹 하여 남성성을 뜻하니 어쩌면 중원제일미가 본인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가 싶어 재하 입 다문다. 날선 눈에도 치켜뜨거나 당당히 마주하는 일 없이, 옷깃 스치는 소리 한번 없이 무릎 꿇듯 앉는 모습 조신하다.
예를 갖추되, 목숨이 걸려있음에도 아부하지 아니하듯 그 모습 과하지 않다. 이제 죽음에 대해 초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천마님께서 쓰실 일 있으실 터이니 이 또한 필요한 시련이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소맷단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자 손 또한 모이고, 나긋하게 고개 숙여보이니 이는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위치임을 알기 때문이리다.
# 예은아.... 재하가 견공자제인건 알겠지만 오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
상석에 앉아있는 여성은 천천히 오른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습니다.
"...아름다워."
그녀의 첫 마디는 일견 이상하게 들립니다.
"사내임에도 그리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으니 내 남편을 미혹할 수 있었겠지."
예? 어, 뭐 그, 어, 음, 아.
"정파의 사람인가? 아니면 우리 둘의 관계를 못마땅해하는 사파의 아랫것? 그도 아니라면 정사의 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혼인을 망치기 위해 보내진 마교의 세작?"
이런. 그녀는 재하와 지원이 서로 사모하는 감정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
아름답다. 숱하게 들어온 말이지만 지금 듣는 말은 칭찬보다는 의심에 가까운 것이라 생경하다. 생경함에 들었던 찰나의 의구심은 정답이었는지, 중원제일미의 의심이 어느 쪽인지 알게 되었던가.
"……."
잠깐의 침묵. 그리고 재하 천천히 무릎 위로 모았던 손을, 정확히는 팔을 굽히며 몸을 살짝 낮춘다.
"송구하옵나이다."
단 한마디. 당신이 여기는 것이 사실이 아니노라 고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 느릿하게 허리 숙이며 부복하듯 절했다. 더 이야기 하란 허락이 떨어지면 입을 벌리겠지만, 지금은 당신이 생각을 정리하고 이 고해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익히 알기에.
# 잠시 침묵해용.. 여기서 와다다다 얘기해버리면 사람 멘탈이 갈린댔어...
*
"얘기해보시게. 어느 쪽의 사람인가?"
그녀는 한 쪽 무릎을 세운 채로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깁니다.
*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소리. 규칙적인 소리를, 과거 기루에 있을 적 하나의 신호가 되었던 소리를 어찌 두려워하지 아니할 수 있을까. 초연함이 사라지려는 것을 애써 붙잡는다. 여인은 루주가 아니다.
"……교국의 사람이옵디다.
하어 감히 고하나이다. 재하 사붓이 입 벌린다.
"결혼식을 망쳐 하나뿐일 행복한 순간을 비참하게 만든 것에 대하여 사죄함은 입이 열 개라도 모자랄 터이나, 안주인의 권위를 능멸하고자 함이 아니었사옵니다. 어찌 가장 가까이에 있고 누구보다 대협의 곁에 가까이 있는 분을 능멸하겠나이까."
행복을 바라고 마음을 정리하고자 했다. 그리하였어야 하는데. 내리깔린 눈 깊이 침잠한다. 고한 바 모두 한치 거짓없는 진심이었기에.
"……."
# 교.. 교국 사람이요... ;-;
*
"교국이라. 그래 정사동맹이 두려웠던겐가?"
아니. 그거 아니라니까요. 아니에요...
"그래서 내 남편을 꾀었어?"
그녀에게서 살심이 엿보입니다.
*
재하 그제야 눈 든다. 바닥이요 제 손, 혹은 옷깃만 감히 쳐다보던 색이 다른 한 쌍의 구슬이 중원제일미를 온전히 향한다.
"정사동맹이 두려워 꾀어내고자 하였더라면 진즉 다른 자를 꾀어냈겠지 어찌 두 사람의 사랑을 두려워 하겠나이까. 닿지 못할 사랑이라? 이깟 마두가 탐할만한 것이 아님은 소마도 알고 있사옵니다만.."
살심에도 주눅들지 아니하였다. 목소리의 고저는 여전히 차이 없으니 차분하기 그지없다.
"기실 직고하니 7년 전에는 단순한 술벗이었나이다. 서로의 이름도 모르던 한때의 인연으로 스쳤던 것이, 서로 전서구 주고 받고 만남 가지며 술잔 기울이던 사이가 되었고, 올해 봄을 기점으로 마음 깊어졌사오나 아내 되실 분 있음을 알았기에 마음을 정리하고자 하였사옵디다. 하여 결혼식에 갔던 것 뿐이옵디다. 단지 두 사람의 행복 바라고 정리하고자 갔을 뿐인데 어찌 이것이 꾐이 되었나이까? 누군가의 행복할 순간조차 뱃속 채워먹을 심산으로 이용하고 그 죄 뒤집어 씌워 제 정적 짓밟으려 하는 꼴이 참으로 역겨워 속이 뒤집혔다면 뒤집혔지, 어떻게 정사동맹까지 생각했겠냔 말입니다."
방금 제오상마전이랑 그 수하랑 싸잡아서 깐거임?
원래 나랏님 없으면 욕한다 했음 하물며 내 주군도 아닌데
"정사동맹 따위는 모릅디다. 그런 것을 두려워 했더라면 대협께서 소마를 이곳에 데리고 오려 했을 적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터입니다. 단지 사랑하는 자를 흠모하였음을 용서하실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인생에서 가장 첫번째로 누리어야 했을 결실이요 감동을, 행복해야할 순간을 소마의 적이 비참하게 만든 점에 대신 사과하고자 이곳에 온 것이옵디다."
재하는 다소곳이 손을 모았다.
"헤아릴 수 없사옵디다. 괴로웠을 마음을 죄인이 어떻게 헤아리겠나이까. 남편은 되먹지도 못한 것과, 하물며 여인도 아닌 것과 이전부터 정분이 나고 가장 행복해야할 순간은 정분난 것의 정적으로 하여금 비참해지었으니. 허송세월이요 사랑이 한곳을 향하지 않았을 때의 배신감이며 그 울분을 어찌 헤아리겠는지요."
하니 이곳에서 소마 깊이 사죄드리옵나이다. 깊이 절하는 모습 결연하다.
# "처벌은 무엇이든 달게 받겠나이다."
*
그녀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재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진심이구나."
스릉.
검이 재하의 목젖에 겨눠집니다.
"네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
익숙하다. 아니, 무림인인 주제에 너무 편하게 살았겠지. 목숨의 위협은 늘 찾아올 텐데. 지금도, 앞으로도, 아니, 앞으로는 없을지도 모르지. 재하 검에 시선 두지 않는다. 검을 타고, 그 위로.
자신의 목 겨눈 자를.
"책임을 질 수 없었더라면 어찌 그날 교인을 감쌌겠나이까."
정확하게 마주하며, 덤덤하게. 천마님께서 그 사람에게 연심 느끼게 한 이유 필히 있을 터이니. 나의 죄 알고자 이리 보내신 것이라면 받아들이리요, 그리하지 아니하더라도 나는 찬미하리.
# 캐해가 암만 봐도 빠꾸칠 애가 아니라....
직진이에용...
*
"그렇다면."
스으으으....스으으으으으으....
불길한 기운이 그녀의 검에 어립니다.
"책임을 지거라."
푸욱.
뜨겁습니다.
피가 흘러나옵니다.
재하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그리고...
깜빡.
눈 앞에 무언가 있습니다.
- 안녕?
웬 새하얀 토끼가 빵긋 웃으며 재하를 맞이합니다.
- 너구나? 태자님의 아들이. 어쩜. 태자님이랑 이리 닮았는지 한 눈에 보자마자 알겠더라니!
- 근데 왜 벌써 왔어?
- 태자님이 처벌 받으시는걸 감수하면서까지 널 하계에 내려보내셨는데?
- 근데 왜...태자님의 무공을 안익히고 만벽서화의 무공을 익혔지?
- 으으음.
- 모르겠다!
- 일단 따라와봐. 온김에 태자님 뵈러가면 태자님도 좋아하실거야!
자기 할말만 두다다다 뱉어낸 토끼는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런데...
왜 구름이 보이죠?
지금부터 재하의 비설, '죽음 속에 피는 꽃'이 시작됩니다.
- 죽음 속에 피는 꽃
- 우습게도 한치 후회 없음은 어인 연유인가, 남아있는 취기 때문인가, 순간의 오만함 때문인가, 아니면 삶에 미련 없는 초연함 때문인가. 재하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처연히 미소 지어버린다. 아, 우습구나. 천하의 중원제일미도 결국 사랑에 목마른 사람에 불과하구나. 흔하디흔한 자로구나. 처연한 미소 뒤로 색이 다른 눈이 마침내 완연한 호선 긋는다. 안타까운 자야, 안타까웁고도 애달픈, 닮았으나 닮지 않은 자야. 시간을 주었더라면 네 바라는 말을 하였을 텐데 성급한 분노에 휘둘려 피를 보고 마는 자야. 밑바닥에서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오로지 찬연한 빛 속에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을 끔찍한 어둠이라 생각하며 살던 여인아.
내 피로 네 목을 축여도 너는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리라. 떨어질 대로 떨어진 네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면 아와 허사로다.
아무리 발악해도 손에 아무것도 쥘 수 없는 밑바닥에 온 것을 환영한단다.
꿰뚫는 감각 선명하고 피 흐르는 감각 첨예하게 와닿는다.
아, 나의 주군께서 부르실 터인데. 지금쯤 귀에 들어가셨을 텐데. 오늘도 불충 저지르고 말았으니 이것이 내 최후임은 응당 옳겠구나…….
…….
영영 감길 줄 알았던 눈이 뜨였다. 재하 어안이 벙벙해 인사하는 토끼를 보고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잠깐, 토끼?
토끼가 말을? 고개를 휙 돌리니 토끼가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하니….
"태자 님의, 아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태자님이라니? 아, 맞다. 나 죽었지 않아? 벌써 왔냐는 말에 황급히 목을 더듬지만 멀쩡한 것 같았다. 그럼 이건 주마등인가? 그렇지만 주마등이라기엔 이런 기억이 없는데?
재하는 가만히 토끼를 쳐다봤다. 처벌, 하계, 태자의 무공과 만벽서화의 무공……. 아, 마지막은 천앵을 뜻하는 것 같은데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투성이다. 그것보다 여긴 어ㄷ─
구름?
풍경에 놀라기도 잠시, 토끼가 혼자 깡총깡총 뛰어가버리니 재하 이대로면 길 잃겠다 싶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뒤를 쫓으려 들었다.
"자, 잠깐, 같이-"
# 갑자기 비설이 일케 터진다고용? 테이스티~ 가보자고용..!!!
*
토끼를 따라 한참을 가니 옥으로 기와 지붕을 만들어놓은 커다란 저택이 하나 보입니다.
저게...저게 뭐람...?
- 다 왔어! 마옥궁에 온걸 환영해!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별로군요!
*
토끼를 따라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아버지라는 자는 태자라 불리웁고, 토끼가 만벽서화의 무공을 알고 있다면 교국과 관련된 자는 맞을 터이며, 하계를 운운하거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선계인 것 같다. 선계에 와서 아버지를 뵙는다라. 아직 태자라는 언질에서 교국의 36장로 중 옥면태자를 연상하기엔 혼란스러웠던 차였다.
아버지.
……아버지라.
거기다…… 옥으로 기와 지붕을 만든 저택이라. 재하는 짐짓 당황스러운 눈길로 토끼를 본다. 옥.. 옥이라. 대단히 아름다웁긴 하지만 실용성이 있나? 선계라면 있……겠지? 내가 너무 편협한 시선으로 사는 건가? 거기다 마옥궁이라니. 그러니까, 그. 차마 별로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은 토끼의 쾌활함 때문이리라.
"마옥, 궁이라……. 참으로 아름답사와요."
애써 감정 갈무리하며 처연히 미소 짓는다. 그래, 일단은 예쁘다고 해주자……. 우리 집보다 지붕으로 된 옥이 더 비싸니까…….
# 와!!!!! 마옥궁!!!!
*
토끼가 깔깔 웃습니다.
- 사실 나도 이름은 진짜 별로라고 생각해!
?? 너 그거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거야?
- 안으로 들어와! 옥면전에 계실테니까!
토끼가 깡총깡총 뛰어들어갑니다.
곧, 재하는 옥면전이라고 하는 곳에 들어섭니다. 그 곳에는...옥으로 된 가면을 쓰고 있는 장신에 장발의 남성이 다리를 꼬고 권태로운듯 발을 까딱까딱 흔들고 있습니다.
- 옥묘가 왔구나.
가면을 쓴 남성이 그리 말하자 토끼가 고개를 도리질칩니다.
- 옥에 대체 왜 그렇게 집착하시는건진 모르겠지만! 전 옥묘가 아닌데요!
- 음...
옥으로 된 가면을 한 번 쓸어내린 남자가 다시 한 번 입을 엽니다.
- ...비묘...?
- 똑같잖아!
토끼가 성을 내고는 뒤를 휙 돌아보며 재하를 가리킵니다.
- 손님이 왔어요!
- ....음...옥인이군.
- 옥에 집착좀 하지 말라고!!
결국 토끼가 소리지릅니다.
*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 건가? 재하 눈 도르륵 굴리더니 "소마만 그런 것이 아니었군요." 하고 작게 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붕이 옥인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마옥궁이라. 마옥궁이라……. 거기다 옥면전이라.
옥에 진심이로구나…….
깡총깡총 뛰는 토끼의 뒤를 밟았을 적, 재하는 옥으로 된 가면과 장발의 남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권태로운 듯한 모습을 뒤로 이어지는 만담에 토끼를 한번, 남성을 한번. 도륵도륵 눈을 굴린다. 옥묘, 비묘, 그리고…….
"……."
천마님 저 죽겠어요!! 웃겨서 죽어요!!! 비명지르는 속과 달리 재하는 겉으로는 잘 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 참 다행스럽다 생각했다. 토끼가 소리를 지를 적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고 말았지만. 그래도 참은 게 어딘가! 아니었으면 대단한 결례를 저질렀을 터이니.
"……미천한 소마가 태자님을 뵙사옵니다."
재하 애써 속을 갈무리하며(벌써 마옥궁에 이은 2번째 갈무리다.) 조심스레 예 갖춘다.
# 안녕하세용?
*
- 음...
옥으로 된 가면을 쓴 남성이 꼬았던 다리를 풀고 손으로 턱을 괸채로 재하를 바라봅니다.
- 어디서...많이 본 것 같은데?
토끼는 왜인지 가만히 있습니다.
*
재하 고이 손 앞으로 모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라. 즐겁던 만담의 구경도 이제 끝이 났으니 일순 풀렸던 정신 다시금 여상해진다. 토끼는 가만히 있으니 무엇이라도 말해달라 하기엔 염치가 없고, 대뜸 제가 당신 아들이라고 하더이다 하기에는 재하는.
─ 재희야, 네게 부모가 있었더라면 이 용모를 보고도 필히 찾았을 터인데 나타나지 않잖느냐. 이제는 받아들여라, 네게 아비나 어미가 있을 것이라 보느냐? 버려진 것이다. 너는 버려졌다! 그러니 아량껏 내 받아주는 터다. 내가 네 아비고 기녀들이 네 어미다. 알겠느냐!
부모가 없다 생각하고 자랐다. 재하 한때, 부모를 그린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 지옥같던 기루 속에서 온정을 받았어도 부모의 정을 얼마나 바랐는가. 높디 높은 창 너머로 아이들이 부모 손 나란히 쥐며 소리 높여 웃고 지나갈 적엔 그 존재를 얼마나 그렸는가.
기실 알고 있었다. 어미도 아비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루주의 말을 믿지 아니하고 아버지요 어머니 그렸던 것은 한줄기 희망 때문이었다. 끝내 소교주 밑으로 들어갈 적엔 모든 것을 체념하였건만. 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그렸는데 전부 무의미하던 것이로구나. 애초에 살았던 세상이 달랐으니 나는 당신을 그리는 것 자체가 헛되었구나. 허망하다.
"……소마의 이름은 마를 재 물 하 하여 재하라 하옵고 성은 없사옵디다. 만일 뵈었다 하신들 이 소마, 이곳이 아닌 하계의 인간이오니 착오가 있으셨던 것은 아니온지."
그럼에도 일단은 제 이름 흘려보고 넌지시 하계 또한 흘려본다. 눈치챈다면 좋겠으나 아니라면.
역시 부모는 없는 터겠지.
# 제 daddy..신가요..?
*
옥 가면을 쓴 남자는 고개를 젓습니다.
- 이름이 괴이하구나. 너는 음...그래. 옥아가 딱 알맞은 이름이다.
??? 진짜 미친ㄴ인가.
- 헌데, 정말로 어디서 보았는데...이 선계에 있는 내가 하계에 있는 인간을 보고 이런 느낌을 받을리가 없다. 네 어미나 아비가 누구더냐?
모르는데요.
- 아. 그래.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기억이 났다. 기억이 났어.
그러면서 그가 박수를 한 번 짝 치더니 옥 가면을 벗습니다.
그제서야 재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과 똑닮은 상아빛 머리카락. 다른 점이라면 재하의 머리카락은 길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짧고 오히려 살짝 괴상망측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것이 서국 특유의 머리 모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진한 검은 눈동자, 그리고 보자마자 두려우면서도 매혹되어 정신을 차리기 힘든 붉은 눈동자도 보입니다. 한 눈에 흰자를 포함한 세 가지 색이 동시에 담겨있으니 이게 괴이가 아니면 무엇이오리까?
옥으로 된 귀걸이와 반지, 목걸이, 팔찌를 하고 옥빛의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이 가면을 의자 팔걸이에 조심스레 내려놓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보이고, 항상 우수에 가득찬 재하와는 다르게 활기차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의 시원한 미소와 보이는 새하얀 치아가 마치 태양빛을 받은 거울처럼 반짝거립니다.
손가락이 길면서도 두껍고 손이 커 강인하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얼굴선이 얇습니다. 몸은 크고 근육질입니다. 재하보다도 키가 훨씬 크고 어깨가 더 넓은 것이 재하와는 다르게 남자답다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옥 가면을 벗은 남자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항상 밝게 웃고 옅은 팔자주름이 있는 중년의 재하를 상상해봄직한 생김새입니다. 재하는 입을 벌리고 천천히 눈이 뒤집혀갑니다.
저 사람에게 안길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 있을텐데...
- 아차.
남자가 급히 옥 가면을 씁니다.
...재하. 방금 무슨 생각을 한거죠? 이상한 생각을 한건 틀림없는데. 정신이 몽롱합니다.
- 나와 닮았구나. 하계의 아이야. 네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냐?
*
"태자님께서 그리 생각하시었사오니 옥아라 불리어도 감읍할 것이어요."
옥아, 라. 진실로 아버지가 맞는다면 옥아라 불리어도 참으로 기쁠 터인데. 재하 굳이 곱씹지 않아도 될 이야기임에도 괜히 곱씹게 된다. 쓸데없는 상념일 뿐이야, 잠시 감정이 흔들린 것이야. 정신 차려. 아무리 갈무리하려 해도 죽음 이후에 겪는 갑작스러운 상봉 아닌 상봉은 재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버지라 불리는 자가 보이는 반응은..
"……소마 안타까웁게도 부모에 대해 알지 못하옵디다."
태자는 재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차마 들은 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묘공卯公의 말로는 당신의 아이라 합니다. 입에서 내보내기엔 혀가 묵직하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당신이 알지 않을까, 재하는 입을 다물었다. 기실 아비가 아닌 것은 아닐까? 묘공이 착각한 것은 아닐까? 역시 기우일뿐일까? 그렇지, 내게 부모가 있을 리가 없지. 그리 생각하였을 적.
재하는 드러난 얼굴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태자라 불린 자가 옥으로 된 가면을 벗자 드러난 모습에 입이 자그맣게 벌어진다. 아, 말 그대로 옥면이로구나. 상앗빛이 은은히 감도는 머리카락은 내부에서도 찬연히 그 색을 드러내며, 자연에서 가장 위험한 어둠이요 피를 빼닮은 두 눈동자는 귀기로울 법한데도 그런 기색 없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흔치 않은 색의 조합만으로도 부자관계를 입증하기엔 충분할 것 같으나,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반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나, 반대인 만큼 닮았기 때문이다. 우수에 차고도 연약한 자신과 달리 강인하고도 굳건한 자였으나 조금 더 밝게 살 수 있는 모습으로, 자신이 세월이 흐른다면 저리 될 수 있음은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 피가 이어졌노라 확실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만 했고 씁쓸함이 동시에 엄습하나, 그마저도 홀리듯 사라져만 간다. 아버지라 하였음에도 불경한 생각을 품게 되니, 상공마저 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져만 갈 것 같다는 끔찍한 최후까지 생각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급히 가면을 썼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기실로 잊었겠지.
……아, 그런 생각도, 상념도, 어째서인지 잠에서 막 깬 듯 몽롱하여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지 떠올리기가 어렵고 흩어져만 간다.
"……달리 사연이랄 것은 없사옵디다. 어찌 하계의 사람에게 사연이랄 것이 있겠사옵니까."
몽롱하던 정신 갈무리 하고자 눈 내리깐다. 사연이란 한 단어와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정신에 아찔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 무슨 일인지 알겠는지, 재하 눈 내리깐 모습 그대로 느릿하게 눈동자를 굴려 묘공 쳐다본다. 그땐 경황이 없었으나 들었지. 태자님이 처벌 받으시는걸 감수하면서까지 널 하계에 내려보내셨는데. 어미와 아비가 누구냐 묻는 것도 그렇고, 빼닮은 것임에도 자신이 자식을 가졌다는 사실이 있다면 최소한의 의심조차 품을 터인데 그조차 품지 못하는 기색 보인다면. 묘공을 쳐다보던 긴 속눈썹이 내리감긴다.
"단지 태자님을 닮아 태어날 영광을 얻었을 뿐이지요."
재하는 눈치가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선계, 옥, 가면.. 태자, 그래. 교국의 36장로, 옥면태자, 그리고 그의 아들인 자신과 모종의 이유로 자신을 내려보내고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모른체 하는 아버지라. 사연은 당신께서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어찌하여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옵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잊은 겁니까, 정녕 그리워한 것이 맞습니까..
"하계의 사람들은 찬연한 미 볼 수 없어 안타까웁겠지만 말이옵디다."
그리움인지, 아니면 이렇게 된 일에 대한 원망일지 모를 감정 때문에 괜히 속이 메슥거린다. 표정이 일그러질까 고개를 숙이고 다디단 말로 사연 무마하려 했다.
# 압바..... 그래도 일단 압바 칭찬 is 뭔들 울아빠 왤케 잘생김?
*
- 흐으음.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상해.
- 옥묘야. 내가 잊고있는 것이 있느냐?
- 내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닮았다. 오래전에 한 선녀를 닮았어...참 볼품없는 선녀였는데.
옥면태자는 가면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립니다.
- 이상하구나. 내가 왜 그 선녀에 대한 기억이 없느냐?
하얀 토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
이상하다, 이상해. 드디어 의문점을 깨달았나. 재하 느릿하게 눈 들어 가면 쳐다본다. 선녀, 라. 어미는 선녀고 아버지는 선인인가. 우스운 일이다. 선계의 것이 하계로 온 연유가 무엇이든 간에 미움 받았구나.
"……태자 님."
대답이 없다. 혹은 대답할 수 없다. 선녀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순을 본인도 눈치챘을 텐데. 재하 공손히 허리 숙여 읍한다.
"아무래도 이전의 일이다 보니 옥묘께서도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 같사옵디다. 다만, 소마와 태자 님께서 정녕 연이 있다면 천마님께서 다시 이어주신 것인즉, 이것에 나름대로의 뜻이 있지 않겠사옵니까."
더 기억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은 넌지시 흘리는 정도가 되겠지. 옥묘 슬쩍 본다.
# "그 뜻을 어찌 받아들이냐가 중하겠사옵지만……."
*
- 흐으으으음.
옥면태자는 가면을 양손으로 감싸쥡니다.
- 왜이렇게 머리가 아픈지 모르겠구나. 옥묘야. 옥아를 우선 방으로 보내놓거라. 좀 쉬어야겠다.
그리고는 옥좌(玉座)에 드러눕습니다.
- 날 따라와!
그리고 하얀 토끼가 깡총깡총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
옥아, 라 불러주시었다. 옥을 좋아하기에 그리 불렀을 수 있으나 어째 속이 이상하다. 평생 얼굴도 모르고 살았다가, 고작 죽은 뒤에 얼굴 한번 보고 아버지노라 소리 들었을 뿐인데 어찌 이리도 가슴이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에 울렁거리는지. 벅차오르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꽉 메이는 느낌에 재하 괜히 조금 더 깊게 허리 숙인다.
"태자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읍하옵디다."
손님 자격으로 받아주시어 감읍하다 깊이 감사를 전하곤 토끼를 따라가니, 재하 깡총거리는 털덩이 따라잡기 위해 발걸음 조금 더 재촉한다. 옥좌를 흘긋 한번 쳐다보나 그뿐이다. 아직은 이 정도 거리가 서로에게 좋겠지.
# 따라가용! 김캡도 다녀오세용!
*
토끼를 따라가니 정말 옥으로 가득한 방이 있습니다. 재하와 토끼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에는 이번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검은색 고양이군요!
- 헉! 왜 태자님이 여기 계시는거냥?
그리고 펄쩍 뛰면서 하악거립니다.
- 태자님이 아니야!
- 헉! 멍청한 토끼주제에! 저게 어떻게 태자님이 아니냥?
- 바보 고양이! 저게 태자님이면 넌 지금쯤 개처럼 배를 까뒤집었을거야!
- 그건 맞다냥! 태자님이 아닌걸 알겠다냥! 넌 누구냥?
검은 고양이가 휙 뛰어내려와 꼬리를 도도하게 세우고 재하의 주변을 빙글빙글 돕니다.
- 이거, 그 덩치만 커다란 개는 알고있냥?
- 아직 몰라!
- 알면 큰일나는거 아니냥?
- 산책은 중대사항이긴 해!
- 맞다냥...산책은 중대사항이다냥...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
옥 천지로구나. 이러다간 자고 일어나서 몸이 옥으로 변해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안으로 들어갔을 적 검은 고양이를 마주한 재하는 펄쩍 뛰며 하악질을 하는 모습에 마찬가지로 놀란 듯 움찔 떤다.
"그, 그것이……."
저도 모르게 눈 마주하듯 하며 느릿하게 깜빡여 눈맞춤 시도하던 재하는 꼬리를 세운 모습에 당장이라도 뻗고 싶은 손을 꾹 참는다. 아마 화경의 경지라도 고양이는 못 참겠지…….
"태자님의……. 손님이옵니다. 옥아라 하옵디다……."
재하는 어디감?
네 이름은 지금부터 옥아여!
그것보다 산책? 개? 그렇지, 산보는 중대한 사항이지만.. 응? 산책이? 중요하지. 그렇지.. 산책 중요해..
"다른 분들도 산책을, 아니, 그러니까.. 묘공卯公과.. 묘공猫公 외에도.. 다른 분이 더, 계시는 것이온지……?"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입 연다는 것이. 어, 큰일났다. 묘공탈트붕괴다.
# 멍멍이도 있어용?!?!?!!
*
- 너도 태자님이 멋대로 이름을 바꿔준거냥...?
고양이가 측은하다는듯 재하를 쳐다봅니다.
- 개새끼도 있다냥! 덩치만 커더란 애새끼다냥!
- 쉿! 함부로 그렇게 말하면 안돼!
- 내가 틀린말 했냥?
- 그치만!
그리고 곧바로 닫힌 옥문(玉門)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내가 말하지 말랬잖아!
- 아니, 이렇게까지 올 줄 몰랐다냥!
- 이 바보 고양이!
- 바보는 너다냥! 털이랑 뇌가 다 새하얀 토끼다냥!
쿵!
쿵!
쿵!
쾅!
쾅!
펑!
몇 번의 커다란 소음 끝에 옥으로 만들어진 문이 열립니다! 그 앞에 있는건...
긴 황금빛 털을 가진 커다란 개 한 마리. 네 발로 서있는데도 가슴팍이 재하의 머리에 닿습니다. 눈에는 보랏빛 기운이 감돌고 네 다리는 근육으로 꽉 차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막힐것 처럼 단단해보입니다. 꼬리는 열심히 양옆으로 휘두르고 있고 으르렁거리듯 드러낸 새하얀 이빨은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이든지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색 개는 재하의 머리 위에 서서 주변을 쓰윽 둘러봅니다.
뚜욱. 뚝.
침이 재하의 머리카락에 묻고 그대로 흘러내리며 재하는 촉촉해집니다.
- 헉! 숨, 숨어야한다냥!
- 도망쳐! 얼른!
고양이와 토끼가 그리 외치는 순간 금색 개가 앞발로 토끼와 고양이를 붙듭니다.
- 하아아아아아아악!!!
- 끼에에에에엑!
그리고 개의 입에서 사람 말이 나옵니다!
- 고양이 누나랑 토끼누나다 멍! 같이 산책가자 멍!
*
재하는 측은한 시선에 체념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이 네임 이즈 예삐예삐..아니 옥아옥아요.. 그것보다 개새끼? 재하 눈 동그랗게 뜬다. 절대 그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서로 쑥덕거리더니만, 옥문 쿵쿵대자 슬쩍 뒤 돈다.
이게 보통 개가 내는 소린가?
"?"
저게 개가 맞나?
긴 황금빛 털을 가진 개는 어찌나 큰지, 가슴팍이 제 머리에 닿는다. 신성한 보랏빛 기운이요 숨이 막힐 정도로 단단한 모습, 채찍과도 같은 꼬리, 강인한 이빨은 고사하고 재하 촉촉해지고 만다……. 음.. 강아지 냄새.
아무래도 옥묘와 옥묘.. 묘공과 묘공은 하도 많이 시달렸던 모양이니, 애처롭다 못해 처절한 비명과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재하 살짝 뒷걸음질 치려다 이곳이 선계라 도망칠 곳 없음을 깨닫고 말았다.
"……저어.."
그리고 묘공은 은인이지..
"견공, 괜찮으시다면, 소마가 산책을 같이 가도 괜찮을지……."
여긴... 내가 맡을게.. 도망쳐..
어째 그런 눈빛이었다.
# 희생을 시도해용.. 댕댕이 못참지
*
- 안, 안된다냥!
- 맞아! 다시 생각해봐!
그러나 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금빛 개는 컹컹하고 짖더니 그 커다란 입으로 재하의 목덜미를 물고 들어올린 뒤에..
하늘 위로 던집니다!
휙!
으어어어어어어어.
- 와! 신난다멍! 산책갈 사람이 생겼다멍!
재하는 한 번 날았다가 다시 입에 물린 뒤에 그대로...
기절합니다.
.
..
...
다시 깨어나보니 머리가 아픕니다. 우욱. 속은 또 왜이리 안좋죠. 토가 올라올 것 같은데요. 그런데 몸이 왜 계속 흔들거리지..?
- 헥헥헥헥헥!
금빛개가 자신을 물고 구름 위를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약골에 종합병원 약점이 발동합니다!
재하는 다시 기절합니다.
*
만류한다 하더라도 재하가 누구인가. 제 의형제를 위해 주군께 눈을 바치겠노라 선언하고 이곳에 오기 직전엔 목숨까지 바쳤던 사람이지 않은가. 재하 은은하고도 세상 처연히 미소 짓는다. 그리고.. 이미 늦은 것 같아요..
"아?"
후회를 한다 해도 늦은.. 거예요.. 재하는 까무룩 기절했다.
"……?"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어지러움과 토기, 그리고 흔들거리는 몸. 지독한 멀미와 더불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넘실거리는 금빛 털과 구..름..?
아......
이래서 말렸구나....
# 그만정
신을잃
고말았
습니다........
*
재하는 몇 번이고 깨어나고 기절하고를 반복합니다.
재하 스스로도 생각하기를 그만뒀을 시점에 다시 눈을 뜨니.
여전히 구름 위를 목덜미를 물린 채로 날아댕기고 있습니다.
으아아아악.
.
..
...
....
.....
수십 번의 기절 후에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아직도 "산책"중입니다!
.
..
...
....
.....
수십 번을 몇 번 더 반복하니 이번에는 수백번일겁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려보니...
아직도 토가 쏠려옵니다! 우욱! 하고 토가 나오고 헥헥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습니다.
이러다 정말 죽는건 아닐까요?
.
..
...
....
.....
그리고 재하가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산책"중입니다.
.
..
...
....
.....
헉!
침대에서 재하가 일어납니다.
- 살아났다냥! 죽었는데! 살았다냥!
- 산책하다가 명을 달리한 아이들이 많았지! 운이 좋은걸!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욱...
*
몇 번이고 깨어나고 기절했는지.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눈을 뜨면 다시금 대롱대롱 매달려 날아다닌다.
눈을 감는다.
눈을 떴다.
여전히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제 산보의 ㅅ자만 들어도 죽을 것 같다.
아.
여전히 산책을 한다.
눈을 뜨면 산책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삶이라면 그만두고 싶다.
대체, 천마님께서는 내게 원하는게 뭐지?
로판 피폐 회귀물 도입부의 생각을 하기도 수백 번.
재하는 욕설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정신을 잃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우욱 씹…….
눈을 다시금 떴다.
여전히 현실은 산책의 지옥이었다.
…….
"허억."
아까 그건 꿈인가? 그래, 꿈이겠지. 꿈일 거ㅇ…….
재하 고개 돌려 두 묘공 본다.
진짜 명을 달리 해요?
그럴 법도 한데?
"그게 무슨, 잠깐, 아직도, 멀미를, 우욱……."
# 이제 산책 안하지? 제발;
*
- ...헉! 좀 쉬게 해주는게 좋을 것 같다냥!
- 응응! 맞아! 조금 쉬는게 나을 것 같아!
- 내가 좋아하는 쥐고기를 갖다주면 될까냥?
- 그것보다는 토끼풀이지!
다 꺼져줬으면 좋겠어.
*
휴식을 취하게 해주소서...
"……."
그.. 소마는 인간인데요? 아냐.. 식성이 바뀔 수도 있지.. 토끼풀도 먹을 수 있겠지..
"잠시, 혼자 있어도 괜찮겠사온지.."
그렇지만...
"차마, 구토하는 추태를 보일 수 없.. 우욱.."
# 다 꺼져줬으면 좋겠어... 혼자 있고 싶어...
*
다 꺼져줍니다...
홀로...남았구나...
*
홀로.. 남았구나...
"후.."
원래 이러면 로판에서는 방 둘러보다가 뭔가 떡밥거리 찾고 그러던데 그게 위기상황이든 뭐든 남주 딱 나타나거나 조력자 나타나는 상황 전개하는 밑밥 까는 재미가 있거든요...
응 맞아..
그게 나야...
# 방을.. 둘러볼까용..
*
방을 둘러봅니다.
옥으로 된 창문.
옥으로 된 지붕.
옥으로 된 침대
옥으로 된 배개.
옥으로 된 배개?????
아무튼 전부 옥으로 되어있습니다. 아! 눈이 건강해진다!
*
"오."
배게까지 옥이었네.. 어쩐지 목이 좀 뻣뻣하더라.
"……전부 옥이구나."
옥이네.
"..그냥 옥을 좋아하시는 건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나? 뭐.. 잊지 못하는 그런..
재하가 상아에 집착하듯..
# 아니 어떻게 전부 옥
나 이제 뭐함?!
*
여기서는 딱히 볼게 없을 것 같군요...
다시 한 번 밖으로 나가봅시다.
어? 그런데 지금까지 옥면태자를 제외하고 '사람'의 형상을 한 것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
밖으로 나선다. 여전히 멀미가 좀 있는 느낌이지만 방 안에 있으면 옥 때문에 더 심해질 것 같다. 그리고 느낀 것은..
인간의 형상을 가진 자가, 있었나?
"..홀리기 때문인가?"
음, 괜찮은 가설이다. 당장 재하도 홀려 넘어가 천마님은 고사하고 원시천존까지 뛰쳐나와 근친은 아니된다 외칠뻔한 상황이 왔지 않던가. 그래도 일단.. 조금 둘러볼까..?
# 헉 두근두근.. 인간의 형상을 가진 자가 왜 없을까용..? 찾아볼까용!!!! >:3 가즈아아아악!
*
재하는 한 시진(2시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인간의 형상을 한 자를 찾아보지만...
만난 것은 모두 토끼, 고양이, 강아지, 말, 소, 쥐, 호랑이, 사자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서역의 동물, 원숭이, 뱀, 닭, 돼지, 양 등등...모조리 동물들 뿐입니다!
다람쥐도 있죠!
가끔씩은 식물들도 말을 걸어오지만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왜...사람의 형상을 한게 없지...?
- 뭐하고있다냥?
그 때 검은 고양이가 훌쩍 옆으로 내려오며 묻습니다.
*
재하 열심히 돌아다녔으나 소득이랄 것은 없었다. 토끼, 고양이, 강아지를 비롯한 흔한 동물부터 뱀, 호랑이, 서역의 동물에 식물까지 가지각색이나 인간의 형상이라곤 일절 없었으니 의문이 깊어져만 간다.
"아, 흑묘黑猫 공."
옥묘와는 다르게 칭하기 위해 앞에 흑 붙이었던가? 재하 질문에 공손히 답한다.
"여전히 속 좋지 아니하여 바람도 쐴 겸, 주변을 보고자 하여 나왔사옵디다."
그리고 조심스레 눈 굴리며 눈치 보다 물었던가.
"그런데 어찌 마옥궁에 인간의 형상을 한 자는 소마밖에 없는 듯하여……. 혹 실례가 아니라면 그 연유를 알고 계시는지요..?"
# 사람이.. 업서..?
*
고양이는 미야오옹 하면서 웁니다.
- 그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다 사람이었거든.
이게 머선소리고
*
"……예?"
천마님 이게 머선 소리에요?????
"소, 소마가 우를 범했사옵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그게."
어, 어째서..?
"어찌, 하여..?"
# ???
*
- 우리는 사람이다냥.
- 너. 선녀님 아들이 맞다냥?
- 확실히 선녀님 얼굴이 좀 남아있어서 그런지 태자님처럼 보자마자 매혹당하고 그러진 않아 다행이다냥!
어질어질합니다...
- 우리는 원래 원시천존 쪽 사람들이다냥.
예?
- 선녀님을 따라 이 곳으로 왔었는데 아깝게 다 들켰다냥!
- 그래서 다 동물로 변해서 숨은거다냥!
*
사람이라니, 충격적인 발언은 끝이 나지 않는다. 선녀님 아들이라면, 그러니까, 이전에도 들었지만. 어머니는 선녀고 아버지가, 교국의 36장로라고? 골이 아픈지 재하 잠시 눈 질끈 감는다.
게다가 뭐? 재하 눈 홉뜬다. 이단이었다고? 선녀를 따라..? 아깝게? 들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겠나이까."
숨어?
# 이, 이 머선 소리임..?
*
- 어...바보 토끼가 말 안해준거냥...?
고양이는 당혹스러워합니다.
- 이거 큰일났다 냥...
- 난 이미 다 들어서 아는줄 알았다냥...
앞발을 혀로 핥더니 두리번거립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합니다.
- 내통과 반란 혐의를 받았으니까 숨어있는거다냥! 태자님은 기억을, 선녀님은 목숨을 바치는 대가로 아이는 살려서 하계로 내려보냈다냥! 그게 너다냥!
너무 축약했잖아!
*
"누구도요."
얘기해준 자 없다는 뜻이다. 다 들어서 아는 줄 알았다고? 재하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괜히 눈 이리저리 굴리더니만, 이어지는 소리에 천천히 미소 식어간다.
축약했다 한들 내통과 반란이요, 대가는 기억과 목숨이라. 하계로 내려보낸 아이는…… 재하 덤덤한 무표정이 되었으며 잠시 생각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지 고개를 돌린다. 아무래도 굳은 표정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꺼리는 모양이다. 재하 앞머리 연신 쓸어 넘긴다. 기억, 목숨, 기억, 목숨.. 계속해서 그 두 가지만 떠오른다. 존재가 죄였구나, 존재가 죄였어. 헛웃음이 터졌다. 하, 뱉는 숨결의 끝이 날이 박혀있는 듯하다. 인생이 고달프다 했더니만, 이야기 듣자하니 미운 털 단단히 박혔던 모양이구나 싶은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하계로 가는 것에, 손길 뻗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을까. 재하 입술 꾹 다물다 열었다.
"흑묘공, 다섯 척 너비 되는 어두운 공간에…… 아이가 있었사와요."
여전히 재하는 묘공 보고있지 아니하다. 지나치게 평온하다. 아직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대화하면 울리던 느낌이 생생하다.
"그 비좁은 곳에는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아이를 목 졸라 죽이려다 역시 이래서는 아니된다고 자책하며 홀로 비단에 목매단 사람이 있었고, 아이는 남겨졌지요. 아이는.. 누구인지 모를 시체를 뜯어먹고 연명하며 살았사옵니다."
단지 배는 주릴대로 주렸고, 언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자장가만 엉성히 따라할 줄 아는 작달만한 몸은 생존에 목이 말랐으니.
"썩기 시작한 것이라도 입에 넣었어야 했지요. 예. 아마 아이는, 본디 그곳에서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디다. 살았지만요."
살아남았더니 끝이 아니었다. 이것은 단지 서막에 불과했을 뿐.
"한데 기녀 하나가 어찌된 영문인지 아이를 그 장소에서 꺼내 데려갔사오니, 청루 아닌 창기 모인 하처였으며 기이하게 아름다웁단 이유로 애미애비 둘 중 하나가 귀신이라느니, 그리하여 네따위 것 허울만 좋지 기실 귀태라느니 소리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구경거리 되었고, 사람이지 않을 터라며 모진 매질 받으며 여인 사이에서 마찬가지로 여인 취급 받으며 자랐사와요. 그곳의 루주는 지학도 채 못 된 귀태를 겁간하려다 죽고, 기루가 망해버려 갈 곳을 잃은 아이는 천마신교의 긍휼한 은혜 받아 소교주에게 거두어졌지요."
재하는 아리따운 고아였고, 이용가치 있는 물건이며, 맹종하는 충복이었다. 재하는 스스로를 도구로 생각하며 살았고 그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주체적이지 못했다. 지금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처벌을 받았다는 제 아비의 모습을 마주하기 전엔 본인의 부모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터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희생하여 내려보낸 하계는…… 정작 소마에겐 살아있는 지옥이었사와요."
그리하여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태자가 재하 알아보았더라면 처벌을 감수하고 내려보낸 자식이 그 꼴로 살아 억장이 무너졌을 터인데,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마음과, 차라리 알아보고 품어주었더라면 하는 이기적인 욕심.
"물론…… 부모를 원망하지는 아니하옵니다. 그 당시엔 가장 나은 선택이었을 터이니 그래야만 했을 일이고, 소마의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일이며, 별것도 아닌 과거를 사연이라고 칭하지도 아니하니."
그저 소마가, 이렇게 살아야만 했던 운명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겁니다. 덤덤한 자기혐오는 다년간 누적된 터였다.
"……다만 한가지 애석한 점이라면, 소마는 인간 사이에서 자라 욕심이 있다는 점이옵디다. 그 장소에서 벗어나 겨우 다시 만난 유일한 가족이 소마를 기억하지 못한다니, 어찌 애석하지 아니하겠사옵니까."
참으로 애석하다. 심호흡.
"……식상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사와요. 아버지의 기억은, 처벌이기 때문에 되찾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애써 웃어 보이며 시선 마주한다. 분위기 무거움을 알고 눈치를 보고는 웃음 팔며 풀어보려던, 과거의 버릇 때문이다.
# 그 사정을 알게 됐으니 압바를 더 못 놓겠다.... 처벌인 건 알지만 방법은 없나용..
*
- 어...음...미야옹...
고양이는 이야기를 다 듣더니 난감하다는듯 한 번 울어보입니다. 뭐...그렇죠. 어쩌겠습니까.
-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냥.
그러더니 재하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선녀님은 돌아가셨고 태자님은 기억을 잃으셨다냥. 그런데...그 자식이 하계에서 귀영대에 있지 않냥?
귀영대는 아니고요...귀영대 후보생인데요...
-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냥!
그럼?
- 귀영대라는건 원래 천마님이 계실 적에 만들어진 조직이다냥! 원래 이름은 귀영대도 아니었고 친위대라고 불리웠다냥!
- 나중에 천마님이 승천하실 때 같이 올라온 친위대원들. 하계에서는 지금 장로들이라고 부르는 그것들 있지 않냥?
- 하계에 남은 천마님의 후손과 그 후손을 보필할 자들이 천마님이랑 태자님 같은 분들을 모방해서 만들어진거다냥.
- 그러니까, 삼십육장로가 곧 초대 귀영대라고 보면 쉽다냥!
- 나중에 국가 체계가 제대로 잡히면서 원로, 장로 등이 분리되어 나가고 충성심으로 주군을 옆에서 호위하는 암중호위대의 역할만 남으면서 귀영대라고 이름이 바뀌었지만 말이다냥!
- 태자님이 기억을 잃은 수준의 가벼운 처벌...로 끝난 이유는 천마님이 태자님을 비롯한 함께 승천하신 분들의 충성심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냥!
- 천마님께서는...귀영대를 굉장히 좋게 보신다냥.
- 그런데 기억도 잃고 도움도 못 주는 상황에서 태자님의 아이가 귀영대원이 되었다고 생각해봐라냥!
- 온갖 유혹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신앙과 충심을 잃지 않고 천마님 후손의 충신으로 거듭난 태자님의 자식이 있으면?
- 천마님이 처벌을 거두실게 분명하다냥! 아마 너도 죽고 난 뒤에는 여기로 올라올 수도 있다냥...음...실력은 많이 미천해보이지만 말이다냥...
이건 좀 선넘네.
- 아무튼 방법은 일단 한 가지가 있다냥! 귀영대원이 되면 된다냥! 원래 여기 계신 태자님도 그렇고 다른 분들의 자식들도 많이들 귀영대원이 되는 편이다냥! 천륜에 충심이 들어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냥...
*
어쩌겠는가, 지난 일이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외면하는 법을 배운다. 재하는 이제 잘 외면하는 존재이니, 묵직한 분위기나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기억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는지…….
"예?"
방법이 있다고? 재하 눈 고개 온전히 돌려 흑묘공 쳐다본다. 자식이 하계에, 귀영대에..? 그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가. 재하 귀 기울이니 본디 귀영대는 삼심육장로를 필두로 한 친위대가 전신인 듯싶다. 천마님께서는 귀영대를 좋게 보시고, 스스로의 힘으로 귀영대가 된다면, 유혹과 힘든 상황에서도 신앙과 충심을 잃지 않는다면 재하 필히 다시 불 붙어오른 마지막 희망을 온전히 이루어내고 받아낼 수 있을 터다. 모든 일은 주군을 위해서요 천마님을 위해서이며 아버지를 위함이니 신앙을 의심치 말고 맹종하라. 재하 잠시 멍하니 흑묘공 쳐다보다 해사히 웃는다. 그래, 신앙을 의심치 말고 맹종하라. 언제나 그리하였듯이.
"소마 필히 이 자리에 올라야만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요."
이내 깊이 허리 숙이니 깊은 감사의 뜻 아닌가.
"망극하옵니다. 흑묘공의 묘안에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 하계압바.. 아니 소교주님 교주세스메이커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늘었서용... 압도적 감사...
*
아빠가 둘이지요...
고양이는 미야옹 하고 웁니다.
- 그런데 천마신검 위치는 알고 있는거냥? 그거 없으면 교주 못한다냥.
??
*
이제 캡틴 공인 하계 아빠냐고요.. 아빠 하나 더 생기면 이제 애비셋 무적체 여포로 진화함.. 지 혼자 초선과 여포를 다 해먹는 미친놈새끼의 탄생임..
재하는 슬며시 울리는 괴전파를 무시하기로 했다..
"천마신검의, 위치..?"
재하 눈 동그랗게 뜬다. 주군께서는 알고 계실까? 아니면 모르시는 걸까? 재하 눈 살며시 굴리며 시선 피하는 것 보니 모르는 듯싶다.
# 몰?루요..!
*
- 나중에 찾아내야할거다냥...위치가 어디인지는 나도 모른다냥. 그런데 그거 천마님도 알고 계실 정도로 중대사항이다냥...
? 없어진걸 천마님이 아신다고요?
- 애초에...삼십육장로의 수좌가 신검이니까 모르실 수가 없다냥...연락이 끊긴지가 벌써 40년 정도다냥...
*
찾아내야 한다. 위치를 흑묘공도 모를 뿐더러 천마님께서도 알고 계실 정도로 중대사항……?
응..?
"수좌께서, 신검..? 아니, 아니.. 그것보다 연락이 끊긴지 40년이면.."
이런 정보를 놓쳐서는 아니 되는 법. 재하 돌아간다면 주군께 바로 보고를 올려야겠거니 생각하다 멈칫한다. 돌아갈 수는 있나..?
"흑묘공께 귀한 정보를 여럿 얻어가옵디다."
# 어..? 떡밥 테이스티..
*
- 그리고 여기서 들은건 당연히...잊게된다냥!
고양이가 즐겁다는듯 야옹야옹거립니다. 이게 뭔!
- 그렇지만 무의식 속에는 남아있을거다냥. 너무 걱정은 말아라냥!
-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냥?
그게 무슨 소리...?
아?
머리가 핑 돕니다. 소리가 멀어집니다. 몸에 힘이 빠지고...온 몸이 녹아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거다냥. 그렇지만...
고양이가 재하주를 바라봅니다.
- 너는 기억하고 있겠지. 그렇지 않니?
시야가 암전됩니다.
*
돌아가? 잊는다고? 재하 순간 아찔해지는 세계 속에서 눈을 홉뜬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기억하려 했는데, 어떻게 내심 위안 삼고 괴로움을 삼켜낼 수 있노라 다짐하였는데, 어찌─
"흑, 흑묘공, 아버지, 아버지께 부디."
재하 점멸하는 의식 속에서 처절히 속삭인다.
"이 옥아가, 부디 옥체 강녕하시기를 바란다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재하 눈을 떴다.
공허하여라.
# 웰컴 투 첩살이월드
- 첩살이챕터
- 헛.
재하는 눈을 뜹니다.
기분이 묘하고 몽롱합니다. 따뜻한 이불, 푹신한 베개...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방.
천장과 벽에 걸려있는 여러가지 그림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채화와 푸른 하늘을 그려놓은 그림입니다.
창천, 창궁무애라는 글씨가 벽에 붙어있는걸 보아하니.
이 곳은 남궁세가의 한 방이라는걸 어렵지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
눈이 뜨였다. 묘하고 몽롱한 기분이 쉬이 가시지 아니한다.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방은 낯설기만 하고, 고개를 들어 보이는 모든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무엇을 보았더라, 모르겠다. 칼에 목이 찔린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찌하여 이리도 가슴 옥죄며 괴로운 것인가. 허하고도 두려운 것인가. 어찌하여.
신앙과 충심을 잃지 말아야 한단 생각이 앞서는가. 이리도 떠오르는 연유는 내 신앙과 충심이 무뎌진지라 이런 일이 벌어졌음을 충고하는 것인가.
하늘을 그려놓은 그림에 시선이 향한다. 창천, 창궁무애……
하늘.
하늘에 어찌 이리도 마음이 무너지는가. 마치 귀한 것을 잊은 것마냥. 그러면서도 단지 살아있음에, 일이 풀리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 구석에 남은 감정을 알 도리가 없다.
눈 뜨기가 무섭게 눈물이 고이더니 한줄기 흐른다. 만고의 슬픔 담아낸 눈물을 뒤로 재하 천천히 몸 일으킨다. 한줄기 흐르고 그친 눈물에 대한 연유 알 도리 없다.
# 지원이가 슈퍼세이브 했구나...를 깨달앗서용.... 몸을 일으켜볼까용..
*
몸을 일으켜세웁니다.
딸랑...딸랑...
몸을 일으켜세우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음 무슨 장치라도 해놨나 보죠!
방울 소리가 울리자 자박거리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인원은 세 명.
문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중년 여성의 목소리입니다.
*
방울 소리. 장치를 해둔 연유는 깨어남을 염두에 둔 것인가. 재하 눈 느릿하게 굴린다. 발소리, 3명. 그리고 그림자.
경계해야 함이 옳으나 이곳 창천의 영토요 재하 수틀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있었다.
"……."
주군 곁으로 도망쳐버린다 해도 한계가 있으며 염치없는 짓이지.
"들어오시지요."
받아들이자. 지독히도 살아야 할 연유가, 내 살아야만 하는 연유가 벌써 4번째로 죽지도 못하고 살아나는 삶에 있을지니. 괜히 손을 들어 목가 더듬는다.
# 누구세용?
*
"깨어나시면 수발을 들기로 한 사람들이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 명의 중년 여인, 한 명의 청년, 어린 소녀가 보입니다.
"저는 막오라 하옵고, 여기 이 청년은 당분간 호법을 설 종휘이옵니다. 이 아이는 저와 함께 시중을 들 아이온데 진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중년 여인, 막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재하를 쳐다보며 그리 말합니다.
"몸이 회복되실 때 까지는 정양하시도록 하시고 그 이후에는 안주인님을 만나보실 수 있을겝니다."
*
재하 제 얼굴 볼 적에 시선 돌린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은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어찌 몸이 반응하는지 모르겠으나, 무례하지 아니하고 제법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막오, 종휘, 진희…… 이 세 사람이 각기 수발에다 호법을?
"아름다운 신혼에 굴러들어온 돌일진대 안주인님의 자비로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재하 어조 나긋하니 안주인에 대해 무한한 감사 표하며, 제 몸에 덮였으나 이제 무릎 위로 밀려난 이불 티나지 않게 그러쥔다. 탐탁지 아니할 텐데, 죽여버리고 싶을 텐데 그리하지 않았음에 감사함을 전하는 것은 옳다. 설령 감시의 목적일지언정. 재하 눈 내리감는다. 정양이라.
"감읍하옵니다."
고개 끄덕이고는 덧붙인다.
"짧은 시간이겠다마는 부디 잘 부탁드리어요."
선하고도 아름다이, 세상물정 모르듯 순수하게, 조신하고 사붓하게, 그리고 수심깊게. 겨우 하나하나 얼굴 마주하려 하며 다디단 미소 짓는다. 이리도 웃는 버릇이란 본디 잘 하는 일이었으니.
# 수발을 들 사람까지..? 세상마상 예은이는 천사였어용
*
세 사람의 표정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 이유를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신혼에 첩이라니! 그것도 남첩이라니!
"옆에는 밧줄이 있습니다. 이 밧줄을 당기시면 방울 소리가 울립니다. 한 번 당기시면 여기 진희가. 두 번 당기시면 종휘. 세 번 당기시면 제가 올 것이고 네 번 당기시면 위급 상황으로 이해하겠습니다."
*
안다. 고까웁겠지. 고매하신 가문에, 하물며 이미 사파와의 결혼으로 떠들썩한 와중에 남첩을 들이는 것이, 하물며 여인이 들이는 것도 아니요 남편이 들이는 것이 무슨 망발인지 모르겠다며 저들끼리 목소리 높아졌겠지.
나도 지금 난데없이 회식 도중에 끌려오곤 갑작스럽게 죽다 살아나 속이 뒤집힐 것 같은데.
"그러하군요. 부디 네 번 당길 일이 없길 바라야겠사와요……."
재하 그럼에도 낭랑히 속삭이듯 종알거리고 생글생글 머리 꽃밭이되 순수한 아이처럼 미소 유지하는 연유는 무지한 척하는 것이 때로는 좋음을 알기 때문이이라. 세상은 아방한 녀석이 이긴다.
"그런데, 혹시 소ㅁ..아니, 옥아가 이리 쓰러진지 며칠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 그게. 다들 바쁘실 터인데…… 이리 시간을 뺏는 건 아닌지……."
손으로 입가 사붓하게 가리며 시선 피한다. 축 늘어지는 눈꼬리와 낮게 깔리는 속눈썹이.. 아, 정답. 로판에서 자리를 일궈낸 황후와 달리 황제가 직접 데려온 병약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노예출신 후궁.
"만일 바쁘시다면…… 물러나보시어도 좋사와요……."
그리고 주체가 재하인..
# 세상은
아방한
녀석이
이긴다!!!!!!!!! 나 진짜 미치겠네 진짜 첩살이면 주군께 어떻게 대가리를 박아야하지??? 일단 깬지? 며칠? 됐나용???
*
깨어난지는 이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물러납니다...
*
바쁘다면 물러가도 좋다 하였고, 조용히 물러난다라. 재하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 문 닫히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양 해사히 웃던 표정 굳힌다.
"…남궁지원 이 개자식."
들리지 않게 씹어 뱉는다. 난데없이 회식 중에 끌려나와서, 본처의 진노로 칼을 맞는 것도, 갑자기 약혼이 물거품이 된 것도 억울한데 이곳에서 제 편도 없다니. 환대받지 못함은 익숙하나 앞으로 계속 이렇게 된다면 좋을 일은 없을 터인데. 자기는 어디로 가고 난 여기에 있지?
……주군께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서 충정을 맹세하여야만, 돌아가서 그 뜻을 이룩해야만. 아, 나의 교국. 교국이여. 재하 손을 모았다.
이것이 원치 아니하던 뜻이라면 다시금 옳은 길로 갈 수 있게 길의 방향만이라도 이끌어주소서.
# 기도해용........
*
기도드립니다!
왜인지 오늘 하루는 운이 조금 좋을 것 같습니다.
*
몸이 온전해지면 안주인을 만날 수 있다지만 재하 마음이 급했다. 기도를 마치기가 무섭게 심호흡 두 번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침상에서 온전히 일으킨다. 일단 단장을 하자. 단장에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기루에서 해온 것이 몇 년이고, 그 이후로도 홀로 해오지 않았나.
빗질이요 옷매무새만 좀 다듬어도 사람이 달라지는데.
아름다워질 시간이다.
지금도 예쁘지만 훨씬 더.
# 재하는... 참지않워... 스스로 단장하고 나서야지 어쩌겠어용 못 기다려!!!
*
아름다워집니다!
이게...그 전투...?
지원아 얼른 와서 이거좀 봐라. 응?
모든 전투준비?를? 끝냅?니다.
*
재하 문 열며 발 내디딘다.
죽었다 산 자는 그 기이한 모습만치나 요요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새하얀 비단결과 같은 머리카락은 그림자 질 적엔 상아빛 은은하게 드리우며 가느다란 몸 선을 따라 가늘고도 엉킴 없이 가녀린 어깨요 부푼 가슴팍, 날렵한 허리 선을 타고 내려온다. 영준하고 반듯한 이마를 타고 흐르는 머리카락 한두 가닥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길게 뻗고 반듯한 콧날이, 은은한 호선을 긋는 도톰한 입매가, 긴 속눈썹이 내리깔린 눈이 드러났다. 빛 받았기에 미지의 세상 너머를 보듯 검은 눈동자와, 마치 석류알처럼 투명한 붉은 눈이 우수에 젖어 사위를 둘러본다.
"여전히 창천이로구나……."
나긋나긋 입 벌리며 손 들더니 그림자 지게끔 하며 반듯하게 자리한 눈썹 위에 손등 바닥으로 하게끔 하여 손날 댄다. 가녀린 손날 너머로 학자와도 같은 단아함이, 그리고 그 사이의 금단을 자극하는 고혹함이 흐른다. 굳이 경박한 언사 덧붙이자면 고고함을 더럽히고자 하는 금단을 불러일으키는 인상 때문에 더욱이.
"도망치면 죽겠지."
재하 눈 휜다.
"흑야, 어디에 있더니?"
# 가기 전에 무구를 불러볼까용? 내 편이 필요해 같이 가조...
*
그림자 속에서 범무구가 빼꼼 얼굴을 내밉니다.
- 여기. 무섭다. 죽는다. 나. 너.
...그건 나도 알아.
*
범무구 고개 내밀적 재하 속으로 비명 지른다.
세상에, 귀엽게 빼꼼 얼굴 내미는 것부터 시작해서 걱정까지 해주니 누가 이렇게 기특하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쁠까!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천마님께서 내게 복 내리시었구나! 자식 필요가 없다. 우리 흑야가 내 자식이요 동생이자 형님이다…….
"기특하기도 하지!"
볼 덥석 잡으려 하더니 눈치 슬쩍 본다.
"일단 가기 전에 묻자꾸나. 죽는다는 건, 위대하신 분께서 화가 나신 것이더니. 아니면 여기가 그만치 살벌하단 것이더니?"
술자리에서 그 지ㄹ.. 아니, 그런 사달 나였으니 교국에서도 소식 들어갔을 것이 뻔한데. 재하 식은땀 등줄기에 송골 맺힌다.
# 어느 쪽이.. 더 빡쳤니...?
*
- 두, 둘...다...
범무구가 덜덜 떨고 있습니다.
음, 그러고보니까 여기에는...'화경'의 고수가 있었지요?
*
재하 은은히 미소 짓는다. 많이 참았다. 그래, 많이 참았다…….
"*발……."
저속한 욕설 내뱉으며 세상을 한탄하려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니, 이렇게 될 것을 알았기라도 하면 모를까 억울하다. 속에서 슬슬 억울한 감정이 끓는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재하 순수히 대화를 하고자 했다. 대화를 청한다길래, 사람 떡으로 만들어버린 술자리에서 억지로 붙들리고 끌려 나온 것도 기실 부끄럽다. 그 이후엔 칼에 찔리질 않나, 깨었더니 첩이 되었다질 않나……. 거기다 여기엔 화경도 있었지……. 도망치기도 쉽지 않을 터다.
"하……."
그 '화경'만 안 나타나면 좋을 텐데. 어차피 마두라 미운털 박혔겠지. 재하 웅크려 앉더니 손으로 얼굴 감싸쥐며 깊게 한숨 쉰다.
"남궁지원 이 개자식, 날 두고 어디로 간 거야……."
재하주는 지원주의 수능을 응원합니다!
# 플래그 박아버리죵
사실 플래그 깨길 바람
살려주셈
*
응원과 원망을 동시에 달성합니다!
업적 : 애증
딱히 뭐 주는건 없다.
*
뭐라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애증나락서사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게 아니지. 재하 손 떼며 깊게 숨 고른다.
"흑야. 그리하여도 일단 여기 일을 해결하지요. 쇠뿔도 단김에 빼는 법이니."
그니까 따라와..
내 실시간 멘탈 치유제가 되어줘..
"안주인께 먼저 가고……."
교국으로 째버릴 테다.
어째 재하 눈 돈 느낌이다.
# 안주인... 예은이... 멘탈이... 일단 이렇게 된 거 안주인님 만나랬으니 만나야 해용 ㅠㅠㅠㅠㅠㅠ 그래야 뭔가 후환이 안 생길 것 같아...
*
허예은 님...을 만나러갑니다!
"왔는가."
허예은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턱을 괸채로 재하를 쳐다봅니다.
*
재하 제 처지 안다. 안주인에게 공손해야함을, 그리고 늘 신앙은 놓지 말아야하며, 주군만이 진정한 주인이기에 그 부분만큼은 굽히지 아니해야함을.
"안주인 님을 배알하옵니다."
공손히도 얘기하고, 공손히도 예 갖추며 인사하고는.
"순탄하여야 할 에정사의 걸림돌이어 불편하셨을 터임에도 자비를 베풀어주심과 그 은혜에 감사드리옵디다."
허리 숙인다. 부복하지는 못하였다.
# 감사합니다... 그런데 옷차림이 좀 그래서 그랜절은 하반신 이슈로 못 올리겠서용...🥺
*
"...건강은 해보이는군."
허예은이 그리 말합니다.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딱 하나만 지킨다면 내 아무런 것도 뭐라하지 않겠네."
그녀의 몸에서부터 막대한 기운이 퍼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내 권위를 인정만 한다면 말일세."
오직 그 뿐인가? 라고 생각할 때 쯤 그녀가 말합니다.
"그것 뿐일세. 그 외에는 마음대로 해도 좋네. 허나 자네가 생각하기에 내 권위에 문제가 생길성 싶으면 하지 마시게."
*
"안주인 님의 은혜 덕분이옵지요."
막대한 기운이 몸 휘감는 듯하여 재하 손 괜히 긴장하듯 새파란 핏줄 돋는다. 경지 낮고 허약한 것이 죄지, 죄.
"권위…… 말이옵니까."
아무런 것도 제지하지 아니하나, 이런 불합리함이 어디 있나. 다만 실소도 뱉지 못하고 항변도 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재하 존재 자체가 권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
재하 내리깔던 눈 느릿히 들어올린다. 어쩔까. 내 출신도 불분명한 천것인지라 밑바닥에서 예까지 기어올라 놓곤 제 배 불리는 것도 아니고 교인 위한 삶 살며, 그것 꼬운 사람들 상대하느라 바르고 남 속 긁는 말만 하는 병에 걸렸는데. 존재 자체를 여전히 꼬와하면 어쩌나. 아니지, 참자. 여인의 말이 맞지 않은가. 다만 그만두든, 그렇지 아니하든 진퇴양난일 뿐이다.
……이미 본인을 반쯤 첩으로 들여버린 상태. 암만 입단속 한들 교국에서는 누군가 감찰국장 손 부여잡고 끌고가는 것 본 사람이 많거니와 호사가 귀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터인데 여기서 그만두면 끝까지 추잡한 소문에 휘둘릴 안주인의 체면도, 남궁지원의 체면도, 자신의 체면도 떨어지겠지. 더군다나.
재하가 아는 남궁지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다시 데려오려 할 것이다.
교국에 단신으로 돌입하는 한이 있더라도.
참으로 오싹하기도 하지…….
그렇다고 받아들이자니 제 혼사 마음에 걸리고 모든 추문 받아들이며 교국에서도 입지 더 좁아질 터이다.
어쩌지.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안주인 님을 받들어 모시는 것이라면, 소마는 지금처럼 쭈욱 유지할 수 있사옵지요."
그럼에도.
"그렇지만……. 감히 누가 안주인 님의 권위를 두고 왈가왈부하겠사온지요?"
세상은.
"소마 아둔하나, 두분의 자리가 공고함은 당연한 것임을 아는데…. 소마보다 아둔한 분이 계실 리가요."
눈치없고 멍청한 사람이 이긴다.
# 헐... 누가 눈치없게 그러겠어요? 일단 난 아닌데... 설마 시가살이 하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생기나...? 헉... 사람 너무 무서워... 대충 그런 몽총!한... 로판 흰머리 살가운 언니언니 첩 뉘앙스인 것이에용... 난 뒤졌다(대체)
*
"지금 상황을 모면하려들지 마시게. 내 꾸준히 지켜볼 터이니."
허예은은 피곤하다는듯 그리 말하고 손을 내젓습니다. 물러가라는 뜻입니다.
"어디를 돌아다니던 신경쓰지 않겠네. 명심하게. 그 하나만 지키면 되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재하는 쫓겨납니다!
그리고 교국 이동 자유이용권도 얻었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 비선당 챕터
- 반대 입장이면 모면하지 않겠냐고요. 재하 속내로 생각하다 깨닫는다.
아. 천하제일인 천하제이인이 가족이지……. 억울해 죽겠네…….
"네에."
재하 다시금 감읍하다는 듯 꾸벅, 공손히 숙이고는 미소 지으며 살살 물러난다.
그래, 물러났다.
"흑야 다시금 나오려무나."
무구야.
"……주군께서 얼마나 화가 나셨더니."
# 교국 가기 전에 내가 얼마나 x됐는지 보자...
*
범무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왜 말을 안하지?
그냥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있을 뿐입니다.
*
재하 도리도리 젓는 모습에 입 다문다.
"……."
그렇지, 여기 적진 한가운데지. 내 발언이 좀 심했다는 건 인정하고. 도리도리, 하는 모습이 계속 아른거리는데.
아.
은은히 미소 짓고는 고개 끄덕였다.
"우리는 운명을 공유할 사이 아니더니."
어 갑자기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몸이지?"
대답.
# x됐네용... 무구야 돌아갈 때 째지 마 같이 죽자(?) 나 지금 돌아갈 생각 중이니까.
*
그런데도 범무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뭔가 금제가 걸렸나?
*
금제가 걸리었나? 아니면 주변에 누가 있나?
재하 슬쩍 뒤 돌아보는 등, 주변 둘러보려 하며 고개 갸우뚱 기울였다.
"……."
# 에이 설마용 암도 없음 담레에 돌아가서 확인해야지
*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범무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절레절레 젓고있습니다.
음 다른 주제로 한 번 말을 시켜봅시다!
*
아무도 없다. 재하 어떤 주제로 말을 꺼낼까 고민하다 범무구 뺨 덥석 잡으려 들었다.
"오늘 소마의 모습이 어떠한가요?"
알현하기 좋은 모습일까?
# 나 예뻐?
*
- 그냥. 인간처럼. 생겼다. 모른다.
범무구가 대답합니다!
이 녀석...미적 기준이라고는 형편없군요!
*
이런 것은 편히도 답하는구나. 재하 범무구 빤히 쳐다보다 입술 비죽 내민다.
"흑야, 잘 기억하시어요. 사람들은 소마를 눈부시게 아름답다 하옵디다. 흑야가 지금 중원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생긴 것처럼 말이옵디다."
이쪽도 미적 기준이 박살나버린 건 마찬가지였다……. 맞다... 재하 이 녀석 향낭자랑 지네 좋아했지...
"중하니 두번 말하겠사와요. 사람들은, 소마를, 눈부시게, 아름답다, 하옵디다. 아시었어요?"
흠흠.
"……일단은 가옵지요."
# 교국 가자고……. 귀영심법 써야겠지용...
일단은... 그 전에 선계탕후루 보험으로 사둬용!!!! 압바!!!!!!!!!!!!!!!!!!!!!!!
*
선계탕후루를 구입합니다!
사실 김캡은 탕후루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먹어보고 싶네용!
*
뭐라고용!!! 먹어본 적이 없다고!!!
사실 달고 상큼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맛 빼고는 뭐... 다를 게 없는 거에용 잉어엿이랑 과일 한입에 넣고 먹는 맛...
재하는 괴전파를 치운다……. 잉어엿이 뭔지 중세 중국인이 알긴 할까용…….
# 귀영심법 - 교주의 그림자 사용이에용!
*
잉어엿이 뭔지도 모름!
사용합니다!
후욱!
곧, 어두침침한 장소에서 재하가 일어납니다.
제일상마전은 의자에 기대앉아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습니다. 목욕가운을 걸치고 계신걸 보아하니 방금 목욕을 다녀오셨나보네요!
*
아니 뭔지도 모르냐고! 불쌍해! 하지만 탕후루는 부?러운데용
어두침침한 장소. 재하 눈 느릿하게 떴을 적 보이는 광경에 천천히 눈 다시 감아버린다. 그리고 속내로 생각했다.
……이대로 얼굴 뵙기 죄송하다 못해 지금 당장 실례했다며 도망치고 싶은데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무공은 없나?
내성적이다 못해 지금 잘못 하나 크게 저지르고 온 아?들에게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가혹했다…….
# 제..젠장 살려줘용
*
"왔느냐."
제일상마전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입니다.
"마침 잘 왔다. 다들 물러가도록."
그러자 시녀들이 허리를 숙이며 물러갑니다.
여전히 의자에 기대어있는 제일상마전은 재하를 보고 한숨을 내쉽니다.
"갑작스레 회식 중에 끌려갔다지?"
어...예....
*
"신 재하 제일상마전을 뵈옵니다."
나만 이런 거냐고, 나만 이런 거냐고…… 재하 속으로 비명 지르려던 것을 꾹 참고 응당한 예 갖춘다. 시녀들 물러갈 적에 재하 시선 피하고야 만다. 혼나겠구나. 뭐, 혼나는 것이야 익숙하지만 이런 부류의 혼남은 여즉 익숙하질 못했다. 아니, 익숙해지는 것이 이상하긴 한데.
"……예에.."
우아함은 배어있으나 조금 어색한 것이 제가 무슨 잘못 저질렀는진 아는 사람의 것이다.
아니, 그런데 그게 아니고요…… 저도 그렇게 될 줄은 몰라서.. 그런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으니... 응... 사고 치긴 했지...
"……죄송, 합니다."
# 죄송해요 압바...
*
"남궁세가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네만."
제일상마전은 한숨을 내쉽니다.
"이리 돌아온 것을 보니 일단락되었느냐?"
헉 이 말은...어떻게든 다시 복직시켜서 굴려먹겠다는 강한 의지...!
*
벌써 거기까지 퍼졌어? 재하 눈 순간적으로 홉뜨니 제 주군 앞에서 거짓말은 영 못하겠거니 싶다.
"……저어, 주군."
재하 눈 도륵도륵 굴린다. 한번도 이런 적 없었던 아이인데. 재하 어떤 상황에서도 초연하려 하지 않았는가!
"일단락은 되었사오나……."
그게...
"남궁세가의 공자, 께서. 첩으로 선언을, 하시어서."
X됐다.
"안, 안주인에게, 그게, 일은, 일은 할 수 있사오나."
한번 칼에 찔려보니까 일단락은 시켜주던데... 같은 말도 횡설수설.
"죄, 죄송합, 니다."
# 엉엉
*
제일상마전은 이마를 탁 칩니다.
그렇습니다.
재하의 이마가 아니라 자기의 이마를 쳤습니다.
아!
교국의 권위는 어디로 갔는가!
*
교국의 권위를 찾습니다... 나이 성별 미상... 재하 이마를 탁 치는 모습에 피했던 시선 다시금 데구르르 굴려 눈 내리깐다.
"……죄송...합니다... 가서, 얘기를 나누고 정리하려, 했는데, 칼에 찔려 깨어나 보니까, 그렇게 된지라, 그게."
나도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지... 그냥 가서 얘기만 하고 정리하려 했더니 갑자기 칼빵맞고 깨니까 첩이래... 횡설수설. 가출하고 돌아온 뒤 아빠 앞에서 아니 내가 가출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었어…… 그 사람들이…… 같은 억울함을 토로하듯 변명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맞긴 하지만, 재하 입장에선 정말 맞지만!
"……."
다시 죄송하다 하면 쓰러지겠지?
# 하계압바 되게 착하네요 저였으면 등짝스매시부터 갈겼는데 자기 이마만 탁 치시네... 압바 그런데 진짜 ㅠ 나도 일케 될줄은 몰랐어 ㅠ!
*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를 탓해보아야 어찌하겠는가?"
제일상마전은 그리 말합니다.
"우선 일선에 복귀하라. 책임은 내 나중에 특별 임무를 내려 스스로 반성하도록 하겠다."
제일상마전의 자비에 감사합시다!
*
이미 벌어진 일. 재하 두 번의 실수는 없어야겠거니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자비요 은혜다! 횡설수설, 덜덜 떨던 손에 꾸욱 힘 주어 가까스로 진정하곤 깊게 절했다.
"하해와도 같은 은혜요 자비에 감복하나이다."
특별 임무를 내려 스스로 반성하도록…… 속내로 다시금 곱씹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만 한다. 안다. 재하 결심했지 않은가. 목숨을 몇 번이고 바쳐서라도 주군을 위해 살기로.
# 압도적 감사...!!!!!!! 엉엉 자비로우심에 절하는 거에용....
*
재하는 이제 자리에서 벗어납니다!
일하러 가자...일...
*
자리에서 벗어나자마자, 터덜... 터덜....
# 일하러 갑시다...
*
월요일출근길뚜벅이마냥 일하러 갑니다...
"국장님!"
부하들이 놀라서 재하에게 달려옵니다!
녀석들...나 갑자기 안와서 많이 걱정들했구나...
재하는 조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안오셔서 저희가 며칠 째 야근하셨는지 아세요?! 집에 못들어가고 있다고요!"
"빨리 일하세요! 얼른!"
"저희 퇴근하게!"
"이거 다 국장님이 혼자 다 하세요!"
이런 개...
*
터벅터벅터벅 나의 일상. 왜 인간은 일을 해야 하는가... 아, 일 안 하고 수련만 하면서 살고 싶다... 재하 잡념도 오래 갈 수 없었던 것이, 부하직원 때문이겠다.
"네에."
아아, 내 자식같은 사람들…….
그런데 불속성이네.
이 불효자식 새끼들아…….
"……."
조만간에 기강을 좀 다시 잡을까……?
내가 너무…… 풀어둔 걸까...?
슬쩍 보니까 다른 부서는 안 이러던데…….
# 아이고 이 불효자식들
*
업무를 시작합니다...
으엑.....
너무 하기 싫어!
*
일은 언제나 즐겁지 않아…….
서류를 읽어볼 때면 인간 혐오를 늘게 해…….
팔랑팔랑.
#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볼까용~~
*
새로운 시트(기왕이면 마교)가 오기를 바라는 김캡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받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휙 하고 버려버립니다.
내 소망이!!!!
아무튼 뭔가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군요.
음, 확실히 조금 힐링이 필요하기는 해요.
*
새 식두植竇……. 이게 시방 뭔 소리여?
알고 계시나요? 재하 어릴적 기루에서 자랐을 때 여러 사람들 사투리를 듣고 자라 사투리 구사를 조금이나마 할 줄 안다는 것…… 넵 tmi였습니다.
아무튼 휙!
아니 X발 재하주도 바라는 소망이!!!!
"……."
최근 달려오긴 했지……. 앞뒤 안 재고 일만 하면서 살았지… 응. 일이 끝나면 나가서 저잣거리나 둘러볼까...? 탕후루도 안 먹은지 너무 오래됐어...
# 플래그 일케 꽂는 거 맞?음?
*
그러면 탕후루를 먹으러 나가볼까요?
하하. 눈 밑이 거뭇거뭇한 부하들은 어쩌냐구요?
꼬우면, 권력을 잡는게 어떨까요? 지들이 국장 하던가 아 ㅋㅋ
*
재하 서류 팔랑팔랑 읽어보다 멈춘다. 은은하게 웃는 것 보아하니 사고치기 10초 전의 그 눈빛이요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 없으니 제 휘하 사람들이면 설마 째시게요? 싶을 것이다……. 응, 쨀 거야.
"오늘 날씨가 차암 좋사와요. 한때의 각오를 다지기엔 좋은 날이옵지요?"
너희 여기 올 때 내가 개처럼 구르고 힘들다고 몇 번이고 거듭 말을 했는데 일만 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자신 있다며.
"부디 자신의 과거를 떠올려보아요."
지켜야지.
꼬우면 국장 하시든가~
# 가보자고~
*
일 다했으니 쨉니다!
뒤에서 비명이 들리지만 어쩔티비!
*
나는 내 일 끝냈지요~ 꼬우면 일에 익숙해져서 나처럼 굴러보든가~ 나는 7년이나 굴렀……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익숙해지면 너희도... 해탈할 거야...!
"아차."
슬쩍 뒤를 돌아 엄지를 치켜올리고 후다닥 째버리는 것이 늦은 사춘기 온 것은 아닐까 싶다. 티배깅 오졌죠? 오늘 내가 1등이다.
# 바 깥 공 기!!! 우효!!!!
*
바깥으로 나갑니다!
음...평화롭습니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이 저잣거리. 이게 바로 평화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분명...제일상마전이 '경지'를 상승시키라 하셨던 것...같...은...데요...?
*
아아, 평화롭구나. 참으로 평화로워. 이게 인생이지…….
"……."
인...생...
경지를 상승시키라 하셨는데 어쩌지. 현실이 훅 치고 들어온다. 재하 따스한 햇살 피하듯 눈 감으며 현실을 도피하고자 했다.
"…경지…."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럴만한 환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나……?
#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인생… 캡틴 도움!(?)
*
그렇게 머리를 쥐어싸매며 나름대로 휴가를 즐기고 있던 도중.
명령서가 날아옵니다!
명령서?
재하는 덜컥 떨어져내릴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서 명령서를 찬찬히 읽어봅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재하는 무림맹의 비선조직들과 싸워야합니다!
아니 너무 요약했잖아!
다시금 머리를 부여잡고서 재하는 머릿속으로 명령을 찬찬히 떠올려봅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무림맹에는 비선당이라는 조직이 존재합니다. 보통 개방의 방주나 장로가 무림맹에서 그 지위를 맡고 있는 곳으로...일종의 정보조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선당이라는 곳이 사천에 새롭게 자리잡은 남방총분타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단 소식입니다...
감찰국장으로서 재하는 부하들을 이끌고 그들과 맞서싸워 쫓아내야합니다!
문제는!
저 비선당이라는 놈들은 대부분 거지라는 것이지요.
*
이게 휴가를 즐기는 걸로 보여?! 이게?! 맞아요, 직장인은 원래 커피 사러 갈 사람? 하면 저요!!! 하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서라도 햇볕 쬘 기회를 얻어내고 마는걸… 다만 햇볕 쬐는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명령서. 응, 인생 봄날 짧아~ 내 행복 3초면 충분해~
"진짜 하늘에서 일이 뚝 떨어지네."
천마님 만세... 요약하자니 일단 맞서 싸운다는 건 둘째치고.
"……이걸 어쩌지."
살면서 거지를 상대한 기억은 없는데, 어떻게 한담. 하물며 그 틈에 섞인다손 쳐도 묘수가 없다. 터덜터덜, 일단 명령서 들고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나 짼다고 신나서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는데 10년 치 놀림감 조졌잖아... 그래도 까라면 까야지 뭐.
# 터벅터벅 다시 일터로 돌아가용... 얘들아 일이야 일
*
돌아갑니다!
"와! 국장님 손에 명령서! 저 사직할게요!"
감찰국장 재하는 사직을 윤허하지 않으셨다.
*
와! 명령서!
"그 사직 소마도 못 하였는데 될 것 같사온지요?"
부하가 관직에서 물러나기를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히히 못 가! 안 돼!
"좋은 소식이라면 파견이어요."
나쁜 소식이라면.
"누구 거지랑 싸우는 법 아는 사람?"
# 얘들아 우리 *됐다 싸우는 거 비선당이란다~ 명령서 내용을 전달해용! 우리 파견이야!
*
"거지들이요? 아."
다들 낯빛이 추악...아니 어두워집니다.
"개방이 진짜 제일 싫은데..."
"더러운 곳에서 살고..."
"진짜 거지랑 구분도 안되고."
"무공은 또 기깔나게 잘하고."
"정파 주제에 나려타곤도 맘대로 해대고."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겠군요.
"일단 부딫혀봐야하지 않겠습니까."
*
추악한 낯빛. 재하 눈 슬쩍 굴린다. 더러운 곳, 거지, 무공, 나려타곤.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 그래, 그럼에도 보내신 이유가 있을 터이다.
"아무리 더럽다고 한들 이단들은 그 자체로 역한 법. 감히 천마 님을 능멸하는 죄만치 더럽겠습니까? 채비하도록 합시다."
거지, 라. 재하 나긋하게 미소 짓는다. 그 기분 잘 안다.
"…나려타곤을 쓴다 쳐도 같이 쓰고나서 다 죽여버리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기묘한 이야기를 홀로 중얼거리곤, 고개 돌렸다. 늘 생각하던 것이지만 나려타곤은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 그렇지만 어찌 생사에서 자존심이 필요하지. 이미 결혼식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가리를 박고 목을 바쳐 사죄한 사람에게 무슨 자존심이 남아있겠는가…….
# 싫어도 파견은 나가야지... 일하자 일
*
이동하시겠습니까?
무릉도원의 마차를 타고 가면 바로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
# 도화전
질러용~!!!!!
*
구매하고 바로 이동합니다!
*
안전하게 올 수 있었던 길. 내리기가 무섭게 재하 손을 모았다.
"기도합시다."
천마 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천마 님의 뜻 받드는 광명된 하루 되기를.
# 내렸으니... 모여서 기도해용... 이래도 되나? 되겟지?
*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는 왜인지 운이 조금 좋을 것 같습니다!
*
기도했으니 행동을 해야지. 남방총분타가 앓는 골머리라면. 재하 그날을 떠올리고는 잠시 표정을 가다듬더니, 손 고이 모아낸다.
"자, 갑시다."
# 남방총분타에게 상황을 들어야겠어용!
어 근데 얘 걘가 저번에 결혼식에서 만난?
어?
*
이동합니다!
남방총분타주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다시금 8협 6마 4악의 일원인 천하십팔대고수 중 하나, 귀신입니다!
그런 남방총분타주마저도 친히 나와 환영해야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감찰국장, 재하입니다.
가면을 쓰고 굉장히 큰 키에 여리여리하다못해 작대기같은 몸을 하고있는 백발의 사람이 앞으로 나옵니다.
"어서오시오 감찰국장!"
성별을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재하가 너무 아름다워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을 못한다면, 이 자는 그냥 모르겠습니다.
감찰국에서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중원 황궁의 환관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
총분타주는 그러니까 귀신. 천하십팔대고수 중 하나이니 여럿 경외심 갖는 사람이었지? 기실 재하도 그렇다. 아니, 그렇다 수준이 아니었다. 기억을 재빨리 더듬는다. 재하는 이 사람을 알고 있고,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감히 본 적이 있다. 전쟁에서 당세진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지! 가장 크게 활약하신 분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7년 전 전쟁 당사자니 그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었지!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부하 앞에서는 뚜렷한 감정 변화 없었음에도 오늘의 재하는...
"아! ㅊ, 총분타주 님을 뵈옵니다."
자신의 우상을 본 어린아이처럼 샘솟는 설렘을 숨기려 애쓰고 있었다……. 세상에, 지금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계셨다니, 너무 멋져! 귀신 님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귀신 님은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괜찮아 여기까지 올라오길 잘 한 것 같아 가면도 멋있어 세상에 세상에 같은 백발이야 나같은 사람이 저분과 같은 백발을 하고 있다니! 구구절절 주절주절 속내로 제대로 대화했다는 것에 대한 감격도 추가되고 있겠다.
"이리 환대해주시어 몸둘 바를 모르겠으니… 누가 되지 아니하도록 해야겠어요."
사근사근, 예의바르게 답하지만 아마 누군가 재하의 속내를 읽을 줄 안다면 기겁하겠지…….
# 히에엑 최애다 최애
*
끼끼끼끼끼끼끼 - !
기이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감찰국장이 이리 극진히 예를 차려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귀신은 가면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탁 칩니다. 가면은 하얀색으로 바뀌었다가 곧 연한 분홍빛으로 바뀝니다.
"자아. 안으로 드시지요. 산해진미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진귀한 음식들이 있습니다."
우선 재하는 귀신의 호감을 산 것 같습니다...
*
귀신 님의 웃음소리를 내가 직접 듣는 날이 오다니! 계탔다. 웃어주셨어… 오늘은 천마님께 몇 번이고 감사해야 하는 날이구나. 최애가 웃으면 심장이 벌렁거림을 압니까? 모른다면 알려줄테니 각오해라.
"귀히 존중 받아야 마땅하신 분이옵니다……."
우상이다, 우상. 양쪽 색이 다른 보석같은 눈동자가 더 반짝반짝 빛난다. 당장이라도 수줍음에 어버버대고 싶은 얼굴 꾹꾹, 예의바른 감정으로 눌러내느라 바쁘다. 변검! 아, 대단하신 분이어라……!
"아, 감읍하옵니다."
식사라, 이리 대우 받아도 되는 것인가. 조심조심 발 내디디니 소리 내지 아니하도록 하는 것이나 우아한 걸음걸이, 걸을 적의 곧은 허리까지 꼭 고매한 기녀 닮았다. 이리 대해주시니 누를 끼치지 말자, 반드시 맡은 바를 해내자. 그런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 꺅 호감 샀어 가자 열심히 하자
*
안으로 들어가자 과연 어마어마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연회장의 끝에서 끝까지 닿을게 분명한 거대한 긴 탁자에 올라간 수많은 음식들!
먼 미래의 후손들이 말하길 뷔페!
*
재하 조심조심 따라가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자리다. 눈 동그랗게 커지니 이내 느릿하게 한번 깜빡였다. 지레 놀라버린 사람다운 반응이다.
검소하게 살아가던 내게 이런 호화로운 자리가 있어도 되는 걸까……. 누가 성장환경으로 비롯된 정병 부분에서는 화경 아니랄까봐 은근슬쩍 자존감 낮은 생각 하고는, 상냥히도 미소 짓는다. 일단은 응, 근심은 잠깐 내려두자. 예의가 아닐 거야. 소소한 생각을 하자. 그래... 야채가 많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부하들은 어떨까...? 눈 흘긋 돌린다.
# 우리 새꾸들 잘 있나용
*
다들 입을 헤 벌리고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분명 굶긴 적은 없는데...
*
적어도 내가 굶긴 적은 없는데……. 나 시가살이 하는 동안 애들이 밥도 못 먹고 일했나...? 안타까운 눈길 애써 감춘다. 그렇지 인간은 밥심이지...
"참으로 진귀하여라. 영탄하였사와요……."
정성에 감사를 표하고는 사붓한 미소 짓는다.
# 묵쟈!
*
*
재하 나보다 좋은 거 먹네…….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전파를 무시한다. 본디 잘 먹지 않는 사람이거니와 육식 여즉 꺼리는지라 여전히 야채 위주로 야금거렸겠지마는.
귀신 님은 어떠실까, 동경하는 분 슬그머니 보는 일만큼 즐거운 일 없다.
# 최애! 흘끔! 최애 읍다면 스킵하겠지만용 <:3
*
귀신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그의 몰골이 워낙....그런지라 이런 자리에서는 따로 가면을 벗고 식사를 하지 않는듯 합니다.
*
…귀신 님의 소문은 들어 알지마는, 또한 그 얼굴에 대해 전쟁 중에서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들어왔던 만큼 이런 자리에서도 끼지 못하는 것은 제법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이 누군가를 동정할 처지는 될 수 없다마는. 재하 식사를 일찍이 마치듯 숟가락 엎어둔다. 원체 먹는 양 적거니와 개인적인 접시에 담은 음식은 모두 비웠으니 본디 이런 식사에서 가지는 예의는 칼같이 지킨 셈이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복하였사옵니다."
즐거운 식사였노라 감사를 표한다. 실제로도 감사한 일이다. 야채는 고사하고 따스한 차로 속 채웠으니 오늘 하루는, 아니, 내일 아침까지는 너끈하게 버틸 수 있다. ……천덕꾸러기인 제 부하들은 알아서 잘 먹겠거니. 사고를 치면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면 되는 일이렷다. 재하 수줍게 소매로 입 가리며 미소 지었다.
# 식사를 마쳐용...!
*
식사를 마칩니다!
이제 휴식과...지긋지긋한 거지들과의 싸움이 남아있습니다.
*
남은 것은 휴식, 그리고 지긋지긋한 싸움이다. 방에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적당한 곳에 서서 바람이나 쐬고자 했다. 재하는 부채를 느릿하게 손으로 매만졌다. 거지와 싸우는 법에 대해 곰곰이 생각에 잠겨보고자 했다.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 체면을 내던지는 수밖에 없다지만, 제 휘하의 부하들이 그걸 납득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아무리 천마님을 위해서라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하게 싸우자기엔 그럴 수 있을까? 늘 전투라는 것은 어렵고 먼 세계 얘기인 것만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는 여러 갈래로 잡혀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 막상 닥치면 무엇이든 한다지만.
"……나려타곤 정도면 괜찮은데..."
내가 너무 밑바닥에서 살았나. 재하는 멋쩍은 듯 골몰했다. 나려타곤 쓰는 한이 있더라도 죽여버리면 되는 일 아닌가. 모르겠다, 그놈의 자존심을 찾기엔 이미 결혼식장에서 넙죽 절한 사람이라 잘 체감이 안 된다……. 와중에 바깥 공기는 좋기만 하니 이것 참.
# 휴식시간? 못 참아용 거지랑 싸우는 방법도 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하는 것 홍홍(?)
*
거지를 상대할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일단 거지에 대한 정보들을 좀 더 모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거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재하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엄지를 입가로 가져다 대다 멈췄다. 아주 오래 전의 버릇이 튀어나올 뻔했으니, 하마터면 자근자근 물어버릴 뻔했다. 나도 참, 입마관 졸업하고 나서는 다신 그러지 않았는데 오늘 따라 유난이다. 손 빤히 쳐다보다 긴 소매 속으로 갈무리 한다. 늘 혼자 방법을 찾으려 삽질을 하였으니, 오늘은 조금 기대도 괜찮지 않을까.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지 않을까."
아니라면 아이들이라도 불러서 머리라도 맞대야지 뭐. 기녀와도 같은 조신한 발걸음 옮기기로 했다.
# 귀신 님께 가보는 거에용...! 조금이나마 정보를 찾아보자...!
*
재하는 귀신을 찾아갑니다!
귀신은 방 안에서 재하를 맞이합니다. 여전히 가면을 쓴 채로요.
"끼끼끼 - !"
자신을 찾아온 재하를 보고 귀신이 굉장히 기쁜지 괴상한 웃음소리를 냅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
여전히 가면을 쓴 채로 자신을 맞이하니, 재하는 공손히 예를 갖춘다.
"신 재하가 총분타주 님을 뵈옵니다. 편안하여야 할 시간을 방해한 것은 아니온지……."
아, 웃어주셨어. 기쁘다, 이런 웃음을 어디에서 또 듣겠어…! 괴상한 웃음소리에도 영광스럽단 생각이 들었으니 이쯤 되면 중증이다.
"…이번 사안에 대하여, 소마가 미욱한 나머지 영명하신 분께 지혜를 찾고자 이리 찾아뵙게 되었사옵니다."
부디 지혜를 나누어주지 않겠사온지... 조심조심 이야기 하였다.
# 정보 도움 헬프!
*
귀신이 고민하듯 가면을 쓰다듬습니다.
"거지들이라...귀찮은 놈들이지요. 평소에는 붉은 실을 달고다니지 않다가 갑작스레 달고 나타나는 이들이니 신출귀몰하기도 합니다."
그것 참 짜증나는 일입니다.
"이건 어떻습니까? 무료급식소에 가보시는건?"
??
"저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가 있습니다. 거지들도 많이 오지요. 직접 그들과 부대끼며 정보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천하의 귀신이라 한들 귀찮은 녀석일 정도이구나. 하기야, 길바닥에 나앉은 모습으로 있다가 갑작스레 붉은 실 달고 나타난다면 그것만큼 난감한 일은 없을 터이다.
"무료, 급식소요?"
다만 하나, 묘책을 주시니 재하 눈 동그랗게 뜬다. 무료급식소, 거지들도 많이 오니 그들과 직접 부대낀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비록 개방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안타까운 사정을 겪은 자도 도와 천마님의 긍휼한 은혜를 알릴 수 있다면……!
"확실히, 직접 마주할 수 있겠군요…… 참으로 명쾌한 답안이옵니다."
재하 눈 존경심 가득 찬다. 선뜻 자신의 일 도와주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곳에서 비록 임무 때문이라도 도울 일이 생겼다는 점도 깊이 감명받은 듯싶다. 살포시 미소 지으며 고개 끄덕였다.
"혼자 골몰하였더라면 방법 찾지 못 하였을 터인데…… 감사하옵니다."
애들이 으악! 무료급식소요? 싫어요! 하면 어쩌지? 싶은 고민은 애당초 없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런 녀석들은 연속으로 시찰, 감사, 단속으로 이루어진 초과근무를 좋아한다고 받아들이면 되니까…….
# 아 임무를 위해서라면 당근빠따!!! 봉사! 할!!!!게용!!!
*
졸지에 감찰국 직원들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무료봉사를 하게 생겼습니다!
어허! 이게 다 신앙을 전파하기 위한 선행이야. 선행.
나중에 천마님이 지배하는 천계로 올라가려면 해야한다니까?
무료 급식소로 바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
얘들아 웃어. 웃으래도……? 너희 이번 일 잘 마무리하면 당분간 정시칼퇴 시켜줄 테니까 똑바로 하자. 아니면 상급도 아닌 하급 기루 단속 나가서 상태 점검하고 윗선 닿았는지 조사하는 즐거운 초과근무 하든가…….
어쩌다가 말랑순수응애가 이런 사회에 찌들어 신민 입장에선 좋지만 막상 일할 때는 마주치기 싫은 상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하자!
# 이동!
*
이동합니다!
무료 급식소는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며 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지떼는 물론이고 인근에 썩 형편이 좋지 못한 이들도 모여 옹기종기 앉아있습니다.
*
무료 급식소, 한때 도를 넘은 루주의 사치로 인해 기루가 하도 궁핍해 무료 급식소에서 누이가 겨우 얻어온 요깃거리로 옹기종기 모여 배를 채운 적이 있었다. 왕 씨 어르신께서 어린 재하를 가엽게 여긴 나머지 자비를 베풀어 빚에서 구제 받고 사정 넉넉해져 다시 영업 재개한 적도 있었지. 괜한 상념이다. 지난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젠 모두 기억 저 너머에 있지 않은가.
"자, 일합시다!"
간만에 머리 질끈 묶어 올리고 편한 옷으로 환복하길 잘했지. 소매 걷어붙인다. 과거 받은 만큼 일을 도울 시간이다. 그리고 유심히 살펴볼 시간이기도 하지. 가엽지 않다. 모두 천마님 품에 돌아갈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섞인 이단, 그리고 결국 자신도 과거 겪어본 인간. 동정 보다는 한 그릇 밥이 더 중요할 사람들이니 동정은 기만이리라.
# 일을 도와볼까용!
*
다들 '높은신 분'이 온 것도 제대로 모를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무를 옮기고, 또 무를 옮기고, 또 무를 옮기고, 아 이번에는 배추군요.
온갖 것을 옮기고 열심히 면을 풀고 만두를 찝니다...
그리고 아직 요리도 다 못했는데 배식을 시작한답니다!
아.
*
바쁘다, 바빠. 무를 옮기고, 배추를 비롯한 온갖 야채를 뒤로 면도 풀고 만두도 찐다. 정신없이 일하는 것이야 당연히 힘들고 순간 짜증도 치고 올라온다지만 보람차다. 알아보지도 못하고 일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그런데 배식……? 진짜?
"……."
아냐, 정신 차리자. 긍정의 마음 긍정하는 마음 착한 생각… 나는 이 상황이 참 좋다…… 천마님께서 함께 하신다...
뒷 요리는 너희에게 맡기마...
# 배식하자 그래!!!!
*
재하는 배식을 하러 밖으로 나옵니다.
우글우글우글...웅성웅성웅성...
"한 줄로 서세요! 한 줄!"
"아까 드셨는데 왜 또 왔어요! 아이참 다 기억한다니까는!"
어지럽습니다.
*
어질어질하다. 전쟁통을 방불케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모든 상황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당연한 일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이니 뭐니 소란 일어 모가지 내놓고 그 다음엔 또 모가지 내놓고 죽다 살아왔지 않은가.
"자, 천천히 드세요."
이 정도면 뭐 괜찮지…… 고난의 역치가 지나치게 높아진 심기체 불균형 이게 맞나 싶은 인간의 도래였다.
"한 줄로 서시고 서로 밀치지도 마시고……."
진짜 괜찮지.
"뒤에 두 분 싸우지 마세요!"
괜……찮다고.
# 갸아악 고통받는다
*
간신히 사람들이 모두 배식을 받아 땅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아...지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쉴 수는 없지요!
*
지치지만 이 정도로 앉을 수 없다. 구슬땀 훔쳐내며 재하 손 고이 모은다.
달리 필요한 것은 없는지 귀를 기울여본다. 겸사겸사 이야기도 들리지 아니할까. 만일 없다면 행동해야지.
# 내공을 써서 귀를 기울여봐용!
*
내공을 이용해 청력을 강화합니다.
음...온갖 잡소리가 다들립니다.
먼저 대상을 '특정'한 뒤에 청력을 강화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나는…… 이번 싸움에서 나려타곤 쓰고 목격자 쓱싹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 유달리 꼬질꼬질한 거지로 대상을 특정해볼게용...!
*
유달리 정말 꼬질꼬질한 거지의 무리들을 특정합니다!
청력을 키워 이야기를 엿들어봅니다...
"이야. 이거이 참 맛이 좋수다."
"그러니까네 많이 먹어야한다. 알간?"
"알겄수다. 그런데 참말로 이것들은 돈이 많은가보오."
"천마인지 뭐시긴지가 하늘에서 금덩이라도 떨어뜨려주는거 아니오?"
"야야. 말이 많다. 그리 말 많아서 밥덩어리 목구녕에 잘 들어가기라도 하겠니? 입다물고 먹으라."
"그런데 거 언제쯤 일어나요?"
"거참. 뭐 그리 궁금증이 많니? 우리는 그냥 앉아서 밥이나 축내면 되니 가만있으라."
*
뭐시기라니! 모독이다!
# 조금만 더 들어볼까용!!
*
모오도옥...
"그래두우...심심해서 그르치요."
"이게 우리 일이다. 응?"
"일은 무슨일. 이런 한량같은게 일이요?"
"무슨 소리! 거지가 한량이면 안되지."
그게 자기들끼리는 웃긴지 서로 낄낄거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남이 주는 밥먹거나 구걸해서 먹거나 쫄쫄 굶거나 이러고 있는기야. 알간?"
"그게 일이다 이말이지."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어허! 우리같은 거지는 이렇게 가만히 있어야하는게 맞다. 거 참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
그 이후로 이어지는 라떼는 말이다에 재하는 정신적 피해를 입습니다.
*
재희야, 듣거라. 나 때는 말이다…….
왕 씨 어르신이 생각났다. 제게 잘 해주시던 분이더라도 도저히 잠을 참을 수 없던 그 이야기가. 사람 다 똑같구나. 그런데 거지도 하나의 권력일 수가 있나? 어찌 저런 이야기로 넘어가지.
# 크아악 버...버텨 재하야 나도 못 버티겠지만 버?텨봐 못 버티겠으면 이따가 내가 대상 바꿔줄게
*
이야기는 계속 흘러갑니다.
"음. 그러면 슬슬 일어날까?"
"집으로 가는겁니까?"
"우리같은 거지한테 집이 어딨니?"
"...아나."
"하늘이 지붕이고 땅이 이불이지. 알간?"
"말 한 마디를 못하게하네 정말..."
"어허. 우리가 누군지를 항상 기억하라."
"우리가 누군데요?"
"그거야 개.....지! 개! 응! 멍멍이! 월월!"
*
개……. 재하 생긋 미소 지었다. 찾았다. 눈 들어 봉사자 한번 쓱 훑듯이 하며, 소리 났던 방향쪽으로도 흘긋 눈 굴리며 얼굴 재빨리 훑으려 들었다.
아무렴 밥값은 해야지. 우리 애들도 밥 먹은 값은.
해야지.
# 잡아따! >:3
*
그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
이동하는 자를 쫓을까? 오해를 살 것이 뻔한데. 재하 눈 도르르 굴리더니 지쳐 나가떨어진 금쪽... 아니, 부하직원의 주의를 돌리려 시도했다. 남편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해사하고 아름답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근사근 속삭이니 분명 입술 사이로 돌아갑시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그런 말이 나와야 할 터인데...
"일할…… 시간입니다."
이러니까 감찰국장 했지!
"소마가 뒤를 쫓을까요, 아니면 공이 가시겠사와요?"
밥값
해야지?
# 일어나... 미행해야지...
*
분명 부하의 입모양이 X발...이었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부하들이 조심스레 하던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움직입니다.
이제 결과를 기다려봅시다!
꼬우면 권력을 잡는게 어떨까?
*
기분탓이겠지? 재하 은은히 미소 짓는다. 설마 우리 애들이 욕은 하더라도 일은 못하는 폐급이기라도 하겠어?
"……그랬으면 집합이지."
얼차려라니 어디서 배워먹은 꼰대 문화입니까 재하...?
이전 감찰국장에게서 배웠습니다...
# 마저 일하며 결과를 기다려봐용!
*
급식소를 전부 정리하고 난 뒤, 재하의 등 뒤에서 감찰국 인원들이 은밀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국장님. 위치를 특정했습니다. 바로 움직일까요?"
*
정보를 얻겠다며 위장 잠입을 하였다 한들 맡은 바는 끝내는 것이 도리겠지. 급식소를 정리하며 흘러내린 머리를 다시금 묶을 적, 재하 고개 돌리며 사붓하게 미소 지었다. 장하기도 하지.
"움직이도록 하지요. 최대한 들키지 않게 움직여야 합니다."
신중해야 한다. 허리춤에 매달린 부채 흘긋 보고는 마음 다잡았다.
# 가보자고
*
부하들은 재빠르면서도 은밀하게 사라집니다. 재하는 전달받은 위치로 천천히 움직입니다.
.
..
...
지금은 한밤중.
안에서 둔탁한 소리들이 울려퍼집니다.
아, 딱 맞춰왔나보네요.
*
전달받은 위치로 향하는 걸음은 당당하지 못하다. 속도를 높여도, 속도를 낮춰도 얌전하고 조신한 축에 속하여 현 분위기에선 이질적이다. 그렇지만 태생 이후로 자란 것이 그러하였으니 어찌 하겠는가? 도착한 곳은 밤 되어 어둑어둑하나 활동하기 되레 편하다. 귀기로운 흰머리 살랑이고 걸음 멈춘다.
둔탁한 소리.
불경한 이교도들은 무얼 하고 있나?
# FBI 오픈 업! 하기 전에... 내공으로 귀를 기울여봐용!
*
부하들이 개방도들을 깔끔하게 제압해서 무릎꿇려놓고 있습니다!
뭐,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
비록 욕은 하더라도 일 하나는 잘 해주니 안심이다. 그렇지만 마냥 안심해서도 아니되니, 평온한 얼굴이되 속내로는 긴장 놓지 않고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허리춤에 달아놓은, 가면 얼굴에 쓰며 내딛는 걸음 여전히 사붓하다.
# 얼굴이나 함 보자! 들어가용!
*
문 밖에서 모습을 숨기고 대기하고있던 부하가 재하에게 다가옵니다.
"국장님. 이것을."
얼굴을 가리는 천입니다.
재하는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이놈들! 어디서 온 놈들이냐! 역시 마교놈들이냐! 네놈들이 이런 짓을 벌이고도 무사할줄 알아!"
무사할걸?
*
얼굴을 가리는 천. 준비성 이리도 좋으니 불현듯 드는 생각 있었다. 얘네, 내가 뭘 원하는지 다 아는 것 같은데 나 첩살이 하는 것도 아는 거 아냐……? 지금 생각할 것은 아니지. 알면 어떤가. 내가 사랑을 하겠다는데. 들어설 적의 걸음은 평시의 조신함과 다르게 당당했다. …제 얼굴 가려졌거니와 혹시라도 자신의 정보를 아는 자 있다면 추측하기 어렵게끔 거만한 모습일 수도 있겠다.
"믿는 구석 있어 보이니 생각보다 거물인 모양이구나."
천 너머로 담담한 시선이 제압된 사람들을 훑는다. 명령은 비선당을 내쫓는 것. 정보를 쉬이 캐게 둘 수는 없는 법이니, 머리를 쫓아야 하나. 아니면…….
"이런 짓을 벌이고도 우리가 무사하지 않다면, 지금 그쪽들도 무사하리란 보장은 없겠지."
사파의 왈패 흉내 내어, 서로 싸움 붙이고 질려 떨어지게 해야 하나. 음, 너무 복잡하게 꼬아 생각하나? 일단은 뭘 알아내려 했는지 뜯어보는 걸로 시작해볼까.
"강아지들은 여기서 뭘 하려 했을까."
# 목적이 뭐야!
*
"네 놈....!"
늙은 거지가 재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이를 갑니다.
"마교도로구나!"
순식간에 정체가 탄로납니다. 부하들이 크게 당황합니다.
"심지어 감찰국장이 직접 오다니. 하! 마교도놈들이 제법 긴장을 했나보군. 좌천되었느냐?"
이거, 재하 생각대로 정말 생각 이상의 거물인가봅니다.
늙은 거지가 그리 외치자 주변에 있던 다른 거지들조차도 놀란 표정으로 재하와 늙은 거지를 바라봅니다.
"여, 영감님. 그런걸 대체 어떻게 알...아시...는거요...?"
중년의 거지가 놀라서 늙은 거지를 향해 묻지만 늙은 거지는 형형한 눈빛으로 재하를 쳐다봅니다.
비상사태입니다.
*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를 가는 모습에 재하는 늙은 거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노인이라.
"…강호의 어르신이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예를 갖추시지요."
재하는 정체가 탄로났으나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고운 손을 들다니 제 사람들에게 '노인'임을 강조하며 이 상황에 휘말리지 말라는 듯 내저었고, 동시에 사파를 흉내 내어 분열을 만드는 계획은 취소해야겠거니 생각했다.
"대협."
대신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그래, 거물이다. 깨닫기가 무섭게 신분을 숨기기 위해 연기하던 오만하던 기색이 누그러지니, 그 모습이 마치 변검술 가능한 기인이 가면 벗는 것과 같았다. 영감이라 부를 정도면 한 자리 꿰차거나 그만큼의 존경을 받는 법이요, 아무리 재하가 이교도를 경멸한다 한들 예의는 차리는 자였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소마는 도발하신들 넘어가지 않사옵니다."
무엇보다 재하는 저런 형형한 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경악. 다른 거지조차 알지 못하는 정보를 쥐고 있다면 필히 그 연륜과 영향력 지대할 터이니……. 재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공손한 태도였다.
그래. 노인이다. 강호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노인과 아이, 장애 있는 자와 여인이거늘 그중 하나라. 필히 고수이거나, 그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자리라. 그런 자가 이곳에 끼어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단순히 맹에서 방해만 한다면 저런 거물이 있을 리가 없고, 주군께서 이런 일을 허투루 보내실 분도 아니다. 그렇다면 시사하는 의미가 달라진다.
지금 상황은 좌천이 아니다.
저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자가 이곳을 들쑤셔야 할 만큼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며, 이는 필히 주군께 이득이 되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추측이 맞는다면 분명 이 부근에서도 정보를 물고 뒤쫓을 정적이 있을 터이니 서둘러야 하는 일이겠지.
어떠한 상황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저 노인이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하며 무언가를 더 알고 있을수도 있고, 금방이라도 저 제압을 풀고 이곳에서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혹은 저 자를 비호하는 누군가 있을 수도 있고, 역으로 정보를 얻으려 들 수도 있다. ……아마 결혼식의 일도 익히 알고 있겠지. 그 당시 국장님, 하고 외친 것을 저 노인이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하는 천 너머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신중해야 한다.
# "그러니 소마, 다시금 대협께 묻겠사옵니다. 저희는 강호에 발 들이는 것을 허락 받았거늘 어찌 저희를 핍박하시려 드시옵나이까."
*
"하."
노인이 비웃습니다.
"내가 입 하나 뻐끔거리기라도 할듯 싶더냐? 얼른 죽여라."
그러자 거지들이 난리가 납니다.
"아니! 그럼 우리도 다 죽는거 아뇨!"
"저기...그...신교의 높으신 분. 저는 좀 살려주십쇼. 헤헤."
"제가 아는 모든걸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저, 저는 개방 아니에요! 그냥 거지에요 거지!"
"喝!!!!!!!!!"
일류 극 정도로 되어보이는 내공. 그러나 일대를 장악하는 힘이 담긴 고함을 노인이 내지릅니다.
다들 눈을 껌뻑껌뻑 거리고 노인이 다시 입을 엽니다.
"죽여라."
*
"갈!이라, 하, 하하! 후후…… 우후훗. 그렇구나, 그렇구나…… 정과 목숨 보다 중요하구나. 고작 그런 것에, 모든 원성을 끌어안고 지금까지 연명하시었군요.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마음이 아프셨을까."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확실하구나. 죽이라 할 정도로 중한 정보겠다? 재하는 천천히 얼굴을 가렸던 천을 향해 손을 대었다.
"대협, 검을 겨누지 않았는데 어찌 죽이라 하십니까? 그저 민초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그쪽들에게 있어 마두는 맞으나 소마, 민초에게는 사랑과 정 베푸는 자입디다. 그런 소마를 통하여 분란을 만들고자 하시니 참으로 눈물겹사와요."
천을 반쯤 걷는다. 눈 제외한 비구 드러나며 도톰한 입술이 수심 깊게 다물렸다. 오로지 입술 뿐인데도 세상의 모든 슬픔 끌어안은 듯했다.
"대협…… 그러니, 부디 마두의 아가리 놀림을 경청하소서. 싫어도 들으셔야만 합디다. 소마는 이대로 두고갈 터요, 그렇다면 다른 치들이 냄새 맡고 올 터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죽이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러지 않을 터입니다. 믿는 구석이 있으십니까? 그들이 언제까지 믿을 수 있을 터입니까. 손가락 하나, 손톱 하나, 이빨 하나.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며 대협을 탓하게 되겠지요. 원성으로 다시금 연명하시며 살아가면 괴롭지 아니하겠사온지."
그리고 거지들 있는 곳 보았다.
"그렇지요, 아끼는 자를 버릴 정도로 강호는 잔인한 법. 대협께 있어서는 함께 동고동락한 순간과 목숨이 정보에 비견하면 가치가 없는 것이었군요. 다들 안타깝사옵니다. 고작 쓰다 버릴 패로 이런 삶을 살고자 한 것이 아닐 터인데……."
호소하듯. 그 삶을 이해한다는 듯 슬픈 입술과 달리 목소리는 달다.
"그러니, 부디 당신들이라도 말씀해주시어요."
# "무엇을 하러 오시었사와요, 네에?"
*
"뭘 찾으러 왔다고 했습죠! 예! 그럼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물건을 찾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노인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눈을 감습니다.
"그 무슨 칼이었던 것 같은데!"
칼?
*
칼을 찾으러 왔다고? 재하는 천 너머로 부하에게 슬쩍 시선을 보냈다. 처리하지 말라는 듯이.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계시온지요?"
속삭여본다. 얘기해주면 된다는 듯.
"두려워 말고 소마를 믿으시어요. 이미 소마에게 이야기하지 않으셨사온지요…… 정파의 분들은 의와 협을 중히 여긴다 들었사오니, 아무리 소마가 살려 보낸다 한들 감히 마두에게 정보를 불어 의와 협을 버렸노라며 사람들은 손가락질하고, 매달아 본보기로 삼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강호는 냉혹한 법이라며 각종 법도를 들이대는 것이어요. 그렇게 결국 팽 당하는 것은, 누구보다 아래에 있노라며, 평시에도 멸시받는 대협들이겠지요. 그 아래에 있는 사람이 있기에 맹이 살아있거늘."
궤변이다. 안다. 이런 걸로 넘어가게 할 수 없음을 안다.
"그러니 천유양월, 이 네 글자면 된답니다. 목숨을 구제받는 확실한 수단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쥐지 않으려 드시어요. 명예가 중요한가요? 이미 더럽혀진 명예를 죽음으로 고결히 한다는 말이 과연 사실일까요? 사람들이 과연 명예롭노라 얘기할까? 개죽음이라 하며 이틀만에 잊겠지."
하지만 약간의 틈이라도 헤집고 들어간다면, 뿌리를 틀게 만들면 좋은 법이다. 재하는 노인을 정확히 쳐다봤다.
"대협께선 아는 것이 많으신 듯하니, 그 고결함이 헛된 개죽음임을 경사로운 날 만 천하에 증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계시지 않사온지요?"
비음이요 가성, 두성을 사용하는 것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약간의 비음과 더불어 가성으로 소리를 높이고, 두성으로 자연스럽게 마무리하여 여인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나치게 쉬운 일이었으니 재하 천 거둔다. 그리고 수심에 잔뜩 젖은 듯한 미소와 함께, 입술 달싹였다.
"그러니 같이 가요. 네에? 소마에게 길을 알려주세요. 같이 살아야지요……. 우리가 밑바닥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그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든 분열이든 무슨 일이 있어 저 사람들이 죽게 된다면, 그건 본인 탓은 아닐 터이니까. 균열의 탓이고 이득이지.
# 내게 길을 알려줘
*
"그런 헛된 미혹으로 내 입을 열 수는 없다."
노인은 눈을 감고 허리를 꼿꼿이 핀 다음 목을 쭈욱 내뺍니다.
"죽여라."
"노인장만 죽이고 우리는 살려주시오!"
"맞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오!"
"그 칼만 찾으면 된다고 했소이다!"
그리고 그 칼이 무엇인지는 저 노인만 알고 있겠지요...
*
# 질...문권... 쓰는 수밖에 없어용... 노인을 회유하려고 하는데 계속 속에서 ㅠㅠ '이단이다! 이단이다!' 하면서 주변인 고문으로 입 불게 하려고 하는데 나은 방법은 없을까용 ㅠ
*
저 노인은 회유가 불가능해용! 재하가 정신계 능력이 없기 떄문...
질문권 도화전은 차감하지 않았어용!
*
"이상하군요."
재하는 눈을 가늘게 뜨곤 작게 중얼거렸다. "비룡 도련님은 바지 자락만 살랑여도 껌뻑 죽던데……." 상공께서 본디 헛된 미혹에 잘 넘어가는 존재인 건가? 음, 마님을 생각하니 잘 넘어가는 편일지도……. 아, 조금 슬픈 일이다. 나한테만 넘어가주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지요."
재하는 다소곳이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아둔하여 회유하는 방법은 잘 모르니. 재하 허리를 펴며 제 부하들과 시선 맞춘다.
"이단이군요. 즉결처형을 할 권한은 없지만, 이 하늘을 굽어살피시는 분은 오로지 천마님 뿐이십니다. 그렇지요?"
# 내가 고문을 해도 괜찮겠니?
*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저희가 하겠습니다."
부하들이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
"맡기도록 하겠사와요."
나도…… 손발톱 개수 세기 놀이 좋아하는데……. 재하는 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누른다. 나중에 아호랑 같이 삼류 왈패 잡아서 놀면 되는 일이니.
"천마님께서 이교도를 지켜보고 계시옵니다."
# 수틀리면 내가 조져야지~ SO SAPA... 아니 MAGYO
*
장면을 지켜보시겠습니까?
*
# 천마님 은혜 충만하시니 당근빠따 지켜봐야해용
*
지켜봅니다!
.
..
...
심의규정으로 인해 검열됩니다!
고문이 모두 끝났고, 아무런 소득도 없었습니다.
노인은 곧 죽을겁니다.
*
눈에 모두 담는다. 맹에서는 노인의 부재를 눈치챌 것이다. 재하는 끔찍한 몰골의 존재를 보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진정 대협이어라. 밑바닥에서 누구보다 처절히 살았을 터인데, 그리하여 기회를 드렸던 것이어요. 물론 대협은 맹에게 있어 죽음만은 숭고한 존재가 되겠다마는. 이미 죽으면 끝인 법. 당최 그게 무슨 소용이지요?"
어쩔까. 노인의 옷자락 조금 찢으려 들었다.
"그러니 푹 쉬시어요. 죽음 속에서 동료의 비명 듣는 것이 자장가겠냐마는."
재하 천으로 얼굴 다시금 가렸다.
"전부 남김없이 태우시지요. 흑야를 통해 추적할 수 있다면 추적하도록 합시다."
……드물게 심기가. 불편해 보이지 않나?
# 북적나이트 짝퉁 가보자고
*
부하들은 고개를 숙이고 재하가 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야!!! 하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집니다.
- 혈투
- "흑야."
재하 밖으로 나선 뒤 낮은 목소리로 범무구 불렀다. 평시와 다르다. 언제나 부드럽고 사랑스럽던 목소리도, 잔잔한 것도, 그렇다고 감정이 마모된 것도 아니다.
"재희가 부르잖아요, 그렇죠?"
노했다. 기실 질투했다! 그래, 결과는 둘째치고 그 숭고함을 질투했고, 자신은 그럴 수 없음에 질투했다. 이 어찌 화가 나지 아니할 상황인가. 이단 따위에게! 거기다…….
주군께 누가 될 일을 저질렀잖아. 이 멍청한 재하!
# 튀어 와~!!! 너 냄새 잘 맡잖아~!!!!
*
범무구가 덜덜 떨면서 나타납니다.
- 나, 왔다. 무, 섭다. 부르냐. 왜.
여전히 말이 짧군.
*
"누가 보면 매일같이 화라도 내는 줄 알겠구나."
고해합니다... 집에서 술 마시고 남궁지원 이 나 두고 사라져버린 개자식 하며 지원이 상상하며 만든 짚 인형에 바늘 쿡쿡 찔러대며 화내다 잠든 날이 있습니다... 제법 자주 됩니다... 이게 아니지. 재하는 찢어두었던 노인의 소매를 꺼내며 범무구를 올려다 봤다.
"이 냄새가 남아있는 곳을 찾을 수 있겠사와요? 아니면 요사한…… 그래, 어딘가 기이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라거나."
검. 고작 검을 찾기 위함인가? 검이라 하면 본디 보패와도 같은 것이요, 맹에서 찾는 것이라면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 것이다. 절대 평범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제 부하들을 향함이었다.
"검을 찾아야 한다 하였지요. 혹 교국 내부이든 외부이든 관련한 소문이나 연상되는 것은 달리 없사온지."
# 찾아야 한다! 찾아야 해용! 무구야!
*
범무구는 냄새를 맡더니...
기절합니다!
?
*
재하는 자신이 남궁지원과 끝내주는 연애를 했다는 말을 들었던 제일상마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교국 내외부에 '검'에 대한 소문이 있었사옵니까?"
범무구를 깨우기 위해 손을 뻗어 뺨을 붙잡은 재하는 멈칫했다. 잠깐. ……독고구검의 묘역을 찾았으나 허사였다 하였나. 아마 다른 것을 찾으려 혈안이겠지.
"묘역에 대한…… 소문이라든지."
뺨을 치면 일어나나? 루주는 날 그렇게 깨웠는데…….
# 부하들아 정보를 모아보자
*
재하의 물음에 부하들이 순간 굳습니다.
응?
무언가 이상한 기류에 재하가 뒤를 돌아봅니다.
부하들이 불안한 눈으로 재하를 쳐다봅니다.
"국장님, 우리 교국에서 '검(劍)'에 대한 소문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그게 뭔데?
"천마신검(天魔神劍)...."
*
삽시간에 조용해진 분위기와 함께 조심스럽게 누군가 소문을 입에 올린다. 천마신검. 재하는 순간 두통을 느꼈는지 손을 올려 이마를 짚었다. 사건 자체에 대한 두통이 아니었다. 천마신검 단어를 듣기가 무섭게 속이 턱 막히고 혈류가 역행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 천마신검. 천마신검…….
"……되돌릴 수 있어."
무엇을? 재하는 기억을 더듬었으나 공백을 찾지 못하고 지끈거리는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이다. 나 노인과의 약속 보다, 왕 씨 어르신의 조언보다 아득하고도 중요한…….
"그렇다면 무엇이 되었든 지체할 시간이 없겠군요. 비선당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이 주변이 유력하다는 뜻. 각각 흩어져서 수색하도록 하지요."
# 흩어져서 찾아볼...까용!!
*
"저..."
부하가 손을 듭니다.
발언을 허가하시겠습니까?
*
재하는 부하에게 시선을 맞췄다. 얘기해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허가해용!
*
"신검을 찾는건 불가능합니다 국장님."
아니 왜?
"...교좌가 비어있으니까요."
교주가 직접 명을 내리지 않는한 신검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교좌에 오르신 현인신께서 계신다면 신검은 금방 찾을 수 있을겁니다."
*
그래. 그랬지. 이 간단한 것도 모르다니.
"소마의 식견이 짧았으니 그 뜻 귀히 받들겠나이다."
재하는 부하를 향해 예를 갖췄다. 이 정도는 겸허히 받들 줄 알아야 한다. 본디 그런 성품 가졌던 자이기도 하지 않은가.
"신검의 수색은 일게 신민인 저희에게 지당히도 불경한 일이니 중단합니다. 다만."
재하 눈을 굴린다. 신검이 아닌 중원 자체의 무언가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탓이다.
"그들이 검을 찾는다 하였으니, 신검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이교도라 한들 감히 신검에 눈독들일 자들은 아닐 터입니다."
아. 기억 났다.
"최근 독고구검의 묘역이 발견되어 많은 중원의 무림인이 눈독을 들였으니……. 다른 묘역일 수도 있겠사와요."
# 의견을 수용하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자 해용...! 뭐 진짜 천마신검이면 깔쌈히 포기하는데...
*
"정보가 부족합니다. 국장님."
다른 부하가 입을 엽니다.
"검이라는게, 꼭 신검이 아닐 수는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독고구검의 검일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그 일은 이미 흐지부지되어버린지 오래 아니겠습니까?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저 또한 동의합니다."
다른 부하들이 그리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 밖이 소란스럽습니다.
재하가 뭐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콰아아앙!
문이 부숴지면서 칼날이 재하의 목을 노리고 날아옵니다.
*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 신검이 아닐 수도 있고, 독고구검은 이미 흐지부지된 일이다. 그리고 바깥이 소란스럽더니만.
재하는 귀신같이 부채를 꺼내들어 내공을 실었다. 홉뜬 눈 너머로 감정 하나가 들어찬다. 누구보다 믿던 사람의 검이 목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떠오른 탓이다.
"─!"
수라선 3식 - 광염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아닐 것이다. 부채를 통해 어떻게든 공격을 막아내려 하며, 재하는 난생 처음으로 목청을 높였다. 부하 직원의 사기를 위함이다.
"당황하지 마소서!!"
# 으ㅏ악 수라선 4성 광염 써용!!! (88/90) 내공이 이거... 마 맞ㅈ죠??
*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강력한 충격음과 재하와 상대가 동시에 날아가고 부하들이 무기를 빼어들고 재하를 호위합니다!
"큼...."
먼지가 피어오르는 실내에서 그림자가 일어납니다.
"감찰국장이 무력은 별볼일 없다고 들었는데...?"
누가 그래! 어! 누가 그랬냐고!
*
동시에 날아갔을 때, 재하는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누구지? 정파의 인물? 사파? 살수? 예은 마님? 아니, 마님일 리가 없잖아! 아닌가? 말 잘 듣고 얌전히 살았는데? 여러 생각이 스치고 제일 싫었던 가능성이 떠올랐다.
결혼식 때 보았던 그 녀석이 보낸 건가.
"무력하옵지요."
재하는 상대를 마주했다. 그리고 부채를 살랑였다. 안은 위험하다. 바깥으로 나서서 싸워야 하는데, 소란스러웠으니 바깥에도 사람이 있겠지. 부하들이 맞설 수 있나? 인파는? 얼마나 되는 거지?
일단은.
"어사대의 꽃이라 불리지 않사온지요……."
수라선 1식 - 수라천하도
최대한 붙잡는 것이 우선이다!
# 수라선 2성으로 실내를 바꿔용! 입구를 차단할 수 있도록! (86/90)
*
일대가 순식간에 변합니다.
마치 지옥 그 자체의 황량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붉은 하늘과 피로 가득한 대지가 집이 있던 공간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건."
상대는 이 무공을 아는 눈치입니다.
"하!"
상대는 떨려오는지 팔을 한 번 주물럭 거리고는 검을 듭니다.
부하들도 마주하며 칼을 듭니다.
"어울려보자고!"
파앙 - !
파공음과 함께 상대가 달려듭니다! 대비하십시오!
*
재하는 상황이 급변해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상대의 반응을 살폈다. 이 무공을 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전쟁을 겪었던 자거나, 붙잡아 내 살고있는 밑바닥 구렁텅이로 내리끌어 마땅할 자거나. 재하는 상대를 가늠하고자 했다. 누구지? 마기가 느껴지는가? 경지는? 부채와 검을 맞댈 적 이 정도는 알 수 있겠지.
부채란 것은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재하는 자신의 거리가 검보다 짧음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하여 검을 휘두르기엔 좁고, 부채를 휘두르기엔 넓은 반경을 만들어아 함과 방어로 모든 기운을 빼내면 안 됨을 떠올렸다. 주도권을 이곳으로 옮겨야 한다!
수라선 3식 - 광염
천앵 4성 - 가지치기
유려하게 춤을 추듯 광염으로 막아내던 손목을 뒤틀어 검을 흘려내려 하며, 검의 끝을 벚나무로 향하게끔 유도하려 들었다. 가상의 것이라 한들 사람이라면 움찔할 수밖에 없겠지, 부디 그러길 바랄 뿐이다.
# 광염으로 흘려내듯, 가지치기로 생성한 나무 중앙으로 유도해용!
잔여내공 (74/90)
*
쾅!
부채와 검이 맞부딫히면서 재하가 뒤로 밀려납니다.
명백한 힘차이.
재하는 눈을 찌푸립니다.
뒤에는 벚나무가 한그루 피어올랐습니다.
"처음 보는 무공이군!"
상대는 으하하! 하고 웃더니 몸을 빙글 뒤로 돌립니다.
상대의 공세가 이어집니다.
파팟 - !
검이 마치 두 개의 빛살처럼 나뉘어 재하를 향해 쏘아지듯 날아듭니다!
*
명백한 힘차이가 느껴진다. 재하는 자신을 웃도는 경지가 무엇인지 안다. 입술을 짓씹으며 웃어대는 모습을 눈에 담는다. ……적어도 정파의 인물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망나니는 제 남편 하나로 족하지 않은가.
"어떤 무공이든 그쪽이…… 알 필요는 없사옵지요."
수라선 3식 - 광염
쏘아지듯 날아오는 검을 광염이지마는, 공격 초식처럼 넓고 큼직하게 펼친 부채로 춤추듯 튕겨내려 하며, 몸을 빙글 돌렸다. 동시에.
천앵 2성 - 산앵
"반경을 좁히시어요!!"
가까이 다가오게끔 도발하듯, 그저 부채 한 번 흔들어보였을 뿐이다. 다만 이는 초식일 뿐. 벚꽃잎 살랑이며 부채에서 그려지듯 튀어 나온다. 나무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부채를 휘두를 수 있되 검을 휘두를 수 없는 거리로 좁혀야 한다. 경지의 차이가 있다면 최대한 막기 어렵게끔 해야만 할 터이니.
# 광염으로 막아내고, 산앵+이전에 심어둔 가지치기로 벚꽃잎을 준비해용!
가능하다면 부하에게 반경을 좁히라고 명령할 수 있을까용? :0? 안 된다면 스킵해주세용! 잔여 내공 (70/90)
*
콰직...!
부채가 조금 부러지면서 재하가 다시금 뒤로 물러납니다. 동시에 조금 부러진 부채에서는 연보랏빛인지 분홍빛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색깔의 벚꽃잎들이 흘러나오더니 살랑살랑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두! 반경을 좁혀라!"
파앙!
부하들이 일제히 포위망을 좁혀들어갑니다.
"이딴 잡것들이....!"
상대가 검을 들고 수세로 전환합니다.
*
부채가 조금 부러졌다. 위험하다. 여분의 부채가 허리춤에 있었나? 재빨리 머리를 굴리던 재하의 몸이 우뚝 멈췄다.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길거리 시정잡배보다."
잡것. 동시에 재하 뒤의 나무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천앵 3성 - 귀소
"내 사람이 더 낫지 않겠사옵니까."
잡것이라. 제 사람에 대해 무엇보다 민감히 반응하는 성정 단숨에 내리긁힌 탓이다. 수세로 전환하였으니 춤추듯 부드럽게 삽시간에 파고들려 들며, 펼쳐져있던 아리따운 부채 접어 찔러내려 들었다.
"길거리 시정잡배처럼 굴던 남궁세가 둘째 공자도 제 소속부터 밝혔는데."
수라선 4식 - 마공천섬
"남궁지원보다 못한 녀석 같으니."
동시에 벚꽃잎 산개한다. 그 새끼는 귀엽기라도 했지! 그래... 지원아 사랑해... 미안해...
# 마공천섬으로 궤적을 그리듯 찔러내려 하며, 동시에 귀소로 벚꽃잎이 따라붙어 수비를 어렵게 이끌고자 해용!! (6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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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가가가가가각 - !!!
재하와 정체불명의 습격자의 부채와 검이 한데 어우러집니다.
그러던 찰나 바람에 흩날리던 벚꽃잎들이 양옆으로 퍼져 습격자에게 날아듭니다.
"허!"
상대가 급히 뒤로 보법을 밟아 빠져나갑니다.
공세를 이어나가야만 합니다!
"쳐라!"
부하들이 뒤에서 달려듭니다.
촤악!
습격자의 검이 한 번 번뜩이고 부하 하나가 쓰러집니다.
"쯧."
*
이대로라면 부채가 부러질 가능성이 있으나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부러지기 전에 끝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보법을 밟아 빠져나가면 그만큼 반경을 좁히고자 전진하는 보폭을 넓혔다.
"상대의 경지를 가늠하십시오!! 섣불리 나서지 말고-!"
부하 하나가 쓰러질 때, 재하는 눈을 홉떴다. 자신의 사람 죽을 것임은 익히 알았으나 한순간에 벌어지는 일은 적응하기 어렵다. "천마님." 입술을 자근 깨문 재하는 심호흡 하더니만 이내 보법을 밟으며 춤추듯 파고들고자 했다.
천앵 4성 - 가지치기
천앵 3성 - 귀소
수라선 2식 - 혈월선
이전에 춤추던 것이 부드러운 버드나무 가지 같더라면, 지금은 가지에 매달린 채 바람에 휘몰아치는 액막이 부적과도 같으니 이 필히 귀기로우리라.
# 가지치기로 남성 뒤에 나무를 세우고, 귀소와 혈월선으로 앞뒤를 에워싸듯 연계하고자 해용! (4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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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몰아넣었을 때, 상대의 발놀림이 일견 달라집니다.
뭐지?
타다닷!
남자는 어느새 몸을 옆으로 날려 부하들을 향해 날아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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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살면서 소리 한 번 크게 낸 적 없었다. 부하들이 사고를 쳐 화를 낼 때도 오하려 좋게 타이르는 편이었지, 목에 핏대 세운 적이라면 남궁지원 멱살 잡을 적 아니면 없었단 뜻이다. 울림 좋은 연유요 본 목소리를 숨기고자 했던 탓이다. 지금은 평시처럼 부드러운, 여인인지 남성인지 모를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전원-!!"
아니었다. 울림 좋되 나른한 듯한 목소리가 크게 흩어졌다. 내력 담지 아니하여도 제 가진 천부적인 재능 중 하나인 성량은 이 장소를 울리게 하고도 충분할 터였다.
"흩어져라!!"
춤선을 하나라도 끊거나 아군 진형의 무너짐을 유도한다면 따라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군의 희생으로 저것을 죽이면 그만큼 값진 일은 없다. 그러나 자신은 그럴 사람이 못 된다. 차라리 진형을 무너지게끔 하고 끝까지 추격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다, 아니다…… 재하는 멈추지 않았다.
다리에 내력 싣고 쏜살같이 튀어나가려 들며 부채 휘두르려 드나, 실제로 사용하는 손은 반대였다. 몸 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머리 부여잡아 땅바닥에 처박으려 들었나.
개싸움이 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나같은 밑바닥 기는 벌레만도 못한 새끼는 죽든 말든 당연하니 이런 싸움 가능하지만 내 부하들은 전부 인간이지 아니한가. 나는─
"이 소마, 온실 속 화초라 참으로 이 상황이 두렵사와요……."
# 다리에 내력 싣고 그대로 튀어나가듯 해서, 혈월선인 척 페이크 치고 내공 담은 손으로 얼굴 손으로 부여잡고 같이 구르든지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용? so sapa... (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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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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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남자는 빠꾸쳐도 되는데 재하는 상여자도 되는 애라서 노빠꾸인 거예용
가보자고(불안하지만 일단 가보자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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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 - !
부하 하나가 그대로 절명합니다!
"하하하하 - !"
상대는 재하의 공격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체, 대체 어떻게?
말도 안됩니다.
말이...안된단...말입니다...
"다음은 누구냐! 응?"
상대의 목에서 빛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목걸이입니다.
빛이 흘러나오는 저 목걸이에 신비로운 힘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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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권 사용... 저 목걸이 뺏을 방법 있을까용 보패인가 보팬가 ㄹㅇㄹ? 어떻게 뺏거나 박살을 내고 싶은데 내공 다 쓰고 다이브 치면 클나겠죵 (눈 뒤집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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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하란(부레주 : 매주 일요일 +7) 202
남궁 지원 42
강미호 129
모용중원 52
강 건 (수련스레 관리자 : 매주 일요일 +5) 182
재하 184
야견 (대련 관리자 : 정산 건당 +5)(50% 할인권) 248
고불 (50% 할인권) 329
이수아 35
여무 (위키나이트 : 매주 일요일 +7) 209
녹사평 0
백시아 (도전과제 수호자 : 정산 건당 +5) 100
자련 19
막리현 31
무조건 저 보패만 노리고 공격을 해보세용!
아무리 뚜들겨맞고 상처가 생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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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죽었다. 재하는 절명한 부하를 눈에 담았다. 일절 흔적도 없는 남성, 대신 죽은 듯한 부하, 웃음소리,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내가 죽였다. 손에 묻은 피가 다시금 과거로 발목을 붙잡아 끌어내린다. 전쟁터에서 자신의 말 한 마디로, 공을 세우지 못하게 했을 적 수도 없이 흐른 그 피가, 다시금, 자신을 향해 끈적하게 쏟아지며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네가 죽였다. 네 주변에 남을 것은 없는 모양이다.
"……."
재하는 천천히 시체에서 눈을 뗀다. 기이할 정도로 아리따운 얼굴에 감정이 식어 싸늘하니 마치 정교히 밀랍으로 빚어낸 인형과도 같다. 시선이 멈춘 것은 반짝이는 목덜미였다. 재하는 천천히 손을 들어 휘저었다. 전부 물러나라는 신호를 뒤로.
수라선 2식 - 혈월선
광포하게 움직였다. 목을 베어버리겠다는 듯 살벌하게 공격하려 들었다. 눈에는 초점이 또렷하지만 표정은 전무하니 각오라도 다진 것인지, 아니면 억누르는 것인지 알 수 없다마는.
# 가보자고용 날뛰어보자고~ 혈월선 써용! (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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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뒤로 물러납니다.
"흐음..."
상대는 아쉽다는듯 검을 허공에 휘적휘적 휘두릅니다.
파앙 - !
재하가 빠른 속도로 달려듭니다! 곧, 재하의 부채가...
펄 -
"이런!"
타다다다당!
검과 부채가 부딫힙니다. 남자가 뒤로 물러나고 재하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분노에 미쳐 날뛰면, 더 고마운데....!"
- 럭.
혈월선
촤아아아아악 - !
남자의 콧잔등에 가로로 긴 상처가 나며 핏방울이 또옥또옥 흘러내립니다.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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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가장 흔하되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로도 발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없는 명검과 신기, 무공이 있음으로 그 위력을 알 수 있으나 부채는 무엇인가. 춤을 추듯 변칙적이고 부드러운 장점이 있으나 안으로 파고들어야만 하는 위험이 있었다. 목숨을 내어주어야 한단 뜻이다.
"……."
어느 무기라고 쥐는 순간 각오하지 않겠냐마는 근접한 거리에서 싸우는 자는 특히 더 제 목숨 파리처럼 생각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잃을 것 전부 잃은 자에겐.
"분노했다 생각하시나 본데."
이미 네 번 죽은 자에겐 일상이다.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소마, 살면서 연애사를 제외하곤 화를 내본 적이 없사와요……."
수라선 5식 - 마공천섬
부채로 다시금 낯짝 그어내려는 듯하다가도, 급작스럽게 부채 접어 쇄골 부근 찔러내려 들었다.
"……아, 그쪽은 혹시, 없어서 이해를 못 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리하면 사과 드리옵지요……."
# 혈월선 쓰는 척-은 페이크고! 변칙적으로 마공천섬 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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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는 부채를 활짝 펼칩니다.
촤르르륵.
"흐!"
검을 수평으로 겨눈 상대가 짓쳐들어옵니다!
촥!
순식간에 부채를 접은 재하는 그대로 단검처럼 부채를 찔러들어갑니다! 동시에 상대의 검이 재하의 가슴팍을 노리고 날아듭니다!
- !!!!!
피가 튀어오르고 천마신의 기운이 천천히 서로에게 퍼져나갑니다.
"크..."
상대의 쇄골에 작은 구멍이 하나, 재하의 가슴에 제법 깊은 검상이 하나.
현재 재하의 부상단계는 3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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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재하는 검상이 생기기가 무섭게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교국의 사람. 감찰국장이 약하니 무어니 했던 것. 자신의 무공이 무엇인지 아는 자……. 또한 자신이 뱉어낸 이야기로 하여금 소금에 절여 평생 곁에 두어야 응당 옳을 자.
그러니 멈추지 않는다. 이 몸이 끝내 망가지고 다시금 수렁 속에 빠져든다고 해도, 누군가 기다린다 해도, 그 어떤 순간도 멈출 수 없다. 멈추어 죽는다면 주군께서 내린 명령을 완수할 수 없거니와 누가 된다. 차라리 같이 죽자.
나 이런 거 되게 익숙하거든.
"아직 안 끝났어……."
# 이번에도 혈월선 쓰는 척 하듯이 초식 바꾸는 척 하다가... 진짜로 혈월선 써버려용! 노리는 것은 목걸이!! 있는!!! 목!!! (3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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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아앙 - !
"두 번은 안 속는...!"
상대의 검이 재하의 복부 깊숙히 들어가고, 재하의 부채는 완벽하게 목걸이를 잘라냅니다.
"이런 씨X - !!"
푸욱...
현재 부상 단계는 4단계입니다.